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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총 115 건 검색)

경찰 국수본 ‘경찰청장·서울청장 긴급체포’···내란 혐의(2024. 12. 11 10:38)
2024. 12. 11 10:38 사회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 8월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 24대 경찰청장 취임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12월 11일 새벽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긴급체포했다. 계엄 당일 국회 출입통제를 지시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오전 3시 49쯤 “조 청장, 김 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전날인 12월 10일 오후 4시부터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김 청장은 같은 날 오후 5시 30분부터 서대문 경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체포된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은 조사를 마친 뒤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비상계엄 당시 두 차례 이뤄진 국회 전면 출입통제 조치를 일선 경찰에 하달하는 등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로 향하는 국회의원 등의 출입을 막은 혐의(형법상 내란 등)를 받는다. 조 청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경찰력을 보내 계엄군의 계엄 집행에 협조한 의혹도 있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8월 16일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별수사단은 그동안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으로부터 임의 제출받아 압수한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이들을 출국금지했으며, 국회와 선관위 등 현장에 출동한 일선 경찰관들의 참고인 진술과 당일 무전 기록도 분석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체포 시점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법원에서 발부받지 못하면 이들을 석방해야 한다. 특별수사단은 계엄 당일 조 청장과 연락한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 등 군 수뇌부도 곧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이 쿠팡에만 관대한 수사 하고 있다”(2024. 08. 26 06:00)
2024. 08. 26 06:00 사회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제보자 김준호씨 인터뷰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제보자 김준호씨가 지난 8월 20일 경기 성남시의 한 교회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쿠팡은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로 김씨를 고소했고, 경찰은 지난 7월 김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쿠팡이 일부 노동자들의 물류센터 취업을 제한할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 2월이다.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노조와 시민단체는 노동법 등을 위반했다며 쿠팡을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쿠팡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사이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을 언론에 알린 제보자들은 영업비밀을 누설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쿠팡에 고소당했고, 경찰의 자택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하나의 사안에서 비롯된 두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 수사기관은 최소한의 형평성도, 제보의 공익성에 대한 고려도 보여주지 않았다. “솔직히 두려웠다. 그렇지만 내가 힘들더라도 불법적인 행위를 알리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고소장이 날아오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일이 압수수색 등으로 커질 줄은 몰랐다.” 이 사건은 공익 목적의 내부고발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사건은 쿠팡에서 근무하면서 블랙리스트라 불리는 ‘PNG(Persona Non Grata·외교 용어로 ‘기피인물’을 의미)리스트’를 접한 제보자들이 이를 언론과 시민단체에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이 리스트에는 1만6450명의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등 개인정보와 취업을 제한하는 사유 등이 적혀 있고 2017년부터 작성됐다. 쿠팡은 ‘인사평가 자료’라고 주장했지만, 쿠팡이 정상적인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취업을 제한했다는 점, 취업이 제한된 이들이 구제수단을 활용하기 어려웠다는 점, 쿠팡 측이 노동자들의 개인정보를 오랜 기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법 위반 여부까지 따지지 않더라도 제보의 공익성은 분명했다. 일용직·계약직 비중이 69.8%(2023년 기준 쿠팡풀필먼트서비스 고용현황)에 달하는 극히 유연한 고용형태와 블랙리스트의 접목이 ‘사실상 노동법을 회피한 쉬운 해고가 아닌지’ 사회에 시사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물류센터 운영 설비 관련 자료 등 수십 건의 영업기밀 자료를 유출했다며 제보자들을 형사고소했다. 더 문제는 정부 기관의 태도였다. 법에 따라 공익신고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월 제보자들의 보호 신청을 받고도 아직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제보자들에 대한 경찰의 강제수사에 길을 터준 것이나 다름없다. 공익신고자법은 공익신고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됐다 하더라도 다른 법에서 규정된 직무상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보호조치 결정이 늦어진 사이 제보자들은 영업비밀을 유출한 피의자가 됐다. 지난 8월 20일 제보자이자 피의자인 김준호씨(24)를 경기도 성남시의 한 교회에서 만났다. 김씨는 2022년 11월부터 5개월간 쿠팡의 물류 계열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지역 센터의 인사팀에서 근무했다. 당시 PNG리스트를 처음 접했고, 퇴사 후 또 다른 제보자 A씨와 함께 이를 언론에 제보했다. A씨와 김씨는 각각 지난 6월과 7월 경찰에 압수수색을 당했다. 그는 “기업에만 관대한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떳떳한 수사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PNG리스트를 어떻게 처음 접했나.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서 일하면서 일용직·계약직 채용 업무를 담당했는데, 이 일을 맡으면 무조건 리스트를 접하게 돼 있다. 채용 희망자들의 명단을 엑셀 시트에 입력하면 PNG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빨간색으로 ‘사원평정’이란 글씨가 나온다. 채용 업무를 하면서 거쳐야 하는 절차이기에 모를 수가 없다.” -쿠팡 측은 리스트가 인사평가 자료라고 말한다. 왜 이 리스트가 문제라고 생각했나. “처음엔 당연한 업무 프로세스라고 생각하면서 근무했던 것 같다. 그런데 보다 보니 이름란이 ‘JTBC 작가’ 등 이름이 아닌 것으로 등록된 인원이 많았다. 회사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게 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셔틀버스가 정차하지 않고 지나쳐서 근무를 못 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있었다. 그분 업무를 제가 처리했는데 하루 일당을 주고 리스트에 등록했다. 이의 제기를 했다고 일을 못 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사안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블랙리스트 작성의 위법 여부다. 근로기준법 제40조는 “누구든지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명부를 작성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이 조항은 퇴직자의 동종 업계 취업을 방해한 사람을 처벌할 때만 적용됐다. 자사 취업을 제한한 경우에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판례가 없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마켓컬리 블랙리스트 사건 때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은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법원 판단을 받을 기회도 없었던 셈이다. 쿠팡시민대책위원회 측은 유연한 고용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자사 취업을 제한해도 이 조항이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쿠팡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오민애 변호사는 “다양한 고용형태를 가진 기업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법의 취지를 생각하면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 그간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좁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제보 이후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나. “솔직히 두려웠다. 그렇지만 내가 힘들더라도 불법적인 행위를 알리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쿠팡이 고소할 것은 예상했다. 쿠팡이 본인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고소하는 걸 여러 건 봤다. 당연히 고소장이 날아오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일이 (압수수색 등으로) 커질 줄은 몰랐다.” -쿠팡 측은 제보자들이 물품 분류 자동화를 위한 물류센터의 기술자료 등을 유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작 PNG리스트는 고소장의 유출 자료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허위사실 유포라고 했다가 갑자기 기밀정보 유출이라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지 않나. 유출했다는 자료 중 일부는 당시에도 쿠팡에서 일했던 A씨가 업무를 위해 본 자료고, 일부는 본 적도 없는 자료다. 자료 열람을 할 때 등급이 있는데 저와 A씨는 ‘레벨1’, 일반사원이다. 기밀에 접근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평사원도 들락거리면서 다운받을 수 있는 걸 기밀이라고 할 수 있나.” -결국 경찰 압수수색까지 받게 됐는데. “공익 목적 제보라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압수수색 영장에는 제가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혀 있는데 부당 이득을 취할 생각도 없었고, 취한 바도 없다. 답답해서 경찰에게 ‘제 계좌 보고 오셨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서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의혹 제보 이후 한 달 만에 사무실을 옮겼다. 그곳이야말로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데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저는 그동안 기자회견과 경찰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리스트 입수 경위를 모두 말했다. 경찰이 임의제출을 요구할 수 있었는데 압수수색을 한다는 건 압박으로 느껴진다.”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 중인데 수사 상황을 알고 있나. “2번 정도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는데, 수사관이 ‘블랙리스트가 왜 문제가 되냐, 문제가 없는 것 같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의지가 없어 보였다.” 쿠팡시민대책위 측은 수사관의 불공정한 태도를 문제 삼아 기피 신청을 했고, 수사관이 교체됐다. 현재 쿠팡의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은 서울 송파경찰서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이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쿠팡에 대한 강제수사나 피고발인인 쿠팡 임원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고, 노동부 서울동부지청 관계자는 “쿠팡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고 조사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강제수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쿠팡 측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 질의에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 조치를 신청했는데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나. “지난 2월에 신청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권익위에 문의해보니 노동청과 경찰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결정한다고 했다. 공익신고자를 돕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인데 조사가 다 끝나야 보호해준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권익위원회는 신고자가 신청한 지 90일 안에 보호 조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권익위는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관계기관에 자료 요청 등을 하다 보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린다. (법이 정한) 기한 내에 못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간 쿠팡에서 연락은 없었나. 쿠팡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번 연락 왔으면 좋겠다. 왜 이러는지. 다 어른들이 일하는 회사 아닌가. 그런데 쿠팡을 보면 어린애들이 하는 행동 같다. 어른이면 어른답게 잘못한 게 있으면 인정하고 사과하고 개선해 나가야지, 변명한다고 사실이 달라지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쳤으면 한다.”
경찰 “시청역 사고 원인은 운전 미숙···엑셀 반복해서 밟았다”(2024. 08. 01 11:16)
2024. 08. 01 11:16 사회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시청역 사고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수사해온 경찰이 운전자의 운전조작 미숙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1일 브리핑에서 “피의자는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으나 피의자의 주장과 달리 운전 조작 미숙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류 서장은 “국과수 감정 결과 가속장치·제동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고 사고기록장치(EDR) 또한 정상적으로 기록되고 있었다”며 “EDR 분석에 따르면 제동 페달(브레이크)은 사고 발생 5.0초 전부터 사고 발생 시(0.0초)까지 작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충돌 직후 잠시 보조 제동 등이 점멸하는 것 외에 주행 중에는 제동 등이 점등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운전자 차모씨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액셀)을 밟은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류 서장은 “액셀의 변위량은 최대 99%에서 0%까지로 피의자가 (액셀을) ‘밟았다 뗐다’를 반복한 것으로 기록됐다”며 “사고 당시 피의자가 신었던 오른쪽 신발 바닥에서 확인된 정형 문양이 액셀과 상호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류 서장은 “피의자는 주차장 출구 약 7∼8m 전에 이르러 ‘우두두’하는 소리와 함께 ‘브레이크가 딱딱해져 밟히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차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업무상 과실치사상)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차씨는 지난 7월 30일 구속됐다. 차씨는 지난 7월 1일 저녁 서울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빠져나오다가 가속해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경찰, ‘채 상병 사건’ 임성근 불송치···“혐의 없다”(2024. 07. 08 14:22)
2024. 07. 08 14:22 사회
김형률 경북경찰청 수사부장이 8일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불송치하기로 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8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8월 포병대대 7본부(제7포병) 대대장 이용민 중령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채상병 사망의 직접 원인으로 제11포병 대대장이 임의로 수색 지침을 변경했다는 점을 꼽았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은 제11포병 대대장과 직접 소통하고 지시하는 관계가 아니었으며, 부하들에게 작전 수행을 지적하고 질책을 했어도 제11포병 대대장이 임의로 지침을 변경할 것을 예상할 수 없었기에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언론 등이 제기한 의혹도 임 전 사단장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임 전 사단장이 내린 “수변으로 내려가서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는 지시는 수색 지침대로 군사교범 상 ’의심 지역 집중 수색 방법‘인 바둑판식으로 꼼꼼하게 수색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 ’장화 높이 수중 수색‘ 사진을 촬영해 보도한 언론 기사 스크랩을 보며 “훌륭하게 공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구나”라고 한 것은 전체 문맥상 공보 활동과 관련한 당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이 없어 사전 위험성 평가의무’가 없으며, 수색 작전과 관련한 그의 지시는 ‘월권행위’에 해당할 뿐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구명조끼 미준비는 “현지에서 지방자치단체, 소방당국 등과 협의해 실종자 수색 구역이나 역할 등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었음을 고려할 때, 사전에 수중 수색에 대비한 안전 장비를 구비하지 않거나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아도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경찰은 신속기동부대장인 7여단장, 제11·7포병 대대장, 7포대대 본부 중대장, 본부중대 소속 수색조장, 포병여단 군수과장 등 등 현장지휘관 6명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말단 간부 2명에도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제7포병대대 정보과장과 통신부소대장에겐 안전통제 임무가 주어지지 않았고, 병사들과 같이 수색대원으로 수색 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채 상병 죽기까지 안전 ‘뒷전’…‘반복된 죽음’ 더 이상 없어야지난해 7월 19일 해병대 채모 일병(당시 20세·사후에 상병 추서)이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라는 지시를 받고 물에 들어갔다가 순직했다. 지난 5월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_id=202406100600001 채 상병 사건에 드리운 ‘보이지 않는 손’‘채 상병 특검법’이 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될 첫 청구서가 됐다. 국회는 지난 5월 2일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168명 전원 찬성으로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켰...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3&art_id=202405060600051
경찰, ‘집회 금지는 최후의 수단’ 잊었나(2023. 07. 07 11:29)
2023. 07. 07 11:29 사회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7월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경찰이 최근 서울 도심에서 퇴근 시간대 집회·시위·행진에 잇따라 금지 통고를 내리고 있다. 교통혼잡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집시법과 그 시행령 등에 따라 금지 조치를 했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법원은 그러나 경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집회를 허용한 것이다. 경찰이 집회를 전면 금지하기에 앞서 조치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실제 ‘집회의 금지’는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등의 다른 수단을 모두 사용한 뒤에야 고려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일관된 견해다. 이에 따라 경찰이 무리하게 금지 통고를 남발한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경찰은 법원의 심문 과정에서 집회 주최 측의 그간 활동을 노골적으로 폄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활동을 하게 된 사회적 배경 등 맥락을 제거한 채 ‘불법 전력’과 ‘시민 불편’만을 강조해 금지 통고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5월 집회 강경 대응책을 논의한 자리에서 나온 ‘출퇴근 시간대’ 및 ‘불법 전력 단체’ 등의 집회·시위 금지 방안이 그대로 현장에 반영된 모습이다. 경찰, 17년 전 사건까지 꺼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난 6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대로에서 마포대교를 지나는 행진을 하겠다고 6월 12일에 경찰에 신고했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와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의 필요성을 알리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경찰은 금지를 통고했다. 신고한 행진 시간이 오후 4~8시인데, “퇴근 시간과 겹쳐 심각한 교통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전장연 측은 법원에 금지통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행진 하루 전인 지난 6월 28일 “행진을 허용하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라며 전장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개 차로를 이용하는 등의 조건을 달아 행진을 허용했다. 지난 6월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등급제 폐지 1박2일 전동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은 법원의 심문 과정에서 행진이 퇴근 시간대에 이뤄진다는 점을 줄곧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는 등 전면적 금지 외에도 교통소통 장애를 해소할 수단이 있다”라며 “전면적 금지는 이런 수단으로도 교통소통 장애를 막을 수 없다는 사정이 명백하게 예상될 때 한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경찰은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전장연이 과거 집회와 관련한 ‘불법 전력’이 있다는 점을 서술하는 데 절반 이상의 분량을 할애했다. 이 같은 전력 때문에 이번 행진도 신고 범위를 벗어날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 것이다. 경찰은 그러면서 17년 전 사건까지 꺼냈다. 2006년 장애인들이 한강대교를 6시간 동안 기어서 건넜다는 언론보도 내용을 ‘무단으로 도로나 교차로를 점거한 전력’의 사례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경찰은 그러나 장애인들이 당시 ‘활동지원 서비스’ 제도화를 촉구하기 위해서 이런 행동을 했다는 배경은 답변서에 담지 않았다. 활동지원은 장애인에게 생존권과 직결된 사안이다. 경찰은 전장연의 최근 ‘지하철 타기 행동’ 등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언론보도 내용을 발췌하면서도 ‘왜 지하철을 탔는지’ 등의 맥락은 뺐다. 특히 경찰은 전장연의 이런 활동을 노골적으로 깎아내리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이익과 언론보도 등 이슈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불법행위든 아니든 다수 시민이 불편을 겪든 말든 불사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경찰의 이런 태도는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및 여당이 밝힌 집회 ‘강경 대응’ 기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경찰의 목적은 전장연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려는 등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나쁜 집단이라는 점을 내세워서 판사를 설득하려는 것”이라며 “집회를 금지하고 싶지만 별다른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 같다”고 짚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찰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경찰은 행진이 신고의 범위를 넘어서는 불법 행진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이 제출한 소명자료만으로는 이와 같이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행진이 신고 내용과 달리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행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원천 봉쇄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을 대리한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퇴근 시간대라는 이유로 집회를 못 한다면, 도심 어디에서도 모든 집회는 출퇴근 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라며 “법원이 경찰의 자의적 조치에 제한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의 잇따른 제동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6월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 기간에 개최할 집회와 행진 등 36건을 경찰에 신고했다. 선순위 신고자가 있다는 이유로 금지된 집회 등 8건을 제외하고, 28건은 부분 금지 통고를 받았다. 경찰이 ‘오전 10시 이전’과 ‘오후 5시 이후’ 집회 및 행진은 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출퇴근 시간대 원활한 교통소통이 이유였다. 이에 민주노총은 우선 7월 4·7·11·14일 퇴근 시간대 촛불문화제에 금지 통고한 부분을 두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번에도 경찰의 주장은 먹히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는 지난 7월 4일 “집회가 퇴근 시간대에 이뤄진다고 해서 집회 인근 장소에 막대한 교통소통의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고된 집회장소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세종대로가 왕복 8차선으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퇴근 시간대 교통량을 상당 부분 소화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주최 측이 하위 2개 차로만을 이용하는 점, 집회 참여 인원에 따라 집회장소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며 교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도 고려했다. 경찰이 집회 외의 다른 장소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우회도로를 안내하는 방법으로 교통을 분산할 수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참가인원이 500명 미만이면 인도만, 1000명 미만이면 인도와 1개 차로를 이용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경찰이 지난해부터 대통령의 ‘관저=집무실’이라는 자체 해석에 근거해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에 금지를 통고했지만, 법원이 잇따라 집회를 허용하는 패턴이 다시 반복되는 양상이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등이 지난 6월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문화제를 개최했지만 경찰이 이를 미신고 집회로 규정하고 강제 해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은 최근 일부 야간집회에도 금지를 통고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등은 7월 7일 오후부터 1박2일 노숙문화제를 연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7시까지는 집회를 금지했다. “인근 사유지·공용재산을 장기간 무단 점유하거나 음주·소란·노상 방뇨 등 행위를 할 수 있고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는 게 제한 사유다. 이에 공동투쟁 등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의견 표명을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9월 야간에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 내용을 두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경찰은 앞서 지난 5월과 6월 이들 단체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연 두 차례 문화제를 집회로 규정하고 강제 해산시켜 논란을 빚었다. “시민들끼리 싸움 붙인 꼴” 대통령실은 지난 6월 13일부터 7월 3일까지 ‘집회·시위의 요건 및 제재 강화’를 ‘국민참여 토론’에 부쳤다. 추천 12만9416건, 비추천 5만3288건으로 집계됐다. 총 13만1283건의 의견이 달렸다. 대통령실은 이런 결과를 분석한 뒤 국민제안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관련 부처에 권고안을 전달할 계획이다. 집회·시위의 소음 단속 기준을 강화하고, 교통소통을 이유로 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주요 도로’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권고안에 담을 것으로 보인다.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제재 여부를 심층 토론 없이 간단한 설문조사로 결정하려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선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헌법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회피한 채 시민들을 갈라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랑희 활동가는 “국가가 시민들끼리 싸우게 만들고 있다. ‘집회 때문에 불편하죠? 저 집회하는 사람들 때문이에요’라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며 “집회는 당연히 불편함을 초래한다. 이런 점을 설득해 기본권을 보장하는 게 국가의 역할인데, 반대로 기본권을 축소·제한하기 위해 시민들을 동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야간집회 금지를 위한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집회·시위를 예외 없이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0년 6월 발의한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의 집회·시위를 금지한다.
경찰수사 ‘인권보호’ 훈령으로 시행한다(2023. 03. 31 11:24)
2023. 03. 31 11:24 사회
ㆍ당초 검찰 법무부령 고려 행안부령 추진…법제처 심사 지연에 이례적 우회 경찰청이 ‘경찰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을 조만간 시행한다. 규칙안을 내놓은 지 약 1년 만이다. 규칙은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지켜야 할 구체적인 인권보호 원칙을 담고 있다. 경찰이 최근 수년간 표방해온 ‘인권경찰’을 구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사진/권도현 기자 그런데 이번에 발령하는 규칙은 경찰청 내부 훈령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애초 규칙을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행정안전부령으로 제정하려 했다. 부령은 1년 가까이 법제처의 심사 단계에 머물렀다. 그러자 법제처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훈령 형식으로 시행키로 한 것이다. 중앙행정기관이 법제처 심사 지연을 이유로 이처럼 같은 내용의 규정을 급을 낮춰 시행하는 건 이례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행안부령은 법제처 심사 의뢰 철회 지난 3월 6일 국가경찰위원회의 정기회의에 ‘경찰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훈령안이 상정됐다. 경찰위원회는 그러나 ‘의결 보류’ 결정을 내렸다. “입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등 보다 면밀한 검토·숙고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는 경찰청이 앞서 동일한 명칭과 내용의 규칙을 행안부령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2월 경찰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을 마련했다며 입법예고했다. 경찰청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각종 인권보호 규칙을 총망라한 독자적 규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부령 형식을 취해 대외적 구속력을 높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이 지켜야 할 인권 규정을 담은 ‘인권보호수사규칙’이 법무부령인 점도 고려됐다. 경찰청은 입법예고를 거쳐 그해 4월 법제처에 심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법제처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경찰청이 훈령이라는 ‘우회로’를 고안한 것이다. 경찰위원회는 지난 3월 20일 정기회의에서 해당 규칙의 훈령안을 결국 의결했다. 인권보호를 위한 규칙을 현장에 신속하게 하달해 하루빨리 정착시켜야 한다는 경찰청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훈령안의 내용은 부령안과 대부분 동일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약간의 용어 등 지엽적인 부분만 수정됐고 전반적인 취지와 내용은 모두 같다”고 말했다. 법제처는 그간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이유를 두고 별다른 설명 없이 “심사 중”이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심사기간이 길어지자 경찰청 담당자는 지난해 10월 직접 법제처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렇게 1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는데도 심사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경찰청은 훈령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경찰청은 법제처 단계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청은 이번 훈령 시행에 따라 기존 부령의 심사 의뢰를 철회할 계획이다. 경찰청이 법제처에 계류 중인 부령이 아닌 훈령으로 시행하는 것을 두고 법제처는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부령은 법제처의 심사를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훈령은 그럴 필요가 없다. 다만 훈령도 시민에게 내용을 알리는 절차인 ‘행정예고’를 밟아야 한다. 경찰청은 동일한 명칭과 내용의 부령을 이미 지난해 입법예고했던 만큼 행정예고는 생략했다고 밝혔다. 이 훈령은 윤희근 경찰청장의 최종 결재를 거쳐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다. 경찰청은 규칙 시행에 맞춰 ‘인권수사 매뉴얼’도 현장에 배포할 계획이다. 지난 1월 19일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를 수사하는 경찰이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압수한 물품을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뭐가 다른가 이번 규칙에는 수사 과정에서 인권보호를 위해 지켜야 할 일반적인 총칙이 담겼다. 성별, 종교, 인종,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등 22개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선언적인 조항도 있다. 또 수사 개시, 체포·구속, 압수수색, 피의자 및 피해자 조사 등 각종 수사단계에서 인권보호를 위해 준수해야 할 내용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전화로 출석을 요구할 때는 조사 일정과 사건명 등을 문자메시지로도 전송토록 했다. 정보저장 매체에서 별건 혐의를 발견하면 탐색을 중단함으로써 별건 수사를 예방하도록 했다. 자료를 임의제출 받을 땐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알리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소년, 장애인,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할 때 유의해야 할 내용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부령은 대외적 구속력이 있다. 경찰청이 본래 해당 규칙을 부령으로 추진하려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의 수사가 시민의 권리·의무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인권보호를 위한 규정도 법규명령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훈령은 행정규칙으로 기관 내부만을 규율한다. 다만 이번 규칙이 시행되는 데 있어 부령과 훈령의 차이가 크지는 않다고 경찰청은 밝혔다. 훈령을 어기더라도 ‘위법 행위’에 해당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가능하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국가배상책임에 있어서 공무원의 가해행위는 ‘법령에 위반한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은 2007년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이 경찰청 훈령에 불과하지만 훈령의 목적이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내용도 인권보호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를 위반한 것은 위법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훈령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 법령의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내용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청이 이번에 부령을 취소하고 훈령으로 규칙을 추진한 것은 이런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양경찰청도 향후 경찰청과 같은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해양경찰청은 지난해 9월 ‘해양경찰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을 입법예고하고 법제처에 심사를 의뢰했다. 이 역시 해양수산부령이다. 경찰청의 규칙과 내용도 유사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법제처의 심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해양경찰청은 경찰청이 법제처의 심사 지연 때문에 기존 부령 대신 새로 훈령을 제정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법제처의 심사가 아직 계속되는 이유는 우리도 알지 못한다”라며 “꼼꼼히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법제처 심사 의뢰를 철회하고 훈령으로 규칙을 시행하는 방안을 두고는 “아직 지켜보고 있다. 심사가 계속 늦어지면 그때 가서 훈령으로 제정하는 것을 고민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3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420 장애인 차별 철폐 공동투쟁단’ 출범식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장 경찰관의 인권의식 수준은? 한편 일선 경찰관의 인권의식을 엿볼 수 있는 조사결과가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2월 발간한 ‘경찰청 인권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실이 시행한 경찰관 인권의식 실태조사 결과가 실려 있다. 인권을 주제로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의 현장 경찰관 57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다. 참여자는 경정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순경~경감 계급이다. 국내 인권 상황을 두고 ‘존중된다’는 응답은 82.7%였다. ‘보통’은 15.7%, ‘존중 안 된다’는 1.6%로 집계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2년 인권의식 실태조사’에서 국민 74.7%가 인권이 존중되고 있다고 응답한 것보다 긍정적인 답변이 높았다. ‘인권과 경찰활동과의 관계’를 두고 ‘있다’고 응답한 경찰관은 85.8%였다. 반면 ‘인권 문제에 대한 경찰의 책임’을 묻는 말에 ‘있다’고 답한 비율은 73.0%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 ‘경찰은 인권옹호자가 돼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하는지 물었더니 65.9%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본인은 인권옹호자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는 63.0%만 ‘그렇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경찰관이 인권보호자라는 명제에 대한 인식 부족, 인권보호 책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 등이 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한 집회·시위의 자유 제한’을 두고 찬성은 82.7%인데 반해 반대는 5.0%에 그쳤다. 랑희 경찰개혁네트워크 활동가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제도와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보여준다”라며 “이는 기본권을 침해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실제 경찰이 그런 모습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교육 또는 양육상 아동·청소년에 가하는 체벌’에 대해선 31.6%가 찬성 반응을 보였다. 30.7%가 중간, 37.7%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체벌은 불법이다.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경찰 목적 달성에 장애가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35.7%가 찬성, 중간 28.4%로 집계됐다. 반대는 35.7%였다. ‘피의자의 인권보장’은 64.2%가 찬성했고, 중간 24.6%, 반대 11.3% 등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피의자의 인권은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항목에 51.6%가 ‘찬성’이라고 응답했다. ‘중간’과 ‘반대’는 각각 24.2%였다. 경찰관들은 ‘인권침해 주체’로 군대(26.2%)를 가장 많이 꼽았다. 복지수용시설(16.7%), 구금시설(13.6%), 언론기관(11.6%)이 뒤를 이었다. 검찰은 9.5%였고, 경찰 스스로를 지목한 응답은 4.7%에 그쳤다. 인권위의 최근 몇 년간 인권의식 실태조사에서 경찰·검찰의 조사와 수사가 34.8~43.1%로 가장 많이 거론된 것과 대비된다. 반면 ‘경찰은 국민 인권보호 위한 인권보장에 노력하고 있다’(88.8%), ‘경찰의 정책은 국민의 인권을 잘 보장한다’(88.0%) 등 인권보장을 위한 경찰의 노력과 시행에는 후한 평가를 줬다. 랑희 활동가는 “경찰이 인권 침해를 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설문조사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라고 꼬집으며 “인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에 따라 항목별로 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연결되는 여러 조사 항목을 모은 심층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경찰수사 인권보호 규칙 언제 제정되나(2022. 12. 23 11:37)
2022. 12. 23 11:37 사회
ㆍ8개월 넘게 법제처 심사…차별금지 조항 때문? 검찰에는 ‘인권보호수사규칙’이라는 규정이 있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유의해야 할 사항이 담겼다. 법무부 훈령이 아니라 대외적 구속력을 지닌 법무부령이다. 반면 경찰에는 이런 법령이 없다. 지난 7월 25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정문 철제 바리케이드 사이로 경찰 상징 문양이 보인다. / 강윤중 기자 경찰은 지난 2월 ‘경찰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행정안전부령)을 추진했다. 경찰이 수사절차에서 준수해야 할 인권보호 원칙을 규정했다. 검찰의 인권보호수사규칙과 유사하다. 다만 시민사회단체는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조치 등이 미흡하다며 비판했다. 일부 보수진영 쪽에선 규칙에 포함된 차별금지 조항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했다. 경찰은 양쪽 의견을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입법예고를 거쳐 지난 4월 법제처에 심사를 의뢰했다. 9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법제처는 심사를 아직 마무리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해당 규칙은 경찰청이 최근 몇년 동안 표방해온 ‘인권 경찰’ 구현의 구체적인 실행방법 중 하나이다. 내용 면에서 인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인권 중심의 수사경찰을 제도화하는 첫걸음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법제처는 “심사 중” “국민은 수사절차에 있어 자신이 보장받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수사관은 국민의 권리를 확인함으로써 인권을 존중·보호하고 나아가 그 실현에 힘쓰게 된다.” 경찰청은 지난 2월 ‘경찰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경찰청은 “경찰 책임수사에 맞게 국민의 인권보호 수준도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대외적 구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령으로 규정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 ‘인권 경찰 구현을 위한 경찰개혁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이 규칙의 제정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규칙은 우선 수사 과정에서 인권보호를 위해 지켜야 할 일반적인 사항을 명시했다. 이어 수사 개시, 체포·구속, 압수수색, 피의자 및 피해자 조사 등 수사단계별로 유의해야 할 내용도 적시했다. 성별, 종교, 인종,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등 22개 이유로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조항도 있다. 소년, 장애인,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할 때 살펴야 할 점도 포함됐다. 경찰청은 입법예고 후 지난 4월 8일 법제처에 법령 심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올해가 끝나가는 현재까지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법제처는 진행 경과를 묻는 말에 “심사 중이라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법제처는 지난 9월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다른 법령과의 관계 및 유사 법령과의 중복 문제 등 제정의 필요성 및 타당성 등에 관해 (경찰청과)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시기 경찰청은 “시행 예정 법률에 따른 후속 법령 검토 등 심사대상 법령이 많아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천 의원실에 답했다. 법제처가 우선 처리해야 할 법령이 많아 해당 규칙의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 같다는 취지다. 이후 경찰청 측은 지난 10월 법제처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장기간 법제처에 계류된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찰청은 규칙 제정이 마무리되면 이에 맞춰 가칭 ‘인권수사 매뉴얼’도 제작해 일선에 배포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놓은 상태다. “인권보호 관련 별도의 독자적 규정 필요” 법제처가 천준호 의원실에 답한 내용 중 ‘유사 법령과의 중복 문제’가 눈에 띈다. 경찰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몇몇 법령에는 인권보호 관련 내용이 산재해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2021년 1월 마련된 ‘경찰수사규칙’(행안부령)이 대표적이다.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의 하위 법령으로 수사준칙 시행에 필요한 구체적 사항을 담았다. 경찰수사규칙에 차별금지 조항을 비롯해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내용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인권보호 외에도 전반적인 수사절차를 규정한다. 또 경찰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에 포함된 인권보호 내용은 경찰수사규칙보다 구체적이고 두텁다. 차별금지 사유가 더 많다. 전화로 출석을 요구할 때는 조사 일정과 사건명 등을 문자메시지로도 전송토록 했다. 정보저장매체에서 별건 혐의를 발견하면 탐색을 중단해 별건 수사를 방지하는 내용도 있다. 자료를 임의제출 받을 땐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고지해야 한다. 자진출석 등 임의로 수사에 협조하면 되도록 긴급체포를 하지 않고, 변호인이 노트북 등의 전자기기를 이용해서도 메모할 수 있게 했다. ‘범죄수사규칙’에도 인권 관련 사항이 담겼지만, 경찰수사규칙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수사절차 등을 함께 포괄한다. 범죄수사규칙은 행안부령이 아니라 경찰청 내부 훈령이기도 하다. 경찰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은 무엇보다 사건관계인이 자신의 보호받을 수 있는 인권 등 권리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다. 경찰청 인권위원회도 2020년 9월 25일 경찰수사규칙 및 범죄수사규칙과 별도로 독자적인 인권보호 규정을 마련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당시 “경찰은 절차 규정의 속성이 강한 ‘경찰수사규칙’ 및 ‘범죄수사규칙’ 내 인권보호 방안을 산재해 규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라며 “이는 인권보호 규정의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보호 방안을 독자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 형사, 여성청소년, 외사, 보안, 교통 등 다양한 수사 및 수사지휘 체계를 갖춘 특징을 언급하며 “현장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관들로 하여금 위 규칙이 경찰권 행사의 ‘인권 행동기준’으로 작용하는 것 역시 어렵다고 할 수 있으며 국민 역시 본인에게 보장된 권리에 대해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 1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인권위는 검찰의 사례도 들었다. 검찰은 수사절차를 규정한 ‘검찰사건사무규칙’ 외에도 ‘인권보호수사규칙’이라는 인권보호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다. 인권보호수사규칙은 본래 법무부 훈령(명칭은 인권보호수사준칙) 형식이었는데, 2019년 12월 법무부령으로 격상됐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경찰의 새로운 인권보호 규칙 또한 행정안전부령으로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 경찰청은 지난 6월 최초로 ‘인권정책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한다고 밝혔다. ‘국민 중심 인권경찰’이라는 비전을 내걸었다. 5개 전략목표에는 ‘인권경찰 실현을 위한 제도화’, ‘준법 활동과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 ‘사회적 약자 보호’, ‘차별시정 강화’, ‘인권교육 강화’ 등과 더불어 ‘경찰수사의 인권 중심 개혁’도 포함됐다. 이 기본계획 수립에 앞서 시행한 연구용역의 결과 보고서에는 경찰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실렸다.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는 “수사상 인권보호 원칙을 총망라한 규칙을 제정해 책임 수사기관에 맞는 인권·윤리 제도의 규범력을 강화하고, 인권주체성 확립을 통한 인권지향적 수사를 전개한다”라고 했다. 이어 “수사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대외적 구속력 있는 행안부령 형식(법규명령)으로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경찰에는 ‘경찰관 인권행동강령’이라는 훈령도 존재한다. 2020년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 맞춰 제정됐다. 이는 수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찰관이 치안 현장에서 인권보호를 위해 지켜야 할 일종의 ‘행동기준’이다. 10개 조항으로 구성됐고 내용도 선언적이라는 점에서 경찰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과는 결이 다르다. 2018년 5월에 나온 ‘경찰 인권보호 규칙’(훈령)도 마찬가지다. 경찰 내 인권정책 및 기본계획 수립 등 인권보호를 위한 행정업무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 경찰청 인권위 설치·운영의 근거가 된다. 인권침해 사건의 조사·처리 방법 등 사후 대책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한다. 2005년 제정된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모태로 한다. 해양경찰 규칙도 심사 중 경찰청 외에 해양경찰청도 ‘해양경찰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해양수산부령)을 지난 8~9월 입법예고했다. 경찰청의 규칙과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역시 법제처가 심사 중이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법제처 담당자가 필요한 법령인지 면밀하게 보는 듯하다”고 했다. 해양경찰경찰청처럼 ‘해양경찰수사규칙’(해양수산부령)이 있다.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은 법제처에 심사를 의뢰할 때 입법예고 때 접수된 시민 의견도 양식에 맞게 기재해 전달했다. 두 기관이 규칙들을 입법예고했을 땐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수많은 의견이 올라왔다. 이 가운데는 차별금지 조항에 반대하는 내용이 많았다. 차별금지 사유 가운데 ‘성적 지향’을 거론하며 “동성애 차별금지를 법적으로 강제하게 된다”는 의견도 다수 보였다. 또 ‘사상·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두고도 “주적인 북한을 추종하는 공산주의자, 주사파를 자유와 인권이라는 명목으로 허용하면 내부에서 마음대로 적화를 시켜놓을 것이기에 존중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여러 사람이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같은 내용을 게재하기도 했다. 일부 보수진영에서 좌표를 지정해 단체로 의견을 달았다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런 의견들이 법제처 문턱을 넘는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의 인권보호수사규칙에 담긴 차별금지 조항에도 성적 지향과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해양경찰 인권보호 직무규칙’(해양경찰청 훈령)에도 “성적 소수자란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당사자의 성 정체성을 기준으로 소수인 자를 말한다”라는 조항이 들어 있다. 또 “경찰관은 성적 소수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성적 소수자인 유치인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 독거수용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등의 규정이 있다.
장관의 경찰 지휘권 ‘한 입으로 두말하기’(2022. 11. 18 11:21)
2022. 11. 18 11:21 사회
경찰국 신설한 이상민 장관 “지휘 권한 없다”며 사퇴론 일축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행정안전부의 ‘경찰국’과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8월 ‘경찰 장악’ 논란 속에서도 경찰국 신설 등을 강행했다. 행안부는 당시 정부조직법 등을 근거로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지휘·감독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8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경찰국 입구에서 직원들 격려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행안부의 경찰국과 경찰청장 지휘규칙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정치적·법적 책임론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아울러 경찰국 신설 등으로 인해 정권의 경찰 장악력이 강해진 점도 이태원 참사 예방 실패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민생 치안’보다는 ‘정권 치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얘기다.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부실 대응 등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최근 행안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이 장관을 포함한 ‘윗선’을 겨냥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행안부 장관이 사실상 경찰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을 여전히 신임하고 있고, 이 장관도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지휘·감독 권한 없다? “행안부 장관은 정부조직법에 따라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있다. 행안부 장관은 치안업무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더라도 경찰청의 업무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 행안부는 지난 6월 27일 경찰국 신설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이같이 밝혔다. 행안부는 두 달 뒤인 8월 2일 경찰국과 ‘행정안전부 장관의 소속 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을 새로 만들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이 과정에서 여러차례 경찰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이후 모순된 듯한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다. 이 장관은 지난 11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경찰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감독권이 없다. 특히 개별적 치안상황에 대해서는 제가 지휘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책임회피를 위한 말 바꾸기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경찰에 대한) 지휘 권한은 있으나 그 지휘 권한을 행사할 방법이 없다”(11월 14일), “지휘·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11월 16일)고 잇따라 해명했다. 이 장관은 사퇴론을 일축하며 사태수습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장관은 연내 종합계획 수립을 목표로 삼고 출범한 ‘범정부 재난안전관리체계 개편 태스크포스’의 단장도 맡았다. 참사 책임자가 단장이 되는 건 부적절하다는 야당의 지적에 이 장관은 “책임지는 형태는 여러가지가 있다”라며 “현 상태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맞섰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월 11일 동남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전용기 탑승에 앞서 이 장관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지난 16일 귀국할 때는 이 장관에게 “고생 많았다”는 말을 건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를 두고 “막연하게 정부 책임이라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실체적 진상을 규명하고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행안부 장관, 재난안전관리 총괄 역할 행안부는 국가 재난·안전의 주무 부처다. 정부조직법에는 행안부 장관이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 수립·총괄·조정 등의 사무를 관장한다고 나와 있다. 재난안전법도 행안부 장관에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부여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이유다. 이는 이 장관에게 법적 책임이 있는지 따질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태원 참사 발생 과정과 원인, 각 기관의 사전 대비 상황, 참사 발생 후 조치 등 참사를 둘러싼 사실관계를 다져왔다. 이를 바탕으로 이 장관 등 행안부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특수본은 정부조직법과 재난안전법상 이 장관 등 행안부의 구체적인 책임과 권한, 주의의무 등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있다. 이를 위해 특수본은 지난 11월 14~15일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박모 실장과 실무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은 행안부 직속 기구로, 재난 상황을 전파하는 등 재난안전 및 위기 상황을 종합 관리한다. 이어 지난 11월 17일에는 행안부의 재난안전관리본부 서울상황센터,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안전관리정책관, 재난대응정책관 등 12곳을 압수수색했다. 윗선을 향한 수사를 본격 시작한 것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주요 압수 대상은 핼러윈 관련 보고 문건과 이태원 사고 대응 자료, 매뉴얼 등 문서 또는 전자정보”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이태원 참사 발생 전에 사고 가능성에 따른 대책 마련 필요성이 담긴 자료 등을 행안부에 보고했는지 여부도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예년 핼러윈 관련 대책 자료나 정기적으로 다중 인파가 몰리는 장소를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 등이 담긴 문건의 확보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특수본은 행안부 장관의 의무가 무엇이고 상황에 따라서 어떤 조치를 해야 했고, 실제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등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16일 동남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경찰청장 지휘규칙, 부메랑 되나 특수본은 또 지난 8월 신설된 경찰국의 업무와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 내용도 분석하고 있다. 정부조직법과 더불어 경찰국 및 경찰청장 지휘규칙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경찰의 일상적인 상황처리를 지휘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다. 그간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지휘한 전례나 경찰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 및 보고내용 등도 파악해볼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국의 업무 중에는 경찰의 중요정책 수립과 관련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하는 사항이 포함돼 있다. 특히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에는 경찰청장이 ‘중요 정책 및 계획의 추진 실적’을 행안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그 밖의 법령에 규정된 권한 행사 및 책무 수행에 필요하다고 인정해 행안부 장관이 요청하는 사항’도 보고 대상이다. 이창민 변호사(민변 10·29 참사 대응 태스크포스 공동간사)는 “지휘규칙에 따라 이상민 장관에게 실질적인 지휘권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라며 “치안 안전 계획의 보고를 경찰청장에게 요청할 수 있었지만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 노조가 지난 11월 15일 이상민 장관을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한 건도 특수본이 행안부를 대상으로 한 수사에 길을 틀 수 있게 했다. 특수본은 고발에 따라 이 장관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다만 이 장관은 일반적인 형사 절차에 따라 형식적으로 피의자 신분이 됐다. 특수본이 이 장관까지 수사를 뻗어나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윤 대통령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장관에게 신임을 보내는 상황이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오른팔’이라 불릴 정도로 최측근이다. 특수본이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 장관이 사실상의 경찰 인사권을 쥐고 있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 장관에게 칼날을 들이댔다가 향후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지난 11월 15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행안부와 경찰을 연결하는 끈은 전혀 없다”라며 지휘·감독 권한에 재차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유일한 끈이라는 것은 경찰 고위직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인사제청권이 유일하다”고 했다. 이 장관이 언급한 인사제청권은 경찰을 통제·장악할 수 있는 막강한 수단이다. 이 장관은 지난 8월 경찰국을 신설하면서 총경 이상(경정부터 대상)의 인사제청권을 실질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경찰청장이 인사안을 추천하면 행안부 장관을 경유해 대통령이 최종 결정했다. 이 장관은 이렇게 형식에 그쳤던 제청권을 제대로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찰청장의 인사추천권을 무력화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행안부 장관은 실질적인 경찰 인사권을 가짐으로써 경찰 조직을 장악할 수 있다. 이 장관도 당시 “추천권과 제청권은 차원이 다르다. 추천권과 다르게 제청해도 아무 상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권 치안’에 치중한 결과 이런 행안부 장관의 인사권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맞물려 이태원 참사 발생에 영향을 끼쳤다는 말도 경찰 안팎에서 나온다. 이태원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가 대통령실 주변 경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상대적으로 민생 치안을 다룰 여력이 줄었다는 해석이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당일 대통령실 앞에서 개최된 집회·시위 현장에 나가 있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이 왔다 갔다 하는 게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앞 집회가 없었다면 그 경찰들이 이태원으로 갔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서장도 지난 11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대통령실 이전 때문에 업무 부담이 과중된 것 아니냐’는 질의에 “경호나 경비 쪽은 (부담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거기에 맞춰 인원이 보충됐다. 현장에서는 그러나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생 현안보다 경비에 집중했던 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특정 업무에만 집중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시 집회·시위가 있었고 현장 대처를 분명히 하라는 지령이 있었다”고 했다. 행안부가 경찰국을 신설하면서 인사제청권을 실질화한다고 발표했을 때, 일선 경찰들이 민생보다는 정권을 위한 치안에 더 신경쓸 것이란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태원 참사를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일선 경찰관의 말이다. “경찰국 설치할 때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경찰들이 많아질 것이란 말이 많았다. 대통령 행사와 일반시민 행사가 있다면 경비 인력을 대통령 행사에 더 많이 배치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행사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큰일이 나는 것이다. 인사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정권 차원에서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걸 떠나서 일선 경찰들은 알게 모르게 눈치를 본다. 경찰이 과거로 회귀하면서 ‘후진국형 참사’가 발생했다고 본다.” 민주당 등 야당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마약과의 전쟁’도 참사 원인으로 지목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21일 경찰의날 행사에서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달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 마약 단속을 위한 형사 52명이 투입됐다. 검거 실적은 ‘0건’이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 조직에서 아랫사람들은 윗사람들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안다. 대통령이 마약을 언급한 이상 마약검거 실적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1월 7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질서 유지가 아니라 다른 쪽에 생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의에 “마약 쪽에 상당한 비중을 뒀던 건 맞다”고 밝혔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니 다른 업무를 제치고 마약범죄에만 집중한 것 아니냐’는 질의엔 “마약 관련 범죄 예방 활동에 형사들이 투입된 건 제 지시에 의한 게 맞다”라고 했다. 용산경찰서가 2017년부터 올해까지 작성한 핼러윈 관련 치안대책을 담은 계획 문건 가운데 ‘마약’을 언급한 건 올해가 유일하다. 다만 “서울경찰청은 지난 7월부터 마약 특별 단속을 시작했다”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대통령실 이전과 마약이 이번 참사와 연결된다는 지적을 두고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박하는 상황이다.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지난 11월 17일 압수수색을 진행한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관리본부 앞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연합뉴스 사전 위험성 충분히 예측 가능 이 장관을 제외하고 지난 11월 17일까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입건한 인물은 7명이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참사 당일 상황관리관),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경정) 및 정보계장(경감·사망), 해밀톤호텔 대표 등이다. 류 전 과장을 제외한 6명의 주된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다. 이태원 참사 발생 전 안전사고의 위험을 인식하고도 대책을 수립·이행하지 않는 등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혐의다. 사전에 위험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이와 관련한 여러 정황은 이미 나온 상태다. 우선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압사’ 등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는 내용의 112신고가 11차례나 접수됐다. 또 용산경찰서 정보과는 참사 사흘 전 “핼러윈 기간 대규모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취지의 정보보고서를 작성해 내부망에 올렸다. 해당 보고서는 참사 이후 삭제됐다. 특수본은 삭제 경위가 석연찮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용산경찰서는 2020년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사고에 대비하면서 압사 발생도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됐다. 임호선 민주당 의원이 용산경찰서에서 제출받은 ‘2020년 핼러윈 데이 종합치안 대책’ 문건에는 “인구 밀집으로 인한 압사 및 추락 등 안전사고 상황 대비”, “112타격대 현장 출동해 PL(폴리스라인) 설치 및 현장 질서 유지”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올해 대책 문건에선 빠졌다. 용산경찰서가 올해 핼러윈을 앞두고 대규모 인파에 따른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투입을 요청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지난 11월 16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지원을 두차례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서울청이 당일 집회·시위가 많아서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이 왔었다”라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재차 검토했지만 집회·시위 대비 경력이 부족해 안 된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청장도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불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 이태원 참사 2주 전 같은 지역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 때는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지역 상인회 등이 사전에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해 362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용산구청 직원이 150명이었다. 이번 참사 당일 구청 직원은 8명뿐이었다. 안전관리 계획에는 ‘넘어짐 사고’에 대비하는 내용도 담겼다. 특수본은 용산구청에 이어 지난 11월 17일 서울시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자체의 부실 대응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취재 후]경찰복만 봐도 마음이 아팠던 사흘(2022. 11. 11 15:05)
2022. 11. 11 15:05 사회
핼러윈 참사 이후 월요일부터 사흘간 이태원을 찾았다. 한남동에서 버스를 갈아탈 때부터 마음이 가라앉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의 감식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감식이 끝난 뒤에도 출입 통제는 이어졌다. 애도의 공간이 된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발길을 돌렸다. 그곳에서 추모객을 만나 어떤 마음으로 왔는지, 사고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물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상가 앞 연석에 앉아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던 두 외국인 여성이 기억에 남는다. 무슨 사연인지 들어볼까 싶어 주변을 기웃거리다 결국 돌아섰다. 힘겹게 떠나보내는 중인 그들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둘 중 위로하는 쪽이었던 한 여성이 두 팔을 들어 항의했다. 그러자 한 남성은 자동차 뒤편에서 살짝 카메라만 내놓고 찍기도 했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까마귀 떼 같았다. 나 역시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씁쓸함이 들었다. 내내 애도와 취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둘째 날 만난 한 시민은 참사 당일 현장에 있었다고 했다.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도 봤다고 했다. 같이 있던 남편이 도와주려고 갔지만, 막상 하려니 무서워 못했다고 한다. 그는 “안 오면 마음이 더 아플 것 같아 왔다”고 말했다. 추모객 모두의 마음이 그랬으리라. 경찰복만 봐도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그날 왜 그렇게 허망하게 사람들을 잃었던 걸까. 윗선은 아래를 탓하고 있다. 정작 문제는 윗선에 있었다.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뒤에선 다른 행동을 한다. 아예 대놓고 무시하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원전업계가 전시상황이다.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려라”라고 일갈했다. 지난 10월 20일 SPC 사태를 두고선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라”라고 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업의 책임을 줄이려고 한다. ‘기업의 자율안전’을 강조하는 정부·여당의 태도는 참사 상황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왜 거기 갔냐”면서 “개인도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각자 알아서 안전하라고 국가가 요구한다. 국민은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취재 후
[주간 舌전]“경찰·소방 배치 문제는 아니었다”(2022. 11. 04 11:16)
2022. 11. 04 11:16 정치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이준헌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0월 30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원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국민 안전을 책임진 주무부처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장관은 11월 1일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장관이 뒤늦게 사과했지만 여당에서조차 비판이 쏟아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국가는 왜 존재하느냐”며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 비판했다. 이 장관의 발언 외에도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둘러싼 정부 주요 인사들의 실언과 사과가 이어졌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 11월 1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외신기자회견에서 “한국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던 중 통역 장비에 문제가 생기자 웃으며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뭐냐”고 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총리를 향해 “경악할 만한 장면을 봤다”며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 할 총리가 외신기자간담회를 하면서 농담을 했다. 농담할 자리냐”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 총리는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주간 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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