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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총 7 건 검색)

[이곳&이야기]공군박물관 한국 비행기 역사의 보고(2019. 03. 25 15:30)
2019. 03. 25 15:30 사회
ㆍ청주시 공군사관학교에 위치, 문화재로 지정된 항공기 4대 등 각종 물품 전시 “찾았다!” 2004년 1월 대구 경상공업고등학교. 한국항공학교가 폐교된 뒤 세워진 이 학교 지하창고에서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비행기 기체가 발견됐다. 오랫동안 방치돼 녹까지 슬어버린 기체에는 희미하게 ‘復活(부활)’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국산 1호 항공기 ‘부활호’가 40여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온 순간이다. 3월 14일 안태현 공군박물관장이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공군사관학교 공군박물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입구에 전시된 F-51D 비행기를 설명하고 있다. / 이삭 기자 부활호는 한국전쟁 직후 실의에 빠진 우리나라에 희망을 심어준 비행기다. 이 비행기가 만들어진 것은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랐던 1953년 6월. 우리나라 기술로 항공기를 만들자는 목표 아래 27명의 공군 정비사들이 모였다. 이들은 공군 사천기지의 허름한 막사에서 설계도를 제작했고, 미 공군기지를 샅샅이 뒤져 부품을 모았다. 같은 해 10월 11일 2시간의 시험비행에 성공한다. 당시 공군의 훈련기였던 L-16 연락기의 엔진과 프로펠러 등을 사용했지만 비행기의 70%를 차지하는 동체와 날개 등은 우리 기술로 설계·제작됐다. 4기통 엔진을 가진 이 비행기의 최고 속도는 시속 180㎞. 다른 나라가 개발한 비행기보다 성능은 떨어졌지만 당시 국내 기술로는 획기적이었다. 이듬해인 1954년 4월 이 비행기는 부활호라는 이름을 달았다. 부활호가 하늘을 비행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활호는 빠르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비행성능이 타국에서 개발한 비행기보다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1960년 한국항공학교로 보내진 부활호는 정비실습용으로 활용되다 자취를 감췄다. 3월 14일 안태현 공군박물관장이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공군사관학교 공군박물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입구에 전시된 F-51D 비행기를 설명하고 있다. / 이삭 기자 공군 염원 이룬 국산 1호 항공기 ‘부활호’ 2004년 10월 이 비행기는 50년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부활’했다. 2008년에는 ‘등록문화재 제411호’로 지정됐다. 안태현 공군박물관 관장은 “광복군이자 공군 창설의 주역인 최용덕 장군(1898~1969)은 ‘우리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는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며 “성능으로 인해 활약한 기간은 짧았지만 부활호는 최 장군과 공군의 염원을 이뤄준 소중한 기체”라고 설명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공군사관학교 공군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보관돼 있는 L-4연락기. 우리나라 최초 항공기로 등록문화재 제462호다. / 이삭 기자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공군사관학교의 공군박물관에 가면 부활호처럼 한국전쟁 전후를 기점으로 활약한 4대의 비행기를 볼 수 있다. 모두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부활호가 전후 바닥으로 떨어진 우리나라의 자존심을 세워줬다면 F-51D 무스탕은 한국전쟁에서 우리를 지켜준 비행기다. 이 비행기는 공군이 최초로 도입한 전투기이기도 하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이 시작됐을 때 우리나라에는 전투기가 없었다. 미군으로부터 받은 연락기와 훈련기 20여대가 전부였다. 무서운 기세로 남하하는 북한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공군사관학교 공군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보관돼 있는 국산 1호 항공기 ‘부활호’(등록문화재 제411호). / 이삭 기자 공군 소속의 F-51D가 전장에 등장한 것은 전쟁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난 7월 3일이다. 안태현 관장은 “전쟁 발발 다음 날인 6월 26일 10명의 공군 조종사들이 일본의 미국 공군기지에 파견돼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며 “짧은 훈련을 마친 이들은 7월 2일 10대의 F-51D를 몰고 대한해협을 건너 다음 날 바로 전투에 나섰다”고 말했다. 공군에서는 7월 3일을 ‘조종사의 날’로 정해 이들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전쟁 초기 10대에 불과했던 공군의 F-51D는 전쟁 기간 동안 133대까지 늘어났다. 전장에 출격한 횟수는 8500여 차례나 된다. 1952년 1월 15일에는 유엔군 공군이 500차례나 실패했던 평양 승호리 철교 차단작전에 성공해 북한군의 보급로를 끊기도 했다. 1953년 공군 정비사들이 공군 사천기지에서 국산 1호 항공기인 ‘부활호’를 제작하고 있다. / 공군사관학교 제공 한국전쟁 때 맹활약한 F-51D 무스탕 공군박물관 F-51D 기체에 새겨진 ‘信念의 鳥人(신념의 조인)’이라는 문구는 공군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국 공군의 조종교관으로 참전한 미군 딘 헤스 대령(1917~2015)의 좌우명인 ‘By faith, I fly(나는 신념으로 하늘을 난다)’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헤스 대령은 자신의 좌우명이 새겨진 우리 공군의 F-51D를 타고 250차례나 출격해 북한군을 격파했다. 또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돌봐 ‘전쟁고아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에 남겨진 F-51D는 모두 2대로 공군박물관과 용산 전쟁기념관에 각각 보관돼 있다. 2016년 10월 20일 등록문화재 제666호로 지정됐다. 한국전쟁 초기 전투기가 투입되기 전 전투능력이 없었던 연락기와 훈련기도 전장에 나선다. F-51D의 뒤를 이어 등록문화재 제667호로 이름을 올린 것은 T-6 건국기다. 광복 후 자본이 없었던 우리나라가 10대의 T-6 건국기를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 도움 덕택이었다. 미국에 비행기 원조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우리나라 정부는 1949년 9월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학생, 회사원 등 각계각층이 모금에 참여해 목표액인 2억원을 훨씬 뛰어넘은 3억5000만원을 모금했고, 캐나다에서 T-6 10대를 구입했다. 이 비행기는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한 2인승 훈련기였지만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전장에 투입됐다. 별다른 무기가 없었기 때문에 뒤에 탑승한 조종사가 수류탄 등의 폭탄을 품에 안고 있다가 저공비행하며 수류탄을 투하하는 방법으로 북한군에 피해를 줬다. 등록문화재 제462호인 L-4 연락기도 T-6 건국기와 같은 방법으로 전투에 참전했다. 이 비행기는 1948년 9월 공군의 전신인 육군항공대가 미 육군 7사단 항공대로부터 인수한 항공기다. 최고 시속 137㎞, 순항 시속 74㎞인 2인승 경비행기로 비행속도가 자동차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쟁 초기에 적진을 비행하며 폭탄을 투하했고, 전투기가 도입된 이후에는 정찰기로 활약했다. 안 관장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4대의 비행기들은 공군 역사는 물론 우리나라 항공 발전에 기념비적인 문화재들”이라고 말했다. 1985년 문을 연 공군박물관에는 항공기류, 총포류, 장비류 등 1000점의 물품이 전시돼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매주 수요일에 문을 닫는다. 이 곳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2주 전 예약이 필요하다.
이곳&이야기
[한국군 코멘터리]한국 공군 시범비행, ‘미국의 태클’ 속내는(2014. 11. 10 17:42)
2014. 11. 10 17:42 정치
미국이 무기 수출도 아닌 시범비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부쩍 가까워지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자 경고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오는 11~16일 중국 광둥성 주하이(珠海)시 에어쇼 센터에서는 주하이 국제 에어쇼가 열린다.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중국의 대표적인 에어쇼다. 주하이 에어쇼는 그동안 최신형 무인기와 공격헬기 등 상당수 신무기가 최초로 공개돼 왔다는 점에서 올해도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스위스, 러시아 등 27개국의 공군 고위 관계자가 참관하는 것만 봐도 그 어느 때보다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세계 5대 에어쇼의 반열에 들어선 주하이 국제 에어쇼에는 세계 항공·우주업계 선두 업체인 보잉과 에어버스 등으로 대표되는 에어쇼 ‘단골 고객’은 물론 41개 국가와 지역의 700개 메이커가 참가한다. ‘블랙이글’ 항공기. | 연합뉴스 그런데 이 주하이 에어쇼에 한국 공군의 특수 비행팀 ‘블랙이글’이 참가하기로 했다가 미국 정부의 ‘태클’로 계획이 무산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미국이 블랙이글 기종인 T-50의 주요 기술이 노출될 수 있다면서 참가 반대의사를 전달하자 한국 정부가 에어쇼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블랙이글의 에어쇼 참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에어쇼에는 중국, 러시아, 아랍에미리트의 3개 특수 비행팀만이 축하공연을 하게 됐다. ‘블랙이글’의 에어쇼 불참은 이미 여러 차례 중국과 합의한 사안을 뒤늦게 뒤집었다는 점에서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블랙이글’ 참가 취소로 국제적 망신 공군은 블랙이글의 정비와 급유 등을 지원하기 위해 C-130 항공기 3대와 90여명의 인력까지 파견한다는 임무계획을 세워놓았는데 모든 게 헛일이 됐다. 앞서 블랙이글의 주하이 에어쇼 참가를 위해 방위력개선비 명목으로 30여억원의 방위사업청 예산까지 이미 편성해놓은 상태였다. 블랙이글 요원들의 출장비와 숙식비가 모자랄 경우 이를 방위사업청의 ‘긴요예산’으로 편성해서 최우선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침도 있었다. 블랙이글의 유명 국제 에어쇼에서의 기량 발휘는 국가 이미지 개선은 물론 수출 홍보효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차원의 배려였다. 실제로 블랙이글은 한국 공군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면서 T-50의 해외수출을 위한 전략적 도구 역할까지 하고 있다. T-50은 경제적 부가가치와 새로운 수출상품으로서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T-50 기종은 이미 인도네시아에 16대를 수출하기로 해 한국을 항공기 수출국 대열에 올려놓았다. T-50은 1대당 수출단가가 250억원 정도로, 50만원 가격의 휴대폰 5만대, 중형 승용차 1250대를 수출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최첨단의 과학기술제품으로서 T-50은 중량(㎏)당 가격이 자동차의 440배에 달한다. 미국은 블랙이글의 주하이 에어쇼 참가 반대의 근거로 자국의 무기수출통제법과 국제무기거래규정 등 관련 규정을 들었다. 미국의 ‘수출승인’(EL) 규정에 따라 T-50을 수출하려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적성국에 비행해 들어갈 때도 미국의 양해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측은 외국 정부 인원들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행위, 즉 시연도 수출행위로 간주한다는 항목을 중국 에어쇼 참가 반대의 명목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1989년 천안문 사건 이후 중국을 무기 수출과 국제 무기거래 규제대상으로 분류해놓고 있다. 당초 블랙이글의 중국 에어쇼 참가는 한·중 양국간 국방 교류·협력 확대 차원에서 추진된 사안이었다. 한·중 양국 국방부는 지난 1월 서울에서 열린 국방정책실무회의를 통해 블랙이글의 중국 에어쇼 참여를 추진키로 한 데 이어, 지난 7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국방전략대화에서 최종 합의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10월 1일 성남공항에서 열린 건군 6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공군 블랙이글스팀이 에어쇼를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 문제는 블랙이글이 타는 기종인 T-50B 8대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공동개발해 생산한 제품이라는 점이다. 록히드마틴은 전투기의 핵심 성능인 레이더 등 항전장비 관련 기술을 한국 측에 이전했다. T-50B는 KAI가 록히드마틴의 기술지원으로 제작한 초음속 국산 훈련기 T-50에 공연용 연기발생장치(스모그)를 장착하는 등 곡예비행에 맞게 특수비행용으로 개조한 항공기다. 지난달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가한 가운데 전력화 행사를 개최한 FA-50은 T-50을 개량한 전술입문기 TA-50을 경공격기로 개량·발전시킨 기종이다. 시연도 수출로 간주, 참가반대 명목으로 미측은 “T-50에는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날개와 비행 제어장치, 전자장비 부품 등 미국의 일부 핵심 기술이 포함되어 있어 국외 전개 때 미국 무기수출통제법, 국제무기거래규정 등 관련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에어쇼 참가로 T-50 기종의 각종 제원이 노출되고 기술 유출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이 이번 에어쇼에 군용수송기 C-17을 선보일 예정인 것만 봐도 그렇다. 공군 특수비행팀이 미국의 ‘딴죽 걸기’로 해외 에어쇼에 참가하지 못한 사례는 이번 주하이 에어쇼가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블랙이글 조종사들은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도 해외 에어쇼에 가면 다른 나라 항공기 뒷자리에 앉아서 비행체험만 해야 했다. 과거 블랙이글 기종으로 사용하던 ‘A-37B’ 역시 미국산으로 허가 없이 분해나 조립을 할 수 없어 에어쇼 참가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기체의 장거리 수송을 위해서는 분해와 조립을 해야 하는데, 이런 작업을 미측이 원천 봉쇄한 것이다. 미국이 무기 수출도 아닌 시범비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부쩍 가까워지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자 경고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간 교류를 확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에어쇼 참가를 적극 추진해 왔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 국무부 법률팀이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왔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미국 전투기도 중국에 전개된 사례 등을 들면서 해명을 요구하는 항의성 메일을 보냈지만 결국 제동이 걸렸다. 이런 배경에서 이번 블랙이글의 주하이 에어쇼 참가 불허는 한·중 국방 교류와 협력에 대한 미국의 ‘경고 신호’라는 확대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군사과학원의 셰융량(謝永亮) 박사는 지난 4일 신경보(新京報)에 기고한 ‘왜 미국은 중간에서 주하이 국제 에어쇼를 방해하는가?’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비밀 누설’이라는 이유로 블랙이글이 불참하는 것은 억지라고 꼬집었다. 미국이 T-50의 참가를 방해한 것은 갈수록 긴밀해지는 한·중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 방위사업의 핵심 기술과 부품의 국산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화력, 탄약, 기동, 항공 등 모두 11개 분야별 국산화율은 평균 63.2% 정도다. 그 중에서도 항공분야는 40.3%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T-50의 국산화율은 71%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핵심 원천기술을 미국 록히드마틴이 보유하고 있어 꼼짝없이 미측의 요구대로 블랙이글의 주하이 에어쇼 불참을 선언해야 했다.
한국군 코멘터리
[렌즈로 본 세상]한·미 공군 훈련장 ‘직도의 비명’(2014. 10. 27 18:44)
2014. 10. 27 18:44 정치
군산항에서 배를 타고 한참을 나가면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섬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직도입니다. 주말이면 육지 낚시꾼들이 월척을 꿈꾸며 몰리기도 하는 외딴섬이죠. 며칠 전 기자가 탄 배가 우연히 이 섬 부근을 지날 때였습니다. 갑자기 요란한 굉음과 함께 불꽃과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깜짝 놀라 연유를 알아보니 이 섬이 평일이면 한국군과 미군의 공군기들이 사격연습을 하는 무시무시한 섬이라고 하더군요. 지난 2월 5일 미군의 핵전략폭격기인 B-52가 폭격훈련을 한 곳도 바로 이 섬이었습니다. 강력한 폭발음에 바닷물이 수십m나 솟구치는 장면을 가까이에서 목격하니 씁쓸한 느낌을 떨칠 수 없습니다. 사격훈련이 필요없는, 그래서 이 섬이 예전처럼 평화로운 섬으로 살아갈 날은 언제쯤 올까요.
렌즈로 본 세상
[한국군 코멘터리]공군전투기 F-15K 지고 KF-16 뜬다(2014. 08. 04 18:08)
2014. 08. 04 18:08 정치
한국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인 F-15K가 주력기의 위상을 KF-16에 다시 넘겨주고,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6 전투기에게는 전략 무기 지위를 넘겨줄 위기에 처했다. 한국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최신예 전투기 F-15K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대당 1000억~1200억여원에 달하는 F-15K는 외견상으로만 보면 대한민국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전투기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F-15K의 위상은 시간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오히려 하이급 F15-K의 전진 배치로 역할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KF-16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하는 KF-16 성능개량 및 정비 관리사업 때문이다. 최신예 전투기 F-15K 전력화 기념행사에서 전투기가 활주로에 내려앉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정부는 KF-16 개량사업을 통해 2020년쯤까지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KF-16 전투기 내부의 임무컴퓨터를 최신 장비로 교체하고, 레이더를 F-15K에도 장착되지 않은 다기능위상배열레이더(AESA)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70도에 불과한 레이더의 탐지각이 100~120도까지 넓어지는 데다 더 멀리 볼 수 있다. KF-16은 또 개량사업을 통해 전술 데이터 링크의 표준인 링크 16(Link-16)으로 연계돼 함정 및 지상군과 함께 거의 실시간으로 전술사진을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지상군 및 해상 전력과의 합동작전 능력이 크게 확장되는 것이다. 가동률 역시 크게 향상된다. KF-16의 높아진 위상은 다음달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다국적 연합훈련인 ‘레드 플래그’ 훈련에 공군이 KF-16을 파견하기로 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F-15K 6대가 대구기지를 이륙해 7220여㎞를 비행해 알래스카 미 공군기지까지 갔다. F-15K는 알래스카 기지로 가는 동안 미 공군 공중급유기로부터 7차례 공중급유를 받았다. 군당국이 F-15K가 아닌 KF-16의 레드 플래그 훈련 참가를 결정한 것은 향후 수십년 동안 성능개량 사업을 통해 KF-16이 공군의 주력기 역할을 하게 되는 한반도 전장 환경을 고려한 때문이다. KF-16이 알래스카까지 비행할 수 있는 것은 비행 중인 전투기에 연료를 보급할 수 있는 공중급유기 덕분이다. 군의 계획대로라면 한국 공군은 2017~2019년 공중급유기 4대를 도입하게 된다. 1조원대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진 공중급유기 기종으로는 에어버스 밀리터리의 A330 MRTT와 보잉의 KC-46A 등이 꼽힌다. 공중급유기로 KF-16 작전능력 커져 공중급유기의 도움이 있으면 KF-16의 작전시간이 한 시간 이상 늘어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불필요한 비상연료 대신 무장을 추가로 탑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KF-16 전투기에 연료를 가득 채우고 충주의 전투비행단에서 이륙하면 교전을 전제로 할 경우 독도에서는 10여분, 이어도에서는 5분가량만 작전을 벌일 수 있다. 대구에서 이륙하는 F-15K가 324㎞ 떨어진 독도에서는 30여분, 527㎞ 떨어진 이어도에서는 20여분 작전을 진행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열악한 작전 환경이다. 하지만 공중급유기의 연료 공급을 받을 수 있게 되면 KF-16의 작전 거리 능력은 F-15K와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필요하다면 24시간 작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군은 현재 F-15K 60대와 KF-16(F-16 포함) 17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공중급유 지원을 받게 되면 군은 구태여 F-15K를 독도나 먼 지역 작전에 우선적으로 보낼 필요가 없게 된다. 공군은 유사시 AESA 레이더를 장착해 더 멀리 볼 수 있게 된 KF-16을 빨리 이륙시켜 발빠른 대응을 한 후 최대 무장 탑재량이 2만3000파운드에 달하는 F-15K로 전략 목표를 폭격하면 된다. 한국 공군 중추 전력에서 틈새 전력으로 군은 한국형전투기(KF-X)의 형상을 2개의 엔진이 장착되는 C-103으로 최근 확정했다. KF-X 사업은 2025년부터 국산 전투기 120대를 만들어 노후 기종인 F-4, F-5를 대체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 20조원의 국내 단일규모 최대의 무기도입 사업이다. 쌍방 엔진 전투기이면 2000파운드(약 907㎏) 이상 중무장을 할 수 없는 단발 엔진에 비해 무장능력이 크게 높아진다. 이는 군의 유사시 작전에서 F-15K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군의 공중급유기가 서해 상공에서 공군의 F-15K 전투기에 공중급유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게다가 F-15K는 60대 3개 대대 전력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못하고 KF-16을 보완하는 성격이 돼버린 감이 있다. 군이 차세대 전략기로 F-36 스텔스 전투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더 이상 주문 물량이 없어 F-15K는 앞으로 단종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부품 조달이 힘들어진다. 4년 전에도 F-15K는 수리 부품이 모자라 10대 가운데 1.4대꼴로 ‘비행 열외’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수리 부품이 모자라서 같은 기종의 고장난 전투기에서 필요한 부품을 빼내어 임시방편으로 돌려막기(동류 전용)를 하기도 했다. F-15K를 생산하는 보잉사는 생산이 중단될 경우를 전제로 향후 30년간 사용할 부품을 미리 주문할 것을 한국 공군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인 F-15K가 주력기의 위상을 KF-16에 다시 넘겨주고,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6 전투기에는 전략무기 지위를 넘겨줄 위기에 처하면서 F-15K 조종사들의 사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본토에서 시제기를 넘겨받아 태평양을 넘어 비행했던 조종사들 상당수는 이미 전역한 상태다. 군 관계자는 “F-15K는 대구의 11전투비행단에서만 운영하다 보니 조종사들이 11전비 소속 3개 비행대대 내에서 다람쥐 쳇바퀴식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가 돼버렸다”며 “게다가 이들이 갈 정책이나 사업부서도 마땅히 없다 보니 전역한 사례가 꽤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해군에서 전략무기인 잠수함을 도입했을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해군이 209급 잠수함을 처음으로 들여왔을 때는 해군 내 최고 엘리트 장교들이 잠수함 근무를 지원했지만 나중에는 열악한 수중 근무환경과 낮은 장군 진출률이 겹쳐 지원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군은 F-15K를 공군기지 여러 곳에 순환배치하는 방식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등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응해 정부가 제주도 서남방 이어도 및 거제도 남방의 홍도 상공까지 새로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확대 선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공중급유기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공군은 미확인 항공기가 이어도 남방 236㎞ 지점에 접근할 경우 탐지·경고 절차를 거쳐 대응 출격해야 한다. 현재 이어도 수역까지 작전 가능한 기종은 두 개의 엔진이 탑재돼 비행거리가 긴 F-15K뿐이다. 이제 마지막 4세대 전투기인 F-15K는 한국 공군의 ‘중추 전력’이라기보다는 향후 KF-16과 F-35의 ‘틈새 전력’으로 분류되는 게 아닌가 싶다.
한국군 코멘터리
[포커스]4대강 여파, 공군훈련까지 ‘범람’
[포커스]4대강 여파, 공군훈련까지 ‘범람’(2010. 05. 19 15:22)
2010. 05. 19 15:22 정치
ㆍ하천 준설토량 사격장 안전구역에 적치키로… 실제 폭탄투하훈련 주중 사흘로 줄어 덤프 트럭들이 공군 낙동사격장(경북 상주)의 안전구역을 연거푸 드나들고 있다. 낙동강에서 파낸 자갈과 모래를 실은 덤프 트럭들이 낙동사격장 인근 지역으로 와서 준설토를 쌓아 놓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육중한 중장비 기계 소리는 공군 여주사격장(경기 여주) 주변에서도 들리고 있다. 불도저들이 남한강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여주사격장 인근 지역에서 성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국토해양부가 국방부에 보낸 ‘4대강(낙동강) 상주시 구간 하천준설토 처리장 사용 협조 요청서’, 국방부가 국토부에 보낸 ‘4대강 하천 준설토 처리 사용 협조 요청서’에 대한 불가 검토 의견서, 공군본부가 국방부에 보낸 ‘낙동강 사업내 작업방안 검토 결과 통보서’(매주 연속 나흘 작업안을 수용한다는 내용). 우리나라에 단 두 곳밖에 없는 공군 공대지 사격장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이들 사격장은 폭탄투하연습으로 인한 소음과 오폭 등으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곳이다. 공군 사격장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 4대강 사업을 위해 정부는 그동안 군의 부정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계속 설득시켜 결국 공군과 최근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준설토 적치사업 합의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드러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낙동강 사격장 준설토 적치 문제와 관련해 국토해양부와 공군이 장기간에 걸쳐 힘겨루기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토부는 처음에는 낙동사격장 부지에 준설토를 적치하려 했다가 공군의 반대에 부닥치자 대신 사격장 주위의 안전구역을 적치장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22일 국방부에 ‘4대강 하천 준설토량 처리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내 공군 낙동사격장 부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국토부는 낙동강에서 발생한 골재·모래 등 준설토 1900만㎥를 사격장 부지에 적치하겠다는 것이었다. 공군은 낙동사격장을 상주시로부터 국유지 사용 허가를 받고 사격장으로 운영해 왔다. 지난해부터 국토부서 계속 요구 공군본부는 7월 3일 검토 끝에 4대강 사업 준설토 적치장으로 낙동사격장 사용이 불가함을 국토부에 통보했다. 우선 낙동사격장 부지를 준설토 적치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공군 측은 불가 이유로 ▲조종사는 정확한 사격술을 익히고 유지하기 위해 매일(휴일과 비비행일 제외) 사격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는 점 ▲성토 작업이 이뤄질 경우 정상적인 사격훈련이 불가능하다는 점 ▲성토작업 기간 사격훈련 제한에 따라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위한 조종사 기량 유지에 문제점 발생이 예상된다는 점 ▲ 사격 훈련시 발생하는 폐탄 수거 및 정상적인 환경관리 업무 수행 등이 곤란하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했다. 공군은 매입해 사용해 온 낙동사격장 주위의 안전구역 부지를 준설토 적치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부했다. 공군 측은 거절 이유로 항공기 사격훈련 중 안전을 고려해 안전구역 내 작업 인원 및 장비 등의 출입이 불가하다는 점과 주민들의 생계 수단인 영농이 불가함에 따라 민원 발생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었다. 공군은 지난 10여 년 동안 사격장 주위의 부지 255만3997㎡(77만여 평)를 매입해 안전구역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무마하기 위해 안전구역 내에서 농작물을 경작하도록 허용해 왔다. 이와 함께 공군 측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하천 준설, 도로 정비 등 낙동사격장 주변을 정비할 때에도 낙동사격장을 계속적으로 운영하는 여건 보장이 필요하다”고 국토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국토부는 국방부, 공군, 상주시 관계자 등과 수차례 협의를 갖고 결국 낙동사격장 사용을 약속받았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21일 국방부(공군)로부터 낙동사격장 안전구역을 준설토 적치장으로 사용하라는 내용의 조건부 동의를 얻어냈다. 공군은 허가 조건으로 안전구역 부지를 준설토 적치장으로 사용하는 시간을 사격훈련이 없는 주말, 휴일, 평일 야간 등으로 못 박는 한편 이 지역 농민들에 대한 영농 보상 및 민원 해결도 요청했다. 4대강 사업 맞추기 위해 시간 늘려 그러나 준설토 적치 사업을 주말, 휴일, 평일 야간에만 진행할 경우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완공 목표로 내세운 2011년 말 이후인 2012년이 되어서야 공사가 완료된다는 것을 국토부는 깨달았다. 낙동사격장 주변 준설 예정지 및 준설토 적치장 현황. 이에 따라 국토부는 4대강 사업 기간을 2011년 12월까지 맞추기 위해 공군에 다시 공사 시간의 제한을 두지 말 것을 요구했다. 4대강 사업을 완료하기 위해 ‘속도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산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공군에 ▲매주 나흘 연속작업(1안) ▲매월 16일간 연속작업(2안) ▲갈수기(매월 16일간 집중작업), 우기(매주 나흘 또는 이틀 분산작업) 작업(3안) 등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공군은 결국 1안을 수용했다. 낙동사격장 내 안전구역에서 4대강 사업이 매주 목요일 밤 10시부터 그 다음주 화요일 오전 8시까지 하기로 최종 결정된 것. 이렇게 공사가 진행될 경우 올해 2월 5일부터 2011년 10월 31일까지 21개월 동안 작업이 진행된다. 그 대신 공군은 이 기간에 실제로 폭탄을 투하하지 않는 연습사격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기존의 낙동사격장은 매일 F-15K, (K)F-16, F-4, F-5 기종이 폭탄투하 훈련과 연습훈련(비투하 훈련) 등 평일에 130분 이상씩 해 왔으나 4대강 사업으로 실제 폭탄투하 훈련은 주중 사흘로 제한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준설토를 사격장 인근에 적치하기로 한 것은 준설 지역과 거리가 가까운데다 비용문제를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면서 “공군 측과 여러 번 실무협의를 한 끝에 서로 양보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4대강 사업의 준설토 적치장으로 공군 사격장 안전구역을 사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안보불감증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비판하고 있다. 안규백 의원은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군이 매너리즘에 빠졌다’며 군 기강 해이와 대비태세의 문제점을 질타했었다”면서 “군사력 증강에 앞장서야 할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위해 공군을 이용하려 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공군 중령 출신인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은 “우리나라에 공군사격장이 부족해서 부대마다 서로 좋은 시간대에 사용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우리 공군이 북한 공군보다 앞서는 이유는 실전감각에서 우월하기 때문인데 실제훈련 시간이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군 측은 “컴퓨터 시스템을 통한 연습훈련은 실제로 주 닷새 동안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조종사 기량 유지에는 지장이 없다”고 해명했다.
[유성문의 길]공군 제314방공관제대대 황병산의 눈(2008. 01. 15)
2008. 01. 15 문화/과학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친구들아 군대 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 않게/ 열차시간 다가올 때 두 손 잡던 뜨거움/ 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 장 고이 접어 보네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 김광석 ‘이등병의 편지’ 겨우내 황병산 관제대대는 눈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 많을 때는 30cm가 넘는 폭설도 예사고, 내린 눈 위에 또 눈이 내려 덮이니 무릎까지 차는 눈에 갇히기 일쑤다. 1400m 황병산 고지. 산 아래서 차를 타고 올라도 40분은 너끈히 걸리는데, 아무리 사륜구동차라 하더라도 중턱을 넘어서부터는 평소에도 꼭 체인을 쳐야 한다.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산꼭대기 부대에까지 올려다 준 운전병 정찬용 상병은 이곳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는다고 했다. 지난해 겨울의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눈길 운전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고참들조차도 첫눈이 내린 후 눈길 지형을 익히는 데 적어도 일주일쯤은 허비해야 한다. 해마다 눈길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몇 번씩 헛되이 미끄러진 연후에야 비로소 눈길을 타고 다닌다. 그래도 다행히 올해 들어 아직까지 큰 눈은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대관령 일대에서도 가장 눈 많기로 유명한 황병산에서 눈을 피해가기란 애시당초 틀린 일이며, 갑자기 폭설이라도 닥치면 2~3일씩 두절되기도 하는 것이니 대비태세 만큼은 조금도 흐트러트릴 수 없다. ‘하늘 아래 첫 부대’ 공군 제314방공관제대대의 겨울은 적막하다. 사시사철 인적이 드문 곳이기도 하지만 한겨울이면 모든 소리가 눈에 빨려들어 더욱 적막하다. 그 적막 속에서 장병들이 우리 영공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비록 공군이면서도 비행기라고는 멀리 하늘을 나는 것밖에 볼 수 없는 처지기는 하지만 그 자부심만큼은 결코 비행단 못지않다. 하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하늘을 지키는 ‘공군의 눈’이기 때문이다. 이곳 사이트에서 근무하는 장병 120여 명은 고산지대에서 근무하는 탓에 더욱 끈끈한 정으로 묶이어 산다. 단절된 환경 속에서 서로의 존재는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 절절함은 동료애를 넘어 두고 온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깊은 그리움과 사랑으로 이어진다. 저번에 할머니께 편지를 보냈는데 눈이 어두우셔서 제대로 읽기나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끔 아버지랑 같이 술도 마시게 되었지요. 그때마다 느끼는 건데, 저희 남매에게 엄하면서도 항상 당신의 권위보다 저희 의견을 들어주시고 저희의 가치관을 인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 어머니 없이 저희 남매 키우느라 많이 힘드셨을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도 많이 아팠는데,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남들보다 조금 더 열심히 하는 모습뿐이네요. 아버지! 어리기만 하던 제가 어느새 아버지보다 훌쩍 커버렸네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네요.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 휴가 때 함께 포장마차 가요. 할머니께도 안부 전해주시고요. 사랑합니다! 처음에 아들을 진주에 내려놓고 돌아오면서, 사실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선이 고운 아이라 군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고등학교 때 발목을 다친 적이 있어서 많이 걸으면 몸에 무리가 갈 텐데 훈련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 괜스레 어릴 적에 아버지가 일찍 떠난 것까지 걱정이 돼서 한시도 마음이 놓인 적이 없었습니다. … 제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을 위하여 생명을 바친 분들과 군인들을 생각하면, 이 땅의 귀함이 감동으로 흐릅니다. 아들이 멀리에서 군 복무를 하느라 한 번도 면회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아들을 훌륭한 성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준 점에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부대장님을 비롯한 부대원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아무쪼록 모두 건강하게 잘 생활하십시오! 지난해 1월 이곳으로 부임한 최증조 대대장은 대대원들에게 늘 ‘기본’을 강조한다. 방공관제기능의 자동화에 따라 관제기능보다는 공중감시레이더의 24시간 무중단 운영이 최대의 임무인 만큼 평소 대비태세의 만전을 기하는 데 있어 기본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기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대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래서 대대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항상 솔선수범하면서 고산지대라는 환경적 어려움을 함께 이겨나간다. 지난해 최 대대장은 큰 임무 하나를 무사히 치러냈다. 황병산에 있던 레이더 1기를 다른 지역으로 이관하는 레이더 이동전개작전이었다. 9개월에 걸친 준비 끝에 펼쳐진 작전에서도 안전이 가장 큰 문제였다. 꼬박 이틀이 걸린 악전고투 끝에 무사히 이동설치임무를 마친 후 그는 진땀 속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마치 자식과도 같았던 레이더를 시집 보낸 아쉬움이야 말할 것도 없고. 마침 이날 황병산 관제대대에는 신병 세 명이 새로 배속되어 왔다. 대학에서 반도체를 전공한 임승만, 행정을 전공한 김태주, 전기를 전공한 지창현 이병이다. TV 프로 ‘인간극장’에서 공군 부부의 사연을 보고 막연히 공군에 대한 선망을 키운 사병도 있었고, 그냥 친구 따라 입대한 사병도 있었다. 한 사병은 내성적인 성격 탓에 군 생활을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와 함께 남다른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배상호 병장의 눈길은 사뭇 들떠 있었다. 그는 이제 전역을 3개월 남짓 앞둔 말년병장이다. 그 역시 대학을 다니다 입대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전역이 코앞에 다가섰다. 그는 군대에 와서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때 마침 검열기간이 겹쳐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 이겨내고 전역 후 사회 복귀에 대한 부푼 꿈에 젖어 있다. 대학에서 생명화학을 전공한 그는 해외 유학을 다녀온 후 화장품을 개발하는 분야에 몸담는 것이 꿈이다. 2년여의 군대경력이 신병을 바라보는 눈길에 안쓰러움과 함께 따뜻한 토닥거림을 담게 한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나 역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다음 날 백두대간 위로 새로운 해가 장병들의 기상시간보다 더 늦게 떠올랐다. 기자와 함께 황병산 관제대대를 찾은 오산공군기지 관제단 소속 정기봉 소위는 여기 운영계장이자 학군 선배인 김욱현 대위와 함께 사위에 가득한 빛을 바라보며 새삼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냥 매일같이, 당연히 반복되는 줄로만 알았던 해뜸이 이토록 장엄한 것이었다니. 정 소위는 그 아름다움이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 잊혀지지 않도록 해주고 싶다고 했다. 자기의 작은 숨결 하나로, 청춘 하나로 그 아름다움을 지켜내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억누를 수 없는 감동으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고, 나는 또 다른 감동으로 그 순결한 ‘공군의 눈’을 바라보았다.
유성문의 길
[플래시]F-16 결함 해결문재경공군 원사(2004. 03. 18)
2004. 03. 18 사회
공군의 꽃인 조종사가 탄생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돈이 든다. 실력있는 조종사를 양성하려면 대략 10년의 세월이 걸린다. 이들을 양성하는 데 소요되는 돈만 하더라도 F-16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 87억원. 만약 이들이 자칫 잘못되기라도 하면 국가적으로 큰 손해다. 이것이 공군에서 조종사를 '특별대우'하는 이유다. 하지만 조종사의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전투기에 결함이 있어 비행이 불가능하다면 무용지물이다. F-16 전투기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94년. 그런데 국민의 주목을 받으며 차세대 전투기로 도입된 F-16이 여름이 되면 이상한 고장을 보였다. 비행 도중 갑자기 레이더가 꺼져버리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눈뜬 봉사' 가 되는 것. 그러니 조종사 는 아무리 중요한 임무를 맡았어도 이를 포기한 채 기지로 복귀해야만 한다. 이륙한 전투기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기지로 귀환하는 것은 엄청난 손해를 가져오는 일. 1백만~2백만원에 달하는 기름값은 물론이고, 정비를 위한 인력과 시간의 낭비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경 원사(43-제20 전투비행단 야전정비대대 난냉반장)가 이 문제를 해결한 '냉각기수분침투억제튜브'를 개발했다. 그리고 지난 2월 27일 공로를 인정받아 보국훈장을 받았다. 그가 처음 이 문제에 맞닥뜨린 것은 1996년 여름. 서너 시간씩 전투기에 매달려 부품을 검사해도 이상 원인은 물론 그 결함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상무'와 'OK' 사인이 무색할 정도로 전투기 고장은 반복됐다. 그는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1997년 여름, 습기가 많은 여름에 유독 이런 고장이 잦다는 것에 착안한 그는 수분이 주범 아닐까 생각했고, F-16전투기의 냉각조절기에 주목했다. 냉각조절기는 전투기가 비행할 때 발생하는 고열을 식히기 위해 차가운 공기를 공급하는 장치다. 하지만 그에게는 냉각조절기에 관한 자료가 없었다. 항공기를 제작한 미국의 록히드사가 기술이 노출될까봐 자료 제공을 꺼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나에 5백만원이 넘는 냉각조절기 부품을 무턱대고 분해해볼 수도 없었다. 그는 엑스레이를 찍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고 결국 이곳에 물방울이 들어가면 센서가 전자장비의 온도를 잘못 감지해 비행 도중에 레이더가 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어 그는 냉각조절기에 물이 들어가는 원인도 찾았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도관을 지나갈 때, 도관 표면에 만들 어진 물방울이 냉각조절기에 그대로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한여름에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면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그는 미국 제조사에 문제해결을 문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개조를 하면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한국 공군이 돈을 대면 우리가 연구를 해서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기후와 훈련 방법이 달라 우리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는 미국에는 필요하지 않은 연구였기 때문이다. 1999년의 일이다. 원인을 알면 해법은 있는 법. 1999년 5월, 그는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로 마음먹고 물방울이 냉각조절기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도관 안에 튜브를 수직으로 꽂아놓으면 표면의 물방울이 빨려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PET병을 잘라 도관을 만들고 '네임펜' 뚜껑을 잘라 튜브를 만들어 실험했다. 시간을 아끼려고 사무실에서 잠을 청했고, 밤늦게까지 모기에 물려가면서 작업을 강행했다. 늦은 밤 '오늘은 그만 하면 좋겠다'는 후배의 애절한 눈빛을 모질게 뿌리치기 수개월. 그는 수백번의 시행착오 끝에 문제를 해결할 알루미늄 튜브를 만들어냈다. 제작비 4,000~5,000원인 튜브 개발로 직접적인 예산 절감 효과는 연간 5천만원, 향후 30년간 15억원에 달한다. 정비인력과 시간, 그리고 만일에 발생할지도 모를 조종사 인명사고까지 감안하면 절감효과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알루미늄 튜브는 즉시 실험 비행에 사용됐다. 실험 결과 전과 같은 현상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제20전투비행단은 공군 군수사령부에 '튜브'에 대한 내용을 알렸고, 이 내용은 미국의 TCG(Technical Coordination Group-F-16 국제기술교류협회)로 전해졌다. TCG는 F-16기를 보유한 국가의 기술교류 모임으로 이곳에서 인정받지 못한 기술을 사용한 전투기는 이상작동이 나타나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TCG는 지난해 1월 22일 문 원사의 기술을 인정하는 문서를 보냈다. 제조회사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을 한국의 문 원사가 해결했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름같이 다습한 기후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 싱가포르도 이 기술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문 원사로 하여금 문제를 해결하게 한 것은 그가 가진 자긍심이다. 1994년 정부는 F-16기 도입을 위해 관련 정비사를 미국의 록히드사에 보내 정비기술을 배우게 했다. 그는 이 계획에 지원했고 난냉계통 선발 인원 두 명에 포함됐 다. 1997년 11월 미국에서 직접 기술을 배워온 그는 '내가 아니면 대한민국에서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으로 문제해결에 임했다. 그는 1979년 공군기술학교에 입학, 3년 동안 정비기술을 배워 기체정비 특기를 부여받았다. 현장에서 F-4기와 F-5기 기체 정비를 담당하던 그는 1992년 공군전투정비지원평가에 참가, 최우수상인 참모총장상을 받았다. 그 뒤 전투기 정비에서 전문분야를 가지고 싶어 1994년 난냉분야를 지원해 도미, 관련기술을 배운 뒤 올해 2월 또다시 정비분야의 최고상인 보국훈장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공군기술학교를 졸업한 동기들은 군 복무 뒤 더 나은 대우를 찾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민간항공사로 진출했다. 하지만 문 원사는 이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두번에 걸친 최고상 수여로 군이 그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자신의 지식을 후배에게 쉽게 전하기 위해 파워포인트 등 컴퓨터를 공부하고 있다. 이렇듯 '바깥일'에 열심이니 가정에 소홀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는 올해 충남 서산의 명문고등학교에 입학한 큰딸을 볼 때면 고마움을 감출 수 없다.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도 마찬가지. 튜브개발로 그는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난냉계통 정비책임자인 그의 결정에 F-16 전투기의 비행이 좌우되기 때문에 그는 잠시도 편히 쉴 수 없다. 아침에 출근한 그의 일과는 전날 정비한 전투기가 비행하는 일정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투기가 활주로를 뜨는 순간까지 마음을 죄는 그는 전투기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밥을 넘기지 못한다. 그는 오늘도 이륙한 F-16기가 무사히 귀환하기 바라며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F-16 전투기는... 미국은 1970년대초 기동성이 좋은 미그기에 맞설 공대공 경전투기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1976년 12월 12월 F-16 1호기가 첫비행을 마치고 1979년 1월에 부대에 배치됐다. F-16기는 대형 중량전투기와 소형 경량전투기를 혼합한 형태로, 공대공 및 공대지 공격을 비롯해 공중정찰 등의 임무도 가능하다. F-16기는 1975년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등 나토 4개국에서 F-104기의 대체기로 348기를 도입했다. 현재는 1976년 160대를 도입한 이란 등 세계 16개국에서 운용중이다. 한국은 1986년부터 F-16기를 도입해 운용하다가 1991년 4월 차세대 전투기로 F-16 C/D형을 선정했다. C/D형은 항공전자장비 능력과 무장능력이 대폭 개선된 기종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6월 30일 KF-16기 1호기를 생산해 미국-벨기에-네덜란드-터키에 이어 F-16기를 생산하는 5번째 국가가 됐다. F-16기는 1980년 이스라엘 공군의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 폭격 때 두각을 드러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재급유 없이는 이라크 내의 목표물을 폭격할 수 있었다. 1982년에는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의 레바논 전투에서 A-4기와 F-4기를 격퇴하려고 출격한 미그-21/23기 44대를 격추하기도 했다. 1991년 걸프전에도 총 210대가 참가해 1만1천회를 출격했다. 한국 공군의 KF-16기는 앞으로 도입될 F-15기와 함께 영공을 지켜나갈 전략전투기 임무를 담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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