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22 건 검색)
-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직 사퇴…“고통받은 국민께 죄송”(2024. 12. 16 10:56)
- 2024. 12. 16 10:56 정치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월 16일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며 허리를 굽혀 사과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월 16일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고위원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돼 더 이상 당 대표로서 정상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어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하다”며 다시 한번 허리 숙여 인사했다. 한 대표는 “그런 마음을 생각하며 탄핵이 아닌 이 나라의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며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사퇴는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146일 만이다. 한 대표는 지난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밝혔지만,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전원 사의를 표명하면서 ‘한동훈 지도부’는 자동으로 해체 절차를 밟게 됐다. 한 대표가 이날 공식 사퇴함에 따라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
-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다음 탄핵표결 때는 찬성하겠다”(2024. 12. 10 13:29)
- 2024. 12. 10 13:29 정치
-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12월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의 사죄와 즉시 하야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2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2월 7일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비상계엄은 보수의 가치를 판단 기준으로 할 때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용인할 수 없는 절대적 잘못”이라며 “다른 변명이 있을 수 없다. 엄단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할 국가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깊이 사죄하는 마음으로 반헌법적·반민주적 비상계엄을 기획한 대통령에 대한 차회(다음 차례) 탄핵 표결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의 사죄와 즉시 하야를 촉구한다”며 “여당에도 진지한 잘못 인정과 대통령 탄핵 협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마음이 아프고 참담하지만 우리 잘못을 우리 손으로 결자해지한다는 마음으로 탄핵 참여와 반성이라는 도리를 다해야 한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보수의 가치를 기준 삼아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월 7일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때 반대 당론을 정했고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만이 표결에 참여했다. 김상욱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고 탄핵안은 의결 정족수 부족에 따른 표결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 한동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에 김상훈 의원 내정(2024. 08. 02 13:52)
- 2024. 08. 02 13:52 정치
-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으로 내정된 김상훈 의원이 8월 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월 2일 공석인 정책위의장에 대구 4선 중진인 김상훈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8월 1일 ‘친윤(친윤석열) 직계’인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사의를 밝혔다. 정책위의장의 임기는 1년으로 당헌상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 대표가 임명한다. 한 대표는 추경호 원내대표와 사전 협의를 거쳐 김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주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이 정책위의장에 추인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19대 총선부터 대구 서구에서 4연속 당선됐다. 행정고시(33회) 출신으로 대구시 공무원을 하다가 정계에 입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간사, 정치개혁특위 간사, 기획재정위원장을 지냈고, 초·재선 때 국토교통위에서 활동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았고 최근까지 당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장을 지냈다. 김 내정자는 “여야의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며 “당면한 민생 현안, 법안 처리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 ‘방송 4법’ 모두 국회 통과…국민의힘, 거부권 건의 방침(2024. 07. 30 09:49)
- 2024. 07. 30 09:49 정치
- 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 중 하나인 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7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 가운데 마지막 법안인 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로써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과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등 이른바 ‘방송 4법’이 모두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민의힘이 이들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5박 6일간 진행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도 종료됐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지난 7월 29일 오전 시작된 EBS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24시간 40분 만에 강제 종결했다. 토론 종결 직후 EBS법이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고 재석 189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해 표결에 불참했다. 방송 4법은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변경하는 내용,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7월 25일부터 방송 4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1개 법안마다 ‘법안 상정→필리버스터→강제 종결→야당 단독 처리’ 절차가 반복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개최한 방송 4법 강행 처리 규탄대회에서 “문재인 정권이 민주노총 언론노조와 한편이 돼 장악했던 공영방송을 영구적으로 민주당 손아귀에 쥐겠다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통령께 재의요구권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는 현행법에 따라 이사를 구성하고, 정권을 잃고 야당이 되니까 영구적 방송장악을 위해 친야권 노조 인사로 지배구조를 재편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며 “국민과 국가는 안중에 없이 오로지 방송장악에 혈안이 돼 방통위의 업무를 마비시키고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벌이는 입법 폭거”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법을 제외한 3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 국민의힘 선관위, 한동훈·원희룡에 모두 ‘주의’(2024. 07. 12 13:38)
- 2024. 07. 12 13:38 정치
- 국민의힘 나경원, 원희룡, 한동훈, 윤상현 당 대표 후보(이상 왼쪽부터)가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 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 한동훈·원희룡 대표 후보 모두에게 ‘주의’를 줬다. 선관위는 지난 11일 밤 열린 2차 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당헌·당규를 위반한 두 후보에게 ‘주의 및 시정명령’을 담은 제재 공문을 발송했다고 이날 밝혔다. 공정 경쟁 의무를 규정한 당규 제5조 제1항, 후보자 비방 및 흑색선전, 인신공격, 지역감정 조장 행위 등을 못 하게 돼 있는 제39조 제7호를 위반한 혐의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 11일 “후보 간 마타도어(흑색선전)로 소모적인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밤에 열린 2차 방송토론회에서도 비방전이 계속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선관위원 만장일치로 주의 및 시정명령을 의결했다”며 “갈등이 더 커지면 경고를 넘어, 경중을 따져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에게 제일 걱정을 많이 끼치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의힘 전당대회라는 말이 들린다”며 “후보뿐만 아니라 주변인, 캠프도 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당원이 아닌 자와 후보자가 아닌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당규 34조를 언급하며 “최근 전대에서 이 규정이 무시되고 있다. 선관위는 엄정히 다스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각 캠프의 모든 실무자는 도를 넘는 비방전을 자제하라”며 “캠프 대변인들은 논평이나 메시지가 단순히 후보 개인의 것이 아니며,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이 앞에 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다. 한동훈 후보는 선관위의 이런 결정에 “학폭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으면 그냥 다 경고하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후보는 12일 대구 남구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지역 중견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서 “선관위의 판단은 기계적 균형을 맞춘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후보는 “제가 원 후보에게 네거티브 공격을 한 게 단 하나라도 있나”라며 “어제 TV 토론회를 보면 (원 후보가) 제 얘기만 계속했는데 근거 없는 허구였다.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 ‘백팔번뇌’ 국민의힘, 어디로 가나(2024. 04. 22 06:00)
- 2024. 04. 22 06:00 정치
- 원내대표 경선·전대서 친윤 대 비윤 힘겨루기 불 보듯 당 밖선 거센 풍파…어떻게 백팔번뇌 극복할지 주목 4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당선자 총회에서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결의문을 채택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총선 다음날인 지난 4월 11일 아침까지만 해도 여당인 국민의힘 확보 의석 예상 수는 109석이었다. 그런데 확정되지 않은 비례대표 의석에서 위성정당 ‘국민의미래’의 의석 예상수가 19석에서 18석으로 줄어들었다. 비록 1석 차였지만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은 상당했다. 그 1석이 바로 개혁신당의 천하람 후보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개혁신당은 보수권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이준석 대표가 천신만고 끝에 1석을 얻은 데다, 천 당선인까지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 됐다. 1석을 뺀 108이라는 숫자도 묘했다. 불교에서는 번뇌를 모두 108개로 분류해 이를 ‘백팔번뇌’라고 부른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108석 국민의힘은 말 그대로 ‘번뇌’의 정당이 돼버렸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선거 다음날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여당의 리더십 공백은 이제 일상이 돼버렸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이준석 대표나 김기현 대표는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고, 주호영·정진석·한동훈 비대위도 오래가지 못했다. 4번째 비정상적인 비대위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총선으로 윤석열 정부의 1기가 끝이 났다”라면서 “2기에는 1기와 달리 대통령실이 당과 그리고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 108명 중 1명에 포함돼 ‘백팔번뇌 의원’에 속했다. 추후 민주당을 탈당한 조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6선으로 부산 사하을에서 당선돼 108명의 의원 중 1명이 됐다. 그가 제시한 백팔번뇌의 탈출구는 윤 대통령의 ‘소통’이었다. 대통령실의 변화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물러났을 뿐이다. 새로운 비서실장 물망에 오른 김한길 전 의원, 권영세 의원 등에 대해서 거대 야당은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후 거론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민주당 출신 인사로 생뚱맞기도 해 오히려 민주당의 불만을 고조시켰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윤 대통령을 지난 4월 16일 만나 추천한 인사는 장제원 의원이다. 친윤 인사로, 야당 공격수였던 장 의원이 비서실장을 맡을 경우 여야 소통은커녕 정국 경색만 불러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윤 대통령의 여당 장악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셈이 된다. 여당은 당장 오는 5월 초에는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 여기에서도 친윤 후보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야당이 거대 의석을 앞세워 김건희 여사 특검안을 밀어붙이면 온몸으로 막을 수 있는 여당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 그렇다면 친윤과 비윤 사이로 갈려 한바탕 1차 힘겨루기에 나서게 된다. 특히 이철규 의원 같은 ‘찐윤’(친윤 중 친윤)이 나서면 대립은 격화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떠나며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재원 기자 여당 운명 윤 대통령에 달려 108명의 당선인이 투표하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향방은 여전히 영남표에 달려 있다. 지역구 90석 중 부산·경남·울산(PK)에서 34석, 대구·경북(TK)에서 25석 등 59석이 영남에서 나왔다. 수도권인 서울·인천·경기는 20석에 불과하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영남당’을 벗어나지 못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당연히 당 지도부도, 당의 정책 방향도 영남 중심으로 흘러가게 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수도권에서 거의 패배함에 따라 ‘영남 자민련’이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겨우 살아남은 비윤 의원의 불만이 당내에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 5선 당선인)은 지난 4월 18일 국회의 총선 관련 세미나에서 “집권 여당 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참패”라고 규정하고 “그러고도 이렇게 한가해 보일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안철수 등 수도권 중진 당선인들의 비판 목소리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후 열릴 전당대회에서도 친윤 후보가 나서면 친윤-비윤 간 갈등은 최고조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 인사는 “가장 큰 변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출마 여부”라고 말했다. 선거 참패로 물러난 한 위원장이 전대에 나서게 되면 윤 대통령과 친윤들이 친윤 후보를 지원하는 형태를 띨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엄경영 소장은 “지금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당원들도 총선은 윤 대통령의 책임으로 보고 있다”면서 “여론조사 결과로만 보면 당원들은 한 전 위원장이 전대에 출마하면 뽑아주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팔번뇌에 쌓인 여당의 운명은 여전히 윤 대통령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의 4월 17일 비공개 사과를 보면, 총선 후 실제 현실은 임기 말인데 마음은 임기 초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윤 대통령이 여권 갈등의 상수가 된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하지만 윤 대통령이 예전처럼 여당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당의 전망에 대해 엄 소장은 “여당의 문제는 여당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윤 대통령의 문제라서 여당에서는 ‘대략 난감’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여당은 내부 분란뿐만 아니라 당 밖의 거센 풍파와도 맞서야 한다. 벌써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국회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야당이 차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회 개원을 앞두고 기 싸움에 들어간 것이다. 여당의 리더십이 뻥 뚫린 가운데 야권은 여당이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 막바지에도 여당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특검안을 5월 초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특검 찬성 의견이 나와 여당 내부는 혼란스럽다. 야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지난 4월 18일에는 국회 농해수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 부쳤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보수권 내부의 경쟁도 격화 여당 내부는 이번 참패의 한 원인이 된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을 놓고도 갈등을 겪고 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 등이 윤 대통령과 정부의 2000명 증원 고수를 문제 삼고 있다. 이렇듯 여당의 갈등은 친윤 대 비윤, 영남 대 수도권, 대통령 대 여당의 대립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여기에다 22대 국회에서는 보수권 내부의 경쟁도 격화됐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개혁신당 3명의 여권 공세가 만만치 않게 됐기 때문이다. 거대 야당과의 힘 대결에서도 밀리고 있는데 사면초가다. 108석 중 8석의 의원만 야권의 주장에 동조해도 개헌·탄핵 정국으로 넘어갈 수 있을 만큼 아슬아슬하다. 여당이 과연 백팔번뇌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백팔번뇌 ‘17대 그 초선들’은 지금 의정사에서 108석은 17대 국회(2004∼2008년) 당시 노무현 정부의 여당인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의 숫자였다. 17대 총선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여권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한 정치 신인들이 대거 당선됐다. 탄핵 역풍으로 쉽게 당선됐다고 해서 이들을 ‘탄돌이’라고 불렀다. 특히 86세대 운동권들이 대거 금배지를 처음 달았다. 이들은 17대 국회에서 ‘계급장을 떼놓고 토론하자’며 재선·3선 의원들과 격돌하기도 했다. 여당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국회 내부에서 농성을 벌이는 진풍경을 만들었다. 결국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열린우리당의 초선들은 18대 총선에서 대거 낙선해 쓴맛을 보았다. 이후 정가에서는 17대 국회의 여당 초선을 일컬어 ‘백팔번뇌’라고 불렀다. 이들 중 이번 총선에서 6선으로 당선된 조정식 의원이 있다. 조 의원은 친명(친이재명)으로 22대 국회의 후반기 국회의장감으로 거론된다. 정성호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또 86세대 출신으로 원내대표를 거친 이인영·윤호중 의원이 당선돼 당내 중진의 반열에 올랐다. 정청래 의원 역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친명 중진으로 손꼽힌다. 국회 밖 정치에서는 강기정 광주시장이 활동하고 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열린우리당 초선으로 시작해 민주당을 탈당한 후 이번 총선에서 6선으로 최다선 의원(4명)에 올랐다.
- 국민의힘 혁신위 ‘비윤’ 안을까 내칠까(2023. 10. 27 11:21)
- 2023. 10. 27 11:21 정치
- ㆍ인요한 위원장 ‘통합’ 강조하면서 당대표 책임론은 실종 이준석·유승민의 혁신 요구, 김기현 체제와 양립 어려워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면담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후폭풍을 맞고 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은 김기현 대표 체제가 유지되며 불분명해졌다. 대신 당 쇄신을 외치며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하지만 인선, 권한, 책임 등의 문제로 당 내부에서부터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특히 혁신을 판가름할 주요 요소인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 등의 처우를 둘러싼 잡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들을 껴안을 것이냐, 내칠 것이냐는 단순 쇄신 여부를 넘어 내년 총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문제로 풀이된다. 유 전 의원은 “12월까지 당의 변화와 쇄신을 위해 내 역할, 목소리를 다 낼 것”이라며 이른바 ‘12월 마지노선’에 불을 붙였다. 이 전 대표 역시 “신당 창당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판을 키우고 있다. 김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날을 세운 이들을 ‘조건 없이’ 포용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문제는 이들이 떠난다면 당 쇄신은 ‘친윤 체제의 강화’이거나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이다. 총선 역시 윤 대통령 이름을 앞세워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10월 23~25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최저 28.3%에서 최고 32.6%를 기록했다. 총선까지 남은 기간은 6개월 남짓, 촉박한 시간 속에 국민의힘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혁신위, 김기현 책임 물을 수 있나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혁신위가 지난 10월 26일 출범했다. “제 얼굴 자체가 좀 다르잖아요. 변화를 상징합니다. 변화시킬 겁니다”라는 인 위원장 발언대로 그의 등판은 ‘깜짝 선임’에 가까웠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 선임 배경을 두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일반 국민 시각에서 진단했다”며 “혁신위원장 인선 관련해 권한과 역할에 대해 어떤 제한을 가하는 조건을 제시한 적 없고 접촉한 분들 모두 혁신을 위한 전권을 부여한다고 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용산어린이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인 위원장이 직접 밝힌 목표는 ‘통합’ 추진이다. 혁신 방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 그다음에 듣고 변하고 희생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치인 출신이 아닌 위원장을 두고 ‘신선함’보다는 오히려 ‘무용론’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당장 선거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당대표는 ‘쏙’ 빼고 변화와 희생을 강조하는 것이 제대로 된 쇄신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혁신위원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10월 2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시간벌기용 허수아비 혁신위원은 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김 대표에게 ‘사퇴하라’고 할 정도의 혁신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혁신위가 그리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상근부대변인을 지낸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정바세) 대표는 이날 탈당을 선언했다. 신 대표는 “혁신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제 관점에서는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 개혁을 하자면서 또 통합하겠다고 하니, 마치 ‘아이스 핫초코’ 같은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 역시 비슷하다. 국민의힘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 역할을 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월 24일 “깜짝 놀랐다. 한국 정치가 이렇게까지 타락을 했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나의 면피용으로 혁신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출발을 시키는데, 혁신위원장을 누구를 시킬 거냐를 가지고 이 사람 저 사람 고민하다 결국 기상천외한 발상을 했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강서구청장) 선거를 총지휘한 사람은 김기현 대표”라고 덧붙였다. 혁신위 무용론은 이들이 다룰 과제를 두고도 제기된다. 혁신위의 주요 과제는 ‘당정 관계 재정립’, ‘공정 총선 공천룰 확정’, ‘국정 과제를 뒷받침할 입법 성과’, ‘경제·민생 안정 위한 정책 마련’, ‘당내 비주류 및 중도층 통합’ 등이 꼽힌다. 하지만 당정 관계는 이미 김기현 2기 체제가 출범하며 대통령실과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대통령실은 “총선 공천과 당 운영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공천에 대해서는 총선기획단, 인재영입위원회 신설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혁신위가 자체적으로 공천룰을 확정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입법을 다룬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혁신위가 출범한다고 해서 여소야대 국면이 변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혁신위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인 위원장이 승낙 배경으로도 밝힌 ‘통합’ 추진 정도가 남는다. 인 위원장 역시 혁신위의 첫 일정으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겠다고 밝히며 통합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 당 외부 통합은 ‘호남 끌어안기’로 풀어나가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해당 작업 역시 이른바 ‘비윤계’로 불리는 당 내부 통합을 달성하고 나서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왼쪽)이 지난 10월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 인선 배경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혁신위가 비윤계를 붙잡을 수 있을까 17.7%. 뉴스토마토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가칭 ‘이준석·유승민 신당’이 받은 지지율이다.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 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했다. 같은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38.1%, 국민의힘은 26.1%를 얻었다. 조사대로라면 ‘이준석·유승민 신당’은 곧바로 세 번째로 많은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된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해당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연령별·지역별 지지율이다. 특히 국민의힘과 ‘이준석·유승민 신당’을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점을 알 수 있다. 18~29세, 30대, 40대까지 모두 ‘이준석·유승민 신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앞선다. 지역별로는 광주에서 신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앞섰다. 실제 선거에까지 해당 기조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난 10월 19일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이 “이 전 대표가 당에서 나가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3~4% 오를 것”이라는 주장과는 정반대 결과다. 안철수 의원의 이 전 대표 제명 시도 역시 당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결국 혁신위가 말한 통합이 연령, 지역에 대한 외연 확장이라면 국민의힘은 이준석·유승민 등의 ‘비윤계’를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당 내부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나가면 우리 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고,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신당으로 나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현실정치를 모르는 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친윤’으로 분류되는 김 대표를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이른바 ‘김기현 2기 체제’의 출범이 쇄신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에 ‘부합한다’는 답변이 17.4%, ‘부합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59.5%로 나왔다. 김 대표의 직위 유지가 책임 회피라는 평가가 다수다. 김 대표는 다음 총선에서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비윤계’를 포용하거나 적어도 경쟁관계에 놓이는 것은 막아야 한다. 혁신위 등을 통해 포용 메시지를 띄우며 비윤계를 잡아두다가 마지막에 공천을 주지 않는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창당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느냐’는 여론조사 결과 / 미디어토마토&뉴스토마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비윤계 역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결심할 시점을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가능성 측면에서는 문을 열어뒀다. 그는 “제 입장에서는 배제하지도 않고 있다”며 “보통 정당이 선거 앞두고 100일 정도면 새로운 모습을 기획하고 꾸릴 수 있다. (22대 총선) 100일 전이면 12월 말 크리스마스 이후”라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이 밝힌 ‘12월 마지노선’과 시점이 묘하게 겹친다. 이 전 대표는 그러나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할지에 대해서는 “적어도 제가 유 전 의원과 상의하고 있지는 않다”며 선을 그었다. 이들이 내세우는 쇄신은 대통령실과 당의 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 전 의원, 이 전 대표 모두 윤 대통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 이의 방증이다. 사실상 김기현 체제와는 양립이 어려운 모양새다. 실제로 인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3명으로 구성된 혁신위에도 ‘비윤계’로 분류되는 인물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지난 대선 경선에서 유 전 의원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오신환 전 의원 정도가 비윤계로 분류된다. 하지만 오 전 의원 역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며 친윤계와의 갈등 구도에서 어느 정도 비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역 국회의원 중에 참여한 혁신위원도 박성중 의원 1명이 고작이다. ‘(이래가지고) 혁신위가 무슨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배경이다. 결국 혁신위는 친윤과 비윤 간에 서로 ‘헤어질 결심’의 명분이 될 가능성만 커졌다. ‘혁신위가 제대로 된 통합을 못 해서’, ‘혁신위가 제안한 통합을 그들이 거부해서’가 예상되는 구체적 명분이다.
- “국민의 뜻은 어젠다 정치, 국민의힘은 패거리 정치”(2023. 03. 03 11:29)
- 2023. 03. 03 11:29 정치
- ㆍ‘당대표 선거 돌풍’ 천하람이 말하는 국민의힘 개혁 과제 다시 바람이 분다. 30대 보수‘정당’ 대표라는 파격이 30대 보수‘여당’ 대표로 진화했다. 아직은 가능성이지만 이름조차 낯설던 ‘0선’의 청년 정치인이 당대표 여론조사 2위로 올라섰다. ‘되겠냐’는 냉소가 ‘설마’라는 물음으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주 남짓이었다. ‘천하람’은 어느새 정당 개혁을 바라는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름이 됐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2월 2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역설적이게도 그의 경쟁력은 경쟁 후보들로부터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밀함을 앞세운 4선의 김기현 후보, 대통령선거의 단골손님 안철수 후보와 붙었다. 이들 사이에서 ‘윤핵관 퇴진’을 외치고, 윤 대통령의 지난해 9월 발언이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를 따져 묻는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는 듯한 행보로 경쟁 후보들과 차별점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대통령실과 여당의 적당한 긴장 관계, ‘할 말 하는 당대표’를 원하는 당원들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주요 지지층이 여론조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2030세대라는 분석은 그의 경쟁력이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지난 2월 24일 천 후보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공유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말은 시종일관 직선적이고 분명했다. 발언의 의미를 알 수 없거나 전당대회 이후를 고려한 정치적 수사는 없었다. 국민의힘은 이미 그와 비슷한 30대, 0선, 하고 싶은 말 하는 정치인을 당대표로 선출한 바 있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언제든 또 다른 파격을 만들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다. 남은 시간 ‘물음’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느냐 여부는 이제 전적으로 그에게 달려 있다. -여론조사가 당심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지 논란이 있다. 2030 당원들의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면 반전이 생길 것이라고 보나. “2030 당원들이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끄는 가장 큰 힘은 배신감·위기감이다. 2030 당원들은 국민의힘이 과거처럼 계파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닌 이슈 중심의 ‘어젠다 정치’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이준석 전 대표가 나가고, 윤핵관이 득세하며 다시 계파 정치로 돌아간 모양새다. 이들 사이에는 국민의힘이 과거와 다른 것이 뭐냐는 배신감이 팽배해 있다. 또 이렇게 가다가는 망한다는 위기감도 있다. 단순히 총선에서 진다는 것이 아닌 민주당에 정치 주도권을 내준다는 근본적 위기감이다. 배신감과 위기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그룹보다 투표 참여 성향이 높으리라고 본다. 단지 이들이 직장에 있거나 바쁘다 보니 여론조사에서 잘 잡히지 않을 뿐이다. 실버 크로스는 진작에 됐다고 본다. 1차 투표 결과도 김기현과 천하람의 격차가 생각보다 굉장히 적으리라 예상한다.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결선투표로 갈 거라고 보나. “그렇다. 내가 과반 득표를 달성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 후보도 과반 득표는 못 할 것이다.” -여론조사대로라면 ‘언더독’ 상황이다. 결선으로 끌고 가면 승리할 비책이 있나. “‘안철수를 꺾는다’ 그 자체가 가장 주요한 전략이다. 아직 당원들이 내게 신뢰를 보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경력도 적고, 30대 후반에 여당 대표를 할 만큼 저 사람이 대단할까 하는 의구심이다. 이런 인식은 안철수라는 대선후보를 꺾으면 해소되리라고 본다. 나이나 경력과 관계없이 당대표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안 후보는 천하람을 당대표로 만드는 길에 꽃을 뿌려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안 후보 지지자분들도 나에 대한 괴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개혁의 선명성은 잘 설명해드리고 있다. 결선은 결국 ‘개혁이냐, 구태냐’의 명확한 구도로 재편될 것이다. 그때는 일 대 일 토론에서 김 후보를 박살 낼 생각이다. 큰 흐름에서는 당원들이 과거에 실패했던 길로 다시 갈 것이냐, 세대·지역·이념을 확장하는 이기는 길로 갈 것이냐 선택해 달라고 말할 생각이다.” -결선으로 간다면 안 후보 측 표를 누가 흡수하느냐의 싸움 아닌가. 연대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일단은 고려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안 후보가 천하람에게 지고, 갑자기 웃는 얼굴로 지지할 수 있겠나. 자칫 ‘김기현-나경원 연대’처럼 어색한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 사실 정치인끼리 카메라 앞에서 손잡는 게 무슨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안 후보가 나를 지지해준다면 감사하긴 하겠지만 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개혁성향의 당원은 ‘왜 연대를 하느냐. 또 뭐를 챙겨줘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인위적 연대나 단일화엔 신중해야 한다.” -반대로 김 후보, 안 후보가 연대할 수 있지 않나. “내 입장에선 감사한 일이다. 큰 역풍이 불 거다. 그거야말로 야합 아닌가. 그런 일이 생긴다면 유권자를 얕잡아 본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 두 명이 악수한다고 지지층들이 움직이는 시대가 아니다.” 지난 2월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대표가 되면 정확히 윤핵관 세력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적절한 절차와 명분을 갖춰 날려버리겠다. 많은 분이 오해하는데 나는 장제원 의원을 수도권에 출마시킬 생각이 없다. 그건 그냥 김 후보가 대표가 되면 그럴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본 것이고. 장 의원이 출마하는 지역의 유권자들 생각도 해야 할 것 아닌가. 나는 내가 사는 지역구에 장 의원이 출마하면 싫을 것 같다. 다만 윤핵관 세력을 명분 없이 억압할 생각은 없다. 국회의원 중간평가든, 컷오프 기준이든 선명하게 마련해 이들을 승복하게 하겠다. 필요하다면 대통령실과 상의할 수도 있다. 만약 그래도 살아 돌아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나. 하지만 제대로 평가하면 이들은 날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윤핵관 청산’이 국민의힘 개혁과는 어떻게 연결되나. ‘무조건 윤핵관만 날리면 개혁인가’라는 의구심도 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인물정치’를 하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어젠다 정치다. 이를 위해 의원들이 철학이나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 유명한 사람 꽁무니나 쫓아다니는 패거리 정치를 해선 안 된다. 그게 이른바 ‘계파 정치’ 아닌가. 그와 반대로 비전과 방향성이 있는 정치를 ‘정파 정치’라고 한다. 계파 정치는 최소화하고 정파 정치는 극대화한다는 것이 윤핵관 청산의 의미다. 당대표가 되더라도 ‘천하람이 무조건 옳다’고 하기를 원치 않는다. 많은 분이 나를 유승민계라고 하는데 경제 정책 부분에서 유 전 의원과는 생각이 다르다. 그렇다고 유승민 같은 정치인이 싫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 분명한 철학과 가치를 갖고 명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국민에게 밝히지 않나. 생각이 다르더라도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가 분명한 의원이 많아져야 한다. 대체 국민의힘의 주류라는 윤핵관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대통령과 잘 지내겠다는 것 말고 뭐가 있나. 아무런 고민 없이 편하게 줄만 서려는 사람들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윤핵관이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를 퇴보시키고 있다.” -천 후보가 대표가 되면 당(국민의힘)·대(대통령실)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대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 생각인가. “이상적인 당·대 관계는 대통령실이 정당에 자문을 구하는 형태다. 정당은 민심을 청취하는 창구다. 대통령실은 중요한 정책을 일단 던지기보다, ‘국민 반응이 어떨까’를 정당에 물어야 한다. 당정 협의가 원래 그런 거다. 국민의힘 80만 당원을 정책 ‘테스트 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면 성공 확률이 확 올라갈 거다. 지금은 80만 당원을 위에서 결정한 정책을 전파하는 매개체로 쓰고 있다. 이걸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의힘 정상화부터 하겠다. 지금 국민의힘이 풀뿌리 의견 반영하고 있나. ‘당원 100% 전대’라고 해서 ‘정당 민주주의의 신기원’이라고들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평상시에 당원 의견 제대로 들은 적이 있었던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당협별로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당원 의견부터 제대로 듣게 하겠다.” 국민의힘 김기현(왼쪽부터)·황교안·천하람·안철수 당대표 후보가 지난 2월 2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듯 보이면 선거에서 불리하지 않을까. “역설적이게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내가 가장 덜 삐걱거릴 것이다. 안 후보는 이미 대통령의 적이라고 규정되지 않았나. 대통령실과 좋은 관계를 맺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 후보는 초반에는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늘어난다. 그게 총선 직전에 터지면 공천 파동이 날 것이다. 반면 나는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말한다. 되는 것, 안 되는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과의 관계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자신한다.” -김 후보는 대통령과의 친밀성을 부각시킨다. “정치는 현실이다. 나 역시 가능하다면 80% 정도는 대통령에게 협조할 것이다. 크게 역풍 맞을 문제가 아니라면 따르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김 후보처럼 100% 맞추겠다는 식으로 가면 틀림없이 또 ‘배신의 정치’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김 후보는 당대표가 되려는 욕심에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고 있다. 그 어떤 당대표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100% 따라갈 수는 없다. 당은 민심을 따라야 한다. 반면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도 항상 민심과 100% 같은 결정을 할 수는 없다. 결국 대통령과 부딪치는 경우가 생긴다는 의미다. 그땐 어떡할 건가. 공천 문제가 핵심이 될 것이다. 대통령실 의견을 100% 다 들어줄 수 없는 것은 나나 김 후보나 마찬가지다. 만약 절차를 무시하고 대통령실 의견이라고 따른다면 그땐 진짜 당이 절단 날 것이다. 김 후보가 정말 대통령실과 100% 맞춰갈 수 있을까. 지키지 못할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배신의 정치’라는 말이 또 불거질 것이다.” -공천에서 대통령실 의견이란 뭘 말하나. “막판 전략공천, 낙하산 공천 같은 것들이다. 물론 대통령실이 그러지 않으리라고 믿지만, 만약 국민의힘이 우세한 지역에서 낙하산 공천을 해달라고 하면 어떡할 것인가. 나는 지금부터 안 된다고 말하고 다닌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역대 모든 대통령이 비슷한 일들을 해왔다. 그게 현실이다. 그래서 당대표가 이런 일이 현실이 됐을 때 어떤 입장을 취할지 미리 밝혀둬야 한다. 최소한 대통령이 뒤통수 맞았다고 느낄 일은 없게 하겠다.” -당대표가 되면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 전략은 무엇인가. “대통령 얼굴로 총선을 치른다는 말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여기에 당대표가 플러스알파를 만들 것이냐, 마이너스알파를 만들 것이냐가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안 후보는 ‘플러스도 제로, 마이너스도 제로’라고 생각한다. 김 후보는 마이너스다. 김 후보가 되면 아무리 좋은 공천을 해도 국민이 윤핵관표 공천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장제원 의원이 조종한 결과라고 인식한다면 총선은 하나 마나다. 대통령 지지율보다 떨어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천하람(왼쪽)·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2월 2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TV토론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성동훈 기자 -어떻게 플러스알파를 만들 생각인가. “세대·지역·이슈 확장이다. 세대 확장은 지금 다른 후보들이 명함도 못 내밀고 있지 않나. 특히 김 후보가 되면 2030 당원들은 투표도 안 할 거다. 민주당 찍겠다는 사람도 많다. 김 후보가 2030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야기를 해도 청년들이 환호할 것 같나. 또 표 얻겠다고 수 쓴다고 볼 것이다. 지역확장도 격전지인 수도권이나 충청지역에서 정치를 하지 않은 김 후보는 한계가 있다. 이미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나. 총선 과정에서 그런 실수가 나온다고 생각해보라. 이슈 확장 부분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안 후보는 과학기술을 이야기하는데, 총선에서 핵심 어젠다가 되기는 어렵다. 대전에서는 노동, 강원에서는 대북관계 같은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유연성과 진정성을 갖춘 후보는 나라고 생각한다.” -총선에서 대통령을 앞세우려 해도 성과가 있어야 하지 않나. 윤 대통령 임기 1년차를 어떻게 평가하나. “개혁에 대한 의지는 높게 평가한다. 문제는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은 부분이다. 이는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총선에서도 아마 높은 확률로 개혁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윤석열 정부를 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 확장성 측면에서 잠재력이 높은데 이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초반에 국정 지지율이 흔들리다 보니 집토끼부터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진 듯하다. 당대표로서 이런 부분의 보완재 역할을 할 생각이다. 국민의힘이 만들 미래가 민주당이 만들 미래보단 낫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이를 위해 개혁 공천 같은 게 필요하다. 국민의힘 찍으면 정권 홍위병이 아닌 소신파들이 오리라는 희망 같은 것 말이다.” -국민의힘의 미래라는 세력도 두 부류 아닌가. 이 전 대표도 있지만 장예찬 최고위원 후보도 있는데. “장 후보 같은 유(類)는 윤핵관을 따라가고 있다. 만약 윤핵관이 잘하고 있다면 복종이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잘하고 있나. 구태 계파 정치를 답습해 쉽게 성공하는 길로 가겠다는 건데, 윤핵관이 몰락하면 장예찬 같은 유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반면 천하람과 이준석 등은 적어도 내가 원하는 형태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나. 정치에 대한 독자적 생각·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개혁이라는 측면에서 이 전 대표와 방향성의 차이가 거의 없다. 당 운영, 인선 등 각론으로 들어가면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자연스럽게 대립하는 일도 생길 것이다. 이 전 대표의 경험과 노하우는 소중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판단은 내가 한다.” -이번 전대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권력의 힘이냐, 민심의 힘이냐다. 내가 민심의 힘을 입증해 보이겠다.”
-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윤심’ 논란(2023. 01. 27 14:49)
- 2023. 01. 27 14:49 정치
- ㆍ나경원 불출마 선언 막전막후…어디서부터 스텝 꼬였나 “저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끝내 무릎을 꿇었다. 1월 5일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 언급에서 25일 불출마 선언까지. 윤심(尹心)을 내세우는 쪽 입장에서 바라본 ‘반란’은 20일 만에 진압됐다. 1월 25일 오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나경원 전 의원은 당대표 출마 의지를 꺾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1월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선거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굳은 표정으로 질문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뒤끝은 남았다. “인중유화(忍中有和)”,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는 그의 불출마 선언문에 등장하는 말들의 의미를 두고 설왕설래를 남겼다. 이어진 기자들과 문답을 포함해 그는 여러 차례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같은 심정’을 거론했다. 차마 아이, 그러니까 국민의힘이라는 당을 분열로 이끌 수 없어 자신이 내려놓는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그 아기가 내 아이라고 주장한 ‘가짜 엄마’는 누구일까. 심지어 나 전 의원이 이날 재킷 안에 받쳐 입은 옷 색깔(청록계열 민트)까지 주목을 받았다. 과거 바른미래당의 상징색(유튜브 매체 스픽스 채널 ‘김종대의 이슈탱크’에 출연한 오현주 이후정경연구소 소장)이다.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역할을 할 공간이 없다”고 했지만 바른미래당 출신으로 남겨진 유력주자, 안철수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스텝 꼬였다? 동상이몽? 불출마 배경은 “중간에 스텝이 좀 꼬였다.” 불출마 선언 직후 나 전 의원의 ‘입’ 역할을 했던 박종희 전 의원의 백브리핑에서 나온 말이다. 박 전 의원에 따르면 갈등의 기원은 지난해 10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후 저출산위) 부위원장을 맡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저출산위 위원장은 대통령이다. 위원은 8명의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나 전 의원은 민간인 신분으로 부위원장을 맡았다. 저출산위 부위원장이 장관급이라는 설명이 나오는 까닭이다. 지난해 10월 14일 부위원장직을 맡았지만, 사표를 쓸 때까지 저출산위는 대통령을 모시고 하는 회의를 한 번도 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밖에서는 장관급이라고 하지만 본인은 조금 한계가 있다고 느꼈고, 또 민간위원의 신분이니 겸임도 가능해 당원 행사도 가고 당협위원장(서울 동작구) 지위도 유지한 거다.” 박 전 의원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상황이 달라진 것은 당대표 경선에 당원 100% 룰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오전에는 (저출산위에) 가서 일하고 오후에는 당원 교육 등을 다니면서 인기 있는 강사다 보니 지지율이 30~35% 나오더라는 것이다. “당연히 본인으로서는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는 거죠.” ‘스텝이 꼬였다’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저출산위 부위원장 자격으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을 이야기했는데(1월 5일), 그다음 날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정색을 하고 “정부 정책을 조율 없이 발표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그때 사직서를 냈으면 설왕설래 논란이 없었을 텐데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 장고에 들어가는 모양새가 되니 일이 이상하게 꼬였다는 얘기다. 저출산위 말고도 임명직인 기후환경대사까지 중요 보직을 둘이나 맡겼는데 당대표 여론이 좋으니 나 전 의원이 ‘선을 넘었다’는 것이 대통령실 측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1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이날 신년인사회에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나경원 전 의원의 ‘처신’을 둘러싼 대통령실과의 기싸움이 한창이던 설 연휴 직전, 대통령실 관계자를 만났다.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여부를 두고 ‘격노’ 분위기를 보이는 대통령실 분위기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다. 이 인사는 나 전 의원의 출마를 확신하고 있었다. 설 연휴 직후인 1월 25일이나 26일쯤 출마 선언을 예정에 두고 있고, 나 전 의원 주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출마선언문을 윤독하며 문구를 다듬고 있다고 했다. 이 인사가 파악한 ‘정보’에 근거한 예측이었다(실제 출마 전날까지 나 전 의원은 출마할 경우와 불출마할 경우를 대비해 각각의 입장문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는 ‘동상이몽’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저출산위 부위원장이라는 자리는 상근도 아니고 비상근도 아니다. 그 자리를 줄 때 당대표에 나오라는 이야기도,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도 없었다. 나경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맡은 자리가 비상근인데 만약 기회가 되면 그런 정도는 그냥 넘어가는 것 아닌가.” 만약 그 자리(저출산위 부위원장)를 줄 때 명시적으로 대신 당직은 맡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면 나 전 의원도 처음부터 받지 않았을 텐데 자리의 의미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했다고 보고 있었다. 이 인사는 사의 표명에 해임으로 맞서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상당히 오버했다고 평했다.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나 전 의원이 그건 대통령의 본심이 아닐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에 대해 ‘그게 대통령의 속내’라고 비서실장이 찍어 이야기하다니(…) 너무 뭉개버린 것이다.” 대통령의 진의(眞意)가 뭐든 당무와 관련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야 만약 대통령의 뜻대로 진행이 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나서서 판을 정리할 수 있는데 나 전 의원이 ‘4선 원내대표 출신의 정치인’이라는 점을 간과한 데다 패가 다 읽혀 쓸 수 없게 돼버렸다는 이야기다. 기자는 대통령실 내의 이 ‘이해할 수 없는 기류’와 관련해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김건희 여사가 모종의 역할을 한 게 사실인지 물었다. 그의 대답이 흥미로웠다. “김대기(비서실장)가 저렇게까지 성명을 내는 것은 그 뒤에 V1, V2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누굴까. V1이라면 저렇게까지 했겠냐(는 뒷말이 나온다).” 맥락상 ‘V1’은 윤석열 대통령, ‘V2’는 김건희 여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대통령실 내에서도 나 전 의원의 무릎을 꿇린 데는 김건희 여사의 의지가 상당히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는 전언이다. 당대표 선거 논란과 관련한 이 인사의 해석이다. “V2가 장제원을 좋아한다. V1이 장제원을 야단치고 V2는 장제원을 칭찬하는 식이다. 그러니 그 힘을 믿고 지금 저렇게 사달이 난 것이다.” 결국 이 사태를 만들어낸 것은 ‘V2와 이어져 있는’ 윤핵관이라는 설명이다. 정말 그런 걸까. 김건희의 작품인가, 윤석열의 분노인가 당 측 인사를 접촉해봤다. 이 인사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대통령실에 있는 사람이라고 윤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 속내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건 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이다.” 이 인사는 지금 벌어진 사태는 ‘스타일의 충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공직을 보는 감이 남다른 사람이다. 기존 정치가의 언행이 자기 이해관계를 의식해 한 것이었다면 윤 대통령은 다르다. 그다음에 (나 전 의원이 자신의 해임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쓴) 본의가 아니라는 뜻이 뭔가. 대통령이 볼 때 받아들이기 매우 힘든 이야기다. 당신이 간신에게 놀아나고 있다는 이야기밖에 더 되는가. 윤 대통령은 담백한 스타일이다. 나 전 의원은 거기에 너무 어긋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나 전 의원이 완전히 ‘뻑수’를 뒀다. 사임에 해임으로 맞선 거나 김대기 실장이 나서서 못을 박은 것은 김건희 여사가 어쩌고 이야기할 것도 없이 윤 대통령의 감출 수 없는 분노를 드러낸 것이다.” -나 전 의원의 행보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라도 노골적으로 감정을 실어 공격하는 게 맞나. “윤 대통령이 담백한 건, 그런 걸 안 좋다고 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보면 정의감이 넘치는 것이다. 물론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정도 많이 있다. 나경원이 왜 그만두려고 하느냐. 대통령이 볼 때는 너무 이기적이다. 그 양반은 그런 거 되게 싫어한다. 헝가리 저출산 제도 발언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나경원의 이후 행보를 보면 오해하기 딱 좋다. 처음부터 꼬여버린 데다 출마 명분도 마땅치 않으니 의도적으로 대통령과 각을 세우라고 누가 조언을 했을지는 몰라도, 아무튼 실수든 전략이든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심지어 나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작정하고 쓰지 않았나.” -당대표 경선은 당무인데 ‘윤심’을 이렇게 밝히는 게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아닌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열린우리당이 많이 당선되면 좋겠다는 발언으로 탄핵 직전까지 가는 등 고생을 했는데. “우리 선거법 해석은 당내 선거는 아무 상관 없다고 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공직선거여서 문제가 됐다. 우리가 볼 때는 윤심이 중요하지만, 대통령실에서는 공직자로서 나경원의 처신만 문제 삼았다. 나경원 쪽에 여러 경로로 여러 차례 경고를 한 것으로 안다. 한덕수 총리를 통해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나경원은 정치인이다 보니 내가 어떻게 한덕수 밑이냐, 뭐 이렇게 생각한 거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당 문제에 대해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의중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낸 경우가 있었나. “거꾸로 이야기하면 나경원 같은 사람이 있었나. 중립적으로 보면 나경원과 같은 행태도 이런 사례가 없었다. 그거(저출산위) 맡았으면 당대표는 출마 안 하려 하나 보다라고 대통령실에선 생각했을 것이다. 결국 나경원의 처신 문제다.” 이 인사는 안철수가 당권 선거에 출마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원래대로 하면 대권주자들이 임기 초에 당대표하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명분도 뭔지 모르겠다. 명분도 불분명하고 그렇다고 각을 세우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동력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준석이 당대표가 됐던 지난 전당대회 때와는 달리 당원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원래 우리 당은 장제원류에 대한 견제심리가 되게 강했던 당인데 이제는 그런 것은 부차적인 변수가 됐다. 유승민같이 대통령을 흔들고 그런 것은 용납되지 않은 분위기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결국 결선투표 없이 윤심이 실린 김기현 후보가 당대표가 될 거라고 이 인사는 전망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기현 의원이 1월 10일 경기도 수원시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수원 | 성동훈 기자 윤심 업은 김기현, ‘당대표’ 될 수 있을까 나경원 불출마 선언 후 기자가 접촉한 대부분의 선거 컨설턴트·정치평론가의 생각은 달랐다. “내년 4월에 치러질 총선은 좋든 싫든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여론은 악화되고 있는데 울산 출신 당대표가 결국 선거의 핵심승부처가 될 수도권 공천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선거를 잘 치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철우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그는 “국민의힘 경선을 보면 아무리 윤심(尹心)이 실려 있는 후보라지만 김기현 후보의 체급에 비해 실질적인 양강구도를 이룰 안철수 후보는 어찌 됐든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네임밸류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라면서 “차라리 안철수가 당대표가 돼 총선을 치르면 집권동력이 떨어진다기보다 당내 견제와 균형에 더 바람직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도 “총선은 안철수 카드가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사를 보면 전당대회에서 대선주자와 붙는 경우 대체적으로 대선주자가 이겨왔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일단 명분이 있다. 공동정부라는 그 자체로 중도확장성도 있다. 당원들도 그것을 보고 당대표를 선택할 것이다. 반면 김기현은 명분에서도 밀리고 대선주자도 아니고 수도권 중도확장을 이뤄낼 수 있는 입지가 안 된다. 여기에 결국 김기현이 윤심 마케팅을 해온 까닭에 나머지 후보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반(反)김기현 또는 비(非)김기현으로 몰려 있다. 김기현은 이들에 의해 거꾸로 포위되는 형국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윤심을 업은 김기현이 당대표가 된다면?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그렇게 된다면 당대표 선거에서 총선과의 상관관계는 거의 생각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다시 말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선거를 진두지휘해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선택한 것은 ‘기동전을 특징으로 하는 몽골기마병식 전략’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공성전을 했던 유럽에 비해 몽골기마병식 전략의 특징은 전선이 붙으면 상대 진영의 지도부로만 몰려간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을 통해 유명해진 말처럼 ‘한 놈만 패는 전략’이다. 윤석열은 지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건재하면 총선을 못 이긴다고 보고 이재명만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그런 전략을 펴니 훨씬 덩치가 큰 민주당이 혼비백산해서 갈라지고 있다. 거기에다 중선거구제 제안까지 던져 정치적으로 흔들고 깨려는 전략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거다. 윤 대통령 시각에서는 총선에서 그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더 뭐가 있겠는가. 과연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를 두고 윤석열식 계산으로 할 때 승리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존 정치인들은 여의도식 문법으로 정치판을 해석하고 수를 읽다 보니 결국 자기들 논리에 빠진다. 기존 문법을 따르지 않는 윤 대통령은 전혀 다른 전략으로 다르게 접근 중이라는 사실을 민주당도, 이번에 낙마한 나경원도, 또 기존 정치권들이 아직 잘 모르는 듯하다.” “나경원은 흐름을 놓친 것 같다. 기사도 그렇지만 정치도 시의성이 중요하다. 타이밍이 생명이다. 나경원은 타이밍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는 ‘윤심을 업은 김기현’ 당대표로는 내년 총선의 핵심승부처인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승리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4선 중진의원이라고 하지만 울산은 국민의힘 후보에게는 공천받아 깃발만 꽂으면 되는 동네다. 수도권은 전혀 다른 전쟁터다. 천양지차다. 김기현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고 치자. 수도권 지역구에서 민주당 쪽과 1등을 다투는 국민의힘 출마자가 당대표를 부를까. 수도권을 알고 스펙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부르지. 그런 지역구가 총선의 승패를 가르는 지역이 될 거다. 문제는 김기현이 그런 역할을 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설혹 당대표가 되더라도 내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조차 윤 대통령의 구상일 수 있다. 수도권에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을 꽂아 넣고 시키는 대로 하기 위한. ‘명단 줄 테니 그림 만들어와’ 이런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안철수는 이준석·나경원처럼 배제될까 결국 대통령 또는 ‘여사 라인’에서 자기 사람을 꽂아 넣기 위해 ‘실권 없는 당대표’를 세우려는 거 아니냐는 의심이다. 만약 현재 2강을 형성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현재 여론조사 흐름대로 1위가 되면 이 계획은 흐트러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대기 비서실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제3의 가능성은 없을까. 예컨대 3월 8일 또는 12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와 관련 현재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은? 앞서 당 인사는 “유승민의 출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지금 윤심이니 어쩌고 하는 사람들이 소환하는 것이 2016년의 ‘진박감별사’ 논란이다. 그때 그 논란이 나온 직접적인 계기가 유승민이었다. 돌이켜놓고 보면 개인이 아니었다.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 유승민을 떨어뜨리려고 진박감별사 소동이 벌어졌다. 유승민은 정말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생각하는 것이 민주당하고 같으면 민주당으로 가야지. 공약은 문재인과 똑같은 사람인데. 나경원도 스스로 보수라고 하지만 전형적인 보수는 아니다. 안 좋은 보수다. 자기 것만 챙기고 자기 이해 중심적이다. 말로는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하는데 가만 들어보면 누구한테도 감동을 주지 않는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경원의 지지율이 왜 급락했을까. 나는 유승민·이준석 효과가 당원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안철수도 위험하게 본다. 스탠스가 여차하면 나경원 쪽으로 흐를 것 같다. (유승민의 거취는 어떨 거로 보나) 100% 탈당한다고 본다. 유승민 주도로 만들어질 ‘제3세력’이 살려면 국민의힘이 죽어야 한다. 안 죽으니 죽으라고 고사를 지내는 것이다. 유승민이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나올 정도로 간이 클까. 당원들의 적대감을 감당할 수 있을까.” 유 전 의원의 이후 행보도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 이준석 징계, 그리고 흔들리는 국민의힘(2022. 07. 15 14:31)
- 2022. 07. 15 14:31 정치
- ㆍ6개월 징계 끝나도 당대표 임기 남아 ㆍ‘무혐의’ 시 갈등의 골 더욱 깊어질 듯 대통령선거,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기세를 올리던 정부·여당이 표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초반까지 떨어졌다. 반면 부정 평가는 최고 60%까지 치솟으며 긍정과 부정 평가가 뒤집어지는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여당 지지율 역시 야금야금 하락하며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7월 4일부터 5일간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2525명을 상대로 정당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41.8%)이 국민의힘 지지율(40.9%)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월 8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 진술을 마치고 입장을 말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지방선거 승리를 기점으로 정부·여당의 시대가 열릴 것 같던 상황은 고작 한 달여 만에 변곡점을 맞았다. 이들의 지지율 하락은 모두 ‘내부 요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미묘한 차이도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자신의 발언, 인사, 경제 등 ‘상황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대통령 스스로 정제된 발언과 정책적 대안을 찾는다면 추세가 반전될 여지가 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은 권력 투쟁이라는 ‘구조적’ 문제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를 둘러싼 ‘성비위’ 논란이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7월 8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 대표에 대한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문제는 그 사유다. 사안의 본질인 이 대표의 성비위 의혹이 아닌 “당원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자리에 맞게 행동해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아니된다”는 당 윤리부칙 제4조 1항을 징계 근거로 밝혔다. 성상납 의혹 수사결과에 따라 부차적 사안에 대한 징계는 당위성이 흔들릴 수 있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쪽에서 이번 징계가 ‘찍어내기’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징계 불복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권력 구도는 이 대표를 배제한 채 빠르게 재편됐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톱’이 됐다. 차기 당권을 두고 경쟁할 인물들 역시 움직이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는 김기현 의원과 대선 직전 합류한 안철수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행보를 견제하는 세력도 등장했다. 5선 중진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권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을 두고 ‘지나친 권력 쏠림’이라고 비판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라 불리는 인사들의 향후 움직임도 변수다. 이들은 윤 대통령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활짝’ 열릴 것 같던 국민의힘 시대는 당내 갈등으로 급변했다.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 문제로 혼란스러운 민주당과 지지율까지 키 맞추기를 하는 모양새다. 보수의 ‘미래’로 등장한 젊은 정치인이 자신의 행보 문제로 ‘계륵’이 된 상황은 한국 정치의 ‘후진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찍어내기인가, 정당한 징계인가 이 대표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한 중소기업 대표로부터 대전 유성구 일대에서 20여차례 성상납을 포함한 접대를 받았느냐’다. 성상납 대가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의 해당 기업 방문 추진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된다. 이 대표는 일관되게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월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광주 무등산에서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이후 첫 근황 소개다. / 이준석 페이스북 갈무리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 대표가 성상납을 포함한 접대를 받았느냐, 아니냐’를 징계 사안으로 다루지 않았다. 의혹이 불거진 뒤 이 대표가 성상납 의혹 제보자와 접촉해 증거를 없애라고 지시했고,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7억원 투자각서’를 써주고 증거인멸을 시도했느냐만 쟁점이 됐다. 결과적으로 윤리위가 징계 결정을 내리면서 성상납 증거인멸 시도는 이 대표가 지시했거나, 적어도 알고 있었던 것이 됐다. 징계대로라면 윤리위는 성상납 역시 발생한 사건으로 보았다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만약 성상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인지’, ‘해당 사안을 증거인멸로 보는 근거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윤리위는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은 “이 대표 성상납 의혹의 진위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면서도 “그간 이준석 당원의 당에 대한 기여와 공로 등을 참작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징계가 몰고 올 파장과 논란을 피하려다 보니, 논리가 빈약해지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발생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증거인멸을 시도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로 반발했다. 지난 7월 6일에는 “윤핵관이라 지칭되는 분들은 본인들 뜻대로 하고 싶은 게 많아 당대표를 흔들었다”며 “윤리위를 앞두고 가장 신난 분들이 윤핵관”이라며 배후설에 불을 지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윤핵관에 대한 이 대표의 지적이 완전히 근거 없는 의심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당대표를 징계하는 사안을 두고 대통령이나 당 핵심 관계자들이 사전 조율이나 검토가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계 수위 역시 당에 미칠 영향 등을 최소화하는 선을 고려한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6개월 징계 결정은 이 대표도 당내 세력도 반발하기 어려운 애매한 지점에 놓인 한 수가 됐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징계가 끝나도 대표 임기가 남아 있다. 이 대표에 반대하는 세력은 경찰 수사결과가 ‘무혐의’로 나올 경우 역공을 받을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수위 조절이 필요했고, 그 결과가 6개월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징계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면서도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를 새로 뽑는 방향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당헌당규상 ‘궐위’가 아닌 ‘사고’는 전당대회 개최 요건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결국 어느 쪽도 완전히 패배하지 않은 상태에서 6개월이라는 시간이 던져진 셈이다. ‘계륵’인가, ‘보수의 미래’인가 상황에 대한 고려는 이 대표의 태도에도 변화를 만들었다. 윤리위가 징계를 결정한 직후 이 대표는 “당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징계에 대한) 가처분이라든지 재심이라든지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이후로 일주일여를 특별한 활동없이 잠행했다. 지난 7월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원 가입하기 좋은 월요일이다”는 메시지만 남겼다. 7월 13일에야 이 대표가 광주를 방문한 사실이 그의 SNS를 통해 알려졌다. 이 대표는 “원래 7월에는 광주에 했던 약속들을 풀어내려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는데 광주시민들께 죄송하다”며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결국, 윤리위 징계를 수용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이 대표의 고민은 ‘이준석답게’ 윤리위 결정을 공격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일 것이냐, 본인에게 더욱 불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타협할 것이냐에 있을 것”이라며 “경찰 수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될지 따져보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 가입을 독려한다는 것은 결국 징계를 적당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다시 당권에 도전하려는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반발이 잠잠해진 건 여론조사결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표 징계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거의 변동이 없다”며 “이 대표를 징계하면 국민의힘이 2030세대로부터 외면받으리라는 우려가 틀린 쪽으로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역시 이러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대표 징계 직후 진행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는 7월 13일 기준으로 모두 5개다. 이중 4개가 이 대표 징계에 대한 의견을 직접 물었다. 모두 징계 찬성이 반대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7월 8일부터 9일까지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이준석 대표 징계가 ‘적절하다’, ‘미흡하다’는 의견이 전체의 60.7%에 달했다. 31%만이 ‘과도하다’고 답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해당 여론조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2030세대에서조차 징계가 ‘적절하다’, ‘미흡하다’는 의견이 ‘과도하다’를 앞섰다는 점이다. 신 교수는 “공정에 민감한 2030세대가 이 대표 징계가 ‘적절하다’고 보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며 “결국 2030세대의 이준석 지지는 같은 세대가 거대 정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지지일 뿐 이준석에 대한 환호는 아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 돌아오는 것이 과연 당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교수 역시 “결국 국민 사이에는 ‘이준석 피로감’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자신을 비판하면 참지 않고 공격하는 것이나 갈등을 유발하는 화법은 젊은 남성층 일부를 제외하면 선호되지 않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6월 13일 국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반면 여론조사결과를 두고 상반된 의견도 나온다. 주로 2030 남성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중심이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30대 A씨는 이 대표 징계를 두고 “2030세대의 표가 필요할 때는 이용하더니 이제 망신을 줘서 쫓아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A씨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론조사결과를 분석한 내용을 보여주며 징계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진행한 여론조사다.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조사한 결과로 해당 여론조사도 이 대표에 대한 징계를 ‘잘했다’는 응답이 47.5%, ‘잘못했다’는 응답이 42.5%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A씨가 주목하는 것은 전체가 아닌 지역별·연령별 여론조사결과다. 모두 8곳으로 권역을 나눈 지역별 조사에서 대구·경북과 호남권에서만 이 대표 징계가 ‘잘못했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 또 전 세대 중 30대 응답자만 징계가 ‘잘못됐다’는 응답이 48.4%로 ‘잘했다’는 응답(41.6%)을 앞섰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사람 중 48.5%가 이 대표 징계를 ‘잘했다’고 지지한 만큼, 호남에서 역선택이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A씨는 “이 대표는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지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호남에 대한 확장성을 가진 유일한 국민의힘 정치인”이라며 “국민의힘은 지지기반이 약한 호남, 2030세대에 대한 강점을 가진 이 대표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납 의혹에서 시작된 사태는 정치인 이준석에 대한 가치 평가 국면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정치혁신의 실상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정치혁신을 내세운 젊은 당대표가 성상납 의혹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정치혐오를 키운다”며 “적당히 타협점을 찾는다고 해도 이 대표가 청년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웠다는 점은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이후는? 이 대표가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만큼 이제 관심은 문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징계기간인 6개월을 채우기 전에 변곡점이 생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 교수는 “이미 경찰 수사가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결과 발표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는 이 대표와 당내 반대세력이 전쟁을 앞두고 임시 휴전을 한 상태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만약 경찰 수사결과가 무혐의로 나온다면 그때가 당이 최고로 흔들리는 시점이 될 것”이라며 “역공하려는 이 대표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당내 세력 간 생존을 건 치열한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복귀하면 더욱 시끄러워질 것이 분명한 만큼 차라리 빨리 끊어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상납 의혹에 대해 분명히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당 윤리위는 성상납 의혹의 증거인멸 시도를 인정하고 징계를 내렸다. 만약 이 대표가 윤리위 징계를 수용한다면 무엇에 대한 ‘인정’인지가 분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을 둘러싼 성상납 의혹마저 당의 결정에 따른다고 하기에는 시대가 너무 많이 변했다. 그동안 보여준 이 대표의 행보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 표지 이야기
이전1
2
3
다음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