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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총 9 건 검색)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고발 취소···“국익 위해 협력”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고발 취소···“국익 위해 협력”(2024. 11. 22 15:36)
2024. 11. 22 15:36 경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이미지. HD현대중공업 제공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과 관련,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했던 경찰 고발을 취소한다고 11월 22일 밝혔다. 한화오션은 이날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고발 취소장을 제출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3월 HD현대중공업의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2월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을 제한하지 않기로 하자 한화오션은 추가 수사를 경찰에 요청했다.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 직원들이 허위 사실 적시 등으로 명예훼손을 했다며 고소해 맞불을 놨다. 한화오션은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적기 전력화로 해양 안보를 확보하고,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고발 취소를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고발 취소로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하는 방산업체 지정 절차에 따라 실사단 평가와 현장실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며 “방위사업청 등 정부의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 결과를 수용하고 상호 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성진의 국방 B컷](16) 방사청, KDDX 사업 ‘승자의 저주’로 몰고 가나이전투구(泥田鬪狗)란 말이 있다. 이익을 위해 볼썽사납게 서로 헐뜯거나 다투는 진흙탕 싸움이다. 요즘 국내 대표 방산업체들 분위기가 이렇다. 과거에는 국내 방위사업체들이 물밑...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3&art_id=202410041600011
국익’ 위한다는 한동훈의 이민청, 득은 누가 볼까(2023. 09. 01 10:56)
2023. 09. 01 10:56 정치
ㆍ단속기관이 지원 의구심에 “대기업만 이득” 지적 ㆍ대선 직행용 ‘이민개혁 드라이브’ 관측까지 나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월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분임토론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어제 저희 분임토의에서 한동훈 장관이 참석했습니다. 참석해서 지금 법무부가 추진하는 여러 주요법안, 현안, 각종 이민 문제, 이런 것에 대해서 아주 심도 있게 막힘없이 설명했어요. 한동훈 장관은 지금 법무부 전체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요, 현 단계에서는 총선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기엔 참 어려운 그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유상범 의원이 지난 8월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밝힌 말이다. 진행자가 “한동훈 장관 선대위원장설도 언론이 보도하고 있던데 이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자 내놓은 답이다. 유 의원은 “그건 민주당의 최고 전략가라고 하는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분석했는데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그러다 보니까 언론이 관전평을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훈 선대위원장? 민주당 측 이야기” 기자는 지난주 ‘‘정치행보’ 한동훈 선대위원장 노리나’(주간경향 1543호)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기사에서 주목한 것은 지난 7월 15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 참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강연에서 엿보이는 ‘정치행보’였다. 이날 강의를 주목한 것은 기자만이 아니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을 비롯한 정치권 주변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책사쯤으로 여겨졌던 한동훈 장관이 본격적으로 자기 콘텐츠를 가지고 직업공무원을 넘어 제도정치권으로 진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최 소장은 제주 강연을 넘어 ‘잘 준비된 정치행보’로 한동훈의 1주일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통합과 경제비전, 이념적 진영논리를 초월한 솔루션 중심 접근’이라는 1973년생 탈냉전 스마트 우파 리더십의 출현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앞서 시선집중 진행자가 “(내년 총선에서 한동훈 비례-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다는 설(說)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민주당발 설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말에 유 의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는 맞다. 최 소장이 다음 총선에서 세대교체의 주도권을 1973년생 한동훈, 1985년생 이준석이라는 ‘탈냉전 스마트 우파’ 리더십이 출현한 보수 쪽에서 쥘 가능성이 많다는 것은 반대로 왜 진보 쪽 포스트 86세대·1980년대생은 ‘탈냉전 스마트 좌파’ 리더십을 만들어내지 못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과 닿아 있다. 정치의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면 현재 리더십에 대한 성찰과 분석이 필요하지만, 현재 386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민주당은 그것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기자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기사 작성을 위해서다. 취재원에는 진보·민주당 쪽 사람들만 있지 않다. 용산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 쪽도 ‘정보’를 얻고 견해를 취합하기 위해 가능하면 만난다. ‘내년 총선의 한동훈 역할론’은 보수 쪽 인사들과의 만남 자리에서도 공통된 주제 중 하나였다. 일단 유튜브에 올라온 앞서 제주 강연 영상이 화제를 모은 것은 민주당 쪽이 아니다. 보수, 국민의힘 쪽 진영이 먼저였다(지난 기사를 보고 연락해온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기사를 읽고 그 강연 영상을 처음으로 봤다”고 말했다). 지난 기사는 한동훈 장관이 강연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정부의 결정적인 올바른 정책적 결정이 대한민국 번영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예시로 든 1950년 농지개혁과 관련한 부분만 다뤘다. 중요한 것은 이날 강연의 후반부, “70년이 지난 2023년의 이야기”다. 한 장관이 1950년 농지개혁에 비견할 만큼 중요성을 띠는 ‘올해’의 과제로 거론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이민개혁’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월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 발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조태형 기자 한동훈 “인구문제 해결책 이민개혁이 답” 그는 강연에서 “복합위기와 경제안보가 대두되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하게 대비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인구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내놓는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과 같은 “출산율 회복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이미 늦었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에서 인구감소는 전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에 올해 초 이민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의 정책책임자들을 찾아가 물어봤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스스로 성공했다고 말하는 나라조차 없었다. 저는 ‘출입국·이민정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길이 없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국익 차원에서 기획해 강하게 그립을 쥐고 나가야 한다.” 그는 “모두의 문제는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출입국과 비자 담당은 법무부가, 외국인 노동은 노동부가, 다문화가족을 여성가족부가 관장하는 현실을 거론했다. 각기 자기 영역만 담당하다 보니 정작 불편하고 중요한 거시적인 질문에는 누구도 책임지고 답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돼왔다는 설명이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현재 E-9 비자로 들어와 있는 비숙련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적응하면 E-7-4 비자(숙련 기능인력 장기취업비자)를 주는 것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업이나 지자체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E-9으로 일단 들어오면 장땡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사람들을 기업과 지역사회가 검증하는 인센티브를 만들자는 것이다. 비자는 평등과 공정의 영역이 아니라 국익의 영역이다. 비자는 어떤 산수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다. 출입국 외국인 정책은 인류애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익, 국민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는 전임 “문재인 정부 말미에 1000여명에 불과하던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점수제 비자(E-7-4) 발급 인원이 윤석열 정부 들어 3만5000명이 됐으니 35배 늘어난 것이 아니냐”며 전 정권에 대비한 현 정부의 치적으로 추켜올리고 있다(그런데 이 비자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 2017년으로 시행한 지 얼마 안 된 제도라는 전후 사정은 생략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한 장관의 말대로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셈’이다). 강의의 말미에서 그는 “선택권과 경쟁이 존재할 때 결과적으로 국민의 권익이 증진된다는 것이 우리 체제와 헌법정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우리나라는 ‘정당한 부’를 질시하지 않는 나라이고, 또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1950년의 농지개혁이 ‘만석꾼(지주)의 나라’ 대한민국을 ‘기업인의 나라’로 바꾸는 대전환의 계기가 됐다면 이민개혁으로 노동시장을 개혁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결정적인 전환의 순간에 필요한 결정적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그동안 이주 인권 또는 외국인 노동자 정책을 다뤄온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보수는 왜 ‘이민청’ 설립에 올인할까 한 장관의 주장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이민청 설립 주장으로 귀착된다. 일본·중국·대만보다 늦은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수립 차원에서 이민청 설립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난해 5월 17일 한 장관의 취임사에도 등장한다. 올해 1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법무부 2023년 업무보고에서도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 실현’에 이은 두 번째 과제로 ‘국가 백년대계로서의 출입국·이민정책 추진’을 거론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께서는 10년 뒤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 거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난제에 대답할 만한 컨트롤타워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난제들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책임 있게 답할 수 있는 가칭 ‘출입국·이민관리청’을 신설하겠다.” 이날 법무부 업무보고와 관련해 여러 언론은 “올 상반기 중 이민청 신설”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8개월이 지난 9월이다. 상반기가 지났다. 출입국·이민관리청이든 이민청이든 의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민정책 컨트롤타워’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동안 법무부는 이민정책이라는 행정적인 측면의 역할을 하지 않았고, 주로는 단속과 (불법체류) 사범 관리 측면에서 역할을 해왔다. 장기적인 과제로서 이민정책은 잠깐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이라든가, 외국인 중에서 입국하지 않고 법 바깥에서 미등록 합법화가 아니라 장기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을 어떻게 통합해 나갈 것이냐의 문제다. 그런데 그것을 법무부가 해야 하는 일인지 의문이다.” 조영관 변호사의 말이다. 출입국·이민법 전문 변호사로 이주민센터 ‘친구’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주문제 관련 법 전문가다. 그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의 이른바 ‘이민정책 컨트롤타워’도 우리로 치면 행정안전부가 외국인을 통합하는 관점의 컨트롤타워 정책 조정기능을 강조하는데 비자발급과 단속을 관할하고 있는 법무부가 일선에서 가장 밀착해 지원해야 할 주민센터와 같은 역할을 감당하는 컨트롤타워를 맡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라고 했다. “단적으로 말해 한 기관 내 지원과 단속 업무가 같이 갈 수 없다. 실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10년 넘게 외국인 노동정책이 정착되면서 초기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돼왔다. 주무부처가 한계도 있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책적 네트워크가 있다. 행정망을 통해 여성가족부는 전국적으로 가족센터 실행기구를 운영하고, 고용노동부나 산업안전관리공단은 E-9 비자를 활용한 제도를 꾸려간다. 이런 행정과 제도가 닿지 못하는 취약한 노동을 구제하고 세밀하게 대응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데 한 장관의 발언만 보면 법무부가 가지고 있는 비자를 확대하고 좋은 비자를 주면 이런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될 듯하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민주노총 주최로 8월 20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대회에서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철폐 및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이행,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 등을 촉구했다. / 권도현 기자 사실 이민청 설립 추진이 이번 정부 들어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MB 정부 당시도 노동시장 인력수급 문제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대책’ 등을 총괄할 이민청 설립 추진 이야기가 나왔다(주간경향 1295호, ‘다문화 20대 청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기사 참조). 한동훈 장관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한 장관은 과거 MB 정부 시절 정책을 되살려 이민청 드라이브를 거는 걸까. 실제 이주인권·외국인 노동정책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존에도 컨트롤타워가 없지는 않았다. 조 변호사의 말이다. “사실 이민청은 과거 정부에서 추진했다가 어디에다 이민청을 설립할까를 두고 여러 부처에서 이견을 보였다. 다시 말해 각 부처에서 어떤 부처를 가져가고 또 남겨둘지가 정리가 안 되자 각 부처가 가지고 있는 기존 네트워크를 최대한 열심히 하되, 국무총리 산하에 각 부처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이민 컨트롤타워로 3개 위원회를 만들자고 정리했다. 법무부가 정책위원회, 여성가족부가 다문화가족위원회, 고용부가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담당하는 식이었다. 한 장관이 여러 측면에서 다른 부처에 비해 정책추진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으니 집권 초기에 어떤 그림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당장 E-9 비자로 대표되는 외국인 노동정책만 하더라도 법무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이 힘을 합쳐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한 문제다. ‘우리는 장기비자를 많이 내주겠다’는 식의 법무부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박천응 국경없는마을 이사장은 “한 장관의 말에는 자기모순이 있다는 것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E-7-4 비자를 늘리겠다는 것은 숫자는 늘리되 임금은 낮게 하겠다는 뜻이 된다. 기술을 가졌으면 정당한 대가를 줘야 하는데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원래 이주노동자를 국내에 들여온 취지는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조선업계, 대기업에도 이주노동자를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주노동자를 대기업에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많이 가진 자의 편으로 이주노동자 정책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그 역시 “한 장관이 말하는 이민정책이나 이주노동과 관련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사실 노동인력과 관련한 대책은 노동부가 내놔야 하는데 법무부 장관이 노동부 장관이 하는 일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한국 외국인 노동정책의 중심축이 된 고용허가제(비숙련외국인 노동자 수입대책)를 실시하면서 도입한 모델이 독일을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미 독일은 고용주가 아닌 이주노동자에게 일할 권리를 부여하는 노동허가제로 전환했다. 우리가 모델로 삼은 독일은 변했는데 한국은 20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그 제도를 붙잡고 있는 셈이다.” 미국과 다른 한국 ‘불법체류자’ 문제 출입국·외국인 정책은 인류애나 평등·공정의 영역이 아니라 국익의 영역이라는 한 장관의 주장은 어떻게 봐야 할까. 박 이사장은 “출입국·외국인 정책이 국익을 먼저 놓고 한다는 것은 전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며, 이주민이 소위 말하는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 강제추행·절도·폭력)를 저질렀을 경우 받아들이지 않거나 처벌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에서 대부분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생계형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꾸로 법무부에 국내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한명도 없도록 단속해본 적 있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국내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라는 개념은 법무부가 잊을 만하면 이용하는 레퍼토리다. 국내의 ‘암(暗)시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약 20만명 정도 필요하다. 그 정도 숫자는 있어야 돌아간다. 쉽게 말해 내가 중소기업을 운영한다고 치자. 이주노동자를 10명 고용한다면 그중 5명은 암시장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한다. 미등록 노동자가 늘어나 25만명이 된다면 3만 정도는 단속해 내보내는 형태다. 한쪽에서는 암시장을 이용하면서 시장 상황을 본다. 반문하고 싶은 건 코로나19가 창궐할 시기에는 왜 단속을 안 했냐는 점이다. 그랬던 이유 중 하나는 외국에서 새로 들여올 수 없어서다. 부족한 노동현장 인력을 보전하기 위해 단속을 안 한 거다. 앞뒤 맞지 않은 이야기인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5대 범죄관련자는 내보낸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불법체류자’라고 하면 국경을 비자 없이 몰래 들어오는 경우를 말하는데 비행기 타고 배 타고 들어오면 불법체류를 사면해주고 영주권도 주고 국적도 준다. 반면 한국은 삼면이 바다인데 몰래 밀입국이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 정상적으로 배 타고 비행기 타고 합법 신분으로 들어와 기한을 넘겨 불법이 된 사례다. 10년 이상 된 사람, 20년 된 사람 사면해주는 것이 국익이다. 국익이 도대체 뭐냐. 그 사람도 좋고, 국가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 국익 아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제헌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 성동훈 기자 그는 “한 장관이 말하는 국익이 만약 노동시장을 대기업에도 개방하는 방향의 국익이라면 국민을 위한 국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7-4 비자 이전에 대기업은 현지 법인이 있어 해외에서 기업을 세우고 거기에서 현지 사람도 고용한다. 기술이 필요한 사람은 기술교육을 해서 부족한 사람들을 채우는 식이다. 국내에서 필요한 영역도 그렇게 해버린다. 당장은 그렇게 한다면 국익에 도움이 될까. 국익은 풀어 이야기하면 국민을 위한 것인데, 일부 기업집단만을 위한다면 국익이 아니다. 특권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보편적인 국민의 이익이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 이주노동자 시장 개방 정책은 매우 위험하다.” 그런 것일까. 앞서 기자는 ‘내년 총선에서 한동훈 역할론’은 민주당 쪽에서만이 아니라 보수진영 쪽에서도 나오는 전망이라고 밝혔다. 보수 쪽 인사들에게 들은 전망은 크게 한덕수 총리 후임으로 국무총리를 맡은 뒤 대선으로 직행한다는 쪽과 민주당 강세 지역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의 ‘친명’ 성향이 강한 현역 의원의 대항마로 승부수를 띄워, 이긴 후 대선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내년 총선 출마는 전두환의 장세동, 노태우의 박철언처럼 정권의 ‘황태자’라는 한계에 갇히지 않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제2의 농지개혁같이 ‘이민개혁 드라이브’라는 정책에서 실력을 발휘한 뒤 대선으로 직행하리라는 관측이다. 실제 200여 일 남은 내년 총선 전에 ‘법무부 장관 한동훈’의 성과를 내기는 힘들기 때문에 한 장관의 다음 정치행보는 대권이며, 총선이라는 중간기착지를 거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수가 전망하는 ‘내년 총선 한동훈 역할’ 최병천 소장은 “현실정치에서 정책적 승부수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정치적 승패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말한다. “이민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워 대권을 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내가 보는 제주도포럼 대한상의 행사의 진짜 핵심은 한동훈·윤석열이 거기 모인 기업인들을, 예컨대 최태원 SK회장 같은 사람을 감옥에 보낸 경력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기업인들을 감옥을 보냈던 특수통 검사 출신들이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정당한 부’를 질시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 모양새다. 정책적이라기보다 정무적 행보다. 강연의 핵심을 정책으로 보면 프레임의 핀트가 어긋난다.” 김성순 시사평론가는 “결국 정치라는 것은 크고 작은 결단을 수없이 해야 하는 직업인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으로 하반기 정세는 여권에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정치적인 파고(波高)를 돌파하려면 출마할 것이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스타일이면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여권 지지층에서 한동훈에 보냈던 기대감에 비춰보면 본인에게 불리하다 싶어 불출마를 택하고 장관직을 계속 유지한다면 ‘정치인 한동훈’으로서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한동훈 장관이 국회에 출석하거나 언론에 코멘트를 하는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윤석열은 어디로 사라졌다. 이재명이 윤석열을 비판하면 바로 맞받아치는 것은 한동훈이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바라는 프레임은 국민의힘이 사라지고 민주당 대 윤석열 정권의 구도로 짜지는 것이 유리하다. 이것을 간파하고 한 장관은 지금 이재명 대 한동훈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 같다. ‘윤석열 아바타’가 아니라 새로운 의제, 어젠다 세팅을 시도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애초 계획과 달리 올 상반기 중 이민청 개설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주간경향의 질의에 법무부는 “상반기 중 (가칭)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을 목표로 지난해 8월부터 출입국·이민정책에 대한 사회 각계의 목소리를 지속해서 수렴해왔다”면서 “그 결과 국익을 고려한 유연한 비자정책, 엄정한 체류질서 확립 등 출입국·이민정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매우 다양해 이를 조화시키기 위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답을 보내왔다. 법무부는 “출입국·이민정책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답을 내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 아래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체계를 검토 중이며 조만간 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선대인의 눈]‘삼성 대 엘리엇’ 진정한 국익은
[선대인의 눈]‘삼성 대 엘리엇’ 진정한 국익(2015. 06. 29 18:02)
2015. 06. 29 18:02 오피니언
삼성 대 엘리엇 사태에 대해 최근 뉴라이트 계열의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토론회에 참여한 학자들이 마치 이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을 찬성하는 것이 국익이라는 것처럼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헤지펀드인 엘리엇도 당연히 투자이익 극대화라는 속내가 따로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편법을 동원한 삼성 3세 승계 행태를 눈감아주면서 “국내 우량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경제정의”라고 부르짖는 건 기만적인 프레임이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그룹 지배권을 몰아주기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현저히 낮게 평가한 합병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우량기업을 보호하는 것일까? 삼성물산이라는 우량기업을 보호하고 싶다면 오히려 삼성그룹 차원의 작전(?)을 통해 삼성물산의 주가를 현저히 낮게 평가한 합병 결의안을 무산시키는 것이 더 맞는 방법 아닐까 싶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의도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수주를 포기했고, 이에 따라 합병 추진 전 삼성물산 주가는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금 벌어지는 사안은 많은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해 삼성물산이라는 기업도 아닌, 이 부회장의 사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토론회 참여 학자들은 ‘국익’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 그들이 지키게 되는 것은 이 부회장의 사익일 뿐이다. 사실 나는 민간기업의 합병 문제를 국익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는 것부터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굳이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이번 사안에서 국익에 조금이라도 더 부합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이익이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는 10% 넘는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인데,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런데 지금 합병 비율은 자산가치가 세 배인 삼성물산의 가치를 오히려 제일모직의 3분의 1 수준으로 산정하고 있다. 당연히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가치, 즉 국민의 이익을 매우 저평가하고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 굳이 ‘국익 프레임’으로 보자면 지금 합병 추진방식은 국민의 이익, 즉 국익을 희생해 이 부회장의 사익을 추구하는 합병안일 뿐이다. 물론 나라고 외국계 투자자본인 엘리엇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양쪽이 다 문제가 있을 때 양쪽의 문제를 다 인식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엘리엇은 최악의 투기꾼’이라고 몰아세우며 마치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의 부정한 행태가 국익에 부합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황당하다. 애초에 빌미를 제공한 게 이건희 회장 일가의 잘못된 3세 승계 행태 아닌가. 지금 서민경제가 어려운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삼성을 정점으로 하는 재벌 독식 구조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골목상권이 붕괴되고, 산업생태계가 질식하면서 새로운 성장 기업도, 일자리도 생겨나지 않고 있다.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3세, 4세가 자신들의 지분을 훨씬 뛰어넘는 지배력을 행사하면서 재벌의 사업영역을 확대할수록 서민경제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 독일, 일본 모두 우리의 재벌에 해당하는 트러스트, 콘체른, 자이바쯔(한국 재벌의 어원)를 해체하고 소득 격차와 고속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대압착기(Great Compression)와 라인강의 기적, 일본 경제의 기적을 일궈냈다. 지금이라도 재벌을 제대로 개혁해서 산업생태계를 살리고, 서민경제를 숨 쉬게 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의 이익, 즉 국익이다.
금주의 칼럼
[독자 댓글]1033호 “‘판도라의 상자’ 연 국정원 명예도 국익도 잃었다” 外를 읽고
[독자 댓글]1033호 “‘판도라의 상자’ 연 국정원 명예도 국익도 잃었다” 外를 읽고(2013. 07. 08 17:21)
2013. 07. 08 17:21 오피니언
“‘판도라의 상자’ 연 국정원 명예도 국익도 잃었다”를 읽고 소탐대실이라.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운 것이고, 제 발등 제가 찍은 것 아닌가. 정보기관이 스스로 누설자라니?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이 나라 최고 정보기관이라는 곳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젠 이 나라의 격도 자존심도 모두 훨훨 날아가버린 것이 아닌가? _경향 hyoker3690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에 있는 회의록을 다음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정원에서 계속 보관하도록 했다. 현행법(대통령기록물법)상 다음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추후 남북정상회담에 임할 때 회의록을 참고해 전략을 짜도록 하라는 배려였다. 고인의 이런 배려를 악용한 짓거리다. _다음 네티즌 막상 대화록을 읽어보니 오히려 새누리당의 주장과는 다르게 NLL을 포기한다는 말이나 의미도 전혀 나타나지 않던데요. 오히려 노 전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문서로 보였는데 도대체 뭘 보고 새누리당은 그리도 자신있어 했는지 궁금합니다. 미리 입수해서 활용한 게 분명할 텐데 읽고도 몰랐던 걸까요? 아님 누군가 엉터리로 읽고 떠드니까 모두들 넘어가서 그랬던 걸까요? 정말 궁금합니다. _다음 미루나무 “정글의 법칙 in 대학 ‘경쟁력 낮으면 없어진다’”를 읽고 취업률이 부실대학 평가에 들어가고, 대학들은 부랴부랴 취업률 낮은 학과를 없애기에 급급하다. 학생들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애초에 대학평가에 취업률이 반영되는 상황이 웃긴다. 한국에서 대학은 이제 단지 취업을 위한 필수 교육과정일 뿐인가? _네이버 dmg1**** 경쟁력 있는 학과 위주로 운영해야 된다는 게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런데 이미 재학 중이었던 학생들한테는 최소한 기존에 받던 교육 커리큘럼을 동등한 조건에서 받을 수 있는 대책은 마련해주고 해야 된다. 당장 학사과정 중에 강제적인 전과가 이루어졌을 때, 수업을 따라가는 것도 문제이고, 도중에 들어온 학생들을 기존 교수들이 동등하게 대우하는지도 문제다. 현재 학생들까지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당장 없어질 과라고 지원을 줄이는 등의 행동이 일어날 것이다. _네이버 kami**** 대학이 교육의 가치는 저버리고 철저하게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되어서 앞날이 캄캄합니다. 학과 폐지를 하기에 앞서 노력을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무분별한 건물 짓는 사업을 하지 말고, 새나가는 구멍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진 않을 텐데, 제사보다 잿밥을 더 생각하는 교육 당국자들이 계속 있는 한 답이 없습니다. _다음 신동 “산자부, 한수원·한전기술 1급 ‘자발적 사표’ 요구했나”를 읽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본원칙? 그것은 부정한 돈을 먹은 만큼 그대로 국고로 환수하는 것이다. 거덜날 정도로 상식을 벗어난 거액을 먹은 것이 더 큰 죄이지, 거덜나면 안 되니까 환수도 안 하고 벌금 부과도 안 하면 그게 법이고 나라인가? 그리고 뇌물 먹인 기업은 뇌물로 인한 납품액을 환수하고 그만큼의 벌금을 부과하는 게 맞다. _네이버 마다가스카르의펭귄들 1급 기술원들이 하시는 일이 무엇입니까? “신고리 1·2호기 시험성적서 위조사건에 회사 직원이 연루된 것은 사과하겠지만…”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사기친 일을 당신들 말 몇 마디 사과로 해결한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웃기는 일 아닙니까? 현재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되는 게 맞습니다. 한수원의 사고방식으로는 원전비리 척결이 안 될 것입니다. 그 정도의 비리가 있었으면 일반 회사라면 공중분해되었습니다. _네이버 lji9****
독자의 소리
[표지이야기]‘판도라의 상자’ 연 국정원 명예도, 국익도 잃었다(2013. 07. 02 14:08)
2013. 07. 02 14:08 정치
6월 24일 오후 3시 15분,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난데없이 나타났다. 국정원 직원들은 정청래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 방 등을 돌며 스프링으로 편철된 서류뭉치 한 부씩을 배포하려고 했다. 국정원 직원이 들고온 103쪽짜리 서류뭉치 표지에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10.2∼4, 평양)’이라는 제목과 ‘2008.1(생산)’이라는 표시가 명기돼 있었다. 야당 정보위원 6명은 수령을 거부했다. 여당 의원들은 접수했으나, 본인들이 직접 공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날 저녁부터 회의록 전문이 일부 언론사 사이트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국정원에 의해 열린 것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6월 25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정국을 일순간에 격랑으로 몰고간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가 6월 20일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서해북방한계선(NLL) 발언과 관련해 조작·왜곡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야 공히 전문 공개를 강력히 요구하는 있는 상황”이라며 전문 공개 이유를 밝혔다. 국정원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로 간주,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6월 20일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에게 회의록 발췌본의 열람을 허용했을 때도 ‘공공기록물 관리법’을 근거로 제시했다.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취지 발언과 관련한 사건에서 국정원 보관본에 대해 ‘공공기록물’로 해석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국정원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위반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한국기록학회·한국기록관리학회·한국기록관리학전공주임교수협의회·한국기록전문가협회·한국국가기록연구원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역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제작해 검찰에 제출하고, 국회에 공개한 국정원과 이를 열람한 검찰, 언론에 회의록을 공표한 국회의원 모두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성격을 놓고 국정원과 야당, 학회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보관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회의록 2부를 만들어 한 부는 대통령기록관에, 한 부는 국정원에 보관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국정원 직원은 배석하지 않았으며, 대신 조명균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조정비서관이 배석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단독회담 내용을 메모하고, 휴대용 녹음기로 녹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문재인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실에서 녹취를 위해 들어보니 녹음상태가 좋지 않아, 잡음 제거 등의 장비와 기술을 갖춘 국정원에 녹음파일 등을 넘겨 회의록 원본이 작성됐다. 국정원은 종이문서로 된 회의록을 청와대로 보냈고, 국정원도 회의록 1부를 별도로 보관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청와대에 있던 회의록은 국가기록원으로 보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에 있는 회의록은 다음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정원이 계속 보관하도록 했다. “대통령기록물 비밀해제·무단 공개는 불법” 현행 법(대통령기록물법)상 다음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추후 남북정상회담에 임할 때 회의록을 참고해 전략을 짜도록 하라는 배려였다. 작성 당시 회의록은 1급 기밀문서였다. 하지만 회의록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3월 2급 비밀로 보안단계가 하향 조정됐다. 이와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1급 문서의 경우 공개하면 전쟁 또는 외교관계 단절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밀문서”라며 “국정원은 당초 회의록이 1급으로 잘못 분류돼서 이를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이는 추가 하향 조정의 빌미가 됐다. 결국 남재준 국정원장은 이를 다시 일반문서로 분류한 뒤 공개했다. 결과적으로 회의록 비밀해제와 공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이어진 ‘합작품’인 셈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가 6월 26일 국회 의안과에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국정원은 정상회담 회의록이 국정원에서 작성된 만큼 공공기록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국정원이 보관 중인 회의록도 국가기록원에 있는 원본과 같이 1급 기밀문서인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한국기록연구원 김익한 원장은 “대통령기록물의 요건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서 만들어진 기록인 동시에 기록물을 생산 및 접수한 주체가 대통령이나 대통령 보좌 및 자문기관”이라며 “정상회담 회의록을 국정원이 작성했더라도 공공기록물이 아닌 대통령지정기록물로 관리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의결이 있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제시될 경우에만 열람이 가능하다. 대통령 기록물의 경우 일반적으로 30년간 외부 공개가 금지된다. 국정원이 대통령기록물을 일방적으로 비밀해제하고, 무단으로 일반에 공개한 것은 불법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국정원의 총성 없는 쿠데타” “제2의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청와대·새누리당·국정원 공모했다” 더군다나 국가 정보기관이 국가기밀을 지키키는커녕 스스로 나서서 공개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에서는 정보기관이 누설자(leaker)다”라며 비꼬았다. 국정원이 회의록 공개로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도 있다. 국정원은 국가안보와 국민 생존권을 수호하는 보루이며, 이를 위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을 존립 근거로 하고 있다. 음지에서 일해야 할 국정원은 회의록 공개와 함께 느닷없이 양지로 나와 여야 정쟁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국정원이 이처럼 위험한 도박을 불사한 배경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이진한 중앙 2차장검사가 6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국가정보원 대선·정치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민주당은 검찰 수사 결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코너에 몰린 청와대·새누리당·국정원이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에서 대북심리전을 구실로 인터넷 댓글을 활용해 여론조작에 가담했다는 것이 최근 검찰 수사 결과로 밝혀지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수장이었던 원세훈 전 원장은 기소됐고,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까지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로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에서는 지난 대선이 무효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 압박도 거세졌다. 국정원의 위기였고,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친이계의 한 인사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으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이 크게 훼손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기간에 국정원으로부터 지원받은 바 없다고 했지만, 이번 사태의 반전을 위해 청와대가 회의록 공개에 최소한 암묵적으로라도 동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록 공개가 청와대나 여당과 사전조율 없이 남재준 원장의 단독 플레이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일각서는 남재준 원장 단독 플레이에 무게 남 원장을 알고 있는 한 인사는 “남재준 원장은 국정원에 대한 선거법 위반 수사 등 일련의 과정을 여야 정쟁의 산물로 보고 있었다”며 “남 원장은 마지막 남은 정쟁거리인 NLL문제를 끊어버리면 모든 것이 끝날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남 원장 입장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도 정치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회의록을 공개함으로써 온몸으로 정치권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원장이 국회 정보위에서 “야당이 자꾸 공격하고 왜곡됐다고 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밝힌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노무현재단 이병완 이사장과 문성근, 이재정 이사, 천호선 상임운영위원 등이 6월 27일 재단 사무실에서 남북정상회담 왜곡·날조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국정원과 여권의 의도와는 달리 회의록 공개 파문은 갈수록 커져가는 양상이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회의록의 유출·입수과정에서 조직적으로 공조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권영세 새누리당 선거대책위 종합상황실장(현재 주중대사)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집권한 뒤 이를 공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녹취록이 민주당에 의해 공개됐다.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도 대선 당시 회의록 원문을 불법 입수해 읽어봤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김 의원은 “정문헌 의원이 말해준 내용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해 만든 문건을 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당시 대선 유세 중 ‘(미국에 대한) 저항감도 갖고 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는데 ‘저항감도 갖고 있다’는 부분은 국정원이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에게 열람시킨 회의록 발췌본에는 들어 있지 않고 전문에만 담겨 있는 말이어서 전문을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표현이다. 이번 사태로 국정원의 정치개입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해지면서 개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민주당 최재천 의원은 “박근혜 정권 등 역대 정권은 국정원의 정보를 정치에 활용함으로써 그동안 많은 후유증을 양산했다”며 “우리도 독일처럼 국회 정보위를 확대해서 사생활 침해·정보 통제·예산 심사 등 각 분야에서 철저하게 국정원을 통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지 이야기
[정동늬우스]그들만의 ‘국익’
[정동늬우스]그들만의 ‘국익(2011. 03. 02 18:36)
2011. 03. 02 18:36 정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뒷북 수사’로 일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 직원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처벌해도 실익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의 범행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사법처리에 이르기 어렵다는 뉘앙스였다. 조 청장은 ‘국정원이 그랬다고 하면 수사 대상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국익을 위해 한 것인데…”라며 이같이 말했다.(2011년 2월 22일자, 진실규명은커녕 눈치만 보는 경찰) 국익을 명분으로 부당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사진은 지난해 11월 9일 정부의 UAE 파병동의안 의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장에서 파병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반전평화연대 소속 한 회원. | 반전평화연대 제공 수사·사법기관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말이 또 있다. 바로 ‘국익’이다. ‘국익’이란 이유로 잡아넣을 때도 많고, 같은 이유로 풀어줄 때도 많다. 불철주야 국익 창출, 경제성장에 앞장섰다는 재벌들이 방면 대상이다. 정치인들도 덩달아 혜택을 받기도 한다. 재계의 앞날까지 걱정하는 눈물겨운 ‘국익보호법’ 주역은 검찰. 1990년대 수서비리 사건 때 검찰은 여당인 민자당의 세 최고위원과 야당인 평민당에 제공된 정치자금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비판받았다. 당시 내세운 명분은 ‘국익 차원의 수사 종결’. 2000년대에도 ‘국익’을 빙자한 검찰의 재벌 선처는 이어진다. ‘수사로 말한다’는 검찰? ‘수사 외적인 것’으로도 종종 말하곤 한다. ‘형제의 난’으로 촉발된 두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8일 비자금 조성행위에 관여한 두산 총수 일가를 모두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불구속한 배경에 대해 “박용성 전 두산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어서 동계올림픽과 IOC 총회 유치 등 외교에 미칠 국익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는 수사 외적 요인이 수사에 영향을 미쳤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2005년 11월 10일자, 두산 총수 일가 4명 모두 불구속- 검찰 국익 고려 논란) 재벌도 이왕이면 IOC 위원 같은 걸 하면 더 큰 보은을 받을 수 있다. 엄정한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대통령과 검찰도 ‘IOC 재벌’ 앞에선 껌뻑 죽는다. 불법을 저지르기엔 올림픽 유치 시즌이 적기. 노조도 세계노동자대회 유치할 것! 이귀남 법무장관은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을 통해 현재 정지 중인 (IOC) 위원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줌으로써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한 좀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각계각층의 청원을 반영하는 한편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이번 조치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2009년 12월 30일자, 이건희 특별사면, 국익 이유로 표정 바꾼 MB 법치) 이들의 ‘법과 원칙’은 절대적인 게 아니다. ‘상대성’이 이들이 말하는 ‘법과 원칙’의 보편타당한 준칙. ‘불법필벌(不法必罰)’은 노조, 양심수, 쥐그림 대학강사, 미네르바, 촛불 등에게만 적용되는 원칙이다. 미네르바 구속사건이 해외 토픽에 나고, 쥐그림 대학강사 때문에 해외 지식인들이 성명을 내고, 유엔 인권보고서에 인권 후퇴 지적이 나오는 걸 두고 ‘국제망신’이라 부르면 그게 바로 국익을 해치는 행위다. 이들의 국익은 노동자·소수자·약자·시민의 이익과는 자주 상충되는데, 미국의 이익과는 종종 결부된다. 검찰은 물론 이 ‘국익’을 위해 앞장선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의 가해 미군들에 대한 무죄평결이 있은 지 1년여 만에 한국 검찰의 미군에 대한 수사기록이 공개된다. 이는 검찰이 국익과 수사상 이유 등으로 수사기록 공개를 거부해온 관행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데 따른 것이다.(2003년 12월 5일자, 여중생 사망 수사기록 공개 판결) 아! 대한‘미국’. 거리 선전전도 불사. 한나라당 의원들과 대한상의 등에서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를 잇따라 개최하자 축산농들은 “정부와 여당이 합작해 농민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중략) 한우협회 홍성지회 김봉수 회장(56)은 “병실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시식회를 TV 화면으로 지켜봤는데 너무도 억울해 눈물이 났다”며 “위기에 처한 축산농가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미국의 국익을 위해 외국산 쇠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과연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들이냐”고 분개했다.(2008년 7월 10일자, 한우 시식회 해도 시원찮은데) 문화재보호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희생 가능. 문화재청은 검찰 못지않은 ‘국익보호법’의 수호자다. 국익에 도움되는 일이라면 ‘위험을 무릅쓰기’도 한다. 문화재청이 창경궁 안에서 전열기 등을 사용한 만찬을 허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19일 저녁 국보 226호인 창경궁 명정전 앞마당에서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 연차총회 만찬이 열렸다. (중략) 문화재청은 “국익에 도움이 되고 우리 궁궐을 널리 알릴 수 있다고 판단해 위험을 무릅쓰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창경궁에는 일절 음식 반입이 금지돼 일반인들은 도시락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2008년 6월 21일자, 국보 창경궁서 ‘위험한 만찬’) 이번 정권은 ‘국익 창출’의 여러 신모델을 개발하기도 한다. 비즈니스 파병은 그 모델 중 하나이고, ‘안보수출론’은 새로운 수출 담론이다. 군인들은 곧 산업역군. 국방부 회의실에 ‘수출 1억 달러 달성 목표’ 구호가 이미 붙었을지 모를 일이다. 국방부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군 파견동의안이 통과함에 따라 다음달 11일 ‘UAE 군사훈련협력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그러나 과거 국군의 13차례 파병이 모두 헌법 5조 ‘국제평화’를 법적 근거로 한 반면, 이번에는 헌법에도 없는 ‘국익 창출’을 명분으로 삼으면서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국익 창출’이란 표현을 통해 정부 스스로 UAE 파병이 사실상 원전 수출의 대가인 ‘비즈니스형 파병’임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2010년 12월 13일자, UAE 파병 위헌 논란, 정부 국익 창출 명분 내세워 비즈니스 파병 자인) 이전 정권도 이라크 파병 때 ‘국익’론을 펼쳤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2003년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미국의 침략전쟁을 거드는 것을 포함하여 어떤 일이라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발상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만일 국익이란 이름 하에 국가의 모든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다면 20세기 초 일본이 자기네의 국익을 위해 한국을 침략하여 강점한 것 역시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지금은 ‘짐이 곧 국가’였던 절대군주제 시대도 아니고, 군사반란의 주범 박정희가 집권하고 있는 시기도 아니다. 절대군주의 이익이 국가의 이익으로, 독재자의 정권 유지가 국가 안보로 간주되는 그런 시기는 지나가버렸다.(2003년 9월 19일자, 이라크 추가파병론의 오류)
정동늬우스
[사회]“진실 위한 유엔 서한 국익논란 오도”
[사회]“진실 위한 유엔 서한 국익논란 오도”(2010. 06. 23 14:56)
2010. 06. 23 14:56 사회
ㆍ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 “시민서명 정보공개 2차 청구”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 |김석구 기자대표적인 시민 단체인 참여연대가 홍역을 겪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간 천안함 문제에 대해 참여연대가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 및 후속 조치에 대한 입장 서한을 유엔에 보낸 것을 두고 “국익을 배반한 행위”라는 비난에 직면한 것. 비판은 강도를 더하고 있다. 정운찬 총리는 6월 17일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국내 논의에 그치지 않고 국제기구에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비이성적”이라고 비난했다. 보수 단체들은 연일 돌아가면서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6월 15일 라이트코리아, 6.25남침피해유족회 등 보수 단체들이 참여연대를 반국가 행위로 고발했다. 이튿날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진한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검찰은 “서한 작성에 관련한 인사들을 전부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6월 16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는 ‘천안함 사건 진실규명 및 국회 국정조사 요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6·2 지방선거 이후 좀 더 차분하게 천안함 사건을 처리해 나가리라고 믿었다. 정부의 태도도 그렇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마녀사냥도 개탄스럽기 그지 없다.” 참여연대 정책과 노선을 총괄하고 있는 김민영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회견 내내 회견장 밖에서 착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런 ‘사태’를 예상했는가. “예상하진 못했다. 참여연대가 유엔에 보낸 서한은 이미 참여연대가 정부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정리해 놓은 이슈 리포트를 영문 번역한 것이다. 그 내용은 이미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이고, 정부에도 제공했다. 그 내용에 대해 그동안 정부도 반응이 없었고, 내용 그대로 국제기관이나 각국 대사관에 보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천안함 유족들이 방문했다. 격앙된 분위기로 보도됐다. “그렇지 않았다. 우리 사무실을 방문했기 때문에 그분들도 조심스런 입장이었다. 그분들은 어떤 자료를 가지고 리포트를 만들었는가 질문했다. 아는 것처럼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어려움이 있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 정보를 공유하자고 논의했다. 그렇다고 협조적인 분위기까지는 아니었고, 신중하게 처신해 줄 것을 요구한 것 같다. 참여연대는 지금까지 이 문제에 관해 신중한 행보를 해 왔다고 생각한다. 초기 대응부터 지금까지 즉자적인 대응은 안 한다는 원칙을 견지했다. 정부가 어떻게 이 사안을 조사하는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봤다.” 정부가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는 입장이 아닌가. 군사적 기밀도 있을 것이고…. “당연히 국민들이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예를 들어 열상감지장비(TOD)는 항상 켜져 있는 것인데 사건 당시 몇 분만 볼 수 없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는가. 자료가 없다고 했다가 국회나 언론이 추궁하니 계속 나왔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국방부 발표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비판정서는 이런 것이다. 참여연대와 같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민단체가 국제기구에 낸 서한이 그동안 나온 의혹 제기를 집대성한 수준이며, 그게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두 가지 지적인 것 같다. 우리가 낸 의문은 과학적 지식에 기반했다기보다 보통 국민들이 생각할 수 있는 상식적인 의문이었다. 국민들이 의아해 하던 것을 정리한 것이다. 안보리가 남북간의 특수 상황이나 사건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최우선으로 놓고 판단해 주길 바라는 정중한 요청이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반대하는 우리 입장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 두 번째로 우리는 어떠한 추론, 예를 들어 북한 소행이냐 아니냐 등의 문제에 있어 선험적 판단도 배제했다. 어떤 결론이 나오건 간에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고 국제사회도 공감할 수 있는 신중하고 치밀한 조사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갖고 있는 원칙이다. 우리는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명확한 제재를 위해서라도 지금의 조사 결과보다 더 신빙성이 높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참여연대 내부에서 이견은 없었나. 이 사건으로 오히려 회원이 200여 명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탈퇴하는 회원은 없었나. 6월 17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앞에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참여연대가 천안함과 관련한 서한을 유엔에 전달한 것을 비난하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의 두 달 동안의 천안함 진실 공방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고, 참여연대 의견서 내용 자체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이 전쟁기념관에서 천안함 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물론 탈퇴한 회원도 20여 명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언론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오해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정부 태도가 강경하다. 총리가 연일 공개적으로 참여연대를 비난하고 있다. 검찰은 보고서와 관련된 인사들을 전원 조사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국익이냐 매국이냐 그런 논란이 아니다.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제사회를 한반도 평화에 역행해 끌고 가거나 남북 긴장 고조는 어떻게 하든 제어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국정조사를 하는 등 국회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천안함 특위는 계속 공전 상태다. 정부도 한나라당도 비협조적이다. 이 상태에서 국민들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겠는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 지원을 재검토하겠다고 정부가 밝혔다. “왜 그런 말을 꺼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1998년부터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 소액다수 후원이나 회비에 입각한 재정자립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다른 시민사회 단체도 촛불시위 이후에 광우병대책회의에 이름을 건 단체에 대한 지원을 끊는다는 식이었다. 나는 정부가 그런 발상을 하는 것이 아직도 시민단체를 잘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또 하나는 정부 지원을 끊는 것을 통해 시민단체를 길들일 수 있다는 메시지다. 돈으로 시민사회를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저열한 발상이고 인식이다.” 인터넷에 보면 미국 핵잠수함과 충돌설이나 좌초설 등 음모론적 주장이 많다. 참여연대가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결국 그런 의견에 동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있다. “정보가 통제된 상황에서 민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오히려 최대한 정부 발표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의 일환으로 시민단체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해 당사자인 국방부나 군 당국이 진상 규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휘하고 실행에 옮긴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감사원이 밝힌 것처럼 그 과정에서 허위 보고가 있었고, 조사 과정에서 그런 문제점을 반복하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문제가 이렇게 커진 것이 아닌가. 정보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공개하고 설득하려 했다면 이렇게 많은 음모론이 나왔겠는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시민정보공개청구단을 모집했다. “5월 초에 1차로 냈고, 2차 정보공개청구에 시민서명을 받고 있다. 이른 시간 안에 2차 청구를 내도록 하겠다.”
[인물연구]주일대사 권철현, 과거·명분보다 실용·국익 앞세워
[인물연구]주일대사 권철현, 과거·명분보다 실용·국익 앞세워(2008. 04. 30)
2008. 04. 30 인물연구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으로 몇 달간 잊혀졌던 인물이 부각됐다. 4·9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진 권철현 주일대사다. 4월 17일 주일대사에 부임한 그는 최근 며칠 사이 “낡은 과제면서 현안인 독도나 역사교과서 문제는 우리가 먼저 꺼낼 필요가 없다” “미래가 좋아지면 어느 정도 과거를 용서할 수 있다고 본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때는 그걸 왜 일본 정부에만 요구하는지 의문이었다”라는 말을 쏟아냈다. 과거보다 미래, 명분보다 실용과 국익을 앞세우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 의식을 드러내는 발언이었다. 초선 때부터 한일의원연맹서 활동 하지만 독도본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의 시민단체는 그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독도본부는 권 대사의 해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독도본부의 관계자는 “국익의 가장 기본은 영토”라면서 “영토 문제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적 문제보다 영토 문제가 더 근본적”이라고 전제한 뒤 “일본을 잘 안다고 하는데, 일제 당시 이완용만큼 일본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었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 역시 비판하고 나섰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한·일관계에 대한 권 대사의 발언은 친일 망언”이라며 “당장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권 대사를 사퇴시켜라”라고 촉구했다. 3선 의원(4월 15일 국회의원직 사퇴)이었던 권 대사는 3선 내내 한일의원연맹에서 활동했다. 국회 내에서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통했다. 그는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일의원연맹 박정호 사무총장은 “쓰쿠바 대학은 도쿄 북쪽에 위치한 대학으로 권 의원이 박사학위를 받은 도시사회학 분야에서는 명문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사는 2004년 17대 국회 출범 후 “15대 초선 때부터 선배 의원들이 일본 유학파라는 이유로 의원연맹에서 활동하게 했다”고 밝혔다. 권 대사는 주일 대사에 임명되기 전까지 한일의원연맹의 부회장 겸 간사장을 맡았다. 여당 의원이 회장을 맡는 관례상 17대 국회에서 문희상 의원이 회장을 맡았지만, 실질적인 역할은 간사장인 그에게 많이 부여됐다. 권 대사는 현 한일의원연맹 일본 측 회장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간사장인 누카가 후쿠시로 재무상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박정호 사무총장은 “이들뿐 아니라 가와무라 다케오 전 문부과학상, 아베 신조 전 총리와도 가깝다”고 말했다. 지난해 후쿠다 총리가 취임하자, 권 대사는 “후쿠다 총리가 아버지 후쿠다 총리 때부터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 연대를 중시했지만 그의 ‘신 후쿠다 독트린’이 모습을 보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쿠다 내각 구성에 각 파벌의 1인자가 모두 포함돼 있어 자신의 목소리보다 여러 파벌의 의견을 조율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것이다. 한일의원연맹 활동 당시 독도나 교과서 문제에 대한 그의 입장은 현재와 비슷했다는 것이 연맹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정호 사무총장은 “의원연맹 자체가 민감한 문제를 내놓고 바깥에 나서지 않고, 수면 아래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며 “일부 소장파 의원이 독도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격하게 토론했지만 간사장이었던 권 대사는 실질적인 조화와 중용을 추구하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차기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점쳐진다. 그는 17대 국회에서 의원연맹 고문직을 맡았다. 이 의원은 대통령 당선 직후 특사 자격으로 일본을 다녀왔다. 당시 권 대사가 이 의원을 수행했다. 권철현 주일대사의 꿈은 부산시장이었다. 3선의 국회의원이면서도 그는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당내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 현 허남식 부산시장에 패했다. 이것이 첫 패배가 아니었다. 2002년 6·13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내 경선에서 안상영 전 부산시장에 12표차로 석패했던 만큼 그에게는 부산시장에 대한 한이 맺혔을 법하다. 부산시장 후보 당내 경선서 2번 패배 두 번씩이나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 떨어졌지만, 중앙 정치에서 그는 소위 ‘잘나가는 정치인’이었다. 15대 국회에서 발을 들인 후 세 번 연속 국회의원에 당선했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회창 후보 비서실장으로 권력의 핵심인물로 떠올랐다. 2006년 17대 국회의 후반기에 교육위원장이 됐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 대통령의 특보단장으로 활약했다. 그가 언론에 떠오르게 된 것은 지난해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나선 후다. 불과 4년 전 이 후보의 핵심측근이었던 권 대사는 단식투쟁을 하면서 이 후보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의 행동을 두고,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그의 ‘일관된 의지’냐, 아니면 권력 이동에 따른 ‘배신’이냐는 평가 사이에 수많은 말이 오갔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나섰지만, 그는 대통령 당선 후 당내 공천에서 떨어졌다.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차남인 장제원 당선자에게 밀린 것이다. 장 당선자는 이번 4·9총선에서 당선했다. 이후 그는 항변했지만 결국 운명에 순응했다. ‘그 결과’ 때문인지 주일대사직에 임명됐다. 권 대사를 이야기하면 자주 언급되는 정치인이 김무성 의원이다. 경남중학교 선·후배로 15대 국회에 같이 입문한 두 사람은 부산지역 맹주자리를 놓고 매번 신경전을 펼쳐왔다.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 밑에서 사무총장을 할 때, 권 대사의 이명박 후보 지지는 당연한 코스로 여겨졌다. 김 의원은 4선으로 18대 국회에 진입했고, 권 대사는 3년 임기의 주일대사가 됐다. 한 사람은 새정부 실용 외교의 야전사령관이 됐고, 한 사람은 친박 인사들의 핵심으로 계속 활약하고 있다. 두 사람의 앞으로 행보가 여전히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인물연구
[주간시론]일본 국익외교와 한국 건달정치(2007. 06. 05)
2007. 06. 05 오피니언
얼마 전 다나카 히토시란 한 일본 외교관을 초청하여 세미나를 가진 적이 있다. 다나카 히토시는 2002년 북·일 평양 선언을 이끌어냈던 주역이다. 고이즈미 전 일본 수상을 두 차례나 방북 동행하면서 미국의 눈을 피해 일본 외교가 북한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던 고이즈미 전 수상의 외교 참모였다. 그의 대북외교의 최종 목표는 물론 북·일관계 정상화에 있다. 실제로 그는 이 문제를 달성하기 위해 미스터 X란 북측 관계자를 접촉해 왔다. 우는 아이의 울음도 멈추게 하고 하늘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북측 권부의 막강한 핵심기관인 국방위원회 소속의 미스터 X는 누구일까. 세미나가 끝난 후 다나카씨와 단둘이 앉아 커피를 마시게 됐다. 한·일 간 대북 문제에 대한 공통 관심사를 논하던 중 그에게 슬쩍 물어 봤다. “미스터 X라는 당신의 북측 파트너는 누굽니까?” 그러자 그는 “저는 그 사람을 제가 죽어 무덤에 갈 때까지 가져갈 생각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빙그레 웃음을 지어 보였다.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순간 내 뇌리에 번개처럼 스쳐 지난 것은 국가 간에 지켜야 할 ‘외교적 신뢰’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그에게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은, 북한에서 사람의 이름이란 개성과 개인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체제가 부여하는 명칭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측 관계자가 북한의 국가이익과 직결된 대외 특무를 맡고 나선 경우에는 이런 특징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내 자신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정으로 다나카씨에게 듣고 싶었던 것은 어떻게 북한을 상대로 외교적 신뢰를 쌓을 수 있었느냐 하는 문제와 대외 문제에 관한한 미·일 동맹의 틀을 벗어나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던 일본이 어떻게 미국을 따돌리면서까지 북·일관계 정상화를 단독으로 진행시킬 만큼 간 큰 행보를 생각할 수 있었느냐 하는 의문점이었다. 그의 결론은 한마디로 일본의 ‘국익’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북한문제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한반도의 모든 미래 상황을 한 번도 일본과 무관한 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이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지를 연구해 왔고, 한반도 문제가 일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시각에서 그는 북한문제를 다뤄 왔고, 북·일관계 정상화를 극비리에 추진해 왔다고 했다.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선제공격론을 강화하여 북한을 압박해 들어가면 갈수록, 북한은 미국의 압박을 피하기 위한 통로를 찾게 될 것이며, 바로 그 통로가 강력한 미·일 안보동맹 틀을 구축한 일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 그의 외교적 상상력,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일본은 오히려 미·일 안보동맹이란 협력 틀을 이용해 긴장상태에 놓여 있는 북·미관계의 파고 속을 뚫고 들어가 이를 북·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호기로 활용했다고 말한 그의 외교지략. 다나카씨와 나눈 대화는 최근 방북길에 오른 우리 정치인들과 그들에 대한 세간의 비판여론을 생각하게 한다. 방북하여 북측 고위인사를 만나 눈도장을 찍고, 이를 다시 사진에 담아 자신들의 대권을 향한 정치적 이벤트로 활용하여 마치 하루아침에 한반도 문제 전문 정치인으로 둔갑한 듯한 우리네 정치인들. 그들이 단 한 번이라도 일본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를 우리나라 문제와 직결된 것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북한문제를 뚫고 들어가기 위해 한·미 안보동맹의 틀을 오히려 한반도의 안보이익에 맞춰 활용할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 정치인들이었던가. 세계화는 분명 남북한 모든 정치인에게 지구촌 시대의 새로운 협력이란 문명의 싹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눈앞엔 건달 정치인들만 활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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