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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총 9 건 검색)

그린벨트 거래 급증 “규제 강화해야”(2023. 08. 11 15:08)
2023. 08. 11 15:08 경제
ㆍ투기 등 이상거래 의혹…도입 반세기 맞아 위기 직면 대규모 토지 지분거래 사실이 확인된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1년 처음 도입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제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치적사업으로 꼽힌다. 알려진 대로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도시의 허파가 돼줄 녹지를 확보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덜 알려진 이야기지만, 다른 목적도 있었다. “우량농지의 확보와 안보상의 이유”(최상철 서울대 명예교수)다. 예컨대 1960년대 현재의 서울 도봉·노원구 일대는 ‘마들평야’라고 불리던 들판이었다. 강남 개포·대치·수서동 주변도 모두 우량농지였다. 개발제한구역 지정에는 생산성 높은 서울 외곽의 농지를 보전하는 목적도 있었다고 최 교수는 증언한다. 오늘날 해당 지역에 개발제한구역이 타 지역 대비 많이 남아 있는 배경이다.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의정부시 등의 경우 휴전선에서 가깝다는 안보상 이유가 개발제한구역 지정에 작용했다. 사유재산 침해 논란과 개발이냐 보전이냐의 오래된 논쟁 속에서도 개발제한구역은 반세기 넘게 존재했다. 여전히 국민 10명 중 7명이, 전문가 10명 중 9명 이상이 지지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올해 5월 기준 우리나라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약 3751㎢(132만 필지)로 전체 국토의 약 3.7%를 차지하고 있다. 적잖은 면적임에도 누가 얼마나 개발제한구역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지, 토지거래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등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국토연구원에서 최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토지를 누가 얼마나 소유하고 있을까?’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대략적인 토지 소유 및 거래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1998년에도 한차례 조사가 있었지만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개발제한구역의 토지 소유·거래 관련 사실상의 첫 심층보고서인 셈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부동산 가격 상승기인 2015~2022년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 지분거래가 폭증한 점이다. 상당수는 투기 등을 염두에 둔 이상거래로도 볼 수 있어 추가적인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인 약 90%는 “개발제한 알고 토지 소유” 개발제한구역 지정은 이미 1970년대에 다 끝났다. 1971년 서울 등 수도권 내측(1차 지정)을 시작으로, 이후 1~2년 단위로 전국으로 지정 범위를 확대했다. 1977년 전남 여수권(8차 지정)을 끝으로 전국 14개 도시권에 모두 5397㎢(전 국토의 5.4%)의 개발제한구역이 지정됐다. 지정 후 30년 넘게 ‘금단의 땅’으로 이어져 온 개발제한구역의 해제 및 개발 등이 본격화된 건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다. 녹지로서 보존 가치가 없는 지역은 구역에서 해제하고, 사유재산 침해문제 등을 들어 되도록 정부가 땅을 매입한다는 취지에 따라 2001년 제주·춘천권 등 중소도시권의 개발제한구역이 전면 해제됐다. 수도권 등 대도시권도 부분 해제와 함께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택지개발이 이어졌다. 지난해 말까지 사라진 개발제한구역은 최초 지정 면적의 약 30%에 달한다. 해제된 면적의 7.5%(약 12만㎢)는 고리원자력발전소 건립을 위해 쓰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토연 분석에서 현 개발제한구역 토지면적(3751㎢)의 약 70%는 사유지, 국·공유지는 약 30%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유지는 개인소유 면적이 약 49%, 법인 및 이종소유(개인+법인 등) 면적이 약 21%로 나타났다.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의 경우 필지의 분할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공동소유인 경우 ‘공유지분’을 갖는 형태로 토지를 소유하게 된다. 구역 내 토지라도 매매·상속·증여 등 이전거래가 가능하다. 개인소유 토지 중에서는 불과 47.6㎡(14.4평)의 면적인 한 필지에 무려 439명이 공동소유주로 이름을 올려 최다 필지공유인수를 기록했다. 각자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의 땅을 보유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개인이 소유한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의 88.3%(면적 기준)는 구역 지정 후 소유권 이전 변동 내역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해당 토지가 개발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토지를 소유했다는 뜻이다. 소유권 이전이 발생한 개인 소유 토지의 경우 필지공유인 수가 평균 1.60명으로 이전 내역이 없는 토지의 필지공유인 수(평균 1.45명)보다 많은 것으로도 분석됐다. 투기 목적의 공유지분 거래가 많은 데 따른 결과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이후부터는 필지공유인 수가 2인 이상인 토지에서 소유권 이전 횟수가 증가하는 것으로도 집계됐다. 물론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를 상속·증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다수가 필지를 공유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선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은 “필지공유인 수가 10인 이상으로 ‘매우 예외적인 경우’도 개발제한구역 내 약 120㎢(여의도 면적의 약 40배) 정도 존재한다”며 “개발제한구역이 개발될 경우 토지를 소유하게 된 시점(구역 지정 전·후)에 따라 보상 등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기자회견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중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부동산 상승 시기에 지분거래 폭증 1990년대 조성을 완료한 1기 신도시를 제외하곤 2기 신도시, 3기 신도시(조성 중) 모두 개발제한구역을 대거 해제해 도시를 조성했다. 이렇다 보니 서울 안에 있거나,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의 경우 언제 풀려 개발될지 모르기 때문에 여러 규제에도 불구하고 ‘금싸라기땅’ 대접을 받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보면 올 4월 강남구의 한 개발제한구역 내 농지 992㎡(약 300평)의 매매가격은 42억7500만원이다. 참고로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돼 땅이 수용될 경우 토지 소유주는 현금 외 ‘조성이 완료된 토지’로도 보상(대토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때 개인 1인당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주택용지 면적은 990㎡(300평)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대토로 300평가량 땅을 받으면 자체적으로 건물을 올릴 수도 있고, 다른 개발사업자에게 해당 토지를 매각할 수도 있다”며 “어느 쪽이든 매입비용 대비 많은 차익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의 투기가 실현된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3월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지역 투기사건이다. 국토연 분석에서는 부동산 상승 시기인 2015~2022년 사이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에서 유독 많은 지분거래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된다. 국토연이 집계한 ‘이종소유 토지의 소유권 이전 횟수’ 자료를 보면 해당 기간 중 모두 9만1876건의 소유권 이전이 발생했다. 이전 44년간(1971~2014년) 총 소유권 이전 횟수(4만410건)보다 약 2.3배 많다. 이종소유 토지의 경우 여러명의 개인·법인 등이 필지를 공동소유하고 있다. 소유권 관계도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일반적인 상속·증여의 형태로 보기 어렵다.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의 지분거래가 급증한 시기 중에서도 특히 2018년(1만9083건)과 2019년(2만3343건)의 이전 횟수가 역대 1·2위를 차지했다. 해당 기간은 문재인 정부가 3기 신도시의 입지를 발표하던 시기와도 일치한다. 이종소유 토지거래의 상당수는 기획부동산과 연루돼 있으리라고 추정된다. 개발제한구역 내 이종소유 토지 중 필지공유인(법인 포함) 수가 가장 많은 사례는 성남시 금토동 소재의 한 임야다. 청계산 자락 중턱에 걸쳐 있는 1.4㎢ 면적의 이 임야 소유주는 개인 및 법인은 물론 외국인, 종교단체 등 2019년 한때 4859명(지난 10일 기준 4040명)에 달했다. 경찰 수사 결과 기획부동산이 약 153억원에 임야를 매입한 뒤 지분을 쪼개 판매하는 방식으로 모두 961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린 사건임이 드러났다. 서울 도봉동의 한 임야 역시 2018년에 기획부동산이 개입해 지분거래를 한 사례로 확인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업체는 3.3㎡당 2만5736원에 임야를 매입해 약 5배에 해당하는 3.3㎡당 12만8773원에 지분을 판매했다. 매입가 대비 판매가 수익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유재성 국토연 부연구위원은 “소유권 이전 횟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종소유 토지는 지분거래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토지들”이라며 “기획부동산에 의한 토지거래가 의심되므로 이상거래에 대한 추가적인 점검과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기 전인 1970년대 서울 은평구 진관내동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민·전문가 80% “규제 유지 내지는 강화를”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주택공급대책에서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청년주택’ 등을 포함해 “향후 5년간 연평균 50만 가구씩, 25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정부의 공급계획을 뛰어넘는 규모다. 최근 ‘뉴홈’ 브랜드로 사전청약이 이뤄진 아파트들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는 도심복합개발, GTX역사 주변 고밀 개발, 민간 재건축 등을 통해 물량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지난해부터 주춤한 터라 민간 차원의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공급물량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토부가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업계에서 꾸준히 ‘4기 신도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신도시 개발만큼 공급물량을 일시에 대량 달성할 수 있는 복안도 없다. 4기 신도시가 추진될 경우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이 유력 후보지가 된다. 이 경우 최근 몇 년간 급증한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 지분거래는 사전투기 의혹 등 여러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올 2월에는 시·도지사가 해제할 수 있는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 면적이 기존 30만㎡에서 100만㎡로 3배 이상 늘었다.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 개발행위도 여전하다. 경기도가 올해 5~7월 중 개발제한구역 관리실태를 특별 점검한 결과 조사대상 80곳 중 32.5%에 해당하는 26곳에서 불법행위가 확인됐다. 허가받은 목적과는 다르게 건축물을 올리거나 용도·형질을 변경해 사용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사유재산 침해 문제 등과 같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발제한구역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배경이다. 국토연은 올해 1~6월 중 일반 국민(2000명), 도시계획·환경 분야 전문가(100명) 및 권역별 개발제한구역 담당부서 팀장급 이상 공무원(55명)을 대상으로 개발제한구역 관련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 결과 일반 국민의 82.5%가, 전문가의 81%가 “개발제한구역 내 행위 제한을 현재대로 유지하거나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공무원은 65.4%가 “완화하거나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응답했다. 도시 주변 개발제한구역 존치 여부에 대해선 일반 국민(72.0%), 전문가(93.0%), 공무원(67.2%) 모두 “유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발제한구역을 일률적으로 유지하기보단 도시의 성장과 쇠퇴, 인구 이동과 감소, 수도권 집중화 현상 완화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규제와 해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보존이 필요한 도시 주변 개발제한구역의 경우 투기나 불법행위 가능성이 상존하므로 관리감독 및 규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발제한구역을 보존하면서 여러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정부가 단계적으로나마 구역 내 토지 매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김대중 정부에서 이미 제시된 해법이기도 하다. 유재성 부연구위원은 “현행 개발제한구역 매수청구제도와 협의매수제도는 매수 대상 토지요건을 한정하고 있어 토지 매수(비축)에 한계가 있다”며 “규제수준을 현재와 같이 유지한다면 (토지 매입을 위한) 재원 확보와 더불어 적극적인 매수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 대신 고밀도 개발”(2020. 08. 14 14:23)
2020. 08. 14 14:23 정치
ㆍ전 서울시 정책보좌관 언론 인터뷰서 밝혀… 박원순 유지를 정부가 받았나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한 것이 아니었다. 가족 내 노동분업 변화와 그에 따른 직장·거주양태 변화를 반영해 새로운 21세기 도시모델을 만들려 했던 것이다.” 지난 8월 11일 접촉한 전 서울시 고위 핵심인사의 말이다. ‘박원순 서울시 6층’ 정무직 인사인 그는 박 시장의 사망과 함께 물러났다. 그는 익명을 요청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모인 ‘초록 태릉을 지키는 시민들’ 회원들이 8월 9일 오후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8.4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반대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기자는 박 시장의 사망 후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서울시와 청와대·국토부 갈등 기사를 썼다. 서울시가 “해제 대신 고밀도 개발안을 대안으로 발표하려 했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최병천 전 서울시 정책보좌관이 매일경제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7월 27일 인터뷰에서 최 전 보좌관은 “6월 초 박 시장이 주재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 현안 보고 자리에 배석했으며,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이 ‘도심 고밀도 개발 공급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해 총 4차례 회의를 가져 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7월 13일 월요일 공급방안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고, 7월 8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만난 뒤 이낙연, 김부겸 당 대표 후보를 만날 예정이었지만 박 전 시장이 사망하는 바람에 없던 일이 됐다”고 주간경향의 보도내용을 확인했다. 박 시장 계획 주간경향 보도 사실로 드러나 인터뷰에서 최 전 보좌관은 확정했던 안과 관련해 “30·40세대들이 직주근접(직장과 집이 가까움)할 수 있는 곳에 대량 공급하자는 것이 핵심이었고, 모토는 ‘신도시가 아닌 신도심’이었다”며 “도심, 즉 서울 사대문 안에 5000~6000가구를 공급하되 SH가 참여하는 공공재개발 방식으로 인근 지역 집값이 덩달아 뛰는 것을 막는 안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외에도 서울의료원 부지(3500가구), DMC랜드마크 부지(5000~8000가구), 구 중구청 부지(600가구), 용산정비창 부지 추가 활용 등으로 추가공급분 기준으로 총 1만5000가구를 공급하려 했으며, 공급방식으로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도입할 계획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4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공급방안과 관련해 최 보좌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이 인터뷰에서 밝혔던 ‘박원순 서울시의 공급대안’이 정부안에 거의 수용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시가 발표하려 했던 안은 문재인 정부를 측면지원하려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8월 10일 그는 다시 글을 올려 이날 국토부가 ‘강남 3구 개발이익을 강북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강남 3구 개발이익의 광역화’는 ‘전국민고용보험’에 이어 준비했던 두 번째 이슈”라고도 주장했다. 정부 당국이나 국토부가 박 시장이 남긴 부동산 정책을 실제로 수용해 정책 방향을 수정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최 전 보좌관에 이어 정세균 총리의 매일경제 인터뷰를 보면 서울시와 정부 사이에 벌어진 막후논의의 일단이 드러난다. 정 총리는 인터뷰에서 “고밀도 개발정책으로 갔을 때 용적률 등 규제가 완화되면 부작용으로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민간 재건축에는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느닷없이 “그런 측면에서 서울시 본부장(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의 태도는 아주 부적절했다”고 서울시를 비판했다. 다시 ‘서울시가 말을 바꿨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부연 설명한다. “서울시가 중시하는 그린벨트는 해제하지 않기로 정부가 초기 결단을 낸 것도 우리가 양보하는 대신 서울시가 그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서 같이 ‘원팀’으로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재건축 형식에 대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공직자로서 처신은 아주 적절하지 못했다.” 국무총리가 서울시 정책담당자를 사실상 특정해서 비판한 건 이례적이다. 총리의 비판은 정부가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한 지난 8월 4일 서울시 김 본부장이 브리핑에서 “공공재건축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애초 서울시는 별로 찬성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딴소리를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밀도 개발과 관련한 층수 제한을 풀 권한은 서울시에 있다. 당장 서울시가 반대하면 정부의 공급대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주택공급방안이 사전에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채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기재부와 국토부, 서울시는 다시 공동으로 이날 오후 늦게 낸 보도자료에서 “공공이 참여하는 경우 최대 50층까지 허용하겠다는 입장에 이견은 없다”고 밝혔다. 어쨌든 적어도 서울시가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기로 한 정부의 ‘초기 결단’ 대신 (서울시가 주장한) 고밀도 개발을 수용했다는 것은 정 총리 발언에서 확인된다. 서울시와 정부 갈등 핵심은 ‘강남 재개발’ 그러나 “박 전 시장의 유지가 그린벨트 유지 대신 도심 고밀도 개발이라는 대안이었다”는 최 전 보좌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나온다. 서울시장 비서실장을 역임한 천준호 의원은 8월 11일 기자를 만나 “서울시에서 고밀도 개발을 찬성하는 측이 있었지만 박원순 시장은 부정적인 시각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찬성하는 측에서) 마지막까지 설득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린벨트 해제 대신 원도심 고밀도 개발 대안을 정부 측에 관철시켰다’는 주장과 관련 “원도심 개발은 또 다른 이야기이며 (서울시와 정부 당국 간 논쟁의) 핵심은 강남 재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강남 재개발의 경우 용적률을 제한하는 대신 그동안 사업성이 안 나와서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못 하는 곳에는 공공재개발을 통해 질 좋은 공공임대나 분양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밀도 개발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김석수 직접민주주의 연구원장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대의는 차치하더라도 정보통신 발달과 코로나 이후 비대면 사회가 보편적 삶의 원리가 되는 마당에 도심을 고밀도 개발한다는 것은 시대적 추세와 반대로 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문제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도 도심에는 텅 빈 사무실이 많은데 행정조치나 시행령 개정으로 주거용으로 쓸 수 있도록만 해줘도 신개발이나 재건축은 안 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굳이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안 해도 얼마든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이 가능한데 고밀도 재개발이 대안이라는 것은 콘크리트 토건족이나 떠올릴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박원순 시장은 고밀도 재개발에 마지막까지 부정적인 시각이었다”는 증언과 관련 앞서 서울시 고위 인사는 “박 시장이 흔쾌히 동의하는 입장은 아니었고 주변의 시민사회 출신 측근들은 내켜 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린벨트 사수, 도쿄 등 해외 대도시의 도심개발 사례에 대한 긍정적 인식, 도심 고밀도 개발을 주장하는 측근 인사들에 대한 신뢰 등 때문에 공식회의에서 결정 추진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박 시장은 시민사회 출신들보다 글로벌 대도시 발전에 대한 시각이 명확했다”며 “그래서 잠실운동장 자리에 컨벤션센터 등을 들여놓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승인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재 후]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논란에 주목한 이유
[취재 후]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논란에 주목한 이유(2020. 07. 31 15:55)
2020. 07. 31 15:55 사회
“사실상 특종을 하셨네요. 다른 매체들이 받아주면서 새로운 팩트가 나와야 하는데….” 한 지인으로부터 받은 카카오톡 문자입니다. 이 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짤막한 코멘트와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전후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국토부·청와대와 힘겨루기를 했던 서울시 이야기를 다룬 주간경향 기사를 링크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포털에 전송된 기사를 두고 평소 알고 있던 여러 사람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기사에서 언급한 당사자들을 포함해서입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앞서 지인에게도 답을 했지만, 아마도 이 이야기는 당분간 후속 보도가 나오기 어려울 것입니다. 기사에서도 적어뒀지만 ‘위력에 의한 성추행’을 제외하고 박 시장 사망과 관련한 다른 유력한 인과관계를 논하기엔 ‘팩트’가 부족합니다. 신문사·포털에 전송된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그런 지적이 많습니다. 박 시장이 사망한 이유를 두고 ‘물타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벨트 논란에 주목한 것은 앞으로도 언젠가 닥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여론에 밀려 해제가 유보되었지만, 부동산 정책 당국은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카드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집값을 잡기 위한 공급대책으로 정부·청와대가 검토하겠다고 밝힌 태릉골프장도 그린벨트 지역입니다. 정부 당국은 ‘이미 훼손되었기 때문에 보존 의미가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같은 식이라면 이미 비닐하우스·화훼농원이 자리 잡은 다른 그린벨트 지역 역시 언제든지 해제가 가능하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지난 7월 2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사회 인사들이 “그린벨트는 개발유보지가 아니다”라며 개발제한구역 담당 부처 이전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입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그린벨트를 푸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시장주의적 논리를 기획재정부·청와대 정책실장이 앞장서 주장했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대통령까지 나서야 결론이 지어지는 결정 과정은 정상적인 프로세스가 아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입니다.
취재 후
[편집실에서]힘내라 그린벨트
[편집실에서]힘내라 그린벨트(2020. 07. 24 16:03)
2020. 07. 24 16:03 오피니언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벌건 민둥산이 많았습니다. 일제의 수탈로 목재가 남벌된데다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이 보편화되기 이전에 땔감 마련을 위해 나무를 많이 베어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산은 푸름을 잃었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서서히 파괴되어 갔습니다. 그래서인지 70년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봄철만 되면 ‘나무 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던 기억이 납니다. 식목일인 4월 5일 즈음이면 교내 식수행사를 했고, 음악시간에는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자, 산에 산에 산에다 옷을 입히자(동요 ‘메아리’)”라는 노래를 힘껏 부르기도 했습니다. 또 홍수와 산사태 예방, 공기 정화 등 나무와 숲이 가져다주는 혜택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는 얘기를 지겹도록 들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때도 산에서 함부로 나무를 베면 처벌하는 등 강력한 단속이 이뤄졌습니다. 산림 파괴를 막기 위한 정책 가운데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그린벨트’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개발제한구역’을 뜻하는 그린벨트는 도시 주변의 녹지공간을 보존해 개발을 제한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자는 취지로 1971년 도입했습니다. 그린벨트 안에서는 건축물의 신축이나 증축, 용도 변경, 토지의 형질 변경 등이 제한됩니다. ‘사유재산 침해’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헐벗은 산이 울창한 삼림으로 바뀌는 데 그린벨트가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하긴 힘듭니다. 최근 정치권이 그린벨트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지난 7월 초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긴급 보고를 받은 뒤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하라고 지시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정부가 상당한 주택 물량을 공급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 물량을 늘리라”고 지시했습니다. ‘발굴’이란 표현이 등장하자 급부상한 것이 바로 ‘그린벨트 해제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신규 분양을 중심으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아파트를 짓는 데 대한 반대가 거셌습니다.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안 된다”(정세균 총리),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공급확대 방식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이재명 경기지사)는 의견이 힘을 얻었습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20일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호 표지 이야기로는 최근 불거진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이슈들을 다뤄보기로 했습니다. 해제론이 떠오르기 시작한 시점부터 백지화될 때까지 여권 내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었으며,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취재했습니다. 이와 함께 그동안 그린벨트가 어떻게 운용되고 해제됐는지, 과연 그린벨트 해제가 부동산 공급을 늘리기 위한 최선책인지 등을 점검했습니다. 대거 풀릴 뻔했던 그린벨트는 ‘기사회생’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가까스로 봉합되면서 일단락된 것이지, 논란이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닙니다. 그린벨트 해제 대신 검토되는 다른 대안들은 또 다른 불씨를 안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벽장 속에 숨겨둔 곶감처럼 하나하나 빼먹듯 요긴하게 쓰여온 그린벨트, 이젠 더 이상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실에서
[표지 이야기]그린벨트 해제 논란 정치권 막전막후(2020. 07. 24 16:03)
2020. 07. 24 16:03 경제
“사실 우리(서울시)는 서울 원도심의 부동산 공급정책을 이번 주 월요일(7월 13일)에 발표하기로 했어요. 지난주 목요일(7월 9일) 정책패키지를 마무리했고, 금요일에 보도자료를 낼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발표 사흘을 앞두고 사달이 벌어지면서 이 정책은 박 시장의 마지막 유작이 되어버렸습니다.” 7월 2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그린벨트 보전 발표에 대한 시민사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그린벨트를 두고 오락가락한 홍남기 기재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실장 등 정책 담당자를 즉각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창길 기자 최근 기자가 접촉한 서울시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는 현안(박 시장 성추행 고소건)을 제외하고 이 내용에 관심이 있으면 따로 이야기하자”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후, 청와대·집권당 발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7월 15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부동산 공급 확대 방안 대여섯 가지를 검토 중”이라며 “이달 말이면 (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비공개 당·정협의에 참석한 국회 국토교통위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한 질문에 “그런 것까지 포함해 주택공급방안에 대해서 범정부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청 입장 정리” 뒤 들썩인 강남 집값 이틀 뒤인 17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도 홍 부총리의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읽혔다. 그린벨트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 실장은 “그건 당·청 사이에서 정리가 끝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발언에서 “모든 정책수단을 메뉴판 위에 올려놓고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를) 하느냐 마느냐는 또 다른 판단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날 홍 부총리의 발언과 이어 놓고 보면 정리가 끝났다는 것은 해제로 기울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해제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이 채 나오기도 전에 시장부터 들썩였다. 서울시 그린벨트 지역인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의 아파트 거래 호가는 15일 홍남기 발언과 17일 김상조 발언 사이에 1억~2억원이 급등했다. 기존에 나왔던 집들도 집값 상승 호재를 노린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가면서 거래가 뚝 끊겼다. 논란이 확대되자 정치권 인사들이 해제 반대 목소리를 보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돈 없는 사람도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을 쫓아가지 않으면 불안한 사회가 됐다. 한정된 자원인 땅에 더 이상 돈이 몰리게 해서는 국가의 비전도 경쟁력도 다 놓칠 것”이라며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7월 19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 탓에 ‘로또’가 될 가능성이 커 너도나도 투기에 열을 올려 전국에 부동산 광풍을 불러올 것”이라며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정세균 총리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하면 복원이 안 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당정이 검토하기로는 했지만 합의되거나 결정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튿날(7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총리의 주례회동에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하면서 해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매체들은 이 결정을 속보로 정했다. 홍남기 부총리의 발언부터 시작된 그린벨트 해제 검토 소동은 5일 만에 막을 내렸다. 이건 표면으로 드러난 일부일 뿐이다.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는 국토부와 청와대 그리고 서울시의 물밑 긴장 관계는 이미 그전부터 고조돼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절정에서 박 시장은 유명을 달리했다. 기자는 서울시 고위관계자를 다시 취재했다. 그는 현재 박 시장 성추행 고소건과 관련한 핵심인사다. 그는 서울시 측과 논의과정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토부의 입장”이었다고 회고했다. 서울시의 복안은 앞서 그가 언급한 것처럼 원도심고밀도재개발이었다. 그는 “서울시 주택공급정책에서 우선 고려했던 것은 새로 공급된 주택 때문에 주변 시세가 올라가는 등 가격 급등이 번지는 걸 막는다는 원칙이었다”라며 “세곡동 등 강남권 그린벨트 지역은 가급적 제외하고, 설사 강남을 개발하더라도 분양보다는 공공임대방식을 통해 주변시세가 오르는 것을 차단하려 했다”고 말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7월 2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사망 하루 전, 당 대표 회동서 오간 말들 박 시장은 이를 위해 이해찬 민주당 당대표를 7월 8일 만나 설득했다. 박 시장이 ‘비극적 선택’을 하기 하루 전 이뤄진 이 회동에서 오간 이야기는 일부 매체의 보도로 알려지긴 했다. 이해찬 대표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당의 분위기를 전달한 걸로 보도되었지만, 당일 배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이해찬 대표는 부동산 규제정책만 언급하고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서는 스치듯 가볍게 언급하며 당내 여론도 강하지 않다는 투로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2~3일 간격으로 이낙연·김부겸 등 당내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들을 만나 그린벨트 해제를 대신하는 서울시의 대안을 설명할 계획이었다는 것 역시 그동안 일부 언론의 보도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증언했다. “7월 5일 일요일, 박 시장이 개발이익 광역화 이슈를 페이스북으로 제기하고 나서 다음 날 바로 김현미 장관 측에 문제해결을 위한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돌아온 답은 차주 목요일, 즉 16일에 만나자는 것이었는데 특이하게도 김상조 실장이 동석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직감적으로 그 회동에서 그린벨트 해제 압력이 세게 들어올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서울시 측은 일단 이 회동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당 대표-주요 당내 대권주자 면담 이후 원도심고밀도개발공급정책이라는 ‘그린벨트 보존정책대안’을 7월 13일 발표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주장대로 김상조 정책실장은 박 시장 측을 만나 그린벨트 해제 ‘압력’을 넣을 계획이었을까. “개인적으로 월요일 주례회동과 관련해 청와대 보도자료에서 그린벨트와 관련한 박 시장의 말(‘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이 그대로 나오는 걸 보고 ‘박원순 시장은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뜻은 떠나지 않고 이렇게 살아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7월 22일 ‘박원순계’ 또는 ‘친문’으로 분류되지 않는 여권 인사의 말이다. 그는 서울대병원에 빈소가 마련된 날(7월 10일) 기자에게 전화해 그린벨트와 관련한 최근 서울시의 움직임을 취재해보면 박 시장의 죽음과 관련한 ‘다른 단서’를 얻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죽음에 성추행 고소를 제외한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건 현재까지 나온 정보만으로는 음모론의 영역에 해당하는 주장이다. 그에게 그날 왜 그렇게 봤는지에 관해 물었다. “박 시장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사망 전날 당 대표 면담에서 서울시의 그린벨트 사수 입장에 대한 당내 분위기를 전달받고 그가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사실 그린벨트나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뉴타운은 소수의 이익으로 돌아갈 뿐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소수의 눈으로 보면 강남 그린벨트는 지금쯤이면 두 번은 풀렸어야 하는데 자치단체장이 버티고 있어서 풀리지 않았다. 말하자면 정부·여당은 작업이 거의 되었는데 10년 동안 서울시장이 버틴다. 그렇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저앉히려 하지 않았을까.” 그 ‘소수의 세력’이 누군지 그는 특정하지 않았다. 그는 “복잡하게 소설을 쓸 것 없이 팩트만 보면 된다. 박 시장이 죽기 전까지 가장 고민했던 것이 뭔가. 객관적으로 드러난 것은 그린벨트 문제다. 그렇다면 그걸 빼놓고 그의 죽음을 해석할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7월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가운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조사를 하고 있다. / 사진 공동취재단 박 시장이 그린벨트 해제의 대안으로 추진하던 원도심고밀도재개발정책은 서울시의 일부 라인을 통해서만 추진된 것이 확인된다. 박 시장의 ‘복심’으로 불리며 1기와 2기 서울시 정책 청년수당 정책이나 3기 민주주의위원회 정책을 주도한 시민사회측 측근들은 ‘부동산국민공유제’를 주장하며 원도심고밀도개발안에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에도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두고 국토부와 서울시는 대립한 적이 있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당시 처음 원도심고밀도개발을 제안해 박 시장은 수용했는데, 시민사회측근들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며 “시민사회는 공급, 즉 개발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이고 규제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논의해봐야 소용이 없어서, 현 원도심고밀도개발안은 지난 6월부터 서울시 주택본부와 지속적으로 준비해왔던 것”이라고 밝혔다. 원도심고밀도재개발, 박원순 대선공약? 정리하면 지난 4월 정무비서라인을 종전의 시민사회에서 정치권 정책전문가로 교체하면서 ‘전국민고용보험’에 이은 2호 박원순표 정책대안으로 내놓을 복안이 ‘그린벨트 해제 대신 원도심고밀도재개발정책’이었고, 이런 정책적 차별성을 바탕으로 ‘대권주자 박원순’을 띄울 계획이었던 셈이다. “잘 아시지 않나. 국토부는 전반적으로 여의도와 당·청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자기 스탠스를 주장할 수 있는 부처가 아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정무적으로 보좌하던 전 국토부 고위인사의 말이다. “현직이 아니라 최근 벌어진 논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면서도 이 인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국토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못 해 안달하는 악마 같은 부처가 아니다. 박선호 차관은 참여정부에서 주택정책과장을 역임한 최고의 주택 전문가다. 국토부 공무원들이라고 영혼 없는 테크노크라트가 아니다. 그린벨트를 푼다고 부동산 안정화 효과가 얼마나 있을까. 실제 그럴 것으로 믿는 국토부 공무원들은 거의 없다. 당과 청, 정치권의 요구를 기술적으로 검토하면서 시민사회 등의 저항이나 반발을 신중하게 고려해 검토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으로 3기 신도시 건설을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의 신중함이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7월 16일 면담일정을 결정하고 청와대 정책실장 배석을 통보한 김현미 장관 측은 관련한 기자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김상조 정책실장도 휴대폰으로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문자를 보냈으나 답하지 않았다.
표지 이야기
[렌즈로 본 세상]“그린벨트를 길이 보존하세~”(2020. 07. 24 16:03)
2020. 07. 24 16:03 경제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애국가와 달리 하늘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은 황막해 보였다. 지난해 한가위, 귀성길 교통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경찰 헬기를 탔다. 서울 난지도를 이륙한 헬기는 남쪽으로 비행했다. 회색빛 아파트와 고층 빌딩 그리고 공장들…. 관악산과 청계산, 우면산 사이에는 비닐하우스와 축사, 가건물들이 지뢰처럼 박혀 있었다. ‘그린벨트’는 어디지? 누군가의 말처럼 ‘그레이벨트’일 뿐인가? 지난 7월 21일 청와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손팻말을 하늘 높이 들고 있다. 1971년 도입된 개발제한구역 그린벨트는 1998년부터 조금씩 풀려나갔다. 애국가 가사를 고쳐 불러야 할까? “대한 사람 대한으로 ‘그린벨트를’ 길이 보존하세~”
렌즈로 본 세상
[표지 이야기]그린벨트가 아파트 건설의 희생양인가(2020. 07. 24 16:02)
2020. 07. 24 16:02 경제
ㆍ세계 첫 도입한 영국은 대부분 국유지… ‘필요에 따라 개발’ 관점 바꿔야 서울 서초구 구룡산 자락의 탑성마을. 약 450년 전 김태복이라는 인물이 터를 잡아 마을을 일군 곳이다. 그는 과거를 포기하고 낙향하는 대신 이곳에 절을 짓고 탑을 쌓아 탑골이라 불렀다. 이런 마을의 유래를 알리는 비석은 세운 지 10년 만에 중간중간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닳았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텃밭에 오이덩굴이 지지대를 감싸 올라가고, 호박이며 쌈채소 등을 일구는 밭이 보였다. 근처 농장에선 닭들이 돌아다녔다. 농지 너머엔 2층 높이의 새 집과 헌 집이 뒤섞여 있고, 그 뒤로 아파트들이 병풍처럼 들어서 있다. 7월 21일 서울 서초구 신원동 본마을 어귀에 이곳이 개발제한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 주영재 기자 탑성마을이 있는 내곡동 일대는 강남에서 시골과 도시가 혼재된 풍경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기 때문인데 이명박 정부는 이 마을 바로 앞 그린벨트를 풀어 약 4500세대의 아파트 단지를 공급했다. 내곡 보금자리주택지구다. 그린벨트 해제로 집값 잡을 수 없어 지난 7월 22일 탑성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정자씨(65)는 이 아파트를 바라보면서 분한 마음을 쏟아냈다. 그린벨트가 풀린 후 들어선 아파트는 날로 그 가치가 상승하는데 코앞에서 그린벨트 해제 구역에서 제외된 자신은 건물 신축도 마음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40년이 넘은 낡은 집을 허물고 새로 집을 짓고 싶은데 용적률 제한 때문에 포기한 상태다. 김씨는 “건축비를 회수하려면 5층은 지어서 세를 놓아야 한다”며 “그린벨트 해제가 안 된다면 3층으로 제한한 용적률이라도 높여 달라”고 말했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탑성마을은 서울의 택지지구 개발이 거론될 때마다 들썩였다. 최근 그린벨트 해제가 거론되자 다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마을 부동산이나 주민들은 이제 무덤덤하다. 내곡지구를 돌아보면 그린벨트를 해제해도 원주민이 혜택을 보긴 어렵다고 생각해서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일한 공인중개사 A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내곡동 땅을 평당 220만~380만원 정도에 수용하고 이걸 대기업 건설사에 평당 1000만~1200만원에 팔았다”며 “그린벨트는 결국 공사가 돈을 먹고 자금을 만들려고 푸는 것이지 땅주인에게는 별 득이 없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 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4억원 중반, 59㎡는 3억원 내외였다. A씨는 “싸게 분양했지만 그래도 서민은 갖지 못했다”면서 “청담동에 사는 돈 많은 사람이 헌 아파트 한 채를 팔아 여기 새 아파트 34평형 두 채를 ‘피(프리미엄)’를 얹어 6억원씩에 사기도 했는데 그런 아파트 가격이 불과 몇 년 만에 최하 14억원씩 한다”고 말했다.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을 늘리면 날뛰는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내곡동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정은주씨는 부정적이었다. 그는 “그린벨트 해제로 들어설 물량으론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20~30년이 지나면 인구가 줄어 도심 주택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미래세대를 생각해서라도 그린벨트를 해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린벨트는 ‘유보지’가 아니다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고 주변 자연환경을 보전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1971년 7월 30일 1차로 지정했으니 내년이면 도입 50년을 맞이한다. 처음에는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반대가 심했지만 서울의 팽창에 경계를 긋고, 환경보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린벨트는 경제적 이점도 제공한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그린벨트로 도시 밀도를 높이면 사람 사이의 시냅스(연결고리)가 높아지는 환경을 만들어 상업이 발달하고, 화폐량이 늘면서 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인류 역사를 봐도 어느 시대든 시대를 이끈 국가는 반드시 밀도가 높은 도시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개발제한구역이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도시재생을 활성화해 기존 시가지의 가치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개발제한구역을 그린벨트로 부르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비닐하우스와 창고 등으로 녹지가 훼손된 구역을 보존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부러 나무를 죽이고 개간해 보존가치를 낮춘 곳이 오히려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높다. 김중은 국토연구원 도시연구본부 연구위원은 “개인적으로 개발제한구역을 그린벨트로 부르지 않는다”면서 “개발제한구역 목적은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 녹지가 아닌 곳을 지정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면 그만큼의 녹지를 다른 곳에서 복원할 필요가 있다. 실제 그린벨트를 풀어 신도시 등을 개발할 때 사업시행자는 인근 개발제한구역의 훼손지를 복구하거나 미집행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 대신 보전부담금을 낼 수도 있는데 이 돈을 개발제한구역 내 주민지원사업, 불법시설물 관리에 쓸 수 있다. 일부를 도시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를 사는 데 쓰지만 재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처음 그린벨트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그린벨트 대부분이 국유지이다. 토지는 공공의 것이라는 개념이 강한데다 계속 그린벨트 토지를 매입하기 때문이다. 김중은 연구위원은 “국가와 시도지사가 해제 권한을 갖는 우리와 달리 영국은 시장·군수가 지정 해제권을 갖는데 주택이 부족해도 건드리지 않겠다는 곳이 많다”며 “해제해 주택을 공급해도 저밀도로 관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노태우 정부 때 처음 개발제한구역의 ‘제한적 활용’이 시작됐다. 태릉선수촌, 과천 경마장, 미사리 조정경기장 등 3.7㎢(112만 평)를 개발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역대 가장 넓은 면적의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임대주택 등을 공급해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목적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그린벨트 자리에 분양 주택 위주로 공급하면서 투기 심리를 조장하고 집값 상승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땅을 수용해 매각하면 결국 투기 대상이 되고 집값이 올라가면 주거 복지 수요가 더 많이 생기는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린벨트를 필요에 따라 언제든 개발이 가능한 ‘유보지’로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중은 연구위원은 “시가지와 인접해서 활용하기 좋은 땅이지만 엄밀히 말해 국가가 비축한 유보지가 아니다”라며 “국토는 비가역적이라 한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그린벨트 개발 시의 가치, 녹지로 보존했을 때의 가치를 비교해보는 공론화 작업이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지 이야기
[커버스토리]그린벨트 해제 ‘미래 세대에 무책임’
[커버스토리]그린벨트 해제 ‘미래 세대에 무책임’(2009. 09. 10 14:12)
2009. 09. 10 14:12 경제
ㆍ개발제한구역 쉽게 풀면 자연환경 보전 어려워 개발제한 구역 현황 <자료:국토해양부>흔히 ‘그린벨트’라고 부르는 개발제한 구역은 1971년부터 1977년 4월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총 5397㎢가 지정됐다. 그린벨트는 도시 주변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1960년대부터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1970년대 초반 서울을 비롯한 도시가 무질서하게 외곽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교통·주택·환경 문제가 생기는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1971년 도시계획법을 개정해 개발제한 구역을 지정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9년까지 개발제한 구역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DJ 정부 시절 ‘개발제한구역 관리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되면서 점차적으로 해제됐다. 2000년 1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개발제한 구역의 해제가 시작됐다. 가장 먼저 해제된 지역이 시화 및 창원산업단지에 지정됐던 11.6㎢였다. 이후 2003년까지 제주시, 춘천시, 청주시, 여수시, 김제시, 진주시, 통영시 등 7개 중소도시에 지정됐던 1103.1㎢의 개발제한 구역이 해제됐다. 이후 참여정부에서는 개발제한구역에 국민임대주택단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2004~2005년에 87.9㎢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했다. 2009년 현재 개발제한 구역은 총 3938㎢ 정도로 처음 지정됐을 때보다 27% 줄어든 상태다. 수도권에 1459㎢가 남아 있고 부산권 440㎢, 대구권 518㎢, 광주권 519㎢, 대전권 428㎢, 울산권 271㎢, 마창진(마산·창원·진해)권에 300㎢가 지정돼 있다. 2009년 현재, 지정 당시보다 27% 줄어 이번에 보금자리 주택 시범지구로 선택된 4개 지구도 모두 개발제한 구역이다. 개발제한 구역에 보금자리 주택을 건설해야만 주변 시세에 비해 30~50% 저렴한 분양가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제한 구역을 해제하면서까지 주택을 짓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남은경 부장은 “DJ 정부 때부터 그린벨트를 해제하기 시작했지만 그때는 7~8년 동안 사회적 합의를 거치면서 결정한 것이다”면서 “그러나 보금자리 주택 건설을 위해 개발제한 구역을 해제한 것은 개발제한 구역을 이용해 개발하고 싶다는 욕망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세종대 변창흠 교수(행정학과) 역시 “개발제한 구역은 미래의 개발 유보지다. 미래의 세대에게 자산으로서 남겨둬야 한다”면서 “개발제한 구역은 미래 세대에 대한 배려와 공존 때문에 지금까지 마구잡이 개발을 막아온 것이다. 그런데 개발제한 구역을 쉽게 해제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고 비판했다. 예전부터 환경·시민단체는 “그린벨트를 한번 풀게 되면 걷잡을 수 없다”면서 개발제한 구역의 해제를 반대했다. 당시의 우려처럼 한 번 뚫린 개발제한 구역의 해제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표지 이야기
[환경토크]그린벨트는 독재정권이 그립다?(2008. 10. 16)
2008. 10. 16 정치
10월 6일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들이 그린벨트 해제 철회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책 ‘문명의 붕괴(collapse)’에는 도미니카공화국과 아이티공화국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34%의 국토를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보전하는 도미니카와 녹지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이티는 인접 국가이면서도 극과 극을 달리는 나라들이다. 다이아몬드는 이들 나라의 녹지율이 곧 희망의 비율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적고 있다. 녹지가 부족한 아이티에도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하지만 두 나라의 정치사를 살펴보면, 녹지와 희망의 비율에 어떤 함수관계가 숨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도미니카와 아이티는 한때 독재정권이 철권통치를 휘둘렀던 나라들이다. 도미니카의 라파엘 트루히요와 아이티의 프랑수아 뒤발리에 부자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독재자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이들보다 다이아몬드의 눈길을 끌었던 인물은 호아킨 발라게르라는 도미니카의 독재자였던 듯하다. 냉혈 정치가이면서 동시에 전투적 환경주의자이기도 했던 그는 1966년부터 무려 34년간 대통령과 정계 막후의 실력자로서 도미니카를 실질적으로 지배했던 인물이다. 발라게르는 요즘으로 말하자면 열정적인 ‘숲 지킴이’였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계형 벌목이건 호화별장을 지으려는 부자들의 탐욕형 벌목이건 가리지 않고 엄벌에 처했다. 강과 해안의 습지대를 보호구역으로 묶고, 국립공원을 지나는 도로공사와 대규모 환경 파괴를 부르는 댐 건설을 강제로 중단시켰다. 오늘날 도미니카가 자랑하는 녹지의 대부분은 발라게르에게 빚을 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재자가 지킨 녹지, 민주화 이후 야금야금 발라게르는 권력을 잡기 위해 암살과 고문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숲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수많은 주민을 총칼로 내몰았던 냉혹한 독재자였다. 오늘날 도미니카 환경단체들은 발라게르가 폭력을 동원해 보호했던 숲과 강을 시민들의 합의와 자발성을 바탕으로 지켜나가고 있다. 그렇다 해서 그들이 이 독재자를 미화하고 상찬하는 건 아니다. 단지 도미니카의 환경이 지금 정도로 유지할 수 있게 된 데는 그의 공로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박정희는 우리나라에서 발라게르와 같은 인물이다. 그는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경제 개발을 위해 환경오염을 당연시한 독재자였다. 하지만 그의 유산 가운데 산림녹화와 그린벨트를 빼놓기는 힘들다. 박정희가 설치했던 그린벨트는 그가 죽은 후 야금야금 훼손되다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폭 풀렸다. 김대중 이후의 정권들도 그린벨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그린벨트를 풀어 대규모 임대주택을 지었으며, 이명박 정부 역시 서민주거단지와 산업단지 용지부족 해소를 명분으로 분당의 16배에 달하는 규모의 그린벨트 해제를 공언하고 있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시절에도 지켰던 것이 그린벨트다. 도미니카처럼 가난한 나라들조차 그린벨트와 같은 녹지를 기를 쓰고 지키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린벨트는 도시민들에게 산소호흡기와 같은 존재다. 도심 콘크리트 숲이 뿜어내는 열을 식히고 맑은 공기를 불어넣어준다. 그린벨트가 없다면 끝없이 팽창하려는 도시의 욕망을 억제하기 힘들다. 수도권 그린벨트에 대규모 주택단지나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교통지옥이 더 가중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인류 역사 속에서 대규모 자연훼손은 어김없이 ‘문명의 붕괴’를 불렀다. 그린벨트 파괴가 당장 문명 붕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해도, 부동산 투기와 녹지훼손은 두고두고 우리 경제와 환경의 목을 조를 것이다. 도미니카의 환경운동가들이 발라게르를 그리워하지 않듯 우리도 박정희가 보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도미니카의 자연보호구역이 그들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면, 그린벨트는 우리에게 생명선과 같은 존재임에 틀림없다.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생명선까지 넘보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될 수 있을까?
환경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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