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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넷]‘손으로 직접 뽑는 기계식 함흥냉면’의 미스터리
[언더그라운드. 넷]‘손으로 직접 뽑는 기계식 함흥냉면’의 미스터리(2014. 07. 14 17:04)
2014. 07. 14 17:04 사회
덥다. 여름이다. 여름이면 떠오르는 음식. 냉면이다. 몇 년 전부터 인터넷을 떠돌던 이미지가 있다. 한 갈비집이 내건 냉면 홍보문구 사진이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하다. ‘손으로 직접 뽑는 기계식 함흥냉면.’ 손으로 직접 뽑는데 ‘기계식 냉면’이란 건 또 무엇일까.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 이미지를 올린 누리꾼은 이렇게 제목을 달았다. “씨X, 이게 뭔 소리여?”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한 음식점의 선전문구. | slrclub 여러 해석이 나왔다. 주방장 이름이 ‘기계식’이라는 사람으로부터 경상북도에 가면 기계라는 지명이 있는데 그곳 방식으로 만든 냉면이라는 풀이도 있었다. 가장 그럴 듯하다는 평가를 받은 해석은 “이미 만들어져 파는 냉면사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반죽해 기계로 뽑아내는 냉면”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이런 이미지는 정체불명이다. 그런데 이 사진에는 다행히도(?) 음식점 이름이 나와 있다. ○○숯불갈비라는 이름이다. 포털이 제공하는 지도서비스에서 ○○숯불갈비라는 이름을 검색해보면 전국 12곳에 이름이 있다. 사진에 나와 있는 음식점 외양을 근거로 찾아봤다. 답이 나왔다.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 있는 가게다. 전화를 걸기 전에 먼저 조사해봤다. 손으로 직접 뽑는, 그러니까 수타(手打) 냉면집이 많이 있나. 인터넷으로 검색해봐도 딱 떨어지는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수타라는 것이 두들겨서 손으로 잡아 늘린 것 아닙니까. 그런데 냉면의 주원료가 되는 메밀엔 밀가루 같은 글루텐 성분이 없기 때문에 수타가 불가능합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말이다. 그러니까 짜장면 면발보다 훨씬 가는 냉면 면발은 애당초 손으로 잡아 늘려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황씨에 따르면 예외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 강원도 일부에서 칼국수를 써는 것처럼 칼로 썰어 메밀면 면발을 만드는 경우는 있는데, 그 경우도 냉면이 아니라 온면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920년대에 공학식으로 면 뽑는 기계가 만들어져서 함흥냉면이 탄생했다는 설명이다. 계속되는 황씨의 말. “함흥냉면은 보통 메밀에 고구마 전분을 씁니다. 원래 감자전분을 쓰는데 그게 비싸거든요. 그런데 그걸 손으로 반죽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한 5분 정도 하면 되려나요?” 우동면은 숙성을 거치기 때문에 기술이 필요하지만 함흥냉면의 면발에는 별반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저렇게 크게 써붙여 놓았다면 뭔가 ‘자랑거리’가 돼서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는 질문에 “글쎄…”라며 황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모르면 직접 부딪혀 볼 수밖에. 전화를 걸었다. 주방장 성함은 당연 ‘기계식’이 아니었다. 경북 기계 지방과도 관련 없었다. “기계로 면을 뽑기 전에 손으로 반죽을 한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전문가 말에 따르면 그건 특별히 어렵지 않아서 굳이 내세울 일은 아니라고 하던데? “이런 취재 원하지 않아요. 사장님하고 이야기하셔야 하는데, 지금 계시지 않습니다.” 질문이 조금 공격적으로 들렸나. ‘손으로 직접 뽑는 기계식 함흥냉면’의 미스터리는 대충 풀렸다. 하지만 왜 그걸 가게 문앞에 거창하게 내걸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언더그라운드. 넷
[시계, 전설의 명기를 찾아서]자케 드로, 오토마통 - 기계식 자동인형의 선구자(2013. 12. 02 16:32)
2013. 12. 02 16:32 경제
지난해 개봉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휴고’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기계식 로봇을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할 것이다. 1930년대 초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어떻게 이러한 로봇이 등장할 수 있었는가 하고 의구심을 품을 법도 한데, 영화 속 로봇의 원형이 되는 기계식 자동인형은 사실 18세기 후반에 이미 스위스의 한 걸출한 시계 장인에 의해 제작된 바 있다. 바로 피에르 자케 드로(Pierre Jaquet-Droz)가 완성한 오토마통(Automaton) 시리즈가 그것이다. 오토마통(혹은 오토마타로도 불림)이라는 용어의 기원은 ‘오디세이’로 유명한 그리스의 음유시인 호메로스로부터 비롯된다고 전해진다. 물론 호메로스를 비롯한 여러 문인들의 상상 속에 등장하는 오토마통은 인간의 의지와는 별개로 저절로 움직이는 하나의 신비한 현상의 매개체에 불과했다. 하지만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서구의 과학자들과 기술공들에 의해 오토마통은 신성을 드러내는 마법적 존재에서 실재하는 사물로서 마침내 그 형체를 갖추게 되었다. 18세기에 활약한 피에르 자케 드로 역시 이러한 선구자 중 한 명이었다. ‘노래하는 새들’을 현대적 손목시계 형태로 응용한 버드 리피터. 청나라 황제도 여러 개 수집 스위스 라쇼드퐁 출신의 시계제작자 피에르 자케 드로가 어떠한 계기로 기계식 자동인형 오토마통을 제작하게 됐는지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18세기 당시 피에르 자케 드로와 그의 아들이자 기술 파트너였던 앙리-루이 자케 드로는 시계제작자로서뿐만 아니라, 특별한 비전을 가진 천재적인 재능의 엔지니어이자 과학자였다는 사실이다. 자케 드로 부자가 남긴 오토마통은 현대에까지 완벽하게 복원되어 스위스 예술역사박물관 등에도 영구 보존·전시될 만큼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고 있다. 특히 ‘작가·데생화가·음악가’로 각각 명명된 세 종류의 오토마통은 자케 드로의 최대 성공작인데,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 앞에서도 시현됐을 정도로 역사적인 유물이다. 심지어 멀리 중국의 왕실에까지 소개돼 청나라 6대 건륭제가 자케 드로의 오토마통을 여러 개 수집했다고 한다. 작가·데생화가·음악가 오토마타는 그 외관은 사람의 형상을 쏙 빼닮았지만 내부는 무수한 기계식 부품들로 구성된 말 그대로 자동인형이다. 비록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로서의 기능은 없지만, 내부 부품들은 당시 대형 시계용 부품들을 그대로 가져다 호환하고, 시계의 작동원리에서 착안한 특수장치들이 추가로 제작돼 사용되었다. 태엽을 감아주면 종이에 글을 쓰고(작가), 그림을 그리고(데생화가), 음악을 연주하는(음악가) 자케 드로의 오토마통 시리즈는 수 세기 전에 제작됐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로 경이로운 발명품들이다. 이미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서 시계제작자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자케 드로 부자가 이들로서는 새로운 분야이자 훨씬 더 복잡한 영역인 오토마통에 도전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자케 드로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784년부터는 새의 지저귐을 기계식으로 구현한 ‘노래하는 새들(Singing birds)’ 시리즈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다. 새를 형상화한 기계식 오토마통 중에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벽걸이용 뻐꾸기시계가 있다.  매시 정각이 되면 새가 둥지에서 나와 뻐꾹뻐꾹 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자케 드로의 노래하는 새들 오토마통은 새의 지저귐뿐만 아니라 날갯짓과 미묘한 움직임까지 매우 사실적으로 재현했다는 점이 당대에 큰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18세기 말 자케 드로 부자의 잇단 갑작스러운 병사 이후로 자케 드로의 명맥은 2세기 넘게 끊기게 된다. 기술을 전수받은 후계자가 없었을 뿐더러 생전 그들이 남긴 업적들이 워낙 특별하고 시대를 앞선 것이었기에 그들 사후 이러한 유산을 이어갈 만한 이가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에르 자케 드로의 걸작인 오토마통 컬렉션을 어려서부터 흠모해 왔던 스와치 그룹의 니콜라스 하이에크 회장에 의해 자케 드로는 새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도에 극적으로 부활한다.  하이에크 회장은 자케 드로 부자가 남긴 여러 종류의 오토마통을 틈틈이 개인적으로 수집해 왔고, 이를 비밀리에 그룹 내 최고의 장인들에게 맡겨 복원해 왔다. 전통의 발굴과 재조명 없이는 혁신도 미래도 있을 수 없다고 굳게 믿었던 하이에크 회장의 끈질긴 열정이 없었더라면 자케 드로의 유산은 상당수가 묻혀 현재까지 전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스와치 회장의 열정으로 2000년에 부활 2009년에는 ‘시간을 적는 기계’라는 전혀 새로운 종류의 오토마통 탁상시계가 선보였고, 2012년에는 ‘노래하는 새들’을 현대적 손목시계 형태로 응용한 버드 리피터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버드 리피터는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미닛 리피터 기능에 노래하는 새들 오토마통을 결합한 시계로, 다이얼 중앙에 새 가족을 입체적으로 재현해 부착했다. 시계 케이스 7시에서 9시 방향 사이에 위치한 레버를 누르면 어미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아기새에게 모이를 주려고 몸을 구부리고, 다른 쪽의 아비새는 날개를 펼치는 식으로 각각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배경에는 폭포수가 흐르는 모습까지 회전 디스크 형태의 다이얼로 섬세하게 재현해 시계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아가 올해에는 또 다른 종류의 새 모티브 오토마통 손목시계인 차밍 버드를 발표했는데, 이 시계는 수 세기 전 앙리-루이 자케 드로가 노래하는 새들 오토마통을 통해 시도했던 슬라이딩 피스톤 휘슬 시스템을 고스란히 계승했다는 점에서 한층 특별한 시계이다. 마치 자동차의 엔진을 보는 것처럼 각각의 피스톤이 펌핑하며 실제 새의 울음소리를 놀랍도록 생생하게 재현한 무브먼트의 움직임은 물론, 디테일한 부분까지 매우 사실적으로 제작된 새 형상이 2시 방향의 푸시버튼을 누를 때마다 다이얼 전면 돔형 사파이어 글라스 안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갯짓하는 모습 또한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전체 화이트 골드 소재 케이스의 이 시계는 28개만 한정 제작되어 희소성 면에서도 남다르다. 자케 드로는 이렇듯 수 세기 전의 자랑스러운 유산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천재적인 창립자의 뜻을 이어받은 여전히 혁신적인 시계들로 스위스 고급 시계브랜드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오토마통은 수 세기 전이나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나 한결같은 놀라움의 대상이다. 사물에 생명을 부여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움직이는 인형으로 또는 노래하는 새로 구현한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를 초월해 혁신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더 작고 정교한 기계식 시계의 메커니즘 안으로 끌어들여 일찍이 볼 수 없던 종류의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 현대의 기계식 시계애호가들로 하여금 자케 드로를 앞으로 더욱 주목하게 하는 이유다. 장세훈
시계, 전설의 명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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