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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폭력, 아이 지키기]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 김현수 교수
- 2012. 02. 06 19:09 육아/교육
- ㆍ“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과 위로입니다” 관동대 명지병원 학교폭력특별치료 팀의 김현수 교수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치유적 대안학교인‘성장학교 별’의 교장으로 다양한 청소년 문제 해결에 앞장서온 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이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로, 친구 같은 상담가이자 아버지로 오랜 시간 아이들을 만나온 그는 “요즘 아이들, 참 아프고 힘들고 말할 곳이 없다”라고 말한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예상하기 힘들다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오며 많은 학교폭력 사건을 접해왔지만 최근 일어난 일련의 자살 사건은 그에게도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아이들의 아픔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현실에 괴로운 심정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 그의 표정에는 아이들을 향한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세상을 떠난 아이들은 물론, 엄청난 고통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과 주변 친구들에게도 따뜻한 위로의 말을 잊지 않았다. 병원 진료와 ‘성장학교 별’을 통해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그가 체감하는 요즘 학교폭력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의 사건을 통해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요즘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상상 이상이에요. 언어부터 놀이까지 폭력적인 요소가 넘쳐납니다. 최근에 만난 사례 중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있었는데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극심한 가해를 당한 아이였어요, 초등학교 저학년임에도 네다섯 명의 가해 학생들이 시체놀이, 동상놀이, 줄넘기로 목 조르기, 계단에서 떠밀기 등 온갖 방법으로 아이를 괴롭혔죠. 쉬는 시간에 조용히 책만 보는 게 얄미워서 그랬다고 하더군요. 무엇보다 이에 대해 가해 학생들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다는 것이 놀라운 사실이었어요.” 최근 학교폭력 청소년들은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있다. 누가 피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과거처럼 소위 노는 아이들이 가해자이고 내성적인 아이들이 피해자라는 통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조용하지만 가혹하게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고 명랑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피해를 겪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들이 흔히 예전의 학교폭력이 갖는 낭만성을 떠올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현재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학교폭력은 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예전에는 철들면 추억이 되는 낭만성이 있었지만 요즘 아이들은 발각되기 전까지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아요. 형태도 단지 놀리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금품이나 옷, 게임머니와 같은, 현실적으로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것을 요구하고요.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연령이 굉장히 낮아지고 잔혹해진 것 역시 요즘 학교폭력의 특징입니다. 더불어 가해자의 수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것 또한 특징이에요. ‘전따’(전교 왕따)와 같은 경우는 반 전체가 가해자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지요.” 학교폭력 문제 개방하고 공유해야 그렇다면 이렇듯 아이들의 학교폭력이 심각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아이들의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그 밑바탕이 된다고 설명한다. 사실 이러한 욕구는 성장기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원래 청소년기에는 부모와 교사, 동년배들로부터 인정과 승인을 받으며 긍정적인 자극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아이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통로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지만 성적만을 유일한 성취 대상으로 보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방법은 많지 않다. 따라서 다른 아이들을 무시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며 어른들은 인정해주지 않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혼자일 때보다는 여럿일 때 인정과 승인이 더 수월해진다. 무리를 이루는 경향이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집단 따돌림 현상이다. “많은 아이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어요. 정서적으로 메마르며 피해의식도 커지고요. 자신이 손해 보고 있는 것을 다른 동료의 아픔이나 희생을 통해서라도 충족시키려 하는 거예요. 더불어 존재감을 느끼거나 지배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영향도 있다고 봅니다. 청소년기에는 공격성이 높아지는 성향이 있는데 이러한 공격성이 정서적 결핍과 불안, 피해의식과 맞물려 폭력으로 나타나는 거라고 설명드릴 수 있겠네요.” 사실 학교폭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피해 학생과 피해자 부모, 가해 학생과 가해자 부모, 그리고 학교까지, 여러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서 반복되어온 오래된 문제다. 하지만 문제는 복잡해도 해결책은 복잡하지 않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개방하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학교폭력을 감소시킨 나라가 스웨덴과 노르웨이예요. 이 두 나라를 보자면 교사와 학부모들이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게 문제를 오픈하는 거였어요. 문제를 개방적으로 공유하고 예방 단계에서부터 총회와 설문조사,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했죠. 우리나라 학교들은 너무 폐쇄적이에요. 학생들 간에 폭력 사건이 생기면 쉬쉬하고 감추기에 바빠요. 학교 평판이 중요하거든요. 이것이 큰 문제입니다. 학교폭력 문제의 실마리를 풀려면 학교들이 학교 내에 갈등과 폭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문제들을 개방해야 해요. 학교의 개방과 지역사회의 참여, 전문가들의 예방교육과 피해자, 가해자 상담 치유를 통해 힘을 합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건이 터질 때만 반짝 관심을 갖고 한두 명의 상담사나 전문가를 배치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이해와 공감 피해자의 고통에서 시작돼 가해자 처벌로 끝나는 현재의 학교폭력 해결방식은 큰 맹점을 가지고 있다. 피해자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는 과정은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집단 따돌림이나 집단 폭행과 같은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때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우울증으로 악화되거나 자살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와 마음의 상처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겠지’ 하고 넘기는 것은 더 큰 후유증으로 남아 피해자의 고통은 계속된다. “피해 학생 치료에서는 피해 학생에게 안전한 느낌을 주고 상처받은 마음을 면밀히 조사해서 털어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제대로 풀고 가지 않으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깊이 남아 후에 부정적인 형태로 발현될 수 있어요. 가령 피해자였던 학생이 후에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폭력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 더욱 큰 문제로 연결된다. 가까운 가족조차 아이의 피해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폭력으로 상처를 받은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과 위로다. “간혹 피해 학생들이 집에서 혼이 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요. 아이가 피해 상황을 알렸을 때 부모가 속상한 마음에 아이를 윽박지르거나 지나치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가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져요. 최대한 피해 사실을 숨기려고 하죠. 아이가 괴롭힘을 당한 것이 아이의 책임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를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피해를 입고 싶어 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아이의 폭력 피해 사실을 알았다면 우선적인 공감과 힘들게 지내온 시간들에 대한 위로를 가장 먼저 해줘야 해요.” 피해 학생만큼 가해 학생에 대한 책임 있는 교육과 관심이 필요하다. 아이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알았다면 따끔하게 꾸중하고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이 순간만큼은 눈 딱 감고 무서운 엄마가 되어야 한다. “가해 학생이 자발적으로 상담을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학교의 의뢰나 기관의 의뢰에 의해서 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가해 학생 부모들은 자식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요. 부모들 역시 피해 학생을 탓하는 경우가 많죠. 진정으로 자녀를 위한다면 자녀가 저지른 잘못된 행동에 대해 냉정히 바로잡아주셔야 합니다. 자신의 행위가 피해 학생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를 알게 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아이를 학교폭력의 굴레에서 구하는 현명한 부모의 자세임을 잊지 마세요.” 우리가 과연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있는가를 되물을 시간은 지났다. 더 많은 아이들이 죽기 전에 건강한 애도와, 더불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그는 말한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요즘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공감하는 것이 부모들의 할 일임을 잊지 말자.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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