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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김현수는 갔지만 해외파 2세대가 돌아왔다(2016. 02. 29 17:13)
2016. 02. 29 17:13 스포츠
최근 몇 년 사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유망주들이 국내 리그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 고교를 마치고 해외에 진출했다가 드래프트를 통해 국내로 복귀한 선수들은 정영일·김동엽(이상 SK), 장필준(삼성), 안태경·나경민(이상 롯데), 김재윤·남태혁(이상 KT), 정수민(NC) 등이다. 2007년 4월 KBO는 해외파 특별 지명회의를 열었다. 규정에 막혀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는 선수들을 구제하기 위한 한시적 제도에 따른 회의였다. 1990년대 후반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성공에 고무된 선수들이 고교를 졸업하고 한국프로야구 대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를 막기 위해 KBO는 1999년 1월 이후 한국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를 거치지 않고 해외로 진출한 선수들이 국내에 돌아오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방출 뒤 최소 2년이 지나야 국내 프로야구 구단과 계약할 수 있는 조항이었다. 메이저리그에 올라가 활약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마침 한국 프로야구는 IMF 사태 이후 계속된 리그 침체가 이어졌다. 이승엽이 56홈런을 때리며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던 2003년에도 리그 총 관중 수는 272만2801명에 그쳤다. 1995년 540만6374명을 기록했던 데 비하면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숫자였다. 이마저도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자 2004년에는 233만1978명으로 더 줄어들었다. 해외파 2세대 중 가장 주목받는 선수 정영일이 일본 가고시마에서 진행 중인 SK와이번스 특별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다. / SK와이번스 제공 해외파 1세대 복귀 리그 활력소 역할 해외파 특별 지명회의는 리그 활성화를 위한 선택이었다. 연고지 고교 졸업생을 우선으로 하되 나머지는 드래프트 방식으로 지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연고 선수가 2명 이상이었던 롯데와 KIA가 각각 송승준과 최희섭을 우선 지명했고, 드래프트를 통해 SK가 추신수, LG가 류제국, 두산이 이승학, 삼성이 채태인, 현대가 김병현을 지명했다. 한화는 추첨에서 탈락해 지명받지 못했다. 특별 지명회의 외에도 연고 선수 1차 지명 형태를 통해 김선우가 두산(2008년)과, 봉중근이 LG(2007년)와, 서재응이 KIA(2008년)와 계약했다. 해외파의 대거 복귀는 리그 전체를 들뜨게 만들었다. 2007년 리그 총 관중 수는 전년도 304만명에서 41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김선우, 서재응이 합류한 2008년에는 525만명을 기록해 1995년 이후 처음으로 리그 총 관중 50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꾸준히 증가한 관중 수는 2012년 700만명을 돌파했다. 실제 해외에서 돌아온 선수들은 전력면에서도 각 팀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최희섭은 2009년 KIA의 우승을 이끈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송승준은 여전히 롯데의 토종 선발 에이스다. KBO리그는 이제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2015년 강정호가 피츠버그와 계약한 뒤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데 이어 리그 최고 타자였던 박병호와 김현수가 올 시즌 각각 미네소타, 볼티모어와 계약해 리그를 떠났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이대호와 오승환 역시 시애틀,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했다. 스타가 떠나며 리그 관중 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를 만회할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앞선 복귀 선수들이 해외파 1.0이었다면 이제는 해외파 2.0이라 부를 만한 선수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유망주들이 국내 리그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 해외파 특별지명 형태가 아니라 규정에 따른 복귀다. 원 소속구단에서 방출된 뒤 무적 상태에서 유예기간 2년을 채워 드래프트를 통해 복귀한 선수들이다. 대부분 2년 동안 군복무를 통해 병역을 해결한 뒤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았다. 고교를 마치고 해외에 진출했다가 드래프트를 통해 국내로 복귀한 선수들은 정영일·김동엽(이상 SK), 장필준(삼성), 안태경·나경민(이상 롯데), 김재윤·남태혁(이상 KT), 정수민(NC) 등이다. 가장 주목을 받는 이들은 SK에 지명된 뒤 상무 복무를 마친 정영일과 지난해 삼성에 지명된 장필준이다. 이제는 리그 에이스로 성장한 김광현은 고교 시절 정영일, 장필준과 함께 ‘트로이카’라 불렸다. 김광현은 안산공고, 정영일은 진흥고, 장필준은 천안 북일고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후 서로의 길이 갈렸다. 김광현은 SK에 지명돼 국내리그에 남았지만 정영일은 LA 에인절스와 계약했다. 장필준은 한화에 지명됐지만 계약금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이후 상무를 거쳐 LA 에인절스와 계약했다. 10년 전이었던 2006년 모두 고3으로 각 팀의 에이스였던 이들은 10년이 흘러 다시 KBO리그에서 만나게 됐다. 정영일과 장필준 모두 스프링캠프에서 150㎞ 언저리의 공을 던지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둘 모두 SK와 삼성의 불펜에서 팀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NC 투수 정수민도 기대를 모은다. NC의 2차 캠프까지 살아남으면서 국내 데뷔 준비를 마쳤다. 정수민 역시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지만 빅리그의 꿈을 이루지 못했고, NC에 2차 1순위에 지명됐다. 한 번의 실패 딛고 재도전 도약 기대 KT 김재윤은 검증된 해외 복귀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고교 졸업 뒤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와 계약했던 김재윤의 원래 포지션은 포수였다. 애리조나에서 빅리그 도전에 실패한 뒤 국내로 돌아와 KT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김재윤은 전향 1년도 채 안 됐지만 KT 불펜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 42경기에 나와 1승2패, 6홀드 방어율 4.23을 기록했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지 1년도 안 된 상태에서 묵직한 공을 뿌렸다. 올 시즌 KT의 핵심 불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투수로서 경험이 아직 짧기 때문에 구종의 단순함이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오히려 투구 경험이 많지 않아 어깨가 싱싱하다는 점,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2016 드래프트에서 2차 9라운드 지명된 SK 김동엽은 캠프에서 기대 이상의 장타력을 선보이며 SK 타선 강화의 히든 카드로 떠올랐다. 한화에서 뛰었던 포수 김상국의 아들인 김동엽은 고교 졸업 뒤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가 돌아왔다. 같은 해 드래프트에서 2차 전체 1순위에 뽑혀 KT 유니폼을 입은 남태혁도 주목할 만한 선수다. 드래프트에 앞서 열린 해외 복귀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남다른 장타력으로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LA 다저스와 계약했다가 돌아온 남태혁은 이대호와 닮은 외모, 덩치로 더욱 눈길을 끈다. KBO리그는 그동안 새 얼굴, 특히 선발투수 쪽에서 갈증이 심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들이 좌완 일색이었다. SK 김광현, KIA 양현종, 삼성 차우찬을 비롯해 두산 유희관, 장원준 등이 모두 좌완이다. 프리미어 12에서도 우완 선발 쪽에서 마땅한 선수를 찾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해외파 2.0이라 불릴 수 있는 투수들이 대부분 리그에 부족했던 우완 투수다. 일단은 각 팀에서 불펜 투수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성장에 따라 선발투수로 뛸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리그의 다양성이 커지는 효과도 얻는다. 스타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스타들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야구는 신인들, 새얼굴 보는 재미가 절반을 넘는다.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가 떠난 자리를 새로운 얼굴들이 채울 수 있다면 프로야구의 재미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들은 단지 새얼굴일 뿐만 아니라 큰 무대에서 한 번의 실패를 맛봤다. 한 번의 실패에 무자비한 우리 사회에서 실패를 겪은 이들이 다시 한 번 도전하게 되는 장면만으로도 단순한 공놀이 이상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과거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두고 치기어린 헛바람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규정에 따른 2년을 채우고 돌아온 이들이다. 재도전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면, 앞선 도전도 새로운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이제 곧 2016 프로야구가 시작된다. 3월 8일부터 2016시즌 KBO리그 시범경기가 출발한다. 시범경기에서 이들 돌아온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은 올 시즌을 즐기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스포츠]‘200안타’ 김현수라면 할 수 있을 거야(2010. 04. 06 18:48)
2010. 04. 06 18:48 스포츠
ㆍ한국프로야구 아무도 못한 ‘꿈의 기록’… 올시즌 출발 좋아 기대 한 몸에 프로야구 두산 김현수(22)에게 네티즌들이 붙여 준 별명은 ‘4못쓰’다. 풀자면 ‘4할도 못치는 쓰레기’라는 뜻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4할은 아직 프로야구가 성숙하기 이전인 1982년 백인천(MBC)이 딱 한 번 밟아 본, 언감생심 꿈의 기록이다. 그러나 팬들은 김현수를 두고 거침없이 4할을 얘기한다. 김현수가 타율 4할을 기록해 주기를 바라는 애정이 듬뿍 담긴 표현이다. 그만큼 김현수는 야구를 정말 잘한다. 3월 28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0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 간 경기에서 두산 김현수가 8대9로 뒤지던 상황에서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수는 지난 2008년과 2009년 똑같이 3할5푼7리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28년 역사상 2년 연속 3할5푼 이상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아무도 없었다. 김현수가 유일했다. 올 시즌에 야구팬들은 김현수가 또 하나의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기를 열망하고 있다. 한 시즌 안타 수 200개 돌파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시즌 200안타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타자는 해태 이종범이었다. 이종범은 1994시즌에 팀 타선을 혼자 이끌다시피 하면서도 안타를 무려 196개나 때렸다. 시즌 타율은 3할9푼3리였다. 이종범 최고의 시즌이었고,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시즌을 보낸 타자가 됐다. 비록 팀 우승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이종범의 존재감은 모든 야구팬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됐다. 이후 많은 타자가 200안타에 도전했지만 이종범의 196개를 넘어서지 못했다. LG 이병규는 프로야구 최고의 타고투저시즌이던 1999년에 200안타를 노렸지만 192개에 머물러야 했다. 역대 3위 기록도 같은 시즌에 나왔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던 마해영은 그해 안타 187개를 때렸다. 1999년은 이승엽이 54홈런을 때린 해이기도 하다.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안타 공동 4위 기록은 172개. 두산 김현수도 지난 시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에서 뛴 데이비스(1999년)와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마해영(2002년)이 각 172개를 기록했다. 200안타를 때리기 위해서는 133경기를 치른다고 가정했을 때 경기당 1.5개 이상을 때려야 한다. 한 경기 평균 4~5타석에 들어섰을 때 1.5개를 치는 거라면 숫자로는 쉬워 보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 리그 톱 수준의 타자에게 그 어떤 투수도 안타를 때릴 수 있는 공을 쉽게 던지지 않는다. 타석당 평균 4~5개의 공을 맞이한다면 그 가운데 쉽게 안타를 때릴 수 있는 공은 없다. 그 가운데 1개는 몸쪽 깊숙한 쪽으로 위협구를 던질 테고, 2~3개는 멀찌감치 도망가는 공이다. 투수가 승부하는 단 1개의 공을 안타로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2010시즌 프로야구는 그 어느 해보다 200안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만큼 김현수의 타격 기술과 감각이 정점에 올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안타에 겨우 4개 모자란 이종범의 1994시즌보다 2010시즌에 김현수에게 유리한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김현수가 이종범보다 유리한 점 이종범의 1994시즌은 126경기가 치러진 시즌이었다. 이종범은 팀 전체 경기 가운데 124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2010시즌은 133경기가 열린다. 김현수는 126경기인 2008시즌에도, 133경기인 2009시즌에도 모든 경기에 출전했다. 9경기 차이라면 때릴 수 있는 안타의 숫자는 10개 이상 헤아릴 수 있다. 컨디션이 좋다면 한 경기에 2개씩 18개를 더 때릴 수 있다. 1994시즌의 이종범이 1번타자로 나서 ‘나 홀로 안타’를 쳐야 하는 시즌이었다면 김현수에게는 김동주라는 든든한 우군이 있다. 4번 김현수 뒤 타석에 서는 5번 김동주 또한 만만치 않은 타자다. 김동주와 상대하기 위해 김현수를 마음 놓고 거를 수 있는 팀은 많지 않다. 투수들은 김현수와 승부를 걸 수밖에 없고, 이는 김현수의 안타 수를 늘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두산 김현수가 역전타를 때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졌지만 2010시즌이 여전히 타고투저 시즌이라는 점도 김현수의 200안타 가능성을 높게 한다. 1994시즌의 8개 구단 팀 평균 타율은 2할5푼7리였다. 2009시즌 팀 평균 타율은 무려 2할7푼5리. 타고투저가 조금 가라앉는다 하더라도 2푼에 가까운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전체적인 타격의 상승은 전체 안타 수와 함께 리그 최다 안타 숫자도 늘릴 수 있다. 김현수의 타격 기술은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이다. SK 김정준 코치는 “김현수가 홈런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안타만 치겠다고 마음 먹으면 충분히 200안타를 칠 수 있는 타격 기술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시즌에는 개막 직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으로 뛰는 바람에 날이 더워진 6월 이후 한동안 체력적인 부담을 느낀 채 경기를 뛰어야 했다. 그러나 올 시즌 캠프 동안에 준비가 충분했다. 체력이 충분하다. 김현수가 이종범에 비해 불리한 점 그러나 한 시즌 200안타라는 곳은 아직까지 그 누구에게도 자리를 허락하지 않은 만큼 예기치 못한 걸림돌이 많다. 김 코치는 “200안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김현수가 내야 안타를 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범이 196안타를 때릴 수 있었던 것은 빠른 발로 내야 땅볼을 안타로 둔갑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김현수의 발은 왼손타자라는 이점이 있으면서도 평범한 내야 땅볼을 안타로 바꿀 수준이 되지 못한다. 김현수가 2006 신인지명 때 어느 팀의 지명도 받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느리다고 평가받는 발 때문이었다. 1994시즌의 투수들과 2010시즌의 투수들 간 수준 차이도 200안타를 때리는 데 걸림돌이다. 18번째 시즌을 맡는 삼성 양준혁은 “1990년대 초반의 불펜 투수와 지금의 불펜 투수들 간 차이는 하늘과 땅”이라고 말했다. 양준혁은 “예전에는 불펜 투수 가운데 140㎞를 넘게 던지는 투수가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승부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나오는 투수들도 150㎞ 가까이 던진다”고 설명했다. 완투형 투수가 많던 1994년과 달리 틈만 나면 김현수를 상대로 상대 팀들이 왼손 스페셜리스트를 등판시키는 지금의 상황은 경기 후반 안타를 만들어 내기에 녹록지 않다. 김현수의 200안타를 위한 첫 출발은 매우 좋았다. 김현수는 개막 첫 3경기에서 안타 7개를 몰아쳤다. 안타를 못 치는 날이 되레 뉴스가 될 만한 성적이다. 그러면서도 김현수는 “여전히 타이밍이 잘 맞지 않는다”며 더 나은 성적을 향한 욕심을 드러냈다. 김현수의 200안타를 향한 행진이 계속될수록 2010시즌 프로야구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스포츠]더 세진 김현수, ‘왕별’로 우뚝(2009. 07. 30)
2009. 07. 30 스포츠
올스타 투표 역대 최다득표… “올 최고 목표는 우승” 두산 김현수가 지난 6월24일 사직 롯데전에서 6회 솔로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신고선수에서 최고 타자로, 그리고 최고 스타로. 2009 프로야구가 치열했던 전반기를 마감했다. 이 가운데 최고 스타는 ‘장타자’로 거듭난 두산 김현수(21)다. 김현수는 2009 올스타 팬투표에서 76만1290표를 받아 지난해 카림 가르시아(67만8557표·롯데)가 세운 기록을 넘어 역대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동료 선수들과 두루 친해서 다른 선수의 팬들이 저까지 좋아해 주는 것 아닐까요”라며 머쓱해 했지만 단연 돋보이는 성적에 곱상한 인물이어서 인기를 누릴 만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2008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타석에서 병살타를 치고 난 뒤에도 그랬고, 지난달 경기 도중에 팀 동료 이종욱이 수비 도중 부상으로 쓰러졌을 때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인 김현수의 순수한 모습은 팬의 마음을 흔들었다. 빛나는 활약 김현수는 22일까지 두산이 치른 85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108안타(1위), 타율 0.352(4위), 67타점(4위)을 기록하며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6월 초까지 4할대를 유지하던 방망이는 7월 들어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 22일 잠실구장에서 롯데의 9연승을 막는 만루홈런을 쏴 올리며 여전히 매서운 타격 솜씨를 입증했다. 지난해 9개였지만 올 시즌엔 벌써 17개나 홈런을 때려낸 김현수는 “올 시즌 홈런 목표를 15개에서 20개로 수정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현수가 다시 감각을 찾은 것은 혼자서 자신의 경기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였다. 오른쪽 어깨가 빨리 열리는 바람에 타격 포인트가 늦어졌고 땅볼이 많아졌다는 것까지 혼자 찾아냈다. 김광림 타격코치와 자신의 분석 결과를 상의해 다시 한 번 자세를 잡았다. 스스로 공부하며 끊임없이 발전을 꾀하는 모습이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대견하기만 하다. 김현수는 7월 들어 잠시 멈칫했지만 큰 슬럼프 없이 꾸준하게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전 경기에 출장하며 기복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다녀온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그 후유증으로 애를 먹었다. 평소보다 빨리 끌어올린 페이스에 체력적으로 일찍 위기가 찾아 오거나 부상을 입기도 했다. WBC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김태균(한화), 박경완(SK), 이용규(KIA) 등이 부상을 당해 전반기에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계속해서 출전한 선수들은 체력이 문제가 됐고, 더그아웃을 지킨 선수들은 감각을 잃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달랐다. WBC에서도 3할대 타율을 유지해 한국의 준우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시즌 개막 이후에도 지치지 않은 체력으로 상대팀 투수들의 경계 대상이 됐다. 특히 6월 초까지 4할대 타율을 오르내리며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백인천 이후 첫 ‘4할타자’의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SBS 스포츠에서 일본 프로야구를 해설하고 있는 백인천 위원은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타자를 꼽으라면 김현수”라고 말했다. 김현수의 큰아버지와 경동고 동창인 백 위원은 김현수가 신고 선수로 두산 2군에서 뛰던 2007년에 김현수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그는 “체격 조건, 스윙 모두 이승엽과 비교할 만큼 좋았다”고 기억했다. 무거운 배트를 휘두르다 무엇이 김현수를 더 강하게 만들었을까. 지난해 최다안타와 타율, 출루율에서 리그 1위를 차지한 김현수는 올 시즌에 “홈런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본격적인 붙박이 주전 첫해에 타격 3관왕에 올랐으니 만족할 만도 하지만 팀의 클린업 트리오로 무게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파워가 필요했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겨우내 누구보다도 더 많은 땀을 흘렸다. 김광림 두산 타격코치는 “전적으로 본인의 노력”이라고 말한다. 김현수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그동안 사용하던 배트보다 무거운 방망이를 특별주문했다. 1.5~1.8㎏의 무게에 길이 35인치 짜리였다. 스윙 스피드와 악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다른 선수들은 보통 10~15번을 돌리고 한 번 쉬지만 김현수는 50번을 채울 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일본으로 캠프를 떠나서도 김 코치와 함께 저녁마다 맨투맨 배팅 훈련을 계속했다. 그 결과 타격시 몸의 회전이 힘차고 빨라졌다. 상대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스트라이크 존에 오는 공이라면 여지없이 스윙하는 스타일이다. 우승을 향해 김현수는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이다. 신일고 3학년이던 2005년에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났지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수비가 좋지 않고 발이 느리다는 이유였다. 이를 악물고 하루 1000번씩 배트를 휘두르며 기회를 노렸다. 누구도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두산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마침내 기회를 얻었다. 한 번 찾아온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최고의 한 해를 보내던 2008시즌 마지막은 김현수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두산이 1승3패로 뒤지고 있던 한국시리즈 5차전 0-2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에서 김현수는 병살타로 물러났다. 김현수의 타구와 함께 SK의 우승 축포가 잠실에서 터졌다. 힘없이 1루에 멈춰선 김현수는 그대로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올해는 반드시 두산의 우승을 일궈낼 작정이다. 김현수는 “올 시즌 개인 목표는 최다 안타, 이보다 더 큰 목표는 두산의 우승”이라고 말했다. “팀이 2년 연속 준우승하는 데 주역이 나였는데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 세 번은 안 된다”며 당찬 각오를 내보였다. 지금도 어디선가 땀을 흘리며 ‘제2의 김현수’를 노리는 후배들에게는 “나를 뛰어넘을 생각을 해야 한다. 모델이 아닌 라이벌로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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