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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더그라운드, 넷]코미디언 고 김형곤씨 미니홈피 악플러?(2013. 05. 14 11:20)
- 2013. 05. 14 11:20 사회
- “야 김형곤, 넌 저주받은 몸이야 명심해. 야!! 그리고 내가 니들한테도 경고한다. 내 말 안 들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나랑 맞짱 뜰 자신 있는 분만 전화해. 010-4105-○○○○. 나랑 싸울 용기가 없다면 아무도 거기 얼씬거리지 마라. 나는 병점의 사채업자야.” 지난 4월 말, 개그맨 고 김형곤씨 미니홈피 방명록에 올라온 글이다. 글의 작성자는 한□□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있다. 한씨는 고 김씨의 미니홈피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밝히며 지속적으로 김씨에게 악플을 남기고 있다. 게시판에 올린 글을 추적해보면 한씨가 악플을 처음 남긴 시점은 지난해 11월. 김형곤씨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때는 지난 2006년 3월이다. 그러니까 벌써 7년 전에 고인이 되었는데 이제 와서 악플을 남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해 11월부터 고 김형곤씨 미니홈피에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악플. 한□□라는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적고 있다. | 김형곤씨 미니홈피 캡처한씨 글이 누리꾼의 주목을 받은 계기다. 누리꾼들의 결론은 이렇다. ‘중2병’ 환자. 그러니까 악플로 세간의 관심을 받으려는 청소년의 치기어린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럴까. 먼저 김형곤씨의 미니홈피 방명록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지난해 11월 이전, 2010년쯤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었다. 개그맨 김씨와 가족을 조롱하고 “열 받으면 전화하라”고 자신의 휴대폰과 이름을 공개하는 형식이었다. 유모, 김모, 이모씨가 돌아가며 글을 남겼다. 일단 이들부터 전화해봤다. 놀랍게도 번호는 진짜였다. 올해 21살의 대학생인 이씨는 “개그맨 김씨를 모르며 게시판에 글을 남기지 않았다”면서 유씨와 김씨가 자신의 친구라고 했다. 이들은 오산에 있는 U고등학교 동창들이다. 그러니까, 누군가 이들의 실명과 실제 휴대폰 번호를 남기면서 지속적으로 악플을 남긴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악플을 남긴 한씨는? “한□□이오? 누군지 모르겠는데요.” 한씨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밤늦게 통화가 됐다. 중년의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이가 이상한 전화가 자꾸 걸려와 힘들어 합니다. 카카오톡으로도 욕설이 들어오는데, 영문을 모르고 답변을 했더니 더 그런 메시지가 쏟아지는 모양이에요.” 전화를 넘겨받은 이는 한씨의 아버지였다. 한씨는 올해 24살의 지적장애 2급 장애인이다. 그렇다면 ‘중2병’ 악플을 남긴 주인공? 아버지는 부인했다. “애가 장애인이다보니 누가 주민번호 불러달라면 별 의심 없이 쉽게 불러줍니다. 그런데 자기가 했으면 알 텐데 카카오톡으로 문자메시지 들어오는 내용을 전혀 모르니까.” 누군가 인적 정보를 도용해 남긴 글이라는 주장이다. 최복천 중앙장애아동지원센터 센터장은 “지적장애 2급이 할 수 있는 의사표현의 범위는 넓지만 예로 든 악플 내용 같은 표현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인적 정보 도용’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애초의 의문으로 돌아가자. 고 김형곤씨 홈페이지에 지속적으로 악플을 남긴 까닭은 무엇일까. 한씨 아버지의 주장이 맞다면 한씨가 지적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한씨의 이름으로 고약한 장난을 친 것이다. 몇년 전 오산 U고등학교 동창들의 실명과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이와 동일한 사람일 가능성이 많다. 혹시 이 글을 읽는다면 이제 그만하시길. 누군가에겐 그냥 장난이 다른 사람에게는 큰 상처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 언더그라운드.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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