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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말 무성한 ‘낙하산 관치금융’(2023. 02. 17 11:05)
2023. 02. 17 11:05 경제
ㆍNH금융 이어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관료 출신 ㆍ당국 개입 의지에 자율성 훼손·시장 왜곡 우려 ‘관치금융’ 논란이 거세다. 최근 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서 수장들의 잇따른 낙마와 그 자리를 꿰찬 ‘낙하산 인사’들을 둘러싼 뒷말이다. 당국이 고금리를 틈타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린 대형은행들에 ‘공공성’을 논하며 개입하는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낙하산은 다른 문제다. 관치금융이 주는 폐해는 과거 숱하게 경험했다. 금융기관의 자율경영을 막고, 시장경제 원리와 무관한 금융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이는 금융사의 부실만 키우는 게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와 국가경제에도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 ‘셀프연임’으로 대변되는 금융사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해서 낙하산 인사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관계당국이 인사 개입 말고 이사회가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2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바라보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의 관치금융 논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지난 2월 9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노조, 직원들과의 소통 강화 의지를 피력하고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서였다. 금융권에선 금융위원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 민간 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 관치금융이라고 비판한다. 임 내정자가 첫 외부 일정으로 노조 사무실을 찾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임 내정자는 박봉수 우리금융 노조위원장 등과 30분간 이어진 면담에서 “임기 동안 그 누구보다 우리금융 직원들을 사랑할 것이고, 그 누구보다 직원들을 사랑했던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임 내정자에게 직원들의 처우 개선, 소통 강화, 자율경영과 조직안정화 등을 요청했다는 전언이다. 당시 면담에 동석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 내정자가 처음 출근한 날 첫 일정으로 노조 사무실을 찾은 것에 대해 노조에서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임 내정자는 면담에서 소통을 강조하면서 관치 논란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발언 중에는 ‘(관치 비판이) 기우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대목도 있었다”고 전했다. 임 내정자가 차기 우리금융 회장 후보로 거론되기 전까지, 사실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현 손태승 회장이 무난하게 3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봤다. 발목을 잡았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문책 경고와 이에 따른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9일 금융위원회가 이번엔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 건으로 사모펀드 신규판매를 3개월간 정지하는 업무 일부 정지와 손 회장에 대한 문책 경고를 결정했다. 금융위의 중징계가 있고 난 이후 일주일도 안 된 11월 1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법적 다툼으로 갈등 관계를 보여온 손 회장을 내치고 새로운 인사를 앉히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금융권 안팎에서 손 회장 후임으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임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을 거쳐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된 후 2년 만인 2015년 금융위원장에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초대 국무총리 물망에도 오른 바 있다. 2017년 3월 21일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우해양조선 지원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임종룡 대세론’이 커지자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우리금융 회장직을 ‘모피아’(옛 재정경제부 영문 약자와 마피아의 합성어) 올드보이의 보금자리로 추락시킬 수 없다는 이유였다. 노조는 지난 1월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회장 후보 포함에 따른 우리금융 노동자 긴급 기자회견’에서 “임 전 위원장은 재경부에서 커온 행정가이지 금융전문가라고 볼 수 없다. 더구나 그는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 후 최고경영자의 독단과 비리를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 자리에 정부 고위관료 출신 친분인사를 임명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우리은행 민영화 때는 금융위원장을 지내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하고, 우리은행 민영화 핵심 키워드는 자율경영이라며 당시 우리은행장 인사권을 정부가 좌지우지하던 시절을 비판했던 인물”이라고도 했다. 올해 1월 27일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차기 회장 숏리스트(2차 후보)를 확정해 발표했다. 임 전 위원장을 포함해 이원덕 우리은행장, 신현석 우리 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 4명이 최종 후보군에 포함됐다. 외부 출신으로는 임 전 위원장이 유일했다.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 임추위는 지난 2월 3일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임 전 위원장을 최종 낙점했다. 임추위는 임 전 위원장을 낙점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농협금융의 회장직도 2년간 수행하는 등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이며, 우리금융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관치금융 논란은 NH농협금융에서도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12일 NH농협금융 임추위가 손병환 회장 후임으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낙점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 미래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박근혜 정부) 등을 역임한 이 전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초기 좌장을 맡아 초반 정책 작업에 관여했다. 당선인 특별고문으로도 활동했다. 농협금융 안팎에서는 손병환 회장이 내부 직원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데다 재임기간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경영성과를 낸 터라 무난하게 연임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지난 1월 2일 취임한 이석준 회장은 첫 출근길에서 관치금융과 낙하산인사 논란에 대해 “제가 안고 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보여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8일에는 3연임이 확실시됐던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회추위)의 최종 면접 자리에서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사퇴 이유는 대규모 환매 중단이 발생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 회장이 사퇴 선언 직전까지 그룹 내 부회장직 신설 등 조직 개편을 추진할 정도로 3연임 의지가 강했다는 점에서 외풍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관치금융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공산이 크다.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3월에 임기를 마치는 사외이사 비중이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모피아를 포함한 전직 관료나 여권과 인맥이 닿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 노조원들이 1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회장 후보 포함에 따른 우리금융 노동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관치 논란에도 ‘강공’ 배경은 당국은 관치금융 논란을 ‘공정한 개입’ 논리로 맞선다. 낙하산 인사 논란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대신, 국민 실생활과 연관된 비용 부담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당국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을 강하게 질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 은행 산업에 과점의 폐해가 크다”면서 금융소비자의 고금리 부담 완화를 위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 축소와 취약차주 보호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2월 13일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인허가를 받아 사실상 과점으로 유지되는 은행은 공공적 성격이 있고, 따라서 그에 맞는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의 발언이 있고 난 다음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권이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은행법 제1조의 목적에서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은행법 제1조는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목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일반 사기업과 다른 은행 서비스의 공공성을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은행권은 지난해 고금리 영향으로 국민 고통이 커진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 이익을 거뒀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당기순이익은 총 16조5557억원으로, 2021년보다 8.99% 늘었다. 임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도 역대 최대 규모다. 금감원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모두 1조3823억원으로, 2021년 성과급 총액(1조19억원)보다 약 35%나 늘었다. 주요 시중은행은 연말 연초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특별퇴직금으로 평균 3억~4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은행들의 주주 배당도 크게 늘었다. 2021년 기준 국내 17개 은행의 배당(현금·주식배당) 합계는 7조2412억원으로, 2020년(5조6707억원)보다 28%나 많았다. 2월 15일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의 한 건물 앞에 설치된 은행 현금자동출납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당국은 이 같은 은행권 보수체계뿐 아니라 ‘셀프연임’과 ‘장기집권’으로 대변되는 금융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도 손질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한 번 자리에 오르면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통상 3연임, 4연임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끌어들여 이사회를 ‘거수기’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지배구조 개선 문제도 윤 대통령이 먼저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고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는, 일종의 지침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으로 3월 초 ‘기업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또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은행 이사회별로 최소 연 1회 면담할 계획이다. “자율경영 훼손 땐 부작용 우려” 은행권에선 금융의 공공성 강화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에 당국 개입이 지나칠 경우 경영 자율성이 훼손되고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하지만 동시에 주주의 이윤을 추구해야 할 민간기업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당국의 과도한 경영 개입이 자칫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자금시장 경색 때 은행들을 동원해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을 보면, (수신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동시에 유동성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도 컸던 게 사실이다. 통화정책과 엇박자 문제도 불거지기도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한 대목 역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전제돼야 관치 논란을 비껴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4월 18일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금융권 전산망 보안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5개 금융지주 회장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 후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 연합뉴스 야권에서는 “당국의 찍어누르기는 관치금융으로 회귀하는 것이며, 기대하는 효과도 얻지 못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20년 11월 기준금리 0.5%에서 예금은행의 예대마진은 2.02%였다. 기준금리가 1.25%로 오른 2022년 2월 예대마진은 2.27%로 커졌고, 기준금리가 3.25%로 오른 2022년 11월 예대마진도 2.51%로 늘어났다. 대표적인 시장금리인 국고채 3년물의 흐름도 비슷했다. 용 의원은 “예대마진은 기본적으로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에 동조해서 움직이는 구조다. 정부가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은행들의 예수신 금리 결정에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시장의 작동에 화를 내는 듯한 이런 방식의 접근은 국민의 고금리 고통에 대한 립서비스 이외의 실질적인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용 의원은 대안으로 고금리 통화정책에 기반을 둔 은행의 초과이익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하고, 그 세수를 금융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횡재세 부과는 대출금리를 직접 인하하지 않으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는 동일하고, 무엇보다 은행 이자율 결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시장 왜곡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임종룡 전 위원장의 우리금융 회장 내정 발표 이후 배포한 자료에서 “금융기관의 공공성은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보장되는 거버넌스의 구축, 금융소외계층을 지원하는 햇살론 추가 출연과 같은 포용금융,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한 핀테크 기술을 활용하는 혁신금융과 같은 경영 활동을 통해서만 보장될 수 있다”고 했다. 반복되는 관치, 사례와 폐해는 관치금융 논란은 과거 정부에서도 있었다. 이명박(MB) 정부 때는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을 고리로 국책은행과 금융지주 수장 자리에 오른 이들이 위세를 떨쳤다.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등 이른바 금융권 ‘4대 천왕’이다. 이들을 둘러싼 부정부패 의혹과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팔성 전 회장은 자신의 비망록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일가에 뇌물을 전달했다고 밝혔고, 2020년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이팔성 전 회장 등에게서 회장 선임·연임 대가로 받은 뇌물을 인정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대표적인 관치금융 사례로 꼽힌다. 서별관회의는 경제부총리,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해 경제현안을 다룬 비공식 협의체다. 국가 중요 사안을 논의하면서도 기록이 남지 않아 뒷말이 무성했다. 서별관회의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감지하고도 금융기관을 통해 수조원대의 국가 혈세를 투입했고, 그 부실을 국가와 국민이 떠안았다. 청년희망펀드는 시장의 현실을 모르고 관이 과도하게 개입해 실패한 사례다. 2015년 청와대가 주도해 만든 청년희망펀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제정된 공익신탁이다. 공익신탁은 은행이 공익사업을 위해 가입자가 맡긴 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펀드 가입자는 기부금의 15%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원금과 운용수익을 돌려받을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이 1호 가입자로 나서고 대기업 총수들이 돈을 빌려서까지 기부금을 냈지만 2017년 기준 청년희망펀드 기부자 수는 89명, 모집금액도 약 2억3000만원에 그치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하며 결국 도입 3년 만에 판매가 중단됐다. 2014년 3월 열린 하나금융그룹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당시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맡았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배구조 문제가 이슈로 부각했다. 금융당국과 3연임 도전에 나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측의 갈등이다. 당국은 김 회장이 KEB하나은행의 채용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데다 노조와의 갈등 등으로 잡음이 크다는 이유에서 하나금융 지배구조와 연임 관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민간기업 인사 불개입 방침을 천명하면서 김 회장은 무난하게 3연임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관치금융의 가장 큰 폐해는 국가경제와 금융소비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도 누구 하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과거 당국자나 정치권에서 뜬금없이 특정 업종이나 지역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거나 지원이 없다는 투로 국책은행이나 금융기관을 압박하곤 했는데, 결과적으로 부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 관치금융 논란 자체가 KB금융과 같이 외국인 지분이 70% 이상인 곳에서는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의 핵심 조건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보장이다. 다만 당국이 어느 수준에서 개입하는 것이 적정한지는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지금처럼 가계와 기업이 어려울 때 당국의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 역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선에서 끌어가는 것이 우선이지, 직접 금리나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선을 넘는 행위라고 봐야 한다. 특히 전직 금융위원장 출신 등과 같은 모피아들이 민간 금융사 회장 자리를 꿰차는 관행이 반복되면 신뢰가 생명인 금융사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신뢰도도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집
[시사 2판4판]진박 낙하산 부대(2016. 04. 12 11:28)
2016. 04. 12 11:28 정치
본부 아, 아, 아! 들리나? 여기는 본부다. 진박낙하산 부대 아, 들린다. 여기는 진박낙하산 부대다. 본부 쉿, 진박이라는 말은 앞으로 하지 마라. 낙하산 그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부르게 되나요? 본부 그냥 낙하산 부대라고 하자. 낙하산 여기에서는 낙하산도 싫어하는데요. 본부 그럼, 그냥 부대라고 하자. 낙하산 상황이 너무 안 좋지 말입니다. 본부 비상사태다, 자세를 낮춰라! 낙하산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다 역풍이 불어 낙하산을 펴기도 힘들지 말입니다. 본부 그럼, 일단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해라. 낙하산 체면이 있는데 말입니다. 본부 몇 년 전에도 그런 작전을 써보니 잘 먹히더라. 4년 내내 무릎 꿇는 것도 아니고 딱 1분만 무릎을 꿇으면 된다. 낙하산 1분씩이나 어떻게 무릎을 꿇습니까? 본부 야, 지금 본부장님이 잠을 못 이루신다. 니 무릎이 중요해? 우리 본부장님의 잠이 얼마나 중요한 줄 몰라? 잠을 못 자면 다음날 레이저의 위력이 두 배야, 두 배! 공천만 받으면 금배지를 받을 줄 알았던 진박의 낙하산 후보들이 혼쭐이 나고 있다. 급기야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한 번 선보였던 진풍경이라고 하니, 이번 무릎꿇기의 효과가 어느 정도가 될지 슬슬 궁금해진다.
시사 2판4판
[정치]금융투자협회는 ‘낙하산 집합소’
[정치]금융투자협회는 ‘낙하산 집합소’(2013. 09. 10 19:06)
2013. 09. 10 19:06 정치
ㆍ경제부처 출신들 고위직에 포진… 민간자율규제기관 설립 취지 무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제2금융권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기획재정부(기재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감원) 등 힘 있는 경제부처 출신이 대거 포진해 ‘낙하산 집합소’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 위원장(새누리당)이 금투협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융투자협회 임직원 경력 현황’ 등에 따르면 민간기관인 금투협의 임원 3명 중 2명이 기재부와 금감원 출신이다. 남진웅 상근부회장은 기재부 출신이며, 박원호 자율규제위원장(부회장급)은 금감원 출신이다. 임원뿐만 아니라 부장급 이하도 꽤 있다. 정모 파생상품지원부장과 김모 자율규제기획부 과장이 금융위에서 왔다. 김동철 자율규제본부장과 이모 채권부장, 이모 증권지원부장은 금감원 출신이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투자협회. | 권순철 기자 정부 출신 인사가 금투협 고위직에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이유는 회장의 사인만으로 임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투협의 실질적인 경영을 담당하고 있는 상근부회장만 해도 인사추천위원회 같은 별도의 논의기구 없이 회장이 단수로 추천하고, 총회에서 추인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금투협 상근부회장 자리는 기재부 출신 관료들의 몫이 돼 왔다. 남진웅 상근부회장(2대 부회장) 전의 초대 부회장도 기재부 출신이었다. 금투협은 주로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 회원사 상호간의 업무질서 유지 및 공정한 거래 확립과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본시장법에 따라 지난 2009년 민간자율규제기관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금투협 요직을 경제부처 출신 인사들이 장악함에 따라 순수 민간자율규제 기관이라고 부르기가 무색할 정도가 됐다. 회원사 간 과당경쟁 등 규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금투협 내 자율규제위원회의 경우 금융위 및 금감원 출신이 4명이나 포진하고 있다. 위원회에 교수 등 외부 출신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금투협 임원들 고액연봉·성과급도 논란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금투협이 제2금융권의 자율규제기관으로 지정됐으면 상징적으로라도 전문가 등 최소한의 인원은 외부에서 충원했어야 옳다”며 “금투협과 경제부처의 유착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자율규제 과정에서 정부와 업계의 논리가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금융위·금감원 출신이 업계의 이익이 아닌 정부의 논리를 따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권사 등 회원사들에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회비로 운영되는 금투협 임원들에 대한 고액 연봉과 성과급 지급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박종수 금투협 회장의 연봉은 5억3200만원으로 이 중 2억5000만원이 성과급이었다. 남진웅 상근부회장은 성과급 1억2600만원을 포함해 3억63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들에 대한 성과급은 회원사 사장들로 구성된 임원보상위원회에서 정해지는데, 객관적인 지표가 아닌 업계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했는지 등 주관적 판단이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의전도 최고 수준이다. 회장은 개인비서 3명을 두고 있고 고급 차량(에쿠스 3800㏄)도 주어진다. 상근 부회장도 개인비서 2명과 의전차량(체어맨 3200㏄)을 지원받고 있다. 전임 회장에 대한 전관예우도 깜짝 놀랄 수준이다. 금투협 회장은 퇴직 후 1년 동안 고문의 예우를 받는다. 고문에게는 월 500만원(연 6000만원), 단독 사무실, 개인비서, 차량(에쿠스 3800㏄), 차량유지비(월 110만원), 운전기사 등이 지원된다. 이에 대해 금투협은 은행연합회 등 다른 금융권 협회들도 실정은 마찬가지라고 항변하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관료 출신이 협회에 있으면 세제문제 등 업계의 요구를 정부에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또한 실무 경험이 있는 공무원 출신 인사들이 외부 전문가들보다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낙하산’ 타려고 학자소신 버렸나?(2013. 04. 16 15:17)
2013. 04. 16 15:17 경제
ㆍ홍기택 산은지주회장 과거 발언 박근혜 정부 국정철학과 달라 논란 “금산분리 완화는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과거의) 의견을 접었다.” 4월 7일 홍기택 당시 산은금융지주 회장 내정자(61)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한 말이다. 홍 내정자는 왜 굳이 일요일에 기자간담회를 열어야 했던 걸까. 4월 7일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보도 등에 대해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금융위원회는 4월 4일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홍기택 중앙대 교수를 임명 제청했다. 금융위는 “홍 내정자는 국제금융·거시경제 분야의 학계 전문가이며 금융회사 사외이사 및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경력과 능력을 보유했다”며 “정책금융체계 개편과 창조금융을 통한 실물경제의 활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산분리 반대하고 산은 민영화 찬성 하지만 홍 내정자가 임명 제청된 지 하루 만에 자질 시비가 벌어졌다. 금융위는 홍 내정자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지만, 홍 내정자는 대표적인 금산분리 반대론자이자 산업은행 민영화 찬성론자였다. 박근혜 정부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현행 9%) 축소를 위해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금산분리를 강화하려는 계획을 내놓았고,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산업은행 민영화에 제동을 걸고 있다. 홍 내정자는 2008년 한반도선진화재단이 펴낸 라는 제목의 공동저서에서 금산분리를 “금융산업 발전의 족쇄”라고 비판했다. 그는 “금산분리는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우대하는 불공평한 제도”라면서 “계속 금산분리 원칙을 고집하면 우리 금융산업의 조속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 산업자본(재벌)이 적당한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해 수십조원에 이르는 잉여자금을 쌓아놓은 가운데 금산분리로 인해 상당수 우리나라 은행이 외국인 소유로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홍 내정자는 산업은행 민영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08년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산은 IB(투자은행) 육성 성공하려면’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공기업의 구조조정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낙후된 우리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거 저서와 기고 등만 보면 홍 회장은 금산분리, 산업은행 민영화 등과 관련해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다른 견해를 가진 셈이다. 자질 시비뿐 아니라 낙하산 논란도 불거졌다. 홍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동문이며 현 정부의 싱크탱크로 여겨지고 있는 국가미래연구원에도 참여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홍 내정자가 임명 제청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이명박 정권 때도 측근들을 금융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내 이른바 4대 천왕을 만들어낸 기억이 또렷이 남아 있는데 대한민국의 대표은행인 산업은행에 또다시 측근을 내려보낸 인사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할 뿐”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홍기택 경제 1분과 위원. | 연합뉴스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기행도 또다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취재 중이던 기자들에게 느닷없이 귤을 나눠주다 인수위원이라는 게 알려지자 “홍기택이 누구냐”고 반문했고, 취재진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화창한 날씨에도 우산을 펴 얼굴을 가리고 출근했다. 또 기자들이 한 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팔을 잡자 “잡지 마라. 성감대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자신을 둘러싼 말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홍 내정자는 불가피하게 기자간담회를 열고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과거 금산분리에 대한 제 견해는 금산분리가 완전히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며 “산업자본이 은행지분 10% 이상을 보유하더라도 의결권이 4%에 불과해 보유의 실효성이 적고,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 등을 통해 투자 가능한 외국계 자본과 역차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한 입장도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8년 산은 민영화 추진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으로, 돌이켜보면 거품이 끼어 있었다”며 “이후 세계 경제가 나빠지면서 민영화 여건이 악화하고 정책금융의 필요성이 확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영화를 통해 산업은행을 대형 투자은행으로 육성하려던 구상이 장밋빛이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노조 “측근 인사에 개탄” 홍 내정자는 낙하산 논란에 대해선 “낙하산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다른데,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솔직히 산업은행처럼 큰 기관의 장을 해본 적은 없지만 여러 금융기관의 사외이사·운영위원으로 참여해 대학교수 중 금융 현장을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 내정자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냉담했다. “산은금융 회장 자리에 앉으려고 학자로서의 소신을 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고, 산은금융 회장 임명절차도 다른 공기업과 같이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추천위원회를 통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 내정자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4월 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번 산은금융 회장 인선은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던 박근혜 정부가 그 약속을 뒤집었다는 점 때문에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산은금융 회장 인사는 박근혜 정부가 금융권에서의 낙하산 관행을 끊을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는 ‘리트머스시험지’였는데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관행을 끊을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반복이 되니 안타깝다”며 “낙하산 관행이 끊기지 않으면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경제]정권 말 ‘낙하산’의 교묘한 진화(2011. 09. 27 16:18)
2011. 09. 27 16:18 경제
ㆍ금융권 인사 소리소문 없는 ‘스텔스 낙하산’, 올드보이 귀환이 특징 “에이, 전 별다른 줄이 없잖아. 그렇다고 (소망)교회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나이도 60도 안 넘고. 나는 자격이 안 되지.” 저녁 식사자리. 1급 고위관료인 ㄱ씨에게 ‘이제 한 자리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크게 손사래를 쳤다. “제가 봐도 요즘은 좀 너무하다 싶어요. 저희는 누군지도 모르겠더라구요” 동석한 과장급 관료도 쓴웃음을 지었다. 또다른 과장급 관료는 “(정치적) 줄을 서지 않으면 한 자리를 못한다는 선례를 남긴 선배들이 원망스럽긴 합니다. 실력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요즘 이명박 정부 정권말 인사는 ‘스텔스 인사’와 ‘올드보이의 귀환’ 등으로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왼쪽), 임태희 대통령실장(가운데),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오른쪽) 등은 현 정권에서 ‘인사과장’이라 불린다. /연합뉴스 요즘 정가의 화젯거리는 단연 정권말 인사다. 정치로 나가려는 수요와 막차라도 타려는 공급이 맞물리면서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와 감사, 이사 자리가 잇달아 바뀌고 있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스텔스 낙하산’ ‘올드보이 귀환’이다. 스텔스 낙하산이란 소리소문 없이 공기업 임원으로 내려앉는 것을 말한다. 올드보이 귀환이란 60세 이상 OB들이 깜짝 기용되는 현상을 말한다. 두 인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현 정권에 기여했든가 현 정권의 인사 실세들과 연이 깊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공정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정권 말기면 으레 자기 사람 챙기기가 있다지만 이번에는 눈치조차 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반면 관료들은 승진인사를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권 말기 어눌하게 승진했다가 다음 정권에서 ‘팽’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9월 6일 예금보험공사는 “이상목 전 청와대 국민권익비서관이 신임 감사로 취임했다”고 밝혔다.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소리소문 없는’ 취임이었다. 불과 3개월 전에 이 감사는 기업은행 감사로 내정됐지만 금융권 경력이 없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물러섰다. 이 감사는 노동전문가다. ‘화려한 귀환’을 한 이면에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선거 외곽조직인 국민승리연합의 기획위원장을 지내는 등 개국공신으로서의 탄탄한 배경이 뒷받침됐다는 후문이다. 이 감사 앞에 한 이는 또다른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손교명 감사였다. 인권전문가인 그는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사퇴했다. 금융 공기업 임원, 급여 높고 여의도 가까워 인기 예보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외부에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라 인사 자료 등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본인이 공개를 원치 않았다”고도 했다. 하루 전날인 9월 5일에는 박흥신 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이 주택금융공사 감사로 취임했다.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의 고교 후배지만 역시 금융 관련 경력은 없다. 앞서 주택금융공사는 이해돈씨를 이사로 선임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서대문구청장 후보로 나섰다 낙선한 인물이다. 지난 8월 기업은행이 출자한 IBK 신용정보 부사장으로 선임된 류명열씨도 눈에 띈다. 영남대 출신으로 한나라당 경남도당 사무처장, 중앙당 인사부장, 조직국장 등을 거쳤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비례대표 후보였다. 당내 정치경력은 화려하지만 신용정보나 금융과는 무관하다. 한 증권사 임원은 “요즘 금융공기업에 임명되는 인물은 모두 정치적·지역적 배경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금융경력이나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민간 금융권과 접촉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권 인사들이 특히 금융권을 탐내는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급료가 상대적으로 많다. 여의도와 가깝다는 것도 이점이다. 국회와 근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 정치판 돌아가는 흐름을 따라가기도 좋다. 한나라당 의원의 한 보좌관은 “공공기관 임원 자리라는 게 어차피 용돈 받아서 후배들에게 밥 잘 사라는 의미에서 마련해준 것 아니겠느냐”며 “간만에 인심도 쓰면서, 다음 기회를 엿보기에는 금융권 임원 자리가 딱이다”라고 말했다. ‘올드보이’의 귀환은 관료사회에서 더 시끄러웠다. ‘공공기관장은 예순부터’라는 자조 섞인 말도 들린다. 9월 2일 한국조폐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윤영대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65)은 8년 만에 공공기관에 복귀했다. 행시 12회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윤진식 의원과는 행시 및 고려대 동기다. 윤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 상임 특별보좌역과 한나라당 경북도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정치경력도 있다. 다음 정권 ‘팽’ 당할까 승진 꺼리는 관료들 같은 날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에 취임한 진영욱 사장(60)은 행시 16회다. 1997년 당시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장으로 외환위기의 유탄을 맞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차관이던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각별히 아끼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는 직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때 메릴린치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봤지만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되는 데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9월 1일 취임한 기술보증기금 김정국 이사장(64)은 행시 9회다.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 1차관보였으나 “후배들을 위해 용퇴한다”며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가 정권을 잡은 2008년 한국전력공사 비상임이사가 됐고 퇴임 14년 만에 공공기관 수장이 됐다. 예산실장 당시 부하직원으로 두었던 임태희 현 대통령실장과 가깝다. 60대 선배의 깜짝 복귀를 바라보는 후배들의 시각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뒤를 확실히 봐줄 ‘보스’를 잘 둬야 한다는 것만 재각인시켰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임태희 대통령실장, 윤진식 의원 등은 현 정권에서 ‘인사과장’이라 불린다. 스텔스 인사와 올드보이 귀환은 정권말을 맞아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부림치다 빚어진 백태다. 민간과 달리 관료사회에서는 승진 기피 현상이 엿보인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온 지 5개월 만에 자리를 옮겼다. 초고속 영전이다. 하지만 관료사회에서는 그다지 부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를 고려해볼 때 다음 자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정서가 생긴 것은 그간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참여정부 당시 마지막 차관이었던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대표적인 사례. 김 위원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올 초까지 야인으로 떠돌았다. 김 위원장에 대한 추천이 많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전 정권에 부역한 인물”이라며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참여정부 막판에 장·차관을 맡았던 인물들의 끝은 비슷비슷했다. 검찰의 표적수사를 받은 이도 수두룩했다. 재정부 고위 관료는 “과거 사례를 볼 때 정권 말기에 중요 직책을 맡으면 다음 정권에서 재기용되기 힘들다”며 “앞으로 1년은 느리지만 천천히 가는 것이 향후 5년을 기약할 수 있는 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커버스토리]금융위·금감원의 ‘낙하산 퇴직’
[커버스토리]금융위·금감원의 ‘낙하산 퇴직’(2010. 01. 14 13:21)
2010. 01. 14 13:21 경제
ㆍ퇴직 관료 민간금융 감사 독차지… ‘전관예우’받으며 방패 역할 “대부분의 민간금융권 감사 자리는 퇴직 후 생계 수단과 사회적 위신을 세우려는 퇴직 관료들의 ‘고급 양로원’으로 전락했다.” 금융권 감사직에 대한 한 경제학자의 뼈있는 한마디다. 지난해 말 한 보험사에서 감사가 교체됐다. 새로 선임된 사람은 같은 달 금융감독원을 1급으로 퇴직한 A씨. A씨는 금감원 인력개발실에서 교수로 3년을 일하고 퇴직한 직후 국내 유수의 B보험사 감사 자리를 꿰찼다. 이 회사의 전임자 역시 옛 보험감독원 출신이다. 이 보험사의 감사 자리는 금감원 출신이 사실상 ‘세습’하고 있는 셈이다. 진동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지난해 3월 23일 여의도 금융위에서 열린 비상금융통합상황실 개소식에서 김종창 금감원장과 함께 내부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금융정책과 감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퇴직자들의 업무 관련 유관기관 낙하산 인사가 현 정부 들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추천하는 인물 가운데 감사를 낙점하는 것이 관례였고, ‘낙하산 논란’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끊임없이 지적당하는 단골메뉴로 자리 잡았다. 감사 업무 특성상 금감원이 카운터파트되는 경우가 많았고, 금융권은 이런 ‘전관’을 ‘방패막이’로 적절히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재취업 규제 공직자윤리법 유명무실 특히 지난해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발효로 증권사 등 투자회사의 감사 자리는 금감원 퇴직자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자통법에 따라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감독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금융권에서는 로비의 필요성을 더 절감하게 된 데 따른 현상이다. 최근에는 감사뿐만 아니라 임원과 사외이사 등으로 진출하는 퇴직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SC제일은행의 경우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낸 오갑수씨가 부회장으로 있고, 같은 부원장보 출신인 김대평씨는 농협중앙회 이사로 영입됐다. 하나금융지주는 금감원 출신 전관을 고위층으로 영입했고, 하나UBS자산운용의 박윤호 부사장은 금감원 감독총괄국장을 지냈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고위층에 ‘전관’이라는 든든한 방패막이가 있다. 지난해 6월 24일 정무위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행정안전부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해 상반기에만 금융위, 금감원 퇴직자 20명이 금융회사 등에 이사나 감사로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연평균 재취업자 수인 16.5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신 의원이 밝힌 금융위·금감원의 2008년과 2009년 퇴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재취업자 17명 가운데 3명을 제외한 14명(82.3%)이 금융사에 취업했고, 지난해 상반기 재취업자 20명 가운데 2명을 제외한 18명(90%)이 금융사에 재취업했다. 그나마 비금융사로 분류된 5개사도 전자·금융 관련 업체 또는 영입 후 우회 상장을 시도했거나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재벌그룹 계열사로서 금융감독 업무와 전혀 무관한 기업이라고는 할 수 없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금감원 2급 이상 간부는 퇴직 전 3년 이내에 맡고 있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2년 동안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업무 관련성 규정이 모호해 낙하산을 막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금감원 출신들은 퇴직 전에 인력개발실이나 지방 사무소 등으로 나가 근무하는 등 ‘경력세탁’을 통해 이런 제한을 피해 가고 있지만 금감원은 사실상 이를 방조 내지 관례 형태로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 퇴직자의 재취업이 매년 여론의 질타를 받자 금감원은 2009년 11월 금감원 출신 금융회사 재취업자들의 영향력 행사 방지를 위해 별도로 재취업자 목록을 작성해 중점감찰 대상으로 선정하고 금융회사에 감사공모제 도입을 권고하는 등 ‘재취업 관련 운영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금융권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명단을 어떻게 관리한다는 것인지도 모호하고 감사공모제 권고 역시 담당 직무를 아는 인력군이 제한돼 있어 사실상 대동소이한 인력풀을 놓고 그 중 한 명을 뽑을 수밖에 없어 금감원 출신이 배제된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무슨 직업소개소냐” 한편 은행·증권사 등 영리법인으로의 재취업뿐만 아니라 협회 등 비영리단체로의 재취업에는 사실상 규제 수단이 없어 속수무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영리사업체에 대한 낙하산만 규제하고 있을 뿐 비영리 단체로 구분되는 각종 금융 관련 협회, 자율단체 등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각종 금융 관련 협회나 자율 단체의 장 또는 임원으로 재취업하는 금융위·금감원 퇴직자의 규모도 상당한 편”이라면서 “더 큰 문제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의 고위 인사들은 퇴직자의 유관기관 낙하산에 대해 문제의식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다. 2008년에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이 금융감독 당국의 업무 유관기관 재취업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답변에서 “금융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금감원 임직원을) 보낸다”고 말했다가 이 의원으로부터 “그런 말도 안 되는 답변이 어딨나. 금감원이 무슨 ‘직업소개소’냐”고 호된 질책을 당했다. 심지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금감원장 출신)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김앤장(법률사무소)도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해 금융감독 당국의 최고결정권자들 인식이 어느 정도인가를 극명하게 보여 주기도 했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연구소장은 “금감원 스스로 검사나 조사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퇴직자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자성을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표지 이야기
[포커스]“낙하산 사장 투입 대가 치르게 할 것”
[포커스]“낙하산 사장 투입 대가 치르게 할 것”(2009. 12. 02 17:32)
2009. 12. 02 17:32 사회
ㆍ총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 KBS 강동구 노조위원장의 투쟁 결의 11월23일 이명박 대통령은 ‘낙하산’ 논란에도 대선 후보 시절 언론특보를 지낸 김인규 전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을 KBS 사장에 임명했다. KBS 노조는 “낙하산 인사인 김인규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출근 저지 투쟁과 총파업 투표를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11월24일 김인규 신임 사장은 노조의 저지를 뚫고 취임식장에 들어갔다. 이후에도 노조가 벌인 김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은 실패했다. 외부에서는 “KBS 노조가 김 사장을 반대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강동구 KBS 노조위원장이 KBS의 현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11월26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KBS 노조가 보여 주고 있는 대응이 김인규 사장과 이병순 전임 사장 때가 사뭇 다르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인가. “이 전 사장은 사장 응모 당시에도 KBS 현직에 몸담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 MB 정권의 최측근이다. 이 전 사장과 김 사장을 똑같이 ‘낙하산 인사’로 볼 수 없었다. 노조는 두 사람에 대해 다른 대응이 필요했다.” 이 전 사장에 대한 평가가 무척 좋지 않다. 이 전 사장이 취임할 때부터 공정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그런데 노조는 이 전 사장 재임 시절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노조도 대응했다. 공정방송위원회 등 공식 기구를 통해 이 전 사장을 감시하고 비판했다. 노조가 사장 취임 1년 만에 신임평가를 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KBS 구성원의 여론조사를 통해 이 전 사장의 연임은 안된다고 밝혔다. 노조가 이 전 사장을 도와주려고 했다면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가감없이 밝혔겠는가. 우리가 부족한 것이 있었고, 책임감도 느낀다. 하지만 노조도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아 달라.” 이번 사장 공모 과정에서 노조위원장이 이 전 사장을 만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말도 안된다. 내가 사장 공모 과정에서 이 전 사장이나 김 사장을 만났다는 것이 밝혀지면 KBS를 떠나겠다. 그런 소문에 대해 노조위원장으로서 한 점 부끄러움도 없다.” KBS 노조가 원하는 KBS 사장 상은 무엇인가.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정치독립적인 수장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노조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전 사장 때부터 정권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이 위축되고 공영성이 흔들렸다. 이런 시점에서 더욱 정치독립적인 사장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 노조는 이사회에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요구했고, 공개적이고 투명한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도록 ‘공개면접’과 ‘특별다수제’ 등을 얻기 위해 투쟁했다. 결과적으로 이사회는 과거의 정권 거수기식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조의 저지에도 김 사장의 출근이 계속 성공했다. 노조는 계속 막을 것이고, 사장은 계속 출근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사태가 어떻게 해결돼야 한다고 보는가. “노조는 김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 김 사장이 자진사퇴해야 한다. 우리는 출근을 무기한 저지할 것이고, 총파업 투표가 가결되면 강도가 더욱 세질 것이다. 노조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투쟁밖에 없다.” KBS 노조는 부재자투표를 시작으로 12월2일까지 ‘MB특보 김인규 사장 퇴진을 위한 총파업 찬반투표’ 에 들어간다. 파업이 가결되면 12월3일부터 총파업이 시작된다. 그동안 이 전 사장 재임 기간에 노조와 갈등이 있었던 KBS PD협회와 기자협회, 사원행동은 총파업에 적극적인 참여의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내·외부에서 많은 비판을 받은 현 노조가 총파업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찬반 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12월3일 전면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공고했다. KBS의 노조가 총파업을 이끌 수 있는 동력을 모을 수 있는가. “현 12대 노조는 이미 두 차례 파업을 한 경험이 있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 때 총파업했고, 과거 징계투쟁 때 대휴투쟁 방법을 동원해 사실상 파업을 강행했다. 노조는 최후의 투쟁 카드인 총파업에 대해 어떤 망설임이나 두려움이 없다. 총파업을 위한 동력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 내부적으로 김 사장이 실세라는 생각에 그냥 인정하자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선전전 등을 강화해 투쟁 동력을 모을 것이다.” 투표가 가결되면 총파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총파업에 들어가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으로 이어나갈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권이 공영방송 사장직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낸 것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총파업 투표가 부결되면 노조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아직 밝힐 수 없다. 최후 카드까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 투표를 앞두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 노조원들이 동요할 수 있다. 우선 총파업 동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집중할 것이다.” 김 사장이 취임사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밝혔다. 그 중에서 수신료의 현실화를 이야기했다. 노조도 수신료의 현실화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수신료를 올리는 데 반감이 많은데. “수신료 현실화는 공영방송인의 염원이다. 수신료 인상에 대해 시청자들께 죄송할 뿐이다. 하지만 수신료 현실화는 좋은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시청자들께서 깊이 이해해 줬으면 한다.” 수신료를 올리는 것이 KBS의 광고를 종합편성채널로 돌리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정권과 한나라당이 조중동과 재벌에 방송을 넘겨주기 위해 종편채널 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수신료 현실화가 종편채널 살리기로 사용돼서는 절대 안된다. 이 같은 프레임을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KBS 계약직 해고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KBS 노조가 계약직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불만이 있다. “이것은 노조 전임자들이 잘 알고 있다. 노조위원장으로서 현안이 많아 일일이 만날 수 없지만 노조는 계약직 해고자들을 최대한 도와 줬다. 공간이 없다고 해서 노조사무실도 함께 사용했고, 노조 비품도 사용하도록 배려했다. 집회 허가도 우리 노조가 다 해 놨다. 노조가 그들을 지원하지 않은 것은 없다.”
[사회]‘MB 낙하산’ 대학에 투하 불발(2009. 04. 16)
2009. 04. 16 사회
경기대·세종대·덕성여대 총장 선출에 ‘교과부 입김’ 소란만 일으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전체 회의 모습. 사분위는 여전히 세종대·상지대·조선대 이사를 정이사로 하느냐, 임시이사로 하느냐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학에도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이 투하되고 있다. 지난해 사회 각 분야에서 낙하산 인사 문제로 겪었던 진통이 이번에는 대학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학의 낙하산 논란은 총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졌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대학은 경기대와 세종대, 덕성여대 등이다. 이들 대학의 공통점은 재단의 비리로 정부가 이사를 파견한 관선이사(임시이사) 체제고, 현 총장이 모두 참여정부 때 임명된 곳이라는 점이다. 청와대 비서관이 후임총장 추천 경기대와 덕성여대는 현재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세종대는 지난해 6월 임시이사 임기가 만료된 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해 새 이사진을 구성하지 못한 ‘이사 부존재’ 상태다. 세종대 측은 정이사 파견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대 이태일 총장은 3월 10일 교과부의 학술연구정책실장에게 총장 후보 사퇴 요구를 받았고, 교과부 실장은 차기 총장으로 현승일 전 한나라당 의원을 지목했다고 전해졌다. 현 전 의원은 이 대통령과 함께 6·3동지회 소속이다. 하지만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현 전 의원은 경기대 총장 최종 후보군에 들지 못했다. ‘제8대 경기대 총장 후보자 추천위원회’는 후보자 면접을 거쳐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 경기대 이재은 교수(경제학과), 경기대 최호준 교수(행정학과)를 총장 최종 후보로 뽑았고, 4월 13일 신임총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세종대의 경우 청와대 교육비서관이 나섰다. 김정기 청와대 교육비서관은 지난달 비리로 물러난 주명건 구 재단이사장을 만나 현 양승규 총장 후임에 김영래 아주대 교수를 선임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알려졌다. 김 교수는 한국NGO 학회장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종대 내에서는 김영래 교수가 총장 후보로 나서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종대 이원우 교수는 “이와 같은 일은 5공 때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대학 낙하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학교를 지켜내고 연구와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야 할 교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 연임한 덕성여대 지은희 총장 역시 교과부 관계자에게 압력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불거져 나왔다. 지은희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여성부 장관을 지낸 참여정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 총장은 교과부의 압력에 대해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덕성여대 한 교수는 “다른 통로로 교과부의 모 차관이 압력을 넣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지 총장은 전면 부인했다고 하더라”며 “그런데 막상 교과부로부터 감사를 받으니까 그것은 외압이라고 하고, 총장 선출 과정에서 받은 것은 압력이 아니라고 하니까 일관성이 없어 보였다”고 설명했다. 총장 출신의 또 다른 교육계 인사도 “지 총장이 압력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교과부 감사에도 걸릴 것이 없었으니 연임할 수 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지난 1월 덕성여대 일부 직원의 횡령과 학사 운영에 대해 문제가 있다며 특별감사 형태의 종합감사를 전격 실시했다. 당시 이 특별감사는 지 총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감사 결과 지 총장은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가 총장 선출에 입김을 불어넣었지만, 지금까지는 분란만 일으키고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렇게 교과부가 전면에 나서서 논란의 소지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한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 논란은 노무현 코드를 없앤다는 등의 신념적인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며 “선거 공신과 우군에 뭔가 나눠줘야 하는데, 그것이 대학의 총장자리가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비리로 물러난 구 재단도 복귀를 위해서 이명박 정부와 공조할 수 있는 부분도 맞물려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덕성여대 모 교수도 “만일 사분위에서 구재단에 대학을 돌려주려고 할 때 총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아무래도 총장을 장악해야 재단을 장악할 수 있으니까 낙하산 총장을 계속 노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교과부의 대학 간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조선대는 교과부의 임시이사 재파견 방침에 반발해 교수들이 찬 바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해 10월 임시이사 선임 안건을 사분위에 제출했지만, 진보 성향 위원의 반발로 철회했던 적이 있다. 사분위 내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대학은 광운대·세종대·상지대·조선대다. 이중 광운대는 임시이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지만, 나머지 3개 대학은 모두 ‘정이사’ 선임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교과부는 조선대에 임시이사를 파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조선대는 ‘조선대학교 정상화 및 전 경영진 복귀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교과부의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교과부가 사분위에 제출한 조선대 임시이사 후보 18명의 이력이 알려지면서 반발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조선대, 임시이사 재파견 방침 반발 비대위 정해만 교수(치과대학)는 “현재 전체 교수가 본관 현관 양편에다 텐트를 치고 농성하고 있다”면서 “사분위나 교과부에서는 3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정이사로 갈 것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임시이사를 파견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교과부가 제출했다고 하는 18명의 인사는 모두 거기서 거기인 인물로 친한나라당 인사나 구 재단 측 인사로만 채워져 있다”면서 “그중에는 서울·경기 사람도 있던데 지역 사람들도 아닌 위원이 무슨 애정을 가지고 대학을 운영할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교과부가 총장 선출이나 이사 파견뿐 아니라 ‘긴급사무처리권’ 승인의 여부로 대학 운영에 영향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긴급사무처리권은 민법 제691조 ‘위임종료시의 긴급처리에 관한 사항’에 의거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제691조는 ‘위임 종료의 경우에 급박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수임인, 그 상속인이나 법정대리인은 위임인, 그 상속인이나 법정대리인이 위임 사무를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사무의 처리를 계속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는 위임의 존속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경영지원과 정관수 서기관은 “대리인의 임기가 종료되었는데, 후임 대리인이 선임되지 않았을 경우 임기가 종료된 대리인이 긴급한 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면서 “판례를 통해서 전임 이사가 긴급사무처리권을 이용해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또 “긴급사무처리권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데, 지배구조를 바꾼다거나 정이사를 뽑는다거나 사안의 긴급성과 중요성 등을 각 대학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고 덧붙였다. 긴급사무처리권 결정 여부는 원래 대학이 내려야 하는 것이다. 교과부가 승인이나 동의를 해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일단 긴급처리 사안의 여부에 대해서는 대학이 일차적으로 판단하고, 지도감독기관인 교과부의 지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사분위 관계자 역시 “긴급사무처리권은 교과부보다 사분위에 유권해석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면서 “교과부가 승인해주건 해주지 않건 법률적인 의미는 없는데, 현실적으로 각 대학이 교과부를 무시할 수 없으니까 교과부에 요청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대학들은 긴급사무처리권을 교과부 승인 없이 사용했을 때 감사나 예산 문제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긴급사무처리권’ 내세워 영향력 조선대 정해만 교수는 “교과부가 이사 부존재 상태에서도 ▲인사 ▲예산 ▲채용 ▲추경 등은 분명히 긴급사무처리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했는데, 요즘 긴급사무처리권을 요청하면 잘 들어주지 않는다”면서 “얼마 전 조선대병원에서 입찰을 통해 사업을 따낸 것이 있는데, 긴급사무처리권을 승인받지 못해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대 역시 지난 2월 총장 선출 논의를 위해 긴급사무처리권 승인을 교과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전례가 있다. 하지만 상지대의 경우 교과부의 긴급사무처리권 승인으로 총장 선출이 가능했다. 총장으로 선출된 사람이 KBS 유재천 이사장이기 때문에 긴급사무처리권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유재천 이사장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을 해임할 때 큰 역할을 했던 인사다. 재단 비리로 인해 관선이사가 파견된 후 상지대의 총장은 강만길·김성훈 등 진보적인 인사들이 맡아왔다. 그런 상지대에서 구성원들이 친정부 인사로 평가받는 유재천 총장을 선택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시중 방통위위원장이 힘을 쓴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상지대 교수들은 이명박 정부와 교감설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임시이사파견대학공동대책위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상지대 박정원 교수(경제학과)는 “외부의 이야기는 얼토당토 않고, 유 총장은 학내 구성원이 선택한 분이다”면서 “KBS 사태 때문에 내부에서 약간의 논란은 있었지만, 우리 학교를 제일 잘 이해해주는 분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전 총장 역시 “강만길 전 총장 시절 유재천 교수가 임시이사를 지냈기 때문에 상지대 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서 “나는 외부에서 총장을 그만두라는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원주지역 10개 시민단체는 유재천 총장의 취임에 대해 “비록 충분한 교감은 아니지만 총장추천위원회나 교수협의회 및 교직원노조 승인 등 절차를 거친 신임 유재천 총장은 특히 민주대학으로 우뚝 서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논평을 내 시민단체의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종대의 한 교수는 “상지대 나름대로 고충이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사분위의 한 관계자 역시 “전폭 지지도 힘들고 비판하기도 어려운 구성원의 타협책인 것 같다”면서 “현 정부의 친인사지만, 학내의 개혁적인 요구도 수용할 수 있는 인물로 유재천 총장을 선택한 것이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와 교과부의 의도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상지대·조선대·세종대 구성원은 그동안 학내 민주화 운동으로 구 재단이나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역량이 쌓여 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新 인맥]‘낙하산’ 타고 언론사·공기업 장악(2009. 03. 12)
2009. 03. 12 정치
언론인 출신 MB특보 특보 출신 공공기관장들은 가는 곳마다 낙하산 논란을 불러왔다. 사진은 지난해 7월 YTN 사옥 앞에서 특보 출신 구본홍 사장 취임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는 YTN 노조원들. 지난 1년 현 정부 낙하산 인사 논란의 한복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사람이 있다.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공보 조직에서 활약했던 언론인 출신 ‘특보’다. 2월 25일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공개한 ‘대선 당시 공보조직 낙하산 투하’ 현황을 보면, 공보 조직 39명 가운데 29명이 ‘특보’ 낙하산을 타고 언론기관과 공기업, 정치권으로 진출했다(표 참조). 비율로 따지면 74%, 10명 중 7명이 정권 탄생에 기여한 공로로 한 자리씩 꿰찬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그룹은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 정국록 아리랑TV 사장,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구본홍 YTN 사장, 차용규 OBS 사장 등 소위 ‘특보 사장단’이다. 이들 특보 출신 사장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켜 방송의 정부 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정부는 해당 조직 구성원들의 반발에 아랑곳없이 특보 사장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여 방송 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특보 사장단은 전원이 이명박 캠프 방송 특보단 출신이다. 양휘부 한국방송공사 사장과 구본홍 YTN 사장은 각기 방송 특보단 단장과 상임특보를 지냈고, 이몽룡·정국록·차용규 사장은 일반 특보로 활동했다. 방송 특보들은 대선 당시 방송보도를 모니터링하고 텔레비전 토론회를 준비했다. 구본홍 YTN 사장 우여곡절 끝에 취임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은 1970년 대한일보 정치부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후 KBS 보도국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해설위원장, 창원방송총국장 등을 지냈다. 양 사장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대통령 후보 특보를 맡았다. 이후 고려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경선을 치를 때부터 캠프에 합류, ‘텔레비전 토론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이 대통령에게 토론 기술을 조언했다.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낙하산 인사의 대표 격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구본홍 YTN 사장은 MBC 보도본부장 출신으로 캠프 방송총괄본부장과 당선인 대변인실 자문위원을 지냈다. 구 사장은 1991년 무렵부터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통일국민당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이 대통령이 고려대 후배인 구 사장에게 자문했다는 것이다. 그는 선대위에서 방송 모니터링과 방송 담당 공보 역할을 했다. 특히 MBC 보도본부장 출신이라는 점을 살려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에 비판적이었던 MBC와 선거 캠프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노력했다. 구 사장은 지난해 5월 29일 이사회를 거쳐 차기 사장 내정자로 지명됐으나 사원들의 ‘공정방송 수호’ 투쟁에 밀려 취임하지 못하다가 7월 17일 30초 만에 끝난 날치기 주총을 거쳐 취임했다. 구 사장은 취임 이후에도 사원들의 반발로 정상 출근을 하지 못하다가 선임 이후 146일이 지난 12월 9일에서야 사장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사이 사측은 노조원 6명을 해고하는 등 33명에게 무더기 중징계를 내렸다. 허원제·진성호 의원 국회 입성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 특보 출신 낙하산 1호인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은 KBS 부산방송총국장과 보도본부 해설위원으로 재직했고, KBS1라디오 를 진행했다. 정국록 아리랑TV 사장은 1970년 MBC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런던·파리 특파원, 진주MBC 사장, EBS 이사를 지냈다. 2월 12일 사장으로 선임된 후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사원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차용규 OBS 사장은 부산방송 경영기획국장 등을 거쳐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울산방송 사장을 지냈다. 곽경수, 구본홍, 김인규, 김종완, 김해진, 김효재, 박흥신(위 왼쪽부터). 서옥식, 신재민, 양휘부, 이동관, 이몽룡, 이성준, 임연철(가운데 왼쪽부터). 임은순, 정국록, 진성호, 차용규, 최규철, 함영준, 허원제(아래 왼쪽부터). 양휘부·구본홍·이몽룡·정국록 사장은 경남고등학교와 고려대 선후배로 서로 연결되는 사이다. 1943년생인 양휘부 사장과 1948년생인 구본홍 사장은 출신 고등학교(경남고)와 출신 대학(고려대 정외과)이 모두 같다. 1949년생인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은 고대 신방과를 나왔고 1947년생인 정국록 아리랑TV 사장은 경남고 출신이다. 방송 특보단 출신인 허원제 전 SBS 이사는 부산진 갑 지역구 의원으로 18대 국회에 입성했고, 김용한 전 CBS 본부장은 한국토지공사 감사, 곽경수 전 SBS 기자는 청와대 춘추관장 자리를 받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박흥신 청와대 언론1비서관, 김좌열 청와대 선임행정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허용범 국회 대변인은 캠프 공보단 출신이다. 공보단장을 맡았던 이동관 대변인은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으로 경향신문 부국장 출신인 박흥신 비서관과 함께 2007년 6월에 캠프에 합류했다. 언론과 관계를 원만하게 조율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캠프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재산 공개 때 춘천농지 매입 의혹과 KBS 신임 사장 관련 호텔 회동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박흥신 비서관은 대선 당시 공보상황팀장으로 신일고 선배인 이동관 공보단장을 도와 언론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논리를 준비했다. 특히 ‘BBK 사건’ 등 네거티브 공세와 관련한 공보 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YTN 사장 낙하산 논란과 용산 참사 등 민감한 문제가 있을 때마다 강성 발언으로 여론의 입길에 올랐던 신재민 차관은 한국일보와 조선일보에서 일했다. 공보단 메시지팀장을 맡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기간 중에는 아침마다 가회동 이명박 대통령 자택을 방문해 브리핑을 하는 등 핵심 참모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허용범 대변인은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 출신으로, 대선 당시에는 이명박 후보 캠프 공보단 메시지팀 부단장을 맡았으나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 캠프 공보특보를 맡았다. 경북일보 서울지사 부국장 출신인 김좌열 행정관은 공보단 지방팀장을 맡았다. 이명박 후보와는 기자 시절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캠프 뉴미디어팀장을 지낸 진성호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 을에 출마해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을 누르고 당선했다. 진 의원은 현 정부 언론정책을 비판하는 ‘미디어행동’에서 정병국·나경원·고흥길·홍준표 의원 등과 함께 ‘언론 5적’이라고 평가할 만큼 강성으로 꼽힌다. 그는 이명박 캠프에 들어오기 전까지 조선일보에서 미디어 전문 기자로 활약하며 각종 토론회 등에 출연해 보수언론의 관점을 대변해왔다. 진 의원은 양휘부·구본홍·정국록 사장과는 경남고 선후배 관계다. 캠프 방송전략실에서는 방송전략실장을 맡았던 김인규 전 KBS 이사가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TV토론팀장을 맡았던 이성완 전 KBS 주간은 아리랑TV 방송본부장 자리를 차지했다. 김인규 회장은 2007년 9월 캠프에 합류한 뒤 11차례 방송 연설 녹화 현장을 직접 챙기는 등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선일보·KBS 출신이 가장 많아 캠프 언론위원회 출신으로는 최규철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이 눈에 띈다. 뉴스통신진흥회는 국가 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 1대 주주다. 동아일보 논설주간을 지낸 최규철 이사장은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함께 이명박 정권 내 동아일보 인맥의 좌장 격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전직 언론인들의 이 대통령 지지 모임인 ‘2007 세종로포럼’을 만들어 초대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캠프 언론위원회에서 일했던 임은순 신문유통원장은 경향신문 논설위원 시절인 2003년 1월 청계천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칼럼을 쓰는 등 대표적인 MB군단으로 알려져 있다. 임 원장도 최규철 이사장과 함께 세종로포럼 출신이다. 언론위원회에서는 이외에도 이성준(전 한국일보 편집인), 김효재(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종완(전 동아일보 부국장), 김현일(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함영준(전 조선일보 사회부장), 서옥식(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김영만(전 스포츠서울 사장), 김해진(전 경향신문 정치부장), 기세민(전 남도일보 정치부장), 임연철(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강남훈(전 국제신문 정치부장) 등이 공공기관과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겨 ‘언론인 출신 MB정부 낙하산 부대’에 합류했다. 한편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공보 조직에서 활약하다 ‘낙하산’을 탄 인사 29명을 출신 언론사별로 따지면, 조선일보(5), KBS(5), 동아일보(4), 경향신문(3), MBC(2) 순이다.
대한민국 新 인맥
[커버스토리]MB정부 ‘낙하산 인사’ 자격도, 절차도, 검증도 없었다(2009. 01. 08)
2009. 01. 08 정치
청와대 총무수석실 행정관이 ‘실세’ 개혁의지 실종, 공기업 인사 난맥상 이명박 대통령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왼쪽)과 차를 마시며 환하게 웃고 있다. 2008년 12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공기관 합동업무보고 현장. 마치 사기업 오너가 직원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훈시’가 한동안 계속 됐다. ‘오너‘는 이명박 대통령이고 ‘간부직원’은 한국전력 등 34개 공기업 임원이다. 이 대통령은 “조직(혁신)에 자신 없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고 일갈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기관장 중심의 공기업 구조조정을 주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엄동설한 속 바람만큼 차가웠다. 이 대통령은 이어 “공기업 사장이 노조와 서로 잘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해서 노조를 아주 방만하게 되돌릴 수 없는 조직을 만든 전례가 있다”면서 “노조와 잘 지내 임기를 채우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공무원을 몰아붙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에는 공기업을 ‘난타’했다. 이에 청와대 한 관계자는 “공기업의 효율성 위기를 지적한 것”이라면서 “과거의 고비용·저수익·비효율 구조를 해체하겠다는 이 대통령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은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할 만큼 보수 좋고 부담 없는 자리다. 2008년 10월 감사원 감사 결과(2003~2005년)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감사원은 자금운용 규모가 크고 기업적 성격이 강한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 28곳에 대한 감사 결과에 대해 한마디로 “방만한 경영을 했다”고 지적했다. 심의 토론 한번 없이 서면의결 공기업의 무책임과 방만 경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또 전문성이 없어도 적당히 지낼 수 있어 낙하산 인사에는 ‘딱’이다. 민간기업처럼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할 부담도 없을뿐더러 임기가 정해져 있어 자리를 보전하기도 좋다. 그런데 문제는 이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실제 공기업 경영 현장에 투영될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방만한 경영’의 원인이 대부분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인데 사실상 이 정부 들어 낙하산 인사는 더욱 극심하고 노골적이다. 이명수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참여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해온 여당이 그보다 더 큰 낙하산 인사를 펼치면서 공기업 혁신에 나선다면 누가 수긍하겠느냐”고 반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사실 공기업 기관장과 감사는 법률(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임명된다. 이 법은 공기업 기관장과 감사의 추천→ 심의→의결 →제청 →임명 등의 절차가 빠짐없이 명시되어 있다. 이는 공기업 인사에서 공정·투명·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안정장치이며 낙하산 인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법적 취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절차는 공기업 CEO와 감사의 경우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복수로 추천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운영위)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람 중에서 주무부처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법은 2006년 한나라당이 주도해 만든 법이다.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 시비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였다. 이 대통령도 지난해 4월 25일 “형식적으로 공모하는 식이면 안 된다”라고 지적하고 “각 부처 산하 공기업 임원을 공모할 때 전문직은 철저히 공모해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는 “공기업 개혁을 위한 적재적소의 원칙을 적용한 인사”라고 자평한다. 하지만 이에 공감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민주노총이 2008년 12월 21일 밝힌 공공기관의 임원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산하 공공기관 302개 중 101개가 이명박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이 같은 낙하산 인사는 참여정부 시절을 훨씬 능가해 낙하산이 아닌 폭탄투하 인사에 견줄 만하다. 이명박 정부는 ‘강부자·고소영·S라인 인사’라는 MB 코드 인사 못지않게 공기업 낙하산 인사도 이명박 대통령의 ‘불량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더욱이 임기가 보장된 자리는 사퇴를 종용하다 감사를 실시하거나, 그래도 사퇴하지 않으면 사정기관을 동원해 사법 처리하는 전례없이 막무가내식으로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구본홍 YTN 사장이 출근하려다 노조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돌아가고 있다. 특히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언론사로 공중파 방송채널인 KBS 사장, 케이블 뉴스채널인 YTN 사장, 국내 유일의 통신사인 연합뉴스 경영감독과 사장추천권을 가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위성방송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사장 등에는 한나라당 방송특보를 지낸 정치적 인물이거나 친 MB인사로 채워졌다. 언론기관에 정당 전력자를 다수 임명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법에 명시된 공기업 임원 임명 절차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경실련이 분석한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장 임명 실태’에 따르면 경실련이 조사 대상으로 삼은 16개 공기업 중 조폐공사, 도로공사 등은 5명의 임추위 면접 대상자를 모두 추천했다. 부산항만항공, 철도공사, 마사회도 면접대상자 6명 중 4명을 추천했다. 기획재정부가 5배수 후보 추천을 권유한 것으로 석유공사와 부산항만공사 등의 공개로 드러났다. 재공모 끝에 사장을 결정한 한전은 재공모 결정 과정에서 운영위는 단 한 차례의 토론도 없이 서면으로 원안(인사소위 결정) 의결했다. 공공기관장의 후보 추천과 심사기능이 무력화된 셈이다. 인사소위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경실련은 이에 대해 “인사소위가 모법에서 규정한 운영위 기능을 무력화한 것”이라면서 “인사소위의 명단과 회의록이 구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의지대로 위원을 구성할 수 있다면 그 심사 결과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분석작업을 진행한 양혁승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임추위를 기관장의 실질적인 추천 기구가 아닌 요식적 기구로 응모자 중 최소한의 부적격자만 걸러내는 역할을 하도록 한정하고 있다”면서 “5배수 후보 추천은 사실상 임추위가 법령에서 정한 실질적 추천 행위를 하지 말고 정부의 최종 판단에 맡기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임추위에서 추천한 후보에 대해 심의·의결할 권한을 갖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도 법에서 규정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조사 대상 16개 기관 중 주택공사 등 10곳이 심의을 위한 토론 한 번 없이 서면의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명 후 자격미달로 사퇴하기도 김미영 경실련 정책실 사회팀장은 “정족수를 채울 수 없는 등 회의를 할 수 없을 때만 서면의결하는 게 보통”이라면서 “한 차례 토론도 없이 서면으로 후보 심사와 결정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의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하게 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서면결의한 곳은 모두 원안처리되었음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사실상 정부의 임추위 활동 개입과 운영위 무력화에 따라 정부가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기관장으로 사실상 낙하산 인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이러다보니 임명장도 주지 못하고 내정 단계에서 사퇴한 청와대 인사와 마찬가지로 공기업 인사에서도 임명 후 문제가 드러나 곧 사퇴하는 경우도 흔하다. 자격 미달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아예 신문에 그 문제점이 대문짝만 하게 실리기도 한다. 정해진 절차도 무시한 인사라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 공기업 기관장의 인선이 이뤄지는 것일까. 어떤 절차를 통해 정당에 몸담은 특보 출신이 언론기관의 장으로 임명되고, 최소한의 검증도 이뤄지지 않아 임명 며칠 만에 사퇴하는 ‘인사 사고’가 날까. 어떻든 임원진 추천위로부터 추천받은 후보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관계부처 장관을 통해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에 보고된다. 민정수석실과 국정원 등은 이들을 대상으로 도덕적 흠결 등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인다. 대통령은 이 보고를 종합해 최종 인물을 낙점한다. 청와대도 이런 추천 및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청와대 기류에 밝은 한 인사는 “청와대와 정부 쪽 인사는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이, 정부 외곽 조직은 총무수석실이 컨트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한 공기업 임원으로 임명된 인사는 사석에서 “나도 청와대 총무수석실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공기업 인사는 청와대 총무수석실 소관이 아니다. 청와대 총무수석실은 청와대의 건물을 관리하고 경리, 비품 구매 등 말 그대로 청와대 안살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총무수석실이 공기업 인사에 관여할까.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김백준 총무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부터 ‘집사’ 역할을 해온 사람”이라며 “그는 누구보다 이 대통령에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지금 누가 대통령에게 인사를 말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인사수석이 없을 뿐 아니라 인사비서관보다 훨씬 힘이 센 서울시 출신 행정관이 외부와 인사를 협의하고 있음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과거 인사수석을 비서관으로 격을 낮춘 것도 인사 난맥의 한 요인인 셈이다.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막심하다. 이인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논문에서 “한국형 통치구조의 핵심은 정치권력을 통해 획득한 정치적 지대(Political Rent)를 금전적 지대(Fnancial Rent)로 연결시키는 ‘빨대’에 있다”면서 공기업 비리나 낙하산 인사엔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구조의 공기업을 ‘빨대 경제기관’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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