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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의 예술과 사회]노동절에 찾은 청계천의 전태일 반신상(2013. 04. 29 11:39)
2013. 04. 29 11:39 문화/과학
이번주에 주목하는 예술가는 오래 전부터 다뤄보고 싶었던 인물이다. 화가, 다시 말하면 민중화가 임옥상이다. 임옥상을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지는 않다. 기후변화 심포지엄 등에서 두어 번 만나 인사만 건넸을 뿐 주고받은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대 초반부터 더 없이 존경해온 분이라 감회는 남달랐다. 1980년대 초반 임옥상의 을 처음 봤을 때 받았던 충격이 여전히 생생하다. 누구나 대학에 입학하면 고교 시절의 낭만주의와 자연스레 결별하게 되는데, 초록의 보리밭 위에서 이쪽을 지켜보는 농부의 날카로운 시선은 10대에 품었던 낭만주의를 단숨에 마감시켰던 것 중 하나다. 많은 이들에게 10대 후반이나 20대에 만난 예술의 감동이 예술적 체험의 원형을 이루고 일생 내내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게는 임옥상의 작품들이 그러했다.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 자리잡은 전태일 동상, 임옥상공공미술연구소, 2005 | 경향신문 사진 유성문 오늘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민중화가 임옥상이라기보다 공공미술가 임옥상이다. 청계천을 가본 사람이라면 평화시장 앞에 위치한 전태일 반신상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이 반신상은 임옥상이 주도해 만든 것이다. 전태일이 누구인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은회색 반신상 앞에서 여러 생각을 떠올렸을 것이다. 특히 나와 비슷한 세대라면 전태일이 감당한 산업화 시대의 그늘과 그의 분신이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미친 영향을 돌아봤을 것이다. 임옥상미술연구소가 제작한 전태일 반신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전태일로 상징되는 노동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보고 싶어서다. 더욱이 5월 1일은 노동절이기도 하다. 노동은 위르겐 하버마스가 강조하듯 소통과 더불어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노동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은 그 대가인 임금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해 간다. 돌아보면 1960∼70년대 산업화 시대에 한편으로는 고도성장이 구가됐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성장의 실제적 주역인 노동자계급의 임금 및 생활조건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기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민주주의 아래 평등한 존재로서의 당연하고 당당한 전태일의 외침은 당대의 노동현실을 증거했다. 그래서 작업복을 입고 있는 형상인 이 반신상 앞에 서면 언제나 마음이 시려오고 처연해지곤 한다. 문제는 전태일이 분신한 지 40여년이 흐른 현재의 시점에서 노동의 현재와 미래가 산업화 시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불안정하고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는 세대별로도 쉽게 관찰된다. 어렵사리 대학에 입학해 각종 스펙 쌓기에 열중하더라도 청년실업이 기다리고, 다행히 직장을 얻더라도 30∼40대에는 상시적 구조조정의 불안을 견뎌내야 하며, 은퇴가 가까워져 오는 40대 후반부터는 퇴출의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50∼60대 은퇴 후에는 새로운 직장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구했더라도 이전보다 한참 떨어지는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21세기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인류는 노동의 일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앙드레 고르에 따르면 1980년대에 이미 세계 노동인구의 3분의 1은 과잉 공급돼 있었는데, 따라서 어느 나라이건 일자리 창출은 중대한 정책과제의 하나를 이뤄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중반에 회사의 조직적 강압과 인간성의 훼손을 다룬 는 책이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거친 표현이긴 해도 죽더라도 회사에 가고 싶다는 게 노동의 우울한 현주소일 것이다. 지난해 8월 28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서울 종로 청계천 6가 전태일 다리를 방문해 동상 앞에서 헌화를 하려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주목할 것은 노동문제가 이렇게 중요한 데도 정작 공론장에서 노동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왜일까? 두 가지를 주목하고 싶다. 첫째, 자본과 노동의 비대칭적 힘의 관계가 공론장에서 노동 담론을 불편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적 공론장에선 노동문제가 어느 정도 활발히 다뤄지고 있지만 그 영향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노동의 미래에 대한 대안들이 많은 경우 현실 속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며, 그렇기 때문에 토론이 활성화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두 번째 이슈에 담긴 문제를 선명히 보여준다. 거시적으로 정보사회의 진전이 일자리를 결국 줄이는 경향을 고려할 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는 상당히 괜찮은 대안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소수의 나라들을 제외하곤 여전히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못하다. 여기에는 노동시장에 관계하는 기업, 정규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정부 등의 이익 및 가치의 충돌이 그 배경적 요인으로 놓여 있다. 노동문제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시장, 노동과정, 노사관계, 그리고 사회적 타협 등 다양한 영역으로 이뤄져 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쟁점들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핵심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노동이 우리 삶에서 갖는 의미를 생각할 때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노동절을 맞이하여 노동의 미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우리 사회에 부여된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전태일 반신상을 여러 번 찾았다. 2005년 한국방송공사(KBS)에서 ‘한국 지성사’ 진행을 맡았을 때 촬영을 하기도 했고, 가까이는 지난해 경향신문에 ‘김호기-김상조의 대논쟁: 시대정신’을 연재할 때 함께 둘러보기도 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며칠 전 반신상을 다시 한 번 보러 갔다. 전해 듣기로는 전태일의 두 다리는 청계천의 다리를 받쳐주는 교각이자, 세상의 다리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고개를 다소 숙여 청계천을 바라보는 형상은 분신을 앞두고 사색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새삼 마음이 서늘해지고 뭉클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반신상을 바라보다 전태일의 시선을 따라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니 청계천은 쉼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시선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어떤 이는 반신상 옆에서 사진을 찍고, 어떤 이는 반신상을 지켜보고, 또 어떤 이는 못본 척 지나가고 있었다. 반신상은 세상 한가운데, 민중 한가운데, 시민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임옥상이 보여주려고 한 공공미술은 바로 이런 것이었으리라. 어디선가 손님을 부르는 악다구니 소리가 들리고, 오토바이와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려 퍼졌다. 김호기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
[중국리포트]노동절 연휴는 ‘맞선 대목’(2007. 05. 15)
2007. 05. 15 국제
중국은 5월 1일부터 7일까지 노동절 연휴다. 7일간의 황금 연휴여서 모두 들떠 있다. 평소에는 시간이 없어 짝을 찾지 못한 직장인들에게는 두말할 나위가 없는 ‘맞선 대목’이기도 하다. 중국 스장산 놀이동산에서 열린 집단 맞선의 모습. 베이징 도심에서 서남쪽에 있는 스징산 놀이동산. 이번 노동절 연휴 기간 중 하루 평균 3000여 명의 선남선녀들이 몰려들었다. 5월 1일 행사 첫날에만 4700여 명이 찾았다. 인터넷 중매 웹사이트 ‘절대 100 혼인망’ 주최로 열린 ‘1만 명 직장인 맞선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웹사이트 측은 “인터넷으로 사진을 보는 것보다 실물을 보기 위해서 직장인들이 직접 행사장을 많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24세라는 한 여성은 “마음에 드는 친구를 사귀었으면 한다”며 쑥스러운 듯 말했다. 올해 맞선 행사의 특징은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는 점. 특히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초반의 여성이 많이 찾았다. 이들은 결혼을 해야 한다는 전통관념과 직장일에 대한 스트레스 등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나이가 들면 혼기를 놓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벌어진 ‘즉석 집단 맞선’도 눈요깃거리. 남성들이 게임을 하고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연락처를 적은 종이 쪽지를 내미는 행사였지만, 대부분 쑥스러운 듯 종이를 내미는 남성은 불과 몇 명에 그쳤다. 행사 첫날, 언론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참가자는 9살짜리 남자 소년이었다. 소년은 “혼자 계신 어머니를 위해 마음이 좋은 아저씨를 찾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소년의 어머니는 “아들만 챙겨주고, 마음씨만 좋다면 누구라도 좋다”고 밝혔다. 맞선 대회때마다 ‘약방의 감초’격으로 나오는 중·장년 아저씨 아줌마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이들은 자녀들이 시간을 내지 못하거나, 그다지 결혼에 관심이 없는 탓에 대신 행사장에 나와 알맞은 며느릿감이나 사윗감을 고르는 것이다. 한 할머니는 행사 주최자를 붙잡고 “조카가 대기업의 재무 책임자여서 도대체 출장이다 뭐다해서 여자를 만날 시간이 없다”며 하소연했다. 한 할아버지는 맞선에 필요한 자기 소개 자료(실제는 자신의 딸)를 쓰고 있다가 사진을 찍으려던 기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할아버지는 “딸이 사귀고 있는 남자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두 사람 모르게 미팅 장소에 나왔는데, 얼굴을 찍으면 어떡하냐”고 짜증을 부렸다. 웹사이트 ‘절대 100 혼인망’ 관계자는 “상당수 자녀들은 서두르지 않는 반면 조급해하는 부모님이 의외로 많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학력, 나이, 소득 수준을 담은 자기 소개서를 쓴 뒤에 이를 맞선 행사장에 제출한다. ‘배우자 고르기 장터’는 ‘해외 유학파’, ‘1980년대 이후 출생자’ ‘석·박사’ 등 참가자의 신분에 따라 10여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구역마다 걸려 있는 자기 소개서를 보고는 마음에 드는 사람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는 것이다. 중국은 연간 1000만 쌍이 결혼하는 결혼대국이다. 결혼 관련 산업도 2500억 위안(30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결혼이 ‘인륜대사’인 것은 우리나 중국이나 마찬가지다.
중국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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