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옵션
닫기
범위
전체
제목
본문
기자명
연재명
이슈명
태그
기간
전체
최근 1일
최근 1주
최근 1개월
최근 1년
직접입력
~
정렬
정확도순
최신순
오래된순

주간경향(총 3 건 검색)

[해외문화 산책]농가에서 발견된 르네상스 명화(2019. 12. 27 16:03)
2019. 12. 27 16:03 문화/과학
프랑스 파리 북쪽에 있는 소도시 콩피에뉴의 한 농가에서 2019년 9월 그림 한 점이 발견됐다. 이곳에 살던 90세 할머니는 집안에 전해오던 ‘오래된 러시아 성화(聖畵)’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이사하기 전 집안 물건들 값이 얼마나 나가는지 알아보려고 경매사에게 감정을 부탁했다. 할머니 집을 찾아간 경매사 필로메네 볼프는 다행히도 예술품에 대한 안목이 있었고, 화로 위에 걸려 있던 그림의 진가를 알아봤다.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 화가 치마부에의 목판 성상화 중 하나인 ‘조롱당하는 예수’ / AFP연합뉴스 자칫 쓰레기로 버려졌을 수도 있었던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 화가 치마부에의 ‘조롱당하는 예수’가 세상에 다시 나타나게 된 경위다. 13세기 피렌체에서 활동한 치마부에는 비잔티움과 르네상스를 잇는 가교역할을 했던 화가다. 치마부에의 뒤를 이은 ‘피렌체파’ 화가들은 훗날 메디치 가문의 지원 속에 르네상스 미술을 꽃피웠다. ‘조롱당하는 예수’는 가로 20㎝, 세로 28㎝의 목판에 그려져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과정을 묘사한 목판 성상화 8점 중 하나로 판명됐고, 2019년 10월 열린 경매에서 2400만 유로(약 313억 원)에 팔렸다. 구매자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프랑스 언론들은 ‘미국에 살고 있는 칠레의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전문가 2명’이 낙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문화부는 12월 24일 이 작품의 ‘해외 반출’을 30개월 동안 금지했다. 이 기간에 모금해서 재구입하겠다는 뜻이다. 2014년 4월 이탈리아 유물경찰이 로마에서 공개한 폴 고갱과 피에르 보나르의 작품. 1970년에 영국에서 도난당한 뒤 이탈리아의 한 노동자 손에 들어갔다가 회수됐다. /AFP연합뉴스 ‘부엌의 명품’이 뒤늦게 세상에 알려진 사례는 전에도 있었다. 이탈리아 토리노의 한 노동자 집 부엌에 걸려 있던 작품들이 2014년 발견된 게 그런 사례다. 이 노동자는 1970년에 철도회사 직원들에게서 그림 2점을 샀다. 누군가가 프랑스 파리와 토리노 간 철도 안에 ‘놓고 내린’ 작품을 승무원들이 주워서 그에게 팔았다. 그는 어느 날 폴 고갱의 그림을 본 아들이 “비슷하다”고 말하는 걸 듣고는 미술전문가에게 문의했고 경찰에도 알렸다. 감정 결과 영국 런던에서 도난당한 폴 고갱의 ‘테이블 위의 과일들 혹은 작은 개가 있는 정물화’와 피에르 보나르의 ‘두 개의 의자와 여인’이었다. 두 작품의 감정가는 총 1060만 유로였지만 토리노의 노동자가 받은 보상금은 그보다는 훨씬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품·문화재 도난사건을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이탈리아 유물경찰이 회수해갔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 파울 클레 같은 대가들의 작품 1500점이 ‘회수’됐다. 1930~1940년대 독일 뮌헨의 유대인 수집가에게서 나치가 빼앗아간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나치 시절 독일 미술품 수집상 힐데브란트 구를리트에게 넘어갔고, 그의 손자인 코르넬리우스가 물려받았다. 코르넬리우스는 나치가 강탈한 작품임을 알면서도 당국에 알리지 않은 채 스위스 등지에 숨겨놓고 하나씩 암시장에 내다 팔았다. 하지만 2010년 열차를 이용해 스위스에서 뮌헨으로 미술품을 옮기다 세관 검사에 걸려 꼬리가 밟혔다. 경찰은 이듬해부터 그의 집을 몇 차례 수색해 비밀창고에 감춰뒀던 미술품들을 찾아냈다.
해외문화 산책
‘FTA 공화국’ 과수농가 시름시름(2015. 02. 03 11:14)
2015. 02. 03 11:14 정치
ㆍ모두 11건 발효·48개국과 교역… 자몽·체리·오렌지 등 무차별 상륙 정모씨는 제주도에서 1만㎡(3000평)의 농장에 감귤농사를 짓고 있다. 아버지에 이어 2대째 내려오는 가업으로 30년간 농장을 운영해 왔다. 정씨는 아버지의 말을 빌려 30년간 감귤농사의 수입을 표현했다. “30년 전 밀감농사를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통장에 금액 찍히는 것은 똑같다.” 물가는 그동안 몇 배씩 올랐지만 감귤값은 그대로라는 뜻이다. 최근 10대 도매시장에서 노지 감귤의 10㎏ 한 상자 경락가격은 9400원 정도다. 정씨는 “한 상자에 물류비와 상자대·선과비·유통수수료가 3500원 정도 들어가는데 이를 빼고 나면 농가에는 10㎏ 한 상자당 5900원 정도의 수입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생산비를 제하고 나면 지금은 겨우 일하는 품값 정도 나오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 마트에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가 가득 쌓여 있다. | 김창길 기자 제주 감귤농장 서서히 말라죽어 정씨의 집에서는 요즘 가끔 마트에 가서 다른 과일을 사 갖고 온다. 포도·체리·딸기·석류 등이다. 이 중 딸기만 국내산일 뿐 나머지는 페루산 포도, 이란산 석류 등 수입 과일이다. 정씨는 “매일 감귤을 먹을 수 없고 해서 다른 과일을 마트에서 사서 먹어보면 모두 다 맛이 있고 손이 가더라”고 말했다. 겨울철에 먹을 과일이라고는 감귤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옛말이 됐다.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감귤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이제 세계 각 지역의 대표 과일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가격과 품질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와 경쟁을 벌여야 했다. 올해 1월부터는 페루산 포도가 무관세로 수입돼 국산 겨울 과일을 위협하고 있다. 겨울철에 겨울 과일과 경쟁하는 것만이 아니다. 여름 과일인 체리가 남반구 산지에서 생산돼 우리나라의 겨울 시장을 공략하는 데 나섰다. 지난해 12월 한·호주 FTA가 발효됨으로써 호주산 체리는 무관세로 들어와 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한·칠레 FTA와 한·미 FTA만 생각해 왔던 과수농가들로서는 이제는 FTA 타결국조차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FTA가 위협상대로 등장했다. 미국산 오렌지·체리·레몬·자몽, 남미산 포도, 호주산 체리, 필리핀산 바나나·파인애플·코코넛, 뉴질랜드산 키위, 태국산 망고 등 수많은 수입과일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11건의 FTA가 발효 중이다. 미국·캐나다·호주 등 단일국가와 맺어 발효 중인 FTA는 8건이다. 나머지 3건은 한·EU(28개국), 한·아세안(10개국),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4개국)으로 하나의 FTA로 여러 나라와 FTA 교역을 하는 셈이 됐다. 때문에 모두 11건의 FTA 발효로 우리나라는 사실상 48개국과 FTA 교역을 하고 있다. 수입 과일이 들어오는 특정 달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각 나라별로 들어오는 과일로 연중 어느 시기든 맛과 값으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미국산 오렌지에 이어 스페인산 오렌지가, 또 칠레산 오렌지가 수입된다. 체리도 여름에는 미국산 체리가, 겨울에는 호주산 체리가 수입되는 식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외국 과일의 수입 공략에 시달려야 하는 실정이다. FTA 교역국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콜롬비아· 터키· 중국·뉴질랜드·베트남 등 5개 국가와는 FTA를 타결했고, 인도네시아, 한·중·일, RCEP(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 3건의 FTA 협상은 진행 중이다. 여기에다 정부에서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까지 저울질하고 있다. 농업계로서는 가장 위협적인 것이 한·중 FTA의 서명과 TTP의 가입이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중 FTA와 TPP는 가히 폭풍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부)는 1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FTA 10년-과거 성찰과 미래 전망’이라는 토론회에서 “TPP의 기본적인 목표가 모든 상품의 예외 없는 관세 철폐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요 농산물의 관세 철폐 예외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 때문에 TPP는 다른 FTA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참외·복숭아 등 비교적 껍질이 얇아 운송 도중 훼손의 우려가 있는 근교농업의 과일은 지금까지 FTA 타결에도 불구하고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문제는 인근 국가인 중국과의 FTA다. 한 백화점에서 미국산 체리 출시 기념 사진행사가 열리고 있다.한 마트에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가 가득 쌓여 있다. | 연합뉴스 중국과 타결 땐 참외·복숭아도 타격 우려 정부는 지난해 한·중 FTA 협상 타결을 선언하면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수산물은 개방의무로부터 보호받는 ‘양허제외’ 품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확한 협상 내용은 가서명 전까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태다. 김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제주 감귤산업이 살 길은 한·중 FTA에서 오렌지를 포함한 모든 감귤류의 양허제외 이외에는 없다”며 “정부가 이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FTA로 수입과일은 지난해에 물밀듯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김우남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에는 모두 69만1936톤의 과일이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몽을 비롯해 망고, 망고스틴, 두리안, 대추야자 등 열대과일의 수입이 대폭 늘어났다. 반면 국내 과일의 생산가는 오랫동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제주도 감귤출하연합회의 자료에 의하면 노지 감귤의 ㎏당 생산가는 2001년부터 278~950원 사이를 오가며 들쭉날쭉한 수치를 나타냈다. 2013년 950원으로 최고 수준이었지만 10년 전인 2004년에 한때 833원이었음을 보면 생산가가 그 자리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주도에서 감귤농사를 짓는 정씨는 “감귤농업이 한 방에 팍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데워지고 있는 가마솥 속 개구리처럼 어려워지고 있다”고 비유했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전자제품은 기호에 따라 PC를 사고 노트북을 갖고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등 소비자 한 명이 여러 가지 물품을 구매하지만 농수산물 등 먹거리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의 기호가 오렌지나 자몽, 체리로 배를 채우고 난 뒤 따로 감귤이나 딸기를 찾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설령 다른 품목의 과일일지라도 FTA로 인해 국내 과일이 직접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기자현장체험 - 1박2일]구제역 퍼질라, 축산농가 교류 뚝
[기자현장체험 - 1박2일]구제역 퍼질라, 축산농가 교류 뚝(2011. 01. 12 17:40)
2011. 01. 12 17:40 사회
ㆍ주민·공무원 방역작업 안간힘… 육체적 피로·정신적 스트레스 호소 기사에는 마침표가 있지만 삶에는 마침표가 없습니다. 기자의 펜이 멈춘 뒤에도 삶은 계속됩니다. 그 삶의 현장으로 1박2일 동안 기자들이 찾아갑니다. 머리로 이해한 것보다는 몸으로 겪은 일들을 담으려 합니다. 이번호에서는 백철 수습기자가 급속도로 창궐하는 구제역 방역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4일 충남 천안시 병천면 관성2리 인근 방역초소에서 공무원들이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 백철 기자 지난 4일 저녁 6시, 구제역 현장인 충남 천안시 병천면을 찾았다. 천안 시내에서 한 시간 반 거리다. 지난 2일 병천면 관성2리 옷갓골의 ㅊ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천안시는 관성2리 마을 입구 근처 도로 두 군데에 방역초소를 설치했다. 병천면 우체국에서 차를 타고 10여분, 두꺼운 점퍼를 입고 점퍼에 달린 모자까지 뒤집어 쓴 세 명의 남성이 멀리서 눈에 들어왔다. 천안시 교통과에서 나온 세 명의 공무원이다. 서행 지시에 응하는 차량 거의 없어 초소는 천안 시내에서 20여㎞ 떨어져 있다. 외진 곳이라 오가는 차가 적을 줄 알았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차에서 내려 공무원들과 방역 근무를 함께한 지 10여분 만에 10여대의 차들이 초소를 거쳐 갔다. 상하행선 2차로에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공무원 심상철씨가 분무기계의 버튼을 눌렀다. 그 옆에서 위아래로 형광봉을 흔들며 차량 서행을 지시했지만 지시에 응하는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도로의 양 옆과 바닥에 있는 분무기계에서 약품이 뿜어져 나왔다. 약품은 차량의 겉면과 바닥을 씻어낸 뒤 근무자들에게 튀었다. 또 한 명의 근무자 신기명씨는 차량이 지나가면 땅바닥에 떨어진 약품이 얼어붙기 전에 빠르게 삽으로 약품을 긁어냈다. 자동으로 방역을 할 수가 없기에 공무원들은 8시간씩 3교대로 24시간 동안 방역작업에 나선다. 식사는 컨테이너 안에서 간단히 라면으로 해결했다. 세 명의 근무자가 한 명씩 돌아가며 컨테이너 안에서 겨울 바람을 피했다. 초소 내에 놓인 자그마한 난로가 근무자의 몸을 녹였다. 춥지 않으냐는 질문에 심씨는 “오늘은 그나마 덜 추운 편”이라며 “동료들도 나와 있기 때문에 심심하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다만 고유업무를 하면서 두 몫을 하는 점이 힘들다”고 전했다. 밤 12시까지 초소를 지키고 나서 다음날 정시에 출근해야 한다. 일과가 끝나면 다시 다른 방역초소에 나가 8시간 동안 방역작업에 참여해야 한다. 심씨는 “그래도 살처분이 끝날 때까지 현장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보다는 나은 편”이라며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쉼없이 분무기계 버튼을 눌렀다. 몸이 피곤한 것보다 근무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안전상의 문제다. 근무자 조명섭씨는 “길이 미끄러워 혹시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6일까지 전국적인 방역작업, 살처분 과정에서 2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다쳤다. 빙판길 교통사고 소식도 계속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초소에는 적절한 대비책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근무자들에게는 일선 경찰관들이 쓰는 야광조끼도 지급되지 않았고 안전삼각대도 초소에 설치되지 않았다. 차들은 이처럼 안전장비가 부족한 근무자 곁을 빠르게 지나갔다. 이런 와중에서도 신씨는 땅바닥에 뿌려진 약품이 얼기 전에 삽으로 퍼내기 위해 도로로 들어갔다. 그 모습이 위태로웠다. “마을회관 폐쇄, 여럿이 모이지도 않아” 지난 5일 관성2리 옷갓골 입구에서 한 주민이 차량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백철 기자이튿날인 5일에는 직접 관성2리를 찾았다. 새해 첫날부터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박재웅 천안시청 농축산과 유통팀장은 “관성2리만 해도 살처분 대상이 6000여마리인데 투입된 공무원은 총 20명”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당 70마리 이상을 살처분해야 하는 셈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인력과 안락사 약품이 부족해 법적으로 명시된 ‘살처분’ 대신 ‘생매장’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4일 경북 안동에서 살아있는 돼지 수십 마리가 덤프트럭에서 구덩이로 곧바로 버려지는 장면이 TV를 탔다. 지난 6일 경기도 동두천에서는 포클레인으로 살아있는 돼지를 구덩이에 강제로 밀어넣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천 강화군 살처분 현장에서 직접 본 내용이라며 “살처분 구덩이로 내몰린 동물들이 살겠다고 발버둥치면서 (침출수 누출 방지를 위한) 이중으로 친 비닐이 다 찢어졌다”고 말했다. 관성2리 현장에서는 생매장은 아니었지만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현장의 다양한 갈등을 볼 수 있었다. 구제역 판정은 받지 않았지만 소유 가축이 살처분 대상이 된 농장주들은 공무원을 반기지 않았다. 박 팀장은 “하루 종일 농장주를 상대로 ‘법적으로 해야 한다. 방역에 협조해달라’고 부탁해서 겨우 동의를 얻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살처분을 시작해도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살처분 가축의 사체를 아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사체는 대개 소유 농장주의 땅에 묻힌다. 그런데 농장 외에 자기 소유 땅이 없는 사람의 경우 할 수 없이 남의 땅에 사체를 묻어야 한다. 주민들 모두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상황이기에 하루 이틀이 지나도 매몰지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시청 공무원들의 요청으로 관성2리 입구에서 차량통제를 하던 주민 서모씨(67)는 “남의 살처분 가축을 자기 땅에 묻으면 재수가 없다고 난리를 친다”고 전했다. 서씨는 무엇보다 주민들 사이의 교류가 끊어진 점을 안타까워했다. 살처분 대상 농장을 소유한 주민들과 여타 주민들이 자연스레 서로 만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서씨는 “방역상 문제 때문에 마을회관도 폐쇄됐고, 가능하면 여럿이 모이지도 않는다”며 “웬만하면 병천면소에 나가지도 않고 집에만 앉아 있다”고 얘기했다. 마을 내에서도 일부 농가는 살처분 대상이 됐고, 일부는 예방접종으로 그친 상황이었다. 여럿이 만나봤자 이상한 소문만 날 뿐이라는 게 서씨의 설명이었다. 옆 마을 주민들도 구제역 피해가 번질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관성3리에서 소를 키우는 한경희씨(65)는 건강상의 이유로 작년 11월에 가지고 있던 소를 모두 처분했다. 우연히도 소를 처분한 직후 옆 마을에서 구제역이 터진 것이다. 그는 “우리 마을은 살처분 대상이 아니지만 축산농가들 사이에 불안감이 널리 퍼져 있다”며 “농가들이 하루에 두 번씩 자체적으로 방역을 한다”고 말했다. 평소에 관성2리 농장주들과 잘 알고 지냈던 3리 농장주들도 옆 마을과의 교류를 끊었다. 모두들 가끔 전화로만 안부를 물어볼 뿐 직접 만날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가축도 구제역에 걸릴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씨는 “자신의 농가에 구제역이 발병됐다는 것이 알려지면 동네에 소문이 나서 살 수가 없다”며 주민들이 되도록이면 외부 접촉을 삼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시 관성2리로 돌아왔다. 아직도 서씨는 초소도 장비도 없이 장작불에만 의지해 겨울 바람 사이에서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서씨를 뒤로 하고 천안 시내로 향했다. 들어온 길보다 나가는 길이 조금은 덜 멀게 느껴졌다. 아직도 시청 공무원들과 주민들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 ‘보이지 않는 위험’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일인 것처럼 생각되던 구제역 현장은 바로 코앞에 있었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