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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타파는 저널리스트로 다시 태어난 계기”(2012. 08. 06 18:28)
2012. 08. 06 18:28 사회
ㆍ해직언론인들이 만드는 팟캐스트 방송 ‘뉴스타파’ 시즌2 준비하는 이근행PD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 중 해직된 언론인들이 만든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뉴스타파’가 지난 7월 1일 21회 방송을 끝으로 휴식에 들어갔다.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노종면 앵커와 칼럼을 맡았던 변상욱 CBS 대기자가 각각 YTN노조 활동과 콘텐츠본부장 승진으로 하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계속된다. 한 달 반의 공백을 깨고 8월 17일 시즌2 첫 방송을 준비 중인 MBC 전 노조위원장 이근행 PD를 만났다. 그는 “시즌1 때보다 뉴스 콘텐츠를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며 요즘 잠을 설친다고 했다. MBC 전 노조위원장 ‘뉴스타파’의 이근행 PD. | 김석구 선임기자 ‘지속 가능한 탐사전문 독립언론’이 목표 시즌2 방송에 앞서 뉴스타파는 몇 가지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우선 제작진 내부에 변화가 생겼다. 뉴스를 제작하는 취재인력은 한때 6명까지 늘었으나 지금 남은 이는 이 PD와 박중석 KBS 기자 둘뿐이다. 노종면 앵커와 변상욱 대기자 외에 방송사 파업 기간 중 틈틈이 뉴스타파 제작을 도왔던 현직 언론인들이 파업 종료 후 회사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물론 미디어 몽구를 비롯해 기술담당 인력과 언론노조 활동가 등도 뉴스타파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를 담당하는 인력은 부족한 상태다. 이 PD는 “6명이 일주일에 한 번 정규방송을 만들고 다른 2명이 장기 프로젝트를 취재하는 형식으로 팀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의 최종 목표는 지속 가능한 탐사전문 독립언론이다. 현 정부의 집권이 끝나더라도 대안언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뉴스타파를 계속 만들겠다는 뜻이다. 걸림돌이 되는 건 역시 자금력이다. 그가 제작했던 PD수첩의 회당 제작비는 평균 4000만원이었다. 이에 비해 뉴스타파가 지금까지 총 21회의 방송을 만들면서 사용한 돈은 2500만원에 그친다. 교통비와 밥값 외에 인건비 지급은 불가능했다. 경제적인 보상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는 “지금까지는 개인의 철학과 헌신에 의존해 뉴스타파를 만들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순 없다”고 생각한다. 뉴스타파는 독립언론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현재 후원 회원을 모집 중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운영되는 미국의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가 모델이 됐다. 정기적으로 회비를 납부하기로 한 후원자 수는 2700여명. 일시 후원자까지 포함하면 3400여명이 모였다. 그는 “해직자들이 만든 대안언론으로 시작했지만 시민들의 후원으로 법인화가 가능해지면 뉴스타파를 시민사회에 기증하려고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뉴스타파 시즌1은 재미와 풍자를 가미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와 달리 정통 뉴스포맷을 추구했다. 이 PD는 “재미란 언젠가 싫증이 나게 마련이다. 정통뉴스가 더 오래 간다”고 믿는다. 그러나 40여분의 짧지 않은 방송시간과 진지한 보도태도에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 고민거리다. 때문에 시즌2에서는 기존의 포맷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시청자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뉴스타파는 기성 언론이 좀처럼 다루지 않는 내용을 취재한다. 두 차례에 걸쳐 방영된 제주 강정마을 특집은 여론의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조차 잘 다루지 않는 노동 관련 뉴스도 자주 등장한다. “시즌1보다 밀도 높은 뉴스 만들 것” 기존 뉴스에선 볼 수 없었던 보도를 접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공지영 작가의 말처럼 “이명박 정권 하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이 만든 뉴스라 믿음직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정작 이 PD의 자체 평가는 냉정하다. “해고자들이 만드는 뉴스라는 타이틀보다는 뉴스타파의 보도가 매체로서 얼마만큼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취재원들의 회피와 취재 방해로 보도에 실패했던 아이템들에 대해 아쉬움이 남은 듯했다. 이 PD는 “시즌1에서 문전박대당하는 제작진을 보며 시청자들이 느꼈던 신선함은 생명력이 다했다”고 못박는다. 뉴스타파 시즌2에서는 “기존 매체가 다루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발굴해 밀도 높은 보도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뉴스타파는 ‘폼나는 뉴스’와는 거리가 있다.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실장에게 의혹 해명을 요구한 취재진은 힘 한 번 못 써보고 수행원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4대강 공사 취재 중에는 현장 인부들로부터 막말과 거친 욕설을 듣기도 했다. 노종면 기자가 뉴스를 진행하는 근사한 스튜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 귀퉁이 청와대가 보이는 좁은 방일 뿐이다. 방송에서 제작진의 수난(?)을 왜 여과 없이 보여줬는지 궁금했다. 이 PD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취재현장의 이면을, 취재 대상자들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를, 진실에 대한 접근 자체가 철저히 차단된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PD에게 뉴스타파란 무엇일까. “권력과 타성에 길들여졌던 스스로를 깨고 저널리스트로서 다시 태어나는 계기였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해직된 ‘식당아줌마’가 가장 감동줬다” 뉴스타파는 병마와 싸우는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 유명자 학습지 노조 재능교육지부장,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을 만났다. 특히 12회에 출연한 서울 한일병원 구내식당의 해직노동자 송영옥씨는 이 PD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꼽은 인물이다. 송씨는 13년간 병원 구내식당에서 일한 평범한 ‘식당 아줌마’였다. 작년 연말 하루 아침에 해고를 통보받은 송씨는 동료들과 108일간 싸워 지난 4월 복직했다. 이 PD는 “노조 같은 걸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닥친 문제에 절박하게 매달려 싸우는 모습이 그 어떤 정치인이나 노동운동가보다 더 큰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재작년 두 차례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이 PD는 “가진 게 없어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었던 송영옥씨를 보면서 총파업을 하는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걸 계산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기억에 남는 또다른 취재원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다. 임 전 실장은 청와대 근무 시절 민간인 사찰파문이 터지자 사후수습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임 전 실장을 ‘급습’했던 곳은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수여식이 열린 영산대 경남 양산캠퍼스에서였다. “본인한테는 기분 좋은 잔칫날인데 그런 날 어찌 보면 재 뿌려야 하는 입장에서 인간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당시 현장에서 임 전 실장 본인도 매우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이 PD는 “본인이 고위공직자로서 지위와 명예를 누렸다면 자신에 대한 의혹을 어떤 상황에서라도 국민 앞에 진실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임 실장은 회피했기 때문에 지금 입장에선 그리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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