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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이야기]달동네, 꽃피다 - 홍제동 개미마을
- 2009. 12. 21 16:24 재테크
- 홍제3동 산 1-33, 인왕산 기슭을 밟고 개미마을이 자리해 있다. 6·25전쟁 이후, 갈 곳 없는 이들이 천막을 짓고 살았다고 하여 ‘인디언촌’이라고도 불렸던 이곳에 최근 ‘빛 그린 어울림 마을’이라는 이름이 하나 더 생겼다. 낮은 담벼락, 하늘까지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알록달록 동심을 입고 개미마을은 반짝이는 겨울을 나고 있다. 홍제역에서 출발한 마을버스가 기우뚱 앞머리를 든다. 경사진 마을길을 얼마나 달렸을까. ‘버드나무 가게’ 역과 ‘오동나무’ 역을 지나 종점에 다다르니 서울 시내가 눈앞에 펼쳐진다. 서울의 여느 달동네가 그렇듯 이곳 개미마을도 서울의 가장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개미마을’이란 이름은 이곳 사람들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쉴 새 없이 일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성실과 부지런함을 뜻하는 동시에 가난한 이들의 노곤한 일상이 담긴 이름이다. 1970년 이곳으로 수정을 캐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말도 있다. 켜켜이 쌓인 판잣집과 슬레이트 지붕들, 서울에서 찾기 힘든 개발 이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에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한 건 올해 8월 말이다. 서대문구와 금호건설이 마련한 ‘빛 그림 어울림 마을’ 프로젝트에 추계예술대 등 다섯 개 대학의 미술 전공 대학생 128명이 참여해 마을 곳곳에 색깔을 입혔다. 아이 키만 한 낮은 담벼락에, 삐뚤빼뚤 변덕이 심한 좁은 계단에, 아슬아슬 판자를 세워 만든 마을 슈퍼마켓에 꽃이 피고 창문이 생겨났다. 흑백사진에 물감을 뿌려놓은 듯 회색빛 마을에 빛이 찾아든 풍경이다. 홍제동 주민들조차 찾지 않던 이곳에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개미마을은 오래된 마을이다. 마을을 둘러보면 누구라도 깨닫게 되는 사실이다. 아직도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서울에 몇 안 되는 지역이며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집들은 계단 끝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관심은 낡은 것을 역사로 바꿀 수 있다. 이곳의 변화가 즐거운 이유다. 홍제동 개미마을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홍제역 2번 출구로 나와 뒤편에 있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마을버스 7번을 탄다. 5분 정도 달려 종점에서 내리면 개미마을이다. 도보로 이동시에는 문화촌 아파트 방면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훈
- 동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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