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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애써 찾은 최저가가 알고리즘 담합이라고?(2018. 06. 25 15:55)
- 2018. 06. 25 15:55 경제
- ㆍ빅데이터 통해 정교한 가격결정 가능… 4차 혁명시대 새 공정거래질서 수립해야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유아용품을 검색하던 ㄱ씨는 최저가를 꼼꼼하게 살펴보던 중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다. 특정 제품의 경우 동일한 판매자가 내건 최저가가 하루에도 몇 번씩 변동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카드할인이나 쿠폰 등 다른 가격 변동 요인이 작용한 것도 아니었다. 순수하게 상품값이 계속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격 변동은 적게는 몇백 원부터 많게는 몇천 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한 대형 쇼핑몰 업체가 생필품을 최저가에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 장비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 경향신문 자료사진 최저가는 ‘설정’이 가능하다 한두 시간 전에 분명 최저가임을 확인하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뒤 잠시 볼일을 보고 상품을 결제하려고 봤더니 그새 가격이 올라 있었던 경험도 여러 번 했다. ㄱ씨는 “아무리 수요와 공급에 따라 물품값이 변한다지만 무슨 주식시장도 아니고 이렇게 가격 변동이 심한지 의문이다”라며 “한두 시간 전에 분명 최저가로 결제했는데 그새 값이 내려 억울한 기분이 들었던 적도 많다”고 말했다. ㄱ씨와 유사한 경험을 한 소비자는 한둘이 아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보면 구매자 댓글에 “그새 가격이 내렸네요”라는 항의성 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최저가가 상품을 고르거나 구매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다수의 판매자가 있는 동일한 질의 상품이라면 되도록 최저가를 찾으려고 하는 게 소비자들의 기본심리다. 그래서 이런 의문을 품어본다. 과연 우리가 보는 ‘최저가’가 정말 최저가가 맞는가. 무대를 잠시 오프라인 상점으로 옮겨보자. 어떤 마트에서 두 시간 전에는 1만원이던 상품이 지금 가보니 9500원, 다시 두 시간 후에 가보니 9800원이라면 어떨까. 상품을 얼마에 팔지는 어디까지나 판매자 마음이라고 해도 이쯤되면 가격의 편차에 대한 혼란 차원의 문제보다는 신뢰의 문제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상점의 경우 가격 변동의 폭이 온라인 쇼핑몰보다 훨씬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형 마트 관계자는 “물건을 보고 하루 이틀 뒤 사러오는 손님들도 있기 때문에 정말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면 적어도 상품이 해당 가격에 매진되지 않는 한 가격을 안 바꾼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몰로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동일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매자도 많고, 상품가격도 가격비교 사이트 등을 통해 매초 단위로 실시간 비교된다. 이렇다보니 어떤 시장보다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특히 가격비교 사이트 검색 시 검색 상단에 노출될 수 있고, 대형 쇼핑몰들이 제공하는 각종 판촉 혜택도 얻을 수 있는 ‘최저가’ 경쟁이 치열하다. 대형 쇼핑몰들의 경우 이른바 ‘최저가 보상’을 내걸고 소비자 유치에 나설 정도다.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들 사이에서도 최저가 경쟁은 가장 극단적이면서도 효과가 높은 판촉 수단으로 통한다. 한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는 “화면상 보이는 상품 전시도 바꿔보고 배송혜택, 가격쿠폰 등 별별 수단을 다 써봐도 최저가만큼 즉각적으로 주문량을 올려주는 경우를 못봤다”며 “다만 최저가 경쟁 시 마진을 남길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최저가는 어떻게 결정될까.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실시간으로 최저가가 노출되기 때문에 판매자들 모두 경쟁 판매자들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알아볼 수 있다. 경쟁 판매자가 가격을 낮췄다면 그보다 다만 100원이라도 더 낮은 가격으로 조정하면 된다. 어렵지 않다. 하지만 판매제품이 많다면 이렇게 일일이 대응해 가격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경쟁 판매자보다 가격이 많이 낮을 경우 마진이 떨어지기 때문에 행여 경쟁자가 가격을 올린다면 그에 맞춰 다시 가격도 조정해야 한다. 생각보다 일도 많고 복잡하다. 그래서 등장한 소프트웨어가 따로 있다. 바로 ‘가격 자동설정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판매자가 각 상품별로 가격과 가격 변동조건, 변동시간 등을 미리 입력해두면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검색되는 실시간 가격정보에 맞춰 상품의 가격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소프트웨어다. 기본적으로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수집되는 가격정보를 기본 데이터베이스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격비교 사이트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중후반 시점부터 이 같은 가격 자동설정 프로그램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역사를 보자면 10년도 더된 셈인데, 일반 소비자들은 잘 모르지만 쇼핑몰 운영자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가격 자동설정 프로그램’ 등장 제공하는 기능은 다양하다. 주요 가격비교 사이트의 최저가 정보를 수집한 뒤 각 최저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의 가격을 자동설정해주는 게 기본 기능이다. 판매자가 입점해 있는 주요 쇼핑몰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두면 수집된 정보에 따라 프로그램이 쇼핑몰 상품값도 조정해주는 방식이다. 최저가 경쟁을 원하는 업체와 제품을 지정해 설정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한 판매자가 여러 대형 쇼핑몰에 동시 입점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프로그램을 통해 각 쇼핑몰별 가게들이 동일한 제품에 대해선 동일한 최저가를 유지하도록 설정도 할 수 있다. 최저가만 잘 유지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이 어떤 쇼핑몰에 들어가도 동일한 판매자로부터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셈이다. 프로그램은 보통 월 단위로 판매자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한다. 기능에 따라 월사용료는 몇만 원부터 몇십만 원까지 한다. 가격 자동설정 프로그램을 판매 중인 한 업체에 제품 구매를 문의하니 이 업체 관계자는 “자동설정 프로그램도 일종의 영업 노하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판매자들 사이에서도 아는 사람만 사용한다”며 “지금 7년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그만큼 꾸준히 찾는 판매자들이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저가가 매시간 단위로 자주 바뀐다면 프로그램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최저가 경쟁이라 해도 한계가 있다. 최소한의 마진은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의류의 경우 통상 쇼핑몰 업계에서는 도매가의 150~200% 수준을 판매가로 본다. 많게는 30~40%에 달하는 판매수수료, 택배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상품값이 높지 않을수록 여러 고정비용을 빼면 마진도 적기 때문에 최저가 경쟁을 하려면 손해볼 생각까지 해야 한다는 게 업계 상식이다. 이 때문에 최저가 경쟁을 ‘치킨 게임’으로 부르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하는 문제가 바로 최저가 담합이다. 판매자들끼리 치킨 게임을 벌이다 ‘공멸’하기보다는 최저가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판매수익을 서로 나눠 갖는 것이다. 사실 모순이 있는 말이다. 최저가의 의미 자체가 판매자들 간 가격경쟁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담합은 경쟁과는 정반대 개념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도 최저가 담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 쇼핑몰 관계자는 “최근에는 모바일 쇼핑도 크게 활성화되면서 대형 쇼핑몰 외 가격경쟁을 해야 할 대상이 수도 없이 많다”며 “이렇게 수많은 판매자들이 일정 조건에서 담합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최저가 문제를 포함해 온라인 거래에서 가격답함이 근본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는 학계에서도 연구가 덜 된 분야다. 가설로는 이미 온라인 쇼핑몰 역시 가격담합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바 있다. 온라인 가격담합이 가능한지 여부는 최저가 담합 문제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담합이 가능한 구조라면 가격 자동설정 프로그램이야말로 담합을 시행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굳이 담합을 논의하기 위해 판매자들끼리 모이거나 소통을 할 필요도 없다. 예컨대 1만원으로 상품 최저가 경쟁을 설정한 뒤 주요 판매자들 모두 가격 변동을 하지 않고 유지한다면 최저가는 언제까지나 1만원으로 유지될 수 있다. 이 경우 최저가는 더 이상 우리가 아는 ‘최저가’가 아닌 것이 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3월 19일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위한 특별위원회 출범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저가는 ‘담합’도 가능할까 관련해서 의미있는 연구가 하나 있다. 계명대학교 이충권 경영정보학과 교수가 2014년 발표한 ‘온라인 판매자들의 가격조정에 관한 연구’다. 유사한 기존 미국에서의 연구가 책, 음반, 컴퓨터 주변기기 등 차별성이 없는 제품을 대상으로 한 반면 이 교수는 논문에서 컴퓨터 주변기기들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동질적인 특성을 가지면서 기술수준과 용량 등에 따라 가격편차가 존재하고 거래규모를 파악하기도 용이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한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컴퓨터 주변기기 카테고리별 인기상품 중 선별과정을 거쳐 각기 다른 15명의 판매자가 판매 중인 총 30개 제품을 대상으로 가격 변동을 조사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분석 결과 30개 제품을 판매하는 15명의 판매자들은 서로 비슷한 시기에 가격조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별·주별 가격 변동도 파악해본 결과 가격조정은 주 단위보다는 일 단위로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 재미있는 건 가격조정이 일어나는 경우 가격을 내리는 경우가 있지만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종종 확인됐다는 점이다. 가격을 올리는 경우 내리는 경우보다 더 동일한 시점에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자들이 가격을 올릴 때 특히 일사불란하게 동시에 가격을 올린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이를 근거로 “판매자들이 서로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조정하는 암묵적인 가격담합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판매자들 간 가격 차이가 500원 미만의 단위로 나는 제품군은 가격 변동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것이 더 이상 가격을 내릴 정도로 마진의 여유가 없는 탓인지, 아니면 이미 판매자들 간 암묵적인 가격담합을 통해 제품가격이 고정된 결과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교수는 논문에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가격전략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고만 분석했다. 컴퓨터 주변기기의 제품값이 유사한 시기에 오르고 내리는 걸 보면서 이 교수도 가격 자동설정 프로그램을 의심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이 최저가 담합에도 쓰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교수는 “프로그램을 쓰면 가격 설정이 편리하고 쉽기 때문에 충분히 가격 담합의 도구로 활용 가능하다”며 “한 판매자가 여러 대형 쇼핑몰에 가게를 낸 뒤 마치 각 가게들이 최저가 경쟁을 펼치는 것처럼 가격 조작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가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란은 최저가 자체의 담합 가능성보다는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노출되는 최저가와 실제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이 일치하는지 여부에 집중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도 이를 바탕으로 한 가격정보 허위게시, 상품정보 불일치 등 비교적 가벼운 위법 사례만 적발했다. 하지만 가격 담합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갈수록 소비자들의 구매정보와 검색·소비습성 등과 관련한 빅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알고리즘을 가진 온라인 가격전략들이 선보이고 있는 추세다. 소비자들이 시간과 공을 들여 찾아낸 최저가가 알고보니 정교하게 설계되고 조작된 담합가격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카르텔’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같은 온라인상 가격 담합 현상을 이미 ‘디지털 카르텔’이란 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2017년 8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는 디지털 카르텔을 ‘알고리즘을 이용한 기업의 담합행위’로 정의했다. 알고리즘이 유통과 거래비용의 절감, 이를 통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소비자 후생 증진에 기여한 반면, 역설적으로는 담합을 용이하게 만드는 환경도 조성하고 있다는 게 연구보고서의 내용이다. 이런 관점에서보면 가격 자동설정 프로그램 역시 하나의 알고리즘에 해당된다. 미국 법무부의 경우 2015년 4월 ‘아마존’에서 포스터를 판매하는 업체의 임원을 가격 담합 혐의로 제소했다. 이 임원은 2013년 9월부터 2014년 1월까지 경쟁사업자들과 일부 포스터의 가격을 고정하기로 합의하고, 합의를 실행하기 위해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이때 사용한 소프트웨어가 바로 특정한 경쟁조건과 가격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 일종의 가격 자동설정 프로그램이었다. 영국에서도 2016년 8월 가격 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담합한 가격으로 아마존에서 포스터와 액자를 판매한 사업자들이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디지털 카르텔 문제를 언급하며 이를 포함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3월에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분야별로 연구에 나섰는데, 이 중 디지털 카르텔과 알고리즘 담합 문제는 경쟁법제분과에서 현재 다루고 있다. 5월에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쟁법 현대화 방안’을 주제로 연구용역도 발주한 상태다. 공정위는 6월 28일 특별위원회 운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에선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에 대한 개괄적인 계획도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카르텔 등의 문제의 경우 워낙 위법행위 여부를 가리고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해외에서 적발된 아마존의 포스터 사건의 경우 판매자들 간 담합하기로 한 증거가 명확히 나온 사례다. 사업자들 간에 담합을 의도했는지, 담합인지 알고 있었는지 등을 가리기 모호한 이른바 ‘암묵적 담합’의 사례의 경우 법률로 이를 규제할 수 있는지조차 논란이 되고 있다. 예컨대 가격 설정 프로그램으로 담합에 해당하는 가격 조정을 했더라도 판매자들이 “다들 그 정도 가격에 팔아서 그렇게 했다”고 항변할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겠느냐의 문제다. 규제가 어떻게 신설되느냐에 따라 전자상거래 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도 막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도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다. 공정위 특별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한 전문가도 “현재 특별위에서 논의 중인 사안이라 관련해서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디지털 카르텔 사례를 일일이 적시해 규제하기보다는 포괄적인 규제를 적용해 신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국내 환경에서 디지털 카르텔 규제가 법적으로 가능한지,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할지 등에 대해 전문가 논의와 연구용역을 통해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경제]“현대차 노사관계는 담합이다”(2014. 08. 04 18:00)
- 2014. 08. 04 18:00 경제
- ㆍ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새로운 노사관계를 위한 사회적 논쟁 희망 “현대자동차 노사관계의 모든 측면을 꿰뚫는 용어는 담합이다.”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59)는 최근 펴낸 에서 현대차 노사관계를 담합이라는 용어로 정리했다. 박 교수는 2000년대 중반부터 현대차 노사관계에 관여해왔다. 현대차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 실현을 위한 노사전문위원회(2006~2008년)와 노사자문위원회(2011~2012년) 대표를 지냈다. 노사 양측과 모두 접촉하며 현대차 사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희귀한 경험을 한 셈이다. 이 때문에 책에는 사측 노무담당 임원, 노조 간부와의 생생한 인터뷰가 곳곳에 녹아 있다. 10년간 현대차 노사관계를 연구해온 학자의 눈에 현대차 노사관계는 왜 담합으로 보였을까. 현대차는 1984년과 2009~2011년 네 해를 제외하곤 매년 파업을 겪었다. 파업은 담합보다는 갈등, 투쟁을 상징한다. 담합이라는 박 교수 해석과는 정반대 현실이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박 교수는 현대차 노사관계를 담합으로 보는 걸까. 7월 2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박 교수를 만났다. 박태주 교수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에 띈 대목이 담합이라는 부분이다. 왜 담합인가.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하는데, 우선 현대차 파업은 생산차질 더 나아가 판매차질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일시적으로 생산차질이 있다 해도 재고가 있어 판매차질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또 생산차질은 교섭 타결 뒤 잔업과 특근으로 벌충된다. 다음으로 현대차 임금 인상 수준은 회사도 알고 조합원도 알고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업과 무관하게 임금 인상률이 해마다 거의 비슷하다. 파업 효과가 제한적이라면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결국 줄 돈을 교섭 초기에 안 주겠다고 하는 것도 미련한 짓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회사의 경우 임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근거를 파업에서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에게 보여주기 위한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나.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파업을 한다. 정리하면 둘 다 자기편에게 보여주기 위해 파업이 필요한 것이다.” 담합은 파업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건가. “그렇지 않다. 현대차 노사관계 모든 측면을 관통하는 것이 담합이다. 장시간 노동도 노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회사가 장시간 노동을 통해 생산물량의 극대화와 인건비 및 설비투자비의 절감을 꾀했다면 노조는 임금소득의 극대화를 추구했다.” 박 교수는 에서 장시간 노동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한 번은 현대차의 노동시간 단축문제를 논의하다 노조 간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노동시간을 골치 아프게 줄이려 들지 말고 회사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노조가 팔짱을 끼고 있어도 회사는 노동시간을 줄일 거잖습니까?’ ‘조합원한테 맞아 죽습니다. 저더러 노동운동에서 보따리를 싸란 말입니까?’” 담합에 따른 피해는 누가 보는 건가. “담합은 다른 말로 하면 을을 상대로 한 갑질을 노사가 함께한다는 것이다. 담합이 타협과 다른 것은 제3의 희생자를 만든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높은 임금에는 비정규직이나 협력업체 노동자의 희생이 포함돼 있다.” 현대차 노사관계 변화의 물꼬는 사측이 먼저 터야 한다고 했는데 왜 그런가. 또 사측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 “현대차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조 배제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노조를 약화시키거나 없앨지를 고민한다는 얘기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어떤 곳도 노사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압도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노조 배제적 전략을 취해왔으니 노사관계가 27년간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제 한 쪽이 양보하면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동을 걸어야 한다. 회사만 교착상태에 일방적 책임이 있는 건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볼 때 강자는 회사 아니냐. 인적·물적 자원도 있고 언론도 활용할 수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회사가 먼저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변화가 당장 나타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현대차 내부에서도 노조 배제적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흐름이 없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 이런 흐름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노사관계의 비전으로 글로벌 허브 전략을 제시했다. 낯선 용어인데 설명을 해달라. “종업원에 대한 고용보장을 전제로 하는 경쟁력 전략이다. 울산공장이 중국, 체코에 있는 공장과 임금 경쟁을 벌일 수는 없지 않나. 연구개발, 신차개발, 생산방식 혁신, 고부가가치화 선도 등 모든 측면에서 국내 공장이 해외 공장의 모범(허브)이 돼야 한다. 이렇게 차원을 달리 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울산공장 물량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만일 노사가 이 전략에 동의하면 구체적 모습은 고용안정과 경쟁력 향상을 맞바꾸는 고용안정협정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회사는 일정 기간 동안 고용보장, 강제적 대량해고 금지 등을 제시하고 노조는 반대급부로 노동비용 축소, 노동 유연화, 생산성 증대 노력을 수용하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생산성 향상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또 다른 버전의 회사 논리로 들리기도 한다. “자동차는 가장 세계화된 상품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 상황도 유동적이다. 노동자가 열심히 차를 만들어도 해고될 수 있는 조건이 있는 셈이다. 이런 시장 변동에 따른 충격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를 회사가 먼저 제시하라는 것이다. 노동자가 생산성을 높여주면 그때 가서 고용보장을 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다.” 책 출간 뒤 회사나 노조로부터 연락받은 게 있나. “공식적으로 온 것은 없었다. 1994년 미국 앨런 크루거 교수 등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줄이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그 보고서 이후 학계에서 ‘왕따’가 됐다는 이야기를 했더라. 나도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꼈다.(웃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 노조 관계자들로부터 비공식적인 격려 메시지가 오고 있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마치고 나서도 박 교수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그는 “현대차 노사관계는 개별 기업 노사관계가 아니다. 거창하게 말해 현대차 노사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한국 사회에 아무도 없다”며 “이 책이 사회적 논쟁을 위한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고 카페 밖으로 나가기 전 ‘박태주 거울론’을 마지막으로 펼쳤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현대차 노사가 자신들 문제를 되레 모를 수 있다. 박태주라는 거울을 통해 노사관계를 객관화시켜 보라는 것이다. 박태주라는 거울이 수준 낮거나 질 나쁜 거울은 아니다.”
- 인터뷰
- [경제]카르텔조사단 ‘담합과의 전쟁’(2007. 08. 14)
- 2007. 08. 14 경제
- 공정위 산하 독립기구로 운영 … 올 상반기 3000억원 과징금 부과 카르텔 정책팀이 담합 사건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2000년부터 밀가루 공급 물량 가격을 담합한 8개 제분업체에 총 434억1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6개 사업자 및 담합 행위에 직접 가담한 각 사 대표자 5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국내 3개 제당 업체 출고량 및 가격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총 51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2개 회사를 고발하기로’ ‘국내 6개 대형 건설사가 서울지하철7호선 연장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행위를 적발 총 22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6개 회사를 모두 고발하기로 의결’(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중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끈 담합 사건의 일부다. 요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밝힌 담합 사건이 방송과 신문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32건의 담합을 적발했고, 총 1100여 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6월 말 현재까지)에만 3000여 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 들어 있는 셈이다. ‘좋은 게 좋다’라는 문화적인 특성도 담합이 기승을 부리는 요인이다. 금융·서비스업 중심으로 감시·조사 담합을 사회적인 이슈로 만든 것은 공정위‘카르텔조사단’의 성과다. 카르텔은 동종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서로 가격이나 생산량 등을 협의해 경쟁을 피하고 이윤을 확보하는 행위다. 흔히 담합이라고 한다. 카르텔조사단은 시장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담합을 감시·조사·적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1986년부터 공정거래법상 경제력집중억제 규제를 시작했다. 담합은 공정위 경쟁국 2개과에서 담당했다. 하지만 담합의 심각성이 커지고, 보안유지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독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005년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카르텔조사단으로 독립했고, 카르텔정책팀, 제조카르텔팀, 서비스카르텔팀 3개 팀으로 늘어났다. 인원도 20명에서 33명으로 증원했다. 카르텔정책팀은 정책과 건설 등을 담당하고, 제조카르텔팀이 제조업체를 감시하고 있다. 서비스카르텔팀은 금융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담합을 감시·조사한다. 하지만 33명 인원 중에서 직접 조사원으로 활동하는 인원은 20여 명에 불과하다. 카르텔조사단 정재찬 단장은 “인원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면서 “특히 기업체의 담합이 갈수록 디지털화되기 때문에, IT 관련 전문가가 가장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보통 담합 조사를 위해서는 3~4명이 한 조가 되어 조사를 해야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기업 중에는 카르텔조사단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막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체에서는 조사원을 회의실에 감금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사원의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게 한 후, 관련 서류를 찢거나 사무실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기도 한다. 카르텔조사단의 오행록 행정사무관은 “선배들 이야기로는 컴퓨터 본체를 창 밖으로 던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면서 “요즘은 출입문이 IC 카드로 되어 있어서 사무실에 들어가는 일부터 힘들어졌다”라고 하소연한다. 회사 경비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10~20분이면 기업에서는 관련 서류를 모두 처리할 수 있다. 오 사무관은 “조사를 나간다는 소문이 퍼지면 업체에서 서류를 숨기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검찰처럼 강제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회사 직원과 ‘기’ 싸움이 심하다. 회계장부처럼 법적으로 보관해야 할 서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밖의 서류를 내놓게 만드는 것은 조사단의 노하우다. 회사에서 그 서류를 절대 줄 수 없다고 하면 받아낼 길이 없으므로, 눈치 채지 못하게 관련 서류를 내놓게 해야 한다. 조사를 방해하는 직원에게는 과태료 5000만 원을 부과하는 ‘조사방해’를 들이밀면서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은 조사원들의 개인적인 노하우와 역량에 달려 있다.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악용 보완해야 조사단의 인력 부족을 매워주는 제도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와 과징금 증액이다. 담합에 참여한 업체 중 자진신고를 가장 먼저 한 기업에는 과징금 100%와 고발을 면해주는 것이다. 이 제도 덕분에 2007년에는 지난해에 비해 적발 건수가 늘어났고, 과징금 액수도 늘어났다. 하지만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악용하는 기업이 생기는 것은 보완해야 할 점이다. 과징금 부과액은 2005년 4월부터 법이 개정되어 매출액의 5%에서 10%로 높아졌다. 카르텔조사단은 담합의 징후가 보일 때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장점유율이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원가가 하락했는데 판매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때를 담합의 전조라고 본다. 카르텔조사단은 은밀하게 기업 담합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담합이라고 확신했을 때 기업을 조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담합했다는 정황증거를 잡는 것이다. 기업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했다거나, 가격을 합의했다는 증거를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많은 서류를 검토한 후에 핵심 관련자를 소환해서 조사한다. 담합이라고 판단이 되면 공정위 전원회의에 제출하는 심사보고서를 작성한다. 그 후 기업의 반박 의견서를 받는다. 얼마 후 공정위 2층에 자리 잡은 심판정에 공정위 조사관과 담합 의심 기업 관련자와 변호사가 모여서 치열하게 법리 논쟁을 벌인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위원들의 다수결에 따라 담합 여부를 선고한다. 담합을 의심하고 적발하는 데까지 적게는 3개월부터 길게는 1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인터뷰 | 카르텔조사단 정재찬 단장 “국민 모두가 나서 기업 감시해야” - 카르텔조사단의 인원과 예산 규모는. “정원은 33명이다. 단장이나 팀장, 여직원 등을 빼면 조사단원은 20여 명에 불과하다. 1조에 보통 3~4명은 있어야 하는데, 인원이 부족해서 1~2명이 나갈 때는 정말 조사가 어렵다. 예산이라고 할 것은 없고, 경상경비로 2억 원 정도 된다. ” - 카르텔조사단이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은 성과를 내는 이유는. “상반기 담합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이 3000억 원이다.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조직이 독립되면서 보안 유지와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의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 특히 CJ는 이 제도 때문에 몇 번 과징금과 고발을 면했다. “이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그런 비판이 나온다. 자진신고 업체에 과징금을 면제해주는 손실보다는 그 기업으로 인해 카르텔 구조가 무너지면서 생기는 이익이 훨씬 크다. 자진신고를 한 기업으로 인해 생긴 불신 때문에 다시는 담합을 모의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처벌과 과징금만이 능사가 아니다. 다시는 담합이 생기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기억에 남는 담합 사건은 무엇인지. “지난 2월에 적발한 합성수지 회사의 담합 건이다. 과징금만 1051억 원이었다. SK, GS칼텍스, 삼성종합화학, 대림산업 등 대기업이 대부분이었다. 10개 업체를 혼자서 상대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심판정에 갔는데, 각 업체에서 2명의 변호사와 1명의 회사 관계자가 왔다. 혼자서 30명을 상대한 셈이다.” - 카르텔조사단이 활동하는 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강제조사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다. 담합을 적발하러 오는 우리를 어느 기업이 환영해주겠나. 일본에서도 얼마 전에 강제조사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인력이 많이 부족하고, IT 관련 전문가가 없다는 것도 조사하는 데 어려운 점이다. 국민이 모두 신고자가 되기를 바란다. 포상금 제도도 있으니까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고, 기업을 함께 감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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