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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장미대선? 미리 보는 ‘대진표’
6월의 장미대선? 미리 보는 ‘대진표’(2024. 12. 23 06:00)
2024. 12. 23 06:00 정치
야는 이재명, 여는 물음표…내년 4월 40세 되는 이준석이 최대 변수 홍준표 대구시장(오른쪽), 유정복 인천시장(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민의힘 시·도지사 긴급회의를 마친 뒤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여의도 정치권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전 대표)의 생일을 주목했다. 이 의원은 1985년 3월 31일생으로, 내년 봄에 만 40세가 된다. 4월부터 대통령선거에 나설 수 있는 ‘피선거권’을 갖게 된다. 내년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조기 대선은 8년 전인 2017년 봄 선거 때보다는 경쟁 구도가 간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가 유력한 대선주자로 손꼽히고, 국민의힘 후보가 이 대표와 대적하게 된다면 제3의 후보로는 이준석 의원이 등장하게 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만약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 결정을 내린다면, 집권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 ‘1강 (이재명) 1중(국민의힘 후보) 1약(이준석)’ 구도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그 때문에 엄 소장은 내년에 이준석 의원의 선택이 대선의 가장 큰 변수라고 보았다. 국민의힘에서 누가 후보가 되든 이 의원과의 단일화 여부가 이재명 대표와의 승부에 가장 큰 변수가 된다는 것이다. 새 인물 ‘갑툭튀’ 가능성은 낮아 올겨울 대선을 꿈꾸는 ‘잠룡’들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몸을 풀겠지만, 조기 대선의 특성상 새로운 인물이 ‘갑툭튀’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특히 야권이 사실상 ‘이재명 일극체제’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비명계 대선주자인 ‘3김’(김부겸 전 총리·김동연 경기도지사·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외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부족한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야권 주자로는 압도적으로 이 대표가 유리한 형세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징역형으로 피선거권이 박탈됐고, 정의당 같은 제3당의 후보 등장 가능성도 거의 없다. 엄 소장은 조기 대선의 ‘수혜 후보’로 이재명 대표와 이준석 의원을 꼽으면서 “이재명 대표는 사법리스크가 더 커지기 전에 조기 대선에 출마하기 때문에 다른 후보보다 월등히 유리한 조건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 시기는 이 대표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 대표가 기소된 사건의 2심 판결이 나오기 전에 치러야 승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최대한 차기 대선을 늦추기 위해 헌재의 탄핵 결정을 뒤로 미루려고 애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을 낳고 있다. 사실상 여당을 이끄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9명 중 3명이 공석인 헌재 재판관을 국회에서 추천하더라도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또한 대통령실은 헌재 심판과 경찰·공수처·국방부 공조수사본부의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다. 탄핵 심판 서류를 접수하지 않거나 출석요구서를 받지 않는 방식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검찰총장을 지낸 윤 대통령은 법을 갖고 최대한 ‘물귀신 작전’으로 야당의 이재명 대표를 물고 늘어지는 국면이다”라며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끌어와 최대한 시간을 끄는 이른바 ‘침대축구’ 작전을 구사한다”고 말했다. 6월 선거 땐 오세훈 거취 주목 전문가들은 차기 대선 시기로 내년 6월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아무리 일러도 헌재의 탄핵심판이 내년 3월을 넘길 가능성이 높기에 차기 대선은 6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6월 대선은 공교롭게도 유력한 여권 대선 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거취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 시장의 임기는 2026년 6월까지다. 남은 임기가 1년이 되지 않으면 오 시장이 대선에 참여하더라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치르지 않는다. 오 시장이 대권에 도전할지, 서울시장직을 이어갈지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여권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 시장, 그리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이 거론된다. 대다수 전문가는 홍·오 시장과 한 전 대표의 삼각 경쟁 구도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홍 시장, 찬성한 오 시장과 한 전 대표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탄핵 결정이 인용이 된다면 오 시장과 한 전 대표가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엄 소장은 “‘이재명-홍준표-이준석’의 3자 구도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예견했다. 홍 시장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조기 대선에 뛰어드는 만큼 승산이 높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 국면에서 한 전 대표의 재기 여부도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 체제가 무너지면서 지난 12월 16일 사실상 강제 사퇴한 한 전 대표는 특별한 기회를 얻지 않는 한 재기가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보수 측 후보로 한 전 대표가 아니면 이재명 대표를 상대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한 여당의 책임에 방관적이고,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한 조기 대선의 승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다. 다만 언제쯤 태세를 전환하고 새로운 전략을 내세울지 주목하고 있다. 안 대표는 “누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든 이준석 의원을 아우르는 범보수 대연합이 되지 않는다면 야권 후보인 이재명 대표를 이기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모든 수단을 다해 보수층 후보가 단일화돼 민주당 후보와 1 대 1 구도로 가야 전통적인 대선 득표율인 51% 대 49%로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소장은 “보수를 비롯해 중도까지 포함하는 ‘반(이재)명연대’가 아니라면 보수 측 후보는 결코 이길 수 없다”고 예견했다. 보수층과 중도층에서 감지되는 ‘반이재명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모으지 않는 한 민주당 후보를 꺾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홍 소장은 “만약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준석 의원과 단일화를 하지 않는다면 그냥 2위와 3위의 싸움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의원의 3월 31일 만 40세 생일이 이번 조기 대선의 승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는 점에서 이 의원을 대표직에서 쫓아낸 친윤계의 지난 선택이 회자한다. 엄 소장은 “국민의힘 후보가 이준석 의원과 단일화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등 모든 수단이 성공해야 겨우 비슷하게 맞설 수 있을 만한 국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후] ‘여사 문제’ 입에 올리지 못하던 윤석열 대선캠프
[취재 후] ‘여사 문제’ 입에 올리지 못하던 윤석열 대선캠프(2024. 11. 20 06:00)
2024. 11. 20 06:00 정치
신용한 전 윤석열대선캠프 정책조정본부장이 11월 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일한 안종범 전 경제수석 비서관은 자신의 기록이 사초(史草)가 됐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 안 전 수석이 수기로 남긴 수첩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통화 녹음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결정적 근거가 됐습니다. 감옥에서 나온 뒤 안 전 수석은 수첩 속 메모에 기반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을 재구성하는 책 두 권(<안종범 수첩>·<수첩 속의 정책>)을 썼습니다. 정윤회씨와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가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라는 이야기는 박근혜 정부 출범 전부터 정·관계나 언론 주변에서 떠돌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공식’ 대선캠프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취재했지만, 캠프 내에서 최씨나 정씨를 봤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비선 국정농단이 사실로 드러난 건 JTBC가 최씨가 쓴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를 공개한 뒤였습니다. JTBC 보도가 나오고 1년쯤 뒤 포렌식으로 복구한 해당 태블릿PC의 전체 파일을 입수해 분석해보니 대선 시기 정씨 또는 최씨는 암호화된 구글 e메일을 통해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 등에게 지시를 했습니다. 이들을 포함한 7~8명이 별도의 비선라인을 만들었다는 물증이었습니다. 정용인 기자 안 전 수석의 책들을 읽으며 2012년 대선 이후 이 비선 국정농단이 어떤 식으로 지속했는지 궁금했습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 중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청와대 경제수석이 비선 국정농단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적어도 책에 기술된 내용만 놓고 보면 ‘비선 최순실의 존재’는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사람은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책에는 JTBC의 첫 보도가 나온 다음 날 안 전 수석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3인이 모여 “최순실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하라고 건의하러 가자”고 용기 내(?) 의기투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모두 여사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왜? 후보가 불같이 화를 내니까. 대신 누구누구가 비선이다, 여사와 어떤 관계다라는 소문만 횡행했다. 아닌 게 아니라 당사자들이 그걸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지난주 표지 이야기를 쓰기 위해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 있었던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를 만나 들은 이야기입니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취재 후
“이게 대선이야, 군수 선거야” 명·국대전 격전지 된 영광
“이게 대선이야, 군수 선거야” 명·국대전 격전지 된 영광(2024. 09. 30 06:00)
2024. 09. 30 06:00 정치
10월 16일 영광군수 재선거…민주당 텃밭에 혁신당 도전장 지난 9월 24일 전남 영광군 영광읍 터미널사거리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출근길 시민들에게 10·16 영광군수 재선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수 선거인데 대통령선거보다 더 해. 어제(9월 23일)는 이재명 대표가 왔고, 오늘은 조국씨가 요 앞 사거리 신호등에서 손 흔들어주고. 대표들까지 줄줄이 오는 건 첨 봤어. 완전 대선이야.” 전남 영광군의 영광터미널시장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67)는 근래 TV에서나 보던 정치인들을 코앞에서 보는 일이 잦다. 오는 10월 16일 열리는 영광군수 재선거 때문이다. 인구 5만1000명의 작다면 작은 지방자치단체, 잔여 임기 20개월의 군수를 다시 뽑는 선거치고는 열기가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주민들 스스로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부르는 이 지역에 조국혁신당(혁신당)이 도전장을 내면서 선거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월 24일 영광군을 찾아 이번 재선거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혁신당 ‘고인물론’에 선거판 출렁 주민들은 과열 분위기가 싫지만은 않은 기색이다. 이날 오후 영광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 TV의 뉴스 방송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광 거리 유세 장면이 나오자 한 무리의 노신사들은 TV를 가리키며 “여 거시기 나왔네”라며 반색했다. 터미널 인근 카페에는 “조국씨도 아까 저 앞에 있더만”이라며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영광군수 재선거에 민주당은 영광군의원과 전남도의원을 지낸 장세일 후보(60)를, 혁신당은 사회복지학자 장현 후보(67)를 냈다. 추석 전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한발 먼저 움직여 이 선거판을 띄운 건 혁신당이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지난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 전체에서 민주당(집권)은 30여 년이 넘었다”며 “당대표가 된다면 첫 번째 할 일이 10월 16일 (재보궐선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 회의”라고 했다. 혁신당이 꺼낸 민주당 ‘일당 독점론’, ‘고인물론’은 영광 주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듯 보였다. 영광에서 농사를 짓는 60대 함상호씨는 “여그는 한 간디(군데)만 거시기했는디, 한쪽만 계속하면 좋을 게 없다. 경쟁하는 게 더 낫다. 혁신당이 열심히 한다. 잘하면 될 것도 같다”고 했다. 영광터미널시장에서 만난 70대 시민도 “무조건 민주당이라는 인식이 바뀌어야지”라고 했다. 켜켜이 쌓인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도 있다. 민주당세가 강하다 보니 그간 이 지역에서는 민주당 당내 경선이 본 선거 못지않게 중요했다. 민주당 공천 경쟁이 치열했고, 잡음도 많았다. 혁신당의 장현 후보 역시 이번 재선거에서 민주당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경선 직전 후보 선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민주당을 탈당했다. 물론 이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40대 황모씨는 “민주당에 계시다가 마지막에 혁신당으로 가셨다. 안 될 것 같으니까 탈당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반면 선거철마다 나오던 공천 잡음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50대 시장상인 임모씨는 “경선 과정이 잘못됐다. 민주당 찍어주기 싫다”고 했다. 택시기사 조모씨(68)도 “지난 총선 때도 이석형 후보를 컷오프했는데 경선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광이나 함평에서는 이개호 의원이 표 많이 못 받았다”고 했다. 국회의원선거에서 영광군은 담양·함평·장성군과 한 선거구로 묶여 있는데, 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지난 22대 총선까지 내리 4선을 했다. 지난 총선에서 이개호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단수공천되자, 컷오프된 이석형 후보가 “황제·밀실·셀프공천”이라 반발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토백이 민주당, 이변 없다” 지난 9월 23일 낮 전남 영광군 영광터미널시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혁신당이 조국 대표의 현장 숙식 선거운동인 ‘호남 월세살이’, 현장 최고위원회의 개최 등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자 민주당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민주당은 지난 9월 23일 영광에서 최고위를 개최하고 이튿날에는 또 다른 군수 재선거 지역인 곡성으로 향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호남 월세살이에 나섰다. 군수 선거에 양당 대표가 열을 올리는 건 이 선거 결과에 따라 야권 내 위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당이 선전한다면 당장 202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당내 경선 결과에 불복한 인사들이 줄줄이 ‘민주당 탈당-혁신당 입당’을 할 수 있다. 텃밭을 수성해야 하는 민주당의 전략은 ‘정권심판론’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9월 23일 영광에서 “이번 선거는 군수가 누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닌 정권에 다시 회초리를 들어 책임을 묻는 선거”라고 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 지도체제 전체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도 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10월 재보선부터 경쟁구도로 가면 진보세력의 분화가 시작된다. 지금은 단결해서 정권교체에 매진해야 한다”고 했다. 민심의 반향은 크지 않아 보였다. 영광읍에서 농약사를 운영하는 60대 김영순씨는 “지방선거는 하등의 당이 필요없당게. 물론 대선 같으면 이재명씨 가는데, 이번에 혁신당한테 간다고 배신한 거는 아니고”라고 했다. 약국을 운영하는 A씨도 “군수 선거에서 혁신당을 찍는다고 분열은 아니죠”라고 했다. 60대 택시기사 황모씨도 “대선도 아직 멀었잖아요. 위기라고 하는 게 옛날엔 먹혔지만, 인자는 안 먹힌다. 여기 사람들 수준이 그렇게 낮지 않다”라고 했다. 물론 민주당이 믿을 구석은 있다. 오랜 지지세다. 택시기사 황씨는 “여기가 토박이 민주당이다. 손님들 태우고 돌아다녀 보면 큰 변화 없다”고 했다. 영광터미널시장에서 만난 60대 남성도 “나만 해도 옛날에 평민당(평화민주당) 가입을 했던 사람이다. 하루아침에 바뀌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거대 야당으로 규모면에서 혁신당을 압도한다는 점 역시 이점이다. 40대 황씨는 “아무래도 당에 힘이 있는 쪽을 뽑는 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열띤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진보당이 변수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진보당은 이번 재선거에 농민운동가 이석하 후보(53)를 냈다. 50대 시장상인 임씨는 “2파전이 아니라 3파전이다. 진보당이 새벽같이 집게 들고나와서 쓰레기 다 줍고, 할매들 고추도 다 따주고 마음을 흔든다. 보이는 거로는 월등하다. 열심히 하는 걸 봐선 기회 한번 줬으면 싶다”고 했다.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정씨도 “진보당 사람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달 전부터 거리를 싹 다 청소하고 있다. 당선되면 그때뿐 아니냐. 군민을 위해 애쓰는 사람 뽑아줘야 한다”고 했다. 바닥 민심은 흔들었지만 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70대 택시기사 박모씨는 “칼도 갈아주고, 논에 풀도 베 주고 이보다 더 잘할 수 없이 잘하는데 이게 참 표로는 안 갈 것 같다”고 했다. “당보다 인물을 보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영광은 지난 8번의 군수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5번, 무소속 후보가 3번 당선됐다. 때때로 민주당 지지세에 변화도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전임 강종만 군수는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서 2번 당선되고도 뇌물수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2번 다 중도에 하차했다. “어떡하면 한 푼 뜯어 먹을까, 전부 그런 놈들 아니냐(80대 시민)”는 정치혐오가 민심 깊숙한 곳에 자리한 배경이다. 그간의 군정에 대한 불만도 크다. 영광군은 재정자립도는 낮지만 원자력발전소가 내는 지방세(지역자원시설세), 국·도비 보조금 등으로 인해 예산 규모가 작진 않다. 지난해 영광군은 국·도비 보조금 112억원을 반납하고도 남은 돈(순세계잉여금)이 370억원에 달했다. 예산을 과다하게 짰거나 비효율적으로 예산을 운영했다는 얘기다. 남아도는 예산에 장현 혁신당 후보는 전 군민에게 영광행복지원금 120만원 일괄 지급을,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군민 1인당 연간 10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공약했다. 적재적소에 자원을 배치하는 정교한 정책공약이라기보단 선심성 공약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40대 후반의 택시기사 B씨는 “돈 준다 하는데, 누가 돼도 주니까 이놈 저놈 찍지 않겠어요? 정작 필요했던 방폐장 관련 시설은 딴 데 가버리고. 젊은 사람들이 할 일이 없어요. 제가 여기서 20년 택시 몰았는데 변한 게 없습니다”라고 했다.
미국 대선 ‘변곡점’…한국 부담만 늘어나나
미국 대선 ‘변곡점’…한국 부담만 늘어나나(2024. 07. 29 06:00)
2024. 07. 29 06:00 정치
바이든 사퇴로 한국 외교·안보 전략도 변곡점 한국, 누가 되든 ‘현상유지’에만 추가비용 들 듯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겸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7월 24일 흑인 여대생 클럽 ‘제타 파이 베타’가 주최한 행사에 참여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선거지만 미국만의 선거는 아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7월 22일 새벽 전해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속보는 해당 명제가 모순이 아님을 보여준다. ‘세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적합한지와 별개로 ‘미국 대통령이 누구냐’는 진영화·파편화된 국제질서에서도 여전히 최고의 관심거리다. 특히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에 편승한 일부 국가들에는 생존 문제로까지 확장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의 우크라이나, 중동의 이스라엘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한국이다. 실제로 한국이 직면한 안보 환경을 ‘종속변수(Dependent Variable)’로 놓으면 북한은 ‘상수(Constant)’, 미국 행정부는 ‘독립변수(Independent Variable)’가 된다. 과거 대북 ‘협상력’을 또 다른 ‘독립변수’로 만든 정부도 있었지만, 적어도 윤석열 정부에선 미국 외의 독립변수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한국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구이고, 어떤 한반도 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생존 환경이 달라진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미국 대선에 변곡점이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한국 외교·안보 전략에도 중대한 변곡점이 생겼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이 비운 대선후보 자리는 그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채울 것이 확실시된다. 오는 8월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후보 추인식이 될 전망이다. 이미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공화당 후보로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일부 미국 언론 등을 중심으로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미국 대선은 아직도 100여 일 가까이 남았다는 점이다. 석 달 전,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하차를 확신한 사람은 없었다. 또 간접선거와 승자독식 방식의 미국 대선에서는 전체 여론과 선거 승자가 같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새롭게 형성된 대선후보 간 대결 구도가 낯설지가 않다는 점도 짚어봐야 한다. 2016년 미국 대선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백인 남성 트럼프’의 대결이었다. 결과는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패배였다. 생존을 위한 다른 ‘독립변수’가 없는 한국은 해당 상황을 보다 냉정한 시각으로 지켜봐야 한다. 역전인가, 균형인가 올해 미국 대선이 주목받는 것은 이른바 ‘중대 선거(critical elections)’로 분류될 수 있는 여건에서 치러지기 때문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 따르면 특정 선거가 중대 선거로 인식되기 위해선 ‘두 후보 간 선명한 입장 차이’가 주요 요건이 된다. 미국 사회는 이미 노동, 이민, 성소수자 등 사회문화 현상에 대한 집단 간 입장차가 뚜렷하다. 각각의 현안을 두고 진보, 보수 정치 진영 역시 한 가지 입장을 정하고 대립하고 있다. 이를 이른바 ‘문화 전쟁(culture war)’이라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벌여온 대결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해리스 부통령도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는 인도, 자메이카계 다문화 가정의 흑인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의 ‘정체성’이 51 대 49로 판가름 나는 구도의 선거에서 장점이 될 수 있는가이다. 양극화된 사회에서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는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하고, 상대방 지지층의 1%를 빼앗아오는 것으로 승패가 결정된다. 민주당의 2016년 패배와 2020년 승리 역시 해당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즉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층의 결집을 와해할 만한 요소를 갖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하상응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고령의 백인 남성 이미지를 가진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이 여성, 성소수자, 인종소수자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에 적당했다”며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선 다양성, 형평성, 포괄성(diversity, equity, inclusion: DEI)에 기반한 정체성 정치가 가져오는 역풍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재선 불출마 결정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사퇴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해리스 부통령의 부상과 함께 ‘정체성’ 정치는 다시 시작됐다. 이는 자연히 지지층 결집을 불렀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이 이를 방증한다. 동시에 이는 서서히 반대쪽 진영의 결집도 부른다. 이들은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주류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논리로 무장한다. 양 진영이 결집한 상태에서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의 결과는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2016년 대선이다. 선거 공학적으로 불리한 정체성 정치를 탈피하기 위해 해리스 부통령 역시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공식 석상에서 ‘여성’, ‘흑인’을 강조하기보다 ‘전직검사(해리스 부통령) 대 범죄인(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도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주류 언론, 민주당 지지층은 여전히 정체성 정치에 더욱 관심을 갖고 홍보하고 있다. 서 교수는 “지금 나오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는 해리스가 선거에서 우위를 점했다가 아닌, 이제야 트럼프와 지지율이 비슷해졌다로 해석해야 한다”며 “결국 승부처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중·서부 3개 경합주에서 승리해야 하는데 백인, 노동자 계층 등과 접점이 없는 해리스가 이들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 역시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하기 위해선 바이든 정부가 지난 4년간 추진해온 백인 및 중산층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얼마나 잘 계승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은 양 진영의 대외전략이 일치하는 역설을 만든다는 점이다.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보다 강경한 ‘미국 우선주의’의 확립이다. 부담 늘어나는 한국 민주당 정권의 연장 가능성이 녹록지 않은 상황은 한국의 부담을 키운다. 이는 실상 ‘민주당의 동맹’과 ‘공화당의 고립’이 같은 방향을 지향하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가 요구가 바이든의 동맹 간 ‘경제협력 강화’로 치환되는 식이다. 이는 모두 미국으로 자본이 흘러가는 방향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 역시 외교·안보정책이 크게 다를 수 없다. 그가 당선되면 중국에 대한 과학·기술 공여 금지와 동맹 간 공급망 재편이 지속될 전망이다. 선거가 어려워질수록 동맹을 향한 기여 요구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한반도 문제에 있어선 바이든 대통령과 같이 사실상 “입장 없음”이 유지될 전망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7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기자단 오히려 한반도 문제의 현상 변화 측면에선 트럼프의 복귀가 나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18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다. 많은 핵무기를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 간 개인적 친분을 전제로 한 발언이지만 이를 북·미, 남북·미 대화로 풀어낼 수 있느냐는 한국 정부의 해결 의지, 역량에 달렸다. 이를 두고 미국을 방문 중인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미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이야기는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또 다른 정상회담과 같은 인게이지먼트(관여)가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평가절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도 분명히 있음에도 그의 발언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지 않는다는 의미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이든, 트럼프 전 대통령이든 한반도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작다. 어느 쪽이 당선되든 안보를 미국에 편승한 상황에서 한국의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문제해결’이 아닌 ‘현상유지’에도 추가 비용이 드는 셈이다.
백악관 혹은 감옥…대선이 결정할 트럼프의 운명(2023. 08. 18 10:47)
2023. 08. 18 10:47 국제
지난 7월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연설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미국의 역대 전·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기소됐다. 이어 석 달 뒤 ‘기밀문건 불법 유출’ 사건으로 또 기소됐다. 지난 8월 1일 이번엔 ‘대선 불복’ 사건으로 세 번째 기소됐다. 그로부터 불과 2주 뒤, ‘조지아주 선거 개입’ 혐의로 14일 또 기소됐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전직 대통령 기소가 지난 몇 달새 트럼프에게 4번이나 발생한 셈이다. 트럼프는 현재까지 벌써 4개의 개별 형사사건에서 91건의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 회계부정, 명예훼손 등 아직도 수많은 법적 의혹이 남아 있다. 이제 15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미국 대선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숱한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지지율은 굳건하다. 그는 여전히 공화당에서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기소를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지지층 결집과 후원 모금을 호소한다. 지난 3월 첫 기소 이후 그의 지지율은 오히려 더 올랐다. 백악관이냐, 감옥이냐 백악관과 교도소. 2024년 대선 결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내년 미 대선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여부를 결정하는 선거이면서 동시에 트럼프를 감옥에 보낼지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와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은 트럼프에게 내년 대선의 승리는 권력, 자존심, 명예 회복, 국가의 미래, 그 이상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전직 백악관 대변인이자 오랫동안 공화당 전략가로 활동한 아리 플라이셔는 “이번 선거는 트럼프 개인의 자유에 관한 것일 수 있다”며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그가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감옥에 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대선은 트럼프의 ‘감옥행’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수감될 가능성이 낮아지지만, 패배할 경우 그의 여러 중대한 혐의를 고려할 때 감옥에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앞으로의 트럼프 상황이 정확히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전직 대통령이 수차례 기소된 일은 이미 미국에서 전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피고인’ 트럼프는 유죄 판결에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까 미국 헌법은 35세 이상, 14년 이상 미국에서 거주한 미국 태생의 시민권자라는 기본 요건 외에는 대통령 출마 자격을 따로 규정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가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원칙적으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설령 그가 수감되더라도 대통령 출마나 취임을 막을 근거는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 헌법에는 기소되거나 형을 복역 중인 사람의 대선 출마나 대통령 취임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남북전쟁 뒤에 발효된 수정헌법 제14조는 내란에 관여하거나 미국 헌법을 위협하는 적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은 상·하원 3분의 2의 찬성 없이는 의회에서 의석을 차지하거나 어떠한 공직, 군대의 직책도 맡을 수 없도록 한다. 이 조항을 근거로 트럼프의 취임을 저지하려는 소송이 쏟아질 수 있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트럼프 본인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미국은 각각의 주별로 투표 자격 규정 등이 다른데, 그가 유권자로 등록돼 있는 플로리다주는 중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투표권을 박탈하기 때문이다. 만일 뉴욕 등 다른 곳으로 유권자 등록을 변경한다면 투표가 가능해질 수도 있지만, 미국 대다수의 주에서는 수감자의 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 수감된 상황에서 대선 승리하면 어떻게 되나 만약 트럼프가 감옥에 있는 상황에서 대선에서 승리하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했다. 유례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렵다. 법적으로는 수감되더라도 대통령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 해석 등을 두고 법적 논란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수정헌법 제25조는 대통령이 그 직책의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부통령과 내각 또는 의회의 과반수가 대통령이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선언해야 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그의 ‘충신’인 최측근들을 내각에 임명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셀프 사면’ 할 수 있을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자신을 ‘셀프 사면’하거나 감형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엔 대법원이 대통령의 셀프 사면에 대해 합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미국 대통령의 셀프 사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지금까지 어느 대통령도 시도한 전례가 없다. 일부 학자들은 셀프 사면이 그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돼서는 안 된다는 기본 원칙을 위반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일부 학자들은 대통령의 사면 권한이 헌법에 매우 광범위하게 명시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미국 헌법은 대통령의 사면권에 거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 후임자나 의회가 되돌릴 수도 없다. 미 헌법은 “대통령은 탄핵의 경우를 제외하고 미국에 대한 범죄에 대해 유예 및 사면을 부여할 권한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법절차 진행 중에 당선된다면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어떻게 될까. NYT는 이에 대해서도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법무부는 국가의 법률과 사법을 관장하는 행정기관으로, 사실상 행정부의 일부다. 또 미국 대통령은 미국 최고의 연방법 집행관 역할을 한다. 따라서 미국 법무부는 수십 년 동안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는 정책을 유지해왔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그가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트럼프의 혐의를 철회하고 사건을 종식할 수도 있다. 트럼프와 비슷한 정치적 행보를 보였던 다른 나라의 대통령이 있다. 바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다.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리던 보우소나루의 경우 ‘대선 불복 폭동’과 관련해 권한을 남용하고 심각한 허위정보를 퍼뜨린 혐의로 향후 8년 동안 공직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브라질 법원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막기 위해 적극적이고 공격적이고 신속하게 나섰다. 그러나 미국은 트럼프의 운명을 유권자의 손에 맡긴 채 다소 느린 사법절차를 밟고 있다. 다다음 대선까지 출마 자체가 막힌 보우소나루와 달리 트럼프는 여전히 당내 압도적 지지율 1위다. 둘은 서로 꼭 닮은 정치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전혀 다른 결말을 맞았다. 트럼프가 끝까지 보우소나루와 달리 ‘해피엔딩’에 이를 수 있을지 내년 미 대선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벌써 대선 레이스로 달궈진 워싱턴 정가(2023. 06. 30 11:25)
2023. 06. 30 11:25 국제
행정부와 의회, 싱크탱크 관계자들까지 길고 넉넉한 휴가를 즐기는 미국 수도 워싱턴 정가의 여름은 대체로 평온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백악관의 차기 주인을 결정하는 2024년 대선 레이스를 앞둔 올여름은 다를 것 같다. 모든 것이 ‘표’로 귀결되는 선거의 계절이 왔기 때문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 로이터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80)은 미국 각지를 돌며 사실상의 선거 유세를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최고령’이라는 나이가 주는 약점과 정체 상태의 지지도를 극복해야만 2년 뒤에도 백악관에 머물 수 있게 된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은 미 역사상 초유의 기소 사태에도 거침없는 행보를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는 공화당 주자들 가운데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법 리스크가 그의 주장대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트럼프의 대안을 꿈꾸며 공화당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11명 후보 난립’ 공화당 대선 경선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대선 도전을 선언했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 시도인 만큼 갑작스러운 이변이 없는 한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될 전망이다. 케네디 가문의 일원인 환경변호사 출신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69), 자기계발서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70)이 민주당 후보로 나섰고, 진보성향 학자 코넬 웨스트 유니언신학대 교수(70)는 소수정당인 인민당 소속으로 대선에 도전 중이다. 세간의 관심은 공화당 대선 경선에 쏠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이후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까지 공식 출마 선언을 한 공화당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 11명이다. 지금까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가 뚜렷하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여론조사 평균치를 토대로 분석한 최근 결과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1.9%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44)의 지지율인 21.1%보다 무려 30.8%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트럼프-디샌티스 2강 구도라고 하기에는 1위와 2위의 격차가 매우 벌어져 있다. 다른 후보들의 지지율은 겨우 한 자릿수대에 그치고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64)이 5.8%, 최연소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51)가 3.8%,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 상원의원(57)이 3.6%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60)는 2.3%, 비벡 라마스와미 전 로이반트 사이언스 최고경영자(CEO·37)는 2.0%의 지지율을 기록 중이어서 이대로라면 오는 8월 23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첫 후보 토론에 겨우 ‘턱걸이’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후보 토론 참석 요건으로 지지율 1% 이상, 후원자 최소 4만명 확보 등을 내걸었다. ‘트럼프 대세론’ 속 변수 남아 이처럼 전직 부통령과 스타 주지사, 공화당 거물 정치인까지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이름값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누리는 막강한 영향력을 재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AP 트럼프의 확고한 지지세를 모르지 않을 공화당 주자들이 그럼에도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뭘까. 가장 유력한 해석으로는 이들이 다음 대선이 치러지는 2024년이 아닌 2028년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4년 후에는 다시 대선을 치러야 한다. 군소 후보들로서는 부족한 인지도를 높이고, 전국 단위 정치인으로 몸집을 키우기에 조기 경선 출마만큼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도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공화당 내에선 이미 대선후보와 짝을 이루는 부통령 후보인 러닝메이트 지명을 노리고 소리 없는 경쟁에 돌입했다는 시각도 있다. 흑인이자 당내 신망이 두터운 편인 스콧 상원의원, 인도계 여성 이민자인 헤일리 전 대사 등이 공화당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지지층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의혹에 이어 기밀문서 유출 관련 혐의로 처음으로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돼 연방법원에 출석한 역대 첫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쌓여가는 악재에도 그의 열성 지지층은 오히려 결집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여기에 공화당 경선판이 북적이면서 표가 분산되면 궁극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사이익을 보리라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다만 경선과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이 경선 판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바이든-트럼프’ 리턴매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가 계속되는 현재 시점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20년에 이어 4년 만에 전·현직 대통령이 다시 맞붙는 셈이다. 양당 지지자들을 포함해 미국 유권자들은 둘의 리턴매치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NBC방송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70%와 60%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령(취임 시 바이든 82세·트럼프 78세)을 제외하면 삶의 궤적부터 정책 노선, 스타일까지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자 대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50개 주 가운데 6~7개의 경합주가 판세를 좌우하는 미 대선 구조상 이번에도 경합주에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벌써 선거 이후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거캠프 경험이 풍부한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가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선거와 그 이후의 과정이 평화롭게 마무리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취재 후]대선결과가 수사 방향을 정한 걸까
[취재 후]대선결과가 수사 방향을 정한 걸까(2022. 12. 02 11:08)
2022. 12. 02 11:08 정치
지난해 9월 대선을 불과 반년 남기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사건의 외관은 민간개발업자들이 단 7%의 사업지분만 갖고도 4040억원의 막대한 이익을 챙긴 부동산 개발 비리였다. 이 사건의 구도는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이 정면충돌한 지난 대선의 구도와도 닮은 구석이 있었다. 이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을 모두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사결과 어느 한쪽의 비리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대선에서 치명상이 불가피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의혹의 큰 줄기는 민간개발업자에 막대한 이익을 몰아준 인허가권자의 책임 소재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장동 개발이 이뤄지던 시기 성남시장으로 재직했다. 이 대표는 “이 (대장동 사업) 설계는 제가 했다”며 “단군 이래 최대의 공익환수 사업”이라고도 했다. 검찰수사가 이 대표의 관여 여부를 따져보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또 다른 줄기는 전직 검찰 고위인사 등이 개발 일당으로부터 50억원씩 수수했다는 의혹이었다. 대장동 민간개발업자들은 10여년간 위법의 경계에서 사업을 전개했다. 몇 번이나 검·경의 수사를 받고도 처벌을 피해갔다. 대장동 사업 관계자에 대한 최초의 수사였던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는 대장동에 불법 대출을 알선한 부산저축은행 브로커를 조사하고도 사법처리하지 않았다.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고, 브로커의 변호인은 윤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였다. 모든 의혹이 사실이라면 민간개발업자들은 한 손에는 정치권력을, 다른 한 손에는 법조권력을 쥐고 막대한 사익을 편취했다는 얘기가 된다. 대선을 앞두고 검찰은 두 갈래 의혹 모두를 수사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렇게 의혹의 본질은 해소하지 못한 채 대선을 치렀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으로 대선이 끝난 후 대장동 수사는 비로소 활기를 띠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 2명이 잇따라 구속됐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배임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로비 의혹 수사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대선결과가 수사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의구심을 불식하는 검찰수사를 기대한다.
취재 후
대선결과, 세대정치 가능성을 말해주는가(2022. 03. 28 11:39)
2022. 03. 28 11:39 정치
대선 개표가 한창이던 지난 3월 9일 밤, 많은 사람이 발표를 기다리던 또 하나의 결과가 있었다. 성별·연령별 출구조사 결과다. 대선결과의 여러 지표 중 이 결과가 주목받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특징적으로는 지난해 치러진 4·27 재보궐선거 이후다. 72.5%와 15%. 당시 출구조사 결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20대 남성’과 ‘기타후보’를 찍은 20대 여성의 수치다. 이른바 이대남 또는 이대녀의 탄생이다. 지난 3월 10일 윤석열 후보의 당선유력이 발표된 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선거상황실은 모여있던 의원들이 자리를 떠나면서 한산해졌다. / 박민규 선임기자 선거결과가 나오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선관위가 유권자 명부와 실제 투표참여자에 근거해 발표하는 지역별·연령별 투표율과 같은 외적 지표와 달리 특정정당·특정후보에 대한 성별·연령별 지지율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는 출구조사 데이터가 유일하다. 1년 전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20대 남자들의 국민의힘 후보 쏠림 현상은 이번 대선에서도 반복해 나타났을까. 이른바 이대남 현상은 서울을 넘어 전국적으로 유효할까.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을 지지했던 이대녀의 15%가 기타후보로 이탈하는 현상은 이번 대선에서도 나타났을까. 승패만 놓고 따지면 이대남은 그렇다. 이번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58.7%를 얻어 36.3%를 얻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압도했다. 그러나 성·연령별로 범주화했을 때 이른바 ‘이대남 현상’의 강도는 약화됐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출구조사 결과 오세훈 후보를 가장 많이 지지한 층은 60대 이상 여성(73.3%)이었고, 두 번째가 20대 남성(72.5%)이었다. 당시 3위는 60대 이상 남성(70.2%)이었다. 이대남 현상, 착시였을까 이번 대선은 어땠을까. 윤석열 당선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성별·연령층은 1·2위 모두 60대 이상이었다. 60대 이상 남성이 67.4%, 60대 이상 여성이 66.8%였다. 그다음을 잇는 것이 20대 남성으로 58.7%였다. 출구조사 데이터만 놓고 보면 15%가 양대 정당이 아닌 ‘기타정당으로 흘러간 이대녀 현상’은 소멸했다. 20대 여성의 58%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고, 33.8%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두 후보가 받은 지지율 91.8%의 여분이 기타후보인데, 지난해 서울시 보궐선거에서는 정의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일단 양대 정당, 나아가 정의당까지도 주요 득표전략으로 청년세대에 전략적 포커스를 맞췄다는 점이다. 주요한 정당들이 청년세대 내지는 2030 세대집단 유권자에 상당히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그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선거결과를 봤을 때는 오히려 ‘세대균열’이 해체되는 선거로 해석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를테면 ‘젊은 사람은 진보, 노인층은 보수’와 같은 구도로 세대에 따른 정치성향의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게 대표적인 세대균열(generation cleavage)이다. 이번 선거에서 대선결과만 놓고 보면 20대와 30대에서 여야가 무승부를 이뤘다. 성별로 나누지 않고 연령대로만 구분하면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은 20대 이하에서 48:46, 30대에서 46:48였다. 신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두 후보가 ‘데칼코마니를 찍은 듯 완벽한 균형’을 이뤘다. 신 교수의 주장을 좀더 들어보자. 지난 보궐선거까지 포함해 보다 시야를 넓히면 20~30대 유권자들의 특성은 두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는 고도의 변동성이고, 둘째는 무당파가 상당히 많다. “최종적으로 그런 투표결과가 나왔지만, 그 과정에서 20대와 30대 표심은 이슈가 하나 터질 때마다 급격히 움직이는 그런 변동성을 보였다. 무당파가 많았다는 것은 선거 직후 갤럽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선거일 1주일 이내에 투표할 후보를 결정한 사람의 비율이 20대에서는 50%, 30대는 30%까지 이르렀다.” 이 유권자들과 투표하지 않은 비투표자들까지 합치면 20~30대의 절대다수는 ‘이번 대선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한 후보가 없었다’는 뜻이 된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3월 9일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그런데 세대균열이 처음 나타난 2002년 대선 이래 소위 86세대를 중심으로 한 세대동맹이 엎어진 게 지난 보궐선거 결과가 아니었을까. 이른바 이대남 현상의 본질은 이들 진보세대동맹에 맞선 반란이지 않았을까. 신 교수의 답이다. “청년은 언제나 범진보 투표를 해왔다는 생각은 2000년대 한국 유권자의 균열특성을 완전히 잘못 이해한 거라고 본다. ‘젊을수록 진보고 나이 들수록 보수다’는 세대균열이 형성된 국면에서 현재의 민주당 계열이 집권했다. 그런데 일단 집권하면 그러는 동안 청년세대가 실망해 이탈한다. 이후 세대균열이 깨진다. 그 결과 보수집권으로 이어지는데 보수정권을 겪으면서 세대균열은 다시 복원된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돼온 것이 지난 2000년대 이래 유권자 세대의 특성이라는 설명이다.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결과가 신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2002년 대선 때 선명하게 나타난 세대균열, 즉 젊은층의 노무현 대통령 지지는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 때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바로 2년 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이 세대균열 양상은 완전히 해체된다. 신 교수에 따르면 당시 데이터에서 20~30대의 과반수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을 지지해 세대균열이 해체됐다. 실제 이 지방선거에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이듬해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여권 정동영 후보의 20~30대 지지율은 20% 내외밖에 안 되는 결과를 기록했다. ‘젊을수록 진보, 나이 들수록 보수’라는 세대균열의 공식이 다시 등장한 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다. 신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당선 때보다 더 뚜렷한 세대균열이 나타났다.” 신 교수는 2007년 우석훈·박권일의 저서 <88만원 세대>를 시작으로 ‘기득권이 된 기성세대 대 청년’이라는 세대정치론이 등장한 이래 ‘일관된 정치적 색채를 가진 세대’라는 착시(錯視)에 기반을 둔 세대담론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586으로 통칭되는 현재의 50~60대도 그렇지만 지금 일관된 강경보수 입장을 보이는 고령층도 원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던 2002년 대선만 하더라도 이 출생 코호트(당시 50~60대)의 투표성향을 보면 중도보수가 다수였고, 진보투표를 한 유권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참여정부 후반기부터 이들 연령대가 강경보수화되더니 이후 모든 선거에서 강경보수가 주류를 차지하는 세대적 특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의 경우 586세대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1960년대 출생세대들이 자기 세대라는 이유로 일관되게 지지해 오지도 않았다. 실제 이들의 투표 경향을 보면 중도진보에서 중도보수까지 바꿔가며 투표해왔다. “오히려 비교적 일관되게 진보적 투표를 해온 층은 그 밑의 1970년대와 1980년대생들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2002년과 2004에 분명한 진보투표를 했다가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보수 쪽으로 이동했던 당시의 20대와 30대가 지금은 민주당의 핵심지지 기반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지 40대, 2007년엔 보수투표” 진보에서 보수로, 보수에서 다시 진보로 갈아타는 유권자, 이른바 스윙보터(swing voter)는 과거 선거에선 ‘정치공학적인 단순 연산’으로 계산 가능했다. 2002년 노무현을 찍었다가 2007년 이명박으로 갈아탄 유권자들은 최소 651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숫자에는 2002년 대선 때 ‘진보’를 지지했다가 기권한 숫자도 포함된다. 반면 2007년 이명박을 찍었다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으로 선회한 유권자들은 485만명으로 추정됐다.(주간경향 1143호, “유권자는 어떻게 진영을 배신하는가” 기사 참조) 그런데 2022년 선거에서 ‘정치공학적 단순 연산’만으로 2017년 또는 2012년 선거로부터 갈아탄 스윙보터를 계산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양 후보 모두 진영 총결집을 이뤄낸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받은 투표수는 1639만4815표이며, 이재명 후보가 받은 최종 투표수는 1614만7738표다. 이 후보는 최초의 진영 총결집을 이뤄낸 2012년의 문재인 후보 투표수 1469만2632표보다 145만5106표를 더 받았다. 대한민국의 역대 선거 중 민주당계 후보가 받은 최고 득표수다. 다자대결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1342만3800표를 받아 41.08%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때와 비교하면 이재명 후보는 272만3938표를 더 받았다. 물론 어느 쪽이든 스윙보터는 존재한다. 2017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받은 785만2849표에 비하면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854만1966표 이상을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유승민 후보 등을 지지한 유권자들, 그리고 새로 투표권을 얻은 20대로부터 받은 셈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도 2017년의 문재인 후보보다 272만여표를 더 받았으므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변심해 윤석열로 돌아선’ 스윙보터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투표성향 여론조사 등 다른 방법을 통해 추산할 수밖에 없다. 2020년 총선까지 표심이 바뀐 스윙보터로 주목받는 세대는 50대였다. 과거 안정적인 보수지지층으로 묶이던 50~60대가 해체되고, 40~50대와 보수투표성향을 지속하는 60~70대로 재범주화하게 된 계기를 50대가 제공했다. 50대의 투표성향 변화를 이끈 동력은 단순하게 보면 86세대의 윗세대가 50대로 진입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2022년 시점에 이르러 1960년대생의 마지막인 1969년생이 53세가 됐기 때문이다. 1960년대 출생세대의 본류가 이제 50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른바 포스트 86세대로 불리는 1970년대생의 윗세대가 어느덧 50대에 진입했다. 그러다 보니 2012년에 이어 10년 만에 다시 두 번째 진영결집으로 치러진 이번 2022년 대선에서 스윙보터이자 캐스팅보터로 주목을 받은 건 20대와 30대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8일 점심을 먹기 위해 통의동의 한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스윙보터이자 캐스팅보터가 된 20~30대 이제 ‘세대정치론’의 견해를 들어보자. “2012년 대선이 끝난 다음, 젠더 효과를 처음 발견했다. 당시 20대 남성도 문재인 후보를 많이 지지했지만, 여성들이 훨씬 더 많이 투표했다. 반면 당시 30대는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진보적이었다. 왜 그럴까. 속된 말로 문재인 후보가 잘생겨서 20대 여성이 좋아하나 보다 싶었는데 아니었다. 20대 여성들은 그때 이미 상당히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드러내고 있었다. 당시의 20대가 10년이 지난 지금 30대가 됐다. 그 효과가 이제 자리를 잡았다. 젠더 구도가 자리 잡은 셈이다.” 진보성향을 가진 20~40대가 한국사회의 주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책 <진보 세대가 지배한다>를 냈던 유창오 작가의 말이다. 유 작가가 이 책을 낸 게 2011년이었다. 그후 10년이 흘렀다. 20~30대에서 젠더 구도가 뚜렷해졌다. 그 반작용으로 새로 20대로 진입한 세대들(책 저술 당시 10대들)이 진보세대에서 이탈했다고 유 작가는 주장했다. “이들이 결정적으로 돌아선 건 문재인 정부 시기다. 정부가 하는 걸 보고 이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 정부의 진보정책, 구체적으로 페미니즘, 북한, 비정규직 정책 등을 보면서 이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다시 보수정권으로 바뀐 세상에서 이들이 다시 ‘진보진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는 “쉽게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대정치이론에 따르면 정치의식에 눈을 뜨는 시점에 확립된 정치의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실제 우리 세대(50대)를 보면 맞는 것 같다. 일단 만들어진 프레임은 오래 간다. 진보매체만 보고 SNS의 등장 이후에는 SNS를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주위에서 과거 20년 전 젊었을 때 자신들이 부모에게 투표를 권유했던 것과 정반대의 갈등을 빚은 사례를 꽤 목격했다고 말했다. “친구 중 아들이 공부를 잘해 명문대 의대를 갔는데, 아들이 부모에게 꼭 투표해라, 윤석열을 찍으라고 했다는 이가 있었다. 우리가 과거 김대중을 찍어라, 또는 노무현 아니면 민중후보 백기완을 찍으라고 했던 것처럼 이 친구의 경우 고민하다가 도저히 윤석열은 못 찍을 것 같아 심상정을 찍었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바랐던 것과 거꾸로 된 세상이 돼버린 현실이 쉽게 바뀌진 않을 거다. 스스로를 돌이켜봐도 20대 때 가졌던 정치적 신념이 잘 안 바뀌지 않던가.” 과연 이제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민주당 쪽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20~30대가 보수화됐기 때문에 민주당을 비판한다는 시각이다. 까놓고 봐서 조국을 비판하는 것이 보수냐. 민주당은 진보, 국민의힘은 보수라는 식의 잘못된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이번 대선을 대하는 민주당 측 전략가들이 착각한 게 있었다. 전체 유권자 대비 2030 유권자 수가 적기 때문에 이들의 영향력이 작을 것이라 는 예측이다. “한국의 인구구성이 아래로 뾰쪽한 삼각형 모양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 투표의 결정력이 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또는 무너뜨리기 위해 기성세대들의 정치적 갈등이 격렬해질수록 젊은 세대가 자동적으로 캐스팅보터가 돼서 권력 효과에 영향을 주리란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기성세대들이 싸울수록 20~30대의 힘이 커진다는 걸 망각했던 거다.” 기존의 양 정치세력이 고정된 상황에서 소수의 스윙보터들이 ‘균열’의 주체까지는 아니지만 변화의 주제로서는 훨씬 유효할 수 있다는 걸 이번 대선에서 20~30대가 확실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가시화된 ‘20대 현상’이 뜨겁게 주목받은 배경이다. 그중에서도 이대남 현상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단행본이나 논문, 기사 등을 통해 여러 진단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대선결과를 놓고 그동안 진단을 내린 이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이대남 ‘반민주당’ 투표 동인은 “‘젠더’를 제외하고 이번 대선에서 20대의 움직임을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 ‘MZ세대는 어떻게 정치를 움직이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책 <캐스팅보트>를 낸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의 말이다. “과거까지 20대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대선결과를 보면 지난해 4·2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이대남 현상이 이번 대선에도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막판에 이르러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이대녀의 결집도 빠르게 올라가면서 젠더 갈등이 핵심 동인이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는 전체적인 흐름이 “민주당은 청년들의 민심을 잃은 조건에서 치른 선거”였다고 덧붙였다. “과거 교육감선거에서 진보교육감들이 출마할 때 교육격차를 줄이자며 수시전형을 줄이고 특기자 전형을 늘리는 대책을 제시했다. 2019년 조국 사태가 난 다음 뚜껑을 열어보니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이 불평등을 줄이기는커녕 부와 지위 세습을 수월하게 하는 도구라는 걸 알게 됐다. 그 틈을 타서 이준석이 제시한 ‘능력주의’ 등이 공정 어젠다를 가져가고 말았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지만 그렇다고 20~30대의 보수화로 규정짓는 건 성급하다고 ‘20대 현상’ 관련 책을 쓴 저자들은 말한다. 선거 직후 언론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는 자기 뜻을 실현하기 위한 이대남들의 도구였다”고 밝힌 <K를 생각한다>의 임명묵 작가는 “미디어 환경에서 스마트폰이 주어진 이후 특정한 정체성을 가진 집단이 뭉쳐 자신의 의제를 요구하는, 팬덤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런 방식이 고도로 정치화된게 이번 선거였다”고 말했다. 그는 “세대별로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서로 다를 수 있고, 20대가 제기하는 징병 문제나 미투 문제, 사법제도나 문화콘텐츠 표현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은 어떤 다른 이익과 자원배분 문제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존재하는 갈등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윤석열 정부로 바뀌었다고 쟁점 사안이 해결되지도 않았고 해결 기미도 안 보이기 때문에 젠더 갈등은 더 심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급진의 20대>를 펴낸 김내훈 작가는 “윤석열 당선인을 찍은 20대 남성에 한해서 말하자면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고 무엇을 할지에 대한 이해보다 문재인·민주당 정부를 응징하겠다는 일념으로 표를 던진 게 이번 선거의 특징”이라며 “고용불안이나 임금차별 비정규직 등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을 보수세력이 이용해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치환한 전략이 성공한 셈인데, 여전히 사회에 대한 불만은 남아 있으니 곧바로 윤석열 정권에 플러스가 되기보다는 ‘과격함’만 더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선출 직후 분석서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이준석이 나갑니다 따르르르릉>(공저)을 낸 공희준 작가는 이준석 대표의 세대포위론과 관련해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이준석 대표로서는 이겼으니 성공한 셈 아닌가”라며 “문제는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제대로 패인 분석조차 하지 못하는 민주당 측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표지 이야기
‘안갯속 구도’ 이어지는 대선, 여론조사 개선책은(2022. 03. 04 14:54)
2022. 03. 04 14:54 정치
ㆍ공표금지 기간 단축 여론에 눈감은 국회… 단일화 후 변한 판세는 선거여론조사 공표금지 첫날 벌어진 전격적인 야권단일화에 따른 지지율 변동 추이는 3월 9일 선거투표가 종료되는 오후 7시 30분 이후에야 공개 가능하다. 야권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진짜 깜깜한 1주일이 됐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의 말이다. “종전에는 대선일 한달 이전에는 이미 구도도 가닥이 잡히고 후보 검증도 끝났다. 대선 한달 전 결과가 대략 맞는다. 1주일을 남겨두고 안갯속 상황이 되더라도 덜 궁금해한다. 그런데 지금은 현시점에도 구도가 100% 정리되지 않았다. 후보 검증도 안 끝났다. 선거가 끝나도 끝나지 않을 상황이다.” 그는 선거가 치열해지면 정책은 수렴되고 남는 것은 후보 본인의 도덕성 문제인데 지금 국면에서는 특이하게도 후보 부인 문제도 크게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공표금지 기간에 돌입하면서 남은 변수는 투표율과 도덕성이다. 크게 후보와 측근의 말실수, 부인 문제가 남는데 결국 그것에 따라 최종결과가 좌우될 것이다.” 홍 소장과의 인터뷰는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첫째는 주말인 2월 27일, 둘째는 세 번째 법정토론이 있던 3월 2일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전격 단일화를 선언한 3월 3일 다시 그에게 물어보았다. “공표금지 기간 이전에 실시한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고 4자 대결 구도로 치러진다는 전제로 단일화 실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물었다. 공표금지 기간 전 우리 조사에서 안철수는 6.1%를 받았는데 단일화 효과로 윤석열은 1% 남짓 표를 더 가져갈 것으로 본다. 현재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벌이는 상황이라면 1%는 크고 무서운 포인트다. 윤석열에게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직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는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윤 후보가 대세는 아니다. 투표율 1~3%로 결판나는 상황에서 마지막 변수(후보 자질이나 도덕성)가 발생하면 판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단일화 후 여론변화 추이, 아무도 모른다 3월 3일 새벽 전격 단일화 합의가 발표되자 기자가 초대돼 있는 친여성향(친야성향 단톡방에도 물론 초대되어 있다)의 단톡방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단일화 논의와 합의는 고도의 윤석열 숨기기 전략이다. 여론조사기관들과 언론이 합작한 내용으로 그렇게 크게 이슈가 되지 않을 듯 보이나 단일화 노림수는 여론조사기관들의 편법적인 윤석열 숨기기 전략, 즉 단일화 여론조사로 일주일간 여론을 끌고 가기 위한 것이다.” 그럴까. 전제가 틀렸다. 3월 3일부터는 각 여론조사기관은 조사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물론 공표금지 기간에도 기관별로 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일이 있지만 단일화가 실제 여야 후보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데이터는 3월 9일 선거 종료 후에야 공개할 수 있다. 심지어 3차 법정토론이 각 후보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도 ‘안갯속’ 기간에는 알 수 없다.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오후 10시 이후 심야엔 선거 여론조사를 못 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여심위가 각 여론조사기관에 ‘알리바이’를 주는 셈이다. 설령 그동안의 예측결과와 실제 선거결과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안갯속 기간에 일어난 변동 탓’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각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직전까지 여론조사에서 뒤진 결과를 보였던 후보는 이 기간에 후보자의 순위가 바뀌는 ‘골든크로스’가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반면 앞서는 결과를 보였던 후보는 대세는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방어한다. 역설적으로 데이터로 증빙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가능하다. “전화면접에서는 이재명이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윤석열이 이기는 것으로 나왔어도 당연히 발표했을 것이다. 그때도 이런 비판을 할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의 말이다. 공표금지 기간 전 마지막(D-6) 조사에서 이 기관은 같은 설문지로 전화면접과 ARS를 둘다 돌려 각각 결과를 발표하는 특이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ARS는 오차범위 내에서 이재명(43.2%)·윤석열(45%) 후보가 접전 양상을 보였는데 전화면접에서는 43.8% 대 36.1%로 오차범위 밖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제치는 것으로 나왔다(두 조사 모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ARS가 9.4%, 전화면접은 17.1%였다. 자세한 사항은 KSOI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이 조사결과를 두고 “추세가 중요한 여론조사에서 갑자기 다른 방식으로 변경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참으로 황당한 행태이자 희한한 여론조사”라고 비난했다. 이 소장은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해석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나 안 맞나에 따라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월권에 해당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정말 ARS의 정확도가 전화면접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냐 하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한 여론조사기관 대표의 말이다. 기존의 여론조사업계에서 ARS조사를 아직도 경원시하는 측면이 있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여론조사협회에서 ‘멀쩡한 기관’들은 ARS조사를 하지 않도록 단체로 서약한 적도 있다. 업계에 알려진 조사비용은 ARS가 전화면접의 4분의 1 수준이다. 컴퓨터와 자동응답 서버 등의 일정한 장비만 갖추면 입력한 내용에 따라 결과를 산출해주기 때문에 전화면접처럼 별도의 인력을 운용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사무실 한칸을 임대해 대표와 1~2명의 직원만 둔 ARS조사 전문업체, 소위 ‘떴다방’이 난립하고 있다는 게 기존 여론조사업계의 인식이다. 이번 대선 여론조사, 과거와 다른 점 전화면접 조사와 관련, 이번 대선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사가 외부의뢰기관 없이 자체적으로 정기적으로 시행 공표한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였다. 여론조사에서 단순임의추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층화표본추출법을 도입한 조사도 선거여론조사로서는 처음이었다. NBS에 참여한 하동균 케이스탯리서치 상무는 “자체 평가로는 가상번호를 통한 전화면접조사의 기준 또는 원칙을 조사시장, 정치·언론 분야에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며 “5회 이상 콜백, 3일간의 조사를 통해 높은 응답률을 이끌었고 가상번호 사용을 통한 층화확률추출을 통해 전화면접조사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3월 3일 발표한 NBS 전국지표조사의 공표금지 기간 전 마지막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각각 40%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 결과는 조사 시점이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로 3월 3일 새벽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선택지로 들어가 있는 조사였다.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는 이 조사에서 9%를 받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안갯속 기간을 지나 대선결과에서 핵심은 2030세대, 특히 여성층의 투표율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로서 남은 변수로는 2030여성이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관건이 될 텐데 지난 재보궐처럼 분산되거나 투표율이 낮아지면 이재명 후보로선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전체 여론조사 결과를 조사방법과 여론조사기관 성향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전체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서울대 국제정치데이터센터와 MBC의 ‘여론조사를 조사하다’ 페이지의 3월 2일까지의 대선주자별 선호도 전체 종합 그래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2.2%,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44%,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7.6%,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2.2%를 기록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공표금지 기간 직후 일어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결과를 포함하지 않은 결과다. / MBC.t서울대 국제 정치 데이터 센터 “이전 대선의 경우 초반에는 전화면접에 부동층이 많이 잡히니 선거일이 다가갈수록 ARS조사 결과에 수렴되는 모양새를 보였는데 이번에는 데이터들이 혼란스럽다. 비슷한 기간에 전화면접도 들쭉날쭉한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의 말이다. 리서치뷰는 RDD(전화임의걸기) 방식을 사용해 무선과 유선전화를 85:15 비율로 섞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한다. “2017년 대선까지는 무선 100%를 했는데 자체 평가결과 데이터에 문재인 지지자가 과도하게 부각되는 편향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후 5년간 85:15를 적용했다. 이번 대선결과에 따라 그 비율이 맞을지 재조정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리서치뷰만의 노하우로 다른 여론조사기관과 달리 설문구조를 설계할 때 가장 단순한 질문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하고 있는 여론조사 중 우리만 유일하게 국회의원 수에 따른 기호순서로 후보자를 호명하고 있다. 대부분 기관이 로테이션으로 돌아가거나 어떤 기관은 당명도 안 불러준다. 1948년 보통선거 도입 후 유권자들은 투표용지 프레임이 강력히 각인돼 있다. 유권자 중에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을 헷갈려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바이어스도 작용할 수 있다.” 그는 여론조사기관이 자신들이 제시한 결과가 맞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려면 예측조사결과를 발표해야 하는데 한국의 여론조사기관들은 기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기관은 제시한 데이터를 토대로 평가를 받고 시장에서 신뢰도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말도 안 되는 장난질을 쳤다면 시장에서 자동퇴출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선을 할 때 상하원의 절반 정도 중간선거도 같이하는데 누가 가장 정확한 예측치를 냈냐를 두고 전문가그룹이 여론조사기관을 평가해 순위를 발표한다. 2000년 선거의 경우 해리스 인터랙티브라는 회사가 종합 1위를 차지했는데 당시 인구비례 이외에 33~34개 변수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어떤 변수들을 적용했는지 다 공개는 하지 않지만 결국 사후 가중을 어떻게 줄 것인가가 핵심인데 한국은 획일적으로 인구 가중만 보고 있다.” 지난 2009년 10월 재보선부터 예측조사를 발표해온 리서치뷰는 3월 9일 투표마감(19:30) 직후 제20대 대통령선거 예측조사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여론조사기관들이 예측조사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특히 초박빙을 기록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판세 조사와 실제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조사는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이고, 실제 최종투표 결과는 그중 70~80%가 누구를 지지했는지 투표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일반 여론조사와 최종 선거 득표율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여론조사를 통해 각 후보의 최종 득표율 계산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월 3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열린 ‘영등포를 일등포로, 이재명은 합니다!’ 영등포 집중 유세에서 후보를 사퇴하고 지원유세에 나선 김동연 후보와 함께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왜 예측조사 결과치 안 내놓을까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의 말이다. “전화면접조사의 경우 응답유보층이 평상시 20%에 달하다가 선거에 임박하면서 10% 내외로 줄어드는데, 그 경우도 누구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지 판별분석을 해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누구에게 투표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도 다른 문항, 예컨대 이번 대선에 대한 인식에서 정권교체인지 재창출인지나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답을 보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지 예측을 할 수 있다. 둘째로 중요한 대목이 여론조사에 응답한 사람이 실제 투표할지 예측이 필요한데, 한국에선 아직 연구나 기법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갤럽의 경우 지금 물어보는 ‘투표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 이외에도 투표참여와 관련해 7~8개 문항을 물어본다. 이를테면 ‘투표소 위치가 어디냐’, ‘지난 선거에 참여했냐’, ‘참여했다면 몇시에 참여했나’와 같은 질문이다. 이것을 외국에서는 투표가능성(likely vote) 모델이라고 해 판별 방법으로 쓰는데 한국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어 당장 도입하는 것은 무리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응답유보층에 대한 추가적 분석을 통해 예측값을 만들어내는 것은 현재 전화면접 여론조사 회사의 경우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에도 딱히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NBS조사와 함께 이번 대선 여론조사에서 또 하나 주목을 받은 것은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국제정치데이터센터장)와 MBC가 ‘여론조사를 조사하다’라는 이름으로 전체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사기관 성향과 추세를 바탕으로 베이지안 동적선형모델을 만들어 예측결과를 제시한 작업이다. ARS·전화면접·RDD·안심번호 결과를 총괄해 각각의 결과에 가중치를 줘 통계적 추세를 제시했다. 공표금지 기간 직전(D-7)까지 이 메타 조사결과로는 이재명 후보가 42.2%, 윤석열 후보가 44%를 기록한 것으로 돼 있다. 이 역시 윤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의 단일화는 배제한 다자 대결구도라는 가정하의 수치다(안 후보의 최종지지율은 7.6%로 조사됐다). “쉽게 말하면 종합주가지수를 생각하면 된다.” 3월 2일 통화한 박 교수의 말이다. 개별주가 중 튀는 지수가 있는 것처럼, 여러 여론조사도 튀는 결과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종합했을 때 지수나 경향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도 안갯속 기간을 거친 최종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억해보면 안갯속 기간에 온갖 일들이 일어난다. 당장 2012년 대선 때 국정원 댓글 사건에 이어 문 잠그고 대치하는 사건이 안갯속 기간에 일어났다. 안갯속 기간 자체가 변수가 되는 셈이다.” 공표금지 기간 6일→2일 단축, 공감대 선거전 6일부터 선거일 투표 마감 시각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없는 공표금지 기간이 너무 길다는 데엔 기자가 접촉한 여론조사기관 대표·관련 학자들의 의견이 모두 일치한다. 아주 없애진 않더라도 선거 전날과 당일을 포함한 이틀 정도로 안갯속 구간을 줄여야 한다는 데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찾아보면 선관위도 지난 2016년 6월 낸 공직선거법 개정의견에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해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라는 단서조항과 함께 ‘선거일 전일부터 선거일의 투표마감 시각까지’로 선거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 보도 금지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개정의견을 이미 국회에 냈다. 관련 법 개정을 논의해야 할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임무 방기다. 예측조사 이외에도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결과 자료의 공공성 문제도 향후엔 좀더 부각되면 좋겠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사실 ‘여론조사를 조사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심위에 PDF 포맷으로 돼 있는 자료가 스크랩이 안 돼 사람들을 고용해 일일이 손으로 긁어왔다. 엑셀 파일이나 변환 가능한 지정된 파일형식으로 만들어주면 누구나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여러 각도에서 재가공이 가능한데 건의할 때마다 여심위 측은 지적재산권은 각 기관에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물론 여론조사기관들이 여심위에 등록한 조사자료들의 원자료는 돈을 들인 조사기관이 갖는 것이 맞겠지만, 조사결과는 전화를 받고 답한 국민의 기여도 있기 때문에 공공의 소유로 봐야 하지 않을까.” 이 역시 향후 실시할 선거 여론조사에서 개선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취재 후]대선후보 배우자, 사생활과 공적 검증 대상 사이
[취재 후]대선후보 배우자, 사생활과 공적 검증 대상 사이(2022. 03. 04 14:53)
2022. 03. 04 14:53 정치
대선후보 배우자 검증 기획을 하면서 여러차례 내부 토론이 있었습니다. 정책 검증은 실종되고 상대방에 대한 막말과 비난만 난무하는 과열 대선판에, 대선후보 본인도 아닌 후보 배우자 검증이 과연 크게 벌일 만한 일이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비단 주간경향만이 아니라 배우자 의혹을 다룬 뉴스 댓글란에서는 어김없이 벌어지는 논쟁이기도 합니다. 검증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지난 1월 22일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측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나눈 통화 녹취록 보도와 관련, 인터넷매체들에 낸 방영금지 및 배포금지 가처분 민사재판에서 나온 서울남부지방법원의 결정을 주로 인용합니다. 남부지법은 녹취물을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할 때 “채권자(김건희씨)의 음성권, 명예권, 인격권과 사생활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결정문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채권자(김씨)는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예비후보자인 윤석열의 배우자로서 언론을 통해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공적 인물이고, 대통령의 배우자가 갖게 되는 정치적 지위나 역할,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의 배우자인 채권자의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관한 견해와 언론관·권력관 등은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공적 관심사로서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며 국민의 알권리 대상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단지 김씨에게만 해당하는 지적은 아닐 겁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공표금지 기간 시작과 동시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사퇴했습니다. 안 후보의 사퇴로 그의 배우자 김미경 교수가 이번 대선을 거쳐 청와대에 입성할 가능성은 ‘제로(Zero·영)’가 됐습니다. 사실상 김혜경·김건희 두 김씨 중 한 사람이 청와대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여러 기자가 함께한 이 기획에서 저는 김건희씨를 맡았습니다. 주말, 경향신문 인터넷판에 선출고한 기사에 담은 2004년 9월 ‘안양천 프로젝트 플로우’ 퍼포먼스의 얼음 속 짚인형 사진이 소위 ‘짤방’으로 변신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의혹은 막판까지 더 커지는 양상입니다. 대선이 끝나도 쉬 사그라들 것 같지 않습니다.
취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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