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45 건 검색)
- “오늘 또 바뀝니다” 대출 시장 요지경(2024. 09. 16 06:00)
- 2024. 09. 16 06:00 경제
- “두 달 새 30번 넘게 바뀐 지침, 대출 꿀팁 유료 특강 기승” “절판 마케팅에 8월 영끌 최다, 정책대출도 속도 조절 필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월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 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기 위해 지난 두 달간 경쟁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던 은행들이 이번에는 실수요자를 위한 예외 규정을 쏟아내고 있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되 실수요자는 알아서 선별해 보호하라’는 금융당국 주문에 은행들도 혼선을 겪고 있다. 당국 주문에 맞춰 은행들이 급하게 예외 규정을 내놓으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원들조차 시시각각 달라지는 규정을 숙지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 은행원도 모르는 누더기 대출 지침 은행마다 실수요자로 판단하는 기준이 제각각인 데다 앞으로도 계속 대출 조건이 바뀔 수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예정이다. 소비자는 본인이 실수자요임을 은행에 증명하기 위해 이혼서류나 청첩장 등을 준비해야 한다. 같은 사람이 은행에 따라 실수요자로, 투기 수요로도 분류되는 복불복 현상이 나타나자,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실수요자 대출을 받는 꿀팁>을 유료로 알려주는 특강 정보까지 등장했다. 은행권에서는 향후 변수가 많은 만큼 당분간 시장을 관망하며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당부한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일부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도, 지역 간 격차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정부의 정책자금 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 만큼 정책금융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은행들은 최근 ‘실수요자 판별 전담팀’을 잇달아 신설했다.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일률적 대출 규제로 억울한 실수요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1주택 갈아타기 차주가 기존 주택 매도 계약서 확인을 통해 예외를 인정하는 등의 실수요 관련 심사 사례를 공유하며 보완키로 했다. 지난 9월 12일 기준으로 주요 4대 은행(KB국민·신한· 하나·우리) 중 1주택자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 대출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하나은행이 1주택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지 않은 것은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에 여유가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연초 경영계획 대비 가계대출 증가 비율은 우리은행 376%, 신한은행 155%, 국민은행 145%, 하나은행 131% 순으로 집계됐다. 해당 비율이 낮은 곳일수록 대출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기본적으로 무주택자가 첫 주택을 마련하는 경우에는 주담대 대출이 가능하고, 갭투자(전세 낀 주택 구입)로 활용된다고 지적받은 전세 대출은 막고 있다. 그 외 은행들은 1주택자에게도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실수요자 예외 조항’을 두는데 각사마다 다르다. 소비자로서는 대출 자격 요건이 되는지 알려면 은행마다 발품을 팔아 일일이 상담을 해야 한다. 은행권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은행 관계자 A씨는 “현 지침도 일시적인 계획이라 앞으로 언제 어떻게 바뀔지 창구에서도 규제 내용을 자세히 모르는 상황”이라며 “통상 4분기에는 (은행이) 대출실적을 달성해 금리가 높아지고 연초에는 새해 경영 계획에 맞춰 원위치가 돼 다시 금리가 내려가는 경향이 있어, 향후 시장을 차분히 보고 신중히 접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1주택 실수요자 요건 놓고 논란 일듯 정부의 대출 규제 효과는 있을까. 은행 관계자 B씨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세금 등의 규제와 달리 (대출 규제는) 수요를 억제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가 높은 정책으로, 역대 정부들도 집값이 오르면 대출부터 조였다”며 “다만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려면 여러 시장 상황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집값을 잡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집값을 안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데는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수도권의 집값을 누르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중저가 지역을 놓고 선호 지역과 비선호 지역이, 서울과 지방 간의 양극화 격차가 더 커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서울을 중심으로 대책이 만들어지다 보니 지역 간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지방 주택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9월 9일 서울 한 은행의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본격 시행된 이달에도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 지속되는지 예의 주시하면서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조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2금융권으로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풍선효과가 나타나는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연합뉴스 앞선 두 달간 대출 시장에서는 ‘촌극’이 벌어졌다. 당국은 지난 7월 대출 확대로 인한 가계 부채 문제를 지적했고, 은행은 30여건의 대출 지침을 발표했다. 금리는 계속 올랐고, 금융당국이 사실상 이를 방조해 은행의 이자 수익만 불려준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월 25일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 금리 인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며 “더 세게 개입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 후 은행은 경쟁하듯 1주택자에 대해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 신용대출 한도 제한 등의 방안을 내놨다. 세밀하게 준비되지 않은 정책에 갑자기 대출이 막혀버린 실수요자들은 피해를 보기도 했다. 당장 오는 11월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 관련해서도 은행에 따라 대출 여부가 달라 실수요자 사이에 불만이 커졌다. 논란이 일자 이 원장은 지난 9월 4일 “실수요자 보호가 필요하다”며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오락가락하는 그의 발언에 대출 정책은 갈지자 행보를 이어갔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대출 규제에 시장과 실수요자는 몸살을 앓았다. 결국 이 원장은 지난 9월 10일 은행장간담회에서 대출 정책과 관련한 오락가락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가계대출 급증세와 관련해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국민과 은행창구 직원에게 불편과 어려움을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자신이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을 비판하고서 은행들이 대출 규제를 내놓자 이로 인한 실수요자 피해를 지적하면서 불거진 혼란을 거론하며 사과했다. 그는 가계대출 관리 방향에 대해 “은행마다 여신 포트폴리오가 달라 여신 심사에 대한 특정 기준을 세우되, 그레이존(어느 영역인지 불분명한 회색지대)에 대해선 은행연합회와 논의하는 방식이 나왔다”고 말했다. ■ 9~10월 주택시장, 대출정책 가를 분기점 혼란을 겪는 사이 부채는 더 증가했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근 주택 거래가 크게 늘면서 지난 8월 은행권 주담대가 8조2000억원 늘며 역대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정책이 실패한 셈이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11일 은행권의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이 전달보다 9조3000억원 늘어 총 1130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중 주담대는 8조2000억원 늘어 8월 말 기준 잔액은 890조6000억원에 달했다. 8월 증가폭은 2004년 통계 편제 이후 가장 큰 수치다. 특히 8월 주담대가 늘어난 데는 금융당국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애초 7월에서 9월로 늦춘 것도 요인으로 꼽혔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 5~6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 늘었고 대출은 2~3개월 시차를 두고 영향을 받는다”면서 “과거에도 대출 규제가 예정돼 있으면 그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선수요가 발생하는데 그 영향도 있었다”고 했다. 대출 한도가 축소되기 전 ‘막차 영끌’ 수요가 급증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 등으로 9월 증가폭은 축소될 것으로 본다”며 “집값 상승 기대와 이사철 수요, 금리 인하 전망 등은 불안 요인”이라고 했다. 국제기구는 한국의 과도한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또다시 경고음을 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9월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을 두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100%를 넘어 경제성장률도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민간신용은 금융기관을 제외한 기업, 가계 등 민간부문 부채로, 한국의 민간신용 비율은 작년 말 222.7%(BIS 기준)로 가계부채 100.5%, 기업부채 122.3%다. 처음에는 부채가 성장을 촉진하는 정비례 관계를 보이다가 100%를 넘으면 꼭짓점을 찍고 반비례로 돌아서 성장을 가로막는 역 U자형 곡선을 그린다. 빚을 내 소비를 늘리면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높아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채 상환과 이자 지급 부담에 성장 잠재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가계부채에 대한 부처 수장들의 진단이 제각각인 것도 문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월 9일 “정책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린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면서 금리는 조정하되 대상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전방위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주담대의 80%에 육박하는 정책대출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9월 6일 “가계대출이 늘어나는데 정책자금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러 국제기구의 경고처럼 부채 총량을 줄이지 못하면, 한국은 소비와 투자가 모두 부동산에 몰려 내수 회복은 물론 경제성장도 어렵다”며 “정책금융도 소외된 지역을 제외하고는 속도를 조절하며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대출 완화로 끈 ‘급한 불’ 가계대출 폭증 어쩌나(2023. 10. 20 10:45)
- 2023. 10. 20 10:45 경제
- ㆍ부동산발 경제위기 막으려 세제·금융완화책 쏟아내 ㆍ특례보금자리론 부작용, 9·26 공급대책도 도마 위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방문객들이 잠실 일대 아파트단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을 연상케 한다.” 가계부채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학 교수가 지난 8월 전미경제학회(NBER)에 기고한 ‘한국과 중국의 주택, 가계부채, 그리고 경기사이클’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주장한 말이다. 그는 “주택시장 붐이 시작된 2015~2021년 사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폭이 약 23%”라며 “중국과 함께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높고, 금융위기 발발 이전인 미국의 2001~2007년 가계부채 비율 증가 속도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수피 교수는 2014년 저서 <빚으로 지은 집>에서 가계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경고해 주목을 받았다. 가계부채가 늘수록 소비지출이 감소해 결국은 장기 불황을 가져온다는 게 책의 결론이다. 같은 이유로 ‘가계부채에 의존한 성장’ 역시 매우 위험하다고 그는 짚었다. 올해 한국에선 지금 그 책에서 경고했던 가계부채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수피 교수가 NBER에 특별히 한국과 중국을 집어 논문을 투고한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은 올 7월 발표한 가계부채 보고서에서 국제결제은행 자료를 인용해 작년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0%로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고 밝혔다. 이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에 바로 ‘부동산’이 있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 대출자 수는 1977만명, 전체 대출 잔액은 1845조3000억원이다. 이중 절반이 넘는 1018조원(54.9%)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수피 교수가 지적한 가계부채의 급증 시기는 국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가계부채로 쌓아올린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순간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정부가 최근 대출규제를 강화하며 관리에 나섰지만, 우려는 계속되는 중이다. 가계대출로 부동산 경기 부양했나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부동산 경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풍향계와 같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매매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6월부터 2022년 1월 중순까지 86주간 내리 올랐다. 식을 줄 모르던 가격 상승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정부의 대출규제가 맞물리면서 꺾였다. 1월 하순부터 가격 하락이 시작됐다. 작년 4~5월 두 달간 가격변동이 없는 ‘보합’을 유지하긴 했지만, 대통령선거에 따른 반짝 효과였다. 월간 거래량이 수개월째 1000건에도 못 미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계속 하락했다. 하락폭도 점차 커져 지난해 말에는 한 주 동안 아파트값이 0.7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같은해 6~8월 석 달간 기록한 하락폭(-0.74%)보다 높은 수치다. 부동산 업계에선 “1차 조정기가 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부동산 랠리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기록적으로 이어졌다”며 “경기 사이클을 감안할 때 조정기가 온 게 확실했다”고 말했다. 급락하는 아파트값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주택 보유 유무에 따라 엇갈렸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 방향(경방)’에서 대출규제 완화 및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금융완화 대책을 대거 쏟아냈다. 다주택자들이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추가 주택 구매를 할 때 본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수 없었지만 이를 풀었다.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으로부터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된 총 40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도 경방에서 나왔다. 취득세와 양도세도 인하했다. 종합하면, 국민이 빚(대출)을 더 내 집을 살 수 있도록 규제를 푼 셈이다. 부동산 업계에서 일명 ‘둔촌주공일병 구하기’로 불리는 중도금 대출 완화 대책도 지난 1월 나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아파트 중도금 대출 가능 분양가 기준을 종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려 실행했다. 하지만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84㎡형의 경우 분양가가 모두 12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막히자 저조한 청약경쟁률(1순위 평균 3.7 대 1)을 보였다. 업계에선 “실제 본계약에선 ‘미달’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왔다. 그러자 정부는 1월 들어 아파트 분양가와 관계없이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손봤다. 미달 우려가 나오던 둔촌주공은 3월까지 일부 무순위 청약 등을 거쳐 결국 ‘완판’됐다. 정부는 잇따른 규제완화책을 놓고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를 바라보는 평가는 엇갈린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금리 인상과 함께 시장 흐름에 따라 나타난 부동산 가격 조정기를 정부가 대출규제 완화를 통해 계속 유동성을 공급해 떠받친 것”이라며 “결국은 국민이 집을 사야 해결이 되는 문제로, 집값 하락 문제를 사실상 가계에 떠넘긴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대출 완화 등 부동산 정책 변화가 없었다면 올 상반기에 건설사 실적 악화 등으로 부동산발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며 “가계부채가 더 증가한 것은 맞지만 현재 주담대 연체율이 크게 높지 않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출 완화 뒤 아파트값 ‘반등’, 이면엔 가계부채 ‘급증’ 정부가 대출규제 등을 풀자 부동산 시장엔 곧장 효과가 나타났다. 2022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연속 ‘월 매매거래량 1000건 미만’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 1월 1411건으로 반등한 뒤 증가추세를 보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40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이 특히 거래량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0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은 “금리 상승기 서민주택 실수요층이 이자 상승 불안 없이 다양한 용도의 저금리 자금을 이용하도록 지원하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신규주택 구입, 기존대출 상환, 전세금 반환 등의 용도로 신청 가능하다. 평균 5%대인 시중은행의 주담대 대출금리에 비해 평균 4.15%의 저렴한 금리를 제공한다. 대상 주택가격 9억원 이하, 소득 제한 없이 최대 5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TI) 한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특례보금자리론 집계 자료(8월 31일 기준)’를 보면 접수된 총 35조4107억원의 대출신청 금액 중 ‘신규주택 구입’이 목적인 금액이 21조6395억원으로 전체의 61.1%를 차지(최종 대출 결과는 변동 가능)했다. 구입하려는 주택의 가격대는 ‘3억~6억원’이 65.9%(14조2639억원)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 업계의 분석대로 특례보금자리론이 시장 매매거래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거래량 증가로도 나타났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올해 1월 30일부터 신청을 받아 심사기간(30일)을 거쳐 실질적인 대출이 이뤄지기 시작한 시점은 3월 초부터였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월 2985건, 4월 3186건 등으로 늘어난 뒤 9월(3144건)까지는 계속 3000건대의 거래량을 유지하는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가량 거래량이 늘어난 수준이다. 아파트 가격 하락폭도 점차 줄더니 5월 중순부터는 결국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후 지난 10월 둘째 주(10월 9일)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21주 연속 올랐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활성화엔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은 결국 가계부채를 늘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책을 신호로 받아들여 50년 만기 대출상품을 속속 선보이며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내내 감소세가 지속되던 가계부채는 올 1분기에만 18조3000억원의 부채가 감소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면서 2분기 중 가계부채는 6조5000억원 늘었고, 3분기 들어서는 7~8월에만 11조5000억원이 증가하는 등 증가폭을 키우는 중이다. 지난 10월 11일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대출 반등의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며 “올해 2월 이후 기준금리는 3.5%로 유지되는데 주담대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례보금자리론과 관련한 비판이 가중되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13일 ‘연소득 1억원·주택가격 6억원 초과’ 대상에 대한 ‘일반형’ 대출을 중단하고,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특례보금자리론 신청도 금지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착륙 방지를 위한 대책은 필요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정책이 가져오는 부작용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너무 빠르게 규제를 풀고 있어 문제”라며 “금리가 계속 높게 유지되기 때문에 결국 대출(가계부채)은 대출대로 심각해지고, 부동산 역시 하락 기조 흐름을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9월 2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기재부 제공 9·26 공급대책 놓고도 “PF 부실 우려” ‘서민 내 집 마련 대출’이라는 취지와 달리 고소득층에게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이 집중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용우 의원실의 최근 자료를 보면 모두 35조4107억원의 대출신청 금액 중 고소득층에 해당하는 ‘연소득 7000만원 초과’ 신청자가 차지한 대출신청금액이 총 14조4363억원으로 전체의 40.1%를 차지했다. 정부가 “서민 대출용”이라고 설명했던 특례보금자리론 중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신청금액은 총액이 2조4987억원으로 애초부터 비중이 크게 낮았다. 이 의원은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저금리 혜택이 고소득층에게 지나치게 치우쳐져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며 “국민의 세금을 이용해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목적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안정적으로 주택을 소유하거나 임대할 수 있도록 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발표한 ‘9·26 공급대책’을 놓고도 실효성 및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3만 가구의 추가 주택 물량을 확보하고, 규제 완화 및 금융 지원을 통해 민간 물량 공급 확대를 추진한다는 내용 등을 뼈대로 하는 대책이다.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임기 내 270만 가구 공급’을 이행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왔다. 공약이 실현되려면 민간 차원의 공급이 원활해야 한다. 올해 1~8월 전국 주택 통계에서 지난해 대비 인허가 물량은 39%, 착공 물량은 56% 각각 줄었을 정도로 선행지표가 나빠진 것이 이번 대책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책 중 하나는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한도 확대’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관 등을 통해 총 7조2000억원 이상 규모로 부동산 PF 및 건설사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보증과 대출을 더 해줄 테니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더 지어달라는 당부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직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당시의 PF 부실 우려 여파가 남아 있는데 주택 경기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에서 PF를 확대해 공급을 늘리는 게 과연 맞는 판단인지 의문”이라며 “건설사들이 금리나 미분양 등의 리스크를 안고 정책에 호응해 공급에 나설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참여를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공급량 확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대책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다만 PF대출 여력을 확대하는 만큼 금융 부실 규모가 커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 표지 이야기
- 정부, 왜 가계대출 조이나(2021. 10. 29 14:27)
- 2021. 10. 29 14:27 경제
- ㆍ‘대출 까다롭게’ 정책기조 유지… 가계부채 관리 강화 “가계부채 관리 강화는 환영받기 어려운 인기 없는 정책입니다. 그러나 가계부채 위험 대비를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0월 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브리핑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금융과 경제 불확실성이 더 크게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현시점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잡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 발표된 10월 26일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지점 앞에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 강윤중 기자 이번 대책의 골자는 “대출을 내줄 때 빌리는 사람의 상환 능력을 더 따져 보겠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최근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이다. 이를 통해 내년도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근접한 4~5%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목표다. 상환 능력 더 철저히 따진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의 핵심을 요약하면 돈을 빌리는 사람이 실제 갚을 수 있는 수준까지만 대출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를 “상환 능력 중심 대출 관행의 확고한 정착”으로 표현했다. 기존엔 담보 위주로 대출을 판단했다면 앞으로는 차주(빌리는 사람)를 단위로 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에 더 무게중심을 주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DSR이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말한다. 현재 차주단위 DSR은 은행을 기준으로 40%다. ‘DSR 40%’라면 연소득 5000만원인 사람의 경우 1년 동안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이 2000만원을 넘어설 수 없다. 현재 시행 중인 차주단위 DSR은 1단계로서, 1억원 초과하거나 규제지역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만 차주단위 DSR를 적용한다. 2단계는 2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3단계는 1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DSR을 적용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는 2단계와 3단계 시행 일정을 확 앞당겼다. 당초 내년 7월 시행 예정이었던 2단계는 내년 1월, 2023년 7월부터 시행하려던 3단계는 내년 7월에 조기 시행하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예를 들어 내년 1월 기존 대출 총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사람이 추가 대출을 신청할 경우, DSR이 이미 40%를 초과한 상태거나, 추가 대출로 DSR이 40%를 넘어서게 되면 대출을 더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대출액이 2억원 이상인 차주는 전체의 13.2% 정도다. 따라서 취약·서민계층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도 어려워졌다. 제2금융권 DSR 기준은 현재 60%인데, 이를 내년부터 50%(보험·카드사)까지 내리기로 했다. 캐피탈·저축은행 DSR 또한 90%에서 65%로 하향했다. 내년도 소득 수준이 올해와 같다면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또 내년부터 차주단위 DSR를 산정할 때 카드론도 신규 포함하고, 마이너스통장은 실제 사용 금액이 아니라 한도금액을 기준으로 DSR을 산정하기로 해 전반적으로 대출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소급 적용 없어… 예외는? 기존에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어서는 경우는 초과분만큼을 반환해야 하느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은 “소급은 없다”고 못 박았다. 금융위는 “신규로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부터 새로운 규제 방식이 적용된다”며 “기존의 대출에 소급 적용해 대출을 회수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또 차주단위 DSR 2단계 시행일 전에 분양돼 잔금 대출을 받으려고 할 때, 2단계 시행일인 내년 1월 이전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가 있었다면 공고일 당시 규정을 적용해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더라도 차주단위 DSR을 적용하지 않는다. 단 내년 1월 이후의 신규 대출은 적용 대상이다. 전세보증금 대출은 DSR 적용에서 예외다. 금융위는 “전세대출 전면 중단 가능성에 대한 시장 우려가 높아 관리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서민금융상품(징검다리론, 대학생·청년 햇살론 등)과 3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 주택연금, 정책대출 등도 DSR 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용대출을 갱신할 때 기한을 연장하거나 금리·만기 조건만 변경하는 경우도 대상이 아니다. 신규 대출 건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단 기존 대출을 증액하는 경우는 신규 대출로 취급돼 DSR을 적용받는다. 아울러 이번 대책으로 신용대출 DSR 계산법이 만기를 ‘7년’으로 가정하던 것에서 ‘5년’으로 줄어들었다. 한해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커지게 되므로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커지는 가계대출 우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가계부채가 규모가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앞당길 것으로 보이면서 자칫 국내 금융 건전성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금융위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를 위협할 최대 잠재위험 요인”이라고 밝혔다. 주요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 변화를 보면, 2016년 말에서 2021년 6월 말 사이 한국은 87.3%에서 104.2%로 뛰었다. 같은 기간 일본(57.3→63.9%), 독일(52.9→57.8%), 미국(77.5→79.2%)에 비하면 증가폭이 크다. 전년 동기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9년(4.1%)에서 지난해 7.9%, 올해 2분기 10.3%로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금융위는 만기 일시상환이 아닌 분할상환 대출 구조가 확대되도록 유도하겠다고도 했다. 이렇게 되면 가계대출 총액을 줄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과도한 부채를 가지고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국내외적인 경제·금융 상황 변화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DSR 강화 시행시기를 앞당긴 것과 분할상환을 유도한다는 방향성은 고육지책인 동시에 지난 4월 대책보다는 진일보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세대출이 DSR 규제에서 제외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같은 결정이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에 부합하려면 가계대출을 조이는 한편으로 복지 확대와 주거 정책도 연동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를 아십니까?(2020. 11. 27 15:52)
- 2020. 11. 27 15:52 사회
- ㆍ서울 관악구 운영, 주민들은 책 볼 기회가 늘어나고 서점은 매출 늘어나 “바로대출 책 받으러 왔는데요.” 서울 관악구에 있는 드림서점에는 사람들이 책을 대출하러 찾아온다. 새책을 파는 서점인데도 매일 10명 이상의 손님은 대출이 목적이다. 지난 11월 24일 만난 최현석씨도 그중 한명이다. 최씨는 이날 아이가 읽을 신간 동화책 3권을 받았다. 모두 새책이었지만 돈은 내지 않았다. 도서관 회원증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대출은 완료됐다. 서점에 들어와 책을 받아가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날 최씨가 이용한 제도는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다. 경기도 용인시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지만 서울에는 관악구가 유일하다. 제도의 특징은 주민이 읽고 싶은 신간도서를 가까운 동네서점에서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점으로 반납한 책은 구내 11개 도서관 중 한곳이 구입해 다음 대출에 사용한다. 대상은 관악구민으로 제한된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관악구통합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고 총 7곳의 동네서점 중 책을 받기 편한 곳을 지정하면 된다. 1~2일 정도의 심사를 거쳐 승인이 되면 지정한 동네서점에서 책을 대출할 수 있다. 전체 과정은 보통 3~4일 만에 완료된다. 다만 출간된 지 3년이 지났거나 관악구 내 도서관 세 군데 이상에서 소장 중인 책은 신청할 수 없다. 중복 구매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또 수험서나 5만원 이상 고가 도서도 공공도서관 운영원칙과 맞지 않아 신청이 불가능하다. 책 대출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 지난해 6월 시작된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독서기회를 확대하자는 목표로 추진됐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수요가 급증했다. 2019년 3933명이었던 이용자가 올해 10월 기준 1만616명으로 증가하며 1년 만에 2배 넘게 상승한 것이다. 대출 권수의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2019년에는 5653권이 대출됐고, 올해는 1만8547권이 대출됐다. 3배가 넘는 성장이다. 제도에 참여한 서점 대표들이 느끼는 성장세는 통계수치보다 극적이다. 관악구에서 2대에 걸쳐 대천서점을 운영하는 구본용씨는 “동네서점 바로대출제가 없었다면 벌써 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구씨는 “한달에 30권도 팔리지 않던 책이 바로대출로 300권 가까이 나간다”며 “48년째 서점을 운영했지만 바로대출제 때문에 서점 위치를 처음 알게 된 분도 많다”고 했다. 드림서점 대표 성병찬씨가 선반에 쌓인 책들을 바라보고 있다. 드림서점을 운영 중인 성병찬씨의 만족감은 선반에 높게 쌓인 책에서 드러난다. 모두 동네서점 바로대출에 이용된 책들이다. 흐뭇하게 책들을 바라보던 성씨는 “이 책들은 공공도서관 중 한곳에 납품될 예정”이라며 “매달 서점 임대료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보 효과도 있다. 책을 대출해주며 동네서점도 알린다는 것이다. 좋은책서점을 운영 중인 이정원씨는 “바로대출제 때문에 서점을 처음 방문하는 손님이 늘었다”며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해졌다”고 했다. 이씨는 “특히 대형서점만 방문해본 아이들에게 동네서점을 알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매출증대와 홍보는 예상된 것이지만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효과도 있다. 1988년 문을 연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 ‘그날이 오면’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날이 오면은 대학가에 얼마 남지 않은 전문서점이다. 서점 안에는 <러시아 혁명사>, <프랑스 철학>, <헤겔> 등 대형서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도서들로 가득하다. 과거에는 서울대 학생들의 단골 서점이자 토론을 하는 사랑방 역할을 했다. 서점 간판은 신영복 전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직접 쓴 글씨로 제작됐다. 신영복 전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직접 쓴 글씨로 제작된 '그날이 오면' 간판 그날이 오면 대표 김동운씨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학생들의 관심은 실용서나 수험서로 옮겨갔다. 그날이 오면도 심각한 운영난을 겪었다. 1993년부터 서점을 운영하는 김동운씨는 “원래 큰 길가에 서점이 있었는데 운영이 어려워 3년 전 골목으로 옮기게 됐다”며 “바로대출제를 통해 발생한 수익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바로대출로 예약되는 책들은 대부분 그날이 오면이 취급하지 않는 책들이다. 하지만 김씨는 출판사를 수소문해 최대한 빨리 이 책들을 구한다. 주민들이 제도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전문서점도 계속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김씨는 “책을 대출하러 왔다가 인문·사회과학 책들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도 있다”며 “여러모로 고마운 제도”라고 말했다. 도서정책은 독자 중심으로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를 반기는 것은 이용자 역시 마찬가지다. 관악구에 사는 김혜진씨는 “소설책을 읽는 것이 취미인데 매번 1만5000원쯤 하는 책을 사기가 부담스러워 바로대출을 이용한다”고 했다. 또 “인기 있는 신간을 도서관에서 대출하려면 최소 1~2개월을 기다려야 하지만 바로대출을 신청하면 3~4일 안에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이주은씨는 “아이들 책은 금방 읽기도 하고, 빨리 지겨워해서 바로대출을 이용한다”며 “서점에서 필요한 책을 직접 고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만족감을 묻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다른 지역은 이걸 안 하나요?”, “지인들에게 꼭 추천합니다”, “중간에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등이다. 늘어나는 수요에 관악구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1인당 2권씩 대출 가능했던 제한을 5권으로 늘렸고, 대출 기간 역시 1주에서 2주로 확대했다. 도서구입 예산에서 ‘동네서점 바로대출제’에 배정되는 규모도 늘렸다. 수요가 발생하는 곳에 예산을 집중한 것이다. 관악구 관계자는 “앞으로 서점 2곳 정도를 더 참여시켜 주민들이 보다 가까운 서점에서 책을 빌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는 구청이 소비자들의 수요를 잘 파악한 것”이라며 “굉장히 창의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책은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례인데 매번 책을 사게 하는 방식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책에 관한 정책은 독자 중심으로 생각할 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법률 프리즘]고리대금은 악이고 저리 대출은 선인가(2020. 11. 27 15:52)
- 2020. 11. 27 15:52 사회
- 얼마 전 같은 날, 두 기사를 보았다. 첫 번째 기사는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연 360%의 폭리를 취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변제를 독촉한 20대 무등록 대부업자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는 내용이다. 이 대부업자는 200만원을 빌린 채무자의 나체 사진을 찍어 변제할 것을 협박하기도 했다. 두 번째 기사는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낮추기로 했고, 유력 대선후보인 정치인은 “일하지 않으면서 일하는 사람의 성과를 착취하는 고리대금업”이라면서 최고이자율 20%도 높으니 10%로 제한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는 내용이다. 11월 16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 당정협의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극악무도한 불법 대부업자를 욕하고 1년의 징역이 솜방망이 처벌이라 비판하는 것은 쉽다. 고리대금업이 노동 없이 성과만 착취하는 것이라 비난하는 것도 쉽다. 그러나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모든 금융기관의 이자율은 그들이 감수한 위험에 따른 비용이다. 대부업체를 예로 들면, 모집수수료와 판관비, 대부업체가 다른 금융권에 돈을 빌리는 이자로 채권의 12%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즉 채무자의 조건을 감안할 때, 채무자가 돈을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12%가 넘어 보인다면 대부업체는 그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최고이율이 20%가 된다면 8%, 그리고 일각의 주장에 따라 10%가 된다면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상적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이들은 우선 주변에서 돈을 빌린다. 그러다 갚지 못하면 돈을 받지 못한 이들은 또 법률 비용, 생활 자금 등을 위해 돈을 빌려야 하나 빌리지 못하는 악순환이 펼쳐진다. 이러다 어떤 이들은 불법 대부업자를 찾는다. 최고이율 제한은 이런 상황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아무리 엄히 처벌해도 수요가 있다면 공급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 불법이라 대부 조건은 더 가혹할 것이다. 금주법이 마피아를 키웠듯, 너무 엄격한 이자제한법은 범죄 단체만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혹자는 ‘박정희 시대에도 최고이자율이 25%였다’고 이야기하지만, 당시는 사채가 성행했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최고이자율을 20%에서 36.5%까지 단번에 올렸다는 점도 또 다른 역사적 사실이다. 성매매, 마약, 도박이 그러하듯 법은 상호 합의하에 하는 행위, 수요와 공급에 따른 행위라 해도 사회 전체에 간접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금지하거나 처벌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제한은 섬세해야 한다. 우선 ‘계약 자유’라는 기본권 침해이기 때문이고, 금지만으로 모든 거래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인 규제는 결국 지하경제만 확대하고 법의 권위마저 떨어뜨린다. 돈이 필요한데 빌릴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최고이자율을 낮춘다고 고리대금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고리대금은 악이고 저리(低利) 대출은 선이라는 도덕론적 접근은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고리대금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시도에는 복지 확대, 사교육비 부담 경감,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 사람들이 급전이 필요한 상황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이 선행되거나 병행되어야 한다.
- 법률 프리즘
- [우정이야기]우체국보험 약관 대출 금리 인하(2020. 04. 10 15:06)
- 2020. 04. 10 15:06 경제
- 겨울이 지나고 지천에 꽃이 피었지만 몸도, 마음도 춥다. 감염병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가경제도, 가계도 꽁꽁 얼어붙었다. 가계소득 악화로 생계자금 마련을 위해 예·적금이나 보험 등을 만기 전에 해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4월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이 본격화한 이후 은행 예·적금을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월 20일부터 4월 3일까지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6개 시중은행에서 예·적금 중도 해지 건수가 총 113만이 넘었고, 그 액수는 13조원에 육박한다. 보험 해지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3대 생명보험사의 해약환급금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7% 늘었고, 같은 기간 3대 손해보험사의 장기해약환급금은 8.4% 늘었다. 예·적금이나 보험 가입자들은 생계나 사업으로 인한 생활자금이 급해 적금이나 보험료를 추가 불입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중도 해지를 택하게 된다. 예·적금은 중도 해지하면 통상 애초 약정한 이자의 50~70%밖에 받지 못한다. 특히 보험은 중도 해지 시 해약환급금을 손해 보는 것은 물론 보험을 통한 보장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상품을 해지하는 대신 예금이나 보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때마침 우체국보험은 보험 환급금을 담보로 한 대출(약관 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본부장 박종석)는 지난 4월 8일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 가계부담을 줄이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우체국보험 약관 대출 금리를 최대 4.81%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우체국보험 약관 대출은 고객이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 범위 내에서 구비서류 없이 빠르게 대출받고 상환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신청 즉시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금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다. 이번 대출 금리 인하는 기존 대출과 신규 대출 모두에 적용된다. 기존에 5.0~9.8% 대출 금리로 약관 대출을 받은 경우는 기존 이자를 정산하고 약정서에 동의하는 과정을 거쳐 4.99%의 우대금리로 전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9.8% 금리로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면 이번 대출 금리 인하로 연간 이자가 98만원에서 49만9000원으로 줄어 48만1000원을 절감할 수 있다. 단, 보험약관상 대출 금리가 5% 미만이었던 고객은 약관상 금리를 적용한다. 신규 대출도 4.99%의 우대금리를 적용받는다. 우정사업본부는 기존 우체국보험 가입고객들에게 알림톡을 통해 우체국보험 약관(환급금) 대출 금리 인하를 안내할 예정이다. 신청기간은 9월 30일까지이며, 대출 금리 인하 혜택은 2023년 9월 30일까지 최소 3년간 적용받을 수 있다. 신청은 우체국보험 앱, 우체국예금보험 홈페이지, 우체국창구에서만 가능하다. 신청고객 중 200명을 추첨해 경품으로 쌀 5㎏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우체국예금보험 홈페이지(www.epostbank.go.kr), 우체국보험 고객센터(1599-0100), 전국 우체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은 “이번 금리 인하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우정이야기
- [법률 프리즘]고가 아파트 담보대출 금지는 위헌인가(2020. 01. 03 15:58)
- 2020. 01. 03 15:58 사회
- 지난해 말 정부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의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다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한 변호사가 ‘재산권 등을 침해하고 법률유보원칙에 어긋난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일각에서 이 정책이 위헌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5대 재벌 토지자산 증가 및 역대 정부 재벌 토지자료 공개현황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우선 해당 정책의 성격을 살펴보자.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란 그 자체로 국민이 바로 지켜야 하는 법령이 아니라 어떤 정책을 펼지에 대한 정부의 의지 표명이다. 이번 ‘방안’ 중에서도 종부세 인상 등은 정부가 시행령을 변경하고 국회가 입법해야 비로소 시행된다. 해당 ‘방안’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축소와 대출 금지는 바로 시행될 수 있다. 정부의 은행에 대한 ‘행정지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행정지도란 국가가 국민에게 임의적인 협력을 요청하는 행위로, 국민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은행에 대해 행정지도의 형식으로 대출의 범위를 정하면 실질적으로 국책은행과 비슷하게 운영되는 한국의 은행들이 이를 거스르기 힘들다. 헌법소원의 요지는 여기에 있다.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유보 원칙’상 국가는 필요에 따라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회가 만든 법이 아닌 행정지도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위헌 소지가 있을까. 법률유보원칙은 ‘기본권을 제한할 때’ 법률로 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해당 정책이 주택 예비 구매자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돈이 있는 사람이 어떤 물건을 사는 것을 막는다면 이는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돈도 없고 물건도 없는 사람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물건을 살 권리’를 직접 재산권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대출을 신뢰하고 가계약을 맺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 해도 은행의 대출 여부는 언제든 변경 가능해 정부 정책으로 직접 재산권을 제한당했다고 보기 어렵다. 대출은 ‘신용’이라는 개인의 재산권 행사라는 주장도 있다. 정책이 주택담보대출을 막는 것일 뿐 신용대출을 받아 이 돈으로 주택을 사는 것을 막는 것은 아니니 이 역시 옳다고 보기 어렵다. 즉 해당 정책이 주택 예비 구매자들의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법률유보원칙이 적용될 여지도 없다. 우리 법은 직접 기본권을 침해당하지 않은 사람의 헌법소원 청구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이번 헌법소원은 아마 각하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방안’이 행정지도일 뿐이지만 은행이 이를 실질적으로 따라야만 한다는 점에서,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거둘 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은행의 영업 자유보다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가치가 현저히 우선하고,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하므로(헌법 제23조),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실질적으로 국책은행과 비슷하게 운영되는 은행들이 헌법소원을 낼 가능성은 극히 적다. 이렇듯 이번 정책을 반대하는 이들이 사법부를 통해 정책의 실현을 막는 것은 힘들 것이다.
- 법률 프리즘
- 은행대출 가산금리 타당해질까(2018. 04. 09 16:51)
- 2018. 04. 09 16:51 경제
- ㆍ지난해 당기순이익 6년 만에 최대… 영업비밀 내세워 제멋대로 책정 “대출금리는 꾸준히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변화가 적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예대금리차)가 커지는 부분에 대해 은행권이 타당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5일 마포구 IBK기업은행 창업보육센터에서 코스닥 벤처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14일 금융혁신 추진 등 경제 현안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지난해 11조2000억원이라는 은행들의 천문학적인 이자수익이 이 같은 예대마진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시장금리가 올라갈 때 예금이자는 천천히, 대출이자는 신속히 올리는 등 이자마진에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은행 대출이자는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에 해당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문제는 이 가산금리의 책정방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 가산금리 체계를 손보겠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 검사 결과가 이르면 이달 안에 나올 전망이어서, 은행권 가산금리 책정 관행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예대금리차, 은행들이 타당성 설명해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조2000억원이다. 전년에 비해 8조7000억원 늘었다. 2011년(14조4000억원) 이후 6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대손비용이 크게 감소한 이유도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국내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2016년 1.95%에서 지난해 2.03%로 확대됐다. 이에 순이자마진이 같은 기간 1.55%에서 1.63%로 0.08%포인트 개선되면서 이자이익만 전년에 비해 2조9000억원(8.5%) 증가했다. 이 기간 신규취급액 기준 연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3.46%로 전년보다 0.32%포인트 상승한 반면, 저축성수신금리는 1.56%로 전년보다 0.0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예대금리차 확대는 금리인상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금리상승기에는 금리가 높은 장기 시장금리가 단기 시장금리보다 즉각 반응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단기 시장금리가 이를 쫓아가는 구조라 예대금리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당국은 가산금리에 주목하고 있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대출자의 신용도 및 은행의 목표이익률(은행이 대출상품을 통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낼 것인지 자체적으로 정한 수치)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구체적인 책정방식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목표이익률이 올라가면 그만큼 가산금리도 오르게 된다. 문제는 목표이익률을 지나치게 높게 잡거나, 각 은행별로 가산금리 구성 항목, 책정방식 등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최종구 위원장도 “어떤 은행은 목표이익률을 대출상품별로 각각 다르게 운영하기도 하고, 어떤 은행은 모든 대출상품에 똑같이 적용하기도 한다”며 “대출 종류나 수준에 따라 가산금리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산금리를 둘러싼 논란은 오래됐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2012년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을 제정하고,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대출유형에 따른 신용등급별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매달 공시토록 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불투명한 가산금리 책정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으면서 당국도 본격적인 점검에 착수한 상태다. 전문가들 “가산금리 책정, 당국 검증 필요”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가산금리 구성항목과 금리 결정절차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을 벌였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주요 은행들을 대상으로 관련 검사를 마쳤다”며 “검사 결과에 대한 검토 후 필요하면 추가 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검사 결과는 이르면 이달 안에 공개될 예정으로, 당국은 결과에 따라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에도 나설 계획이다. 최근 취임한 김기식 금감원장도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원장은 지난 2일 취임사를 통해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금융소비자 피해사례가 빈발하고 있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라며 은행들의 과도한 가산금리 상승이나 예대마진율에 대해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김 원장은 특히 더미래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11월 <경향신문>에 게재한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라는 제목의 ‘김기식 칼럼’에서 예대마진과 수수료에 의존하는 금융산업의 재편을 강조했다. 그는 이 글에서 “제조업 분야에 비해 우리 금융산업은 국제 경쟁력을 논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라며 “예대마진과 수수료에 의존한 한국의 금융산업을 투자와 자본시장 중개 기능, 자산운용 수익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은행들은 대출금리가 오르고 예대마진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는 대외적인 요인이 크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5년물 금융채 혼합형 대출상품의 기준금리가 2.09%였으나, 올해 2월 말 기준으로는 2.76%로 0.67%포인트 상승했고, 이러한 부분을 금리에 반영하다 보니 고객들 입장에서는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려 폭리를 취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이런 현상은 최근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으로, 대출금리뿐 아니라 예금금리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의 등락과 관계없이 가산금리 책정 기준과 방식 등은 지금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사후에 이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은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당초 세웠던 목표수익을 달성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임의로 책정해 운용해 왔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그동안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았음에도 은행들의 자율적인 영역으로 치부돼 방치돼 온 만큼, 이번 기회에 당국이 가산금리 체계 문제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저금리 시대, P2P 대출 해볼까?(2017. 05. 22 21:05)
- 2017. 05. 22 21:05 경제
- ㆍ금융기관 끼지 않은 개인 간 직접 거래… 2년 만에 1조원 돌파 지금까지 주식투자조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직장인 고모씨(30)는 지난해 9월 P2P(Peer to Peer) 대출에 100만원을 투자해봤다. 18개월 투자하고 10~11% 금리를 주는 상품이었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조차도 2%를 넘기 어려운데 10%대 금리라는 점에서 눈에 띄었다. 고씨가 투자한 상품은 개인신용대출자들을 묶어서 채권처럼 판매하는 ‘포트폴리오대출’이었다. 고씨는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10%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가입부터 입금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며 “조금 더 돈을 모으면 더 많이 투자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무섭게 커지는 P2P 대출 P2P 대출이란 투자자와 대출자가 인터넷 플랫폼에서 직접 거래하는 새로운 대출방식이다. 중간에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을 끼지 않고 이뤄지는 금융으로, 인터넷이라는 기술 덕분에 가능해진 산업이다. 고씨가 투자한 상품처럼 여러 대출채권을 모은 방식도 있지만 부동산 담보대출을 비롯해 ‘결혼자금 대출’, ‘병원 시설 확장’, ‘소형 빌라 건축’ 등 특정 목적을 띤 상품에도 투자가 가능하다. P2P 금융 평균 대출금리는 14%대로 대출상품별로 4~19%대로 넓게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만기도 1개월부터 최장 48개월까지 다양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선거운동 기간 중이었던 4월 11일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가계통신비 절감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P2P 대출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2006년 영국의 조파(ZOPA)라는 업체를 시작으로 영국과 미국에서 확대됐다. 2007년 미국의 렌딩클럽이라는 P2P 업체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되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P2P 대출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개인대출 257억 달러(약 29조원), 기업대출 26억 달러(약 2조9000억원), 부동산대출 8억 달러(약 9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에서 발달했다. 한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지만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다. P2P 금융 연구기관인 크라우드연구소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개인간 대출인 P2P 누적 대출금액은 1조1297억원을 기록했다. P2P 대출이 시작된 지 2년여 만에 누적 대출금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출금액이 6289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2배 가까이 무섭게 성장했다. 올 들어 27개 업체나 새로 생겨나 P2P업체 수도 148개로 늘었다. 차미나 크라우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금리를 받고 싶은 대출자와 저금리로 투자처를 잃은 투자자의 필요가 서로 충족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수요와 공급이 들어맞은 셈이다. 특히 부동산 담보대출이 P2P의 빠른 성장세를 이끌었다. 부동산 담보대출은 전체 P2P 금융시장의 절반을 넘는 59.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담보 P2P 대출은 부도가 나더라도 담보로 잡고 있는 토지 등이 있기 때문에 인기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갈림길 맞나 그러나 이 같은 고속성장은 조만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5월 29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P2P 대출업체인 ‘머니옥션’이 투자금 4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산 서버 문제로 결과적으로는 지급이 됐지만 P2P 투자에 처음으로 경보음이 울린 사건이었다. 이어 올해 1월 ‘골든피플’ 회사는 허위 대출상품에 자금을 모집하는 일이 벌어졌다. 각종 추가 금리를 준다는 이벤트로 투자자를 끌어모았는데 지난해 말부터 연체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이 회사의 대표는 P2P 방식으로 돈을 모아 회사의 자금으로 유용하다가 구속됐다. 투자자들은 5억원가량의 돈을 하나도 돌려받지 못했다. 미국 최대 P2P 업체인 렌딩클럽도 지난해 5월 2200만 달러(256억원)의 부정대출을 중개하는 일이 발생했고, 중국에서도 P2P 업체들이 단기간에 자금을 끌어모았다가 운영자가 모든 자금을 가지고 달아나는 사기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금융당국이 나섰다. 금융당국은 1인당 투자한도를 업체당 연 1000만원으로 제한하고, P2P 업체는 투자받은 돈을 은행이나 상호저축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예치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시행키로 했다. 투자 여부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위험 정도, 차입자 정보 등을 홈페이지에 필히 게재해야 한다. 투자자를 보호하고 자금 유용의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취지다. 지난 2월 말 발표된 후 석 달간 유예기간을 거쳐 5월 29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가이드라인 초안이 발표된 지난해 말부터 투자자들의 반발이 컸다. 주식이나 펀드 등 모든 투자상품에 한도 제한이 없는데 P2P 대출만 규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현재로선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000만원이라는 한도 역시 P2P 투자자들의 평균 투자금액에 근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P2P 업체들은 대출 및 투자의 편의성이 떨어져 고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제3기관에 투자금을 예치해야 하는 부분은 수수료 발생 등의 이유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형 업체들은 대거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승행 P2P금융협회장은 “투자자와 대출자 사이에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기 위해 공시를 강화하는 방향의 규제는 타당하지만 투자금액 제한 등은 성장을 가로막는 조항이다.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2015년 말부터 중국은 한국와 유사한 가이드라인인 업체당 대출한도와 제3 금융기관 예치를 시행해 부실 플랫폼을 집중 관리했다. 금융연구원의 ‘중국 P2P 금융플랫폼 구조조정 현황’ 자료를 보면, 중국 P2P 업체의 경우 2015년 말 3433개에서 규제를 시작한 뒤로 지난 2월 2335개만 남았다. 규제 여파로 1098개사가 문을 닫은 것이다. 즉, P2P 시장은 투자자 보호와 신성장 개척의 갈림길에 놓인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표영선 연구원은 “해외의 경우 P2P 시장의 급성장 과정에서 대출사기, 중개업체의 도산, 고객정보 유출 등과 같은 각종 금융사고가 빈번히 발생해 법률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다만 새로운 금융투자상품의 이용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각종 제한요건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자영업자 대출, 부실 위험 커졌다(2017. 01. 24 17:14)
- 2017. 01. 24 17:14 경제
- ㆍ부동산임대업 대출 21.6% 증가… 금융당국 심사, 과밀업종·지역 참고해 까다롭게 금융위원회는 1월 15일 자영업자가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을 때 기존 대출심사와 달리 과밀업종·과밀지역 선정기준을 참고해 금리와 대출한도를 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대출심사가 만들어지고 자리 잡으면 앞으로 예를 들어 한 집 건너 한 집으로 치킨집을 새로 내면 대출금리와 대출한도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 제도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그렇지 않아도 받기 힘든 자영업자 대출을 더 옥죈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당국이 개인의 창업까지 관여하게 된 배경에는 급증한 자영업자 대출에 있다. 정확한 통계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 미국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 부실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실 자영업자의 대출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한 통계는 현재까지 구축된 게 없다. 자영업자 개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사업자금으로도 쓰기 때문에 실제로 자영업자 대출 통계가 없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오는 2월부터 자영업자의 생계형·기업형·투자형 등 유형별 대출 현황 통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략적으로나마 잡아볼 수 있는 통계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지난해 12월)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자영업자 141만명이 받은 전체 대출 총액은 464조5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사업자대출은 300조5000억원, 가계대출은 164조원이었다. 사업자대출은 말 그대로 사업을 위한 대출로 분류되고, 가계대출은 자영업자가 생활자금 목적으로 받은 대출을 의미한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은퇴 후 가장 많이 열고 있다는 치킨집. 2015년에만 하루 평균 3000개의 가게가 문을 열고 2000개의 가게가 문을 닫았다./연합뉴스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가계대출 급증 대출 받은 사람의 업종 비중을 보면 전체 자영업자 대출에서 부동산임대업 비중이 39%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도소매업(15.8%), 음식숙박업(9.8%), 제조업(9.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했다. 특히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자영업자의 경우 가계대출 증가세가 사업자대출 증가세를 뛰어넘고 있다. 한은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이 영세사업장 비중이 높고 담보물건도 충분치 않아 보유주택 등을 담보로 가계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시계열로 보면 자영업자 대출은 최근 2년 사이 급증했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 등 국내 5개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은 2010년 말 96조6396억원이었으나 지난해 말 180조4197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15~2016년의 증가액은 약 40조원으로, 지난 6년간 증가액(약 84조원)의 46.5%를 차지한다.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은퇴 후 창업’이다.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들이 직장에서 나와 창업을 하면서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5년 한 해 신규 창업을 한 개인사업자는 106만8000명이었고,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73만9000명이었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3000개의 가게가 문을 열고, 2000개의 가게가 문을 닫은 셈이다. 가장 많이 문을 닫은 업종은 음식업과 서비스업이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고도성장을 하던 때라 직장에서 퇴출된 임금근로자들이 가게를 내도 살림을 꾸려갈 만큼 됐는데, 지금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앞으로 조선·해양·건설에서 구조조정이 더 진행되면 자영업으로 다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영업전략도 자영업자 대출 급증에 한몫을 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0.3~0.5%가량 더 높아 마진율이 더 좋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자영업자 대출에 눈을 돌린 것도 사실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주택담보대출은 이미 다들 하고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 대출을 더 적극적으로 권장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 했다. “금리 오르고 집값 내리면 힘들어질 것”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의 경우 경기에 민감해 경기가 계속 좋지 않고 금리가 오르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영업자 대출은 소득 대비 부채규모와 원리금 상환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나 매출 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대출 상환능력은 앞으로도 크게 개선되기 힘들어 보여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자영업자들은 금리가 오르면 휘청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와 원리금 상환비율은 각각 164.2%, 35.2%로 다른 종사자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또 다른 부실위험 징후는 자영업자들이 비은행권에서 돈을 빌리는 비중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는 점에서 포착된다. 한은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가 생활목적 자금으로 빌린 가계대출은 특히 비은행권에서 빌린 돈이 더 많다. 사업자대출의 경우 은행권 비중이 85.6%이지만 가계대출은 은행권 49.9%, 비은행권은 50.1%였다. 가계대출의 경우 비은행권 비중이 더 높았던 셈이다. 예금보험공사의 자료로는 더 정확한 추이가 확인된다. 저축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은 2014년 9월 5조3000억원에서 2015년 9월 6조원으로 13.2% 증가했다. 지난해 9월 말에는 7조3000억원으로 1년간 급격히 늘어났다. 비은행권 대출은 대부분 고금리다. 예보는 “경기민감도가 높아 경기침체 시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자영업자 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통계청과 한은 등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소득 증가율은 1.2%에 그쳤다. 임시·일용근로자(5.8%)나 상용근로자(2.1%)보다도 낮은 수치다. 물가상승률이 0.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살림살이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셈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전체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2명은 월 매출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영업자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부동산임대업 등은 모두 경기민감 업종이다. 경기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부동산 가격까지 하락한다면 위험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보통 적용되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70%가 자영업자의 주택담보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자영업자가 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으면 가계대출이 아닌 기업대출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에서 담은 자영업자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LTV 70%를 초과하는 대출 비중이 67.2%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부동산 가격 하락 시 위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자가 가게를 내면 그 사람은 사업자이자 가계이기 때문에 대출로 어디에 쓰는지 현실적으로 추정할 수가 없다”면서 자영업자 주택담보대출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는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돈이 안 되더라도 ‘더 버텨보자 버텨보자’는 식으로 대출로 연명하게 된다”면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경제가 나아지는 길밖에 없는데, 그 전망이 밝지 않고 금리도 오를 전망이라 (자영업자들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1
2
3
4
5
다음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