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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제 폐해 심화… 이젠 내각제 고민할 때”(2022. 06. 24 17:30)
- 2022. 06. 24 17:30 정치
- ㆍ 책 펴낸 신기욱·김호기 교수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국내보다 국외에서 한반도 문제·동아시아 전문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정권교체기가 되면 새 정부 전망을 다룬 외신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 취재원이기도 하다. 그가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와 함께 최근 영문 책자인 <위기의 한국 민주주의: 비자유주의, 포퓰리즘, 양극화의 위협(South Korea’s Democracy in Crisis: The Threats of Illiberalism, Populism, and Polarization)>을 냈다. 국내외 정치학자와 사회학자들의 진단과 주장, 분석 글을 기획해 섭외하고 편집하는 역할을 맡았다. 마침 책 발간 기념 심포지엄 등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한국에 방문한 신 교수와 김 교수를 지난 6월 20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전망에서부터 한국정치 현안과 한미관계 등 국제정세에 이르기까지 두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출판부에서 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왼쪽)와 신기욱 스탠퍼드대학 교수가 6월 20일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지난 6월 14일의 출판기념 세미나를 여러 언론사에서 보도하는 등 신간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에서 지난 6월 2일 나온 책인데, 한글 번역판은 언제쯤 나옵니까. 김호기 교수(이하 김) “가을쯤 이학사에서 내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두 분이 함께 책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죠. 김 “2019년부터 준비했고요. 팬데믹 때문에 2020년 11월에 콘퍼런스를 열게 됐습니다. 한국과 미국 시차가 있기 때문에 3회에 걸쳐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원래 지난해 12월 책을 낼 예정이었는데 필자로 참여 중인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선거가 끝난 다음에 내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6월 2일자로 공식 출간했습니다. 그래서 6월 14일에 출간기념 심포지엄을 하게 된 거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있었던 심포지엄 언론 보도를 보면 ‘한국의 경우 불행하게도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던 세력에 의해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는 신기욱 교수의 언급이 많이 인용됐습니다. 신기욱 교수(이하 신) “그날 세미나에서도 밝혔는데, 문재인 정부와 관련한 얘기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에 과거 정부보다는 새 정부에 대한 얘기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오늘 인터뷰도 지난 정부에 대한 평가보다는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이고 앞으로 어디로 갈지 그 부분을 중심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 민주주의가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고요.” 김 “우리 두 사람은 한국적 경험은 물론 지구적 경험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포퓰리즘의 발흥과 민주주의의 후퇴는 전 세계적으로 관측되는 정치 상황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박정희식 권위주의로 되돌아갔고, 새로운 기대를 받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민주주의를 성숙시켰다기보다는 그 문제들을 드러냈다고 봅니다. 책 제목으로 쓴 ‘위기’라는 단어는 중립적 개념입니다.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면 어떤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그런 문제의식을 담아 책을 펴냈습니다. 책에 참여한 사람들은 보수적인 필자도 있고 진보적인 필자도 있습니다. 다양한 시각에서 보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이일영·안병진 교수 등이 진보적 학자라면 박명호 교수 같은 이는 보수적 학자죠.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민주주의 학자이고, 빅터 차 교수는 보수적인 한반도 전문가입니다. 우리가 포퓰리즘 얘기를 했지만, 우리 시대 또 하나의 중요한 현상은 탈(脫)진실의 문제이지 않습니까? 스탠퍼드대학에 있다가 노트르담대학으로 옮긴 이용석 교수가 이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빅터 차 교수는 한국에서도 북핵 문제 같은 사안을 두고 꽤 강경한 입장으로 알려져 있죠. 신 “김 교수 말대로 트럼프 시대를 지나면서 미국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의식을 많이 가졌습니다. 다이아몬드 교수나 우리 학교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 같은 이들이 내놓은 담론이 많이 논의됐는데 한국 상황을 그런 흐름에서 다루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토론을 해보려 했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2017년 탄핵 때 언론인터뷰에서 ‘권위주의 통치를 거부한 한국 민주주의는 살아 있다’고 밝혔고,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이상하게 흘러갔고, 글로벌 흐름과 비슷하게 흘러가니 이제 좀 얘기를 해야겠다고 한 것입니다. 아마 김 교수는 부담이 있었을 거예요. 아무래도 문재인 정부와 가까웠으니까(하하). 진영 논리라는 게 참 그렇습니다. 저는 미국에 있으니까 좀더 자유로운 편이에요.” 김 “문재인 정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약간의 우려는 중앙일보와 ‘월간 신동아’ 인터뷰를 통해 표명했어요. 2020년이었습니다. 그때 우리 민주주의가 포퓰리즘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걱정을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책에서 갑자기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입니다. 최근 두드러지는 대통령의 행보나 검찰 중심의 인사에 미 연준의 빅스텝에 따른 도미노 금리 인상과 민생 불안이 겹쳐 민주주의의 역진 내지는 후퇴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는데요. 출범한 지 40일 된 정부이니 아직 평가하긴 이를까요. 신 “기자들이 자꾸 물어보는데, 40일 가지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최소 1~2년은 지나야지요. 제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논평한 게 거의 2~3년이 지나서부터입니다. 기회를 줘야 한다고 봅니다. 영어표현이지만 ‘베니핏 오브 더 다우트(benefit of the doubt: 일단 상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믿어주자)’는 말도 있잖습니까.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기로에 서 있다는 겁니다. 앞으로 향후 2~3년 동안 여러 위기 징후를 극복하지 못하면 제가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쇠퇴(decay)하면서 ‘가랑비 젖듯’이라는 표현을 쓰다가 ‘소나기’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게 이제는 폭풍으로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저도 1년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예전과 달리 ‘허니문’이 없어지고 대치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두가지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이념적으로 ‘시장 보수’ 정부라는 것입니다. 21세기에 들어와 우리에겐 2개의 보수가 있습니다. 하나는 시장 보수, 다른 하나는 안보 보수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시장 보수라면 박근혜 정부는 안보 보수였잖아요. 두 번째는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이 인적 구성에서 두드러진다는 점입니다. 한 축이 검찰이고 다른 한 축이 기획재정부예요. 어떤 성과를 낼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신 “최근 글로벌하게 상당히 위기 국면입니다. 글로벌 리더십이 없어요. 미국도 가까스로 트럼프의 재선을 막기는 했지만 바이든이 국내나 대외적으로 헤매고 있습니다. 유럽도 메르켈 총리 같은 사람이 없고, 마크롱도 이번에 간신히 당선됐습니다. 중국이나 일본도 정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에너지 공급 면에서 위기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한국도 글로벌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유능한 팀이라도 그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문재인 정부냐, 윤석열 정부냐를 떠나 크게 보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신기욱 교수께서 월스트리트저널에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를 비평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외부에 알려져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안티페미니즘이나 반중(反中) 이미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는데요. 신 “윤석열 정부에 제안한다면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반면교사 교훈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정권교체를 했는데 미국민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1월 중간선거가 있는데 그 선거에서 지면 진짜 레임덕이죠. 한국도 2년 후에 총선이 있잖아요. 사실상 중간선거인 셈인데 윤 정부에 제안한다면 바이든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할 겁니다. 정권교체는 했지만, 그다음에 뭐를 할 거냐, 비전 제시를 못 하면 위험해집니다.” 김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얘기해보면, 한가지 확실한 것은 ‘스트롱맨 스타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스트롱맨이 21세기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롱맨은 대체로 가부장적입니다. 21세기에 요구되는 정치 리더십의 하나는, 신 교수도 일관되게 강조하듯, 다양성, 다시 말해 여성의 관점(female gaze)입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어요.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 중요한 자원은 사람입니다. 절반의 인적 자원이 여성이잖아요. 여성이라는 우수한 인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선 선진국이 되기란 쉽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신 “앞으로 관전 포인트가 외교입니다. 바이든이 와서 정상회담을 하긴 했지만 그건 국내에서 한 것이고, 조만간 국제무대에 가야 하잖아요. 이번에 나토도 가지만 미국이든 유럽이든 국제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이냐, 굉장히 중요합니다. 국내에서는 스트롱맨 통치스타일이 통할지 모르지만, 국제무대는 간단치 않습니다. 제가 봤을 땐 아마 외국 기자들이 페미니즘이나 검찰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질 겁니다. 빨리 이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국제무대에 가면 페미니즘 문제는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여성공직자 몇명 뽑는다고 될 건 아니고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으면 계속 또 그런 질문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어요. 이게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데 큰 제약이 되는 거죠.” -인터뷰 준비하면서 두 분의 과거 활동을 보니 대한민국 역사가 만들어지는 데 막후에서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해입니다(웃음). 다만 이런 얘기는 할 수 있겠죠. 올해가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35주년입니다. 지난 35년간 어떤 일관된 정치현상의 특징이 있다면 ‘열광과 환멸의 사이클’이었던 것 같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열광이 커졌다가 집권 후반기에는 환멸로 바뀝니다. 그런데 이게 끝난 것 같아요. 박근혜 정부부터 진영 대 진영의 정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이제 정치의 재생산 문법이 바뀌는 걸 목격하는 중입니다. 예를 들어, 포퓰리즘과 탈진실 시대에 이와 연결된 강성지지층이 한국 정치에서 새로운 상수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기대보다는 우려가 커지는 거 아닐까요. 김 “제가 보기에 ‘권력의 인격화, 정치의 인격화’가 진행되는 것 같아요. 제도가 아니라 갈수록 인물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막스 베버가 100년 전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얘기했던 ‘민주주의의 핵심은 사실 리더에 있다’는 말이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박근혜와 문재인, 이재명과 윤석열. 그러니까 사람을 중심으로 정치와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것인데 연구자인 우리가 보기엔 우려스러운 거죠.” 신 “한국이 형식적 법치주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위기가 아니죠. 왜냐면 선거하고 언론의 자유가 다 있고 그러니까요. 우리 주장에 대해 뭐가 위기냐고 반론할 수 있는데 더 깊이 들어가면 위기 징후가 굉장히 많아요.” -이번 책이 한국 시민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기를 바라나요. 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후 대한민국이 세계사적으로 성취한 것은 두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경제발전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입니다. 이제 한국은 경제발전의 선도국인 동시에 민주주의의 선도국입니다. 연구자의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비서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정말 제대로 뿌리를 내린 나라들이 얼마나 될까요. 특히 동아시아에서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보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진정한 선진국이라는 조건에 역시 가장 중요한 건 경제적 풍요와 정치·사회적 민주주의라고 봅니다. 우리가 산업화 시대, 민주화 시대를 거쳐 왔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 민주화라는 과정은 시간 구속적이지만, 민주주의라는 가치는 시간 초월적입니다. 민주화 시대가 지났다고 민주주의 시대가 끝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신 “우리 민주화 시대가 김 교수 말대로 35년 됐는데, 형식적 법치주의는 확립한 것 아닙니까. 그 단계를 넘어가려면 이제 민주 규범 및 가치, 교육과 문화 같은 것을 뿌리내려야 합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형식적 법치주의라는 미명 아래 오히려 민주적 가치가 훼손되는 현실입니다. 상호 자제와 관용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런 현상을 위기라고 보고 있는 겁니다.” 김 “이제 민주화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가치가 모색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최장집 교수는 ‘진보적 자유주의’를 내세웠고, 고(故) 박세일 교수는 ‘공동체 자유주의’를 주장했는데, 새로운 가치 모색은 후속 세대인 우리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도 보니까 4년마다 가치 논쟁이 벌어지는데 그게 대선입니다. 우리 두 사람이 공유하는 생각을 말씀드리면 이제는 내각제로 가면 어떨까 합니다. 대통령제가 그동안 민주화 발전에 기여했지만, 최근에는 폐해가 많이 드러났어요. 한마디로 제왕적 대통령제입니다. 그래서 제도로서의 내각제를 한번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고, 프랑스만 하더라도 이원집정부제를 합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연방제 국가잖아요.” 신 “그렇습니다. 미국 민주주의는 우리와 크게 달라요.” 김 “민주시민교육도 필요합니다. 어릴 때부터 내면화해야지 이중 잣대나 내로남불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봐요.” -긴 시간 말씀 감사합니다. 이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신 “리버럴리즘의 후속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대통령이 자유 얘기를 많이 했는데 자유와 자유주의의 의미가 뭔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제가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라는 책에서 얘기했는데, 한국은 민족주의의 과잉 때문에 자유주의와 인권이 상대적으로 위축됐어요.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자유주의가 뭔지 고민해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김 “우리는 사회학자들이기에 정체성 문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21세기는 정체성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마이클 샌델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말하잖아요. 정체성의 핵심은 인정 욕구예요. 강성지지층 문제도 결국 인정 욕구의 분출이라고 봅니다. 신 교수의 동료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정체성에 대한 책을 냈는데, 우리도 자유주의와 연관해 정체성을 연구해봤으면 합니다. 이젠 나이가 좀 많아 우리가 언제까지 연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웃음).” 신 “최근 세계사적으로 대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대전환기라는 문제의식은 한국만이 아니라 글로벌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위기를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느냐, 어떻게 민주주의를 성숙시킬 수 있느냐가 제가 볼 때 윤석열 정부의 미션입니다. 당분간 두고 봐야겠죠. 앞으로 1년 정도를 지켜보면서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면 우리는 또 비판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롭고 객관적인 비판이 지식인의 권리이자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 [오늘을 생각한다]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다(2022. 03. 28 11:37)
- 2022. 03. 28 11:37 오피니언
- 윤석열 당선인이 용산으로의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안보 공백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배경에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쟁점이 있다. 여러 정치학자가 청와대 축소와 정책실 폐지, 행정부의 법안 발의권 폐지, 의회에 의한 총리 추천 등을 제안한다. 하지만 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는 기대는 무리라는 게 전반적인 견해다. 한국 제도상의 대통령 권한은 정말 ‘제왕적’인가? 민주화 이후 긴급명령 권한은 거의 시행된 바 없다.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가 유일무이하다. 국회 의결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역시 미국이나 브라질 등과 같은 대통령제 국가들보다 약하다. 국회가 의결한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했을 때 국회는 다시 과반수 참석에 3분의 2 찬성으로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횟수는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물론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는 실존한다. 가령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특별법 통과가 어려워지자 시행령으로 밀어붙였다.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였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이런 문제를 반복했다. 문제는 헌법이 아니라 행정입법과 권력기관의 편법적 운영이다. 한국에서 대통령령이나 총리령 등 행정입법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에 속하는 시행령의 위상을 지닌다. 따라서 대통령령은 법률이 위임한 사항이나 법률 집행을 위한 것에 한정해야 한다. 법의 취지와 범위를 넘어선 안 된다. 그런데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행정입법 권한을 남용했다. 국회가 시정요청을 통보할 수 있다지만, 행정부가 이를 무시하면 아무런 대응 수단이 없다. 문재인 정부도 청와대 정책실이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의회만이 아니라 다른 부처들까지 상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니 편법을 통한 대통령 권한 남용 방지 수단을 만들지 않는 한 대통령실이 여의도공원 한복판에 등장하더라도 달라질 게 없다. 윤 당선인은 집무실과 기자실을 가깝게 두거나 ‘프레스다방’을 설치해 언론, 국민과 더 잘 소통하겠다고도 강조한다. 과연 대통령이 미디어에 더 빈번하게 등장하는 게 민주주의와 유관할까? 미국 정치학자 존 오먼은 대통령의 미디어를 통한 대중 호소전략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정치를 엔터테인먼트의 수준으로 끌어내린다고 비판한다. 지도자의 앙상한 레토릭만 남겨 대중의 판단능력을 실종시킨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에서 대통령이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 직접 호소하는 정치는 그 빈도와 강도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출연을 반복하거나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대통령의 방송 출연은 부정적 요소를 드러내고, 시청률도 하락한다.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 언론 등장 빈도를 줄인 것도 그 때문이다. 기자실과 집무실을 가깝게 하는 조치는 대통령실 이전만큼이나 껍데기 이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껍데기가 옳고 그르냐’에 휘말리기보다 장기적 대안에 주력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 [표지 이야기-03 바빠진 대선 정국]바빠진 대선 정국 제왕적 대통령제, 척결될 것인가(2017. 03. 14 16:49)
- 2017. 03. 14 16:49 정치
- ㆍ한국 정치 고질적 문제로 꼽혀… ‘비제왕적 개혁’ 성공 경험 없어 고민 1993년 3월 8일 김영삼 대통령은 김진영 육군참모총장(육사 17기)과 서완수 기무사령관(육사 19기)을 경질했다. 취임 10여일 만의 깜짝 인사였다. 이튿날인 9일 오전 김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모두 깜짝 놀랬재.”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 척결’의 신호탄이었다. 김 대통령은 이후 100일 동안 대장 7명을 포함해 19명의 장성을 전역조처했다. 김영삼 정부 최대 치적은 이렇게 강력한 대통령 권한을 바탕으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제왕적 대통령.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으로 제왕적 대통령은 다음 정권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됐다.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10일 탄핵심판 주문 보충의견에서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지만, 효과적인 견제장치가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는 피청구인의 리더십 문제와 결합해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적 폐습을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이 단지 헌법의 허점 때문에 출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헌법 외에도 법률·시행령 등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과도하게 보장한 구조적 문제가 꼽히지만, ‘선한 제왕적 대통령’을 원하는 아래로부터의 요구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최성 고양시장(왼쪽부터)이 6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장윤선 오마이TV 방송국장(가운데) 사회로 열린 2차 방송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적폐 청산하려면 필요하다” 견해도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로는 ‘청산’이 제1과제로 꼽힌다. ·MBC가 2017년 1월 1일 발표한 공동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로 ‘부정부패 척결’을 꼽은 응답자가 29.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위기 극복 및 성장(26.7%), 민생문제 해결(18.4%), 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8.7%) 순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예에서 보이듯 ‘적폐 청산’과 ‘개혁조치’를 강력한 대통령 권한으로 해결한 것 외에 다른 방식의 개혁이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의 개혁도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2016년 12월 발간된 참여사회연구소의 학술비평지 에서 ‘결손 민주주의’라는 개념으로 1987년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를 설명했다. 선거제도를 갖추고 군부의 정치개입을 차단하는 성과는 올렸으나 시민의 자유와 정치적 참여의 보장, 권력기관 간의 수평적 분립과 책임 등의 요소는 결여된 상태에서 민주주의가 유지돼 왔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시민 개인들이 국가 권력의 남용으로부터 보호되도록 하는 조치를 마련했다. 인권위 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임위원 3명 중 1명을 각각 대통령과 여당 추천 인사로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인권위 인선에 대통령의 입김이 과도하게 투영되는 구조였지만, 한국의 주요 인권 지표는 상승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방분권화를 추진하고 검찰, 경찰, 국정원, 감사원 등을 통해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을 자제했다. 신 교수는 “역설적이게도 여전히 ‘대통령의 의지’에 의한 권력 분산을 추구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지만 바뀌면, 즉 대통령만 바뀌면 곧바로 국가기구 전체가 대통령과 청와대의 수족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현병철 전 위원장 인선을 통해 인권위를 무력화시켰다. 2012년 대선은 ‘국정원’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며 민주주의에 우려할 만한 상처를 입혔고, ‘최순실 게이트’는 국가 주요 기관과 정책이 대통령 측근에게 휘둘리는 모습의 절정을 보여줬다. 권력의 정점이 만들어내는 부패의 그물망은 청산 대상이지만, ‘비제왕적 개혁’의 성공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현실에서 이에 관한 고민은 간단치 않다. 참여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한 인사는 “검찰 등 참여정부 시절 쥐고 있었던 권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비판도 있고, 지금은 후회스러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는 진보성향의 한 변호사는 “차기 정부에서는 복지국가의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타협하지 않고 대통령의 확실한 권한으로 재벌과 수구세력 등 적폐를 완벽하게 청산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적지 않은 여론이다. 안희정, ‘선의’ 발언 이후 상승세 꺾여 참여정부라는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두 가지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개혁에 대한 접근을 완전히 달리한다. 안 지사는 3일 CBS 주관으로 열린 민주당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를 향해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민을 통합으로 이끌어야 한다. 탄핵 이후 정부는 국민통합으로 이끌고 현재의 다당체제 내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과제를 실천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어 “그런 점에서 나는 현행 헌법 내에서 대통령제와 의회의 협치 수준을 국가개혁을 놓고 합의하는 연정 수준의 협치를 제안한다”며 이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차기 정부는 ‘여소야대’의 상황일 수밖에 없으면 21세기 한국에서 개혁의 성공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아니라 의회와 여러 사회세력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중요한 개혁일수록 ‘통합’ 리더십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안 지사의 지론이다. 안 지사는 앞서 자유한국당과도 연정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문 전 대표는 일단 “협치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안 후보가 이 차원을 넘어서 자유한국당까지 함께하는 대연정을 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지금은 야당들만 제대로 힘을 모아도 국회 과반이 가능하다. (야당끼리의) 소연정을 먼저 말할 때”라며 “자유한국당이 어떤 정당이냐. 지금도 탄핵과 특검 연장을 반대하고, 국정농단하면서 적폐를 만들어 왔는데 아직도 반성이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는 3월 1일 서울 서대문구 임시정부기념관 건립 추진 현장을 방문한 뒤 페이스북에 “지금부터 2년 후인 2019년은 민주공화국 건립 100주년이다. 친일 청산, 100년을 넘길 수 없다”며 “청산하지 못한 친일세력이 독재세력으로 이어지고 민주공화국을 숙주로 삼아왔다. 심지어 역사를 지배하려는 야욕까지 부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혁에 대한 선명한 의지가 성공조건이라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10일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32%(문재인)와 17%(안희정)의 지지율이 보이듯 민심은 문 전 대표의 편을 들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지난달 20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선의’ 발언 이후 지지율 상승세가 꺾여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비제왕적 개혁은 가능할까. 탄핵으로 인해 ‘광장국면’이 열린 상황에서 개혁은 적기다. 탄핵 역시 4당 공조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자유한국당과의 연정은 현실 가능성이 낮다. 현재 지지율 1위인 더불어민주당이 만약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할 때 야3당 공조가 지금처럼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야당의 원활한 협조가 없다면 개혁은 대통령과 집권당의 강력한 의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태로 되돌아간다. 탄핵 이후 한국 정치가 풀어야 할 숙제다.
- 표지 이야기
- 4년 중임제 VS 분권형 대통령제(2016. 06. 28 10:36)
- 2016. 06. 28 10:36 정치
- ㆍ국회의장, 개헌 적극 추진… 당마다 대권후보마다 계파마다 방향 제각각 19대 국회의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2014년 헌법개정안을 마련했다. 학계 8인, 정치인 2인, 법조인 2인, 언론계 2인, 전직 관료 1인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선택한 권력구조는 분권형 대통령제였다. 행정부는 대통령과 국무총리(행정부)로 나뉘어 대통령은 외교·국방·통일·안보의 권한만을 가지며, 나머지 권한은 국무총리가 갖게 된다. 대통령은 6년 단임제로, 직선으로 선출하는 개헌안이었다. 특이한 것은 국회를 하원 격인 민의원과 상원 격인 참의원으로 구성하는 양원제였다. 개헌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 개헌안에 담을 통치권력구조가 개헌 관련 최대의 쟁점이 되고 있다. 개헌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취임 일성으로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가시화됐다. 정 의장은 국회 사무총장에 우윤근 전 의원을 내정했다. 6월 21일 국회에서 승인안이 가결되면서 사무총장직에 오른 우 전 의원은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19대 국회에서 개헌추진 의원모임에서 야당 간사를 맡았다. 우 신임 사무총장은 평소 독일식 의원내각제 개헌을 주장했다. 우 사무총장은 6월 15일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식 모델, 소위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의 화합의 상징으로 두고, 총리를 국회에서 뽑아서 여야가 싸우지 않고 연정도 가능하고 상생할 수 있는 분권형 내각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대표적인 개헌론자였던 이재오 전 의원은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를 개헌의 방향으로 제안했다. 이 전 의원은 개헌추진 의원모임의 고문으로 활동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당시 정무장관 또는 실세 의원으로서 개헌론을 주도해 이 의원의 이름 앞에는 늘 ‘개헌’이 붙어 있었다. 2013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최경환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과 이주영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맞붙어 최경환 의원이 승리했다. 이번 8월 전당대회에서도 당 대표를 놓고 최 의원과 이 의원 간의 빅매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 정지윤기자 반기문 염두에 두고 이원집정부제 거론 분권형 대통령제의 담론을 다시 터뜨린 이는 김무성 전 대표였다. 2014년 당 대표에 선출된 뒤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 관련 발언을 하면서 김 전 대표는 개헌 논의를 반대하는 청와대와 잠시 동안 맞섰다. 김 전 대표가 내세운 개헌론은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였다. 때문에 정가에서는 개헌론만 나오면 분권형 대통령제를 머리에 떠올리게 됐다. 의 저자인 유창오씨는 “여론조사를 보면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하면 선택률이 높은데, 같은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이원집정부제라고 물어보면 선택률이 낮다”고 말했다. 유씨의 분석에 따르면 같은 용어이긴 하지만 이원집정부제는 뭔가 두 권력이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분권형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라는 단어 때문에 단지 대통령의 권력을 조금 제한한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원집정부제는 일부 친박 의원이 선호함으로써 지금도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아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두고 이원집정부제를 거론한 바 있다. 대표적인 헌법학자였다가 20대 국회에 ‘진박 초선의원’으로 진입한 정종섭 의원도 이원집정부제를 개헌의 방향으로 점찍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유력한 대권주자가 있는 쪽에서는 현재 헌법을 고수하거나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반면,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는 쪽에서는 이원집정부제를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 중에서도 많은 의원들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원하고 있어, 개헌이나 개헌의 방향에 대해서도 일치된 견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친박의 한 재선의원은 “친박 의원들 사이에 개헌에 대해서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면서 “세간에서 이야기되는 친박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둔 이원집정부제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어떤 방향을 전제로 한 개헌 논의가 없다는 것이다. 유창오씨는 “정치권에서는 다음 집권 가능성이 낮은 쪽에서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내세우지만 이런 개헌방향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오히려 낮은 불일치 현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유씨는 “유력한 대권주자가 있는 정당에서는 개헌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 개헌 반대 또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내세운다”고 주장했다. 유력한 주자가 있는 친노·친문이나 친안(친안철수) 쪽에서는 현행 권력구조나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일부 관계자의 목소리가 확대돼 ‘청와대에서는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이양수 의원은 “청와대 관계자들의 개인적인 의견을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친박의 이원집정부제 선호 경향에 대해서도 “지금의 대권주자를 대입해서 개헌을 바라보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서 “실제로 개헌은 지금의 대권주자들이 통치권력 구조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차기 선거가 아니라 차차기 선거에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곧 이뤄질 것 같던 개헌론은 군불만 때다가 연기 없이 사라지곤 했다. 유창오씨는 “개헌론이라는 것이 대통령 권력의 중반기 이후에 등장하기 때문에 이미 동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출발하고, 그 결과 현실성이 떨어지면서 매번 실현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나 에서 20대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전수조사를 보면 이름만 떠들썩한 이원집정부제보다는 대통령 중임제가 더 선호하는 통치권력구조로 나타났다. 조사에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46.8%를 차지했고, 분권형 대통령제가 24.4%, 의원내각제가 14.0%를 차지했다. 똑같이 의원 전수조사를 한 조사에서는 대통령 중임제가 62.2%, 이원집정부제가 16.1%, 의원내각제가 11.1%를 차지했다. 이양수 의원은 “개헌론은 실제적으로 대통령의 권력이 너무 세다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4년 중임제로 개헌한다면 대통령의 권력이 5년 단임이 아니라 8년의 중임으로 늘어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박 내부에서도 일치된 견해 없어 국회의원 전수조사 결과는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헌 관련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하다. 처음헌법연구소 조유진 소장은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는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에게 낯선 제도일 수밖에 없다”면서 “익숙한 대통령제 안에서 변화를 찾다보니 결국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는 최고권력을 양적으로 분리하려는 방안”이라면서 “대통령제 아래에서도 질적으로 권력을 통제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개현론에서도 이상론과 현실론이 충돌하고 있다. 때문에 이원집정부제는 늘 이상론에 닿아 있고, 대통령 4년 중임제는 현실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홍영표 의원은 “가장 바람직한 모델은 독일식 분권형 내각제이지만 정당식 비례대표 명부제를 도입하지 않고서는 이 모델을 제대로 운용할 수 없다”면서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정당식 명부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 대통령제 중임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론에서 통치권력구조가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보다는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조유진 소장은 “권력구조는 국민의 기본권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데, 어떤 권력구조가 국민의 기본권 신장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 [독자 댓글]1099호 “개헌, 분권형 대통령제가 대세인가”外 를 읽고(2014. 11. 04 15:23)
- 2014. 11. 04 15:23 오피니언
- “개헌, 분권형 대통령제가 대세인가” 물론 분권형도 좋고 부통령제 신설도 좋고 다 좋은데, 양당끼리 나눠 먹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닌가. 개헌 논의야 자유롭게 논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정당성에 하자가 있는 현 정권 하에서 개헌이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_트위터 hyoker3690 “개헌이슈에 숟가락 얹어라… 잠룡들 계산된 플레이” 현재의 소선거구제는 문제가 많다. 민주화가 시급했던 시절에 만들어진 임시적인 제도였다. 이제 고작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국민의 손으로 뽑는 정도인데 진정한 민주화까지는 아직 멀었다. 뽑고 난 이후에는 국민이 무엇을 할 수 있나? 합법적으로든 편법을 동원해서든 최고통치자가 도둑질을 해가도 국민이 두 눈 벌겋게 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게 민주주의냐? 재벌 위주의 정책들만 난무하고 복지한다고 생색내는 무리들이 물러가게 하려면 현재의 돈 많이 드는 정치를 바꿔야 한다. _다음 nhgfddse 지금 이 시점에 개헌이 우선인가, 민생경제가 우선인가?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 좀 해라. 국민들은 개헌하자는 사람 없다. 잠룡인지 누에고친지 몰라도 정신 차려라. _다음 풍경소리 “최고령 공직자 ‘자니 윤’ 보은 인사의 ‘코미디’인가, 노령화 시대 ‘노익장’인가” 송해 선생이 전국노래자랑 사회 보는 것에 대해 불만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분야에 전문가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니윤이, 그 분야에 전혀 상관도 없는 79세 노인이 보은인사로 낙하산이라니…. 이건 나이와 상관없이 완전히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_경향 ish999gogm 관피아, 해피아 등 수많은 ‘~피아’를 만들고 있는 박근혜 정권이 적폐를 말하면서도 또다시 보은인사를 하고 있구나. 신문과 방송을 총동원하여 노인폄하라고 선동질을 하는 것을 보니, 정말 말종들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_경향 h7150054 “단통법 이후 불법보조금 정말 사라졌나” 국민의 시각에서 단통법이란? ‘단’지 ‘통’신사를 위하는 ‘법’이다. 국민에게는 60만원 이상 바가지 씌우는 바가지 법이다. 이 법을 발의한 새누리당 소속 의원 10명은 자진사퇴해야 된다. 찬성한 여야 대표는 각각 국민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하라. 그리고 즉각 이 법을 폐지하라.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그리고 방통위는 국민들이 전혀 공감 못하는 이상한 말로 국민들에게 더 이상 민폐 끼치지 마라. _네이버 kksk**** 왜 보조금이 불법인가? 판매자가 그만큼 보조금을 줘도 이익이 되니까 하는 거다. 결국 보조금 문제가 아니라 그 이면에 깔린 비정상적인 가격정책이 문제다. 외국과 견주어봐도 지나치게 높은 통신비와 단말기 출고가, 이게 문제다. 보조금을 잡을 것이 아니라 이걸 잡아야 하는 거다. _다음 카로 우선 요금이나 절반으로 내려라. 조금씩 조금씩 올리다보니 사람들이 그런가 보다 하며 쓰고는 있지만, 예전과 비교해보면 갑절은 올랐다. 과연 오른 만큼 서비스가 좋아졌나? 경쟁이 없다보니 짬짜미해서 가격을 정해놓고는 요금제도 통화·문자·데이터를 묶어 판다. 쓰지도 않는 서비스는 왜 같이 사야 하나? 쓰는 만큼 요금 내게 만들어야 한다._다음 맛있는체리
- 독자의 소리
- [표지이야기]개헌, 분권형 대통령제가 대세인가(2014. 10. 27 18:42)
- 2014. 10. 27 18:42 정치
- 개헌은 불가피한 시대적 요청인가, 개헌을 한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 국회의원, 학자, 법조인 등 각계 전문가 30인에게 물어봤다. 개헌 논의가 정치권을 휩쓸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개헌 논의 여부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는가 하면 여당과 야당의 주요 대권 후보들도 앞다투어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여야 국회의원 70여명은 지난 2월 1987년 체제의 산물인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시대에 맞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을 발족하기도 했다 10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과연 개헌은 불가피한 시대적 요청인가, 개헌을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은 개헌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진전시키는 차원에서 국회의원, 학계, 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 30인에게 개헌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전화 면접과 종이 설문 방식을 병행했다. 국회의원-학자ㆍ법률가들 ‘분권형’ 엇갈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권력구조와 관련, 대체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지지했다. 반면, 학자와 법률가들은 분권형 대통령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특효약은 아니라는 입장이 다수였다. 아직은 개헌 방향을 둘러싸고 사회적 합의가 정해지지는 않은 듯했으나,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의 의견이 일치한 지점은 대통령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필요성이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야당 간사)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국회가 대권 고지를 향한 베이스캠프가 되고, 여야의 대립과 갈등이 반복되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도 “막강한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의 정치체제로 인해 증오와 적대의 정치가 만연하고 민생이 소홀해졌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목소리가 다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4년 중임제와 내각제를 지지하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개헌추진 국회의원모임 고문)은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주장했다. 그는 개헌이 될 경우 “헌법에 주어진 권한대로 대통령과 총리가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문제점들을 해소할 수 있고, 효율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학자들이나 법률가들은 특정 정치체제가 옳다는 답변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최태욱 한림국제대 국제학과 교수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꼭 정답인지에 대해서도 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양당제 구조를 놔둔다면 헌법을 바꾸더라도 기득권이 유지되는 승자독식 구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교수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는 12년 동안 철의 여왕으로 불리는 제왕적 총리였다. 집권당 1인자가 대처처럼 카리스마가 있다면 당, 국회, 행정부도 장악할 수 있다”며 “개헌을 한다면 이념과 가치 중심으로 다당제가 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0월 초 CBS 여론조사 때만 해도 4년 중임제를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개헌 찬성 의원 231명 중 105명이 4년 중임제 개헌을 지지했고, 분권형 대통령제 지지자는 94명이었다. 그러나 CBS 여론조사 이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방안이 많이 논의됐다. 10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대해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제왕적 대통령 막으려다 제왕적 총리 우려 이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0월 16일 중국 상하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작심한 듯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다. 귀국 후 김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한편, 야당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대통령 중임제의 경우 대통령이 단기 실적에만 매몰되는 단점은 보완할 수 있지만, 지나친 권력집중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0월 17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국감 대책회의에서 자신의 개헌 관련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사에서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지지한 답변이 14명으로 개헌에 찬성한 23명 중 절반을 넘었다. 분권형 대통령제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물론 분권형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것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분권형 안에서도 미세한 차이점이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주로 논의되는 분권형 권력구조의 모델은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다. 분권형 권력구조는 순수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제에 가까운 이원집정부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경우 대통령이 상징적인 존재에 불과한 의원내각제 국가로 일반적으로 분류된다. 물론 정치권이 두 체제를 엄밀하게 구분하는 건 아니다. 우윤근 원내대표의 경우 평소 독일식 정치체제로의 개헌을 주장했지만, 에 보내온 답변서에는 “국민 직선 분권형 대통령제”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독일에도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김무성 의원이 언급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도 실질적으로는 의원 내각제에 가깝다. 프랑스와 독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통령의 존재감이다. 애초 프랑스는 간선제로 선출되는 상징적인 대통령이 있었으나, 1950년대 알제리 독립전쟁 이후 제5공화국 개헌을 통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대통령이 탄생했다. 대통령은 직선으로 선출되며, 의회 해산권, 각료 지명권의 권한을 갖는다. 다만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정당에 소속되어 대립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김하중 전남대 교수는 “프랑스에서 (5공화국) 개헌 직후에 그런 일이 생겼다. 외국 정상회의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프랑스를 대표해 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의 경우 1997년부터 5년간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와 동거했다. 오히려 총리의 권한이 더 강해 노동시간 단축 등 시라크 대통령이 반대하는 정책들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이원집정부제에 가까운 정부 형태를 가졌다가 나치 집권기를 겪은 이후 대통령은 상징적인 존재로 격하됐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의원내각제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두 나라의 차이점은 독일은 대통령을 간선으로 뽑는 반면, 오스트리아는 국민직선제라는 점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직을 맡고, 총리가 국가의 실세라는 점은 동일하다. 분권 지지자도 독일ㆍ프랑스식 등 10인10색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을 지낸 이건개 변호사는 ‘한국적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했다. 6년 단임제의 분권형 대통령제 안이다. 이 변호사는 “한국의 현실에서 순수한 내각제는 불가능하다. 또한 한국은 외교·안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6년간 내정에 초연하게 하는 방안으로 6년 단임제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소수지만 현행 헌법으로도 충분히 분권형 대통령제를 구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10월 1일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국회에서 최태욱 교수 초청 개헌 강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원책 변호사는 “궁극적으로 대한민국도 내각제 국가가 되어야 한다”면서도 현재의 개헌 논의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분권형이나 내각제 개헌이 될 경우 의회에 더 많은 권력이 주어지는데, 의원들의 자질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 변호사는 “현행 헌법은 순수 대통령제에 가까운데 총리직을 규정해서 모순이 있다. 차라리 총리 대신에 부통령을 신설해 순수 대통령제에 가깝게 하는 게 낫다”며 “현행 헌법도 독재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등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전 변호사는 “현행 헌법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의견을 정리하면 이렇다. 현행 헌법 86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임명하기 전에 국회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실에서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인물이 총리가 되지만, 다수당 의원들이 하기에 따라서는 다수당이 원하는 사람을 국무총리로 앉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은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말이고, 대통령을 무소불위의 제왕으로 만든 게 바로 정치인들, 특히 현 집권당 정치인들”이라며 “헌법대로라면 대통령이 가진 건 인사권뿐이고,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방식은 국회가 총리를 뽑는 내각제 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재교 변호사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현재 개헌 논의에서 대통령 권한이 너무 많다는 의견이 나오는데, 국회가 헌법상 제 역할만 해내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보다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향의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헌법이 1987년생인데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면 아직 신제품이다. 헌법은 함부로 바꾸면 안 되고,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법률이나 시행령으로 바꿔야 한다”며 “국민 피부에 와닿지 않는 지금 시점보다는 차기 대선 후보들이 부각되는 시점에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이 더 원만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의회 견제기능만 작동하면…” 개헌 무용론도 개헌 반대하는 입장인 조경태 새정치연합 의원은 “19대 국회는 개헌을 논의할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설사 개헌을 하더라도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4년 중임제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국회의원들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로 권력구조가 바뀔 경우, 청와대가 아닌 정당에서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전 변호사는 “다른 내각제 국가들은 야당 시절부터 섀도 캐비닛(그림자 내각·정권을 잡을 경우를 예상한 국무위원 후보군)을 구성한다.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내각을 구성할 정도로 경륜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회의 수준이 오를 때까지는 내각제로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가 정치인끼리의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헌법 개정은 헌법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생기고 국민 다수가 원할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민들은 정부 형태에 큰 관심이 없다. 이번 개헌 논의는 정치인들을 위한 정치인들의 게임”이라고 말했다. 신인수 변호사는 개헌 이슈가 오히려 중요한 민생 현안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헌 논란 때문에 모든 이슈가 가려지고 있다. 비정규직 기간을 3년으로 늘리겠다는 등 직접적으로 노동자들의 삶과 연관된 문제들이 나오고 있는데, 개헌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현행 헌법 자체가 상당히 잘 만들어진 것이며,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라며 헌법 개정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하승수 변호사(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는 개헌 자체는 필요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하 위원장은 “현재의 개헌 논의는 정치권에서 자기들끼리 어떻게 권력을 나누느냐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어떻게 더 많은 권력을 돌려줄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하 변호사가 제시하는 것은 직접민주주의 강화다. 그는 “현행 헌법에서는 대통령만 국민투표를 부칠 수 있다.0 0우리 헌법에는 직접민주주의에 관한 내용이 없는데, 스위스처럼 국민 발의를 통해 국민투표를 할 수 있게 열어놓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하 변호사는 이왕 시작된 개헌 논의가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권력 분배보다 국민ㆍ지방과의 분권 중요 아이슬란드 개헌이 한 사례다. 아이슬란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가쇄신 차원에서 개헌이 논의됐다. 아이슬란드 정치권은 개헌과정을 국민들에게 공개했다. 인터넷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물론, 일반인으로 구성된 헌법심의회가 개헌안을 직접 심의했다. 2년간의 숙의 끝에 국부가 함부로 외부에 유출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헌법이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하 변호사는 “87년 헌법이 나름 민주화 운동의 결과인데, 국민의 참여가 보장되는 방식으로 개헌을 하지 않으면 야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정 변호사(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기획위원장)는 중앙권력 내부의 권력 분할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권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아닌 국회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프랑스식 양원제를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 등의 사례를 보면 하원은 지금처럼 국민이 직접 대표들을 뽑는다. 반면 상원은 일종의 간접선거 비슷한 방식으로 각 지역의 대표성을 갖는 사람들이 선출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현행 헌법은 중앙정부만이 입법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상원이 설치되면 지방의 관점에서 입법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열린다”고 말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지방분권 강화 역시 대통령과 국회에 집중된 권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하승수 변호사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더 가까운 곳에 있는 지방정부에 더 많은 권력이 분산되어야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현행 헌법에서는 100개가 넘는 조항 중 지방정부를 규정하는 조항이 2개밖에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김경진 변호사는 지방분권 강화의 일환으로 국가권력의 상징인 검찰과 경찰의 권한을 상당 부분 지방정부로 옮기는 안을 제시했다. 미국처럼 지방정부에 검찰권과 경찰권을 이양하자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한다 하더라도 제왕적 대통령 대신 국회의원들이 소통령적 권력을 행사할 위험성이 있다”며 “국가권력을 지방에 분산시키거나 교육자치를 고등교육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이 오히려 정치구조의 폐해를 줄이는 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표지 이야기
- [신동호가 만난사람]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으로 대권 승부수 이재오 의원(2012. 05. 22 19:52)
- 2012. 05. 22 19:52 정치
- ㆍ“MB를 넘어 JOY를 건설하겠다” 지난 5월 10일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을 대선주자 자격으로 처음 만났다. 킹메이커, 정권의 2인자, 친이계 좌장…. 이름 앞에 붙었던 이런 거창한 수식어가 지금은 오히려 넘어야 할 큰 벽이 돼버린 지점에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했다. 킹메이커가 킹이 되고자 하면 희화화될 수 있다. 정권의 2인자는 그 정권과 함께 심판받거나 퇴장하는 게 마땅하다. 친이계는 이번 총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지리멸렬했다. 정세 판단을 이렇게 한다면 그가 깃발을 들고 나온 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의원은 “나는 다른 킹메이커와 다르다”고 말했다. 정권의 2인자라는 표현에는 “정권 탄생의 2인자였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친이계의 ‘공천 학살’에 대해서는 “당을 온전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저항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체제가 출범한 다음날인 지난 5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황우여 대표체제에 대해 “우려된다”고 비판했는데….(웃음) “원래 우려되니까. 대선 전에 들어서는 지도부는 우선 경선을 무리 없이 잘 치러야 됩니다. 그렇게 하려면 경선 룰과 날짜를 후보들이 합의할 수 있어야 해요. 당권을 잡은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면 후유증이 생기잖아요. 이미 황우려(이 이원의 발음)씨가 한쪽 편에 서 있기 때문에 과연 중립적으로 관리할 것인지 우려되는 거지요.” 친이계 중에는 심재철 의원이 지도부에 들어갔잖습니까. “일곱 명 중에 한 사람인데 무슨 역할을 할 수가 있겠어요. 최고위원회가 화백회의처럼 만장일치제도 아니고. 그냥 당권파 의도대로 밀고 나가기 위한 거죠.” 친이계는 계파 자체가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거의 소멸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국회의원 중심의 계파는 없어진 거죠. 하지만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켰던 전국의 많은 개인과 조직은 아직 상당수가 남아 있다는 것이 심 의원이 3등으로 지도부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봐요.” 공천 과정에서 친이계가 ‘학살’당했다고 표현했는데, 그렇게 무기력하게 당한 게 이상합니다. “친이로서는 어떻든 이명박 정권을 만든 정당인데 스스로 당을 깰 수는 없잖아요. 다소 억울하고 분노가 치밀기는 하지만 당권이 넘어간 이상 당권 잡은 사람이 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잖아요. 친이가 학살을 당하고도 참고 있었기 때문에 당이 총선을 치를 수 있었지, 저항했으면 새누리당은 깨지고 총선에서 그냥 참패하게 되는 거죠.” 말하자면 살신성인을 했다는 얘기군요. “친이가 계파는 죽었지만 당은 그대로 온전하게 유지시켜준 거죠. 그 점을 친박이 잘 알아야 돼요.” 이 의원은 전국 16개 광역시·도를 도는 1차 민생투어를 마치고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이때 발표한 ‘국가대혁신 5대 방안’은 혁명적인 내용이라고 할 만하다. 요약하면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전국 50개 자치시, 국회의원 200명으로 행정 및 정치구조 개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남북대표부 설치 ▲공동체적 시장경제 실현 등이다. 이 의원은 이 인터뷰 마치고 전국 234개 기초시·군·구를 도는 49박50일의 2차 민생투어 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5대 방안에 대한 공감폭을 넓히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개헌 문제는 당위성과는 별도로 과연 선거국면에서 정치권과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내가 대통령이 되면 취임 6개월 안에 개헌을 하겠다는 거니까 지금 국면에서 호응은 별 의미가 없잖아요. 대통령 중심 체제가 갖고 오는 사회적 부패와 갈등, 권력의 부패와 분열, 그런 것들을 치유하기 위해 대통령 권력을 나누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내가 제안한 것이니까, 거기에 대한 공감은 앞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얻어야죠.” 여권 후보 중에서 일부 호응은 있는 것 같은데, 박근혜 의원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봅니까. “박근혜 의원이 오늘부터는 ‘원 오브 뎀’이잖아요. 후보 중 한 사람이니까. 출마(선언)를 하게 되면 개헌에 대해서 뭔가 입장을 밝혀야 할 거예요.” 나머지 임기를 포기할 정도로 분권제 개헌을 중시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의원의 개헌안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박 의원을 밀어줄 의향도 있습니까. “아, 새누리당 후보들이 다 받으면 누가 되든 경선이 좀 부드럽지 않겠어요. 왜냐하면 대통령 권한과 총리 권한을 분리하고 총리도 국회에서 선출하는 게 되니까요. 나는 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하나만 해도 대통령으로서 역사적 임무를 다한다고 보는 사람이에요.” 국회의원 총수를 200명으로 줄이는 건 이 의원에게 별로 실익이 없는 방안이라고 생각됩니다. 우선 정치권이 받아들이겠습니까. “국회의원들은 반대하겠죠. 그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자가,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국가 틀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이 개인의 실익보다 국민과 국가를 보고 정치를 해야 되지 않겠어요. 각 도를 다녀보니까 제일 원하는 게 국회의원 수 줄이는 것이더라고요.” 세 번째 부정부패 부분은 공수처 신설이 핵심인데, 이건 좋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실세라고 하는 분들이 속속 구속되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이재오만큼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고들 합니다. 문제는 제도보다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정권의 2인자로 불린 이 의원께서 왜 이 대통령의 측근 부패를 막지 못했는지 물어보고 싶군요. “내가 말이 실세지… 부패를 막으려면 검찰총장을 하든 법무부 장관을 하든 사정기관을 담당해야 되잖아요. 옆에서 훈수 들어갖고는 안 되죠. 권력이라는 게 그렇더라고요. 자리가 없이 밖에 있으면 아무리 실세라도 집행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대통령 직접 해서 공수처를 만들겠다는 것 아닙니까. 국민에게는 좀 충격일 거예요. 아, 이재오니까 가능하다, 이런 소리 나올 거예요.” 그럼 말만 실세지 허세였다는 것입니까. “허세가 맞지.(웃음) 그런데 꼭 허세라고만 볼 수는 없겠죠. 사람들이 날 그렇게 보지 않으니까. 방금 얘기했듯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으면 아무리 실세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 영향력을 끼치면 간섭이 되잖아요. 난 그런 거 좋아하지 않아요.” 대통령한테 직언할 수는 있잖습니까. “그야 하죠. 수시로 하지만 내가 언론에 공개할 것까지는 없잖아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됐습니까. “많이 된 부분도 있고, 안 된 부분도 있죠. 내가 함부로 직언은 안 하잖아요. 대통령이 권한이 있고 역할이 있는데 내가 옆에서 선거 도왔다고 해서 이것저것 다 간섭하면 그것도 옳지 않잖아요. 꼭 필요한 건 ‘이건 이렇습니다’라고 얘기는 하지만 돌아가는 모든 걸 직언하는 건 아니니까.” 출마 선언을 하면서 “현 정권의 공과를 다 안고 가겠다”고 했는데, 제대로 역할을 못 한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지 않습니까. “억울하지. 억울하지만 국민은 내가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키는 데 실세였다고 보는데 이 정권의 운영에 깊이 관계를 안 했다고 해서 이 정권을 만든 사람으로서의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 정권의 공과 과를 안고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 내가 이루려고 했던 국가, 내가 이루려고 했던 국민 행복은 이런 거다, 내가 하려고 했던 대통령은 이런 상이다….” 이 의원의 말이 길어졌다. 그의 슬로건인 ‘가난한 대통령, 행복한 국민’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이었다. 청와대는 박물관으로 만들고 대통령 집무실은 따로 비서와 한 건물에 배치하고 토·일요일에 아이들 손잡고 지하철로 나들이하는, 그런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대통령상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을 그렇게 만들려고 했는데 내가 국회의원 낙선하고 권력에서 떨어져 있고 권력구조가 그렇게 안 돼 있어서 못 한 거예요. 그래서 내가 헌정구조를 개편하고 나라의 틀을 바꿔서 새로운 창조적인 대통령상을 만들겠다는 거죠. 정말 그렇게 하고 싶은데, 사람들은 만날 MB 2인자라고 하고 무슨 대단한 권세를 누리고 있는 사람처럼 보고, 또 내가 대통령 한다고 그러니까 에이, 무슨 킹메이커가 킹 되려고 하느냐, 이렇게 해버리니까 내가 속이 타지.(웃음)” 킹메이커라는 별명은 그가 이 대통령을 서울시장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서 붙여진 것이다. 그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답답한 심사를 드러냈다. “킹메이커도 킹메이커 나름이잖아요. 기술적, 테크노크라트식 킹메이커가 있고 가신적 킹메이커가 있잖아요. 나는 동지적 킹메이커고 정치적 킹메이커지, 그러잖아요. 나더러 또 킹메이커 하라는 거는 나를 진짜 잘못 보는 거지.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내가 하려던 것을 이 정권이 못 했으니까 내가 직접 하겠다, 내가 갖고 있는 정치적 창조적인 국가의 가치관을 새로 세우겠다, 이런 거예요. 단순히 킹메이커가 킹 된다는 차원으로 보면 안 되죠. 내 마음 속에 갖고 있던 건 원래 킹이었는데, 딴 사람이 먼저 킹을 하겠다고 하고 그 사람 좋으니까 먼저 킹을 시킨 것이지….” 이 의원을 잘 아는 사람은 이해하겠죠. 그런데 저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대운하, 4대강 전도사’를 자처한 것입니다. 예전에 알던 이 의원과는 전혀 다른, 가장 이재오답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대통령을) 대통령 만들려고 한 거요. 대통령이 되려면 국가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되잖아요. 이 대통령은 생각이 토목적이기는 하지만 대운하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니까 나처럼 기술에 문외한인 사람은 감성적으로 기가 막히더라고요.” 지금은 본인의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잖습니까. 그렇다면 이재오답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새로운 성찰이랄까, 그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운하 하기 전에 내가 자전거로 한 번 탐방을 했잖아요. 이번 7·8월에 4대강변 정비가 어느 정도 끝나면 정말 한 번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돌아보려고 해요. 민주화운동을 했던, 생명을 존중했던 이재오의 철학을 갖고서 말이죠. 잘못됐다거나 보완할 점이 있으면 가감 없이 여론을 들어서 정리하려고 합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논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는 뜻입니까. “내가 대통령이 되면 4대강을 반대했던 자들의 입장에 서서 어떻게 보완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겠습니다.” 이 의원이 제시한 국가대혁신 5대 방안의 나머지 두 주제는 남북관계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것이다. 찬찬히 뜯어보면 5대 방안은 결국 제왕적 대통령, 의회정치 파행, 부정부패, 남북관계 파탄, 양극화 심화 등 모두 현 정권의 실패를 반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의원도 동의했다. “맞는 말이에요. 내가 그걸 MB 정권 때 하고 싶었는데 못했기 때문에 직접 하겠다는 거죠. MB 정권에서 그걸 다 했으면 나야 행복한 국민으로 돌아가는 거지, (대통령을) 할 필요도 없죠.”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이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이 많은 것 같습니다. “허허허.(웃음)” MB와 차별화하겠다고 제목을 뽑아도 되겠습니까. “MB를 넘어 JOY를 건설하겠다….(웃음)” JOY는 영문 이름(Jae-Oh Yi) 이니셜로 만든 그의 애칭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에 관한 한 그는 ‘안고 넘겠다’는 표현의 수위를 넘으려고 하지 않았다. 박근혜 의원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비판은 삼갔다. 트위터를 통해 ‘깜이 엄마’의 입을 빌려 에둘러 표현하는 게 전부인 듯했다. 트위터에 자주 등장하는 깜이 엄마가 실존인물입니까. “많이 물어보는데, 실존인물이에요. 북한산 밑 조그만 동네에 사는데 비운의 여인이에요. 한국 현대사에서 굴곡마다 가족이 희생당했어요.” 오래 알던 분입니까. “한 3년 됐나. 몰랐는데 자기가 깜이 엄마라고 해서 알았지. 새벽에 산에 갔다 내려오는데, 있는 대로 욕을 하는 거라. 날 보고 첫 마디가 ‘어이 이재오, 날 몰라?’, ‘예?’ 그러니까, ‘내가 깜이 엄마야’라고 그래요. 트위터의 글은 그 사람이 말하는 것 중에 극히 정제해서 올리는 거예요.” 아무리 좋은 방안을 갖고 있어도 대통령이 돼야 실현할 수 있잖습니까. 지금의 경선 룰과 당내 역학구도로는 결과가 뻔할 텐데, 이 부분을 어떻게 헤쳐나갈 생각입니까. “당 후보를 뽑는 결과는 물론 본선 경쟁력에 있어서도 결과가 뻔하죠. 그렇게 되면 그때 가서 중대한 결심들을 해야죠.” 중대 결심이라면 그게 무슷 뜻입니까. “정권 창출이 우리의 요구니까 그걸 위해서 완전국민경선제와 여러 가지 주장을 하는 건데, 안 받아들이고 그냥 혼자만 가겠다? 하~(잠시 생각한 뒤) 그때 가서 결심을 해야 안 되겠어요.‘ 어떤 내용입니까. “내용을 얘기하면 그건 중대 결심이 안 되죠.”
- 신동호가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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