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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선거제도 개혁 필요하다](1)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을”(2016. 04. 26 13:41)
2016. 04. 26 13:41 정치
ㆍ과반 못 넘기면 1·2위만 다시 대결… 선거 전 인위적 단일화 저지 가능 “한 가지 더 공약 말씀을 드리겠다.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겠다. 결선에 나갈 후보들 간의 협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께서 직접 선택하실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치겠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있던 2012년 11월 28일, 당시 문재인 후보는 대전역앞 유세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를 포기한다고 밝힌 직후였다. 당시 문 후보 캠프 측은 문 후보가 제안했던 결선투표제에 대해 “국민의 의한 제도적 단일화를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는 방안”으로 “1987년 이후의 역사적 경험과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필요성을 체감하고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의에 불 지핀 안철수 공동대표 안 후보 쪽 지지자들의 지지를 끌어오기 위해 ‘제도적 단일화’를 약속하는 한편, 단일화를 둘러싼 진통이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맥락이 담긴 것이다. 그러나 문 후보는 대선에서 낙선했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는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4·13 총선에서 야권이 선전한 결과가 나온 뒤 결선투표제는 다시 정치권의 화두가 됐다. 이번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논의에 불을 지폈다.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하고 제3당의 자리를 굳건히 하면서 안 대표가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건 것이다. 안 대표는 “대선 직전 선거제도 때문에 당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과거 새정치민주연합에 몸담고 있을 때와는 달리 독립한 신당에서 대선후보로 나서는 만큼 안 대표 개인의 지지율을 극대화하려면 제도로 보장된 야권의 단일화 방안이 가장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15일 국민의당 서울 마포당사에서 열린 당선자 대회 및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안철수(앞줄 가운데)·천정배 공동대표(왼쪽)와 당선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결선투표제란 1차 투표에서 과반 혹은 따로 정한 득표율 기준을 넘긴 후보자가 없을 경우 최다 득표 1·2위 후보자만 놓고 다시 결선투표를 시행하는 제도다. 선거 이전 후보들끼리 임의적으로 단일화를 이루는 것과 달리 제도적으로 단일화 효과가 나을 수 있다. 일반적인 선거에서 폭넓게 적용될 수 있지만 역시 대통령 선거에서의 결선투표제 도입이 가장 큰 쟁점이 된다. 안 대표가 결선투표제를 제안한 이유도 내년 대선 레이스가 새누리당과 더민주, 그리고 국민의당 후보 간의 3자 대결로 치러질 경우 지난 18대 대선에서처럼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정 후보의 정치적 이해관계 외에도 결선투표제는 당선인의 대표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51.6%를 넘긴 것을 제외하면 직선제가 다시 시작된 13대 대선 이후 과반의 유효득표를 한 대통령 후보는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48.9%,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48.7%로 절반에 가까운 표를 얻었을 뿐이다. 결선투표제를 시행하면 과반이라는 기준을 넘은 당선인이 나올 수 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안 대표의 결선투표제 도입 주장에 대해 당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는 않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우선 총선 패배 이후 당내 상황을 수습하기에 바쁜 실정이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결선투표제는 우선 개헌이 필요한 제안인데, 기존 개헌 논의와는 동떨어진 주제”라고 말했다. 개헌 논의까지 가게 되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4년 중임제와 같은 이슈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 불리한 새누리당은 도입 의지 약해 게다가 결선투표제 도입이 당장으로서는 야권이 수월하게 후보를 단일화하는 쪽으로 이어져 여당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므로 이 제안을 받아들일 정치적 이유가 거의 없다. 비교적 온건한 성향의 한 여권 중진 의원도 “여당에 뿌리를 두고 탈당한 후보가 대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없다는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여권에서 분열이 일어날 소지는 적다”며 “앞으로 당 안에서 더 큰 소용돌이가 치기는 할 테지만 그 어느 쪽도 결선투표제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민주는 대놓고 반대만 할 수는 없는 처지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안 대표가 꺼낸 결선투표제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때 대선 공약으로 당의 공식적 입장에 가까웠던 결선투표제 도입을 전면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당내 목소리도 있다. 게다가 결선투표제가 단순히 야권 단일화를 제도화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사표를 줄이고 당선자의 대표성을 높이려는 취지도 있기 때문에 원론적으로는 찬성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비노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안 대표가 먼저 들고 나와서 그렇지, (도입)할 필요가 있는 제도인 건 맞다고 본다”며 “그래도 현실적으로 봤을 때는 오는 대선 전까지 (결선투표제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안 대표와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결선투표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좀 시기상조인 느낌이 든다”며 “아마 안철수 대표의 개인적인 생각이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한 점도 국민의당 내 당론 정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천정배 공동대표는 결선투표제가 “해야 될 일”이라며 안 대표의 주장에 동의하는 등 당 내부의 기류를 쉽게 종잡기 어렵다. 더민주가 3자 구도 대선을 준비하겠다고 하면서도 향후 국민의당이 내부적으로 완전히 통합되지 않은 상태로 대선에 나서면서 사실상의 양당 구도로 대선 레이스가 펼쳐질 것을 기대하는 까닭이다. 결선투표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쪽에서는 개헌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또 다른 이유로 내세운다. 헌법 67조 2항의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조항이 근거다. 현실적으로 최고 득표자 2인의 표가 정확하게 같을 가능성은 극히 낮으므로 이 상황을 제외하면 헌법에 결선투표라는 개념이 없다는 주장이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동점자 규정을 두면서도 헌법에 결선투표 규정을 제한적으로만 명시한 것은 결선투표를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쪽 주장에 따르면 개헌 없이 결선투표제를 도입해도 대통령 선거 이후 위헌 소송과 대선 무효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에 대선 결선투표를 금지한다는 명시적 문구가 없어 선거법 개정으로 결선투표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맞서고 있다. 헌법 67조 5항에서는 ‘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안 대표를 비롯한 야권 정치인들은 개헌 없이 법 개정만 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의당의 노회찬 전 대표도 자신이 2012년 7월 대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사실을 들며 “헌법을 고치지 않고 법률을 고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제출했고, 그 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고 주장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도 “매우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만을 결선투표의 요건으로 둔 것은 상징적인 차원의 의미”라며 “정치권이 합의만 한다면 선거법 개정으로도 대선 결선투표를 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결선투표제를 시행하는 나라 중 가장 잘 알려진 나라는 프랑스다. 그밖에도 오스트리아, 폴란드, 슬로베니아, 체코, 불가리아 등 유럽 국가와 브라질, 페루,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프랑스, 오스트리아, 체코 등은 헌법으로 결선투표제를 규정하고 있다. 선거비용 늘어 단점, 선호투표제가 대안 결선투표제는 두 번 이상 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현행 투표방식보다 국가의 선거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호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선호투표제가 더욱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선호투표제란 유권자들이 투표지에 올라와 있는 여러 후보 이름 옆에 선호도 순위를 매겨 투표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ㄱ, ㄴ, ㄷ 세 후보가 출마했으면 ㄴ후보를 1순위, ㄷ후보를 2순위, ㄱ후보를 3순위로 정하는 식으로 투표하는 것이다. 후보들 중 과반 득표 후보가 안 나오면 최하위 득표 후보를 지지한 표를 2순위로 찍은 후보에게 배분하는 방식을 과반 득표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한 번의 투표로 끝난다는 장점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김종갑 입법조사관은 “결선투표제는 당선인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그 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유권자 선택의 적실성 문제, 동원투표 가능성 등의 단점이 있다”며 “유권자의 선호 표기를 3선호까지 허용하고 모든 선호를 당선인 결정에 반영하여 선출하는 변형된 선호투표제가 대안으로 적합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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