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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야생동물을 돌보는 일
[신간] 야생동물을 돌보는 일(2024. 06. 19 06:00)
2024. 06. 19 06:00 문화/과학
이상한 동물원의 행복한 수의사 변재원 지음·김영사·1만7800원 국내 첫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돼 동물 종 보전 등의 역할을 하는 청주동물원에서 일하는 수의사의 에세이다. ‘동물 입장에서 동물원은 필요 없다’, ‘야생동물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좋은 동물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등은 저자를 비롯한 청주동물원 수의사들과 동물보호단체, 환경부가 모두 인정한 대원칙이다. 하지만 현존하는 동물원을 전부 없애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당장 동물원을 없애면 이미 인간에게 길든 5만여 마리의 동물은 어디로 가야 할까. 그러니 지금 최선의 답은 ‘동물을 위한 제대로 된 동물원’을 만드는 일이다. 저자는 병든 동물을 치료하는 병원이 되고, 인간에게 터전을 빼앗긴 야생동물의 보호소를 넘어 동물을 위한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한다. 그의 꿈은 외래 동물을 사들여 가두고 관람과 전시를 중심으로 하는 동물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동물원이라는 세계의 소멸을 바라면서도 그 세계의 약한 존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 책에는 그런 삶의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다.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 베냐민 발린트 지음·김정아 옮김·문학과지성사·2만4000원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작가로 이름 자체가 형용사가 된 불멸의 작가 카프카. 죽기 전 자신이 쓴 글을 불태워달라고 했지만, 친구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문학 매니저를 자처한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의 뜻과 달리 미완성 원고를 출간했다. 브라트가 약속을 어긴 덕에 카프카는 사후 명성을 획득했고, 독자는 그의 문학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카프카와 브로트의 삶과 우정,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면서 카프카에 대한 새로운 이해 방식을 선사한다. 또 두 작가의 문필 유산을 손에 넣은 에바 호페가 유산을 빼앗으려는 국가와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겪는 곡절도 들려준다. 신앙과 역사, 개인과 국가 권력 등에 관한 고찰을 통해 “카프카는 누구의 것인지” 고심해보도록 유도한다.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박주용 지음·동아시아·1만9800원 AI 등장에 따른 충격적인 뉴스가 연일 쏟아진다. AI를 모르면 혼자만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에 유료버전 결제를 고민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KAIST 포스트 AI 연구소 소장을 지낸 저자는 AI 시대에도 중요한 것은 인간의 창의성이라고 역설하며, 미래를 모색하는 이들에게 길잡이를 제시한다.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 이설기 지음·오월의 봄·1만7000원 ‘발달을 자극하라’, ‘공감하는 엄마가 되어라’, ‘다 엄마 탓이다’ 등. 엄마가 되는 순간 들려오는 다양한 명령이다. 이 책은 임신 29주 만에 이른둥이를 낳은 저자가 엄마를 향한 명령들에 관해 묻고 협상해온 과정을 담았다. 엄마가 된 이후 겪는 심리적 고통이 죄책감에 취약한 개인의 문제인지 질문한다. 벌새 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엘렌 베클랭 그림·문현임 옮김·북극곰·1만8000원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과 상실의 아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10대 소년이 새로운 만남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생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되는 과정을 벌새에 빗대어 그린 그래픽 노블이다. 새로운 도시로 이사한 소년 셀레스틴이 앞집 소녀 로뜨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하는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신간
[신간] 동물권을 말할 또 하나의 이유
[신간] 동물권을 말할 또 하나의 이유(2024. 05. 15 06:00)
2024. 05. 15 06:00 문화/과학
우리가 동물의 꿈을 볼 수 있다면 데이비드 M. 페냐구즈만 지음·김지원 옮김·위즈덤하우스·1만9800원 진흙탕에 빠진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오랑우탄을 봤다. 곤경에 처한 이를 불쌍히 여기고 도우려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렇듯 마음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그 강력한 증거가 꿈이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인간만 꿈을 꾼다고 여겼지만 개와 고양이 그리고 새도 꿈을 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례로 수화를 배운 침팬지는 자면서도 손을 움직이며 이야기한다. 금화조가 노래를 부를 때의 뇌 활동 패턴은 수면 상태에서도 일정 기간 나타난다. 과학철학자인 저자는 동물이 꿈을 꾼다는 여러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면서 동물 역시 인간처럼 상상력과 의식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식이 있어야 꿈도 꾸기 때문이다. 가령 어미의 엄니가 잘리는 모습을 본 새끼 코끼리와 어미가 사냥꾼에게 살해당한 모습을 본 고릴라는 한참이 지나도 악몽을 꾼다. 동물이 감정과 의식을 가진 존재라면 동물을 대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저자는 동물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제 생명의 주체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할아버지의 장난감 선물가게 장난감 박사 지음·달·1만5000원 인천 미추홀구의 한 지하상가에는 할아버지들이 운영하는 ‘키니스 장난감 병원’이 있다. 평균 나이 75세인 12명의 할아버지가 모여 만든 국내 최초의 장난감 병원이다. 은퇴 후 ‘좋은 일하자’는 데서 출발했는데 어느새 좋아하는 일이 됐다. 하루 20~30건씩 들어오는 치료 의뢰를 감당하기가 쉽진 않지만, 장난감을 돌려받은 아이들이 “감사합니다” 말하면 피로를 싹 잊는다. 장난감 수리는 아이들에게 소중한 친구를 되찾아주는 일이라면서 아이가 존재하는 한 장난감 수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문학동네·1만6800원 주목받는 신인 작가 김기태의 첫 소설집이다. 2024 젊은작가상 등 여러 수상작을 모았다. 단숨에 읽히게 만드는 흡인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임솔아 소설가는 이 소설집을 좋아하는 노래가 담긴 플레이리스트를 전하는 마음으로 권한다고 말했다. 웨하스 소년 이유리 지음·마음산책·1만5000원 박완서의 <세 가지 소원>으로 첫선을 보인 마음산책의 짧은 소설 시리즈 20번째 책이다. 능청스러우면서도 명랑한 문장을 구사한다는 평을 받는 이유리 작가의 단편 14편을 담았다. 삶과 죽음, 관계에 대한 고민과 사회 현안에 대한 주제 의식이 담겼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1가지 심리실험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주노 그림·서수지 옮김·사람과나무사이·1만9000원 사회심리학, 행동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 학자들의 81가지 심리실험을 통해 욕망이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헤친다. 개인과 집단의 내면에 숨은 욕망의 실체를 보여준다. 나아가 욕망이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게 하는지 알게 한다.
신간
[시네프리뷰] 3D·CG 기술로 살아 움직이는 동물 인형들
[시네프리뷰] 3D·CG 기술로 살아 움직이는 동물 인형들(2024. 05. 01 06:00)
2024. 05. 01 06:00 연예
극장판 실바니안 패밀리: 프레야의 선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이 순수성을 잃은 꽤 됐다. 다양한 상품의 판매 수익은 상상을 초월하고, 이를 극대화하려는 상업주의 야망은 그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나마 결과 안에 창작물 본연의 창의성이나 재미라도 담겨 있으면 다행이다. /미라지 엔터테인먼트 1980년대 이전만 해도 극장에 소개되는 아동 영화는 극소수였다. 그나마 일 년에 두 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겨냥해 전략적으로 제작되는 작품이 주를 이뤘다. 이마저도 일반 개봉관보다 지역 시민회관이나 세종문화회관 별관, 어린이회관 같은 대체 시설에서 공개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까지 한국에서 만화영화는 ‘아이들이나 보는 유치한 영상’ 정도로 치부됐다. 오랫동안 유지돼 오던 만화영화에 대한 이런 무시와 선입견을 변화시킨 계기가 월트 디즈니의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1989)라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도 1988년 할리우드 영화의 직배가 시작되고, 1990년 디즈니가 한국 진출에 합류하면서 2년이나 지각해 1991년 12월 개봉이 성사됐다. <인어공주>의 개봉은 한국영화사에 있어 일대 사건이라 할 만하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에 더해 미국 본사에서 철저하게 관리하는 더빙 시스템이 빛을 발하며 한국 관객들은 이전까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상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부터 대중에게 ‘만화영화’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단어가 친숙하게 됐다고 말해도 비약은 아니다. 하지만 이즈음 한국에 상륙한 것은 양질의 영상 콘텐츠만은 아니다. 이에 뒤따르는 치밀한 상품화와 판매 전략의 여파가 서서히 대중 사이에 뿌리내렸다. 영상과 상품의 상호 협력과 시너지 사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이 순수성을 잃은 지 꽤 됐다. 영상물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상품의 판매 수익은 상상을 초월하고, 이를 극대화하려는 상업주의의 야망은 그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나마 결과 안에 창작물 본연의 창의성이나 재미라도 담겨 있으면 다행이다. 영상물과 상품화의 형태는 대략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영상이 인기를 얻으며 자연스럽게 관련 상품이 파생되는 경우다. 보편적 형태로 볼 수 있으며, 대부분 영화 관련한 피겨(등장인물 모형)나 굿즈(관련 상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영상과 상품이 동시에 개발, 공개되는 형태다. 미국의 대표적인 완구회사 마텔의 <우주의 왕자 히맨>(He-Man and the Masters of the Universe)은 가장 유명한 선례다. 최근 공개되고 있는 애니메이션 대부분은 애초 작정하고 영상과 상품을 동시에 기획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세 번째는 상품이 먼저 발매되고 이를 홍보할 목적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형태다. 마텔의 ‘바비’ 인형이나 경쟁사 해즈브로의 <GI 유격대>(G.I. Joe)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그 목록 안에 <실바니안 패밀리>(Sylvanian Families)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순수와 사랑이 넘치는 숲속 동물 마을 ‘실바니안 패밀리’는 일본의 장난감, 게임 회사인 에폭이 1985년 판매를 시작한 돌 하우스(Doll House) 완구로 일종의 미니어처 컬렉션이다. ‘실바니아’가 라틴어로 숲이라는 뜻이니 실바니안 패밀리는 직역하면 ‘숲의 가족들’ 정도인데, 이름처럼 숲속 다양한 동물을 의인화한 인형들과 이들에게 어울리는 주택, 의상, 도구 등 다양한 소품을 제작해 판매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실바니안 패밀리’가 처음으로 영상화된 것은 1987년이라고 나온다. 이때는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만들어져 실제 완구의 이미지와는 꽤 거리감이 있었다. 2018년 TV를 통해 공개된 시리즈가 사실상 실질적인 ‘실바니안 패밀리’의 영상화라 보는 것이 옳겠다. 한 시즌 동안 3분 정도의 단편이 12편씩 공개돼 총 3시즌 36편의 영상이 공개된 것으로 기록이 남아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영상물이 꾸준히 제작돼 공개됐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은 공식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SylvanianFamiliesOfficial)에서 볼 수 있다. 이번에 개봉하는 <극장판 실바니안 패밀리: 프레야의 선물>은 극장판으로는 처음 만들어진 영상이다. 1시간 남짓의 중편이지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한 5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되는데, 마을 축제와 같은 날인 엄마의 생일 선물을 고심하는 초콜릿 토끼 소녀 프레야의 작은 모험과 소동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는 롯데시네마를 통해서만 개봉한다. 제목: 극장판 실바니안 패밀리: 프레야의 선물(劇場版 シルバニアファミリー フレアからのおくりもの) 제작연도: 2023 제작국: 일본 상영시간: 66분 장르: 애니메이션 감독: 코나카 카즈야 출연: 쿠로시마 유이나, 미나세 이노리, 히노 사토시 개봉: 2024년 5월 1일 등급: 전체 관람가 토이: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들 /nacellecompany.com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한국 시청자들이 받은 수혜라면 콘텐츠의 다양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의 질을 떠나 이전까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국가, 다양한 형태의 영상물을 폭넓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낯선 스탠드 업 코미디라든가 시대와 소재를 넘나드는 폭넓은 다큐멘터리 등이 그렇다. <이블 지니어스: 누가 피자맨을 죽였나?>,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이나 작년 큰 화제를 모았던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처럼 선정적인 범죄 다큐멘터리에 주력하는 것같이 보이지만, 다른 편으론 사회·문화 전반의 다양한 이면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작품이 상당히 많다.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가 <토이: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들>(Toys That Made Us·2017)이다. ‘바비’, ‘지아이 조’, ‘트랜스포머’, ‘레고’, ‘헬로키티’, ‘파워레인저’ 등 우리가 성장하면서 한 번쯤은 가지고 놀았거나, 적어도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유명 장난감들의 탄생과 성공의 역사를 다양한 자료화면과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재치 있고 꼼꼼하게 소환한다. 어쩔 수 없이 미국적 시각이 기준이 되다 보니 다소 아쉬움도 남는데, 4개 에피소드로 3개 시즌, 총 12편으로 공개된 이 작품의 서막을 여는 첫 번째 주인공이 정작 <스타워즈>라는 사실은 다소 의외의 선택이자 역설이기도 하다. <토이: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들>의 인기에 힘입어 스핀오프인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The Movies That Made Us. 2019)도 공개됐다. <나 홀로 집에>, <다이 하드>, <백 투 더 퓨처> 같은 메이저 영화부터 <할로윈>,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 같은 하위 장르영화까지 이른바 현대고전으로 평가받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재조명한다.
시네프리뷰
반려동물은 ‘물건’일까 아닐까?(2023. 07. 21 11:15)
2023. 07. 21 11:15 사회
동물을 생명으로 인정하는 민법개정안 법사위 상정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빚을 갚지 못하거나 세금을 체납하면 재산이 압류될 수 있다. 이른바 ‘빨간 딱지’가 붙는 것이다. 자동차, 냉장고, TV 등. 가족이나 다름없는 ‘반려동물’도 압류 대상에 해당한다. 반려동물이 다른 사람의 고의나 과실로 다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치료비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반려동물의 교환가치(시장가격)를 초과한 액수는 배상받을 수 없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반려동물이지만, 부부가 이혼할 때는 양육이 아닌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기본적으로 동물은 ‘물건’이기 때문에 그렇다. 현행 민법은 사람만이 권리와 의무의 주체이고 물건은 객체로 규정한다. 동물은 그 지위를 별도로 부여하지 않아 물건으로 묶이는 것이다. 이런 법체계가 현실과는 동떨어진다는 지적은 지속해서 제기됐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0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동물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또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정부가 마련해 2021년 10월 국회에 제출했다. 민법 개정안의 시행만으로 곧바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반려동물에게 빨간 딱지를 붙이지 않는 등 동물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려면 별도의 후속 입법이 뒤따라야 한다. 민법 개정안은 동물권을 둘러싼 논의를 확장하기 위한 ‘발판’인 셈이다. 민법 개정안을 두고 “끝이 아닌 시작, 목적이 아닌 수단”(조해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민법 개정안 등이 상정됐다. 정부가 법안을 추진한 지 약 2년 만에 본격적인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후속 입법 동반돼야 실질적 변화  법무부는 2021년 7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동물의 법적 지위를 새롭게 규정한 내용이다. 현행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電氣)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정의한다. 동물은 유체물(물건)에 해당한다. 반면 법무부의 개정안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제98조의2)을 신설했다. 법무부는 “반려동물 가구가 증가하면서 동물을 생명체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라며 “인식 변화를 법 제도에 반영하고 동물과 사람을 막론하고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를 견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법무부는 그해 10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안보다 동물의 법적 지위를 더 적극적으로 표현한 민법 개정안이 최근 발의되기도 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7일 내놓은 개정안은 ‘동물은 물건이 아닌 감각이 있는 생명체이다’라고 규정했다. 이런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더라도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법체계가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는다. 개정안에는 ‘동물에 대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는 단서 조항도 있기 때문이다. 동물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룰지를 개별 법률에 명시해야 비로소 동물과 물건의 구분이 실현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은 선언적 규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2020년 12월 2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유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다고 의미가 없거나 적은 건 아니다. 일단 동물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는 동물학대를 보다 엄중하게 처벌하거나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동물권 연구 변호사 단체(PNR)’ 공동대표인 박주연 변호사는 “최소한 동물이 물건과 달리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 또는 지각력이 있고, 지능이 있는 생명체라는 인식을 명문화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규정은 무엇보다 동물권 보호를 위한 논의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디딤돌로서 그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정 동물을 압류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후속 제도 마련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이론적 토대가 되는 것이다. 이런 후속 제도는 민법 개정안의 단서 조항처럼 ‘특별한 규정’이 담긴 법률을 제·개정해야 가능하다. 조해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장(변호사)은 이런 맥락에서 민법 개정안을 두고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라고 표현했다. 조 센터장은 “민법에서 선언적으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전제를 깔았으면, 동물을 물건처럼 취급하지 않도록 특별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이어지는 조치가 없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후속 입법을 통해 구체적인 강제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해외 사례를 봐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규정을 만들고 후속 입법을 통해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는 단계를 거쳤다. 교환가치 이상의 치료비 배상 가능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의 후속 성격을 지닌 법안은 국회의원 발의로 여러 건이 계류돼 있다. 우선 동물을 압류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민사집행법 개정안이 있다. 총 6건이다. 현재 압류가 금지된 물건은 의복·침구 등 생활필수품, 한 달간 생계비, 훈장·포장, 위패·영정, 족보, 안경·보청기 등 신체보조기구 등이다. 여기에 동물을 추가하는 것이다. 다만 압류 금지에 해당하는 동물의 범위는 개정안별로 다르다. ‘반려동물이나 비영리 목적으로 사육하는 동물’,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 고양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 등이다. 반려동물이 타인의 고의나 과실로 다쳤을 때 교환가치를 넘어선 액수까지 손해배상이 가능토록 하는 민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보통 물건은 교환가치, 즉 시장가격을 초과하는 수리비는 배상액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민법상 동물도 물건으로 분류되면서 고액의 치료비가 나와도 교환가치 내에서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죽었을 때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하급심에서는 반려동물이 사망한 사건에서 위자료를 인정한 사례가 가끔 나오고 있다. 이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면 혼선을 방지할 수 있다. 부부가 이혼할 때 반려동물의 양육권과 양육비 부담 등을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결정토록 하는 민법 개정안도 눈에 띈다. 현재 동물은 재산분할의 대상일 뿐이다. 이 외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된 건 아니지만 반려동물에도 상속이 가능토록 하거나 신탁의 수익자가 되게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또 찻길에서 동물이 사고를 당하는 이른바 ‘로드킬’이 발생했을 때 동물을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시한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있다. 동물이 사고를 당했을 때 구호 의무가 없어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시체로 인한 2차 사고 발생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소송 당사자 자격 인정될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한국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오는 7월 30일까지 청구인을 모집한다. 민변은 청구인에 생태계를 대표해 고래를 넣기로 했다. 하지만 고래가 소송의 주체로 인정받기는 어려우리란 관측이 나온다. 그간 법원은 동물을 소송의 원고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8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에서 산양 28마리가 원고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법원은 동물은 원고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향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동물의 소송 당사자 인정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주연 변호사는 “민법 개정 없이는 동물이 소송의 주체가 될 가능성은 아예 없다. 민법 개정은 일종의 교두보”라며 “이어 민사소송법에 동물이 원고가 될 수 있게 규정하는 방법이 있다. 공익소송 등에서 어떤 주체가 동물을 대변할지 구체적인 절차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월 서울 한강 여의도 수영장 부지에 있는 반려견 쉼터에서 강아지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연합뉴스 2년 만에 논의 테이블에 올라  정부와 국회의원이 발의한 민법 등 각종 개정안은 지난 7월 13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일괄 상정됐다. 앞서 여야는 지난 4월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는 등의 이유로 처리하지 못했다. 법원행정처는 주간경향 질의에 “개정안의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라면서도 “다만 법률 개정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와 부작용, 다른 법과의 체계적 적합성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행정처는 “동물이 사법상 어떤 권리·지위를 지니는지를 구체적으로 규율하지 않아 법적 혼란과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라며 “동물이 민법상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경우, 자칫 영업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는 가축 등을 대상으로 하는 재산범죄 성립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법, 행정법 등 공법 영역에서 동물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이 동물보호를 위한 보다 실천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박주연 변호사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동물의 법적 지위가 곧바로 주체로 승격되는 것이 아니고, 동물이 당장 형법상 재물의 범위에서 제외되지도 않는다”라며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사회적 혼란이나 중대한 변화는 거의 없거나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기환의 Hi-story](85)창경궁에 동물원을 세운 이토 히로부미(2023. 05. 26 11:00)
2023. 05. 26 11:00 문화/과학
창경궁 전경. 창경궁은 성종 연간인 1480년대에 대비전 세 어른인 할머니 정희왕후 윤씨(세조비)와 친어머니 소혜왕후 한씨(인수대비·추존왕 덕종비), 양어머니 안순왕후 한씨(예종비)를 위해 조성한 궁궐이다. /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제공 최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창경궁 명칭 환원 30주년’을 맞아 올 연말까지 다채로운 행사를 벌인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마도 50대 이상의 세대에게는 이 소식이 색다른 감회로 다가왔을 겁니다. 저만 해도 20대 초반까지는 ‘창경원’이었고요.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소풍 가서 사자·호랑이 같은 진귀한 동물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1983년 12월 비로소 ‘창경궁’의 명칭을 되찾게 됐죠. 원래는 ‘궁’이었는데, 일제강점기인 1911년부터 ‘원(苑)’으로 명칭이 바뀌었죠. 해방 이후 40년 가까이 ‘창경원’ 이름을 답습했다는 사실 자체도 기막힌 일입니다. 창경궁에 웬 작은 아방궁?  창경궁은 1418년 세종(재위 1418~1450)이 상왕인 태종(재위 1400~1418)을 위해 조성한 궁궐(수강궁)이었습니다. 그러다 성종(재위 1469~1494) 때 대비전의 세 어른을 모시려고 제대로 수리해 ‘창경궁’이라 했는데요. 대비전 세 어른은 할머니인 정희왕후 윤씨(세조비·1418~1483)와 친어머니인 소혜왕후 한씨(인수대비·추존왕 덕종비·1437~1504), 양어머니인 안순왕후 한씨(예종비·1445~1499)였습니다. 이렇게 성종의 효심이 깃든 창경궁은 연산군 시대에 들어 ‘작은 아방궁’으로 전락하는데요. 1506년(연산군 12) 1월 21일자 <연산군일기>에 심상치 않은 기사가 보입니다. “창경궁에 돌로 대(臺)를 만들고 용을 새긴 난간을 만들었다. 1000명은 앉을 만하고 높이가 10길이나 됐다. 이름을 서총대(瑞?臺)’라 했다. 그 앞에 큰 못을 팠는데… 밤낮으로 인부 수만명이 ‘호야(呼耶)!’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무리한 토목공사에 따른 후유증이 극심했습니다. 공사 강행을 위해 아직 출사하지 못한 진사·생원 중 100명을 뽑아 이른바 가부장(임시부장)직을 맡겨 인부들을 감독하게 했습니다.(<연산군일기> 1505년 12월 30일) ‘완장을 찬’ 가부장들이 인부들에게 얼마나 ‘갑질’을 해댔는지 원성이 자자했답니다. “가부장들이 툭하면 곤장을 때리고 벌금을 물렸다. 가진 돈을 다 날린 인부들이 입고 있던 바지의 헌솜까지 빼내서 면포를 만들어 변상했다. 그렇게 만든 무명 빛깔은 질이 좋지 않았다. 지금도 품질 나쁜 베를 ‘서총대포’라 한다.”(<연산군일기> 1506년 2월 3일) 그렇지만 연산군은 ‘작은 아방궁’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전국에서 차출된 인부들이 제때 도착하지 못했답니다. 결국 공사를 마무리 짓지도 못한 채 중종반정(9월 2일)이 일어났습니다. 연산군의 폐위와 함께 서총대 공사도 중단됩니다(1507년 윤1월 5일). 완전히 철거되지는 않았습니다. 명종(1560년 9월)과 정조(1795년 3월) 등이 이곳에서 연회를 벌이고, 활쏘기 대회를 열었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는 “경성 박물관 및 동·식물원은 이토 히로부미가 왕가의 오락을 겸하고 공중의 관람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창경궁은 임금(중종·환경전)과 왕비(명종비 인순왕후·통명전)가 승하하거나 즉위(인종·명정전)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매국노 형제와 일본인 차관의 수상한 대화  세월이 흘러 국운이 급격히 쇠하던 1908년 11월 4일이었습니다. 매국 내각의 총리대신인 이완용(1858~1926)·궁내부 대신 이윤용(1854~1939) 형제가 궁내부 차관 겸 제실재산정리국장이던 일본인 고미야 미호마쓰(小宮三保松·1859~1935)와 수상한 대화를 합니다. “혼자 떨어진 황제(순종)에게 소일거리가 없을까요.”(이완용·이윤용 형제) 불과 이틀 뒤 고미야가 명쾌한 해답을 들고 옵니다. “창경궁 안에 동물원과 식물원, 박물관을 조성하면 어떻습니까.”(고미야) 이상하죠. 왜 일본인이 대한제국 황실의 재산관리를 담당하는 궁내부 차관을 맡게 된 걸까요. 여기에는 뼈아픈 사연이 담겨 있죠. 1907년 일제는 헤이그 밀사 사건을 트집 잡아 ‘정미 7조약’을 체결합니다. 조약의 핵심은 조선통감이 대한제국의 입법·사법·행정 전반에 걸쳐 통치권을 발휘한다는 것이었죠. 이에 따라 초대통감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가 대한제국의 각부 차관을 일본인으로 임명했습니다. 이때 이토의 측근인 고미야가 대한제국 황실 재산의 관리를 겸한 궁내부 차관이 된 겁니다. 법률가로 대심원 검사 출신이었던 고미야는 이토 히로부미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던 인물입니다. 고미야의 장인이 이토와 같은 조슈번(長州藩·야마구치 지역을 통치한 영지) 출신이었다네요. 명종 때(1555년 이전) 창경궁 서총대에서 벌어진 문무시예 행사를 그린 그림. 서총대에서 문무 신료들에게 행했던 활쏘기와 제술(시와 문장) 양시에서 모두 으뜸으로 뽑힌 양응운에게 말 두 필을 하사한 기념으로 그렸다. /국립문화재연구원 제공 ‘순종의 소일거리를 만든다?’  매국노 이완용·이윤용 형제와 고미야 간 ‘수상한 대화’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이미 1905년부터 통감정치를 밀어붙인 일제는 황제권을 축소하는 조치를 합니다. 급기야 1907년 7월 “궁궐이 무질서하다”는 이유로 궁궐 출입을 제한하는 ‘궁금령(宮禁令)’을 내립니다. 궁중에 출입하려면 일본 경무고문부의 허가증을 얻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궁궐 내 인원을 1만명이나 삭감했답니다. 여기에 일제는 헤이그 밀사 사건 이후 강제 퇴위한 고종을 덕수궁에 머물게 하죠. 새로 즉위한 순종은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도록 합니다. 고종과 순종은 연금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순종의 새로운 거처로 낙점된 창덕궁은 수리공사에 들어갔고요. 당시 공사 총책임자가 궁내부 차관인 고미야였습니다. 이때 이완용 형제가 순종의 소일거리를 마련해주자고 제안한 거고요. 그 말을 들은 고미야가 이틀 만인 1907년 11월 6일 ‘창경궁 동·식물원 및 박물관 설립계획’으로 맞장구를 친 겁니다. “창경원은 이토 히로부미의 작품”  이 무렵 궁내부에 근무했던 일본인 곤도 시로스케(權藤四郞介)는 다른 증언을 합니다. 당시 5~20원에 거래되던 고려청자는 창경궁 박물관이 시장에 나서자 천정부지로 솟았다. ‘청자 포도 동자 무늬 표주박 모양 주전자 및 받침대’는 950원(10억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구입했다.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가 궁내부 대신(장관)인 민병석(1858~1940)과 차관인 고미야에게 ‘박물관과 동·식물원의 설립’ 등을 명했다는 겁니다(곤도의 <이왕궁 비사>·1926). 하기야 그런 거창한 계획은 고미야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을 겁니다. 이토 히로부미가 주도한 계획을 이완용 형제가 제안하는 형식을 취했을 가능성이 짙습니다. 아니면 원래 계획하고 있던 와중에 이완용 형제가 “황제의 소일거리” 운운하니까 ‘옳다구나’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로써 창경궁 내 박물관 및 동·식물원 설립 계획은 일사천리로 추진됩니다. 1908년 봄부터 경성에서 사립동물원을 경영하고 있던 유한성이라는 인물을 스카우트했고요. 유한성이 보유 중이던 곰·원숭이·낙타 등의 동물을 구입해 동물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인이 주동이 돼 식물원도 조성했습니다. 창경궁 내의 경춘전, 통명전, 명정전, 양화당 등의 각 전각을 수리해 박물관 진열관으로 사용했습니다. 진열품 수집도 시작됐는데요. 이게 큰 문제였습니다. 19세기 말부터 한반도 전역에 일본인 도굴꾼이 득세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인들은 개성과 강화도 등 고려 왕·귀족의 무덤을 마구 파헤쳐 고려자기를 수중에 넣었는데요. 바로 이러한 도굴품들을 막 문을 연 창경궁 박물관이 사들인 겁니다. 당시 고려자기 값은 대략 5~20원 사이였는데요. 박물관 측은 그러나 ‘청자 포도 동자 무늬 표주박 모양 병’의 경우 골동품업자로부터 950원이라는 고가에 구입했어요. 지금 돈으로 10억원가량 된다고 합니다. 옛 절터에서 무단 반출된 불상 등도 마찬가지였죠. 1912년 당시 돈 2600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사들인 국보 반가사유상(옛 83호)이 있습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도굴품을 왕립박물관이 세탁해준 셈입니다. “순종을 투명그릇에 가둬 전시했다”  그렇게 궁궐이었던 ‘창경궁’은 박물관 및 동·식물원이 조성된 ‘창경원’으로 격하됐는데요. ‘궁’ 명칭이 공식적으로 ‘원’이 된 것은 1911년 4월 26일입니다(<순종실록> 부록). 순종은 “진기한 동·식물과 문화 유물을 백성과 함께 즐기고 싶다”면서 ‘창경원’의 대중관람을 지시했답니다.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의 작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토는 궁내부 대신(장관)인 민병석과 차관인 고미야에게 ‘박물관과 동·식물원의 설립’ 등을 명했다는 것이다. /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그러나 일제강점기의 경성 안내서는 “경성 박물관 및 동·식물원은 이토 히로부미가 왕가의 오락을 겸하고 공중의 관람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계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제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대한제국과 황실의 위상이 추락하고 황제가 더 이상 존경과 위엄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창경궁에 동·식물원과 박물관을 조성·개방한 겁니다. ‘원(苑)’ 자의 본뜻이 “울타리를 쳐서 짐승과 나무를 키우는 곳”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창경원 조성을 기획한 고미야가 평소 소름 끼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조선병합 이후 외국에서 일본이 이왕가를 후히 대우하고 있음을 알게 하는 게 중요하다. 실정을 알려야 한다. 따라서 창덕궁(창경궁 포함)은 ‘투명한 유리그릇에 넣은 물체’처럼 명백하게 보이는 것이 좋다.”(<이왕궁 비사>)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요? ‘순종을 창경원의 유리그릇(사육장)에 넣은 물체(동·식물)’로 취급했다는 것이 아닌가요.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유서 깊은 궁전에 불상과 고기물, 시체를 넣었던 관곽마저 진열하고 일반인들이 흙 묻은 발(土足)로 출입게 하는 일이 말이 되냐”는 여론이 있었죠. 하지만 그와 같은 여론은 일축됐습니다. 밤벚꽃놀이, 일탈의 장소로 전락한 ‘창경원’  그렇게 개방된 창경원은 갈수록 태산이 됐습니다. 1918년 무렵부터는 그 유명한 벚꽃놀이가 ‘창경원’에서 시작됩니다. 창경원 설립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유서 깊은 궁전 건물을 박물관으로 조성해 불상과 고기물, 시체를 넣었던 관곽마저 진열하고 일반인들이 흙 묻은 발(土足)로 출입게 하는 일이 말이 되냐”는 여론이었다. 그러나 일제는 그와 같은 여론을 일축했다. /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서울에 머물던 일본인이 1908년 무렵 창경궁 등에 심은 벚나무가 화려한 꽃을 피운 겁니다(1939년 4월 16일 매일신보). 창경궁은 해마다 4월이 되면 ‘놀이동산’으로 전락합니다. 1924년 봄부터는 ‘창경원 밤벚꽃놀이(야앵·夜櫻)’가 시작되고요. “창경원 동물원의 울타리를 이룬 벚꽃 가지에… 꽃봉오리가 맺기 시작… 해마다 꽃이 필 때마다 밤에도 열어달라는 여론이 많았다…. 금년 봄 벚꽃이 만발하는 2~3주일간 야간개장하고 수천 개의 전등을 장식할 계획….”(동아일보 1924년 3월 11일) “모두 마음이 들떠서 야앵! 야앵! 말하느니 야앵이요, 가느니 야앵이라. 분을 한껏 바르고 향수를 뿌린 모던 걸에게 장난을 걸 때 양복 친구들의 시선은 으슥한 곳으로 혹은 젊은 여자들의 다리로 꽂혔다.”(<별건곤> 1930년 5월) 창경원은 그렇게 일탈의 장소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창경원과 청와대?  어떻습니까. ‘창경궁’ 명칭 회복 3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창경궁(원)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살펴보았는데요. 지난해인가요. 일반에 개방된 청와대에서 패션잡지의 화보 촬영 소식이 전해지자 ‘창경원’이 소환됐죠.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전락시킨 일제강점기가 연상된다는 비판이 일었죠. 저는 이러쿵저러쿵 평가하지 않겠습니다. 본래 역사는 받아들이는 자의 몫이니까요. 주어진 팩트를 토대로 독자 여러분이 나름의 평가를 하면 됩니다. 다만 살펴보았듯이 창경궁에 600년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담겨 있죠. 지금의 청와대에는 그보다 더 오래된 1000년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1101~1104년에 조성된 고려 제3의 도읍인 남경터가 자리 잡고 있었고, 조선시대 내내 국왕을 위해 충성을 맹세한 장소인 ‘회맹단’이 존재했으며, 경복궁 중건(1865~1868)과 함께 궁궐의 후원이 됐고, 그 후에는 조선총독의 관저로 기능했죠. 해방 이후 역대 대통령의 공간으로 존재한 것은 1000년 중 80년도 채 안 된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죠. 어떤 경우든 청와대의 공간과 관련된 역사성을 제대로 연구·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고고학과 역사를 공부하는 연구자들도 선뜻 나서는 이들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아서요. 제2의 창경원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창경원, 창경궁 이야기하면서 불쑥 청와대 이야기를 꺼낸 이유입니다.
이기환의 Hi-story
[할 말 있습니다](29)‘동물학대’ 소싸움 대안 고민할 때다(2023. 04. 28 10:56)
2023. 04. 28 10:56 사회
전북 정읍시청 앞에서는 매년 시의회 예산심의가 있는 11월과 12월 사이 1인 시위가 벌어진다. 2017년부터 6년 동안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눈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동물학대 소싸움대회 예산 삭감하라!”는 손팻말을 든 1인 시위는 멈출 줄 모른다(‘전통이란 이름의 학대 정읍 소싸움 폐지 목소리’ 경향신문(khan.co.kr) 2022년 12월 15일 기사 참고). 2023년 4월 2일 대구시 달성군 소싸움대회장 입구에서 손팻말 시위 중인 녹색당 당원들 / 권대선 제공 정읍시는 소싸움 반대 활동이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곳이다. 전국의 동물보호단체들도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소싸움협회를 편드는 시민과 이를 반대하는 시민 간 갈등도 크다. 이처럼 정읍시가 소싸움대회를 둘러싼 갈등의 중심지로 떠오른 계기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정읍시가 축산테마파크사업으로 포장된 상설 소싸움장을 건설하려 했다. 녹색당과 정읍시민들은 ‘동물학대 소싸움도박장 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을 결성했다. 2년여 동안 330여 회에 걸친 1인 시위와 주민감사청구 등 끈질긴 반대 활동을 펼쳐 소싸움장 건립을 무산시켰다. 매년 한 차례 열리는 전국민속소싸움대회는 계속됐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지자체 예산도 계속 편성됐다. 녹색당과 시민단체들은 “소싸움대회에 시민 세금 지원이 웬말이냐”며 1인 시위를 전개했다. 정읍시의회가 시민들의 이런 의견을 일부 받아들였다. 그 결과 기존 지원 규모와 비교해 정읍시 예산의 상당 부분이 삭감되기도 했다. 소힘겨루기협회(구 소싸움협회) 측의 반발도 만만치는 않았다. ‘정읍 전국민속소싸움대회’는 1996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2003년에는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바 있다. 구제역 등 축산전염병과 코로나19, 시민반발 등으로 열리지 않은 5회를 빼면 27년간 매년 개최됐다. 오는 6월에는 23회째 대회를 열 예정이다. 해마다 2억원 안팎의 예산을 지원받아 대회를 치른다. 임시 경기장 설치비용과 우승상금 및 트로피, 소 주인을 위한 급량비(사료비용)와 출전수당 등으로 지출된다. 배에 상처 입고 경기장서 내장 쏟기도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과 각 지자체의 ‘소싸움경기에 관한 조례’에 의거해 소싸움대회를 개최하고 예산을 지원한다. 대회는 소의 체중에 따라 특갑종(810㎏ 이상)부터 병종(615㎏ 미만)까지 모두 6체급으로 나뉜다. 일정 규격의 경기장 안에서 두 마리의 소가 힘을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뿔치기, 옆치기, 들치기 등 뿔과 머리를 이용한 공격 과정에서 싸움소가 뿔에 받혀 상처가 나기도 한다. 배에 상처를 입은 소가 경기장에서 내장을 쏟아내는 일도 있었다.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주저앉아 있는 싸움소의 모습 /권대선 제공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소싸움은 명백한 동물학대다. 인간의 유희를 위해 동물인 소를 싸우게 해 상해를 입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법 조항 바로 뒤에 붙어 있는 예외 조항(“다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때문에 발생한다. 이로 인해 소싸움을 조장하고도 동물학대로 처벌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제2013-47호)에 따라 전국 11개 지자체에서 ‘합법적인’ 소싸움대회가 열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구 달성군, 충북 보은군, 전북 정읍시·완주군, 경북 청도군(상설도박장), 경남 창원시·진주시(토요경기)·김해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 등이다. 합법의 외피를 두르고 있다고 해서 소싸움대회가 동물학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동물학대 논란은 더 커지는 상황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싸워야 할 일이 거의 없는(짝짓기 경쟁을 위한 힘 대결은 있을 수 있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뿔치기 등 공격법을 훈련해 억지로 싸우도록 만드는 행위 자체가 동물학대다. 대회장 인근에서 싸움을 위해 대기 중인 소들 중에는 겁에 질려 울어대는 사례도 많다.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싸움소’를 주인이 억지로 끌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덩치와 힘을 키우기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뱀탕이나 개소주 등을 먹인다. 지구력을 키우겠다며 시멘트를 채운 폐타이어를 끌게 하고, 산비탈에 매달리게 하는 등의 가혹한 훈련도 서슴지 않는다. 모두 동물학대에 해당한다. 또한 전국 11개 지자체에서 열리는 대회에 잇따라 출전하다 보니 ‘수송열’에 의한 소의 고통도 상당하다. 수송열은 동물을 수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발병한다. 운송 과정에서 폐쇄된 공간에 갇힌 채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반복되면 면역력이 낮아져 폐렴과 패혈증이 발생한다. 애초에 소는 태어난 곳에서 벗어나 멀리 이동할 일이 거의 없는 동물이다. 결국 수송열은 사람이 만든 질병인 셈이다. 정읍녹색당 권대선 위원장이 2022년 11월 23일 정읍시청 앞에서 소싸움 예산 전액삭감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대선 제공 그럼에도 소싸움대회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해당 지자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싸움대회를 관광자원으로 육성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손 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으로 밤낮 구분 없이 게임이 가능한 세상이다.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즐길거리, 볼거리는 지금보다 더 무궁무진해질 전망이다. 피 흘리며 싸우는 소를 보겠다고 일부러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관광을 가는 사람들이 앞으로 얼마나 되겠는가. 청도군도 늘 적자인데 지역경제 운운 그 단적인 예가 경북 청도군의 소싸움도박장이다. 지방공기업 공시자료(2022년 기준 2021년까지 경영정보)에 따르면 소싸움도박장을 운영하는 청도공영사업공사는 매년 청도군으로부터 50억~60억원의 예산 지원을 받으면서도 2011년 소싸움장 개장 이래 단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난 적이 없다. 지난해 청도군의회로부터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청도군은 2023년도 예산으로 청도공영사업공사 지원금 63억원과 기타 소싸움 관련 예산 2억7500만원을 확정했다. 이는 청도군 예산총액 6010억원의 1.1%에 해당한다. 청도군의 한 해 교육예산인 24억원의 2.5배가 넘을 뿐만 아니라 청도군 전체 2만3350세대(2022년 9월 30일 기준)에게 1세대당 난방비 28만원을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렇듯 해당 지자체의 예산 부담을 되레 가중시키는 소싸움이 어떻게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것인지 동의하기 어렵다. 소싸움협회 측은 민속소싸움이 전통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며, 지켜야 할 소중한 무형문화재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전통문화로서 민속소싸움은 기계화 농업이 이뤄지기 전 한 해 농사가 끝난 뒤 벌어지는 마을축제에서 각 마을을 대표하는 제일 튼튼한 소들이 나와 서로 힘을 겨루는 행사였다. 이를 통해 마을 주민 간 화합을 다졌다. 상금을 타려고 뿔갈기, 시멘트로 채워진 폐타이어 끌기 같은 학대적 훈련과 동물성 보양식을 먹여대는 방식의 싸움소 육성으로 얼룩진 지금의 소싸움대회가 과연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더구나 싸우기 싫다는 소들을 억지로 싸우게 하고 거기에 돈을 베팅하는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어떻게 이를 전통문화와 연결시킬 수 있는지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소힘겨루기대회 / 권대선 제공 상설 소싸움도박장을 운영 중인 청도공영사업공사에 등록돼 공시된 싸움소 현황(2023년 4월 현재)을 보면 324명의 싸움소 주인이 857마리를 소유하고 있다. 미등록 상태로 싸움소로 육성 중인 소까지 포함하면 900마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현재 싸움소를 키우고 있는 농가와 업계 종사자들의 생계문제 등도 소싸움 폐지 논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관련 법률 일몰제 적용하고 대안 마련을 이에 녹색당은 단번에 없애기 어려운 소싸움의 현실을 감안해 동물보호법의 소싸움 예외조항과 전통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에 대해 일몰제를 적용하자고 제안한다. 그 기간에 찬성과 반대 양측이 함께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 소싸움 예외조항에 일몰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정읍시의 경우처럼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민갈등도 커질 뿐이다. 가령 3년의 일몰제를 적용한다면, 소싸움협회 등 당사자들 또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므로 진지한 논의를 기대해봄 직하다. 지난 3월 전북 정읍시장은 녹색당과 동물보호단체와의 간담회에서 2024년도 예산 편성 시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싸움소 육성 농가가 폐업할 경우 보상하자는 녹색당의 제안에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부모나 선생님이 아이들을 훈육할 때 체벌을 당연시하는 풍토가 남아 있었다. 지금은 달나라 얘기가 됐다. 엄연한 아동학대로, 처벌받는 범죄임이 명확하다. 전통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 백번 양보해 소싸움이 전통문화라 할지라도 시대변화에 맞지 않다면 책과 박물관 속에 남겨두는 결정도 필요한 법이다. 녹색당은 사람과 동물 그리고 자연의 뭇 생명이 존중받고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동물의 생명을 존중할 때 사람의 생명도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동물학대 소싸움이 폐지되는 그날까지 행동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할 말 있습니다
동물해방’은 되고 ‘사회주의’는 불가? 대체역 심사기준은(2022. 08. 26 15:28)
2022. 08. 26 15:28 사회
ㆍ심사위, ‘양심 결정의 근거’, ‘양심 결정의 실천’, ‘대체역의 이해 및 의지’ 살펴… 제도 개선 방안도 논의 중 ‘사회주의자’인 나단씨가 2021년 9월 6일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역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전쟁없는세상 제공 “개인의 양심을 다른 사람이 판단하고 심사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양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곳이 아니다. 양심을 심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군복무 거부 신념의 진지함과 대체역제도의 이해와 의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신청인에게 혹시 군복무 거부와 관련해 일치하지 않은 언행이 있는지, 이에 대한 성찰과 변화가 있는지 살펴본다는 의미이다.”(양여옥 대체역 심사위 비상임위원) 대체역 심사위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로 2020년 6월 병무청 산하에 설치됐다. 출범 이후 올 7월까지 대체복무 신청은 총 2713건이고, 2418건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인용 결정은 2411건으로 99.7%의 인용률을 기록했다. ‘종교적 신념’은 2403건 중 2400건을 인용했고 3건을 기각했다. 여호와의증인이 대부분이지만, 기독교 종파인 감리교 신자도 1명 포함됐다. 종교 외에 ‘개인적 신념’은 15건 가운데 인용 11건, 기각 1건, 각하 3건 등으로 집계됐다. 각하는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거나 신청 자격에 미달해 심사를 진행하지 않는 결정이다. 심사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29명으로 꾸린다. 상임위원은 위원장과 사무국장이다. 비상임위원 27명은 국가인권위원장, 법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 병무청장, 국회 국방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이 추천한 이들이 맡는다. 여러 기관에서 추천한 이들로 구성된 만큼 의견도 다양해 회의 때마다 치열한 논쟁이 펼쳐진다고 한다. 현재 위원장은 공석이다. 지난 2년 동안 위원장 2명이 사임했다. “사회주의는 평화주의” 대체역 심사위가 개인적 신념에 따른 신청 가운데 유일하게 기각한 1건은 ‘사회주의에 기반한 평화주의 신념’을 이유로 군복무를 거부한 사례다. ‘사회주의자’인 나단씨(32)는 2020년 10월 대체역 편입을 신청했지만 2021년 7월 기각 처분을 받았다. 나씨가 대체복무 신청 당시 심사위에 제출한 진술서와 지난 8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그의 병역거부 이유와 과정은 다음과 같다. 나씨는 집회·시위 현장 등 사회에서 벌어진 공권력의 폭력을 목격하거나 직접 겪으면서 국가 폭력에 반대하는 신념을 갖게 됐다. 아울러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이들의 신념인 평화주의를 접한 뒤 병역거부를 결심했다. 나씨는 “국가 폭력을 향한 거부감이 신념이 됐고 나아가 평화주의, 병역거부 등이 한데 묶이게 됐다”라며 “국가가 행하는 폭력의 일부분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주의를 공부하면서 국가의 가시적·비가시적인 각종 폭력은 결국 ‘자본주의 구조’에서 비롯한다고 인식하게 됐다. 상대적인 맥락 속에서 폭력의 개념을 이해하고 “폭력의 반의어는 비폭력이 아닌 평화”라는 기준을 세웠다. “평화는 곧 해방”이라며 “내게 사회주의는 평화주의의 다른 말”이라고 말했다. 나씨는 “많은 사람이 사회주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지금보다 더 민주적인 사회를 꿈꾸는 것”이라며 “(사회주의 사회에선) 이윤을 위해 일어날 전쟁도 없고, 고통받는 가족·민족·사회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회주의 관련 활동과 “국가에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이들이 환상을 깰 수 있도록 고발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대체역 심사위는 나씨의 신청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다수 의견인 기각 결정이 났다. 심사위는 “사회주의 사상에 기반해 군복무를 거부하지만 모든 폭력과 전쟁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신념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반면 인용 결정을 낸 소수 의견은 “신청인의 평화주의 신념은 물리적 비폭력주의를 넘어 계급, 인종, 젠더 등에 따른 차별과 억압의 구조와 이를 유지하는 주요 장치로서의 국가나 자본을 폭력으로 이해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상은 모든 전쟁과 군사활동을 거부하는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2010년 12월 22일 참여연대, 전쟁없는세상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쟁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소송 결과는? 나씨는 심사위 결정에 불복해 2021년 10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올 9~10월쯤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심사위 결정과 관련한 첫 행정소송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심사위의 심사 과정과 판단 등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씨는 심사위 결정 이후 현역 입영을 거부했다. 병무청은 그를 수사기관에 고발했지만 사건은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 검찰은 행정소송의 결과를 지켜본 뒤 나씨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나씨는 “기존에 대체역 심사위가 ‘인용한 양심’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라며 “심사위가 양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체복무가 가능한 양심과 그렇지 않은 양심을 자의적으로 나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양심의 실체를 글과 말로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진정한 양심이 있더라도 이를 표현할 능력이 없다면 대체복무를 할 수 없다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앞서 심사위는 2021년 3월 ‘동물해방’ 신념을 가진 동물권 활동가의 대체복무를 허용했다. 신청인은 동물도 존엄한 삶을 살 권리가 있는 생명체라는 신념을 가지고 채식주의를 행동으로 옮겼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살상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의 연장선에서 군복무 거부를 선택한 점이 인정됐다. 인권과 평화 관련 활동을 한 사실도 인용 결정에 영향을 줬다. 대체복무제도 개선 방안 논의 대체역 심사위는 크게 ‘양심 결정의 근거’, ‘양심 결정의 실천’, ‘대체역의 이해 및 의지’ 등 3가지를 살펴본다. 신청인은 전쟁과 살상을 금지하는 종교적 가르침이나 평화주의를 지향하는 세계관 등을 제시해야 한다. 종교 및 사회 활동 등 신념을 뒷받침할 수 있는 행위도 입증해야 한다. 대체역의 도입 취지와 복무내용을 인식하고 이를 수행할 의지가 있는지도 밝혀야 한다. 심사 절차는 세 단계로 나뉜다. 우선 심사위에 신청서와 진술서 등 필수서류를 내야 한다. 그러면 담당조사관이 현장·온라인 등에서 사실조사를 한다. 사전심사를 거쳐 전원회의 심사를 통해 인용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법원에서 무죄 확정을 받은 신청인은 판결문 사본 등만 제출하면 사실조사와 사전심사가 생략된다. 무죄 확정자의 평균 심사기간은 23.8일, 그외 신청자는 228.4일이라고 병무청은 밝혔다. 필수서류는 주변인(가족·친구 등)의 진술서와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신도증명서(종교적 신념에 따른 신청에만 해당) 등이다. 이런 서류가 없으면 각하 결정을 받는다. 이전에는 부모의 진술서와 가족관계증명서,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등까지 필수서류에 포함됐다. 지난 2월부터 제외했다. 대체복무 신청에 부모의 허락이나 동의를 강제하는 건 부적절하고, 부모가 없거나 한부모가정을 고려하지 않은 요소라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병역거부 신념을 형성한 시기가 대부분 중고등학교 시절로 초등학교 생활은 관련성이 적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처럼 대체역 심사위는 심사제도 개선 방안을 계속 논의 중이다. 심사위는 ‘종교적 신념’과 ‘개인적 신념’으로 구분한 고려요소를 2020년 11월 하나로 단일화했다. 기존 심사 항목 8개를 6개로 조정하고 그 아래 17개 세부 요소를 뒀다. 심사위는 “고려요소를 명확하고 구체화해 신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심사위원들이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심사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심사위는 2021년 6월부터 지난 7월까지 대체역제도 전반의 발전방안을 연구하기 위한 분과를 운영했다. 그 결과 여러 형태의 병역거부자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향후 위원들이 다양한 심사 관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참고자료 초안을 마련했다고 심사위는 밝혔다. 또 ‘36개월, 합숙, 교정시설’인 현행 대체복무의 기간·형태·분야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심사위는 제도 개선 방안이 확정된다면 제도를 총괄하는 국방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심사위는 병역법에서 대체복무를 아예 분리하는 방안도 논의한 바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병역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체복무를 병역의 한 종류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일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심사위는 “한국이 징병제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병역제도의 근간을 뒤집는 새로운 패러다임이기 때문에 내부에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고 했다. 감리교 신자도 종교적 이유로 신청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는 예비군도 가능하다. 이들은 3박4일 동안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면 된다. 올 7월까지 신청자는 총 27명이다. 심사를 완료한 14명 가운데 12명이 인용됐다. 기각된 사례는 없다. 각하와 철회가 각 1명씩이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는 9명, 개인적 신념은 3명이다. 종교적 신념 중에는 기독교 종파인 감리교 신자도 있다. 그는 감리교 소속 ‘한국기독학생회’에서 활동했다. 군복무를 거부하는 특별한 교리는 없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복무를 마쳤다. 신청인은 신앙적인 이유로 병역거부 신념을 갖게 됐고, 사회복무요원으로 지내며 양심이 발전됐다고 한다. 심사위는 군복무 거부 양심의 진실성과 진정성 등을 인정해 지난 5월 인용 결정을 내렸다. 개인적 신념에 따른 대체복무 예비군 중에는 예수교장로회 신자 A씨도 포함돼 있다. 그는 기독교 모태 신앙인으로 학교폭력 경험, 군대 폭력에 의한 친구의 극단적 선택, 유학 시절 겪은 강도사건 등을 통해 총기 사용에 두려움을 갖게 됐다. ‘진정으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전쟁과 살인은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라는 신념도 있다.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 당시 총과 수류탄을 다루는 훈련 중 공황상태에 빠졌다. 강박감과 불안 증세로 정신과 진료까지 받았다. 심사위는 “이런 과정을 통해 전쟁과 살상을 반대하는 신념이 확고해졌고, 양심에 반하는 군사훈련을 받으면 본인의 삶과 존재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A씨의) 절박함이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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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8색 여행특집]“반려동물 동반여행, 펫티켓 꼭 지켜주세요”(2022. 06. 17 11:21)
2022. 06. 17 11:21 문화/과학
ㆍ펫가이더 이태규 대표가 알려주는‘알쓸여행’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반려인구가 늘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펫가이더’다. 펫가이더는 반려동물 동반여행에서 가이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반려동물 동반여행 플래너로 불리기도 한다. 2020년에는 한국관광공사 가이드북의 신직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태규 펫츠고트래블 대표(34)는 국내 1호 펫가이더라 할 수 있다. 그는 과거 반려견과 여행을 다닐 때 겪었던 불편함 때문에 회사를 차리기로 맘먹었다고 한다. 지금은 강아지를 키워본 유경험자 등을 대상으로 면접과 실습 등 5단계의 교육과정을 거쳐 펫가이더를 양성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60여명의 펫가이더가 활동 중이다. 이 대표는 반려동물과의 동반여행에서 반려인의 펫티켓(펫+에티켓) 준수와 숙박·음식점 등 이용 시설에 대한 사전 확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게 반려동물과의 여행 시 알아둬야 할 기본 상식과 펫티켓 등을 들었다. 이태규 펫츠고트래블 대표 / 펫츠고트래블 제공 -펫가이더란 직업을 소개해달라. “펫가이더는 반려동물 동반여행 가이드를 말한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인솔과 일정 관리, 사진 촬영, 반려동물의 안전과 건강 등을 체크하고 돌발 사고나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역할도 한다.” -창업하게 된 계기는. “같이 사는 소형견 몰티즈와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인터넷 검색을 해도 먹고 잘 만한 곳이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보도 제한적이고 반려견을 데리고 여행하는 것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았다. 많은 반려인이 비슷한 불편을 느끼리라 생각했다. 다니던 부동산 관련 회사를 그만두고 2016년에 창업했다. 현재 반려동물과의 동반여행은 우리(펫츠고트래블)가 여행지 선정, 이동수단과 여행코스, 프로그램 등을 담은 패키지를 내놓으면 이를 보고 반려인들이 신청하는 방식으로 한다. 펫가이더가 동반하며 이 그룹을 이끈다. 여행 동선 가이드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안전과 건강도 체크한다. 기본적으로 강아지를 키워본 경험이 있고 반려동물관리사와 반려동물행동교정사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대상으로 펫가이더 양성 교육을 진행한다. 펫가이더는 모두 프리랜서 형태로 참여한다. 요즘은 대학에 반려동물 관련 학과도 있어 학생들이 펫가이더로 활동하기도 한다.” -반려동물과의 동반여행 시 여행지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차량이나 기차, 비행기 등으로 이동할 때 거부감이 큰 반려동물들이 있다. 당일 현장에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사전에 반려동물의 습성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장거리 이동에 익숙하지 않은 반려동물은 당연한 얘기지만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고민해야 한다. 비행기를 이용할 때는 항공사별로 관련 규정을 따로 두기 때문에 이동가방 사이즈와 반려동물 무게를 미리 체크해야 한다. 또 반려동물이 (공격성이 있거나) 낯선 사람들을 두려워한다면 비교적 한적한 여행 장소를 선택하는 게 좋다.” -장거리 이동 시 멀미를 하는 등 특히 힘들어하는 반려동물들이 있다. 차량으로 이동할 때 주의할 점은. “반려동물과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 3시간 전엔 가급적 먹이를 주지 않고, 사전에 충분하게 산책을 하라고 권한다. 멀미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동 시 창문을 조금 열어두는 것도 좋다. 반려동물을 운전석에 앉히고 운행하는 것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현행법 위반이다. 반려동물을 이동용 가방에 넣고 운행하기를 권한다. 정차 후 내릴 때는 반드시 목줄을 채워야 한다.” -숙소와 식당 예약, 이동수단 선택 등 여행에 앞서 사전에 점검해야 할 게 많다. 흔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동반 입장 또는 입실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예약하는데, 반려인들에게 관련 팁을 준다면. “블로그 후기만 믿고 갔다간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다. 성수기 때는 특히 그렇다. 애견 펜션의 경우 홈페이지를 보면 평상시에는 ‘애견 동반’이 가능한데, 성수기 때는 ‘애견 동반 불가’를 공지하기도 한다. 그나마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공지라도 하면 다행이다. 그렇지 않은 펜션들도 더러 있다. 식당이나 놀이시설 이용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의 공지 내용과 달리 이용을 제한하는 사례가 많다. 의외로 지자체가 관리하는 관광지 중에서도 반려동물 동반 입장 가능 여부를 따로 공지하지 않은 곳이 많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민원을 제기하거나 비반려인과 반려인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최소한 정부나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관광지라도 동반 입장에 관한 규정과 펫티켓 등을 명확하게 공지하거나 적극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여행을 떠나는 반려인은 동반 가능한 숙소나 식당을 예약했더라도 방문 전에 반드시 유선으로 한 번 더 체크해 반려동물 입장이나 이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반려동물의 안전사고와 실종 등 돌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디에 문의하고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여행지에서 가장 가까운 동물병원과 24시간 운영하는 동물병원 정보를 미리 확인해둬야 한다. 동물의 보호와 유실 방지를 위해서라도 가까운 시·군·구청에 동물등록을 미리 해두기를 권한다.” -여름철 반려동물 동반 여행객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관광지나 특정 장소가 있다면. “휴게소의 일부 공간을 활용해 반려견 놀이시설을 마련해놓은 장소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가평휴게소는 가평휴‘개’소라는 명칭으로 반려인들 사이에 꽤 유명하다. 소형견과 중대형견의 공간 분리, 세족장, 포토존 등 반려동물과 반려인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만들었다. 여름 휴가철에 가볼 수 있는 공간으로, 강원도 양양에 있는 ‘멍비치’ 애견 전용 해수욕장도 추천한다. 통상 해수욕장은 개장 기간에 반려견의 출입을 제한하는데 이곳은 울타리가 세워져 있고, 안전요원들이 상주해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여행 시 보호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펫티켓이 있다면. “반려동물 동반여행 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주변 사람이나 현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서는 반려동물을 이동가방에 넣어 다니는 게 좋다. 배설봉투를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실내외 배설물을 수거하는 것 등도 기본이다.”
특집
[신간]동물에게 다정한 법 外(2022. 06. 10 14:05)
2022. 06. 10 14:05 문화/과학
동물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동물에게 다정한 법> 동변(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날·1만3500원 관광지에서 ‘꽃마차’를 끄는 말은 지쳐보인다. 장시간의 노동 탓도 있지만 말이 운행할 때 대소변을 보지 못하도록 일할 때 음식과 물을 아예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말이 아스팔트를 달리려면 충격 흡수를 위한 편자가 꼭 필요한데 이를 붙이지 않거나 교체하지 않는 사업자도 많다. 말은 청각이 예민한 동물이라 마차 스피커의 소음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리가 누린 즐거운 시간 이면에 말이 겪는 잔인한 고통이 있다. 이를 깨달은 도시들은 속속 마차 운행을 금지했다. 몬트리올과 시카고가 대표적인 예이다. 시카고시는 금지 이전에도 말을 하루 최대 6시간만 일하게 하고, 매시간 최소 15분 쉬도록 했다. 폭염과 혹한, 교통 혼잡 시간대에 운행을 못 하게 했다. 반면 국내에선 꽃마차를 규제 없이 운행하고 있다. 동물권을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모임인 ‘동변’은 말의 복지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냈지만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동물권 인식이 사회 전반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동물 학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배가 고파 미끼를 잘 물도록 축제장의 산천어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 한 양식협회는 시위한답시고 살아 있는 방어를 땅바닥에 내리쳐 죽인다. 동물을 학대하고 죽이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포하기도 한다. 동변 변호사들은 이 책에서 현행 동물보호법의 문제를 짚고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이들은 “동물과 돈이 만나는 지점에는 늘 학대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보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사기관은 동물 학대 사건을 중대 범죄로 다뤄야 한다. 동물 학대가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물에게 다정한 세상이 곧 인간에게도 다정한 세상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그랜드스탠딩 저스틴 토시, 브랜던 웜키 지음·김미덕 옮김 오월의봄·1만8500원 소셜미디어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에 분노하고, 경쟁하듯 자신의 도덕적 예민함을 과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같은 사안도 우리 진영의 일이라면 넘어간다. 철학자인 저자들은 문제 해결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는 ‘도덕적 관종’이 세상을 망친다고 말한다. ▲각별한 당신 김종철 지음·사이드웨이·1만8000원 30여년간 기자로 일한 저자는 2016년부터 6년간 100여명을 인터뷰했다. 그중 가장 깊은 울림을 준 20명과의 만남을 책에 기록했다. 성 정체성을 지키려 군의 차별과 맞서 싸운 고 변희수씨를 비롯해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온몸으로 헤쳐나간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사라진 중성미자를 찾아서 박인규 지음·계단·1만8000원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 정체를 알기 어려운 유령 같은 입자, 중성미자를 소개한다. 우연히 찾아낸 중성미자의 흔적이 물리학과 우주론에 큰 발전을 가져왔다. 저자는 중성미자가 암흑물질의 정체를 드러내는 실마리가 되리라고 기대한다.
신간
반려동물 진료비 병원마다 들쭉날쭉(2022. 04. 18 13:33)
2022. 04. 18 13:33 사회
ㆍ많게는 11배 차이… 표준수가제 조기 도입 불투명 주부 황정화씨(56)는 ‘댕댕이 토리’와 함께 살고 있다. 토리는 태어난 지 12년이 지난 시추 품종의 개다. 개를 친근하게 부르는 ‘멍멍이’와 글자 모양이 비슷한 데서 유래한 ‘댕댕이’란 표현을 황씨는 유독 좋아한다. 황씨가 어릴 적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토종견 ‘동경이’를 ‘댕갱이’로 불렀던 기억이 있어서다. 토리는 동경이와는 전혀 다른 종이지만 황씨 집에 들어와 산 10여년 동안 가족의 일원이 됐다. 황씨가 토리의 수술을 고민하는 것도 무엇보다 토리가 그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한 동물병원의 면회실에서 입원한 동물과 보호자가 만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동물병원에서도 억지로 수술을 권하진 않아요. 토리가 노견이라 수술 후 삶의 질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지만 회복이 힘들어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어서요. 게다가 수술비까지 생각하면….” 황씨는 토리의 비장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수술을 잘한다는 동물병원도 수소문해보고 대학 부속 동물병원까지 알아봤다. 동물병원마다 수술비 차이가 많게는 150만원까지도 났다. 황씨 집안의 경제사정으로선 수백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술비와 향후 입원 및 치료비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애들 아빠는 제일 싼 곳으로 가자고 하지만 그것도 내키진 않고, 그렇다고 토리한테 물어볼 수도 없으니….” 황씨 같은 사연은 어느 동물병원에 가도 쉽게 들을 수 있는, 흔한 일이 됐다. “정말 치료 가능성이 없으면 안락사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기도 하는데, 보통 20만원 내외인 그 비용도 내기 어렵다는 가구를 볼 때 맘이 아프죠. 그래도 안락사를 고려할 나이면 애정을 갖고 키워온 집이니까요.” 서울의 한 동물병원 개원의인 김모 원장은 ‘가족’의 ‘생명’을 두고 내리는 결정도 경제적 여건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냉정한 현실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바꿔 생각해봐도, 누구든 가족이 아프면 5대 병원의 유명 교수한테 데려가고 싶지만 아무나 그럴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절충형으로 내년부터 진료비 공시제 김 원장은 반려동물을 직접 돌보고 키우는 ‘가족’이 오히려 복잡한 감정 때문에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자신이 최대한 객관적인 소견으로 내원한 반려동물의 현재 삶이 어떤 수준인지 점수로 매긴다. 반려동물 중 가장 수가 많은 개를 예로 들면, 통증과 배고픔, 위생상태, 활동성 등 7가지 항목마다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다소 불편하지만 약을 먹으면 생활에 큰 지장은 없는 수준인지, 당장 수술이 시급한 상태인지, 아니면 이미 진통제를 써도 약효가 크지 않을 정도로 심각해 삶을 정리해줘야 할 정도인지를 숫자로 보여준다. 김 원장은 “내가 고안한 방법이 아니라 수의사라면 다들 아는 얘기지만 수의사마다 성향의 차이 때문에 점수를 언급하느냐 마느냐가 갈릴 뿐”이라며 “적어도 나는 이 방법이 반려동물 가족이 진료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최선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람과 달리 동물 진료는 질환을 겪고 있는 몸의 상태가 어떤지 말로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쉽지 않은 면이 있다. 게다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그동안 개와 고양이, 햄스터 등 일부 종에만 집중됐던 진료 대상이 점차 다변화되는 양상도 어려움을 더한다. 진료항목을 표준화하기 어려웠던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동물 진료서비스를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라 불만이 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도 선거 과정에서 반려동물 공약으로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을 내건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일단 현실만 놓고 보면 현재 동물 진료비는 병원이 ‘부르는 게 값’인 형편이다. 각 동물병원이 임대료나 인건비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따라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지난해 1월 한국소비자연맹이 동물병원 125곳을 대상으로 초진·재진·야간 진료비 편차를 조사한 결과 가장 싼 곳과 비싼 곳의 차이가 적게는 5배(초진)에서 많게는 11배(재진·야간)까지도 나타났다. 2017년 9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예방접종비와 혈액·엑스레이 등 검사비, 중성화 수술비용 등 가장 내원 빈도가 높은 진료항목에 대해 진료비 편차를 조사할 결과에서도 적게는 2배(DHPPL 접종)에서 많게는 6배(일반혈액검사·수컷 중성화 수술)까지 차이가 났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수의사들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현행법에 따르면 수의사들끼리 진료비 수준을 통일할 경우 담합으로 처벌받는다. 담합을 하려고 해도 각각의 세부적인 진료항목이 달라 담합이 이뤄지기 힘들다. 가장 흔하고 비용도 낮은 수준인 개 중성화 수술을 보면 수술 부위를 절개할지 아니면 절개 없이 복강경 수술로 할지에 따라, 또 마취약을 주사로 투여할지 아니면 호흡기에 씌우는 튜브를 통해 흡입시킬지 등에 따라 각기 비용이 달라진다. 경기 성남시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조모 원장은 “사실 개인적으로는 표준수가제를 도입해도 별 상관 없다고 생각하지만 수의사회 차원에서 ‘선 진료항목 표준화’를 입장으로 정했으니 다른 병원 눈치 때문에 대놓고 표준수가제를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21년 11월 서울 노원구 중계동 등나무근린공원에서 열린 2021 반려동물 문화축제에서 시민들이 함께온 반려견과 허들을 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2024년부터 진료항목 표준화 그렇다고 개원 수의사들이 대놓고 표준수가제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는 않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늘어나고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는 시민들도 늘어났기 때문에 이들을 ‘고객’으로 모셔야 하는 동물병원에서 소비자들의 요구와 배치되는 주장을 내걸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동물병원의 진료비가 서로 다른 현실을 익히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지역 내 각각의 동물병원 진료비 수준을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페 등에서 공유하는 일이 흔하다. 김 원장은 “인터넷에서의 평판과 입소문이 큰 영향력을 보이는 동네일수록 수의사들도 손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등 수의사 단체들이 줄곧 요구해온 ‘진료항목 표준화’는 일단 어느 정도 진척이 됐다. 진료비용을 표준화하는 ‘표준수가제’를 도입하려면 그보다 먼저 진료항목과 체계부터 표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어느 정도 법에 반영된 상태다. 올해 1월 개정된 수의사법을 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의 질병명, 진료항목 등 동물 진료에 관한 표준화된 분류체계를 작성해 고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20조 3항이 신설됐다. 동물병원 개설자가 게시한 진료비용과 그 산정기준 등을 조사해 공개하는 방안을 담은 제20조 4항 또한 신설됐다. 다만 제20조 3항은 2024년 1월 4일부터, 4항은 2023년 1월 4일부터 시행된다. 내년 1월 4일부터 함께 시행되는 조항 가운데엔 수술비용을 고지할 것과 진료비용을 게시해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일단 내년 1월부터는 그동안 표준수가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주장에 따라 절충형 방안으로 제시된 ‘진료비 공시제’가 시행되고, 그 1년 뒤인 2024년 1월부터 진료항목 표준화가 시행에 들어간다. 보험업계를 비롯해 반려동물을 키우며 적잖은 진료비용 때문에 반려동물보험의 보편화를 기대해온 일부 소비자들은 후속조치로 표준수가제까지 도입해야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문제는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내건 공약인 표준수가제가 빠른 시일 안에 가시화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지난 1월 20일 당시 윤석열 후보는 “동물복지공단을 설립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다빈도 고부담 질환에 대한 ‘표준수가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단 표준수가제 도입에 앞서 특정 진료나 수술을 진행할 때 수의사가 행할 의료 행위나 절차 등을 담은 ‘진료항목 표준화’가 개정 수의사법 규정대로 2024년까지 원활하게 마련돼야 한다. 이 표준화된 진료체계 안에는 동물의 모든 질환에 따라 행해지는 수의사의 치료 행위 각각에 고유의 코드를 부여해야 한다. 해당 질환마다 가이드라인 제시 의무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반려동물 질환의 종류를 고려하면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는 작업이다. 1월 20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 등 생활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반려동물 시장 규모 갈수록 급증 표준수가제 논의는 진료항목 표준화가 완성된 시점부터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뒤 표준수가제를 바탕으로 보험업계의 상품 개발 및 출시가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반려동물보험을 원하는 소비자가 당분간은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관련 시장의 빠른 성장에 비해 유독 보험상품 개발만 뒤처진 이유가 수가를 산출하기 극히 힘든 동물병원 업계의 사정 때문이었다”며 “일단 진료항목이 표준화될 예정이어서 표준수가제도 도입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단시일 내에 정책 환경이 바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동물병원 표준수가제를 이미 시행한 적이 있다. 1974년 12월 수의사법 개정으로 ‘동물병원 진료보수기준’이 도입되면서 진료비는 수의사회가 정한 뒤 농수산부 장관의 인가를 받는 방식으로 시행됐다. 당시의 진료보수기준은 전국의 동물병원에 일괄적으로 명시된 액수를 적용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 따른 차이를 용인하고 상한액과 하한액 사이에서 진료비를 정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었다. 25년 가까이 시행되던 표준수가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경성카르텔 금지’ 권고안을 채택하는 등 국제적으로 담합 등 부당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 여론이 강해지면서 1999년 사라졌다. 한동안은 시장 자율화 원칙에 따라 각 동물병원이 진료서비스 수준과 함께 가격으로 경쟁하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312만9000가구에 달해 전체 가구 중 약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개를 키우는 가구가 242만3000가구(11.6%),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가 71만7000가구(3.4%)로 조사됐다. 이처럼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크게 늘어나 동물병원 진료 수요 역시 늘면서 진료비를 낮추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려동물 진료서비스와 별개로, 일명 ‘펫코노미’로 불리는 전체 반려동물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8994억원에서 2021년 3조7694억원 규모로 매년 성장해왔다. 오는 2027년에는 6조원 수준까지 성장해 유아용품 시장 규모를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국내 유아용품 시장 역시 성장하고는 있지만 2019년 4조원대에 진입한 뒤로는 신생아 출산 감소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점과 대비된다. 펫보험 가입률 0.25% 불과 반려동물 양육 인구의 증가와 시장의 성장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부작용으로 유기동물이 늘어나는 현실 또한 나타나고 있다. 현재로선 높은 진료비에 부담을 느낀 양육가구에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볼 만한 명백한 근거가 밝혀진 건 아니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6~2020년 유실·유기 동물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전체 동물 유실·유기 발생건수 12만8717건 중 0~2세 개체 발생건수가 9만8236건(76.3%)이었다. 나이가 들고 병들어 유기됐을 것으로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령이 낮은 개체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내에도 ‘펫보험’이라 불리는 개와 고양이 대상 보험상품이 있기는 하다. 2020년 기준 가입률이 0.25%에 불과할 정도로 반응이 저조할 뿐이다. 스웨덴(40%), 영국(25%), 일본(6%) 등과 비교하면 한국의 가입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가입률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보장되는 질병 범위가 제한돼 있고, 반려동물의 나이나 병원 방문 이력 등에 따른 제약도 있어 체감 혜택이 적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유기하는 행태를 방지하고자 잃어버린 동물에 대해 보상하는 내용도 없기 때문에 현재의 민간 보험상품으로는 유실·유기동물 증가를 막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때문에 진료비 부담에 대해선 공적 보험을 통해 보장을 강화하는 한편 반려동물 전담 기관을 신설해 관련 시장의 성장을 유도하는 방안을 일각에서 제시한다. 지난 4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전보다 더 포괄적인 동물권 보호 및 반려동물 관련 산업 육성안을 담고는 있으나 여전히 다양한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지난해 8월 대표발의한 ‘반려동물진료보험법안’은 공적 차원의 반려동물보험 도입과 함께 반려동물진흥원 신설 등의 방안을 담고 있다. 조 의원은 “진료비용이 반려동물 소유자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반려동물의 질병 등 예방 및 치료가 적시에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반려동물 의료비에 왜 세금을 쓰냐는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이미 농작물재해보험처럼 공적 지원이 필요하면 세금을 투입하는 사례가 여럿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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