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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679 건 검색)

대구, 박정희 동상 추가 설치 ‘보류’…홍준표, 부정적 여론 의식했나
2025. 01. 14 20:11사회
... 전해졌다. 이에 따라 실무진이 추가 동상 건립 작업을 일단 보류한 것이다. 다만 대구시는 추가 동상을 재검토하게 된 배경이 지역사회의 반발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시 관계자는 “(동상...
[단독] 여론 의식했나, 대구시 ‘박정희 동상’ 추가 건립 전격 ‘보류’
[단독] 여론 의식했나, 대구시 ‘박정희 동상’ 추가 건립 전격 ‘보류’
2025. 01. 14 12:18사회
... 주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달 21일 동대구역 광장에 박 전 대통령 ‘A동상’을 세우고, 이틀 뒤 제막식을 열어 모습을 공개했다. 이 동상은 높이 3m로, 예산 약 6억원이...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에…부산 거점 항공사 살길 ‘동상이몽’
2025. 01. 07 20:35경제
에어부산, 통합LCC 병합 위기…지방 몰락 우려 여론 부산시·시민단체, LCC 본사 유치 등 목소리 ‘제각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부산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통합LCC(저비용항공사)에...
에어부산부산에어통합LCC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가덕도신공항인천공항
법원,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취지’ 바꿔야…‘이미 끝난 공사’ 이유
법원,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취지’ 바꿔야…‘이미 끝난 공사’ 이유
2025. 01. 07 19:16사회
...-1민사부(재판장 정경희)는 7일 국가철도공단이 대구광역시를 상대로 제기한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동상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사건의 법적 다툼을...

스포츠경향(총 1,105 건 검색)

박소영♥문경찬 결혼식 최초 공개···신부의 하객 박수 유도! (동상이몽2)
박소영♥문경찬 결혼식 최초 공개···신부의 하객 박수 유도! (동상이몽2)
2025. 01. 14 22:28 연예
SBS 방송 캡처 개그우먼 박소영이 ‘동상이몽’에서 문경찬과의 결혼식을 최초 공개했다. 박소영은 지난 13일에 방송된 SBS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에서 초호화 하객들의 축하 속 문경찬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식 당일 박소영은 신부 대기실에서 저세상 텐션으로 하객들을 맞았다. ‘자칭 엄마’ 김민경은 한껏 들뜬 박소영의 브레이크가 되어주는가 하면 그녀의 곁을 살뜰히 살펴, 보는 이들의 훈훈함을 더했다. 박소영 결혼식은 유명 운동선수와 코미디언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대희와 김준호는 1부 결혼식 사회를 맡았고 두 사람의 완벽한 티키타카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김준호는 김대희의 매운맛 토크를 연인 김지민에 대한 애정으로 받아쳐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결혼식 입장 직전까지 수다스러운 박소영이 김민경의 제지를 받는 모습은 웃음을 유발했다. 심지어 박소영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걸을 때도 하객들에게 인사하느라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 면모로 보는 이들의 미소를 짓게 했다. 뿐만 아니라 박소영은 문경찬과 혼인 서약서를 읽을 때 실수를 하자 “죄송합니다. 떨려가지고. 박수 주세요”라고 외치며 하객들 박수를 유도하는 등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기도. 축사를 맡은 오나미는 두 사람이 공유했던 추억들을 회상하며 진심 어린 축하를 보냈다. 박소영은 연신 울컥거리는 오나미를 보며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져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박소영은 개그우먼 이수지와 함께 깜짝이벤트로 행복한 결혼식의 화룡점정을 찍어 시청자들에게 러블리함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모두의 축하 속 새로운 시작을 알린 박소영은 “남편이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면 좀 더 어른스럽게 경찬 씨가 제 어깨에 기댈 수 있게 어깨 운동을 할 생각입니다”라고 밝혀 마지막까지 감동을 안겼다.
[종합] ‘지연과 이혼’ 황재균, 깜짝 포착…박소영♥문경찬 결혼식에서 (동상이몽2)
[종합] ‘지연과 이혼’ 황재균, 깜짝 포착…박소영♥문경찬 결혼식에서 (동상이몽2)
2025. 01. 14 09:47 연예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그룹 티아라 지연과 이혼한 야구선수 황재균의 근황이 깜짝 공개됐다. 13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는 황재균의 깜짝 근황이 공개됐다. 이날 방송에는 전 야구선수 문경찬과 코미디언 박소영의 결혼식 현장이 그려졌다. 이날 박소영은 높은 데시벨로 호들갑스럽게 하객들을 맞아 웃음을 안겼다. 가방순이로 나선 동료 코미디언 김민경이 “좀만 진정해”라며 말릴 정도. 박소영을 찾은 하객들은 김민경, 오나미, 김준호, 김대희, 변기수, 송병철, 박휘순, 송은이 등 내로라하는 개그계 스타들이 총집합했다. 또한 ‘동상이몽2’의 출연자인 슬리피 뿐만 아니라 코미디언 강재준, 이은형의 아들 현조 군까지 최연소 하객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소영이 신부 대기실에서 하객을 맞을 동안, 새신랑 문경찬은 어딘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신부 대기실 쪽만 하객들로 북적였던 것. 문경찬은 동료 선수들의 행방에 “12월에 비시즌이고 결혼을 많이 하다 보니 같은 날에 겹친 결혼식만 3개였다. 또 여행같은 모임 일정이 많아서 청첩장 모임을 해도 확답을 준 경우가 많이 없었다. 제 결혼식이다 보니 ‘못 오시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이 있었다”고 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많은 야구계 스타들이 등장했다. 문경찬은 자신의 제자들을 시작으로 야구선수 김민수, 박정수, 류진욱, 김영규, 현도훈 등 많은 동료들을 반갑게 맞았다. 그런가 하면 등장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은 이도 있었다. 바로 케이티 위즈에서 활동하는 황재균의 등장이었다. 지난해 그룹 티아라 지연과 이혼 소식을 알렸던 그는 문경찬의 결혼식에 등장해 인사를 나누고, 문경찬 제자들에게 사인볼을 나눠주며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박소영은 문경찬과의 결혼식에 하객이 많았으면 했던 이유에 대해 “남편이 은퇴식 없이 은퇴를 해서 친구들도 많이 있고 지인들도 있는, 성대한 은퇴식처럼 되면 어떨까 싶었다”며 “남편 쪽이 많이 아니더라도 개그계 지인들에게 정말 많이 돌렸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박소영, ♥문경찬과 결혼식에 지각 사태…열악한 준비 환경 (동상이몽)
박소영, ♥문경찬과 결혼식에 지각 사태…열악한 준비 환경 (동상이몽)
2025. 01. 14 09:30 연예
SBS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 코미디언 박소영이 결혼식에 지각했다. 13일 방송된 SBS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에는 박소영과 문경찬의 결혼식이 최초공개됐다. 이날 결혼식에는 신부 박소영보다 김민경이 먼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동료 코미디언 김민경은 박소영을 밀착케어하는 역할인 ‘가방순이’로 결혼식에 참석한 것. 신부대기실에서 김민경은 박소영의 부모와 넉살 가득한 대화를 나눴다. 김민경은 “기분이 어떠시냐. 식장에서 우시는 것 아니냐”며 웃었고, 박소영의 엄마는 “기분이 좋다”며 미소지었다. SBS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 그러나 신부 대기실에는 정작 축하를 받아야 할 신부가 보이지 않았다. 다름 아닌 결혼식 장본인이 지각을 했기 때문. 박소영은 “결혼식 직전에 촬영을 갔다. 일이 들어오면 감사해서 무조건 하는 스타일이어서 식 날 까지도 촬영을 했다. 그런데 시간을 착각해서 결혼식 한 시간 전에만 도착하면 되는 줄 알고 촬영을 잡았다”고 했다. 그런 탓에 결혼식 1시간 30분 전까지 신부 대기실은 텅텅 비어있었다. 김민경이 대신 하객을 맞이할 동안 박소영은 폐백실에서 거울도 없이 메이크업을 받았다. 박소영은 “저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힘을 써주신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생 많으신다”며 메이크업 담당 직원들을 격려해 눈길을 끌었다.
‘지연과 이혼’ 황재균, 박소영♥문경찬 결혼식 참석 (동상이몽2)
‘지연과 이혼’ 황재균, 박소영♥문경찬 결혼식 참석 (동상이몽2)
2025. 01. 14 01:13 연예
SBS 방송 캡처 KT 황재균이 문경찬 결혼식에 깜짝 등장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SBS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에서는 박소영, 문경찬 부부 결혼식 현장이 공개됐다. 문경찬은 “12월이 야구 비시즌 시기”라며 “같은 날 결혼식만 3개가 겹쳤다”며 하객이 많이 오지 않을 것을 걱정했다. 다만 걱정과 달리 KT 김민수, 두산 베어스와 홍건희, 롯데 현도훈, NC 류진욱, 이정훈 등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이날 황재균도 참석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황재균은 홀로 나타나 문경찬 어깨를 두드리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지연과 이혼 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황재균은 문경찬에게 결혼 축하 인사를 했고, 문경찬은 “저는 그때 인사도 못 드렸는데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황재균은 또 결혼식에 앞서 로비에서 만난 한 소년이 야구공을 건네며 사인을 요청하자 흔쾌히 응하는 훈훈한 장면도 보여줬다. 황재균과 지연은 2022년 12월에 결혼했지만 지난해 11월 이혼조정이 성립이 됐다. 한편, 박소영과 문경찬 결혼식에 사회는 김대희와 김준호, 축가는 조혜련과 이수지. 축사는 오나미가 맡았다.

주간경향(총 9 건 검색)

‘원칙은 흔들리고, 전략은 모르겠고’…동상이몽의 한·중·일 정상회담
‘원칙은 흔들리고, 전략은 모르겠고’…동상이몽의 한·중·일 정상회담(2024. 06. 03 06:00)
2024. 06. 03 06:00 정치
“역내 협력 강화할 것” “합의 내용 잘 모르겠다” 엇갈린 평가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 5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중·일 공동선언부터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까지. 외교·안보 현안으로 숨 가쁜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5월 26일부터 27일까지 약 4년 반 만에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담은 엇갈린 평가를 낳았다. 정상회담 재개가 역내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긍정 평가가 나오는 반면, 합의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회담 결과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해석이 각기 다르다는 점은 혼란을 가중했다. 이처럼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윤석열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다.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화한 이후 중국이 포함된 관계에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됐다. 긍정평가는 경제협력, 부정평가는 정치적 합의에서 나오는 식이다. 동북아 국가 간 경제는 협력하지만 정치적 협력은 어려운 상황, 이른바 ‘동북아 패러독스(Northeast Asian Paradox)’의 굴레다. 그렇다면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은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느냐가 문제다. 정상회담이 유도하는 방향은 경제협력을 통한 정치협력의 달성이다. 학계에서 이 가능성을 다룬 지 이미 수십 년이 넘었다. 온갖 방안이 제시됐지만 실제 외교 현장에서 구체적 성과로 가시화된 적은 없다. 동북아에서는 정치 현안이 경제 문제에 우선한다는 것만 확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중·일 정상회담은 점차 각국 국내정치에서나 의미가 있는 회의로 변질하고 있다. 실상은 ‘만남을 위한 만남’에 그쳐도 ‘3국 협력 재가동’, ‘경제협력 확대’ 등으로 홍보하는 식이다. 한·중·일이 각각 자국 언론, 국민에게 설명하는 합의 내용, 표현부터 미묘한 차이가 발견된다. 하나의 회담, 하나의 공동선언에 각기 다른 해석이 세 가지나 나오는 ‘동상이몽’ 상황이다. 올해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담 역시 이러한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한국이 개최국이자 호스트(주인) 역할을 맡았지만 정상회담 성사 사실은 개최 일주일 전에야 발표됐다. 4년 반 만의 만남임에도 정상 간 논의 주제가 무엇인지조차 불투명했다. 그럼에도 한·중·일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정부는 ‘자화자찬’을 내놨다. 구조적 모순이 전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 무엇이, 어떻게 성과로 남았을까. 공동선언 속 ‘한반도 비핵화’, 성과 맞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리창 총리./대통령실 제공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하였다”,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다”. 각기 다른 시기 나온 한·중·일 정상회담 공동선언문 내용이다. 첫 번째 문구는 지난 5월 27일 한·중·일 정상회의 직후 나온 공동선언문 속 내용이다. 두 번째 문구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9년 12월 24일 제8차 한·중·일 정상회담(중국 청두 개최) 직후 나온 공동선언문, 세 번째 문구 역시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5월 9일 제7차 한·중·일 정상회담(일본 도쿄 개최) 직후 나온 공동선언문 속 내용이다. ‘한반도 비핵화’ 관련 문구 중 어느 쪽이 더 의미가 명확한지는 분명하다. 지난 5월 27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한·중·일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정권 말 중국에 대해 ‘눈치 보기 외교 한다’, ‘굴종 외교다’라는 말들이 나왔다. 지난 정부의 대중 외교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국민의 요구에 따라 상호 존중의 한·중관계를 만드는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포함하게 됐다는 논리다. 실제로 장 실장은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이 (공동선언문에) 들어간 것 자체가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 또는 목표로 설정했다는 것”이라며 “중국은 꽤 오랫동안 공식 석상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잘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어쨌든 저 표현을 쓰는 데 동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실장 발언은 과거 한·중·일 공동선언과 비교하면 어떤 부분에서 발전했다는 것인지 의미를 알기 어렵다. 또 중국 측 입장과도 미묘하게 다르다. 지난 5월 28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빠진 것이 중국의 반대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는 외신은 한국 정부 설명과 달리 이번 한·중·일 공동선언 내용이 과거 공동선언에 비해 ‘톤 다운(수위 조절)’ 됐다고 본다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이 말한 ‘한반도 비핵화’는 윤석열 정부 들어 긍정적으로 변한 것이 아닌 쌍궤병진(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동시 추진) 원칙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 방향과는 다르다. 이국봉 시베이(서북)사범대 석좌교수는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문구로 ‘重申(총션)’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이것은 ‘재천명’한다는 의미로 대화를 하기 위해 원래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정도”라며 “단어를 뭘 썼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은 한반도 핵 문제가 주한미군 등 남북 이외의 요소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북한만 비핵화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란 점”이라고 말했다. 설사 정부 설명대로 ‘한반도 비핵화’ 문구가 ‘성과’라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중국은 무엇을 얻었는지와 비교해봐야 한다. 이는 윤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와 연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을 마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나 한·중·일 정상회담 일정은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3국 정상이 함께 만난 것은 5월 27일이었고, 그 전날엔 한·중, 한·일 양자회담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26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날 진행한 양자회담을 두고 중국 외교부는 누리집에 “윤 대통령이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이런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진 후 한국 정부의 입장은 하나의 중국 ‘존중’이다. 미국이나 한국 모두 하나의 중국을 두고 ‘원칙’이란 표현은 쓰지 않는다. 한국의 ‘존중’이나 미국의 ‘정책’이란 표현은 ‘원칙’을 대신하는 말이다. 전임 정부까지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지속하기 바란다” 정도의 표현을 덧붙였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공식 석상에서 ‘하나의 중국’에 대한 별도의 입장 표명이 없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해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힘에 의한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내정간섭’이라고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내용이다. 이는 ‘중국과 대등한 외교를 한다’는 윤석열 정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로 사용됐다. 정부 논리대로면 중국 외교부가 밝힌 윤 대통령 발언은 심각한 사실 왜곡이자 외교적 결례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지난 5월 27일 “우리 정부는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을 유지해왔으며, 이번 회담에서도 ‘그러한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고만 밝혔다. ‘그러한 취지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했다는 중국 측 발표에 항의했는지, 또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는 평소 주장도 전달했는지 등도 밝히지 않았다. 이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하나의 중국’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와 비교해보면 분명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중국 국무원 누리집은 이번 중·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한 발언을 공개했다. “일본은 1972년 대만 문제에 관한 ‘일·중 공동성명’에서 결정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이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상대국 국내 정치에 이용될 수 있는 발언 자체를 피하면서,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항은 비껴갔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중국’에 관한 입장 확인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이었을 것이라는데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외교전문가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중국이 정상회담에 참여했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하나의 중국에 관한 입장을 확인받는다는 것”이라며 “어차피 정부가 입장을 밝혀야 했다면 차라리 빠르게 밝히고, 북한 비핵화와 같은 사안을 공동선언에 넣는 방식으로 외교전략을 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이 부분에 관해 정리가 안 되다 보니, 정상회담 개최 발표도 늦고 우리 의제를 협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즉 윤석열 정부는 ‘하나의 중국’, ‘대만해협’ 문제와 관련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지만 정작 협상장에서는 지난 정부와 입장차가 없었을 것이란 의미다. 이처럼 흔들린 원칙, 전략은 필연적으로 결과도 모호하게 만든다.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 5월 2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전략이 무엇인가 본래 한·중·일 정상회담의 주요 목적은 안보보다 경제문제에 맞춰져 있다. 실제로 공동선언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역시 공급망, 인적교류,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내용이다. 이중 공급망 문제에 관한 합의는 중국의 ‘요소수 수출 제한’, 일본의 ‘반도체 핵심 부품 수출 규제’처럼 언제든 파기될 수 있는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 인적교류 역시 유사하다. 박정진 일본 쓰다주쿠대 교수는 “‘대학 간 교류’는 고급 지식에 관한 협력 문제가 될 수 있어 미국의 견제 우려가 있다”며 “일본 내에서 해당 합의는 중국 전략에 말려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중·일 FTA 역시 미국 중심의 시장 재편, 한·미·일 FTA도 가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로 구체성을 가질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를 제외하면 남는 것은 한·일 양자회담에서 나온 ‘라인 사태’ 언급 정도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 이후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며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 기대와 달리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에 이어 지난 5월 29일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라인야후 측에 개선책 조기 실시를 압박한 사실이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라인 사태가 한·일 간 외교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준 것밖에 더 되느냐”고 지적했다.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 동북아 패러독스를 극복하지 못하면 ‘만남을 위한 만남’일 뿐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전략을 잘 세우면 결과는 다를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박 교수는 “한·중·일 정상회담은 중국이 원하지 않으면 개최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이 전제하에서 어떤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면밀한 전략검토가 필요하다”며 “안전보장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할 것이면 처음부터 한국이 비핵화 문제의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게 새 로드맵을 제시하든가, 이게 어렵다면 과감하게 경제 문제에 집중해서 협의를 끌고 나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미·일에 편향된 외교에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고도 놓친 셈”이라며 “정부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모른다”고 말했다.
특집
이승만·트루먼 동상 왜 칠곡군 다부리에(2023. 08. 11 15:14)
2023. 08. 11 15:14 사회
ㆍ다부동전적기념관에 백선엽 동상과 함께…명분도 사회적 합의도 없이 “높은 분들 결정” 경상북도 칠곡군에 있는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설치된 이승만과 전 대통령(오른쪽)과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 동상 /김찬호 기자 경상북도 칠곡군은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을 간직한 곳이다. 대구, 안동, 구미 등 주변 도시에 가려져 있지만 역사적 가치로만 보면 이들 지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특히 전쟁사에 열광하는 이들에게 칠곡군 가산면은 성지와도 다름없다. 대구에서 북쪽으로 22㎞ 떨어진 곳, 상주와 안동에서 대구로 통하는 5번·25번 도로가 합쳐지는 곳, 왜관으로 향하는 908번 지방도로의 시발점이 되는 곳, ‘다부동’의 존재 때문이다. ‘다부동’은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라는 행정구역을 지칭한다. 하지만 이곳은 지명보다 역사적 사건으로 더욱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 시기에 있었던 사건을 일컫는 고유명사 ‘다부동 전투’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일방적’ 남침으로 시작한 한국전쟁에서 국군은 초반 열세에 놓였다. 전 국토의 10% 정도만 남은 그해 8월, 국군과 미군이 주축이 된 연합군은 낙동강을 낀 최후 방어선을 구축하고 약 55일간 치열한 사수전을 펼쳤다. 자료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낸 ‘6·25전쟁 주요전투’에 따르면 이중 8월 2일부터 28일까지 칠곡군 왜관읍과 가산면 다부동 일대에서 북한군 제1·제13·제15사단 및 제105전차사단의 진격을 저지해 대구를 사수한 일을 통칭 ‘다부동 전투’라고 부른다. ‘다부동 전투’는 “8월 15일까지 부산을 점령하라”라는 김일성의 지시를 꺾는 시발점이었다. 특히 승리의 주역 중 하나가 한국군 제1사단이라는 점이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한다. 당시 사단장이 백선엽 장군이었다. 이를 기리기 위해 1981년 ‘다부동전적기념관’이 문을 열었고, 희생한 사람들을 위한 충혼비, 전승비 등을 세웠다. 1951년 주민들이 세웠다는 백 장군 ‘호국구민비’ 역시 2003년 기념관 내로 옮겨왔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사실 그대로의 역사만 남긴 셈이다. 관람객이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기념관은 모범사례에 가까웠다. 문제는 관점이 달라지는 경우였다. 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 ‘있는 그대로의 역사’는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 결과 지난 7월, 딱 한 달 동안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동상 세 개가 들어섰다. 모두 역사적 인물을 대상으로 만든 동상이다. 특정 인물의 동상은 개인에 대한 추모, 참배의 도구가 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정치적 이용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다원화된 사회에서 인물 관련 동상을 제작하거나 국가 관련 공간에 동상을 세우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인물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경우 더욱 그렇다. 지역 주민들은 동상 세 개를 두고 “높은 분들의 결정에 의해 섰다”고 했다. 이들 동상의 주인공은 각각 이승만 전 대통령, 백선엽 장군, 해리 S.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다. 대체 왜 이곳에 동상이 섰나 경상북도 칠곡군에 있는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설치된 이승만과 전 대통령(오른쪽)과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 동상 /김찬호 기자 지난 8월 7일 경상북도 칠곡 현장을 찾았다. 최고 37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한창이었다. 다부동전적기념관은 다부 나들목(IC) 지척에 있었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차로 세 시간, 부산에서 출발하면 두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였다. 주변에는 산, 도로 등을 제외하면 관광지, 유흥거리 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동상을 세운다고 해서 많은 이들이 찾을 만큼 접근성이 뛰어난 곳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날 점심 무렵 방문한 전적기념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었다. 기념관 부지는 설치된 계단을 기준으로 총 3개 층으로 나눌 수 있었다. 1층에는 주차장과 행정건물 그리고 각종 전차, 장갑차, 곡사포 등 군사 관련 무기가 전시돼 있었다. 가장 주요한 건물인 기념관은 별도의 건물로 3층에 있었다. 만약 7월 이전에 방문했다면, 2층은 관람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쉼터 정도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 동상 세 개가 해당 공간을 채웠다. 경상북도 칠곡군에 있는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설치된 백선엽 장군 동상 / 김찬호 기자 어느 방향으로 접근하든 계단을 이용하면 무조건 동상과 마주친다. 3층에 있는 기념관 건물로 향한다면 피해갈 수 없다는 뜻이다. 이중 하나는 지난 7월 5일, 2층 한 구역에 세운 백선엽 장군의 동상이다. 백 장군은 실제로 다부동 전투에 참전했다. 인물에 대한 의미를 더하고, 빼며 논란을 자초하지 않는다면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지난 7월 27일 백 장군 동상이 정면으로 바라보는 지점에 높이 4.3m, 넓이 1.57m, 무게 3t으로 제작해 세운 동상 두 개다. 동상을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오른편에 있는 동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그 옆에 똑같은 크기로 나란히 선 동상은 해리 S.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다. 한·미 두 전직 대통령이 경상북도 칠곡에 나란히 동상으로 서 있다. 동상에 대한 관람객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약 6시간 남짓 머물렀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을 포함해 모두 24명의 관람객을 만났다. 이중 ‘기념관에 세워진 동상의 존재를 미리 알고 왔다’거나 ‘이승만·트루먼 동상이 이곳에 세워진 이유를 안다’고 답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동상에 대해 설명한 후 돌아오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대구에서 남편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A씨는 “이승만 동상인지 몰랐고, 저게 왜 여기 세워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저 동상은 여기 있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실제 전투에서 돌아가신 분도 아니고 그 옆에는 미국 대통령도 있던데 무슨 기준으로 동상을 세우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반면 영천에서 왔다는 김주섭 목사는 “이승만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엘리트 공부를 한 사람이자 건국 기초를 세운 사람이고, 트루먼 대통령은 한국전쟁에 개입해 공산화를 막았다”며 “동상이 들어설 만하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과 함께 온 관람객이 많았다. 대구에서 온 B씨는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긴 했는데 아이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고, 논란도 있는 만큼 굳이 설명해주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 동상을 왜 여기 세운 것인지 기념관 관계자에게 물었다. 해당 관계자는 “동상을 세우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건 꽤 됐는데 결정이 나지 않다가 7월에 급물살을 탔다”며 “기념관 측이 제작 비용을 대거나 한 것은 없고, 부지만 제공했다. 만료 시점 같은 것은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인물들을 둘러싼 논란 등에 대한 질문에는 “실제로 동상이 세워진 후 항의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CCTV를 추가 설치하는 등의 조치는 있었다”며 “다만 기념관은 동상제작과 아무런 상관도 없고, 올해 1월 1일부터 기념관이 칠곡군 소속에서 경상북도 소속으로 변경된 만큼 동상 관리 및 예산편성은 그쪽에서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지난 7월 5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 앞에서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회원들이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정리하면 이렇다. 동상이 이곳에 세워진 명분에 대해서는 관람객도, 기념관 측도 모른다. 민원이 제기됐고, 경상북도가 받아들여 동상을 세우고, 향후 예산을 편성해 관리한다는 것이 밝혀진 내용의 전부다. 동상이 필요하냐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는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닌 해당 인물들에 대한 역사적·사회적 합의가 아직 없다는 의미다.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동상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의 목소리가 더 큰 데 따른 일시적 결과일 뿐이다. 이들이 누구였는지는 쉽게 추정해볼 수 있다. 이승만·트루먼 전 대통령 동상은 2017년 제작됐다. 건립부지를 찾지 못하다가 최근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동상을 ‘왜 칠곡에 세웠느냐’라는 물음의 답은 제막 기념식 당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한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지사는 “2021년에 ‘이 동상이 2017년도에 완성이 됐는데 세울 데가 없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며 “경북도가 우리나라에서 땅이 가장 넓으니 아직도 이런 분 모실 장소가 많이 있다. 추천해 주면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 ‘왜 이승만·트루먼 동상인가’ 하는 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설명한다. 제막식 당일 윤 대통령은 화환과 함께 강승규 사회수석을 보내 메시지를 전달했다. “6·25전쟁 당시 한·미 두 나라 정상의 동상은 바로 자유민주주의와 한미동맹의 표상”이라며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야말로 역사의 원동력이라 확신했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초해 이 나라가 나아갈 비전과 전략을 마련한 선각자셨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한·미 두 전직 대통령을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 정치적 동반자로 여기는 모양새다. 정말 그럴까. 동상은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고 있을까 이승만·트루먼 동상이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은 알고 보면 진풍경이다. 이승만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한국전쟁 중에 여러 차례 정치파동을 만들었다. 1952년의 부산정치파동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직선제와 양원제를 골자로 하는 ‘발췌개헌안’ 통과가 핵심이었다. 본인의 집권 연장이 목표였다. 이 과정에서 이승만은 5월 25일 0시를 기해 임시수도 부산을 포함한 영남과 호남 지방에 잔여 공비 소탕을 명분으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또 50여명의 국회의원을 국제공산당과 관련이 있다는 명분으로 연행했다. 이어 최종 8명을 구속했다. 당시 미국 트루먼 행정부는 방미 중이던 존 조지프 무초 대사를 한국으로 급히 귀환시키고, 5월 30일 계엄령의 조기 해제를 촉구하는 입장을 이승만에게 전달했다. 이승만은 미국이 내정에 간섭한다고 화를 냈다. 결국 미 국무부는 같은날 계엄권을 유엔군이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 당시 유엔군 사령관 클라크 장군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빨리 회신하라고 지시했다. 31일 클라크 장군은 미 합참에 전문을 보내 이승만 정부를 대신할 과도정부를 수립할 방안을 검토한다. 1952년 이후 주요 국면마다 계속해서 나오는 미국의 ‘이승만 제거계획’의 시작이다. 트루먼 역시 이승만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6월 2일 이승만은 국회가 24시간 내에 직선제 개헌안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국회를 해산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미 대사관 대리대사 라이트너는 트루먼이 이승만에게 발송한 친서에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트루먼의 승인을 받아 첨가했다. 결과적으로 클라크 장군이 1952년 7월 5일 ‘비상계획안’이란 이름으로 미 행정부에 보고한 이승만 제거계획은 시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1953년 이른바 ‘에버레디’ 계획 등을 준비하며 미국은 지속적으로 이승만 제거를 염두에 뒀다. 반공포로 석방을 비롯한 휴전문제가 엮인 1953년 이후 상황을 배제하더라도 트루먼과 이승만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은 역사에 대한 무지에 가깝다. 윤 대통령이 말한 한미동맹의 표상이 상대국 지도자를 제거하는 작전까지 포함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누가 역사를 이용하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처럼 역사적으로 보면 한 공간에 선 동상 3개가 모두 논란의 대상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정해진 수순을 잘 따라가는 것처럼도 보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으로 격상한 국가보훈부는 두 가지 눈에 띄는 업무를 추진했다. 하나는 백 장군 재평가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6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백선엽 기념재단 창립대회‘에서 축사한 데 이어, 7월 5일 열린 동상 제막식에도 참석했다. 그리고 지난 7월 24일 국가보훈부는 국립대전현충원 누리집에 백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적은 문구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 내용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국립대전현충원 누리집 ‘안장자 검색 및 온라인 참배’란에서 ‘백선엽’을 검색하면, 비고에 나오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는 문구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또 다른 하나는 이승만 재평가다. 특히 김황식 전 총리가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지원한다. 이는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사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158명과의 오찬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에게 기념관 건립을 도와달라는 뜻을 전했고, 이 회장 역시 “적극 돕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1일 미리 배포한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 개최 인사말에서 “이런 괴물기념관이 건립된다면 광복회는 반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행태는 이철우 지사의 말을 통해 이해해 볼 수 있다. 이 지사는 “세계 각국을 돌아봤을 때 선진국일수록 영웅들의 동상이 우후죽순 많이 서 있다”며 “그분들이 다 공만 있고 과가 없느냐? 공과가 다 있다. 그런데 공이 크고 과가 작으면 공을 위주로 그렇게 동상을 많이 세운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공이 크면 과는 덮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공과 중 무엇이 더 큰가를 평가할 기준이 없다. 해당 논리대로라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하루아침에 평가를 바꿔도 문제될 것이 없다. 기념관, 동상에 집착하는 것 역시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한다. 개인적 기억이 집단의 기억, 즉 역사가 되는 데는 사회적 의미를 매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기념관, 동상 등의 존재다. 1인 독재 체제의 북한, 역사적 인물을 신격화한 군국주의 일본에서 이러한 장치들을 정치에 잘 활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전문가들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역사를 부각하고 빼는 행위를 경계하고 비판한다. 역사학자 알렉스 폰 턴즐만은 “조각상은 역사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역사적 기억에 대한 기록”이라며 “조각상은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특정 시점의 누군가가 생각한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지금,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헬렌 카는 “우리가 얼룩진 과거를 무비판적으로 고집할 때, 우리는 계속해서 현재를 더럽힌다”고 말했다. 헬렌 카는 역사학자 E. H 카의 증손녀다. 윤석열 정부는 역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논란이 있는 인물의 공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재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들 인물에 대한 긍정 평가가 높다는 점은 다양한 비판을 낳는다. 사회통합을 해칠 뿐만 아니라 국민 사이에 갈등의 골만 깊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역사를 수정해 지지층 결집을 노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특집
속도 안 나는 ‘탈석탄’ 뒤 동상이몽(2021. 11. 12 12:02)
2021. 11. 12 12:02 국제
ㆍ고효율 대체에너지 개발 아직… 인도네시아·호주 등 석탄 수익 ‘꽉’ 2018년 11월 28일(현지시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인 폴란드 베우하투프 발전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베우하투프|AP연합뉴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합시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당시 기후변화협약은 비교적 수월하게 맺어졌다. 195개에 달하는 나라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지구 온도 상승폭을 제한하자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다. 온실가스를 대거 배출하는 중국과 인도, 미국 등도 함께했다. 5년 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삼림벌채 중단, 탄소제로 차량 개발 등 이전보다 구체적인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 제안된 가운데 수많은 참가국이 멈칫한 제안이 있었다. “석탄 화력발전을 없앱시다.” 탈석탄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핵심 과제다. 국제연구단체 글로벌탄소프로젝트(GCP)에 따르면 지난해 화석연료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348억1000t 중 석탄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는 139억8000t으로 가장 많았다. 석탄은 화석연료 중 같은 부피에 탄소 성분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탄소배출원이도 하다. 석탄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갈탄과 무연탄 속 탄소 함량은 각각 60% 이상, 90% 이상이다. COP26에서 일부 국가들은 이러한 석탄 사용을 멈추자고 약속했다. 11월 4일 발표된 석탄 화력발전 중단 합의에는 2030년대까지 주요 선진국들이 석탄 화력발전을 중단하고, 2040년대까지 나머지 국가들이 여기에 동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선언에 동참한 정부, 기관, 단체 약 190곳은 국내외의 새로운 석탄 화력발전소 투자를 중단하고 대체에너지를 신속히 도입하고, 노동자들과 지역사회에 이익이 되는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기로 약속했다. COP26 의장국인 영국을 포함해 캐나다, 폴란드, 베트남, 칠레 등 국가와 영국 은행 HSBC, 캐나다 수출개발공사 등 단체가 COP26 탈석탄 선언에 참여했다. 탈석탄 발목 잡은 에너지난 문제는 석탄 화력발전 중단 합의에 참여한 나라는 COP26 참여국 197개 중 46개국뿐이었다는 점이다. 중국, 인도 등 석탄을 대량생산하고 대량소비하는 나라들은 동의국 명단에서 빠졌다.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국정 과제로 제시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미국마저 동참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일부 국가들은 “일부 조항에만 찬성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국 산업부도 “탈석탄의 구체적 시점에는 동의하지 않았으며 원론적 차원의 지지”라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발생한 천연자원 수급 불균형으로 일어난 에너지난은 감소 추세였던 석탄 수요와 생산을 반등시켰다.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은 중국의 올해 석탄 생산량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올해 석탄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4% 증가한 39억970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10월 하루 1160만t이었던 석탄 생산을 1200만t까지 늘렸다. 대규모 탄광이 있는 네이멍구자치구와 산시성에는 연간 석탄 생산량을 1억6000만t 이상으로 늘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11월 1일(현지시간) COP26 의장국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글래스고 회담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 글래스고|AP연합뉴스 텍사스주, 캘리포니아주, 워싱턴주 등 곳곳에서 정전이 일어난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 내 석탄 사용량이 5억3700만t으로 전년 대비 23%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석탄 생산량도 증가할 전망이다. EIA는 올해 미국 석탄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4.5% 높은 6억1730만t으로 추산했다. 시장분석업체 IHS의 제임스 스티븐슨 연구원은 미국의 석탄 생산량 증가 이유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석탄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10월 초 인도의 화력발전소 135곳 중 절반 이상이 3일도 버티지 못해 연료가 바닥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인도는 전력 생산 약 70%를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결국 인도 정부는 국내 석탄 생산을 늘려 ‘자급자족’ 방식을 택했다. 에너지난 속에서 석탄 사용이 늘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대체에너지 기술 부족에 있다. 지난 수십년간 각국은 풍력, 태양광, 조력 등 친환경 대체에너지 기술을 개발해왔지만, 석탄 등 화석연료나 원자력을 능가할 만큼의 효율적인 에너지원을 찾지 못했다. 대체에너지 효율이 대부분 날씨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한계점도 있다. 석탄 수익 포기 못 하는 나라들 아직 고효율 대체에너지가 개발되지 않은 탓에 원자력발전 의존도를 줄이려는 나라들은 석탄화력발전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기 생산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2010년 22%에서 9년 후 30%대로 늘었다. 올해까지 원자력발전소를 전면 폐지한다는 독일도 탄광 개발을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독일은 현재 전력 약 28% 화력발전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전력 생산 원료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도 전력 생산 약 40%를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석탄 수요가 늘어나면서 석탄을 대량생산하는 나라들은 석탄을 통한 경제적 이권을 챙기려 하고 있다. 석탄 최대 수출국 인도네시아는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석탄을 수출해 380억달러(약 44조원) 수입을 남겼다. 인도네시아는 석탄 생산 중단 및 수출 제한을 위한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기한도 다른 나라보다 늦은 2056년으로 설정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석탄을 많이 수출하는 호주도 석탄 생산과 사용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호주 정부는 10월 3개의 새로운 탄광 프로젝트 사업을 승인했다. 탈탄소 흐름으로 금융권이 석탄 채굴 회사에 대출을 해주려 하지 않자 의회에 석탄 채굴 회사를 위한 2500억호주달러(220조원) 규모의 대출 지원 계획을 제안했다. 호주 산업·과학·에너지·자원부는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서 석탄 수출량이 지난해 4억t에서 올해 4억3900만t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력발전소나 탄광을 폐지할 때 들어가는 비용도 이들 국가의 문젯거리로 남아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호주 탄광산업 총수입은 약 732억8000만호주달러(약 65조원)이며 관련 산업 종사자는 약 3만9000명이다. 전력생산 90%를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남아공 정부는 최근 유럽연합(EU), 미국 등으로부터 85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지원을 받고 탈석탄 정책을 가속화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남아공 전국금속노조는 광산 산업 종사자 10만명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진다며 정부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
금융권 노사 ‘주52시간’ 동상이몽(2018. 06. 25 15:54)
2018. 06. 25 15:54 경제
ㆍ‘7월 조기도입’ 협상 중단, 불신만 쌓여… 노사 서로 책임 전가 “협상에 나선 은행장들이나 실무자들 모두 이런저런 핑계만 대며 결정을 하지 않는다. 조기도입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금융노조 관계자) “현 근무 시스템에선 주 52시간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직무가 많다. 이걸 예외로 두지 않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 법을 위반하게 된다.”(사용자협의회 관계자)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노조 “사측, 조기도입 의지가 없다” ‘주 52시간 근로 조기도입’을 두고 두 달 넘게 협상을 벌여온 금융권 노사가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교섭을 중단했다. 조기도입에는 노사 모두 공감했으나 시기와 대상 범위를 놓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7월 조기도입’을 목표로 협상에 나선 노조는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태도 때문”이라며 교섭 결렬의 책임을 사측에 돌렸다. 반대로 사측은 당장 주 52시간을 시행하기엔 문제가 많은 직무가 많고, 노조가 사측 권한 밖의 요구들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중재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파업 등 쟁의행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지난 6월 18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임단협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앞서 15일 사측과 4차 대표단 교섭을 열고 3시간 30분간 격론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고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사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최대 65세까지 정년 연장, 점심시간 보장, 노조 추천 사외이사 근거 마련 등 52개의 안건을 두고 지난 4월 12일 첫 교섭을 시작해 이날까지 대표단 교섭 4회, 대대표 교섭 4회, 임원급 교섭 3회, 실무자 교섭 14회 등 모두 25회의 협상을 벌였다. 올해 산별 교섭 대표단은 KB국민·신한·NH농협·부산·한국감정원 등 5곳의 사업장 노사 대표와 금융노조 위원장,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 등 모두 6대 6으로 구성됐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들은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시행해야 하지만, 은행·보험·증권사 등 금융권은 특례업종임을 고려해 내년 7월 이후 시행으로 1년간 유예기간을 받았다. 내년 6월까지 도입을 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권에 ‘주 52시간 근로 조기도입’이 추진 중인 이유는 정부의 강한 의지 때문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4월 은행장들을 만나 조기도입을 요청하는 등 정부의 직·간접적 압박이 컸다. 이에 은행장들은 조기도입에 뜻을 같이하고 대표단을 꾸려 협상을 벌여왔다. 금융권 안팎의 조기도입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노조는 도입시기를 7월로 잡았다. 금융노조 산하에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에 들어가는 국책금융기관 사업장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섭은 중단됐고, 중노위 조정기간이나 지금까지 보인 노사 간 의견차를 감안하면 7월 조기도입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노조는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태도가 결렬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21일 “교섭 결렬 전까지 은행장들이 참여하는 대표단 교섭이 4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며 “은행장들이 시간 내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4월 12일 첫 번째 대표단 교섭은 상견례에 그쳤고, 세 번째 대표단 협상에서는 각 은행에서 실태조사한 결과를 통보한 후, 20여개 직군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20차례 넘게 테이블에 앉은 실무교섭단마저도 ‘우린 권한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협상 자체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정부 눈치 때문에 주 52시간을 조기 도입하겠다고 하면서도 온갖 핑계를 대며 미루고만 있었다. 조기도입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사측 “노조, 권한 밖 무리한 요구” 이 관계자는 사측의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20여개의 직무를 예외로 두지 않고 바로 시행하게 되면 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동안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러온 점을 자백한 것”이라고도 했다. 노조는 중노위 중재가 부결될 경우 지부별 순회집회, 전 조합원 결의대회 등을 열고, 이후엔 조합원 전체 의견을 물어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도입시기를 미리 정해놓고 급하게 결정하는 것보다 직무상황에 적합하게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 은행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본점 정보기술(IT)팀이나 인사팀, 홍보팀, 영업점의 기업금융 담당 등 많은 직군에서 주 52시간 근로를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예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 적용할 경우 법 위반뿐만 아니라 서비스 질 저하 등 우려되는 사안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측은 특히 노조의 요구안 중에는 경영진 권한 밖의 무리한 내용들도 많다고 항변하고 있다.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노동이사 선임 등의 경우는 주주들이 결정할 사안이지 경영진이 맘대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정년 연장이나 임금피크제 연장 등도 현실적으로 당장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 조기도입을 개별적으로 추진 중이던 일부 은행들도 이번 교섭 결렬로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PC오프제와 선택근무제, 탄력근무제 등을 통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이미 시행 중이거나 시행을 앞둔 부산은행과 IBK기업은행 등을 제외한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레이디경향(총 8 건 검색)

8m 메릴린 먼로 동상…왜 쫓겨났나?
8m 메릴린 먼로 동상…왜 쫓겨났나?
2024. 08. 07 15:59 화제
팜 스프링스에 배치되어 있던 메릴린 먼로 동상이 공원 밖으로 쫓겨났다. 픽사베이 지하철 환풍구 위에서 치마가 들리는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한 8m 크기의 메릴린 먼로 동상이 원래 배치됐던 팜 스프링스 다운타운 공원에서 밖으로 쫓겨났다. 1955년작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 먼로의 유명한 스커트 신을 기념하는 26피트(약 8m) 크기의 ‘영원한 메릴린’ 동상은 미국 팜 스프링스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 동상이 쫓겨난 이유는 달라진 성인지 감수성과 공공장소 미적 감각에 위배된다는 비난 때문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메릴린 동상의 뒷모습이 팜 스프링스 아트 뮤지엄을 향해 있다는 점에서 동상 위치의 부적절성을 주장해왔다. 2021년 팜 스프링스 아트 뮤지엄 관장 루이스 그라코스는 “뮤지엄 방문객들, 특히 학교 어린이들이 동상의 뒷부분과 속옷을 보며 이동한다”며 시의회에 동상 이동 설치를 요청해왔다. 팜 스프링스 시장 제프리 번스타인은 성명에서 동상이 “다운타운 파크 바깥쪽 어딘가로 이동할 것”이라며 “시의회는 많은 지역 사회가 분분했던 문제에 대해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은 것에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릴린 먼로의 ‘영원한 메릴린’ 동상은 처음에 시카고 핫 도그 레스토랑인 ‘리버 노스’의 외부에 설치되었고, 2012년 시카고의 그랜트 파크에 전시됐다. 이후 2014년에 팜 스프링스로 이동했다. 그러나 지역 사회의 반발로 다른 지역으로 옮겨졌다가 2021년에 팜 스프링스로 돌아왔다. 메릴린 먼로의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 유명한 신을 재현한 이 동상은 치마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자세로 인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성차별적이란 비난을 받았다. 특히 동상이 설치된 위치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은 공공장소라 더더욱 적절하지 않은 미적 기준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예술의 성적 표현 허용과 그 인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함으로 과거 영화를 재현한 동상의 존치는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동차 동상 예방…‘아랫목’ 주차 어디?
자동차 동상 예방…‘아랫목’ 주차 어디?
2023. 12. 19 17:20 레저/여행
영하 10도라고 해도 밤샘 주차 과정에서는 정지 상태와 칼바람까지 감안하면 동상에 주위해야 한다. 겨울철이 되면 자동차 제작사나 보험사 긴급 출동서비스가 급증한다. 자동차도 동상(凍傷)에 걸리고 추위에 민감해 고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한파에 사소한 부주의로 자동차가 동상에라도 걸리면 고가의 엔진이나 배터리를 통째로 교환해야 한다.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한파에는 주행 중 보다는 주차 중 고장날 확률이 높다”며 “배터리와 냉각수로 인해 주로 발생되기 때문에 평소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라며 말했다. 전문가가 말하는 겨울철 한파에 대비하는 안전운전 관리법. ■ ‘아랫목 주차’가 밤샘 동상 예방과 건강 유지에 최고 자동차는 주행 중에는 자기 청정 온도를 유지해 수백 도까지 엔진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에 동상 걱정은 없다. 그러나 영하 10도의 한파라면 밤샘 주차 과정에서는 정지 상태에 이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연료필터나 연료통 사용 과정에서 수분 성분이 증가하게 되고 결빙 상태에서 무리한 반복 시동을 하는 연료 고압분사 방식의 자동차는 고장이 흔히 발생한다. 겨울철에는 소위 보온성이 유지되는 ‘아랫목’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것이 좋다. 통상 출구에서 먼 안쪽 구역이다. 옥외 주차를 할 때는 벽 쪽이나 동쪽을 향해 주차해 최소한의 보온을 유지한다. ■ 한파에 보험사 긴급출동 1위는 배터리 시동 불량 배터리는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성능이 저하되기 시작한다. 사용 상태에 따라 기능이 20~30% 이상까지 성능이 저하된다. 평소 시동이 잘 걸리던 차량도 한파에는 시동 불량이 발생한다. 5년 정도 지난 배터리나 영상의 날씨에 방전으로 시동 불량이 발생하여 긴급출동서비스를 받은 경우라면 현재 표시경이 푸른색이더라도 이미 골병든 배터리라는 점을 명심하자. 한파에는 가급적 지하주차장을 이용하고 배터리 충전주기도 체크한다. ■ 연료는 가득 주유 유지, 연료필터 1년에 1번은 교환대상 체감온도 영하 20도 부근으로 내려가면 수분 성분의 이물질과 경유의 파라핀 성분이 응고되어 점성이 높아짐에 따라 흡입 저항으로 시동 불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연료필터를 점검해야 한다. 평소 1리터당 8km를 주행하던 것이 한파나 눈길에서는 5km 정도로 연료 소모가 증가하기 때문에 가급적 가득 주유한다. 특히 경유나 LPG 차량의 경우 추운 지방을 여행할 때는 그 지역 연료를 주입하면 연료 성분 차이로 연료 결빙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 부동액을 이것저것 혼합 과사용 하면 엔진과열의 원인 냉각수 보충을 서너 번 했다면 반드시 부동액 점검을 받아야 한다. 엔진룸에서는 열에 의해 미량의 냉각수 누수가 증발하기 때문에 정비업소에서 점검을 받아야 한다. 전기차의 경우 보증기간 이내 신차는 반드시 보증수리를 이용하고 응급 상황에서는 제작사가 권장하는 전용 부동액을 사용한다. 한파의 엔진 과열은 부동액의 잘못된 교환이나 제품의 혼합 보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소에서 부동액 점검 시 비중을 측정했을 때 영하 30도 부근이면 정상이다. ■ 한파에 내연기관 히터는 무료지만 전기차는 사용한 만큼 지불 한파에는 히터 사용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히터를 작동하면 엔진 폐열을 이용해도 되는 내연기관 달리 전기차는 히터를 작동하면 추가로 전기가 소모되어 겨울철에는 자주 충전해야 한다. 배터리는 화학적 특성상 혹한의 날씨에 노출될수록 전력 소모가 많아지고 배터리 보온 유지에도 전기가 사용되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지하주차장을 이용하고 충전주기도 체크한다.
자동차도 ‘동상’ 걸린다
자동차도 ‘동상’ 걸린다
2023. 11. 24 10:01 레저/여행
계절에 따라 복장이 바뀌듯이 자동차도 겨울철 혹한에 대비하여 부품관리와 점검이 필요하다. 겨울철 혹한이 되면 자동차도 동상(凍傷)에 걸리고 미세먼지가 심하면 차내 필터인 마스크도 점검해야 한다. 계절에 따라 복장이 바뀌듯이 자동차도 겨울철 혹한에 대비하여 부품관리와 점검이 필요하다. 여름철 상태로 월동 점검 없이 주행하면 안전과 고장의 원인이 된다.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겨울철에는 엔진 고장이 증가하기 때문에 배출가스 점검이 필요하다”며 “특히 노후 경유차는 엔진오일 누유와 DPF 클리닝 등을 점검해야 한다”며 겨울철 자동차 동상 예방법을 소개했다. ■ 올겨울 미세먼지 심해, 자동차 마스크 차내 필터 점검 최근 독감과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이 잦아지면서 마스크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히터사용으로 차 문을 닫게 되고 주행 중 차내로 미세먼지, 나뭇잎 가루, 석면 입자, 박테리아는 물론이고 도로 먼지에 많은 악성미립자상이 유입된다. 이런 유해물질을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하는 차내 필터는 겨울철 필수부품이다.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겨울철 히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오염으로 점검 교환주기를 단축해야 한다. 필터 교환시에는 항균성이 있는 권장부품이나 인증제품을 사용한다. ■ 추위에 약한 디젤차 엔진오일, DPF, 배출가스 점검부터 경유차에는 1급 발암물질인 초미세먼지를 걸러주는 DPF(매연포집필터)라는 환경 부품이 장착된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필터를 클리닝과 엔진 관리는 필수적이다. 엔진의 주행거리가 증가함에 따라, 축적된 매연은 DPF 손상이나 엔진 성능 악화의 원인이 된다. 엔진 소모나 누유를 내버려 두면 백금필터가 파손의 원인이 되고, 백연과 검정 매연을 뿜게 된다. 겨울철을 앞두고 엔진오일 누유 점검은 물론이고 엔진오일도 연소를 방해하는 물질 유입을 차단하는 DPF전용 엔진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 전기차는 절연형 부동액 사용 전기차도 배터리나 모터의 한파와 열을 식히기 위해 부동액을 사용한다. 전기차는 전기가 통하지 않도록 하는 절연형 전용 부동액을 사용해야 한다. 일반 자동차용 부동액을 쓰면 자칫 과열로 인한 화재 위험성이 있으며 혼합 사용으로 고장이 발생하면 보증수리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고장으로 교환하게 되면 공임 포함하여 2천만 원 정도까지, 수입차는 그 이상 발생할 수도 있다. ■ 겨울철 연료필터의 수분 등 이물질 동결, 심하면 수리비는 수백만 원 자동차 연료의 해독작용은 ‘연료필터’가 한다. 연료필터는 각종 이물질과 수분을 걸러주며, 겨울철에는 얼거나 필터가 막혀 시동이 잘 안 걸리는 경우가 있다. 휘발유 차량의 경우는 2만㎞~3만㎞마다 교환해줘야 한다. 디젤 차량은 연료 특성상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면 연료 내에 왁스 성분이 형성되면서 간헐적으로 시동 불량 상태가 발생한다. LPG는 연료 특성상 기체로 온도변화에 아주 민감하며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면 증기압이 낮아져 시동 불량 현상도 발생한다. 스키장 같은 한랭지역을 방문할 경우 그 지역 충전소를 이용하면 시동 불량을 예방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복장이 바뀌듯이 자동차도 겨울철 혹한에 대비하여 부품관리와 점검이 필요하다. ■ 자동차도 동상(凍傷)주의, 부동액 타제품과 혼합하면 성능 저하 자동차도 동상에 걸린다. 부동액의 주성분은 불활성 물질인 ‘에틸렌글리콜’이라는 물질이며 어는점이 아주 낮아 영하의 날씨에도 냉각수를 얼지 않도록 한다. 부동액은 제조회사마다 배합비가 다르고 화학적 품질의 차이가 있으므로 동일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타제품과 혼합하면 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제조사는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교환 시에는 기존의 냉각수를 완전히 배출시킨 후 수돗물을 넣고 공회전시켜 다시 배출하는 작업을 2회 이상 해준다. ■ 겨울철 고장 1위 배터리, 정비업소에서 용량 측정 배터리는 정확한 교환주기가 있는 부품이 아니라 사용에 따라 수명이 결정되는 소모품이다. 비록 신품 배터리라고 하더라도 전기사용이 많거나 충전기 고장으로 방전이 되면 수명이 단축된다. 배터리 상단의 녹색 표시경은 혹한의 날씨에는 급격한 성능 저하로 시동 불량 등 고장이 발생이 발생할 수 있다. 정비업소에서 전용 배터리 용량 테스터기로 측정하는 것이 정확하며, 교환 시 반드시 최근 제조 일자를 확인한다.
피자 위 동상이몽…광화문에 상륙한 피제리아 호키포키 [식후감]
피자 위 동상이몽…광화문에 상륙한 피제리아 호키포키 [식후감]
2023. 08. 18 10:36 요리
장슐랭과 초박, 쫑이 선택한 ‘피제리아 호키포키’‘의 ‘표고&블루치즈’와 ‘이탈리안 밤’. 결과는? 식후감 =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라는 말이 무색하게 잘 (찾아) 먹는 ‘먹깨비’ 4인방의 내돈내산 식사 감상문.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곳이지만 의외로 ‘맛집’을 찾기 힘든 신문로다. 그 속에서 지난 6월 오픈한 ‘피제리아 호키포키’ 광화문점은 평일 점심시간 기준 최소 15분의 ‘웨이팅’을 해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비교적 ‘맛집’에 속하는 피자 전문점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지만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미식의 기준 또한 높은 법. 예술의전당 인근에 자리한 서초점에서 이미 검증된 맛이라는 점이 주효했던 것일까. 세종문화회관까지 접수한 이곳은 “미국식 피자답게 얇은 도우가 쫄깃하다”는 평이 공통적이다. 대표 메뉴는 표고&블루치즈, 부라타, 페퍼로니다. 최근에는 여름 시즌 한정 메뉴로 ‘초당옥수수’ 맛을 선보이기도 했다. ‘말복’이 지났지만 멈출 줄 모르는 무더위가 이어진 17일, 피제리아 호키포키에 다녀왔다. 장슐랭과 초박, 쫑(초딩 입맛, 공주님은 휴가 중)의 픽은 ‘표고&블루치즈’와 ‘이탈리안 밤’. 결과는? 까칠, 장슐랭 각자 먹을 수 있는 햄버거와 달리 한 판 단위로 시켜야 하는 피자는 구성원들의 취향과 입맛을 고려해서 골라야 하는 메뉴. 다행히 반씩 나눌 수 있는 하프 앤 하프가 있어서 두 가지를 주문할 수 있었다. 내가 고른 메뉴는 ‘베스트’라는 딱지가 붙은 표고 블루치즈. 얇게 자른 표고가 듬뿍 올라가고 그 위에 블루치즈와 모차렐라치즈 등이 뽀얗게 올라간 피자는 짜지 않고 간이 입에 딱 맞았다. 평소 향이 강한 표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길 맛이다. 무엇보다 정성껏 잘 만든 빵처럼 숙성의 기운이 느껴지는 바삭한 피자 도우가 인상적이었다. 갓 나온 뜨거운 피자를 허겁지겁 테두리까지 돌진하듯 먹어 치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테이블과 허벅지에는 피자 도우에서 떨어져 나온 빵가루가 후드득, 입천장은 데었는지 긁혔는지 조금 쓰라렸다. 이 흐름을 이어가고자 나머지 하프 이탈리안 밤을 집어 들었는데 이런. 그사이 토핑과 치즈에 눅눅해진 피자가 그만 축 늘어져 버렸다. 이래서 나이프를 함께 줬나 보다. 피자를 잘라서 먹으려니 어쩐지 아까와 같은 흥이 사라졌다. 바삭바삭 도우의 결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 너무나 짧은 것이 아쉬웠다. 호키포키 피자는 갓 나오자마자 입천장 데는 줄도 모르고 ‘순삭’해야 제맛, 이라고 추천을 남겨본다. 피제리아 호키포키 메뉴판에는 ‘피자는 뜨거울 때 손으로 집어 먹어야 맛있다’고 적혀있지만 갓 구운 도우가 매우 뜨거워 조심해야 한다. 빵보다 밥, 쫑 ‘페퍼로니파’인 식구들 탓에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페퍼로니 말고 다른 토핑이 얹어진 피자라면 뭐든 좋았다. 하프 앤 하프. 무려 두 개나 고를 수 있다니. 흥분과 설렘으로 메뉴를 고르고 웨이팅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무리가 일어났다. 그득하게 남겨진 피자…그들의 식후 풍경을 보고 정말 맛이 없거나 정말 푸짐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웨이팅에 비해 주문은 속전속결이었다. 피자가 나오기까지 체감 10분도 걸리지 않은 듯하다. 표고 블루치즈의 버섯은 고온에 바싹하게 구워져 맛났고 치즈는 적당히 짭조름하면서 달았다. 만약 조금 더 치즈가 더해졌다면 타바스코소스가 필요했을 거 같다. 이탈리안빔은 ‘맵부심’ 있는 나에게 흥미로운 맛! 한입을 베어 문 순간 ‘요놈봐라’ 하는 본심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그래, 피자엔 할라페뇨지! 매운 것 좋아하는 보통의 한국인이라면 호감을 느낄 맛이다. 화산 분화구처럼 솟은 불의 그을림도 바삭하게 좋았다. 흘러내리는 소스에 물티슈가 필요했지만 그 소스마저 맛있어서 놓치지 않으려고 도우를 구겨 접으며 후딱 먹었다. 평소 피자는 끝부분을 빼고 2조각이 맥심인데 내리 3조각이나 먹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피클이 좀 아쉽다. 먹생 진심, 초박 강남권에서 입소문 탔던 피자 맛집이 물 건너 회사 앞으로 진출했다는데 가지 않을 수 없겠지. 피제리아 호키포키. 뜬금포이긴 한데 잼버리를 연상케 하는 이름이긴 하다. 종류는 많고 배는 한정된 상황에서 두 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는 하프 앤 하프가 있다는 것은 일단 이 피자집에 대한 내적 친밀감을 극도로 높여준다. ‘베스트’라고 표기된 표고 블루치즈, 그리고 메종조 초리조가 토핑으로 올라가 있다는 설명으로 선택한 이탈리아 밤. 비교적 얇고 담백·고소한 도우, 의외로 가짓수 많고 기름지며 간이 센 토핑이 뒤섞인 것이 이탈리아식 피자와 미국식 피자의 혼종인 듯도 하다. 블루치즈와 표고버섯의 조화로운 맛이 좋았다. 블루치즈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이 블루치즈가 좀 더 들어갔더라면 기분 좋은 느끼함에 몸부림쳤을 것 같다. 이탈리아 밤에 올라간 초리조는 촉촉한 것이 매력적인데 페퍼로니한테 묻히는 듯해서 좀 아쉽다. 할라페뇨가 없었더라면 페퍼로니 피자와 큰 차이가 없었을 맛. 좌우지간 전자는 와인을, 후자는 맥주를 부르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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