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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 기후동행…녹색이라 쓰고 그린워싱이라 읽는다(2024. 03. 18 06:00)
- 2024. 03. 18 06:00 사회
- 고밀도 개발 정당화 수단…‘오세훈 치적’ 광장숲 외 환경 예산 대폭 삭감 서울시가 지난 2월 5일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을 통해 최대 100층 규모의 빌딩이 들어설 용산 정비창 부지 / 연합뉴스 “서울 시내 전체를 녹색으로 연결하겠다.” “도시계획의 목표는 녹색 공간을 만드는 데 있다.” 요즘 서울시 주요 개발사업마다 등장하는 키워드는 ‘녹색’, ‘환경’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주요 사업일수록 ‘친환경’이 따라붙는다. 사업 계획만 보면 친환경 미래도시 서울시가 눈앞에 바로 다가올 듯하다. 오 시장은 2000년대 초반 정치에 입문하며 ‘환경변호사’ 이력을 내세우기도 했다. 현실은 어떨까. 서울시의 환경정책과 예산을 뜯어보면 ‘친환경’, ‘녹색’은 개발 명분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행보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린워싱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말한다. 올해 서울시 예산을 살펴보면 그린워싱이란 의심이 무리도 아니다. 서울시는 환경정책 담당 부서의 올해 예산을 전년보다 10% 이상 깎았다. 초고층 업무지구를 새로 개발한다면서 ‘친환경’을 내세웠는데 실상은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 도심 고밀도 개발의 명분을 위해 도입한 ‘도심녹지’는 안정적인 사후 관리를 담보할 수 없다. 최근에는 정부 기조에 맞춰 ‘그린벨트’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로수 예산 37% 깎고 광장숲 예산 신설 올해 서울시의 환경 예산은 큰 폭으로 삭감됐다. 환경정책을 담당하는 기후환경본부의 예산은 전년 대비 13.4%, 푸른도시여가국 예산은 18.3% 감소했다. 서울시는 세입 감소 여파로 예산안 감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하지만, 전체 예산 감소율(전년 대비 3.1%)보다 환경 예산 감소율이 훨씬 더 가파르다. 환경 예산 중에서도 특정 항목의 감소폭이 유독 크다. 푸른도시여가국의 ‘하천생태 복원 및 녹화’ 예산으로는 올해 37억8400만원이 배정됐다. 지난해(127억3400만원)에 비해 70%나 감소했다. 생태경관보전지 내 생태통로 등 환경을 관리하는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 및 관리’ 예산도 23억1200만원에서 절반이 안 되는 10억3700만원으로 줄었다. 공원을 유지·관리·보수하는 예산도 414억2033만원으로 전년 대비 77억6267만원 감소했다. 길가에서 흔히 보이는 가로수 예산의 삭감폭도 컸다. 서울시의 ‘가로수 생육환경 개선 및 가로변 녹지량 확충’ 예산은 지난해 219억473만원에서 37% 줄어든 138억7469만원이 편성됐다. 주로 병충해·고사 위기에 놓인 가로수를 살리고, 빗물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게 가로수를 관리하는 데 쓰인다. 이 예산이 40% 가까이 줄면서 서울시가 각 구청에 교부하는 가로수 관리 예산도 상당 부분 축소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청에 지원해야 가로수 생육이 원활해질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반면 오 시장의 치적 사업으로 꼽히는 ‘광장숲’ 예산은 늘었다. 서울광장에 나무를 심는 사업으로 올해 26억6250만원이 새로 편성됐다. 서울시는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의 30% 면적에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도심에 나무를 심으면 도로변 가로수 유지·관리보다 치적을 드러내기 좋다”며 “도시 가로수 유지·관리예산은 지금도 부족한데, 빗물 유입 등 도시 기능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가로수를 등한시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행정”이라고 했다. 환경정책을 담당하는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크다. 서울시의 환경·생태 분야 담당자들은 “예산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강조했지만 세수 부족을 이유로 예산이 깎였다”며 “추경을 통해서라도 다시 증액하고 싶은 답답함이 있다”고 했다. ■고밀도 개발하며 ‘친환경 수직도시’ 홍보 서울시가 수조원씩 투입하는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도 ‘녹색’은 반복된다. 서울 세운지구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홍보와 달리 ‘녹색’, ‘환경’은 최우선순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고밀도·고층 빌딩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 친환경과 고밀도·고층 선물을 한 데 묶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개공지’를 활용해 친환경을 내세우는 개발 방식에도 의문이 따른다. 서울시는 ‘녹지생태도심’을 내걸고 세운지구 고밀도 개발을 추진 중이다. 대지 면적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건폐율)을 줄여 남은 면적은 공개공지로 녹지를 조성한다. 대신 건물의 높이는 올라간다. 세운지구에선 건물을 용적률 1500%, 최고 높이 200m 안팎까지 올릴 수 있다. 공개공지는 사업지별로 모양과 위치가 제각각이다. 여기에 녹지를 만든다고 해도 통합된 도심녹지 기능을 보장하기 어렵다.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녹지 가이드라인 심의기준은 5개 부문 29개 항목, 녹지 조성 이후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도 97개 항목에 이르지만 사실상 강제성이 없다. 현재 건축주가 지침을 어겨도 시정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부과 정도로밖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개공지 활용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제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용적률은 한번 올려받으면 사업시행자 입장에는 막대한 이익인데 (그 반대급부로 주어진 의무를) 공무원을 둬서 단속하겠다는 구상은 이미 실패한 사례가 있다”며 “현재 서울 시내 공개공지 가운데 시민이 실제로 이용 가능한 공간은 거의 없다. 이는 민간에 관리를 맡겼다가 실패한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1일 서울시청에서 한강 리버버스 도입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시는 지난 2월 용산국제업무지구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녹색’을 강조했다. 100층 랜드마크를 건립하는 개발계획과 함께 “사업부지 면적 100%를 녹지로 확보한 친환경 수직도시로 조성하겠다”고 홍보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조성하겠다는 녹지의 30%는 세운지구와 같은 공개공지 형태다. 또 절반의 녹지는 건물 테라스·옥상·벽면녹화로 조성한다. 조성 녹지의 50%가 시민들이 걸어 다니며 일상적으로 느끼고 누리기 어려운 형태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서울시도 옥상에 만드는 녹지, 벽면에 조성한 녹지가 ‘녹지 공간’이 아니라고 본다. 서울시는 세운지구 녹지생태도심 가이드라인에서 ‘옥상녹화와 벽면녹화는 입체 녹지공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옥상녹화는 ‘가로변에서 직관적으로 인지하거나 접근하기 어렵고, 상시 개방에도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크다’고 했고, 벽면녹지는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되지 않는다’고 썼다. 구호로만 친환경을 외쳤다고 자인한 셈이다. ■한강 리버버스, 그 자체가 생태계 위협 서울시가 오는 10월부터 운영하는 한강 리버버스는 하이브리드 선박 도입 등을 내세워 친환경을 강조한다. 그런데 리버버스 자체가 한강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 현재 한강에는 유람선 2대가 1일 평균 10회 운항한다. 리버버스는 평일 기준 15~30분 간격으로 하루 68회 다닌다. 기존 유람선 운항 횟수보다 7배 가까이 많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항주파, 선박의 소음 등으로 한강 생태계가 훼손되고 철새의 안식처가 사라질 수도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한강 자연성 회복 목표종인 큰 고니가 지하철 3호선 옥수역 근처에 등장했다. 옥수역 인근은 리버버스 선착장이 들어설 곳이다. 서울시는 올해 철새보호구역 지정·관리 예산도 8억6565만원에서 3억6500만원 깎아 5억65만원만 배정했다. 리버버스의 대중교통 분담률도 0.02%에 불과해 대중교통으로서의 탄소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책 간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 또한 여럿 발견된다. 서울시는 지난날부터 남산 1·3호 터널의 일부 통행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승용차 운행을 부채질하는 조치다. 또 남산 곤돌라는 ‘친환경’을 표방하지만 환경 관련 심의를 건너뛰었다는 절차적 시비에 놓여 있다. 월 6만2000원에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는 기후동행카드는 ‘청년교통카드’로 불리는 게 타당하다는 뒷말도 나온다. 기후동행카드의 성격이 탄소저감 효과보다 교통복지에 가깝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이용자의 절반이 20~30대다. 월 40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할 때만 기후동행카드가 이득인 요금 구조는 승용차 이용자에게 높은 문턱이다. 많이 이용할수록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할 유인이 커 기존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한 ‘정기권’의 성격이 더 강하다. 탄소 배출 감소를 강조하는 ‘기후동행’의 이름 붙이기에는 정책 효과 검증이 더 필요하다. 서울시는 지난 3월 6일 개발제한구역 제도와 지정현황 등을 검토하는 용역을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시나 친환경 정책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행보다. 서울은 1971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그린벨트가 지정된 지역이다.
- 특집
- [우정 이야기]달달하이 적금과 동행 카드 아세요?(2023. 12. 27 07:00)
- 2023. 12. 27 07:00 경제
-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12월 20일 ‘달달하이(high) 적금을 출시했다. 이 적금은 청년 고객을 위한 우대금리 적립식 예금 상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청년을 겨냥해 우대금리 적립식 예금 상품 ‘달달하이(high) 적금’을 선보였다. 또 저소득 중증장애인들의 출퇴근 교통비를 지원하는 ‘우체국 동행 카드’도 가입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12월 20일부터 상품 서비스를 시작한 ‘달달하이 적금’은 초단기, 우대금리를 보장한 모바일 전용 적립식 예금(자유적립식) 상품이다. 최대 월 60만원까지 가입이 가능하고 연 최대 5.2%의 금리(기본금리 2.0%·우대금리 최고 3.2%)가 제공된다. 우대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선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먼저 청년 고객(19~34세)이면 우대 금리가 적용된다. 우체국 스마트뱅킹에 접속해 달달하이 ‘나무키우기’ 게임에서 나만의 소망이나 목표를 등록해도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반려견 키우기, 해외여행 가기 등 적금을 해서 이루고 싶은 다양한 소망을 기입하기만 해도 이자 혜택을 준다는 뜻이다. 매달 20번 이상 우체국 통장에서 달달하이 적금으로 돈을 이체하거나, 재예치·재가입하는 경우에도 우대 금리가 적용된다. 달달하이 적금은 2024년 12월 19일까지 1인 1계좌만 가입이 가능한 기간 한정 상품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달달하이 적금’ 출시 기념으로 다양한 혜택을 마련했다. 내년 1월 말까지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호텔 뷔페 식사권(15명), 우체국쇼핑 상품권(50명), 치킨 쿠폰(100명) 및 문화상품권(200명) 등을 제공한다. 선착순 8000명을 대상으로 편의점 상품권도 제공할 계획이다. ‘달달하이 적금’에 가입한 뒤 우체국예금(적금·정기예금·펀드)에 추가 가입하면 여행 상품권(25명), 백화점 상품권(50명) 및 주유상품권(120명)을 추첨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최근 우정사업본부는 중증장애인의 출퇴근 교통비용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난 12월 17일 출시된 ‘우체국 동행 카드’는 월 5만원 한도로 버스·택시·자가용 주유비 등 출퇴근 교통 실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용노동부의 지원사업 확대 방침에 따라 기존 우리카드에서 우체국 체크카드로 지원책이 확대 시행됐다. 지원 대상자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자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 계층의 중증장애인 근로자(2023년 기준·약 1만5000명)이다. 대상자는 가까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지역본부·지사를 방문하거나 전화,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사업신청서, 근로계약서, 신청인 명의 통장 사본, 자격 조건 증빙 서류를 제출해 카드를 신청하면 된다. ‘우체국 동행 카드’ 가입 혜택도 있다. 기존 우체국 ‘영리한 플러스 체크카드’ 상품과 동일한 디지털콘텐츠 서비스 20%, 온라인쇼핑 15%, 배달앱 15%, 커피전문점 5%, 생활잡화 스토어 5%, 우체국(우편요금·우체국쇼핑·EMS) 5% 등 캐시백 서비스가 제공된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은 “전국에 촘촘한 우체국 금융망을 활용해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이 편리하게 출퇴근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며 “더 많은 중증장애인이 교통비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우체국의 공적 역할을 확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우정이야기
- [할 말 있습니다](39) 기후동행카드 왜 찜찜하냐면(2023. 09. 22 11:24)
- 2023. 09. 22 11:24 경제
- mediahub.seoul.go.kr 지난 9월 11일 서울시가 월 6만5000원을 내면 서울 시내의 지하철, 버스, 따릉이 등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를 담은 계획을 발표했다. 2024년 1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는 기후동행카드가 도입되면, 연간 1만3000대가량의 승용차 이용이 감소하고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나며 연 3만2000t(2020년 기준 서울시 수송 분야의 0.4%)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을 거라고 서울시는 내다봤다. 2020년 기준 서울 시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8.1%가 수송 분야인 점을 감안할 때, 서울시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교통비 부담까지 덜 수 있는 방안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기후동행카드가 서울시가 내세운 목표를 잘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직 서울에서만 첫째,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이 카드가 서울이 아닌 경기·인천 등에서는 쓰일 수 없다는 점이다. 지하철의 경우 서울에서 승차하고 경기·인천에 내리는 건 가능하지만, 경기·인천에서 승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버스의 경우 서울로 들어온다 해도 경기·인천 소속 버스라면 이 카드를 쓸 수 없다. 국토교통부의 ‘탄소공간지도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주변에서 탄소 발생이 가장 많은 곳은 서부간선도로, 경인고속도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분당수서간도시고속화도로, 동부간선도로, 경부고속도로 등 서울과 그 외부를 연결하는 도로교통 구간이다. 바로 이 구간의 승용차 이용을 줄여야 한다. 지하철에 한해, 그것도 서울에서 출퇴근할 때만 쓸 수 있는 카드가 경기도민에게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어떤 유인을 줄 수 있단 말인가. 하나의 생활공간인 수도권을 아우르는 대중교통에 대한 통합적 계획을 세우지 않고 경기도·인천시와 아무런 협의 없이 신제품 출시 경쟁하듯이 설익은 정책을 발표한다면, 그것은 기후위기 대응에 ‘동행’하는 카드가 될 수 없다. 경기도도 이 문제를 정쟁으로 여기지 말고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계기로 생각해서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락운임 정산 갈등의 해소가 어렵다면, 현행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를 넘어서는 운임 및 재정 배분의 권한과 책임을 가진 공적 기구의 구성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성 없고 둘째, 지속가능한 재원 계획이 없다. 왜 6만5000원인지를 묻자 오세훈 시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시하고 운수회사하고 함께 반반씩 나눠서 지원해야 하는데 그 지원금액이 7만원으로 하게 되면 월 1000억원 정도 되고요. 그다음에 6만원으로 하면 350억원 정도 됩니다. 그래서 중간 정도 750억원 정도 되면 서울시와 운수회사, 운송회사들이 반반 정도 부담하면 감당할 수 있다…. 시범사업 하면서 정확하게 계산해서 조금 더 올릴지, 내릴지 융통성을 두겠습니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의 금액과 재원에 대해서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자가용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라면, 그 재원은 마땅히 우선 자동차에 대한 혼잡통행료, 주차료 그리고 자동차 교통량을 유발한 기업에 대한 교통유발부담금의 강화로 풀어야만 한다. 이를 통해 자동차 통행의 사회적 비용을 내부화할 수 있고, 대중교통과 도보, 자전거 등 녹색 교통망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시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100인 이상이 종사하는 기업이 기후동행카드를 일괄 구매하면 기업의 교통유발부담금을 감면해 주겠다고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금 체계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 강화해야 할 교통유발부담금을 감면해서 대중 교통카드를 더 팔겠다는 것은 일종의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아닌가?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배분 비율을 자동차 도로보다 대중교통 강화에 더 할애하는 안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 세금은 국세라는 점에서 국가 철도 등에 더 활용하고, 버스를 포함한 지방정부 정책을 위해서는 지방세인 혼잡통행료, 주차료, 교통유발부담금 등을 사용하는 방안이 적절하다. 장기적 재원은 자동차와 부동산 관련 세제를 개편해서 얻어야 한다. 탄소공간지도. 진할수록 탄소배출이 많은 지역이다. / 국토교통부 탄소공간지도 시스템(www.carbonmap.kr/gis.do) 저렴하지도 않고 셋째, 기후동행카드는 저렴하지도 않다. 오세훈 시장이 ‘힌트’를 얻었다는 49유로(약 6만9000원) ‘독일티켓(D-Ticket)’은 범위가 독일 전역이고 버스, 지하철만이 아니라 철도(ICE·IC·EC 제외), 전차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독일이 운영자라면 심지어 다른 나라로 오가는 기차도 탈 수 있다. 수도 지하철 요금만으로 비교해도 베를린 지하철의 1회 티켓은 구간별로 3.2유로(약 4500원), 3.8유로, 4유로이므로, 독일티켓 요금은 3.2유로 티켓으로 치면 15회에 해당한다. 기후동행카드 요금은 10월 7일 인상되는 1400원으로 계산해도 서울 지하철 1구간 요금 46회에 해당한다. 2022년 기준 서울 시민의 월평균 대중교통요금이 7만1745원인 것과 비교하면 그래도 기후동행카드가 5000~6000원 싸다는 주장도 있지만, 가끔 신분당선이나 광역버스 타고, 가끔 경기도나 인천 왔다 갔다 하면 ‘기후동행카드+추가 교통비’가 현 평균보다 높아진다. 교통비 조삼모사 이 카드는 또 대중교통요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이루어지는 ‘조삼모사’의 전형이다. 서울시 간선/지선버스는 지난 8월 12일 20%, 광역버스는 무려 30.4% 인상했다. 지하철은 10월 7일과 내년에 150원씩 두 번 올려, 도합 24% 인상한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기후동행카드의 재원 750억원에 대해 “서울 시내버스와 지하철 기본요금 인상분의 10% 정도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대중교통요금 인상의 90%는 시민이 부담하라는 얘기다. 따라서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를 발급해도 시와 교통공사, 버스회사의 적자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지금까지 ‘기후’라는 이름이 포함된 서울시 대중교통 정액권 정책의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기후위기라는 절박한 문제를 750억원으로 대응하겠다는 것부터가 무리다. 독일티켓의 비용은 연간 30억유로(약 4조2400억원)이며, 연방정부가 그 절반을 보전한다. 이 정도의 과감한 국가 재정투자 없이 기후위기 대응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는 버스 사업자의 이익 보장에 구속되는 버스 ‘준공영제’의 틀을 깨고 완전 공영제로 전환해야 공공교통도 녹색교통도 이룰 수 있다. 기후위기를 조장하면서 큰돈을 버는 이들이 어떤 부담도 지지 않고, 기후재난에 직면해 있는 보통의 사람들은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하는 시스템, 이는 사회적 불의이며 기후 부정의이다.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사흘권, 일주일권 등을 만들겠다는 오 시장의 발상도 마찬가지다. 국제 항공의 탄소배출량을 감안하면 관광 비용을 낮춰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서울 외곽에 주로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교통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다.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사회적 전환’과 ‘생태적 전환’을 함께 이루어낼 의지와 능력을 갖춘 녹색정치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 할 말 있습니다
- [조정목의 함께하는 세상(稅上) 이야기](1)어려울 때일수록 ‘동행’(2022. 11. 25 14:28)
- 2022. 11. 25 14:28 경제
-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세금만 봐도 안다. 2019년 법인세 10조5000억원은 대구·경북 세금 총액과 맞먹는다. 이재용 회장이 취임 후 첫 행보로 보여준 ‘동행의 철학’이 우리 사회 약육강식의 현장을 바꿔나가길 바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월 28일 광주 광산구 평동산업단지에 있는 협력회사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면서 파이팅 구호를 제안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운 겨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창문을 스쳐 지나가는 찬바람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칠흑같이 깜깜한 밤입니다. 새벽이 오고 있어선지 어둠의 농도는 짙기만 합니다. 옆에서는 고른 숨소리가 느껴집니다. 곤히 잠든 아내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잘 견디며 함께해온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조용히 거실로 나와 그동안 쌓아둔 신문 하나를 집어들고 책상에 앉아 펼쳐봅니다. 슬쩍 넘겨보는 지면에는 온통 어두운 기사가 도배돼 있습니다. 3년째 계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격, 정치 세력들의 다툼, 국가 간 분쟁에 따른 불안한 국제질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계경제의 암울한 현황 등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문제만 가득 담겨 있습니다. 더 불안한 마음으로 신문을 넘깁니다. 중간 정도 넘어가는데 불쑥 전면 크기로 배치된 기사가 눈앞으로 다가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후 첫 일정으로 광주에 있는 한 협력회사를 방문했다는 내용입니다. 최근 그는 마침내 삼성전자의 회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별도의 취임식이나 취임사 없이 회장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공식일정이 더 관심거리가 되고 언론도 이를 크게 보도한 듯합니다. 초일류 삼성과 이재용의 시대 기사에서는 첫 번째 외부일정으로 협력회사 방문을 택한 걸 두고 이재용 회장이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두고 초일류 삼성을 경영해갈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해석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이재용의 시대’가 열렸으니 사람들은 그가 어떤 경영철학을 내세우며 삼성을 이끌어갈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초거대 선박’인 삼성전자를 운항해갈 선장이 어떤 방향으로 키를 잡을 것인지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오랜 세월, 특히 지난 10년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정리해온 사회·경제·사업 전반에 대한 철학과 이를 기초로 한 경영의사결정은 우리나라의 향후 진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대인 이병철·이건희 회장은 ‘사업보국’, ‘초일류’와 같은 비전을 제시하며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냈습니다. 이러한 비전의 달성을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한 것이 대한민국을 최후진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밀어올리는 중요한 원동력의 하나였습니다. 지금의 삼성전자는 선대회장 때보다 국내외적으로 모든 측면에서 훨씬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기업이 돼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는가는 삼성전자와 관련된 세금 규모를 예로 들어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2019년 삼성전자의 법인세 납부액은 10조5000억원이었습니다. 이 금액은 그해 1년간 대구·경북지역을 관할하는 대구지방국세청이 거둬들인 세금 총액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단순하게 말해 삼성전자가 하나 더 있으면 그 회사가 내는 법인세만으로도 대구·경북지역에 있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국세 한푼을 내지 않아도 세금수입에는 차이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삼성전자가 내는 세금은 법인세만 있지 않습니다. 법인세에 더해 부동산 관련 세금과 10만명 넘는 임직원들이 내는 근로소득세까지 합친다면 그 금액은 훨씬 커집니다. 자영업자들이 삼성전자 노동자들에게 물건을 팔고 내는 세금과 삼성전자 주주들이 주식을 사고팔면서 내는 증권거래세까지 고려한다면 관련 세금의 규모는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3대 수장이 된 이재용 회장은 선대회장들이 제시한 ‘인재제일’, ‘초격차 기술’, ‘조직문화 혁신’과 같은 비전을 앞으로도 계속 핵심가치로 가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시대를 앞서갈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일관된 메시지를 보여주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추진의 동력을 얻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번 협력회사 방문이 이재용 회장만의 새로운 비전인 ‘동행의 철학’을 적극적으로 보여줬다는 해석을 담은 기사를 읽었습니다. 이 회장은 얼마 전 선친의 2주기를 맞아 계열사 사장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도 삼성이 이해관계자들과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이 매체는 “이번 방문을 통해 본격적으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면서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동행의 철학’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외부에 보여줬다”는 설명까지 달아놓았더군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1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티타임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약육강식 구조, 이젠 바뀌어야 아직도 일상의 삶 속에는 약육강식의 현장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습니다. 소수의 기득권자가 그들보다 훨씬 다수인 약자들의 외침을 더 큰 소음으로 침묵시키고 왜곡된 결정을 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아직은 분배보다 성장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면서 대기업은 하청업체에게, 하청업체는 종업원에게, 정규직은 비정규직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반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이 이러한 질문과 반성을 하기에 가장 적절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새로운 수장이 된 이재용 회장이 취임 후 첫 번째 행동으로 보여준 ‘동행의 철학’이 이러한 질문과 반성의 새로운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삼성전자의 동행이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의사결정 구조와 부당한 희생의 강요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해결에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 동행의 행렬이 삼성전자를 넘어 산업·사회 전반으로 확산해 잘못된 분배구조의 정상화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대립과 분열 현상의 완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사실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우리 앞에는 항상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좋았던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본 신문만 유난히 암울한 기사로 가득차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지금 우리 앞에는 더 어려운 문제들이 놓여 있습니다. 더 좋은 사회, 더 훌륭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꼭 풀어야만 할 숙제들입니다. 난제들을 해결하고 모두가 함께 잘사는 사회로 나아가는 문을 열기 위해서는 한 꾸러미의 열쇠뭉치가 필요합니다. 이재용 회장의 새로운 비전인 ‘동행의 철학’이 그 열쇠 중 하나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새벽을 맞았습니다. 조금 있으면 아내도 일어날 것입니다. 추위와 어둠을 몰아내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또 하루를 함께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조정목은 세무법인 광화문 대표세무사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국세청에서 27년을 근무했다. 납세자 보호, 세원관리, 세무조사, 근로장려금 지급, 직원교육 등 국세행정의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지난해 말 대구청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성숙한 개인, 함께하는 사회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 조정목의 함께하는 세상(稅上) 이야기
- [암(癌)&앎](24)마지막까지 아름다운 동행, 완화의료(2022. 05. 27 13:52)
- 2022. 05. 27 13:52 건강
-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많은 암환자가 수술이 힘든 단계에서 늦은 진단이나 재발로 안타깝게도 사망하고 있다. 최근 기약 없는 연명치료 대신 스스로 존엄한 삶의 마침표를 갖는 ‘준비된 죽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2018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연명 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제도적으로 뒷받침과 함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민규 연세암병원 교수가 암환자 가족에게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설명하고 있다. / 연세암병원 제공 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 정민규 교수(종양내과)는 많은 사람이 암으로 사망하는 현실에서 적극적인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적용을 강조한다. 이는 환자의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환자와 가족들이 처하는 심리·사회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 의료진과 분야별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진료의 한 분야다. 정 교수는 “의료진의 완화의료 권유에도 상당수 환자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망 전까지 힘든 항암약물 및 방사선 치료를 고집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중앙호스피스센터가 2020년 시행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하기에 적절한 시기’를 물은 결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아 수개월 내에 사망이 예상될 때’가 36.5%로 가장 많았고, ‘완치가 어려운 심각한 병으로 진단됐을 때’라고 대답한 경우는 16.5%에 그쳤다. 인식이 아직은 낮은 편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놓고 국내에서는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게만 필요한 의료라고 여긴다. 미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조기 완화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병원 티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항암치료만 받은 폐암 환자군보다 항암치료와 조기 완화치료를 동시에 받은 환자군에서 우울증이나 불안감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생존율도 향상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국내에서도 조기 완화의료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완화의료가 전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완화의료팀은 완화치료를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전문의와 간호사들이 말기 암환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암성 통증 조절과 함께 다양한 합병증을 전문적으로 치료해 환자가 여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환자는 물론 가족들이 처한 사회경제적인 고민을 접수하고 이를 돕는 사회사업사와 음악과 미술, 놀이 치료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전문치료사도 함께 참여해 환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지지하고 돕는다. 특히 소아청소년 말기 암환자의 경우 전문 완화의료팀에 의한 치료와 자문이 더 큰 역할을 한다. 정 교수에 따르면 대다수 말기 암환자와 가족들은 주치의로부터 “더 이상의 항암치료가 힘들다”는 소견을 들으면 자포자기 심정으로 필요한 치료 중단과 함께 일상의 삶마저 놓아버리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죽음이 임박한,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환자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암을 진단받을 당시부터 필요한 치료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까지도 돌보는 ‘전인적 치료’라고 정 교수는 강조한다. 암 정복의 희망봉을 돌았지만 암은 여전히 난치성 질환이다. 승리의 고지는 아직 멀기만 하다. 정 교수는 “말기 암환자들이 자신의 남은 삶을 계획해 질병과 함께하면서도 인간답게 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이들이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
- 암(癌)&앎
- 재생에너지와 동행할 때 더 빛날 전기차(2021. 12. 03 15:14)
- 2021. 12. 03 15:14 경제
- ㆍ데이터로 본 전기차 현대차는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11월 17일(현지시간) 열린 ‘LA 오토쇼 2021’ 프레스 행사에서 대형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 한국에너지공단이 공개하는 자동차 연비 자료를 이용해 차종별 연간 연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교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연간 연료비는 전기차가 압도적으로 낮지만, 탄소 배출면에선 하이브리드가 유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탄소배출계수)을 줄이면 전기차가 탄소 감축 면에선 확실히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9년 현재 한국의 전력부문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457g/kWh입니다. 1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생산할 때 온실가스 457g이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유럽연합의 경우 2020년 230.7g입니다. 한국의 절반 수준입니다. 유럽연합은 이 수치를 2030년 96g 이하로 낮출 계획입니다. 결국 깨끗한 전기차를 만들려면 깨끗한 전기가 필요합니다. 전기차 보급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가야 합니다.
- 표지 이야기
- [시네프리뷰]마크맨-최선의 선택을 향한 위험한 동행(2021. 04. 23 11:28)
- 2021. 04. 23 11:28 문화/과학
- 제목 마크맨(The Marksman) 제작연도 2021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08분 장르 액션, 드라마 감독 로버트 로렌즈 출연 리암 니슨, 제이콥 페레즈, 후안 파블로 라바, 캐서린 윈닉 개봉 2021년 4월 28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주)퍼스트런 전역한 군인으로 애리조나 국경지대 나코에서 목장을 경영하고 있는 짐(리암 니슨 분)은 오랜 투병 끝에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빈자리가 아직은 힘겹다. 설상가상으로 막대한 병원비 때문에 담보로 내놓았던 목장까지 경매에 넘어갈 처지에 놓이자 그의 일상은 더욱 황폐해져만 간다. 어느 날 멕시코와 맞닿은 국경 울타리 옆을 지나던 그는 범죄조직에 쫓겨 미국으로 도피한 모자와 조우하고 다급히 차에 태운다. 하지만 갱단의 총격을 받은 어머니(테레사 루이즈 분)는 아들 미구엘(제이콥 페레즈 분)만이라도 시카고에 있는 친척에게 데려다달라는 간절한 유언을 남긴 후 숨을 거둔다. 갈등하던 짐은 절차대로 미구엘을 보호소로 인계하지만, 어느새 국경을 넘어온 갱단의 추적을 목격하고 아이를 시설에서 빼내 친척에게 데려다주기로 결심한다. 영화 <마크맨>의 개봉에 있어 홍보의 방점은 리암 니슨 주연의 ‘액션영화’에 찍힌다.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의 작품은 이제 하나의 연례행사처럼 보일 정도인데, 심지어 포스터의 느낌까지 유사해 관심 없이 보면 시리즈로 오인해도 무리는 아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혼신의 액션연기를 펼치지만(근래 공개된 대부분의 작품이 그래왔듯이) 스스로의 고백대로 68세라는 고령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드라마가 보강된 ‘리암 니슨표’ 액션영화 액션 장르에 필수적으로 등장할 만한 격투, 총격, 자동차 추적 장면 등이 적절하게 배치돼 있고 각자는 나름대로 정교하게 설계돼 있지만, 전체적인 비중이나 밀도로는 확실히 느슨하게 느껴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행여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역동성의 빈자리는 그냥 방치되는 대신 감정적이고 사색적인 요소로 채워진다. 멕시코 국경지대의 밀입국 문제부터 개인적 상처를 지녔지만, 인종과 나이를 초월해 우정과 연대를 쌓아가는 두 사람의 관계, 그리고 ‘선택적 삶’의 가치와 의지에 관한 거시적이고 철학적 물음까지 과하지 않을 정도로 녹아들어 무리 없이 전개된다. 액션과 드라마의 중립지대에서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었을 위험에서 작품을 구제한 데는 미구엘 역을 맡은 아역배우 제이콥 페레즈의 연기와 존재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작품이 첫 영화 출연인 제이콥 페레즈는 평범한 외모지만 눈앞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소년의 두려움을 냉소적으로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에 섬세한 현실성을 부여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마크맨>에서 의외의 드라마 정서가 발견되는 것은 연출을 맡은 로버트 로렌즈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오랫동안 조감독 생활을 하며 현장을 경험한 그는 90년대 중반 대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만나면서 영화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동료에서 홀로 서다 로렌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10년 넘게 함께 일하며 <블러드 워크>, <미스틱 리버>, <밀리언 달러 베이비>, <그랜 토리노> 등 그의 후기 대표작 대부분의 제작에 참여했다. 이런 인연은 이후 로렌즈가 연출가로 발돋움하는 데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 데뷔작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2012)는 한동안 연출가로 더 큰 명성을 쌓아오던 이스트우드가 19년 만에 배우로만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 외에도 에이미 아담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존 굿맨 등 화려한 출연진의 지원을 등에 업은 스포츠 드라마였다.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는 노년의 야구선수 스카우트 거스(클린트 이스트우드 분)가 신인 야구선수 선발을 위해 여행에 오래전부터 관계가 서먹해진 딸 미키(에이미 아담스 분)와 동행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소소하게 그려내는 이 드라마는 신·구의 대립이나 가족의 균열과 화해라는 주제뿐 아니라 캐릭터의 구축이나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등 기술적으로도 고전적인 방식을 답습하는 평면적인 작품이란 낮은 평가를 전반적으로 받았다. 두 번째 연출작인 이번 <마크맨>은 로렌즈가 오랜 제작현장 경험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스스로가 직접 각본을 쓴 작품이기도 하다. 세대 간의 이해와 더 나은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개인이라는 주제는 전작과 상통하지만, 좀 더 뚜렷한 장르적 노선을 선택하고 있다는 부분은 주목해볼 만한 지점이다. 은퇴 번복하고 돌아온 노장 액션배우 1952년 북아일랜드 앤트림주 밸리미나 출생인 리암 니슨은 130여편에 이르는 방대한 출연목록을 보유한 배우지만, 연기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작품은 2편으로 요약된다. 첫 번째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1993)다. 유수 영화제에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고 대중에게 절대적 지지를 얻어냄으로써 배우 인생의 황금기를 맞게 된다. (주)퍼스트런 두 번째 작품은 2008년 공개된 액션 스릴러 <테이큰>이다. 미국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많은 부분이 영어대사로 진행되지만 <레옹>의 감독 뤽 베송이 제작하고 촬영감독 출신의 피에르 모렐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엄밀히 따지면 프랑스 영화였다. 특수요원 브라이언을 연기한 리암 니슨은 프랑스 여행 중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를 매력적으로 연기한다. 이 작품은 말 그대로 하드보일드 액션 형태의 새로운 역사를 개척했는데, 이후 복수라는 소재와 자극적인 폭력묘사가 어우러진 액션극의 경향은 하나의 서브 장르로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유사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런 유사작의 상당수가 리암 니슨 스스로가 출연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와는 별개로 2016년 출연한 한국영화 <인천상륙작전>은 그의 이력에 있어서도, 한국영화사에 있어서도 이채로운 기록이다. 그런 그가 지난 2017년에는 더 이상 액션영화를 찍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예순다섯이라는 나이가 액션을 소화하기에는 너무 늙었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그러나 이듬해 발표한 <커뮤터>부터 <콜드 체이싱>(2019), <어니스트 씨프>(2020)를 거쳐 이번 <마크맨>까지 매년 <테이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작품들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 시네프리뷰
- [표지 이야기]학폭 대응, 법과 교육이 동행해야(2021. 03. 19 14:05)
- 2021. 03. 19 14:05 사회
- ㆍ학교절차에 이어 형사절차까지… 전담기구와 수사기관의 일원화 필요 과거 학교폭력에 대한 체육계·연예계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예전 학교폭력 폭로를 단초로 해 현재진행형인 학교폭력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혹자는 학교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학교폭력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학교폭력 발생 시 적용되는 법과 절차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절차는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학교에서 이뤄지는 절차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장은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수 있다(2021년 6월부터 시행). 학교폭력 전담기구는 수사기관 역할을 한다. 사실관계 확인과 피해 정도, 증거를 확보해 관할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에 보고한다. 학폭위에서는 양측을 출석하게 해 의견진술을 듣고 사안의 심각성, 피해학생과의 분리 필요성, 반성 정도 등을 고려해 가해학생에게 징계를 내린다. 징계 1호는 서면사과다. 2호 피해학생 접촉·보복행위 금지, 3호 교내봉사, 4호 사회봉사, 5호 특별교육 이수,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9호 퇴학 처분이 있다. 피해학생에게 보호조치를 내리기도 한다. 전문가 상담, 일시보호, 치료 등이 대표 사례다. 두 번째 단계로 형사절차가 있다. 성폭력 사건은 학교에서 수사기관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학교 측의 신고 혹은 피해자 측의 고소로 경찰에 접수되면 수사가 개시된다. 이후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소년재판을, 만14세 이상의 미성년자는 소년재판을 받거나 사건이 중대하면 성인과 마찬가지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소년재판은 교화를 목적으로 전과를 남기지 않는 보호처분을 받게 한다. 형사처벌을 받은 대표 사례로 얼마 전 국민청원에 올라왔던 ‘영종도 스파링 사건’이 있다. 두 가해자가 권투 스파링을 가장한 장시간 폭행으로 피해학생이 의식불명까지 놓였던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학폭위에서 퇴학처분을 받았음은 물론 미성년자라 해도 사건이 중해 이들은 곧바로 구속됐다. 현재는 성인과 같은 형사재판을 받는 중이다. 현재진행형의 학교폭력은 제도권 내에서 다뤄지고 있는데 연이어 폭로되고 있는 과거 학교폭력은 어떨까. 과거 학폭은 법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다. 보통 학교폭력에 적용되는 공소시효는 5~7년이라 고소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례가 많다.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고 해도 학폭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해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어렵다. 공소시효 범위 내에 있다고 하더라도 오래전 일이라 피해자는 증거확보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과거 학폭 피해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폭로한다. 폭로에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사회적·도의적 책임이라도 묻겠다는 피해자 의중이 담겼다. 과거 학교폭력 폭로에도 유의할 점이 있다. 과거 폭력이 사실이라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다만 공익적 목적이 있다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돼 처벌받지 않는데 표현 방법이 지나치게 감정적·인신공격적이라면 공익적 목적을 의심받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악의적인 허위 폭로는 폭로의 당사자는 물론 다른 피해자들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한다는 점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법과 교육은 분리되지 않는다 2020년 학폭위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기 전, 학교 자체에서 학폭위가 열렸을 때 ‘학교에 법의 잣대로 들이대는 게 말이 되냐’, ‘애들 일은 법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애들 싸움에 무슨 변호사냐’ 등 일부 교사들의 비판이 나왔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이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애들 싸움으로 치부해 피해자에게 참으라 하고,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안고 살게 하거나 가해자를 피해 스스로 학교를 떠나게 하는 것이 교육일까.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는 보호받고, 가해자에게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피해자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가해자가 비난받고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 아닐까. 법과 교육은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다.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도 없었던 과거 학창시절과 달리 학교폭력이 제도권 내로 들어오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됐다. 최근에야 피해자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학교폭력 제도의 순기능을 분명히 이해하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학교폭력 전담기구와 수사기관의 일원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학교폭력 전담기구 사안조사는 교사들이 맡아 한다. 전문 수사기관이 아니다 보니 성폭력·사이버폭력의 경우 조사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피해자는 학교조사, 수사기관에서의 조사 등 이중·삼중으로 조사가 반복돼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때로는 학교와 경찰의 조사결과가 달라 훗날 학폭위 결과가 뒤집히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 사건 초기 단계부터 조사를 일원화하거나 최소한 수사인력이 투입된다면 조기에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에게도 효과적인 선도의 기회를 줄 수 있다.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가해학생 징계는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종도 스파링 사건 가해자들은 사건이 발생하기 한달 전에도 다른 학생을 폭행해 전학 징계를 받았다. 전학을 미루던 사이 또다시 가해를 저질렀다. 일회성 징계만으로는 재발방지가 되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가해학생 사후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각 학생의 성향과 폭력의 동기 등을 살펴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재발방지를 돕는 것이 필요하다. 가해자가 진심어린 사과를 외면하고 가해자 부모가 자녀에게 반성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강력한 처벌과 좋은 제도가 있다고 해도 소용없다. 학폭위에서 “내 아이가 사람이라도 죽였습니까? 왜 이렇게 호들갑인지 모르겠습니다”라며 큰소리치고 피해학생 탓으로 돌리던 어느 가해학생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리 사후관리를 하고, 경찰과 교사가 잘못한 행동이라 가르쳐도, 가해자 부모가 자녀에게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한다면 ‘우리 부모가 잘못한 게 없다는데?’라고 받아들이는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가해자는 최선을 다해 용서를 구하고 반성하는 것, 이는 누구도 아닌 내 자녀를 위한 길이자 학교폭력 예방의 가장 기본이다. 노윤호는 학교폭력전문 변호사로 서울동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 사이버 학교폭력 및 직장 내 사이버폭력 자문 등의 활동을 했다. 푸른나무재단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
- 표지 이야기
- 메시와 바르셀로나의 ‘동행’은 언제까지(2020. 09. 11 14:31)
- 2020. 09. 11 14:31 스포츠
- 스페인 바르셀로나시 인근의 후안 감페르 훈련장에 한 남성이 파란색 자동차를 타고 나타나자 함성이 쏟아졌다. 온 세상을 들썩였던 리오넬 메시(33·바르셀로나)의 ‘이혼 전쟁’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불과 2주일 전 바르셀로나에 이적 의사를 전달했던 그는 자신을 기다린 어린 팬들과 잠시 기념사진을 찍은 뒤 훈련을 시작했다. 바르셀로나는 9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메시가 돌아왔다”는 문구와 함께 그가 바르셀로나 동료들과 함께 땀을 흘리는 사진을 공개했다. 미워도 1년 더… “친정팀과 소송은 싫어” FC 바르셀로나 잔류를 택한 리오넬 메시 / EPA연합뉴스 메시는 바르셀로나의 상징이자 전설이다. 2000년 13세의 어린 나이에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했던 그는 20년간 줄곧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최고의 선수가 됐다. 메시가 바르셀로나에서 들어올린 우승컵만 33개.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만 6번이나 품에 안은 그는 바르셀로나를 넘어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당연히 바르셀로나에서 은퇴할 것으로 여겨졌던 메시는 구단 고위층과의 갈등 속에 성적까지 부진하자 8월 25일 “바르셀로나에서 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적을 선언했다. 충격적인 메시의 이적 선언은 세상을 흔들었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인터 밀란(이탈리아) 등이 차기 행선지로 떠오르면서 도박사들의 베팅까지 벌어졌을 정도다. 그러나 메시의 천문학적인 몸값이 그를 주저앉혔다. 내년 6월 바르셀로나와 계약이 만료되는 메시는 “시즌 종료 시점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계약서의 권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가 “그 조항은 이미 날짜(6월 10일)가 지났다”며 7억유로(9850억원)의 이적료를 고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연장돼 이 부분의 해석에 의견이 분분했던 가운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이 바르셀로나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법정 분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메시가 친정팀 잔류로 마음을 바꿨다. 메시는 골닷컴과 인터뷰에서 “주제프 바르토메우 바르셀로나 회장은 내가 이적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7억유로의 이적료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소송을 걸면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내가 모든 것을 바쳐온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법정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가족의 눈물도 메시의 이적 의사를 흔들었다. 메시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떠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정말 잔인한 드라마 같았다. 가족 모두가 울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바르셀로나를 떠나기 싫어했다. 큰아들 티아고(8)는 울면서 ‘떠나지 말아요’라고 했다. 나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고 했다. 메시가 잔류를 선택하자 전·현직 팀 동료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원래 메시의 이적을 지지했던 카를레스 푸욜(은퇴)은 트위터에 “메시가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계속 입고 있어 기쁘다. 메시의 합류로 선수들은 신뢰로 똘똘 뭉쳐 더 강해질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프랭키 더용은 네덜란드방송 NOS와의 인터뷰에서 “메시가 남아 정말 기쁘다. 다음 주에 (A매치를 마치고) 바르셀로나에 돌아가는 것이 정말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앙투안 그리즈만도 “모두에게 복잡했던 시간이 끝나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메시가 있으면 모든 게 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C 바르셀로나 구단 SNS에 올라온 새 시즌 유니폼 홍보 사진에 리오넬 메시가 중심에 서 있다. / FC 바르셀로나 SNS 갈무리 메시, 내년도 남을까? 로날드 쿠만 바르셀로나 감독은 메시와 불편한 동행을 감수하게 됐다. 다소 강압적인 지도 방식으로 ‘중사’라는 별명을 얻은 쿠만 감독은 메시에게도 “특권 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면서 관계가 악화됐다. 쿠만 감독은 메시의 주장직을 회수할지 고민하면서도 선수단의 반발을 고려해 주저하고 있다. 메시가 과연 내년에도 계속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그와 바르셀로나의 계약 기간은 10개월 뒤인 2021년 6월 30일 만료된다. ‘자유의 몸’이 되는 메시는 계속 바르셀로나에 남아 은퇴하는 ‘원클럽맨’의 길을 걸을지, 아니면 새로운 팀으로 이적할 것인지 갈림길에 선다. 스위스 잡지 ‘엘 일뤼스트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와 사제 관계를 맺었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는 실제로 메시 영입을 위해 이적료 1억9900만파운드(약 3089억원)를 바르셀로나에 제시했다. 만약 메시의 맨시티 이적이 성사됐다면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2억2200만유로 약 3127억원)에 이어 역대 이적료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메시가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내년에도 현재의 기량을 유지한다면 사라진 이적료만큼이나 높아진 연봉을 맨시티에서 손에 넣을 수 있다. 메시는 현재 바르셀로나에서 9300만달러(약 1103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스페인 일간 마르카는 메시의 행선지가 내년 4월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메시와 갈등 관계인 바르토메우 회장이 재신임을 받는 선거에 나서는 터. 바르토메우 회장이 선거에서 떨어진다면 메시가 새로운 회장과 재계약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메시는 바르토메우 회장에 대해 “오랜 기간 어떤 일도 하지 않았고, 우왕좌왕하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바르토메우 회장의 라이벌 격인 후보들은 부지런히 메시를 붙잡겠다는 공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집권했던 후안 라포르타 전 회장도 과르디올라 감독을 재영입해 메시와 재계약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인 빅터 폰트는 또 다른 바르셀로나의 전설이자 메시의 절친인 사비 에르난데스(현 알 사드 감독)를 바르셀로나 사령탑으로 데려올 계획이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메시는 구단의 불투명한 미래에 불만을 품고 있다”면서 “폰트는 메시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폰트의 계획대로 사비가 바르셀로나로 돌아온다면 메시도 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메시는 9월 27일 열리는 비야레알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라운드에서 첫 공식전을 치른다. 바르셀로나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일정으로 휴식 시간이 부족해 정규리그 1~2라운드를 연기했다.
- [만화로 본 세상]개를 낳았다-반려동물과의 동행, 의무와 책임감 따라야(2019. 10. 07 14:01)
- 2019. 10. 07 14:01 문화/과학
- 이선 작가의 만화 중 한 장면. 네이버웹툰 웹툰의 제목에 한참 시선이 머물렀다. ‘개를 낳았다’라니. 이 문장의 주어가 개가 아닌 ‘사람’임을 눈치채기란 어렵지 않다.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시대다. 2017년 농림축산검역본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사육 가구수는 600만가량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이전 한국 사회에서 익숙한 개의 서사는 300㎞를 달려 집으로 돌아온 백구 이야기나 사망한 주인을 9년 동안 기다린 하치코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었다.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개는 충직함을 칭송받는 존재였다. 충직이란 임금과 신하, 주인과 하인 같은 사이에서 아랫사람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개가 ‘자식’ 같은 존재로 비유될 때는 개의 충직보다는 인간의 돌봄이 더 강조되는 것처럼 보인다. <개를 낳았다>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 주인공이 동생과 함께 강아지를 맞이해 정성들여 키우는 이야기다. 그저 애지중지하는 게 아니다. 작가는 개를 기르는 일 역시 불편함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한다. 의무와 책임감 없이 덤벼들었다가 개를 버리는 이들을 향한 은근하거나 노골적인 분노가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비판보다는 대안을 보여주는 작품에 가깝다. 개와 함께 살게 될 때 마주하게 될 현실적 문제들을 섬세하게 극화해 보여주는 솜씨가 놀랍다. 고충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대응과 변화가 필요하거나 가능한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관계는 상호적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그 상호성을 인식할 때 어떻게 두 존재가 함께 성장하는가를 보여주는 점도 감동적이다. 그러나 나는 ‘개를 낳았다’라는 말 앞에서 어딘가 마음이 편하지 않다. 밥을 주고, 몸을 씻겨주고, 아프지 않게 살펴주는 돌봄은 부모와 자식 간에만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친구를 입양하지 않는다. 부모를 입양하지도 않는다. 개가 자식으로 비유된다는 것은 결국 일정한 상하관계를 내포한 것이다. 그 관계를 인간의 관점에서 고착하는 것이기도 하다. 애완이 아닌 반려를 말하는 시대지만 유기동물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기동물은 매년 8만마리 정도에서 2017년 10만마리를 넘겼다. 2018년에는 12만마리로 크게 늘었다. 고양이는 증가세이긴 해도 연간 2만마리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 강아지의 유실이나 유기는 2014년 5만9180마리에서 지난해 9만1797마리로 50%가량 증가했다. 반면 유기동물 분양률은 2015년까지 32%로 증가세를 기록하다 이후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이것은 개를 기르려는 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라는 교육만으로 바꿀 수 있는 현실일까. 나는 이것이 동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인식과 ‘동물산업’을 건드리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독일과 같이 유기동물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는 나라들은 산업을 규제하고 입양 시스템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과 사회 변화를 이끌었다. 한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반려동물 판매업을 누구나 할 수 있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블루오션’으로 불린다. 실험동물이 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산업은 욕망과 소비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그 산업의 기반에 인관과 동물의 수평적이지 않은 관계가 있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인간화하려는 그 욕망의 근원을 살펴보는 일이 아닐까.
- 만화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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