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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우먼①]스피드를 즐기는 모터 바이크 라이더 최윤례
- 2003. 09. 01 화제
- “위험하다고요? 절대… 라이더만 조심하면 바이크는 배신하지 않아요!” 1,000cc 서킷을 달리는 유일의 여자 라이더 최윤례. 맹렬한 속도로 달리던 바이크가 멈춰서고 헬멧이 벗겨지면 긴 생머리와 함께 유연한 그녀의 얼굴선이 드러난다. 미녀 라이더로, 그리고 신인답지 않은 실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녀의 바이크 사랑. 뛰어난 스피드로 주목받는 미녀 라이더 소리도 없이 야마하R1이 뒤로 와서 섰다. 뒤를 돌아봤을 때는 이미 내려선 그녀가 막 헬멧을 벗으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헬멧을 벗지 않은 그녀는 짐짓 남자 같아 보였다. 전신을 가리는 바이크 슈트 때문이기도 했지만 군살 없이, 아니 다소 마른 그녀의 몸은 키가 176cm나 되는 장신이었기 때문이다. 곧 헬멧이 벗겨지자 갸름하고 눈매가 예쁜 얼굴이 드러났다. 뒤로는 긴 생머리가 찰랑 내려앉는다. 그녀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첫번째 이유다. 두말이 필요없이 그녀는 ‘팔등신 미녀 라이더’다. “친구의 뒷좌석에서 바이크를 탄 적이 있어요. 바이크를 타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도 그 스피드 때문에 가슴이 설랬죠. 딱 한 번 타봤을 뿐인데 내가 직접 앞에서 운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맹목적으로 바이크를 찾았던 거 같아요.” 하지만 부모님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녀가 바이크 타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상태였던 그녀는 곧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바이크 한 대를 마련했지만 아버지는 그 바이크를 하룻밤 새 망치로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 “지금도 부모님들이 모르게 타고 있어요. 바이크나 다른 장비들은 친구 집에서 보관하고 있죠. 제가 서킷에 제대로 적응을 하게 되고 안전하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때 부모님께 정식으로 말씀드릴 예정이에요.” 지금이야 한두 곳 정도 있지만 처음 그녀가 바이크를 배울 때는 정식 교습소가 없어서 잘 타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면서 배워야 했다. 요즘은 오토바이 타는 여자들도 종종 있지만 그때만 해도 여자는 거의 전무한 상태. 남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되는 바이크를, 더군다나 라이더들이 자신의 목숨만큼 소중히 여기는 그것을, 탈 줄도 모르는 여자에게 가르쳐줄 리도 내줄 리도 없었다. 하지만 바이크를 배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고 그녀는 나름대로 묘안을 생각해냈다. 잘 타는 사람들의 모습을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다가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은 다음, 다른 곳에 가서는 바이크를 꽤나 잘 타는 양 아는 척을 하곤 했다. 그러면 남자 라이더들은 정말 탈 줄 아느냐는 듯이 신기해하며 ‘그럼 한 번 타봐’라며 바이크를 내주기도 했었다. 말 그대로 독학으로 어깨 너머 바이크를 배운 것. 그렇게 배운 바이크가 이젠 단연 최고의 실력이 됐다. 올해 초 ‘짱레이스팀’에 들어가면서 정식으로 라이선스도 따고 선수생활도 시작한 그녀는 지난 7월 ‘2003 코리아 로드레이스챔피언십’ 3차전에도 출전했었다. 중간 정도의 성적으로 달리던 그녀는 중간에 실수로 사고를 당해 중도 탈락하긴 했지만 많은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슈퍼 바이크(1,000cc 이상) 부문에서는 유일한 여자 선수이기도 했고, 첫 출전에서 남자 선수들과 겨루어 중간 이상의 높은 성적을 냈기 때문. “중도 탈락한 것이 아쉽지만 스스로도 굉장히 놀랐어요. 그냥 참가하는 데 의의를 가지고 출전했던 건데, 남자 선수들과 겨뤄서 결코 뒤지지 않는 성적을 낼 수 있었으니까요.” 8등신의 미녀에 시속 270km의 속력을 내는 남자 선수들 못지않은 뛰어난 실력, 그녀가 세간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두번째 이유다. 서킷을 점령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 영화에도 출연했다. 영화 ‘똥개’에서는 엄지원의 대역으로 정우성을 뒤에 태운 채 달리는 장면을 찍었다. 드라마 ‘북경 내 사랑’에서도 베이비복스 김이지의 대역으로 할리 데이비슨을 몰기도 했다. 그리고 8월 중순에는 한국 화장품과 정식 계약을 맺고 새 화장품의 광고모델로 활약하게 됐다. 주변에서 그렇게 관심이 뜨거운데, 그녀는 오로지 바이크에만 관심이 있다. “영화도 재미있었고 CF도 좋지만 바이크 관련 협찬이 많이 들어오는 것이 더 반가워요”라고 말하며 그녀는 웃는다. “우선 가장 큰 목표는 서킷을 점령하는 거예요. 바이크 선수라면 누구나 그렇죠. 시상대의 맨 꼭대기에 올라서는 것, 거기서 멋지게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이 지금 제가 꿈꾸는 가장 큰 목표입니다.” 최고의 속도와 실력을 자랑하는 그녀이지만 평상시에는 여느 20대 아가씨와 다를 게 없다. 옷장사를 한 경력답게 패션 센스도 뛰어나고 관심도 많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컴퓨터로 인터넷 서핑이나 테트리스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바이크를 타니까 굉장히 터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제가 십자수를 얼마나 잘하는데요.(웃음) 물론 털털한 성격도 있긴 해요. 바이크를 타기 때문인지 종종 나이 어린 후배들이 형이라고 부르면서 따르기도 해요. 아마 먹을 걸 많이 사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지만요.” 후배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린다는 그녀에게 술을 자주하는 편이냐고 물었다. 요즘 대부분의 젊은 여자들이 그렇듯이 그녀도 한두 잔 정도야 할 수 있지만 최근엔 바이크 때문에 술을 끊었다고. 체력적인 문제 때문이다. 아무리 키가 늘씬하고 힘이 넘친다고 해도 남자들과 겨루어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여자인 그녀로서는 건강과 체력 유지에 최대한 힘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먹는 것도 기본 체력 단련도 남자들 이상의 신경을 써야 파워나 체력 면에서 불리한 조건을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다. 스피드광인 그녀는 바이크를 타지 않을 때는 스피드를 낼 수 있는 다른 운동들을 즐기는 편이다. 스노보드, 스키, 자동차, 수상스키 등 다양한 종목에 능통한데, 그중에서도 특히 스키를 좋아한다. 겨울이면 스키장에서 살다시피할 정도. 하지만 왠지 바이크가 아닌 다른 종목에서는 지나친 스피드가 겁이 날 때도 있다는 의외의 이야기를 했다. “차나 스노보드 같은 건 속도가 너무 나면 겁이 날 때가 있어요. 의외라고요?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상하게 바이크만은 속도가 나면 날수록 상쾌하고 짜릿한 걸요. 바람을 바로 맞는 기분 때문일까요?” 평소에 유명산을 오가며 일주일에 2~3번씩 연습을 한다는 그녀는 서킷에서 바이크를 타고 나서 일반 도로가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바이크에 익숙하지 않은 자동차 운전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고, 라이더들 자체도 조심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 “라이더들이 기본적인 신호나 매너를 지켜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죠. 하지만 사실 도로 사정이나 인식이 좋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에 아직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시내에서는 바이크를 제대로 탈 만한 곳도 없어요.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데도 적고요. 제가 만약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갖게 된다면, 그 아이에게는 어릴 적부터 체계적으로 바이크를 가르치고 싶어요.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바이크를 제대로 타지 않으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어릴 때부터 똑똑히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라이더가 조심하면 바이크는 절대 배신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바이크는 정말로 안전하답니다.” 서른이 될 때까지는 서킷에서 전력으로 질주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는 최윤례씨. 그녀는 올해 남은 서너 차례의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다부진 각오로도 하나의 몸이 모자랄 지경이다. 거기에 스크린이며 TV에서 보내고 있는 관심은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 서른이 넘은 후에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그녀.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는 천천히 생각해 보겠단다. 우선은 일본어에 관심이 많지만 세상은 넓고 할 수 있는 공부는 많기 때문. “공부뿐이 아니죠. 세상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시간이 없고 나이가 드는 게 억울할 정돈 걸요. 그 중에서 어떤 것을 할지 고르고 실천하는 일만 생각하는 것으로도 정신없는 걸요.” 스물여섯,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그녀의 아름다움이 높은 속도로 아찔하게 빛을 내며 달리고 있다. 글 / 김영인(프리랜서) 사진 / 이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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