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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도입 15년…여전히 ‘로또 교육감선거’(2022. 05. 27 13:53)
2022. 05. 27 13:53 정치
ㆍ저조한 투표율에 특정 번호 줄당선 되기도… 투표용지 변화에도 ‘묻지마 투표’ 현상 여전 2010년 5월 경기도교육감선거에 출마한 후보 4명이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모였다. 투표용지에 이름 기재 순서를 결정하는 추첨을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정진곤 후보 측이 첫 번째 추첨자로 나섰다. 결과는 4번째, 맨 마지막이었다. 정 후보 측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쉰 반면 다른 후보 측은 기뻐하거나 안도했다. 강원춘 후보가 1번을 뽑자 주변에선 마치 당선이나 된 듯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투표용지 앞 순위에 이름을 올리면 득표에 유리한 이른바 ‘기호 프리미엄’을 기대한 반응이었다. 2012년 11월 26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재선거의 투표용지 게재 순위 추첨에서 문용린 후보가 번호를 뽑고 있다. / 강윤중 기자 교육감선거의 실태를 응축한 상징적인 장면이다. 주민 직선제를 도입한 지 15년이 흘렀다. 여전히 ‘묻지마 투표’, ‘줄투표’, ‘로또 선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왜곡된 투표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각종 대책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인 ‘무관심’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 후보따라 ‘줄투표’ 교육감은 과거 대통령이 임명하다가 1991년부터 간접선거로 선출했다. 시·도교육위원회가 무기명 투표를 통해 후보를 써내면 최다 득표자를 교육감에 임명하는, 이른바 ‘교황 선출’ 방식이었다. 1997년부터 학교운영위원회 대표(학교당 1명) 97%와 교원단체 추천인 3%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교육감을 뽑았다. 2000년 들어 학교운영위원 전원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간선제는 대표성이 떨어지고 학연·지연 중심의 조직선거나 금권선거 등 비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의 자치 및 전문성 강화라는 요구까지 맞물려 2006년 직선제를 도입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당의 교육감 후보 추천은 금지했다. 후보 자격도 ‘후보자 등록 시작일 이전 2년(현재는 1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으로 제한했다. 첫 직선제 선거는 2007년 2월 부산에서 시행됐다. 투표율이 15.3%에 그쳤다. 2008년 서울시교육감,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도 투표율이 각각 15.5%, 12.3%에 불과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에 비해 선거비용은 수십억원 이상 들어 논란이 됐다. 2007년 충북, 울산, 경남, 제주 등 4개 지역의 교육감선거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모두 기호 2번 후보가 당선됐다. 교육감선거의 기호는 후보 이름의 가나다 순서대로 배정한 터였다. 기호가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다른 선거와는 달리 정당이나 후보의 정치적 성향을 상징하지 않는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해당 교육감선거가 제17대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졌다는 점이다. 당시 대선에서 기호 2번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참여정부 심판론’을 등에 업고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이 후보에 기표한 많은 유권자가 교육감선거 투표용지에도 기호 2번을 찍은 ‘줄투표’가 이뤄진 거란 분석이 나왔다.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도 정당에서 공천한 것으로 오인했을 것이란 얘기다. 교육감 후보의 인식률과 관심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현상으로 ‘로또 선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일부 교육감 후보 측은 선거운동 기간 중 한나라당과 같은 하늘색 계통으로 복장을 맞춰 입기도 했다. 방사형 투표용지 어떨까 2009년 국회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감 후보 이름을 둥글게 배치하는 방사형 투표용지 도입을 검토했다. 투표용지 이름 순서가 당락을 가르는 불공정을 최대한 방지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반대했다. 인쇄의 어려움, 수작업 개표로 인한 인력·예산 증가, 개표 시간 지연, 기표란이 좁아져 무효표 증가 우려, 선거인 혼란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따라 국회는 방사형 투표용지 도입 대신 투표용지에서 후보자 이름만 표시하고 기호는 없애기로 했다. 이름 기재 순서는 추첨으로 결정키로 했다. 2010년 6월 제5회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선거부터 적용했다. 현행 순환배열 방식의 교육감선거 투표용지(위). 2013년 9월 박인숙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제안한 교육감선거 투표용지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그러자 추첨에서부터 투표용지 순서에 따라 후보자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촌극이 벌어졌다. 기호는 사라졌지만 앞 순위 후보가 득표에 유리한 구조라고 인식했다. 투표용지 상단에 ‘교육감선거는 정당과 관련이 없습니다’라는 문구도 넣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당시 교육감선거에서 당선자 16명 중 투표용지 첫 번째에 이름을 올린 후보가 6명(37.5%)으로 가장 많았다. 또 2012년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전체 투표수 중 무효가 14%에 달했다. 유권자들이 투표용지가 인쇄된 이후 사퇴한 첫 번째 순위 후보에게 대거 기표한 게 원인으로 꼽혔다. 방사형 투표용지 도입이 교육감선거의 공정성·신뢰성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재차 거론됐다. 2013년 9월 박인숙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이런 내용의 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선관위는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도 도입한 사례가 없다”라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회는 결국 2014년 2월 후보자 이름을 가로로 배열하고, 기초의원 선거구마다 이름의 배치 순서를 달리하는 ‘순환배열’ 방식을 시행키로 했다. 이 방식이 효과를 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선관위가 2014년 12월 발간한 학술지 ‘선거연구 5호’에 실린 ‘투표용지의 순서효과, 기호효과, 후광효과’(김범수) 논문이다. 2014년 6월 서울시교육감선거에 출마한 후보 4명이 159개 선거구에서 얻은 표를 분석한 결과, 후보들 모두 첫 번째 순위에 이름이 기재된 선거구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나타냈다. 후보 전체 득표율보다도 높았다. 이름 기재 순서가 뒤로 갈수록 득표율은 대체로 낮아졌다. 논문은 “순환배열 방식을 도입해 순서효과의 득표 이득이 후보 4명에게 공평하게 배분됐다”라며 “후보자 간 공정한 선거 경쟁을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반대로 ‘묻지마 투표’, ‘줄투표’ 현상이 여전하다는 점도 보여준다. “대선보다 중요한 교육감선거” 이번 교육감선거 분위기도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교육감선거는 아이들이 창의적이고 시민적 소양이 있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는지를 선택하는 문제”라며 “교육 관련자들만의 선거라거나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선거로만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보다 훨씬 중요한 게 바로 교육감선거”라고 강조했다.
표지 이야기
[언더그라운드 넷]길에서 주운 로또가 대박당첨?
[언더그라운드 넷]길에서 주운 로또가 대박당첨?(2020. 06. 26 15:27)
2020. 06. 26 15:27 사회
“가지 마라, 사기다. 저거 당첨 받으러 갔다가는 11조 내야 함.” 6월 하순 화제를 모은 한 사진에 대한 누리꾼 반응이다. ‘길에서 주운 로또가 대박당첨’이 이 공유이미지의 제목이다. 얼핏 보면 로또용지다. 그런데 안에 적혀 있는 문구가 다르다. “하나님이 만나지면 로또보다 더 큰 상을 받습니다.” ‘나눔Lotto’ 로고 위에 깨알같이 적혀 있는 글씨다. 금액은? 9원이다. 아마도 구원을 받는다는 뜻이리라. “혼자 오기 뻘쭘하시죠? 연락주세요. 맨발로라도 뛰어나갑니다”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이 로또용지를 나눠준 사람의 연락처가 적혀 있다. 루리웹 이 ‘9원짜리’ 로또용지가 화제를 모은 건 꽤 오래된 일인 듯하다. ‘나눔로또’라고 되어 있지만 현 시행사는 동행복권이다. 동행복권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 12월부터 시행사가 바뀌었다. 현재 나눔로또는 발행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저작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과거 시행사가 없어진 상황이다. 변호사에게 문의해 봐도 “로또용지가 신용증권이나 유가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누가 없어진 시행사의 디자인을 홍보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딱히 법적 문제는 없다”고 답한다. 로또용지에 적힌 연락처를 검색해보니 서울 영등포구 모 교회와 일산의 횟집이 뜬다. 그러니까, 일산 횟집 주인이 저 교회의 신도? 연락해봤다. “오래전 일이에요. 한 몇 년 되었나…. 몇 번 나눠주지도 않았는데 교회에서 안 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와서 그만뒀습니다.” 일산에서 횟집을 하는 건 맞다. 혹시 횟집하느냐 했더니 “어떻게 알았느냐”며 깜짝 놀란다. 놀랄 건 없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온다. 어쨌든 궁금하다. 6월 중순 화제를 모은 것은 로또가 아니다. 소위 ‘미친 드립력’이라고 찬사를 받은 건 이 로또 전도지에 대해 어느 누리꾼이 올린 ‘9원 받으려다 11조 내야 함’이라는 댓글이다. 여기서 ‘11조’는 중의적이다. 신도가 교회에 내는 십일조만을 뜻한 것은 아닐 것이다. 포토샵으로 로또 전도지를 직접 만든 박씨의 말이다. “좋은 의도가 있다고 해서 항상 다른 사람도 같은 뜻으로 바라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몇 번 나눠주지도 않았는데 전화가 많이 와서 부담되었어요.” 인생의 교훈을 얻은 듯하다.
언더그라운드 넷
[한성열·서송희 부부의 심리학 콘서트 ‘중년, 나도 아프다’](124) 당신은 내게 ‘로또’일까 ‘안 맞는 로또’일까(2018. 12. 17 14:54)
2018. 12. 17 14:54 사회
나는 한 쌍의 예비부부를 보며 저들은 서로에게 진짜 로또일까 생각하며 잠시 신기루 같은 환상 속에서 웃고 말았다. 서로 맞을 거라고 믿으며 매일을 기대하지만 수많은 순간들 좌절하며 ‘이젠 아닌가 봐’ 절망하게 되는 시간들도 있을 텐데…. ‘카톡 카톡.’ 이른 아침부터 머리맡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한쪽 눈만 겨우 뜨고 확인하니 친구가 보내온 동영상이다. ‘아침부터 부지런하네. 동영상을 올리고….’ 이따 봐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연달아 또 ‘카톡 카톡’ 한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휴대전화를 베개 밑에 밀어넣고 다시 눈을 붙였다. 길을 걷고 있는 중년 부부의 모습/경향신문 자료사진 주변에 혹시 인성 좋은 남자 없어요? 늦은 기상으로 허둥대며 부엌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는데 갑자기 친구의 카톡이 생각났다. 미안한 마음에 얼른 확인해 보니 복화술로 인형과 더불어 대화를 나눈 재밌는 동영상이었다. 다소 길었지만 “남편은 내 인생의 로또야!”라는 인형의 절규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었다, 또 다른 대사에서는 감동되어 울며 거의 끝까지 보고 있는데 남편이 거실에서 소리를 지른다. “아니, 아침밥 챙기다 말고 웬 전화야. 밥 안 주는 거야? 원 사람이 갈수록 점점….” ‘점점, 뭐? 뭐가 점점 어떻다는 건데?’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소파 쪽으로 얼굴을 삐죽이 디밀며 남편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내 인생의 로또야.” “…….” 뜬금없는 흰소리에 남편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당신이 내 인생에 진짜 로또라구…. 알겠어?” 나의 웃음 띤 엄청난 고백에 남편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로또라니 일단 기분이 좋은 듯 목소리가 다소 누그러진다. “알았어요, 로또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니 일단 밥 좀 먹읍시다, 밥! 혈압약 먹어야 해.” “정말 안 맞아. 평생 안 맞아! 밥이 그렇게 중요하냐.” 돌아서며 내가 중얼거리자, “뭐가 안 맞아?” 그의 목소리가 다시 커진다. “내 사랑하는 로또, 당신! 평생 안 맞는 내 인생의 로또!” “…….” “…….” 그는 구수한 가을배춧국에 밥 한 공기를 뜨끈하게 말아 먹는다. 나는 고소한 우유에 시리얼 한 공기를 시원하게 말아 먹는다. 그렇게 우리들은 평생 안 맞는 로또와 함께 그럭저럭 몇십 년 한 식탁에서 매일 로또를 꿈꾸며 산다. ‘카톡 카톡.’ 귀여운 이모티콘과 함께 사랑스런 이메일 청첩장이 도착했다. 지인의 딸 결혼식 청첩장이다. 그런데 결혼식장이 의외였다. 꼬불꼬불 약도가 그림 같다. 시골 작은 교회다. 그리고 들풀 화환을 머리에 쓴 신부와 옆에 나란히 서서 나를 향해 웃고 있는 젊은 청년의 모습 또한 의외였다. 두 사람이 잘 어울리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자 어떻게 만났을까 궁금했다. 나는 몇 달 전 지인인 신부의 엄마와 나눴던 전화통화가 기억났다. “주변에 혹시 인성 좋은 남자 없어요?” “좋은 남자? 왜요?” “‘왜요’는 일본 노래니 안 되고, ‘최고 멋진 침대’로 준비할 테니 신랑감 좀 소개해요.” “신랑감요? 누구?” “우리 딸요. 그리고 혹시 남자 스펙도 좀 봐주고…, 집안도 좀….” 간절한 당부와 함께 딸의 약력과 경력을 줄줄이 읊는다. 대단했다. 서로 맞춰가며 더욱 단단해지길 그때 지인의 딸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애타는 엄마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왔었다. 혹시 주변에 인품 좋은 신랑감 있으면 꼭 다리 좀 놔달란다. 골드미스인 자신의 외동딸이 웬만한 사람을 소개해도 다 싫다고 하니 속상해 죽겠단다. 저러다 ‘골드’가 아니라 ‘올드’가 돼서 결혼을 못하는 것 아닌지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며 하소연했다. 주변에 알 만한 지인들은 다 아는 똑똑한 딸을 둔 그녀가 상당히 다급하구나 생각했다. 나같이 신발 평수 작은 사람에게도 중매 부탁하는 걸 보니…. “따님이 어떤 성격을 좋아해요?” “아무래도 안정적인 직장이면 좋겠죠. 그러나 인성이 좋아야 돼요.” “따님은 주말에 주로 뭐하고 지내요?” “별로 영양가 없는 애들 만나고 다니는 것 그만두고, 이젠 쓸 만한 진짜를 만나야 되잖아요?” 그녀가 유독 힘주어 말한다. 그녀는 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때 행복한지 상대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직 얼마나 직업이 ‘안정적인가’, 사람이 ‘능력 있나’, ‘쓸모 있나’, 집안이 ‘좋은가’ 등 자신의 주관에 집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을 향한 엄마의 사랑은 대단했지만 그 방향과 방법은 어쩐지 짝사랑처럼 애처로웠었다. “저렇게 예쁘고 똑똑한 딸을 막상 시집보내려니 참 서운하시죠? 이런 신부를 맞이한 신랑은 정말 행운아네요.” 나의 결혼 축하 인사에 그녀가 시큰둥한다. “눈앞에 펼쳐진 진짜 인생 로또를 다 마다하고 하필이면 영양가 없는 길을 선택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고생문이 뻔한데….” 그녀는 못내 아쉬워 말을 잇지 못한다. 똑똑한 딸의 로또 결혼을 꿈꾸던 어머니의 꿈은 산산히 부서졌나 보다. 그러나 사진 속 딸은 자신만의 로또를 향해 달려가는 듯 행복해 보였다. 어쩌면 어머니의 꿈이 부서진 것도, 딸의 꿈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 쌍의 예비부부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저들은 서로에게 진짜 로또일까 생각하며 잠시 신기루 같은 환상 속에서 웃고 말았다. 서로 맞을 거라고 믿으며 매일을 기대하지만 수많은 순간들 좌절하며 ‘이젠 아닌가 봐’ 절망하게 되는 시간들도 있을 텐데…. 아마도 똑똑한 딸은 이 어려운 순간들을 현명하게 잘 풀어 가리라 믿는다. 나는 그들이 평생 안 맞는 로또일지언정 기대와 실망 가운데서도 매일 또 서로 맞춰가며 더욱 단단해지길 바란다. 웬만한 충격이 와도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을 만큼 강한 탄성을 지닌 그들만의 삶을 기원해 본다. 12월, 마지막 달이다. 금년까지 안 맞던 로또가 내년엔 어떨지 다시 꿈꾸는 새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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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강남에선 ‘로또’?(2017. 09. 12 11:29)
2017. 09. 12 11:29 경제
ㆍ주변 시세보다 최소 10~15% 낮은 가격 전망 “당첨 되면 최소 3억 번다” 분양권 상한제는 분양가 거품을 잡는 수단이 될까, 아니면 일부 부자들에게 ‘분양권 로또’를 안겨주는 데 그치게 될까.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시키기로 하면서 향후 시장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9월 5일 국토교통부가 ‘8·2 부동산대책’의 후속 대책으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 요건을 완화한 것은 고공행진을 이어온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집값까지 끌어올리는 등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현상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간 분양가 상한제는 공공택지에만 적용돼 민간택지의 아파트, 특히 강남 재건축단지가 부동산 거품을 키워왔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는 3.3m²당 4200만원을 넘어서는 등 그간 초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는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경기 부양론으로 2015년 4월 사실상 폐지된 뒤 2년 6개월 만에 부활하게 됐다.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 거품을 걷어내고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사진은 9월 8일 서울 송파구에 문을 연 개포시영 재건축단지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견본주택 모습. / 연합뉴스 들끓는 강남 청약시장, 로또 분양 ‘예고편’?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가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것을 원칙으로 하되, 품질을 고려해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비를 인정해준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대상 지역으로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지역 가운데 ▲1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곳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일반주택은 5대 1, 국민주택규모(85m²) 이하는 10대 1을 초과한 곳 ▲3개월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곳 중 하나라도 해당할 경우 선정하기로 했다. 그간 기준 자체가 엄격해 실제 적용이 어려웠지만 이번에 기준을 완화함에 따라 서울 강남권이 분양권 상한제의 사정권 안에 들게 됐다. 강화된 기준은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된 후 이르면 10월 말께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서울 강남권의 경우 분양가가 3.3m²당 4000만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단지별로 다르지만 시세보다 최소 10∼15%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단 고공행진을 이어온 분양가를 잡는 데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확실한 효과를 내는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부 인기지역의 분양권이 사실상 ‘로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분양가가 저렴하다고 해도 완공과 입주 이후 가격은 주변 시세를 따라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떨어지면서 강남 등 인기지역의 경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가 쏠리며 청약 과열이 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현금을 많이 가진 강남 부자들만 득을 보는 제도”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참여정부 이후 가장 고강도 대책으로 꼽혔던 8·2 부동산대책과 후속조치 이후에도 다시 들끓고 있는 강남 청약시장이 로또 분양의 ‘예고편’이라는 시각도 있다. 8·2 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에서 처음 분양한 재건축 아파트인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올해 서울지역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강남 불패’를 입증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9월 7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이 아파트의 평균 경쟁률은 168대 1. 일부 평형의 경우 단 5가구 모집에 2550명이 쏠리며 경쟁률이 510대 1까지 치솟았다. 올해 서울 최고 기록이었던 ‘신길 센트럴자이’의 평균 경쟁률 57대 1을 크게 앞질렀다. 강남권에서도 지난해 10월 분양한 ‘아크로 리버뷰’ 이후 경쟁률이 가장 높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을 받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돼 수요자가 쏠린 결과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당초보다 3.3m²당 500만원가량 떨어진 평균 4250만원으로,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당첨만 되면 최소 3억원은 번다”는 말이 나왔다. 9월 8일 견본주택 문을 연 개포시영 재건축단지인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역시 3.3m²㎡당 분양가가 4160만원으로 떨어지면서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권 상한제가 곧 시행된다면 이 같은 ‘로또 분양’ 논란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 재건축 등 인기 단지의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 일각에선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오히려 공급 부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경우 높은 분양가에 일반분양이 잘 돼야 조합원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라면서 “일반분양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들은 내년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는 데다 분양가 규제가 되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분양물량 감소 및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분양가 상한제가 안착돼 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될 경우, ‘로또 분양권’ 논란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선호 국토부 토지주택실장 역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물량이 나오는 것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된다는 기대가 형성된다면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효성 높일 후속대책 마련해야” 일단 8·2 대책의 ‘약발’은 9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을 분양시장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연내 정부의 규제 및 집중 모니터링 지역에서 총 6만2072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다만 분양가 상한제의 경우 일반분양은 상한제 시행 후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사업장부터 적용되는 만큼 연내 분양을 앞둔 정비사업 상당수는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면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이미 당초 계획보다 분양가를 낮추는 움직임이 있는 만큼 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가 얼마만큼 낮아질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안착을 위해 정부의 후속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선분양 특혜에서 분양가 상한제는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과거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지만 분양가심의위원회의 허술한 분양가 심의, 실제 건설원가보다 부풀려진 기본형 건축비, 근거없는 가산비 허용 등으로 실질적인 분양가 인하로는 이어지지 못했다”면서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이전에 기본형 건축비 인하 및 가산비용 폐지 등의 대안도 시급하게 마련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주택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된다. 현행 선분양제에서는 건설사가 원가를 부풀려 이익을 축소 신고해도 이를 제재하기 어렵고, 투기뿐만 아니라 부실시공에 따른 소비자 피해 역시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간 여적]‘분양권 로또’ 광풍(2016. 09. 13 14:13)
2016. 09. 13 14:13 오피니언
수도권 한 신도시의 전용면적 84㎡(분양면적 34평형) 아파트 거래가가 최근 6억3000만원에 신고됐다. 호가는 6억7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거품 논란도 일었다. 최근 부동산시장을 보고 있자면 앞날이 걱정스럽다. 위 아파트도 주변 개발호재 등에 힘입은 측면이 분명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유동성 장세’ 영향도 상당하다. 저금리, 불경기에 갈 곳 잃은 돈들이 몰려들어 값을 밀어올린다. 이때다 싶어 분양권을 노리며 들어간 투기꾼이 한몫 챙기려 들면서 부동산시장이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그 부담은 뒤따라 매수에 나섰다가 ‘상투’ 잡는 수요자나 집 없는 서민이 지게 된다. 매매는 물론 전·월셋값이 따라 오를 것이다. 제1189호에 소개한 김모씨는 분양권을 사며 웃돈(프리미엄)으로 4400만원을 얹어줘야 했다. 웃돈이 1개월여 만에 6000만원까지 올랐다. 김씨는 앉아서 1600만원을 벌었을까. 내다팔지 않으면 어차피 눌러앉아 살 집일 뿐이다. 실제 단물은 앉아서 분양권을 넘긴 원주인이 빨아먹었다. ‘다운계약서’까지 써서 세금도 별로 안 내고, 거꾸로 훗날 세금을 줄이려고 ‘업계약서’도 난무한다. 당첨확률이 확실한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이라 로또보다 훨씬 낫다. 경기 성남 위례 아이파크 견본주택 앞에 분양권 전매 등으로 차익을 노리는 ‘떳다방’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를 부채질한 게 박근혜 정부다. 대선 때에는 어떻게 작용할까. 집값 상승은 여당에는 대개 유리한 변수다. ‘올라서 고맙다’며 찍어주는 게 아니다. 내려갈까봐 자신들에게 바싹 달라붙는 심리를 모를 리 없는 새누리당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빚내서 집 사기다. 서민들이 수억원대 집을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사실 서민이 빚을 내서 집을 장만하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다. 진짜 문제는 부동산담보대출 한도 자체가 아니다. 과거에는 집값의 70~80%를 빚내서 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집값 거품 빼기가 1순위다. 그 다음 담보대출이 과하다면 규제를 하는 게 순리다. 예컨대 8·25 대책에서 빠진 ‘앙꼬’인 분양권 전매 제한이 대표적이다. 앞서 분양가 상한제도 폐지됐다. 청약 1순위 조건 완화도 ‘수천 대 1’ 청약 광풍을 불렀다. 이들 장치가 작동했더라면 김씨는 굳이 웃돈을 그만큼 물지 않고 ‘제값’만 줬을 것이다. 집단대출 문제도 그대로 남아있다. 후분양제가 근본대책의 하나이지만 누가 감히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이런 상황에서 일명 ‘깡통주택’ ‘깡통전세’가 늘었다. 거품이 낀 상태에서 경기부양은 공멸로 가는 지름길 닦기가 된다. 폭탄 돌리기의 후폭풍은 서민에게 더 먼저, 거세게 닥치게 돼 있다.
주간 여적
[렌즈로 본 세상]‘로또’ 같은 공립 유치원 입학(2015. 12. 08 09:46)
2015. 12. 08 09:46 사회
서울지역 공립유치원 추첨이 지난 2일 오후 3시에 서울시내 전 유치원에서 동시에 열렸습니다. 경인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이날 추첨에서 만 3세 정규교육과정에 지원한 어린이 가족들의 시선이 번호가 씌어진 탁구공이 하나씩 선택될 때마다 진행자의 손으로 모아집니다. 5명 모집에 77명이 지원한 무지막지한 경쟁률에 합격자의 번호가 불려질 때마다 부러움과 탄식이 교차합니다. 예비번호라는 희망조차 받지 못하고 돌아서는 가족들의 씁쓸한 뒷모습은 우리나라 출산 및 유아 정책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유치원 입학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세태 속에서 마음 놓고 낳고 키울 수 있는 그런 복지국가로의 전환은 언제쯤 이루어질까요.
렌즈로 본 세상
[경제]진주 운석, 하늘에서 떨어진 로또인가(2014. 03. 24 20:22)
2014. 03. 24 20:22 경제
ㆍ“10억~200억원설은 터무니 없이 부풀려져”… 문화재 지정 땐 소유자에 보상해야 ‘진주에서 발견된 암석을 분석한 결과 운석으로 확인.’ 3월 16일 오전 11시. 극지연구소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4페이지짜리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진주 운석 소식을 전했다.  10일 경남 진주시 대곡면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아리송했던 돌이었다. 운석로또 열풍은 이렇게 시작됐다. 극지연구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3월 9일 오후 8시쯤 전국적으로 운석 낙하현상이 관측된 뒤 10일 진주 대곡면, 11일 미천면에서 발견된 두 개의 암석은 모두 운석으로 확인됐다”며  “두 운석의 암석학적 특징의 유사성 및 발견 위치로 볼 때 하나의 운석이 진주 상공의 대기권에서 분리돼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극지연구소는 “이 운석들을 가칭 ‘진주 운석’이라 칭하겠다”고 밝혔다. 3월 17일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들이 경남 진주시 미천면 오방리 밭에서 운석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초 한국천문연구원은 이 암석이 운석이 아닐 것으로 봤다. 비닐하우스 주인에 따르면 아침에 일하러 나와 보니 흙 고랑 사이에 암석이 세로로 비스듬히 박혀 있었다. 흙 위로 폭 20㎝, 길이 30㎝ 정도가 노출돼 있었다.  암석이 통과한 것으로 보이는 비닐하우스 천장은 찢어져 있었다. 통상 운석은 총알보다 10배 이상 빠른 초속 10~100㎞의 속도로 떨어진다.  이 정도 크기의 운석이라도 땅에 충돌할 때면 충격파가 매우 커 최소 지름 10m 이상의 구덩이와 구덩이 주변이 불에 타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극지연구소와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가 운석을 절단해 분석해 보니 운석의 성분이 발견됐다. 광학현미경과 전자현미경으로 1차 분석을 한 결과 이 암석은 콘드라이트, 특히 오디너리 콘드라이트(ordinary chondrite)로 분류됐다.  오디너리 콘드라이트는 다시 금속 함량에 따라 H-그룹, L-그룹, LL-그룹으로 나뉘는데 이 암석은 이 중 금속 함량이 높은 H-그룹에 속했다. 극지연구소가 분석한 것은 여기까지였다. H-그룹 중에서도 세분류를 해야 했지만 이를 마치지도 못한 채 언론에 내용을 공개했다. 3월 19일 전북 고창군 흥덕면 동림저수지 인근에서 운석으로 추정되는 돌멩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많은 사람들이 운석을 찾으려 몰려왔다. | 연합뉴스 해외 운석 사냥꾼도 진주에 상륙 극지연구소가 급히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해외에서 운석 사냥꾼(meteorite hunter)이 진주를 방문해 운석을 찾고 있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운석 여부에 대해 논란을 벌이는 사이 해외 수집가들이 먼저 움직였다는 얘기다.  극지연구소 이종익 책임연구원은 “원래는 우리가 연구하는 게 비공식이었고, 분류도 다 끝난 게 아니었다”며 “하지만 외국에서 운석 사냥꾼이 들어왔다는 보도가 나오니까, 진주 현지에서 운석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서둘러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주 운석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한반도에서 발견된 첫 번째 운석이다. 1943년 전남 고흥군 두원면에서 운석이 발견됐지만 당시는 일제 강점기 때라 일본인들이 이를 가지고 갔다.50년 동안 도쿄 자연사박물관에 있다가 1999년 문화재 영구임대 형식으로 국내에 재반입됐다. ‘두원 운석’으로 불리는 이 운석은 대전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진주 운석인 ‘오디너리 콘드라이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운석이다. 6만여개의 운석 중 85%를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국내에서 첫 발견된 운석이라는 점에서 국내 희소성이 크다. 문화재나 천연기념물 등으로 지정이 되면 값어치가 더 커진다는 얘기다. 외국인 운석 사냥꾼이 진주까지 찾아올 정도라면 운석의 가치는 작지 않아 보인다. 운석 발견 초반에 10억~200억원 설까지 나온 이유는 이 때문이다.  지난 소치 올림픽에서 운석 금메달 가격은 1g당 236만원이었다. 처음 발견된 운석의 무게는 9.36㎏이었다. 운석 금메달로 환산해 보면 22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운석은 성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오디너리 콘드라이트의 경우 국제 운석 시장에서 거래되는 같은 종류의 운석 가격을 보면 싸게는 g당 2~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가격을 적용하면 진주 운석 중 큰 것이 9.4㎏이니까 우리 돈으로 약 2000만~5000만원이 된다. 5000만원만 되더라도 하늘에서 떨어진 공돈으로 판단한다면 쏠쏠한 가격이다. 운석 가격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극지연구소는 진주 운석에 대한 보안조치를 매우 강화했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운석 가격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지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운석은 국제운석학회에 등록하지 않으면 거래를 하지 못한다. 발견 연월일, 분류, 정황증거까지 다 승인되면 비로소 ‘운석’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운석 이름은 발견된 지명을 쓰거나 분석자의 이름을 붙인다. 발견자의 이름이 아니다. 진주 운석은 극지연구소와 서울대 학자들이 분석한 것이어서 지명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운석 열풍’에 정부도 끼어들었다. 정부는 진주 운석을 절대 해외에 반출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러모로 의미가 큰 만큼 정부가 직접 소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3월 18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운석을 발견자로부터 국가가 확보할 수 있는지,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국외 유출을 통제하고 보존할 수 있는지 등 전반적인 관리방안을 검토하여 마련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그는 “운석은 우주연구에 있어 귀중한 자료인 만큼 해외 반출을 막고 연구적 활용과 보존을 위한 관리대책이 필요하다”며 “부처간 협업 및 체계적인 대응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미래부 주도로 대응 관리체계를 정립하라”고 지시했다. 귀중한 자료로 해외 반출 절대 불가 문화재청은 3월 17일부터 국제공항과 항만 등에 통관검색 강화 협조를 요청했다. 운석의 국외 반출을 막기 위해서다. 문화재청은 또 진주 운석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에 들어갔다.  운석이 천연기념물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 전문가 3인 이상이 ‘천연기념물 지정가치 조사보고서’를 낸다. 문화재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검토해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천연기념물로 최종 고시되려면 2~3개월 정도 걸린다. 문제는 소유권이다. 민법을 보면 ‘무주의 동산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돼 있다. 무주(無主)란 주인 없는 물건을 말한다.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은 주운 사람의 것이라는 얘기다. 문화재’라면 약간 문제가 달라진다. 민법의 ‘문화재의 국유’ 제1항을 보면 ‘학술, 기예 또는 고고의 중요한 재료가 되는 물건에 대해서는 국유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다만 제2항에 ‘습득자, 발견자 및 매장물이 발견된 토지 기타 물건의 소유자는 국가에 대하여 적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정부가 연구와 학술 목적으로 운석을 가져갈 수는 있으나 이때 원소유자에게 가격을 지불해야 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가격을 둘러싸고 소유자와 국가 간 생각 차이가 클 경우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로 지정될 경우 소유권 문제는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 진주 운석이 문화재로 지정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문화재보호법을 보면 문화재를 유형문화재·무형문화재·기념물·민속문화재 등 4가지로 나눈다. 이 중 기념물의 세부 항목에 진주 운석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이다. 3월 21일 현재 진주에서 발견된 운석은 3개다. 전북 고창에서도 운석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운석 소동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운석이 로또형으로 가는 것은 좋지 않다는 판단이어서 처음에는 비공개 조사를 했다”며 “학술적 가치로만 보면 극지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남극 운석이 더 귀중하지만 가격을 책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제]언뜻 보면 ‘로또’ 자세히 보면 ‘또 빚’(2013. 09. 03 16:43)
2013. 09. 03 16:43 경제
ㆍ정부가 전월세 대책으로 내놓은 연 1%대 집값 대출 ‘공유형모기지’ ㆍ“내 집 마련 기회” “하우스푸어 양산할 악마의 유혹” 엇갈린 전망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선물 보따리인가, 또 다른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악마의 유혹인가. 연 금리 1%대 대출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수익 공유형 모기지’와 ‘손익 공유형 모기지’ 상품에 대해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두 상품은 8월 28일 정부가 발표한 전월세시장 안정화 방안의 핵심 정책이다. 공유형 모기지는 주택 구매자가 국민주택기금에서 초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우선 집을 사고 20년 뒤 양도차익이 생기면 그 지분만큼 기금이 회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출금리가 1~2%에 불과해 올 하반기 한국은행이 전망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 2.1%보다 낮다. 실질금리로 따지면 마이너스 금리라는 얘기다. 8월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정부가 전월세 시장 동향 및 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발표 도중 현오석 경제부총리(왼쪽)이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때문에 한쪽에서는 ‘기왕에 집 살 생각이 있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라면 이번 기회에 사는 것이 낫다’고 권유한다. 반면 반대쪽에서는 ‘어쨌거나 대출에 불과한 상품으로, 집값이 하락하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상품이니 설왕설래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올해는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인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한해 3000가구를 시범사업으로 실시한다.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에 있는 85㎡ 이하,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매입 대상이다. 10월 초부터 우리은행에서 취급할 계획이다. 수익 공유형 모기지는 집값의 최대 70%까지 연 1.5% 금리로 최고 2억원까지 대출해준다. 소득의 4.5배 이내에서 빌릴 수 있다. 1년 또는 3년 거치기간을 둔 뒤 20년간 원리금을 균등 분할상환한다. 주택을 매각하거나 20년 만기 때 수익이 발생하면 주택기금의 평균대출잔액만큼 수익을 회수해간다. 다만 이때 기금은 대출금의 전체 수익률이 연 5%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을 뒀다. 예를 들어보자. 아파트를 2억원에 사서 20년 뒤에 3억원에 팔아 1억원의 양도차익이 생겼다. 아파트 매입자금 2억원 중 모기지에서 집값의 70%인 1억4000만원을 빌렸고, 나머지 6000만원은 집 구매자가 구했다. 20년간 상환해 대출을 다 갚았으므로 20년 뒤 모기지의 전체 집값 대비 평균 대출잔액은 35%가 된다. 집구매자는 1억원의 65%인 6500만원을, 주택기금은 35%인 3500만 원을 가져간다. 만약 20년 뒤 집값이 1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면 손실이 생겼으므로 기금이 추가로 회수할 돈은 없다. 공유형 모기지는 어떤 상품 국토부 관계자는 “기업금융의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기법을 모기지에 적용한 것”이라며 “양도차익이 나면 이익의 일부를 회수하는 조건으로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익 공유형 모기지도 수익 공유형 모기지와 비슷하다. 다만 손실이 생겼을 때 주택기금도 같이 책임을 진다는 것이 다르다. 손익 공유형 모기지는 집값의 최대 40%, 2억원 한도에서 대출해준다. 대출은 소득의 4.5배 이내로 한정된다. 금리는 5년까지는 1%, 6년차부터 20년까지는 2%다. 20년 만기 일시상환이라 만기까지는 이자만 낸다. 자신이 60%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목돈이 있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라야 이용이 가능하다. 주택기금으로서는 집의 일부분에 투자를 하고 수익이 나면 수익이 나는 대로, 손실이 나면 손실이 나는 대로 책임을 진다는 게 특징이다. 주택구매자 입장에서는 집값 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8월 29일 민달팽이유니온, 금융정의연대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정부의 전월세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주택구매자가 자신의 돈 1억2000만원에 손익 공유형 모기지로 받은 대출금 8000만원(집값의 40%)을 보태 2억원짜리 집을 샀다. 20년 뒤 팔았더니 3억원이 됐다. 주택구매자는 지분 60%인 6000만원을, 주택기금은 40%인 4000만원을 가져간다. 20년 만기 일시상환이니까 주택기금은 대출원금(8000만원)을 합쳐 1억2000만원을 한번에 회수해 간다. 양도차익 회수금액 상한이 없어 수익이 난 만큼 기금이 가져가는 게 특징이다. 만약 집값이 떨어졌다면 어떻게 될까. 이 집을 팔았더니 1억5000만원밖에 안 됐다. 5000만원의 손실을 봤다. 이때도 집주인은 60%인 3000만원의 손실을 부담하고, 주택기금은 2000만원을 부담한다. 그러니까 집주인은 대출원금 8000만원에서 2000만원을 뺀 6000만원만 상환하면 된다. 집값 대세 하락기에는 손익 공유형 상품이 유리해 보인다. 정부는 공유형 모기지의 대출금리가 ‘전세대출금 이자나 월세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세를 올려달라고 해서 어차피 빚을 내야 하거나 고액의 월세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에 집을 사라는 얘기다. 국토부는 2억5000만원짜리 집을 기준으로 이 집에 1억7000만원짜리 전세를 살 경우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70만원을 내며 사는 경우,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해 집을 사는 경우, 일반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사는 경우 등 네 가지로 연 주거비용을 따져봤다. 주거비용에는 대출이자와 기회비용을 모두 감안했다. 단 집 구매자 혹은 세입자는 자기 돈 8000만원이 있다고 가정했다. 진짜 저렴한 상품 맞나 일반 모기지(연 4.3%, 20년 보금자리론)로 집을 사면 연 942만원이, 월세는 787만원이, 전세는 616만원이 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수익 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하면 불과 447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월세보다 연 340만원, 전세보다 연 169만원을 적게 내고도 남의 집이 아닌 내집을 갖고 살 수 있다는 말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일반 모기지와 비교해보면 대출금리가 크게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집값 하락이라는 리스크까지 정부가 공유를 해주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전월세시장 대책이 발표된 8월 28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 분양사무소에서 견본주택을 구경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는 이 상품이 당장은 싸 보이지만 최종적으로는 생각보다 저렴한 상품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매입대상 주택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방광역시의 아파트로 설계돼 있다.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에 비해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 공유형 모기지 이용자들의 부담도 커진다. 7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5000만원이다. 남편 외벌이 소득이 5000만원인 가정에서 이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해보자. 수익 공유형은 집값의 70%까지 빌릴 수 있지만 대출한도에 걸려 2억원(집값의 44.4%)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자기돈 2억5000만원은 갖고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자만 내는 1~3년 거치기간이 끝나면 바로 원리금 상환에 들어간다. 대출이자는 연 1.5%지만 원금과 함께 내는 게 문제다. 매달 96만5000원을 20년간 갚아야 한다. 연간 소득 5000만원이면 세금 빼고 월소득 350만원쯤 된다. 매달 100만원에 달하는 원리금 상환의 부담이 적다고 할 수 없다. 결국 20년간 갚아야 하는 빚 어쨌든 버티면서 20년간 원리금을 다 갚았다. 집을 매각했더니 1억원의 차익이 생겼다. 집값의 44.4%를 빌렸으니 20년 만기 때 대출평잔은 22.2%다. 1억원 차익 중 2200만원을 기금에 상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금이 가져간 대출에 따른 전체 이자는 20년간 납부이자 3100만원에 2200만원을 더해 5000만원이 훌쩍 넘어선다. 실제 지급한 대출이자는 연 3%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공유형 모기지 이용자로서는 조삼모사가 되는 셈이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대출 일반형 금리가 2.6~3.4%라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싼 게 아니다. 실제 국토부는 공유형 모기지 최종 연 수익률을 3.3%로 보고 설계했다. 국민주택기금이 손해보는 구조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집값이 떨어지면 대출자에게 이득이 될까? 대출금리만 보자면 ‘그렇다’다. 수익 공유형 모기지는 양도차익이 없으니 추가적으로 기금에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손익 공유형 모기지는 기금의 지분만큼 대출금을 빼주니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한 셈이 된다. 하지만 집값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 손실이 가장 큰 것은 집 구매자다. 끝내 집을 사지 않고 버틴 전세 세입자가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가격 폭락이 심할 경우는 대출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따져볼 때 공유형 모기지로 받은 저금리 대출의 이익보다 자산 손실이 더 크게 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공유형 모기지도 결국 20년간 갚아야 하는 빚”이라며 “자신의 상환 능력을 벗어난 대출을 할 경우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집실에서]로또에 당첨되기만 하면(2010. 08. 26 14:33)
2010. 08. 26 14:33 사회
20대 때 신림동 고시원에서 1년 동안 지낸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들어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매일 세끼의 밥을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하숙집에서 고시원으로 옮긴 이유였습니다. 수십 명의 수험생들이 각각의 좁은 방에 앉아있다가 식사 시간이 되면 토굴을 기어 나오듯이 식당에 들어섰습니다. 책상 하나에, 두꺼운 책이 가득한 책장 하나. 나머지 공간에 이불을 깔면 겨우 누울 수 있는 정도의 3평 공간에서 이들은 꿈을 키웠습니다. 합격만 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꿈이었습니다. 그 틈바구니에 끼여 나름대로 고시 준비를 했습니다. ‘등단고시’였습니다. 소설가로 등단하겠다고 도스토예프스키와 토마스 만의 두꺼운 소설책을 읽었습니다. 반면 옆방의 수험생들은 두꺼운 헌법학개론·민법총칙·형법총론을 읽었습니다. 한두달 정도 지나자 고시원에서 수험생 친구들도 생겼습니다. 밤에는 우르르 몰려가 당구를 치거나, 노래방을 가거나, 술집을 가기도 했습니다. 서로에 대해 알고보니, 고시를 준비하는 사연이 거의 비슷했습니다. 이들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올라왔고, 그 지역에서는 나름대로 ‘천재’ 소리를 듣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포장도로가 아직 깔리지 않은 오지에서 온 수험생도 있었고, 통통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에서 온 수험생도 있었습니다. 용이 되기 위해 개천에서 온 것입니다. 대부분 집안의 장남이었고, 집안에서는 이 수험생에게 집안의 운명을 걸고 있었습니다. 용돈이 떨어져 시골에 ‘향토장학금’을 청구할 때면 수험생들은 편지를 씁니다. 돈을 받는 데에는 편지가 전화보다 효과적입니다. ‘아버지, 저는 시험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시에 합격만 된다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생은 끝이 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생이 그때 끝이 났는지는 모르지만, 당시에는 고시에 합격하기만 하면 앞길은 탄탄대로였습니다. 합격 그 자체가 고위직 공무원이 되는 보증수표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고시가 없어집니다. 고시만 합격해도 될 일을 이제는 로스쿨에 다니느라, 아니면 고위직 공무원이 되는 스펙을 쌓느라 뛰어다녀야 합니다. 선진국을 따라가는 것이지요. 선진화를 위해서는 이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젊은 시절 시험 합격 하나로 평생의 운명이 단번에 갈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다리가 없어진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제 개천에서 온 이무기들은 어떻게 편지를 써야 할까요. ‘아버지, 로또에 당첨되기만 한다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생은 이제 끝이 납니다.’ 세상은 선진화된다는데, 개천에 있는 사람들이 선진화될 수 있는 방법은 왜 점점 줄어드는 것일까요?
편집실에서
[그 남자의 Place]로또 맞으면 꼭 갖고 싶은 식당(2009. 04. 16)
2009. 04. 16 사회
-방배동 이탈리아 식당 ‘문양’ 해산물 토마토 파스타 얼마 전,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로또만이 답이다’ 어느 복권집 앞에 걸린 현수막이었는데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공감 100%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렇다. 요즘은 로또만이 답이다. 매주 월요일 로또 한 장 사서 지갑 속에 쟁여두면 이번 주 토요일부터는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될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한 주를 버틸 수 있는 삶. 오늘날 우리 삶의 방식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러한 삶은 슬프다. 무엇보다 그 한 장의 로또가 결국은 맞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예감 때문에 슬프고, 일주일 내내 꾸었던 역전드라마의 결말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슬프다. 지난주에는 내내 그 생각을 했다. ‘로또가 되면 일단 집을 사고, 차를 바꾸고, 아냐, 아냐 일단 조그마한 건물을 하나 사서 세를 놓고….’ 매주 되풀이되는 생각은 오토리버스처럼 지루하지만 그 생각이 결국 한 주를 살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주 복권을 사고 매주 상상을 하고 매주 절망을 하고 다시 복권을 사는 이 우스꽝스러운 생활을 포기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맑은 정신으로 자신을 바라보면서 문득 ‘로또가 되면’이라는 단서가 붙는 상상을 점검할 때도 있는데 역시나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건물을 사서 세를 놓고 1층은 조그마한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부담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는, 나만의 식당 하나와 그 식당이 잘 안 되더라도 안전하게 삶을 영위하게 만들어줄 세입자들이 있는 세상은 너무도 완벽하게 그 남자의 여생을 경영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 말이다. 방배동에 자리한 조그마한 이탈리아 식당 ‘문양’에 다녀왔다. 주인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래 이 정도 규모라면, 로또만 되면 바로 한 번 해봐야지’ 싶은 곳이다. 물론 식당 주인은 로또가 되어서 ‘문양’을 오픈한 것은 아니다. 그냥 그 남자가 평소 꿈꾸는 모습의 식당이더라는 의미다. 큼지막한 상가(그러니까 로또만 되면 나의 충실한 세입자들로 채워질 건물이 되겠다)에 목 좋은 길가 쪽으로 뻗어 있는 ‘문양’은 좁지만 길쭉한 공간에 시원하게 쳐올린 층고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인테리어를 했던 주인의 솜씨로 입구의 문짝부터 남다르며, 따라서 그 문을 열고 드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문을 여는 순간 어느 특별한 공간에 온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한쪽 벽면에 그려진 수많은 새들과 아직 아무것도 그리거나 채워놓지 않은 반대편 벽면의 빈 공간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뭔가 의도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주인은 아직 바빠서 어떻게 할지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하더라). 자리에 앉아 주인이 추천하는 ‘와일드 머쉬룸 샐러드’와 ‘해산물 토마토 파스타’를 먹었는데 일단 ‘와일드 머쉬룸 샐러드’는 30대 중반의 한국 남자들의 입맛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음식이다. 이 역시 꿈꾸던 것과 다르지 않다. 손님의 입맛보다는 ‘나’의 입맛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식당, 오는 손님이 그래서 싫다면 말고. 전반적으로 담백하지만, 씹히는 식감은 고기에서 느껴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차지다. 함께 나온 파스타 역시 그 남자의 나이 때가 먹기 딱 좋게 약간 매콤한 맛이 도는, 그래서 크게 느끼하지 않아 좋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음식은 비록 이탈리아 어드메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음식의 맛은 철저하게 한국적이더라. 솔직히 그래서 맛도 분위기도 만족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보편적이지는 않다. 따라서 ‘문양’은 30대 정도의 나이에 다소 한국적인 풍미를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음식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로또가 아직 안 맞은 관계로 이 식당이 내 것은 아니지만 로또 맞추기 전에 한 번 들러 밥 한 번 먹을 곳으로 추천한다. 문양 위치 서울 서초구 방배동 754-1 롯데캐슬 헤론상가 106동 102-1호 문의 02-335-3335 그 남자 탁현민 (tak0518@hanmail.net) 맛집과 가고 싶은 곳을 멋대로 소개한다. 정말 괜찮은 Place는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알려주는 친절함도 갖추고 있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주)피당 Creative director로 일하고 있다.
그 남자의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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