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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경향(총 3 건 검색)

마고 로비, ‘바비’ 역할 위해 ‘김치’ 먹었다
마고 로비, ‘바비’ 역할 위해 ‘김치’ 먹었다
2023. 08. 11 09:48 연예
영화 <바비> 출연진의 피부관리를 담당한 전문가는 마고 로비가 건강한 피부 표현을 위해 촬영 전 김치 등 발효 음식을 주로 먹었다고 밝혔다. 마고 로비가 완벽한 ‘바비’ 역할을 위해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바로 김치였다. 미국 매거진 하퍼스 바자는 영화 <바비> 출연진의 스킨케어를 담당한 전문가 자스미나 뷔코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 준비를 위한 배우들의 스킨케어 비법을 공개했다. 그는 마고 로비가 영화 촬영 준비를 위해 맞춤형 식이 조절과 스킨케어 요법을 시행했는데 특히 김치를 비롯한 다양한 발효 식품으로 식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해당 매거진에서 뷔코는 “마고가 소금에 절인 양배추, 김치, 케피어(요거트) 같은 발효 음식 위주의 식단과 베리류 과일을 주로 먹었다. 이는 치유를 촉진하고 신체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를 준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바비> 중 마고 로비. 김치가 피부미용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까? 김치에는 장내 조화로운 환경을 이루게 하는 박테리아 일종인 락토바실루스가 함유되어 있다. 한 연구에서는 장 균형 장애가 여드름 같은 피부 문제를 일으킨다고 전한다. 김치의 발효균과 빛나는 안색은 의학적 연관성이 있는 것이다. 또 2015년 한 연구는 김치가 피부 수분을 유지해주는 특성이 있다고 밝혔다. 단 4주 동안 김치를 매일 식단에 포함한 피험자들은 체내 히알루론산 수치가 높아져 피부 수분이 자연스럽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다. 뷔코는 “피부의 외부적인 치료는 일시적인 효과만 줄 수 있다. 피부는 신체와 연결되어 있어서 식단과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고 로비가 평소 피부 광채를 위해 따르는 루틴을 한 가지 더 소개했다. 바로 유기농 우유 엉겅퀴(밀크시슬) 차다. 그는 “우유 엉겅퀴 차는 간을 씻어내는 데 도움을 주고 피부 광채와 밝기에 도움을 주는 글루타사이온을 생성해 피부를 맑게 한다”며 “영화 <바비>에 나오는 모든 바비 배우들이 차를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마고 로비의 강렬한 레드 재킷, 어디 꺼?
마고 로비의 강렬한 레드 재킷, 어디 꺼?
2023. 01. 16 14:35 패션
지난 12일 영국 런던에서 영화 <바빌론>의 시사회에 참석한 마고 로비. 보테가 베네타 제공 지난 12일 영국 런던에서 영화 <바빌론>의 시사회가 열렸다. <라라랜드>, <퍼스트 맨>의 데미안 셔젤 감독이 연출을 맡아 올해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영화다. 영화의 제목 ‘바빌론’은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를 할리우드에 비견해 지은 것으로 영화에 대한 일념으로 뭉친 이들이 벌이는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스토리를 담았다.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외에 디에고 칼바, 진 스마트, 토비 맥과이어, 올리비아 와일드 등이 출연한다. 지난 주 열린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저시튼 허위츠가 음악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주인공 넬리 라로이 역을 맡은 마고 로비는 이날 시사회에 강렬한 레드 재킷과 팬츠 셋업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플랫폼 앵클부츠를 매치해 할리우드 히로인 다운 당당한 면모를 완성했다. 보테가 베네타의 2022 겨울 컬렉션 룩 20번의 런웨이 이미지. 보테가 베네타 제공 이날 마고 로비가 입은 의상은 보테가 베네타의 2022 겨울 컬렉션 룩 20번이다. <바빌론>의 국내 개봉일은 2월 1일로 예정돼 있다.
[티격태격 모녀의 지구여행기]체코 카를로비 바리에서의 선녀 놀음
2012. 08. 03 17:38 레저/여행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 카를로비 바리. ‘카를의 온천’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에는 신비한 전설이 전해진다. 14세기 중반 보헤미아의 왕인 카를 4세가 사냥을 하던 중 다리를 절뚝거리던 사슴이 온천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멀쩡하게 달려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처럼 마법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의 온천에는 특별한 점이 많다. 세계적인 온천 휴양지에서 보낸 티격태격 모녀의 3박 4일을 따라가보자. 새벽 5시, 엄마와 나는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민박집을 떠났다. 민박집에서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9시쯤 출발하고 싶었지만 셔틀버스 회사의 일정상 이른 새벽에 출발해야만 했다. 심지어 가격도 비쌌다. 비용은 서울에서 부산 가는 KTX 운임과 비슷했다. 호텔에서 호텔까지 데려다주는 셔틀버스는 편리한 점도 많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구간이 아니라면 이러한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주인 할머니는 잠옷을 입은 채 우리를 배웅해주었고, 직접 싼 샌드위치와 사과 두 알, 생수 등을 넣은 아침 도시락을 챙겨주었다. 민박집 대문 앞에는 우리를 카를로비 바리까지 데려다 줄 차가 도착해 있었는데, 전날 잘츠부르크에서 체스키 크룸로프로 데려다 준 그 운전기사가 또 와 있었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우리 세 사람은 카를로비 바리로 향했다. 장장 네 시간 동안 우리는 휴게소에 두 차례 들렀다. 한 번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산골짜기 휴게소였고, 한 번은 체코 맥주의 고향인 필젠이었다. 휴게소마다 운전기사는 졸음을 쫓으려는 듯 커피를 사서 마셨고, 엄마는 아침을 안 먹었다는 운전기사에게 샌드위치를 사서 건네기도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체코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 드디어 오전 9시경 카를로비 바리에 도착했다. 거리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다. 일본의 유명한 온천 마을에 온 것 같기도 했다. 공기는 무척 맑았고, 동네는 조용했다. 체코에 단 두 곳, 국내선 공항이 있는 곳 체스키 크룸로프와 카를로비 바리는 확연히 다른 곳이었다. 두 마을의 공통점을 꼽자면 오래된 도시, 시간이 멈춰버린 곳에 온 것 같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 쓰러져가는 상점들이 대부분이었던 체스키 크룸로프와 달리 카를로비 바리의 경우 유럽의 고가 브랜드 로드숍이 심심치 않게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심지어 보석 디자이너들의 개인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물론 어마어마한 가격의 제품들이며 매우 인상적인 디자인이 많았다. 한마디로 다 사고 싶을 정도로! 호텔 앞 벤치에 앉아 여행 책자를 넘겨보던 중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체 누가 이 시골 마을에 와서 쇼핑을 할까’ 하는 생각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매년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가 열리는데, 그 기간의 매출이 이곳의 큰 수입원이라는 것이다. 또 온천 치료를 위해 연중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데, 그들은 보통 최소 한 달, 길게는 일 년까지도 머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곳에는 체코에 단 두 곳뿐인 공항도 있다. 나머지 한 곳은 수도 프라하다. 이 작은 마을이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엄마와 나는 3박 4일 동안 이곳에 머물며 편히 쉬는 것으로 여행 컨셉트를 잡았다. 카를로비 바리는 온 마을을 다 걸어 다녀도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모든 골목을 다 둘러보자면 더 오래 걸리겠지만, 큰 길과 강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마을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 엄마의 로망이던 굴라시를 먹다 “이거 참 맛있어 보인다. 고기는 삶은 거고, 양배추 무침도 맛있게 생겼네.” 엄마는 체코의 대표 음식인 굴라시를 먹어보고 싶어 했다.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굴라시를 먹지 않아서 카를로비 바리에서는 꼭 먹을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막상 카를로비 바리에 도착하니 막막했다. 여행 책자에 소개된 몇몇 맛집을 지나쳤지만 썩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무척 무뚝뚝한 호텔 직원에게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 남자는 지도에 동그라미 두어 개를 그려주곤 가보라고만 했다. 아무 설명도 없이. 엄마와 나는 호텔 직원이 추천해준 곳 중 가장 가까운 식당으로 향했다. “세상에! 이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 나와서 밥 먹는 곳인가 보다. 음식 제대로 하는 집 같구나.” 1 체코 전통 음식인 굴라시. 삶은 돼지고기에 양배추 초절임과 빵을 곁들여 먹는다. 2 카를로비 바리의 필수품으로 온천수를 받아 마실 수 있는 작은 컵. 3 이곳에서 나오는 온천수를 받아 마시면 된다. 비릿한 맛이 무척 강하다. 4 카를로비 바리의 유명한 온천 수영장. 엄마는 호텔 직원이 추천해준 작은 식당을 마음에 들어 했다. 우리를 자리로 안내한 종업원이 건넨 메뉴판에는 온통 체코어뿐이었다. 영어로 된 메뉴판을 달라고 했더니, 깨알만 한 글씨로 수만 가지 요리가 적힌 것을 가져다주었다. 그 글씨들을 하나하나 보고 있던 나에게 엄마가 말했다. “뭣 하러 그걸 다 읽느라 고생하니? 엄마 하는 거 봐라.” 엄마는 여행 책자를 펼치더니 굴라시를 설명한 부분을 찾았다. 그리고 종업원을 불러 그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맥주 두 잔과 샐러드도 주문했다. 엄마는 무척 뽐내는 듯한 표정이었다. “너처럼 그렇게 하다가는 굶어 죽겠다. 사람은 융통성이 있어야 해.” 사실 엄마는 성격이 무척 급한 편이다. 길을 걷다가 만약 자신의 앞에 다른 사람이 느리게 걸어가기라도 하면 경보 선수처럼 나아가 그 사람을 앞질러 가는 스타일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무슨 일이건 빨리 해치우고 싶어 하는 분이다. 어쨌든 이런 엄마 덕에 무사히 굴라시를 먹을 수 있었다. 굴라시는 체코의 갈비찜 같은 요리로 삶은 돼지고기를 특유의 소스를 발라 익힌 뒤 양배추 초절임, 빵 등과 곁들여 먹는다. 엄마와 나는 이 식당의 음식에 무척 감동해 이후 두 번이나 더 방문하기도 했다. 피비린내 나는 온천수를 마시자 카를로비 바리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있다. 바로 온천수를 받아 마실 때 필요한 작은 컵으로, 손잡이 부분이 스트로로 제작돼 있으며 한 개 당 천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여러 노점상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컵 두 개를 골랐다. 카를로비 바리의 하이라이트인 온천수 마시기에 도전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약간의 탄산이 섞인 온천수는 탄산·유황·식염 등이 함유돼 몸에 좋다고 잘 알려졌다. 악성 베토벤, 대문호 괴테도 몸이 안 좋을 때 이곳에 다녀갔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엄마, 이 물이 진짜로 몸에 좋대. 우리 많이 마시고 가자!” “구역질 날 것 같은데…. 네가 먼저 마셔봐라.” 사실 엄마에게 계속 온천수를 마셔보자고 했지만 나도 썩 내키지는 않았다. 온천수가 나오는 욕조에는 붉은색이 배어 있었고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릿한 냄새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 온 이상, 온천수를 안 마셔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는 몸에 약이 된다는 굳은 믿음으로 정말 큰 용기를 내서 온천수 한 컵을 받아 한 번에 삼켰다. 실제로 구역질이 났다. 크게 권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엄마가 한 모금 정도는 꾹 참고 넘기시려니 했다. 그러나 엄마는 이내 바닥에 뱉고야 말았다. 우리 모녀와 달리 500ml 페트병 가득 온천수를 채워 마시거나 머그에 담아 꿀꺽꿀꺽 마시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카를로비 바리에서 가장 흔히 보는 풍경이다. 쉬고쉬고 또 쉬기 우리가 묵은 호텔은 무척 훌륭했다. 특히 아침 뷔페가 압권이었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 각종 치즈와 올리브, 정말 부드러웠던 빵까지. 가짓수는 많지 않았지만 배부를 때까지 먹고 싶은 곳이었다. 엄마와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바로 식당으로 내려와 1등으로 입장하곤 했다. 배가 고픈 것보다는 그 맛있는 아침을 더 빨리 먹고 싶어서였다. 아쉬운 점은 투숙객이 많지 않아 양을 적게 내놓았는데, 한 번 떨어지면 다시 채워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침을 먹고 엄마와 카를로비 바리의 곳곳을 걸어 다녔다. 꼭 가야 할 곳, 꼭 봐야 할 것이 없다는 것도 무척 편안함을 주었다. 때가 되면 밥을 사 먹고, 쉬고 싶으면 호텔에 들어가 낮잠도 잤다. 또 고가의 물건을 파는 상점에 들어가 구경도 했는데, 그러다 한 곳에서 엄마는 작은 스탠드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엄마는 곧장 종업원에게 스탠드 가격을 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살 수 있을 거야”라는 나의 의견을 엄마는 단번에 잘랐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과는 때깔이 달라”라며 결국 공항에서 내 두 팔을 저리게 한 주인공인 스탠드를 사고야 말았다. 행여 유리등이 깨질세라 스탠드 박스를 두 팔에 안고 다녀야 했던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프라하에 도착해서는 오빠가 사 오라고 부탁한 돈 조반니 마리오네트 인형, 남편을 위해 산 마리오네트 인형까지 더해 나는 ‘기념품’을 들고 다니느라 큰 고생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 산 식탁 위에 올려두고 사용하는 그 스탠드를 볼 때마다 그때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은주랑 갔던 곳에서 사 왔다”라고 엄마가 자랑할 때마다 내가 더 기쁘다. 1 카를로비 바리에서 두 번째로 큰 콜로나다. 콜로나다는 온천수를 마시는 곳이다. 2 카를로비 바리의 작은 공원. 3 작은 건물들은 대부분 호텔이나 레스토랑으로 운영 중이다. 4 다이애나 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경사가 심한 편이다. 5 다이애나 산 정상의 작은 동물원 우리에서 만난 재미난 녀석들. 6 온천물로 구워낸 카를로비 바리의 대표 간식 웨하스. 전설 속 다리 다친 사슴을 웨하스에 새겨 넣는다. 욕조에 빠질 뻔한 온천 체험 카를로비 바리에는 명성에 걸맞게 관광객과 치료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온천 시설이 꽤 여러 곳 있다. 그중 관광객에게 많이 추천하는 곳보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곳에 가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엘리자베스 온천을 골랐다. 이곳에서 받을 수 있는 온천욕은 크게 두 종류다. 의사를 만나 상담을 통해 온천의 종류를 제안받는 방법, 일반적인 온천탕을 이용하듯 원하는 시간과 입욕제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단, 대중탕이 아닌 커다란 욕조에 나만을 위한 온천물을 새로 채워 넣는 방식이라는 점이 특이할 만하다. 엄마와 나는 어차피 의사의 처방을 받아 온천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 때문에 일반 온천욕을 예약했다. 그런데 요금이 생각보다 무척 비쌌다. 15분 단위로 선택할 수 있는데, 30분에 30유로, 무려 5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거기에 테라피스트가 발이나 어깨 등을 마사지해주는 옵션을 추가하면 가격은 두 배로 뛰어버린다. 우리는 가장 저렴한 온천욕을 선택했다. 잠시 후 간호사복과 비슷한 옷을 입은 직원이 오더니 엄마와 나를 3층으로 안내했다. 조금 긴장이 됐는데, 엄마와 내가 각각 다른 방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같은 방에서 하면 좋았겠지만 그 프로그램은 가격이 더 비쌌다. 돈이 사이좋은 모녀를 갈라놓은 셈이다. 오래전 지은 건물이어서 그런지 천장이 높은 방 한가운데에 거대한 은색 욕조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테라피스트는 나에게 빈 욕조를 확인시킨 뒤 온천수를 새로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 옷을 벗으라고 했다. 물론 탈의실은 없었다. “으악~~~.” 욕조에 발을 넣자마자 난 소리를 질렀다. 생각보다 훨씬 깊은 욕조 안에서 미끄러지듯 들어가 마치 깊은 수영장에 빠진 사람 꼴이 된 것이다. 황당한 표정의 테라피스트는 플라스틱으로 된 발 받침대를 욕조 안에 넣어주었다. 그녀는 타이머를 맞추더니 30분 뒤에 오겠다고 하며 방을 나갔다. 본격적으로 그 유명한 카를로비 바리의 온천욕을 시작했다. 온천수의 감촉은 무척 미끄러웠다. 우리나라나 일본의 온천수처럼 뜨겁지 않고 미지근한 탓인지 처음에는 온천욕을 한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테라피스트가 온천수에 넣은 허브 진액 탓인지 내 몸은 형광 초록빛 물에 잠긴 듯했다. 유럽의 성에서 목욕을 하는 기분이 들어서 더욱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엄마 역시 무척 만족해하셨다. 온천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다이애나 산에도 오르고 카를로비 바리에는 두 곳의 온천 수영장이 있다. 말 그대로 온천수로 수영장을 채운 것은 아니다. 수영장을 이용하면서 온천수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앞서 엄마와 내가 다녀온 온천욕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곳의 야외 수영장에 가보고 싶었던 건 높은 곳에 위치해 카를로비 바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사실 온천 수영장을 썩 내켜하진 않았다. 내 고집에 따라 나선 온천 수영장은 사진에서 본 것처럼 경치가 무척 좋았다. 카를로비 바리가 훤히 내려다보였고, 다이애나 산까지 보여 더욱 아름다웠다. 그런데 엄마의 말처럼 야외 수영장에 올 날씨는 아니었다. 엄마는 한기를 느꼈는지 계속 수건을 덮고 있었다. “그냥 갈까? 엄마 감기 걸리면 어떻게 해?” “그래, 그냥 나가자. 이 정도 놀았으면 됐지, 뭐.” 날씨 때문에 결국 수영장에서는 한 시간도 채 못 놀았다. 당시 수영장에는 동양인이 우리밖에 없었는데, 그 때문에 서양인들의 시선도 많이 받았다. 엄마는 그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싶다. 수영장에서 바라보았던 다이애나 산은 산보를 하기에 좋은 동네 뒷산 정도의 높이다. 매일 이곳에 올라가 산책을 하리라 마음먹었지만 3박 4일 동안 우리는 단 한 번밖에 가지 못했다. 다이애나 산에 매일 가기로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있기 때문이었다. 편하게 앉아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으니 산책 삼아 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의 각도가 무척 가팔랐다. 거의 90도에 가까울 정도로 기울어 있었다. 조금은 무서웠지만 어쨌든 편하게 산 정상으로 갈 수 있어 좋았다. 아침을 먹고 바로 산에 올라간 탓에 산에서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나는 산등성이를 따라 계속 산책하고 싶었지만 엄마는 낯선 곳에서, 그것도 산 속에서 여자 둘이 더 걸어가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케이블카를 타는 곳 근처에서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다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바로 산 정상에 자리한 카페에서 운영하는 작은 동물원에서 키우는 돼지 한 마리가 말 위에 올라가 이리저리 괴롭히는 것이었다. 마치 TV의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실제로 보는 듯해서 엄마와 나는 깔깔대며 웃었다. 돼지가 계속 괴롭히는데도 말은 그저 누워서 꼼짝도 않고 있었다. 하루 이틀 있는 일은 아닌 듯 보였다. 이렇게 우리는 카를로비 바리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밤에는 호텔 앞 식당에서 맥주를 마셨다. 다음 목적지이자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프라하에 대한 기대와 카를로비 바리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티격태격 모녀의 카를로비 바리 3박 4일 따라잡기 1 하루에 한 가지만 해라! 티격태격 모녀는 카를로비 바리에서 3박 4일간 머물렀다. 다른 도시에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특별한 계획을 세우는 대신 하루에 한 가지 일정만 소화했다. 일주일 이상의 긴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이렇게 여유 있게 일정을 짜는 것도 도움이 된다. 티격태격 모녀는 웬만한 경우가 아니라면 박물관은 방문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하루 한 가지 즐기기’에 최선을 다했다. 2 원하는 것을 못 찾을 때, 숨을 고르고 주변을 확인해라! 티격태격 모녀가 온천욕을 하러 간 곳에서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해 수분간 우왕좌왕한 일이 있었다. 그것은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기보다는 원하는 곳으로 가는 표지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탓에 벌어진 일이었다. 만약 여행지에서 원하는 무언가를 얻지 못할 때는 일단 숨을 가다듬고 주변을 천천히 돌아봐야 한다. 누군가에게 화장실 위치를 물어보려고 애쓰기보다는 화장실 표지판을 따라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3 해당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것은 꼭 한 번 시도해라! 카를로비 바리는 마시는 온천수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 물은 상상을 초월하는 이상한 맛으로 남아 있다. 피비린내가 진동할 뿐만 아니라 온도도 미적지근해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티격태격 모녀가 아니다. 다시 용기를 내어 딸은 남은 일정 동안 줄기차게 온천수 마시기에 성공! 엄마는 실패…. 재도전을 한 이유는 물론 몸에 좋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이왕에 여행을 왔으면 이곳에서 꼭 해봐야 하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낯섦에서 오는 거부감을 억누르고 시도해볼 수 있는 용기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줄 것이다. *9월호에서는 체코의 수도 프라하 여행기가 이어집니다. <■글&사진 / 정은주(객원기자)>
티격태격 모녀의 지구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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