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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의사’ 안 밝혀도 명예훼손 처벌하나요?(2023. 10. 06 11:06)
2023. 10. 06 11:06 정치
ㆍ피해자 의사 반해 처벌 못 할 뿐, 침묵해도 기소 가능 대통령일 땐 국민 억압·수사 압박 모양새 탓 ‘침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제19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검찰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언론사와 기자 등을 수사하면서, 윤 대통령이 처벌과 관련한 어떠한 의사를 밝힐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이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내면 처벌할 수 없다. 반대로 윤 대통령이 처벌 의사를 밝히면 기소와 처벌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처벌을 원한다, 원치 않는다’가 아닌 아무런 입장을 표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윤 대통령이 내심 처벌 의사를 가지고 있다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 과거 대통령들도 명예훼손 사건에서 대체로 처벌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고 침묵했다. “피해자가 침묵하면 처벌해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 9월 14일 이들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해 보도한 뉴스타파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두고 있다. 명예훼손 사건의 수사는 국민의힘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뉴스타파 등이 지난 대통령선거 직전 ‘윤 대통령이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장동 사업 관련 불법 대출 내용을 인지했는데도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허위이고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고발 취지다. 이번 명예훼손 사건의 핵심 쟁점은 뉴스타파 등이 이런 의혹이 허위라는 점을 명백히 인식했는지, 즉 ‘악의적으로 윤 대통령을 공격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다. 이러한 ‘비방 목적’이 없었다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 외에도 윤 대통령이 처벌과 관련한 의사를 밝힐지 주목된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죄를 물을 수 없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 자체를 할 수 없다. 기소 후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나타내면, 법원은 공소기각 결정을 내리게 된다. 처벌 불원 의사는 1심 선고 이전에 밝혀야만 그 효력이 인정된다. 명예훼손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피해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제3자의 고발로도 수사는 진행할 수 있다. 보통 수사기관은 명예훼손과 같은 반의사불벌죄 혐의를 수사할 때 피해자에게 처벌 의사를 파악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수사를 이어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처벌 의사를 확인했는지 여부를 두고 지난 9월 14일 “법리를 검토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수사나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앞으로 처벌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다고 해도, 기소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통령실 측이 지난 9월 5일 이번 사건을 두고 “이번 기회에 악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밝힌 점을 검찰이 윤 대통령의 처벌 의사로 간주할 수도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피해자의 침묵은 처벌 여부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형사법 전문가인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지, 처벌 의사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다는 게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침묵한다면 검찰은 기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아무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는 건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돼야” 과거 법원 판결에서도 이런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사생활 의혹을 제기했다가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보수단체의 고발에 따라 수사가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처벌 여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가토 전 지국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처벌 의사가 명확하지 않다”라며 기소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1심 법원은 그러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범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처벌의 의사를 철회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소를 제기하거나 범인을 처벌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가토 전 지국장에게 비방의 목적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도 법원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전 목사는 2019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향해 “간첩”, “공산화 시도” 등의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마찬가지로 제3자의 고발에 따라 수사가 시작됐다. 전 목사는 1심 재판 중에 문 전 대통령이 처벌 의사를 두고 침묵하기 때문에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이 2020년 8월 공식 행사 자리에서 언급한 ‘국민의 비판은 달게 받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처벌 불원 의사로 봐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반의사불벌죄는 친고죄가 아니라 공소제기를 위해서 반드시 피해자의 명시적인 처벌 의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문 전 대통령이 행사에서 한 발언을 ‘명시적인 처벌 불원’ 의사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처벌 불원 의사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2001년 6월)를 근거로 들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는 간접적인 표현으론 부족하고 직접적이고 명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통령들이 현직에서 처벌 의사를 직접 드러내지 않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지위의 특성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명예훼손의 피의자 혹은 피고인은 대체로 언론이나 일반 개인이다. 대놓고 이들을 처벌해 달라고 밝힌다면 ‘주권자인 국민을 억압하는 대통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 갇힐 수 있다. 또 명시적인 처벌 의사는 수사기관에 강력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기소 후 재판을 담당하는 사법부(법원)를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칠 우려도 있다. 여러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것이다.
검, ‘명예훼손’으로 언론 길들이기?(2023. 09. 22 11:24)
2023. 09. 22 11:24 정치
ㆍ대법원, ‘악의적 공격’ 아니면 표현의 자유로 보장 ㆍ대통령 명예훼손 대체로 무죄에도 제3자 고발까지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1개 언론현업·시민단체가 지난 9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언론사 압수수색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한수빈 기자 명예훼손죄는 개인의 명예, 즉 인격권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를 법적으로 판단할 때는 ‘공인·공적 사안’과 ‘사인·사적 사안’을 구분한다. 공인·공적 사안과 관련한 내용은 ‘악의적 공격’이 아닌 이상 표현의 자유가 우선한다. 공직자 등 공적 인물의 도덕성·청렴성, 업무처리의 적정성 같은 공적 관심사는 감시·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공직자를 상대로 한 비판적 의혹 제기를 두고 명예훼손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이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는 기본 원칙이다. 2000년대 들어 처음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확고한 법리다. 최근 검찰이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거나, 고위공직자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언론사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을 압박해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 위해 숨 쉴 공간 필요” “자유로운 의견 표명과 공개 토론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잘못되거나 과장된 표현은 피할 수 없고,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그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가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숨 쉴 공간’이라는 표현은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해 1963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처음 나왔다. 미국 대법원은 이어 1964년 ‘현실적 악의’라는 법리를 제시했다. 공직자가 허위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 그 공직자가 언론사의 악의를 입증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기념비적인 판결로 평가받는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상황 보고를 듣고 있다. / 청와대 제공 국내에서는 헌법재판소가 1999년 6월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때 공적 인물·관심사는 사인 및 사적 사안과 차등해 심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법원도 2002년 1월 명시적으로 ‘공적 인물·공적 사안’이라는 법리를 도입했다. 공적 인물의 공적 사안에서는 명예훼손 인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2003년부터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과 공적 업무처리의 정당성 등과 관련한 비판적인 내용은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 아니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대법원은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 이는 언론보도는 물론 개인의 표현 활동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언론보도 내용이 객관적 자료에 의해 최종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의혹을 가질 만한 충분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공직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더라도 바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검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업무처리가 적법하고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공적 사안에 포함된다. 다만 허위라는 점을 알면서 보도하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는 합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사실 확인에 소홀한 채 보도했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악의적 공격’에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특히 2018년 10월 정치인의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사건에서 “공론의 장에 나선 전면적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이런 비판에 대해선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도 잇따라 무죄 이번 윤석열 대통령이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이름을 올린 것처럼 과거에도 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해 기소된 사례는 여럿 있다. 앞서 언급한 대법원의 법리 등을 바탕으로 대체로 무죄 선고가 났다.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는 2016년 6월 기자회견에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두고 “마약을 하거나 보톡스를 맞고 있었던 건 아닌지 궁금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박근혜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2021년 3월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마약과 보톡스’라는 표현을 악의적이고 공격적으로 볼 순 있으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발언의 경위, 취지, 맥락에 비춰 ‘이런 의혹이 나올 정도이기 때문에 당시 행적을 제대로 밝혀 달라’는 의견을 강조하기 위해 세간에 널리 퍼진 의혹을 거론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5년 12월 17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박 이사의 발언이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고 대법원은 봤다. 명예훼손죄는 기본적으로 진실이든 허위이든 사실을 적시해야 성립된다. 상대를 향한 평가나 의견 표명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공적 인물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관해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일반인의 경우와 달리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언 내용이 실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방식의 표현도 사실을 적시한 것과 같지만, 공인의 공적 사안에서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은 2014년 8월 인터넷판에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근혜씨의 사생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검찰은 박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그를 불구속기소했다. 1심 법원은 2015년 12월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행적은 공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대통령 박근혜’의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아울러 공적 사안인 만큼 ‘사인 박근혜’를 비방할 목적 또한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이명박 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정부의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는 2008년 개인 블로그에 이명박씨를 비판하는 ‘쥐코 동영상’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이 이씨의 명예를 훼손한 점은 인정되지만,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이런 처분을 내린 것이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헌재는 2013년 12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토록 했다. 헌재는 김씨가 다른 사람의 표현물을 단순 인용·소개한 것에 불과하고, 동영상의 내용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며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광훈 목사가 무죄를 받기도 했다. 전 목사는 2019년 10월 집회 등에서 문 전 대통령을 향해 “간첩”,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기소됐다. 1·2심은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2022년 3월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은 전 목사의 발언이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봤다. 2심은 “피해자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사회적 영향력과 정치적 영향력이 큰 만큼 비판적 발언이 용인돼야 한다”고 했다. 또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013년 1월 문 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 등이라고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은 2021년 9월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마찬가지로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을 의견 표명으로 봤다. 다만 “정치적 이념에 관한 논쟁이나 토론에 법원이 직접 개입해 사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지난 9월 19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 앞에서 ‘경찰 과잉수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측근 등 제3자가 고발 대법원의 이런 일관된 판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등 공직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사례는 끊이질 않는다. 공직자가 직접 고소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3자의 고발에 따라 수사가 시작되고 기소된 사례도 많다. 이는 명예훼손죄가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친고죄는 피해 당사자의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다. 친고죄가 아니면 제3자의 고발을 통해서도 수사·기소가 가능하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인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기소할 수 없다. 한국언론법학회장을 지낸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명예훼손을 비범죄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주별로 명예훼손을 처벌하기도 하지만 사문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영국은 2010년 명예훼손죄를 아예 폐지했다”라며 “일본은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위공직자와 정부 기관 등은 언론에서 잘못된 보고를 하더라도 홈페이지나 보도자료,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반박과 재반박을 할 수 있는 시스템과 능력이 충분히 있다”라며 “이런 방식으로 공적인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게 헌재 및 대법원 판결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어 “공인의 공적 활동에 관한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려는 부단한 시도는 자유민주주의의 운영 원리로 적절치 않다”고 했다. 2010년 5월 한국을 방문한 유엔인권이사회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형사상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또 공직자와 정부 기관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법률 프리즘]진실을 말했는데 웬 명예훼손?(2020. 10. 23 15:01)
2020. 10. 23 15:01 사회
얼마 전 헌법재판소에서 흔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라 칭하는 형법 제307조 1항이 위헌인지에 대한 공개 변론이 열렸다. 우리 형법은 진실을 말한 경우에도 타인의 사회적 평판을 훼손하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다만 이것이 공익만을 위한 것이라면 처벌하지 않는데 위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오픈넷과 사단법인 두루 관계자들이 10월 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위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용어부터 정리하자. 형법 제307조 1항에서 말하는 ‘사실’은 ‘진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판단, 즉 ‘의견’과 배치되는 개념으로 증명이 가능한 표현을 의미한다. 즉 사실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진실한 사실’과 ‘허위 사실’이 존재하기에 명예훼손죄는 허위이든 진실이든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라는 말은 동어반복이다. 실무에서 형법 제307조 1항으로 처벌되는 경우는 말하는 내용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진실한 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를 편의상 ‘진실적시 명예훼손죄’라고 하겠다. 진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론자들은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점,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처벌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든다. 실제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국가가 많지 않고, 유엔 인권위 권고 역시 ‘진실적시’뿐 아니라 명예훼손죄 자체를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명예훼손에 대한 대응은 처벌이 아닌 공론장에서의 토론으로 할 것이고, 개인의 명예훼손은 형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이라 보는 것이다. 다만 이런 논의가 한국에서 적용될 때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언론 등에 의해 명예가 훼손된 개인이 항변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즉 공론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형법이 개인의 명예를 보호해주는 면이 있다. 특히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명예와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적 특수상황, 의혹 제기를 업으로 하는 이들의 증가 등을 고려하면 ‘진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에 따른 부작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다. 누군가 인터넷에서 명예훼손 글을 올리면, 현재는 위법이므로 그 글을 쓴 사람을 찾을 수 있지만, 위법이 아니라면 글쓴이를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민사적 해결은 어려워진다. 간통죄 폐지 이후 간통을 입증하기 어려워진 것과 비슷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완화해야 할 것인데, 이 경우 개인의 신상을 수사기관이 아닌 원고에게 주는 데서 생기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모든 근대국가는 진실은 처벌이 아닌 자유로운 토론 속에서 드러날 것이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형성됐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무엇보다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면서도 그 안에 살아가는 개인이 안전하고 행복하려면 개인의 반론권이 보장되는 공론장,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은 실효성 있는 민사재판 제도의 도입, 무엇보다 어떤 사실 하나만으로 개인을 매장하지 않는 관용의 태도가 필요하다. 법의 폐지 여부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길, 그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가 저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지 반성과 고찰이 있길 바란다.
법률 프리즘
끝없는 배드파더스 ‘명예훼손 소송’(2020. 03. 13 15:12)
2020. 03. 13 15:12 사회
ㆍ이번에는 대전에서 전 부인 벌금200만원 약식기소 당해 대전지방검찰청은 지난 2월 28일 박모씨(46·여)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으로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양육비를 주지 않은 전 남편의 얼굴과 신상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올리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전 남편의 실명, 얼굴이 담긴 이미지를 올려 양육비 지급을 촉구한 혐의다. 지인들에게 배드파더스 사이트 주소가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것도 약식기소 사유에 포함됐다. 박씨에게 적용된 범죄혐의는 정보통신망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다. 한마디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정보통신망에 공개함으로써 양육비 지급 의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말이다. 이 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pixabay @mohamed Hassan 박씨 부부는 2018년 5월 조정이혼했다. 법원은 박씨가 두 아들을 양육하되 전 남편이 두 아들에게 각각 100만원씩 총 200만원을 매달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전 남편은 2019년 3월부터 3개월간 양육비 600만원을 주지 않았다. 박씨의 급여만으로는 수험생인 두 아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박씨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해 양육비 지급을 촉구했지만 전 남편은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박씨는 배드파더스에 전 남편의 개인정보와 사진을 게재하며 양육비 지급을 촉구했다. 전 남편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알려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 박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박씨가 피고인이 된 과정이다. 현재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전 남편의 신상정보 게시글은 내려진 상태다. 전 남편은 박씨를 고소하면서 3개월치 양육비를 모두 지급했다. 현재까지도 양육비를 밀리지 않고 보내고 있다. 이제 박씨가 벌금 200만원만 납부하면 이 이야기는 끝나는 것일까. 박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일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라며 “내가 여기서 벌금 납부를 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기에 법원 판단을 본 뒤 정식재판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끝나지 않는 배드파더스 소송 검찰은 경찰이 이 사건을 송치한 지 5개월 뒤 약식기소했다. 5개월 동안 경찰에 추가 수사지휘를 했다거나 박씨에 대한 검찰 피의자 조사는 없었다. 그 사이 배드파더스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수원지법은 지난 1월 14일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배드파더스 구본창 대표(57)와 전 부인의 개인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게시하고 SNS에 비방글을 올린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모씨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렸다. 구씨에게는 무죄가, 전씨에게는 벌금 5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항소심은 수원고법에서 진행된다. 박씨는 전씨의 사례와 유사하다고 볼 수는 있다. 1심도 전씨는 유죄가 맞다고 봤다. 수원지법 사건이 일종의 ‘전례’가 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배드파더스 소송이 향후 유사사례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1심 변호인단과 배드파더스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배심원 전원 무죄평결을 끌어냈던 변호인단 중 일부가 사임했거나 그럴 예정이다. 구본창 대표는 3월 12일 전화통화에서 “소송에 참여한 홍지혜 변호사가 지난 2월 4일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인재 영입으로 가게 된 것과 관련해 언론인터뷰를 했던 것이 변호인단 사이에서 문제가 됐고, 내가 코피노(한국인과 필리핀인 혼혈) 아빠들을 상대로 양육비 추심활동을 하는 것을 두고 변호인단과 이견이 생겨 1심 변호사들과 함께하지 못하게 된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배드파더스는 ‘나홀로 소송’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구 대표는 “어쩌면 패소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의 조력 없이 구본창 대표가 검찰을 상대로 항소심 재판을 이길 수 있을까. 사실적시 명예훼손, 풀지 못할 숙제일까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사실을 적어 상대의 명예를 훼손하는 죄를 말한다.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도 존재한다. 거짓말을 해서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언뜻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내가 당한 피해를 사실 그대로 SNS에 올렸는데 그게 상대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건 어딘가 불합리해 보인다. 이혼한 배우자가 악의적으로든, 불가피한 사정에서든 양육비를 주지 않고, 양육자가 법적으로 밟을 수 있는 절차를 다 밟았는데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버틸 경우 사인(私人)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주면 감사하고, 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게 양육비 소송이기 때문이다. 배드파더스는 엄밀히 말해 법의 경계선에 있는 단체다. 현행법상 양육비를 주지 않은 ‘나쁜 부모들’의 얼굴과 이름, 현재 직업이나 출신학교 등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적으로 올리는 것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맞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했다고 모두가 처벌받는 건 아니다. 죄를 깨부술 수 있는 유일한 공략법은 ‘공익성’, 즉 ‘오로지 공익을 위해’한 행위여야 한다. 양육비 소송은 철저히 개인 간에 이뤄진다. 부부가 아이들을 두고 벌이는 법정 다툼이다. 사익을 위한 소송이란 얘기다. 여기에 공익성이 있을 리 없다는 게 지금까지 법조계와 사회의 시선이었다. 배드파더스가 ‘나쁜 부모’의 정보를 공개적으로 게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수원지법은 배드파더스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에는 ‘공익성’이 있다고 봤다. 어려운 말로 ‘위법성조각사유’가 있다고 본 것이다. 위법성조각사유인 공익성이 인정되면 표면상으로는 범죄성립이 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범죄가 되지 않아 무죄가 된다. 그러나 검찰은 ‘공익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장을 살펴보면 첫째, 배드파더스라는 홈페이지명과 게시글에 이미 ‘고의적으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라는 악의적 표현이 들어가 비방 목적이 있고, 둘째, 신상공개의 기준이 자의적이고, 셋째,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피해에 비해 개인의 신상정보 공개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특히 검찰은 “사인인 피해자 개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이라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공적 관심 사안이라 보더라도 피해자들의 신상정보 공개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왜 양육비를 주지 않을까 검찰이 이들을 법정에 세운다고 해서 양육비 갈등이 사라질 리 없다. 배드파더스에 전 배우자 정보를 올린 사람들을 법정에 세우는 것 역시 정의라 보기 어렵다. 판결로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했으면 판결문에 적힌 대로 주는 게 정의다. 그러나 여전히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은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아내는 사람은 10명 중 3명꼴에 불과하다. 가사사건 전문변호사인 조수영 변호사(법무법인 에스)는 “직설적으로 말하면 비양육친들은 양육비가 아깝다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상담을 해보면 아이에게 돈을 쓰는 게 아까운 게 아니라 양육비를 지급해도 양육자가 아이가 아닌 자신을 위해 쓸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양육비직접지급청구나 이행명령신청 등의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으나 실효성 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양육비를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법률 프리즘]실제 사건 다룬 영화 속 인물의 명예훼손(2019. 01. 07 15:16)
2019. 01. 07 15:16 사회
영화로 인해 누군가는 자신의 또는 가족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1000만명이 넘게 봤던 영화 <실미도>에서도 이러한 분쟁이 있었다. 영화 의 한 장면 벌써 20년도 더 됐지만, 영화 <쥬라기 공원>은 실감나게 재현된 공룡 영상만으로 충분히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훌륭한 그래픽이 제공하는 영상미는 관객을 빨아들이는 요소가 되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힘이다. 그래서 소설보다 더 파란만장한, 극적인 전개를 충분히 갖춘 실화는 창작된 이야기보다 더 큰 울림을 주고, 소설이나 영화로 재생산된다. 하지만 실제 이야기가 소설이나 영화로 제작되면 그 특성상 실제 모습과는 다르게 묘사되는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다. 퀸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만들었을 때 기존 방송용보다 길다는 이유로 싫어했던 음반 기획자들이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영화에서 나왔던 일화가 이런 사실에 기반해 영화적 상상력이 입혀진 것처럼. 이러한 영화적 장치로 인해 누군가는 자신의 또는 가족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1000만명이 넘게 봤던 영화 <실미도>에서도 이러한 분쟁이 있었다. 영화 내용 중 훈련을 받던 병사들의 출신성분 또는 모집경위, 북한 군가를 부르는 장면이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데 이러한 내용으로 인해 실제 인물들과 그 유족들의 명예가 훼손되었는지가 문제 됐다. 법원은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영화에서 극중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사실 묘사가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실제 인물에게 있었던 사실이나 사건을 묘사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 그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묘사된 사실이 이야기 구성이나 극적 효과를 연출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일반 관객이 보통의 주의와 방법에 의해 그것을 사실의 묘사라고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상업영화의 경우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더라도 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이나 관객의 감동 고양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다소간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관객도 영화의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전제에서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 관계를 인식하며 영화를 볼 것이라는 점도 판단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북한 군가를 부르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영화에서 이들이 용공주의자보다는 그 반대로 그려졌으며, 영화 관객들도 이들에 대해 경멸보다는 추모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모집 경위에 대해선 실제 인물들과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영화의 전체적 취지가 인물을 비방하기 위한 의도라기보다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 등을 고려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고 불법행위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 사건을 다룬 작품은 한층 감동적일 수 있지만, 분쟁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법원도 인정했듯, 세부적인 내용이 역사적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격권 침해 내지 명예훼손의 성립을 인정하게 된다면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창작의 자유가 크게 위축될 수도 있다. 논픽션은 이렇게 픽션과 공존한다.
법률 프리즘
[법률 프리즘]혐오, 명예훼손, 모욕 그리고 표현의 자유(2018. 07. 23 14:34)
2018. 07. 23 14:34 사회
혐오표현은 피해자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의 정신적 피해도 문제이나 집단에 대해 가하는 혐오가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적 통합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경험하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소중함을 체험하게 되었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에 대항하여 그들을 풍자하고 조롱하기도 하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대학강사가 쥐 그림을 그린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시민들의 정부 비판과 참여를 봉쇄하기 위하여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전략적 봉쇄소송으로서 이 대학강사를 공용물 훼손으로 법원에 기소하였다. 박원순 변호사가 2009년 6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민간사찰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국정원이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한 사건도 대표적인 전략적 봉쇄소송이다. 페미니스트그룹 ‘불꽃페미액션’이 5월 19일 서울 신촌역에서 여성혐오 근절을 촉구하며 흰 장미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 있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한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것으로서,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도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가중처벌 받는 사이버명예훼손죄 이처럼 국가 정책이나 권력자 등 사회적 강자를 상대하기 위해 행하는 문제제기나 풍자와 조롱은 표현의 자유로서 강하게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 제한으로서 문제되는 것으로는 혐오표현, 명예훼손, 모욕이 있다. 혐오는 어떠한 것을 증오하는 것이다. 혐오표현이란 인종·종교·성별 또는 성 정체성에 근거하여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증오를 표현하는 행위다. 적대감을 표출하는 것 이외의 다른 의미가 없는 표현을 의미하지만, 형사법상으로는 혐오표현을 특별히 가중처벌하지는 않고 있다. 형사법상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사이버명예훼손죄가 있다. 명예훼손은 사람의 인격적 가치와 그의 도덕적·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외적 명예에 대해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주장하여 손상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모욕은 사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경멸하고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것으로서 가치판단을 표시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한편 명예훼손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졌을 경우 그 전파력과 피해 확장성을 고려해 사이버 명예훼손죄로 가중처벌하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2부는 인터넷 보수매체 소속 기자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말다툼을 벌이던 여성에게 총 14번에 걸쳐 “워마드, 메갈리아, 보슬아치”라고 한 것과 관련하여 이러한 발언은 피해여성을 상대로 경멸감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단어로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는 것이기에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워마드 등의 단어를 법적으로 경멸 또는 비하성 발언으로 법원도 인정한 것이다. 이는 최근 워마드 게시글 중 혐오표현들이 사회적 논란을 확장시키고 있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다. 한편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하였던 지만원씨에 대해서 법원은 “5·18 민주화운동은 이미 그 발생배경과 경과, 계엄군과 광주시민 사이의 교전사태의 발생원인, 경과, 그 밖에 인명피해의 발생원인, 5·18 민주유공자들의 지위와 그에 대한 보상, 예우 등에 관하여 법적 및 역사적 평가가 확립된 상태에서 이 사건 게시글을 통하여 5·18 민주유공자나 참가자들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평가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지만원이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아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 변희재씨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를 ‘종북주사파’라고 지칭한 것과 관련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법원은 “종북세력이란 말은 국가와 사회에 위험한 세력이라고 인식돼 원고들의 명성과 평판을 하향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시하면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혐오표현의 경우 이를 규제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등의 제정운동이 있었으나, 아직까지 우리의 형사법 체계에서는 혐오표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으며, 단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처벌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1978년 12월 5일 가입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은 인종적 우월 또는 증오에 근거한 사상의 모든 유포, 인종차별의 선동 또는 그 행위의 선동 및 인종주의에 근거하는 활동에 대한 자금지원을 포함한 어떠한 원조의 제공도 법으로 처벌해야 하는 범죄임을 선언하고 있으며,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도 민족적·인종적, 또는 종교적 혐오의 옹호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증오범죄법’을 통해 차별이나 편견에 의하여 자행되는 범죄를 처벌하고 있으며, 영국은 인종 및 종교적 증오 규제법을 통해, 독일은 나치의 유태인 학살과 관련하여 1994년 홀로코스트 부정죄가 신설되었고, 2005년에는 나치 폭력지배 찬양죄가 신설되기도 하였다. 인종·지역·성별 차별 가중처벌 개정안 우리도 특정한 혐오적 표현에 대하여는 가중처벌하는 법률 개정안들이 다수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형법상 성별에 대한 혐오 목적의 모욕행위를 일반 모욕죄보다 가중처벌하거나, 인종·지역·성별을 차별하여 명예훼손 또는 모욕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개정안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혐오범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혐오적 표현을 하였던 것이 주된 것이었으나, 최근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남성혐오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게시된 글들로 인하여 그 논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워마드는 여자(womam)와 유목민(nomad)의 합성어로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해 가한 폭력적·차별적 행태를 폭로하기 위하여 미러링 전략으로서 남성에 대한 혐오적 표현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과 일방적으로 그들의 행위를 비난하기보다는 일탈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워마드에 올라온 혐오적 표현으로서 사회적 지탄이 되고 있는 대표적 사례들인 천주교와 관련된 성체 훼손, 성당 방화 예고, 태아 훼손, 부산 동래역 아동 살해 예고, 남성 누드모델 나체사진 등은 여성 인권의 신장을 위한 페미니즘 운동으로 이해하기에는 사회적 수인한도를 넘은 것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혐오표현은 피해자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의 정신적 피해도 문제이나 집단에 대해 가하는 혐오가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적 통합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물론 워마드 게시글들은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았으므로, 지만원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무죄를 받은 것과 동일하게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혐오표현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전단계로서 혐오적 표현에 대한 가중처벌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법률 프리즘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 개선인가, 개악인가(2015. 08. 24 16:20)
2015. 08. 24 16:20 경제
ㆍ방통심의위, 심의 규정 개선키로… 시민단체 “표현의 자유 억압하려는 시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심의규정을 바꾸겠다고 밝힌 뒤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는 명예훼손 피해를 당한 당사자가 직접 삭제 등의 심의를 신청해야만 방통심의위가 심의에 나서도록 돼 있다. 이 규정을 고쳐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신청을 통해서도 심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방통심의위의 생각이다. 방통심의위 위원장과 여당 위원들은 심의규정 개정이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장이 8월 1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통심의위가 개최한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심의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방통심의위 “제3자에 의한 신고도 가능하도록 개정” 방통심의위가 게시물 삭제나 차단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것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이다. 현행 규정 제10조 제1항에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및 게시판 관리·운영자가 심의를 신청한 경우, 이용자 등이 방통심의위에 불법·청소년유해정보로 신고한 경우 등 방통심의위가 삭제나 차단 대상 게시물에 대한 심의에 나설 수 있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명예훼손과 관련된 게시물 문제는 지난해 1월 규정 개정을 통해 별도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을 보면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정보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해야 심의를 개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친고죄를 적용해 명예훼손 피해 당사자의 직접적인 신고 의사를 심의 개시의 근거로 들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규정에서 제2항을 아예 삭제하거나, ‘당사자 또는 대리인’을 빼고 제3자에 의한 신청으로도 심의 신청이 가능하도록 고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경우 방통심의위의 내부 판단에 따라 명예훼손 사안에 대한 직권 심의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심의위는 규정 개정에 나선 이유로 상위법과의 충돌문제를 꼽았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심의규정의 상위법인 정보통신망법의 경우 명예훼손에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해 처리 중”이라며 “형법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심의규정도 이에 맞게 일원화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심의규정에서도 명예훼손에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해 제3자 신고에 의한 심의 개시가 가능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이 주장한 것과 동일하다. 방통심의위는 국감 지적사항이라는 점도 심의 개정 이유로 꼽고 있다. 진보넷과 오픈넷,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심의규정 개정이 대통령과 정부 등 국가와 공인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은 인터넷을 길들이고 통제하려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진보넷은 “명예훼손 문제로 제3자가 신고를 하는 경우는 거의 정치인 등 공인의 지위에 있는 자를 대신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심의규정 개정은 법리를 남용해 당사자의 신고가 있기 전에 ‘선제적 대응’을 통해서 온라인 공간에서의 대통령이나 국가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오픈넷은 “서적, 음반, 영화, 방송 다른 어느 매체에서도 명예의 당사자가 가만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이 나서서 특정 콘텐츠를 규제하는 사례는 없다”며 “인격권이나 지적재산권 등 개인의 권리 침해에 있어 개인의 적극적 의사가 없음에도 행정기관이 먼저 나서서 이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 후견주의의 다른 모습이며,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8월 17일 개최한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 방통심의위 “대통령 등 공인 비판 차단하려는 의도” 논란이 확산되자 방통심의위는 8월 17일 찬반 양측이 참석한 가운데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효종 방통심의위원장은 심의규정 개정이 국가나 공인을 위한 것이 아닌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위원장은 “예컨대 일반인의 성행위 동영상이 인터넷 여기저기서 무차별적으로 유포될 때, 지금의 제도로는 당사자가 인터넷 상의 모든 게시물을 스스로 찾아서 신고하도록 돼 있어 삭제와 차단에 한계가 있다”며 “제3자 신고를 허용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6월부터 방통심의위가 심의한 명예훼손 건수의 약 80%가 공인이 아닌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사법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일반인들이 심의제도를 손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등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심의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공인의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유죄 판단을 내릴 경우에만 심의한다는 내부 규칙을 만들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박 위원장의 해명은 규정 개정을 강행하려는 눈가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오픈넷은 “성행위 동영상의 경우 명예훼손 정보가 아닌, 성폭력처벌특례법 상의 카메라 등 촬영죄 위반의 ‘불법정보’로 처리하면 지금도 방통심의위가 당사자의 심의신청 없이 심의할 수 있다”며 “미성년자나 장애인들 역시 현행 규정으로도 ‘대리인’이 신고를 할 수 있어 이들의 가족들 혹은 주변 지인, 선생님, 보호기관의 보호자 등이 대신 심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픈넷 관계자는 “현행 규정으로도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성 정보는 충분히 조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개정을 통해 이들에 대한 권리구제 가능성이 확대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개정 의도를 의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심의 해법도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박 위원장이 내부 규칙을 만들어 공인 명예훼손 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힌 것 자체가 규정 개정의 부작용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만들겠다는 내부규칙도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사법부의 유죄 판단에 따른다는 것에 대해서도 “유죄가 나왔다가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다시 심의해서 게시물을 복원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표현의자유특별위원회 유승희 위원장은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손쉽게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방통심의위가 심의규정 개정으로 오히려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고, 검찰을 대신해 총대를 메겠다는 발상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사회]국민겁주기식 명예훼손소송 어디까지?(2012. 03. 27 17:35)
2012. 03. 27 17:35 사회
ㆍ국가권력·정부 비판 목소리 위축시키려 형사 처벌 제도 남용 3월 23일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은 ‘기소청탁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했다. 남편 김재호 부장판사가 나 전 의원을 ‘이완용 땅 찾아준 판사’라고 비난한 누리꾼을 기소해달라고 담당검사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나 전 의원이 한 누리꾼을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국가, 국가기구, 국회의원 등 권력층들이 개인이나 네티즌을 상대로 명예훼손 형사고소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3월 9일에는 해군이 김지윤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김씨가 ‘제주 해적기지 반대한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려 해군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김씨의 발언에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명예훼손은 사실과 관련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형법 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담고 있고, 2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담고 있다. 김씨의 ‘해적기지’ 표현은 사실이나 허위의 사실이라고 보기 어려운 ‘비유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소송이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3월 9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예비후보인 김지윤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로 표현한 데 대해 해군이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 연합뉴스 소송 성립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는 데도 해군 측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뭘까. 시민사회에서는 해군 측의 소송을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략적 봉쇄소송’은 국가기구나 권력자가 비판의 목소리를 위축시키기 위해서 소송에 질 가능성이 높음에도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 등을 제기하는 것을 뜻한다. 김씨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제기되자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기 위한 ‘국민 겁주기’”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형사처벌은 검찰이 담당하기 때문에 국가기구나 권력자는 별다른 부담이나 비용 없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개인이나 단체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가 된 개인이나 단체는 몇 년에 걸친 소송 끝에 결국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이미 소송과정에서 물리적·정신적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무죄판결 받아도 일반인 피해는 여전 지난 2009년 내부게시판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한 김동일 나주세무서 조사관의 경우가 그렇다. 김 조사관이 올린 글은 당시 언론 기사를 인용한 것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한상률 전 청장의 책임이 있다며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의 이유를 밝히라는 내용이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김 조사관의 일상은 파괴됐다. 그는 “30개월 수사를 받는 동안 검찰이 내 통화기록이나 팩스 수신기록 등을 다 추적했다. 한 마디로 신상을 턴 것이다”라며 “그런 과정을 거치면 누구나 고통을 받고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갖게 될 수밖에 없다. 다시 직장에 복직했지만 지금도 그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명예훼손이 형사절차로 가게 될 경우 압수수색이 들어가거나 인신구속까지 될 수 있다. 결과가 무죄로 나오더라도 끌려가고 잡혀가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간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2008년 서울시가 지하도상가의 임대차 계약을 기존의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꾸려 하자 상인연합회 측이 “오 시장이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 계약 방식을 바꾸려 하고 있다”며 반대집회를 열고 신문 광고를 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이 사안에 대해 무죄확정 판결을 내렸다. 소송이 마무리되는 데 꼬박 3년이 걸린 셈이다. 국정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MBC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제기한 사례도 대표적이다. 모두 국가기관이나 공무원들이 개인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됐던 사안들이며 대부분 무죄로 결론이 났다. 잦은 명예훼손 소송은 한국의 특수현상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공직이나 정치영역에서 명예훼손을 남발하는 사례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다”고 말하며 “법을 잘 아는 국회의원들은 자문을 받고 발언하는 경우가 많아 명예훼손을 피해가지만 일반 누리꾼들은 인터넷에 댓글이나 풍자만으로 명예훼손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잦은 명예훼손 소송이 한국 사회의 특수한 현상임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박주민 변호사는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명예훼손으로 투옥되는 사례의 28%가 한국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형사상 명예훼손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158개국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실제로 이 제도가 실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2005년부터 2009년 7월까지 55개월 동안 136명이 명예훼손으로 자유형을 선고받았다. 박주민 변호사는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이 그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명예훼손제도로 자신들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국가는 굳이 소송이 아니더라도 많은 수단을 가지고 있다. 언론을 통할 수도 있고 정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형사상 고소·고발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명예훼손법 개정을 당론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당론으로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진실적시명예훼손을 폐기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통합진보당은 총선을 앞두고 핵심 공약으로 형법상 명예훼손죄, 모욕죄 폐지를 내걸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우리 사회의 분쟁해결 능력이 떨어지다보니 소송으로 가지 말아야 할 사안까지 소송으로 간다”며 “사회적 해결, 언론중재위원회, 민사소송 등 사안별로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층위가 있는데 이러한 일들이 모두 명예훼손 형사소송으로 이어지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사회]명예훼손 소송 전성시대(2009. 04. 30)
2009. 04. 30 사회
언론보도에 정치인 등 소송 늘어… 언론사가 개인 상대로 제기하기도 4월 20일 민언련 및 시민사회단체가 조선일보사 앞에서 고 장자연씨 사건과 관련해 고소한 조선일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언론사가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언론사가 개인만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 ‘조선일보’는 ‘장자연 리스트’에 언급된 임원의 이름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이종걸·이정희 의원과 이를 기사화한 인터넷 뉴스매체 ‘서프라이즈’ 대표를 고소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조선일보사 앞에서 열린 집회와 언론 인터뷰에서 조선일보와 특정 임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대표,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나영정 진보신당 대외협력실 국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종걸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장자연 리스트’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조선일보’ 특정 임원을 거론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조선일보 이종걸·이정희 의원 고소 이 의원은 “국회의원에게는 면책특권이라는 헌법상 권한이 있어 권력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비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반박했다. 민언련 역시 ‘적반하장, 오만방자 ‘조선일보’를 규탄한다’는 성명서까지 내면서 명예훼손 소송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균 언소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조선일보’ 사장이 관련돼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조선일보’는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서 시민을 고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성명서를 통해 “정당과 시민단체 활동가까지 명예훼손 족쇄를 채우는 ‘조선일보’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조선일보’는 명예훼손을 취하하고, 경찰도 장자연 리스트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사가 개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례는 또 있다. 2월 12일에는 이에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1998년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대표적인 오보 50개를 선정, 전시에 ‘조선일보’의 이승복 사건 기사를 포함시켰다. 당시 조선일보는 이승복 사건을 작문이라고 주장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김 전 사무총장과 관련 기사를 쓴 언론사의 편집국장을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 대법원은 2월 김 전 사무총장에게 5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언론사가 개인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내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현상이다. 오히려 언론을 상대로 하는 ‘명예훼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이 언론을 상대로 하는 명예훼손이 급증하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정의한 명예훼손 소송은 사람의 품성이나 덕행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해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말하는 명예가 훼손됐다고 소송하는 것이다. (박용상 지음, 현암사)에서는 언론 자유가 확대되면서 명예훼손 소송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가권력에 대항해온 언론의 역할을 법원이 인정했기 때문에,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의 판례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정부의 언론 개방 정책으로 인해 매체가 급증했고, 유선방송과 인터넷 매체 등 신매체가 등장하면서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한 것. 기사를 찾는 경쟁이 치열해졌고, 개인 역시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는 인식이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언론을 상대로 하는 명예훼손 소송이 급증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이후 공직자나 정치인이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방송협회 정책실 윤성옥 연구위원이 40호에 쓴 ‘공인의 미디어 소송 특징과 국내 판결 경향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공인이 언론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윤 위원은 1989년부터 2006년까지 판결난 86건의 명예훼손 소송을 분석했다. 1989년부터 1995년까지는 매년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의 명예훼손 소송이 1~3건 정도에 머물렀지만, 1996년부터 4~9건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동관 대변인, 경향신문 고소 얼마 전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강남 룸살롱 행패 루머’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경향신문’ 편집국장, 정치부장,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장자연 리스트’의 유장호 대표도 “음해성 추측 보도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면서 3개 언론사 기자 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MBC 에 대한 수사를 위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강행하려고 했던 배경에는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식품부 정책관의 명예훼손 소송이다. 이 사건으로 10년 만에 언론인이 긴급 체포당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는 “북한이 남한의 한 남성을 억류하고 있지만 놀랄 일이 아니다”면서 “더욱 놀라운 것은 남한의 검찰이 문화방송의 한 프로듀서와 YTN 노조원들을 체포한 것”이라며 언론인 체포를 비꼬기도 했다. 지난해 6월 특수임무수행자회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추모 행사를 연 것에 대해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이를 비난하는 칼럼을 노컷뉴스에 썼다. 이에 특수임무수행자회는 3억 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얼마 전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3월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한 인터넷 언론을 상대로 잘못된 기사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하고, 정정보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반론보도와 손해배상 함께 청구 과거 명예훼손 소송은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 혹은 반론보도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정정보도 혹은 반론보도와 손해배상을 함께 제기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었다. 또 기사뿐 아니라 ‘만평’ ‘사설’ ‘사진’ ‘칼럼’ ‘인터뷰’ 등 다양한 보도 유형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내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을 때 받는 인용액수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언론소송 판결에서 법원이 인정한 위자료 액수는 1990년대 초반까지는 1000만 원 이하였고, 1억 원 이상의 배상 판결은 1996년에 처음 나왔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발간하는 에 따르면 2005년 인용액 최고액수가 8000만 원이었고, 2006년 9000만 원, 2007년 1억 원이었다. 명예훼손을 넓게 인정하면 언론 자유의 영역은 축소되고, 명예훼손을 좁게 인정하면 언론 자유는 양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명예훼손의 인정 여부는 판례를 통해 범위를 정해두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례는 명예훼손과 언론의 자유가 충돌했을 때 ▲피해자가 공적 인물 여부 ▲표현 내용이 공적 사안인지 여부 내지는 알권리의 객체로서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것인지 여부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외국의 경우 명예훼손 소송은 민사로 국한되는데, 한국은 형사 사건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형법 307조 1항과 2항에서 밝힌 명예훼손법이다. 형법에서 명예훼손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나라가 별로 없기 때문에, 언론 자유를 위해서는 형법상 명예훼손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 손형섭 연구원은 ‘프라이버시권·명예권·언론의 자유의 법적관계’ 라는 논문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형사상 진실한 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인정하는 현행 형법이 시대 변화에 적합한 입법 태도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형법 307조 1항이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정치인과 공인이 언론을 상대로 하는 명예훼손이 급증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윤성옥 연구위원은 “참여정부 들어 공인에 의한 언론사 상대 명예훼손 소송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대두됐다”면서 “공인의 명예훼손 소송 해결에 대한 논의는 진보-보수, 여-야 간 대립처럼 정치적 쟁점화해 현상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명예훼손법 전문 박용상 변호사 역시 “명예훼손 소송은 진정한 권리를 찾기 위한 것이지만, 요즘은 너무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명예훼손 소송이 비판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경향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언론의 취재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충고의 목소리가 있다.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를 그대로 보도하는 관행이나 과열 경쟁에서 오는 부정확성, 정보를 제대로 조사하거나 확인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오보를 내는 경우 등도 고쳐나가야 하는 등 언론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명예훼손이래도 좋다,X파일 수사만 해다오(2005. 09. 06)
2005. 09. 06 정치
‘노회찬 의원 ‘떡값검사’ 공개 의도… 불법 정치자금 배후 겨냥 “‘안기부 X파일’ 내용에 대한 본격수사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피소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촌철살인의 비유와 유머러스한 화술로 유명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그는 8월 26일 X파일과 관련 실명공개된 안강민·김진환 전 서울지검장 등이 자신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데 대해 이렇게 태연하게 대응했다. 소송결과에 따라 재산손실은 물론 신체상 구속이 따를 수 있는 사안이다. 만일 노 의원이 공개한 내용이 면책특권에 해당하면 고소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노 의원 역시 피장파장이다. 그가 공개한 정보가 증거효력을 갖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불법도청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훈수’ 영향 여부도 관심 그렇다면 이들의 고발로 ‘떡값검사’에 대한 검찰수사는 착수되는 것일까. 또 착수된다면 X파일 내용은 증거능력이 있는 것일까. 검찰 출신인 최병국 의원은 “일반적으로 고소요건이 갖춰진 경우 수사는 착수할 수 있지만 수사 착수와 증거능력 채택. 사법처리 여부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말했다.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를,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공개했음을 염두에 둔 해설이다. 독과독수 이론에 근거한 설명이다. 이 이론은 불법으로 취득한 자료, 증언 그리고 증거 또 그에 파생된 자료, 증언, 증거 역시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적용될지 여부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검찰 출신인 주성영 의원은 “국회의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이 광의의 의미에서 국회의원 발언에 해당되느냐, 해당되지 않느냐의 문제”라면서 “이와 관련된 판례가 없어 법률적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6년 당시 ‘국시발언파동’을 낳은 신민당 유성한 의원이 국회 본회의 발언 직전 배포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있었다. 노 의원은 이번 고소사건의 승부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는 “진실이 밝혀지면 승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소 자체를 수사착수와 공개한 자료의 증거능력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삼성 떡값이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또 정기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밝히라는 주장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 중단을 시사하는 발언이 검찰 수사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 대통령은 8월 24일 “1997년 대선자금은 시효가 다 지났다”고 전제하고 “그때 이회창·김대중 후보들을 지금 대선자금 문제로 조사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런 수준까지는 가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997년 한나라당의 대선자금사건, 일명 ‘세풍사건’은 재판까지 이미 마무리된 사건이다. 직접적인 자금 수수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기소조차되지 않은 채 이 사건은 마무리됐다. X파일은 그 사건의 중심에 삼성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시켰다. 즉 X파일의 핵심내용이 당시 이 후보에게 삼성이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이라는 얘기다.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 발언이 곧 삼성에 관한 수사 중단 요구로 해석되는 것도 이 때문. 최병국 의원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좋게 해석하면 증거능력이 없는 사건에 대해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라면서도 “나쁘게 말하면 검찰에 수사중단을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특히 천정배 법무장관이 1997년 당시 삼성이 이 후보의 동생인 회성씨에게 60억 원을 전달했다(이회성씨의 재판 진술)는 사실에 대해 수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노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법무부는 반응을 보였다. 법무부는 8월 24일 한명관 홍보관리관 명의로 ‘법무장관 발언 보충설명’이라는 이름이 붙은 자료를 냈다. 이 자료는 법무부 기자실은 물론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엔 팩스밀리로, 일부 국회출입 기자에겐 이메일로 그 내용이 전달됐다. 법무부가 지방검찰청이나 국회 담당기자에게 보도자료를 보내는 일은 흔치 않다. 그 자료는 “노 대통령과 ‘세풍사건과 관련해 당시 수사상황을 검토하겠다’는 천 장관의 얘기는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정치권은 그 얘기들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노회찬 의원의 한 측근은 “법무부가 사실상 노 대통령의 ‘지시’에 충실이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에 대한 엄중 심판도 압박 어떻든 노 의원은 X파일 파문을 확대재생산해 왔다. X파일에 나오는 ‘떡값 검사들’ 의 실명공개와 세풍사건 과정에서 ‘떡값 검사가 삼성 보호’ 주장을 통해 파문을 증폭시켰다. “정경유착의 중심에 있는 삼성에 대한 엄중한 심판 없이 깨끗한 정치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게 노 의원이 나선 이유다. 노 의원의 소기목적은 지난 8월 23일 달성되는 듯했다. 천 장관은 “X파일 사건에 대해 검찰은 특히 사회의 여러 강자 앞에서 조금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강력한 검찰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검찰이 세풍사건 수사기록을 재검토함으로서 검찰수사의 창끝이 삼성을 향해 일보전진한 듯했다. 천 장관의 답변을 전해 들은 노 의원측은 “우리가 의도한 대로 2단계까지 잘 되어가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노 의원의 X파일에 대한 접근전략은 2단계로 집약된다. 1단계는 삼성의 범법행위를 환기시키는 것. 떡값검사의 명단을 공개하고 그들이 또 삼성의 비호세력이라고 몰아가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2단계는 삼성의 불법을 구체적 사례를 공개해 수사압박을 하는 것이다. 명단이 공개된 전직 검찰들이 고소해오자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반기는 것도 그와 맥락을 같이 한다. 노 의원은 “세풍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밝히지 못한 것은 정치자금 제공의 배후”라면서 “X파일은 재판과정의 의문점을 풀어주기에 충분하다”고 수사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재판기록에 의하면 세풍사건 재판과정에서 이 전 후보의 동생인 회성씨가 60억 원을 삼성으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했다. X파일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시로 수십억 원의 대선자금이 이 전 후보측에 전달했을 개연성을 보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대선자금의 수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천 장관이 8월 25일 국회 예결위에서 “1997년 세풍사건에서 공소시효가 남은 것은 수사기록을 점검한 후 적법한 수사단서가 된다면 수사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1997년 당시 정치자금법으로는 아무리 거액의 정치자금이 오가도 대가성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 삼성은 사정이 다르다. 대가성이 있는 자금에 대해서는 특가법상 배임·수재혐의가 적용되며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검찰의 의지 여하에 따라 삼성이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막강한 경제권력을 두고 벌리는 노회찬 의원의 ‘투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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