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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12,202 건 검색)

오세훈, 윤석열 ‘외환죄’ 포함한 특검법에 “문재인처럼 침묵하란거냐”
오세훈, 윤석열 ‘외환죄’ 포함한 특검법에 “문재인처럼 침묵하란거냐”
2025. 01. 10 13:59지역
... 도발하는 상황”이라며 “북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고, 우리 혈세로 지은 건물을 폭파해도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침묵하거나 중국에는 그저 ‘셰셰’하면 된다는 이재명 대표처럼 처신해야 한다는...
오세훈윤석열특검법문재인이재명중국
검찰, ‘문재인 정부 사드 정보 유출 의혹’ 압수수색
검찰, ‘문재인 정부 사드 정보 유출 의혹’ 압수수색
2025. 01. 09 11:41사회
... 감사 과정에서 사드 관련 정보를 중국 측과 반대 시민단체에 유출한 혐의가 포착됐다. 감사원 등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국방부 실무진이 주한중국대사관 소속 무관에게 군사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어둠 몰아내는 새 아침의 태양처럼 희망과 위로 나누자”
문재인 “어둠 몰아내는 새 아침의 태양처럼 희망과 위로 나누자”
2025. 01. 01 09:25정치
... 올린 사진. 김정숙 여사와 함께 한 뒷모습으로 추정된다. 문 전 대통령 SNS 갈무리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5년 새해를 맞아 “어둠을 몰아내는 새 아침의 태양처럼 희망과 위로를 나누자”고 밝혔다. 문...
문재인 “무안공항 사고, 참으로 비통···수습에 만전 기해달라”
문재인 “무안공항 사고, 참으로 비통···수습에 만전 기해달라”
2024. 12. 29 16:28정치
...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군 장병들이 사고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참으로 비통하다”며...
문재인무안공항무안국제공항항공기사고사고

스포츠경향(총 1,828 건 검색)

김동연 지사 “문재인 전 대통령, 큰 역할 당부”
김동연 지사 “문재인 전 대통령, 큰 역할 당부”
2024. 03. 05 20:25 생활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5일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제게 더 큰 역할을 하라는 당부의 말씀이 있었다”며 “저도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부인 정우영씨와 함께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 내외와 차담을 했다. 김동연 지사는 문 전 대통령 예방 후 평산마을회관 입구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이 처한 현실과 미래, 또 대한민국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폭주와 국정 운영 대한 걱정도 나눴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당에 대해서도 혁신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문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더 큰 역할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더 큰 역할이 어떤 의미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경기도지사로서, 또 당의 중요한 자산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해달라는 말씀을 주셨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는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었지만, 문 전 대통령님 말씀을 자세히 밝히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 내외는 앞서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참배에는 김해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민홍철·김정호 의원이 동행했다. 김동연 지사는 너럭바위를 만지며 과거 회상과 다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제가 대한민국 25년 뒤 국가 전략인 ‘비전 2030’을 만들었는데 그때 노 전 대통령이 가졌던 포부와 미래에 대해서 함께 일했던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 유지를 받들어 사람 사는 세상, 또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제가 더 많이 기여해야겠다는 다짐을 잠깐 했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오는 6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11회 전국 명문고 야구 열전 개막식 시구를 끝으로 1박 2일간 PK(부산·경남) 일정을 마무리한다.
[전문] “이선균 사망, 안타까워” 애도…문재인 前대통령, 후진적 수사·보도 비판
[전문] “이선균 사망, 안타까워” 애도…문재인 前대통령, 후진적 수사·보도 비판
2023. 12. 28 15:19 연예
고 이선균(왼쪽), 문재인 전 대통령. 연합뉴스 갈무리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고(故) 이선균을 애도하면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를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28일 개인 SNS 페이스북에 “배우 이선균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후진적인 수사 관행과 보도 관행을 되돌아보고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추모했다. 더불어 “수사기관의 수사행태와 언론의 보도행태가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보여 더욱 가슴 아프다”며 “지금처럼 범죄혐의가 확인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공표되거나 언론으로 흘러나가면서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고, 과도하게 포토라인에 세우는 등 명예와 인격에 큰 상처를 주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모는 일은 이제 끝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선균은 지난 27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 인근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8세. 이선균의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고인의 장지는 전북 부안군이었으나 28일 오전 수원장으로 변경됐다. 발인은 오는 29일 엄수된다.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장례는 유가족 및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라며 “부디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 및 이를 토대로 한 악의적인 보도는 자제해 주시길 정중히 부탁린다”고 했다. ■ 이하 문재인 前대통령 개인 SNS 전문. 배우 이선균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합니다. 영화와 드라마로 친숙했던 배우여서 마치 잘 아는 지인이 세상을 떠난 것만 같습니다. 수사기관의 수사행태와 언론의 보도행태가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보여 더욱 가슴 아픕니다. 이처럼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후진적인 수사 관행과 보도 관행을 되돌아보고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처럼 범죄혐의가 확인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공표되거나 언론으로 흘러나가면서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고, 과도하게 포토라인에 세우는 등 명예와 인격에 큰 상처를 주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모는 일은 이제 끝내야 하겠습니다.
‘너의 순간’ 문재인 전 대통령, 특별 상영회 등장
‘너의 순간’ 문재인 전 대통령, 특별 상영회 등장
2023. 08. 29 11:00 연예
문재인 전 대통령. 영화로운 형제, 후앤유아츠㈜ 제공. 8월 16일 개봉한 영화 ‘너의 순간’이 특별한 이벤트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8일 경남 양산에 있는 롯데시네마 양산물금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특별 상영회에 등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극 중 주인공 정후의 아버지로 출연한 사진작가이자 배우 이상일과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 작품을 관람하게 됐다. ‘너의 순간’은 옥자연, 우지현 주연의 영화로, 아픔을 가진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며 성장해 가는 독특한 로맨스 영화다. 문재인 전 대통령. 영화로운 형제, 후앤유아츠㈜ 제공. 지난 8월 16일 전국 주요 예술영화관에서 개봉한 이래 다양한 이벤트와 GV를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이 작품은 옥자연, 우지현 등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가는 배우들 외에도 이 영화 속 주요 소재인 사진에 대해 많은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은 사진작가 이상일도 직접 정후의 아버지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영화로운 형제, 후앤유아츠㈜ 제공. 경남 양산 지역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소통을 이어왔던 이상일은 자신이 영화배우로 처음 출연하게 된 이 영화 ‘너의 순간’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이야기했고, 이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흔쾌히 극장에서의 관람을 요청해 이번 특별 상영이 성사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후, 이어진 GV까지 함께한 것은 물론, GV가 끝난 후 무대에 직접 내려와 영화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특히 주인공 정후의 아버지로 출연한 이상일 배우에 대해 “같은 마을에 사는 마을 주민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다”며 자랑스러워하는 대목에서는 관객들의 웃음이 쏟아졌다. 한편, 영화 ‘너의 순간’은 전국 주요 예술영화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화제의 책] 문재인 정부 1826일의 생생한 기록 ‘나의 청와대 일기’ 눈길
[화제의 책] 문재인 정부 1826일의 생생한 기록 ‘나의 청와대 일기’ 눈길
2023. 07. 30 12:53 생활
‘나의 청와대 일기’ 표지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일한 윤재관이 청와대에서 5년 동안 쌓은 기억을 세상 밖으로 풀어놓는다. ‘나의 청와대 일기’(한길사)를 통해서다. 저자는 ‘남북의 역사적 만남’으로 불리는 판문점 도보다리 일정 아이디어를 낸 인물이다. 2017년 대선 개표일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하는 날까지 1,826일 동안 누구보다도 가까운 거리에서 문재인 정부를 지켜봤다. 청와대 사람들의 출퇴근부터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실생활 이야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매력과 엄격함,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한 치밀한 물밑 작업, 그리고 세월을 돌려 되돌리고 싶은 후회의 순간까지 현장에 있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상황이 일기 속에 생생히 담겼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청와대 본관과 여민 1·2·3관을 모두 거치며 수많은 동료와 함께한 저자는 전임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초유의 사태로 인수위도 매뉴얼도 없는 상황에서,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며 일했다.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으로서는 문재인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전하는 일을 했다. 그런 저자가 풀어놓는 청와대 뒷이야기는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청와대라는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땀내 나는 이야기는 어디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비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편 저자는 무급 국회의원 인턴으로 시작해 뚜벅뚜벅 한 계단씩 올라 청와대 1급 비서관까지 지냈다. 24년 전 처절한 고립의 5·18에 연대의 손길을 건네준 비호남 출신 분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국회를 찾아간 것이 오늘까지 이르게 했다. 2012년부터 이어진 ‘문재인’과의 동행 역시 그런 측면에서 운명이었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경영대 겸임교수와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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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프리뷰]문재인입니다 - 자연인이 된 전직 대통령의 일상(2023. 05. 05 12:20)
2023. 05. 05 12:20 연예
영화는 사저 건너편에서 보수 유튜버들이 만들어내는 소음도 BGM처럼 담았다. 그럼에도 묵묵히 나무를 심고 풀을 뽑는 문재인 전 대통령. 거기에 문 정부 때 주요의사결정 뒤 ‘일화’들을 당시 청와대 인사들 증언을 통해 보여준다. 제목 문재인입니다(This is the President) 제작연도 2023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15분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이창재 출연 문재인 외 개봉 2023년 5월 10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제공/배급 (유)엠프로젝트 제작 다이스필름 엠프로젝트 고민했다. <문재인입니다> 시사회가 있던 날 오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약칭 <가오갤>의 시사회가 잡혔다. 마침 제작하는 잡지가 윤석열 집권 1년을 주제로 관련 기획기사를 펼치기로 해 이 코너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퇴임 1년에 초점을 맞춰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일찍부터 시사회를 신청해 놓은 참이었다. 영화가 소구력을 가질 관객층은 우려했던 대로 시사회장을 찾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역시 <가오갤> 때문일까. 영화를 보러가며 ‘이 영화는 어떤 사람들에게 소구력을 갖는 영화일까’라고 생각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4월 말 조사해 5월 3일 발표한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 중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16%로, 노무현 30%, 박정희 23%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윤석열 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10%다. 참고로 이 조사는 대통령 개개인을 따로 조사한 것이 아니라 ‘여덟 명의 전·현직 대통령 중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사람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 그러니까 영화를 보러갈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거나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팬덤을 넘어서는 소구력을 가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엔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상당수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예컨대 자막에서 기자 출신으로 표기된 강민석의 문재인 정부 당시 직책은 대변인이었다.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변호사 활동을 한 것으로 나오는 김외숙 변호사의 표기되지 않은 직책은 ‘전 법제처장이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수석 비서관’이다. 영화는 지난 5년간, 그리고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부산에서 ‘변호사 문재인’과 함께했던 사람들까지 찾아가 그 주변 인사들의 회상을 담은 역사의 기록이다. 영화에는 문재인 대통령 사저 건너편에서 “문재앙 사형” 등 극단 주장을 폈던 보수 유튜버들이 만들어내는 소음 역시 BGM처럼 같이 담겼다. 그럼에도 입을 꾹 닫고 묵묵히 나무를 심고 풀을 뽑는 문재인 전 대통령. 청와대에 있을 때부터 자연과 동물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생활이 퇴임 후 양산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영화는 묵묵히 느린 템포로 기록한다. 자연인으로 돌아온 전직 대통령의 잔잔한 일상. 거기에 문재인 정부 때 내린 주요의사결정 뒤의 ‘일화’들을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인사들의 증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보수 유튜버들이 만들어내는 ‘소음공해’에 묵언수행을 깨고 부인 김정숙 여사가 분노해 쫓아가는 장면 역시 순간 포착한다. 서글픈 만화경이다. 극단적으로 갈라져 서로를 악마화하는 한국 정치 내지는 팬덤의 민낯을 드러낸다.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되새기는 이들은 4년 후 퇴임할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겪을 모욕과 고난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영화는 절정부에서 문 대통령 자신의 말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퇴임 전날 오후 6시, 청와대에 들어간 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퇴근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 저는 성공한 대통령이었습니까?” ‘성공한 대통령이었을까’라는 화두 퇴임 후 1년이 지났다. 그의 뒤를 잇는 민주당 정부, 민주당 측 수사로 ‘민주정부 4기’를 창출하지 못한 것만으로도 성공한 대통령이 아니라 실패한 대통령이었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언급하듯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현 대통령’이 반대 정파로 넘어가 반문(反文)을 내세워 대통령이 된 초유의 사건을 예견하지 못했다. 아마 훗날 사가들로부터 다양한 평가를 받을 대목이다.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영화에 출연한 청와대 인사들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선한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일찍이 마키아벨리도 설파했듯 “모든 면에서 완벽한 선을 추구하는 사람은 악한 사람들 속에서 파멸하기 쉽다”(<군주론> 15장). 물론 군주는 선한 의지를 가져야 하지만 그 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악함을 이해하고 때로는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마키아벨리가 강조한 군주가 가져야 할 자세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다. 감독의 두 대통령 영화에 나오는 전직 대통령 영화사풀 영화가 끝난 뒤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는데 회사 일정상 참석하지 못했다. 물어보고 싶은 건 많다. 예컨대 기자도 과거 기사를 썼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그리고 검찰총장 천거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렸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역할 같은 건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영화에서도 묘사가 돼 있는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청와대 전·현직 직원들이 마련한 자리에 양 전 원장도 참석했다. 기자와 만난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양 전 원장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한 후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그랬듯,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청와대에 안 들어간 대신 퇴임 후 낙향하면 비서실장 자리를 맡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적이 있다. 그 바람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감독의 전작은 <노무현입니다>(2017)이다. 이 작품은 따로 리뷰하지 않았고, 나중에 개봉 후 가족과 함께 봤다. 노 대통령의 사망 이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영화의 중심내용은 2002년 경선 과정에서 ‘노풍(盧風)’의 등장을 다뤘다. 아마 생전의 노 대통령도 가장 자랑스러워했을 때일 것이다. 영화의 트레일러, 그리고 엔딩 장면에 부산에 출마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명함을 돌리는 장면이 나온다(사진). 행인들은 ‘미래의 대한민국 대통령’을 몰라보고 불쑥 내미는 명함을 받지 않고 외면하고 피해 간다. ‘수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 대통령은 홀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간다. “선봉에 서서 하늘을 본다. 고향집 하늘 위엔 굴뚝 연기가…” 1980년대를 풍미한 운동권 노래 <선봉에 서서>다. 아마도 3당 합당 후인 1992년 부산 동구 총선에 출마해 낙선했을 때 찍힌 숏일 것이다. 30년 후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은 퇴임 후 자신의 집 안마당에서 농사일을 하며 보수 유튜버들의 확성기 조롱을 듣고 있다. 묘한 대비를 이루는 장면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여운이 남는 영화다.
시네프리뷰
문재인 전 대통령도 검찰 포토라인 설까(2022. 10. 28 11:01)
2022. 10. 28 11:01 정치
ㆍ검찰, ‘서해 공무원 피격’ 등으로 전 정권 조준… 감사원, 중간발표 등 여론전도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1월 청와대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답했다. “저는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하고 계속 연관을 가진다든지 그런 것을 일체 하고 싶지 않다. 일단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고 나면 그냥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9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배웅 나온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 한수빈 기자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대통령이 끝나고 난 이후 좋지 않은 모습, 이런 것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답변이 끝나자 좌중에서 웃음이 나왔고, 이에 문 전 대통령도 웃었다. 전직 대통령들처럼 검찰수사를 받는 등 고초를 겪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취지로 해석됐다. 질문 내용을 봐도 그렇다. “국민은 늘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좋지 않은 뒷모습을 봐야 했고, 그것이 국민에게는 어쩌면 상처로 남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임기 후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가.” 정권이 바뀌고 검찰의 칼끝이 문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두고 검찰수사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미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의 서면조사를 시도하기도 했다. 퇴임 후 검찰수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5명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시도 문재인 정부의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지난 10월 22일 구속됐다.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가 북한 서해역에서 피살·소각된 사건과 관련해서다. 서 전 장관은 서해 피격 사건 당시 북한을 상대로 한 감청정보 등 군사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무단 삭제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결론과 어긋나는 정보를 숨기려는 의도로 검찰은 의심한다. 김 전 청장도 해경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자진 월북 시도라는 결론에 부합하지 않는 증거를 고의로 배제하고 일부 증거를 왜곡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에 따라 검찰은 두 사람이 청와대 등 윗선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 등을 집중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감사원의 서해 피격 사건 감사결과를 봐도 이런 예상이 가능하다. 감사원은 지난 10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안보실,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 해경 등 주요 관계자 20명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감사원은 지난 9월 28일 문 전 대통령의 조사가 필요하다며 질문서를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은 질문서 수령 자체를 거부했다.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례적 ‘중간발표’… 여론전? 이 때문에 검찰수사 상황에 따라 문 전 대통령도 조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은 검찰과 감사원 사이에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다. 두 기관은 이를 부인한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인사 20명을 수사 요청하는 내용의 중간 결과를 급히 발표한 것을 두고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일종의 ‘여론전’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10월 27일 “감사원이 위법 감사로 수사 중인 사실을 공표하고 검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여과 없이 공표되는 것에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실제 감사원이 ‘중간발표’ 형식으로 감사결과를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다. 감사원은 지난 7월부터 진행한 실지(현장)감사를 마치자마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통 감사원은 실지감사를 끝낸 뒤 최종 결과가 담긴 ‘감사보고서’를 작성한다. 이어 감사위원회가 감사보고서를 의결하면 이를 공개한다. 실지감사가 끝난 뒤부터 감사위의 의결까지는 보통 2~4개월이 걸린다. 중간에 ‘감사마감회의’도 열어야 한다. 이 회의는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을 놓고 피감사 기관의 업무처리 경위와 향후 대책 등 의견을 듣는 절차다. 피감사 기관이 제시한 의견과 함께 이를 감사원이 재차 반박하는 내용까지 감사보고서에 담는다. 이번 서해 피격 사건 감사는 현재 감사마감회의 단계에 있다. 향후 감사위의 의결까지 거치는 과정에서 결과 내용이 다소 변경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201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정리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감사보고서 작성 완료 전에 이번처럼 중간발표를 한 적도 있으나 흔치는 않다. 기존 유사한 사례를 묻는 질문에 감사원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감사원 홈페이지의 ‘감사결과’란을 보면, 가장 최근 사례는 2014년 7월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였다. 당시 구체적인 감사 내용이 담긴 별첨자료의 맨 앞장에는 “본 감사 진행 상황은 아직 감사위원회의 최종 의결을 거치지 않은 사항으로 최종 감사결과는 변경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이 있다. “월북 시도 배치 정보 검토·분석 안 해” 감사원은 안보실과 국방부, 국정원, 해경 등이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내는 과정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안보실의 지시에 따라 월북을 속단하거나 증거를 끼워 맞췄다고 감사원은 주장했다.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실종됐다. 22일 오후 피살돼 시신이 불에 탔다. 그사이 국방부는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안보실은 23일 새벽 1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직후인 새벽 3시쯤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밈스에 담긴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의 삭제를 지시했다. 비슷한 시각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첩보보고서 46건을 삭제토록 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서 전 안보실장은 23일 오전 8시 30분쯤 문 전 대통령에게 이씨의 피살·소각 사실을 최초로 대면보고했다. 이후 안보실은 이씨의 자진 월북 내용을 기초로 종합분석결과를 작성토록 국방부에 지시했고, 국방부가 이에 따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국방부는 10월 6일에도 같은 결론이 담긴 분석결과를 작성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국방부가 월북 시도와 배치되는 정보는 분석·검토하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이씨가 착용한 구명조끼에 ‘한자(漢字)’가 적혀 있는데도 남한의 조끼로 단정했고, 이씨가 중국 어선에 탄 정황도 살피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주장했다. 안보실도 월북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으로 대응하라는 지침을 국방부 등 관계기관에 하달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이씨의 시신 소각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도 석연찮다고 봤다. 국방부는 당초 북한이 이씨의 시신을 소각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이 25일 통일전선부 명의로 대남통지문을 보낸 뒤 정부의 기류가 변경됐다고 감사원은 봤다. 통지문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가 담겼다. 북측은 “불법 침입자”에게 사격을 가했지만 시신 소각은 부인했다. “부유물을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튿날 “부유물이 아닌 시신 소각”으로 판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7일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시신 소각 여부를 두고 국방부에 재분석을 지시했다. 안보실은 이후 별도의 분석 없이 ‘추가 조사가 필요하고 최종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입장을 변경해 대응토록 관계기관 지침을 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관계자들이 지난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북풍 사건화, 정치보복” 당사자들과 더불어민주당은 반발했다. 노 전 비서실장, 서 전 안보실장, 박 전 국정원장 등은 지난 10월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안보 관련 문제를 북풍 사건화해 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에 매달리고 있다”라며 “관련 사실들을 자의적·선택적으로 짜맞추면서 사건을 왜곡·재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청와대가 정보·첩보 생산 기관에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회의에서도 이런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국방부와 국정원의 첩보 자료가 삭제된 것을 놓고 “민감한 정보가 불필요한 단위까지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배포선을 조정한 것뿐”이라며 “은폐하려 했다면 청와대의 밈스 첩보는 전혀 손대지 않고 그대로 뒀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월북) 첩보 내용을 있는 그대로 판단에 포함시킨 것을 어떻게 조작으로 몰고 갈 수 있나”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관계가 부정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전 원장은 “감사원은 청와대 심야 회의 후에 국정원이 자료를 삭제했다고 했으나, 국정원이 나를 고발한 고발장에는 아침에 삭제했다고 나와 있다”라며 “없는 사실을 지어내고 있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현 정부의 국정원은 자신들이 합참보다 51분 먼저 이씨의 표류 상황을 인지했다는 감사원의 결과는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하기도 했다. 노 전 실장 등은 “현 정부는 월북이 아니라면 다른 실종 원인의 명확한 근거와 판단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기록관 두 달째 압수수색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을 북송했다. 당시 이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뒤 도피 목적으로 월남해 귀순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10월 19일 노 전 비서실장을 불러 조사했다. 그는 북송 방침을 결정하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탈북민을 강제로 북송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본다. 탈북의 의도가 어떻든 북송 자체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이 대통령기록관을 지난 9월부터 두 달 가까이 압수수색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문 전 대통령이 북송에 관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객관적 물증을 찾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10월 20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문 전 대통령의 조사 여부를 두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 일체 다른 고려 없이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전직 대통령은 그 재임기간에 국가와 국민을 대표한 분이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인물이다.
표지 이야기
[박상영의 Re:코노미]문재인 정부 ‘어공’은 왜 실패했나(2021. 06. 04 15:42)
2021. 06. 04 15:42 경제
ㆍ임기 말 내각의 관료 비율 늘어… 기재부 출신의 약진 두드러져 “정권 말은 관료의 시간이다. 개혁과제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권 초기가 정치의 시간이었다면 정권 말은 리스크 관리를 하게 된다. 산에서 내려갈 때 급하게 가다 보면 다칠 수 있지 않나.” 세종시 기획재정부 전경 / 기획재정부 제공 경제부처 한 고위 관료는 정권 말을 이같이 표현했다. 실제 문재인 정권의 경우,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내각에서 관료 비율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초기만 해도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는 인원(부처 17곳+경제수석) 중 관료 출신은 3명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부(6명), 박근혜 정부(8명)에 비교해 확연히 낮은 비율이다. 보수 정부가 관료 출신을 선호한 것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개혁 성향의 시민단체와 학계 출신을 적극적으로 등용한 결과였다. 집권 마지막 해에 접어들면서 관료 숫자는 9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4월 지방자치단체장 재보궐 선거 직후, 학계 출신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퇴하고 관료 출신인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이 국토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관료 비율은 늘어났다. 청문회 과정에서 박준영 전 해양수산부 차관이 낙마하지 않았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개각 당시(10명)와 같은 규모다. 경제부처 관료 비율 3→9명으로 껑충 기재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경제관계장관회의 참석자 중 기재부 출신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노형욱 국토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안일환 경제수석 등 5명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기재부 출신이 4명, 박근혜 정부에서는 5명이었다. 최근 청와대 정책실장에 기재부 차관을 지냈던 이호승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임명되면서 청와대·행정부 주요 정책 결정자는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관료들은 문재인 정부가 관료에 의존하게 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한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수십년 동안 밖에 있다가 갑자기 관료사회에 오게 되면 장관이더라도 절대 조직을 장악할 수 없다” “업무 파악만 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결국 정권 초 추진했던 개혁과제 추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관료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한 전직 고위관료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처럼 장관이 되기 전부터 개혁과제를 연도별로 꼼꼼하게 준비한 사람도 막상 실무진이 보고할 때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지시를 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좁은 인재 후보군도 관료에 대한 의존도만 높였다. 경제부처 한 고위관료는 “현 정부는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후보군으로 먼저 정한 뒤, 자리가 비면 그 후보군에서 뽑는 방식이었다”며 “어느 자리는 후보군이 넘치는 반면, 어떤 자리는 후보군이 없어 연관성이 별로 없는 분야에서 일한 분이 선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당 한 중진 의원도 “자기 사람들로만 돌려막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관료만 남게 됐다”며 권력 기반을 스스로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야당일 때도 당내 경제전문가가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있었는데 집권 4년차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집권 당시 여당 의원을 기재부 장관에 등용했던 보수정부와 달리 민주당은 관료 출신만 기용했다. 지금도 야당인 국민의힘에 경제전문가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포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재부 출신이 약진하는 것에 대해 관료사회에서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다. 의사결정 과정은 빨라질 수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는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경제부처 한 관료는 “한진해운 건만 해도 구조조정 주도권을 기재부가 갖다 보니 금융 논리만 반영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도 제기됐다”며 “대규모 실업과 지역경제 위축 등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됐으면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협소한 인재풀… 결국 관료에 의존 대안은 무엇일까. 관료들은 실무 단계부터 우수한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부처 과장급 한 인사는 “진보 정부의 약점은 인재풀이 협소하다는 것”이라며 “인재풀을 넓히기 위해 시민단체나 학계 출신을 과장급 단계부터 선발해 실무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이들이 우수한 장관 후보군이 되지 않겠냐”며 “관료를 견제하려면 우수한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부처별로 외부 인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개방직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 핵심 업무에서 배제되고 임기도 대개 3년으로 한정됐다. 이마저도 사실상 공무원 재취업 자리로 이용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5년간 부처별 개방형 직위 임용현황’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개방형 직위를 통해 채용한 경력자 1731명 가운데 880명(51%)이 공무원이었다. ‘개방형 직위’는 공직 내·외부에서 적격자를 임용할 수 있어 공무원 임용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조직에 적절한 자극과 활력을 불어넣자는 제도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관료사회의 정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인사혁신처도 역량을 갖춘 민간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헤드헌팅’ 제도를 도입했지만, 지난 5년 동안 영입된 인원은 53명에 그친다. 이 때문에 임기 제한을 없애거나 다른 공무원처럼 고위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개방직으로 채용된 한 관료는 “분야는 점점 전문화·세분화 되는데 중앙부처는 1년 단위로 인사가 나기 때문에 전문성을 쌓기 어려운 구조”다. “경쟁력을 쌓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부처에서는 외부 인사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뽑지 않으려고 한다”며 “결국 인사혁신처 등에서 의지를 갖고 압박하지 않으면 외부 수혈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상영의 Re:코노미
[주간 舌전]“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주간 舌전]“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2021. 01. 22 15:39)
2021. 01. 22 15:39 정치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평가하며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 / 강윤중 기자 1월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총장의 자세에 대한 주문으로 받아들인다”며 “검찰개혁의 대의를 실현하는 데 검찰과 법무부가 함께 노력해 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잘 마무리하라는 뜻”이라며 “검찰개혁 부분에 대해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동안 윤 총장의 탄핵을 주장해온 민주당 내 인사들은 입장이 애매해졌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5일 페이스북에 “국회에서 윤 총장 탄핵안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12월 30일에도 “윤석열을 탄핵하지 않는다면, 이들 기득권 카르텔은 끊임없이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대통령의 행정권을 계속해서 공격할 것”이라며 탄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 기자회견 다음 날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 흠집내기가 도를 넘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회견 관련 글을 남겼지만, 윤 총장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주간 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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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직격 인터뷰]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대선 후보 직격 인터뷰]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2012. 11. 06 17:37 화제
ㆍ사람과 사회를 생각하는 따뜻한 원칙주의자 유신정권에 맞선 대학생으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선 인권변호사로, 참여정부 시절 참모로, 원칙과 사명에 따른 삶을 살아온 문재인 대선 후보는 이제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리더로서 새로운 운명에 맞서고 있는 중이다. 대선 D-60, 문재인 후보를 만났다. 부인이자 가장 든든한 조력자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인터뷰에서 한꺼풀 벗은 문 후보를 만날 수 있었다. 브라운 컬러로 재킷과 스커트를 맞춰 입은 부부가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문재인 대선 후보는 지난 6월 대선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두 달간의 민주통합당 경선을 치렀고, 민심과 여론을 듣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숨 가쁜 대선 레이스를 달려오는 동안 줄곧 함께였지만, 두 사람이 정식으로 언론 에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였을까, 고된 일정을 마치고 저녁 늦게 시작된 인터뷰에도 문 후보는 한결 편안한 모습이었고 인터뷰 역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무엇보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모습, 그리고 확고한 정치 철학을 들어볼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었다. 운명을 받아들이다 “40대 이후 최고의 일탈은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문재인 후보는 정치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참여정부 퇴임 이후에는 경남 양산에 스스로를 ‘귀향 보내듯’ 가 보금자리를 틀었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소박한 농부의 삶을 꿈꿨다. 그런 그를 다시 국민 앞에 서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책 「운명」에서 ‘더 이상 절망의 시기가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한다’라고 썼다. Q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되신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계신데, 지난 한 달 동안을 지내온 소감은 어떠신지, 그리고 그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무엇인지요? A ‘선거는 체력전’이라는 말을 절감하고 있어요. 그동안 건강관리를 꾸준히 해온 편이었는데, 워낙 강행군이다 보니 체력이 달립니다. 몸이 아프면 국민들에게 염려를 끼치는 것이라는 아내의 이야기도 듣고 있고요. 대선 후보가 된 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쌍용차 치유 공간인 ‘와락센터’를 찾았는데, 그곳에서 만난 한 해고자의 부인이 생각납니다. 제 이야기를 마치고 마이크를 넘겨드렸는데 말씀도 꺼내시기 전에 복받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말하지 않아도 그 절박함이 느껴져서 저를 비롯한 그곳에 계신 분들이 모두 따라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와 가족들이 무려 스물세 명이나 됩니다. 해고가 곧 ‘죽임’이라는 사실에 몸이 떨렸습니다. 그들에게 국가가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몸이 떨렸고요.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한 자리였습니다. 그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문재인 후보님 못지않게 김정숙 여사님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실 듯합니다. 정치인 아내 입문 소감은 어떤지, 요즘 하루 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우선 아침 7시에 일어나 텃밭에 심은 채소에 물을 주고 아침 식사를 준비합니다. 요즘 남편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식사는 주로 단백질 위주로 챙기고 있어요. 그러고 나서 남편이 입고 나갈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고르죠. 요즘에는 저도 공식 일정이 많아졌어요. 관심 분야부터 잘 모르는 분야까지 하루에 네다섯 가지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금세 저녁이 되더라고요. 사실 이제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에요. 하지만 남편의 선택을 존중하고 저의 노력이 남편에게도 힘이 된다면 괜찮습니다. 현장에서 소중한 이야기를 들을 때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Q 최근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시고 많은 눈물을 흘리셔서 화제가 됐습니다. 원래 눈물이 많으신 편인가요? A 요즘 눈물이 많아졌어요(웃음). 원래 영화나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 눈시울이 자주 붉어지는 편인데, 이번처럼 사람들 앞에서 대책 없이 울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개혁이라는 것은 현실에서 이미 이익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의 반대에 늘 부딪히게 마련입니다. 그 벽을 깨는 것이 참 힘든데 그런 부분을 영화에서 보여주었더군요. 무엇보다 곳곳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중용외교 때문에 관료들에게 공격받는 장면이라든지, 중전의 폐위를 주장하는 신하들에게 “조강지처를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하는 장면이라든지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감정 수습이 안 돼서 혼났어요. 밖에는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울면서 나갈 수도 없고, 수습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결국 들켰지요(웃음). Q 이번 대선이 ‘문재인의 운명’, ‘박근혜의 꿈’, ‘안철수의 생각’ 간 대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통령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기까지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은 무엇인가요? A 사실 그동안 정치가 제 운명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사회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었죠. 그러다 현 정부 5년 동안 너무나 많은 국민들이 상처 입고 도탄에 빠지는 것을 보며 차츰 저의 사명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두 분의 서거입니다. 특히 노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참 힘들었습니다. 단지 슬픔 때문에 힘든 것만은 아니었어요. 검찰의 표적수사와 정치적 탄압이 있었고 민주주의의 파탄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하고 넘겨주며 발생한 일에 대한 책임감과,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국민께 송구스러운 마음이 컸습니다. 다시 바로잡아야겠다는 사명감도 점점 강하게 자리를 잡았고 결국 제가 감당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저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Q 참여정부 시절부터 참모 역할을 해오셨는데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지도자로서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있습니다. A 저는 카리스마가 장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카리스마가 지도자의 덕목이라 말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일종의 영웅주의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오히려 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드럽고 겸손한 수평적인 리더십이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이번 대선 후보들을 보면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도 소통을 강조하고 있고요. 그 안에서 자신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대중과 소통할 때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대중 정치인으로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모두 부드럽게 보이려고 노력하지요. 그 안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들을 듣고, 존중하고, 공감할 줄 아는 마음이 체화돼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체질적으로 민주적인 사고나 경험이 체화돼 있는 것과 머리로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소통해야 한다고 말로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출마 선언을 할 때부터 SNS 등을 통해 국민들의 공론을 모아왔습니다. 대통령 되고 나서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가장 먼저 시행할 정책들도 ‘국민명령 1호’라는 이름으로 모집하고 있고요. 현재 3천5백여 건 정도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원칙주의자 남편과 감수성 풍부한 부인 40년을 함께한 연인이자 동지 신혼 초 아침밥을 먹으며 바둑을 두는 남편을 보고 아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수준에서 가장 좋은 바둑판을 선물했고, 남편은 음악을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스테레오 오디오를 마련했다. 40여 년의 시간, 순탄치 않았던 삶을 함께한 부부의 눈빛에서 서로를 향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Q 집 냉장고에 이것만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식품이 있는지, 그리고 항상 채워져 있는 식품은 무엇인지요? A 남편이 생선과 해산물을 좋아해요. 생으로 먹는 채소나 껍질째 먹는 과일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저희 집 냉장고에는 해산물과 과일이 항상 들어 있어요. 요즘은 바빠서 아침 대용으로 간단히 먹을 만한 것들이 있죠. 찰떡과 달걀, 채소, 과일이 냉장고를 채우고 있습니다. Q 아내로서 남들은 잘 모르는 남편의 세 가지 매력과 단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정숙 첫 번째는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 두 번째는 제가 남편을 좋아하는 이유 중 매우 중요한 것인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준다는 것, 세 번째는 살아온 삶의 진정성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너무 원칙을 지킨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에요. 조금은 쉬웠으면, 조금만 여유로웠으면 할 때가 있어요. 문재인 원래 이런 이야기는 양쪽 다 들어봐야 해요(웃음). 저도 얼렁뚱땅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원칙을 지키려고 마음을 다잡는 거예요. Q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문 후보는 어떤 사람인가요? A 남편은 굉장히 자상하고 가정적인 사람이에요. 가족과 밥 먹는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 보내는 걸 최고의 휴가로 생각하는 사람이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이지만 또 ‘딸 바보’예요. 시험공부로 밤을 새야 하는 딸이 무섭다고 하니까 옆에서 졸면서도 같이 있어주는 아빠입니다. Q 문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김정숙 여사가 남편을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였습니다. 부인이 남편을 그토록 진심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참 부럽다는 반응이었는데요. 현장에서 남편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김정숙 여러 복잡한 심정이 묻어 있는 눈길이에요. 그날이 무척 추웠거든요. 남편이 원래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참 힘들어하는데, 새벽부터 밤까지 최선을 다해 해내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응원하고 싶었어요. 남편이 감당하고 있는 현시대의 아픔에 대해 저 역시 공감하고 있다는, 그런 사인의 눈빛이기도 했고요. 내면 깊이 남편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런 눈빛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문재인 저희 부부가 다른 부부들보다 특별하게 사랑한다거나 또 제가 특출나게 잘하는 남편도 아닙니다. 그래도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고요. Q 혹시 두 분이 살아오시면서 이혼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나요? 김정숙 저희는 당시 시대적 상황 때문에 결혼을 하기까지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보고 있으면서도 또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 헤어지게 될까 불안하고 그렇게 그리운 상황의 연속이었어요. 그렇게 애태우던 상황에서 결혼을 하고 나니 정말 이 세상을 다 얻은 것같이 즐거울 수밖에요. 결혼을 한 뒤에도 남편이 사회와 함께하는 삶을 살며 결코 순탄한 결혼생활은 아니었지만, 그런 경우 둘 중 하나예요. 아내로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거나 아니면 아예 등을 돌리거나. 저는 적극적인 지원을 택했고 지금 여기까지 왔네요. 문재인 저도 이혼 생각 안 해봤습니다. 딴 데 갈 데가 없으니까요(웃음). Q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와 감수성이 풍부한 부인, 언뜻 보기에 굉장히 다른 두 분이신데, 서로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정숙 남편이 아주 논리적인 법학도임에도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는 감수성을 기르는 데 제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봐요(웃음). 남편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예술에 대한 감성이 저를 만나면서 더욱 풍부해지지 않았나 싶고요. 저는 감수성이 너무 강해서 절제력이 부족한 편이었는데 남편을 통해 절제력을 얻었어요. 삶이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걸 배웠죠. 문재인 동감입니다(웃음). Q 두 분께 가장 소중한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문재인 가장 소중한 물건이라기보다 가장 오래된 물건이 있는데요. 바둑판입니다. 결혼했을 무렵부터 가지고 있던 물건이에요. 그러고 보니 제가 나름 바둑 고수인데 청와대 들어간 이후부터는 바빠서 한 판도 못 뒀습니다. 김정숙 결혼을 하고 나서 보니 남편이 바둑을 무척 좋아하는 거예요. 아침 밥상에서도 꼭 바둑 복기를 하더라고요. ‘아, 이 사람 취미는 바둑이구나’ 해서 당시 제가 알고 있던 수준에서 최고로 좋은 바둑판을 선물했어요.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저는 스테레오 오디오를 받았죠. 바둑판은 아직 그때 것인데 오디오는 좀 더 좋은 것으로 두 번 정도 바꿨어요(웃음). 원칙과 소통으로 공감정책 이끌어낼 것 뛰어난 인권 감수성으로 서민들의 아픔을 함께해온 문재인 후보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경험을 통해 체화된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국정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꼽으며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반려동물 이야기에 금세 누그러지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부드러운 면도 엿볼 수 있었다. Q 정책을 살펴보면 교육 비중이 높습니다. 문 후보님께서는 어떤 교육관을 가지고 자녀를 가르쳤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되도록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맡겨두는 편입니다. 제 변호사 생활이 참 힘들었어요. 고통스럽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런지 보통은 아버지들이 아들에게 자기가 하는 일들을 물려주고 싶어 하는데 저는 아이들이 인문 계통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공부를 하기를 바랐어요. 세상의 정치에 너무 고통받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바람이 있었는데 비교적 잘 자라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잇따른 성범죄 사건도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관련 대책은 어떻게 세우고 계신지요? A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자신의 인격과 존엄성을 스스로 버리는 인면수심의 행위입니다. 무엇보다 단호히 처벌할 생각입니다. 친고죄 폐지로 처벌률을 높이고, 양형 기준을 강화할 것입니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경우 양형 기준에 ‘집행유예 금지’를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아이들이 혼자 방치되는 것을 많이들 걱정하시는데, 방과후교실과 지역 아동센터 등을 연계하는 ‘아동 지킴이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아이들이 홀로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할 계획입니다. Q 김정숙 여사가 보시기에 아내로서 박근혜 후보, 안철수 후보보다 ‘남편 문재인’이 더 유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서민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남편은 사법고시에 합격하기까지 지독하게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시댁이 달걀 행상, 연탄 배달을 할 정도로 힘들게 사셨고, 출세가 보장된 로펌을 마다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인권변호사가 됐습니다. 남편은 살아온 삶의 대부분을 우리 사회의 소외받고 가난한 분들과 함께 보냈어요. 서민의 아픔과 눈물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함께해본 것은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서민을 잘 아는 남편이 서민을 위한 정치를 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Q 선거 끝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김정숙 저는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한 열흘만 푹 쉬고 싶어요. 문재인 저는 쉴 수 있는 형편이 안 될 것 같은데요. 당선되면 북한 쪽에 특사를 보내서 취임식에 초청하는 일을 제일 먼저 할 것 같아요. 최근 남북관계가 좋지 않다 보니 마음이 급합니다. 당선이 안 되면 양산으로 가야죠. 저를 기다리는 식구들에게로(웃음). Q 요즘같이 여론을 많이 들으실 때도 없을 듯합니다. 국민들의 가장 시급한 요구가 어떤 것이라고 느끼십니까? A 가장 시급한 건 일자리 창출이라고 봅니다. 총선 때도 그렇고 지역을 다니며 한 분 한 분 만나다 보면 제발 일자리 좀 만들어달라고 간곡하게 말씀하십니다. 얼마 전 노량진 고시촌을 찾았는데 시간과 돈에 쪼들리는 고시생들이 길거리에 서서 ‘컵밥’이라는 것을 먹고 있더군요. 저도 함께 먹었는데, 얼마나 사는 게 각박하면 이렇게 끼니를 때울까 싶었습니다.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겪는 일이 실업입니다. 마음껏 꿈을 펼쳐도 부족할 나이에 날개가 꺾인다는 것이 기성세대로서 가슴 아픕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서 젊은이들이 꿈과 능력을 펼칠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힐링이 대세입니다. 문 후보님께서는 어떻게 힐링하십니까? A 제가 자연을 좋아합니다. 산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고 야생화, 나무, 개와 고양이도 좋아합니다. 개와 고양이들도 저를 좋아하고요(웃음). 자연과 동물에서 힐링을 찾는 편인데 요즘은 전혀 못하고 있죠. Q 양산에서 반려동물들을 키우셨던 것으로 압니다. 요즘은 어떻게 돌보고 계시나요? 문재인 양산에서 개 세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를 길렀어요. 개들은 마루와 바우, 깜이고, 고양이는 찡찡이와 뭉치예요. 원래 제가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에 풍산개를 길렀는데 다녀와서 보니 새끼를 낳았더라고요. 이웃에서 진돗개를 한 마리 주셔서 세 마리가 됐고, 고양이는 딸이 기르던 고양이와 버려진 고양이를 한 마리 더 데려와 두 마리가 됐어요. 지금 서울에는 개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와 기르고 있고 나머지는 이웃들에게 맡겨놓은 상태입니다. 김정숙 남편이 고양이와 개를 얼마나 좋아하냐면요. 술을 마시고 오면 양복을 벗지도 않고 마당에 주저앉아 개를 안고 노래를 불러요.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한참을 쓰다듬고 있어요. Q 요즘 사람들을 보면 분노하고 피로합니다. 어디서부터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요? A 국민들께서는 결국 ‘불공평하다’라는 것에서 분노를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어려울 때는 잘 견딜 수 있어요. IMF 때도 함께 힘을 모아 견뎠죠. 그런데 지금은 사회적으로 부가 부족한 상황이 아니거든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지만 힘든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결국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죠. 대기업과 재벌은 너무 많은 돈을 벌고 있고 중소기업과 재래시장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중산층은 무너졌고요. 이런 것들에서 오는 박탈감과 상실감이 결국 분노와 피로로 이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공평과 정의. 그로 인해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이 정권 교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반드시 되찾아야 할 국정 과제이자 저의 정치철학입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주석>
야권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문재인의 운명 그리고 진심
2011. 08. 31 18:21 화제
공식석상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의 문재인 이사장이 지난 7월 말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에세이집 「운명」 출간 기념 북 콘서트를 통해 대중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그는 이날 “해야 할 일이 있다. 어떤 위치에서든 노력할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그의 이 말 한마디는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문재인, 그가 누구인지 만나보자. 노무현이 아닌 문재인으로 나선 첫 행사 지난 7월 29일 오후 7시 30분께. 서울 정동의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의 로비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문재인 이사장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과 참여정부 시절의 이야기,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신의 인생사를 엮은 에세이집 「운명」의 출간과 관련해 열린 북 콘서트 ‘우리들의 운명’에 참석하기 위한 사람들로 성황을 이루었던 것. 로비 한편에 자리를 잡고 노무현재단의 후원 회원을 모집하는 봉사자들과 “노무현 정신을 살립시다!”라고 외치고 있는 배우 문성근도 눈에 띄었다. 북 콘서트가 열리기 전 취재진에 둘러싸여 반가운 인사를 나누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이날 초대받은 손님 중 한 명이었다. 북 콘서트의 진행은 성공회대 겸임교수이자 이번 행사의 기획자 탁현민 교수가 맡았다. 인디 밴드 ‘일단은 정석이네’의 축하 공연이 끝나고, 드디어 문 이사장이 등장했다. 1층과 2층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일제히 환호를 보냈다. 뜨거운 반응이 나오리라 예상치 못한 듯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번졌다. 패널로는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와 「운명」의 집필을 도운 양정철씨가 참석했다. “이렇게 많은 분이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2주기를 추모하는 의미로 많은 사람이 제게 책을 쓰라고 권유했습니다. 노 대통령과 오랜 세월을 같이했고,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으니 제가 가장 먼저 그 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책을 쓴 것은 단 한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이제 한 정권이 끝나가고, 국민은 희망을 갈구하고 있지요. 우리는 더 이상 절망의 시기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가 역사에 남긴 것들을 정직하게 증언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문 이사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에세이집 「운명」의 집필 동기를 이야기했다. 천천히 또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운명」은 노 대통령과의 인연, 참여정부 시절의 증언 이외에도 문재인 이사장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 결혼 등 개인사에 대한 부분이 따로 구성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 패널들의 질문을 받던 문 이사장은 “개인적인 이야기는 끝까지 넣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양정철씨가 “이 책에는 문재인 이사장에 대한 부분도 필요했다. 노 대통령이 남긴 꿈과 목표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실현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우리도 알 필요가 있다”라며 한마디 거들었다. 양씨의 말을 듣던 문 이사장은 난처한 웃음만 지었다. 문재인 대통령? 확실한 입장은 다음으로 “저는 지금까지 반장에 뽑힌 적도 없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그 흔한 줄반장 한 번 못해봤어요. 노 대통령이 취임을 앞두고 저희 부부를 서울로 초대해 청와대로 와달라고 부탁하셨을 때도 저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어느 당에도 입당한 적이 없어요.” 문 이사장 옆에 앉은 오연호 대표와 양정철씨는 “그는 권력 의지가 없어 문제다”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문 이사장의 성향이 노 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객석의 호응을 유도했다. 북 콘서트를 보러 온 많은 관객은 약속이라도 한 듯 ‘문재인 대통령’을 외쳤다. 공연장의 분위기는 달아올랐고, “대선에 출마해달라”라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문 이사장은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웃기만 했다. 몇 분 후 문 이사장이 입을 열었다. 1 경희대 법대 3학년 때 음대 1학년이던 지금의 부인을 처음 만났다. 왼쪽부터 문재인 이사장과 그의 부인. 2 문 이사장은 7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부인은 군 복무 중인 그를 찾아올 때 안개꽃 한 다발을 사오곤 했다. 3 특전사령부 예하 제1공수 특전여단 제3대대에 배치된 그는 폭파 과정 최우수 표창을 받기도 했다. 4 노 대통령은 자신을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그를 신뢰했고, 가깝게 지냈다. 5 청와대 생활을 정리하자마자 그는 네팔의 히말라야로 갔다. 조용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을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여권과 야권의 단일 구도입니다. 그것만 성사된다면 우리는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 대통령이 강조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요. 오세훈 시장은 굉장히 빼어난 인재입니다. 또 손학규 대표도 정치 내공이 상당한 분이고요. 어느 편이 되던 야권의 단일화를 위해 힘쓸 것입니다. 하지만 대선 출마에 대한 확실한 입장은 다음으로 미뤄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문 이사장은 “오랜 지인들은 저에게 ‘절대 정치에는 나서지 말라’라고 조언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신이 어떤 성품이고,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의 의견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앞서 말한 것처럼 노 대통령이 추구한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발 벗고 나설 준비를 마쳤다는 의중은 감추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정말 걷잡을 수가 없는 지경입니다. 비정규직은 늘어만 가고, 세금도 늘어만 갑니다. 절박한 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한 노력할 작정입니다. 제가 보태는 힘이 헛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 이사장이 차기 대선까지 바라는 것은 오직 야권의 단일 구도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직접 대선 후보로 출마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계속 답을 미뤘다. 또 그는 우리 역사에서 단 한 번이라도 야권이 제대로 통합된 자세를 보여주었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겪는 고통은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서울대) 교수나 안철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허락한다면 그분들의 능력으로 함께 이루고 싶습니다. 두 분 모두 부산 출신이신데, 제 뜻을 받아줄지는 모르겠습니다(웃음).” 북 콘서트의 2부는 탁현민 교수가 문 이사장에게 시민들이 보내온 질문을 하나씩 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오빠라고 불러도 되느냐?”라는 한 시민의 질문에 문 이사장은 고개가 젖혀질 정도로 크게 웃었다. 그리고 노 대통령과 강원도 수해 지역을 다니던 때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번은 노 대통령과 강원도 수해 지역에 방문했습니다. 그때 피해 규모가 심각해서 전국 각지에서 강원도로 자원봉사를 온 분들이 많았어요. 저희가 노 대통령을 모시고 현장을 방문하자, 어떤 자원봉사자께서 ‘대통령님, 오빠라고 불러도 되나요?’라고 하셨어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는 ‘노무현 오빠 오빠’ 하면서 저희를 반겨주셨지요. 저라면 글쎄요…. 우연히 저를 만나신다면 오빠라고 부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웃음).” 문 이사장은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다소 긴장이 풀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정권 교체만이 이 나라의 살 길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또 노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세상을 만드는 데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이후 지방 투어로 이어지는 북 콘서트 행사를 두고 문재인 이사장의 공식적인 대선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어머니의 연탄 배달, 허드렛일 도운 어린 시절 그럼 문재인 이사장은 누구인가. 그는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어린 시절의 가난이다. 그의 부모는 함경남도 흥남의 문씨 집성촌인 ‘솔안마을’ 출신이다. 그의 부친은 당시 명문이던 함흥농고 출신으로, 북한 치하에서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지냈다. 그러던 중 1950년 12월 국군과 미군이 두만강까지 올라갔다가 예상치 못한 중공군 개입으로 후퇴한 상황에서 흥남 마을 사람들을 미군 선박에 태워 거제도로 피난시킨 ‘흥남 철수’ 때 고향을 떠났다. 길어야 2, 3주일만 피해 있으면 된다는 예상과 달리 문 이사장의 부모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거제도에서 터전을 다시 일궈야 했다. 문 이사장은 「운명」에서 “아버지는 포로수용소에서 노무 일을 했다. 어머니는 거제에서 달걀을 싸게 사서 머리에 이고, 나를 업은 채 부산에 건너가 파는 행상을 했다. 그걸로 조금씩 저축을 했고, 돈이 약간 모이자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조금 전에 부산 영도로 이사했다”라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또 그는 어머니가 연탄 배달을 하거나 허드렛일을 할 때도 자주 도왔다고 했다. 한번은 연탄을 실은 수레가 미끄러져 가볍게 다친 적도 있다고 했다.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자식들의 교육에 가장 신경 쓴 그의 부모님 덕분에 초등학교를 무사히 마친 그는 당대 명문인 경남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처음 등교해보니 입학 전에 학원에서 영어를 배워온 아이들이 많았다. 나는 처음부터 기가 죽었다. 노는 문화가 전혀 달랐고, 용돈 씀씀이도 큰 차이가 나서 함께 어울리기가 어려웠다. 어쩌다 친구들 집에 따라가보면 나로서는 처음 보는 호사스러운 집에, 정원에, 가구가 놀랍기만 했다. 그에 더해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도련님으로 떠받들어지는 모습에 더 주눅이 들곤 했다”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는 특별히 공부에 매진하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으며 보냈다.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보내며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었다. 또 그는 고3 때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다 정학을 맞은 경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싶었던 그는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법과나 상과를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는 첫 입시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입시 공부를 등한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대학 입시에 실패했다. 재수 끝에 당시 후기였던 경희대 법대에 입학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학교 부근에서 하숙 생활을 시작했다. 이렇게 그의 서울 생활이 열렸다. 부인과의 연애는 면회의 역사 문 이사장은 경희대 법대 3학년 무렵 지금의 부인을 만났다. 당시 5월 초 ‘법의 날’에 맞춰 열리던 ‘법 축전’이란 이름의 법대 축제에서 파트너로 처음 만나 즐겁게 보냈다고 한다. 그는 “호감이 갔다. 그러나 이후 만남을 이어가진 않았다. 내가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교내에서 한 번씩 만나면 눈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다”라며 부인과의 추억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던 중 1975년 4월 비상학생총회에 참가한 문 이사장은 페퍼포그(최루탄)에 맞아 실신을 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누군가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는 것을 느꼈는데, 그 주인공이 지금의 부인이다. 그후 문 이사장은 구치소에 수감되었는데, 어느 날 부인이 면회를 와서 작은 신문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경남고가 전국 야구대회에서 우승했다는 톱기사가 실려 있었다. 문 이사장은 야구를 매우 좋아했다. ‘법 축전’ 때 학년 대항 야구 시합에서 학년 주장을 맡아 우승한 적도 있을 정도다. 부인이 그런 일을 기억하고 있다가 그가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해 신문을 가져다준 것이다. 그는 “세상에 아무리 야구를 좋아한들 구치소에 수감된 처지에 야구 소식에 무슨 관심이 있을까?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한 아내가 귀여웠다. 감방에서 그 생각을 하면 웃음이 나곤 했다”라며 당시의 풋풋했던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심지어 그가 공수부대에 입대했을 때 부인은 흔히 군 장병의 면회 때 챙겨가던 통닭이나 빵 대신 안개꽃 한 다발을 가져왔다고 했다. 애인이 면회를 왔다는 소식을 들은 동기들이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으려고 우르르 문 이사장에게 몰려와서 난처했다고도 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동기들에게 안개꽃을 조금씩 나눠준 일도 소개했다. 부부는 7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경희대 음대 졸업 후 서울시립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던 부인과 함께 문 이사장은 부산으로 내려갔다.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지만, 판사 임용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검사는 그의 체질에 맞지 않고, 변호사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는 부산행을 결정했다. 그의 운명은 어떻게? 부산에서 문 이사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정규씨의 주선으로 노무현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는 “무엇보다 느낌이 달랐다. 내가 만난 법조인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아주 소탈했고, 솔직했고, 친근했다”라고 노 대통령과의 첫 만남을 표현했다. 그들은 서로가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고, 부산 부민동에 ‘변호사 노무현·문재인 합동 법률 사무소’를 냈다. 이 일이 그들을 평생의 운명으로 엮어놓은 계기가 된 것이다. 노 대통령은 2002년 부산 선대본부 출범식에서 “사람은 친구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고,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당시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문 이사장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항상 존대를 했다. 그러다 편한 높임말을 쓰게 된 계기는 문 이사장이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다. 그도 웬만하면 ‘형님’이라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있는 성격이지만, 30년 지기인 노 대통령에게만큼은 ‘선배님’을 넘어선 그 어떤 호칭도 쓰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에 노 대통령은 어려운 사람들, 노동자, 소외된 계층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노동·인권 변호사로 방향을 굳힌 뒤였다. 따라서 동업을 하게 된 문 이사장도 그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변호사로서 스스로 깨끗해야 한다. 대의를 위한 실천에 있어서도 한계를 두지 않고 철저해야 한다’라는 노 대통령의 원칙을 배웠다. 일반적이던 법조계의 커미션도 끊고, 가슴 아픈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 데 매달렸다. 또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환경운동가의 편에 섰던 이유로 그는 지금까지 그 흔한 골프 한번 배워보지 못했다. 국회의원을 거쳐 대선 후보에서 대통령이 된 노무현을 떠나보낸 뒤 부산에 남은 그는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기로 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취임식 전 노 대통령은 문 이사장에게 함께 일해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절대 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다시금 못 박은 그는 노 대통령과 함께 참여정부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던 노 대통령을 떠나보냈다. 국장의 상주를 맡았던 문 이사장은 ‘나까지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노 대통령이 남긴 것들을 지켜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살아남은 자들의 책무, 그가 남기고 간 숙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충격, 비통, 연민, 추억 같은 감정을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그를 ‘시대의 짐’으로부터 놓아주는 길이다”라는 말로 「운명」의 서두를 쓴 문재인 이사장. 아픔과 고통을 겪고 일어선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구상했다. 그리고 이제 조심스럽게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표현대로 ‘살맛 나는 세상,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그의 진심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어릴 적 가난의 기억은 살아가면서 그대로 인생의 교훈이 됐다. 더 이상 가난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혼자 잘 살고 싶지도 않았다.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받았던 도움처럼 나도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었다. 자라서 학생운동을 하게 된 것도, 인권 변호사가 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굴곡이 많고 평탄치 않은 삶이었다. 돌아보면 신의 섭리 혹은 운명 같은 것이 나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어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한가운데에 노무현 변호사와의 만남이 있었다. 그는 나보다 더 어렵게 자랐고 대학도 갈 수 없었다. 어려운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나보다 훨씬 뜨거웠고, 돕는 것도 훨씬 치열했다.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하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 문재인의 「운명」 중 <■글 / 정은주(객원기자) ■사진제공 / 이성원, 도서출판 가교 ■참고 서적 /「운명」 (문재인 저, 도서출판 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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