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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프리뷰]문재인입니다 - 자연인이 된 전직 대통령의 일상(2023. 05. 05 12:20)
2023. 05. 05 12:20 연예
영화는 사저 건너편에서 보수 유튜버들이 만들어내는 소음도 BGM처럼 담았다. 그럼에도 묵묵히 나무를 심고 풀을 뽑는 문재인 전 대통령. 거기에 문 정부 때 주요의사결정 뒤 ‘일화’들을 당시 청와대 인사들 증언을 통해 보여준다. 제목 문재인입니다(This is the President) 제작연도 2023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15분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이창재 출연 문재인 외 개봉 2023년 5월 10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제공/배급 (유)엠프로젝트 제작 다이스필름 엠프로젝트 고민했다. <문재인입니다> 시사회가 있던 날 오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약칭 <가오갤>의 시사회가 잡혔다. 마침 제작하는 잡지가 윤석열 집권 1년을 주제로 관련 기획기사를 펼치기로 해 이 코너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퇴임 1년에 초점을 맞춰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일찍부터 시사회를 신청해 놓은 참이었다. 영화가 소구력을 가질 관객층은 우려했던 대로 시사회장을 찾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역시 <가오갤> 때문일까. 영화를 보러가며 ‘이 영화는 어떤 사람들에게 소구력을 갖는 영화일까’라고 생각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4월 말 조사해 5월 3일 발표한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 중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16%로, 노무현 30%, 박정희 23%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윤석열 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10%다. 참고로 이 조사는 대통령 개개인을 따로 조사한 것이 아니라 ‘여덟 명의 전·현직 대통령 중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사람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 그러니까 영화를 보러갈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거나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팬덤을 넘어서는 소구력을 가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엔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상당수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예컨대 자막에서 기자 출신으로 표기된 강민석의 문재인 정부 당시 직책은 대변인이었다.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변호사 활동을 한 것으로 나오는 김외숙 변호사의 표기되지 않은 직책은 ‘전 법제처장이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수석 비서관’이다. 영화는 지난 5년간, 그리고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부산에서 ‘변호사 문재인’과 함께했던 사람들까지 찾아가 그 주변 인사들의 회상을 담은 역사의 기록이다. 영화에는 문재인 대통령 사저 건너편에서 “문재앙 사형” 등 극단 주장을 폈던 보수 유튜버들이 만들어내는 소음 역시 BGM처럼 같이 담겼다. 그럼에도 입을 꾹 닫고 묵묵히 나무를 심고 풀을 뽑는 문재인 전 대통령. 청와대에 있을 때부터 자연과 동물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생활이 퇴임 후 양산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영화는 묵묵히 느린 템포로 기록한다. 자연인으로 돌아온 전직 대통령의 잔잔한 일상. 거기에 문재인 정부 때 내린 주요의사결정 뒤의 ‘일화’들을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인사들의 증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보수 유튜버들이 만들어내는 ‘소음공해’에 묵언수행을 깨고 부인 김정숙 여사가 분노해 쫓아가는 장면 역시 순간 포착한다. 서글픈 만화경이다. 극단적으로 갈라져 서로를 악마화하는 한국 정치 내지는 팬덤의 민낯을 드러낸다.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되새기는 이들은 4년 후 퇴임할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겪을 모욕과 고난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영화는 절정부에서 문 대통령 자신의 말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퇴임 전날 오후 6시, 청와대에 들어간 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퇴근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 저는 성공한 대통령이었습니까?” ‘성공한 대통령이었을까’라는 화두 퇴임 후 1년이 지났다. 그의 뒤를 잇는 민주당 정부, 민주당 측 수사로 ‘민주정부 4기’를 창출하지 못한 것만으로도 성공한 대통령이 아니라 실패한 대통령이었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언급하듯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현 대통령’이 반대 정파로 넘어가 반문(反文)을 내세워 대통령이 된 초유의 사건을 예견하지 못했다. 아마 훗날 사가들로부터 다양한 평가를 받을 대목이다.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영화에 출연한 청와대 인사들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선한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일찍이 마키아벨리도 설파했듯 “모든 면에서 완벽한 선을 추구하는 사람은 악한 사람들 속에서 파멸하기 쉽다”(<군주론> 15장). 물론 군주는 선한 의지를 가져야 하지만 그 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악함을 이해하고 때로는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마키아벨리가 강조한 군주가 가져야 할 자세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다. 감독의 두 대통령 영화에 나오는 전직 대통령 영화사풀 영화가 끝난 뒤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는데 회사 일정상 참석하지 못했다. 물어보고 싶은 건 많다. 예컨대 기자도 과거 기사를 썼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그리고 검찰총장 천거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렸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역할 같은 건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영화에서도 묘사가 돼 있는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청와대 전·현직 직원들이 마련한 자리에 양 전 원장도 참석했다. 기자와 만난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양 전 원장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한 후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그랬듯,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청와대에 안 들어간 대신 퇴임 후 낙향하면 비서실장 자리를 맡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적이 있다. 그 바람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감독의 전작은 <노무현입니다>(2017)이다. 이 작품은 따로 리뷰하지 않았고, 나중에 개봉 후 가족과 함께 봤다. 노 대통령의 사망 이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영화의 중심내용은 2002년 경선 과정에서 ‘노풍(盧風)’의 등장을 다뤘다. 아마 생전의 노 대통령도 가장 자랑스러워했을 때일 것이다. 영화의 트레일러, 그리고 엔딩 장면에 부산에 출마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명함을 돌리는 장면이 나온다(사진). 행인들은 ‘미래의 대한민국 대통령’을 몰라보고 불쑥 내미는 명함을 받지 않고 외면하고 피해 간다. ‘수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 대통령은 홀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간다. “선봉에 서서 하늘을 본다. 고향집 하늘 위엔 굴뚝 연기가…” 1980년대를 풍미한 운동권 노래 <선봉에 서서>다. 아마도 3당 합당 후인 1992년 부산 동구 총선에 출마해 낙선했을 때 찍힌 숏일 것이다. 30년 후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은 퇴임 후 자신의 집 안마당에서 농사일을 하며 보수 유튜버들의 확성기 조롱을 듣고 있다. 묘한 대비를 이루는 장면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여운이 남는 영화다.
시네프리뷰
문재인 전 대통령도 검찰 포토라인 설까(2022. 10. 28 11:01)
2022. 10. 28 11:01 정치
ㆍ검찰, ‘서해 공무원 피격’ 등으로 전 정권 조준… 감사원, 중간발표 등 여론전도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1월 청와대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답했다. “저는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하고 계속 연관을 가진다든지 그런 것을 일체 하고 싶지 않다. 일단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고 나면 그냥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9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배웅 나온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 한수빈 기자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대통령이 끝나고 난 이후 좋지 않은 모습, 이런 것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답변이 끝나자 좌중에서 웃음이 나왔고, 이에 문 전 대통령도 웃었다. 전직 대통령들처럼 검찰수사를 받는 등 고초를 겪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취지로 해석됐다. 질문 내용을 봐도 그렇다. “국민은 늘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좋지 않은 뒷모습을 봐야 했고, 그것이 국민에게는 어쩌면 상처로 남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임기 후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가.” 정권이 바뀌고 검찰의 칼끝이 문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두고 검찰수사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미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의 서면조사를 시도하기도 했다. 퇴임 후 검찰수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5명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시도 문재인 정부의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지난 10월 22일 구속됐다.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가 북한 서해역에서 피살·소각된 사건과 관련해서다. 서 전 장관은 서해 피격 사건 당시 북한을 상대로 한 감청정보 등 군사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무단 삭제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결론과 어긋나는 정보를 숨기려는 의도로 검찰은 의심한다. 김 전 청장도 해경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자진 월북 시도라는 결론에 부합하지 않는 증거를 고의로 배제하고 일부 증거를 왜곡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에 따라 검찰은 두 사람이 청와대 등 윗선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 등을 집중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감사원의 서해 피격 사건 감사결과를 봐도 이런 예상이 가능하다. 감사원은 지난 10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안보실,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 해경 등 주요 관계자 20명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감사원은 지난 9월 28일 문 전 대통령의 조사가 필요하다며 질문서를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은 질문서 수령 자체를 거부했다.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례적 ‘중간발표’… 여론전? 이 때문에 검찰수사 상황에 따라 문 전 대통령도 조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은 검찰과 감사원 사이에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다. 두 기관은 이를 부인한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인사 20명을 수사 요청하는 내용의 중간 결과를 급히 발표한 것을 두고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일종의 ‘여론전’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10월 27일 “감사원이 위법 감사로 수사 중인 사실을 공표하고 검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여과 없이 공표되는 것에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실제 감사원이 ‘중간발표’ 형식으로 감사결과를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다. 감사원은 지난 7월부터 진행한 실지(현장)감사를 마치자마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통 감사원은 실지감사를 끝낸 뒤 최종 결과가 담긴 ‘감사보고서’를 작성한다. 이어 감사위원회가 감사보고서를 의결하면 이를 공개한다. 실지감사가 끝난 뒤부터 감사위의 의결까지는 보통 2~4개월이 걸린다. 중간에 ‘감사마감회의’도 열어야 한다. 이 회의는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을 놓고 피감사 기관의 업무처리 경위와 향후 대책 등 의견을 듣는 절차다. 피감사 기관이 제시한 의견과 함께 이를 감사원이 재차 반박하는 내용까지 감사보고서에 담는다. 이번 서해 피격 사건 감사는 현재 감사마감회의 단계에 있다. 향후 감사위의 의결까지 거치는 과정에서 결과 내용이 다소 변경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201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정리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감사보고서 작성 완료 전에 이번처럼 중간발표를 한 적도 있으나 흔치는 않다. 기존 유사한 사례를 묻는 질문에 감사원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감사원 홈페이지의 ‘감사결과’란을 보면, 가장 최근 사례는 2014년 7월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였다. 당시 구체적인 감사 내용이 담긴 별첨자료의 맨 앞장에는 “본 감사 진행 상황은 아직 감사위원회의 최종 의결을 거치지 않은 사항으로 최종 감사결과는 변경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이 있다. “월북 시도 배치 정보 검토·분석 안 해” 감사원은 안보실과 국방부, 국정원, 해경 등이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내는 과정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안보실의 지시에 따라 월북을 속단하거나 증거를 끼워 맞췄다고 감사원은 주장했다.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실종됐다. 22일 오후 피살돼 시신이 불에 탔다. 그사이 국방부는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안보실은 23일 새벽 1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직후인 새벽 3시쯤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밈스에 담긴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의 삭제를 지시했다. 비슷한 시각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첩보보고서 46건을 삭제토록 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서 전 안보실장은 23일 오전 8시 30분쯤 문 전 대통령에게 이씨의 피살·소각 사실을 최초로 대면보고했다. 이후 안보실은 이씨의 자진 월북 내용을 기초로 종합분석결과를 작성토록 국방부에 지시했고, 국방부가 이에 따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국방부는 10월 6일에도 같은 결론이 담긴 분석결과를 작성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국방부가 월북 시도와 배치되는 정보는 분석·검토하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이씨가 착용한 구명조끼에 ‘한자(漢字)’가 적혀 있는데도 남한의 조끼로 단정했고, 이씨가 중국 어선에 탄 정황도 살피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주장했다. 안보실도 월북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으로 대응하라는 지침을 국방부 등 관계기관에 하달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이씨의 시신 소각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도 석연찮다고 봤다. 국방부는 당초 북한이 이씨의 시신을 소각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이 25일 통일전선부 명의로 대남통지문을 보낸 뒤 정부의 기류가 변경됐다고 감사원은 봤다. 통지문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가 담겼다. 북측은 “불법 침입자”에게 사격을 가했지만 시신 소각은 부인했다. “부유물을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튿날 “부유물이 아닌 시신 소각”으로 판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7일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시신 소각 여부를 두고 국방부에 재분석을 지시했다. 안보실은 이후 별도의 분석 없이 ‘추가 조사가 필요하고 최종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입장을 변경해 대응토록 관계기관 지침을 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관계자들이 지난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북풍 사건화, 정치보복” 당사자들과 더불어민주당은 반발했다. 노 전 비서실장, 서 전 안보실장, 박 전 국정원장 등은 지난 10월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안보 관련 문제를 북풍 사건화해 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에 매달리고 있다”라며 “관련 사실들을 자의적·선택적으로 짜맞추면서 사건을 왜곡·재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청와대가 정보·첩보 생산 기관에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회의에서도 이런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국방부와 국정원의 첩보 자료가 삭제된 것을 놓고 “민감한 정보가 불필요한 단위까지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배포선을 조정한 것뿐”이라며 “은폐하려 했다면 청와대의 밈스 첩보는 전혀 손대지 않고 그대로 뒀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월북) 첩보 내용을 있는 그대로 판단에 포함시킨 것을 어떻게 조작으로 몰고 갈 수 있나”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관계가 부정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전 원장은 “감사원은 청와대 심야 회의 후에 국정원이 자료를 삭제했다고 했으나, 국정원이 나를 고발한 고발장에는 아침에 삭제했다고 나와 있다”라며 “없는 사실을 지어내고 있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현 정부의 국정원은 자신들이 합참보다 51분 먼저 이씨의 표류 상황을 인지했다는 감사원의 결과는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하기도 했다. 노 전 실장 등은 “현 정부는 월북이 아니라면 다른 실종 원인의 명확한 근거와 판단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기록관 두 달째 압수수색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을 북송했다. 당시 이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뒤 도피 목적으로 월남해 귀순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10월 19일 노 전 비서실장을 불러 조사했다. 그는 북송 방침을 결정하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탈북민을 강제로 북송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본다. 탈북의 의도가 어떻든 북송 자체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이 대통령기록관을 지난 9월부터 두 달 가까이 압수수색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문 전 대통령이 북송에 관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객관적 물증을 찾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10월 20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문 전 대통령의 조사 여부를 두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 일체 다른 고려 없이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전직 대통령은 그 재임기간에 국가와 국민을 대표한 분이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인물이다.
표지 이야기
[박상영의 Re:코노미]문재인 정부 ‘어공’은 왜 실패했나(2021. 06. 04 15:42)
2021. 06. 04 15:42 경제
ㆍ임기 말 내각의 관료 비율 늘어… 기재부 출신의 약진 두드러져 “정권 말은 관료의 시간이다. 개혁과제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권 초기가 정치의 시간이었다면 정권 말은 리스크 관리를 하게 된다. 산에서 내려갈 때 급하게 가다 보면 다칠 수 있지 않나.” 세종시 기획재정부 전경 / 기획재정부 제공 경제부처 한 고위 관료는 정권 말을 이같이 표현했다. 실제 문재인 정권의 경우,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내각에서 관료 비율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초기만 해도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는 인원(부처 17곳+경제수석) 중 관료 출신은 3명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부(6명), 박근혜 정부(8명)에 비교해 확연히 낮은 비율이다. 보수 정부가 관료 출신을 선호한 것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개혁 성향의 시민단체와 학계 출신을 적극적으로 등용한 결과였다. 집권 마지막 해에 접어들면서 관료 숫자는 9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4월 지방자치단체장 재보궐 선거 직후, 학계 출신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퇴하고 관료 출신인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이 국토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관료 비율은 늘어났다. 청문회 과정에서 박준영 전 해양수산부 차관이 낙마하지 않았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개각 당시(10명)와 같은 규모다. 경제부처 관료 비율 3→9명으로 껑충 기재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경제관계장관회의 참석자 중 기재부 출신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노형욱 국토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안일환 경제수석 등 5명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기재부 출신이 4명, 박근혜 정부에서는 5명이었다. 최근 청와대 정책실장에 기재부 차관을 지냈던 이호승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임명되면서 청와대·행정부 주요 정책 결정자는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관료들은 문재인 정부가 관료에 의존하게 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한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수십년 동안 밖에 있다가 갑자기 관료사회에 오게 되면 장관이더라도 절대 조직을 장악할 수 없다” “업무 파악만 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결국 정권 초 추진했던 개혁과제 추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관료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한 전직 고위관료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처럼 장관이 되기 전부터 개혁과제를 연도별로 꼼꼼하게 준비한 사람도 막상 실무진이 보고할 때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지시를 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좁은 인재 후보군도 관료에 대한 의존도만 높였다. 경제부처 한 고위관료는 “현 정부는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후보군으로 먼저 정한 뒤, 자리가 비면 그 후보군에서 뽑는 방식이었다”며 “어느 자리는 후보군이 넘치는 반면, 어떤 자리는 후보군이 없어 연관성이 별로 없는 분야에서 일한 분이 선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당 한 중진 의원도 “자기 사람들로만 돌려막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관료만 남게 됐다”며 권력 기반을 스스로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야당일 때도 당내 경제전문가가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있었는데 집권 4년차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집권 당시 여당 의원을 기재부 장관에 등용했던 보수정부와 달리 민주당은 관료 출신만 기용했다. 지금도 야당인 국민의힘에 경제전문가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포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재부 출신이 약진하는 것에 대해 관료사회에서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다. 의사결정 과정은 빨라질 수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는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경제부처 한 관료는 “한진해운 건만 해도 구조조정 주도권을 기재부가 갖다 보니 금융 논리만 반영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도 제기됐다”며 “대규모 실업과 지역경제 위축 등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됐으면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협소한 인재풀… 결국 관료에 의존 대안은 무엇일까. 관료들은 실무 단계부터 우수한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부처 과장급 한 인사는 “진보 정부의 약점은 인재풀이 협소하다는 것”이라며 “인재풀을 넓히기 위해 시민단체나 학계 출신을 과장급 단계부터 선발해 실무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이들이 우수한 장관 후보군이 되지 않겠냐”며 “관료를 견제하려면 우수한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부처별로 외부 인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개방직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 핵심 업무에서 배제되고 임기도 대개 3년으로 한정됐다. 이마저도 사실상 공무원 재취업 자리로 이용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5년간 부처별 개방형 직위 임용현황’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개방형 직위를 통해 채용한 경력자 1731명 가운데 880명(51%)이 공무원이었다. ‘개방형 직위’는 공직 내·외부에서 적격자를 임용할 수 있어 공무원 임용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조직에 적절한 자극과 활력을 불어넣자는 제도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관료사회의 정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인사혁신처도 역량을 갖춘 민간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헤드헌팅’ 제도를 도입했지만, 지난 5년 동안 영입된 인원은 53명에 그친다. 이 때문에 임기 제한을 없애거나 다른 공무원처럼 고위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개방직으로 채용된 한 관료는 “분야는 점점 전문화·세분화 되는데 중앙부처는 1년 단위로 인사가 나기 때문에 전문성을 쌓기 어려운 구조”다. “경쟁력을 쌓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부처에서는 외부 인사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뽑지 않으려고 한다”며 “결국 인사혁신처 등에서 의지를 갖고 압박하지 않으면 외부 수혈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상영의 Re:코노미
[주간 舌전]“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주간 舌전]“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2021. 01. 22 15:39)
2021. 01. 22 15:39 정치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평가하며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 / 강윤중 기자 1월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총장의 자세에 대한 주문으로 받아들인다”며 “검찰개혁의 대의를 실현하는 데 검찰과 법무부가 함께 노력해 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잘 마무리하라는 뜻”이라며 “검찰개혁 부분에 대해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동안 윤 총장의 탄핵을 주장해온 민주당 내 인사들은 입장이 애매해졌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5일 페이스북에 “국회에서 윤 총장 탄핵안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12월 30일에도 “윤석열을 탄핵하지 않는다면, 이들 기득권 카르텔은 끊임없이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대통령의 행정권을 계속해서 공격할 것”이라며 탄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 기자회견 다음 날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 흠집내기가 도를 넘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회견 관련 글을 남겼지만, 윤 총장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주간 舌전
[포커스]문재인 정부 남은 1년, 남북관계 달라질까(2021. 01. 08 15:46)
2021. 01. 08 15:46 정치
ㆍ북한 경제난 타개 새 북미관계 필요… 선택지 적은 한국 정부 행보 주목 한반도 정세 전환이 시작됐다. 북한은 지난 1월 5일 제8차 당대회를 열었다. 오는 20일이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출범한다. 북미관계는 기존 셈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계 설정을 예고하고 있다. 누가 먼저 유화적 행보를 시작하느냐가 협상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제는 한국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에 집중할 수 있는 마지막 1년이다. 2022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으로 역점 사업인 남북관계 개선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공식석상으로 이끌었지만 종전선언, 금강산 관광 같은 가시적인 결과가 없다. 남은 1년 성과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전체가 평가될 수 있다. 이는 한반도 정세 변화와 그 대응이 주목받는 이유다. 경제에 ‘방점’ 찍은 북한, 대화 나서나 미국 행정부의 출범 시기는 미리 정해진 상수였다. 반면 북한 당대회는 시기나 논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어 변수가 된다. 당대회가 주목받는 것은 중요성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당은 모든 국가 조직보다 위에 있다. 조경근 경성대 교수는 논문 ‘제7차 당대회와 북한 핵문제의 전망과 함의’에서 “당대회는 국가 최고의 권력기관이자 최고 의결기관”이라며 “군대는 물론이고 국정을 수행하는 내각, 인민을 대표하는 최고인민회의도 모두 당의 관리와 지도 아래에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1946년 제1차 당대회를 개최한 이래 75년 동안 총 8차례 당대회를 열었다. 자주 열지는 않았지만 당대회 때마다 중요한 결정들이 내려졌다. 2016년 5월에 열렸던 제7차 당대회에서는 당시 김정은 제1비서를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또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선언하며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공식화했다. 선당을 중심으로 선핵, 선경의 3대 노선을 정립한 것이다. 제8차 당대회가 주목받는 것도 북한의 국정운영 방향을 전망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당대회에서 눈에 띄는 것은 경제 중시 기조다. 지난 5일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밝혔다. 경제실패를 인정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이다. 경제 중시 기조는 당대회에 참여한 대표자 중 행정경제부문 대표가 이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이 2000달러밖에 안 됐다”며 “최악의 경제위기가 집권 10년 차를 맞은 김정은 정권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위기는 북한의 외교전략이 대화와 협력에 집중될 것이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정책적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에 방점을 찍었다”며 “경제 상황이 악화되지 않게 외교나 남북관계도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회사나 사업총화보고에 미 제국주의, 핵 무력이라는 용어가 없다”며 “대신 ‘대외관계 진전’이라는 말이 포함된 만큼 협력이 강조될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의 입장을 기다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전략적 인내 정책을 쓸 수 있다”며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협상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오길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이 초기부터 접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북한이 판을 깰 정도로 도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월 5일 북한 평양에서 제8차 당대회가 개막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남은 1년, 한국의 선택은 북미가 관계 설정을 새롭게 시작한 상황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한국 정부의 선택지를 제한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실현 가능한 일부터 선제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도적 협력과 철도·도로 등의 공공 인프라 확충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욕심내기보다 남북관계가 좋았던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018년 남북관계가 산 정상이라면 지금은 계곡까지 내려온 수준이다”며 “산 중턱 정도에서 차기 정부로 넘겨줄 수 있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코로나19 백신 문제다”며 “백신 협력 등을 통해 판문점 선언 수준으로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당대회 이후 북한은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이인영 장관이 계속 나서는 것은 이런 낌새를 읽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를 이용해 비핵화로 가는 입구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미가 ‘비핵화’와 ‘대북 적대 정책 폐기’를 합의하고,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것까지를 비핵화의 입구로 제시했다. 반면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로 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 교수는 “미국 민주당 정부는 동맹국의 입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한미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과거 김대중 정부와 호흡을 맞춘 클린턴 정부의 ‘포용정책’이나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한국 입장을 존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 원장 역시 미국과의 신뢰 강화를 강조한다. 하지만 그 이유에는 차이가 있다. 김 원장은 “한미공조 강화는 한국 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바꾸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지지한다면 정부가 북한문제에서 ‘퍼주기’ 프레임에 빠지는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좋은 것은 미국이 북한문제를 한국에게 맡겨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정부가 남북 간 합의사항에 대해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래야만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을 넘어선 국제공조를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박정진 일본 쓰다주쿠대 교수는 “한국이 주역이 되는 것만이 대북정책의 성공은 아니다”며 “남북관계 중심이 아닌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남은 1년 동안 완전히 새로운 성과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기존 성과를 보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새롭게 설정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특집
추·윤 갈등 승자는 문재인 정부일까(2020. 12. 18 14:58)
2020. 12. 18 14:58 정치
ㆍ깜짝 대권주자 1위 등극 ‘윤석열의 시간’은 언제까지 12월 2일 기자와 통화한 청와대 인사는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내려갈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가 30%를 언급한 시점은 아직 여론조사 기관의 정례 국정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가 40% 이하로 내려가는 결과가 나오기 며칠 전이었다. 기사에서 언급한 법무부 차관 사퇴와 후임 내정에 관한 발언도 차관인사 발표 전이었다. 기자는 12월 초에 쓴 기사에서 이 인사의 발언을 인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징계안을 재가했다. 사진은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윤 총장. / 연합 사실 기사에서 인용하지 않은 이 인사의 발언은 더 있었다. “윤석열 총장은 정직 3개월을 받을 것이다.” 딱히 이 인사의 말을 외부에 전하지 않았지만, 청와대발 윤석열 정직 3개월 설이 정가에 그럴듯하게 돌았다. 정직 3개월이라면 중징계라고도 할 수 있지만, 3개월 후엔 업무 복귀가 가능하다. 재보궐 한달 전이다. 재개될 검찰수사 지휘가 재보궐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청와대는 무슨 생각일까. 검찰개혁 일정표는 어떻게 그리고 있는 것일까. 청와대발 정직 3개월 설이 나온 까닭 “청와대가 정직 3개월을 원했다는 것은 와전된 것이다.” 최근 다시 접촉한 위 청와대 인사의 말이다. 그는 앞서 민정수석실의 오판이 있었다고 전했다. “가장 큰 실수는 민정실에서 윤 총장이 낸 징계 행정소송이 기각될 거라고 올린 것이었다. 보고가 문제였다. 직무정지될 것으로 본 것이다.” 이 인사는 또 하나의 이번 추·윤 갈등에서 흥미로운 비사(秘史)도 언급했다. 판사사찰 문건도 법무부에서 먼저 공개하려고 논의했다는 것이다. 원래 법무부에서 오후 5시에 공개하려고 했는데 ‘택’이 검찰 쪽에 새버렸다. 사전에 법무부 움직임 정보를 입수한 윤 측에서 오후 3시에 먼저 공개했다는 것이다. “정보관리가 엉망이다. 검찰 쪽 동향을 우리가 아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된 셈이었다.” 행정소송에서 윤 총장이 이긴 후 면직 관련 징계위를 2주 후에 여는 것은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 “보고대로 안 되었으니, 면직 사유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라는 것이었다. 무리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그래서 다시 올라간 보고가 ‘(적어도) 정직 3개월은 가능한 사안이다’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청와대 의중은 정직 3개월’이라는 설로 와전되었다는 것이다. 징계위의 최종적인 결론은 정직 2개월이다. 이 예측마저 틀린 셈이다. 김종호 민정수석은 전임 김조원 수석에 이어 감사원 출신이다. 청와대 내에서 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과 관련한 정책을 조율하고 이끌어나가야 할 기관이 민정실이다. 법무부 장관으로 차출되었다 사퇴한 조국 전 민정수석 후 “민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정실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속도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 검사징계위가 열리던 12월 15일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 전체를 공수처와 검찰개혁으로 돌렸다. 또 다른 현안인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는 정원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에 불과하며 현직 검사만 200~300명을 거느리고 있는 검찰조직과는 아예 비교가 되지 않는다”라며 “공수처는 검찰권을 약화시키는 괴물 같은 조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민은 검찰의 권한에도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이라며 “그 점을 검찰도 받아들이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리는 12월 15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앞에서 추미애 장관을 응원하는 시민들과 추미애 장관을 비판하는 시민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12월 16일, 검찰개혁 이정표를 찍은 하루 윤 총장 징계는 날을 넘겨 12월 16일 새벽 4시에 결정되었다. 그로부터 11시간 후 정부 합동 브리핑실에 박지원 국정원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나란히 섰다. 권력기관 개혁 합동 브리핑이다. 공수처 설치-검찰개혁의 시간은 급박하게 흘러갔다. 오후 6시 30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결과를 들고 문 대통령을 독대했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이 올린 징계제청안을 최종 재가했다. 징계위 의결 14시간 만이다. 약 70분간 대통령을 독대한 추미애 장관은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한 사의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준 것에 대해 특별히 감사하다.” 이틀 뒤인 12월 18일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열린다. 인사청문회까지 감안하면 늦어도 1월 10일까지는 공수처가 출범하게 된다. 이로써 추·윤 전쟁은 막을 내리는 걸까. 그럴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후임자를 물색해야 한다. 누구든 후임자로선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 인사검증통과 문제가 아니다. 검찰은 검찰개혁의 요체는 검찰독립이며, 그 중요한 지표가 ‘살아 있는 권력 수사’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수사의 방향은 일차적으로 검찰청법상 지휘·감독권자인 법무부 장관으로 향한다. 조국 전 장관이나 추미애 현 장관이 모두 겪었다. 관심이 가는 것은 직무 정지된 윤석열 총장의 이후 행보다. 직무정지된 당일인 12월 16일 저녁, 윤 총장은 본인 거주 주상복합건물 지하 식당에서 추 장관 편에 섰다 돌아선 조남관 차장검사 및 후배검사들과 회합을 가진 것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사진에 포착된 윤 총장의 행보나 직무정지 직전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낸 코로나19 대응단 메시지를 보면 검찰의 바운더리 내에서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이완규 변호사(오른쪽)와 이석웅 변호사가 12월 15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에 참석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윤 총장에게 내려진 정직 2개월을 두고 야권에서는 ‘권력비리를 덮는 공수처를 출범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2월 16일 페이스북에 “(이 정부는) 공수처만 출범하면 권력비리 수사 사건들을 뺏어와 윤 총장을 흔들기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도 “윤 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은 검찰을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이제 그 누구도 감히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항할 수 없게 되었다”고 논평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출범하면 1호 사건은 아니더라도 윤석열 가족과 관련한 비리사건을 다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징계위원회 개최는 검찰총장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공수처가 다루는 것은 업무를 넘어서 개인이나 가족과 관련한 비위이기 때문에 징계사유에서 배제되었던 처와 장모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다루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 시민사회 인사의 전망이다. “검찰이 수사할 때는 이런저런 이유로 수사를 지연하거나 중단시킬 수 있지만, 직무정지 상태인 윤 총장으로선 꼼짝할 수 없다. 직무정지 2개월은 이런 윤 총장의 감춰진 얼굴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정직 2개월에도 지속되는 ‘윤석열의 시간’ “이후 윤석열의 출마 가능성? 여전히 어렵다고 본다. 국민의힘과 같은 야권이 받쳐주는 것도 아니고, 검찰조직을 가지고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윤석열 총장이 ‘힘’을 가질 수 있는 건은 검찰조직 내에 있을 때뿐이라는 것이다. “이미 반기문의 사례에서 봤지 않느냐. 기존의 어떤 정치세력이 붙어주지 않는 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검찰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놓고 계산해봐도 승산이 없다는 것은 아마 자신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윤 총장 본인도 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장 이후 정치참여를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10월 29일 대전 고검과 지검 방문자리에서 그는 “퇴임 후 변호사 개업도 2년 동안 못 한다”며 “국정감사장에서 백수가 돼 강아지 세마리를 보면서 지낼 것이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냐”고 발언했다. “차기 대권주자 조사에서 윤석열이 25%가 나온다는 것은 대통령 후보 윤석열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윤석열에 대중이 가지고 있는 소망을 투사하는 것이다. 지금 윤석열은 내년 7월까지 임기를 무조건 채우는 것이 목표다. ‘내가 검찰총장으로 있는 동안 검찰 역사에 오명을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의 말이다. 징계절차 정당성에 대해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하며 버티는 까닭이라는 것이다. “공수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솔직히 싫은 것이다. 공수처를 만들더라도 자신의 임기 내에 검찰 권한이 뺏기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정도 해라, 앞으로 더 당신들을 곤혹스럽게 할 수도 있다. 내 임기를 명예롭게 보장하라, 검찰을 더 이상 약하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 조국 사건 이후 수사를 통해서 보내는 메시지 아닌가.” 정직 2개월 징계에도 불구하고 2020년 세밑 현재는 ‘윤석열의 시간’임이 틀림없다. 징계 직전 12월 11일 한길리서치·쿠키뉴스의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석열은 24.7%를 얻어 이낙연(22.2%)·이재명(18.4%)을 오차범위 내에서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등극했다(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시 감옥에 가기 전 매해 12월 19일을 ‘트리플 크라운데이’라고 부르며 주변 지인들과 기념모임을 갖곤 했다. 자신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대통령 당선일이 겹친 행운의 날이라는 것이다. 공수처법 개정 후 첫 후보자 추천위원회가 열린 12월 18일은 공교롭게도 윤석열 총장의 생일이었다. 1960년생인 윤석열 총장은 이날 환갑을 맞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묘한 세렌디피티(serendipity·뜻밖의 재미)가 작동하고 있다. ‘윤석열의 시간’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궁금한 대목이다.
[표지 이야기]문재인 정부 ‘균형발전’이 사라졌다?(2020. 09. 24 16:42)
2020. 09. 24 16:42 정치
ㆍ“참여정부보다 더 강력히 추진” 선언했지만 실적 찾기 힘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전부터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언급하며 ‘참여정부 시즌2’를 표방했다. 늘 참여정부를 잇겠다는 포부도 빼놓지 않았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염태영 수원시장(오른쪽에서 여섯 번째) 등이 지난 7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치와균형포럼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균형발전정책 추진현황 점검 및 과제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2017년 3월 11일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중 광주대교구 대주교를 예방한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2018년 2월 1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서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책은 의제 설정→정책 설계단계를 거쳐 실행된다. 균형발전 의제가 공론화됐다면, 싱크탱크와 각종 위원회는 의제를 구체화해 정책을 만든다. 이후 정부·여당은 법안을 만들고 정책 실행 방향을 결정한다. 문재인 정부 정책 집행 과정에 ‘균형발전’을 대입하면 물음표가 남는다. “참여정부를 뛰어넘겠다”던 포부와 의지는 찾기 어렵다. 참여정부의 혁신도시나 행정수도 건설 같은 선 굵은 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 집값을 잡는 과정에서 수도권 집중을 불러왔다는 의구심만 부추겼다. 늦은 타이밍, 선거 의식?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집행은 속도감이 있었다. 청와대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지휘는 대통령이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공약을 내놓는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이 구성됐다. 지역에선 공청회와 토론회가 연이어 진행됐다.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2003년 6월 나왔다. 참여정부 출범 4개월 만이었다. 같은 해 12월,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지방분권법, 국가균형발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1년 만에 균형발전 정책의 얼개와 기틀이 마련됐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보다 타이밍이 늦었다. 임기 2년을 넘은 최근에야 균형발전이 의제로 떠올랐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인 점을 감안하면 출발이 뒤처졌다. 문 대통령이 취임 전후 강조해왔던 ‘참여정부 계승’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의제를 던진 주체부터 달랐다. 참여정부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균형발전을 직접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나섰다.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려 여당이 역할 분담을 했다고 한다. 행정수도 이전이 한 차례 위헌에 부딪혀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경험이 작용한 판단으로 보인다. 여당에는 국가균형발전·행정수도완성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야당에 국회 국가균형발전 특위를 제안했다. 주요 의원들이 공공기관 이전, 국회 세종시 이전 등을 ‘반짝’ 공론화했지만 속도는 나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 이전 논의도 잠잠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월 광주전남 발전연구원에서 열린 혁신도시 활성화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블로그 여당 내부에서는 코로나19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행정수도 이전 관련 회의들이 줄줄이 취소돼 이슈 점화가 안 됐다는 취지다. 반면 코로나19는 명분일 뿐 내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나쁘게 나와 몸을 사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여당에선 국회보다 청와대의 세종 이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울 민심을 확인한 뒤 속도 조절에 나섰다고 한다. 참여정부는 ‘선거용’이라는 비판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2004년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는 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1월 “선거를 의식해 정책을 급조해서도 안 되지만 선거 때문에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미뤄서도 안 된다”라고 했다. 뒤늦게 ‘지역균형발전’ 이름표 균형발전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직후 균형발전의 큰 틀은 마련했다.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자치분권·균형발전을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으로 분류해 5대 국정목표에 넣었다. 세부 국정과제도 의제 수준이었다. ‘전 지역이 고르게 잘사는 국가균형발전’, ‘해운·조선 상생을 통한 해운강국 건설’, ‘지속가능한 농식품 산업 기반 조성’ 등이 대표 사례다. 그나마 ‘도시경쟁력 강화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뉴딜 추진’이 구체성을 띤 과제였다. 도시재생뉴딜 사업에는 문재인 정부 5년간 60조원이 투입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공개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추진실적을 보면, 이렇다 할 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 국가균형발전위 추진실적에 6번 언급되는 생활SOC(사회간접자본)가 지역균형발전과 가장 맞닿아 있는 사례다. 정부는 생활SOC를 “지역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는 지역밀착형 생활SOC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소개한다. 나머지 정책은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방안(2019년 5월 23일), 스마트 특성화 기반구축 추진계획(2019년 12월 23일) 등 이미 존재할 법한 정책이 주로 등장한다. 참여정부는 선명한 정책을 지역균형발전 설계의 토대로 삼았다. 혁신도시 조성과 행정수도 이전은 참여정부 하면 떠오르는 정책이다. 정책 자체가 사회의 대표 의제가 됐고, 지역균형발전이 정책 우선순위 앞쪽에 놓였다. 문재인 정부에선 기존 정책에 ‘지역균형발전’ 이름표가 뒤늦게 붙여졌다. 정부가 지난 7월 14일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경기 부양책이었지만 ‘지역균형발전 뉴딜’ 성격이 뒤늦게 강조됐다. 한국판 뉴딜은 160조원을 투자해 190만1000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 그린뉴딜, 고용·사회안전망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에 돈이 풀리고 제조업 혁신을 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당초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측면을 강조하진 않았다. 분위기가 확 바뀐 건 일주일 뒤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이 계속 진화해 나갈 중심에 지역이 있다. 정부는 지역주도형 뉴딜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후 ‘지역균형발전 뉴딜’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쓰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다음 날 “균형발전 뉴딜로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참여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으로 서울 집값 상승 억제에 나서면서 지역전략을 추진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수도권에 교통·주거·산업 인프라를 집중시키는 데 우선 주력했다. 지역균형발전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표지 이야기
[언더그라운드 넷]‘문재인과 이만희 악수’ 가짜뉴스는 어떻게 나왔나(2020. 03. 06 14:31)
2020. 03. 06 14:31 사회
“왼쪽에서 악수하는 사람이 이만희입니다.” 지난 3월 3일 유튜브채널 ‘가로 세로연구소(가세연)’에서 한 장의 사진을 제시했다. 이 연구소의 김용호 연예부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천지일보> 기사이니 틀릴 수 없어요. 문재인이 저거 자기 아니라고 할 수 없겠죠?” 오른쪽에서 악수하는 사람, 문재인 대통령 맞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 참석 장면이다.(사진) 그런데 옆의 인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맞나? 천지일보 이 유튜브 방송은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이 방송의 김세의 대표나 강용석 대표가 옆에서 야유하면서 추임새를 넣는다. “어유~, 양손 잡고 아주 반갑게.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하고 인사하고 있는 것 아녜요.” 김 부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저 사진 이전부터 찾아놓고 있는데, 안 찾아놨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가세연 측이 ‘큰일’이라고 하는 것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박근혜 청와대 시계를 차고 나온 것이 알려지면서 신천지와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현 미래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도 이만희와 만났고, 잘 아는 사이로 보이니 피장파장이라는 것이다. 사진을 찍은 유영선 기자에게 링크를 건네고 확인을 부탁했다. “…확인했는데 이만희 총회장 아닌데요. 과거 그런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는데 그런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사진 유포 경위를 찾아보면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코로나바이러스 갤러리에 “이만희+문재인 떴다!!”라는 제목으로 해당 사진이 최초로 올라온 것이 확인된다. 사진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졌다. 그러나 “이만희가 아니지 않냐”는 누리꾼 자정으로 이 밈(meme)의 확산세는 사실상 멈췄다. 가세연의 해당 영상에도 의문을 표시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문재인과 악수하고 있는 안경 낀 인물. 2012년 이만희가 맞는지 한 번 더 검증 부탁드립니다. 불과 8년 전이면 82세. 그 나이로 보기에는 너무 젊어 보이네요. 그리고 귀 모양도 이만희와 다른 듯하고요.” 그러나 가세연 측은 답변 없이 침묵했다. 영상은 여전히 수정되지 않고 남아 있다. 가짜뉴스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언더그라운드 넷
[원희복의 인물탐구]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김헌동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20점”(2020. 01. 03 15:59)
2020. 01. 03 15:59 사회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서울대 도시공학과 석·박사로 <주택정책의 원칙과 쟁점>(2008), <부동산은 끝났다>(2011),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2017) 등을 저술한 자타가 공인하는 도시·주택정책 전문가다. 그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등으로 최고 실무경험까지 갖췄다. 하지만 그가 책임 있는 자리에 있을 때 부동산 가격은 어김없이 폭등했다. 그는 자신의 지론과 정확히 정반대 정책을 야기한 인물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65)은 바로 그 김수현 전 실장의 ‘무능’을 맹폭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그는 김 전 정책실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12억원의 부동산 불로소득을 올렸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경실련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무능’ 지적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오른 부동산 총액이 2000조원이냐, 1000조원이냐를 두고 정부와 경실련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 싸움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토론하자고 해서 ‘좋다’고 했는데 공개토론이 아닌 ‘몰래토론’을 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토론을 교수와 하라는데 나는 ‘정책 결정권자가 나와라, 대통령이 못 나오면 장관이라도 나오라’고 했다.” -2000조와 1000조 2배 차이가 나는 것은 공시지가 실거래가 비율 때문인가. “그렇다. 핵심쟁점은 우리는 실거래가 비율이 43%이고, 국토부는 65%라는 것이다. 경실련은 2019년에만 1000군데 6만 가구 이상 실거래가를 조사해 발표했지만 국토부는 한 번도 시세를 밝힌 적이 없다. 국토부는 매년 1500억원을 들여 지가조사를 하는데, 한 번도 발표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자신이 조사한 자료가 있으면서 왜 한국은행 자료만 인용하는가.” -그것은 비밀도 아닌데 왜 공개가 안 되나. 국회의원을 통하거나 정보공개청구로 밝힐 수 있지 않나. “국토부가 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재벌 특혜 실태가 드러날까봐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벌이 가진 빌딩의 시세적용률은 28%, 공장부지나 백화점은 시세 대비 30%도 안 된다. 서민은 50%대로, 서민이 재벌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낸 것이 드러날까봐 숨기고 있는 것이다.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공시지가를 7년 동안 매년 1%씩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정상화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사실 지난해 11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는 발언을 듣는 순간, ‘대통령은 신문도 안 보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와대 보고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니나 다를까 뒤늦게 12·16대책을 내놓는 것을 보고 ‘대통령에게 혼났구나’라고 판단했다. “대통령이 그런 말씀 하는 순간 숨이 탁 막히더라. 그 순간 나는 ‘찬스다’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참모의 실체를 확실히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우리는 청와대 참모들의 아파트값을 이미 다 조사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34% 올랐는데 청와대 참모들은 40%나 올랐다. 그런데 국토부는 10% 올랐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우리는 ‘누가 대통령과 국민에게 거짓 보고하나?’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는 청와대 참모들이 가진 부동산을 조사했더니 청와대 참모 37%가 다주택자였고, 이들이 소유한 부동산 가격은 3억~12억원씩 올랐다. 특히 경제정책을 책임졌던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12억원, 장하성 전 정책실장 역시 10억원, 김상조 현 정책실장은 5억원이 각각 올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결국 연이은 그의 폭로에 국토부는 손을 들고 12·16대책을 발표했다. 책상머리 선무당이 사람 잡은 꼴 김 본부장은 “김수현은 노무현 정부 4년간 부동산값 폭등으로 노 정부를 망가뜨린 사람이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3년을 같이하며 서울시 부동산을 망치고, 문재인 정부 2년 부동산정책을 망친 주범”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솔직히 유명대학 부동산정책 석·박사면 뭐하나. 정책 실패는 물론 오히려 역효과를 냈으면 ‘무능한 것’이고, 책상머리 선무당이 사람 잡은 꼴이다. 적잖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 경제 참모들은 입(책)으로만 개혁·진보를 따지고 실제 정책은 정반대라고 혹평한다. 김수현·장하성·김상조 모두 요지에 부동산을 포함 15억원에서 30억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한 재산가들이고 공교롭게 이들 모두 참여연대 출신이다. 그러나 ‘강남좌파’ ‘입진보’라는 평가처럼 이들의 경제정책은 평소 지론과 많이 달랐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경제·노동·부동산정책은 촛불초심에서 어긋났다. 그중 김 전 실장은 참여정부 부동산정책 실패를 ‘과잉 유동성에 대한 이해와 대책 부족’이 이유였다고 스스로 시인했다. 그런데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연거푸 실패한 책상머리 학자를 문재인 정부가 계속 기용한 이유는 뭘까. 이에 김 본부장은 “재벌을 비난하지 않으니 조·중·동이 좋아하고 심지어 한겨레·경향도 비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론플레이를 잘한다는 의미다. 결국 인사문제로 귀결된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관료 장악을 못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개혁철학을 얘기하지만 겉돌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장관이 업무를 파악하지 못했거나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것이고, 청와대 참모진 역시 무능하거나 대통령 의중과 다른 인물을 기용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부동산정책 책임자인 김현미 장관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28일 김헌동 본부장이 경실련 사무실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현미 장관이 첫 국토부 장관이 됐을 때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다. 박근혜 정부 3년간 강남 아파트 산 사람 70%가 집을 여러 채 가진 투기꾼이다.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투기꾼을 잡아야 한다’고 취임사에서 밝혔다. 정확히 문제를 짚었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다주택자가 집을 내놔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과 김상곤 교육부 장관, 김현미 장관 3명을 제외하고 다주택자 누구도 집을 팔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취임사는 “관료가 써준 것을 그냥 읽었을 것”이라며 “그는 2년 반 동안 18번이나 찔끔찔끔 부동산 대책을 냈다”고 역시 혹평했다. 그는 12·16대책 역시 시장에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성적은 지난해 10월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10점, 이번 12·16대책이 10점 도합 20점”이라며 “이것은 대책이나 정책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김 본부장은 ‘주택임대사업자’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이는 2017년 12·8부동산 대책 때 도입된 것으로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해 표준임대계약서를 쓰고 소득세를 신고하면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다. 그는 “집을 한 채 사는 사람은 집값의 40%, 두 채 사면 80%를 대출해 준다”면서 “강남에 15억원짜리 집 한 채 가지면 400만~500만원 세금을 내지만 아파트 20채 가진 사람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책을 “투기 꽃길을 활짝 열어 전국 아파트를 쇼핑하듯 사재기하게 만든 제도”라고 비난했다. “아파트값 잡는 방법은 분양가상한제” 이 정책을 시행한 이유는 경기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경제성장률을 지탱해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그는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비판하는 학자도, 언론도, 정치인도, 시민단체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결국 최저임금이 3000원 오를 때 집값 총액은 3000조원이 올랐다. 집 없는 서민 3700만 명은 자산 양극화로 울고, 살 집 마련이 어려운 젊은층은 결혼을 포기해 출산율은 세계 최저로 떨어지고 있다. 김 본부장은 1955년 충남 부여 출신으로 김태동 전 경제수석의 막냇동생이다. 성균관대 명예교수인 큰형 역시 재벌개혁과 서민경제를 주창하는 진보적 경제학자다. 어린 시절 가난한 소작농이던 그의 부친은 식구를 모두 데리고 서울로 올라왔다. 삼청동 꼭대기 무허가 단칸방에서 할머니·부모·다섯 형제 등 여덟 식구가 살았다. 식구들이 바로 눕지 못하고 옆으로 ‘칼잠’을 자면서 생활해 ‘방’이나 ‘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처절하게 체험한 사람이다. 그는 중동 근로자로 일해 20대 말에 일찌감치 집을 샀다. 그는 자신의 학력을 밝히지 않는다. 주변에선 ‘아마 유명대학 출신이 아니어서’라고 한다. 유명대학 석·박사 출신도 맹탕인데 학벌이 뭐 그리 중요할까. 그는 쌍룡건설 부장으로 있으면서 당시 국가예산의 40%를 차지하는 사회간접자본(SOC)에 거품이 많음을 목격했다. 1999년 그는 공공공사 입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국책사업감시운동을 하면서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2004년부터 경실련을 통해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부동산 문제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돈 안 되는 시민운동을 이렇게 오래할 것이라고, 이렇게 벽이 두터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파트값을 잡는 방법은 분양가상한제라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상한제는 박정희 정권에서 도입돼 전두환 7년, 노태우 5년, 김영삼 5년, 김대중 2년 동안 훌륭히 시행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는 2000년 외환위기로 풀었던 것을 2008년 이명박 정권 때 재도입했다. 2015년 민주당 박기춘 국회 국토위원장이 이 제도를 풀고 건설업자로부터 2억원을 수수해 구속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이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질질 끌었다. 특히 김수현 전 실장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이 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2019년 11월 겨우 분양가상한제가 다시 도입됐지만 강남에만, 그것도 시행을 6개월 후인 총선 뒤로 미뤘다. 김 본부장은 “정부의 12·16조치에도 불구하고 어제(12월 26일) 위례신도시 9억원 넘는 아파트 분양에 160 대 1 경쟁률을 보였다”면서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이 가동되지 않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공급부족론자에 대해 “주택 2000만 채 중 본인 이름으로 1300만 명이 가지고 누군가 700만 채를 사재기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공급을 늘려도 대출을 늘리고 세금을 깎아주는 한 자가보유율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결국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늘리는 매우 ‘간단한’ 방법만 시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원희복의 인물탐구
[포커스]“문재인 정부 들어 투기 더 심해졌다”
[포커스]“문재인 정부 들어 투기 더 심해졌다”(2019. 11. 29 15:32)
2019. 11. 29 15:32 경제
ㆍ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울분 토로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정말로 화가 나 있었다. 답답해했다. 집 없는 서민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은 물론 시민사회·진보언론까지. 지난 11월 28일 그가 몸담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 변화에 대한 것이다. 경실련 자체조사결과, 25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서울은 4억원, 그중 강남은 6억원이 올랐다. 30개월 재임기간 중 상승한 기간은 26개월, 하락은 4개월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부분의 (집권)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하락할 정도로 안정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 보도자료의 제목은 ‘누가 대통령과 국민에게 거짓 보고하나?’였다. 김 본부장과 인터뷰는 기자회견 하루 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사무실에서 3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국민과의 대화’가 열린 시점이 대통령 선거 후 2년 반, 딱 임기 절반이다. 참여정부 때 임기 중반 시점에 정부가 8·31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그만큼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는데, 문재인 정부 인식은 “이미 부동산은 잡혔다”는 생각인 것 같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세력이 있다. 언론에는 자고 나면 1억원씩 집값이 오른다는 기사는 있는데 어디에서 얼마나 올랐는지 정확한 실태를 제공하지 않는다. 방송도 그렇고 신문도 그렇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많이 오른 것은 맞는데 얼마나 올랐고 왜, 그리고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주는 데는 없다. 국민의 소득이 늘어나서 오른 걸까. 그건 아니다. 집값만 오르는 것이다. 이런 것에 대해 대통령은 모르고 있다. 누가 와서 제대로 보고하지 않으니까.” -대통령의 부동산 문제 인식에 실망한 것 같다. “물론 더 시급한 다른 현안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시민, 대한민국 보통 서민에게 집은 인생이고 모든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내 방 갖기를 꿈꾸고 안정된 곳에서 살기를 바란다. 성인이 되면 내 집 한 채를 갖기 위해서 일하고 좋은 집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노인이 돼서는 그게 노후대책이다. 그러니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집이 모든 것’인데, 그런 자기 인생의 꿈과 희망이 불안해지고 실현 불가능하거나 사라지는 중이다. 대통령은 이미 집도 있고, 자식들 집 걱정도 없을 정도로 이뤄놨으니 관심사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구성하고 있는 국민의 꿈과 희망인데, 그걸 멀어지게 만든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것에 정말 화가 치밀어오른다.” -집값 상승에 대통령 책임이 크다는 말인가.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투기가 더 심해졌다. 우리나라는 30명이 1만1000채의 집을 갖고 있다. 나눠보면 한 사람이 367채꼴로 갖고 있는 것이다. 자산기준으로 상위 1%, 12만여 명이 92만여 채를 갖고 있다. 10여 년 전인 2008년에는 11만 명이 37만 채를 갖고 있었다. 지금 상위 1%가 92만 채이니 지난 10년 동안 약 54만 채를 새로 사들인 것이다. 그다음으로, 상위 10%가 450만 채를 가지고 있는데, 지난 10년 동안 그 사람들은 200여만 채를 샀다. 지난 10년 동안 공급된 주택이 500만 채다. 그중 250만 채를 기존에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산 것이다. 집을 아무리 더 짓고 만들어봐야, 집을 가진 사람들, 투기꾼만 배 불린 것이다. 정부는 집값 잡는다고 수도권에 신도시를 짓는다든가, 오래된 집을 재개발·재건축해 신규개발한다는 것인데,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됐을 뿐이다.” -지난해 여름 무렵 집값이 들썩일 때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강남을 넘어 서울 전역의 집값이 흔들렸다. 지금은 어떤가. “우리 조사로는 올해 7월부터 집값이 올랐다. 강남구 삼성역 주변부터 폭등이 시작됐다. 삼성역 역세권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동대로 지하도시를 만들고, 잠실운동장에 대형 컨벤션센터, 제2코엑스를 만든다고 했다. 또 동서남북광역철도망을 삼성역에 연결하고, 여기에 현대차 신사옥 부지를 3종 주거지 용도에서 상업용도로 바꿔 원래 30층을 지을 수 있는 땅에 105층을 허락해주겠다고 했다. 삼성역 주변에만 50조원 이상 투자로 토건사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올해 초에는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지자체 예산 58조원을 잡아줬다. 예타(예비타당성조사)는 면제시켜주면서…. 전부 다 합쳐 150조원 이상의 토건산업을 벌이는데, 대통령은 ‘자기 임기 중에는 인위적인 건설경기 부양은 안 한다’고 말한다. 그게 인위적인 건설경기 부양이 아니면 도대체 뭔가. 그럼에도 ‘부동산값은 안정되어 있다’고 말하는 걸 보면 대통령이 무능하거나 참모가 거짓보고를 하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본다.” -부동산 관련 시민단체들은 김수현 전 정책실장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원흉’쯤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퇴임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는데, 지금은 누가 부동산정책을 총괄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 김수현이 독점하다가 김수현의 말을 잘 듣는 관료 출신을 앉혀놨을 것이다. 나는 김수현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처음 만났다. 이정우 당시 정책실장을 만나러 가면 비서관으로 배석하고 있었다. 직책은 정책실 쪽은 아니고 빈부격차 차별시정위원회 위원장을 이정우 실장이 겸직하고 있었는데, 그쪽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본인이 빈민운동, 임대주택운동을 했다고 하지만 부동산정책은 잘 모르는 친구였다. 그런 사람에게 부동산정책을 맡긴 것이다. 경실련에서는 다음 주 ‘대한민국 땅값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얼마나 올랐나’를 추계 발표할 예정이다. 잠정적인 계산으로는 2000조원이 올랐고, 그중 서울에서만 1000조원이 올랐다.” -왜 진보정부 시기에 유독 집값이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는가. “진보정부가 못 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관료가 정책을 좌지우지한다. 사실상 과장이나 국·실장이 정책이나 법안을 좌지우지한다. 그 사람들이 반대하면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한다. 그 사람들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재벌총수,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자기 동창들을 따른다. 자기들이 감옥에 가도 끝까지 책임져줄 수 있는 사람을 위해 정책을 쓰는 것이다. 재벌은 무제한의 편의와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제공하고 선배들이 그런 것을 누리고 있는 걸 보고 배우는 것이다. 대통령은 임기가 5년이지만 재벌총수 권력은 영원하다. 진보든 보수든 소위 일류대 나온 사람들은 결혼식장이나 상가(喪家), 동창회, 골프장에서 거의 매일 만난다. 이념과 상관없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기득권이다. ‘강남좌파’란 말이 있다. 강남에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있었더니 노무현 정부 때 10억원, 문재인 정부 2년간 5억원이 올라 불로소득을 15억원 챙긴 사람이 바로 강남좌파다. 자기가 아무런 노력을 안 했는데 ‘공돈’ 15억원을 만들어준 것이다. ‘불로소득이니 이건 안 돼’라고 말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그게 무슨 진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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