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옵션
닫기
범위
전체
제목
본문
기자명
연재명
이슈명
태그
기간
전체
최근 1일
최근 1주
최근 1개월
최근 1년
직접입력
~
정렬
정확도순
최신순
오래된순

주간경향(총 29 건 검색)

[박상영의 Re:코노미]문재인 정부 ‘어공’은 왜 실패했나(2021. 06. 04 15:42)
2021. 06. 04 15:42 경제
ㆍ임기 말 내각의 관료 비율 늘어… 기재부 출신의 약진 두드러져 “정권 말은 관료의 시간이다. 개혁과제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권 초기가 정치의 시간이었다면 정권 말은 리스크 관리를 하게 된다. 산에서 내려갈 때 급하게 가다 보면 다칠 수 있지 않나.” 세종시 기획재정부 전경 / 기획재정부 제공 경제부처 한 고위 관료는 정권 말을 이같이 표현했다. 실제 문재인 정권의 경우,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내각에서 관료 비율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초기만 해도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는 인원(부처 17곳+경제수석) 중 관료 출신은 3명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부(6명), 박근혜 정부(8명)에 비교해 확연히 낮은 비율이다. 보수 정부가 관료 출신을 선호한 것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개혁 성향의 시민단체와 학계 출신을 적극적으로 등용한 결과였다. 집권 마지막 해에 접어들면서 관료 숫자는 9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4월 지방자치단체장 재보궐 선거 직후, 학계 출신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퇴하고 관료 출신인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이 국토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관료 비율은 늘어났다. 청문회 과정에서 박준영 전 해양수산부 차관이 낙마하지 않았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개각 당시(10명)와 같은 규모다. 경제부처 관료 비율 3→9명으로 껑충 기재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경제관계장관회의 참석자 중 기재부 출신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노형욱 국토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안일환 경제수석 등 5명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기재부 출신이 4명, 박근혜 정부에서는 5명이었다. 최근 청와대 정책실장에 기재부 차관을 지냈던 이호승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임명되면서 청와대·행정부 주요 정책 결정자는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관료들은 문재인 정부가 관료에 의존하게 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한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수십년 동안 밖에 있다가 갑자기 관료사회에 오게 되면 장관이더라도 절대 조직을 장악할 수 없다” “업무 파악만 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결국 정권 초 추진했던 개혁과제 추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관료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한 전직 고위관료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처럼 장관이 되기 전부터 개혁과제를 연도별로 꼼꼼하게 준비한 사람도 막상 실무진이 보고할 때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지시를 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좁은 인재 후보군도 관료에 대한 의존도만 높였다. 경제부처 한 고위관료는 “현 정부는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후보군으로 먼저 정한 뒤, 자리가 비면 그 후보군에서 뽑는 방식이었다”며 “어느 자리는 후보군이 넘치는 반면, 어떤 자리는 후보군이 없어 연관성이 별로 없는 분야에서 일한 분이 선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당 한 중진 의원도 “자기 사람들로만 돌려막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관료만 남게 됐다”며 권력 기반을 스스로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야당일 때도 당내 경제전문가가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있었는데 집권 4년차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집권 당시 여당 의원을 기재부 장관에 등용했던 보수정부와 달리 민주당은 관료 출신만 기용했다. 지금도 야당인 국민의힘에 경제전문가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포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재부 출신이 약진하는 것에 대해 관료사회에서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다. 의사결정 과정은 빨라질 수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는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경제부처 한 관료는 “한진해운 건만 해도 구조조정 주도권을 기재부가 갖다 보니 금융 논리만 반영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도 제기됐다”며 “대규모 실업과 지역경제 위축 등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됐으면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협소한 인재풀… 결국 관료에 의존 대안은 무엇일까. 관료들은 실무 단계부터 우수한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부처 과장급 한 인사는 “진보 정부의 약점은 인재풀이 협소하다는 것”이라며 “인재풀을 넓히기 위해 시민단체나 학계 출신을 과장급 단계부터 선발해 실무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이들이 우수한 장관 후보군이 되지 않겠냐”며 “관료를 견제하려면 우수한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부처별로 외부 인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개방직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 핵심 업무에서 배제되고 임기도 대개 3년으로 한정됐다. 이마저도 사실상 공무원 재취업 자리로 이용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5년간 부처별 개방형 직위 임용현황’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개방형 직위를 통해 채용한 경력자 1731명 가운데 880명(51%)이 공무원이었다. ‘개방형 직위’는 공직 내·외부에서 적격자를 임용할 수 있어 공무원 임용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조직에 적절한 자극과 활력을 불어넣자는 제도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관료사회의 정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인사혁신처도 역량을 갖춘 민간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헤드헌팅’ 제도를 도입했지만, 지난 5년 동안 영입된 인원은 53명에 그친다. 이 때문에 임기 제한을 없애거나 다른 공무원처럼 고위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개방직으로 채용된 한 관료는 “분야는 점점 전문화·세분화 되는데 중앙부처는 1년 단위로 인사가 나기 때문에 전문성을 쌓기 어려운 구조”다. “경쟁력을 쌓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부처에서는 외부 인사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뽑지 않으려고 한다”며 “결국 인사혁신처 등에서 의지를 갖고 압박하지 않으면 외부 수혈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상영의 Re:코노미
[주간 舌전]“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주간 舌전]“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2021. 01. 22 15:39)
2021. 01. 22 15:39 정치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평가하며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 / 강윤중 기자 1월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총장의 자세에 대한 주문으로 받아들인다”며 “검찰개혁의 대의를 실현하는 데 검찰과 법무부가 함께 노력해 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잘 마무리하라는 뜻”이라며 “검찰개혁 부분에 대해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동안 윤 총장의 탄핵을 주장해온 민주당 내 인사들은 입장이 애매해졌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5일 페이스북에 “국회에서 윤 총장 탄핵안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12월 30일에도 “윤석열을 탄핵하지 않는다면, 이들 기득권 카르텔은 끊임없이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대통령의 행정권을 계속해서 공격할 것”이라며 탄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 기자회견 다음 날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 흠집내기가 도를 넘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회견 관련 글을 남겼지만, 윤 총장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주간 舌전
[포커스]문재인 정부 남은 1년, 남북관계 달라질까(2021. 01. 08 15:46)
2021. 01. 08 15:46 정치
ㆍ북한 경제난 타개 새 북미관계 필요… 선택지 적은 한국 정부 행보 주목 한반도 정세 전환이 시작됐다. 북한은 지난 1월 5일 제8차 당대회를 열었다. 오는 20일이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출범한다. 북미관계는 기존 셈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계 설정을 예고하고 있다. 누가 먼저 유화적 행보를 시작하느냐가 협상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제는 한국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에 집중할 수 있는 마지막 1년이다. 2022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으로 역점 사업인 남북관계 개선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공식석상으로 이끌었지만 종전선언, 금강산 관광 같은 가시적인 결과가 없다. 남은 1년 성과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전체가 평가될 수 있다. 이는 한반도 정세 변화와 그 대응이 주목받는 이유다. 경제에 ‘방점’ 찍은 북한, 대화 나서나 미국 행정부의 출범 시기는 미리 정해진 상수였다. 반면 북한 당대회는 시기나 논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어 변수가 된다. 당대회가 주목받는 것은 중요성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당은 모든 국가 조직보다 위에 있다. 조경근 경성대 교수는 논문 ‘제7차 당대회와 북한 핵문제의 전망과 함의’에서 “당대회는 국가 최고의 권력기관이자 최고 의결기관”이라며 “군대는 물론이고 국정을 수행하는 내각, 인민을 대표하는 최고인민회의도 모두 당의 관리와 지도 아래에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1946년 제1차 당대회를 개최한 이래 75년 동안 총 8차례 당대회를 열었다. 자주 열지는 않았지만 당대회 때마다 중요한 결정들이 내려졌다. 2016년 5월에 열렸던 제7차 당대회에서는 당시 김정은 제1비서를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또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선언하며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공식화했다. 선당을 중심으로 선핵, 선경의 3대 노선을 정립한 것이다. 제8차 당대회가 주목받는 것도 북한의 국정운영 방향을 전망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당대회에서 눈에 띄는 것은 경제 중시 기조다. 지난 5일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밝혔다. 경제실패를 인정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이다. 경제 중시 기조는 당대회에 참여한 대표자 중 행정경제부문 대표가 이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이 2000달러밖에 안 됐다”며 “최악의 경제위기가 집권 10년 차를 맞은 김정은 정권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위기는 북한의 외교전략이 대화와 협력에 집중될 것이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정책적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에 방점을 찍었다”며 “경제 상황이 악화되지 않게 외교나 남북관계도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회사나 사업총화보고에 미 제국주의, 핵 무력이라는 용어가 없다”며 “대신 ‘대외관계 진전’이라는 말이 포함된 만큼 협력이 강조될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의 입장을 기다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전략적 인내 정책을 쓸 수 있다”며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협상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오길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이 초기부터 접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북한이 판을 깰 정도로 도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월 5일 북한 평양에서 제8차 당대회가 개막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남은 1년, 한국의 선택은 북미가 관계 설정을 새롭게 시작한 상황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한국 정부의 선택지를 제한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실현 가능한 일부터 선제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도적 협력과 철도·도로 등의 공공 인프라 확충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욕심내기보다 남북관계가 좋았던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018년 남북관계가 산 정상이라면 지금은 계곡까지 내려온 수준이다”며 “산 중턱 정도에서 차기 정부로 넘겨줄 수 있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코로나19 백신 문제다”며 “백신 협력 등을 통해 판문점 선언 수준으로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당대회 이후 북한은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이인영 장관이 계속 나서는 것은 이런 낌새를 읽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를 이용해 비핵화로 가는 입구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미가 ‘비핵화’와 ‘대북 적대 정책 폐기’를 합의하고,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것까지를 비핵화의 입구로 제시했다. 반면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로 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 교수는 “미국 민주당 정부는 동맹국의 입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한미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과거 김대중 정부와 호흡을 맞춘 클린턴 정부의 ‘포용정책’이나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한국 입장을 존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 원장 역시 미국과의 신뢰 강화를 강조한다. 하지만 그 이유에는 차이가 있다. 김 원장은 “한미공조 강화는 한국 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바꾸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지지한다면 정부가 북한문제에서 ‘퍼주기’ 프레임에 빠지는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좋은 것은 미국이 북한문제를 한국에게 맡겨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정부가 남북 간 합의사항에 대해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래야만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을 넘어선 국제공조를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박정진 일본 쓰다주쿠대 교수는 “한국이 주역이 되는 것만이 대북정책의 성공은 아니다”며 “남북관계 중심이 아닌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남은 1년 동안 완전히 새로운 성과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기존 성과를 보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새롭게 설정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특집
추·윤 갈등 승자는 문재인 정부일까(2020. 12. 18 14:58)
2020. 12. 18 14:58 정치
ㆍ깜짝 대권주자 1위 등극 ‘윤석열의 시간’은 언제까지 12월 2일 기자와 통화한 청와대 인사는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내려갈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가 30%를 언급한 시점은 아직 여론조사 기관의 정례 국정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가 40% 이하로 내려가는 결과가 나오기 며칠 전이었다. 기사에서 언급한 법무부 차관 사퇴와 후임 내정에 관한 발언도 차관인사 발표 전이었다. 기자는 12월 초에 쓴 기사에서 이 인사의 발언을 인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징계안을 재가했다. 사진은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윤 총장. / 연합 사실 기사에서 인용하지 않은 이 인사의 발언은 더 있었다. “윤석열 총장은 정직 3개월을 받을 것이다.” 딱히 이 인사의 말을 외부에 전하지 않았지만, 청와대발 윤석열 정직 3개월 설이 정가에 그럴듯하게 돌았다. 정직 3개월이라면 중징계라고도 할 수 있지만, 3개월 후엔 업무 복귀가 가능하다. 재보궐 한달 전이다. 재개될 검찰수사 지휘가 재보궐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청와대는 무슨 생각일까. 검찰개혁 일정표는 어떻게 그리고 있는 것일까. 청와대발 정직 3개월 설이 나온 까닭 “청와대가 정직 3개월을 원했다는 것은 와전된 것이다.” 최근 다시 접촉한 위 청와대 인사의 말이다. 그는 앞서 민정수석실의 오판이 있었다고 전했다. “가장 큰 실수는 민정실에서 윤 총장이 낸 징계 행정소송이 기각될 거라고 올린 것이었다. 보고가 문제였다. 직무정지될 것으로 본 것이다.” 이 인사는 또 하나의 이번 추·윤 갈등에서 흥미로운 비사(秘史)도 언급했다. 판사사찰 문건도 법무부에서 먼저 공개하려고 논의했다는 것이다. 원래 법무부에서 오후 5시에 공개하려고 했는데 ‘택’이 검찰 쪽에 새버렸다. 사전에 법무부 움직임 정보를 입수한 윤 측에서 오후 3시에 먼저 공개했다는 것이다. “정보관리가 엉망이다. 검찰 쪽 동향을 우리가 아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된 셈이었다.” 행정소송에서 윤 총장이 이긴 후 면직 관련 징계위를 2주 후에 여는 것은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 “보고대로 안 되었으니, 면직 사유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라는 것이었다. 무리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그래서 다시 올라간 보고가 ‘(적어도) 정직 3개월은 가능한 사안이다’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청와대 의중은 정직 3개월’이라는 설로 와전되었다는 것이다. 징계위의 최종적인 결론은 정직 2개월이다. 이 예측마저 틀린 셈이다. 김종호 민정수석은 전임 김조원 수석에 이어 감사원 출신이다. 청와대 내에서 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과 관련한 정책을 조율하고 이끌어나가야 할 기관이 민정실이다. 법무부 장관으로 차출되었다 사퇴한 조국 전 민정수석 후 “민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정실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속도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 검사징계위가 열리던 12월 15일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 전체를 공수처와 검찰개혁으로 돌렸다. 또 다른 현안인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는 정원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에 불과하며 현직 검사만 200~300명을 거느리고 있는 검찰조직과는 아예 비교가 되지 않는다”라며 “공수처는 검찰권을 약화시키는 괴물 같은 조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민은 검찰의 권한에도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이라며 “그 점을 검찰도 받아들이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리는 12월 15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앞에서 추미애 장관을 응원하는 시민들과 추미애 장관을 비판하는 시민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12월 16일, 검찰개혁 이정표를 찍은 하루 윤 총장 징계는 날을 넘겨 12월 16일 새벽 4시에 결정되었다. 그로부터 11시간 후 정부 합동 브리핑실에 박지원 국정원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나란히 섰다. 권력기관 개혁 합동 브리핑이다. 공수처 설치-검찰개혁의 시간은 급박하게 흘러갔다. 오후 6시 30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결과를 들고 문 대통령을 독대했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이 올린 징계제청안을 최종 재가했다. 징계위 의결 14시간 만이다. 약 70분간 대통령을 독대한 추미애 장관은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한 사의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준 것에 대해 특별히 감사하다.” 이틀 뒤인 12월 18일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열린다. 인사청문회까지 감안하면 늦어도 1월 10일까지는 공수처가 출범하게 된다. 이로써 추·윤 전쟁은 막을 내리는 걸까. 그럴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후임자를 물색해야 한다. 누구든 후임자로선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 인사검증통과 문제가 아니다. 검찰은 검찰개혁의 요체는 검찰독립이며, 그 중요한 지표가 ‘살아 있는 권력 수사’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수사의 방향은 일차적으로 검찰청법상 지휘·감독권자인 법무부 장관으로 향한다. 조국 전 장관이나 추미애 현 장관이 모두 겪었다. 관심이 가는 것은 직무 정지된 윤석열 총장의 이후 행보다. 직무정지된 당일인 12월 16일 저녁, 윤 총장은 본인 거주 주상복합건물 지하 식당에서 추 장관 편에 섰다 돌아선 조남관 차장검사 및 후배검사들과 회합을 가진 것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사진에 포착된 윤 총장의 행보나 직무정지 직전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낸 코로나19 대응단 메시지를 보면 검찰의 바운더리 내에서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이완규 변호사(오른쪽)와 이석웅 변호사가 12월 15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에 참석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윤 총장에게 내려진 정직 2개월을 두고 야권에서는 ‘권력비리를 덮는 공수처를 출범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2월 16일 페이스북에 “(이 정부는) 공수처만 출범하면 권력비리 수사 사건들을 뺏어와 윤 총장을 흔들기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도 “윤 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은 검찰을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이제 그 누구도 감히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항할 수 없게 되었다”고 논평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출범하면 1호 사건은 아니더라도 윤석열 가족과 관련한 비리사건을 다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징계위원회 개최는 검찰총장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공수처가 다루는 것은 업무를 넘어서 개인이나 가족과 관련한 비위이기 때문에 징계사유에서 배제되었던 처와 장모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다루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 시민사회 인사의 전망이다. “검찰이 수사할 때는 이런저런 이유로 수사를 지연하거나 중단시킬 수 있지만, 직무정지 상태인 윤 총장으로선 꼼짝할 수 없다. 직무정지 2개월은 이런 윤 총장의 감춰진 얼굴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정직 2개월에도 지속되는 ‘윤석열의 시간’ “이후 윤석열의 출마 가능성? 여전히 어렵다고 본다. 국민의힘과 같은 야권이 받쳐주는 것도 아니고, 검찰조직을 가지고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윤석열 총장이 ‘힘’을 가질 수 있는 건은 검찰조직 내에 있을 때뿐이라는 것이다. “이미 반기문의 사례에서 봤지 않느냐. 기존의 어떤 정치세력이 붙어주지 않는 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검찰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놓고 계산해봐도 승산이 없다는 것은 아마 자신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윤 총장 본인도 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장 이후 정치참여를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10월 29일 대전 고검과 지검 방문자리에서 그는 “퇴임 후 변호사 개업도 2년 동안 못 한다”며 “국정감사장에서 백수가 돼 강아지 세마리를 보면서 지낼 것이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냐”고 발언했다. “차기 대권주자 조사에서 윤석열이 25%가 나온다는 것은 대통령 후보 윤석열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윤석열에 대중이 가지고 있는 소망을 투사하는 것이다. 지금 윤석열은 내년 7월까지 임기를 무조건 채우는 것이 목표다. ‘내가 검찰총장으로 있는 동안 검찰 역사에 오명을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의 말이다. 징계절차 정당성에 대해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하며 버티는 까닭이라는 것이다. “공수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솔직히 싫은 것이다. 공수처를 만들더라도 자신의 임기 내에 검찰 권한이 뺏기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정도 해라, 앞으로 더 당신들을 곤혹스럽게 할 수도 있다. 내 임기를 명예롭게 보장하라, 검찰을 더 이상 약하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 조국 사건 이후 수사를 통해서 보내는 메시지 아닌가.” 정직 2개월 징계에도 불구하고 2020년 세밑 현재는 ‘윤석열의 시간’임이 틀림없다. 징계 직전 12월 11일 한길리서치·쿠키뉴스의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석열은 24.7%를 얻어 이낙연(22.2%)·이재명(18.4%)을 오차범위 내에서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등극했다(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시 감옥에 가기 전 매해 12월 19일을 ‘트리플 크라운데이’라고 부르며 주변 지인들과 기념모임을 갖곤 했다. 자신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대통령 당선일이 겹친 행운의 날이라는 것이다. 공수처법 개정 후 첫 후보자 추천위원회가 열린 12월 18일은 공교롭게도 윤석열 총장의 생일이었다. 1960년생인 윤석열 총장은 이날 환갑을 맞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묘한 세렌디피티(serendipity·뜻밖의 재미)가 작동하고 있다. ‘윤석열의 시간’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궁금한 대목이다.
[표지 이야기]문재인 정부 ‘균형발전’이 사라졌다?(2020. 09. 24 16:42)
2020. 09. 24 16:42 정치
ㆍ“참여정부보다 더 강력히 추진” 선언했지만 실적 찾기 힘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전부터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언급하며 ‘참여정부 시즌2’를 표방했다. 늘 참여정부를 잇겠다는 포부도 빼놓지 않았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염태영 수원시장(오른쪽에서 여섯 번째) 등이 지난 7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치와균형포럼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균형발전정책 추진현황 점검 및 과제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2017년 3월 11일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중 광주대교구 대주교를 예방한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2018년 2월 1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서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책은 의제 설정→정책 설계단계를 거쳐 실행된다. 균형발전 의제가 공론화됐다면, 싱크탱크와 각종 위원회는 의제를 구체화해 정책을 만든다. 이후 정부·여당은 법안을 만들고 정책 실행 방향을 결정한다. 문재인 정부 정책 집행 과정에 ‘균형발전’을 대입하면 물음표가 남는다. “참여정부를 뛰어넘겠다”던 포부와 의지는 찾기 어렵다. 참여정부의 혁신도시나 행정수도 건설 같은 선 굵은 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 집값을 잡는 과정에서 수도권 집중을 불러왔다는 의구심만 부추겼다. 늦은 타이밍, 선거 의식?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집행은 속도감이 있었다. 청와대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지휘는 대통령이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공약을 내놓는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이 구성됐다. 지역에선 공청회와 토론회가 연이어 진행됐다.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2003년 6월 나왔다. 참여정부 출범 4개월 만이었다. 같은 해 12월,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지방분권법, 국가균형발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1년 만에 균형발전 정책의 얼개와 기틀이 마련됐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보다 타이밍이 늦었다. 임기 2년을 넘은 최근에야 균형발전이 의제로 떠올랐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인 점을 감안하면 출발이 뒤처졌다. 문 대통령이 취임 전후 강조해왔던 ‘참여정부 계승’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의제를 던진 주체부터 달랐다. 참여정부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균형발전을 직접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나섰다.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려 여당이 역할 분담을 했다고 한다. 행정수도 이전이 한 차례 위헌에 부딪혀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경험이 작용한 판단으로 보인다. 여당에는 국가균형발전·행정수도완성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야당에 국회 국가균형발전 특위를 제안했다. 주요 의원들이 공공기관 이전, 국회 세종시 이전 등을 ‘반짝’ 공론화했지만 속도는 나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 이전 논의도 잠잠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월 광주전남 발전연구원에서 열린 혁신도시 활성화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블로그 여당 내부에서는 코로나19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행정수도 이전 관련 회의들이 줄줄이 취소돼 이슈 점화가 안 됐다는 취지다. 반면 코로나19는 명분일 뿐 내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나쁘게 나와 몸을 사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여당에선 국회보다 청와대의 세종 이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울 민심을 확인한 뒤 속도 조절에 나섰다고 한다. 참여정부는 ‘선거용’이라는 비판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2004년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는 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1월 “선거를 의식해 정책을 급조해서도 안 되지만 선거 때문에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미뤄서도 안 된다”라고 했다. 뒤늦게 ‘지역균형발전’ 이름표 균형발전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직후 균형발전의 큰 틀은 마련했다.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자치분권·균형발전을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으로 분류해 5대 국정목표에 넣었다. 세부 국정과제도 의제 수준이었다. ‘전 지역이 고르게 잘사는 국가균형발전’, ‘해운·조선 상생을 통한 해운강국 건설’, ‘지속가능한 농식품 산업 기반 조성’ 등이 대표 사례다. 그나마 ‘도시경쟁력 강화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뉴딜 추진’이 구체성을 띤 과제였다. 도시재생뉴딜 사업에는 문재인 정부 5년간 60조원이 투입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공개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추진실적을 보면, 이렇다 할 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 국가균형발전위 추진실적에 6번 언급되는 생활SOC(사회간접자본)가 지역균형발전과 가장 맞닿아 있는 사례다. 정부는 생활SOC를 “지역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는 지역밀착형 생활SOC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소개한다. 나머지 정책은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방안(2019년 5월 23일), 스마트 특성화 기반구축 추진계획(2019년 12월 23일) 등 이미 존재할 법한 정책이 주로 등장한다. 참여정부는 선명한 정책을 지역균형발전 설계의 토대로 삼았다. 혁신도시 조성과 행정수도 이전은 참여정부 하면 떠오르는 정책이다. 정책 자체가 사회의 대표 의제가 됐고, 지역균형발전이 정책 우선순위 앞쪽에 놓였다. 문재인 정부에선 기존 정책에 ‘지역균형발전’ 이름표가 뒤늦게 붙여졌다. 정부가 지난 7월 14일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경기 부양책이었지만 ‘지역균형발전 뉴딜’ 성격이 뒤늦게 강조됐다. 한국판 뉴딜은 160조원을 투자해 190만1000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 그린뉴딜, 고용·사회안전망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에 돈이 풀리고 제조업 혁신을 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당초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측면을 강조하진 않았다. 분위기가 확 바뀐 건 일주일 뒤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이 계속 진화해 나갈 중심에 지역이 있다. 정부는 지역주도형 뉴딜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후 ‘지역균형발전 뉴딜’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쓰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다음 날 “균형발전 뉴딜로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참여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으로 서울 집값 상승 억제에 나서면서 지역전략을 추진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수도권에 교통·주거·산업 인프라를 집중시키는 데 우선 주력했다. 지역균형발전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표지 이야기
[원희복의 인물탐구]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김헌동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20점”(2020. 01. 03 15:59)
2020. 01. 03 15:59 사회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서울대 도시공학과 석·박사로 <주택정책의 원칙과 쟁점>(2008), <부동산은 끝났다>(2011),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2017) 등을 저술한 자타가 공인하는 도시·주택정책 전문가다. 그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등으로 최고 실무경험까지 갖췄다. 하지만 그가 책임 있는 자리에 있을 때 부동산 가격은 어김없이 폭등했다. 그는 자신의 지론과 정확히 정반대 정책을 야기한 인물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65)은 바로 그 김수현 전 실장의 ‘무능’을 맹폭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그는 김 전 정책실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12억원의 부동산 불로소득을 올렸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경실련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무능’ 지적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오른 부동산 총액이 2000조원이냐, 1000조원이냐를 두고 정부와 경실련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 싸움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토론하자고 해서 ‘좋다’고 했는데 공개토론이 아닌 ‘몰래토론’을 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토론을 교수와 하라는데 나는 ‘정책 결정권자가 나와라, 대통령이 못 나오면 장관이라도 나오라’고 했다.” -2000조와 1000조 2배 차이가 나는 것은 공시지가 실거래가 비율 때문인가. “그렇다. 핵심쟁점은 우리는 실거래가 비율이 43%이고, 국토부는 65%라는 것이다. 경실련은 2019년에만 1000군데 6만 가구 이상 실거래가를 조사해 발표했지만 국토부는 한 번도 시세를 밝힌 적이 없다. 국토부는 매년 1500억원을 들여 지가조사를 하는데, 한 번도 발표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자신이 조사한 자료가 있으면서 왜 한국은행 자료만 인용하는가.” -그것은 비밀도 아닌데 왜 공개가 안 되나. 국회의원을 통하거나 정보공개청구로 밝힐 수 있지 않나. “국토부가 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재벌 특혜 실태가 드러날까봐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벌이 가진 빌딩의 시세적용률은 28%, 공장부지나 백화점은 시세 대비 30%도 안 된다. 서민은 50%대로, 서민이 재벌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낸 것이 드러날까봐 숨기고 있는 것이다.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공시지가를 7년 동안 매년 1%씩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정상화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사실 지난해 11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는 발언을 듣는 순간, ‘대통령은 신문도 안 보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와대 보고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니나 다를까 뒤늦게 12·16대책을 내놓는 것을 보고 ‘대통령에게 혼났구나’라고 판단했다. “대통령이 그런 말씀 하는 순간 숨이 탁 막히더라. 그 순간 나는 ‘찬스다’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참모의 실체를 확실히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우리는 청와대 참모들의 아파트값을 이미 다 조사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34% 올랐는데 청와대 참모들은 40%나 올랐다. 그런데 국토부는 10% 올랐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우리는 ‘누가 대통령과 국민에게 거짓 보고하나?’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는 청와대 참모들이 가진 부동산을 조사했더니 청와대 참모 37%가 다주택자였고, 이들이 소유한 부동산 가격은 3억~12억원씩 올랐다. 특히 경제정책을 책임졌던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12억원, 장하성 전 정책실장 역시 10억원, 김상조 현 정책실장은 5억원이 각각 올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결국 연이은 그의 폭로에 국토부는 손을 들고 12·16대책을 발표했다. 책상머리 선무당이 사람 잡은 꼴 김 본부장은 “김수현은 노무현 정부 4년간 부동산값 폭등으로 노 정부를 망가뜨린 사람이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3년을 같이하며 서울시 부동산을 망치고, 문재인 정부 2년 부동산정책을 망친 주범”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솔직히 유명대학 부동산정책 석·박사면 뭐하나. 정책 실패는 물론 오히려 역효과를 냈으면 ‘무능한 것’이고, 책상머리 선무당이 사람 잡은 꼴이다. 적잖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 경제 참모들은 입(책)으로만 개혁·진보를 따지고 실제 정책은 정반대라고 혹평한다. 김수현·장하성·김상조 모두 요지에 부동산을 포함 15억원에서 30억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한 재산가들이고 공교롭게 이들 모두 참여연대 출신이다. 그러나 ‘강남좌파’ ‘입진보’라는 평가처럼 이들의 경제정책은 평소 지론과 많이 달랐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경제·노동·부동산정책은 촛불초심에서 어긋났다. 그중 김 전 실장은 참여정부 부동산정책 실패를 ‘과잉 유동성에 대한 이해와 대책 부족’이 이유였다고 스스로 시인했다. 그런데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연거푸 실패한 책상머리 학자를 문재인 정부가 계속 기용한 이유는 뭘까. 이에 김 본부장은 “재벌을 비난하지 않으니 조·중·동이 좋아하고 심지어 한겨레·경향도 비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론플레이를 잘한다는 의미다. 결국 인사문제로 귀결된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관료 장악을 못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개혁철학을 얘기하지만 겉돌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장관이 업무를 파악하지 못했거나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것이고, 청와대 참모진 역시 무능하거나 대통령 의중과 다른 인물을 기용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부동산정책 책임자인 김현미 장관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28일 김헌동 본부장이 경실련 사무실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현미 장관이 첫 국토부 장관이 됐을 때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다. 박근혜 정부 3년간 강남 아파트 산 사람 70%가 집을 여러 채 가진 투기꾼이다.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투기꾼을 잡아야 한다’고 취임사에서 밝혔다. 정확히 문제를 짚었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다주택자가 집을 내놔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과 김상곤 교육부 장관, 김현미 장관 3명을 제외하고 다주택자 누구도 집을 팔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취임사는 “관료가 써준 것을 그냥 읽었을 것”이라며 “그는 2년 반 동안 18번이나 찔끔찔끔 부동산 대책을 냈다”고 역시 혹평했다. 그는 12·16대책 역시 시장에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성적은 지난해 10월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10점, 이번 12·16대책이 10점 도합 20점”이라며 “이것은 대책이나 정책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김 본부장은 ‘주택임대사업자’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이는 2017년 12·8부동산 대책 때 도입된 것으로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해 표준임대계약서를 쓰고 소득세를 신고하면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다. 그는 “집을 한 채 사는 사람은 집값의 40%, 두 채 사면 80%를 대출해 준다”면서 “강남에 15억원짜리 집 한 채 가지면 400만~500만원 세금을 내지만 아파트 20채 가진 사람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책을 “투기 꽃길을 활짝 열어 전국 아파트를 쇼핑하듯 사재기하게 만든 제도”라고 비난했다. “아파트값 잡는 방법은 분양가상한제” 이 정책을 시행한 이유는 경기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경제성장률을 지탱해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그는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비판하는 학자도, 언론도, 정치인도, 시민단체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결국 최저임금이 3000원 오를 때 집값 총액은 3000조원이 올랐다. 집 없는 서민 3700만 명은 자산 양극화로 울고, 살 집 마련이 어려운 젊은층은 결혼을 포기해 출산율은 세계 최저로 떨어지고 있다. 김 본부장은 1955년 충남 부여 출신으로 김태동 전 경제수석의 막냇동생이다. 성균관대 명예교수인 큰형 역시 재벌개혁과 서민경제를 주창하는 진보적 경제학자다. 어린 시절 가난한 소작농이던 그의 부친은 식구를 모두 데리고 서울로 올라왔다. 삼청동 꼭대기 무허가 단칸방에서 할머니·부모·다섯 형제 등 여덟 식구가 살았다. 식구들이 바로 눕지 못하고 옆으로 ‘칼잠’을 자면서 생활해 ‘방’이나 ‘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처절하게 체험한 사람이다. 그는 중동 근로자로 일해 20대 말에 일찌감치 집을 샀다. 그는 자신의 학력을 밝히지 않는다. 주변에선 ‘아마 유명대학 출신이 아니어서’라고 한다. 유명대학 석·박사 출신도 맹탕인데 학벌이 뭐 그리 중요할까. 그는 쌍룡건설 부장으로 있으면서 당시 국가예산의 40%를 차지하는 사회간접자본(SOC)에 거품이 많음을 목격했다. 1999년 그는 공공공사 입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국책사업감시운동을 하면서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2004년부터 경실련을 통해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부동산 문제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돈 안 되는 시민운동을 이렇게 오래할 것이라고, 이렇게 벽이 두터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파트값을 잡는 방법은 분양가상한제라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상한제는 박정희 정권에서 도입돼 전두환 7년, 노태우 5년, 김영삼 5년, 김대중 2년 동안 훌륭히 시행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는 2000년 외환위기로 풀었던 것을 2008년 이명박 정권 때 재도입했다. 2015년 민주당 박기춘 국회 국토위원장이 이 제도를 풀고 건설업자로부터 2억원을 수수해 구속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이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질질 끌었다. 특히 김수현 전 실장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이 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2019년 11월 겨우 분양가상한제가 다시 도입됐지만 강남에만, 그것도 시행을 6개월 후인 총선 뒤로 미뤘다. 김 본부장은 “정부의 12·16조치에도 불구하고 어제(12월 26일) 위례신도시 9억원 넘는 아파트 분양에 160 대 1 경쟁률을 보였다”면서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이 가동되지 않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공급부족론자에 대해 “주택 2000만 채 중 본인 이름으로 1300만 명이 가지고 누군가 700만 채를 사재기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공급을 늘려도 대출을 늘리고 세금을 깎아주는 한 자가보유율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결국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늘리는 매우 ‘간단한’ 방법만 시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원희복의 인물탐구
[포커스]“문재인 정부 들어 투기 더 심해졌다”
[포커스]“문재인 정부 들어 투기 더 심해졌다”(2019. 11. 29 15:32)
2019. 11. 29 15:32 경제
ㆍ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울분 토로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정말로 화가 나 있었다. 답답해했다. 집 없는 서민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은 물론 시민사회·진보언론까지. 지난 11월 28일 그가 몸담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 변화에 대한 것이다. 경실련 자체조사결과, 25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서울은 4억원, 그중 강남은 6억원이 올랐다. 30개월 재임기간 중 상승한 기간은 26개월, 하락은 4개월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부분의 (집권)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하락할 정도로 안정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 보도자료의 제목은 ‘누가 대통령과 국민에게 거짓 보고하나?’였다. 김 본부장과 인터뷰는 기자회견 하루 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사무실에서 3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국민과의 대화’가 열린 시점이 대통령 선거 후 2년 반, 딱 임기 절반이다. 참여정부 때 임기 중반 시점에 정부가 8·31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그만큼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는데, 문재인 정부 인식은 “이미 부동산은 잡혔다”는 생각인 것 같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세력이 있다. 언론에는 자고 나면 1억원씩 집값이 오른다는 기사는 있는데 어디에서 얼마나 올랐는지 정확한 실태를 제공하지 않는다. 방송도 그렇고 신문도 그렇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많이 오른 것은 맞는데 얼마나 올랐고 왜, 그리고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주는 데는 없다. 국민의 소득이 늘어나서 오른 걸까. 그건 아니다. 집값만 오르는 것이다. 이런 것에 대해 대통령은 모르고 있다. 누가 와서 제대로 보고하지 않으니까.” -대통령의 부동산 문제 인식에 실망한 것 같다. “물론 더 시급한 다른 현안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시민, 대한민국 보통 서민에게 집은 인생이고 모든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내 방 갖기를 꿈꾸고 안정된 곳에서 살기를 바란다. 성인이 되면 내 집 한 채를 갖기 위해서 일하고 좋은 집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노인이 돼서는 그게 노후대책이다. 그러니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집이 모든 것’인데, 그런 자기 인생의 꿈과 희망이 불안해지고 실현 불가능하거나 사라지는 중이다. 대통령은 이미 집도 있고, 자식들 집 걱정도 없을 정도로 이뤄놨으니 관심사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구성하고 있는 국민의 꿈과 희망인데, 그걸 멀어지게 만든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것에 정말 화가 치밀어오른다.” -집값 상승에 대통령 책임이 크다는 말인가.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투기가 더 심해졌다. 우리나라는 30명이 1만1000채의 집을 갖고 있다. 나눠보면 한 사람이 367채꼴로 갖고 있는 것이다. 자산기준으로 상위 1%, 12만여 명이 92만여 채를 갖고 있다. 10여 년 전인 2008년에는 11만 명이 37만 채를 갖고 있었다. 지금 상위 1%가 92만 채이니 지난 10년 동안 약 54만 채를 새로 사들인 것이다. 그다음으로, 상위 10%가 450만 채를 가지고 있는데, 지난 10년 동안 그 사람들은 200여만 채를 샀다. 지난 10년 동안 공급된 주택이 500만 채다. 그중 250만 채를 기존에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산 것이다. 집을 아무리 더 짓고 만들어봐야, 집을 가진 사람들, 투기꾼만 배 불린 것이다. 정부는 집값 잡는다고 수도권에 신도시를 짓는다든가, 오래된 집을 재개발·재건축해 신규개발한다는 것인데,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됐을 뿐이다.” -지난해 여름 무렵 집값이 들썩일 때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강남을 넘어 서울 전역의 집값이 흔들렸다. 지금은 어떤가. “우리 조사로는 올해 7월부터 집값이 올랐다. 강남구 삼성역 주변부터 폭등이 시작됐다. 삼성역 역세권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동대로 지하도시를 만들고, 잠실운동장에 대형 컨벤션센터, 제2코엑스를 만든다고 했다. 또 동서남북광역철도망을 삼성역에 연결하고, 여기에 현대차 신사옥 부지를 3종 주거지 용도에서 상업용도로 바꿔 원래 30층을 지을 수 있는 땅에 105층을 허락해주겠다고 했다. 삼성역 주변에만 50조원 이상 투자로 토건사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올해 초에는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지자체 예산 58조원을 잡아줬다. 예타(예비타당성조사)는 면제시켜주면서…. 전부 다 합쳐 150조원 이상의 토건산업을 벌이는데, 대통령은 ‘자기 임기 중에는 인위적인 건설경기 부양은 안 한다’고 말한다. 그게 인위적인 건설경기 부양이 아니면 도대체 뭔가. 그럼에도 ‘부동산값은 안정되어 있다’고 말하는 걸 보면 대통령이 무능하거나 참모가 거짓보고를 하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본다.” -부동산 관련 시민단체들은 김수현 전 정책실장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원흉’쯤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퇴임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는데, 지금은 누가 부동산정책을 총괄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 김수현이 독점하다가 김수현의 말을 잘 듣는 관료 출신을 앉혀놨을 것이다. 나는 김수현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처음 만났다. 이정우 당시 정책실장을 만나러 가면 비서관으로 배석하고 있었다. 직책은 정책실 쪽은 아니고 빈부격차 차별시정위원회 위원장을 이정우 실장이 겸직하고 있었는데, 그쪽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본인이 빈민운동, 임대주택운동을 했다고 하지만 부동산정책은 잘 모르는 친구였다. 그런 사람에게 부동산정책을 맡긴 것이다. 경실련에서는 다음 주 ‘대한민국 땅값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얼마나 올랐나’를 추계 발표할 예정이다. 잠정적인 계산으로는 2000조원이 올랐고, 그중 서울에서만 1000조원이 올랐다.” -왜 진보정부 시기에 유독 집값이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는가. “진보정부가 못 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관료가 정책을 좌지우지한다. 사실상 과장이나 국·실장이 정책이나 법안을 좌지우지한다. 그 사람들이 반대하면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한다. 그 사람들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재벌총수,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자기 동창들을 따른다. 자기들이 감옥에 가도 끝까지 책임져줄 수 있는 사람을 위해 정책을 쓰는 것이다. 재벌은 무제한의 편의와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제공하고 선배들이 그런 것을 누리고 있는 걸 보고 배우는 것이다. 대통령은 임기가 5년이지만 재벌총수 권력은 영원하다. 진보든 보수든 소위 일류대 나온 사람들은 결혼식장이나 상가(喪家), 동창회, 골프장에서 거의 매일 만난다. 이념과 상관없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기득권이다. ‘강남좌파’란 말이 있다. 강남에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있었더니 노무현 정부 때 10억원, 문재인 정부 2년간 5억원이 올라 불로소득을 15억원 챙긴 사람이 바로 강남좌파다. 자기가 아무런 노력을 안 했는데 ‘공돈’ 15억원을 만들어준 것이다. ‘불로소득이니 이건 안 돼’라고 말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그게 무슨 진보냐.”
특집
문재인 정부 재벌개혁은 F”(2019. 10. 07 14:21)
2019. 10. 07 14:21 경제
ㆍ박상인 서울대 교수, 미온적 개혁 행보에 쓴소리 이준헌 기자 문재인 정부는 전방위적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탄생했다. 개혁 대상은 정치권력·재벌·노동·교육·환경·인권 전 분야를 아우른다. 이 가운데 정부가 택한 개혁의 양축은 정치·권력기관과 재벌이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서도 개혁 대상 1·2순위에 나란히 올라 있다. 집권 3년차 문재인 정부의 개혁작업은 어디까지 왔을까. 2019년 10월, 돌아가는 개혁 시계의 바늘은 ‘검찰’을 향하고 있다. 조국 사태가 모든 개혁 의제를 집어삼키면서다. 2순위로 꼽았던 재벌개혁도 멈춰섰다. 가뜩이나 ‘재벌의 자발적 개혁’ 방침을 택했다가 미진한 성과를 내는 데 그쳤던 재벌개혁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재벌개혁에 대한 동력은 완전히 상실된 걸까. 정부의 미온적인 개혁 행보를 두고 쓴소리를 해온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지난 9월 30일 만났다. -경제개혁 이슈가 보이지 않는다. 재벌개혁, 경제민주화가 이제는 낯선 구호처럼 느껴진다. “조국 이슈가 모든 개혁의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조국 사태로 경제개혁 이슈가 사라졌다. 검찰개혁, 중요하다. 적폐청산을 완수하려면 검찰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검찰개혁이 적폐청산의 전부가 아니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적폐의 한 축에는 재벌이 있다. 적폐 안에는 정치권력과 검찰·사법권력, 경제권력이 얽혀 있다. 어느 하나를 해소한다고 해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분야에 대한 개혁작업엔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애초부터 정부는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조국 장관의 개혁안은 어떻게 봤나. “개혁을 원하는 조국 장관의 진정성을 믿는다. 그런데 조국 장관의 개혁은 검찰분야에 집중돼 있다. 조국 장관은 법무부 수장이고 법무부는 상법개정과 같은 경제분야도 관할하는 부처다. 그간 법무부 정책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상법문제를 두고 논의를 많이 했다. 헌데 이번에 조국 장관이 발표한 개혁안에는 상법과 같은 경제분야 안건이 빠졌다. 정책위원회에서 논의했던 경제개혁 안건들도 장관 개혁안에 담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책위원회 안건 대신 조국 장관 본인의 아이디어를 넣은 것도 아니다. 조국 장관의 개혁안에는 경제개혁, 경제민주화에 대한 그림이 빠져 있다.” -검찰개혁만 해도 큰 성과 아닌가. “검찰개혁은 크게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경제권력으로부터의 독립, 검찰권력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 이제까지는 이 세 가지 모두가 확보되지 않았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조국 장관의 검찰개혁 구상에 ‘경제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통제받지 않는 경제권력이 된 재벌의 개혁 없이는 검찰의 독립이 온전히 이뤄질 수 없다.” -경제가 어렵다. 디플레이션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혁 운운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잘못된 학습의 결과다. 보통 재벌개혁은 경제가 좋을 때 해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경기가 좋을 때는 개혁을 할 수 없다. 위기의식 없이 어떻게 개혁을 하나. 경제가 어려울 때 개혁 모멘텀이 생긴다. 지금 정면돌파해서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 개혁의 과실은 다음 정권이 얻어가더라도 지금 단행해야 한다. 재벌개혁을 강하게 추진하면 정권 지지율도 반등한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으로 경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겠나. 남북경협? 남북경협으로는 패러다임 전환이 안 된다. 재정을 풀어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정부에서 추경을 통해 현상유지를 하려는 모양인데 그건 현실을 외면하는 최악의 선택이다. 모래사장에 얼굴을 파묻고 노래하는 것과 같다.” -재벌개혁에 대한 반감도 크다. 보수뿐 아니라 진보진영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재벌개혁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재벌개혁을 한다고 해서 ‘마법처럼 경제가 다 좋아지느냐’…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현재 재벌에 집중돼 있는 경제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재벌 중심 체제가 유지될수록 경제는 더 활력을 잃고 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다. 재벌 중심 구조를 끌고 왔다가 어떻게 됐나. 제조업은 경쟁력을 상실했다. 그간 한국 제조업은 하청업체를 통한 단가 후려치기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유지했다. 그러다 중국 특수를 맞아 10년 정도 이전 경제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 특수 덕에 혁신을 멀리하고 현실에 안주했다. 결과적으로 그 10년이 독이 됐다. 중국이 로엔드 제품군들을 잠식하면서 한국은 로엔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그렇다고 하이엔드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하이엔드 부품·소재에서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시대다. 하지만 우리는 퀄리티 있는 부품·소재를 못 만든다. 대기업 하청구조로 가다보니 기술 좋은 전장기업 육성을 못했다. 부품·소재 기업 대부분이 대기업과 전속계약으로 묶여 있다. 중소기업에서 좋은 기술을 애써 개발해봐야 대기업이 탈취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가 만연하게 된 배경에는 총수 일가의 세습과 사익 편취가 있다. 이런 구조를 탈피해야 생존할 수 있다. 지금 안 하면 너무 늦는다. 상황이 심각한데 경제개혁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세력 간 다툼만 반복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정부·여당이 친재벌 노선으로 돌아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벌개혁 운동을 오래 하다보니 민주당 의원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느낀 바가 있다. 재벌개혁을 입에 달고 사는 민주당 내 주류 의원들보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더 개혁에 적극적이고 고민을 많이 한다는 사실이다. 재벌개혁을 말하고 실천하지 않는 의원들은 재벌개혁을 선거에 이용하는 도구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재벌개혁은 많은 분들이 원하는 의제니까 선거 때만 이용하고 그냥 두는 거다. 제 발언을 듣고 기분 나쁜 의원이 있다면 행동해서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으면 한다.”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은 어떻게 평가하나. “F를 줄 수밖에 없다. 신규순환출자 금지를 도입한 박근혜 정부보다 개혁 성과가 부족하다고 본다. 대부분 개혁 핵심 안건은 법안에 밀어넣었는데 법 통과가 안 된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 시행령·상장 규칙 개정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나 계열사 합병, 총수 일가 보수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았다. 일감 몰아주기가 줄었다고 많이 홍보하는데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기업들은 오히려 더 늘었지 않나. 재벌 지배구조 개선도 세습을 위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은 것뿐이다. 그나마 지배구조 개선 실적 수치 대부분이 롯데그룹 한 곳에서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조금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정부가 생각하는 개혁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밝혔으면 한다. 경제구조 개혁을 위험해서 못하겠으면 사실대로 공개하는 게 맞다. 재벌개혁으로 표를 얻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다. 정체성을 밝힐 때가 됐다.”
[포커스]“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성적은 C”(2019. 04. 16 09:30)
2019. 04. 16 09:30 사회
ㆍ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지난해 A제로에서 하락 평가 노동존중사회 실현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정부 100대 과제 중 63번에 올렸다. 정권 초기 문재인 정부는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최저임금을 올렸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52시간 근무제도 자리를 잡았다. 성과에 대한 평가는 달랐지만 정책의 방향에는 이견이 없었다. 김정근 기자 그러나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과 달라졌다. 지난해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란을 기점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문제를 놓고 노동계와 날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벌이는 일련의 노동개혁 정책 보완작업은 ‘개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은 역주행하고 있는 것일까.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을 지난 4월 9일 청년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1년 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성적을 ‘A제로’로 매긴 바 있다. -지난해 4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평가하면서 ‘A제로’라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후하게 매겨도 C다. 지난해 A제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한 정부의 의지를 평가해서 내린 결론이다. A플러스를 주고 싶었지만 진행과정이 상당히 거칠었다는 점을 감안해서 A제로라고 얘기했다.” -올해는 왜 C까지 내려갔나.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노동정책 개혁에 변곡점이 왔다.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했다. 그 힘으로 강한 개혁이 이뤄질 것을 기대했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몰아준 힘으로 ‘우경화’를 추진했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일자리 지표가 나쁘게 나오니까 당장 노동정책 개혁 강도가 약해졌다. 흐지부지되더니 지금은 오히려 후퇴 중이다.” -노동분야에서 개혁 성과를 낸 것도 사실 아닌가. “물론이다. 성과를 평가절하하는 게 아니다. 최저임금도 원래 공약에는 못미쳤지만 개선 노력이 있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도 자회사 설립 이슈가 맞물려 있긴 하지만 추진했고, 의미있는 결과를 냈다. 주52시간 근무제도 그렇고, 김용균법도 마찬가지다. 과거 정부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노동정책들이다. 문제는 완결성이다. 개혁정책을 추진하다가 옆에서 비판이 나오거나 지지율이 떨어질 조짐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덮어버린다. 최저임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끄집어내서 바꾸는 게 아니라 현상유지를 하는 걸로 만족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본래 벌어놨던 점수도 다 잃은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은 공약대로 가기 어렵게 됐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계층 임금인상과 임금불평등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도 정부가 근거 없는 공세에 떠밀려 정책 방향을 틀었다. 공약대로라면 15%씩 3년 동안 인상해야 하는데 사실상 공약을 지킬 가능성은 없다. 안타까운 점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명확한 데이터가 없는데도 정부가 한 발 물러섰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 연구논문이 5편 정도 나왔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 부정적인 요인을 언급한 논문이 한 편 있긴 하지만 나오자마자 바로 반박 논문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기구 개편을 추진한다는데. “최저임금 결정기구 개편은 현장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하나의 기구에서 운영되던 것을 국가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한쪽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가 추천권을 갖고 있던 공익위원 추천권을 국회와 정부가 나누겠다고 하는데 이건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발상이다. 추천권을 여야에 주고 나면 추천 인사에 대한 스펙트럼은 넓어지게 마련이다. 쉽게 말해 극우 인사도 올 수 있는데 이러면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 굳이 왜 개편하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해법으로 사회적 대화를 제시했다. ‘정부가 주도하고 노사가 동원되는 방식’에서 벗어나겠다고도 했는데. “사회적 대화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본래 취지에서 후퇴 중이다. 현재 노동계는 사회적 대화의 중심에 서 있지 못하다. 정부는 노동계 반발을 뻔히 알면서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주문하고 경사노위는 거기에 맞춰 합의를 한다. 사실상 경사노위가 정부의 하청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크다. “탄력근로제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과정이 문제다. 당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2022년까지 다시 검토해서 논의하려던 사안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여·야·정 협의체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들고 나왔다. 기한 내에 이 사안을 합의하고 만들어서 오지 않으면 우리대로 가겠다는 의미다.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놓고는 거기에다 ‘언제까지 만들어서 오라’고 한 건데 이러면 대화기구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직접 경사노위에 참여해서 얘기하면 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민노총 내부는 성향이 제각각이다.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경사노위에 참여해서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분들도 있고, 정부가 만든 시스템을 아예 불신하는 세력도 있다. 사회적 대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현 민노총 집행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대화에 참여했다면 좋았을 테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그게 현재 민노총이라는 조직이 가진 한계일 수 있다.” -정부와 노동계 간 갈등의 불씨가 대통령 공약인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옮겨 붙은 모양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지금이 골든타임이자 마지막 기회다. ILO 설립 100주년 기념 총회가 열리는 올해 비준이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 공약이니 명분도 있다. 정부는 국내법을 개정하고 나서 협약을 비준하려고 하는데 어차피 이번 국회에서는 불가능하다. 일단 비준하고 총선 치르고 새 국회에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게 맞다. 위험부담은 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비준할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오지 않을 수 있다.”
특집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예타 면제’ 문재인 정부의 MB 따라하기?(2019. 02. 11 15:56)
2019. 02. 11 15:56 경제
정부는 ‘공공투자’의 속도를 내고 일자리 등의 경제활력 제고에 도움을 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 그런 효과가 있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최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이슈가 부상했다. 예타 제도는 1999년에 만들어졌다. 이는 한마디로 사업의 타당성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다. 모든 사업은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사업을 추진하는 부처에서 타당성 조사를 하게 하면, 대부분 타당하다는 보고서가 올라올 수밖에 없다. IMF 외환위기로 인해 예산낭비 문제가 부각된 데다가 타당성 조사 문제가 부각되면서 강력한 예방조치가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1999년 500억원 이상의 사업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타당성을 조사하자는 취지로 예타 제도가 도입됐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국무회의를 열어 의결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 대상에 서부경남KTX가 포함된 1월 29일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입구에 이를 환영하는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예타는 세계적인 재정관리 우수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2016년까지 예타에서 걸러진 사업은 237개이고 규모는 137조원에 이른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121조원을 절감했다. 그런데 예타의 판단기준은 비용편익에만 있지 않다.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지수 등 종합적인 판단을 하고 이를 위해 AHP(계층화분석법)를 사용한다. 따라서 예타 때문에 지역균형 관련사업이 차별받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눈여겨볼 것은 예타의 면제조항이다. 국가재정법(제38조 제2항)과 시행령(제13조의 2)에 있는 ‘지역균형발전’과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이 면제조항의 근거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5개 면제항목을 10개로 늘렸다.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게 된 배경이다. 또 과거 예타 면제 대표 사례들을 보면 일부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광역별 30개 선도 프로젝트 중 21개를 예타 없이 추진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도 예타 면제를 대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17개 시·도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3건에 70조원가량의 예타 면제를 신청했다. 시민단체들은 최소 19조원에서 최대 41조원에 이르는 규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이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돼 있다. 가령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남북내륙철도(5조3000억원)는 올해 철도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예타 결과 진행하지 못했던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의 MB 따라하기인가, ‘내로남불’인가. 국가안보, 남북교류, 재난예방, 문화재 복원 같은 사업들은 설득이 되지만 SOC가 시급한 사안도 아니다. 꼭 필요하다면 예타를 거쳐서 시행하면 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공투자’의 속도를 내고 일자리 등의 경제활력 제고에 도움을 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 그런 효과가 있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물론 수치상의 부양효과는 일시적으로 있을 것이다. 예타 면제를 두고 선심성이라는 논란이 이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지역에 선물을 나눠주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원칙을 허무는 ‘나눠먹기식’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MB도 토건사업을 하면서 지역균형발전을 주장했다. 현재로서는 경제성과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면서, 지역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간이 예타를 통해 최소한의 연구를 진행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더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원한다는 것은 어리석음이다.”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
이전1 2 3 다음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