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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민주공화국이 탄생한 순간(2024. 07. 24 06:00)
- 2024. 07. 24 06:00 문화/과학
- 헌법의 순간 박혁 지음·페이퍼로드·1만9000원 1948년 제헌국회 회의록을 토대로 제1대 국회의원들이 대한민국 헌법을 어떻게 제정했는지 추적한 책이다. 책이 다루는 기간은 1948년 6월 23일부터 7월 12일까지의 20일이다. 이 기간 국회 본회의장에 헌법 초안이 상정돼 헌법안이 통과된다. 그리고 7월 17일에 정식으로 대한민국 헌법이 공표됐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제헌국회를 뒤흔든 논쟁을 통해 민주공화국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미래를 보여준다. 당시 제헌 국회의원들은 노동권 보장(이익균점권), 여성의 권익 확충(남녀 혼인동권과 축첩 폐지), 공동체 정의 실현(친일파 청산), 보편 인권의 보장(신체의 자유와 고문받지 않을 권리), 무상 의무교육의 필요성 등 중차대한 가치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논쟁을 보면, 당대인이 꿈꾸던 미래가 곧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은 그간 잊고 있던 오래된 미래를 발굴해 정치체제 변화에 함몰된 개헌 논의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노회찬재단 기획· 창비·2만원 웹툰 작가, 물류센터 직원, 도축검사원, 번역가, 대리운전기사, 사회복지사, 전업주부, 예능작가, 헤어디자이너, 농부, 건설노동자 등. 전국 방방곡곡 노동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일흔다섯 명의 노동자가 펜을 들었다. 지금껏 한 번도 사회적 발언권을 가져보지 못한 이들의 억울한 사연과 힘을 보태 달라는 당부, 웃음을 유발하는 재치 있는 일화, 훈훈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은 존재하지만 우리가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의 노동 덕에 평범한 일상과 거대한 세상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보여준다. 이들의 원고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쓰였지만 한곳으로 모인다. 사람의 가치가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 사람이 그 자체로 존중받는 세상으로 연결된다. 1.5℃ 이코노믹 스타일 김병권 지음·착한책가게·2만원 지구에서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온도 상승 한계선인 1.5도를 지켜야 한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올라가면 앞으로 지구에서는 도미노처럼 온도가 계속 상승한다. 책은 각 경제 주체와 시민들이 1.5도 생활 양식을 실천할 방안을 정책과의 관계 속에서 명쾌하게 풀어내며 마지막 기회로 향하는 길을 안내한다. 위대한 인도 한상호 외 지음·문학동네·3만8000원 세계 1위 인구 대국이자 인종, 종교, 언어, 문화가 신비로운 나라 인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상호 EBS PD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와 국내 인도 최고 권위자 강성용 교수를 인도로 초대했다. 이들은 인도 곳곳 역사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인공지능(AI) 시대에 고대 문명의 대표 격인 인도를 왜 주목해야 하는지, 인도 역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통찰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동물권 이야기 이유미 지음·철수와영희·1만5000원 곰 수입과 사육, 공장식 축산, 강아지 펫숍 등이 왜 문제인지, 도시 개발과 기후변화가 동물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동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청소년 눈높이로 쓴 이 책은 우리 곁에 사는 반려동물부터, 동물원과 축사에 갇혀 사는 동물, 강이나 숲에 사는 야생동물의 세상에 한 발짝 다가가게 한다.
- 신간
- [비상식의 사회]머나먼 민주공화국(2017. 04. 03 17:12)
- 2017. 04. 03 17:12 사회
- 2017년의 봄을 만든 것은 국민들이다. 광장에 나온 국민들이다. 수천만 개의 촛불이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다. 그런데 전리품이나 챙기려는 정치인들의 얕은 술수가 이 나라의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왕정의 잔해는 여전히 미세먼지처럼 나부낀다. 오늘 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구치감 1002호실에 있다. 거기엔 침대와 소파가 있다고 한다. 판사의 결정을 기다린다. 밤새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쉼보르스카 시인이 말한 ‘귀머거리의 텅 빈 시간, 다른 모든 시간의 바닥’인 새벽 4시를 넘긴다. 국민들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다. 수없이 반복된 일이다. 작은 물고기는 사정없이 잡아채지만 큰 물고기들은 유유히 빠져나가는 역사 때문이다. 이재용 영장심사 때도 너무나 당연한 구속영장 발부를 밤새 초조하게 기다린 국민들이다(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오전 3시3분에 발부됐다). 물론 불구속 수사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검찰이 자신의 수사 편의를 위해 구속을 남발하는 것은 명백한 권력남용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공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누구도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 돈이 많다고, 권력이 많다고 특별대우를 해서도 안 된다. 우리가 국가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최소한의 합의이자 윤리다. 예외없이 피의자는 공평하게 다뤄야 왕이 법 위에 군림하는 왕정국가가 아니라 법이 왕을 지배하는 법치주의 국가라면 말이다. 사법정의는 평등의 최소한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공화주의다. 피의자는 공평하게 다뤄야 한다. 예우라는 이름의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사법정의가 무너지면 공동체가 파괴된다. 시민은 저항의 권리를 가졌다. 이제 시민은 언론도 가졌다. 시민들은 광장에서 무도한 권력을 회수한다. 행정권력도 의회권력도 회수한다. 사법권력도 마냥 무사한 것은 아니다. 정의가 무너지면 민심의 파도가 덮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에 가고 올 때를 보자. 마치 국가원수가 퍼레이드하듯 모든 교통을 통제했다. 누구의 판단인가. 치욕을 느꼈다. 국민의 치욕이자 국가의 치욕이다. 범죄자를 개선장군처럼 대우한다. 박근혜는 자신이 약속한 검찰 수사도 받지 않았고, 특검 수사도 거부했다. 헌재에 출석하지도 않았다. 헌재 결정에도 승복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예우한다. 학살자를 사면한 나라의 전통인가. 뇌물죄를 비롯해 무려 13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는 검찰과 특검을 거쳐 수집된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 그런데도 아직 구속영장을 불안해 한다. 법의 상식이 깨져 있는 상태다. 이건 법치국가가 아니다. 민주공화국이라는 이름 앞에 몹시 부끄러운 일이다. 시민의 자존심을 깨뜨린다. 더 큰 권력에 머리를 조아리며 갖은 명분을 붙여 범죄자를 예우하는 습관, 가습기 살인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도 멀쩡하게 빠져나가는 유전무죄에 이르기까지 타락한 법은 가진 자들의 면죄부가 됐다. 3월 10일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헌재 판결문은 국가의 존립 근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입니다 (중략) 또한,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존재 근거로 명시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는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범죄에 대해 관대한 문화를 갖고 있다. 정경유착,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법을 우습게 여기는 이유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변호사, 회계사들이 불의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이유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이 나라의 규칙은 법보다 강하다. 역사적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과정은 아직 이 나라가 법치주의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권력의 부패 뒤에 숨어서 목소리를 키우는 자들이 아직도 버젓이 청와대에, 정부조직에, 국회에, 검찰에, 언론에 존재하는 이유다. 부와 권력 가진 자들의 범죄에 관대한 사회 우리가 깜짝 놀라는 것은 이른바 태극기 시위로 상징되는 헌법 파괴 세력을 받아들이는 이 사회의 관용적 태도다. 헌재 결정을 노골적으로 부정하는 세력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어디 거리뿐인가. 그들은 아직도 청와대에서 국민 세금을 축내고 있다. 장관들은 뭐하나.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나. 증거인멸은 안 하나. 청와대는 아직도 치외법권이다. 대통령도 없는데 치외법권이다. 친박 국회의원들은 노골적으로 헌법과 법률을 부정한다. 심지어 다음 정권을 달라고 한다. 촛불혁명 뒤에도 여전히 껍데기뿐인 민주공화국이다. 많은 언론은 이것을 즐긴다. 헌법을 부정하고 법률을 위반하고도 뻔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자유주의 사회라면 그것까지는 인정하겠다. 하지만 최소한 그들이 대한민국의 공직을 차지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국민 세금을 축내며 법치를 조롱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세월호 인양 소식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물었다. 국민적 슬픔, 먹먹함이 비탄으로 이어졌다. 유가족들, 나아가 미수습자 가족들의 깨어진 심장을 어찌할 것인가. 3년이 걸렸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는 살아남은 자들의 심장도 버렸다. 이번 대선의 의미는 한마디로 진짜 민주공화국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민주공화국이냐 왕정이냐를 선택하는 선거다. 너무 과장된 수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대통령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모든 국가권력이 재벌과 결탁해 사익을 추구한 사상 최악의 스캔들을 겪고도 이 나라는 너무 평온하지 않은가. 2017년의 봄을 만든 것은 국민들이다. 광장에 나온 국민들이다. 수천만 개의 촛불이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다. 그런데 전리품이나 챙기려는 정치인들의 얕은 술수가 이 나라의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어쩌랴. 이 봄은 그 자체로 변화인 것을. 혁명인 것을! 촛불민심의 표층을 이용해 정치적 이권을 챙기려던 수많은 연대론이 패망한 이유다. ‘혁명은 하지 않고 방만 바꿔버렸다’는 시인의 진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권력의 전셋방을 찾아 아무데나 기웃거리고 있지 않은가. 헌법을 파괴한 대통령이 채 구속되기도 전에 헌법을 파괴한 그 세력들과 손잡고 개헌을 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은 여전히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사람들 아닌가. “노예도 노예의 주인도 되고 싶지 않은 것이 민주주의”라는 링컨의 진술은 왜 아직도 이 땅에서 유효한가.
- 비상식의 사회
- [원희복의 인물탐구]독립운동 연구가 김삼웅… “3·1혁명은 자주독립과 민주공화국의 출발점이다”(2017. 02. 28 10:33)
- 2017. 02. 28 10:33 사회
- 우리는 매년 3월과 8월이 되면 ‘일본’을 생각한다. 국경일인 3·1절과 8·15 광복절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때만 되면 심각한 국민적 내홍을 겪는다. ‘일제 강점은 근대화에 기여했다’ ‘8·15는 건국절이다’라는 뉴라이트 사관을 가진 인물이 중용되고 국정교과서로 회귀하는 박근혜 정권의 ‘역사 거꾸로 세우기’ 탓이다. 특히 종군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돈 몇 푼에 합의하고, 소녀상 철거까지 약속한 정부의 태도는 국민적 공문을 일으켜 이번 촛불혁명의 주요 에너지가 됐다. 이런 역사적 퇴행과 대통령 탄핵이 맞물린 채 맞는 2017년 3월 1일은 여러모로 복잡하다. 뉴라이트 사관을 가진 인물들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 주장하지만, 기실 1919년 3월 1일이 건국절이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사와 독립운동가 발굴·정리·재평가에 매달리고 있는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74)의 눈에 비친 오늘은 어떨까. 그는 지금도 부지런히 항일투쟁과 독립운동가 발굴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남북통일 돼야 ‘3·1혁명’ 완성될 것” 2월 22일 그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손병희 선생은 동학의 3세 교조로 3·1운동의 실질적 지도자로 알려진 독립운동가라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김 전 관장은 “손병희 선생은 북접 통령으로 관군·일본군과 싸운 치열한 혁명가이며, 개벽·개화·인내천·만인평등의 민족종교 지도자이고, 민족대표를 결집해 기미 3·1독립혁명을 주도한 독립운동의 선각자”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함세웅 신부를 비롯해, 이종찬 전 국정원장,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 많은 인사들이 참석했다. 사실 건국절은 3월 1일 아닌가. “따지자면 3·1혁명은 반제·자주독립과 민주공화국의 출발점이다. 3·1혁명은 선열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함께 세계혁명사에서 손색이 없는 사회과학적 혁명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3·1혁명을 ‘정명’(올바른 이름을 부여하지)하지 못한 채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남북통일이 되는 날 비로소 3·1혁명이 완성될 것이다.” 3·1운동을 3·1혁명으로 부르는 이유는 뭔가. “분명히 3·1혁명이다. 1948년 유진오 박사가 쓴 헌법초안에도 ‘기미 3·1혁명’으로 돼 있다. 이승만이 이를 일제 관제용어인 3·1운동으로 격하시킨 것이다.” 뉴라이트 사관의 인물들은 3·1혁명과 이어진 임시정부를 국가의 3대 요건인 영토, 국민, 주권이 없어 국가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미국도 1776년 7월 4일 대륙회의가 독립을 선언하고 13년 뒤에 미합중국이 건국됐다. 미국은 바로 이 독립선언일을 건국절로 기념한다. 중국 역시 1911년 10월 10일 신해혁명을 건국기념일로 삼지,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창립일을 건국기념일로 삼지 않는다. 김 전 관장은 뉴라이트 인물들이 1948년 건국절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친일파들이 자신의 죄를 면탈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1948년 건국절 주장이 가져오는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1948년 건국절은 헌법을 무시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대한민국…’이라는 헌법 전문을 능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신생국도 아닌데 무슨 1948년 건국인가. 또 임시정부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선열들의 독립운동 사실을 모두 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방 후 그들에게 수여한 건국훈장 등의 정당성을 모두 무시하는 것이다. 48년 북한 정부의 수립에 비추어 우리의 영토주권까지 무시하고 있다.” 기자가 ‘박근혜의 역사 퇴행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국교가 정상화된 베트남에 대통령이 ‘월남파병’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외교적 결례는 물론 사고가 유신시대에 딱 멈춰버린 것”이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1970년대에 멈춰버린 역사인식 탓이라는 것이다. 아마 올해 탄생 100주년이 되는 아버지에 대한 재평가 시도도 한몫했을 것이다. “태극기 이상한 시위에 동원돼 자괴감” 그는 “신채호 선생이 고려시대 자주세력 묘청이 사대주의 세력 김부식에게 진압된 것이 ‘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일갈했다”면서 “나는 1949년 6월 6일 이승만의 반민특위 강제 해산이 우리 민족·사회 정기를 말살시킨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관장은 1943년 전남 완도에서 태어났다. 고향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했다. 신인논문상에 입상하고 1975년 편집위원을 지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신민당 기관지 편집장, 평민당 기관지 편집국장·주간을 지냈다. 그러면서 그는 , 등 친일 청산과 독립운동 관련 책을 쓰고 등 많은 현대사 관련 저술을 했다. 그는 고향 완도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꿈꿨지만 아태재단 기조실장으로 끝까지 DJ를 도왔다. 1997년 드디어 DJ가 대통령이 되자 그는 ‘자리’를 하나 얻었다. 바로 (당시 제호를 로 바꿨다) 상무 겸 주필이다. 당시 많은 기성 언론이 ‘그는 기자 출신이 아니다’라며 ‘낙하산 인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때 기자는 “은 1970년대 그 어떤 기성언론이 보도하지 못한 사실을 보도한 책임 있는 언론”이라며 “당연히 용기 있는 언론인”이라고 그를 옹호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사실 기성언론이 숨을 죽일 때 은 유신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김지하의 풍자시 (당시 시인 김지하는 지금과 180도 달랐다)을 실었다. 그는 “나는 강연을 할 때 항상 ‘다른 것이 다 망가져도 언론과 검찰만 제 역할을 하면 된다’고 말한다”면서 “그만큼 언론이 중요한데 요즘 몇몇 언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4년 11월 독립기념관 관장에 취임했다. 이것이 그가 한 정부 차원의 유일한 ‘자리’이다. 평소 항일투쟁과 독립운동가 발굴에 관심이 많던 그는 독립기념관장이 되자 ‘물을 만난 듯’ 일했다. 그는 자신이 독립기념관장 시절 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것을 이렇게 꼽았다. “독립기념관 광장에 815개의 태극기를 게양했다. 독립운동가들이 그렇게 바라던 태극기다. 요즘 태극기가 이상한 시위에 동원되고 있어 자괴감이 든다. 그리고 개관 20주년을 맞아 7개 전시관을 교체했다.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는 학자를 시상·격려하는 제도도 만들었다. 독립운동가 총서 100권을 만들기로 하고 진행하다 그만뒀다.” 그가 책임자로 있던 독립기념관은 우수 정부기관에 꼽히기도 했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사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 빌미는 독립기념관에 전시된 모 보수신문의 윤전기를 철거한 것에서 비롯됐다. 그는 독립기념관장으로 재직하면서도 연구와 집필을 계속해 등 30여권의 책을 썼다. 그는 “단재 신채호 전집을 내기 위해 북한에 가서 자료 협조도 요구하고 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아쉽다”고 말했다. 그가 독립기념관장 시절 중국 정부와 협의해 상해(상하이)와 중경(충칭) 외에 유주에도 임시정부기념관을 만들었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에는 임시정부기념관이 없다. 지독한 모순이다. 민간단체에서 임시정부기념관을 세우자는 요구와 움직임에 정부는 꿈쩍도 않는다. 다행히 서울시가 서대문형무소 인근 옛 서대문구의회 건물을 양도해 올해부터 임시정부기념관 건립공사가 시작된다. 중앙정부에서 방기한 것을 지방정부의 도움으로 겨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이나 프랑스 에펠탑 모두 독립기념물 혹은 건국기념물”이라며 “후년 3·1혁명 100주년이 되는 해에 광화문에 3·1혁명 기념탑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앞줄 왼쪽 네 번째)이 2월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의암 손병희선생 기념사업회 제공 “앞으로 평전 50권 채울 계획” 특히 그는 1996년 을 시작으로 등 독립운동가와 등의 평전을 썼다. 이번에 발간한 이 30번째 평전이고, 곧 발간될 이 31권째 평전이 된다. 이렇게 독립운동가 평전에 집요하게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지만 나라도 그들을 발굴·재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평전 50권을 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저술한 31권의 평전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평전은 단연 을 꼽는다. 그 이유에 대해 “신채호는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이며, 이론가이면서도 행동가”라며 “나중에 아나키즘을 도입한 21세기의 사상가이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신채호가 쓴 의열단 선언문을 보면 뛰어난 명문장”이라고 극찬했다. 그가 독립기념관장을 역임하고 독립운동사와 관련한 많은 저서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는 약간 냉담한 편이다. 그 이유는 ‘학위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기관지 경력만 있고 기성 언론사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언론인으로 평가해 주지 않은 세태와 같은 맥락이다. 그런 면에서 김 전 관장은 학벌과 경력이 지배하는 이 세태에서 자신을 일군 ‘인간승리’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학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젊어서 쓴 박사논문 하나를 평생 우려먹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 발견돼도 연구에 대한 오류를 수정하지 않는다. 공부를 않으니 새로운 역사적 발견 사실도 알지 못한다. 그는 “교수들은 연구도 안 하지만 남에 대한 평가에도 매우 인색하다”면서 “자신은 정사(正史)를 썼다고 하고, 우리(작가)가 쓰는 것은 비사(秘史)로 치부한다”고 일갈했다. 사실 외국의 경우 한 인간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평전을 쓰는 작업은 매우 전문적 영역이다. 당시 정치·사회적 시대상과 한 인간의 내·외면을 냉정하게 비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전 작업은 문학적 요소도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생전에 자신의 평전을 전직 학자나 언론인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그랬다. 50권이 넘는 저서를 가졌으면 인세 수입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이나 은 수만·수천 부까지 팔렸다. 하지만 자신의 나라 인물 평전에 대한 인기는 미미하다. 이에 대해 그는 “정신적 사대주의”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 후손이 출판자금을 대지 않는 이상 어렵게 살다 잊혀진 독립운동가들의 평전을 쓰는 작업은 자료수집비조차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그는 계속 책을 쓸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집필 중인 책은 “가칭 로, 곧 출간할 예정”이라며 “현대사에서 법과 제도를 초탈한 20명을 뽑아 그들의 일생을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그렇게 많은 책을 내는 비결이 뭐냐고 질문하자 그는 “끊임없이 자료를 찾고, 관계자와 인터뷰하고, 메모하고, 전국 헌책방엘 다닌다”면서 “다른 취미가 없으니, 이것이 취미이고 전업”이라고 말했다.
- 원희복의 인물탐구
- [신간]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外(2017. 01. 24 13:49)
- 2017. 01. 24 13:49 문화/과학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경향신문 창간 70주년 특별취재팀 지음 책세상·1만6000원 구의역 사고 현장에, 세월호 이후의 시공간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민주공화국은 없었다. 지난해 7~9월 특별취재팀은 장기 농성장, 초등학교 교실 등 곳곳을 찾아갔고, 지식인 1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한국 사회가 사실은 민주공화국이 아니었다는 뼈아픈 자각을 통해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나라의 모습을 모색한다. 외로운 도시 올리비아 랭 지음·김병화 옴김·1만5000원 랭은 30대 중반 사랑을 좇아 런던에서 뉴욕으로 이주했지만 하루아침에 실연을 당하고 외로움에 시달린다. 어느 날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면서 자신이 느끼는 고립감을 발견한다. 가난, 학대, 섹스, 에이즈까지 도시의 맨얼굴이 드러나는 뉴욕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에서 연대를 발견한 랭의 미술비평이다. 트럼프 시대 트럼프를 말하다 김문수 지음·서교출판사·1만4500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거, 현재, 미래를 분석했다. 트럼프의 성장과정과 사업 스타일, 집권과정과 공약을 면밀하게 해부한 결과 전 세계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과 위상을 고민하는 대신 최대의 이윤이 부국강병의 지름길이고 자국민에게 수혜를 베풀 수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식 믿음이 지배할 것이라고 말한다. 인포메이션 제임스 글릭 지음·박래선·김태훈 옮김 김상욱 감수·2만5000원 북소리와 상형문자에서부터 위키피디아에 이르기까지 정보의 역사를 통해 정보를 기호로 표현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정보의 역사를 통해 디지털혁명과 양자혁명의 본질이, 나아가 우주가 존재하는 방식이 보인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학교양서가 매끄러운 번역과 감수를 거쳐 찾아왔다.
- 신간
- [요즘 이 책]민주공화국 주권자의 권리와 책임(2009. 10. 07 11:51)
- 2009. 10. 07 11:51 사회
- ㆍ시민 & 시민사회 신진욱 지음, 책세상 펴냄 마이클 에드워즈 지음, 서유경 옮김, 동아시아 펴냄 자유로운 시민, 연대하는 시민, 참여하는 시민은 ‘시민사회’를 구성한다. 시민일까, 국민일까? 나아가 시민사회일까, 아니면 국가일까? 프랑스 혁명은 역사에서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노동자·농민 등을 시민의 핵심으로 등장시켰다. ‘시민’ 개념의 의미를 ‘인간’ 일반으로 보편화한 것이다. 중앙대 신진욱 교수의 은 책세상에서 시리즈로 내고 있는 ‘비타 악티바’ (실천하는 삶) 중 하나다. 2009년 대한민국, 국가는 비대하고 시민은 왜소하다. 지난해 늦가을에 출간된 책을 다시 들춰내는 이유다. 저자에게 있어 ‘시민이란 공동체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주체로 서로 관계를 맺으며, 공동의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결정하는 주체’다. 시민과 국민의 구별이 중요했다. 역사적으로 도시 국가가 발달한 이탈리아나 절대 왕정의 역사가 없는 스위스 등에서는 국민이라는 개념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 절대 왕정의 힘이 커감에 따라 17세기 들어 국가 권력이 최상위의 통치 구조로 올라섰고, 시민이란 개념은 기껏해야 국가에 복종하는 신민이나 도시에 거주하는 주민 정도로 폄훼됐다. 국민이라는 용어가 지니는 국가에 대한 종속성이다. 시민의 의미가 지니는 능동성·주체성과 차이가 있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는 시민과 국민의 개념이 혼용돼 있다. 국민의 개념 속에 국가 시민 또는 고대 그리스적 전통의 시민 개념이 포섭돼 있다. 그럼에도 나날이 국가는 거식증에 빠져 들고, 시민은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적 전통을 외면한다. “독일은 1920년대에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헌법 중 하나였던 바이마르 헌법을 만들었지만, 1930년대 초반 히틀러와 나치당이 독일에서 전체주의 체제를 구축하는 데 동원한 최고의 수단은 바로 ‘법치주의’였다. 법의 왜곡과 오용을 막을 수 있는 시민들의 결집된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두 번의 군사 쿠데타와 수십 년 간의 군부 독재로 얼룩진 헌정사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는 제헌 헌법 이래 단 한 번도 수정된 적 없다. “민주공화국을 지키는 것은 생명 없는 법전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공화적인 시민, 살아 움직이는 인간인 것이다.” 그래서 저자에게 있어 “나는 시민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곧 “나는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권리와 책임을 갖는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강렬한 의지를 존경한다. 자유로운 시민, 연대하는 시민, 참여하는 시민은 ‘시민사회’를 구성한다. “새로 정치기관들을 만드는 데는 6개월이 걸리지만 절반쯤 생존 가능성이 있는 경제체제를 창조하는 데는 6년, … 하나의 시민사회를 창조하는 데는 60년이 걸린다.” 랄프 다렌도르프의 말이다. 시민사회를 만들어가는 것만큼이나 해석은 더 어렵다. 이를테면 ‘참여연대’가 있는가 하면 ‘육해공군예비역대령연합회’가 있다. 둘 다 시민단체이고, 둘 다 시민사회를 구성한다. 이런 복잡계를 마이클 에드워즈는 (동아시아)에서 셋으로 정리했다. 결사적 삶으로서의 시민사회, 좋은 사회로서의 시민사회, 공공영역으로서의 시민사회가 그것이다. 저자는 셋의 유기적 연계를 선호했다. ‘건강한 결사적 생태 체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는 사회적 불평등의 조건들을 개선해야 하고, 시민사회는 결사적 삶 자체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시나 현존하는 시민 사회의 위기가 2005년 여름에 출간된 이 책을 끄집어 낸 이유다. 대안은 시민사회의 몫이다. 강한 민주주의는 강한 국민, 강한 국가보다는 강한 시민, 강한 시민사회와 더 친화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최재천 cjc4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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