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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리더를 말한다]역사학자 전우용이 말하는 민주주의 리더
[우리 시대 리더를 말한다]역사학자 전우용이 말하는 민주주의 리더
2013. 09. 03 18:44 화제
크고 작은 조직마다 리더는 존재한다. 조직의 발전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리더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오피니언 리더 4인의 인터뷰를 통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덕목을 짚어봤다. 7만 명이 넘는 팔로워가 전우용(51) 교수(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의 한마디가 담긴 트윗에 주목한다. 이 정도면 오피니언 리더가 아닌가? 전 교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자신을 굳이 표현하자면 ‘Leader’가 아니라 ‘Reader’란다. 사회 이슈를 통찰하고 그것을 비유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풀어 읽어주는 리더. 그가 말하는 진정한 리더란 무엇일까? 리더, 비(非)리더 모두 중요하다 전우용 교수는 리더의 요건을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합당한 목표 제시 능력. 둘째는 조직 내 갈등 조정 능력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개념으로 리더를 보자면 먼저 리더는 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합당한 목표를 제시할 줄 알아야 해요. 그래서 조직 내 자발성을 이끌어내야 하지요. 또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내부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리더는 제각각의 의견들이 부딪히면 그것을 중재하고 설득하고 화해시킬 수 있어야 하죠.”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선 내용적 민주주의가 이뤄진 성숙된 사회에서의 이야기다. 그런 리더를 만들기 위해서는 리더뿐 아니라 ‘비리더’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민주주의에서는 리더보다 리더가 아닌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제왕적 군주시대 때는 리더의 한마디에 무조건 복종해야 했죠. ‘성을 쌓아라’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쌓고, ‘전쟁을 하자’ 하면 죽음을 불사하고 싸워야 했어요. 백성들이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없었죠. 반면 민주주의 시대에서는 리더가 간혹 부당한, 적절치 못한 목표를 제시했을 때 비리더들이 그건 잘못된 것이란 걸 당당히 지적해야 해요. 사실은 굉장히 귀찮은 일이기도 하죠.” 민주주의. 말 그대로 국민이 주권을 갖는 것이다. 비판의 자유가 허용된 만큼 국민 각자는 목표의 합당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리더를 향한 단순 추종자임을 자처하는 일이다. “일본의 우경화가 딱 그런 거예요. ‘생각하기가 귀찮아. 누가 옳다고 하면 거기에 따라가줄 수는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만의 성향은 아니에요. 전 세계적으로 다 비슷해요. 그래서 포퓰리즘(국익과는 상관없이 정권 보장을 위해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정책을 내세움) 시대가 열린 거죠.” 지금도 여전히 제왕의 리더십을 배우자는 자기계발서나 인문경영학 커리큘럼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올바른 리더십은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소통으로 대변된다. 전 교수는 왕조사회였던 조선시대에도 소통을 위해 노력했던 두 명의 왕에 대해 이야기한다. 역사 속 리더십 이야기 “역사 속 인물 중에 본받을 리더십 하면 많은 사람들이 칭기즈칸이나 오다 노부나가 등 절대 권력자를 언급하죠. 그러나 이들은 힘과 권력으로 백성 위에 군림했던 왕이에요. 이런 왕들에게 현재의 리더십을 배운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당시와 지금은 바탕 자체가 달라요. 과거 지배자들이 세운 목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었어요. 논공행상, 신상필벌, 자신의 목표를 위해 구성원들을 당근과 채찍으로 끌고 나가는 방식을 이제 와서 따를 이유는 없죠.” 또 제왕적 리더십에 대한 이론의 중심에는 주권자라는 자각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세자가 왕이 되기 위해 10년, 20년 긴 시간 동안 역사와 철학을 공부한 리더십 교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과거 왕들도 저절로 그 자리에 오른 건 아니에요. 정상적인 왕들은 하루에 세 차례씩 신하들과 경연(토론)을 했고 힘든 수련 과정을 거쳤어요. 의식주를 빼고는 늘 나라와 백성에 대해 고민해야 했죠.” 전 교수는 지금도 본받을 만한 덕목의 리더십을 가진 왕으로 세종과 영조를 꼽았다. “어느 날 세종이 지방에서 온천욕을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인데 사람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는 거예요. 호위 신하에게 물었더니 ‘전하의 이목을 어지럽힐까 걱정돼서 접근하지 못하게 했습니다’라고 답해 세종이 불같이 화를 냈다는 거죠. ‘네가 무엇인데 임금과 백성 사이를 갈라놓느냐’ 하고요. 백성들에게 나오는 소리를 직접 듣고 소통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일화죠.” 영조 역시 백성들의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했던 왕이다. 장마철만 되면 범람했던 청계천 하천 공사를 위해 긴 세월에 걸쳐 여론조사를 했다. “숙종 때부터 청계천 강바닥이 높아져서 물난리가 자주 났다고 해요. 그냥 하천을 파내면 되는데 영조는 그리 하지 않았습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무시하지 않았던 거죠. 관련 내용을 과거시험 문제로 삼기도 하고 경연의 주제로 잡아 토론도 했어요. 백성들에게 충분히 의견을 묻고 설득한 다음에 삽을 들었습니다. 그 세월이 10년이 걸렸답니다.”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보편성과 모두가 만족할 때까지 조정해보겠다는 충분성이 빛나는 영조의 리더십이었다. 결국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경청’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리더는 ‘말하는 권력’이 돼버렸다. 일상에서도 상사나 웃어른이 말을 할 때 아랫사람이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일쑤다. “요즘 대중은 일방적으로 듣고만 있는 것에서 더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말할 기회가 없어요. 과거에는 신문고 제도라도 있었는데 말이지요. 그들에게 말할 공간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SNS가 큰 의미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죠.” 전 교수는 현재 ‘리더십 교육’보다 더 필요한 것은 ‘비리더십 교육’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이 아닌 ‘원치 않는 방향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한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자신의 주권을 주장하는 것이 피곤하고 귀찮다면 과거 왕조시대를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전 교수는 정치적 무관심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퇴행이고 위기라고 말한다. 이념이나 체제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리더를 만드는 주권자가 되자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바른 역사의식은 참 중요해요. 역사 속에는 교훈과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있어요. 과거에 우리가 해결한 것과 해결하지 못한 것들… 기억하고 풀어나가야겠죠.” 리더와 비리더. 모두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이다. 미래의 후손들에게 어떤 교훈을 선물할 것인가. 역사를 통해 좋은 선례를 남겨주는 것. 귀찮다고 넘겨버려서는 안 될 꼭 풀어야 할 숙제다. “백성들과 소통하려 노력했던 세종과 영조. 지금도 배워야 할 리더십입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조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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