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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총 48 건 검색)

[주간 舌전]“용산공원에 박원순 이름 새기자”
[주간 舌전]“용산공원에 박원순 이름 새기자”(2021. 03. 26 12:57)
2021. 03. 26 12:57 정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월 23일 박원순 전 시장을 두둔하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말이다. 임 전 실장은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고 되물으면서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 용산공원 숲속 어느 의자에 매 순간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 이상훈 기자 임 전 실장의 발언을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586의 낡은 감성과 ‘의리 코스프레’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왜 민주당이 서울에서 심판받아야 하는지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도 24일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임 전 실장의 말을 듣고 피해자를 손톱만큼 생각은 하는 것인지 의아하고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놓고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매우 악의적”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2차 가해가 선거전략이냐”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수습에 나섰다. 박 후보는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피해여성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처를 건드리는 이러한 발언은 자제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앞으로 그런 일은 안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간 舌전
[주간 舌전]“박원순 인생 전체가 롤모델은 아니다”
[주간 舌전]“박원순 인생 전체가 롤모델은 아니다”(2021. 02. 19 14:22)
2021. 02. 19 14:22 정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 후보 / 권호욱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선을 그으며 한 말이다. 우 후보는 2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 시장은 내 혁신의 롤모델”이라며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시민단체를 만들어 시민운동 혁신을 했던 것들과 시장이 된 뒤에 했던 몇가지 혁신적인 정책들을 배워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시장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던 동지”라며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올린 바 있다. 우 후보의 발언은 2차가해 논란으로 이어졌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크워크 대표는 2월 15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가 왜 치러지는지 벌써 잊었나”라며 “우 후보는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서울시장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10일 논평을 통해 “박원순 전 시장을 언급한 우상호 후보의 발언을 규탄한다. 무책임한 발언이고, 피해자에게 무감각한 언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여성의원들은 2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 후보의 정계은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여성의원 일동은 “박 전 시장을 롤모델로 삼든, 영원한 동지로 기억하든, 그를 계승하든, 우 후보의 자유지만 서울시장 후보의 자리에서 입에 담을 말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주간 舌전
[오늘을 생각한다]박원순의 동지
[오늘을 생각한다]박원순의 동지(2021. 01. 29 17:02)
2021. 01. 29 17:02 오피니언
애석하게도 군대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다. 이등병 시절 작업 중 동기와 몰래 PX에 갔다가 들킨 일이 있다. 이등병들의 일탈에 부대가 발칵 뒤집혔다. 내무실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다. 특히 평소 나를 아껴주기로 소문난 양OO 병장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군장 뺑뺑이를 돌고 내무실에 들어서자 나의 친절한 멘토였던 양 병장이 처음 보는 험악한 얼굴로 불호령을 내뿜었다. 털리는 내내 양 병장이 정말 고마웠다. 그의 ‘한 따까리’ 이후 다른 고참들은 그 일을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았고, 나를 좋아하지 않던 고참이 조용히 불러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그가 침묵했거나 나를 감쌌다면 이후의 내무생활은 끔찍했을 것이다. 그때 양 병장에게 배운 것이 있다. 가까운 사람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적으로 가까울수록 공적 거리 두기는 엄격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내가 아끼는 사람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 지난달 법원은 서울시 전 직원에 대한 공판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인정했다. 박 전 시장 사건이 알려졌을 때 그를 가장 무겁게 비판했던 인물은 같은 당 권인숙 의원이었다. 그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절망’, ‘참혹’과 같은 단어로 표현하며 당의 미온적 대처에 일침을 가했다. 권 의원은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이며 박 전 시장은 그의 변호인이었다. 35년 전 자신을 변호해준 은인의 성범죄를 참혹하다고 말하는 사람 앞에서 모두가 숙연해졌다. 비판 대열에는 또 다른 동지 정춘숙 의원도 있었다. 정 의원은 박 전 시장과 28년 동안 여성운동을 함께해온 관계다. 사건 초기 박 전 시장과 가까운 이들이 입을 모아 “그분이 그럴 리 없다”며 옹호했을 때 정 의원은 “그럴 리 없는 사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부시장을 지냈던 진성준 의원은 “박 시장을 가해자로 지목하면 사자 명예훼손”이라며 비판자들을 윽박질렀다. 박 전 시장의 또 다른 여성운동 동지 남인순 의원은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격하시키는가 하면 피소 사실을 가해자 측에 알렸다는 사실이 드러나 고발당하기도 했다. 권인숙의 일침에 말을 아꼈던 상대진영은 남인순에게는 “추잡한 말장난”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박원순을 지키려 했던 두 부류의 동지들이 있다. 한쪽은 고인에 대한 무리한 옹호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가하며 이 사건을 정치 쟁점화한 사람들이다. 다른 한쪽은 고인이 생전에 지키려 했던 방식으로 피해자의 말에 귀 기울이며 진실을 원하는 시민들에게 예를 갖춘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박원순의 동지(同志)다. 전자는 직장 내 성추행범 박원순의 동지이며, 후자는 인권변호사 박원순의 동지다. 박원순의 마지막을 대하는 저들의 상반된 태도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까운 이에게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그들에게 어떤 동지가 될 것인가. 지금 내 주변에는 어떤 동지들이 있는가.
[주간 舌전]“박원순 전 시장 피소 사실, 사전에 유출한 적 없다”
[주간 舌전]“박원순 전 시장 피소 사실, 사전에 유출한 적 없다”(2021. 01. 08 15:53)
2021. 01. 08 15:53 정치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 연합뉴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5일 입장문을 통해 한 말이다. 남 의원은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다만 7월 8일 오전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화로 ‘박원순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 있느냐?’라고 물어봤다”고 해명했다. 남 의원의 발언은 거센 후폭풍을 불렀다. 박 전 시장의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음주 후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닙니다. 이런 뜻인가?”라며 남 의원의 발언을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고소장 완료된 상태에서 7월 7일 중앙지검 검사에게 전화해 8일 면담키로 약속을 잡은 직후 상담소 소장께 고소예정임을 알리며 지원요청을 했다”며 “그런데 피소 사실을 몰랐다고? 피소 예정과 피소는 다르다… 뭐 이런 건가!”라고 덧붙였다. 야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질문과 유출은 대체 무엇이 다르냐. 피해자가 있다는 걸 인지했고, 피해 사실 확인을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한 것, 그것 자체가 유출”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 N차 가해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남 의원이 위원장인 젠더폭력TF를 해체하고 당 차원의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간 舌전
[언더그라운드 넷]주세리노,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3개월 전 예언?(2020. 11. 27 15:51)
2020. 11. 27 15:51 사회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북동쪽에 있는 길상사에서 사라질 것이므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며, 매우 가까운 누군가가 자신을 죽일 수 있다고 믿고, 병이 나면, 그는 자신의 일정을 취소하려 합니다.” 한글번역기를 돌린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예언가 주세리노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서울로 4월 6일에 보낸 편지’라고 주장하는 편지의 한 대목이다. 4월 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한 날은 7월 9일이다. 그러니까 사망 3개월 전에 박 시장의 사망을 자신이 예언했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주세리노 홈페이지 1960년생이니 올해 환갑이 된 이 예언가는 한국에서도 꽤 알려져 있다. 2001년 9·11테러를 12년 전 예언했고, 2004년 인도양 쓰나미도 맞췄다고 한다. 한국의 공중파 방송에도 나왔다. 9·11테러 예언은 MBC의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 나왔고, <스펀지2.0>에서는 그를 인터뷰까지 했다. 그의 예언 방법? 예지몽이다. 그러니까 3개월 전 박원순 사망 편지도 그렇게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듯싶다. 그런데 이 편지를 보면 이상한 데가 있다. 일단 인터넷 게재 날짜. 7월 9일이다. 시차를 감안하면 박원순 시장의 시신이 발견된 뒤다. 박원순 시장 앞으로 보낸 것으로 되어 있지만 주소는 ‘중구 서소문로 106번지’다. 서울시청, 아니다. 주소를 검색하면 시청 인근의 건물이다. 서울시 대변인실에 물어봤다. “… 그 건물에 서울시 산하 기관은 없는데요.” 어떻게 되었든 편지가 접수되었다면 수발신 기록이 남아 있을 텐데. 서울시 측의 설명에 따르면 시장실로 오는 우편물은 등기우편으로 왔다면 정보공개정책과에서, 일반 우편물이면 자치행정과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한다. 양쪽 모두 “4월에 브라질에서 온 서한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답했다. 특이하게도 노르웨이 위키피디아에 그의 전형적인 ‘사기수법’에 대한 글이 올라와 있다. 그의 예언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예언했다는 날에 우표를 산 것은 확인됐지만 편지는 부쳐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세리노가 불행한 것은 박 시장 사망 당일 공들여 ‘떡밥’을 풀었지만 슬프게도 기대했던 쪽에서 그 떡밥을 안 물었다. 일 좀 해라. 서프라이즈.
언더그라운드 넷
[취재 후]박원순 서울시장의 황망한 죽음
[취재 후]박원순 서울시장의 황망한 죽음(2020. 07. 24 16:03)
2020. 07. 24 16:03 정치
황망했습니다. 기자 역시 ‘박변’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인연이라면 인연이 꽤 깊습니다. 2000년대 초반 어느 여름날 일요일, 서울 안국동 종로경찰서 맞은편 건물 2층에 있던 참여연대에서 ‘메리야스’ 차림으로 사무실을 지키던 그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도 있습니다. 소위 ‘지라시’로 돌던 ‘공소장 전문’이라는 출처 불명의 문건에 묘사된 그의 행위나 그가 보냈다는 텔레그램 문자는 상상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주변 사람들 사이에 그는 ‘일중독’으로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같이 일했던 사람 중 지독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참여연대 문화사업 부문 간사였던 탁현민 대통령 의전비서관은 그가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를 결심한 직후 정동에서 열린 북콘서트의 사회를 보며 농담치곤 ‘저래도 되나’ 싶을 만큼 강하게 디스했습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된 날, 광화문에서 기자와 자리를 함께한 전직 참여연대 간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장 불쌍한 사람들은 박 시장의 가족”이라며 박 시장의 선택에 화를 내던 이 인사는 술이 몇 순배 돌고 나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결국 “절대 장례식장엔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이 인사와 한밤중에 서울대병원 빈소를 방문했습니다. 실종과 자살 유력이라는 전언을 듣던 날 이후 일어날 후폭풍. 가늠이 안 됐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기사에서 마무리를 박원순이 남긴 ‘유산’이 아니라 ‘숙제’라고 했지만 ‘공적 삶에 대한 끝없는 헌신’으로만 기록되던 이의 마지막에 드러난 다른 얼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는 여전히 개인적으로는 난망한 일로 남을 것 같습니다. 7월 22일 열린 피해자 지원단체의 2차 기자회견은 유튜브를 통해 봤습니다. 유튜브 영상에 실시간으로 달린 댓글은 대부분 피해자 지원단체와 피해자를 비난하는 목소리였습니다. 피해자가 ‘피해자다움’의 자격에 합당한 인물인가 의구심을 던지는 주장들입니다. 사실 그건 그동안 이런 사건에서 전형적으로 되풀이돼온 공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비난입니다. 가치에 앞서 사실을 추구해야 하는 언론이 취해야 할 입장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취재 후
[표지 이야기]최장수 서울시장 박원순이 남긴 것은(2020. 07. 17 15:54)
2020. 07. 17 15:54 정치
박원순 자살.” 지난주 마감 직후인 7월 9일 한 정치권 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짧은 한마디 전언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럴 리가. 포털뉴스를 검색해보니 속보로 박원순 서울시장 실종을 알리는 뉴스가 막 나온 시점이었다. 곧바로 고한석 서울시 비서실장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텔레그램에 남겨진 시간 기록을 보니 첫 메시지를 보낸 것은 오후 6시 14분. 고 비서실장은 한동안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 기자가 연락한 다른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끊었다. 직감했다. ‘뭔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구나.’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이 7월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운데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그 뒤 사방에서 정보와 추측이 쏟아졌다. 모든 정보는 하나의 불길한 결론을 가리키고 있었다. 파장을 가늠할 수 없었다. “유구무언이다. 이렇게 된 마당에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겠는가.” 시신이 수습되고 하루가 지난 뒤 통화한 서울시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서울시의 고위 정무라인 인사들은 시장과 운명을 같이한다. 지방별정직 공무원 인사규정은 임용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사임·퇴직 등 자격을 잃거나 임기가 만료되면 함께 면직된다. 이 관계자의 말이다. “7월 10일 자정을 기점으로 나도 자동면직된 셈이다. 짐 정리하려면 한 번 가긴 가야 하는데….” 그는 논란이 되었던 성추행 고소와 박 시장 실종 당일까지 전혀 이야기를 듣지 못했고, 그 후도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논란에 휘말리기 싫어 일부러 하는 말은 아닌 듯했다. 고한석 실장은 <경향신문>에 “고소인이 경찰에 고발한 당일(7월 8일) 오전까지도 피고소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고발 한 시간 전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는 여러 경로를 통해 박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는 ‘첩보’를 들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 채 박 시장을 찾아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특보가 이날 박 시장에게 전한 내용은 ‘4월 중순 비서실 직원 성추행 사건에 대한 서울시의 미흡한 대응’ 문제로 뭉뚱그려져 있었다. 4월 서울시 핵심 비서진 교체 이유는 지난 5월 초 기자는 총선에 즈음해 ‘소리소문없이’ 진행된 박원순 서울시의 비서진 교체에 대한 기사를 썼다. 정당 소속 지자체장이 총선 기간 중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지만, 왜 하필이면 그때 비서진을 교체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기사의 출발점이었다. 비서실장 교체는 오르지 않는 지지율에 대한 문책성 인사였을까(오성규 전 비서실장은 그때부터 현재까지 기자의 연락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그는 “자신이 근무한 시기가 3월까지였다”고 주변에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한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주요 고위 비서진들의 임명일은 4월 27일이다. 인수인계 기간으로 중첩된 시기를 고려하더라도 간격이 너무 벌어진다. 고 실장이나 최병천 민생정책보좌관, 박도은 대외협력 보좌관 등의 임용이 던지는 메시지는 뚜렷했다. ‘대선용 인사’다. 기사를 준비하면서 새로 발탁된 정무직 인사들을 서울시청 6층 사무실에서 만났다. 기자를 만난 앞선 고위인사가 꺼낸 첫마디는 이것이었다. “전국민고용보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직 박원순 시장이 전국민고용보험을 자신의 의제로 꺼내기 전이었다. 새로 발탁된 인사들을 대선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본 까닭은 이들이 박원순 시장과 종전에 박 시장을 구심점으로 모여 있던 시민사회계 사람들이 아니라 당료·정치권 출신 등 다소 이질적인 흐름 속에 놓인 인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수십 년을 시민사회적 문법과 일하는 방식에 익숙한 종전 측근과 이들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화학적 결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날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 고위인사가 꺼내놓은 ‘전국민고용보험’ 의제는 일부러 피했다. 당시 기사에서 담아낼 주제에 대한 취재를 마치고 난 다음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전국민고용보험’을 제기하는 배경 등을 들었다. 그냥 새로운 의제 제기가 아니다. 소위 진영 내의 종전 인식, ‘무상’과 ‘보편복지’는 좋은 것이고, ‘선별복지’는 나쁜 것이라는 패러다임에 대한 공격이었다. 더 나아가 대권 2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도하고 있는 기본소득론에 대한 공격이기도 했다. 재선·3선 거치며 달라진 박 시장 박 시장이 이 의제를 전면으로 꺼내든 시점은 한 달여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고 실장을 비롯한 핵심 정무직 인사들은 전국민고용보험을 주제로 한 박 시장의 언론인터뷰를 SNS나 메신저에 알렸다. 대선 의제화가 목표인 듯했다. 그러나 생경했다. 박 시장의 여러 인터뷰를 읽어봐도 쟁점 사안은 파악하고 있되, 그의 언어는 아니었다. 고한석 서울시 비서실장(가운데)이 7월 10일 실종 신고 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인 안치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대선 의제를 두고 논쟁이 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논쟁은 결국 기존의 기본소득 논의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지난 6월 초, 기본소득과 전국민고용보험에 대한 논의 갈래를 정리한 기사를 준비하면서 “과열된 논란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민주당 핵심지도부의 의견이 고 실장을 통해 박 시장에게 전달되었다는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고 실장에게 연락했다. 기자가 연락한 당일 고 실장은 “오늘부터 호흡조절을 하는 것으로 아침 보좌진 회의에서 논의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점심 무렵 박원순 시장은 다시 개인 페이스북에 인터넷에서 유명한 평등과 공평을 다룬 그림을 올리면서 기본소득론을 공격했다. 결과론적으로 사후적인 평가지만 최근 박 시장의 행보는 무척 조급했던 걸로 보인다. 왜 그랬을까. 이슈를 제기해도 오르지 않는 대선주자 선호도 때문? 주요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3%를 넘은 적이 없다. 오히려 오차범위 내이지만 미세한 수준에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난 5월 서울시청에서 만난 신임고위직 인사는 “결국 승부를 보는 것은 정책”이라며 “당장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년 가까이 남은 대선까지의 시간은 정치적으로 긴 시간이며, 지지율은 차츰 쌓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2011년 재보궐 선거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후 기자는 박원순 시장을 세 차례 인터뷰했다. 이번 기사를 준비하며 기사와 별도로 정리해뒀던 인터뷰 질의응답 전문을 검토했다. 확실히 초선 때 인터뷰 때와 2017년 했던 마지막 인터뷰에서 박 시장이 보여준 태도는 달라져 있었다. 마지막 인터뷰에서 다년간의 시정 경험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지만 모종의 초조함도 엿보였다. 기자는 박 시장 인터뷰 말미에 금융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인 자리에서 들었던 ‘대권주자 박원순은 왜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가’에 대한 풀이를 전했다. 인터넷에서 자신에 붙은 비하적인 별명보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평가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박 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7월 10일 참여연대 시절 간사로 일한 한 인사는 “3선에 나서는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그가 달성한 최장수 서울시장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겠지만 재선에서 멈추고 차기를 준비했다면 오늘과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라고 한탄했다. 2011년 10월 27일부터 그가 사망한 2020년 7월 10일까지 재임 기간을 날짜로 환산하면 3180일이다. 그러나 박 시장의 비극적 마지막은 그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 7월 13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박원순 전 시장은 여성인권에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해온 사회적 리더였음에도 그 또한 직장 내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적 대상화, 성희롱, 성추행을 가했다”며 “서울대 교수 성희롱 사건 이후 성희롱 예방이 법제화되었고, 그 또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직장 내 성폭력 예방교육을 성실히 이수해온 듯했지만, 본인 스스로 가해행위를 성찰하지도 멈추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독한 글에서 피해자는 자신이 원한 것이 “더 좋은 세상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꿨던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7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한마디로 ‘박원순마저’란 것이 아닌가.” 최근 기자와 통화한 최측근 인사의 한탄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한국사회에서 성폭력·성희롱 문제를 최초로 알린 박원순 시장이 가해 당사자로 밝혀진 것이 ‘지독한 아이러니’라는 것이 이 인사의 얘기다. “이제는 피해자의 목소리 들어야 할 때” 7월 15일 박 시장이 떠나고 없는 마당에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 시장은 지난 7월 6일 민선 7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린벨트는 서울시의 기본철학에 해당한다”며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놔야 할 보물과 같은 곳”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생전 박 시장이 마지막으로 밝힌 의제는 ‘서울형 그린뉴딜’이었다. 사실상 박 시장의 대권 의제였던 전국민고용보험제 등과 함께 이들 ‘박원순표 정책’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앞서 통화한 전 서울시 핵심 고위인사는 “비록 그는 떠났지만 그가 제기한 정책의제는 국회의원들 법안 발의를 통해 실현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입법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고용보험제 개정안 법안 발의를 보면 박원순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이 눈에 띈다. 그러나 7월 15일 통화에서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가 낸 안은 박 시장이 주장하던 전국민고용보험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실업수당 보완안”이라며 “의원이 박 시장의 유지가 반영된 전국민고용보험제 관련 입법을 주도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박 시장의 안과 가장 비슷한 주장으로 입법공청회를 연 쪽은 당적이 다른 심상정 의원실이 유일하다. 박 시장의 죽음 이후 친여 성향 인터넷 게시판에서 조용한 지지를 받은 것은 ‘이제는 우리가 진실과 마주할 시간’이라는 주진오 역사박물관장의 글이다. 그는 “애도의 시간을 마치고 피해 호소인의 목소리를 들어볼 차례다. 고인을 사랑하고 추모하는 분일수록 더 힘들겠지만, 함께 견뎌내야 할 시간이다”라고 적었다. 당사자 가운데 한쪽이 세상을 떠난 이상, 완벽한 진실을 재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마주 봐야 하는 것은 박원순이 남긴 유산이 아니다. 진보나 보수, 여당 혹은 야당의 진영 이익을 떠나 박원순의 죽음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차분히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피해자의 목소리다. 그게 비록 고통스럽고 힘든 일일지라도.
표지 이야기
박원순 ‘지지율 반전’ 가능할까(2020. 05. 08 15:35)
2020. 05. 08 15:35 정치
ㆍ이낙연 전 총리와 격차 더 벌어져… 서울시 인사 단행하며 변화 모색 2.8%와 2.0%. 최근 여론조사 결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받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다. 전자는 5월 7일 발표된 쿠키뉴스와 조원씨앤아이(C&I)의 발표자료이고, 후자는 오마이뉴스와 리얼미터의 4월 27일 조사결과다. 어느 결과나 2%대다. 쿠키뉴스 조사는 4월 1일에도 실시됐다. 이때 박 시장의 선호도는 4.0%였다. 오차범위(쿠키뉴스의 경우 95% 신뢰수준에 ±3.1%)를 감안해야겠지만 하락세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5월 7일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함께 ‘학생 식재료 꾸러미 지원’ 사업 추진을 발표하고 있다. / 서울시 제공 반대편에는 이낙연 전 총리가 있다. 앞서 각각 여론조사에서 선호도는 44.6%, 40.2%다. 쏠림이 뚜렷하다. 총선 후 여론조사에서 10%P 이상 급등했다. 총선 전후 서울시 인사개편 ‘메시지’는 이번 총선결과에 대한 평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소리 없는 승자’로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20대 국회에서 소위 확실한 ‘박원순계’로 불릴 만한 사람들은 기동민·박홍근·남윤인순 3명에 불과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약 20여 명의 서울시·시민사회계·GT(김근태)계 인사들이 당선되었다. 재선(기동민)과 3선 고지(박홍근·남윤인순)에 오른 3명에 최종윤·김원이·윤준병·천준호·박상혁·민병덕·진성준·허영 등 초·재선 6명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 총괄책임을 맡았던 민병덕 변호사를 제외하면 전원 서울시 고위정무직을 거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 당선자의 구체적 면면을 따져보면 순수 박원순계라기보다 기동민 의원을 위시한 GT계로 분류될 만한 인사들이 많다. 이낙연 전 총리와 지지기반이 겹친다. 이번에 당선된 의원의 임기는 2024년 5월 29일까지다. 대선 이후에도 2년이 남는다. 내년 9월 대선후보 경선까지 남은 시간은 1년 4개월 이상이다. 지금 굳이 줄 서야 할 이유가 없다. 총선 과정에서 ‘소리소문없는’ 변화는 박원순 서울시에서도 일어났다. 비서실장이 바뀌었다. 종전 오성규 비서실장을 고한석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으로 교체했다. 4월 27일 이뤄진 비서실 고위급 인사에서도 종전과 다른 색깔의 인물들을 기용했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을 민생정책 보좌관에, 기획보좌관에 조경민 사단법인 서울산책 대표를, 대외협력 보좌관에 박도은 서울시 국회·정당협력관을 각각 임용했다. 정책비서관으로는 황종섭 서울시 교육감 정무보좌관을 앉혔다. 주목을 받는 것은 이번 인사에서 드러난 색깔이다. 고한석 비서실장은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에 임명될 때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을 보좌해온 것으로 평가하지만 빅데이터·마이크로타기팅 전문가다. 최병천 보좌관은 당내 대표적인 전략통이자 당의 경제민주화·재벌개혁 정책과 법안을 만든 인사다. 황종섭 비서관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메시지담당 보좌진 출신으로 정치발전소 기획실장 등을 역임한 선거법·조직 전문가다. 즉 서울시의 이번 인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선거’다. 다시 말해 박 시장의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인사다. “가장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그간 이쪽 진영에서 박 시장이 쌓은 자산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과거 서울시에서 고위정무직을 역임한 인사 ㄱ씨의 평가다. 2기 때까지 박원순 서울시장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시정을 알리기 위해 디지털 영역, 소위 ‘카페트(카카오톡·페이스북·트위터)’를 가장 먼저 활용하고 개척한 것도 ‘박원순 서울시’였다. 페북라이브·트위터 생중계도 박원순이 최초였다. 또 다른 인사 ㄴ씨의 말이다. “여론 지지층도 다수였다. 지금 대한민국 코로나19 리더십 대응체제의 기초는 이미 2015년 메르스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만들어놓은 것이다. 노동이사제 도입이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가장 먼저 이슈화하고 정책으로 만든 것도 박원순 시장이었다. 그런데도 그런 성과는 거의 묻히는 것 같다.” 박 시장의 업적이 알려지지 않는 데엔 그의 화법 내지는 태도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ㄱ씨의 말이다. “여러 인터뷰 등을 보면 조바심 같은 게 느껴진다. 질문을 하면 박 시장은 ‘이미 서울시에서 그런 정책을 입안해서 실행하고 있는데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식의 답을 많이 한다. 생각해보라. 이것은 방송을 보고 있는 국민에게 ‘당신들이 나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당신이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탓하는 것과 같다.” ㄴ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박 시장의 행보를 두고 ‘대권병에 걸렸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치인이 대통령을 꿈꾸는 것, 나쁜 것이 아니다. 누군가 (대선에 도전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시켜주면 잘할 자신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가 하는 것을 보고 대한민국을 운영할 능력이 되는지 판단해 달라’고 말하면 된다. 그런데 그런 질문을 이상하게 피하고 답을 미룬다. 사람들이 안 좋게 보는 것은 그런 것이다.” 최근에도 러브콜을 받은 적 있는 민주당 고위당직자 ㄷ씨는 차기 대선구도를 놓고 볼 때 ‘박원순의 포지션’이 애매하다고 덧붙였다. “향후 대선구도를 보면 이낙연이 중도와 호남을, 이재명이 선명성과 진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시대정신을 놓고 보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좀 더 진보’보다는 ‘중도’로 갈 가능성이 많다. 현 정부의 성과를 이으면서도 차별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도라기보다는 ‘반정치’에 가까웠던 박원순이 그 틈을 파고들 여지는 적다.” 향후 대권구도 ‘박원순 후보’의 포지션은 “‘왜 박원순은 주목받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 굳이 답을 하자면 세 가지 환경변화가 있다.” 익명을 요청한 최측근 인사의 말이다. 이 인사의 말에 따르면 첫째로 10년 보수정부가 진보정부로 바뀌면서 서울시와 정부·청와대의 대립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둘째는 문재인 정부의 성격이다. 진보 광역단체장의 정책을 진보대통령이 거의 수용해 가져갔다. 말하자면 서울시 정책이 전국화된 셈이다. 셋째, 2017년 정권교체 1년 뒤 또 하나의 환경변화가 있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이다. 진보 광역단체장의 다자구도 선택이다. “보수정부 시기 두드러질 수밖에 없던 박원순 서울시의 혁신이 대부분 실현·추진되었기 때문에 덜 눈에 띄는 것이다. 코로나 리더십도 이재명 경기지사·김경수 경남지사와 함께 지자체장 삼두마차가 진보정책을 이끄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고….” 김현성 시사평론가는 “아직 대선이 많이 남은 시점에 비균형적으로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여권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결국 여권 경선이 싱거운 게임이 되어버리면 상대방의 움직임에 여론의 관심이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략적으로라도 3강구도를 만드는 것이 당 차원으로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혁신기획관을 역임한 전효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은 “박 시장의 장점 둘을 꼽으라면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일을 추진하는 추진력인데, 통찰력은 집중되지 않는다는 느낌이고 추진력은 사업을 통해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행정틀 안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둘 다 메시지 차원에서는 불리한 특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의 코로나19 국면처럼 시스템을 누가 운영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닥친다면 박 시장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부동산정책, 또 불협화음(2019. 03. 18 14:11)
2019. 03. 18 14:11 경제
ㆍ서울시 ‘도시·건축 혁신안’, 정부가 눌러놓은 재건축시장 활성화 우려 또 ‘엇박자’다. 서울시의 도시계획 정책과 중앙정부의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 얘기다.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의 집값 상승세는 주춤하지만, 강남 등 재건축단지가 최근 집값 상승의 진앙지 역할을 했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관여하겠다며 지난 3월 12일 발표한 ‘도시·건축 혁신안’은 정부 정책과는 다소 결이 다른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또 규제냐’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왜 하필 이 시점에 그러한 정책을 내놓는 것인가’라며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지난 1월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새로운 광화문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토부와 협의 안한 ‘혁신안’ ‘도시·건축 혁신안’은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간 정비사업의 전 과정에 서울시가 개입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는 개별조합과 건설사 등 민간이 자체적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는데, 정비계획 수립 전부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공공이 관리·조정·지원해 입체적인 건축 디자인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은 용적률이나 높이 같은 기존의 일반적 계획요소뿐 아니라 경관 및 지형, 가구 구조의 변화, 보행·가로 활성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단지별 맞춤형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중 도시건축혁신단(가칭)과 공공기획자문단 등 신설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정비계획이 퇴짜를 맞는 경우가 줄어 도시계획위원회 개최 횟수가 기존 평균 3회에서 1회로 줄고, 소요기간도 20개월에서 10개월로 대폭 단축될 것이라고 서울시는 내다봤다. 여기에 현상설계를 할 수 있도록 1억~5억원 공모비용 전액과 공모안 선정을 위한 주민총회 비용을 일부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서울시는 보도자료에 이번 정책을 ‘도시계획 혁명’이라고까지 소개했다. 다음달 시범단지 4곳을 선정한 뒤 하반기부터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않은 전 사업장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세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정비사업 추진 기간이 크게 단축되면 자칫 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강화 등으로 어렵게 눌러놓은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단독주택 재건축 지역에서 쫓겨나 갈 곳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준경씨처럼 세입자 보호대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디자인 혁신이 과연 시급하게 추진돼야 할 정책이냐는 지적도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이와 관련해 “민간에서 마구잡이로 재개발·재건축하는 것을 막고 효율적으로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자기 재산을 증식하는 정비사업에, 외관에만 치중하는 정책에 왜 세금을 쓰려고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남 국장은 “정비사업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소형주택이나 서민주택이 멸실되고 대형화·고급화돼 원래 살던 사람들이 아무 대책 없이 쫓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는 “현재 부동산시장은 안정된 시장이 아니다”라며 “워낙 학습효과가 커서 사람들은 어디에서든 호재가 나오면 ‘베팅’하려고 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어떤 재료도 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책 효과는 내용의 우수성과 시행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왜 지금 그런 것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혁신안도 사실상 재건축·재개발 시장을 자기 권한으로 두려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정치적으로 필요에 따라 풀어줬다, 조였다 하면서 앞으로 성과에 따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내부에서도 불쾌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시가 이번 정책을 내놓으면서 국토부와 아무런 사전협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사전에 협의하자고 수차례 이야기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우선 담당부서에 면밀히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정부의 엇박자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9월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50층 재건축’을 허용하면서부터였다. 당시는 세제·금융·청약제도 등을 총망라한 8·2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던 때였다. 그러나 50층 재건축이 호재로 이슈화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주변 재건축단지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줘 집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대권 꿈에 도심 개발 조바심 내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로 집값은 지난해 초 다시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몇 달 후 예상보다 강도가 세지 않은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나온 데다 박원순 시장의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이 터져 나왔다. 이어 강북구 삼양동에서 한 달간 옥탑방 생활을 하며 강북 균형발전안도 내놓았다. 논란이 일자 박 시장이 해당 정책들을 보류했으나 서울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한쪽(중앙정부)에서는 규제하는데 다른 한쪽(서울시)에서는 부동산시장을 부양하는 듯한 시그널이 반복되면서 시장에서는 ‘결국 집값은 우상향한다’는 풍문이 진리처럼 자리잡게 됐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한 주택 전문가는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벌였던 참여정부와 달리 뉴타운 사업을 밀어붙이던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서울시는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와 표준 공시지가 결정 권한 등을 놓고 정부와 잇따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올해에는 광화문광장 설계안과 관련해 갈등을 빚었다. 또 광화문광장 확장 재편안을 발표하며 국토부와 협의하지 않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의 광화문역 신설 추진을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 서울시가 정부와의 불협화음에도 각종 도시개발 계획을 내놓는 것은 박 시장의 대권 도전 플랜 중 하나라는 관측이 많다. 남은경 국장은 “임기 내에 도심부에 뭔가를 만들어 개발 이미지를 새기려는 조바심이 느껴진다”며 “집값 급등의 원흉으로 지목되더라도 이런 개발정책을 박수치고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대선 출마와) 부동산정책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문재인 정부와 서울시는 부동산정책 기조가 같다. 서로 일부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상시기구를 통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표지 이야기]박원순 시장, 마음은 벌써 대선에?(2018. 08. 27 14:51)
2018. 08. 27 14:51 정치
박원순 서울시장의 삼양동 옥탑방 체험과 ‘여의도 개발’ 발언을 두고 말들이 많다. 여의도 아파트 가격은 들썩이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박시장이 개발론자로 돌아선 까닭은 무엇일까? 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보고회’를 열어 강북투자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서울시 제공 초심을 되살리기 위해서 왔다고 했다. 삶을 바꾸는 것이 혁명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치인이 있어야 할 곳은 시민 현장 한복판이라고 했다. 8월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달간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연 정책발표회에서 꺼낸 말들이다. 이날 그는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수많은 강북 발전방안을 쏟아냈다. 1조원 규모의 균형발전특별회계를 만들 계획도 밝혔다. 개발이익 환수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옥탑방 생활로 되살린 ‘초심’은?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 중독자다. 시민운동가 시절부터다. 참여연대 문화사업국 간사로 일한 적이 있는 탁현민 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그의 첫 시장 출마 당시 열린 북콘서트 사회를 보며 반농담조로 “앞으로 그와 일하게 될 서울시 공무원들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벌써 8년이다. 박 시장은 민선 5·6·7기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이 평소 농담처럼 주변에 하는 말같이 “조선왕조 이래 가장 오랫동안 서울시 행정을 책임진” 서울시장이 됐다. 선천하지우이우(先天下之憂而憂)/후천하지락이락(後天下之樂而樂). 박 시장이 이날 정책발표회에서 인용한 중국 재상 범중엄의 말이다. 줄여 선우후락(先憂後樂)에 대해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정치인은 세상이 근심하기에 앞서 근심하고, 세상이 기뻐한 후에 즐긴다는 뜻”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서울시장에 나선 2011년부터 정치가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면, 그 초심은 과연 무엇일까. 삼양동 옥탑방 생활 한 달, 마침내 그는 그 고민의 결론을 얻었을까. “본인이 직접 낸 아이디어로 안다.” 박 시장의 서울시 최측근 인사 ㄱ씨의 말이다. 삼양동 옥탑방 체험은 누구의 생각이었냐는 <주간경향>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예전부터 늘상 하던 말이다. 한 달 정도 직접 체험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본인이 현장에서 주민들을 직접 만나는 것을 즐긴다.” 폭염 속에서 진행된 박 시장의 ‘삼양동 살이’는 많은 화제를 낳았다. ‘진정성 있는 행보’라는 칭찬도 나왔지만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보여주기 쇼가 아니냐는 비판기류도 뚜렷했다. ‘옥탑방 한달살이’를 정리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부부가 8월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삼양동 현장을 떠나며 동네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박원순 페이스북 박 시장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은 7월 9일,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으러 싱가포르에 간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한 주거·문화 복합도시로 재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는 미국 뉴욕 맨해튼을 거론하며 ‘신도시급에 견주는 재개발’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 시장 발언은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싱가포르 출장은 3선 당선 후 첫 외유일정이었다. 당장 발언 보도 후 여의도 부동산시장이 들썩였다. 시장에 나왔던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호가도 1억~2억원 이상 뛰었다. 논란이 지속되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국회에서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제동을 걸었다.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해서 신도시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서울시가 입장을 냈는데 그에 대한 국토부의 입장을 밝혀달라’는 강훈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시장이 도시계획을 발표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국토부와 긴밀하게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부와 서울시의 정책협의TF가 열린 것은 그로부터 11일 후인 8월 3일이다. 개발 꺼낸 박 시장 ‘진의’는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와 서울시(시장 박원순)는 8월 3일 국토부·서울시 정책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고, 주택시장 안정과 서민 주거복지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토부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낸 보도 참고자료의 시작 부분이다. 이날 공동 보도자료를 읽다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국토부-서울시의 정책협의체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인 여의도·용산 재개발 문제에 대한 언급이 보도자료엔 없다. 대신 “주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비사업·도시재생사업 및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시장 영향을 공동으로 점검하고, 주요 개발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양 기관 간 공유·관리해 나가기로 했다”는 대목만 나온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서울시 관계자는 <주간경향>에 “그날 회의는 비공개로 열린 자리였기 때문에 실제 회의에서 여의도 개발문제에 대해 구체적 의견이 오갔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8월 17일 열린 2차 회의는 보도자료조차 없다. “서울시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투기에 대해 국토부와 서울시가 협력해 대응한다는 것까지가 합의된 것이고, 나머지는 서울시의 입장이 있고 중앙정부의 입장이 있다.” 8월 21일 <주간경향>을 만난 국토부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정책협의TF는 김현미 장관의 ‘협의 필요성’ 언급과 관련해 서울시가 “협의하겠다”고 요청해 만들어진 자리이지, 서울시 측의 구체적 안이 나온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궁금해지는 것은 박 시장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통째로 개발’을 통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도시를 거론하다가 99대 1의 불평등사회를 바꾸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갈지자(之)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3선 이후의 행보, 대권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박 시장이 그런 발언들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후적으로 그렇게 해석할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서울시의 모든 구역을 삼양동 마을 만들기처럼, 예를 들어 여의도를 그렇게 만든다는 것은 난센스 아니냐.” 박 시장 측 핵심 관계자 ㄴ씨의 말이다. ㄴ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언페어(불공정)하고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박 시장은 시민운동가 출신이고, 협동조합이나 마을을 강조하는 사람이니 개발을 말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서울시장은 국무회의에도 참여하는 국가 지도자다. 서울시를 전체적으로 생각할 때 어떤 스폿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베스트로 만드는 것,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여의도에서 지역공동체 강화를 찾는 것은 난센스다.” 박 시장은 발언 파장 예상 못했을까 이 핵심 인사는 ‘통째로 개발’ 발언이나 삼양동 옥탑방 살이가 대권행보라는 것도 부인했다. “정말 이것이 대권플랜이라면 그 플랜을 짠 사람이 바보다. 지금 시점에서 ‘개발도 생각하는 박원순이다’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나. 정말 대권에 활용할 용도라면 아웃풋이 나올 시점에 이야기하는 것이 대권플랜이다. 예를 들어 지금 당연히 부동산이 폭등하고 있는데 부동산 잡으려고 노력하는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워 얻을 것이 무엇이 있나.” 이 인사의 지적은 사실 각도는 살짝 다르지만 <주간경향>의 궁금증이기도 하다. 박 시장은 싱가포르에서 개발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 발언이 야기할 결과를 진정 몰랐을까. 다시 이 인사에게 물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을 예상하고도 그 발언을 했다, 다시 말해서 일종의 ‘치고 빠지기’ 식의 발언을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금 상황에서 그것이 무슨 이득이 있을까. 결과를 두고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정황이나 인과관계를 따져봤을 때 우리는 지금의 부동산 폭등과 박 시장의 계획은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박 시장의 발언은 현재 한 달 넘게 요동치고 있는 여의도·용산이나 서울지역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 요소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이 인사의 시각은 8월 3일과 17일 열린 국토부·서울시 정책협의체에 참여한 서울시 측 관계자들의 인식에 기본적으로 깔린 관점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7월 22일 오후 강북구 삼양동의 2층 옥탑방에서 강북 ‘한 달 살이’를시작하며 책을 펼쳐보고 있다. / 사진공동기자단 앞서 서울시 최측근 인사 ㄱ씨는 3선 후 박원순 시장의 행보가 ‘안정되었다’는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았다. “1기, 그리고 2기 때도 시민사회 출신적인 성격이 안 남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법적으로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이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없지 않았다. 반면 법이나 규정의 근거를 생명으로 하는 공무원들로서는 무리가 없지 않았다. 초기의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의 중용, 그리고 그 반동으로 서울시 출신 인사들의 전면배치가 1·2기를 상징하는 특징이라면, 3선 선거에서는 민주당이라는 당을 적극 활용했다. 3선에 들어가면서 박 시장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각각의 그룹이 자기 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여의도나 용산, 그리고 이번에 발표한 강북 개발계획에 이르기까지 ‘마스터플랜’에 해당하는 큰 그림이 나올 때가 되었다는 것에는 서울시 ‘밖’에서도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는 박 시장이 무엇이 급해 서두르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2005년, 2006년도에도 강남 집값이 폭등했다. 그때도 부동산 묶는다, 균형발전한다고 하면서 지방특구를 만들었는데 유동성이 풍부해지니 그것이 다시 강남으로 몰린 것이다. 지방은 개발이든 도시재생이든 돈을 푸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유동성이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오를 만하다고 생각하는 곳은 무조건 오르는 것이고, 그건 수요·공급과 상관없다. 그러기 때문에 국토부 입장에서는 (박 시장 발언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겨우겨우 잡으려고 하는데 한쪽에서 풀어버리면 전체적으로 풀려버리기 때문이다.” 생태경제학자로 민주당의 정당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부원장을 역임한 우석훈 박사의 말이다. 그는 제일 우려되는 것이 “박원순 시장이 개발로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을 때, 그것을 제어할 견제장치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국면은 독특하다. 여의도를 맨해튼처럼 만들겠다는 박 시장의 구상에 대해 과연 도시계획위원회가 반대할 수 있을까. 원래대로라고 한다면 야당이 반대하겠지만 자유한국당은 부동산 개발을 찬성한다. 그렇다고 여당인 민주당이 자기네 소속 자치단체장의 행보에 대해 클레임을 걸 메커니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태를 수습하려면 청와대가 나서거나 박 시장 본인이 ‘종합적·생태적으로 더 따져보겠다’고 한 발 물러서서 숙고하는 모양새를 보여주는 것인데 그러기엔 폼이 안난다. 3선 고지를 달성한 박원순 시장으로서는 생태환경을 거론하며 보존하겠다면 야당인 한국당이 난리칠 것이다. 지난 지자체 선거 때 안철수가 공격한 포인트가 ‘지난 9년간 박원순 시장이 한 것이 뭐 있느냐’는 것 아니었는가.” 실제 박 시장이 거론한 ‘여의도 통개발’은 어떤 효과를 일으킬까. 우석훈 박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70~80년대에 여의도에 집을 산 나이 드신 분들이 인생 말년에 축복을 받는 것이다. 사실 여의도에 대해 좀 더 공적인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여의도가 여의도에 사는 사람들만의 것인가. (박 시장이 언급한 국제금융도시에 맞춘 통개발이) 정의롭지도 않고, 현재 여의도가 기능적으로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용적률을 높이면 지금도 주차문제로 난리인데 교통문제가 생긴다. 또 국제금융도시라는 것도 참여정부 당시 금융관련 공기업은 다 부산으로 갔는데 느닷없이 국제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하면 부산과 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 아니냐.” 참여정부 부동산 실패과정과 유사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어떤 면에 있어서는 박원순 시장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불만이 있는 서울 강남권 의견을 반영해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늘의 서울시’라는 이름으로 서울시 행정 감시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김 연구위원은 박 시장의 7월 9일 이른바 ‘싱가포르 구상’ 발표와 관련해 제일 이상한 점은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여의도종합개발계획안을 시장이 먼저 봤고, 실제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그걸 언론에 먼저 발표하는 형식’이었다는 점이다. 김 연구위원은 그 근거로 서울시 도시계획과의 정보공개자료 중 지난 6월 29일자로 되어 있는 ‘여의도 일대 재구조화 종합구상 시장 보고 간담회비’ 지급 자료를 들었다. 실제 <주간경향> 확인 결과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흔히 ‘여의도 마스터플랜’으로 알려진 ‘구상’이 처음으로 보고된 것은 7월 16일이었다. 추론해보면 도시계획위에 제출될 내부용역과 관련된 자료를 박 시장은 열리기 18일 전에 보고를 받았고, 그 내용의 핵심적인 부분을 7월 9일 싱가포르에서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기자들에게 흘린 것이다. 김 위원은 말한다. “그 자체가 위법적인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이전 경험에 비추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명박 시장 시절 승인된 파이시티 개발이다. 시장이 도시계획위원회에 부당하게 개입한 부분 때문에 논란이 되었고, 그 이후에 도시계획위원회의 독립성이 강화되었는데, 이번 논란에서 보여지는 것은 그게 다시 후퇴했다는 점이다.” 그는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면’ 강남권과 여의도의 재개발이 묶여 있는 데 대한 불만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대부분을 민주당이 차지하면서 지역 당협위원장들을 쏟아지는 민원 압박으로부터 풀어내고 현 정부보다 자신이 더 나은 플랜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월 18일 과 당선인 인터뷰를 통해 3기 시정 구상을 밝히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임기는 올해 7월 1일부터 시작되었다. 이론상 임기는 2022년 6월 30일까지다. 현행법상 4선 도전은 불가능하다. 2022년은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 다음 대통령 선거의 해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이해 5월 9일까지다. 관련법상 대선은 전임 임기 60일 전에 치르게 되어 있으므로 대통령선거일은 2022년 3월 초가 된다. 만약 박 시장이 대선에 도전한다면 지난 3선 서울시장의 성과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출마를 할 수 있는 모양새가 된다. 박신용철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서울은 너무 과밀화되어 있다. 1000만명이 넘던 인구가 900만명으로 줄어든 것은 어떻게 보면 수순이다. 아무리 도시재생을 하더라도 불가능한 것이 있다.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 수가 곧 권력이다. 서울시 인구를 흡수한 경기도지사의 힘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지사나 서울시장은 대권후보 급으로 거론되지만 지금까지 대통령이 된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밖에 없다. 3선을 앞두고 강남북 균형발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지금의 여의도 통개발이나 강북 개발은 공약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이명박 전 시장 모델을 참고한 것이라면 잘못이다. 그도 뉴타운을 통해 강남북 균형발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청와대 행정관급 규모였던 ‘W캠프’ 지난 7월 말 흥미로운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W캠프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여기서 W는 박원순 시장의 영문 이니셜 WS에서 따온 것이다. 2018년 지자체 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공식 명칭은 박원순 캠프였고, 내부적으로는 W캠프로 통했다. 일종의 선거백서 성격으로 준비된 이 책은 캠프에 참여한 458명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낙승은 쉽게 예상되는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프는 매머드급으로, 다른 캠프는 생각도 하지 못한 다양한 영역을 커버하는 규모로 꾸렸다. 숫제 자원봉사 인원을 포함해 그대로 청와대 행정관을 구성해도 될 만큼의 분야와 인력규모다. ‘박원순은 세력이 없다’는 시각과 달리 이젠 일단 사인만 나오면 집결이 가능한 인사들이 주위에 포진해 있다. 1기부터 3기까지 시장 선거를 통해 실전경험을 가진 관록있는 인사들이 그 중심에 버티고 있다. 전상봉 서울시민연대 대표는 “박원순 시장으로서는 ‘개발을 하더라도 박원순이 하면 다르다’고 주장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이명박·오세훈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2기 박원순 시장 때부터 시작해 쭉 드는 생각은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자연스럽게, 가장 눈에 잘 띄는 것이 토건사업이다. 재건축을 허용해주면 수혜를 받는 층에서는 환호할 수밖에 없고, 그런 것이 본인의 업적이 되는 것이다. 3기에 들어서면서 박 시장은 시민사회가 자신의 버팀목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난 대선 당시도 결국 자기 세력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에 접어야 했고, 이제 뭔가 새로운 세력, 정책, 의제로 역량을 구축하고 싶어하면서 나타나는 좌충우돌이 아닐까.” 역시 그런 것일까. 확실한 것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3~4년 전부터 언론 인터뷰를 할 때마다 나왔던 질문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박 시장은 대선에 출마할 계획인가. 그의 전형적인 답은 이렇다. “대선은 너무 이른 질문이다. 아직 서울시장 당선증 잉크도 안 말랐다. 현재는 서울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8월 23일 연합뉴스TV 인터뷰) 박시장 ‘개발’ 정책, 누가 주도하나 “민선 6기 때 박 시장은 삼성동 일대의 지하도시 개발계획을 꺼낸 적이 있다. 당시 강남 개발을 또 하겠다는 것에 대해 비강남권의 좌절과 실망이 컸다. 강남은 애초에 계획도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조금만 손을 대면 또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1기와 2기 박원순 선거에서 핵심 참모진으로, 정부 고위직 인사의 언급이다. “이번에 삼양동에서 발표한 방향은 맞다고 본다. 현장에서 정책을 구상하고 만든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을 강북으로 이전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예를 들어 SH공사가 대치동에 본사가 있는데 그걸 팔고 안 팔린 은평뉴타운 상업부지에 이전하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합성이 안 맞는다는 느낌이다. 이거라도 하지 않았으면 욕을 더 먹었겠지만.” 이 인사가 보기에도 박 시장의 싱가포르 발언이 서울시·여의도의 아파트값 폭등을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그는 박 시장의 발언이 시장에 준 ‘사인’과 더불어, 현재 주식 등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풍부한 유동성, 그리고 정부가 보유세를 확정하면서 정책적 불안이 해소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재 서울시 아파트값이 폭등하고 있다고 봤다. “강북 발전이 필요하다는 방향에 동의한다. 하지만 핵심은 무엇에 집중시킬 것인가다. 결국 서울은 슈퍼스타 도시다. 크리에이티브한 것과 업무, 일자리 기능을 강남과 용산, 여의도 일부 지역에 집중시켜 그곳이 비싸진 것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도시기능의 집중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면 강북에는 무엇을 집중시켜야 할까. 서울시 산하기관을 보내는 것? 참여정부 때 혁신도시에 공기업을 보냈던 것으로 강남 부동산값을 잡을 수 있었던가 되묻고 싶다.” 그는 누가 박 시장의 개발정책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는가에 대한 <주간경향>의 질문에 “오히려 기자를 만나면 내가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이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개발계획을 발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충분히 정무적으로도 고려하고, 중앙정부와도 상의하고, 속도조절하고, 타이밍도 봐야 하는데 하필이면 집값 오르던 시점에 (박 시장 발언으로) 국토부는 그대로 당해버린 것 아니냐. 내가 보기엔 서울시 정무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박 시장 주변 사람들을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아무리 봐도 박 시장의 최근 정무적 판단에서 참모군이 보이지 않는다.”
표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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