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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암물질’ 아스파탐, 알고 드시나요?(2023. 07. 21 11:16)
- 2023. 07. 21 11:16 사회
- ㆍ40년 넘게 유해성 논란…WHO, ‘2B군’에 등재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막걸리를 고르고 있다. 막걸리는 아스파탐이 쓰이는 대표적인 주류다. / 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놓고 40년 넘게 벌어져 온 유해성 논란이 최근 ‘일단락’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7월 14일 안전성 평가 결과를 공개한 뒤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에 해당하는 ‘2B군’에 등재했다. 1965년 개발된 아스파탐은 1981년부터 상용화를 시작했다. 설탕을 가장 합리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용화 과정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인체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발암 가능 물질 분류 결정이 옳은지를 놓고도 아직 논란이 있다. 향후 추가 연구에 따라선 과거 사카린(사카린나트륨)이나 커피 사례처럼 결정이 취소될 수도 있다. 다만 유해성 논쟁 속에서 혼란을 겪던 소비자 입장에선 아스파탐에 대해 IARC가 공식적으로 유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결정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숱한 안전성 논란 제기된 ‘인공감미료의 왕’ IARC와 함께 공동 평가를 진행한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아스파탐에 대해 “1일 섭취허용량을 유지한다면 안전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일반적인 식습관에서는 아스파탐 섭취로 인한 발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국내의 경우 해외에 비해 아스파탐 사용이나 섭취가 많은 편도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스파탐의 현행 섭취기준을 유지한다”고 밝힌 배경이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 등은 아스파탐이 일단 발암 가능 물질로 등재된 이상 소비자들의 알권리와 먹거리 선택권 보장을 위해 식품 내 아스파탐 사용량 표시기준 강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설탕을 대신할, 안전하면서도 맛있는 ‘단맛’을 찾는 일은 식품업계의 오랜 과제다. 아스파탐 역시 그 결과물 중 하나다. 1990년대 중·후반 러셀 블레이록 교수 등 미국의 일부 신경학자들은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두고 “뇌를 공격하는 흥분독소(Excitotoxins)”라고 표현했다. ‘MSG’로 대표되는 화학조미료와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가 뇌종양이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다양한 뇌질환을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국내에도 언론과 책을 통해 소개돼 아스파탐을 넣은 사탕 등이 한때 불량식품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일각에서 ‘독소’라고까지 지적했지만, 아스파탐은 지금까지 ‘인공감미료의 왕’으로 승승장구했다. 열량은 1g당 4㎉로 설탕과 동일한 반면, 단맛이 설탕의 200배에 달해 일단 많이 쓸 필요가 없다. 비만의 우려가 적고, 체내 인슐린 수치를 높이지 않아 당뇨병 환자들에게 권장되기도 한다. 설탕에 근접한 맛을 내면서도 중독성이 없고, 섭취 후 오히려 식욕을 감퇴시킨다는 연구까지 있다. 아스파탐이 제로콜라, 다이어트식품 등에 먼저 쓰이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상용화 단계에서부터 안전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지금 제기되는 발암 가능성 문제 등은 이미 1970년대부터 제기된 문제들이다. 한국소비자원의 1997년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대한 검토’ 자료를 보면 아스파탐은 1973년에 미국 G.D Searle사가 FDA에 식품첨가물 허가 신청을 해 1974년 조건부 사용허가를 받아냈다. 하지만 Searle사가 제조한 일부 약품 관련 서류에서 허위조작 문제가 발각돼, 이듬해인 1975년 아스파탐 사용허가가 취소됐다. FDA 조사결과 G.D Searle사가 실시한 원숭이 대상 아스파탐 투여 실험에서 일부 원숭이가 발작을 일으키거나 사망한 사실이 밝혀지자 학계에서 뇌 손상 우려를 제기했다. FDA자문위원회는 1980년 뇌종양 등의 가능성에 대해 장기간 동물실험을 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지만, FDA는 1981년에 ‘건조식품’, 1983년에 ‘대부분의 식품’ 순으로 아스파탐 사용허가를 내줬다. FDA 사용허가 이후에는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스파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1985년부터 식품첨가물로 사용을 승인했다. 1997년에는 CNN이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암환자 통계를 분석해 아스파탐 사용허가 직후인 1984~1985년 뇌종양 환자가 연간 1500여명 추가로 발생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재차 발암 논란이 일었다. 2년 동안 아스파탐을 투여한 동물(쥐)에서도 높은 뇌종양 발생률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이는 곧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발암 논란으로 확산했다. FDA가 “허가 과정에 문제가 없고, 통계 해석에 오류가 있다”며 안전성을 재확인한 뒤에야 잠잠해졌다. 2007년 6월에는 이탈리아 연구팀이 쥐 실험을 통해 아스파탐이 백혈병, 임파종, 유방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석 달 뒤인 같은해 9월 미국·영국 공동연구팀이 과거 25년간 진행된 500개 이상의 연구결과를 분석한 뒤 “암이나 신경 손상 등의 문제가 없다”고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이 외에도 아스파탐 관련 부작용 보고나 동물실험, 질병 통계 등을 통한 발암 논란 등은 숱하게 많다. 학계에서 “아스파탐만큼 안전성 논란이 많은 화학물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유해성은 확인, “소량 섭취 문제없어” IARC는 특정 물질의 암 유발 위험 정도를 평가해 4개 군(1, 2A, 2B, 3)으로 분류한다. 1군은 ‘인체 발암성과 관련한 충분한 근거자료가 있는’ 물질로 식품(기호식품 포함)에서는 담배와 술, 햄과 소시지 등의 가공육,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등이 포함된다. 2A군은 ‘인체 자료는 제한적이지만 동물실험 근거자료는 충분한 경우’의 물질로 65℃ 이상 뜨거운 음료 섭취, 고온의 튀김, 적색육 등이 포함된다. 아스파탐이 속하게 된 2B군은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로 피클과 같은 채소절임류가 대표적이다. 3군은 ‘발암성으로 분류할 수 없는 물질’로 발암 논란과는 일단 무관하다. 단맛을 내는 수많은 감미료 중에 2B군에 오른 감미료는 아스파탐이 처음이다. 사카린은 동물실험에서 방광암 유발 문제가 제기돼 1987년 2B군에 올랐다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1999년에 3군으로 재분류됐다. 종합하면 아스파탐 섭취가 어떤 식으로든 인체에 유해하다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아스파탐이 페닐알라닌과 메탄 등의 화합 성분이기 때문에 페닐알라닌 분해에 문제가 있는 페닐케톤뇨증 환자는 섭취가 금지된다는 점 정도다. 여타 다른 물질처럼 아스파탐을 고농도로 집중 투여할 경우 급성독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진 급성독성 발현 수치를 근거로 JECFA는 아스파탐의 1일 섭취허용량(ADI)을 체중 1㎏당 40㎎으로 설정했다. 체중 60㎏의 성인으로 치면 아스파탐의 ADI는 2.4g이다. 유럽식품안전청과 한국이 이 기준을 따른다. 미국의 아스파탐 ADI는 이보다 높은 1㎏당 50㎎이다. JECFA는 아스파탐의 2B군 등재에도 불구하고 ADI는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다양한 종류의 감미료. 설탕을 대체할 감미료 개발은 식품업계의 숙원사업이다. / 픽사베이 식약처 역시 국내 아스파탐 ADI를 지금처럼 유지할 계획이다. 2019년 식약처의 ‘인공감미료 섭취 실태조사’ 결과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이 ADI 대비 약 0.12%로 매우 낮게 나타나 현재 기준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같은 조사에서 아스파탐이 함유된 식품을 다소 과하게 섭취하는 경우도 섭취량은 ADI 대비 약 3.3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파탐 외 많이 사용되고 있는 감미료 5종의 평균 섭취량도 ADI 대비 0.2~1.4% 수준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수크랄로스 0.2%, 아세설팜칼륨 0.3%, 스테비올배당체·효소처리스테비아 0.3%, 사카린나트륨 1.4% 등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럽 등 해외의 경우 아스파탐 섭취량이 ADI 대비 7~8% 수준까지 올라가기도 한다”며 “국내 식품 제조 상황이나 식습관 등을 고려할 때 지금 기준도 안정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권대영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식품에 들어 있는 아스파탐을 독성이 나올 만큼 먹으려면 정말 많은 양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음식물 섭취로 인한 문제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인공감미료가 싫다면 설탕을 먹어야 하는데 위험성은 오히려 설탕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아스파탐 발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계에서 엄청난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는 않아 보인다”며 “일상화된 탄산음료 섭취를 그나마 당이 적은 음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효과 측면에서 볼 때, 개인적으로는 계속 제로콜라를 먹겠다”고 밝혔다. 아스파탐 사용 및 표시기준 강화 필요 아스파탐의 인체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게 곧 확실한 안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스파탐 섭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 같은 시각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ADI 수치만을 들어 “제로콜라(250㎖)는 하루 55캔, 막걸리는 하루 33병(750㎖) 먹어야 1일 섭취제한량에 도달한다”(식약처)는 식의 극단적인 비유로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린이나 고령자 등 아스파탐 섭취 패턴이나 이에 따른 인체 영향 감수성이 일반 성인과 다를 수 있는 연령층에서 ADI만으로 안전성을 단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유해성 입증의 경우 사실상 ‘못 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아스파탐과 같은 식품첨가물의 경우 섭취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간 비교를 통한 ‘코호트 분석’을 해봐야 유해성 발현 여부를 알 수 있다. 섭취하는 음식이 집단마다 워낙 다양하고 천차만별인 탓에 코호트 분석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스파탐이 2A군이 아닌 2B군으로 분류된 결정적인 이유가 이 같은 코호트 분석 자료가 없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학자들 사이에서 “추가적인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오는 배경이다. 아스파탐이 2B군으로 분류되자 대한당뇨병학회는 “비영양 감미료의 고용량 또는 장기적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제로칼로리’ 음료를 시민이 고르고 있다. / 연합뉴스 안전성 또한 입증되지 못한 점을 들어 어떤 식품에 아스파탐이 들어가는지, 얼마나 들어갔는지 등의 정보를 지금보다 더 자세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시민단체 등은 지적한다. 아스파탐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사전에 함유 여부를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섭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 인공감미료 사용기준을 보면 발암성 논란에서 벗어난 사카린의 경우 첨가 기준이 지정된 식품 품목이 30여개가 넘는다. 반면 발암 가능 물질이 된 아스파탐은 빵류나 과자류, 다이어트 식품 등 8개 품목을 제외하곤 첨가 기준이 따로 없다. 국내에서 많이 쓰는 4대 인공감미료 중 첨가 기준 규제가 가장 약한 게 아스파탐이다. 아스파탐을 얼마나 넣었는지에 대한 표시 의무 역시 없다. 아스파탐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은 설득력을 더한다. 식약처 자료를 보면 국내 품목 제조 보고된 식품(약 86만 건) 중 아스파탐을 사용해 생산하는 식품은 모두 3995개 품목에 달한다. 소주와 막걸리 등의 주류에서부터 어린이용 해열제와 비타민, 수입산 김치, 각종 제로 탄산음료, 젓갈 등 알게 모르게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식품이 많다. 중국산 김치의 경우 80~90%가 아스파탐을 쓴다고 한다. 자발적으로 유해성 논란이 덜한 감미료로 아스파탐을 교체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섣불리 감미료를 교체할 경우 식품의 맛이 변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랑드 사이다’의 경우 2018년 주 감미료를 아스파탐에서 수크랄로스로 변경했다가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맛이 달라졌다”는 불만을 사기도 했다. 한 막걸리 제조업체 관계자는 “극미량의 아스파탐이 들어가지만 (이조차 불안해하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업체 개별의 움직임이 아닌 막걸리협회나 탁약주중앙회의 방침 등을 보고 공동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공감미료 개발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설탕 가격 변동 등 시장 여건이나 유행에 따라 사용이 급증하는 인공감미료 역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참에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감미료로서 자일리톨과 함께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당알코올의 한 종류인 에리트리톨이 대표적이다. 식약처 자료를 보면 2015년 630t이던 에리트리톨 수입량은 2021년 3046t으로 5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설탕 수입량은 19만4932t에서 10만3701t으로 크게 감소했다. 김삼수 소비자주권회의 정책실장은 “대체(인공)감미료의 안전성을 실험하고, 면밀히 검토해 소비자의 먹거리 안전을 지켜야 한다”며 “식약처는 모든 식음료에 아스파탐 안전기준을 수립하고, 대체감미료의 안전성 검증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024년 중 인공감미료 사용실태를 조사해 섭취량 등을 전반적으로 재평가할 예정”이라며 “당장 사용·표시기준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법률 프리즘]발암물질 배출하는 아스콘 공장 어찌하나(2018. 09. 03 14:29)
- 2018. 09. 03 14:29 사회
- 양평 소재 아스콘 공장에 대하여는 폐쇄명령을 결정하였고 안양 소재 공장은 사업자와 주민, 안양시, 경기도 등 4자간 협의를 통해 아스콘 공장 부지를 포함한 주변 일대를 공영개발하기로 했다. 아스콘 공장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인한 건강피해 우려가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아스콘 공장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질병 현황을 살펴보면 주민들의 우려는 상당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 전북 남원시 내기마을의 경우 40여명의 주민들 중 15명이 암으로 사망하였고, 익산 장점마을은 피부암 발병률이 전국 평균보다 30배 정도 높게 나왔으며, 주민 80여명 중 12명이 암으로 사망하였고 주민 중 11명은 현재 투병 중이라고 한다. 아스콘 선적차량들이 한 아스콘 공장에서 대기하고 있다./정지윤 기자 공장 1.5km 이내에 위치한 학교 무려 904곳 관공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 의왕경찰서의 경우 아스콘 공장과 불과 50m 거리에 위치해 있었는데 경찰관들 3명이 암으로 사망하거나 천식질환을 겪고 있어 경찰서를 이전하기도 하였다. 특히 남원 내기마을에 대한 서울대학교의 역학조사 결과는 아스콘 공장에서 나오는 다환방향족 탄화수소가 마을주민들의 암 발병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었으며, 최근 아스콘 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배출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스콘 공장 주변 주민들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아스콘은 도로 포장용도로 사용될 수밖에 없고, 아스콘의 특성상 공장에서 출하되어 공사현장까지 허용되는 운송시간은 1시간30분 정도로, 전국에 아스콘 공장이 산재할 수밖에 없기는 하다. 그러나 녹색연합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 435개의 아스콘 공장 주변 1㎞ 이내에서 신규 아파트를 건설하거나 택지개발을 하고 있는 곳은 총 24곳, 3만3793가구에 이른다. 이 중 네 곳은 택지개발이나 도시개발 지구단위계획만이 수립된 상태로 신규 세대수는 더 증가될 수밖에 없다. 이미 주택개발이 완료되어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세대수를 포함할 경우 아스콘 공장 주변 건강피해가 예상되는 국민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방송프로그램인 <추적 60분>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국 500여곳의 아스콘 공장 주변 500m 이내에 위치한 학교는 58곳, 1.5㎞ 이내에 위치한 학교는 무려 904곳에 이른다. 건강약자인 아동과 청소년들의 피해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위와 같이 아스콘 공장으로 인한 피해 우려 상황은 아스콘 공장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인한 인근 주민의 건강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아스콘 공장에 대한 인·허가를 남발하거나, 아스콘 공장 주변의 집단주거지 조성 허가를 남발해준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법령을 적시에 정비하지 못한 국가에 의하여 야기된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현재의 아스콘 공장 사태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있다. 이러한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환경부는 아스콘 공장에서 배출되는 벤조피렌 등 유해물질에 대한 배출 허용기준을 새롭게 설정하겠다고 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중 경기도는 아스콘 공장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조치들을 예정하고 있다. 먼저, 안양시 소재 연현마을 주변 아스콘 공장과 관련하여 경기도는 아스콘 공장 사업자와 주민, 안양시, 경기도 등 4자간 협의를 통해 아스콘 공장 부지를 포함한 주변 일대를 공영개발하여 사업자에게는 사업장 운영 종료에 따른 보상과 개발이익을, 주민에게는 아스콘 공장 운영 중단에 따른 쾌적한 환경을, 지방자치단체는 부지 매입비용 등의 축소를 통한 비용절감을 달성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 양평군 북포리 소재 마을 주변 아스콘 공장에 대하여는 아스콘 공장에 대한 폐쇄명령을 결정하고 사전처분 통지를 하였다. 왜 경기도는 동일한 아스콘 공장 문제에 대해 공영개발 방식과 사업장 폐쇄조치 방식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국토계획법은 전국토를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이라는 네 종류의 용도지역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용도지역 유형에 따라 건축할 수 있는 건축물의 용도와 종류, 규모 등을 제한하고 있다. 이 중 관리지역은 다시 보전관리지역과 생산관리지역, 계획관리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보전관리지역과 생산관리지역은 신축이 가능한 건축물을 허용하는 것 이외에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계획관리지역은 일부 시설에 대해서만 입지를 제한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공장 입지가 용이한 측면이 있다. 기준농도 초과하는 배출사업장은 폐쇄해야 이러한 연유로 양평 아스콘 공장을 포함한 전국 아스콘 공장 중 최소한 261개 아스콘 공장이 계획관리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그럼 계획관리지역에서는 아스콘 공장 건축허가 신청이 들어왔을 때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허용하여야만 할까? 그렇지는 않다. 국토계획법상 입지제한을 충족하였다 하더라도 다시 대기, 토양, 수질 등의 공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개별 환경법률들에 의한 허가절차를 사업자는 거쳐야 한다. 환경부는 2015년 12월 10일 특정 대기유해물질 중 다환반향족 탄화수소를 배출하는 사업장에 대한 허가대상 기준농도를 10ng/m로 설정하였다. 즉, 위 기준농도를 초과하는 배출사업장은 허가를 받아야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양평 아스콘 공장의 경우 조사결과 위 기준치를 5000배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배출시설 허가를 받아야만 하였고, 안양 아스콘 공장의 경우 위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기에 신고만으로도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왜 경기도는 양평 아스콘 공장에 대해 배출시설 허가를 해주지 않고 공장 폐쇄명령을 하려는 것일까? 대기환경보전법 제23조에서는 배출시설에 대한 허가를 도지사가 할 경우 배출 허용기준이 준수되어야 하고, 다른 법률에 의하여 배출시설 설치제한에 대한 규정을 준수하여야만 허가를 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양평 아스콘 공장에 대한 허가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다환방향족 탄화수소에 대한 배출 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이를 이유로 도지사가 허가를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토계획법은 용도지역 중 계획관리지역 내에서 대기환경보전법상 특정 대기유해물질에 대한 허가대상 기준농도 이상으로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은 건축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으므로, 도지사는 이를 이유로 배출시설에 대한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 나아가 대기환경보전법 제38조는 배출시설의 설치장소가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가 금지된 경우에는 그 배출시설의 폐쇄를 명하여야 한다고 의무규정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도지사는 계획관리지역 내에서 특정 대기유해물질인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를 기준농도 이상으로 배출하는 아스콘 공장에 대해서는 해당 배출시설에 대한 폐쇄명령을 할 수밖에 없다. 전국에 잠재되어 있는 아스콘 공장으로 인한 건강피해 우려도 이번 경기도의 해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조속한 행정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주민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일차적 책임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영개발 방식에 의한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도 주민들의 건강피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조업을 중단한 상태에서 신속하게 협의를 진행하는 방식이 주민의 건강과 적법한 사업장 운영자 모두를 위한 해결방법이 될 것이다.
- 법률 프리즘
- [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13) 전자파4-발밑에서 발암물질이 흘러나온다(2016. 12. 13 14:00)
- 2016. 12. 13 14:00 사회
- 서울지역의 지중화 설비 7곳에 대한 전자파 측정을 통해 실태를 파악했다. 조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고압송전선로 지중화 구간의 전자파 세기가 지상구간보다 최고 10배 이상 높았다. 기존이 상식을 깨뜨리는 결과였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노원골’이라 불리는 동네가 있다. 수락산이 바로 인접해 지형적으로 공기 좋은 곳이다. 가까운 곳에 주말농장을 가꿀 수 있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소문이 나서 한 번 이사오면 잘 나가지 않고 오래 사는 주민들이 많은 편이다. 큰 찻길이 없어 교통사고 위험이 덜하고 공동육아 모임이 여러 곳 운영되고 있어 젊은 부부들에게도 인기인 곳이다. 주민운동회가 자주 열리고 최근에는 구청의 지원으로 북카페도 열었다. 얼마 전부터 노원골 사람들에게 근심거리가 하나 생겼다. 마을을 지나는 길의 땅속에 묻혀 있는 고압송전선로에서 전자파가 많이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길은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긴 하지만 비교적 좁은 길이어서 마을버스도 다니지 않을 정도로 한가해 아이들이 종일 뛰어노는 놀이터이기도 하고, 수락산으로 가는 등산객들이 이용하는 길이기도 하다. 땅속의 송전선로는 마을 뒤편에 높이 세워진 송전탑과 연결되어 지상으로 연결돼 수락산 너머로 이어진다. 고압송전선로를 둘러싼 환경분쟁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상남도 밀양과 경상북도 청도에서 고압송전탑과 송전선로를 새로 건설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반대의사가 공권력과 충돌한 사건은 대표적인 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국가가 하는 일이라고 하여 받아들이곤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고압송전탑 문제는 전자파 공해와 경관 문제, 이에 따른 재산권 침해가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국회 앞 인도 위에서 지중화 송전선로의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 고압송전선로 지중화율 88.2% 고압송전선로가 야기하는 환경문제와 지역갈등은 국가 전력정책이 크게 바뀌어야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즉 바닷가에 위치한 대규모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에서 대용량의 전기를 생산하여 대도시로 장거리 송전하는 현재의 국가 전력정책이 지역단위의 태양에너지와 풍력에너지 등과 같은 소규모 친환경·재생에너지로 전환되어야 한다. 고압송전선로는 경관 문제, 전자파 공해 등의 이유로 지상에 설치되던 것이 점차 땅속으로 매설되어 지중화되는 추세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지역에서는 지중화 비율이 매우 높은데, 서울의 경우 152개 구간에 걸쳐 341㎞가 지중화 구간이다. 2013년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54㎸ 이상 고압송전선로 지중화율은 서울 88.2%, 인천 62.4%였다. 그동안 사람들은 ‘고압송전선로의 지중화’가 경관 문제와 전자파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는 좋은 대안으로 생각해 왔다. 이로 인해 재산권 침해도 회복되는 것은 물론이다. 실제 지중화는 경관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해준다. 전자파 문제는 어떠할까? 사람들은 당연히 전자파 문제도 해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압송전선로를 땅속에 매설하면서 전자파를 차단하는 기술이나 설비를 적용하여 높은 수준의 전자파가 방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고압송전선로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는 극저주파로서 전기계와 자기계로 구성되는데, 전기계는 나무나 흙·콘크리트 등의 시설에 쉽게 차폐되는 반면, 자기계는 이러한 시설에 의해 거의 차폐되지 않는다. 고압송전선로를 지중화할 때 땅속에 매립하는 깊이는 통상 1.2~2m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자파 차폐시설을 하지 않으면 지중화 설비의 전자파 세기는 지상 수십m 높이에 위치하는 송전탑에 걸린 송전선로의 전자파 세기보다 더 클 수 있다. 2014년 여름,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교사인 민승현씨는 학교 뒤의 작은 공원을 거닐다 문득 이상한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고압송전선로가 이어져오다 사라져 안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중랑천변을 따라 지상의 철탑으로 연결되어 오던 송전선로가 학교 뒤에서부터 땅속으로 매설되어 상계동 주거지역으로 이어졌다. 민씨는 과학교과 담당교사다. 평소에 방사능 문제 등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고압송전선로에서 전자파가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학교 뒤 작은 공원에 구청에서 책을 빌려주는 동네도서관을 만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 텐데, 인근의 송전선로의 전자파가 걱정이 됐다. 민씨는 환경보건시민센터에 연락해 전자파 측정을 의뢰했다. 그렇게 해서 지중으로 매설된 고압송전선로의 전자파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국회 장하나 의원실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공동으로 서울지역의 지중화 설비 7곳에 대한 전자파 측정을 통해 실태를 파악했다. 서울지역 152개 고압송전선로 지중화구간 중 5개구 7개 구간을 선정했다. 15만4000V 6개 구간, 34만5000V 1개 구간이다. 대규모 아파트단지 사이를 지나는 지중화구간, 주택과 고속도로 인접구간, 강남의 대로에 설치된 지중화구간, 주민 산책로 및 학교와 어린이집이 인접한 지중화구간, 지상과 지중화 구간이 혼재된 구간, 국회 앞 등 다양한 조건의 지중화구간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 양천구 목동 아파트단지 인근 영등포구 양평동 아파트단지, 대형마트 인근, 노원구 상계동 지상송전탑구간과 지중화구간 병존구간, 서초구 서초동 주택과 고속도로 인접구간, 강남구 삼성동과 강남구 대치동 대로구간 등이다. 국제적으로 제시된 지중화 구간의 지상 전자파 측정 대표값은 땅으로부터 0.5m, 1.0m, 1.5m 세 곳의 높이에서 측정한 전자파 세기의 평균값이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고압송전선로 지중화 구간의 전자파 세기가 지상구간보다 최고 10배 이상 높았다. 기존의 상식을 깨뜨리는 결과였다. 국회 정문 앞 지중화 인도구간의 경우 대표값이 71.3~74.9mG(밀리가우스라고 읽는다)로 노원구 지상구간의 11~16mG보다 4~7배가량 높고, 노원구 상계동의 지중화 인도구간의 유치원 옆 최대값의 경우 8~13배나 높았다. 양천구 목동 지중화구간과 영등포구 양평동 지중화구간은 모두 아파트단지 옆을 지나는데, 지상구간의 전자파 세기와 비슷했지만 도로 지표면의 전자파 세기는 3~8배나 높았다. 반면 같은 154㎸ 지중화구간인 서초동과 삼성동, 대치동 지역의 경우 도로 지표면 전자파 수준이 지상구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중앙정부 공식 전자파 측정 작업 안 해 알아보니 서울지역 152곳 341㎞ 지중화구간 중 전자파 차폐설비가 갖춰진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사실은 국회 장하나 의원실이 국정감사와 관련해 한전에 문의한 자료를 통해 확인되었다. 환경오염도가 매우 높아서 특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한 곳을 핫스팟(hotspot)이라고 한다. 국회의사당 앞, 영등포구 양평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등의 지중화구간이 매우 높은 전자파 세기의 ‘지중화 전자파 핫스팟 지역’이었다. 국회의사당 정문 앞 지중화설비 인도 위의 전자파 세기는 71.3mG이고, 서울 강북지역 지중화구간을 지나는 유치원 옆의 전자파 세기는 150.6mG였다. 고압송전선로 전자파는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2급 발암물질(Group2B)인데, 어린이백혈병 발병률을 높이는 3~4mG의 수십·수백배에 해당한다. 어처구니 없는 사실은 그동안 고압송전선로 지중화 지역에서 한전이나 지자체 및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전자파 측정이 공식적으로 진행된 바 없고, 관련 정보도 공개된 바 없다는 점이다. 땅속에 묻혀 24시간 내내 고압의 전기가 흐르면서 전자파를 내뿜는 지중화 고압송전선로의 전자파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서울과 전국의 고압송전선로 지중화구간에 대한 전자파 발생 실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 조사 결과 매우 높은 세기의 전자파가 측정되는 ‘지중화 전자파 핫스팟 지역’에는 임시조치로 안내판을 설치하여 오랫동안 체류하지 않도록 안내해야 한다. 같은 지중화구간에서 특별히 전자파 세기가 높은 구간의 경우가 있고, 구간별로도 전자파 세기에 큰 차이가 있어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전자파 세기를 낮추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존에 설치된 주거지역, 학교와 유치원 등 민감지역과 ‘지중화 전자파 핫스팟 지역’의 지중화구간에 대해 우선적으로 규소강판과 같은 전자파 차단 기술설비를 적용하여 전자파 공해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 신설되는 지중화구간 중 사람들이 통행하는 구간에는 모두 전자파 차폐시설을 갖추고 땅속 깊숙이 매설토록 해야 한다. 고압송전선로가 지중화되는 추세인데 전자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 매설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교류가 아닌 직류로 전기를 흘려보내는 송전방식으로 전자파 발생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데, 생각지 못한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 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 햄·소시지·베이컨이 발암물질이라고?(2015. 11. 03 14:41)
- 2015. 11. 03 14:41 국제
- WHO 10개국 22명의 전문가들은 가공육이 직장암을 일으킨다는 충분한 과학적 증거가 있다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가공육은 고기를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발효·건조하는 등 별도의 공정을 거친 식품을 뜻한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사 먹는 햄버거나 핫도그가 건강식단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고칼로리의 인스턴트 음식은 분명 다이어트의 적이다. 고기 위주의 식사보다는 고기와 함께 채소나 과일을 골고루 먹는 한 끼가 몸에 훨씬 좋다는 것도 상식에 속한다.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곁들이고, 삼겹살에는 으레 상추와 깻잎이 나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시지나 쇠고기가 암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라니? 그것도 권위 있는 국제기구가 발표한 것이라면? 이미 예고된 일이었지만, 충격은 컸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소시지·햄·베이컨 등 가공육이 담배나 석면 등과 같은 ‘1군 발암물질’이라고 규정하자 세계는 발칵 뒤집혔다. 2007년 7월 4일 뉴욕에서 열린 핫도그 먹기대회를 앞두고, 미국의 유명 핫도그 체인 ‘네이던스(Nathan’s)에서 종업원들이 핫도그를 만들고 있다. / AP연합뉴스 술, 담배, 석면과 함께 1군 발암물질로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날 10개국 22명의 전문가들이 기존 문헌 800여건을 검토한 결과, 가공육이 직장암을 일으킨다는 충분한 과학적 증거가 있다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가공육은 고기를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발효·건조하는 등 별도의 공정을 거친 식품을 뜻한다. 햄, 베이컨, 소시지, 살라미, 통조림 고기, 핫도그, 치킨 너겟, 육포, 훈제 쇠고기, 햄버거 패티 등이 포함된다. 연구소는 또 붉은 고기가 대장암, 직장암, 전립선암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붉은 고기에는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말고기, 염소고기 등이 포함된다. 가공육에 포함되지 않는 분쇄기로 얇게 썰거나 잘게 다진 고기, 냉동보관된 고기도 이에 속한다. 1군과 2A군 발암물질이란 암과의 상관성에 따른 분류 기준이다. 기존 문헌 등을 바탕으로 상관관계가 높은 순서부터 1, 2A, 2B, 3, 4 등 모두 5개 그룹이 있다. 1군은 동물이나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즉 발암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그룹이다. 2군은 제한적인 증거가 있는 그룹인데, 정도에 따라 다시 2A와 2B로 나뉜다. 2A군에는 암과 상당한 관계가 있어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이 들어간다. 따라서 같은 1군에 속하는 물질이라도 위험성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가공육이 담배와 함께 1군에 속했다고 해서 담배만큼 위험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다. 실제 1군에는 술과 담배, 석면, 비소 등 유해물질부터 햇빛, 미세먼지, 자외선 등이 두루 포함되어 있다. WHO도 해마다 담배로 인해 100만명이 숨지는 반면, 육류 섭취로 사망하는 이가 매년 3만4000명에 그친다고 언급했다.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을 파는 프랑스 괴데바에르스벨드의 가게 진열장. / AP연합뉴스 보건 전문가는 반기고 업계는 놀라고 사실 이번 보고서는 ‘깜짝’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가공육이나 육류 위주의 식사가 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만성 폐쇄성 폐질환, 위암, 대장암 등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가 제기된 터다. WHO가 가공육의 위험성을 경고할 것이라는 관측도 수년 전부터 흘러나왔다. 영양·보건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가공육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며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라고 두 손을 들어 환영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교수이자 암 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팀 키는 “우리는 IARC의 발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가공육의 위험성은 대개 고기를 가공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인한다. 맛이나 색을 좋게 하기 위해 많은 양의 소금이나 화학첨가물이 들어가는 데다, 염장·훈제과정에서 미세먼지의 주성분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가 만들어진다. 제조과정의 안전이나 위생상태도 믿을 만하지 못하다. 최근 미국의 식품분석 스타트업인 클리어푸드의 조사 결과, 미국 안에서 팔리는 345개 소시지 중 14% 이상이 문제 성분을 포함했고, 일부에서는 인간 DNA도 검출됐다. 하지만 WHO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소시지가 담배와 한데 묶였다는 데서 오는 파장은 컸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육류가공업계는 공식 성명이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미 목축업쇠고기협회의 샬린 맥닐 사무국장은 “암은 매우 복잡한 질병”이라며 “전 세계에서 암 연구에 거액의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암을 일으키거나 치료한다고 증명된 음식은 단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고기의 장점을 간과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가공햄인 스팸과 베이컨을 파는 미국의 호멜 푸드도 “보고서가 고급 단백질과 중요 영양소가 들어 있는 고기의 이점을 간과했다”고 밝혔다. WHO발 충격으로 단기적인 매출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암덩어리’라는 낙인에다 이미지 실추와 도덕적 비난까지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는 고려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놀란 것은 업계만이 아니다. 평소 베이컨이나 고기를 즐겨먹는 소비자들도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발끈한 이용자들이 ‘내가 베이컨이다(JeSuisBacon)’, ‘프리베이컨(FreeBacon)’, ‘베이컨게돈(Bacongeddon)’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베이컨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육류 소비량이 많은 나라들 역시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각 지방마다 특산 소시지가 있는 독일은 정부가 직접 사태 진화에 나섰다. 크리스티안 슈미트 식품농업부 장관은 WHO 발표 다음날 발표한 성명에서 “브라트부르스트(소시지)를 먹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웃 오스트리아도 농업담당 장관이 직접 소시지를 먹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데 나섰다. 신선한 육류에는 단백질과 비타민을 포함해, 철·아연 등 미네랄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권장량 내에서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IARC는 매일 가공육 50g씩을 섭취할 경우 직장암에 걸릴 확률이 18% 올라간다고 밝혔다. 50g은 핫도그 소시지 1개 또는 베이컨 2장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붉은 고기는 100g씩 섭취할 경우 암에 걸릴 위험이 17%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g은 작은 안심 스테이크 1개에 해당한다. 보고서 책임자인 커트 스트라이프 박사는 “가공육을 먹는다고 해서 개인이 암에 걸릴 확률은 작을 수 있지만, 섭취하는 양에 따라 암에 걸릴 위험이 점점 커진다”며 “집단으로 봤을 때 나타나는 세계적인 암 유병률이 공중보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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