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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명보 감독 “용서 받는 길은 한국축구 발전뿐…내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2024. 07. 29 14:53)
- 2024. 07. 29 14:53 스포츠
- 홍명보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독으로 선임된 뒤 논란의 중심에 선 홍명보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29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 감독은 “저의 선택이 실망감을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팬들로부터 용서받는 방법은 축구대표팀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이날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울산 HD 팬들과 K리그 팬들에게 먼저 사과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월 7일 남자축구대표팀의 차기 사령탑으로 홍명보 전 울산 HD 감독을 내정한 뒤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지난 7월 13일 공식 선임했다. 그러나 홍 감독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축구계 내외부에서 모두 나오면서 축구협회와 홍 감독은 도마 위에 올랐다. 홍 감독은 자신이 대표팀 감독 적임자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나는 연령별 대표팀 감독 경험도 있고,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행정적 경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 및 유소년 발굴이 한국 축구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지 배워왔다”고 말했다. 이어 “소중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 축구의 풀뿌리인 K리그와 동반성장하는 대표팀을 꾸려나가고, 젊은 유망주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A대표팀이 선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K리그와 유소년 시스템이 긍정적 상호작용을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대표팀 운영 방안으로 ‘존중·대화·책임·헌신’을 제시했다. 홍 감독은 “선수와 스태프, 선수 간, 스태프 간 수평적 관계를 만들 것”이라며 “오해는 소통 부재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대화할 것이다. 권한에 대한 책임과 헌신을 운동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대표팀에 대한 목소리는 항상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에 대한 질문에는 “공을 소유하면서 주도하는 축구가 중요하다”며 “상대 팀에 따라 변화를 줄 수는 있겠지만, 전진성과 과감성으로 공격과 수비를 연결해 상대를 무너뜨리겠다. 수비에서는 지공과 카운터에 대해 확고히 대비하겠다”고 답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프레젠테이션’이 없었다는 지적에는 “이임생 기술총괄 이사는 한국 축구 기술 철학, 한국형 축구 모델인 ‘MIK’(Made In Korea), 대표팀 간 연계성을 얘기했고, 나 역시 그동안의 대표팀 생활이나 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해 말했다”고 밝혔다.
- “풀뿌리 정치 발전 위해 선거제도 개혁 꼭 실현”(2024. 04. 22 06:00)
- 2024. 04. 22 06:00 정치
- TK 대표하는 유일한 야권 당선인, 임미애 인터뷰 임미애 더불어민주연합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이 4월 15일 국회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4·10 총선에서 경북 의성의 한 ‘농민 가족’이 ‘두 개의 선거’를 치렀다. 남편인 김현권 전 의원(더불어민주당 후보)은 경북 구미을 지역구에서 낙선했다. 아내인 임미애 후보(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는 13번으로 겨우 턱걸이 당선했다. 비례투표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연합은 14석을 확보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군의원·도의원 등으로 풀뿌리 정치를 해온 임 후보는 경력만으로 독특하다. 이번 당선 역시 진기한 기록을 낳았다. 22대 국회에서 대구·경북(TK)을 대표하는 유일한 야권 당선인이다. 그리고 22대 국회를 통틀어 유일한 농민 출신 의원이 됐다. 18대 국회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과 20대 국회 김현권 의원(민주당) 이후 농민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지난 4월 15일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에서 인터뷰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일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22대 국회에서 풀뿌리 정치의 발전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꼭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번 선거에서 남편이 낙선했다. “집안 분위기가 좀 ‘이상해졌다’. 농담 삼아 ‘둘이 같이 다니지 말자’고 한다. 만나는 분들이 한 명은 축하하고, 한 명은 위로를 해야 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사실 ‘정치인 임미애’가 여기까지 온 데에는 남편의 역할이 컸다. 내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흔들릴 때 남편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 남편은 배우자이자 동료 정치인이다.” -선거 승률로 보면 누가 더 높나. “내가 더 높다. 나는 군의원·도의원 선거에서 바로 당선됐고, 2022년 경북도지사 선거에서만 낙선했다. 남편은 2004년·2012년(의성), 2020년(구미을) 총선에 이어 네 번째 낙선이다. (옆에서 보면) 남편은 ‘좋은 정치인’이다.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한 번도 일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 있다.” 이 부분에서 임 당선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김 전 의원이 민주당으로서는 가장 험지인 TK에서 매번 떨어질 때마다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의 입장도 오죽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임 당선인이 총선 이후 바쁜 일정을 보내는 탓에 인터뷰 섭외가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김 전 의원에게 전화했더니 “인터뷰 문의는 부인에게 직접 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당선인의 표현처럼 ‘정치인 임미애’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답변이었다. 민주당 TK 후보들은 이번 총선에서도 고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25석을 모두 석권했다. 20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한 김 전 의원은 민주당 후보로서는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33.36%)을 얻었다. -TK에서 민주당의 성적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 총선보다 민주당 TK 후보의 득표율이 더 떨어졌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의 압승에 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TK·PK(부산·경남)의 표가 무엇을 의미하느냐 분석해봐야 한다. 나는 (2027년 대선에서)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길 바란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쓴소리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귀를 열어놓고 들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에게 경북지역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못 알려졌다. 한 중진 의원에게 사석에서 지역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을 뿐이다. 그 중진 의원에게서 ‘당대표는 전국 선거를 지휘해야 하는 역할이 따로 있다’는 답을 듣고 충분히 공감했다. 건의도 아니었는데, 이야기가 이상하게 기사를 통해 흘러나왔다.” “지난 총선보다 민주당 TK 후보의 득표율이 더 떨어졌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의 압승에 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TK·PK의 표가 무엇을 의미하느냐 분석해봐야 한다.” -2년 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어떻게 TK 선거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보나. “대선 승리로 가는 디딤돌을 놔야 한다.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패배한 0.73%포인트가 약 24만 표다. TK에서 24만 표를 더 얻으려면 30%의 득표율을 기록해야 한다. 지금 지역에 25명의 민주당 출신 기초의원이 있는데 2026년 지방 선거에서는 ‘골목 정치인’을 더 많이 당선시켜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국회에 들어가면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서려고 한다. 첫째로는 기초의원 3인 이상 선거구를 늘려 지방자치가 충분히 구현되도록 하고 싶다.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대구와 광주 등에서 무투표 당선이 50%를 훨씬 넘어간다. 한계를 드러낸 거다. 전체 지역은 힘들더라도 경북·전남 같은 광역의원 선거에서 시범적으로 정당명부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농민 출신의 유일한 당선인인데 선거제도 개혁까지 하려면 힘들겠다. “선거제도 개혁 때문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로 가려고 한다. 농업은 내가 물론 전문가다. 전문 보좌인력을 둬서 농업도 챙길 것이다. 하지만 내가 ‘TK 대표선수’로 왔는데 농업 직능으로 제한된 일만 할 수는 없다.” 임미애 더불어민주연합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이 4월 15일 국회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농업 관련 최대 이슈였는데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로 결국 입법화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해 입법화해야 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정부가 쌀값을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미리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깊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제수매법’이라고 몰아세우는데 그렇지 않다. 억지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이 여러 번의 거부권 중 처음으로 행사한 법인데, 농민들은 ‘우리를 우습게 여긴다’고 이야기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또 행사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4월 18일 국회 농해수위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여당의 불참 속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21대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이번 선거 운동 초반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86세대 운동권 청산론’을 내세웠다. 이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이제 갓 국회에 입성해 초선 의원이 되는데, 운동권 청산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얻은 것이 하나도 없다. 원래 지는 선거에서도 얻는 것이 있다. 나는 2022년 경북도지사 선거에서 졌지만 ‘정치인 임미애’로서 얻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말도 안 되는 운동권 청산론과 이·조 심판론을 내세웠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미래지향적 메시지도 보여주지 못한 가장 어리석은 선거를 한 거다.” -같이 학생운동을 했던 86세대 운동권들은 이미 민주당 안에서 중진이 됐다. 바깥에서 봤을 때 이들의 정치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2020년 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했을 때 정치 개혁 이슈를 주도적으로 던졌어야 했다. (다음 총선에서) 의석을 손해 보더라도 선거제도 개혁을 우선으로 해야 했다. 그런데 거대 양당이 싸우기만 했고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검찰개혁이 쟁점이 됐다. 그때 민주당은 여당이었다. 조금만 내려놓았더라면 민주당이 국민에게서 훨씬 더 많은 신뢰를 얻었을 것이다.” -2015년 문재인 당대표 시절 김상곤 혁신위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혁신위원으로 함께 일했다. 이번에 조국혁신당의 약진으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에서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 심판 민심이 이렇게 거셀 줄 몰랐다. TK에서는 ‘정치인 임미애’를 위해 ‘1·3번 몰방 투표’를 많이 이야기했다.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TK의 대표성 문제였다. 만약 내가 떨어졌다면 지역 지지자를 바라볼 면목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 당에서 안정권에 배정했다. 당에서는 걱정했지만 나 자신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조국 대표와 혁신위 시절 처음 알았나. “남편(김현권 전 의원)과 조국 대표가 같은 대학 같은 학번이어서 친분이 있었다. 의성에서 풀뿌리 정치를 할 때 직접 와서 강연도 해주었다.” -한때 민주당에서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 심판을 ‘조국 리스크’에 내린 것이 아니라 검찰권력의 무분별한 횡포에 내렸다.” -향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건 당 지도부에서 결정할 일이다. 다만 조국혁신당이 쇄빙선의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민주당이 쇄빙선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검과 같은 국민의 요구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임 당선인은 지금도 경북 의성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다. 새끼 낳는 어미 소 40마리와 송아지 등 모두 6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옛날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졌다. -국회에 입성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 “남편이 키운다.” -소 농사는 누가 더 잘하나. “내가 더 잘한다. 송아지를 낳고 나면 잘 관찰해야 한다. 아무래도 내가 남편보다는 관찰력이 더 좋다. 조금만 아프면 찾아내 치료하기 때문에 폐사율이 낮다. 그런데 솟값이 떨어져서 요즘 걱정이다.” 임 당선인은 한때 서울에서 살았지만 서울 지리를 잘 몰라 다음 약속 장소와의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기자에게 물어보았다. 노란 우산을 펼치며 솟값 걱정을 하더니, 인터뷰 장소를 떠났다.
- [불평등의 경제학](19)금융발전과 불평등(2023. 12. 21 07:00)
- 2023. 12. 21 07:00 경제
- 가계부채 수준이 매우 높은 한국에서도 소득분배 악화와 부채 증가 그리고 금융발전 사이의 관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지점 앞에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강윤중 기자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들이 갑질을 많이 한다며 이런 독과점 행태를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금융위원장도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 수입 증대가 국민의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은행들의 이자수익이 44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반면 많은 자영업자는 이자 부담으로 고통이 커졌다. 금융권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자 일부 정치인들은 손쉬운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윤을 번 은행들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은행들은 최근 높은 금리를 내는 자영업자들에게 1억원 대출에 최대 150만원의 이자를 환급해 주겠다는 상생금융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 경제에서 금융은 여유자금을 모아 자금이 필요한 이들에게 순환시키는 경제의 혈관 역할을 한다.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투자와 성장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여러 연구는 금융의 발전이 경제성장을 촉진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최근 각국에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높은 수익과 임금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22년 5대 은행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1000만원을 넘었다. 이는 대략 근로소득 상위 4~5%에 달하는 수준이다. 경제학계도 이제 금융과 불평등 사이의 관계를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몇몇 이론적인 연구는 금융 부문이 발전하면 자본의 배분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고 과거에는 자금을 빌리기 어려웠던 가난한 이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돼 불평등이 개선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연구는 금융이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가 금융발전의 수준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금융의 발전단계가 낮을 때는 소수의 부자만이 혜택을 누려 불평등이 악화될 수 있지만, 금융발전이 심화되면 가난한 이들도 금융의 혜택을 누려 불평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소득수준과 불평등 사이에 비선형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고한 쿠즈네츠 곡선과 유사한 주장이다. 다른 연구는 그러나 금융의 발전과 함께 이미 금융시장을 장악한 부자들이나 대기업들의 기득권이 강화되고 은행들도 이들과의 관계를 심화시켜 불평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보고한다. 특히 금융규제 완화는 금융발전을 촉진할 수 있지만, 금융산업의 위험을 높여 금융위기가 오면 신용경색과 투자 감소, 산출 하락 등과 더불어 노동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금융 부문이 과도하게 팽창하면 지대추구와 함께 금융업자들의 소득이 크게 증가해 상위소득 집중도와 불평등이 높아질 수 있다.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은 1980년대 이후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금융산업의 부가가치나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 등으로 측정되는 금융화가 진전되었다고 보고한다. 이를 배경으로 금융 부문 종사자의 소득이 높아진 반면 기업의 투자나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체됐다.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금융자본가들의 이해와 권력의 강화가 성장의 정체와 소득분배의 악화를 낳았다는 것이다. 최근의 한 실증연구는 민간신용으로 측정되는 금융발전의 정도가 GDP의 약 100%를 넘을 정도로 과도하게 금융이 발전하면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금융발전과 소득불평등 사이의 관계에 관한 실증연구도 급속히 발전되고 있다. 과거의 연구는 불평등에 미치는 여러 변수를 통제한 후에 금융발전이 소득불평등을 감소시킨다고 보고했지만, 최근 연구들은 금융발전과 소득불평등 사이에 비선형적 관계가 있다고 보고한다. 필자는 최근 국가 간 실증분석을 통해 금융발전 변수가 지니계수나 상위소득 집중도로 측정되는 소득불평등과 U자의 관계를 맺고 있음을 발견했다. 즉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낮은 금융발전의 초기에는 소득불평등이 줄어들지만 이후에는 불평등이 커졌다. 특히 소득불평등이 개선되다가 악화되기 시작하는 변곡점의 금융발전 정도가 상당히 낮았다. 이는 현재 모든 선진국과 상당수의 개도국에서 금융이 발전할수록 소득불평등이 악화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OECD의 다른 연구도 금융발전이 고소득층의 신용 확대와 금융 부문 종사자의 임금프리미엄 확대 등을 통해 그 이득이 고소득층에 집중돼 불평등을 악화시킨다고 보고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금융발전의 지표인 민간신용이 가계부채와 관련이 큰데 그 상당 부분이 부동산 구입과 관련이 있다. 주로 고소득층이 이러한 부채의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민간신용과 가계부채의 증가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부자들의 자산가치와 소득을 더 증가시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최근 연구는 주택과 같은 비금융자산의 구입을 위한 신규 가계부채나 가계부채 잔액 증가가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한다. 필자는 또 다른 연구에서 금리와 비교한 은행의 자본수익률로 측정된 은행 부문의 초과이윤이 상위소득 집중도나 지니계수로 측정된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킨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금융화가 발전되고 지대추구가 심화돼 경제의 다른 부문에 비해 금융 부문의 수익이 높아질수록 경제 전체의 소득분배가 나빠짐을 뜻한다. 특히 은행 산업의 독과점 정도를 보여주는 산업집중도가 소득불평등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한편 가계부채는 민간신용의 중요한 부분으로 금융발전과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소득불평등 자체가 가계부채와 금융 부문의 문제를 심화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는 저소득층이 소득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계속 확대하기 위해 부채를 늘려 소득불평등 심화가 가계부채의 증가를 낳았다고 한다. 특히 하위 90% 계층의 부채 확대는 소득이 크게 높아진 상위 1% 부자들의 과잉저축에 의해 조달됐지만, 금융 시스템을 취약하고 불안정하게 만들어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이러한 연구들은 금융발전과 소득불평등이 서로 복잡하게 상호작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가계부채 수준이 매우 높은 한국에서도 소득분배 악화와 부채 증가 그리고 금융발전 사이의 관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계은행의 세계금융발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비율은 약 172%를 기록해 금융발전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는 성장과 소득분배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불평등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은행 때리기를 넘어 금융 부문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을 통해 과도한 금융발전과 부채증가를 억제하고 은행 부문의 경쟁을 촉진하며 금융 부문의 과도한 보상을 줄여야 한다.
- 불평등의 경제학
- [조정목의 함께하는 세상(稅上) 이야기](9)기술발전과 혼돈…비판보다 포용을(2023. 07. 21 11:15)
- 2023. 07. 21 11:15 경제
- 지난 6월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디지털 유통대전에서 관람객들이 키오스크와 결제기 등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세기말까지 우리는 옳음과 그름이 어느 정도 명확하게 구분되던 세상을 살아왔습니다. 우리 대다수는 비록 소극적이었지만, 권력층의 위력과 조작된 선전에 휘둘리지 않고 진리와 정의를 추구할 줄 알았습니다. ‘최(最)후진국’ 대한민국을 잘사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매진하며, 자유와 민주를 위해 온몸으로 싸우던 용감한 사람들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냈습니다. 그 결과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자랑스러운 정치적·경제적 성취를 이룩해냈습니다. 굴곡은 있었지만 소중한 가치를 추구하며 보낸 멋진 시절이었습니다. 20세기 말부터 몰아쳐 온 디지털·정보통신 혁명이 우리가 살아오던 세상을 급속하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40여 년 전 제가 대학에 다닐 때는 공대·자연대에서만 286 개인용 컴퓨터를 조금씩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당시의 슈퍼컴퓨터보다 강력한 성능을 가진 스마트폰이 초등학생들 손에도 하나씩 들려 있습니다. 2010년에 출시된 카카오톡은 이젠 없어서는 안 될 국민 메신저로 관계의 폭증을 몰고 왔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은 마약처럼 사람을 빠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30년 전 제가 국세청에 들어갔을 때 가장 중요한 정보원은 고작 16면 남짓 신문이었습니다. 이제 분야별로 나뉘어 모두 합쳐 몇 면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분량이 늘어났지만, 종이신문은 정작 ‘핵심 정보 제공자’라는 위치에서 밀려나 버렸습니다. 너무 많은 매체가 홍수처럼 정보를 쏟아내고 있어 익사할 지경입니다.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하고 나타난 챗GPT는 이제 지식노동자의 일자리마저 위태롭게 하고, 트위터의 대체재인 스레드는 출시 닷새 만에 1억명 넘게 가입자를 모으는 등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변화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격변은 우리 일상의 삶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킵니다. 기술발전과 옳고 그름의 기준 디지털·정보통신 혁명은 일상뿐만 아니라 세계정치, 경제질서의 급변을 몰고 오기도 합니다. 미·중 갈등의 심화, 다극화, 빈발하는 지역 분쟁, 세계화 후퇴 등 전방위적 변화가 일어나고 국가보다는 초거대기업들이 이끄는 세계로의 전환까지 예견됩니다.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근본적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기술발전이 이끄는 이렇게 복잡하고 빠른 변화의 세상에서는 옳음과 그름을 가르는 기준도 모호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시대를 이끄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자유나 민주가 예전처럼 우리를 함께 묶어주는 튼튼한 동아줄이 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소중하게 추구하는 가치가 부나 권력, 명예 등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보수나 진보 구분 없이 과거엔 눈길조차 받지 못하던 세력들이 방종을 자유라 주장하며 세력을 얻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자기 이익만 좇는 정파와 개인이 미래를 고민하는 양식 있는 사람들의 자리를 빼앗고,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롭게 살지만 탐욕스러운 사람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세상은 더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정말 심각하게 걱정하고, 저도 그렇다고 염려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저는 어떤 계기로 이러한 비관적인 생각들을 바꾸게 됐습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지금 우리는 기술발전으로 급변하는 세상에서 일시적 혼란에 빠져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안정을 추구하는 인간의 속성상 격변의 시대에는 잠시 사회혼란이 생기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사람들은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음과 분노에 휩싸여 편을 가릅니다. 자신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있으며 다른 쪽은 잘못된 생각에 빠져 분노하며 나쁜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시적 혼란을 슬기롭게 극복해내면 새로운 기술이 우리를 예전보다 훨씬 안정되고 살기 좋은 곳으로 이끌어 가게 됩니다. 긴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이 발전하지 못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비윤리적 행동이 많이 용인됐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산이 늘어나는 사회에서는 관대함과 윤리적 행위도 함께 증가해 왔습니다. 과거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 변화가 그것을 입증하는 사례입니다. 기술발전은 우리 삶을 개선하고 타인에 대한 관대함의 범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인류의 생존조건 개선, 노예제 폐지, 자유와 평등의 확대는 이런 기술혁명이 없었다면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천성적으로 친절하고 자상하며 옳은 일을 행하고 싶어합니다. 과거에 자유와 정의를 외치던 많은 친구가 세월이 흘렀다고 탐욕과 방종에 쉽게 물들진 않았을 겁니다. 혼돈의 사회에서 그들이 분노에 휩싸이는 것은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현재 상황이 자신이 생각하는 옳음에 어긋난다고 보기 때문이겠지요. 그게 진실에 더 부합하는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 결정주의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기술과 윤리의 상호의존성을 경험해 왔습니다. 부와 생산성의 증대가 관대함과 윤리적 행위를 끌어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일시적으로 혼란스러워 보여도 디지털·정보통신의 혁명 시대에도 이런 장기적 추세는 앞으로 계속되리라 믿습니다. 우리가 디지털·정보통신 혁명 시대에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고 엄격한 사용기준을 세우는 일입니다. 강력한 살상무기, 기후변화, 합성생물학, AI 등에 대한 방향 결정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혼돈 시대 너머 펼쳐질 미래 결론적으로, 역사의 경험에 비춰보면 현재의 혼돈 시대가 지나면 더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겁니다. 양식을 가진 우리는 혼돈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직된 옳음과 그름의 잣대로 타인을 재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비판은 줄이고, 경청을 늘리는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서로를 특정 정치집단 논리나 종교적 잣대로 대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보다는 우리와 후손들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며 관대함, 공감, 연민, 진실함 등을 가지고 서로를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함께 나아갈 것인지, 어둡고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미래를 기다릴 것인지는 우리 각자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 조정목의 함께하는 세상(稅上) 이야기
- [김유찬의 실용재정](24)원자력발전 지속가능한가(2023. 05. 19 11:24)
- 2023. 05. 19 11:24 경제
- 지난 2011년 5월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한 시위자가 배낭에 인형을 매단 채 원전 폐쇄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료사진 탈원전을 말하는 사람들을 인사 조처하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다. 우리 사회에 원자력발전의 역할이 얼마나 남아 있나. 원자력발전은 과연 지속가능한 정책인가.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에서 산업생산은 늘어왔다. 지구촌 사람들의 소비도 확대됐다. 그 과정에서 자원 소비는 지구를 황폐화했다.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이 사람들에게 수용되고 있으나 그 경제적·분배적 귀결에 대한 인지는 불충분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의무들을 책임질 준비는 아직 충분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원전 결별’이 주는 의미 지난 4월 15일은 독일의 역사에서 중요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당일 최후로 남은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멈추게 됐으니 말이다. 당초에 예정됐던 2022년 12월 말의 시점을 몇 달 넘기기는 했으나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탈원전을 결정하면서 계획했던 일정에 거의 맞춰 원전의 가동은 정지됐다. 상대적으로 잘 작동하는 원자력발전소를 유지하던 나라가 원자력발전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원전과 완전한 결별을 실행한 최초의 사례가 됐다. 원전의 중단을 둘러싸고 독일에서도 사회적으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원전 중단 찬성의견은 원칙적으로 원전은 위험하고 비싸며 사회가 오래전에 원전폐쇄를 결정했으니 이를 이행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었다. 반대의견은 현재 에너지전환이 이뤄지는 과정이고, 가스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에너지전환의 과정이 큰 무리 없이 이뤄질지 더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다. 3기의 마지막 원전은 아주 안정적인 기술로 만들어졌으며, 몇 년 더 운영한다고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에너지전환 국면의 몇 년이 문제라면 이 점에서는 원전 연장 사용론자의 논지도 합리성을 가진다. 현재 독일의 경우 원전을 폐쇄하면 석탄으로 가동하는 화력발전을 유지해야 하는데 탄소 배출 측면에서 원전이 석탄가동 화력발전보다는 나은 측면도 존재한다. 다만 독일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했던 것은 이 단기간의 연장 여부였다. 원전의 영구적 폐쇄라는 원칙적 입장에 대해서는 사회의 컨센서스가 존재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독일도 핵연료 폐기물의 영구처리에 대해서는 어떠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핵폐기물에 대한 해법도 찾지 못하면서 원자력발전을 계속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국가의 정책인가. 에너지전환이라는 중차대한 과업을 앞두고 대한민국 정부는 스스로의 역할을 잘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부는 전환과정을 설계하고 이행시키며 기업과 가계의 개별경제 주체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일정과 가이드를 제시해야 한다. 소득 취약계층의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재정정책을 수반한 배려도 제공해야 한다. 전환과정에서는 국가가 해야 하고, 국가만이 할 수 있는 혁신적 역할이 있다. 이 또한 큰 규모의 재정지출을 수반한다. 국가가 먼저 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하고 민간의 행동 변화를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장기적 원가 개념을 이용한 분석에 따르면 장기적인 비용 비교에서 원자력발전이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풍력과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비용이 가장 적게 든다. 장기적 원가는 발전의 종류별로 모든 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발전소의 설치비용, 가스, 오일, 석탄, 우라늄 등 에너지원의 구매비용, 발전소 유지보수비용, 공해 방지에 들어가는 환경비용 등이 있다. 환경비용에는 핵연료 폐기물 처리 및 리스크 비용도 포함된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초기에 설비투자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 이후에는 유지보수비용 이외에 에너지원 구매와 환경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가스, 석탄, 유류 등 화석원료 발전소의 경우 에너지원의 구매와 환경오염비용이 발생한다. 원자력발전의 경우는 핵폐기물의 처리 및 보관이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이후에도 환경비용이 거의 영구적으로 발생한다. 그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기간에 발생하는 비용으로 시야를 국한해 문제를 판단하려 한다면 매우 잘못된 일이다. 후대에 큰 환경비용을 떠넘기는 것이다. 때문에 판단은 모든 비용을 포함한 장기적인 원가의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가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적합하다. 따라서 장기적인 에너지전환의 목표를 당연히 그렇게 설정할 수밖에 없다. 전환과정의 비용폭발을 통제하기 위해 그 과정에서 에너지믹스(다양한 에너지원 활용)는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소 설치의 초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비용이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높아질 수 있어서다. 전환과정 초기, 재생에너지 발전에 국가가 과감하게 투자해 민간의 투자를 유도해야 하지만 동시에 전환과정의 비용관리를 위한 적절한 에너지믹스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가스·석탄·원자력 발전의 역할이 제한적으로 존재한다. 에너지전환, 정부 역할은 정부는 국익을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이 향후 택할 에너지전환 관련 기술경로에 집중해 자원을 투자하고 선도해 나가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향후 수십 년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뤄질 일이다. 재생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미래성장을 선도할 신기술이 펼쳐지고 있는데 2차전지, 전기차, 태양열, 수소에너지, 히트 펌프(Heat Pump) 등이다. 이러한 신기술은 동시에 공공교통수단 및 체계, 선박, 항공, 난방체계, 건축 등 다른 산업 분야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국가 간의 생산력 확대 및 제조원가 절감 경쟁이 환경친화적인 새로운 산업 분야를 기술적으로 선점하려는 경쟁으로 대체되게 된다. 국가 간의 경쟁력 차이는 국가가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원자력발전이 미래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남게 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주거 및 상용건물의 난방체계 혁신이 우리에게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큰 부분이 난방에 사용되기 때문에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지 않을지라도 화석에너지 사용 절감의 규모 측면에서 사회경제적 가치가 크다. 독일의 경우 2024년부터 가스 및 오일 히터의 신규설치는 금지되고 개인주택에서도 지열, 외부공기열, 수열, 바이오 분야로부터 에너지를 획득하는 난방체계가 의무화된다. 비용은 국가가 상당 부분 지원한다. 취약계층한테는 지원 비중을 더 높게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 화석연료 에너지를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가 특히 중요하게 참고해야 하는 대목이다.
- 김유찬의 실용재정
- 365일 24시간 발전 ‘우주태양광’ 급부상(2023. 05. 12 14:42)
- 2023. 05. 12 14:42 경제
- ㆍ생산량 10분의 1만 송전돼도 경제성 있는 청정에너지 ㆍ발사체 재활용 기술로 발사 비용 낮아져 현실화 ‘성큼’ 지구에 365일 24시간 중단 없이 청정에너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우주기반 태양광발전의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미국의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1941년 단편소설 ‘리즌’(Reason)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우주에서 태양에너지를 수집해 마이크로파 빔으로 지구를 비롯한 여러 행성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우주정거장이 등장한다. 이후 1968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였던 피터 글레이저 박사는 지구 정지궤도(고도 3만6000㎞)에서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에너지를 마이크로파의 형태로 지구상의 수신기지로 무선전송한 후 지상기지에서 이를 다시 전기로 변환해 전력망에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소설 속 내용을 과학적 이론으로 뒷받침해 그는 ‘우주태양광발전의 기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과거 인공지능이 오랜 암흑기를 거쳤듯이 우주태양광도 수십 년간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우주 공간에 거대한 구조물을 만드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미국도 NASA를 중심으로 197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초반 크게 3번에 걸쳐 우주태양광 기술을 개발했는데 그때마다 기술이 성숙되지 않았다, 발사 비용이 너무 커서 경제성이 없다 등의 이유로 중단됐다.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발사체 재활용 기술이 발전하면서 발사 비용이 크게 낮아졌고,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우주태양광발전을 구현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과 한국에서 여럿 진행 중이다. 미국 칼텍의 연구자들이 우주태양광발전 시험 위성을 우주선 위로 내려놓고 있다. 칼텍 제공 24시간 가동 기저전원으로서의 장점 햇빛은 지표보다 대기권 상단에서 평균적으로 10배 이상 강하다. 대기를 통과하면서 반사되거나 구름과 먼지 등으로 약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정지궤도에서는 도달하는 모든 햇빛을 포착해 365일 24시간 활용할 수 있고, 에너지가 필요한 지구상의 어디든 즉시 전송할 수 있다. 낮과 밤이 바뀌고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지상의 태양광은 단독으로 24시간 상시 전력을 공급하는 기저전원이 될 수 없다. 배터리나 양수발전 같은 에너지 저장장치가 함께 붙어야 한다. 반면 우주태양광은 원자력발전과 같은 기저전력으로 쓸 수 있고, 그러면서도 원전과 비교해 안전하고 깨끗하다. 우주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지상에 송전할 때 생산한 전기의 10분의 1 정도만 지상에 보낼 수 있어도 원자력발전은 물론 지상의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비해 경제성이 있다고 나온다. 지상 태양광발전에 비해 비싸더라도 안정적이고 연중무휴 24시간 공급된다는 점에서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한 연구에 따르면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우주태양광의 탄소 투자 회수 기간은 30년 수명 중 6개월~1년이다. 우주로 화물을 나를 때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지만 짧으면 반년 만에 청정에너지 공급으로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형 우주태양광발전 선행 연구를 수행하는 최준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미래혁신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아직 기술적으로 난관이 있고, 효율도 낮지만 앞으로 기저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재생에너지는 우주태양광발전이다”면서 “위도가 높은 편이고, 국토가 작은 우리나라의 경우 우주태양광발전이 가장 장래성 있는 재생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태양광발전의 개념은 오래전 나왔지만 최근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전력 공급원으로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유럽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를 겪었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치를 40%에서 45%로 확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주태양광발전도 관심을 받아 유럽우주국(ESA)은 지난해 12월 우주태양광발전의 가능성을 시험할 ‘솔라리스’ 계획을 승인했다. 우주태양광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과 비용을 분석하고, 실현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3년의 시간을 부여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기초기술을 확보하고, 2035년 시험발전소 운영에 들어간 후 2040년 상용화 단계에 돌입한다. 정지궤도에서 2GW급 전력을 무선전송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솔라리스 계획을 책임지고 있는 ESA의 과학자인 산제이 비젠드란(Sanjay Vijendran)은 지난 4월 16일 BBC 팟캐스트에서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우주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한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우주기반 태양광발전 개념을 재발견했다”면서 “때론 황당해 보이기도 하지만 개념적으로는 매우 간단하고 직관적이다”고 말했다. 우주태양광발전을 위한 핵심 기술은 무선전력전송과 태양광 전지판과 안테나 등 우주 구조물의 조립과 제어다. 여기에 발사 비용을 줄이기 위한 로켓 재사용 기술과 태양광 패널을 하나의 큰 구조물로 조립할 수 있는 자율로봇 기술도 필수적이다. 기가와트(GW) 규모로 발전하려면 우주 공간에서 1~2㎞ 사이로 태양광 전지판을 키워야 한다. 초대형 위성 몇 개 혹은 작은 위성 여러 개를 분산 배치해 하나의 큰 구조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산제이는 “모든 구조와 로봇 같은 필요 기술을 최대한 표준화해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비용은 지상의 태양광과 풍력만큼 저렴하진 않겠지만 원자력발전과는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우주태양광의 실현가능성이 부정적으로 평가되던 때는 1㎏당 발사 비용이 5만달러에 육박했다. 지금은 스페이스X의 팰컨헤비 정도면 1㎏당 1400달러까지 내려간다. 100명의 인원을 태우고 100~150t의 화물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스페이스X의 재활용 로켓 스타십이 성공적으로 개발될 경우 이 가격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최준민 책임연구원은 “1㎏당 발사 비용이 600달러 밑으로 떨어지고, 무선전력 송신의 ‘앤드 투 앤드’ 효율이 15%(우주태양광발전소에서 만든 에너지 중 지상의 전력망으로 흘러가는 비율)에 도달한다면 원자력발전소와 가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우연에 따르면 2GW 규모의 우주태양광을 30년 가동하면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당 34원 수준으로 원전의 전력 구입단가인 1kWh당 72원보다 낮아진다. 우주태양광발전소에서 쏜 마이크로빔이 지상의 안테나로 수신되고 있다. 유럽우주국 제공 공상과학 벗어나 시제품 시험 단계 진입 미국의 경우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와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요소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1월 3일에는 칼텍 연구진이 제작한 무게 50㎏의 ‘우주태양광발전시제품’(SSPD·Space Solar Power Demonstrator)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현재 지상 400㎞ 높이의 지구 저궤도에서 우주태양광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모듈 형태의 발전소 설계 기술과 우주방사선으로 가득한 우주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태양전지 셀 기술, 무선전력 전송에 필요한 정밀 제어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다. 우주태양광 기술은 군사 목적으로도 주목받는다. 연료 보급이 어려운 최전방에 에너지를 전송하는 용도로 우주태양광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연구하는 이상화 한국전기연구원 전력ICT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미군이 과거 아프간 전쟁을 분석해보니 작전 중 전사자보다 전방에 유류를 공급하다 죽은 사람이 더 많았다”면서 “그때부터 해군과 공군을 중심으로 위성에서 전방으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기초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영국과 일본도 우주태양광 개발에 적극적이다. 영국 정부는 우주태양광 기술의 타당성 조사에 자금을 지원한 데 이어 지난해 초 업계와 학계가 협력해 진행하는 우주에너지 이니셔티브(SEI) 등에 300만파운드의 자금을 지원했다. SEI는 카시오페이아(Cassiopeia)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초대형 위성군을 지구 궤도에 배치해 우주태양광발전을 구현할 계획이다. 1970년대 미국을 뒤쫓아 우주태양광 기술개발에 뛰어든 일본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와 경제산업성 산하의 재팬스페이스시스템즈 등 두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꾸준히 연구를 벌이고 있다. 일본은 무선전력송신을 위한 전파규제를 가장 앞서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2050년 GW급 우주태양광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2050년 GW 규모의 우주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선언한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중국은 2028년 첫 시연기를 궤도에 올려놓은 후 2035년 ㎾급 혹은 ㎽급 상용화를 예상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중국은 달의 뒷면을 최초로 탐사하는 등 우주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려 한다”면서 “우주태양광도 관심 있게 보고 있어서 최초 상용화 국가라는 타이틀에 욕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8년 제3차 우주개발진흥계획에 우주태양광발전을 미래 게임체인저 기술로 명시했지만, 아직 기초 연구에만 예산이 책정된 상태다. 전기연구원은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장거리 무선전력전송 기술개발에 약 112억원의 예산을 받아 꾸준히 무선전력전송기술을 연구 중이다. 50m 전방의 움직이는 표적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전력을 전달할 수 있는 4.8㎾급 무선전력전송 시스템을 개발한 게 주요 성과다. 참고로 솔라리스 연구진은 지난해 9월 에어버스의 연구진과 함께 2㎾의 전력을 36m 거리까지 무선 전송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상화 책임연구원은 “송수신 시스템은 확장 가능한 모듈 형태라 전송거리와 필요전력에 따라 다양한 규모로 활용이 가능하다. 시스템의 출력과 변환효율, 제어정밀도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외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태양광 상용화 단계라면 수십 미터보다 훨씬 더 먼 거리인 정지궤도 3만6000㎞에서 더 큰 전력을 무선으로 보내야 한다.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의 안테나 사이즈를 늘리면 가능한데, GW급의 경우 우주에서 마이크로파 빔을 쏴주는 안테나의 크기는 1㎞, 렉테나(rectenna)라고 불리는 지상안테나의 크기는 직경 5~1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땅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막이 유력한 지상안테나 위치로 거론된다. 독일에선 렉테나 밑에서 농사를 짓는 모델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선 바다 위나 비무장지대가 적지라는 의견이 나온다. 국가 차원의 우주태양광 예산은 없지만, 항우연과 전기연구원이 자체 예산을 활용해 공동으로 한국형 우주태양광발전 선행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누리호를 활용해 저궤도에서 무선전력전송을 실증하는 사업이다. 전기연구원에서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개발하고, 항우연에서 위성시스템 개발을 맡고 있다. 최 연구원은 “2030년이 되기 전 우리가 제안한 위성 간 무선전력전송을 시연하고, 2030년대 중반쯤 저궤도 위성에서 지상으로 전력전송을 시험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2040년이 되기 전 ㎾급 정도의 전력을 무선으로 지상에 보내고 2040년대 중반에는 ㎽급, 2050년대 중반에는 GW급 정도를 보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 기술과 관련해 화학연료를 대신할 수 있는 추진 기술개발도 필요하다. 스페이스X의 재래식 발사체를 사용해 저궤도에서 조립한 후 이온 추진 등을 이용해 정지궤도로 구조물을 올리는 방식이다. 최 연구원은 “제논과 크립톤 등의 연료를 이용해 플라스마를 만들어서 추진하는 데 폭발적 힘은 없지만 효율이 좋다”고 말했다. 달 탐사와 무선전력전송 우주태양광 상용화를 위해서는 발사 비용을 낮추는 것과 함께 무선전송의 효율을 높이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주태양광발전의 단점은 여러 차례 에너지 변환 과정을 거치면서 효율이 떨어지는 것인데 현재의 ‘앤드 투 앤드’ 효율은 1%로 정도로 매우 낮다. 최준민 연구원은 “무선전력전송의 효율을 높이려면 태양전지 셀의 효율을 높여야 하고, 위성과 지상 안테나를 포인팅하는 것도 정확해야 한다”면서 “무선전력전송이 가장 중요한 병목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예산과 인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일차적으로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무선전력전송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금도 휴대전화 무선충전에 쓰는 자기유도 방식과 주차 상태의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공진 방식 등이 활용되고 있지만 이런 전자기유도 방식과 달리 우주와 지상 간의 원거리에서 무선으로 충전하려면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전파 방사 방식의 무선전력 전송이 필요하다. 이런 원거리 무선전력전송 기술이 상용화되면 일상생활에서도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앞서 언급한 군사용만이 아니라 지진이나 화재 등 재난 지역에서 비상전원을 공급할 수 있고,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대형 구조물의 센서 등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각국이 우주태양광에 관심을 갖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달 탐사를 비롯해 우주 자원 개발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화 연구원은 “달에 가는 이유는 핵융합에 필요한 중수소와 지구에 없는 희소 광물을 캐기 위함인데, 이때 달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우주태양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모두가 하고 있다”면서 “달 궤도에 우주태양광 위성을 띄워, 해가 들지 않는 분화구 안쪽의 기지에 무선 전송하는 그리드 계획도 잡혀 있다”고 설명했다. GW급 우주태양광의 상용화 시점은 2050년이다. 각국이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밝힌 해와 같다. 아직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기술도 성숙하지 못한 우주태양광보다 지금 있는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물리적·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은 데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우주태양광 개발에 나서는 상황이라 예상보다 빨리 상용화 시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 ESA는 발사체 재활용 기술이나 로봇 기술이 10년 내에 성숙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최준민 연구원은 “한국의 상위 4개 기업이 쓰는 전력이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량과 맞먹는 상황에서 앞으로 재생에너지 확보가 안 되면 국내 글로벌 기업이 재생에너지 확보가 쉬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주태양광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주태양광은 워낙 규모가 커서 아직은 국제 협조가 잘되지만, 하드웨어로 구현될 땐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만의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 해외 석탄발전 투자 ‘한치 앞도 못 본’ 한전(2022. 12. 02 11:09)
- 2022. 12. 02 11:09 경제
- ㆍ건설 중인 인니 자와섬 2기는 106억원 손실 예상 ㆍ뒤늦게 “해외 발전소 매각”… 세부 외엔 매수자 없어 지난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 일본, 캐나다, 유럽 6개국 등 9개국은 인도네시아의 탈석탄 지원 계획을 담은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파트너십(JETP·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에 서명했다. JETP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탈석탄 및 에너진 전환을 재정적·기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결성한 네트워크다. 개발도상국이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JETP는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3~5년 동안 총 85억달러(약 11조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출범했다. 지난 6월에는 G7 국가들도 동참을 선언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세네갈이 추가 지원 대상국이 됐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인도네시아 협약이 성사되면서 인도네시아는 기존 목표 시기보다 10년 앞당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했다. JETP는 인도네시아에 향후 3~5년간 총 200억달러(약 26조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2020년 10월 5일 청소년기후행동과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한전 아트센터 사옥 앞에서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호욱 기자 정부는 JETP 참여 의사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11월 16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JETP 참여 가능성에 대해 “개발도상국이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하려면 국제사회의 재정지원이 중요하다는 부분에 공감한다”면서도 “관계 부처나 산업계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장관이 언급한 ‘산업계 목소리’는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사업에 참여 중인 한국전력·두산중공업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전은 인도네시아 자와섬에 석탄화력발전소인 자와 9·10호기를 건설 중이다. 운영은 한전이 하고 시행은 두산중공업이 맡았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금융지원을 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 경제강국인 한국은 동시에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마땅히 JETP에 참여해야 할 상황임에도 한국이 오히려 화석연료에 투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탈석탄’에 역행… 국제적 책임 방기한 투자 녹색연합은 지난 11월 23일 “‘한국, 해외 화석연료에 767억달러 쏟아붓는 동안 국제 기후위기 대응 지원은 15억달러에 불과’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보도자료는 “‘오염자책임 원칙’에 따라 다배출 국가들은 국제적으로 일어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정지원의 책임을 지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해외 화석연료 금융제공액에 비해 개도국 지원 등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원 규모는 터무니없이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의 국제적 책임을 방기한 채, 세계 각지에서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화석연료 산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팀장은 “JETP나 녹색기후기금 등 개도국이 기후위기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한국도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보상 등에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데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한전이 해외에 석탄 투자를 하는 건 개도국의 재생에너진 전환을 지원하는 흐름에 역행한다. 한전이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전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투자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2020년 6월 한전은 620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자와섬에 총 2000㎿ 석탄화력발전소 2기(자와 9·10호기)를 짓기로 결정했다. 베트남 붕앙에 석탄화력발전소 2호기를 짓는 신규투자도 이어졌다. 공적자금을 해외석탄산업에 투자하는 국가는 OECD 국가 중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여당(더불어민주당) 및 환경단체 등은 한전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이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함은 물론 수익성도 없다며 사업중단을 촉구했다. 당시 민주당 김성환 의원실이 공개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의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사업은 883만달러(약 106억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분석됐다. 베트남 붕앙 2호기 사업도 손실이 7900만달러(약 95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전은 발전소 건설 후, 25년간 전력판매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사업을 강행했다. 향후 재생에너지 가격이 내려가고 석탄화력의 발전 단가가 오르게 되면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이 떨어져 한전의 예측과 달리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2년 후인 2022년 5월, 한전은 운영·건설 중인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전부를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 1분기에 60억달러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한전의 재무상태가 악화되면서 나온 대응조치였다. 한전은 연내 매각 추진 대상으로 필리핀 세부 석탄화력발전소 등을 꼽고 해외 석탄발전소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할 계획을 밝혔다. 매각 대금으로 회사의 채무를 상환해 재무상태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전의 이 같은 발표를 두고 적절한 수준의 가격으로 이를 매각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화석연료 노출, 지난 10년 수익 악화 주범” 지난 10월 13일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보고서 ‘한전의 청정에너지 전환이 위태롭다(KEPCO’s Clean Energy Transition Hangs in the Balance)’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전 전체 발전량의 60%를 화력발전이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연료비가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은 구조를 감안했을 때, 변동성이 크고 비싼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 지난 10년 동안 (한국전력의) 수익을 악화시킨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2년 초 한전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새로운 투자 방향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에너지 효율 개선 및 재생에너지와 새로운 LNG발전 자산, 탄소 포집활용저장 스마트 전력망에 투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며 “한전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보낸 서신을 보면 한전이 석탄발전 자산에서 탈피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돼 있지만, 이 새로운 계획들은 적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너무 늦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는 과연 머지않아 좌초될 화력발전 자산을 인수하려는 주체가 있을지, 그 발전 자산들이 한전의 채무를 상환하는 데 기여할 만큼 충분한 가격에 매각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은 한전의 석탄화력발전소 매각 진행 상황에 대해 “한전이 가진 자산을 매각하려 알아보고 있는데 지금 매각이 확정된 것은 필리핀 세부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만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그 외 다른 사업의 매각이 구체적으로 진행된 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 매각이 된다는 것은 그나마 갖고 있는 석탄 사업 중에 조금이나마 사업성이 남아 있는 것들이라는 얘기”라며 “나머지는 매수자가 없어 계속 한전이 갖고 있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적자가 뻔히 예상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뜩이나 재정난에 허덕이는 한전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 표지 이야기
- [문화프리뷰]청년다움을 지향하는 예술발전소(2022. 05. 13 14:17)
- 2022. 05. 13 14:17 문화/과학
- ‘청년다움’을 지향하는 예술발전소란 무엇일까. 청년인생학교에서는 이미지, 관계, 진로, 습관 등을 주제로 청년들의 ‘나다움’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창작공간에 입주한 예술가들의 이상적인 ‘청년다움’은 어떻게 예술로 발아할까? 창작은 늘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같은 것을 새롭게 보는 순간, 새로운 그 무엇을 떠올리거나 그러한 것을 향한 시선을 따라 청년의 꿈과 이상이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 “빛나는 귀중한 이상, 그것은 청춘이 누리는 바 특권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의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의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보라, 청춘을!”(민태원의 ‘청춘예찬’ 부분) 새로운 ‘그 무엇’을 향한 청년의 꿈과 이상이 깃든 창조적 체험은 과거와 미래를 품은 현재의 소중한 가치일 것이다. 전시 전경 / 대구예술발전소 대구예술발전소는 연초제초장 별관(중구 수창동)으로 낙후됐던 구도심의 대표적인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정부사업에 선정되면서 청년을 위한 레지던시 공간으로 선호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도시재생을 통한 문화적 가치생산과 교류를 위한 창작과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휴공간을 활용한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에서 다양한 주제전시(5월 5일~7월 17일)를 하고 있다. 대구예술발전소와 대전 테미예술창작센터가 상호협력 업무체결(MOU)을 맺은 후 6명의 테미창작센터 입주 작가들로 구성된 전시가 <Stay tuned for the TEMI’s Hertz>를 주제로 대구예술발전소 1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이미지 과잉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미지가 미치는 영향 또는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을 담아낸 전시를 볼 수 있다. 이 시대의 풍경과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이야기들, 기후변화, 재난, 전쟁 등 동시대의 사회적인 문제를 은유적이면서도 때론, 리얼하게 표현하는 작가들의 시각을 작품으로 접할 수 있다. <이미지의 향연>을 주제(강효연 예술감독)로 10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다. 또한 새롭게 시도하는 <2022 베란다프로젝트-원더랜드>와 공개모집 및 심사를 통해 선정된 입주 작가 중심으로 4층과 5층 스튜디오 복도를 활용한 <DAF+ARTIST 프리뷰>전을 분기별 프로그램으로 연다. 대구문화재단은 2022 대구세계가스총회(WGC2022)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하며 대구문화예술의 저력을 알리는 행사로 <이미지의 향연>과 <입주 작가프리뷰>, <베란다프로젝트> 등 발전소 전 구간을 활용한 특별기획 전시를 마련했다. ‘청년다움’을 지향하는 예술발전소는 무엇보다 창작행위를 통해 그 시대의 가치관이나 정서를 담아내고, 새로운 눈으로 보고 느낀 시대감성을 채우고 비우는 과정을 통해 창작을 실천하는 곳이다. 청년들은 다양한 체험과 상호작용으로 앞선 미래를 향한 시대정신을 품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세대다. 그렇기에 동시대 청년작가의 창작활동은 이전 시대와의 단절이 아닌 연속이다. 이들은 존재만으로 잠재된 과거와 미래를 품는다. 이를 통해 ‘청년다움’은 현재의 가치로 점철된다. 철학자 니체가 말한 것처럼 “예술만이 끝없는 고통의 연속인 인간의 비극적 삶을 구원할 수 있으며, 삶을 그나마 살만한 것으로 치유해줄 수 있다.” 청년다움을 향한 치열한 현실 속에서 <청춘예찬>을 외쳐본다. 아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 문화프리뷰
- [취재 후]‘친분’만으론 지역 발전 담보할 수 없다(2022. 04. 22 15:11)
- 2022. 04. 22 15:11 정치
- 10여년 전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의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책입니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가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걸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지방에서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한 입장에서 한편으로는 ‘수긍’을,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게 현실인데 어쩌란 말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찬호 기자 지난해 4·7 서울·부산 재보궐선거를 취재하면서 잊고 지냈던 이 책이 불현듯 생각났습니다. 분명 시장선거인데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거나 “정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등이었습니다. 서울·부산시장의 존재 이유를 중앙정치에서 찾는 상황이었습니다. “‘정권심판’ 내세운 시장…중앙정치 대리전 된 지방선거”, “부산시장 선거에 ‘부산’이 없다” 등의 기사를 썼습니다. 하지만 당시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는 ‘정권심판’이 표심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임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이쯤 되니 의문이 생겼습니다. 한국의 정치·사회구조가 중앙에 예속된 상황에서 언론이 현실과 동떨어진 원칙론을 말하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심지어 지방에서는 유명하고 힘 있는 정치인이 시장이 되는 걸 ‘지역 발전’과 동일시하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오는 6월 1일 열리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도 이런 현상은 재확인되고 있습니다. 중앙정치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들이 연고도 없는 지방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일부는 ‘당’과 자신이 속한 ‘정치세력’의 보전을 위해 출마했다고 공공연히 밝혔습니다. 또 다른 일부는 정치생명을 연장하거나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한 디딤돌로 여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지역발전과 지방자치는 후순위입니다. 지난 호 ‘왜, 그들은 외지의 ‘수령’을 노리는가’ 기사는 이런 현상을 지방자치와 연계해서 살폈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 한 지방선거 출마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평생 지역에 머무르며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애썼지만, 어느 날 갑자기 중앙에서 내려온 유력 정치인이 모든 관심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전화를 걸어온 출마자의 정치경력은 온통 지방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불쑥 중앙에서 내려온 인물과 평생 지역에 머무른 인물 중 어느 쪽이 더 지역을 발전시킬지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있습니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원활한 수행을 목표로 합니다. ‘대통령이나 중앙정치와 얼마나 친한가’ 따위가 지역 발전을 담보할 수는 없습니다.
- 취재 후
- 핵발전의 위험성 일깨워준 우크라 전쟁(2022. 03. 04 14:54)
- 2022. 03. 04 14:54 국제
- ㆍ체르노빌·자포리자 원전, 의도치 않게 표적될 수도 핵전쟁과 기후변화, 군비경쟁으로 인류가 맞게 될 재앙을 경고하는 ‘지구종말시계(The Doomsday Clock)’가 자정까지 ‘100초’를 남겨두고 있다. 1947년부터 매년 미국 핵과학자회가 발표하는데 2020년 이래 3년째 인류 종말을 뜻하는 자정에 가장 근접한 상태다. 핵과학자회는 올해 1월 20일 지구종말시계를 설정하면서 우크라이나 주변에 러시아 군대가 주둔하면서 화약고가 된 상황을 위험요소의 하나로 꼽았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에서 1986년 폭발사고가 난 4호기 위를 방사능 물질 누출을 막기 위한 강철관이 덮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는 핵 위협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27일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이어 3월 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 파괴적인 핵전쟁이 될 거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원전 시설을 점령한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키예프)로 진격하면서 길목에 있는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했고 지난 3월 2일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도 장악했다고 통보했다. “평화적 핵시설 위협은 유엔 헌장 위반”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 4호기가 폭발하면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을 누출했다. 원전을 석관과 강철관으로 봉쇄했지만 여전히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있어 반경 30㎞ 지역에 일반인들은 출입할 수 없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가장 큰 원전이다. IAEA에 따르면 아직 원전 운영은 우크라이나의 통제하에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방사선 수치도 정상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다. 하지만 원전 주변 지역에서 무력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IAEA는 원전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군사적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3월 2일 발표한 성명에서 IAEA가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매우 면밀하게, 깊은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적 목적의 핵 시설을 향한 어떤 무력 공격이나 위협도 유엔 헌장과 국제법, IAEA 헌장을 위반하는 일”이라는 2009년 IAEA 총회 결정을 상기시켰다. 제임스 액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2월 24일 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핵무기보다 원전에서 더 즉각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러시아가 원전시설에 고의적인 공격을 승인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의도치 않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전 안에 우크라이나군이 있다고 생각해 현장 부대가 원전을 공격하지 말라는 상부의 명령을 위반해 공습을 요청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인근 표적을 향한 무기가 항법시스템의 고장으로 원전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을 공격하면 원전의 냉각수를 돌리는 펌프의 전원이 차단될 수 있다. 디젤 발전기와 같은 백업 전력을 이용할 수 있지만 공습으로 인한 화재 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전쟁 상황에 소방관이 도착하기 어려울 수 있다. 1981년 이스라엘이 이라크의 핵무장을 저지하려고 건설 중이던 오시라크 원자로를 파괴한 적은 있지만 가동 중인 원전이 공격을 받은 사례는 없다. 하지만 9·11 테러로 원전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일례로 체르노빌 사고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고르바초프는 사고 25주년을 맞은 2011년 3월 핵과학자회 기고문에서 제2의 체르노빌 사고를 막기 위해 예방, 재생에너지, 투명성과 함께 테러리즘과 폭력에의 취약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르노빌 사고는 기술적 결함과 인간의 실수로 인한 우발적 사고였지만 미래의 원전 사고는 고의적일 수 있다는 경고였다. 9·11 테러로 원전 설계 시 항공기를 이용한 고의 충돌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이 추가됐다. 미국에서 관련 규정을 도입한 후 국내에서도 2016년 관련 규정 법제화로 항공기 테러에 대응한 설계를 신고리 5·6호기에 처음 적용했다. 이에 따라 원자로 격납건물의 강화콘크리트 벽은 1.2m에서 1.37m로, 돔은 105㎝에서 120㎝로 두꺼워졌다. 보조 펌프 등 안전 설비가 있는 보조건물도 약 1.2m에서 1.8m로 강화됐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항공기 충돌 설계를 고려하지 않은 가동 원전에서는 항공기 충돌에 대비해 미국 가동원전 항공기 충돌 대응 전략인 NEI 06-12 규정을 준용한 평가를 수행해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있으며, 현재 규제기관 인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항공기 충돌에도 안전하다지만 항공기 충돌 외의 전쟁이나 사보타주 같은 의도적인 원전 파괴에 대응한 설계 기준은 없다.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한 방법인 확률론적안전성평가(PSA)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김숙현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기준과 과장은 “원전의 안전계통이나 부품은 오랜 경험이 있어서 고장이 날 확률을 경험적으로 예측할 수 있고, 확률과 확률 간의 연계된 위험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이나 테러와 같은 인간의 활동은 확률을 따질 수 없어 평가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의도적인 파괴 행위까지 대비하려면 발전소를 짓기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도 규정(10CFR50.13·10CFR52.10)에서 “원전 면허 신청자에게 미국의 적인 외국 정부나 개인의 공격과 파괴적 행위로부터 원전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설계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조호현 원자력안전기술원 구조·부지평가실장은 “미국과 캐나다, IAEA의 규정을 보면 원전을 설계할 때 다른 나라의 공격에 대비할 필요는 없다고 나온다. 전쟁이나 테러는 발전소가 아니라 국가가 주요 시설 방어 차원에서 고민할 보안 문제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쟁 확률을 합리적으로 따지긴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그 위험을 간과할 수도 없다. 작정하고 미사일을 쏠 때 과연 원전이 버텨낼 수 있을지 실제 실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 공군이 주로 사용하는 2000파운드(약 907㎏) 무게의 폭탄을 맞으면 3~4m 두께의 콘크리트도 뚫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 측은 국내 원전은 항공기 충돌은 물론 미사일 피격 시에도 냉각계통에 문제가 생기는 수준으로까지 파괴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빛4호기 격납건물에서 최대 깊이 157㎝의 공극(미세구멍) 140여개가 발견돼 횟수로 5년째 가동이 중단된 상황에서 안일한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병섭 원자력안전과미래 소장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원전 폐기물 저장시설을 공격해 방사능 오염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원전시설에 대한 테러와 전쟁 위험을 공식적으로 평가할 시점이 됐다”면서 “한빛4호기처럼 원전 내부의 부실시공 문제마저 나온다면 외부 공격으로부터의 안전 확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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