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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총 68 건 검색)

[우정 이야기] 현금과 경조금 배달…금융 취약층 돕는다(2024. 07. 10 06:00)
2024. 07. 10 06:00 경제
우정사업본부는 2018년부터 현금(용돈)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체국 집배원이 현금 배달을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2018년 6월부터 ‘현금(용돈)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체국 예금 가입자인 고객이 날짜를 지정해 신청하면 집배원이 현금을 찾아 전국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금융기관이 많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거나 몸이 불편한 금융 취약층과 고령자를 위한 상품이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신청인이 우체국에서 예금계좌 자동 인출과 현금 배달 약정을 해야 한다. 배달금은 10만원부터 50만원까지 1만원 단위로 설정할 수 있다. 수취인이 없어 배달하지 못하면 약정계좌로 다시 입금된다. 수수료는 배달액에 따라 2420원부터 5220원까지다. 본인에 한해서는 국민, 군인, 공무원, 사학, 별정우체국직원연금 등도 현금 배달 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 ‘경조금 배달 서비스’도 있다. 집배원이 고객이 요청한 주소지로 경조금과 경조 카드를 함께 배달하는 상품이다. 경조 카드는 결혼, 축하, 위로, 조의 등 4종으로 온라인환(환증서) 또는 현금으로 전달할 수 있다. 현금은 최대 50만원까지 신청할 수 있고, 수수료는 5060~6060원(비대면 4060~5560원)이다. 현금 및 경조금 배달 서비스의 자세한 내용은 전국 우체국 및 홈페이지, 우체국예금 고객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금융 취약계층을 겨냥해 출시한 서비스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8년 9월에는 인천 대이작도·승봉도, 충남 삽시도, 전남 관매도, 전북 연도 등 섬 지역 다섯 곳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설치했다. 이 다섯 곳은 당시 200명 이상이 거주하는데도 은행 등 금융시설이 전혀 없고 육지와 연결돼 있지 않았다. 이곳 주민은 우체국이 설치한 ATM으로 현금 입·출금뿐 아니라 수수료 없이 다른 은행 송금도 할 수 있었다. 지로·등록금·공과금 납부, 해외송금도 가능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말 고령 이용객에게 우체국 체크카드 포인트를 현금으로 돌려주기도 했다. ‘캐시백 일괄 전환 이벤트’ 문자메시지를 받고 거절하지 않은 만 65세 이상 고객이 대상이었다.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카드포인트 사용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서비스였다. 약 6만명에게 총 5억7000만원이 지급됐다. 다만 우체국 체크카드 포인트는 유효기간이 없어 소멸하지 않는다. 우체국 창구, 인터넷우체국, 우체국쇼핑, GS리테일(편의점·슈퍼), 코엑스 아쿠아리움, 뚜레쥬르 등 제휴처에서 사용할 수 있다. 우체국 체크카드 포인트를 현금 전환하고 싶은 고객은 인터넷뱅킹과 우체국뱅킹으로 수시 신청할 수 있다. 1포인트당 1원이며 신청 후 2일 이내에 입금된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은 “국민이 필요한 서비스를 계속 발굴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우정이야기
[우정 이야기]가스 안전·복지 정보도 배달합니다.(2024. 03. 13 06:00)
2024. 03. 13 06:00 경제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가운데), 박경국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왼쪽), 이호중 대한 LPG 협회장(오른쪽)이 5일 정부세종청사 우정사업본부 회의실에서 에너지 복지 취약계층의 가스안전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우정사업본부 제공 일주일에 여러 차례 내 집 앞을 오는 우체국 집배원이 가스 안전까지 챙겨준다면 어떨까. 앞으로 전국 도서지역 취약가구를 대상으로 우정사업본부가 이런 사업을 시행한다. 우체국 집배원이 가스 안전을 점검해 사고를 예방하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6일 한국가스안전공사 및 대한 LPG 협회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집배원이 도서지역 에너지 복지 취약계층 가스 안전 실태를 점검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번 사업은 육지와 단절돼 LP가스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도서지역 취약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집배원은 복지 정보 등이 담긴 등기우편물을 배달할 때 가스 사용 실태를 함께 살피고 고장 사실을 발견하면, 즉각 그 결과를 가스안전공사에 전달한다. 신고를 받은 가스안전공사는 이후 현장에 출동해 안전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한다. 2022년 시작한 우체국 복지등기 서비스는 집배원이 복지 정보를 담은 등기우편물을 복지 사각지대 가구에 배달하면서, 해당 가구의 생활 전반과 건강, 안전 등을 살피는 우체국 자체 공익사업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10월 전남 여수 등의 도서지역 8900여 세대를 대상으로 집배원이 가스 실태를 점검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가스 누출 등 총 5건의 위험사례를 발견해 긴급 조치가 이뤄졌다. 복지등기 우편요금에 들어가는 예산은 LPG 수입사(E1·SK가스)가 조성한 기금으로 충당한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은 “가스 안전 서비스를 통해 전국 도서지역에 거주하는 에너지 복지 취약계층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라며 “앞으로 정부 기관으로서 소명 의식을 갖고 공적 역할 강화를 위한 사업을 지속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3월 6일 연 최고 2.0%(세전 기준) 금리 혜택을 주는 ‘우체국 My 파킹통장’을 5만 계좌 한정으로 특별판매하기 시작했다. 파킹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롭고 매일 잔액의 1000만원까지 기본금리(연 1.6%)에 우대금리 연 0.4%포인트가 추가 적용된다. 1000만원 초과금액도 우대조건을 충족하면 저축예금 기본금리(연 0.15%)에 우대금리 0.4%포인트를 추가해 최고 연 0.55%를 이자로 받을 수 있다. 1인 1계좌만 가입할 수 있는 이 상품은 지난해 3월 첫 출시 당시 14일 만에 완판되며 큰 호응을 얻어 2차 판매까지 진행됐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번 3차 특별판매를 기념해 잇다뱅킹과 연계한 ‘파킹통장과 함께하는 봄맞이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내달 말까지 잇다뱅킹에서 파킹통장에 가입한 고객을 추첨해 커피 쿠폰(400명)과 우체국쇼핑 상품권(400명)을 제공한다. 또 파킹통장과 달달하이(high) 적금 또는 우체국펀드에 가입한 고객을 추첨해 케이크 쿠폰(100명), 아이스크림 쿠폰(150명), 커피 쿠폰(200명)을 제공한다. 파킹통장에 30일간 300만원 이상을 예치한 고객에게는 추첨을 통해 골드바 10g(5명), 다이슨 에어랩(10명), 우체국쇼핑 상품권(60명), 백화점 상품권(100명)을 제공한다.
우정이야기
[우정이야기]편지 배달하며 실태조사 ‘찾아가는 복지’(2023. 10. 20 10:44)
2023. 10. 20 10:44 경제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오른쪽)과 윤종진 국가보훈부 차관이 지난 10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류보훈 복지우편서비스’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우본)가 국가보훈부(보훈부)와 전국 보훈대상자에게 ‘일류보훈 복지우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 10월 17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일류보훈 복지우편서비스는 우체국 집배원이 보훈대상자를 수시로 찾아 실질적으로 필요한 복지 혜택을 확인해 보훈부에 회신하는 방식이다. 보훈부가 대상자를 선정해 제작한 우편물을 우본에 등기로 발송하면 집배원이 수취인에게 우편물을 배달하고 복지 실태를 조사한다. 수취인이 작성한 조사서는 집배원과 우본을 통해 보훈부로 보내져 복지 혜택 제공을 위한 자료로 사용된다. 보훈부는 2015년부터 보훈대상자의 생활과 복지 등을 조사하는 ‘국가보훈 대상자 실태조사’를 3년마다 시행 중이지만, 대상자의 약 1.7%인 1만여가구를 표본으로 한 ‘평균적’ 실태조사여서 개인별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본과 보훈부는 이번 업무협약으로 보훈대상자 개개인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올 연말까지 부산 중구와 사하구 등 일부 지역에서 1000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대상 지역과 가구를 확대하기로 했다. 조해근 우본 본부장은 “우편서비스를 활용한 국가보훈대상자에 대한 예우와 복지 강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면서 “향후 국민이 필요한 공적 역할을 확대하는 등 적극 행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종진 보훈부 차관은 “일류보훈 복지우편서비스는 국가유공자 고령화에 따른 건강과 생활 문제 등 필요한 보훈복지서비스를 현장에서 파악해 즉시 대처함으로써 고독사와 사회적 고립 등의 위기에 세심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조치”라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내면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본과 보훈부는 지난 4월 6·25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만든 제복을 집배원이 참전유공자 5만1000여명에게 전달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우본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등기우편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가구에 복지사업 안내정보를 담은 등기우편을 정기적으로 배달하는 방식이다. 집배원이 위기 의심가구의 안부 등을 확인해 지자체에 전달하고, 지자체는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가구를 지원한다. 복지등기우편서비스는 지난해 7월부터 부산 영도구, 전남 영광군 등 8개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했다. 우편물 6279통을 발송해 622가구가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 등록 신청, 긴급생계비 신청, 통신 요금 감면 등의 공공서비스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4월부터 서비스 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우본은 올해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혜택도 제공 중이다. 자립준비청년 215명을 선정해 연말까지 매달 30만원의 식비를 지원하고, 카드 사용 실적을 모니터링해 위기 징후가 보이는 청년을 사회복지기관과 연계해 관리하고 있다.
우정이야기
[우정이야기]복지 살피는 등기 배달 전국 확대(2023. 03. 31 11:22)
2023. 03. 31 11:22 경제
독거노인이 많이 거주하는 노후주택 지역을 중심으로 집배원들이 ‘등기우편물’ 배달에 나선다. 집배원들이 복지 관련 안내문이 담긴 등기우편을 각 어르신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어르신들의 주거상황을 직접 살펴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하는 ‘복지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우정사업본부 ‘복지등기우편서비스’ 포스터 / 우정사업본부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우본)는 지난해 7월 부산 영도구 등 8개 지자체에서 시범운영한 ‘복지등기우편서비스’를 4월 3일부터 전국으로 본격 확대·시행한다고 밝혔다. 복지등기우편은 지자체가 위기징후 가구나 독거가구 등을 선정해 복지 관련 안내문이 동봉된 등기우편물을 매달 1~2회씩 발송하는 서비스다. 집배원은 등기우편물을 배달하면서 해당 가구의 주거환경과 생활실태를 파악하는 체크리스트(위기가구 실태 파악 항목)를 작성해 지자체로 회신한다. 지자체는 이를 토대로 각 가정의 상황을 파악하고, 결과에 맞춰 공공·민간 복지서비스와 연계하는 등 지원을 결정한다. 우본은 “이번 사업을 통해 그동안 논란이 돼온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이나 신촌 모녀 사망사건 등 위기가정의 비극적 사고나 고독사 등 유사사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본은 부산 영도와 전남 영광, 서울 종로·용산·서대문, 강원 삼척, 충남 아산, 광주 북구 등 8개 지역에서 해당 사업을 시범운영했다. 당시 모두 6279통의 우편물을 발송해 622가구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장애인 등록 신청, 긴급생계비 신청, 통신요금 감면 등 공공서비스 혜택을 받았다. 공공서비스 지원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지원이 필요한 254가구는 민간 지원기관과 연계해 생필품 및 식료품 등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실제 부산 영도구 주민 A씨는 ‘복지등기우편서비스’ 시범사업을 통해 처음으로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선정됐다. 집배원 B씨가 평소 A씨에게 독촉장과 고지서 등이 자주 발송되는 것을 체크리스트에 적어 지자체에 전달하면서 지자체가 A씨의 상황을 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영도구 행정복지센터 복지담당 공무원은 A씨가 받아온 실업급여가 종료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건강까지 악화돼 병원치료 중인 상황을 확인했다. 행정복지센터는 A씨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각종 신청절차의 진행을 도왔다. A씨는 “막대한 의료비 지출로 부담감이 큰 상황에 퇴사 후 실업급여까지 종료되면서 생계유지가 막막한 상황이었다”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순간에 손을 내밀어준 우체국과 지자체 직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우본은 또 시범에 종이로 작성했던 체크리스트의 불편함을 개선해 앞으로는 집배업무용 PDA에 직접 기입할 수 있도록 전자시스템화했다. 그동안 우편으로 회신했던 자료를 파일 형태로 곧바로 보낼 수 있게 돼 신속·정확성을 높였다. 이와 함께 ‘복지등기우편서비스’ 우편요금의 75%를 우체국공익재단 예산으로 지원하고, 생필품 지원도 추진하는 등 더 많은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행정을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우정이야기
[신간]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外(2023. 03. 24 12:50)
2023. 03. 24 12:50 문화/과학
ㆍ목숨 건 운전 부추긴 배달플랫폼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박정훈 지음·한겨레출판·1만7000원 근로복지공단 집계에서 지난해 산재신청이 가장 많았던 기업은 배달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이 속한 ‘우아한청년들’이었다. 건설, 중공업, 제조업 등 산재 발생이 빈번한 산업현장을 제치고 플랫폼 기업이 산재신청 1위를 기록한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저자는 일명 ‘라이더’로 불리는 배달노동자들의 사고를 통해 플랫폼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봤다. 대부분 배달노동자 사고의 원인이 난폭운전과 신호위반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초보 노동자들이 더 많은 사고를 겪는다. 근로복지공단 조사에선 2016~2018년 27명의 청년이 배달 중 사망했다. 이중 3명이 첫 출근날에, 3명은 그 이튿날에, 6명은 출근 보름 안에 사망했다. 계절과 날씨, 차량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도로 여건이나 오토바이 운전 미숙이 불러오는 사고가 많다. 저자는 반복되는 배달노동자 사고의 근원에는 이윤 추구를 위해 노동자 간 경쟁을 부추기는 배달플랫폼이 있다고 지적한다. 플랫폼들은 배달 가능 건수를 늘리기 위해 “배달 경험이 없어도 쉽게 가능”이라고 선전하며 초보 배달노동자를 무한 모집한다. 실시간으로 배달료를 변동시켜 노동자 스스로 노동조건을 통제하기 어렵게 만든다. 예컨대 비나 눈이 오는 날 높은 배달료를 지급하거나, “일주일에 275건 이상 배달 시 65만원 지급” 등의 프로모션을 통해서다. 배달플랫폼이 배달노동을 외주화하며 과거 기업들이 짊어졌던 책임들을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겼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에 대한 배달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올바르게 따져 묻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다.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적정 소득을 보장하는 임금체계 도입, 이륜자동차 면허·관리체계 정비, 배달노동자 노조 설립을 위한 노조법 개정 등을 제안한다.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스페퍼니 프레스턴 지음·허성심 옮김 알레·2만3000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매 순간 다정함(이타성)이 이끄는 대로 타인을 돕는다. 정작 그 원인과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 이타주의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왜 작동하는지, 이타성은 타고나는 것인지, 인간만의 전유물인지 등을 탐구한다. ▲수령, 독재의 정석 한병진 지음·곰출판·1만8000원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인 북한을 ‘수령’과 ‘엘리트’로 분해해 비교정치적으로 분석한다. 북한을 이해하려면 변동성에 주목할 게 아니라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심리·역사학 등으로 북한의 수령 체제를 파헤친다.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 정경윤 외 지음·길벗·1만9800원 반도체에 이어 향후 글로벌 40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이차전지 시장에 대한 종합 보고서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과 완성차 업체의 전략부터 원자재 전쟁, 이차전지 업체 간 경쟁과 합종연횡에 이르기까지 관련 산업생태계 전반을 조망한다.
신간
[할 말 있습니다](19)전 세계 배달 라이더들 ‘분노의 질주’(2022. 11. 11 15:05)
2022. 11. 11 15:05 경제
“사람들은 우리 배달 라이더가 파업할 수 없을 거라 말하죠. 건당 배달비를 받는 경쟁 때문에 힘을 모을 수 없을 거라고요. 우리 말고도 여러분 집으로 배달을 해줄 배달원들이 많이 있으니까, 회사는 우리가 결국 지쳐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우리 대답은 이겁니다. 아니오(No)!” 배달노동자들이 지난 4월 25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내비게이션 실거리 요금제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올해가 시작된 1월, 플랫폼 노동자 투쟁의 첫 포문을 연 것은 영국 배달 라이더였다. 놀랍게도 이들의 파업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돼 반년 넘게 지속됐다. 배달 플랫폼 ‘저스트이트’, 이들의 배달을 대행해온 ‘스튜어트’가 기본 배달단가를 무려 24%나 삭감해 버리자 이에 분노한 라이더들이 파업을 시작했다. 2월은 튀르키예, 3월은 미얀마, 4월 포르투갈, 5월 아랍에미리트(두바이), 6월 네덜란드, 7월 독일, 8월 말레이시아, 9월 프랑스, 10월은 이탈리아·한국·태국·홍콩에서 배달 라이더들의 파업과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우버’를 비롯한 앱 택시기사들도 남아공(8월), 케냐(10월) 등에서 파업을 조직한 바 있지만, 올해의 경우 플랫폼 노동자들 저항의 핵심부대는 배달 라이더였다고 할 수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배달 수요와 라이더 규모가 폭증했다가, 엔데믹과 함께 배달료 후려치기를 비롯한 노동조건 악화가 시작된 것이 주된 원인이 됐다. 감염병 공포 시기에는 ‘필수노동자’라며 추켜세웠지만, 그 기간이 지나가자 일회용 소모품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파업과 저항의 핵심 요구에는 항상 삭감된 배달료 원상회복 또는 배달료 인상이 포함돼 있다. 특히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의 경우 지난 2월부터 수도 이스탄불에서 배달 플랫폼 ‘예멕세페티’ 라이더들의 파업이 1주일 이상 이어졌다. 한국에서도 라이더유니온과 배달플랫폼노조가 ‘쿠팡이츠’의 배달료 삭감 이후 20여차례 교섭했지만 개선되지 않아 지난 10월 두 차례 파업을 벌였다. 알고리즘 이슈도 뜨거운 쟁점 홍콩의 ‘푸드판다’ 배달 라이더들이 10월부터 최근까지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부정확한 배달거리 계산 맵을 개선하기로 약속을 받았다. 최근 새로 적용한 맵으로 배달을 해봤더니 배달료가 오히려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 아닌가. 그렇다. 한국에서도 ‘배달의민족’이 자체 개발한 앱을 사용해 배달거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해 배달료를 삭감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라이더유니온으로부터 고발도 당하고 배달플랫폼노조의 항의가 이어지자 상용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푸드판다는 미얀마와 말레이시아에서도 똑같은 일을 벌여 각각 3월과 8월에 라이더들이 파업을 조직한 바 있다. 배달료를 직접 삭감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라이더 저항을 주도하고 있는 노동조합들은 모두 노동조건을 좌우하는 배차·가격 결정 알고리즘 등을 투명하게 설명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스페인 노동조합 CCOO는 지난달 ‘글로보’ 배달 플랫폼에 알고리즘 설명 요구를 공식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만들어진 스페인 라이더법에 의하면 회사는 요청을 받은 지 15일 이내에 정식 답변을 내놔야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푸드판다와 배달의민족, 글로보 모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자회사라는 점이다. 즉 배달의민족에서 벌어진 일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자회사를 통해 동시에 벌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10월 5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글로보 배달 라이더들이 24시간 파업을 벌였다. 전날 사고로 세바스티앙 갈라시라는 26세의 청년 배달 라이더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글로보가 고인에게 “유감스럽지만 계약조건에 명시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아 귀하의 계정은 정지됐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죽어서도, 지옥에 가서 앱 열고 배달하란 말인가. 이탈리아 4개 총연맹 소속 라이더들이 모두 파업에 돌입하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8월에는 그리스 노동부 앞에서 배달 라이더노조가 ‘E-푸드’ 산재사고 증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교대조 근무가 끝날 즈음에 사고가 집중되며, 제공받는 헬멧이 부실해 머리를 많이 다치고 있는데 회사가 아무런 대책도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라이더들은 E-푸드의 “쉬지 않는 배달”, “시한폭탄처럼 카운트다운을 요구하는 배달”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한 조건에서 배달에 나서기에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노동조합은 ▲노동부의 공식 조사와 근로감독 ▲‘위험직업 보험’을 모든 라이더에게 제공할 것 등을 요구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E-푸드 역시 딜리버리히어로의 자회사다. 11월 1일에는 필리핀 라이더그룹이 촛불집회를 열었다. ‘라라무브’ 배달 플랫폼으로 일하던 라이더 한명이 배달 콜을 기다리던 중 잠시 눈을 붙이다 깨어나지 못하고 사망한 일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배달료 삭감⇒노동조건 악화⇒잦은 사고 세계 곳곳에서 배달료 삭감에 나선 배달 플랫폼들은 라이더들의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심지어 태국에서는 라이더들이 콜을 거절하면 8바트의 돈을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황당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항의파업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배달료 삭감은 결국 라이더들이 생활임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배달 일감을 더 빠른 속도로 쳐내야만 한다는 의미다. 그럴수록 라이더들의 안전은 위험해진다. 이는 세계 전역에서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악순환은 플랫폼 노동의 조직화와 저항으로, 플랫폼 규제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AB5법, 스페인 라이더법, 유럽연합의 플랫폼 노동 관련 입법지침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에 공통적으로 녹아 있는 원칙이 있다. 이들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단체협약을 통해 플랫폼 기업의 탐욕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 이런 원칙을 입법으로 만든 그들이 ‘플랫폼 자율규제’라는 형용모순 단어를 듣는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벌써부터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한다.
할 말 있습니다
[우정이야기]‘복지등기’ 배달하며 위기가구 지킨다(2022. 10. 21 11:07)
2022. 10. 21 11:07 경제
이 집에 사는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해보인다. 집 앞에 우편물, 독촉장, 압류 등 우편물이 쌓여 있다. 집 주변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 벌레가 보인다. 쓰레기 또는 술병도 많이 보인다. 부재중임에도 불이나 TV가 켜져 있다. 복지등기우편 체크리스트 /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체국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운영하는 복지등기우편의 ‘체크리스트’다. 집배원이 직접 위기 의심가구의 안부 등을 체크해 지자체에 전달한다. 집배원이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회송 봉투에 담아 보내면 지자체는 내용을 검토한 뒤 관할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위기가구 지원에 나서는 방식이다. 복지등기 사업은 이처럼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가구에 주기적으로 복지 정보를 담은 등기우편을 집배원이 배달하면서 이뤄진다. 지자체에서 위기 징후가 있는 가구에 매달 1~2회씩 등기 우편물을 발송한다. 집배원은 등기우편물을 배달하면서 해당 가구의 주거환경과 생활실태 등을 파악한다. 복지등기 우편물에는 ‘복지 사업 안내문’이 담겨 있다. 우체국은 위기 대상 가구의 상당수가 실제 거주지와 등록 주소지가 다르다는 점에서 복지등기우편 아이디어를 냈다. 등록 주소지와 다른 곳에 머물고 있으면, 위기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확인이 어렵다. 복지 공무원 또한 한정돼 있어 현장방문에도 한계가 있다. 현재 읍·면·동 공무원 1명당 적게는 65명에서 많게는 260명의 위기가구를 담당한다. 반면 집배원은 집마다 자주 방문할 수 있다. 우체국의 장점이다. 우체국이 집배원을 통해 1차 위기도 조사 역할을 맡는다면, 우체국 공익재단은 등기 비용을 지원한다. 주요 대상가구는 단전·단수나 공과금 체납 등으로 위기상황이 의심되는 가구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나 기초생활수급 탈락·중지 가구, 긴급 복지 신청탈락자 또한 대상 가구에 포함된다. 우체국은 지난 7월 부산 영도구를 시작으로 복지등기 시범사업을 확대했다. 전남 영광군, 서울 종로구·용산구, 강원 삼척시, 충남 아산시도 복지등기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종로구는 광화문우체국 소속 집배원 102명을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 위촉했고, 위기가구 발굴 교육도 실시했다. 이달부터는 서울 서대문구도 복지등기우편 시범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오는 10월 27일 서대문우체국 소속 집배원 85명을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 위촉한다. 집배원들은 위기가구 발굴 실무 교육을 받는다. 복지등기 사업은 지난 8월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8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복지등기 사업을 확대하면 집배원 충원 등 새로운 과제도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집배원을 복지등기 사업에 투입하면 이들의 업무량 또한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2018년 발표한 ‘집배원 노동조건 실태·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집배원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2017년)이다.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 노동시간보다 693시간 더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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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쿠팡이츠 ‘단건 배달 외주화’의 그늘(2022. 04. 22 15:11)
2022. 04. 22 15:11 경제
ㆍ“다단계로 배달 콜 내려오면 교섭 어려워질 수 있어” 기업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구하는 ‘플랫폼 노동’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해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노동 플랫폼의 수는 2010년 이래 5배가량 증가했다. 배달 라이더들이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일하고 있다. / 한수빈 기자 지난해 국내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이 25조6847억원을 기록하는 등 음식배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플랫폼에서 일감을 받아 배달하는 라이더들의 수도 늘고 있다. 현재 라이더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는 없지만 2020년 9월 기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라이더를 10만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증가로 현재 라이더 수는 이 추정치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플랫폼 노동자인 배달라이더가 형식상 노동자가 아니라 1인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노동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유럽에선 배달라이더가 노동자라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지만 한국에선 아직 유사 판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다단계 외주화형’ 최근 배달시장의 ‘핫이슈’는 단건 배달서비스 수수료 체계 개편이었다. 단건 배달은 라이더가 한 번에 하나의 음식만 배달하는 걸 말한다. 라이더가 여러 음식을 모아 배달하는 묶음 배달에 비해 속도가 빨라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라이더가 같은 시간에 배달할 수 있는 건수가 줄기 때문에 배달 단가는 상대적으로 높다.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 프로모션(판촉활동)을 진행하던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배민)은 출혈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프로모션을 중단했다. 이후 수수료와 배달비가 인상되자 음식점주와 소비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단건 배달 수수료 체계 개편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바로 배민·쿠팡이츠가 단건 배달 일감 중 일부를 최근 배달대행앱을 통해 외주화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라이더 풀을 넓혀 단건 배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플랫폼 업체들이 라이더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시도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국내 배달대행시장 구조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난 유형은 주문중개와 배달대행이 나눠진 ‘분리형’이다. 소비자는 배민앱을 켜고 치킨을 주문할 때 배민이 배달까지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치킨을 가지고 온 라이더의 오토바이 배달통에는 부릉·생각대로·바로고 등 배달대행앱의 로고가 붙어 있다. 배민 대신 치킨집 사장이 배달대행앱으로 라이더를 불러 배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업체인 배달대행앱은 음식점주와 라이더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 배달대행업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형 다음에 등장한 유형이 ‘통합형’이다. 통합형은 주문중개와 배달대행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처리한다. 소비자가 배민앱을 켜고 치킨을 주문하면 배민과 위탁계약을 맺은 배민커넥터가 배달까지 맡는다. 배달대행앱이 끼어들지 않는 구조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올해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배달시장 현황’에 따르면 전체 시장에서 통합형의 비중은 약 10%이며, 분리형은 약 90%다. 드물긴 하지만 플랫폼 업체가 라이더를 ‘직접고용’하는 방식도 있다. 쿠팡이츠가 쿠팡이츠마트의 물품을 전담해서 배달하는 라이더를 직접고용한 게 대표적 사례다. 최근 들어 네 번째 유형이 가시화하고 있다. 배민·쿠팡이츠가 일감을 배달대행앱에 넘기는 ‘다단계 외주화형’이다. 기존에는 배민이나 배달대행앱이 라이더에게 일감을 줬는데 이 유형에선 배민이 배달대행앱이라는 단계를 한 번 더 거쳐 일감을 준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대행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지난 4월 8일 자사 앱에서 “제한된 지역에서 ‘배민1’ 주문 중 일부는 배달대행사에 단건 배달 조건으로 위탁하는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라이더들에게 공지했다. 기간은 4월 12일부터 3개월간이고, 대상지역은 중부센터·남부센터 권역(서울 마포구·서대문구·은평구·종로구·중구·용산구·강남구·서초구)이다. 우아한청년들은 “테스트 결과에 따라 연장 또는 조기 종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민이 음식 단건 배달서비스인 배민1 물량을 외주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민이 장보기 서비스인 ‘비마트’를 운영하면서 일부 일감을 배달대행앱인 부릉에 외주화한 전례가 있긴 하다. 다만 장보기 배달은 음식이 아닌데다 부피가 크고 배달 단가도 높지 않아 라이더들 사이에서 ‘똥콜(배달이 쉽지 않거나 단가가 낮은 콜)’로 여겨지면서 크게 이슈가 되진 않았다. 쿠팡이츠는 배민보다 먼저 강남 지역에서 배달대행앱에 단건 배달 일감 중 일부를 외주화했다. 현장에선 이 일감을 소화하는 라이더를 ‘강남특공대’라고 부른다. 배민·쿠팡이츠는 그간 실시간 배달요금제를 활용해왔다. 비수기·비피크시간대엔 배달 단가를 낮게, 성수기·피크시간대나 비 오는 날 등은 단가를 높게 책정하는 방식이었다. 주문량이 매우 많을 땐 배달 단가를 높이는 프로모션을 통해 라이더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이에 반해 외주화된 단건 배달 물량은 실시간 요금제가 아니라 고정단가(기본단가+거리별 할증) 방식을 적용한다. 배민커넥터의 경우 실시간 요금제·프로모션 방식이 지속되면 배민의 일감을 계속 받을 이유가 없다. 단가가 높을 때만 일감을 받고 빠지는 식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쉽게 말해 ‘충성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동네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 배달대행업체들의 라이더는 ‘유배 배달(장거리 배차)’을 피할 수 있고, 고정단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단건 배달 콜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 배민·쿠팡이츠가 추이를 살핀 뒤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향후 ‘배달 성지’로 불리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에선 배민·쿠팡이츠가 일감을 외주화하고 주문량이 안정적이지 않은 지역은 배민커넥터, 쿠팡이츠 파트너를 통해 일감을 소화하는 방향으로 배달시장이 이원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주화형 확산 시 단체교섭에 적신호 현재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는 배민·쿠팡이츠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플랫폼 업체가 근로기준법상 라이더의 사용자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노조법상으로 사용자로 볼 여지가 있어 교섭 틀이 마련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자신은 대리운전기사의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년 12월 교섭을 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문제는 외주화형이 확산할 경우 라이더의 노동자성 인정, 단체교섭 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점이다. 외주화로 인해 일감이 전달되는 단계가 하나 더 늘면 ‘원청’에 해당하는 배민·쿠팡이츠의 사용자성이 희석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노조가 강남 지역의 단건 배달 콜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면 배민·쿠팡이츠는 ‘외주화한 콜은 교섭 대상이 아니니 배달대행앱과 이야기하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배달대행앱은 또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논의하라며 발을 뺄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외주화를 해도 어차피 물량을 지배하는 곳은 배민·쿠팡이츠다. 배달산업 네트워크의 꼭대기에 이들 업체가 있고 나머지는 물량을 받아 하청처럼 먹고사는 구조”라며 “책임질 곳에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라이더 고용 ‘아웃소싱’ 해외에선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라이더를 노동자로 직접고용하는 걸 피하려고 제3자에게 고용을 외주화(간접고용)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원래는 한국과 달리 주문중개와 배달대행을 하나로 묶은 통합형이 지배적 사업 모델이었다. 예를 들어 ‘유럽판 배민’으로 불리는 딜리버루는 라이더와 위탁계약을 맺고 배달을 시켜왔다. 하지만 영국·프랑스·스페인 등지에서 음식 배달라이더, 우버 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자라고 보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게 쉽지 않아졌다. 스페인은 지난해 8월부터 음식배달 플랫폼 종사자를 임금노동자로 추정하는 이른바 ‘라이더법’을 시행하고 있다. 라이더법 시행 뒤 딜리버루는 스페인 시장에서 철수했고, 우버이츠는 제3자에게 배달대행을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프랑스에서도 플랫폼 종사자를 간접고용 방식으로 다루자는 제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프랑스 대법원은 2018년 11월 테이크잇이지 라이더를, 2020년 3월 우버 기사를 각각 임금노동자라고 판결했다. 이후 플랫폼 종사자의 법적 지위를 두고 논란이 커지자 프랑스 정부는 대법관(노동법 전담)을 지낸 장 이브 프루앵에게 관련 연구를 맡겼다. 프루앵은 2020년 12월 발표한 ‘디지털 노동 플랫폼 규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사용자를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 ‘대리기업’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대리기업은 비임금 노동자를 임금노동자로 고용해 사용자의 역할을 대리하는 업체를 말한다. 스위스 국제개발대학원 박사과정 이태훈씨는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간한 ‘국제노동브리프’에서 “제3의 사용자 도입은 필연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의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감소시킨다”며 “실제로 포르투갈의 경우 프루앵 보고서가 제시한 대리기업들이 플랫폼들을 상대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계약종료나 노동시간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영주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분리형을 플랫폼 업체 등장 이전부터 음식배달 문화가 발달했던 한국만의 독특한 특성이라고 설명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제는 세계적으로 ‘K-간접고용’이 확산하는 모양새”라며 “혁신이라고 포장해온 플랫폼 노동의 본질이 결국 노동법 적용을 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유럽 시장의 플랫폼 업체들이 간접고용을 시도하려는 건 한국의 배민·쿠팡이츠가 단건 배달 콜을 외주화한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다만 유럽에선 라이더가 하청업체에서 일해도 노동자 지위가 인정된다. 한국에선 라이더가 어떤 경로로 일감을 받든 ‘1인 자영업자’ 신분이다.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한국의 라이더들이 더 불안정한 노동조건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국내에선 외주화형 방식에 대한 규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4월 22일 라이더유니온, 배민·쿠팡이츠 등 플랫폼 업체와 부릉 등 배달대행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라이더유니온은 배민·쿠팡이츠의 외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산재 전속성’ 벽에 가로막힌 배달라이더(2022. 04. 08 14:54)
2022. 04. 08 14:54 경제
ㆍ보험료 냈는데도 불승인… 특고노동자들 “까다로운 요건 폐지해야” 부업 배달라이더인 ‘배민 커넥터’로 일하던 박재범씨(49)는 지난 1월 15일 경기도 안산시 초지동의 한 사거리에서 음식배달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녹색으로 신호가 바뀌는 걸 보고 앞차를 추월해 주행하던 중 오토바이가 횡단보도에서 미끄러졌다. 지난 4월 5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배달노동자 산업재해 문제 해결을 위한 인수위 면담 요청 기자회견에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등 참가자들이 인수위로 면담요청서를 배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산재 불승인 이유는 박씨는 이 사고로 갈비뼈 3개에 금이 가고 왼쪽 신장이 파열됐다. 현재까지 치료비로만 1000만원이 들어갔다. 그는 우아한청년들(배민 커넥터 운영사)이 주 단위로 산재보험료(월 7600원가량)를 원천징수했기 때문에 당연히 산재보험이 적용될 것으로 생각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모두 부담하지만 배달라이더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사업주와 종사자가 반반씩 보험료를 부담한다. 박씨의 예상과 달리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 불승인’ 통보를 했다. 산재보험료를 내고 있었는데 왜 불승인이 됐을까. 이유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두곳 이상의 업체로부터 일감을 받아 일할 경우 사고가 난 업체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월 115만원을 넘거나 일한 시간이 93시간 이상이어야 한다는 ‘전속성’ 요건 때문이다. 직장인인 박씨는 지난해 10월 10일부터 주말에 부업으로 배달 일을 시작했다. 딸이 올해 대학 입학을 하면서 돈 들어갈 일이 늘어나서다. 일감은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2개의 플랫폼으로부터 받았다. 사고가 날 때까지 3개월간 220만원가량 벌었다. 소득의 80%가 배달의민족에서 발생했다. 박씨는 “처음에는 안전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고, 오토바이·헬멧만 있으면 앱 설치 뒤 바로 배달을 할 수 있는 쿠팡이츠에서 일감을 받았다”며 “하지만 11월부턴 시간제 보험이 도입돼 있던 배달의민족에서 대부분의 일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만약 박씨가 배달의민족 한곳에서만 일감을 받아 일했다면 소득이나 일한 시간과 무관하게 전속성을 인정받아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하지만 두곳에서 일감을 받았기 때문에 사고가 난 업체(배달의민족)에서 ‘월 소득 115만원, 종사시간 93시간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박씨는 이 기준에 미달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불승인 통보를 했다. 박씨는 “일 시작할 때 두개 업체에서 일감을 받았다는 이유로 전속성이 없다고 판단한 걸 납득할 수 없다”며 지난 3월 21일 근로복지공단에 심사 청구를 했다. 그는 “사고 전까지 전속성이라는 단어 자체를 몰랐다”며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플랫폼 업체들도 전속성 문제 때문에 산재보험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음식을 배달하다 사망했지만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한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3월 30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일하던 40대 여성 A씨가 5t 트럭에 치여 숨졌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부터 매일 12시간씩, 8만보를 걸어 배달했다. 그러다가 다리가 아파 전기자전거를 장만했는데 이 자전거로 쿠팡이츠 배달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A씨 역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두곳에서 일감을 받아 일했기 때문에 산재보험을 적용받으려면 사고가 난 쿠팡이츠에서 ‘월 소득 115만원, 종사시간 93시간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인은 쿠팡이츠뿐 아니라 배달의민족에서도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속성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박씨와 A씨처럼 전속성 기준 때문에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산재보험 적용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는 전속성 기준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일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해야 산재보험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 다만 산재보험법 제125조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라는 샛길이 있다. 노동자는 아니지만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면 산재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원래 노동자였지만 자영업자로 신분이 바뀐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보호할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문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산재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세가지 ‘허들’을 더 넘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종에서 일해야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배달라이더는 퀵서비스 기사로 분류돼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기사 등과 함께 대통령령이 정한 15개 직종에 포함돼 있고,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배달라이더들의 상당수가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라는, 전속성 기준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라이더 박재범씨가 지난 3월 23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보험 전속성 폐지’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라이더유니온 제공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례가 시행된 2008년 당시 보호 대상으로 꼽힌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레미콘 기사 등은 주로 하나의 사업장에서 일을 했다. 이 때문에 전속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는 않았다. IT(정보기술) 발전으로 복수의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받아 일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대리기사·배달라이더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월 공개한 ‘플랫폼 노동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대리운전 종사자는 8만명에서 11만명 사이로 추정된다. 이중 하나의 대리운전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은 9명뿐이었다. 복수의 플랫폼에서 일감을 받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하나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게 되레 이례적인 일이 돼버렸다. 음식배달을 부업으로 하는 사람도 늘어나면서 그 부업에서의 수입으로만 생활하지 않는 사례도 덩달아 늘었다. 전통적인 전속성 기준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불가피하게 전속성 기준의 해석을 수차례 변경해왔다. 1단계에선 본업이 회사원이고, 부업으로 배달 일을 하는 경우 부업의 소득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게 아니니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례 조항을 아예 적용하지 않았다. 2단계에선 부업에도 특례 조항을 원칙적으로 적용하되, ‘한곳에서만 일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3단계에선 2개 이상의 업체에서 일을 하더라도 산재보험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사고가 난 곳에서의 소득 혹은 일한 시간이 특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렇게 조금씩 전속성 기준을 유연하게 해석하면서 적용 범위를 확대해왔지만, 여전히 박씨와 A씨 사례처럼 전속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가정이긴 하지만 이런 불합리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씨가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두곳 모두에서 ‘월 소득 115만원, 종사시간 93시간 이상’을 충족했다고 가정해보자. 산재보험은 중복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두곳 중 하나로만 가입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산재보험 가입이 안 된 곳에서 사고가 나면 월 소득, 시간 기준을 충족시키고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전속성 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배달라이더, 대리기사 등 새롭게 등장한 유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를 사실상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번엔 폐지될까?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속성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전속성이 충족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산재가 발생해도 보상이 되도록 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지난해 10월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국민의힘도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플랫폼노동 희망찾기’는 성명을 내고 “산재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례 제도가 시행된 지 14년이 됐지만, 정부는 전속성을 핑계로 특수고용노동자를 산재보험에서 실질적으로 배제해왔다”며 “수많은 안타까운 사연과 지난한 싸움 끝에 정부와 국회가 전속성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꾸물거리는 사이 또 한 명의 플랫폼 노동자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고 비판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4월 5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라이더 산재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 요청서’를 인수위 측에 전달했다. 인수위는 라이더유니온 요청을 받아들여 조만간 면담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인수위도 전속성 폐지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관련 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소극적으로 전속성 기준을 해석해온 노동부는 2020년 뒤늦게 전속성 폐지로 방침을 정했다. 노동부는 최근 “개정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계는 전속성 폐지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만큼 노동부가 법 개정 전이더라도 전속성의 해석을 더 유연하게 해서 산재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길청의 이코노베이션](6)배달과 결제의 먼지를 털어라(2021. 10. 22 14:41)
2021. 10. 22 14:41 경제
도무지 하루종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도록 만든다. 눈을 뜨면서 모바일 디바이스를 들고 손과 눈을 화면에서 뗄 수가 없도록 만든다. 이젠 글자 그대로 남녀노소가 다 그런다. 그런데 지금 그걸 기획하고 만든 사람들이 하나둘 국민 앞으로 소환되고 있다. 미국 의회는 마침내 법으로 이들의 횡포와 독점이익을 방지하려고 하며, 한국은 국정감사장에 불러내 일단 훈계로 간섭을 시작한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자연을 이용하고 보호하는 일은 인간 불멸의 테마다. 그러니 저장과 절약과 검약함도 변치 말아야 할 삶의 유구한 실천덕목이다. 창고는 이런 용도로 쓰일 때 가치가 있고, 가능하면 집마다 있어야 하고, 선조들은 늘 그래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어느 마을에 큰 창고가 들어오면 공장이 나간다는 증거이고, 창고가 매장으로 변하면 근방의 점포들은 서서히 문을 닫는다는 신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손안에 누군가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팔고 누구는 정보사이트 연결망을 공짜로 사용하게 해준다. 그러더니 오토바이와 트럭을 동원하고 택배회사들이 사모펀드의 손을 잡고 온 골목길을 헤집고 다닌다. 이번엔 코스트코 같은 전용 창고매장마저 힘이 들자 배송사업자와 손을 잡는다. 주문-배달-소비 그리고 부채 우린 그러다가 코로나19를 만나 결국 한순간에 비대면 원격생활 설계기술자들에게 대기한 이용자이자 미필적 포로가 됐다. 시장으로 가는 길, 학교로 가는 길이 막히고, 이들이 준 각종 정보디바이스 앞에서 하릴없이 하루를 검색하며 보낸다. 건국 이래 처음 나라가 나눠준 나랏돈도 이들의 플랫폼에서 매일 검색하며 소비하며 게임하며 영화 보며 투자하며 그렇게 남김없이 강물처럼 흘려보낸다. 이건 정말 억측이고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만 혹시 누가 코로나19를 퍼지게 했을까 하고 실물경제 전문가로서 한번 아무나 원망을 해본다면, 그동안 이번 사태로 시중에서 증시에서 돈을 다 쓸어가고 삽시간에 천문학적인 부를 이룬 비대면 구매, 배송, 결제 설계자들을 합리적으로 의심해보게도 된다. 이 소동을 타고 나타난 디지털코인 역시 비대면 정보기술자들이 만든 작품이다. 속이 상해 그냥 해본 소리다. 재배와 수확과 저장과 파종으로 이어온 우리 삶에서 결제와 배달이 과연 인류에게 얼마나 필요한 생명활동인지는 어느 역사책에도 없다. 그런데 순식간에 결제와 배달로 거부가 된 사람들이 나타나 이젠 가게도 못 가게 하고, 자동차도 몰지 못하게 하고, 떼돈을 번 자기들은 우주로 가려는 여행객들을 벌써 고가의 여행비로 불러 모은다. 곧 그들이 먼저 사들인 디지털코인을 우주여비로 받아주고 그들의 우주선이 출발할지도 모른다. 당장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란 사람들이 바로 이런 길을 걸어온 주문과 배달과 결제사업가들이다. 그들은 우주로의 사람배달을 시작했다. 요즘 미디어를 흔드는 모 영상플랫폼은 어느 날 나타나 개인영상 구경을 공짜로 이용하게 해주더니 이젠 온통 광고로 도배해 점점 짜증 나게 한다. 그런 귀찮은 광고를 피하려면 돈을 내고 이용하는 그들의 유료통로로 가야 한다. 이러리라 짐작은 했지만, 이게 무슨 야비한 토끼몰이인가. 요즘 미국이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고, 생산원자재들이 곳곳에서 공급의 동맥경화를 보인다. 바다의 화물운임은 장난이 아니다. 이는 결코 정상이 아니며, 일정한 마찰적 현상도 있지만, 덧붙여 코로나19에도 멈추지 않고 더 확산된 비대면 기술에 의한 주문과 배달과 소비와 광고와 대출이 가져다준 저주 같기도 하다. 사실 그동안 지구가 고민한 문제는 생산과잉에 의한 디플레이션이지, 소비과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아니었다. 이점을 늘 고민하던 미국 연방준비은행 의장도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낮게 보다가 최근에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으로 말을 바꿨다. 이건 팬데믹에서 솟아난 배달속도전과 과잉소비의 저주가 장기정책의 예측을 덮친 결과로 보인다. 사람을 ‘보조’하는 기술이어야 속도에는 가속도 원리가 있지만, 소비도 그런 점이 있다. 그래서 개인의 소비나 주문이나 결제나 대출이나 투자는 신중해야 하고 냉철해야 하고 가능하면 절제해야 한다. 그러나 이젠 돈을 현찰로 잘 받지 않으니 결제를 무슨 길가의 들꽃 만지듯 한다. 과잉소비는 각 개인에게 반드시 초과부채로 돌아온다. 지금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막느라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을 조이자, 이번엔 금융가에선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비대면 금융회사를 차리고 돈을 쉽게 더 많이 빌려준단다. 자기들도 어디 땅 파서 장사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은 사람들의 대출검색을 빼앗아갈 욕심으로 나타났다. 아주 예전에 사진을 처음 본 우리 선조들은 사진이 영혼을 빼앗아간다고 조심하라고 했다는 말을, 이제 온 천지 영상의 시대를 맞이하고 보니 공연히 남긴 말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현란하고 자극적이며 친절한 화상 앞에서 우리는 현명한 자신을 얼마나 지키고 있을까. 특히 어린이들은 화상 앞에서 그 맑은 영혼들이 어디를 헤매고 있을까. 얼마 전 수백만명의 구독자를 둔 스무 살 청년이 어느새 자신의 내면을 잃어버렸다고 고백하고 자기의 진정한 삶을 살겠다고 스스로 유튜버에서 은퇴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그럴 만한 집단 자성의 시간이 됐나 보다. 곧 우린 다시 거리에서 만날 준비를 해야 하고 마스크를 벗으며 밝게 웃을 좋은 마음도 미리 가져야 한다. 그런데 그사이에 이렇게 주문과 배달과 소비와 그리고 부채가 우리 몸에 먼지처럼 쌓였다. 이걸 벗어던져야 한다. 가상환경이나 증강현실이나 인터넷 세상은 우리가 사는 직접 대면세상의 이로운 보조기술이지 신비한 대안이 아니다. 느리고 어설픈 사람이 정확하고 빠른 인공지능보다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하다는 것은 진리다. 우리가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참고 손해 보며 끝까지 지키려 한 가치는 사람 그 자체이지, 비대면과 원격과 무인기술 세상이 아니다. 플랫폼들이 곳곳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가는 요즘, 코로나19로 더 왜소해진 대중에게 이제라도 정보기술사업가들은 과학을 이끄는 순수한 영재와 선한 지식인으로 돌아가시라. 더 늦으면 우린 그냥 따스했던 ‘손에 잡히는 세상’, ‘마음이 통하는 세상’으로 돌아갈 거다.
엄길청의 이코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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