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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쿠팡이츠 ‘단건 배달 외주화’의 그늘(2022. 04. 22 15:11)
2022. 04. 22 15:11 경제
ㆍ“다단계로 배달 콜 내려오면 교섭 어려워질 수 있어” 기업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구하는 ‘플랫폼 노동’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해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노동 플랫폼의 수는 2010년 이래 5배가량 증가했다. 배달 라이더들이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일하고 있다. / 한수빈 기자 지난해 국내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이 25조6847억원을 기록하는 등 음식배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플랫폼에서 일감을 받아 배달하는 라이더들의 수도 늘고 있다. 현재 라이더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는 없지만 2020년 9월 기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라이더를 10만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증가로 현재 라이더 수는 이 추정치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플랫폼 노동자인 배달라이더가 형식상 노동자가 아니라 1인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노동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유럽에선 배달라이더가 노동자라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지만 한국에선 아직 유사 판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다단계 외주화형’ 최근 배달시장의 ‘핫이슈’는 단건 배달서비스 수수료 체계 개편이었다. 단건 배달은 라이더가 한 번에 하나의 음식만 배달하는 걸 말한다. 라이더가 여러 음식을 모아 배달하는 묶음 배달에 비해 속도가 빨라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라이더가 같은 시간에 배달할 수 있는 건수가 줄기 때문에 배달 단가는 상대적으로 높다.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 프로모션(판촉활동)을 진행하던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배민)은 출혈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프로모션을 중단했다. 이후 수수료와 배달비가 인상되자 음식점주와 소비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단건 배달 수수료 체계 개편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바로 배민·쿠팡이츠가 단건 배달 일감 중 일부를 최근 배달대행앱을 통해 외주화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라이더 풀을 넓혀 단건 배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플랫폼 업체들이 라이더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시도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국내 배달대행시장 구조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난 유형은 주문중개와 배달대행이 나눠진 ‘분리형’이다. 소비자는 배민앱을 켜고 치킨을 주문할 때 배민이 배달까지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치킨을 가지고 온 라이더의 오토바이 배달통에는 부릉·생각대로·바로고 등 배달대행앱의 로고가 붙어 있다. 배민 대신 치킨집 사장이 배달대행앱으로 라이더를 불러 배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업체인 배달대행앱은 음식점주와 라이더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 배달대행업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형 다음에 등장한 유형이 ‘통합형’이다. 통합형은 주문중개와 배달대행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처리한다. 소비자가 배민앱을 켜고 치킨을 주문하면 배민과 위탁계약을 맺은 배민커넥터가 배달까지 맡는다. 배달대행앱이 끼어들지 않는 구조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올해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배달시장 현황’에 따르면 전체 시장에서 통합형의 비중은 약 10%이며, 분리형은 약 90%다. 드물긴 하지만 플랫폼 업체가 라이더를 ‘직접고용’하는 방식도 있다. 쿠팡이츠가 쿠팡이츠마트의 물품을 전담해서 배달하는 라이더를 직접고용한 게 대표적 사례다. 최근 들어 네 번째 유형이 가시화하고 있다. 배민·쿠팡이츠가 일감을 배달대행앱에 넘기는 ‘다단계 외주화형’이다. 기존에는 배민이나 배달대행앱이 라이더에게 일감을 줬는데 이 유형에선 배민이 배달대행앱이라는 단계를 한 번 더 거쳐 일감을 준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대행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지난 4월 8일 자사 앱에서 “제한된 지역에서 ‘배민1’ 주문 중 일부는 배달대행사에 단건 배달 조건으로 위탁하는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라이더들에게 공지했다. 기간은 4월 12일부터 3개월간이고, 대상지역은 중부센터·남부센터 권역(서울 마포구·서대문구·은평구·종로구·중구·용산구·강남구·서초구)이다. 우아한청년들은 “테스트 결과에 따라 연장 또는 조기 종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민이 음식 단건 배달서비스인 배민1 물량을 외주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민이 장보기 서비스인 ‘비마트’를 운영하면서 일부 일감을 배달대행앱인 부릉에 외주화한 전례가 있긴 하다. 다만 장보기 배달은 음식이 아닌데다 부피가 크고 배달 단가도 높지 않아 라이더들 사이에서 ‘똥콜(배달이 쉽지 않거나 단가가 낮은 콜)’로 여겨지면서 크게 이슈가 되진 않았다. 쿠팡이츠는 배민보다 먼저 강남 지역에서 배달대행앱에 단건 배달 일감 중 일부를 외주화했다. 현장에선 이 일감을 소화하는 라이더를 ‘강남특공대’라고 부른다. 배민·쿠팡이츠는 그간 실시간 배달요금제를 활용해왔다. 비수기·비피크시간대엔 배달 단가를 낮게, 성수기·피크시간대나 비 오는 날 등은 단가를 높게 책정하는 방식이었다. 주문량이 매우 많을 땐 배달 단가를 높이는 프로모션을 통해 라이더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이에 반해 외주화된 단건 배달 물량은 실시간 요금제가 아니라 고정단가(기본단가+거리별 할증) 방식을 적용한다. 배민커넥터의 경우 실시간 요금제·프로모션 방식이 지속되면 배민의 일감을 계속 받을 이유가 없다. 단가가 높을 때만 일감을 받고 빠지는 식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쉽게 말해 ‘충성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동네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 배달대행업체들의 라이더는 ‘유배 배달(장거리 배차)’을 피할 수 있고, 고정단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단건 배달 콜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 배민·쿠팡이츠가 추이를 살핀 뒤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향후 ‘배달 성지’로 불리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에선 배민·쿠팡이츠가 일감을 외주화하고 주문량이 안정적이지 않은 지역은 배민커넥터, 쿠팡이츠 파트너를 통해 일감을 소화하는 방향으로 배달시장이 이원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주화형 확산 시 단체교섭에 적신호 현재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는 배민·쿠팡이츠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플랫폼 업체가 근로기준법상 라이더의 사용자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노조법상으로 사용자로 볼 여지가 있어 교섭 틀이 마련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자신은 대리운전기사의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년 12월 교섭을 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문제는 외주화형이 확산할 경우 라이더의 노동자성 인정, 단체교섭 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점이다. 외주화로 인해 일감이 전달되는 단계가 하나 더 늘면 ‘원청’에 해당하는 배민·쿠팡이츠의 사용자성이 희석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노조가 강남 지역의 단건 배달 콜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면 배민·쿠팡이츠는 ‘외주화한 콜은 교섭 대상이 아니니 배달대행앱과 이야기하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배달대행앱은 또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논의하라며 발을 뺄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외주화를 해도 어차피 물량을 지배하는 곳은 배민·쿠팡이츠다. 배달산업 네트워크의 꼭대기에 이들 업체가 있고 나머지는 물량을 받아 하청처럼 먹고사는 구조”라며 “책임질 곳에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라이더 고용 ‘아웃소싱’ 해외에선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라이더를 노동자로 직접고용하는 걸 피하려고 제3자에게 고용을 외주화(간접고용)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원래는 한국과 달리 주문중개와 배달대행을 하나로 묶은 통합형이 지배적 사업 모델이었다. 예를 들어 ‘유럽판 배민’으로 불리는 딜리버루는 라이더와 위탁계약을 맺고 배달을 시켜왔다. 하지만 영국·프랑스·스페인 등지에서 음식 배달라이더, 우버 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자라고 보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게 쉽지 않아졌다. 스페인은 지난해 8월부터 음식배달 플랫폼 종사자를 임금노동자로 추정하는 이른바 ‘라이더법’을 시행하고 있다. 라이더법 시행 뒤 딜리버루는 스페인 시장에서 철수했고, 우버이츠는 제3자에게 배달대행을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프랑스에서도 플랫폼 종사자를 간접고용 방식으로 다루자는 제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프랑스 대법원은 2018년 11월 테이크잇이지 라이더를, 2020년 3월 우버 기사를 각각 임금노동자라고 판결했다. 이후 플랫폼 종사자의 법적 지위를 두고 논란이 커지자 프랑스 정부는 대법관(노동법 전담)을 지낸 장 이브 프루앵에게 관련 연구를 맡겼다. 프루앵은 2020년 12월 발표한 ‘디지털 노동 플랫폼 규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사용자를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 ‘대리기업’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대리기업은 비임금 노동자를 임금노동자로 고용해 사용자의 역할을 대리하는 업체를 말한다. 스위스 국제개발대학원 박사과정 이태훈씨는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간한 ‘국제노동브리프’에서 “제3의 사용자 도입은 필연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의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감소시킨다”며 “실제로 포르투갈의 경우 프루앵 보고서가 제시한 대리기업들이 플랫폼들을 상대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계약종료나 노동시간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영주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분리형을 플랫폼 업체 등장 이전부터 음식배달 문화가 발달했던 한국만의 독특한 특성이라고 설명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제는 세계적으로 ‘K-간접고용’이 확산하는 모양새”라며 “혁신이라고 포장해온 플랫폼 노동의 본질이 결국 노동법 적용을 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유럽 시장의 플랫폼 업체들이 간접고용을 시도하려는 건 한국의 배민·쿠팡이츠가 단건 배달 콜을 외주화한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다만 유럽에선 라이더가 하청업체에서 일해도 노동자 지위가 인정된다. 한국에선 라이더가 어떤 경로로 일감을 받든 ‘1인 자영업자’ 신분이다.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한국의 라이더들이 더 불안정한 노동조건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국내에선 외주화형 방식에 대한 규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4월 22일 라이더유니온, 배민·쿠팡이츠 등 플랫폼 업체와 부릉 등 배달대행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라이더유니온은 배민·쿠팡이츠의 외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최소주문 가격 낮은 배민, 비싸지만 빠른 쿠팡이츠(2021. 01. 17 11:11)
2021. 01. 17 11:11 경제
코로나19 이후 한국 음식 배달앱 시장은 그 어떤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많은 업체가 새로 뛰어들면서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각 배달앱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금융정보분석업체인 밸류챔피언코리아 애널리스트팀은 음식 배달앱을 직접 실행해 10곳의 음식점에서 같은 메뉴를 주문할 때 ▲소요되는 배달시간 ▲청구되는 배달비 ▲요구되는 최소 주문금액 ▲열람 가능한 리뷰개수 등에 대한 데이터를 직접 수집·분석해봤다. 대상 배달앱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카카오, 배달통, 먹깨비 등 6개다. 데이터 수집에 사용된 10곳의 음식점은 BHC, 스쿨푸드, 미스터피자, 원할머니보쌈, 샐러디, 엽기떡볶이, 배스킨라빈스, 맥도날드, 찜닭&닭도리명가, 편의점 등이다. 데이터 수집은 2021년 1월 4~5일 오후 4~7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이뤄졌다. 최소 주문금액은 음식을 주문할 때 결제해야 하는 최소한의 금액이다. 배달 주문의 상당비율이 1인 가구라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주문금액이 너무 높으면 먹지 않는 것을 시켜야 해 부담이 될 수 있다. 동일한 지점의 음식점 10곳에서 동일한 메뉴를 주문해보니 배달의민족이 평균 1만4611원으로 가장 낮은 최소 주문금액을 제시했다. 이어 배달통이 1만5500원으로 낮았고, 요기요(1만5611원), 카카오(1만6080원) 순이었다. 쿠팡이츠(1만7071원)와 먹깨비(2만원)가 가장 높았다. 같은 식당이라도 앱마다 배달비 달라 같은 식당이라도 배달앱마다 안내된 배달비가 다른 경우가 많다. 배달앱이 사용하는 배달대행업체에 따라 배달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쿠팡이츠는 직접 배달원을 고용해 음식점에 공급하고 있어 평균 배달비가 가장 비싸다. 요기요나 배달의민족은 각각 다른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어 배달비가 상대적으로 낮다. 배달앱 중 평균 배달비가 가장 높은 앱은 쿠팡이츠(2667원)와 카카오(2500원), 요기요(2056원), 먹깨비(2000원)가 뒤를 이었다. 배달비가 가장 낮은 앱은 배달통(1600원)과 배달의민족(1800원)이다. 하지만 배달비가 많이 들수록 배달시간이 짧았다. 평균 배달 소요 시간이 가장 짧은 배달앱은 쿠팡이츠로 평균 24분이 소요됐다. 한 배달원이 여러 주문을 함께 배달하는 기존 배달앱과 달리 쿠팡이츠는 한 주문만 배달한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카카오, 먹깨비 등은 40분 이상 걸렸다. 일부 업체는 고객에게 안내된 시간 내에 배송을 완료하지 못하면 배달라이더들에게 배송지연으로 인한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배달앱을 결정할 때 해당 배달앱 회사가 배달원들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해당 음식점에 달린 고객 평점 및 리뷰는 배달앱 이용자가 주문 시 중요하게 보는 요소 중 하나다. 요기요는 배달앱 중 평균 리뷰수가 가장 많았다. 948개의 리뷰가 달려 있었다. 배달의민족(600개)도 많은 편이었다. 반면 배달통(46개), 카카오(11개), 먹깨비(7개)는 리뷰가 적었다. 다만 마케팅 대행업체에서 작성한 허위 리뷰도 있다고 하니 리뷰 작성자의 작성 이력 및 리뷰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배민의 폭리냐 업주들 오해냐?(2020. 04. 17 15:02)
2020. 04. 17 15:02 경제
배민 측 “소규모 업체에 유리한 방식… 한 달간 데이터 분석 후 공개” 디지털 플랫폼 업체는 초창기에 수익보다는 이용자 늘리기에 중점을 둔다. 이용자 간 상호작용과 데이터가 쌓여야 플랫폼이 생존할 수 있어서다. 규모를 키운 뒤에는 수익에 눈을 돌린다. 그러면서 이용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지 않도록 이익 배분을 조정하거나 거래를 효율화하는 등 플랫폼을 관리해야 한다. 배달의 민족 어플리케이션 아이콘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플랫폼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의 수수료 모델 개편이 ‘10일 천하’로 끝났다. 독점력을 얻은 배민의 지나친 수익추구를 막아낸 것일까. 아니면 플랫폼 내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려는 배민의 노력이 좌절된 것일까. 플랫폼 업체의 수입은 광고와 수수료에서 나온다. 지난 10년간 배민은 이를 적절하게 구사했다. 2010년 시작 때는 수수료 모델을 택했다. 2014년 5월 9.5%였던 수수료는 이듬해 7월 6.47%까지 낮아졌다. 소상공인연합회 “부담 커진다” 반발 그러다가 2015년 8월 광고 모델로 전환했다. ‘수수료 0% 정책’을 도입하는 대신 입찰경쟁 방식의 광고인 ‘슈퍼리스트’와 정액제 광고인 ‘울트라콜’을 도입한 것이다. 결과는 사상 첫 흑자로 이어질 만큼 성공적이었다. 2016년 상반기 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그해 7월 500만 건이었던 월 주문 건수도 이듬해 8월 830만 건으로 올랐다. 그러다 배민은 지난해 5월부터 입찰경쟁식 광고를 폐지했다. 입찰경쟁식 광고가 음식점 업주 간 과당경쟁을 부추겨 광고비를 올렸기 때문이다. 이를 폐지해달라는 한국외식업중앙회의 요청도 있었다. 당시 배민은 해당 광고가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매출 대신 플랫폼 생태계의 건강함을 택한 셈이다. ‘10일 천하’가 시작된 지난 4월 1일, 배민은 수수료 모델로의 전환을 단행했다.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5.8% 수수료를 받고, 기존 정액 광고인 ‘울트라콜’은 3개 이내로 제한해 앱 하단에 노출키로 한 것이다. 기존 방식이 자금력이 있는 업주에게만 유리한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배민 측은 설명했다. 울트라콜의 사실상 폐지와 5.8% 수수료 모델 도입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배민 측은 광고를 많이 하지 못하는 소규모 업체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음식점 내부(홀) 매출을 제외하고 배민앱을 통해서 들어오는 매출만 따졌을 때, 월 465만원 이하인 업체는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14만 업주 중 47.2%(약 6만6000곳)는 기존보다 부담이 늘어나지만, 52.8%(약 7만3900곳)는 기존보다 비용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반면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수수료 모델이 배민 측의 이익을 늘리기 위한 조치라고 봤다. 매출이 커질수록 수수료도 늘어나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월 매출 1000만원 업체가 정액 광고 3~4건을 이용하면 월 26만~35만원을 내면 됐지만, 수수료 모델에선 월 58만원을 내야 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정치권의 반발이 더해지자 배민 측은 4월 10일 “이전 체제로 돌아간다”고 백기를 들었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는 수수료 모델이 시행된 4월 한 달간의 데이터를 보고 따지는 게 가장 정확하다. 배민 측은 5일간 수수료 모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비용 부담이 늘어난 업주와 줄어드는 업주가 비슷했다고 밝혔다. 배민 측은 “데이터가 축적되면 향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 달 뒤 데이터 분석 결과 소상공인연합회 측 주장이 맞다면 현 상태를 유지하면 된다. 반면 배민 측 주장이 맞다면 수수료 모델 도입을 다시 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 연 매출 1억원 이하 음식점이 전체 음식점의 41.6%인 반면 5억원 이상 음식점이 13.7%(2018년 통계청 서비스업 조사)일 정도로, 음식점업은 양극화가 심하다. ‘게르만 민족’과 독과점 논란 배민이 수수료 모델을 변경하면서 플랫폼 구성원인 업주들의 의견을 사전에 고려하지 않은 건 비판받을 대목이다. 지난해 입찰경쟁식 광고를 없애기 전 업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진행했던 것과도 비교가 된다. 그럼에도 배민을 ‘악덕 기업’으로 몰아세운 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수료 모델로 전환한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민의 수수료가 10%대 이상인 다른 업체보다 적은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배민이 뭇매를 맞은 이유 중 하나는 일종의 ‘괘씸죄’가 작용해서다. 지난해 12월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사가 2·3위 업체인 ‘요기요’와 ‘배달통’의 모회사인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된다고 밝혔다. 이후 “같은 민족이라고 키워줬더니 게르만 민족이 됐다”거나 “배민이 ‘먹튀’했다”는 반감이 커졌다. 하지만 IT업계에선 다르게 본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열세에 놓인 국내 플랫폼 업체가 새로운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했다고 보는 것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배민이 진출한 베트남 사업 외에 DH가 진출한 홍콩·필리핀·싱가포르·대만 등 아시아 11개국 사업 경영을 맡는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내 플랫폼 업체는 해외 진출을 포기하거나 해외기업에 단순매각을 고려한다”며 “하지만 배민은 글로벌 플랫폼 업체에 일부분을 양보하는 방식으로, 아시아 시장으로 발을 뻗는 시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수료 모델 개편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쟁자나 고객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지배력을 판단하는 척도로 쓰일 수 있어서다. 배달앱 시장을 기준으로 하면 배민(55.7%)과 요기요(33.5%)의 결합으로 89.2%를 차지하게 된다. DH가 배달통(10.8%)도 같이 운영하므로 사실상 배달앱 시장을 독점한다. 반면 20조원 규모의 전체 모바일 배달시장을 기준으로 하면 결합 시 점유율은 15%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배민이 시도했던 개편을 독과점적 지위를 통한 수익추구 행위로 판단할 경우, 기업결합 심사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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