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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츠社 최초 여성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조진영
- 2015. 03. 25 15:43 화제
- 독일 벤츠사 최초의 여성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조진영. 그녀가 대중의 시선을 끈 첫 번째 디자인은 홍익대학교 졸업 작품으로 선보인 샤넬의 컨셉트가 ‘CHANEL FIOLE’였다. 이 작품은 명품 브랜드 ‘샤넬’ 특유의 우아함을 자동차에 담아내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남자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제품을, 남자들로 이뤄진 조직에서 능란하게 디자인하는 그녀의 행복 디자인 일기. 자동차 그리는 여자 자동차는 남자들의 평생 로망이다. 남자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열광하는 장난감도 ‘붕붕카’인 걸 보면 남자에게는 자동차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DNA가 따로 있는 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심리학자 누구라도 남자들의 자동차 사랑이 도대체 어디서 발현되는 것인지 연구해서 논문 발표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이유로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진영(29)이라는 동양인 여성 자동차 디자이너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모습은 여전사 같은 중성적 이미지였다. 그런데 그녀가 최근 발간한 「자동차 그리는 여자」라는 책을 본 순간 당황스러웠다. 가늘고 여린 체형의 동양인 여성. 남자친구가 운전하는 벤츠 카브리올레의 옆자리에 앉아 있을 법한 그녀가 직접 벤츠를 만들고 있다니. 조진영씨는 영국 왕립예술학교(RCA) 대학원 시절에 최초의 동양인이자 또 여성으로 포르쉐에서 인턴십을 하며 ‘PORSCHE 91CX’를 디자인했다. 또 포르쉐가 후원한 RCA 졸업 작품인 ‘Porsche 929’로 사람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졸업과 동시에 재규어, 랜드로버, 르노, 피아트, 마세라티, 롤스로이스, 벤츠, BMW i 등 내로라하는 자동차 기업에서 입사 제의를 받았다. “첫 직장은 BMW i였어요. 그곳에서 학부 시절 롤모델로 삼았던 천재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했고, 그들 밑에서 총체적인 자동차 디자인을 배웠지요. 지금은 클래식하고 전통적인 자동차 디자인을 경험하기 위해 독일 벤츠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녀의 이력이 조금 남다르긴 하다. 미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다녔다. 대학원은 영국, 현재는 벤츠 본사가 있는 독일에서 살고 있다. 멋지게 말하자면 글로벌 인재이고, 구수하게 말하자면 팔자에 역마살 3개쯤은 기본으로 있어 보인다. “저랑 잘 맞는 장소는 딱히 이야기할 수 없어요. 각기 장단점이 뚜렷하거든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 빌딩 숲과 도시의 소음에 마음이 안정되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서울이 좋고요. 다양한 민족이 섞여 있는 영국도 아직까지 제 두 번째 고향이라고 느껴질 만큼 편안해요. 다채로운 디자인 전시회와 예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참 행복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틈이 날 때마다 런던을 자주 방문해요. 반면 독일은 지금 제가 있는 곳이 동양인이 적은 편이라 외국인으로서 편안하지는 않아요. 대신 복지가 잘돼 있고 사람들이 솔직해요. 자연경관이 좋아 여가 즐기기에는 여기도 괜찮아요.” 타국에서, 그것도 남성 중심의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당차 보인다. 더욱이 그녀는 일의 특성상 때로는 손위 남성에게 지시해야해 ‘베이비 보스’라는 애칭도 얻었다. “제가 하는 일만 보고 굉장히 터프하고 강한 성격의 소유자인 줄 알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사실은 외로움을 많이 타고 투정도 잘 부리는 여성스러운 면이 강해요. 일도 똑 부러지게 할 거 같지만 어리바리한 면도 많고, 작은 일에 전전긍긍하고 이래저래 허당이에요(웃음).”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여느 20대 평범한 여성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떠는 것을 좋아하고 쇼핑은 더더욱 좋아한다. 취미는 피아노 연주와 요리다. 그녀가 특별한 이유 기사 초반에 언급한 것을 다시 끄집어내자면, 그녀는 남성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여자친구상일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2명만 모이면 자동차 이야기에 여념이 없으니 공감 능력에서는 그녀를 따라올 자가 없다. 게다가 동양에서 온 미녀! 1 홍익대 졸업 작품으로 선보인 일명 ‘샤넬카’의 모습이다. 유려하고도 날렵한 곡선은 샤넬의 자신감 넘치는 우아함을 꼭 닮았다. 2 독일에 살고 있는 그녀는 쉬는 날이면 훌쩍 여행을 떠났다. 디자이너 조진영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정보로 넘치는 인터넷 공간이 아닌 숨 쉬고 느끼는 여행 같은 일상이다.“최고의 여자친구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오히려 남성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이라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우선 매일 차 이야기만 하는 남성에게는 제가 끌리지 않을 것 같아요. 안 그래도 내내 차 이야기만 하는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까요(웃음). 동양 여성이어서 회사에서 눈에 띄는 건 사실이긴 해요. 인기까지는 모르겠고 관심을 많이 받아요. 외국인 관점에서 신기하기도 하겠죠. 한국인 남성 90% 이상의 남초 직장에 금발 외국인 여성 직원이 홀로 있는 상황이라면 이해가 되실 거예요.” ‘동양 여성 조진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디자이너 조진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디자인을 선보일 때마다 떨리고 긴장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녀만의 강점이 있다. 무엇보다 대중의 취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샤넬 컨셉트카라든지 포르쉐 929의 공통점은 대중이 선호하고 필요로 하는 컨셉트를 잡았다는 점이에요. 때로는 디자이너가 완벽한 컨셉트와 조형으로 자동차를 만들었다고 해도 사람들의 눈에 낯설게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제 디자인이 일반 대중에게 먼저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저는 매우 만족해요. 앞으로도 그 점을 중시하며 노력할 거고요.” 조진영씨는 다른 직업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디자인이 천직이라고 말한다. 물론 세계적인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늘 긴장도 높은 업무는 때로는 그녀를 지치고 힘들게 한다. “상업예술을 하는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작업을 계속하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싫증이 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저 ‘왜 더 새로운 생각을 하지 못할까’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는데, 그건 오히려 직업을 지속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원동력과 열정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녀는 영국왕립예술학교 대학원 졸업 당시 최고 명예상(Conran Award)을 비롯해 자동차 디자이너 거장인 주지아로가 수여하는 상(Guigiaro Award), 영국 차세대 디자이너상(British Centenary Award)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그러나 늘 탄탄대로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직장에서 여러 디자이너들과 경쟁하며 때로는 시행착오도 겪고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분명 있죠. 그때는 억지로 ‘잘될 거야, 잘될 거야’ 하면 그걸로 인해 더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저 ‘일은 일이고 내 운명은 아니야’라고 가볍게 넘기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럴 때는 그냥 그런 시기인가 보다, 해요.” 그녀는 실패라는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힘든 순간을 수긍하고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다시 기쁘고 행복한 시기가 찾아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그리고 그녀의 미래 최근 벤츠에서 개발한 무인 자동차 컨셉트 카가 공개되면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무인차는 이미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 진화의 중심 한가운데 그녀가 있다. “요즘 자동차 업계에 가장 큰 이슈는 자동으로 운전하는 무인차와 새로운 플랫폼의 전기 자동차예요. 제 첫 직장이던 BMW i는 새로운 전기차를 디자인하는 브랜드였죠. 그곳에서 출시한 i3와 i8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어요. 미국의 테슬라(Tesla)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정말 빠른 전기차를 출시해서 이슈를 불러일으켰고요.” 그녀가 내다보는 미래의 자동차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장면처럼 인간이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정말 올까.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무인 전기 자동차를 출시할 날이 올 거라 믿어요. 단지 지금 풀어나가야 할 문제는 무인차와 기존의 자동차들이 공존할 때 사고가 나면 누구의 책임인지, 그것을 어떻게 합의하고 보편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것이겠죠. 또 전기차 같은 경우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보행자들에게 사고의 위험이 있을 텐데, 그것을 어떤 인위적인 소리로 디자인하느냐도 관건이고요.” 조진영씨가 일하는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사. 작지만 아담한 그녀만의 공간. 디자이너의 감각이 살아 넘치는 소품들로 가득 차 있다. 조진영씨는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출시마저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업계 사람’인 그녀가 하는 말이 허황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자동차의 미래가 이 정도라면 이제 그녀의 개인적인 미래도 궁금해진다. 그녀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다. 예비신랑은 대학교 동창으로 현재 스위스 로잔 예술대학교(ECAL) 대학원에서 제품 디자인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제 예비신랑은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동기예요.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이네요. 그때부터 서로 좋아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각자 해외에 체류하다 보니 계속 엇갈렸어요.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한 것은 1년 반 전이에요.” 예비신랑 설동인씨(29)는 어린 시절 중국 및 인도네시아에서 자라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한 덕에 열린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조진영씨가 영국에 있는 동안 그는 미국 시카고나 중국 상하이에 있었다고. 하늘이 두 사람이 결혼 적령기가 될 때까지 일부러 떼어놓은 것 같다. “예비신랑은 군대 문제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가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지만 그가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 제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해요. 저희는 결혼 뒤 유럽에서 함께 일하다가 언젠가 미국이나 한국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 계획을 갖고 있어요. 제 꿈에 그가 함께 있게 돼 무척이나 든든하고 좋아요.” 조진영씨는 유럽에서 쌓고 있는 경험과 지식으로 한국 자동차 디자인 산업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꿈도 갖고 있다. 또 자동차 디자인에서 더 나아가 다른 디자인 분야에 대한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대중들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찬 포부를 키우고 있는 젊고 아름다운 그녀에게 무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제 그녀를 ‘건강하게’ 질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10대, 20대들에게 주려 한다. 받을 텐가!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제공 / 조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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