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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총 17 건 검색)

[표지 이야기]“복지국가는 시장경제와 잘 어울려”(2019. 11. 18 14:57)
2019. 11. 18 14:57 사회
ㆍ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 노르딕 사회 모델에 강한 믿음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의 핀란드는 독일과 러시아 같은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독립과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 나라다. 20세기 초 좌우 대립으로 내전을 겪었고, 중반기에는 짧은 시간 동안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급격히 이행했다. 우리와 역사적으로 비슷한 점이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 진영 갈등이 여전히 첨예한 한국과 달리 타협과 합의의 정신으로 손꼽히는 복지국가를 일궜다. 사진/이준헌 기자 지난 11월 11일 서울 광화문 핀란드대사관에서 만난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64)는 복지국가와 시장경제의 조화 그리고 합의 문화의 밑바탕에 사회적 신뢰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 대다수가 노조에 가입하고, 노동계가 정치에 깊이 관여하는 구조가 평화로운 노사관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수오미넨 대사는 부의 불평등 악순환을 막기 위한 교육의 역할도 강조했다. -북유럽 국가들을 두고 자본주의 국가보다 사회주의 국가에 가깝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북유럽 국가들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말을 종종 듣긴 하지만 사실과 상당히 다르다. 오히려 기업가 정신이나 기업 친화적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북유럽 국가들은 각종 지표에서 상위권에 위치한다. 세금을 많이 거둔다고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긴 어렵다. 다만 세금으로 보편적 건강보험 같은 제도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복지국가라고 할 수 있다.” -부의 불평등의 악순환을 어떻게 막을 수 있나. “핀란드의 지니계수는 상당히 낮다. 소득에 있어서 상당히 평등한 국가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이웃이 얼마나 버는지 궁금해하는데 얼마의 세금을 매기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버는지를 모두 공개한다. 이는 불평등을 경계하게 해준다. 불평등이 낮을수록 경제에 좋다. 가정 배경에 상관없이 교육에서 공평한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0년 전 할아버지는 고아라서 학교에 갈 수 없었다. 하지만 1950년대 복지국가가 처음 태동하면서 능력 있는 모든 사람에게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가 열렸다. 세금으로 이룬 교육과 인프라로 슈퍼셀 같은 매우 성공적인 회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많은 세금을 내고, 그만큼 사회가 돌려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핀란드도 커다란 위기를 겪었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 “위기가 동시에 일어났다. 무역거래가 많은 이웃인 러시아가 어려웠고, 유럽도 위기였다. (핀란드의 대표기업인) 노키아에도 큰 타격이 왔다. 다행히 노키아는 휴대폰 제조에서 네트워크 사업으로 옮길 정도로 유연성이 있었고, 축적된 연구개발로 다양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기술자들이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에 맞게 특허를 재설계해 창업할 수 있었다. 수출의 상당 부분이 투자재라 경기침체에서 회복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꽤 잘 극복했다.” -핀란드 실업률이 7.4% 정도로 꽤 높은데 성장률은 2.3%로 준수했다. “실업률이 높은 것은 IT·조선·자동차 산업에서 숙련 노동자의 수요가 높지만 공급이 이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야의 인력을 교육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새로운 직업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게 늘 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IT는 전문분야다. 그래서 우린 한국의 개발자들과 하드웨어 기술자들이 핀란드에 와서 일하길 희망한다.” -핀란드의 경제적 성공에 고용의 유연안정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일정 부분 동의한다. 아시다시피 핀란드의 노조가입률은 매우 높다. 대다수 사람들이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는 건 그만큼 노조가 상당히 중도적이라는 뜻이다. 노조에 대한 불신은 없다. 나도 외무부 노동조합 소속이다. 북유럽 국가에선 노동조합이 정치 시스템에 매우 잘 통합되어 있다. 예를 들어 현재 핀란드 총리 역시 과거 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이고, 스웨덴 총리도 전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고용주 외에 누구든 노조원이 될 수 있다. 군대에도, 경찰에도, 의사들도 노동조합이 있다. 물론 노조원이 되지 않을 자유도 있다. 하지만 노조에 가입하면 이점이 있다. 고용주와 분쟁이 있을 때 언제든 노조에서 법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국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은 노동자의 경영 참가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핀란드에선 노동자들이 기업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이는 노조를 상당히 온건하게 만든다. 기업 이사회에 참여해 기업의 실제 상황과 활동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활동이 어려움에 처하는 건 결코 노조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파업을 할 수 있다. 현재 핀란드 우체국 노조가 파업하고 있지만 상당히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선 정치와 권력기관에 대한 불신이 크다. “신뢰를 구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핀란드는 1917~1918년 내전을 겪었다. 당시 선거에서 가장 큰 승리를 거둔 곳은 사회민주당이었지만 내전에 패한 후 그들은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다른 정치 세력을 배제하지 않고 끌어들여 함께 정부를 구성했다. 그 이후 핀란드 역대 정부가 모두 연립정부였다. 3개의 큰 정당이 있다면, 대개 2개의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한다. 신뢰와 통합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함께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극단적이 될 수 없고, 실용적인 선택과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선 부동산과 교육을 통해 부가 세습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시행한다. 학위를 가진 부모의 자녀가 학위를 갖는 경우가 많지만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얼마나 열의가 있고, 열심히 하는지가 중요하다. 학생에 대한 주거지원도 하고 있다. 학업은 더 이상 돈의 문제가 아니다. 핀란드는 수출과 혁신에 기반을 둔 작은 나라다.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도록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도 대학 무상교육을 시행하려면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이것이 사회에 지적인 부를 가져온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핀란드에서 진행했던 기본소득 실험은 어떻게 평가하나? “2017년부터 2년간 20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기업가 정신을 활성화하고,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는지, 복지 시스템을 간소화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의 일할 의욕을 줄이는 경우가 있었다. 기본소득은 해결책의 하나가 될 수 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다른 방식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본주의 미래를 말한다면. “시장경제는 사회안전망, 법의 지배와 표현의 자유, 신뢰, 규제와 함께 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자본주의가 가장 효과적인 생산방식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200년 전의 그것과 다르듯이, 더 나은 새로운 경제 모델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북유럽 사회 모델, 복지국가에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고 시장경제와 잘 어울릴 것이라고 본다. 안정적 경제성장이라는 측면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필요도 있다. 핀란드 정부는 2035년까지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건 핀란드 산업협회가 정부에 야심 찬 탄소 감축 목표를 세우라고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혁신과 성장을 위해 이런 방식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표지 이야기
복지국가 지향한다면 과세정보 공개 확대해야(2019. 10. 25 17:53)
2019. 10. 25 17:53 경제
ㆍ국세청 개인정보보호 이유로 공개에 소극적 “우리가 기업들의 세부담 수준을 명확히 알기 위해 법인세 납부 1~50위 기업의 과세정보를 달라고 요청해도 국세청은 기업을 특정할 수 있는 개별과세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문은희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의 모습. 노르웨이는 2001년부터 온라인에서 자신은 물론 타인의 소득과 과세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스웨덴과 핀란드도 납세의 의무와 관련한 소득과 과세자료는 공적인 정보로 간주하고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 Unsplash 국세청이 과세정보 제공에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세청은 개별과세정보에 해당할 경우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데 개별과세정보에 해당하는지, 자료 제출 의무가 있는 일반적인 통계자료에 해당하는지 해석하는 권한이 국세청에 있다. 문은희 조사관은 “핵심 과세정보의 경우 개별과세정보라며 대부분 거부하는데 그 해석 기준을 법규에 명확히 규정하고, 일반에 공개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국회에서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개별과세정보라도 제출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삼성전자처럼 아웃라이어가 있을 경우 속성 일부만 공개돼도 다른 자료와 결합해 식별 가능하다”며 “법인 정보는 식별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한 채 제공하기가 아직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은행·국회도 자료받기 쉽지 않아 과세정보는 국가 조세행정의 공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초자료다. 조세정책을 수립하고 그 효과를 분석하는 데도 유용하다. 과세정보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국회와 공공기관, 학계에서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국세청의 정보 공개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을 지낸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다른 조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의 과세정보 공개는 상대적으로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 국세청 산하에 국세통계센터가 출범했지만 아직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 총 18종의 국가승인통계를 작성·발표하는 한국은행도 국세청 자료를 받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행은 산업연관표의 정확도를 높이고 자료수집 기간을 줄이기 위해 2007년 11월 부가가치세액 신고자료를 국세청에 요청했지만 자료를 받지 못했다. 당시 국민소득통계의 산업별 부가가치율을 추정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산업별 생산수율 자료도 요청했지만 제공받지 못했다. 두 자료는 지금도 얻지 못한 상황이다. 국세청 자료를 제공받지 못할 경우 표본조사를 수행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일례로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기업의 전체적인 경영활동을 보여주는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작성하는데 과거 표본조사를 하다 국세청의 법인기업 재무제표를 받으면서 조사인력을 50명에서 10명으로, 비용은 8분의 1로 줄일 수 있었다. 이상호 한국은행 통계기획팀장은 “국세기본법에서 통계청은 예외조항으로 과세정보를 국세청에서 받을 수 있게끔 열려 있는데 한국은행은 아예 배제되어 있다”며 “감사원 지적 이후 2011년부터 기업경영 분석을 위한 자료를 받고 있지만 실무진의 협조체계라 과세자료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은행도 국가통계 작성을 목적으로 할 경우 국세청에 과세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국세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비슷한 취지로 통계법과 한국은행법 개정안도 올라 있지만 국회의 대치상태가 길어지면서 다음달 열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국세청의 경우 이 같은 국세기본법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납세자 개인정보와 비밀유지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중대한 공익 목적이 있는 예외적 경우에만 제공할 수 있다”며 “한국은행이라는 특정 기관만을 위해서 예외 사유를 추가하는 것은 법체계상은 물론 다른 기관과의 형평성에 비춰볼 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민간·학계에서는 연구 목적의 과세자료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정개혁특위에서 활동했던 구재이 세무사(납세자권리연구소장)는 “통계청이 생산한 자료는 표본조사가 많은 반면 국세청 자료는 실증자료라는 점에서 조세정책과 복지정책의 수립과 효과 검증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개인정보보호가 우려된다면 비식별 조치를 한 후 샘플링해 제공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소득분위도 10분위에서 100~1000분위로 세분화할 필요도 있다. 강병구 교수는 “최근 유승희 의원이 우리나라 불로소득의 규모가 130조원이 넘는다는 내용을 발표했는데 그런 막대한 불로소득이 어떤 소득계층에 귀속되는지를 알려면 10분위 자료보다는 예컨대 상위 1% 또는 상위 0.1%까지 세분화된 소득계층별 조세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유럽 복지국가 비결은 과세정보 공개” 유럽의 경우, 표본 가구의 소득·재산 정보와 납부세액, 복지급여 등의 내역 등이 연계된 ‘조세-급여 모델’을 구축해 정부가 복지·세금제도 등을 변경할 때의 변화를 불과 몇 분 만에 예측할 수 있다. 강병구 교수는 “양극화나 분배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리적 공정과세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면 일단 과세가 소득계층별로 어떻게 분포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종성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한국불평등연구랩 소장)는 복지국가를 지향하려면 소득·과세정보 공개를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종성 교수는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에서는 다른 사람이 얼마를 벌고, 그 중 얼마를 세금으로 내는지 알 수 있어 과세의 공평성에 대한 믿음이 크다”며 “국민 세금부담이 국민총소득의 50%에 가까운데도 별 불평 없이 세금을 내는 것은 이런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세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핀란드는 세무서에 방문해야 하고, 스웨덴의 경우 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노르웨이는 2001년부터 아예 인터넷에서 공개적으로 과세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과세정보를 공개하면 탈세와 임금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의 소득을 쉽게 조회할 수 있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하기가 수월하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이 정책이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소득정보를 공개하면 부유층의 돈을 탐내는 범죄자들이 악용할 수 있다.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이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노르웨이 정부는 이런 우려에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누가 자신의 과세정보를 들여다 봤는지도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유 교수는 “북유럽처럼 개인 단위의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게 제일 좋지만 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김영란법’ 대상자에 대해서는 소득과 세금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은 “데이터센터 형태로 보안시설을 거쳐 과세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강구하고 있다”며 “예산을 확보해 내년부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계 등 연구수요가 많은 곳을 대상으로 자료 제공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신간]감세 국가의 함정-복지국가를 가로막는 정치적 선택(2018. 04. 23 14:38)
2018. 04. 23 14:38 문화/과학
<감세 국가의 함정> 김미경 지음·후마니타스·2만2000원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 선진국을 롤모델 삼아 한국 사회가 늘 지향하려는 국가상 중 하나가 ‘복지국가’다. 그렇다면 복지국가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저자는 복지국가의 반대개념으로 ‘감세국가’를 제시한다. 개념은 어렵지 않다. 감세국가란 국가의 재정 중 조세비율이 낮은 국가를 의미한다. 세금을 적게 걷다보니 당연히 국가가 국민에게 쓰는 ‘공적 지출’도 적은 게 감세국가의 특징이다. 대한민국은 복지국가를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분류에 따르면 전형적인 감세국가에 해당한다. 아이러니다. 저자는 책에서 조세, 즉 세금을 내고 걷는 행위를 통해 국가와 사회, 국가의 존재를 묻는다. 저자는 한국이 감세국가가 된 이유를 정치적 선택에서 찾는다. 한국은 국가를 우선하는 권위주의적 특성을 가지며 성장했다. 조세란 국가가 최후에 의존해야 하는 재원이지 주요 원천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권위주의 국가의 논리다. 경제성장 단계에서의 원인도 짚었다. 국내 자본축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가 공적지출을 통해 사회적 투자를 하는 대신 조세부담 완화로 이를 대체했다는 것이다. 1977년 도입된 부가가치세가 대표적이다. 그 결과 간접세 중심의 조세구조가 형성됐다. 한국 시민의 약 절반이 소득세 면세자인 이유도, 세후 빈곤율이 높아 조세를 통한 재분배 기능이 최하위권인 이유도 여기서 출발한다. 저자는 감세국가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말한다. 재정확충을 위해 증세를 하려면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게 되고, 이를 피해 부채를 통해 공적 지출을 하려다보면 결국 국가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이 때문에 국가의 조세권을 제약하면서 복지국가로 가는 ‘제3의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한국이 복지국가로 전환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드럽게 여성을 죽이는 법 | 진 킬본 지음·한진영 옮김·갈라파고스·1만8500원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날씬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한편으론 성공하라고 압박한다. 이런 기대에 편승한 수많은 제품이 광고를 통해 판매된다. 광고가 어떻게 페미니즘과 여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지, 광고 속에 숨겨진 메시지와 영향력을 파헤친다. 광고가 부드럽게 여성을 죽인다. ▲하루 10분 엄마 감정 수업 | 경수경 지음·위닝북스·1만8000원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면 엄마들은 ‘아이에게 문제가 있나’ 걱정한다. 저자는 원인이 엄마에게 있다고 말한다.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게 문제 행동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하루 10분이라도 감정을 공부하고 연습하다 보면 엄마도 아이도 변한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1만5800원 프레드릭 배크만의 새 장편소설이다. 일자리도, 미래도 없이 쇠락해가는 소도시 베어타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을 청소년들의 전국 아이스하키 준결승 진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이기심과 부조리, 희망을 서술한다.
신간
[IT 칼럼]IT강국을 넘어 디지털 복지국가(2013. 11. 05 17:53)
2013. 11. 05 17:53 문화/과학
부국강병이란 단어 자체는 중국 춘추시대의 역사상을 그린 전국책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 단어가 대중화된 것은 19세기 말 일본의 메이지 유신부터다. 일본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근대화를 이루는 바탕이 된 이 운동에서 부국강병이란 이념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비록 이 부국강병을 내건 일본의 근대화 노력이 제국주의로 변질돼 주변 국가에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기긴 했으나, 이 이념 자체는 여전히 전후 일본에서 살아남아 20세기 일본 상업경제의 발달과 군사기술의 향상에 기여한 국가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았다. 부국강병은 20세기 중후반 한국의 급속한 경제개발 과정에서도 한국의 국가 이데올로기이자 발전주의의 중추로 뿌리내렸다. 1970년대 국가의 개입을 통해 중화학공업을 육성했던 것은 수출 중심 산업 육성을 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철강·조선산업 등을 육성해 군사적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목적과 의지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현판 제막식에 참석해 줄을 당기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민주화 이후 더 이상 군인이 직접적으로 정치에 개입하지 않게 되면서 부국강병의 기존 이념에서 ‘군사력’을 국가 경쟁력과 연결해 강조하는 목소리는 약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부국강병의 이념인 발전주의가 자취를 감췄다는 걸 뜻하진 않는다. 당시 경제의 글로벌화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자 부국강병 이념을 지지하는 세력은 경제 영역에 군사적 은유를 사용했다.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강조됐다. 정보통신산업을 비롯한 한국의 현재 주력 첨단산업들이 이때 탄생했다. ‘IT강국’이란 당시 신조어의 문화적 함의는 ‘IT산업’이 새로운 전쟁의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기’란 것을 가리켰다. 하지만 이 부국강병의 이념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국가의 책임은 강병을 육성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것과 시민의 권리와 복지를 보호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시민단체와 대중의 지속적인 지적에도 공인인증의무제를 비롯한 세계 유일의 규제들을 유지하는 행태,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고도 온라인 표현의 자유에 관해서는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역설이 부국강병식 발전주의의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발전주의의 한계가 반대로 시장의 제한 없는 확장을 의미하는 신자유주의의 옹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정보통신부의 철폐 이래 시장주의를 실험했지만 그 결과는 국가주의자들에게도 시장주의자들에게도 만족할 만한 것이 못됐다. 국가주의의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컨트롤타워의 상실이 원망의 대상이 됐고, 시장주의자들의 입장에서는 여전한 국가의 잦은 간섭과 개입이 불만의 근거가 됐다.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은 결과, 그 맛은 쓰기만 했다. 공정한 규제와 권리의 증진에까지 이르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정권의 과오를 반성하며 미래부를 신설한 박근혜 정부는 어떠한가. 아직 섣부른 판단은 이르지만, 미래부 역시 여전히 전략산업의 육성을 최우선하면서도 그런 전략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기본 질서인 공정 규제와 권리 증진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미뤄두려는 양상이다. 과거는 지나갔지만 아직 미래는 오지 않았다. 발전주의는 이제 그 시대적 생명력을 다해가고 있지만 그것을 대체해 새로운 사회적 비전을 제공할 만한 국가 이념은 아직 등장하지 못했다. 신자유주의나 과거 개발독재의 향수는 한국 경제구조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거나 혹은 과거 개발과정의 부작용과 병폐를 간과하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한국의 국가 경제 이념은 산업화를 넘어 공정 규제를 통한 자유경쟁 환경 조성을, 권리 증진을 통해 IT강국을 넘어 디지털 복지국가 건설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꿈 역시 부국강병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역사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국가의 건설로 향상되어야 한다. 김재연
IT칼럼
[신진욱의 눈]지속가능한 복지국가가 되려면
[신진욱의 눈]지속가능한 복지국가가 되려면(2013. 02. 25 16:13)
2013. 02. 25 16:13 오피니언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지난 대선 때 박 후보 측에서 내놓았던 각종 복지 공약들의 실현 여부와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한국 사회에선 계층간 격차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깊어져 왔다. 다수 국민들이 이 문제의 해결을 가장 시급한 국정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여론조사에서 확인되어 왔다. 박근혜 당선인은 기초노령연금 확대,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가계부채와 주거문제 해결 등 많은 복지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벌써부터 그런 공약을 한 적 없다고 말 바꾸기, 공약을 오해한 거라고 둘러대기, 재원 창출 없이 돌려막기 등 조짐이 좋지 않다. 최근 인선에서 드러난 정권 실세들 가운데 사회적 격차 해소에 중점을 두는 인사를 찾기도 힘들다. 달콤한 약속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뒤에 언제 그랬냐는 듯 발뺌을 하는 국민 기만이 이번 정부에서도 반복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다. 지난 수십년 동안 이 나라에서 ‘내 밥그릇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정글의 법칙을 바꿀 수 없었던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복지국가로 다가갈 수는 없다.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위한 첫째 조건은 ‘갑’과 ‘을’의 힘의 균형이다. 어떤 사람들은 비스마르크식 복지국가는 보수세력이 주도한 모델이고, 박근혜 정부가 어쩌면 이런 식의 복지를 잘 해낼지 모른다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기존 질서에 대한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선 위로부터의 복지도 없다. 유럽 각국에서 복지제도가 도입된 19세기 후반은 민중 봉기가 전 유럽을 강타한 직후였고, 각국에서 전국적 노동조합과 노동자 정당이 설립되어 급성장하던 시기다. 힘의 균형 없이 복지국가는 없다. 둘째, 노조나 진보정당의 조직력이 약한 곳에서는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의 압박이 정책 전환을 끌어내는 동력이 되곤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정부 정책이 여론에 반응해야만 안정된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또한 정책의 반응성 여부는 다음 선거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박근혜 캠프의 복지정책도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가족과 연줄의 경계를 넘어서는 폭넓은 연대의 토대가 약한 한국 사회에서 더 많은 세금, 더 많은 복지를 지지하는 여론은 여전히 매우 취약하다. 마지막으로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의 선순환이 중요하다. 공공복지는 기본적으로 돈을 쓰는 정책이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은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위해 핵심적인 사안이다. 그래서 성장-복지 선순환에 관한 여러 논의가 있지만,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복지수요와 복지지출의 관계다. 수많은 루저를 양산하는 경제·노동정책은 복지수요를 증대시키고, 이는 복지재정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고용안정성과 소득의 격차가 완화되는 만큼, 복지국가는 지속가능한 기획이 된다. 지금 한국 사회와 정치현실은 이런 제반 조건들 가운데 어느 것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는 우리 사회에서 복지국가를 가로막는 견고한 성을 쌓아온 세력들로 이뤄져 있다. 아래로부터의 도전도, 위로부터의 의지도 미약하다. 결국 변화는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손에서 시작된다. 다시, 문제는 ‘어떻게’다. 복지국가의 당위성을 알리는 규범적 담론보다 지금 더 절실한 것은 어떻게 그것을 실현할 세력과 여론,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낼 것인가다.
금주의 칼럼
[신간 탐색]미국은 유럽과 달리 왜 복지국가가 아닐까
[신간 탐색]미국은 유럽과 달리 왜 복지국가가 아닐까(2012. 12. 04 13:58)
2012. 12. 04 13:58 문화/과학
미국은 ‘미국 예외주의’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유럽 국가들과 많은 점에서 다르다. 특히 복지 수준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20세기 이후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높은 복지지출비를 바탕으로 강력한 소득재분배 정책을 펼쳐온 데 비해 미국은 전통적으로 복지지출과 소득재분배에 소극적이었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저자들은 에서 복지에 대한 대서양 양안 사이의 차이가 어디에서 연유하는지를 파고든다. 왜 미국은 유럽과 달리 복지국가가 아닐까. 알베르토 알레시나 외 지음·전용범 옮김·생각의힘·1만8000원 저자들은 사회적 이동성이나 조세 징수의 효율성 같은 경제적 요인, 정치제도의 차이 등 정치적 요인, 인종적·민족적 요인, 가난을 바라보는 태도와 연관된 문화적 요인 등을 검토한다. 우선 정치제도의 차이부터 따져보자. 먼저 비례대표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비례대표제를 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은 다수대표제를 택하고 있다. 비례대표제가 비주류 소수 정당의 의회 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것과 달리, 다수대표제는 양당제를 고착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유럽에서는 좌파정당이 의회에 진출해 노동의 영향력과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미국에서는 좌파 정당의 정치적 활동공간이 소멸됐다. 저자들은 “미국과 유럽 간 복지지출 수준의 차이 중 약 절반은 이러한 제도적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법원의 권한도 미국이 복지 축소를 지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책이 인용하고 있는 한 연구에 따르면, 법원은 1900년과 1920년 사이에 약 300개의 노동 관련 법안을 거부했다. 법원은 또 대공황 시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개혁정책에 대해서도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미국의 지리적·군사적 특성도 미국 정치의 우경화에 한몫 했다. 19세기와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격렬한 노동운동이 수없이 발생했는데, 광대한 영토 탓에 지역의 노동자 봉기가 워싱턴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중요 국면마다 군대를 투입해 진압했다. 상대적으로 영토가 좁은 유럽 국가들이 숱한 전쟁을 겪으면서 좌파의 혁명적 봉기를 제어할 힘이 없었던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미국이 복지국가가 아닌 이유의 절반을 미국의 정치제도가 차지한다면, 나머지 절반은 인종적·민족적 분열이다. 저자들은 인종적으로 분열된 지역일수록 소득재분배 정책에 적대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유럽 또한 계속된 이민으로 인종적·민족적 분열이 증가한다면 “이러한 분리를 이용하여 복지국가에 도전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신간 탐색
[신간 탐색]북유럽 복지국가는 실패한 것일까?(2012. 10. 09 14:11)
2012. 10. 09 14:11 문화/과학
2004년 당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주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8년 뒤 한국 정치에서 보편복지가 여야를 막론한 대선 주요 의제로 채택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정치는 그만큼 역동적이다. 그러나 보편복지가 도입된 사회의 미래상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대선후보는 없다. 말만 있을 뿐 구체적인 정책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 동안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더라도 정책공약집만으로 복지사회를 실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복지국가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7년 동안 민노당 보좌관으로 일했던 저자가 지난 2010년 스웨덴으로 해외연수를 가면서 하고 싶었던 일 또한 활자로는 감지할 수 없는 복지국가의 모습을 제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었다. 는 그 결과물이다. 박선민 지음·후마니타스·1만3000원 스웨덴 복지는 사민당의 작품이다. 1932년 단독 집권에 성공한 이후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정권을 내준 적이 없다. 그 사민당이 2006년 총선에 이어 2010년 총선에서 잇따라 우파연합에 졌다. 한국 보수언론의 평가처럼 사민당이 쇠락하고 북유럽 복지국가가 실패한 것일까? 사민당의 패배가 복지국가의 실패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우파연합을 주도한 보수당은 ‘새로운 노동자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저소득층의 세금 인하를 약속했다.” 오히려 사민당보다 더 저소득층에 유리한 정책을 내건 것이다. 그럼에도 우파연합 집권 이후 조세부담률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소득의 50%를 세금으로 내느냐(사민당), 소득의 45%를 세금으로 내느냐(보수당)의 차이다. 조세부담률이 20% 미만인 한국과는 논의의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우파연합은 경영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노동자가 원하지 않는 정책은 추진하지 않았다. 이처럼 사민당의 패배는 우파 정책이 득세한 결과라기보다는 오히려 우파 정당의 ‘좌클릭’이 사민당의 정책적 입지를 줄인 결과다. 저자가 만난 쇠데르텐대학 최연혁 교수의 말처럼 “이제 스웨덴의 모든 정당은 좌우를 막론하고 사실상 사민주의 정당이자 복지주의에 합의한 정당”인 것이다. 물론 스웨덴이 무결점의 이상국가인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85%에 달했던 노조 조직률은 75% 정도로 떨어졌다. 청년실업률도 25%에 달한다. 역사적 조건도 다르다. 스웨덴은 분단을 경험하지 않았다. 저자는 그러나 스웨덴 방문을 통해 “노동자가 중요한 사회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가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한다.
신간 탐색
[신동호가 만난사람]유종일 KDI 교수 “경제민주화 하지 않으면 복지국가 할 수 없다”
[신동호가 만난사람]유종일 KDI 교수 “경제민주화 하지 않으면 복지국가 할 수 없다”(2012. 04. 03 19:04)
2012. 04. 03 19:04 정치
ㆍ경제민주화 후보 지원 구구팔팔응원단 구성 유종일 KDI 교수 참으로 괴이한 사건이다. 그가 받은 마음의 상처가 어떤지는 잘 모른다. 그는 그런 인터뷰라면 사양하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제민주화를 강령 1조에 명시한 당이 그 상징 인물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이른바 ‘유종일 실종사건’ 이야기다. 경제민주화는 4·11 총선과 연말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그런데 공천은 그와 무관하게, 심하게 말하면 거꾸로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 헌법119조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으로서 야권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주도하던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공천에서 배제된 것은 그 자체도 이상하지만 과정도 미스터리 극처럼 복잡 미묘하다. 지난 3월 27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를 위한 토크 콘서트’에 갔다. 99%국회점령프로젝트라는 단체가 주최한 이 행사에 유 교수를 비롯해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 박영선 민주통합당 전 최고위원,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 곽정수 한겨레신문 기자 등이 패널로 참여했고, 2부 순서에는 이동걸 한림대 객원교수가 합류했다. 여·야 공히 말로는 경제민주화를 주창하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는 게 토크 콘서트의 주된 내용이었다. 들을수록 경제민주화가 물 건너가는 듯해서 2시간 반 내내 속이 쓰렸지만 유 교수의 말에서 한 가지 위안을 찾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노력을 멈출 수 없고, 희망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민주화 실현에 도움이 될 후보를 지원하는 ‘인디유세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거기서 인터뷰 접점이 찾아졌다. 다음날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여·야가 말로는 경제민주화를 약속하면서 행동은 전혀 다르게 하는 것 같습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말한 ‘유체이탈 화법’이 생각나네요. “아이고, 참…(웃음) 제가 뭘….” 특히 민주통합당의 그런 모습에 대해 실망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지난 10년간의 이른바 민주정부가 잘한 일도 많은데 결국은 국민의 심판을 받고 권력을 내줬잖습니까. 그렇게 된 데는 몇 가지 분석이 있는 것 같아요. 우선 남 탓하는 분석이 있습니다. 조·중·동이 어떻다, 재벌과 강남 부자들이 못살게 굴었다, 심지어는 국민을 탓하기도 합니다. 국민이 누가 자기편인지도 모르고 바보같이 투표를 했다, 대통령은 앞서가는데 국민은 어떻다, 이런 화법까지 등장하기도 했죠. 그렇게 남 탓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조건을 극복하지 못한 것은 자기 탓이거든요.” 두 번째는 정책은 좋았는데 정치적으로 미숙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석도 은근히 많다는 게 유 교수의 말이다. 말을 세련되지 못하게 하는 등 경험 미숙에서 나온 실수가 민심 이반으로 이어졌다는 것으로서, ‘한 번 더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발전하게 된다. 그는 중요한 것은 세 번째 분석이라고 말했다.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정책이 제대로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거죠. 가장 핵심적인 것은 시장만능주의 경제사조에 휩쓸려서 양극화를 조장하고 재벌의 힘만 더욱 더 키운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부자감세, 규제완화, 토건주의라고 해서 많이 비판했지만 그런 것은 민주정부 때 다 진행됐던 부분이고 양극화도 그때 더 심화됐던 게 사실이죠. 그런 것을 깨달은 분이 많이 있어요. 강령 1조에 경제민주화를 집어넣고 경제민주화특위를 만들어 저 같은 사람에게 정책을 만들라고 한 게 다 그런 반성의 소산이라고 봐요.” 과거 민주정부 시절에 잘못한 점, 반성해야 할 점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습니까. “잘못한 거요? 아휴, 이 얘기는 이제 그만 하려고 하는데… 제가 사실 많이 글에 썼어요. IMF 탓도 굉장히 컸죠. IMF사태 이후에 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시장만능주의 논리가 잔뜩 들어온 겁니다. 노동시장 유연화, 정리해고, 공기업 민영화, 은행 해외 매각, 금융시장 개방, 이런 것들이 쫙 이루어졌고, 재벌개혁을 처음에 좀 한다고 하다가 규제완화 쪽으로 계속 가버렸습니다. 민주통합당이 지금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하려고 하는데 그게 언제 없어졌습니까. 형식적으로 완전히 없애버린 것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09년이죠. 하지만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실질적으로 없어진 건 참여정부 때인 2007년이라고 합니다. 그런 신자유주의적 정책 방향의 가장 결정판이자 가장 상징적인 것은 역시 한·미 FTA고요.” 경제민주화가 어떤 것이고 왜 필요한지를 국민 생활과 결부해서 쉽게 설명한다면…. “저는 10여년 전부터 경제민주화를 주장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경제에 민주주의가 어딨느냐’는 반응이었죠. 그때 제가 가장 알아듣기 쉽게 얘기한 것은 재벌이 다 해먹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바로 그게 경제민주화론이라는 거였어요. 재벌 독식이 왜 나쁩니까. 완전히 불공정하게 경쟁하잖아요. 다른 하나는 그 결과로서 일어나는 분배 문제예요. 지난 3년 동안 상위 30대 대기업은 매출이 56%, 영업이익이 73%가 넘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소득은 정체거든요. 늘어난 것은 가계부채예요. 경쟁은 공정하게 해야 하고 분배는 정의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게 경제민주화의 핵심이죠.” 재벌도 그런 독식구조 속에서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텐데요. 국민경제가 피폐해지면 스스로 생존할 터전을 잃는 것 아니겠습니까. “중요한 말씀이에요. 노동자나 협력업체를 쥐어짜다 보면 결국 기술이나 소비의 기반을 잃게 되는 거죠. 그래서 공장도 외국으로 나가고 매출도 외국에서 올리게 되고요. 세계화의 함정이죠. 그런데 이제 세계 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지지 않습니까. 다행히 중국이 지금까지는 고도성장을 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혜택도 많이 받고 있죠. 올해 초에 다보스포럼에서 대전환을 얘기했잖아요. 막무가내식 탐욕과 무절제, 극단적인 이윤추구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하고 건전하고 부를 나누고 소득을 함께 늘려나가는 경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세계 자본주의의 대장들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한 얘깁니다.” 우리나라 경제권력은 전혀 그런 인식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이명박 정부가 탄생할 때 내세웠던 대표적 공약이 747과 한반도대운하 아닙니까. 비록 둘 다 폐기가 됐지만 747을 하기 위해서 하려고 했던 정책을 다 폈고, 4대강 사업이라는 변형된 이름으로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선의를 갖고 했겠죠.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투자도 많이 하고 고용도 많이 늘려서 많은 사람한테 혜택이 갈 거라고 생각했겠죠. 그런데 그렇지 않았어요. 투자도 안 하고 고용도 안 늘리고 자기들끼리만 배불리는 거예요. 오히려 골목상권이고 중소기업 업종이고 물불 가리지 않고 다 먹어 들어가고, 서민은 못 살겠다고 하고, 정부 인기는 팍팍 떨어지니까 아, 이게 잘못됐구나 하는 인식을 한 겁니다. 그래서 동반성장위원회라는 것도 만들었잖아요. 물론 그걸 얼마나 실효성 있게 했느냐, 진정성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여러 가지 문제제기는 할 수 있죠.”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인터뷰 다음날(3월 29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사퇴했다. 유 교수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좌초’를 경제민주화 문제와 연결시켜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동반성장이든 경제민주화든 말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실제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실제로 할 사람이 중요한 거거든요. 사람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여기 걸리고 저기 걸리고 해서 안 되는 겁니다. 정운찬 선생님이 느끼는 좌절감도 거기에 있는 거죠.”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정책만 편 것입니까. 기여한 게 하나도 없나요. “기여했다고 볼 만한 내용은 찾기가 어렵고요. 아주 부분적이지만 제가 환영한 정책은 은행이나 공공부문에서 고졸사원 채용을 장려한 것입니다. 지금 학력 과잉이 심각하고요. 울산에는 굳이 대학을 안 가려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고등학교 나와도 보수 잘 받고 제법 안정성 있는 직장을 구하기가 쉬우니까요. 한국 경제 현실을 그렇게 만들어야 되거든요. 그런 점에서 그 정책은 참 잘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죠. 그 정도 가지고는 굉장히 미흡합니다만.” 정치권은 어떤가. 경제민주화의 험로는 두 사람의 정치적 좌절이 웅변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여·야 대표선수인 새누리당 김종인 비대위원과 민주통합당 유 교수의 사퇴와 낙천이다. ‘복지와 일자리, 경제민주화를 새누리당이 만들겠습니다’, ‘끝까지 99% 국민 편에 서겠습니다’(민주통합당)라는 양당의 플래카드가 개그인 양 풍자되는 까닭이다. 비록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위해 헌신하겠다면서요. “제가 뜻있는 분들하고 ‘구구팔팔응원단’, 공식 명칭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인디응원단’인데요, 99%를 위해서 팔팔하게 뛰는 후보들을 선정해서 그분들을 당선시키기 위해서 지원활동을 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경제민주화는 말로써 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입법화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정책의지나 실천의지를 모아낼 사람이 많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공천 결과가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국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을 최대한 당선시키자는 것이지요.” 인터뷰 이틀 뒤(3월 30일)에 발표한 구구팔팔응원단에는 그를 포함해서 박창근 관동대 교수, 서해성 작가,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 우석훈 타이거픽처스 자문, 윤원일 안중근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이동걸 한림대 객원교수, 이상이 제주대 교수, 이용철 변호사, 이해영 한신대 교수, 최영찬 서울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민주통합당 후보 17명, 통합진보당 후보 4명, 진보신당 후보 1명, 무소속 후보 1명 등 23명을 경제민주화 후보로 선정, 발표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지원 요청이 없었습니까. “몇 가지 요청이 있었습니다. 저는 현 지도부의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는 지극히 박약하다고 판단하고 공천 과정에서 저에 대해 있을 수 없는 무례한 약속위반을 했기 때문에 함께 하지 않기로 했고요. 그 과정에서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순수한 의지를 확인한 거예요. 너무나 많은 분들이 공분을 느끼면서 저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신 거죠. 국민 입장에서는 유종일 개인이 특별히 예뻐서 그렇겠습니까. 제가 상징하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늘 말하지만 경제민주화는 정파적 과제가 아니라 역사적 과제이고 시대적 과제이며, 온 국민의 요구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정당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직은 내놓은 상태입니까. “사퇴를 하려고 하는데요. 사퇴를 만류하면서 공식 사과를 하겠다고 해요. 저는 (대표가) 공식 사과를 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책임이 없는 사무총장이 하는 건 소용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의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경제민주화를 바라던 국민이 받은 상처가 있잖아요. 특히 전주 시민이 받은 상처는 이루 말할 수가 없거든요. 거기에 대한 사과가 없는데 제가 협조를 하는 건 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그런 상태예요. 그렇다고 아, 사과 필요 없다, 이렇게 하긴 또 그렇잖아요. 그래 사과해라, 그러고 있는 거죠.” 국민적 관심 인물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경제민주화 의지나 실천 능력은 어떻게 봅니까. “그분은 기업 경영을 해봤고 그래서 그것을 통해서 느낀 것이 있고, 특히 IT업계에서 재벌의 폐해를 많이 인식하게 됐고 그것을 ‘삼성동물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잖아요. 그런 건전한 경제관에 비추어봤을 때 크게 봐서 경제민주화에 공감하고 진정성을 가진 분으로 평가해요. 단 그분은 정책을 잘 모릅니다. 대권에 뜻이 있다면 선한 의지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니까 정책적인 부분까지 철저히 준비를 하고 노력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가장 큰 정치 화두이자 이슈였던 복지라든가 양극화 문제가 올 들어 경제민주화로 수렴되는 것 같습니다. 경제민주화가 선행돼야 복지든 양극화 해소든 가능하다는 거죠. 대선까지 포함한 큰 구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입니까. “굉장히 좋은 말씀입니다. 경제민주화를 하지 않으면 복지국가를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5·16 쿠데타 이후 개발독재 체제에서 산업화를 급격하게 이뤄냈습니다. 25년 후 1987년 6월항쟁으로 정치민주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또 25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부터 앞으로 25년은 경제민주화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이 반듯한 나라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파를 떠나서, 또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런 큰 역사적 패턴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저는 권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선에서 반드시 경제민주화가 가장 중심적 화두로 다시 올바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신동호가 만난 사람
[북리뷰]‘반성장 복지국가’ 쿠바를 보라
[북리뷰]‘반성장 복지국가’ 쿠바를 보라(2012. 01. 10 14:39)
2012. 01. 10 14:39 문화/과학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급변했다. ‘모두 부자되세요’라고 외치던 낙관주의는 종적을 감추고, 99%를 가난에 빠뜨린 1%의 책임을 거론하는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부의 양극화와 부패한 정부, 위기에 놓인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서서히 대중의 지지를 얻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요시다 타로 지음·송제훈 옮김· 서해문집·1만5000원 세계체제론을 주창한 사회학자 임마누엘 월러스타인은 현재의 상황을 지칭해서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체제에 대해 최초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제기는 궁극적으로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의구심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상황은 ‘대안’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역사적 경험이 잘 말해주듯이, 대중들이 박차고 나섰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 ‘최초의 행동’에 지속성을 부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떤 현실을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이념적 전망이다. 지금까지 본다면, 크게 두 가지로 이 전망을 요약할 수 있는데, 엉망진창이 된 자본주의를 고쳐서 다시 제대로 작동하게 하자는 주장과 자본주의 자체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체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들이다.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에 따라서 사상적 입장은 나뉘게 될 것이다. 요시다 타로가 쓴 는 후자의 주장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시다 타로는 국내에 이미 이라는 책을 통해 잘 알려져 있는 저자다. 전작에 비해 더 강력한 어조로 요시다 타로는 쿠바를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사회’로 제시하고 있다. “아니 쿠바가 어떻게 대안사회가 될 수 있지”라는 의문을 품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쿠바는 북한처럼 사회주의를 추진하다가 경제를 말아먹은 나라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시다 타로가 전하는 쿠바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 유일하게 지구상에서 지속가능한 나라로 지목한 곳이 쿠바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의아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마이클 무어가 만든 라는 다큐멘터리에서도 쿠바는 무상의료의 천국으로 묘사된다. 미국에 비한다면 존재감도 없을 정도로 가난한 나라에서 무상의료를 실시한다는 사실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주목한 그 다큐멘터리에서 쿠바는 미스터리한 국가로 소개된다. 뿐만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쿠바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나라이고, 혁명을 동경하는 젊은이들에게 쿠바는 멋진 훈남 체 게바라의 ‘고향’이다. 그러나 쿠바는 이런 낭만적 이미지를 넘어선 현실로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 책은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가 몰락해버린 상황에서도 어떻게 의연하게 쿠바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구체적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단순한 쿠바 탐방기에 그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좀 더 심각하게 쿠바를 모델로 삼아서 ‘반성장 복지국가’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쿠바는 자본주의의 대안을 제시하는 하나의 사례이자, 동시에 20세기가 우리에게 남겨준 유일무이한 미래의 유산이다. 이 책의 저자는 주먹구구나 우연으로 쿠바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양한 통계를 동원해서 제시한다. 에너지 절약과 식량 생산을 위한 주도면밀한 정부의 노력이 지금 쿠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요지다. 한국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에 등장하는 오리앨비스가 “돈보다도 삶을 사랑한다”고 말했던 이유를 이 책에서 발견하는 것도 흥미롭다. 요시다 타로의 주장은 그렇게 낯선 것이 아니다. 이미 한국의 경우도 같은 매체가 꾸준하게 반성장 패러다임을 이야기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일은 이 책이 제시하는 쿠바의 모델을 사회적 대안의 하나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일이다. 또한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하는 다른 하나는 이런 쿠바를 이루어낸 밑거름이 바로 ‘주민참여’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적 소통이었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문제도 궁극적으로 일상 정치의 영역을 어떻게 구성해내는지에 달려 있다는 말인데, 이것이 무엇보다도 ‘문화’의 문제라고 저자는 제시하고 있다.  이택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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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복지국가 논쟁해야 2013년 체제 가능”
[표지이야기]“복지국가 논쟁해야 2013년 체제 가능”(2012. 01. 04 11:23)
2012. 01. 04 11:23 정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이 공동대표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복지논쟁이 활발하다. 국민들의 복지에 대한 열망도 어느 때보다 크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시대에 팍팍한 삶을 지탱해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공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이 공동대표를 만나 우리나라가 내년 선거를 계기로 2013년에는 복지국가체제를 열 수 있을지 물어봤다. 이상이 대표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예방학 전문과정을 마쳤고, 대학원에서 보건정책을 전공한 것을 계기로 복지정책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내년의 총선과 대선은 2013년 체제를 여는 선거라는 얘기가 많다. 2013년 체제가 올 것으로 생각하나. “국민적 기대와 열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면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2013년 체제는 가능성의 영역이다. 2013년 체제가 현실화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1987년 체제를 통해 우리는 정치적 민주주의라는 과제를 달성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경제·사회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됐다. 2013년 체제는 1987년 체제와 신자유주의 양극화 시대를 극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경제·사회적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것이 2013년 체제다.” 2013년 체제를 열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인가. “우선 객관적 조건은 무르익었다. 현재 국민들 사이에서는 ‘못 살겠다 바꿔보자’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기존의 신자유주의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민생불안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서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경제·사회 운영 원리를 복지국가라는 새로운 경제·사회의 운영 원리로 바꿔보자는 인식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실정에 대한 국민적 불신도 팽배하다. 하지만 주관적 조건은 아직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았다. 2013년 체제를 열어가려면 정치권에서 선거 이전부터 복지국가와 관련한 가치와 정책을 준비하고 토론을 벌여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것이 준비돼 있는 것 같지 않다. 단순히 한 정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2013년 체제를 여는 것은 아니다.”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의 화두(또는 시대정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물론 복지국가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의 열망과 기대가 선거에서의 화두를 규정한다. 정치주체들과 각 정당들도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으며, 복지국가를 선거에서 주도적 이슈로 삼을 것이다.” 이상이 대표는 평소 ‘복지국가 단일정당론’을 주창해왔다. 현재 ‘복지국가 단일정당’에 근접한 정당이 있나. 야당이 아무래도 ‘복지국가 단일정당’에 가까울 것 같은데…. “제가 말한 ‘복지국가 단일정당’은 가치정당의 개념이다. 신자유주의를 뛰어넘는 복지국가를 사회·경제적 운영 원리로 제시하고, 그런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세력을 규합해서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은 ‘복지국가 단일정당’이라고 할 만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 우선 이들 정당에서 복지국가와 관련한 정강정책이 미흡하고, 복지국가라는 가치를 당원과 국회의원들이 진심으로 공유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두 정당이 복지국가라는 2013년 체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이 나와야 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복지정책의 하나인 무상급식을 고리로 정책연대를 실현시키지 않았나. “야권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새로운 가치(복지)를 갖고 정책연대를 과감히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도 야권이 승리하는 길은 복지국가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그러면 승리할 수 있다. 여든 야든 복지국가라는 가치를 선점하고 (복지국가) 가치논쟁을 이끌어내야 승리할 수 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이합집산과 지분 나누기는 국민들에게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여야는 지금부터라도 복지국가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 이것을 주도하는 세력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 야당보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복지국가라는 시대정신을 주도할 수도 있나. “‘박근혜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한나라당이 복지국가 논의에서 앞서 가고 있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곧 ‘박근혜표’ 복지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그동안 ‘박근혜표 복지국가’는 레토릭으로만 존재해 왔다. 하지만 곧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내세웠던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 공약은 복지국가론과는 거리가 멀다. 당시 ‘줄·푸·세’ 공약은 한나라당 전통 지지층을 위한 공약이었다. 하지만 현재 건전한 보수층과 중도층이 박근혜 비대위원장 지지에서 이탈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강력한 복지정책을 통해 이탈세력을 붙잡으려고 할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가 내놓을 복지정책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포함되나. “‘박근혜 비대위’의 복지정책은 최소한 민주통합당 수준은 될 것이다. 통합되기 전 민주당이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복지방안을 보면 국민의 조세부담률을 2017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현재의 19.4%에서 21.5%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 조세부담률(21%)을 넘어서는 수치다.  한나라당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안은 국민 조세부담률을 22%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보다 더 혁신적일 수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증세를 반대하는 보수당의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다를 수 있다. 복지국가라는 가치에 대해 저항해 왔던 여당이 친복지국가 노선을 걷는 것은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복지국가 가치를 내세워 당선된다면 국민들은 정권연장이 아닌 정권교체로 볼 것이다. 2013년 체제는 특정 정당의 독주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야가 복지국가 경쟁을 벌일 경우 2013년 체제는 가상적인 체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돈인 것 같다. 증세 없이는 복지국가 모델이 불가능한 것 같다. 최근 논란이 된 부유세 신설에 대한 입장은. “복지국가 모델은 세금을 현재보다 더 걷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기존의 정부 재정의 구조조정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여력이 있는 국민 상위층 10%부터 세금을 더 내면 된다.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기 때문에 중산층은 세금을 더 낼 여력이 없다. 우리 사회에서 증세 논의가 점차 확산돼야 한다. 부유세라는 용어는 그렇게 적합하지 않다. 부유세보다는 일종의 부자 증세다. 고소득자와 고자산가들에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접근하도록 세금을 더 내게 하자는 것이다.”
표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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