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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월드컵 본선행 23명은 누가 될까?(2018. 04. 02 15:18)
- 2018. 04. 02 15:18 스포츠
- ㆍ베스트 일레븐은 안정권 신 감독의 ‘복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주전멤버 11명은 사실상 결정됐다는 분석이다. 신 감독 스스로 ‘플랜 A’라고 언급한 4-4-2 포메이션에서 선발로 뛴 선수들이 그대로 월드컵에서도 주전으로 뛸 것으로 보인다. 태극마크를 달고 ‘꿈의 무대’를 누빌 주인공들이 결정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오는 6월 개막하는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선수는 단 23명. 그 선발권을 쥔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48)은 유럽 원정을 마치고 귀국한 3월 29일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실상 80%는 결정했고, 나머지 20%는 채워가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축구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3월 20일(현지시간) 유럽평가전을 앞두고 아일랜드 더블린 아일랜드축구협회 내셔널트레이닝센터에서 첫 훈련을 가지며 선수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월드컵 참가국은 FIFA 규정에 따라 5월 첫째 주에 예비명단(35명)을 발표한 뒤 셋째 주에 최종명단(23명)을 발표해야 한다. 신 감독에게 남은 시간은 2개월 남짓. 새 얼굴을 시험하는 것보다는 북아일랜드(3월 24일·1-2패)와 폴란드(3월 28일·2-3패)와 유럽 원정 2연전에 참가했던 선수들을 그대로 러시아행 비행기에 태울 가능성이 더 높다. 지난해 여름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이 총 6번의 소집에서 ‘옥석가리기’로 발굴한 최정예 멤버인 까닭이다. 신 감독도 “유럽 원정에 데려간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에서 맞붙을 강호들과 싸울 전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일부 부상이나 컨디션 저하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3월 멤버가 베이스’라는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3월 멤버를 잘 살펴보면 포지션별로 2배수로 선발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신 감독이 짜놓은 틀을 유지할 계획이라면 80%가 아닌 90% 이상 확정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의 ‘복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주전멤버 11명은 사실상 결정됐다는 분석이다. 신 감독 스스로 ‘플랜 A’라고 언급한 4-4-2 포메이션에서 선발로 뛴 선수들이 그대로 월드컵에서도 주전으로 뛸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2시즌 연속 20골 이상을 터뜨린 손흥민(26·토트넘)은 특별한 설명이 필요없는 선수다. 전방 공격수나 측면 날개 어느 포지션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다. 투톱에서 손흥민의 파트너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황희찬(22·잘츠부르크)과 이근호(32·강원)도 본선행이 유력하다. 황희찬은 A매치 경험(9경기)은 부족하지만, 특유의 저돌적인 플레이가 매력적인 선수다. 황희찬은 폴란드전에 교체로 출전해 손흥민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2-2 동점골까지 넣었다. 반대로 A매치 경험(84경기·19골)이 풍부한 이근호(33·강원)는 가벼운 부상으로 유럽 원정에서 단 1분도 뛰지 않았지만 풍부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팀 동료를 살려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근호는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전(2-1승)에서 손흥민의 짝으로 등장해 그가 2골을 터뜨리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미드필드에선 기성용(29·스완지시티)과 이재성(26·전북), 권창훈(24·디종) 등 세 선수가 무난히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이 꾸준히 주장 완장을 맡기고 있는 기성용은 핵심 전력이자 대체 불가 자원이다. 기성용은 유럽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넓은 시야와 정교한 패스로 공격을 이끈다. 이재성과 권창훈은 측면 날개와 중앙 미드필더로 동시에 활약이 가능한 다재다능한 선수들이다. 권창훈은 북아일랜드전에서 날카로운 침투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합격점을 받았다. 기성용의 파트너로 활약할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주호(31·울산)가 유럽 원정에서만 도움 2개를 기록해 눈도장을 받았다. 박주호는 수비형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왼쪽 풀백으로도 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 주전은 아니더라도 본선 출전의 꿈에는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주호가 왼쪽 풀백으로 간주될 경우에는 이창민(24·제주)과 정우영(29·빗셀 고베)이 경쟁할 전망이다. 수비에선 장현수(27·도쿄)와 김민재(22·전북), 윤영선(30·상주) 등 중앙 수비수 세 명 정도가 본선행이 확실한 선수들이다. 좌우 풀백인 김진수(26·전북)와 김민우(28·상주), 이용(32·전북), 최철순(31·전북) 등은 막판까지 경기력에 따라 승선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수문장은 김승규(28·빗셀 고베)가 일찌감치 주전을 꿰찬 상황에서 조현우(27·대구), 김진현(31·세레소 오사카)이 마지막까지 경쟁하는 그림이다. 김민우·홍정호·정우영은 위험해 월드컵에 가까워진 선수들이 있다면, 거꾸로 위험한 선수들도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왼쪽 풀백인 김민우와 중앙 수비수 홍정호(29·전북),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 세 선수는 월드컵에 가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민우는 왼쪽 날개로 뛸 수 있을 정도로 공격능력도 뛰어난 수비수다. 그러나 올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해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면서 경기감각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실제 K리그1에서는 교체로 2경기만 출전해 출전시간이 56분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대표팀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신 감독도 “아직 군사훈련 영향이 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홍정호는 과거 독일 분데스리가를 호령했던 기량을 잃은 것이 문제다. 지난해 중국 장쑤 쑤닝에서 반 년가량 경기를 뛰지 못했던 그는 실전경험이 부족하다. 올해 전북 유니폼을 입고 재기를 꿈꿨지만 잦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신 감독이 전북 수비수 5명(김진수·김민재·이용·최철순·홍정호)을 그대로 대표팀에 이식해 조직력의 짜임새를 높이겠다는 구상이 아니었다면 대표팀에 뽑힐 기량이 아니었다. 정우영은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패스 등 기량은 뛰어나지만, 기성용과 역할이 겹치는 게 문제다. 정우영과 기성용이 같이 뛸 경우 중원 전체가 느려지면서 수비에 큰 부담을 준다. 유럽 원정에서도 박주호와 이창민이 중용됐다. 다만, 정우영은 박주호가 왼쪽 풀백으로 기용될 경우에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신 감독이 아끼는 선수라도 월드컵 본선에 못 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본선 직전에 다친 선수는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데려갈 수 없는 탓이다. 최근 두 차례 월드컵 사례를 살펴보면 부상에 따른 변동폭을 확인할 수 있다. 허정무 감독(63·현 프로축구연맹 부총재)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선 곽태휘(37·서울)가 십자인대 파열로 낙마했다. 홍명보 감독(49·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 이끌었던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선 김진수가 발목 부상으로 탈락한 것을 포함해 무려 5명의 선수가 새 얼굴로 바뀌었다. 러시아월드컵에선 김진수가 재차 부상으로 낙마할 가능성이 있다. 김진수는 북아일랜드전에서 왼쪽 무릎 내측인대가 파열됐다. 경희대에서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최소한 6주 이상의 회복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진수는 4월 1일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 사회보험병원 주치의인 하라 박사의 지도 아래 재활에 들어간다. 하라 박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직전 다쳤던 염기훈(35·수원)의 왼발등뼈 수술을 집도한 재활 전문의로 잘 알려졌다. 염기훈은 당시 재활에 성공해 그해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신 감독이 김진수가 필요하다면 월드컵에 데려갈 것”이라며 “다행히 한국의 월드컵 첫 경기는 6월 18일(스웨덴)에 열린다. 김진수가 부상에서 회복한 뒤 실전무대를 뛸 수 있을지 여부가 대표팀 승선의 관건”이라고 전했다.
- 본선 확정지은 이란, 월드컵 못갈 수도 있다(2017. 08. 28 18:52)
- 2017. 08. 28 18:52 스포츠
- 이란 축구대표팀 선수 2명이 이스라엘과의 경기에 뛴 이유로 퇴출 위기에 놓였다. 이란 정부의 뜻대로 두 선수를 퇴출한다면 본선행을 확정지은 월드컵 티켓이 날아가게 생겼다. 중동 강호 이란이 요즈음 축구계 이슈의 중심에 섰다.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고도 스스로 퇴출위기를 자초한 까닭이다. 포르투갈 출신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은 8월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8월 31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 한국과의 원정경기에 나설 출전명단을 발표했다. 이란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6월 13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EPA연합뉴스 그리스 팀 소속으로 이스라엘 팀과 경기 이날 발표는 최근 이란 정부에서 정치·종교적인 문제로 영구제명된 마수드 쇼자에이(33)와 에산 하지사피(27·이상 파니오니스)가 포함되느냐로 눈길을 끌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국내파 11명만 발표하고 해외파 12명은 28일로 미루면서 시간을 벌었다. 이란 내 이슬람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거센 상황이라 두 선수가 실제 퇴출될 경우 월드컵 티켓도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쇼자에이와 하지사피가 퇴출된 것은 이스라엘 프로팀과의 경기에 나섰다는 황당한 이유 때문이다. 이란은 올림픽을 비롯해 각종 스포츠 무대에서 1급 적성국가로 분류된 미국과 이스라엘 등과는 어떠한 형태의 교류도 일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엄중하게 처벌하며, 스포츠에도 같은 규정을 예외 없이 적용하고 있다. 그리스 파니오니오스에 소속된 두 선수는 지난 3일 아테네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차예선 2차전에서 이스라엘의 마카비 텔아비브와 맞붙었다. 쇼자에이와 하지사피는 1차 원정(0-1패)에는 이란 정부의 방침을 이유로 출전을 거절했다. 그러자 소속팀이 벌금을 두 선수에게 매겼고, 결국 홈에서 열린 2차전(0-1패)에 뛰면서 퇴출이라는 황당한 징계를 받게 됐다. 쇼자에이는 이번 사건 직후 SNS를 통해 “이란은 나에게 늘 최우선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이란에 모욕감을 줄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했지만 퇴출이란 결과를 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란 현지 언론에서는 쇼자에이가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넘어 축구선수로 활동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모하마드 레자 다바르자니 이란 체육부 차관은 8월 11일 방송에서 “쇼자에이와 사피 두 사람은 레드라인을 넘었다. 앞으로 대표팀에 초청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축구팬들은 이번 사태에 분노하고 있다. 수많은 팬들이 ‘우리 선수들을 징계하지 말라’는 뜻을 담은 #NoBan4ourplayer 해시태그를 달아 지지 성명을 보냈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6승2무 8골 무실점으로 당당히 본선행 티켓을 따낸 선수들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이번 사태를 확인한 뒤 조사에 착수하면서 사태는 다소 진정되는 듯했다. 퇴출 땐 FIFA의 ‘정치적 중립’ 위반 그러나 이란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여론에 상관없이 두 선수의 퇴출을 확정하겠다는 태도다. 이란 정부의 친위대로 유명한 혁명수비대와 그 견제세력이어야 하는 의회까지 쇼자에이 퇴출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란 내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실세들이 모두 두 선수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혁명수비대는 “시온주의자들이 강토를 빼앗은 상태에서는 운동경기에서도 마주하지 말라는 오랜 규칙을 부정했다. 두 선수는 이제 어린이들을 죽이면서 지속적으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는 이들과 함께 하는 부끄러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비판했고, 이란 의회는 “점령과 암살, 침공과 배신의 정권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를 한다는 것은 수천의 순교자와 시오니스트 정부에 의해 집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불경”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란은 과거에도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이스라엘을 만날 때마다 논란을 일으킨 적이 많다. 이스라엘과 경기를 치를 때면 선수들을 철수시키거나 선수가 이를 거부하면 퇴출해 왔다. 이란 정부가 올해 2월 지브롤터에서 열린 체스대회에서 여성 체스 기사인 보르나 데라카샤니가 이스라엘 선수와 맞붙었을 때 철수 권고를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보르나의 자매도 이 대회에 참가했는데, 그녀는 이를 거부하고 히잡을 벗고 대국에 임했다는 이유로 아예 선수 자격을 박탈당했다. 문제는 이란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이 월드컵 퇴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FIFA는 2015년 10월 쿠웨이트 정부가 축구협회 등 체육단체에 행정 개입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자 자격정지 징계를 내려 쿠웨이트 축구대표팀이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없도록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FIFA처럼 쿠웨이트의 자격을 박탈했다. 이란축구협회는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정부의 뜻대로 두 선수를 퇴출한다면 월드컵 본선행 티켓이 날아가게 생겼고, 그 티켓을 지키려고 두 선수를 보호하려면 엄혹한 세월이 뻔히 보이는 까닭이다. 한국 축구는 맞대결의 상대인 이란이 쇼자에이 논란에 빠지자 표정 관리에 바쁘다. 당장 이란이 월드컵에서 퇴출되지 않더라도 ‘이란의 박지성’이라 불린 자바드 네쿠남의 은퇴 이후 구심점 노릇을 했던 쇼자에이가 빠진다는 것만으로 긍정적이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승점 13점으로 본선 직행이 보장되는 조 2위에 올랐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과의 승점차가 1점에 불과해 이란전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47)은 “이란이 스스로 월드컵 본선 티켓을 잃어버릴 만한 일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징계는 없다는 판단 하에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유로 본선에서 폭발한 ‘웨일스의 별’ 베일(2016. 06. 27 16:32)
- 2016. 06. 27 16:32 스포츠
- 베일은 그동안 긱스처럼 웨일스 대표팀에서 고군분투해야 했다. 한때 웨일스 축구대표팀은 ‘웨일스’가 아닌 ‘베일스’라는 평가까지 들었다. 베일의 ‘원맨팀’이란 평가였다. 하얀색과 초록색 바탕의 웨일스 국기에는 커다란 붉은 용이 그려져 있다. ‘붉은 용의 심장’ 가레스 베일(27·레알 마드리드)이 웨일스 축구대표팀의 돌풍을 이끌었다. 웨일스축구협회는 1876년 창립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됐다. 하지만 웨일스 축구는 오랫동안 ‘축구 변방’이었다. 영국연방 4개국 중 하나인 잉글랜드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웨일스 축구 유망주들은 자신의 가치를 더욱 빛낼 수 있는 잉글랜드로 떠났다. 웨일스의 월드컵 마지막 출전은 1958년 스웨덴 월드컵. 2011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17위에 불과했다. 만년 약체였던 웨일스가 6월 10일 프랑스에서 개막한 유로2016에 깜짝 출전했다. 사상 첫 유로 본선 출전. 그런데 1958 스웨덴 월드컵 이후 58년 만에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 돌풍을 일으켰다. 웨일스는 16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공격수 가레스 베일이 조별리그 3경기 연속골을 터트리며 기적을 이끌었다. 1989년 웨일스 수도 카디프에서 태어난 베일은 9살 때 축구를 시작했다. 롤모델은 라이언 긱스(43·웨일스)였다. 6월 20일 프랑스 툴루즈에서 열린 유로 2016 B조 웨일스 대 러시아 경기에서 웨일스의 가레스 베일(오른쪽)이 수비를 제치고 공을 패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 마다한 애국자 긱스는 선수 시절 박지성(35) 등과 함께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맹활약했다. 긱스는 1990년부터 24시즌 동안 맨유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 13회 우승, 유럽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 등을 이끌었다. 긱스는 잉글랜드인 아버지와 웨일스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잉글랜드 대표팀이 긱스에게 몇 차례 귀화 제의를 했다. 잉글랜드는 오른쪽 측면에 데이비드 베컴(41), 왼쪽에 긱스라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꿈꿨다. 하지만 긱스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어머니의 나라 웨일스를 택했다. 긱스는 웨일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자랑스럽게 A매치 64경기(12골)에 뛰었다. 하지만 긱스는 유로, 월드컵 등 메이저대회 무대를 밟지 못한 채 결국 2007년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할머니가 잉글랜드 출신인 베일 역시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베일은 긱스처럼 조국 웨일스를 위해 뛰고 있다. 부모님의 나라이자 자기가 자란 곳을 택했다. ‘애국자’ 베일은 “어린 시절 잉글랜드 대표팀 얘기가 나왔지만 1초 만에 거절했다. 잉글랜드 대표로 뛸 일이 없으니 얘기를 그만두라고 했다. 난 웨일스 출신이고 웨일스 사람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웨일스인들은 과거부터 자신의 땅을 침략한 잉글랜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베일은 17세이던 2007년 당시 웨일스 최연소 A매치 출전 기록(16세 315일)을 세웠다. 베일은 웨일스 대표팀에서 긱스와 2년간 함께 뛰었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 출전에 실패했다. 베일은 프로축구에서 특별한 재능을 폭발시켰다. 2006년 잉글랜드 사우샘프턴에 입단한 베일은 이듬해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초창기에는 왼쪽 수비수 이영표(39)의 백업 멤버였다. 하지만 2010년 측면 공격수로 변신한 뒤 승승장구했다. 그해 인터밀란(이탈리아)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세계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토트넘에서 6시즌 동안 활약하며 특급선수로 성장한 베일은 2013년 이적료 1억 유로(1311억원)에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했다. 팀 동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를 뛰어넘어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세웠다. 베일은 ‘왼발의 마법사’라 불린 긱스처럼 왼발을 연마했다. 또 다른 우상인 호날두를 보며 무회전 프리킥을 연습했다. 여기에 엄청난 ‘치고 달리기’를 장착했다. 베일은 국제축구연맹(FIFA) 인증 드리블이 가장 빠른 선수다. 순간 최고 속도가 시속 36.9㎞다. ‘총알탄 사나이’ 베일이 59.1m를 달려 득점까지 걸린 시간은 7.09초에 불과했다. 베일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벤제마(29·프랑스)-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BBC 트리오’를 이뤘다. 2013-14시즌과 2015-16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또 2013-14시즌엔 스페인 국왕컵 우승에도 힘을 보탰다. 열일곱 살이던 2006년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베일은 10년이 흐른 2016년 웨일스를 이끌고 있다. 베일은 유로 2016 예선 10경기에서 팀의 11골 중 7골을 책임졌다. 웨일스는 6승3무1패 조 2위를 기록해 유로 본선에 첫 출전하게 됐다. 긱스가 이루진 못한 꿈을 베일이 이뤄낸 것이다. 베일은 2010년, 2011년, 2013년, 2014년에 이어 2015년 웨일스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긱스는 자신의 후계자 베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수 시절 호날두와 함께 뛰었던 긱스는 “베일은 호날두 같은 선수다. 프리킥이면 프리킥, 헤딩이면 헤딩, 슛이면 슛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골을 넣는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또 긱스는 “베일은 내 선수 시절보다 위대한 커리어를 밟고 있다. 날 뛰어넘어 웨일스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보장했다. 긱스의 믿음처럼 베일은 유로 본선에서 폭발했다. 베일은 슬로바키아와의 조별리그 B조 1차전 전반 10분 왼발 프리킥골을 터트렸다. 웨일스의 유로 사상 첫 골이다. 웨일스는 2-1로 승리했다. 베일은 웨일스의 58년 만의 메이저대회 첫 승리를 이끌었다. 베일은 잉글랜드와 2차전에서도 32m짜리 무회전 왼발 프리킥골을 뿜어냈다. 비록 팀은 1-2로 졌지만 그림 같은 골이었다. 베일은 러시아와의 3차전 후반 22분에 쐐기골을 터트렸다. 3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2승1패(승점6)를 기록한 웨일스는 잉글랜드(1승2무·승점5)를 제치고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잉글랜드보다 순위표에서 높은 곳에 위치했다. 베일은 러시아전을 앞두고 영하 161도의 냉동치료기에 들어간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 영하 150도 이하의 냉동치료기에 들어가 2분 정도 있으면 소염과 진통 효과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만큼 베일은 절실했다. 베일은 “웨일스는 유로에 놀러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5년 전 FIFA 랭킹 117위서 26위로 껑충 베일은 그동안 긱스처럼 웨일스 대표팀에서 고군분투해야 했다. 한때 웨일스 축구대표팀은 ‘웨일스’가 아닌 ‘베일스’라는 평가까지 들었다. 베일의 ‘원맨팀’이란 평가였다. 하지만 베일은 애런 램지(26·아스널), 조 앨런(23·리버풀) 등을 이끌고 역사를 써내려갔다. 상투를 튼 듯한 헤어스타일을 지닌 베일은 ‘상남자’처럼 팀을 이끌었다. 베일은 잉글랜드전을 앞두고는 “웨일스가 잉글랜드보다 더 높은 열정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비장한 출사표를 밝히기도 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117위에 불과했던 웨일스의 FIFA 랭킹은 현재 26위까지 올랐다. 웨일스는 6월 26일 북아일랜드와 유로2016 16강전을 치른다. 비록 패하더라도 도전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베일이 이끄는 웨일스는 더 이상 약팀이 아니다.
- [부산 사하구 갑]새누리 공천·본선 경쟁 ‘산 너머 산’(2016. 02. 29 18:17)
- 2016. 02. 29 18:17 정치
- ㆍ김장실·김척수·허남식 경선 3파전… 본선 오르면 더민주 최인호와 격돌 새누리당 내부의 공천경쟁이 어느 곳보다 치열하다. 게다가 본선에서 맞서야 할 야당 후보 또한 만만치 않다. 부산 사하구 갑은 당내 경선에서부터 총선 본 대결에 이르기까지 어느 쪽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선거구다. 현역 의원인 문대성 의원은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번복한 뒤 인천 남동구 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문 의원에게 석패했던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지역위원장은 물론 새누리당의 김장실 의원(비례대표), 김척수 부산시 정책고문,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의석에 도전한다. 새누리당 내부의 공천경쟁부터가 격전이다. 그간 표밭을 다져오던 김장실 의원과 김척수 고문에 이어 허남식 전 시장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누가 본선에 나오게 될지 예측하기 더욱 어렵게 됐다. 가장 오랜 기간 지역구에서 활동해온 김척수 고문은 현 의원인 문 의원이 박사학위 논문 표절문제로 탈당하면서 당협위원장 자리를 맡게 됐으나 문 의원이 다시 당으로 돌아오면서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준 바 있다. 김장실 의원도 1년 전부터 사하 갑을 염두에 두고 20대 총선을 준비해 왔다. 여기에 허남식 전 시장이 사하 갑 출마를 결정지으며 당내 3파전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허 전 시장이 사하 갑으로 마음을 굳힌 데에는 옆 지역구인 사하 을의 상황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조경태 의원에 맞서 허 전 시장이 사하 을에 출마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허 전 시장도 사하 을 출마를 검토하고 있었지만, 조 의원이 새누리당으로 당을 옮기면서 허 전 시장은 결국 사하 갑 출마를 선언하게 된 것이다. 허 전 시장은 출마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장실·김척수 예비후보 지지자들의 시위 때문에 출마선언조차 제대로 못한 채 쫓겨날 정도로 견제를 받았다. 부산 사하구 괴정사거리에 여야 예비후보들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장실·김척수, 수년간 표밭 다져와 허 전 시장이 이렇게 강한 견제를 받는 이유는 시장을 역임해 지명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 가운데서도 수년간 지역에서 활동하며 표밭을 다져온 다른 예비후보들의 이름은 몰라도 허 전 시장의 이름을 아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다른 예비후보들까지 알고 있다는 유권자들 중에서도 허 전 시장의 이름값 때문에 공천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단시장에서 만난 주민 김종태씨(53)는 “문대성 의원이 안 나온다고 해서 김척수씨 하고 최인호씨가 붙겠구나 싶었는데, 허남식 (전) 시장이 나온다고 하니 다들 그쪽이 제일 가능성 높겠다고 안 합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허 전 시장의 높은 인지도가 곧바로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 전 시장의 부산시장 재임 시기에 해운대구와 수영구 등 동부산 중심의 지역 발전 정책이 시행됐다. 하지만 서부산 일대에서도 가장 낙후된 사하구 지역은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해 지역 간 격차가 커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북쪽과 남쪽의 공단과 항만으로든 동쪽의 도심 방면으로든, 교통량은 많지만 산이 많은 지리적 특성 탓에 도로 확충이 쉽지 않아 만성적 교통체증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제영화제 열린다 카는 부산에서 영화관이 하나도 없는 유일한 구라는 게 말이 됩니까. 허남식은 다른 데 나오면 나왔지 사하 갑에 나오면 안 돼요.” 당리동에서 만난 직장인 고광우씨(42)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낙후된 지역의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인물을 뽑겠다고 말했다. 괴정동 골목시장에서 만난 상인 이모씨(56)도 “물건 떼오고 배달하러 갈 때 길 막히는 거 보면 속에 천불이 난다”며 “선거 때마다 교통문제 해결해준다 캐놓고 하나도 안 바뀌더라”고 말했다. 허 전 시장과 경쟁하고 있는 김척수 고문은 당협위원장을 2년간 맡으면서 축적한 조직과 인맥이 강점이다. 김장실 의원은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역임하는 등 경력이 화려하다. 둘 다 경남 남해 출신인 김 고문과 김 의원이 허 전 시장에 맞서 단일화를 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사하 갑에 남해 출신 유권자들의 비중이 높아 단일화할 경우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현재로서 단일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에서는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더라도 더민주의 최인호 지역위원장과 또 한 번 격전을 치러야 한다. 19대 총선에서 최 위원장은 문대성 의원에게 불과 3.5%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최 위원장은 여당의 예비후보들보다 더 오랜 시간 지역에서 조직을 꾸려왔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없는 상대다. 허남식 전 시장 전격 출마에 초긴장 낙동강 벨트의 다른 선거구에서처럼 비교적 강한 야권 지지세는 최 위원장의 버팀목이다. 인근의 공단과 경제자유구역 등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청장년층이 최 위원장의 주된 지지층이다. 직장인 장주훈씨(32)는 “저번 선거에서 표절에다가 이것저것 말 많았던 문대성을 당선시켜 주는 걸 보고 이 동네는 답이 없구나 싶었지만,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니 이번에 다시 한 번 더 야당 밀어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신영훈씨(48)도 “최인호씨는 전에 대학 다닐 때 운동하면서 줄곧 봐왔던 사람이라 야당으로 정치하기 힘든 부산 바닥에서 이번에는 한 번 해보라고 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각 예비후보들은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우며 지역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김장실 의원은 “문체부 차관 경력을 살려 지역의 문화산업도 살리고 부산 전체를 수도권에 맞먹는 중심지역으로 세우려는 계획을 구상 중”이라며 “무엇보다 지역의 낙후성을 고치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척수 고문은 “지역정서에 기반을 둔 섬김의 리더십으로 사하구에 복합상업지역을 조성하여 서부산의 중심 상권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허남식 전 시장은 “지역의 교육여건이 취약하기 때문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며 “사하 지역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동력산업인 로봇 산업을 단계적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인호 위원장은 “교통체증 문제가 심각한데, 도시철도 착공 시기를 2017년으로 앞당겨 상습 정체구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사하 갑에는 이들 외에도 국민의당에서 전창섭 자유광장 부산본부 대표, 최민호 한국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무소속 박경민 쌈지휴게소 대표와 자영업자 박태원씨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 [신년특집 Ι ]“본선에서 이길 사람 후보로 뽑아야”(2009. 12. 30 15:12)
- 2009. 12. 30 15:12 정치
- ㆍ오세훈 서울시장, 한나라당 경선서 여론 지지율 강조 김세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종적으로 서울시장을 선택할 권한은 시민에게 있다”면서 “한나라당 내 의원들의 지지는 둘째 문제”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Weekly 경향>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이전 시장들이 단임 시장이다 보니 단임을 당연히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서 “그만큼 앞으로 재선의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한나라당 내 지지 세력이 없는 단점을 여론조사 결과 등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킴으로써 ‘공천 티켓’을 거머쥐겠다는 경선전략을 밝힌 것이다. 또한 오 시장은 “서울시장 재선은 사상 유례가 없다”는 한나라당 일각의 비판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재선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오 시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울광장사용조례 주민발의 운동에 대해 “청구인 명부가 서울시에 제출되면 시민들의 뜻을 충분히 수렴해 시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함으로 서울광장사용조례 개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내년 서울시장에 다시 출마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정책의 일관성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제가 추진하는 정책 대부분이 호흡이 길다. 짧게는 5년, 보통 10년,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15년 이상을 내다보고 추진되는 정책이다. 물론 2, 3년 안에 완성되는 하드웨어 프로젝트도 있다. 또 이런 사업들에 집중하면 제 일신상으로는 이득일 수 있다. 그러나 ‘삶의 질’과 ‘도시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면 좀 더 긴 안목에서 지속적으로 변화를 이끌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새로운 시장이 들어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무래도 자신만의 새로운 정책을 구상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정책의 중단에서 오는 손해와 비효율은 시민이 감당해야 한다.”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한나라당 내 의원들의 지지가 필수적일 것 같다. 특별한 전략은 있는가. “서울시정의 책임자로서 업적으로 승부하고 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선거 직전까지 계획한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물론 경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지원이 필수이므로 서울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한나라당에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결국 경선의 전략은 한 가지뿐이다. 시민고객의 평가를 받고 동시에 그 반응을 당심에 호소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서울시장을 선택할 권한은 시민이 가지고 있다. 의원들의 지지는 둘째 문제다. 아무리 당내에서, 의원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는다고 해도 결국엔 본선에서 이길 사람을 뽑아야 한다.” 한나라당 내 일부에서는 서울시장을 두 번 연속 공천한 예도 없고, 서울시장을 연임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오 시장의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세계 유수의 도시들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이 재선, 삼선을 하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한 예로 미국 시카고의 리처드 M 데일리 시장은 20년동안 재임하면서 마천루의 도시를 미래형 그린도시로 바꿔 놓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독재의 망령’ 때문에 헌법에서 대통령을 단임제로 바꾼 독특한 역사가 있다. 게다가 이전 시장들이 모두 단임 시장이다 보니 ‘단임’을 당연히 여기는 부분이 있다. 그만큼 앞으로 재선의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이 경선에 출마한다면 이심(李心)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의 측근이기 이전에 한나라당의 미래 자산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경선 출마 역시 ‘국가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뜻은 같다고 생각한다. 또 지금 정 의원 외에 많은 분이 당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야 시민들도 비교 평가를 통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 또 이 자체가 한나라당의 건강성을 보여 주는 지표가 아닌가. 건강한 경쟁만 이뤄진다면 서울시로서도, 개인적으로도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임기동안 차기 대권 준비를 할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장이 다시 되려는 것은 차기 대권을 위한 목적이 아닌가. “임기동안 차기 대권 준비를 한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도시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견인해 가는 시대다. 국가살림만큼, 어떤 부분에서는 국가살림 이상으로 서울시 살림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그런 자리를 다음 스텝을 위한 자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정권심판적 성격이 강해 한나라당 후보가 본선에 나가면 고전할 것으로 일부에서 예측하고 있다. 본선에서 민주당 등 야당 후보에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이제 ‘정치적’ 분위기에 휩쓸려 사람을 뽑는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 더욱이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는 일하는 자리다. 누가 들어오느냐에 따라 우리 가족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지는 일인 만큼 어느 후보가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 것이냐, 10년 뒤 또는 20년 뒤 누가 더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들 것인가를 두고 신중한 판단을 하리라고 믿는다.” 최근 원희룡 의원은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광화문광장과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를 ‘이미지행정’ 또는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서울시가 서민복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뜻을 많은 사람에게 설득하는 과정에서 나와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경선 토론 과정에서 만나게 된다면 충분히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서민복지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완전히 거꾸로 알고 있다. 현재 서울형 복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배워갈 정도로 선도적인 입장에 있으며, 전체 예산의 4분의 1이 투입되고 있다.” 현재 서울광장사용조례 주민발의 운동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광장에 대한 시민고객들의 뜻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조례개폐청구는 지방자치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에 제가 언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이처럼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어가면서 명실상부한 시민의 광장으로 완성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청구인 명부가 서울시에 제출되면 시민들의 뜻을 충분히 수렴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의회에 상정할 생각이다. 그 다음엔 시민들을 대변하는 시의회가 적절한 판단을 하리라고 본다.” 용산문제가 1년이 다 되도록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또 최근 용강동·옥인동 등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 강제철거, 강제 이주 문제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용산문제와 관련해 서울시는 그 어떤 정치권, 단체, 기관보다 최일선에 있는 당사자라는 인식을 갖고 지금 이 순간에도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밤낮없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워낙 예민하게 협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이 전부 드러나게 되면 오히려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그래서 조용히 진행한 것이다. 현재 서울시가 협상 중재의 전면에 나서서 장례비, 경제적 보상 등 문제들을 하나씩 정리해 가고 있다. 또 용강동·옥인동의 문제도 일부 보도된 것처럼 ‘겨울철 강제철거’가 원인은 아니었다. 다만 이처럼 안타까운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제도를 통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계 법령이 개정됐다.”
- [커버스토리]대통합신당 예비후보 5인 캠프의 본선 출사표(2007. 09. 18)
- 2007. 09. 18 정치
- “우리는 이래서 이명박을 이길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대통합민주신당이 5인의 최종 경선주자를 선출했다. 대권가도는 첩첩산중, 암중험로다. 예비경선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어이없는 실수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줬다. 후보 간 경선 룰도 아직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최종 주자가 선출되기까지는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과연 이명박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가 순조롭게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대한민국 역대 대선이 대역전 드라마의 연속이었다는 점에서 그렇고, 이명박 후보가 갖고 있는 맹점과 한계도 이미 상당부분 드러났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 5인은 이명박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며 공세를 시작했다. 자질, 청렴도, 정책에서 비교우위를 내세우며 예선과 본선 승리의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5인 캠프의 핵심 브레인들이 작성한 對이명박 전선의 출사표를 ‘뉴스메이커’가 긴급 입수해 그 전문을 게재한다. 1 손학규 후보 “통합과 평화의 시대정신으로 이명박 꺾을 것” 지금 대한민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첫째도 일자리, 둘째도 일자리, 셋째도 일자리다. 빈부격차, 청년실업 문제도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늘어나야 가정이 화목해지고 결혼, 자녀교육, 내 집 마련, 노후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자리 창출은 최고의 성장전략인 동시에 최선의 복지다. 21세기엔 일자리 만드는 방식이 1960~ 1970년대 개발독재 시대와 다르다. 지금은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시대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주장처럼 좁은 국토 안에서 땅을 파고 운하를 만드는 낡아빠진 방법으로는 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없다. 세계로, 미래로 뻗어나가는 선진경제를 이룩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잘 사는 나라로 가는 길이다. 손학규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세계의 일자리 전쟁터에서 싸웠다. 이명박 후보가 청계천 공사를 하고 있을 때 해외의 낯선 공항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지구를 7바퀴 반 돌았다. 그 결과 114개 기업, 141억 달러의 해외 첨단기업 투자를 유치했다. 이명박 시장의 서울시가 일자리 12만 개를 만들 때, 손 후보는 경기도에서 일자리 74만 개를 만들었다. 대한민국 전체의 70%가 넘는 실적이다. 손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보다 6배 유능했다. 이명박 시장의 서울시가 4년간 경제성장률 2.8%를 기록할 때, 손 후보는 경기도에서 대한민국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7.5%를 달성했다. 자, 누가 진짜 경제대통령 감인가? 손학규인가? 이명박인가? 경기도지사 시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첨단 과학기술 연구, 글로벌 인재 양성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바이오센터, 나노팹센터, 융합기술원, 광교테크노밸리 등 미래 성장동력에 3500억 원을 투입했다. 군 단위 좋은 학교 만들기, 농어촌 학교 살리기, 특목고 벨트 조성, 경기영어마을 설립 등 교육지원 사업에 6260억 원을 쏟아부었다. 이명박 시장의 서울시가 교육지원 사업에 겨우 954억 원을 쓸 때 일이다. 누가 미래 대통령 감인가? 누가 교육 대통령 감인가? 올 12월 대선은 내륙운하 투기경제 세력 대 일자리 민생경제 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다. 국토를 파헤쳐 전국을 ‘땅투기장’으로 만들 이명박 후보에게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그 전에 이 후보는 도곡동 땅 차명보유 여부, BBK 주가조작 사건의 책임 소재 등 각종 의혹부터 진솔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검증은 한나라당 경선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현명한 우리 국민은 세계를 누비며 일자리를 만들어낼 일자리 대통령을 뽑을 것이다. 국민의 일자리 걱정, 사교육비 걱정, 노후 걱정, 내 집 마련 걱정에 귀 기울이며 민심대장정의 새로운 정치를 개척한 손학규를 선택할 것이다. 올 12월 대선은 한반도 평화 물결을 거부하는 냉전세력 대 한반도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다. 이땅의 평화세력을 친북좌파로 매도하는 이명박 후보는 한반도 평화를 경영할 수 없다. 탈이념과 탈냉전의 시대에 수구냉전적 사고로는 사회도 통합할 수 없고, 한반도 평화 시대를 열 수도 없다. 이 후보는 머리와 가슴 속에 꽁꽁 얼어붙어 있는 냉전과 분단의 철책부터 걷어내야 할 것이다. 햇볕정책과 대북 포용 기조는 이제 시대 흐름이다. 현명한 우리 국민은 햇볕정책을 창조적으로 발전시킬 평화대통령을 뽑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수구냉전 분위기 속에서도 햇볕정책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경기도지사 시절 남북 벼농사 합작 사업을 성사시켰으며, 한반도 상생경제 10개년 계획으로 남북경제공동체를 이끌어낼 손학규를 선택할 것이다. 2 정동영 후보 “특권과 부자 대변한 후보는 대통령 자격 없다” 대한민국의 대선은 ▲ 선거구도라는 환경과 ▲ 시대정신(대중의 시대요구)의 구현이라는 가치와 비전에 좌우됐다. 따라서 다수 유권자 연합을 구축할 수 있는 선거구도 형성과 이 선거 구도를 더욱 확대하고 공고화할 수 있는 시대정신의 구현이 관건이다. 2007 대선은 양극화로 해체되어가는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신(新) 소외 계층, 무너지는 가정, 갈라진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비전과 능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중소기업 강국,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 통합을 지향하는 리더십이 정동영의 비전이며, 이를 통해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자임한다. 대기업 중심, 특권층 대변, 불도저식 리더십을 가진 이명박은 소수 기득권의 특권을 강화하는 사회로 갈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시대를 거꾸로 돌릴 수밖에 없는 후보다. 2007 대선, 대중의 시대 요구는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다. 서민과 중산층에게 사회적 부가 골고루 나뉠 수 있는 국가, 평등한 기회와 능력별 대우를 통해 다수가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사회, 좋은 일자리를 통해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경제 등이다. 전체 기업 수의 99%, 일자리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부흥을 통해 중소기업 강국을 만들고, 이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동영의 비전이다. 보통 샐러리맨들이 아침에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주말이면 가족 모두 여행과 레저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즐거운 직장, 행복한 가정”을 통해 대중의 시대 요구를 현실로 만들 생각이다. 온갖 의혹과 수사로 얼룩진 후보, 재벌 기득권에 아부하면서 사익을 추구해온 후보가 평범한 샐러리맨의 삶을 살아온 유리지갑 후보 정동영과의 대결에서 국민들은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누가 서민과 중산층의 고통을 자신의 삶으로 체현했는가. 청계천 사업은 그 자체 의미 있는 것이나 일회성 전시행정이며 지속적으로 보수해야 하는 소모성 사업이다. 반면 개성공단은 부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 성장 가능한 미래사업이다. 국민들의 80%가 반대하는 대운하 공약이 이명박의 것이라면, 국민들의 80%가 찬성하는 대륙철도·대륙경제의 공약은 정동영의 것이다. 정동영의 18년 평범한 샐러리맨 기자생활, 국민의 정부·참여정부를 만들었던 12년 정치생활의 과정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삶이었다. 이 후보의 재벌에 아부하는 CEO 15년, 한나라당 14년은 특권과 부자를 대변하는 30년의 삶이었다. 투기성 위장전입, 땅 투기, 건물장사 등 온갖 부패의 의혹에 휩싸인 후보가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할 수 없다. 재벌에 아부한 CEO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부패공화국의 탄생을 의미한다. 카드 수수료 50% 인하, 유류세 20% 인하, 17세 이하 교육 국가 책임 등 실질적인 서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제시한 것이 정동영이다. 이번 대선을 ‘친북 좌파 대 보수 우파’로 규정하는 구태적 사고가 이명박의 것이라면, ‘미래를 위한 통합세력 대 냉전과 성장지상주의 세력’ 간의 전선으로 규정한 것이 정동영이다. 과거의 사고로 미래의 다리를 건널 수는 없다. 정치는 트렌드, 즉 흐름이다. 이미 대통합민주신당의 트렌드는 정동영으로 가고 있다. 많은 언론·조사기관의 예측과 달리 대통합민주신당 컷오프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두었다. 민주화세대는 이명박의 필승 대항마로 정동영에 주목하는 것이다. 정치의 트렌드가 거대한 바람으로 확산되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결집할 것으로 확신한다. 2007 대선은 ‘다수 승리 유권자 연합’의 제3의 결집지점이 될 것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승리의 모든 역사에 정동영의 이름이 남아 있다. 이제 2007 제3기 통합정부를 현실화하는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3 이해찬 후보 “이명박과 다른 5대 경쟁력 갖췄다” 이해찬 후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반쪽 평화, 반쪽 경제가 아닌 한반도 평화, 한반도 경제에 있다고 보고 분단 60년을 마감한 한반도 시대를 비전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달성할 구체적인 과제로서 한반도 평화체제 완수, 인재양성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양극화 해소와 사회 대통합, 성숙한 민주주의를 제시한다. 이명박 후보는 역사성은 차치하고라도 구체적인 비전도 없다. 대운하는 그 실현성과 유용성을 차치하고라도 일개 사업이지 국가의 비전이 아니며 ‘대한민국747’ 역시 본인이 한나라당 경선에서 실토한 대로 747이란 그럴듯한 숫자에 맞춘 전시용 사업일 뿐이다. 즉 이명박 후보는 비전은 없고 사업만 있는 후보다. 이해찬 후보는 지식경제시대에 맞는 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 한반도 경제에 맞는 남북경제협력 사업,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국민소득 2만 달러 수준의 대한민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을 시대 흐름에 맞추어 제시한다. 아울러 한반도 시대라는 흐름을 보고 북·미 간의 가교 역할을 하고 남북정상회담을 건의하는 등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이명박 후보는 1970년대에나 맞는 토목 경제와 일용직 일자리 창출, 북한을 협력이 아닌 시혜와 검증의 대상으로 삼는 분단 경제, 흐름과 무관한 성장지상주의를 경제 정책으로 제시한다. 시대를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친북좌파’ 발언과 ‘핵 인정’ 발언은 이명박 후보가 얼마나 국제적 흐름에 무지하며 시대적 흐름에 무감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해찬 후보는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여 국정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5선 국회의원, 서울시 부시장, 3회에 걸친 정책위의장, 교육부 장관, 책임총리로서 입법부, 자치단체, 정당, 중앙정부의 공직을 모두 섭렵한 유일한 사람이다. 또 서울시정 운영 3개년 계획을 만들었고 5차 교육과정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으며 정책위의장으로 생산적 복지와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주도했다. 특히 책임총리로서 19년간 표류했던 방폐장을 해결하고 176개 공공기관 이전을 원만히 처리하여 능력 있는 정치인으로 이름이 높다. 한마디로 내일 정부를 맡겨도 운영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명박 후보는 현대건설 사장 경력을 자랑하지만, 자신이 사장 시절 강력히 추진한 중동 사업의 미수금으로 부도난 현대건설은 결국 국민의 공적자금으로 되살려야 했다. 또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했고 서울시장 시절 유일한 치적으로 자랑하는 청계천은 한 해 100억 원 이상이 넘는 국민의 세금을 들이면서도 쥐가 들끓고 세균 때문에 물에 발조차 못 담그는 인공수로가 되어가고 있다. 정부를 맡기기엔 불안하고 의심스런 후보다. 이해찬 후보는 한국의 민주화 최일선에 있었던 사람이며 1987년 민주화와 1997년 정권교체의 시대적 과제를 몸으로 해결한 사람이다. 공직생활 20년 동안 임명직 공직의 정점인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단 한 번도 부정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는, 자신에게 엄격하고 깨끗한 사람이다. 이명박 후보는 각종 언론 보도에서 보듯이 5공과 6공 시절의 정경유착과 노동탄압의 최일선에 있었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이며 IMF 국가부도를 초래한 신한국당의 경제통으로 불리던 사람이다. 유일한 집행부 공직인 서울시장에 재임하면서 자신의 땅과 건물이 있는 서초동 지역의 규제를 풀어 자신의 재산 증식에 공권력을 이용한 부도덕한 공직자다. 이해찬 후보는 문제 해결의 리더십, 민주적 리더십, 진실의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다. 교육개혁, 행정중심복합도시, 방폐장, 국가균형발전 등 수십 년을 끌어온 문제들도 이해찬을 만나면 해결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주적인 회의와 토론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추진력을 얻는다. 이런 일이 가능한 까닭은 이해찬 후보가 진실하고 솔직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고 의논하기 때문에 파트너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거짓의 리더십, 독단적 리더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위장전입 문제에서 보듯이 후보 본인이 감추기 때문에 그를 돕던 많은 사람이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것이 되었다. 주변의 조언을 무시하고 대운하를 밀어붙이다가 결국 물류에서 관광으로, 다시 환경으로 대운하의 목표가 변하는 촌극을 벌였다. 일을 하는 데 거짓이나 침묵으로 일관하기 때문에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이해찬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4 유시민 후보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정직이 거짓을 이긴다” 1960년 미국 대선. 경력을 내세운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과 새로운 가치를 표방한 민주당의 존 F. 케네디가 후보로 나왔다. 닉슨은 경력을 내세운 정치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군인으로 반공주의의 신봉자였고, 부통령을 역임한 거물이었다. 그는 미·소 냉전시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만들려는 보수세력의 대변자였다. 케네디는 새로운 가치를 표방하는 신진 정치인이었다. 정치적 경력은 닉슨보다 훨씬 더 어렸지만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는 책의 필자로 사랑을 받던 중이었다. 당장의 이익, 대중적 인기, 당리당략을 거슬러 위선과 부패의 정치풍토에 맞서다 좌절한 8인의 정치인을 그린 책은 케네디의 정치적 진로에 대한 다짐 같았다. 케네디는 미국이 나서서 동서냉전을 완화하고 새로운 세계평화의 질서를 만들 것을 제안하며 닉슨의 대척점에 섰다. 닉슨은 지명도, 경력, 언론 친화력에서 케네디를 훨씬 앞섰다. 여론도 닉슨의 편이었다. 그러나 대선에서 케네디는 닉슨을 이겼다. 미국인은 닉슨의 반공보다 케네디의 평화를, 닉슨의 낡음보다 케네디의 새로움을 선택했다. 변화를 호소하던 케네디의 진심을 손 들어주었다. 미국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한 케네디는 베트남전쟁 개입 반대, 중국과 수교 등 새로운 외교정책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에 ‘평화’의 비전을 세웠다. 경쟁자 닉슨은 낙선 후 8년 뒤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나, 1974년 워터게이트 거짓말 사건으로 낙마했다. 2007년 대한민국 대선.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과거의 가치, 낡은 비전, 형편없는 도덕성을 들고 나왔다. 1970년대 개발독재시대의 낡은 개발공약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 한다. 냉전시대가 끝난 지 언제인데 아직도 ‘친북’은 ‘좌파세력’이라고 믿는다. 후보 개인에게 제기된 의혹 중 어떤 것도 명쾌하게 해명한 것이 없다. 그가 말하는 미래 공약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과거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미래에 대해서도 거짓말하기 마련이다. 화려한 거짓말쟁이 이명박 후보는 오래전 미국의 닉슨처럼 지금 당장의 지명도에서 앞서고 있을 뿐이다. 그에게는 국민이 선택할 만한 ‘정직한 꿈’이 없다. 그의 상대는 바로 유시민 후보다. 새로운 가치, 미래 비전, 정직한 정치를 대표하는 유시민은 모든 점에서 이명박과 대척점에 서 있다. 이명박이 거짓말쟁이라면 유시민은 정직한 정치를 보여줬고, 이명박이 개발독재시대로 돌아가려 한다면 유시민은 미래의 민주국가로 나아가려 하고, 이명박이 냉전시대에 갇혀 있다면 유시민은 우리가 선도하는 국제평화질서를 이야기한다. 살아온 경력, 보여준 정치관, 국가경영의 미래비전, 모두 이명박과는 정반대다. 대통령 선거는 국민들이 공동체의 꿈을 선택하는 자리다. 유시민은 패기 넘치는 꿈을 말하고 있다.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선진통상국가, 세계인에게 존중받는 평화선도국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투자국가. 해방 이후 우리가 꿈꾸던 평화와 번영의 민주국가를 더 많이 현실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모든 이에게 더 많은 기회를 보장하는 나라, 대통령이 국민을 섬기는 나라. 유시민은 이미 국민의 삶을 돌보는 대선을 만들고 있다. 시골 어르신들을 위해 멧돼지를 잡겠다는 공약이 없었다면 농촌의 어려움이 이렇게 널리 알려졌겠나. 이번 대선, 국민은 유시민 후보의 정직한 꿈과 이명박 후보의 낡은 거짓말의 대결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유시민을 선택할 것이다. 국민과 역사는 항상 이기는 길로 왔으므로 더욱 그렇다. 5 한명숙 후보 “시대를 꿰뚫는, 달관의 리더십으로 승부할 터” 이명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거짓말과 낡은 경제관, 그리고 독선의 리더십이다. 이명박 후보는 기본적으로 21세기의 경제, 산업구조, 통상에 대한 이해가 없다. 20조 원가량을 들여 만든 운하에서 하루에 고작 6~7척(5000t 기준)의 화물선을 운항한다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대표적이다. 환경 파괴는 물론 경제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에, 이 후보 측은 공약이 경제적 가치보다 관광자원의 가치가 더욱 높다고 말을 바꿨다. 이 후보의 주장대로 관광 측면에서 보면 대운하 공약은 더더욱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보존 가치를 무시한 파괴적·개발지상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명박 후보가 내세워마지 않는 CEO로서 능력이라는 것은 순전히 거품이다. 그가 고속승진해서 사장을 지내던 1970~ 1980년대 건설사들은 정경유착을 통한 온갖 특혜를 발판으로 몸집을 불리고 해외시장에서는 국내사들끼리 출혈경쟁으로 제살 깎아먹기, 안으로는 또다른 특혜를 겨냥해 실적 부풀리기를 하는 부실기업의 전형이었다.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 그가 말하는 경제, 그가 내세우는 능력이란 것이 1970~1980년대의 인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개발도상국 시대의 경제관을 가진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 국민은 십중팔구 제2의 IMF에 직면할 것이다. 땅 투기, 위장전입, 불법선거, 위증교사, 직권남용과 같은 3류 전과자를 떠올릴 법한 이력에 서울시 봉헌 발언, 황제 테니스, 장애아 낙태 발언, 관기 발언, ‘광주사태’ 발언, 5·18 묘역의 상석 밟기 등 이명박 후보의 발자취는 고스란히 동남아시아의 독재 지도자를 떠올리는 불법과 추태, 불온한 역사관을 떠올린다. 독재자 특유의 독선과 아집을 추진력이라는 거짓말로 포장하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은 모두 청와대의 음모라는 거짓말로 피해간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부정부패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독선의 대통령이 어떻게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 국민이 이명박 후보의 거짓말과 낡은 경제관을 언제까지 눈감아줄 수 있겠는가. 이것이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이유다. 한명숙 후보는 평생 전·월셋집을 전전하다, 국무총리가 될 즈음에야 아파트 한 채를 마련했다. 재테크를 할 줄 몰라서가 아니다. 개인의 축재보다 이 땅의 민주화와 인권신장, 통일운동이 더 중요하고 필요했기 때문이다. 30여 년의 사회운동을 자산으로 정치계에 입문한 한명숙 후보는 재야의 초심(初心)과 시대를 꿰뚫는 성찰의 눈, 달관한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이다. ‘독재와 싸우다 독재를 배운다’는 말처럼, 한때 치열한 삶을 살았던 민주투사들도 정치계에 들어와서는 실망을 주는 예가 적지 않다. 혹은 재야 때나 다름없는 송곳 같은 행동으로 정치계와 잘 융화하지 못하거나 국민에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예도 많다. 그러나 한명숙 후보는 재야의 진보성, 도덕성과 실용주의적 정치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그 예가 참여정부에서 가장 난제들이 집중되었던 국무총리 시절의 국정운영 스타일이다. 2006년, 한명숙 후보가 국무총리로 임명됐을 때는 바다이야기, 부동산 실정, 평택 미군기지 이전, 북핵 위기 등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극에 달할 때였다. 그런데 이 어려운 시기에 국무를 맡은 한명숙 후보는 이전 총리들과는 전혀 다른 리더십을 보여줬다. 바다 이야기로 생긴 민생파탄에 대해 사과하고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며 근절대책을 세우고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평택 대추리 주민들을 직접 설득해 평화적으로 마무리했다. 북핵 위기로 여야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때도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매우 침착하게 대응하면서도 한반도의 평화가 최우선이라는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제는 통치하기보다 국민과 부드럽게 소통하는 대통령이 필요한 시대다. 성과와 경쟁을 중시하고, 심지어 기득권을 위해 전쟁을 불사한다는 기업인의 철학으로는 국민을 편안하게 해줄 수 없다. 특권을 당연하게 여기는 재벌 경영인의 철학으로는 사회의 약자, 중산층을 보호할 수 없다. 창조적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혁명, 300만 개의 질 좋은 일자리와 은퇴·해고가 두렵지 않은 평생학습체계, R&D 100조 투자로 과학기술 기반 강화 등이 인재부국, 복지강국, 대륙경제를 꿈꾸는 한명숙 후보의 공약이다. 대통령은 모름지기 시대정신을 알고 국제관계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1970년대의 낡은 사고방식으로 기업 하나는 일으킬 수 있을지 모르나, 세계화 시대의 국가경영은 천만의 말씀이다.
- 표지 이야기
- [커버스토리]그래도 ‘본선’에선 우리가 이긴다(2006. 06. 06)
- 2006. 06. 06 정치
- 열린우리당 지방선거 패배는 한순간 거품 주장… “대선까지는 1년 6개월여 남아 반전 자신”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의 대전 중리동 중리시장 앞 유세. “선거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승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킬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열린우리당 조세형 고문) “(국민이) 우리에게 가하는 매질은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반성해서 부활하기를 바라는 사랑의 매질이다.”(배기선 의원) “당장 힘들더라도 긴 호흡을 믿고 가야 한다.”(김한길 원내대표) 5월 25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소집한 긴급 의원총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들은 공고롭게도 대선의 역전 용사들이다. 조 고문은 1997년 대선 당시 국민회의 부총재였다. 배기선 의원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기획조정실장’으로 통하는 인사다. 이들은 헌정사상 첫 정권교체를 하는 데 전략을 구축한 사람이며 김한길 원내대표는 ‘반짝이는 홍보맨’으로 2002년 대선을 승리로 이끄는 데 이강래 선거기획단장과 함께 최고의 공을 세운 사람이다. 김 원내대표는 선거광고물 ‘눈물짓는 노무현’과 ‘부산 자갈치 시장의 아지매’를 기획한 주인공이다. 이 단장은 1997년 DJP연합 아이디어를 냈고 2002년 전국 순회 전당대회를 기획했던 인물이다. 막판 역전극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 이 단장은 “우리는 늘 막판 역전승을 일궈냈다. 아직 절망은 이르다. 막판 지지층의 결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다. 선거 막바지 여론의 흐름이 보여주는 지지율의 격차는 끔찍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막판의 역전승’이란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의 대역전극을 가리킬 터인데 당시 역전극의 모멘텀과 다이내믹스가 지금 선거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이 보여주고 있는 ‘노쇠현상’은 놀라울 정도다. 불과 2년 전 거대 야당 한나라당을 누르고 다수당으로 자리매김했던 때의 열정과 희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초점은 열린우리당의 막판 선전 가능성보다 선거 이후의 정치판의 요동에 모아지고 있다. 사실 그들의 역할은 요동치는 정치판에서 빛을 냈다. 그것도 큰 선거에서 그렇다. 4년전 제3기 6·13지방선거에서도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참패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3개 지역 단체장을 한나라당에 잃었다. 특히 민주당과 자민련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시도했던 공조가 별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은 당시에도 주목을 끌었다. 거기다 대선까지는 불과 6개월여 기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으로 5·31지방선거와 6·13지방선거를 비교해 본다면 집권여당이 완패했다는 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패인도 오래 축적된 정부와 여당의 ‘실정’이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과 월드컵 열기에 지방선거 분위기는 묻히고 만 것까지 똑같다. 이강래 단장은 “2002년 지방선거의 패배가 약이 됐다”면서 “패배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시대의 정신과 흐름을 읽는 데 집중했던 게 2002년 대선승리에 주효했다”고 말했다. 2002년 6월 한·일월드컵을 통해서 한국 국민은 가슴에 시민의식을 안고 동굴 속에서 광장으로 나왔다. 열린우리당 선거기획력 ‘우세’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월드컵 구호는 ‘노사모가 외치는 노무현’으로 바뀌어고 대선을 코앞에 두고 “효선아~, 미선아~’로 바뀌게 된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선거운동원으로 나섰던 부산 자갈치시장 ‘아지매’ 이일순씨.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내년 대선도 결국은 시대의 흐름을 누가 잘 간파하고 이를 통해서 국민에게 감동을 얼만큼 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그것이 결국 대선 구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평화·민주·개혁세력의 결집’ 발언에서 비롯된 정계개편 역시 대선구도을 결정하는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인 셈이다. 개헌논의도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지방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 “내년 대선의 승부는 몇 표나 차이가 날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결코 50만 표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선구도가 한나라당 대 반 한나라당 구도로 다시 복원할 것임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도 “한나라당 입장에서 결코 쉬운 경기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끊임없는 자기개혁 없이는 ‘재·보선 승리정당’ “지방선거 승리정당’의 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큰 선거, 본선 경쟁력에서는 한나라당도 자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왜 촌스러움을 알면서도 가슴에 ‘싹쓸이를 막아주십시오’라는 리본을 다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은 정치 이벤트 하나라도 기획하고 점검하면서 새로운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열린우리당의 선거기획력 등은 1997년이나 2002년보다 월등히 업그래이드되어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한 보좌관은 “열린우리당 선거기획업무를 했던 실무자들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그 업무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일상적인 전략적 사고를 갖고 그들을 좇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창당 전당대회 직후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천·신·정으로 상징됐다. 이들은 실용주의적 개혁논자들이다.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부친의 경력에 대한 거짓말로 물러나면서 천·신·정은 갈등을 겪고 제각각 제팔흔들기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실체는 그렇지 않았다. 이강래 의원이 정동영 의장 진영으로 가닥을 잡자 천·신·정으로 흩어져 있던 ‘선거전문가’들이 ‘이강래 우산’으로 모여들었다. 결국 정동영 의장의 재선당선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김한길 원내대표, 이강래 단장 등이 내년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아니며 후배 전략가들이 대선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두 번의 잇단 승리는 이들에게 적지 않은 자신감을 주고 있다. 내년 대선까지는 1년 6개월여가 남아 있다. 4년 전 이맘 때 여당 내에서는 ‘민주대통합론’과 ‘지역대연합론’이라는 케케묵은 논쟁을 벌었다. 이 논쟁은 열린광장 속에서 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5·31지방선거 결과과 그 효과는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즉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는 순간에 거품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새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선은) 그래도 이길 수 있다”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한기홍〈객원기자〉 glutton5@naver.com
- 표지 이야기
- [특집]예선만 통과하면 본선쯤이야…(2006. 01. 24)
- 2006. 01. 24 정치
- 한나라당 텃밭 경북 지방선거 판세, 열린우리당은 무소속후보 선전에 기대 5·31 지방선거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출마 희망자들은 속속 당선 고지를 향해 출발선을 박차고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1월 말부터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사실상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광역 및 기초 단체장 출마예상자들은 정당공천을 받기 위해 경쟁자들과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는 한편 경선에 대비한 지지도 높이기에 여념이 없다. 지방선거 결과는 각 후보의 당락만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 지형은 물론 향후 정국운영 방향을 결정하게 될 분수령이다. 이 때문에 ‘지방으로부터 혁명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각 지역의 심판이 중앙의 권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의미다. ‘뉴스메이커’는 경북을 시작으로 오는 5월 3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광역단체장과 주요 기초단체장 출마예상자들의 예비 선거운동을 심층 취재해 연재한다. 〈편집자〉 2002년 지방선거에서 85.5%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된 이의근 경북지사(오른쪽).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의 이의근 경북지사는 유효투표 총수 120만2552표 가운데 102만8080표를 얻으며 당선됐다. 이 지사가 기록한 85.5%의 득표율은 전국 광역단체장 가운데 단연 으뜸이었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도 경북 지역의 경우 한나라당의 절대 우세가 지속되리라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텃밭인 데다 열린우리당이 지지율을 반등시킬 뚜렷한 호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인 이의근 지사가 3선 연임으로 출마하지 못한다 해도 이번 광역단체장 선거 역시 이변이 없는 한 한나라당 몫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반영하듯 한나라당에는 도지사 후보가 몰리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후보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당 안팎에 퍼져 있다 보니 경북 지역에 대한 한나라당의 관심사는 ‘어떻게 당선되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내보내느냐’이다. 이동주 한나라당 경북도당 사무처장은 “지난 두 차례의 대선 패배를 통해 경북도민 사이에서는 경북이 잘살려면 결국 정권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후보자가 지역발전을 위해 어떠한 비전을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도 중요하겠지만, 정권을 가져오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 하는 점을 공천 과정에서 가려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에서는 김관용 구미시장과 정장식 포항시장, 현역 국회의원인 김광원 의원 등이 일찌감치 경북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3강’ 구도를 형성했다. 관료 출신의 김 의원은 행정경험과 정치적 경력이 풍부하지만 3강 후보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점이 걸림돌이다. 현 기초단체장 상당수 물갈이 조짐 여기에 남성대 경북도의회 사무처장까지 출마의사를 굳히며 후보경선에 뛰어들 태세다. 일각에서는 이병석·임인배 의원도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본인들의 의사표명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출마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실현 가능성과 상관없이 외부인사 영입설도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차원에서는 경북 영천 출신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도지사 후보로 영입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러한 소식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부인사가 나서지 않더라도 압승이 예상되는데 굳이 ‘박힌 돌’을 빼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광역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지역 사정에 밝은 사람이 (후보자로) 적당하다고 본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3강으로 꼽히는 후보자들을 제외한 채 전략공천이 불쑥 이뤄진다면 경북에는 한 차례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후보군은 한나라당과 달리 점치기 어렵다. 당선 가능성이 워낙 낮은 탓에 도지사 선거에 나서겠다고 선뜻 손드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경북에 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은 바 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정도가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본인의 의사표명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그동안 이름이 거론돼온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의 출마 가능성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높지 않다. 그나마 여당의 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박기환 전 청와대 비서관이 최근 고향인 포항시장을 노리는 쪽으로 마음을 돌린 것과,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퇴임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것도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허 전 청장은 경찰공무원 출신임에도 정치적 감각이 상당히 뛰어나 퇴진 과정만 매끄러웠더라도 도지사 후보로 손색이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본인이 나서기를 꺼릴 경우 막무가내로 등을 떼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고민이다.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선거와 함께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그리고 기초의원 선거가 함께 동시선거로 치러진다. 4대 동시선거의 깃발을 들어야 할 광역단체장 후보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나머지 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판규 열린우리당 경북도당 사무처장은 “어차피 당선이 힘든 싸움인 바에는 의지라도 굳은 사람이 도지사 후보로 나와서 나머지 선거를 이끌어줬으면 하는 것이 지역의 바람”이라면서 “당선 가능성과 상관없이 경북의 현안인 혁신도시나 방폐장 건설 등의 대형 국책사업을 차질없이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힘있는 여당 후보가 적임자라는 사실을 지역주민들에게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초단체장 선거의 경우 도지사 선거보다는 변수가 많다. 변수는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무소속 후보들이다. 2002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경북의 23개 지역 중 단 두 곳만을 무소속 후보에게 내주었다.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절대적으로 우세를 점하고 있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자리가 23개나 되다보니 내부적으로 교통정리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지역이 더러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을 대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 소속 현직 기초단체장 상당수를 물갈이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경북 지역의 경우 23명의 현직 단체장 가운데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박팔용 김천시장과 김근수 상주시장, 정해걸 군수와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관용 구미시장, 정장식 포항시장, 여기에 불출마하는 안동시장까지 모두 6명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현직들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열린우리당 시장 무소속 출마 결심 하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현직이라 해도 당 기여도가 낮거나 지역민들로부터 신망을 잃은 단체장들은 교체대상”이라면서 “공천 과정에서 현직들 가운데 70% 정도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직 단체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경우 지방선거에서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지만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이 기회에 과감히 솎아내겠다는 뜻이다. 그러자 공천이 위태로운 일부 현역 단체장들을 중심으로 무소속 연대를 결성해서라도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4년에서 8년 동안 현직에 있으면서 닦아놓은 성과와 조직 등을 염두에 둘 때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고 나온 후보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는 것. 열린우리당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다. 만약 현직 가운데 일부가 한나라당을 뛰쳐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만 한다면 해당 지역에 열린우리당 후보를 내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전략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입장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물론 우리당의 후보가 경쟁력이 있다면 후보를 내야겠지만 후보가 없거나 현실적으로 당선이 매우 힘든 곳은 무리해서 후보를 내는 것보다 ‘비한나라당’ 후보를 측면지원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에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인구수가 극히 적은 몇몇 군 단위 지역이라면 모를까 일정 규모 이상의 선거구에서 한나라당이 아닌 무소속 후보로 나와 당선되기란 어려울 것”이라면서 “무소속 연대가 출범한다 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전체의 흐름과는 별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지역도 있다. 우선 경북 23개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열린우리당 소속인 박인원 문경시장의 행보이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로 나와 당선된 뒤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박 시장은 “여당의 지역구 관리가 너무 소홀하다”는 이유로 이번에도 탈당후 무소속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에는 현역 국회의원인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구미갑)이 기초단체장인 구미시장 출마를 선언해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했다. 국회의원은 장관급임에 반해 기초단체장은 서기관급에 해당한다. “그동안 쌓은 중앙 인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의 역풍을 맞게 된 구미를 위해 일하겠다”는 것이 김 의원이 밝힌 포부다. 그러나 김 의원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당에서는 뜨악해하는 표정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최종결정이야 본인이 하는 것이지만 현역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선다면 당으로서는 보궐선거를 해야 하는 등 이래저래 부담을 안게 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 특집
- [바둑]제34기 명인전 본선 안조영 vs 이세돌(2003. 10. 02)
- 2003. 10. 02 스포츠
- 안조영에게는 몇 개인가 별호가 붙어 있다. 이름에서 따온 '반상의 대조영'이 있는가 하면, 하도 반 집 승부에 강해 '반집의 제왕'이란 것도 있다. 그런데 반 집 승부에 강하다는 말은 결국 다음 두 가지의 특질로 압축되겠다. ▲종반 계산이 엄청 강하다 ▲매우 끈덕지다. 중견기사 강훈 9단의 왕년 별명은 '진땀'이었다. 이유인즉 하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다보니 자신은 물론 상대방 역시 진땀을 줄줄 흘리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조영은 과연 '진땀 계열'의 적통 후계자로 꼽혀 이견이 있을 수 없겠다. 이는 최근 그의 대국일지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뒀다 하면 8, 9시간은 보통이고, 발동(?)이 한 번 걸렸다 싶으면 10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진땀나는 장기전에서 그는, 얄미울 정도로 잘 이기고 있다. 오늘 바둑 역시 10시간 이상 걸린 난전이었다. 상대는 천하의 이세돌 9단. 감각과 속기파로 알려진 이세돌이니만큼 그로선 안조영의 묘수보다 장고가 훨씬 두려웠을지 모르겠다. 장면도1을 보자. 안조영의 백번. 좌상귀의 정석은 요즘 프로들 사이에서 대유행이란다. 흑1로 지킨 수가 지나쳤다. 백②로 벽을 둘러치자 이세돌은 흑③으로 ▲ 한 점을 움직여 나왔다. 이른바 상대를 끓게 하는 '세돌류'이긴 한데 도가 심했다. 정상적인 감각이라면 흑①로는 ②자리일 것이다. 참고도 백①, ③, ⑤로 사전공작을 펼친 뒤 ⑦, ⑨로 공격에 나서는 정도로도 이 흑은 살기가 만만치 않다. 한 마디로 흑▲는 무리수. 하지만 '반집의 안조영'은 돌다리도 세 번은 두드려봐야 비로소 건넌다는 신중파의 간판스타가 아니던가. 무리한 대마 공격보다는 무난하게 한두 집을 남기는 길을 택한다. 장면도2는 매우 안조영스러운 진행이다. 흑⑨까지 이만하면 흑도 잘 풀린 셈. 하지만 백은 ⑩까지 흑 두 점을 포획하며 집 모양을 키운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오전 10시 정각에 시작된 이 바둑은 결국 밤 8시를 넘기고서야 비로소 포연을 거뒀다. 안조영의 두 집 반 진땀승. 모처럼 보여준 안조영 바둑의 완승이자 백미였다. 양형모〈바둑평론가-한국기원 홍보부〉
- 바둑
- [바둑]어려운 '본선 구멍' 통과하기(2003. 08. 21)
- 2003. 08. 21 스포츠
- 삼성화재배는 본선보다 예선이 더 볼 만한 '웃기는' 대회다. 확실히 삼성화재배 예선에는 다른 기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뭔가'가 있다. 그 '뭔가'는 '통합'과 '오픈'이라는 대회명에 키가 있다. 문이 활짝 열려 있으니 아무나 오시라는 것은 '오픈'이요, 각국 프로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3명에게도 초대장을 보냈으니 이는 또한 '통합'인 것이다. 삼성화재배 예선이 열리는 날은, 그래서 한국기원이 도떼기시장으로 변모하는 날이다. 매년 그랬고, 올해도 어김없었다. 이번 통합예선은 7월 29일~8월 4일 치렀는데, 모두 266명이 나왔다. 한국 선수가 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나머지는 모두 외국 기사들. 그것도 자비 출전이다! 어느 대회나 그렇지만 삼성화재배 역시 본선의 구멍은 좁디좁다. 예선 참가자가 많다는 것은 그 구멍의 협소함을 증명하는 흔들릴 수 없는 증거일 터. 고작 16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32명의 기사가 마지막 예선관문에 올랐다. 여기서 이기면 본선이요, 지면 곧 바로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오늘 바둑은 예선결승 대국으로, 중국 최고의 신예 중 한 명인 콩지에 7단과 한국의 모범중견 기사 양재호 9단 간의 대국이다. 양재호 9단의 흑번. 그런데 상황은 심상치 않다. 관건은 중앙인데, 백의 천라지망(天羅地網) 속에서 흑룡 한 마리가 삶을 구하며 요동을 치고 있다. 장면도1. 콩지에 7단은 '서둘 것 없소이다'라는 듯 유유히 백①로 지켰다. 흑②는 임시방편이지만 백③이 두터운 수. 백⑦까지 백의 포위망은 점점 더 좁혀들고 있다. 장면도2. 수순은 조금 더 진행되었다. 백①로 들여다볼 때 흑은 ②, ④로 수순을 비틀어 대항했지만 백은 얄미울 정도로 요지부동. 두텁게 두텁게, 사신(死神)처럼 흑의 목줄을 죄며 다가들고 있다. 결국 장면도3에 이르러, 안타깝게도 양재호 9단의 대마의 운명이 결정되고 말았다. 흑은 ①, ③으로 마지막 반항을 시도해봤지만 백⑩으로 지켜 끝이다. 예선을 통과한 16명과 시드 배정자 16명이 맞붙는 본선은 8월 27일부터 유성 삼성화재 연수원에서 속개된다. 양형모〈바둑평론가-한국기원 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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