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3 건 검색)
- 민주당 부통령 후보 미국 대선 ‘핫 이슈’로(2020. 04. 24 15:43)
- 2020. 04. 24 15:43 국제
- 너무 이른 얘기일까, 아니면 이런 얘기라도 나오는 게 좋은 걸까.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6개월 넘게 앞두고 미 언론에서 때아닌 ‘부통령’ 관련 언급이 부쩍 잦아졌다. 물론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논외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 메이트’로 어떤 이가 적합한지를 놓고 이런저런 인사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2018년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직 ‘퍼스트레이디’ 신분의 미셸 오바마가 선거인단 등록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슈퍼스타, 킬러가 필요해”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부쩍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인물은 전직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다. 미셸은 ‘퍼펙트 러닝메이트’(폴리티코), ‘NBA로 치면 스테판 커리급’(CNN)으로 호명되는 등 화제를 만들기 좋아하는 언론이 출마를 강권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바이든 입장에서는 미셸이 가진 높은 인지도와 호감도라는 ‘실리’와 당선될 경우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자 최초의 흑인 부통령이라는 ‘명분’까지 챙길 수 있는 ‘필승 카드’로 여길 법하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3월 15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TV토론에서 “부통령에 여성을 지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말실수가 잦은 바이든이긴 하지만 ‘말빚’을 진 터여서 언론이 더욱더 ‘여성 부통령 후보’를 거론하는 듯하다. 또 다른 후보는 민주당 대선후보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다. 워런은 선출직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희박한 미셸과는 또 달라 보인다. 그는 경선 하차를 선언한 지 한 달이 넘은 지난 4월 15일에야 바이든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3월 초 ‘슈퍼 화요일’ 직후 사퇴한 워런은 샌더스에 대한 공식 지지 여부로 관심을 모았지만, 한동안 침묵하고 있다가 샌더스가 하차를 선언한 뒤에야 비로소 바이든 지지를 표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워런의 부통령 후보 가능성에 대해 “신속한 경선 하차 선언과 진보적 색채가 비슷한 샌더스 지지를 공식 표명하지 않은 덕분에 민주당 지도부의 신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워런처럼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한 에이미 클로버샤·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같은 여성 의원들의 이름도 부통령 후보군에 올라 있다. 부통령 후보로 급부상한 ‘직업군’도 있다. 바로 현직 주지사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앞줄에 있는 사람은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다. 미국은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다. 미국에서도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 뉴욕이다. 그런 곳에서도 쿠오모 주지사는 역설적으로 최고 인기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허풍이 넘치고 일반인도 당황할 정도의 틀린 정보까지 매일 전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일 브리핑과 극명히 대비되는 쿠오모 지사의 정확한 정보 전달과 침착한 자세 때문이다. 주지사는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정·부통령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겨진다. 쿠오모 말고도 바이든 캠프에서 주목하고 있는 주지사가 있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다. 그는 대선 승부처로 여겨지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주지사라는 점과 ‘여성’이라는 점이 특히 플러스 요인이다. 그는 연일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을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트위터로 맞짱을 벌인 일이 몇 차례 반복되면서 단숨에 부통령 주자 반열에 올랐다.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우세 지역)’ 전통이 확고한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도 트럼프와 숙적 구도를 형성하면서 전국구급으로 몸집을 키웠다. 다만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확보 싸움이 거의 전부인 대선에서 캘리포니아 출신은 약점이 된다. 지난 4월 19일(현지시간)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가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장면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백악관에서 TV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다. / AP연합뉴스 보완재냐, 대체재냐 문제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에 대한 미국인의 높은 관심이 ‘대통령 후보’ 바이든에게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통령 후보가 함께 나서는 러닝 메이트제의 미 대선 대진표에서 남아 있는 마지막 빈자리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 자리 하나뿐이다. 관심이 쏠리는 게 일견 당연하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대선은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바이든에게는 오는 8월 전당대회까지 민주당 내 경쟁자가 없다. 샌더스 의원까지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마당에 현시점은 바이든에게는 ‘트럼프를 꺾을 사람’이란 이미지로 강력한 바람몰이를 해야 할 시기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강력한 태풍으로 인해 그는 선거 캠페인은커녕 집 안에서 트위터밖에 할 게 없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부통령 후보 하마평이 조기에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가 그만큼 바이든이 정치인으로서 매력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역시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의 러닝 메이트로 뛰었던 ‘부통령 출신’이다. 당시 그가 선택받은 것도 초선 상원의원으로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도전한 오바마의 보완재라는 이유가 컸다. 흑인에다 중앙정치 경력이 일천한 오바마의 ‘빈자리’를 채워줄 만한, 안정감 있는 ‘워싱턴 인사이더’가 그였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무려 32년 전인 1988년에도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올드보이’다. 지난해 6월 민주당 경선 토론에서 1982년생인 피트 부티지지 사우스벤드 시장을 비롯한 젊은 후보들은 “내가 여섯 살 때 당신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신세대에게 횃불을 넘기라’고 한 말을 기억한다”며 바이든의 ‘나이’를 공격한 바 있다. 바로 이 ‘나이 문제’가 예년 대선에 비해 부통령 후보에 관심이 높아진 숨은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시인 2017년 1월 기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고령인 만 70세 7개월에 백악관에 입성했다. 1942년 11월생인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네 살 많다. 그가 당선된다면 트럼프의 최고령 백악관 입성 기록은 79세 2개월의 바이든에게로 넘어간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은 바이든의 선거운동뿐 아니라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70대 후반인 그의 건강에도 최대 위협이다. 미국은 대통령 유고(有故) 시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직책을 승계하는데, 역사적으로도 이런 일이 ‘만일의 사태’인 것만은 아니었다. 20세기로 한정해도 ‘승계 대통령’이 된 부통령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캘빈 쿨리지·해리 트루먼·린든 존슨·제럴드 포드 등 5명에 이른다. 비상 상황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민주당은 바이든과 뚜렷이 대비되는 ‘젊은 부통령감’을 물색할 가능성이 높다. 오는 11월 3일에는 정·부통령 선거뿐 아니라 435명 하원의원 전체와 상원의원 3분의 1을 뽑는 선거도 함께 실시된다. 여기에는 이른바 ‘옷자락(코트테일) 효과’가 작용한다는 것이 정치학계의 정설이다. 긴 옷자락이 바닥을 쓸고 가듯, 대선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다른 선거도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설령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하원 다수당 지위까지 놓칠 수는 없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후보 사례처럼 대선에서 패배해도 최소한 득표율에서 공화당에 앞선다면 현재의 하원 다수당 지위는 유지 가능하다. 최대한 많은 표를 끌어모을 수 있는 참신한 부통령 후보에 대한 기대가 특히 민주당에서 큰 이유다.
- [세계]체니 전 부통령 ‘오바마 저격수’(2009. 06. 11)
- 2009. 06. 11 국제
- 각종 정책에 대한 비판의 칼…과거 부시 정부 대변인 자처 요즘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만큼이나 언론의 주목을 받는 사람이 있다. 딕 체니 전 부통령(68)이다. 퇴임 후 체니의 활약상을 보면 현직 부통령이 조지프 바이든이 아니라 체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경제 문제,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고문 메모,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지명자, 북핵, 동성애 등 그가 언급하지 않은 사안이 없을 정도다. 대개 부통령은 현직에서 물러나면 입을 다문다. 그런데 유독 체니는 오바마 행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칼을 거두지 않고 있다. 40년 동안의 행정 경험, 보수적 가치의 신봉자, 뛰어난 토론가라는 특장을 바탕으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과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이름 뒤에는 ‘보수파의 대변인’ ‘오바마 저격수’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AP통신은 체니가 스스로 ‘전직 부통령’이길 거부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보수 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는 체니가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는 평을 내렸다. 한 보수 언론인은 그의 활약상을 보고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체니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AP통신에 따르면 체니가 퇴임 후 처음으로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공격의 포문을 연 것은 오바마가 취임한 지 54일째 되는 날이다. 그는 경제 위기가 부시 행정부의 책임이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비난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대규모 정부 지출을 정당화하고 민간 부문에 대한 간섭을 하려는 것이라고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했다. 그 이후 체니는 각종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강단에 서거나 텔레비전 뉴스쇼에 출연하거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에 시비를 거는 ‘싸움닭’으로 변했다. 나머지 시간은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매클린 사무실에서 회고록을 집필하거나 가끔 손님들을 점심식사에 초대해 외교정책이나 안보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일요일에는 손자들과 소프트볼 경기를 한 뒤 저녁을 같이 먹는다. 안보 논쟁서도 오바마에 판정승 체니가 언론에 가장 주목을 받는 현안은 현 오바마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 사이에 국가안보 논쟁을 불러일으킨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와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 시절 미 중앙정보국(CIA)이 물고문 등 테러 용의자들에게 ‘가혹한 신문기법’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한 법적 근거를 담은 고문 메모다. 공교롭게도 한날 시차를 두고 벌인 지난달 21일 오바마와 체니의 안보 논쟁은 절정을 이루었다. 오바마는 이날 국립문서보관소에서 국가안보 관련 연설을 통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방침과 고문 메모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날 상원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관련 예산을 90 대 6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거부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 체니도 이날 보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에서 행한 국가안보 관련 연설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안보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방침은 위험하고 분별없는 행동이라고, 테러 용의자에 대한 강압적 신문기법 폐지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오바마와 체니 사이의 안보 논쟁에 대해 미국인들은 체니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시사월간지 애틀랜틱 인터넷판은 6월 2일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논쟁의 승자는 체니라고 보도했다. 미국민 54%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갤럽과 USA투데이 여론조사 결과가 그 근거다. 물론 관타나모 폐쇄를 둘러싼 여론은 들쭉날쭉해 체니를 최후의 승자로 단정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가 안보와 무관하다고 보는 미국인 가운데 수용소 폐쇄가 미국을 덜 안전하게 만들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40%)이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18%)보다 여전히 많다는 사실은 체니에게 유리한 것만은 틀림없다. 물론 체니가 오바마의 모든 정책이나 결정에 딴지를 거는 것은 아니다. 소토마요르 대법관 지명자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는 6월 1일 워싱턴의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연설한 뒤 질의응답에서 오바마의 소토마요르 지명은 대통령의 전권에 속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대표적인 오바마 공격수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극우 성향의 라디오 진행자 러시 림보가 소토마요르를 ‘인종주의자’라고 비난한 것과 대비된다. 물론 체니는 자신이 지명권자라면 당연히 보수 법관을 선택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동성애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는다. 자신의 딸 가운데 한 명이 동성애자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누구든 원하는 결혼을 할 자유가 있다”며 동성애자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체니가 오바마 저격수 노릇을 하는 데 대해 공화당의 정서는 “체니는 공화당의 중요한 인물”(존 뵈이너 하원 원내대표)이라고 치켜세우는 쪽이 우세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도 있다. 초대 국토안보부 장관을 지낸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톰 리지는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체니의 확신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서 반대 목소리도 체니가 오바마 저격수나 공화당의 대변인으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체니의 장녀이자 전 국무부 직원인 엘리자베스는 지난달 23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아버지는 부시 행정부의 관리들이 구속될까봐 이를 항변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는 “아버지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한 것은 오바마 취임과 무관하다”면서 “아버지가 이런 행동을 하게 한 것은 부시 행정부 정책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비판에 있으며, 아버지는 논쟁이 중요하다고 느낀다면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잘못된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의무감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체니와 30년간 알고 지낸 그의 고문 메리 머탈린은 체니의 행동을 두고 “개인적이거나 정치적이지 않다”면서 “그가 행동에 나서게 한 것은 고문 메모 공개와 같은 국가안보정책과 관련된 오바마의 태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엘 골드스타인 세인트루이스 대학 법학교수는 AP통신에서 “일종의 심리적 해방감일지도 모른다”면서 “체니는 비록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퇴임 후 부통령이라는 구속에서 자유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체니와 오바마 정부의 충돌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결정판은 집필 중인 회고록이 될 전망이다. 체니는 회고록을 통해 자신과 부시 전 행정부에 대한 비판에 대한 반격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회고록을 집필하기 위해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칼 로브 전 고문 등 부시의 핵심 참모들과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 '사설 부통령' 강금원의 골프정치(2003. 12. 04)
- 2003. 12. 04 사회
- 지난 8월 2일 당시 민주당 정동영-김기재 의원, 김한길 전 의원과 인도-뉴질랜드-네덜란드-브루나이-인도네시아 등 9개국 대사, 그리고 부산 지역 건설업체인 반도건설의 권홍사 회장 등이 충북 충주시에 있는 시그너스골프장을 찾았다. 이날 한 차례 라운딩을 한 이들은 만찬을 겸한 미니음악회를 즐기며 친분을 나눴다. 외교 분야는 내가... 이에 앞선 6월 12일에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10개국 외교관들이 시그너스골프장을 찾기도 했다. 이 골프장은 최근 '막말정치'로 화제를 모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51)이 소유하고 있다. 물론 앞선 두 차례의 모임은 모두 강 회장이 주도했다. 강 회장의 측근 〈월간부산〉의 백승진 사장(60)에 따르면 강 회장은 지난 6월 12일 동남아 10개국 외교관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한국과 아세안 국가와의 관계 중요성을 역설하며 향후 아세안 각국 대사들의 국내 활동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 회장은 이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활동에도 협력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강 회장이 주도해 만든 '시그너스 외교친선클럽'(Cygnus Diplomat Society)은 이때부터 비롯됐다. 백 사장에 따르면 강 회장은 평소 공직을 맡지 않았지만 '노무현 정부의 취약점이라고 일반이 생각하는 외교 분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 성공한 대통령이 되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이 모임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자신의 잇단 발언이 물의를 빚자 강 회장은 "기자들이 나를 정신병자로 만들었다"며 언론을 탓했다. "나는 정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평범한 기업인일 뿐"이라는 것이 그의 항변이었다. 하지만 강 회장은 이미 자신의 골프장을 통해 사실상 '골프정치'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열린우리당의 천용택-임종석 의원도 강 회장의 골프장을 찾는 정치인이다. 천 의원의 경우 지난 6월 8일 이 골프장을 찾았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의 경기 용인시 땅 문제로 골머리를 썩던 강 회장은 "유권자의 수준이 높아져 똑바로 하지 않는 정치인은 내년 총선에서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뒤 "의원께서도 남은 기간 잘 해달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 회장은 같은달 말 열린 국정감사에서 군용모포 납품 비리 의혹을 받았다. 국방부 장관을 지낸 천 의원은 당시 비리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일부 야당 의원의 공격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강 회장의 한 측근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한양대 후배 임종석 의원도 이따금 골프장으로 초청해 함께 라운딩을 하며 "잘 하라"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임 의원도 "지난 봄 강 회장의 골프장을 찾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측근은 "강 회장이 호남 출신이다보니 정동영 의원이나 천용택 의원과 사이가 각별하다"며 "이밖에도 김기재 의원과 임종석 의원, 김한길 전 의원 등과도 사이가 돈독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인제 후보를 지지해 대선 직후 '역적'으로 지목됐던 김기재 의원을 대통령이 끌어안은 것은 강 회장의 설득으로 이뤄낸 작품"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정치인에 '잘 하라' 충고 강 회장이 시그너스골프장(구 남강CC)을 인수한 것은 2001년이었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의 골프장 인수자금 출처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측은 반론을 펴고 있다. 강 회장의 부인 김모씨(47)는 "운이 좋아서 당시 부도로 허덕이던 남강CC를 헐값에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물론 그 가격도 우리로서는 무리한 것이지만 이후 정성껏 가꿔 지금 큰 자산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이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재산이 수천억원을 될 것"이라고 발언한 배경에는 10여 년 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창신섬유보다는 이 골프장의 재산가치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강 회장은 이 골프장에 최근까지 모두 8만여 그루의 나무를 옮겨심는가 하면 병충해 관리까지 세심하게 살폈다. 올 초에는 본관 건물을 개조해 고급 숙박시설을 만들기도 했다. 강 회장의 측근은 "골프장 인근 숙박시설이라고는 허름한 ㅇ모텔 하나밖에 없어 유명인사들이 올 경우 마땅히 머물 곳이 없어 불편해했다"며 "이 때문에 올 초 부랴부랴 숙박시설을 신축했는데 대단히 고급스럽게 만들어놓았다"고 말했다. 항간에는 '대통령 전용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관계자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방문을 염두에 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애지중지 골프장을 가꾸는 강 회장의 노력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는 또 있다. 골프장에서 '국정 조언' 강 회장이 지난 11월 1일 노무현 대통령 부부를 골프장에 초청해 부부동반 골프모임을 하기도 했다. 이날 낮 12시 무렵 골프장에서 만난 이들 내외는 오리백숙으로 점심을 마치고 골프 코스로 나섰다. 오후 6시께 골프를 마친 노 대통령 부부와 강 회장 부부는 장소를 클럽하우스로 옮겨 저녁식사를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강 회장의 부인 김씨가 불쑥 노 대통령에게 말을 건넸다. "이제 싸움은 좀 그만하고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 우리는 괜찮지만 서민들은 정말 힘들어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김씨의 '국정 조언'이었다.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일순 조용해졌다. '직언'으로 유명한 강 회장마저도 눈썹이 씰룩거릴 정도였다. 오히려 당사자인 노 대통령은 웃음을 띠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라고 따뜻하게 대답했다. 강 회장 부인의 직언은 대통령 걱정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권양숙 여사에게 "(대통령의) 얼굴이 많이 핼쑥해지신 것 같다. 힘들지는 않느냐"며 덕담을 던졌다. 권 여사는 "네, 그렇지요"라며 화답했다. 노 대통령과 강 회장, 두 사람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최근 현 정권의 실세들에게 "물러나라"며 거침없이 직언을 쏟아낸 강 회장에게 정계 일각에서는 '사설 부통령'이라는 별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강 회장이 내뱉는 말을 보도하며 한국 정치판의 경박함을 탓했다.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강 회장은 그제야 "나는 부통령-소통령도 아닌 정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평범한 기업인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노 대통령 당선을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도왔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자신은 "노 대통령이 잘못 하면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이 정권의 주주"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지난 11월 23일 현재 충북 충주시 자신의 골프장에 머물고 있는 강 회장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언론이 이렇게 키워놨다"며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다. "어차피 언론이라는 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금세 잊지 않느냐"는 것이 그의 기대이다. '정권의 주주'와 '평범한 기업인' 사이를 오간 강 회장, 최근까지 그가 보여준 행보는 어느 쪽에 더 어울렸을까. 노 대통령-강금원씨 부부 골프모임 "그 자리에 안희정도 있었다?" 지난 11월 1일 노 대통령 부부가 강금원 회장 부부와 골프모임을 할 당시 안희정 전 국가전 략연구소 부소장이 참석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애초 이날 자리에는 대통령 내외와 강 회장 부부, 그리고 김세옥 청와대 경호실장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골프회동을 한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날 안희정씨도 함께 있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날 골프모임에 참석했던 강 회장의 부인 김씨는 11월 20일 기자와 통화에서 "안 전 부소장이 당시 자리에 함께 참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되느냐"고 답한 뒤 "그걸 폭로하려고 하느냐"며 우려를 표했다. 안 전 부소장이 이날 자리에 함께 있었다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경기 용인땅 1차 매입으로 인한 비리 의혹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강금원 회장과 마찬가지로 안 전 부소장 역시 나라종금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정치적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나 법원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대통령이 의혹의 당사자들과 골프모임을 했다면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안 전 부소장은 노 대통령을 보좌하는 386측근 가운데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함께 선두주자로 꼽혀왔다. 안 전 부소장은 "11월 1일 노 대통령과 강 회장의 골프모임에 참석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며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안 전 부소장은 지난 6월 '이기명씨 용인땅 의혹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강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강 회장은 용인땅 1차 매입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시인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능력없는 사람이 대통령을 보좌하다보니 혼란을 초래하고 대통령을 곤경에 처하게 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문제는 강 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기 전 안 전 부소장을 만난 사실이 알려지며 확대됐다. "강 회장 발언 뒤에 안 전 부소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 하지만 강 회장은 당시 "내 나이가 몇인데 나이 어린 안희정 부소장의 사주를 받겠느냐"며 이같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상 줘야 하나, 말려야 하나..." YS 초청 만찬에서 국익 위한 자원봉사까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평범한 기업인'을 자처하는 강 회장의 '민간 자원봉사' 행보가 눈부시다. 먼저 지난 5월 8일 벌어진 일. 이날 강 회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 내외를 경남 통영시 학섬 지인의 집으로 초청해 만찬을 대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 회장 측근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과 김동욱 의원, 김혁규 경남도지사가 함께 했다. 박 의원과 김 의원은 평소 강 회장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김 전 대통령을 모신 자리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화목하게 지낼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고, 김 전 대통령은 "내가 노 대통령을 정계에 입문시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의 자원봉사는 해외 인사들을 상대로 더욱 활발하다. 이후 리빈 주한 중국대사를 만난 강 회장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를 우려하며 "중국을 위해서라도 한반도 문제에 중국이 한국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런가 하면 강 회장은 지난 5월 11일 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전화로 지원사격을 하기도 했다. 미국 거대 판매망을 가진 제이시 페니측에 전화를 걸어 노 대통령의 통상외교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는 것. 강 회장은 평소 주변에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성공한 대통령 만들기'에 물심양면으로 협조할 준비가 된 자신에게 청와대가 조력을 구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는 심경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의 활발한 대외활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익을 위한 자원봉사에 앞장서는 강 회장이 자랑스럽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자원봉사'에 앞장서는 강 회장의 모습 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감사장에서 "이 사람들이 바쁜 사람 불러놓고 한 게 뭐냐"며 국회의원들을 꾸짖고, 야당을 싸잡아 "강도 같은 놈들"이라고 매도하는 그의 당당한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부산-충주/최성진 기자 csj@kyunghyang.com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