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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총 5 건 검색)

임금 안 줬을 때 불이익 더 커야(2022. 10. 21 11:08)
2022. 10. 21 11:08 사회
ㆍ반의사불벌제보다 벌금·지연이자 확대, 고의체불 부가금 필요 “항상 뺏기는 사람만 뺏기고, 가져가는 사람은 자기 몫 다 가져간다. 적금 들어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지난해 10월 업체 폐업으로 임금체불 피해를 당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말이다. 매년 임금체불액이 1조원을 웃도는 한국은 ‘임금체불 공화국’이다. 만성질환이 된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려면 체불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경제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해마다 급증하는, 이주노동자 체불 피해를 막기 위한 정책 마련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난해 9월 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반의사불벌죄 폐지·개정 노동계는 임금체불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의사불벌죄는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합의 동기를 제공해 체불임금 청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2005년 도입했다. 하지만 도입 이후 체불임금액의 뚜렷한 감소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수 노무법인 화평 대표는 지난해 3월 ‘임금체불,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반의사불벌 조항 도입에도 불구하고 근로감독관의 지도로 해결된 실적이 늘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으며 오히려 임금체불액, 신고 건수, 피해 노동자 수의 꾸준한 증가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의사불벌죄 폐지·개정이 노동계만의 주장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고액·상습 체불사업주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적용 제외 등 처벌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로 출범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2018년 8월 발표한 권고안에서 “임금체불 사용자에 대해 당사자 합의에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형사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체불노동자 생계보장 강화를 위한 대지급금제도 개편을 이뤄냈지만, 반의사불벌죄 관련 공약은 지키지 못했다. 반의사불벌죄 폐지가 중요한 이유는 임금체불을 단순한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노동자 생계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 보는 기본 관점을 정립하는 것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의 말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임금체불을 임금절도, 임금사기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임금은 후급(後給)인 반면 임금을 받기 전 제공된 노동의 결과는 기업에 직접 귀속된다. 따라서 사용자는 노동자가 제공한 매일의 노동으로 발생한 임금을 임금지급일까지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임금체불은 사용자가 ‘관념적으로는 노동자에게 이미 귀속된 금품’의 지급을 거절하는 행위다. 형법은 이런 행위를 횡령으로 처벌한다. 횡령죄를 처벌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21대 국회에는 반의사불벌죄를 폐지·개정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노동부는 반의사불벌죄를 손질하는 데 소극적이다. 노동부는 “반의사불벌 규정이 근로감독관의 업무처리 단계에서 체불임금 청산에 기여하고 있으므로 반의사불벌죄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돼도 벌금액이 체불액의 10~20%에 불과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사용자로선 체불임금을 주는 대신 벌금 내는 걸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이 피해 노동자 수, 미지급 기간 등을 고려해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제적 제재 강화 정부가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카드는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 강화다. 지연이자 제도 실효성 강화가 대표적이다. 2005년 도입된 지연이자 제도는 체불사업주가 법정이자(상법 연 6%)보다 높은 연 20%의 이율을 부담하게 해 신속한 체불임금 변제를 유도하려는 제도다. 다만 현행 제도엔 한계가 있다. 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 적용대상이 ‘사망 또는 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노동자’로 한정돼 있다. 아울러 지연이자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아 미지급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결국 노동자가 지연이자를 받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민사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제도 적용대상을 재직 중인 노동자에까지 확대하고, 지연이자 미지급 시에도 처벌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지연이자 제도 강화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방안은 부가금 제도다. 고의적인 임금체불 사건의 경우 체불액의 2~3배에 해당하는 부가금을 체불 사업주에게 물리자는 내용이다. 임금채권 소멸시효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은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대부분의 피해 노동자들이 퇴직 후 임금체불 신고를 하는 현실에서 3년 이전 체불임금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임금체불 위반의 죄에 대해 공소시효가 5년으로 연장된 것과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금체불 관련 노동행정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2019년 직장갑질119·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노노모) 소속 노무사 6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1명(50.8%)이 근로감독관의 가장 큰 문제를 ‘합의 종용’(3개 복수응답)으로 꼽았다. 직장갑질119는 “임금체불 사건의 경우 과도하게 화해를 강요하며 그 결과 대다수의 사건에서 실제 체불임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합의된다”고 밝혔다. 대지급금 사각지대 해소 사회적 소수자인 이주노동자 체불임금액은 해마다 느는 추세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이주노동자 체불임금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19년 1217억원, 2020년 1288억원, 2021년 1184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체불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제도는 내국인 노동자에게도 적용되는 대지급금제도와 외국인근로자고용법상 임금체불보증보험제도가 있다. 두 제도 모두 한계가 있다. 우선 임금체불보증보험의 한도는 1인당 400만원에 불과하다. 대지급금제도의 경우 사각지대가 있다.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약 2만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5인 미만 농어업 사업장은 임금채권보장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들은 대지급금을 받을 수 없다”며 “고용허가제를 통해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노동부가 지정·알선하는 사업체에서만 일할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는 내국인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임금채권보장제도를 마련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표지 이야기
입찰비리 적발돼도 불이익 안 받았다(2020. 07. 31 15:54)
2020. 07. 31 15:54 경제
ㆍ부정당업자 누락된 한전산업개발, 관급공사 입찰 제한 이루어지지 않아 한전산업개발이 80억원 규모의 관급공사에서 입찰비리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행정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을 발주한 경기 광주시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한전산업개발에 대한 제재를 미루고 있다. 한전산업개발은 발전설비 운전·정비업체로 1990년 한국전력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가 2003년 민영화됐다. 최대주주는 31%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자유총연맹, 2대 주주는 29% 지분을 갖고 있는 한국전력공사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입찰비리가 벌어진 사업은 2012년 광주시가 발주한 노후 도로조명 개선사업으로 83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한전산업개발이 2011년 ESCO(에스코·에너지절약)사업 부문을 신설한 이래 수주한 최대 관급공사다. 2012년 광주시는 도로사업과에서 ‘에너지 절약사업’의 일환으로 가로등 교체사업을 추진했고, 2012년 12월 20일 국가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노후 도로조명 개선사업 제안서를 등록했다. 조달청 나라장터 사업 제안요청서에 명시된 사업 내용은 광주시 읍·면·동 노후 가로등, 보안등 1만5444곳의 램프와 안정기, 등기구 교체다. 해당 사업은 발주부터 계약체결, 공사까지 전 과정이 비리로 얼룩졌다. 사업 계약은 부당 체결됐고 사업 진행 과정에서 입찰방해와 밀어주기 담합, 뇌물 수수 등이 벌어졌다. 감사원은 ‘계약분야 회계비리 특별점검’을 통해 비리 사실을 적발했고, 여기에 연루된 광주시 공무원과 한전산업개발 담당자는 입찰방해로 형사처벌(2016년 10월 27일 대법원)을 받았다. 입찰비리에 적발된 사업자는 부정당업자로 등록돼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입찰제한)을 받는다. 입찰제한 기간이 끝난 뒤에도 입찰제한 기록은 이후 입찰 적격심사에서 감점 요인으로 적용돼 불이익을 입는다. 실효성 있는 입찰비리 처벌을 통해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담합·뇌물 수수로 83억원 공사 따내 그런데 해당 사업 과정에서 ‘비리와 편법’을 동원한 한전산업개발은 이제껏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감사원과 법원, 광주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비리가 드러났지만 회사는 아무런 불이익을 입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광주시는 한전산업개발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사업을 진행하는 ‘그린리스’ 방식으로 도로조명 개선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린리스 방식이 특혜 시비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광주시는 사업자 선정 방식을 2단계 공개입찰(1단계 서류전형, 2단계 최저가 낙찰)로 전환했다. 공개입찰에는 한전산업개발을 포함해 7개 업체가 응찰했고, 2013년 1월 18일 한전산업개발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광주시 공무원과 한전산업개발 담당자는 서류전형 통과를 위해 자격 제한을 한전산업개발에 맞춘 ‘특별시방서’를 만들었고, 한전산업개발은 이른바 ‘들러리’ 업체 2곳과 함께 1차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이후 한전산업개발은 들러리 업체와 입찰가격 담합을 벌여 최저가 낙찰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 공무원은 억대 뇌물을 수수했다. 해당 분야 사업과 관련해 사업제안서 한번 작성해본 경험이 없는 한전산업개발은 사업 수주 이후 하도급 업체에 일체의 사업을 맡겼다. 대신 하도급 업체로부터 한전산업개발 명의로 사업을 수주한 대가로 입찰금액의 일부를 받기로 사전에 공모했다. 가로등이 설치된 경기 광주시내 도로 전경 / 광주시 제공 이들의 범행 사실은 경쟁업체의 고발을 통해 덜미가 잡혔다. 2015년 2월 검찰이 회사 직원 2명을 입찰방해 혐의로 기소하자 한전산업개발 측은 대형 법무법인을 통해 회사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한전산업개발은 “형사소송 결과에 따라 회사의 입찰 참가자격이 제한되는 등 회사 사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소송”이라며 적극 응소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1심과 2심에서 한전산업개발 직원에 대한 유죄판결이 나오자 변호인 측은 상고이유서에서 “두 사람의 입찰방해죄에 대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발주처인 광주시가 한전산업개발에 대해 ‘담합행위’를 이유로 지방계약법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내릴 것”이라며 “(한전산업개발이) 이렇게 되면 최대 2년간 국가, 지방자치단체, 한국전력, 한국남부발전 외 5개사, 공공기관의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돼 매출 감소를 넘어 존폐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광주시 “다시 한 번 검토하겠다” 대법원은 한전산업개발의 상고를 기각했고, 담당 직원 2명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한전산업개발 측이 우려했던 매출 감소와 존폐 위기는 벌어지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광주시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주처인 광주시가 부정당제재 절차를 밟지 않으면 다른 기관에서는 한전산업개발의 입찰비리 여부를 알 수 없다. 당연히 입찰 제한도 이뤄지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발주처인 지자체에서 문제가 생긴 사업체를 부정당업자로 지정정보처리장치에 등록해야 제재 내역과 처분 사실이 공유된다”며 “지자체에서 누락을 하면 정부 부처에서도 별도로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문제의 사업이 서류상 ‘일반 위탁사업’으로 분류돼 있어 부정당제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발주처의 사업자에 대한 제재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을 근거로 이뤄진다. 그런데 해당 사업은 애초에 계약체결 권한이 없는 사업부서(도로사업과)가 민관협력·위탁 방식으로 발주하고 계약을 체결한 사업이어서 지방계약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계약담당 공무원이 한전산업개발과 계약을 체결했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찰참가 제한과 같은 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지금처럼 비정상적인 계약이 이뤄진 경우에는 지자체에서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요컨대 사업 발주·계약 시기부터 불법적인 방식을 택하면 차후 문제가 생기더라도 입찰제한 조치와 같은 치명적인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전산업개발 측은 “입찰제한 조치를 예상하고 회사 차원에서 대응한 것은 사실”이라며 “발주처에서 움직이지 않는데 회사에서 먼저 나서서 처분 여부를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는 “한전산업개발 제재 여부와 관련해 법률 검토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없는지 다시 한 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추가로 전했다.
[표지 이야기]질본 무기계약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2020. 06. 19 15:24)
2020. 06. 19 15:24 사회
ㆍ새 보수체계 적용으로 임금 줄어… 노조 임금체불 소송 검토 정부가 채용한 무기계약직 직원 처우를 둘러싼 잡음은 보건복지상담센터만의 일이 아니다. 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질본에는 2017년 5월 이전에 채용된 무기계약직 직원 11명이 있었다. 이들의 보수체계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무직이 된 무기계약직 직원들과 달랐다. 질본은 2019년 6월 기존 무기계약직 직원들에게 2017년 5월 이후 적용된 공무직 보수체계로 통합·변경하는 안을 제안했다. 이는 기존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처우를 낮추는 안이어서 문제가 됐다.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 청사 전경 / 연합뉴스 무기계약직 직원 일부가 속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에서는 질본의 보수체계 변경 시도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라고 봤다. 노조에 따르면 기존 무기계약직 직원마다 편차는 있지만, 보수체계 변경 시 향후 10년치 급여 총합이 1000만원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컸다. 당장 올해 임금이 줄어든 기존 무기계약직 직원만 3명이다. 노조 측은 2019년 11월 고용노동부에 질본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동의 방식에 하자가 있다며 진정을 냈다. 노조 측 대리를 맡은 임청아 노무사(노무법인 승)는 “향후 지급받는 총급여가 줄어드는 등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서는 사측과 노측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동의 방식을 두고 다퉜다”고 했다. 노동부 “위법 소지가 없다” 기존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질본이 세 차례나 개별적으로 직원들과 접촉해 보수체계 변경 동의를 받으려 한 점을 문제 삼았다. 질본 측은 2019년 6월 21일과 24일 문자메시지, 사내 메신저로 기존 무기계약직 직원들과 개별 접촉해 보수체계 변경을 시도했다. 같은 해 9월 24일에는 질본 측이 일부 직원을 개별적으로 찾아가 ‘보수체계 변경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다. 당시 질본이 만든 동의서를 보면 계약 변경에 대한 개별 동의인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동의하는 것인지를 묻는 구체적인 질문은 빠져 있다. 근로기준법 제94조1항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노동자 과반수 동의는 사용자 측 개입이 배제된 노동자들의 회의로 결정돼야 한다. 노동부는 지난 3월 “위법 소지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노동부 판단이 3개월 가까이 지체된 사이 질본이 기존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과반수 동의를 받아낸 점이 인정됐다. 기존 무기계약직 직원 11명 중 9명이 동의서에 사인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지속적인 회유와 압박으로 다수 직원이 찬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질본 측은 “비슷한 업무를 하는 직원들 사이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의 조정이었고, 근로감독관의 감독 아래 정상적으로 과반수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임금체불 소송 진행도 검토하고 있다. 새 보수체계 적용으로 줄어든 임금을 체불로 보고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이다. 임청아 노무사는 “새로운 제도 적용 이후 3~4년 이후 불이익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본다. 불이익이 드러난 시점에 임금체불로 문제 제기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지 이야기
[표지 이야기]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 “정보격차, 불편함이 불이익이 됐다”(2020. 03. 20 15:31)
2020. 03. 20 15:31 경제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정보격차)’라는 말이 등장한 건 25년 전이다. 1995년 미국 <뉴욕타임스> 개리 앤드루 풀 기자가 정보를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의 차이를 의미하는 용어로 처음 썼다. 같은 해 7월 미국 상무부가 정책보고서에서 정보격차를 공식적으로 언급했고, 이후 논의가 확산됐다. / 권호욱 선임기자 한국에선 2001년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이 나오면서 정보격차 개념이 정립됐다. 저소득층·농어민·장애인·노령자 등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정보통신망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정보 이용을 보장한다는 내용이었다. 2009년 폐지된 이 법은 ‘국가정보화기본법’에 녹아 있다. 정보격차의 틈을 메꾸기 위한 정보화 교육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정보격차를 해소하려는 정부 주도의 노력은 ‘접근’ 측면에서 긍정적이었다. 정보 취약계층의 디지털 접근 수준은 일반 국민의 97.1%다. 대부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가졌다는 얘기다. 문제는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다.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54)은 정보통신기술에 의한 이용자의 인식과 태도 변화를 탐구하는 언론학 박사다. 3월 15일 서울 양천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이제는 정보를 원하는 사람과 원하지 않는 사람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체계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정보격차의 현실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난 것 같다. “고령층에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면서 세대 간 정보격차가 좁아질 여지가 있는데, 새로운 기술들은 계속 생겨난다. 컴퓨터에 국한해 얘기한다면 격차를 논의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모바일이 생겨버렸다. 마스크앱을 생각해보자. 마스크 공급은 하는데 정보를 앱으로 준다. 앱 만드는 데 얼마 안 걸렸다. IT 기술이 워낙 빠르게 진화하다보니 다양한 이들의 니즈를 잘 못 맞춘다. 결국 두 가지다. 첫째는 개발할 때 정보 취약계층을 고려해야 하고, 둘째는 그들도 이용할 수 있게끔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배우라고만 하는 건 너무 톱다운(Top-Down·하향식) 방식이다.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고 불편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상황에선 노인들이 정보를 얻지 못해 불안감이 더 클 수 있다.” -예전에는 접근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활용을 강조하는데. “정보격차 논의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정보 소외계층에겐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했다. 꼭 인터넷을 써야 할 이유가 없었다. 불편함만 견디면 됐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불이익’이 돼버렸다. 공항에서 발권할 때 키오스크가 아닌 카운터를 이용하면 돈을 더 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정보를 원하지 않는 사람과 원하지만 얻을 수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편입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생겼다. 이는 ‘리터러시(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와 연결된다. 이 안에는 윤리적 행동, 적극적인 정보 생산과 참여 등 다양한 형태의 역량들이 있다.” -정보를 원하지 않는 자는 누굴 말하나. “일부러 ‘011’ 번호를 쓰는 경우같이 알면서도 원하지 않는, 자기 주관과 철학이 강한 사람을 떠올리기 쉽다. 문제는 자기가 원하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알려주고 참여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참여만 하게 하다보니 ‘정보 편식’ 등의 문제가 생겼다. 이분들이 정보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정부든 기업이든 시민단체든 나서줘야 한다고 본다. 정보의 활용 문제로 가면 개인의 의도나 동기가 들어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 -불편이 불이익이 됐다는 말이 인상적인데. “2000년대 이후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지니 정부가 더 깊숙이 개입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인식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기기가 등장하면서 또 다른 문제들이 나타났다. 모든 게 키오스크로 바뀌었다고 가정해보자. 노인들이 음식을 주문하려고 하는데 잘 안 돼서 포기한다. 키오스크를 통해 데이터가 모인다는 게 문제가 된다. 기업에선 어떤 메뉴 매출이 높고 손님 많은 시간대를 분석해 서비스를 바꿔나간다. 노인들의 데이터가 들어가지 않기 시작하면 이들이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진다. 정보를 가진 자와 가지지 않는 자 간의 권력 불평등 구조가 생기는 현상도 우려스럽다. 이제는 인간과 기계가 대화하는 시대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기계가 받아들여 학습한다. 빅데이터 시대는 어떤 데이터가 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정보 취약계층의 데이터가 들어가지 못하면, 이들을 위한 사회는 생겨나지 않는다. 이들을 위한 정책은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지 않냐는 목소리도 있다. “컴퓨터와 앱이 닮은 것 같지만 내 아이와 나조차 지식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르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던 중에 블루투스 이어폰이 갑자기 작동을 멈췄다. 대구에 매뉴얼이 있어 나중에 내려가서 봐야지 생각했다. 아들에게 작동이 안 된다고 말하니 “구글에 ‘How to restart 모델명’ 쳐보라”고 하더라. 사고의 패턴 자체가 다르다. 옛날처럼 보급만 해선 안 된다. 흔히 젊은 사람들에게 어르신들 집회를 가리키며 저렇게 해야 이득이 되는 정책도 나온다고 말하곤 한다. 이제는 거꾸로다. 젊은이들의 모든 것이 데이터 분석으로 갈 수 있다. 거리에 나온 노인들의 목소리는 데이터에 들어가지 않는다. ‘노인들도 키오스크 쓸 수 있게끔 교육하면 되잖아’라는 생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공급자적 측면에서도 분명히 고민하고 적용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수용자 책임으로만 몰고 가거나 공급자 잘못으로만 몰고 가긴 어렵다.” -공급자적 측면에선 정보격차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키오스크가 효율성과 편리성을 가져왔지만,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는 거다. 정부는 이를 촉진할 수 있다. 미국처럼 정부 조달상품은 정보통신 접근성을 인정받은 제품만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보건당국이 코로나19 브리핑을 하면 수어통역사들이 계신다. 그렇게 하며 장애인 정보격차를 줄이고, 인식이 생기고, 사회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토대가 생긴다. 기업은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 고민하고 제3섹터와의 협력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코레일이 서울디지털재단과 업무제휴를 해 승차권 자동발매기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노인들도 편하게 쓸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한 것이 그 예다.” -결국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선 활용능력이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이 능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다고 보나. “흔한 오해 중 하나가 과학과 기술은 객관적이고 중립이라는 것이다. 과학에도 버그가 있고 개발자의 바이어스(편향)가 들어간다. 이제는 나의 가치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IT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전략적 기술’을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필요로 하는 역량은 획일적이지 않다. 기기를 켜고 끄는 건 집합 교육을 하면 된다. 개별적 이해관계가 다 다른 상황에선 한꺼번에 모아서 교육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회 전체의 관심이 필요하다. 외국에선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생긴다. 중학생들이 노인들과 1 대 1 멘토링을 하기도 하고, 시민단체에서 소규모지만 전략적으로 교육을 하기도 한다. 가장 좋은 건 정보 취약계층과 밀착돼 있는 집단과의 연계를 통해 정부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그 안에 시민과 기업이 들어와 거버넌스 체계를 이루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표지 이야기
[시사 2판4판]불이익단체(2018. 10. 29 15:28)
2018. 10. 29 15:28 정치
가짜 정책보고서로 혈세를 꿀꺽하는 국회의원도 두려워하는 단체가 있다. 이익단체라고 하는데, 이들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금배지를 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야 만다. 불이익을 줄 수도 있는 단체다. 학부모들의 비난에 집단휴원을 불사한다며 맞서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의 호시절은 이미 지나가버렸다. 사유치 어이. 어디 가나? 나국회 국감장에 갑니다. 사유치 에헴! 내가 누군지 알지? 나국회 알고말고요. 사유치 우리한테 잘못 보이면 알지. 다음에 당선이 어려워! 나국회 잘 알고 있습니다. 사유치 그런데 요즘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갔어. 우리가 돈을 어떻게 쓰든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이제는 문을 닫는다고 해도 눈도 꿈쩍도 하지 않는단 말이야. 나국회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도 이제는 가짜 정책보고서로 돈을 타먹기도 힘들어졌습니다. 사유치 말세야, 말세! 돈도 없을테니, 카풀로 같이 타고 갈까? 나국회 쉿! 카풀의 카도 꺼내지 마세요. 카풀하면 낙선시키겠다는 이익단체가 있어서!
시사 2판4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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