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3 건 검색)
- [언더그라운드 넷]무분별한 태양광 패널 설치 때문에 산사태가 벌어졌다?(2020. 08. 14 14:22)
- 2020. 08. 14 14:22 사회
- “대한민국 환경단체 사망.” 지난 8월 12일 제보받은 장·노년층 카톡방에 유통되고 있는 사진이다. “이게 한국 특정 지역의 산”이라며 “이 재앙은 천재가 아니라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을 보면 산등성이부터 산꼭대기까지 태양광 패널이 뒤덮고 있다. 임야를 뒤덮은 태양광 패널들이 장마 중 속출한 산사태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카카오톡 환경단체가 사망했다는 건 이런 ‘자연파괴’를 감시해야 할 환경단체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주장대로 저 사진은 한국 특정 지역의 산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단지가 맞을까. 사진의 실체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2017년 2월 13일 중국 신화통신에서 같은 지역을 찍은 보도 사진을 찾아낼 수 있었다. 패널이 설치된 곳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 허베이성 칭룽만족 자치현. 사진설명을 보면 “2016년 말까지 허베이성은 1281만㎾를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채울 계획”이라고 되어 있다. 태양광 패널의 무분별한 설치가 산사태를 가중시켰다는 주장은 이미 여러 차례 팩트체크되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8월 11일까지 전국에서 일어난 1482건의 산사태 중 산지 태양광시설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12건으로, 장마 기간 발생 산사태의 0.8%에 불과하다. “산림청에서 나머지 99.2%의 산사태가 어디서 났는지 차제에 밝히면 좋겠습니다. 묘지나 논·밭도 많을 것이고, 아마 골프장도….” 김성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 전문위원의 말이다. 그는 “오히려 문재인 정부 들어 설치 경사도 15도 이하로 한정하고, 20년 후 원상복구비도 넣으라는 등 산지 태양광시설 기준은 더 강화되었다”며 “석탄이나 석유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세계적 추세에 뒤처진 마당에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이런 것을 가지고 구태적 정쟁을 일삼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오늘의 결론. 중국 사진을 가져다 한국 임야에 무분별하게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가짜뉴스다. 믿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인지상정이라지만 진짜와 가짜는 가려보자.
- 언더그라운드 넷
- [벌률프리즘]우면산 산사태는 누구의 책임이었나?(2018. 03. 19 14:44)
- 2018. 03. 19 14:44 사회
- 4년 만에 종결된 1심 소송에서 국가와 서울시에는 면죄부가 내려졌다. 하지만 서초구에 대한 피해자들의 국가 배상청구는 인정하였다. 긴급구조활동에 대한 국가 의무를 확인하고 천명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는 국민에게 예상되는 피해를 사전적으로 예방해야 하고, 국민이 재난상황에 처해 있을 때에는 신속히 구조해야 하며, 피해복구 과정에서도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 헌법 제34조 제6항에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국가의 이러한 보호의무를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서울 방배동 남부순환로 일대에서 구조대원들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 김세구 기자 그러나 재난상황에서 국가가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2011년 7월 27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 지역은 전날부터 많은 비가 오고 있었다. 시민들이 출근 준비를 하고 있던 오전 7시40분, 쏟아지는 폭우를 감당하지 못하고 우면산에 산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8시40분쯤까지 1시간 동안 우면산 내 13개 지구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확인된 것만 무려 150회에 달했으며 시민들의 안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토석류도 30여곳에서 발생하였다. 그 결과 우면산 인근에서는 산사태로 16명이 사망하고, 51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주택 11세대가 파손되었다. 산사태로 16명이 사망하고 51명이 부상 우면산에서 쏟아지는 토석류가 도로를 넘어 아파트단지로 몰려드는 동영상은 국민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산사태의 피해자들은 분노하였다.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하여 우면산에서는 이미 산사태가 발생했었는데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산사태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스스로 안전을 찾아야만 했는지, 그러나 정부는 집중호우로 인한 천재였다는 말만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시작된 6건의 민사소송. 사망자가 발생한 우면산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자들이 모여 정부와 서울시, 서초구를 상대로 우면산 산사태를 미리 예방하지 못한 책임과 산사태 발생위험과 산사태 발생정보를 제대로 전파하지 않아 시민들이 대처를 할 수 없었던 책임을 묻는 소송이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심 소송은 2011년부터 시작되어 2015년 말까지 무려 4년 동안 진행되었다. 우면산 산사태가 인재인지, 천재지변인지 그 원인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국가배상법 제2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 받은 사인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법령에 위반하여’라고 함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일정 행위를 하여야 할 의무)가 정하여져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인권 존중·권력남용 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재난이 다양하게 전개되는 상황과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유해화학물질의 피해 등을 고려하였을 때에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상당한 우려가 있다. 국민의 생명 등을 보호하는 것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가가 초법규적·일차적으로 그 위험의 배제에 나서지 아니하면 국민의 생명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하여야 한다. 우리의 법원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공무원의 작위의무를 인정하려 하고 있다. 결국 국가 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공무원들에게 특정 행위를 해야 할 의무가 법령상에 존재하는지, 그러한 법령이 없다면 국민의 건강·생명에 대한 침해의 정도와 재산적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공무원이 그러한 결과를 예견하고 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소송의 쟁점은 국가와 서울시, 서초구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재난 예방조치, 특정 관리대상 시설 정비 등의 의무를 이행하였는지,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상의 안전점검, 주민 대피 관리기준 제정·운영, 재해위험도 평가 등의 의무를 이행하였는지, 그리고 산사태에 우면산 정상의 군부대, 우면산공원 난개발, 서초터널 공사는 어느 정도 기여하였는지에 대한 문제였다. 서울시, 2년의 기간 동안 조사·연구 진행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사건은 피해 발생에 폭우, 지진, 해일, 폭설 등 자연력에 의하여 발생된다는 점에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피해자들은 소송과정에서 자신들의 비용으로 피해가 자연력에 의해서 전적으로 발생된 것이 아니라 관련 공무원들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부주의가 사고를 유발하고 가중시켰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도움 속에서 산사태의 원인을 찾는 작업이 시작되었으나 산사태 원인분석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가 있었다. 다행히 이번 사건의 경우 수도서울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였고,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서울시가 산사태 원인에 대한 조사용역을 발주하여 피해자들이 추천하는 전문가들을 포함하여 조사가 진행될 수 있었고, 2년의 기간 동안 조사·연구가 진행되었다. 서울시 조사 결과는 사실관계가 일부 분명해진 것도 있었지만, 재해의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과가 도출되지 못하였다. 결국 재판절차에서 다시 전문가들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 집중호우의 정도, 서울시와 서초구의 산사태 예방활동 가능성, 군부대 배수로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다. 4년 만에 종결된 1심 소송에서 국가와 서울시에는 면죄부가 내려졌다. 집중호우로 인한 천재지변이었으며, 서초터널의 발파공사나 군부대의 배수로, 우면산공원의 인공시설물은 산사태에 특별한 원인으로 인정 받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서초구의 경우 재난관리법상 재난관리 책임기관으로서 재난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재난에 대응할 조직의 구성 및 정비, 재난의 예측과 정보 전달체계의 구축 등에 관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고,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은 산림청의 산사태 위험지 관리시스템상 위험1급지였으므로, 서초구 담당공무원은 산사태 발생 당시 즉시 산사태 경보를 발령하고 우면산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지역방송이나 통·반조직을 이용하는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대피를 지시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하여 서초구에 대한 피해자들의 국가 배상청구는 인정하였다. 국가가 국민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사전예방적 조치도 중요하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긴급구조활동에 대한 국가 의무를 확인하고 천명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 [지승호가 만난 사람]“우리는 산사태 날 줄 모르고 도토리 몇 개 지키려는 다람쥐 같아”(2012. 09. 25 13:48)
- 2012. 09. 25 13:48 사회
- ㆍ철학자 강신주 우리 시대의 철학자 강신주를 만났다. 그는 하루 평균 2.5회, 일주일에 15건 가까운 강연을 소화하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어제도 강연을 다섯 건이나 했고, 잠은 한숨도 못잤으며, 다음 일정이 있다”면서도 3시간 가까이 인터뷰에 응했다. 강신주는 , , , 등 17권의 단행본을 출간했으며, 중앙일보에 ‘강신주의 감정수업’, 경향신문에 ‘철학자 강신주의 비상경보기’ 칼럼을 격주로 연재하고 있다. 강신주는 “모든 인문학은 사랑과 자유에 바치는 헌사이며, 사랑과 자유가 없는 인문학은 죽은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 어제 강연을 다섯 건이나 했다면서요? 안 그래도 엄청 바쁘다고 들었는데요. 강 요즘 하루에 평균적으로 강연만 2.5개 하는 것 같아요. 어제는 밥 한 끼도 못먹었는데요. 사람들이 절 소비하는 거예요. 조금 있다가 버린다고.(웃음) 지 최근 경향신문에 ‘누가 과거를 퉁치자고 하는가?’라는 글을 썼는데요. 강 글은 항상 사회적으로 3대 4대 3이에요. 나를 좋아하는 3은 의미가 없고, 나를 싫어하는 3도 의미가 없고, 중도에 있는 4명을 어떻게 내편으로 만드느냐 하는 거구요. 어제 오마이뉴스 발터 벤야민 강의를 갔더니 박근혜 후보가 낮에 왔었대요. 박근혜 후보가 하는 것이 그거거든요. 3대 4대 3에서 4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문재인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지 않잖아요. 진보적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윤리성·도덕성·정치논리가 하루 종일 떠올랐는데요. 근대 정치의 핵심은 도덕과 정치를 분리하는 데 있어요. 정치를 혼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마키아벨리 이후의 움직임이거든요. 윤리가 정치의 수단이 되어야 되지, 도덕이 목적이 됐을 때 그 윤리성·도덕성들이 진보정치세력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지 예전 인터뷰이긴 하지만 박근혜 후보에게 “아버지에 대해서 국민들이 저항하지 않았겠냐?”고 하니까 “국민들이 악인이냐?”고 반문하는 자체가 무섭더라구요. 강 지금 우리 사회는 강력한 정치적 멘토를 찾고 있는 것 같아요. 1920~30년대 독일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을 때 그런 분위기였죠. 자기 스스로 구원을 하려고 하지 않아요. 돈을 어떻게 하면 더 안정적으로 지키고, 더 많이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할 때 히틀러가 나온다구요. 안철수 후보도 사실 전혀 검증이 안 됐는데, 구원자처럼 나온 거죠. 때때로 나약해질 때는 독재자를 꿈꿀 수도 있고,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른다는 방향감각을 잃을 때 누굴 찾아요. 우리는 쫓아가서 욕하지, 왜 그쪽으로 가냐고.(웃음) 경제가 나빠지면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회의하지 않고, 돈을 잡아요. 그게 우려가 되는 거죠. 지 지금 박근혜 후보 측은 과거를 보지 말고, 미래를 보자고 얘기하잖아요. 강 그들이 가진 현재의 압도적 지위와도 관여되어 있을 거예요. 그리고 박 후보가 태생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잖아요. 박 후보는 그런 역사인식을 절대 안 버려요. 아버지를 부정하면 끝나거든요. 그러니까 경제민주화라든가 이런 레토릭을 쓴다구요. 철학적·인문학적 훈련이 없는 사람들은 그 말에 속아요. 나는 니가 쓰레기 같아서 헤어져야겠다는 말과 잠시 혼자 있을 시간을 달라는 말은 같은 얘기잖아요. 안 만나겠다는 건데.(웃음) 혼자 있을 시간을 줘, 그러면 그럴 시간을 주는 거예요. 왜 우리가 그것에 속느냐 하면 허영이 있어서 그래요. 지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웃음) 강 박 후보 입장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최고의 강점이면서 최고의 약점인 거예요. 사실 박정희 최고의 라이벌은 전태일이라구요. 장준하도 아니고. 전태일이라는 존재 자체가 박정희의 경제개발이 국민한테 뭘 의미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이고 이미지입니다. 야당 쪽도 부르주아 시민사회 운동이라구요. 그러니 전태일이랑 어떻게 오버랩이 되겠어요. 정말 아까워요. 진보세력들의 붕괴들이. 전태일이 포지셔닝이 되어야 된다구요. 전태일은 다 얘기한 거예요. 그렇게 경제개발해서 잘 살았니 하고.(웃음) 전태일은 딱 보면 집에 못가서 밤새도록 일하고 있는 수탈당한 노동자의 모습이 들어오고, 분신했다는 인간적 절규가 들어오는 것인데요. 국민들이 전태일의 자리에 들어올 때 박 후보는 끝나는 거예요. 박 후보가 전태일 찾아갔을 때 거부한 것은 잘 한 거예요. 그거 받아들였으면 큰일나는 거예요. 전태일을 두 번 죽이는 거죠. 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전태일과 같이 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강 기사를 봤더니 문재인 후보가 노동자들 만나서 최저임금 얘기를 했잖아요, 그 제스처 좋게 봐요. 그거 해야 돼요. 문 후보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잖아요. 인권이나 노동, 그런 것들을 하셨고. 그러니까 전태일을 끌고갔으면 좋겠어요. 버리지 말고. 문 후보의 제스처는 전태일적 형식 속에 일정 정도 있으려고 하는 거죠. 그런데 그쪽으로 너무 쏠리면 안 돼요.(웃음) 그러면 야권 운동가처럼 되는데, 잘 포장해서 해야죠. 지 “지금 우리 사회에는 우리들에게 사랑하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시간도둑들로 가득하다”고 했잖아요. 빚을 권해서 그 빚으로 개인들을 통제하는 사회가 됐는데요. 그럴 때 뿔뿔히 흩어져서 저항하기 힘든 개인들은 어떻게 해야 되나요? 강 다람쥐는 산사태가 날 것 같으면 떠나요. 그런데 도토리가 많이 열리는 나무를 어떤 다람쥐는 알아요. 거길 못 떠나면 죽거든요. 우리는 도토리를 가진 다람쥐가 아닌가 싶어요. 알량한 도토리 몇 개 지키려고. 굴에 도토리 모아놨다고 바위 무너지는데 떠나지 않아요. 지 위험은 감지되지만, 도토리가 있으니까, 감지되는 위험을 없다고 생각하고 싶은 거죠. 강 그나마 시위하고 저항하게 되면 이 자리도 없어진다, 그런 거죠. ‘깨알 같은’ 안녕을 도모하는 의식을 부르주아 사회가 만들죠. 이나마 있으니 콘서트도 가는 거 아냐, 이런 도토리 몇 개 가지고 있는 걸로 위안을 하는 거죠. 하우스푸어의 논리도 그거예요. 간신히 도토리라는 큰 집 하나 얻었는데. 그걸 팔고 전세나 안정적인 집으로 가라고 해도 그 도토리를 버릴 수가 없는 거죠. 그렇게 해야 도토리가 는다고 가르쳐준 것이 신자유주의이고 자본주의잖아요. 지 먹을 것 찍어서 SNS나 블로그에 올리면서 “난 너무 행복해” 하는 그런 거.(웃음) 강 구조가 바뀌면 그런 모습들이 사라지겠죠. 그런데 그 구조를 자기가 바꾸려고 해야 되는데, 바꾸려고 잘 안하는 것 같아요. 제가 글을 쓰는 이유가 그거죠. 그동안 남들에게 상처도 많이 주고 살았는데요. 그게 내가 시간 내서 강연을 돌아다니는 동력이에요. 힘이 있을 때 갚은 거라고. 입 닥치고 초야에 묻혀서 사는 게 가장 좋은데, 악업을 저지르지 말고, 선업도 하지 말고. 지 제자백가 시리즈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강 올해나 내년 초까지는 정치철학 테마에 관한 책을 쓰고, 그것 끝나자마자 빨리 써야 해요. 제자백가들이 개판으로 싸우고 있는 현장의 리얼리티가 있어야 해요. 지 제자백가 중에서 이 시대에 재조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상가는 아무래도 양주인가요? 강 네. 자유로운 공동체, 개인들의 자유로운 발전을 허락하는 공동체. 가족으로 따지면 아버지가 변호사가 됐다고 애 법대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재즈하고 싶으면 재즈할 수 있게 해주는, 저는 그 공동체가 살아있는 공동체라고 보거든요. 사랑은 자기 뜻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뜻대로 해주는 거잖아요. 자유로운 개인의 공동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에요. 의사가 병 걸렸다고 했을 때는 머릿속에 건강한 사람의 이미지가 있다구요. 같은 거죠. 제가 비상경보기를 썼을 때는 뭔가 비상상태라는 거잖아요. 경보기가 안 울린 상태가 내 머릿속에 있는 건데, 저한테는 그게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예요. 그러니까 제자백가에서도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를 옹호했었던 사람들이 타깃이죠. 지금도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 억압이 없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듯이 그 당시에도 있었다, 벤야민이 20세기 자본주의 때문에 19세기 파리를 연구하듯이 저도 똑같은 거예요. 이 시대나 앞으로를 위해서 제자백가를 얘기하는 거죠. 잘못 채워진 단추를 풀어서 다시 채우자고. 그래서 현재적 작업이고, 미래적 작업이에요. 지 김수영 시인의 미발표작 ‘김일성 만세’라는 시를 처음 언론에 소개해서 화제가 됐었는데요. 지금 분위기는 훨씬 더 예민해진 것 같은데요. 강 그것을 비상경보기라는 칼럼에 썼을 때 이런 거예요. 김수영을 정리했는데, 김수영이 살아있었다면 사회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썼을 것이다 하고 쓰기 시작한 것이 그거죠. 그래서 첫 회에 ‘김일성 만세’ 시를 인용한 거구요. 김수영이 그 당시 4·19 이후에 그걸 못 실었어요. 신문사들이 “아무리 4·19혁명 이후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안 된다”고 했던 거잖아요. 지 그땐 무사했을지 몰라도 5·16 이후에 타깃이 됐을 수도 있잖아요. 강 그렇죠. 김수영은 동베를린 사건(1967년 작곡가 고 윤이상씨, 이응로 화백 등 예술인과 대학교수, 공무원 등 194명이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대남 적화공작을 벌였다며 처벌당한 사건)이 났을 때도 부산에서 강의하면서 “정치적 자유가 없는 곳은 예술의 자유가 없는 곳이다”라고 문인들을 상대로 대중강연을 해요. 당당하게, 그 산문이 ‘시여 침을 뱉어라’ 거든요. 김수영의 정신은 그 산문 하나인 것 같아요. 그때 동베를린 사건이 났는데, 그걸 보고 더 눈물이 났었던 거죠. 김수영이 살아 있었다면 더 강력했겠죠. 그걸 2012년에 살리는 거예요. 김수영을 좋아하고 나름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글 쓸 때마다 김수영의 정신은 한국 인문학의 정신을 가지고 쓰는 거예요. 김수영의 시가 그랬듯이 저도 그런 정신으로 쓰는 거죠. 지 이 시대에 필요한 인문정신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강 자본주의에 대해서 숙고를 많이 해야 돼요. 그게 우리 삶의 모든 고통과 고민과 그런 것들을 주고 있는 근본적인 거니까요. 자본주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듯한 외향을 가지지만, 소수만 행복하게 해주니까, 그 기만성이 있는 거죠. 쿨하게 귀족이나 노예제 사회가 나을지도 몰라요. ‘힘 키워서 뒤집어 엎어, 그 전에는 내 채찍을 받아라’. 이게 정직하긴 하잖아요. (웃음) 체제가 너무 기만적이죠. 장밋빛 꿈을 계속 미래로 연결시키는 이런 체제, 자꾸 저축하라고 하고, 미래를 꿈꾸게 하며 현재를 살지 못하게 하는 염려 사회죠. 재분배했다고 은총이라고 생각해, 좋은 지도자를 만나서 도움을 받는다고. 지가 세금 낸 건 몰라요. 까먹어. 그러니까, 깨알같이 도토리만 보고 있으니까 인문학자나 사회학자나 이런 사람들이 필요하죠. 산이 무너질 것 같아요. 다람쥐 여러분.(웃음) 사람들이 위축되지 말고, 당당해져야 되고, 그런 사람들이 모일 때 구조의 변화가 일어나지, 누가 구조를 바꿔서 우리한테 주지는 않습니다. 민주주의의 덕목 중 하나는 자유인데, 자유라는 것들이 가능하려면 용기가 없으면 안 돼요. 김어준씨 그 말 좋아요. ‘쫄지마 씨바’. 너무 부당한데, 자본가한테 쫄아 있고, 권력자한테 쫄아 있으니 민주주의가 안 되는 거죠. 지 독자들한테 한마디 해주세요. 강 진보적이라고 자처하시는 분들은 누굴 따라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건 보수거든요. 항상 당당하시고, 앞장서시구요. 제일 먼저 비바람 맞는 것을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면 주변에서 존경도 받으실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겠죠. 유리벽으로 보는 것은 진짜 자연이 아니잖아요.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와서 폭풍우도 맞고, 비바람도 맞는 자세, 그럼 더 많이 배울 거예요. 발로 한 걸음 가는 그것이 머리로 백 걸음 가는 것보다는 더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고, 성숙시켜줄 것 같아요. 완성된 사람은 없으니까 계속 완성을 시키려고 노력하는 자세들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지승호가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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