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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 된 상속세,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2023. 04. 28 10:56)
2023. 04. 28 10:56 경제
ㆍ정부, 유산취득세로 전환 추진…부의 대물림 고착화 우려 지난 4월 21일 국회에서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과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김병욱·송기헌·유동수 의원이 주최했다. 토론회 명칭은 ‘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 긍정적 검토 토론회’다. 정부가 추진 중인 ‘유산세→유산취득세’ 전환이 합리적이라 보고, 이를 위한 학계와 전문가, 정부의 의견을 두루 청취해보자는 취지다. 현행 유산세는 피상속인(사망자·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이 남긴 재산 총액에 상속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는 재산 가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매긴다. 전체 유산이 아니라 상속인 개인의 유산 취득분에만 매기는 방식이어서 세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지난해 9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응능부담 원칙과 과세 체계 합리화, 국제적 동향 등을 이유로 현행 상속세 제도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회사진기자단 속도 내는 상속세 개편 민주당은 유산취득세 전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상속 규모가 큰 고액자산가 등 일부 계층에 혜택이 집중되고, 부의 대물림과 자산불평등 문제가 더욱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의원들이 나서서 ‘부자 감세’라고 지적을 받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도모하는 토론회를 열자 당 안팎의 관심도 모아졌다. 김병욱 의원은 토론회를 주최한 배경에 대해 “1950년 제정된 상속·증여세법이 그동안의 경제·사회적 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관행으로 봤을 때 어려운 주제지만 반드시 우리 당도 이 문제를 짚고 올바른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책임 있는 제1야당으로서의 행보가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정부는 오는 5월 말까지 연구용역을 끝내고 개편 방향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당초엔 개편 내용을 올해 7월 세법개정안에 담아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으나 지금 분위기로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토론회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 합리적이라고 보는 것 같아 다행스러운 측면이 있다. 다만 유산취득세 전환은 각종 공제제도를 포함해 상속세법 자체를 새로 써야 하는 방대한 작업인 만큼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여러 이슈를 논의하고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해 개편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유산취득세 전환과 맞물려 증여세 인적공제 등 공제 항목의 확대 가능성이 최근 제기되자 기재부는 “아직 검토된 바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참여연대, 한국노총, 민주노총, 경실련 관계자 등이 윤석열 정부 세제개편안과 관련한 기획재정부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산취득세 전환 추진 배경은 우리나라 상속세는 1950년 3월 22일 제정·공포됐다. 과세체계는 유산세(증여세는 유산취득세) 방식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상속세를 부과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3개 국가 중 한국과 미국 등 4개국은 유산세를, 나머지 19개 국가는 유산취득세를 채택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직계상속에 대한 최고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일본(55%)이다. 이어 한국(50%), 프랑스(45%)와 영국·미국(40%), 스페인(34%), 아일랜드(33%), 벨기에·독일(30%) 등의 순으로 높다. 한국의 유산세 방식은 과세표준 금액 1억원 이하에서 10% 세율을,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50%의 최고세율을 각각 적용한다. 피상속인이 최대주주일 경우 주식평가액의 20%를 할증한다. 최대주주 등이 보유하는 주식이나 출자지분은 해당 기업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외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소기업은 제외한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의 상속세율은 최고 60%(20% 할증 후 50% 세율 적용)까지 올라간다. 유산세는 상속재산 전체에 적용되기 때문에 유산취득세에 비해 세수를 보다 많이 확보할 수 있지만, 세후소득으로 형성한 자산에 다시 상속세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이중과세 논란과 과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정부의 유산취득세 전환 추진 논리도 여기에 있다. 정부 논리를 보면, 우선 ‘납세자의 담세 능력에 따라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는 응능부담의 원칙이다. 담세력에 따르지 않고 전체 상속재산에 대해 세율을 적용해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은 불합리하다고 본다. 이상율 법무법인 가온 고문(전 조세심판원장)은 이를 두고 “100억원의 상속 재산 중 1억원을 상속받은 상속인은 50%의 세율을 적용받게 되고, 1억원의 상속재산 중 1억원을 상속받은 상속인은 기초공제(2억원) 후 과표가 0이기 때문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1억원을 받게 된다”고 했다. 또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인데 증여세는 유산취득세 방식이어서 과세체계 정합성이 요구되고, 따라서 국제적인 추세에 맞춰 상속세의 유산취득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재계는 세율 체계 재검토와 상속세 제도의 부과방식 개편을 주장해왔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세율과 이중과세 때문에 기업 경영 의지가 꺾이고 있다는 논리다. 특히 2020년 10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작고한 뒤 전체 상속 재산 가액(18조9633억원)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의 상속세가 부과되면서 이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해 8월 기재부에 전달한 ‘원활한 기업승계 지원을 위한 상속세제 개선 의견’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30%로 낮추고 과표구간을 현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는 방안,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규정 폐지 등을 요구했다. 또 응능부담의 공평과세, 상속세와 증여세의 체계 일원화 측면에서 유산취득세 체계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2012년 7월 이건희 회장 가족이 영국 런던에서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을 참관하고 있다. 이 회장 별세 후 12조원 규모의 상속세가 부과되자 재계를 중심으로 상속세 개편 요구가 커졌다. /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재부의 ‘2022년 세제개편안’을 평가하면서 이중과세 문제를 강도 높게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최고세율의 경우 한국의 상속세와 소득세(45%)의 최고세율 합계는 95%로 일본(100%)에 이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고, 기업승계 시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105%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생전에 소득세를 부과한 후 사후에 상속세까지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지적이다. 재계는 특히 가업상속공제의 적용 대상 확대와 사전·사후 요건 완화를 요구한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가업을 유지한 대표 등이 사망 후 자식 등에게 물려주는 경우 가업상속 재산에서 최대 공제한도를 과세 가액에서 빼주는 제도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상속세법 개정안에서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 기준이 현행 4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됐다. 최대 공제한도 역시 현행 5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커졌다. 당초 정부안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 기준의 경우 1조원 미만까지, 최대 공제한도는 1000억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이었으나 이를 ‘부의 대물림’으로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확대폭이 줄었다. 유산취득세 전환에 신중했던 이유 유산취득세 전환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토했던 사안이다. 다만 ‘세수 감소’와 ‘부의 대물림’ 심화 등 반대 여론을 의식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2021년 11월 기재부가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소속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게 제출한 ‘상속세 주요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 보고서를 보면, 기재부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중장기적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OECD 2위일 만큼 상위 수준이고, 총조세 대비 상속세 비중도 2020년 기준 2.8%로 2019년 OECD 평균 0.4%보다 높긴 하지만, 공제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과세 인원이 피상속인 305만명 중 2.9%(1만명)에 불과하고 실효세율이 0.55~35.10%로 명목세율 10~50%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견해다. 국세청 자료에서도 상속세를 내는 납세자는 소수에 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상속세 납부 대상이 된 피상속인 수는 1만181명이다. 그해 사망자가 30만5100명인 점에 비춰 3.3% 정도만 상속세 납부 대상이었고, 나머지 약 97%는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연합뉴스 최고 60%(최대주주의 경우)에 달하는 명목세율에 비해 실효세율은 훨씬 낮다. 참여연대가 2019년 5월 발표한 이슈리포트 ‘상속세에 대한 잘못된 편견들’에서 확인된 상속세 과세표준 대비 실효세율은 평균 28.6%(2017년 기준)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년 10월 ‘OECD 회원국들의 상속 관련 세제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가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실효세율 측면에서 각종 공제제도나 기존 소득세와의 관계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므로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고 했다. 상속인은 기초공제(2억원)에 인적공제(자녀수 1인당 5000만원 등)를 합한 금액과 일괄공제(5억원) 중 큰 금액을 택해 과세표준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배우자 상속공제(최소 5억원)를 포함하면 통상 10억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또 금융재산 상속공제(최대 2억원), 동거주택 상속공제(6억원 한도), 가업상속공제 등도 있다. 참여연대는 “상속세 과세가액 중 상속공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41.7%에 달한다. 상속세의 실효세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상속세의 공제가 과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 3일 발표한 ‘2023년 세법 개정 방안 참여연대 의견서’에서 “가업상속공제 역시 가업 유지와 경영 지속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업의 요건과 공제대상 기업의 기준이 넓고, 공제한도가 너무 높아 일부 고액자산가들에게 특혜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만큼 제도의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대상을 비상장기업, 중소기업으로 축소하고 기업의 고유기술 등 사전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재계의 세율조정 요구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기재부는 당시 검토의견 보고서에서 “현재의 유산세 체계의 상속세는 소득과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소득세 보완적 성격이 있다”면서 “현재의 50% 최고세율을 내리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산취득세 전환 시 세수 감소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1년 10월 21일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면서 세수 중립적으로 되려면 상속세율을 올려야 하는데, 아마 거기까진 연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유산취득세가 도입된다면 세수 중립적으로 하긴 어렵고, 아무래도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기재부는 당장의 세수 감소 여부만 볼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유산취득세 전환 등 상속세 개편은) 올해 한 해를 보고 하는 게 아니라 2년, 3년, 4년 뒤를 보고 하는 것”이라며 “세수 상황이 좋지 않은 올해만 보는 것이 아니라 향후 미래를 염두에 두고 하는 제도개편”이라고 강조했다. 유산세 취지와 유산취득세 이점 살려야 유산세 체계의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을 완화해 국민의 경제적 균등을 도모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불평등을 줄이려는 목적의 과세에서 상속세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때 세율체계와 공제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 상속세의 부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유산취득세 전환 시 과표구간 50억~100억원 수준의 고자산가의 경우 상속 재산이 나누어지면서 적용되는 세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상속인의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조세 중립성을 위해 현행 5억원 수준의 일괄공제를 없애고 기본공제만 적용하는 방식으로 공제제도와 과표구간을 재조정할 수 있겠지만,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자산을 상속받은 상속인의 경우 세 부담이 더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향후 개편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산취득세 전환 시 우려되는 부작용도 있다. 예를 들어 상속인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허위로 분할해 신고하는 사례가 늘 수 있다. 세무행정 부담도 커진다. 임재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금융실명거래의 정착과 부동산 거래 신고제도 등을 통해 과세기반이 구축되고 세무행정이 발전해 충분히 (허위 분할 신고와 같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상속 개시 전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미리 재산을 넘기는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세무당국이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상속세 개편이 부유층의 세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맞춰져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은정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그간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세제개편은 큰 틀에서 ‘부자 감세’, 즉 부유층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상속세의 경우도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시 일부 부유층의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의 재분배 효과’라는 현행 상속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부의 무상 이전을 막으려면 상속세와 증여세 관련 규정은 현행 제도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상속세 일괄공제 금액 기준을 낮춰 상속세 과세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정부, 상속세 만지작…‘유산취득세’가 대안일까(2022. 05. 06 14:52)
2022. 05. 06 14:52 경제
ㆍ윤석열·추경호 “기업 세 부담 커… 유산취득세 전환 검토” ㆍ학계·시민단체 “개편하려면 양도세도 함께 부과해야” 윤석열 정부에서 상속세 개편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고 했을 정도로 상속세 개편 의지가 강하다. 경제사령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상속세 공제 항목을 늘리고 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정부 임기 내 상속세가 아예 폐지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속세 완화는 재계의 숙원 중 하나다. ‘친시장·기업규제 완화’를 천명한 윤석열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완화되는 방향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 해묵은 상속세 개편 논쟁도 재현될 조짐이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부의 세습과 자산 불균등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부의 대물림 방지를 위해 엄격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상속제 취지에 맞게 피상속인(사망자)이 물려주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먼저 부과하고, 나머지 자산에 대해 상속자에게 유산취득세를 부과하는 게 조세 체계상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1일 충남 천안시를 찾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신부동 문화공원 근처 카페에서 청년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천안 충남북부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며 집권 시 현행 상속세를 개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연합뉴스 재계의 상속세 개편 요구, 왜 한국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을 기준으로 납부해야 할 세액을 결정하는 ‘유산세’ 방식이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24개국 중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상속세 세율은 물려받은 재산에서 각종 공제를 제외한 과세표준에 따라 10%(1억원 이하)에서 최고 50%(30억원 초과)까지 적용해 세금을 매긴다. 과세표준 구간별로 1억원 이하에 10%가 붙어 1000만원, 1억∼5억원 구간에서는 1000만원+1억원 초과금액의 20%, 30억원 초과의 경우 10억4000만원+30억원 초과금액의 50% 등이 적용되는 식이다. 고인이 최대주주일 땐 여기에 20%를 할증(중소기업 제외)한다. 이럴 경우 최고세율은 60%가 된다. 최고세율 50%는 OECD 평균 최고세율(약 25%)의 2배로, OECD 국가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총조세 대비 상속세 비중도 2020년 기준 2.8%로, 2019년 OECD 평균인 0.4%보다 높은 수준이다. 재계가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고 토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업 오너의 자녀가 상속세를 내려고 보유 주식 지분을 내다 팔아야 할 경우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재계에서는 “1965년부터 2013년까지 48년간 상속세가 있는 OECD 회원국 16개국을 실증분석한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세수 비중이 0.1%포인트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은 0.6%포인트 하락하고, 민간투자 증가율은 1.7%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분석결과도 인용한다. 상속세 수입이 늘수록 국가경제가 악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생전에 소득세를 부과한 후 사후에 상속세까지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급등으로 과거에 비해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중산층이 늘어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3월 인수위에 전달한 ‘신정부에 바라는 기업정책 제안서’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25%로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최대주주 주식 할증(20%) 폐지,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대기업 포함, 유산취득세 전환 등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과 추 부총리 후보자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기업이 영속성을 갖고 잘 운영돼야 근로자의 고용안정도 보장된다”며 상속세 개편 의지를 내비쳤다. 추 후보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던 2019년 5월 대주주가 주식을 상속받을 때 세금을 추가로 매기는 주식할증과세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개정안에는 최고세율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세율구간을 4구간에서 3구간으로 축소하고, 구간별로 세율을 인하(10~40%→6~30%)하는 방안도 담았다. 추 후보자는 개정안 발의 취지에 대해 “실현되지도 않은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해 징벌적으로 과세하는 것은 실질과세 원칙에 위배된다. 중산층 자녀세대로의 원활한 자산 이전 촉진과 소비 활성화를 통한 경제 활력 제고”라고 설명했다. 추 후보자는 이후에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기업에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대물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선진국에서 왜 상속세가 없어졌는지, 왜 외국은 기업승계에 대해 많은 혜택을 주는지를 잘 살펴보고 국민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면서 상속세 개편(완화) 당위성을 역설해왔다. 이런 분위기 탓에 문재인 정부에서도 상속세는 꾸준히 완화하는 쪽으로 바뀌어왔다. 지난해 12월 통과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통해 올해부터 가업상속공제 적용을 받는 중견기업의 범위를 매출액 기준 3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확대했고, 상속세 연부연납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연부연납이란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유가증권 등 납세 담보를 제공하고 일정기간 세금을 나눠 낼 수 있게 한 제도다. 2023년 1월 1일 이후 상속 개시분부터는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문화재나 미술품 등을 통한 물납도 가능해진다. “실효세율 낮고 공제 과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상속세는 일부 자산 상위층에 국한된 세금인데 마치 보편적인 세금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4월 펴낸 ‘2022 대한민국 조세’를 보면 2020년 기준 상속세 과세자 수는 1만181명으로 전체 피상속인(35만1648명)의 2.9%에 불과했다. 2016년 이후 5년간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대부분이 과세미달 상속자(전체의 약 97%)로 확인된다. 유산을 물려받는 상속자 100명 중 실제 상속세를 납부하는 대상자는 약 3명에 그친다는 의미다. 공제 항목이 많아 실제로 부담하는 세율(실효세율)은 명목세율보다 훨씬 낮다는 지적도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상속세 주요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 보고서에서 “각종 공제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실효세율은 명목세율(10∼50%)보다 크게 낮은 0.55∼35.1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재계를 중심으로 상속세의 명목세율이 높다고 비판하지만, 실제 다른 나라의 경우 자산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은 우리보다 대부분 높다”면서 “지금의 상속세 개편 논의는 전형적인 부자 감세”라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해 10월 발간한 ‘OECD 회원국들의 상속 관련 세제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높다는 주장에 대해 “각 국가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실효세율 측면에서 각종 공제제도나 기존 소득세와의 관계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므로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고 밝혔다. 현 상속세에는 10개 안팎의 공제 항목이 있다. 대표적으로 기초공제(2억원)와 성인 자녀(1인당 5000만원) 등 인적공제가 있다. 기초공제에 인적공제를 합한 금액과 일괄공제(5억원) 중 큰 금액을 택해 과세표준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배우자 공제도 최소 기준이 5억원이다. 통상적으로 상속받은 재산 중 최소 10억원 정도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순금융재산가액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는 금융재산상속공제와 최대 6억원의 동거주택 상속공제 등도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가업을 상속할 때는 최대 500억원까지, 영농 상속의 경우에는 20억원까지 공제 혜택을 받는다. 참여연대는 2019년 5월 발표한 이슈리포트 ‘상속세에 대한 잘못된 편견들’에서 “상속세의 실효세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상속세의 공제가 과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천명한 윤석열 정부에서 보편적인 증세를 통한 세제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4월 6일 참여연대 토론회에서 “한국 조세정책의 근본적 문제는 재정지출 구조에서 경제부문 지출 비중이 크고 고소득·고자산가에게 유리하게 세제가 설계돼 있다는 것”이라며 “다각적인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한편 세원을 확대하고 누진적 보편증세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잠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추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기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현행 상속세 제도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국회사진기자단 상속세 개편 어떻게 윤석열 정부도 당장은 상속세율 인하와 같은 극단적인 처방은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 후보자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최근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에서 “상속·증여세율 조정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과세 형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자산 불평등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는 상속세율 조정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여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대신 ‘유산취득세’를 대안으로 적극 검토 중이다. 현 상속세 부과 체계인 유산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 총액에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인 반면 유산취득세는 재산 총액을 상속인 수만큼 나눈 후 세율을 적용한다. 상속인의 유산 취득가액에 대해 각각 세액을 계산하는 만큼 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OECD 24개국 중 20개국이 유산취득세를 적용하고 있다. 윤 대통령도 선거 과정에서 “우리나라 상속세는 받는 사람 기준으로 계산하지 않고, 피상속인의 재산 자체를 기준으로 과세를 한다. 받는 사람이 실제로 받는 이익에 비해 과도한 세율을 적용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산취득세 전환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추 후보자도 “현행 상속세 제도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용역과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통한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개편 시기 및 방법 등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토한 바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상속인 각자의 담세력에 맞춰 과세할 수 있고 증여세 체계와 일관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 필요성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인수위 안팎에서 상속세를 내지 않는 지역특구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상임자문위원을 맡았던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인수위에서 상속세 프리존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했다. 윤석열 정부는 장기적으로 상속세를 내지 않는 지역특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오 회장은 “앞으로 기회발전특구의 경우 상속세 감면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상속세를 완전히 없애는 쪽으로 파격적인 조치까지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산취득세 전환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유산취득세 방식은 세 부담의 감경을 도모하기 위해 허위의 분할신고가 성행할 우려가 있고, 유산분할의 실태에 관한 공시가 불비돼 있는 경우에는 적정한 세무집행이 곤란한 점 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고 했다. 또 상속·증여세법의 모든 규정을 바꿔야 하는 문제여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박 교수는 “상속세가 대다수의 국민과는 무관한 세목이란 점에서 유산취득세 전환으로 실효세율을 더 낮추면 부의 세습과 자산의 불균등 문제가 더 고착화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그간 공정을 강조해온 만큼 상속세 개편을 추진하려면 피상속인의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먼저 부과하고, 이후 남은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자에게 유산취득세를 걷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 프리즘]삼성 상속세 10조원 부과는 정당한가(2020. 11. 06 15:24)
2020. 11. 06 15:24 사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상속인들이 18조원가량의 주식을 상속받기 위해 10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상속세가 과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한국의 상속세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보다 상속세율이 높은 국가는 일본뿐이고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많은 국가에는 상속세가 없다. 과세표준의 산정, 공제율 등이 동일하지 않지만, 이재용 부회장과 같이 상속재산이 많은 경우에는 상속재산의 60% 가까이 상속세로 내도록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쓰리세븐 등 오너 일가는 상속세 부담으로 주식을 팔아 회사 경영권을 넘기기도 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 10월 2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고인의 운구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의 높은 상속세의 이면에는, OECD에서 세 번째로 한계실효세율이 낮은 세금 제도가 있다. 한국은 소득세, 재산세, 양도세 등이 낮고 상속세 공제범위가 높은 편인 대신 부자에 대한 상속세는 높다. 상속세가 없는 스웨덴 등은 다른 세금을 한국보다 많이 부과하기에 상속세가 이중과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나라들은 상속된 자본 이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에 실제로 상속에 의해 높은 세금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현행 상속세를 찬성하는 이들은 한국의 역사적 맥락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을 비롯한 많은 대기업은 국가의 지원을 통해 성장했고, 과거에는 기업에 제대로 과세하지 않기도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고 이건희 회장이 상속받을 때나,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받을 때도 그러했듯, 상속세 납부에 많은 편법이 있었다. 이후 편법이 기본값이 되면서 상속세는 점점 증가했고, 국가의 비호로 성장한 기업으로부터 최소한 상속세는 부과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생겨난 면이 있다. 특히 ‘수저계급론’으로 표상되는 불평이 사회 발전을 막는 상황에서, 상속세를 통한 기회균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타당한 면이 있으나, 그럼에도 상속세제의 보완은 필요하다. 국가가 직접 기업을 키우던 30여년 전과 현재의 대한민국은 다르고, 조세도 많이 투명해졌다. 과거 재벌기업이 지원을 받아왔다는 이유로 90년대 이후 투명하게 세금을 내면서 성장한 기업조차 높은 상속세를 내야 한다면 이를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기업들의 상속 시기가 오게 되면 견실한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고, 개인의 기업활동 의욕마저 꺾일 수 있다. ‘상속세는 부자들만 내는 세금인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의견도 있지만,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받을 이유가 없고, 부자를 소수의 타자로 보는 사회보다는 개인이 언제든 부자가 될 수 있도록 희망을 주고 독려하는 사회가 더 바람직하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라는 말이 있다. 상속세는 부모의 재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자녀 세대의 기회를 균등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임이 분명하지만, 세율이 과다할 경우에는 개인의 능력 발휘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법률 프리즘
[영화 속 경제]-유산으로 남긴 명화의 상속세는 얼마일까(2016. 02. 29 17:30)
2016. 02. 29 17:30 경제
과거는 반추하면 그리움이 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은 두 번의 세계대전으로 쇠락해가는 유럽을 반추하면서 낭만적이었던 시절을 추억한다. 호텔 이름에 ‘부다페스트’를 붙인 것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대한 향수다. 로비 보이의 여자친구인 ‘아가사’는 영국 여류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를, 부호인 ‘마담D’는 오스트리아 화가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속 여인과 닮았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알프스 자락에 있는 최고급 호텔이다. 이 호텔 지배인 구스타프는 ‘마담 D’와 19년째 연인이다. 1932년 어느 날, 마담D는 구스타프를 찾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아 죽는다. 그녀는 죽기 전 유언을 통해 구스타프에게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남긴다. 값비싼 집안의 보물을 잃게 된 마담D의 아들 드미트리는 구스타프가 마담 D를 죽였다는 누명을 씌운다. 감옥에 갖힌 구스타프는 탈옥에 성공하고, 마담D가 남긴 두 번째 유언장을 찾아낸다. 유언장에는 “내가 살해될 때 개봉하라”고 적혀 있다. 마담D가 남긴 첫 유언장에는 “구스타프에게 ‘사과를 든 소년’을 주며, 여기에 드는 세금도 면제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명화를 주면서 상속세도 대신 내주겠다는 말이다. 상속세란 죽은 사람의 재산을 물려받을 때 내는 세금이다. 마담D의 유언을 들은 가족과 친지들은 “세금까지 대신 내줘?”라며 놀란다. 도대체 상속세가 얼마길래 그럴까? ‘사과를 든 소년’의 그림가격이 100억원이라고 가정하자. 만약 지금 국내에서 상속된다면 상속세율 50%가 적용돼 50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구스타프는 가족이나 친척이 아니어서 공제를 받지도 못한다. 마담D는 명화와 함께 엄청난 돈도 함께 구스타프에게 남긴 셈이다. 그러니 친지들이 ‘헉’할 수밖에 없다. 상속세는 부의 재분배와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라는 점에서 세율이 높다. 상속세가 부과되는 상속자산에는 망자의 사망 당시 재산뿐 아니라 10년 동안 사전 증여한 재산, 생명보험금, 퇴직금, 사망 전 2년 이내에 처분해 인출한 재산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서 그 자금의 사용처를 못 밝히는 재산도 포함된다. 하지만 공제가 많아 아내와 자식이 있다면 실질적으로 10억원까지는 과세가 되지 않는다. 아내와 자녀는 각 5억원씩 공제가 된다. 그밖에 영농공제, 가업상속공제, 금융재산상속공제, 동거주택공제 등 개인이 처리하기 힘들 정도로 각종 공제가 많다. 상속세가 우리나라에 첫 도입된 때는 1950년이다. 증여세도 이 때 만들어졌다. 미국의 상속세는 1861년 남북전쟁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전비를 마련하기 위해 소득세와 함께 법률로 제정됐다. 미국 역사를 보면 상속세는 폐지됐다 되살아나기를 반복한다. 태국은 올해 2월부터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다. 극심한 빈부격차로 사회갈등이 심해지자 상속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입법까지는 10년이 걸렸다. 현재까지 국내 최다 상속세는 고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유가족이 낸 1388억원이다. 또 고 설원량 대한전선 전 회장의 유족들도 1355억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조만간 깨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약 11조원의 상속을 받을 경우 6조원가량을 상속세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을 때 썼던 공익재단을 이용한 편법상속이나 차명자산 넘겨받기는 사회여론상 어려워 보인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을 물려받으면서 고작 181억원의 상속세만 냈다. 마담D의 최종유언서에는 자신의 대저택, 무기·직물 등을 만들던 공장,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을 모두 구스타프에게 줄 것을 밝히고 있다. 현행 독일의 상속세율은 64%다. 만약 지금 상속을 받는다면 구스타프가 내야 할 상속세도 천문학적인 액수가 됐을 것이다.
영화 속 경제
[사회]김재정씨 부인이 다스 주식으로 상속세를 낸 까닭은
[사회]김재정씨 부인이 다스 주식으로 상속세를 낸 까닭은(2012. 01. 10 17:13)
2012. 01. 10 17:13 사회
ㆍ김씨 소유 부동산은 상속 확인…재점화된 다스 실소유자 논란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 미망인 권영미씨가 상속·증여세를 다스의 비상장 주식으로 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상속 부동산의 경우 상속세 납부기한에 맞춰 공시지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작은 금액으로 30년 장기대출을 받은 것이 확인됐다. 상속·증여세를 현금이 아닌 ‘물납’ 형태로 낸 것도 이례적이지만, 현금이 없을 경우 부동산 등을 처분하는 것이 순서임에도 불구하고 구실을 만들어 건너뛴 것이다. 부동산은 지키면서 비상장 주식으로 세금을 내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를 두고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도곡동땅, BBK, 다스. 이들은 하나의 의혹으로 얽혀 있다. 논란의 핵심은 ‘실소유주가 누구냐’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씨와 친형 이상은씨의 공동소유로 되어 있던 땅의 실소유자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의혹이다. 다스 3대주주된 기획재정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 2008년 2월 처남 김재정씨가 BBK특검에 출석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지난 2010년 2월 김재정씨가 사망하면서 ‘김재정·이상은 공동소유’ 체제는 균열을 일으켰다. 만약 일각의 의혹대로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김재정씨의 지분이 어떻게 처리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의혹대로 이상 시그널이 나타났다. 김재정씨의 미망인 권씨가 자신에게 상속된 다스 지분 중 5%를 이명박·김윤옥 부부의 청계재단에 증여했다는 것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청계재단 관계자는 당시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어차피 (청계재단을) 매형(이 대통령)이 설립했으니까 5% 정도는 거기다 기부하면 어떨까 하는 (김재정씨의) 유언 아닌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청계재단에 5%를 기부하기 전, 사망한 김씨의 다스 주식 지분보유율은 48.99%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다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상은씨의 지분은 46.85%. 김재정씨가 1대 주주였다. 그런데 이 순위가 바뀐 것이다. 지난해 11월 16일, 다스 주식의 19.73%인 5만8800주가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캠코)의 전자자산처분 시스템에 나오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갔다. 즉 김재정씨의 미망인 권씨가 내야 할 상속세를 비상장주식인 다스 주식으로 ‘물납’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로써 다스의 소유지분은 또다시 변동이 생겼다. 이상은씨 소유주식은 46.85%로 변동이 없지만, 권씨 지분은 24.26%로 급락했고, 정부(기획재정부)가 19.73%로 3대 주주가 되었다. 액면가 1만원이지만 비상장주식이기 때문에 관계법령에 따라 가치는 재산정된다. 캠코가 내놓은 최초예정가액은 843억2572만7000원. 1주당 약 143만4111원이다. 그러나 이 공매는 현재 다섯 차례 유찰되어 1월 6일 현재 최저입찰가는 505억9543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다섯 차례에 이르도록 입찰한 사람이나 법인은 아무도 없다. 843억원이라는 최초예정가액이 어떻게 산출되었느냐는 것은 논란의 대상이다. 공매로 나온 다스 주식은 캠코의 전자자산처분시스템 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페이지에는 “최초예정가액은 국유재산법령에 의거 산출된다”고 설명되어 있다. 관련 법령은 국유재산법 시행령 등이다. 기획재정부 국고국 출자관리과 담당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일차적으로 캠코 평가팀에서 하고, 그것을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은 뒤 우리에게 제출하면 증권분과위원회를 통해 매각가격을 결정해 다시 캠코에 알려주는 절차를 거친다”며 “다른 물납주식도 많이 들어오며 평가비율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데 유독 다스만 뻥튀기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공매가 다섯 차례에 걸쳐 유찰된 것과 관련, 이 관계자는 “비상장주식이며 지배권도 없기 때문에 그 가격에 살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보통 회사 관계자나 사원들이 적정한 시점에 매입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안 팔릴 것이다’라고 속단할 수 없다”며 “1년에 한 번씩 다시 재평가해 내놓기 때문에 최초예정가의 60%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143만원 vs. 58만원 평가액 차이 “아무리 계산해도 그 숫자가 나올 수 없다. 정식으로는 세무상 장부로 계산한다. 이 경우 회계장부를 바탕으로 작업해 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로 차이 나긴 어렵다.” 한 세무사의 말이다. <주간경향>은 공개된 재무재표 및 캠코 공시자료 등을 바탕으로 이 세무사에게 권씨가 물납한 다스 주식의 최초예정가액을 문의했다. 이틀 후, 이 세무사가 관련 자료를 근거로 계산해 보내온 최초예정가액은 1주당 58만10원. “삼성전자 주식 1주보다 높은 가격인” 143만4111원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일단 기획재정부와 캠코가 어떻게 843억원이라는 숫자를 평가액으로 내놓게 되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평가담당 팀장은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평가자료를 공개할 수도 없고, 공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무서가 물납을 받을 때는 상속 및 증여세법에 따라 물납을 받지만, 여기서 평가해서 내놓은 것은 국유재산법에 의해서 가치를 다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납을 받을 때는 과거 연도를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실제 매각할 때는 미래수익가치를 통해서 평가한다는 것이다. ‘물납’도 논란의 대상이다. 상속·증여 받은 이가 세금을 “나는 현금이 없으니 물건으로 내겠다”고 한다고 해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다. ‘물납’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3조다. 국세청 재산세과 관계자는 “순서상으로는 부동산, 유가증권, 집…의 식으로 나가지만 본법에 관리처분이 부적절하면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본인이 신청한 것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일단 물납요건에 맞아야 하고 관할세무서장의 승인을 못받으면 현금으로 내야 하며, 현금납부가 안 되면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정씨가 지난 1987년 매입한 충남 당진군 송산면 유곡리 일대의 땅. 김씨가 사망함에 따라 이 땅은 부인 권영미씨에게 합의상속되었다. | 김영민 기자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은 2007년 7월, 한나라당 경선이 벌어질 당시 전국에 산재한 김재정씨의 부동산을 취재해 보도한 적이 있다. 당시 경향신문은 “이명박 전 시장 처남 김재정씨가 1982~1991년 사이에 전국 47곳의 땅 224만 m²를 집중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김씨 소유의 부동산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주간경향>은 경향신문의 당시 취재자료에 언급된 지번을 바탕으로 인터넷 등기부 열람을 통해 김씨 관련 땅의 현재 등기상태를 확인해봤다. 김씨 소유는 고스란히 권영미씨에게 상속되었다. 권씨의 등기원인은 “2010년 2월 7일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으로 되어 있다. 접수일은 2010년 8월 27일. 조사한 한도 내에서 김재정씨의 부동산이 처분되었다는 것은 나오지 않았다. 상속세법에 따르면 모두 세금부과 대상이다. 게다가 김씨가 남긴 재산은 고액이기 때문에 평가액의 50% 가까운 액수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앞의 상속법에 따르면 만약 세금을 납부할 현금이 없다면, 부동산을 처분하고 다음으로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순서다. 확인한 한도 내에서 부동산은 모두 상속되었다. 현금이 없었다는 전제로 이야기한다면 물납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국세청의 공식입장은 “개인정보가 들어가는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주간경향>이 확인한 부동산 등기부등본 중엔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선촌리의 경우 김재정씨 이외에도 6~7명의 지분공유자가 있다. 지분을 공동소유한 경우 물납을 할 수 없다.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전리 공유 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면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주곡리의 땅은 김씨 단독 소유였다. 그런데 이 땅의 경우 미망인 권씨는 2010년 8월 31일, 우리은행에서 4000만원을 빌렸다. 지난 2007년 경향신문이 확인한 이 땅의 공시지가는 3억5800만원이었다. 등기부등본에 기록되어 있는 존속기간은 2010년 9월 28일부터 30년이다. 저당잡힌 땅 역시 ‘물납’ 대상이 아니다. 돈을 빌린 날은 2010년 8월 31일이다. 앞의 국세청 재산세과 담당자는 “상속세를 내야 하는 납부기한은 상속개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의 말일”이라고 밝혔다. 2월 7일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이 이뤄졌기 때문에 상속·증여세를 내야 하는 기한은 8월 31일까지다. 즉 부동산을 담보로 30년간 4000만원을 빌린 이유는 부동산을 건너뛰고 ‘다스 주식’으로 세금을 몰아가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성립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동산 담보대출이 조세회피 목적인지는 판단하기 힘들며, 개별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4000만원을 30년간 빌린 이유 다스의 최대 주주였던 김재정씨가 주식의 실소유주가 맞느냐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1월 초, 기자가 접촉한 다스의 한 직원은 “여기 경주 땅에서는 대부기공 시절부터 다 이명박 회사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김재정씨는 사망 전까지 다스의 최대 주주였다. 말하자면 경영권을 주장할 수 있는 위치였다. 하지만 김재정씨가 이사회에서 감사를 맡은 것을 제외하곤 경영에 관여했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권영미씨의 남은 지분은 24%이지만 김재정·권영미씨 부부의 자녀 중 다스에 근무하는 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의 대표로 취임한 이상은씨의 아들 동형씨는 현재 부사장을 맡고 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인 시형씨는 해외영업팀으로 들어간 뒤 현재 팀장을 맡고 있다. 한편, 물납 논란과 같이 거론된 다스 싱가포르 본사 이전설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시형씨가 근무하고 있는 해외영업팀 한 관계자는 “실제 이전을 하려면 몇 년 전부터 관련 준비를 해야 하는데, 2012년 1월 현재 이전계획은 세우지 않았다”며 “다스의 주거래업체가 현대·기아차인데, 현대가 본사를 이전하지 않는데 다스가 싱가포르로 이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월 25일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싱가포르 이전설’을 거론한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미국으로 간다는 소문을 들어봤냐는 질문에 대해 싱가포르로 간다는 소문은 들어봤다고 답했던 것”이라며 “관련 소문은 싱가포르 현지 금융인들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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