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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경제]간첩 - 간첩조차 변하는 생활고통지수(2012. 12. 11 14:21)
2012. 12. 11 14:21 경제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는 우리나라에서 암약하는 간첩이 5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5만명이면 경남 하동군 전체 인구와 맞먹는 적지 않은 수다. 그런데 그 많은 간첩들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을까. 혹시 옆집 세탁소 아저씨, 우유배달 아줌마, 작은 중소기업 다닌다는 윗집 노총각이 간첩이 아닐까? 우민호 감독의 (2012)은 ‘간첩’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상상력으로 만든 영화다. 사회에 은신해 일반인인 것처럼 살아야 하니 간첩도 생활인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팍팍 공작금을 보내주면 될 텐데 최근 북의 경제상황을 보면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또 금융실명제여서 공작금을 전달받기도 쉽지 않을 터이다. 4명의 간첩이 있다. 남파 22년차 간첩 암호명 ‘김과장(김명민 분)’은 중국에서 불법 비아그라를 수입해 파는 오퍼상이다. 남파 15년 여간첩인 ‘강대리’(염정아 분)는 동네에서 부동산중개소를 하고 있다. 암호명 ‘윤고문’은 남파 40년된 최장수 간첩. 전직 동사무소 직원이다. 농민도 있다. 남파 13년차 암호명 ‘우대리’는 시골에서 한우를 키운다. 간첩은 자영업자, 공무원, 농민 등 온갖 계층에 숨어 있다. 암호명 ‘모란꽃이 폈다’가 전달된다. 누군가를 암살하라는 뜻이다. 10년 만에 떨어진 작전이다. 하지만 이미 생활인이 된 이들이 암살작전을 잘 수행해낼 수 있을까. 이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먹고사는 고민뿐이다. 김과장은 전셋값을 3000만원 올려달라는 주인 때문에 걱정이다. 그는 ‘서울 전셋값 폭등으로 은신처 붕괴위험. 은신처 확보를 위한 공작금 300만원 지원 요청’이라는 내용의 글을 PC방에서 작성해 이메일로 보낸다. 과거처럼 집안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모르스 부호로 북에 보고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아이를 키우는 강대리는 복비 10만원 때문에 동네 아줌마와 몸싸움을 벌인다. 우대리는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걱정이 크다. 그는 말한다 “사룟값이 300만원이에요. 소 한 마리는 50만원인데, (이래 가지고) 되겠소!” 이들은 남으로 넘어온 북한 외무성 부장 리용성을 암살해야 한다. 모두 꺼려하면서 멈칫할 때 김과장은 제안을 한다. 리 부장 방에 있는 금고를 털면 1000만 달러(100억원)의 돈이 있다는 것이다. 김과장은 3명의 간첩들과 함께 금고를 털기로 한다. 4명으로 나누면 1인당 25억원씩 돌아간다. 북에서 온 암살조가 리용성을 암살하려 할 때 자신들은 금고를 털자는 것이다. 완벽한 생계형 간첩들이다. 김과장은 말한다. “어차피 목숨 걸고 하는 거, 남는 게 있어야지.” 간첩들을 변절시킨 것은 남한사회의 생활고다. 폭등하는 물가와 집값에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런데 수입은 변변찮다. 오퍼상이나 부동산중개업, 소를 키워서는 생활비를 감내하기 힘들다. 이런 고통을 계량화한 것이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다. 경제고통지수는 ‘물가상승률+실업률’이다. 물가상승률이 3%이고 실업률이 4%이면 경제고통지수는 7이 된다. 직업은 구하기 힘든데 물가는 치솟는다면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살기 어렵다. 따라서 지수가 상승할수록 국민들의 고통은 심해진다. 미국 경제학자 아더 오쿤(Arthur Okun)이 고안했다. 경제고통지수는 미세하게 모델링이 된 게 아니라는 한계도 있다. 상대적 중요성을 감안하지 않고 실업률과 물가인상률을 동등하게 더했다. 하지만 통상 물가인상보다는 실업이 더 고통스럽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하는 고통은 물가가 1.7%포인트 오르는 고통과 비슷하다고 한다. 가중치를 감안해야 좀 더 체감에 가까운 고통수치가 나온다는 얘기다. 또 실업률과 소비자물가의 산정 기준이 나라마다 조금씩 달라 상대비교를 하기 힘들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렇지만 한 나라 안에서 적용한다면 정부의 경제운용 능력을 가늠해보는 지표로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때던 2008~2009년 지수가 크게 치솟았다. 박병률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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