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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 히든챔피언]세입자 보호 서명운동 펼치는 ‘주거권기독연대’(2014. 02. 18 17:17)
- 2014. 02. 18 17:17 사회
- 주거권기독연대는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임대인들에게 3년간 10% 이내의 인상률을 지킬 것을 제시하고 있다. “열심히 살려고 하나 재산은 늘어나지 않고 아이들 교육비 등을 위해 고생하는 세입자들을 보며 내가 만약 저분들이라면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늘 합니다.” 서울 동대문구 홍릉교회 김영수 집사는 2000년 월세 28만원에 26.4㎡ 크기의 방을 세입자들에게 내줬다. 2010년에는 오히려 월세를 3만원 깎았다. 서울 강동구 창대교회의 선종호 집사는 5년 넘게 20.8㎡ 넓이 방의 보증금과 월세를 동결했다. 부동산업자가 월 10만원은 더 올려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세입자의 형편을 고려해 사양했다. 이들의 사례는 지난해 12월 5일 세입자 주거권을 옹호하는 단체인 주거권기독연대의 기자회견장에서 발표됐다. 지난해 9월 창립한 주거권기독연대는 기독교인인 집주인들이 세입자 주거권 보호를 위해 전월세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않겠다는 서명운동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2013년 9월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 앞에서 주거권기독연대 창립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이 단체의 고석동 사무국장은 “전월세 가격이 날로 폭등하는 상황 속에서 교회가 앞장서서 세입자들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뜻을 모았다”며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주거권기독연대는 전국세입자협회 등 세입자 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전월세상한제 등을 주장하는 기독교 계열 시민단체다. 다만 임대인들의 서명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에 대해 고 사무국장은 “세입자를 위한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려면 집주인들의 처지도 잘 알아야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거권기독연대는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임대인들에게 3년간 10% 이내의 인상률을 지킬 것을 제시하고 있다. 2013년 한 해 동안만 해도 서울 아파트의 평균 보증금은 10% 정도 올랐다. ‘3년’이라는 기간을 둔 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보통 전세계약은 2년 단위로 이뤄진다. 세입자 가정에 학생이 있다면 졸업을 하기도 전에 이사를 해야 한다. 세입자 자녀들이 한 학교에서 꾸준히 다닐 수 있도록 3년의 기간을 정한 것이다. 기독교 단체인 만큼 주거권기독연대는 구약성경의 레위기에 나오는 ‘희년’(禧年) 정신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에는 노예로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가 선포된다. 집을 잃은 사람은 희년이 오면 자신의 집을 회복할 수 있었다. 또한 거처할 곳이 없는 빈민에게는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하라는 것이 희년정신이라는 것이다. 주거권기독연대 측은 “희년정신은 결국 모든 사람의 주거권을 보호하는 정신”이라고 설명한다. 주거권기독연대는 장기적으로는 서울시의 ‘한지붕 세대공감’과 같은 주거 매칭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한지붕 세대공감’은 주거공간에 여유가 있는 노년층과 저렴한 임대료를 찾는 대학생들을 연결해주겠다는 사업이었으나 1년간 2가구만 성사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주거권기독연대는 보다 적극적으로 주거권 문제에 관심을 가진 임대인들을 섭외하고, 대학생에 한정하지 않고 세입자를 모집하는 방법 등을 계획하고 있다. 고석동 사무국장은 “지금처럼 세대갈등이 이어진다면 공멸할 수 있다. 임대인과 세입자, 베이비붐 세대와 청년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자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 사무국장은 “가진 것이 집밖에 없는 노년세대 임대인들의 노후가 안정된다면 상대적으로 임대인들이 전월세를 올려 세입자들이 고통받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며 노후보장 대책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2013년 12월 기준으로 23개 교회에서 1322명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주거권기독연대는 4월쯤에 예정된 2차 서명운동 발표 기자회견에는 기독교장로회, NCCK 등 여러 기독교 단체와 뜻을 함께하는 더 많은 기독교 임대인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시민사회 히든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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