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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6) “검찰 독재정권 종식 후 사회권 선진국이 대안”(2024. 07. 29 06:00)
- 2024. 07. 29 06:00 정치
- 정책 전문가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인터뷰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이 7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검찰 독재의 조기 종식이 지금 당면과제이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도 될까 말까 하는 문제이니까 그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이후엔 어떻게 할 거냐,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권 선진국을 말하지만, 더 큰 이야기는 제7공화국을 건설하는 거다.” 조국혁신당. 지난 3월 3일 창당했으니 이제 막 4개월을 넘긴 신생 정당이다. 창당 한 달 남짓 후 총선에서 12석을 확보해 원내 3당이 됐으니 돌풍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3년은 너무 길다.” 선거 당시 조국혁신당이 내건 구호다. 조국혁신당이 내건 의제는 크게 둘이다.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조기 종식과 사회권 선진국. 전자는 활발하게 표명되고 있지만 후자가 어떤 주장인지, 그 상에 대해 뚜렷하게 제시한 건 아직 없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서울시 서울연구원장과 대전환포럼 등 주로 정책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활동해온 인사다. 창당 때부터 당 정책위 의장을 맡은 그는 지난 4월 28일부터는 당 부설 싱크탱크 혁신정책연구원 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 주장하는 사회권 선진국의 내용을 채울 책임자다. 지난 7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그가 그리는 조국혁신당과 ‘사회권 선진국’ 대한민국의 앞날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7월 20일 경기 수원에서 열린 1회 당원대회에서 ‘창당할 때 당 브레인인 줄 알았는데 온갖 일을 맡아 하게 됐다. 조국 대표에게 속았다’라는 농담성 발언이 인상적이다. “긴장된 분위기를 풀기 위해 한 발언으로,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담이기도 하다. 12명 의원 정당이니까 아주 작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작은 당인 것은 사실이다. 12명 의원 모두 기본적으로 일을 나눠서 해야 하고, 교섭단체가 아니다 보니 재정 여건도 좋지 않아 당직자도 제한된 숫자로 일을 다 맡아 해야 한다. 당대회에선 선관위원장을 맡았는데 선관위 일도 만만찮게 많았다. 게다가 당의 비전 작성까지 겹치기로 일을 하다 보니까….” -국회의원이 돼서 이건 좋다, 막상 해보니 이건 후회된다 그런 것은 없나. “조국혁신당이 작은 규모와 재정 여력이라는 한계에도 국민의 기대와 지지가 너무 높다. 거기에 부응하려면 아등바등 뛰어야 하는 현실, 그런 진실이 또 반은 있을 거라고 본다. 사실 후회하는 건 거의 없다. 굳이 예를 든다면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데 거의 못 한다는 것쯤? 피트니스처럼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 테니스, 탁구 같은 것. 그런 운동으로 체력도 비축하고 스트레스도 푸는 편인데 창당 이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좋은 점은 무엇인가. “주로 정책 전문가 역할을 해왔다. 이전의 역할이 정책자문, 다시 말해 아무리 좋은 정책 구상이 있어도 설명해주거나 권고하는 걸 넘어서지 못했다. 조국혁신당에 들어와서는 개인 전문가 의견이 아니라 당의 구상으로 만들어 뒷받침하는 하나의 정책, 그리고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직접 법안을 발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화할 수 있다. 제도 자체가 규정력을 가지고, 또 행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국가정책으로 실행할 가능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려 있구나라는 걸 느낀다.”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까지 탄핵이든 조기 대선이든 정치적 격변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많다. 조국 당대표의 사법리스크도 포함한다. 정책 대안보다 당면한 정치 일정 대응이 우선할 수도 있겠다.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다. 과연 그런 상황이 올지, 유사하게 올지, 다른 형식으로 올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지금을 2017년 촛불 전 단계와 유사한 거로 보고 있다. 당시 촛불을 복기해보면 제일 아쉬운 부분이 촛불로 탄핵까지 갔는데 탄핵 뒤 대선으로 모든 것이 다 쏠려버렸고, 거기에 함몰됐다는 대목이다. 사실 당시 촛불을 든 게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최종 목적은 아니었다. 훨씬 더 근본적으로 ‘이게 나라냐’는 질문에 대한 답,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더 본질적이었다. 그런데 그 어젠다와 비전, 또는 그걸 실현하기 위한 행동과 조치는 완전히 사라지고 대선 국면으로 완전히 넘어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면 다 해결될 거로 생각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2016~2017년 촛불시위 이후 현실적인 정치 일정이 어떻게 돼야 했다고 보나. “정치 일정 자체는 같더라도 그다음 단계에서 주목표, 과제, 비전 이런 것 자체가 달랐어야 했다. 대통령을 바꾸면 자연스럽게 다 해결될 거로 기대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만일 그런 국면을 다시 맞이한다면 검찰독재의 조기 종식이 지금 당면과제이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도 될까 말까 하는 문제이니까 그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이후엔 어떻게 할 거냐,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권 선진국을 말하지만, 더 큰 이야기는 제7공화국을 건설하는 거다. 제7공화국 개헌 구상이 분명하게 나와야 한다. 그 한 축은 정치혁신이고, 또 한 축이 사회권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 정치혁신에서는 대통령제를 바꿔 좀더 분권형으로 바꾸고 시민주권을 강화해 선거제도 거기에 맞춰 변화하는 문제, 이런 것은 한둘이 아니다. 그게 큰 덩어리고, 또 한 덩어리가 이제는 대한민국의 발전단계에 맞춰 나라는 선진국이 됐는데 국민이 자살하고, 애 안 낳고 하는 이 단계를 근본적으로 넘어서는 거다. 그러려면 사회권을 한 단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 구상을 준비해놓고, 그걸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인식을 만들어 다음 정부는 확고하게 그 과제와 구상·비전을 갖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렇게 가도록 전체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정책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필요충분조건이라는 말인가. “그러기 때문에 그 사회권 선진국은 조국혁신당이 가장 주도적으로, 어떻게 보면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는 비전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잘 만드는 과제를 제1과제로, 사실은 내 임무로 맡고 있다. 내가 검찰독재를 무너뜨리는 그런 투사나 대중정치가로서 장점이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 정책위 의장과 혁신정책연구원장을 겸임하면서 그 작업의 주 업무를 맡고 있다.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 꽤 많은 논의와 토론을 하면서 주거권, 교육권, 건강권, 돌봄권, 노동권, 환경권, 문화권, 디지털권이라는 8개 권리를 선정해 전문가 회의를 거쳐 월례토론회 형식으로 발표하고 있다. 아마도 올해 말 내년 초쯤에는 종합비전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사이에 정권을 바꿀 수 있으면 바로 비전이 되는 것이고, 더 시간이 걸린다면 좀더 숙성될 거다.” -4년 임기 마친 시점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나 . “정책 전문성이 확고한 정치인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그냥 정책 전문가가 아니라 그걸 정치적으로 실현하는 데 대중적 수용성이라든가 정무적 조건 마련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그런 정책 전문 정치인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 “한국의 미래는 낡은 선진국 이탈리아”(2023. 10. 27 11:21)
- 2023. 10. 27 11:21 정치
- ㆍ서 포퓰리즘 정치 등 지적한 조귀동 작가 지난 10월 20일 의 조귀동 작가가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오랫동안 한국사회의 바람직한 모델은 미국 또는 스웨덴이었다. 현실적인 타협안으로서의 모델은 독일 정도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아 보인다.” 조귀동 작가는 <이탈리아로 가는 길>(생각의힘)에서 이대로 간다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이탈리아의 지금 모습과 가장 닮아 있을 거라고 진단했다. 이탈리아는 선진국이긴 하지만,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낡은 선진국이다. 경제는 활력을 찾지 못하고 정치는 포퓰리즘의 굴레에 빠져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 최하위 국가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20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조귀동 작가를 만났다. -미래 한국의 모습을 이탈리아로 예견했더라. “에스핑 안데르센은 복지국가를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미국·영국의 시장중심 자유주의, 프랑스·독일 등 사회보험 중심 보수주의,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사민주의다. 여기에 마우리치오 페레라는 남유럽형 가족주의를 더했다. 한국의 복지제도는 남유럽형, 즉 이탈리아에 가장 가깝다. 이탈리아 노동시장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나뉜 이중 구조가 강하다. 연금 등 사회복지가 일자리 지위와 밀접하게 연관된 이중 복지구조도 비슷하다. 높은 자가보유율을 바탕으로 한 자산기반 복지도 한국과 닮았다. 문화적으로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가족중심주의, 성차별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도 한국처럼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경험한 바 있다. 이탈리아는 단순히 관광대국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제조업 중심으로 빠르게 경제가 성장했다. 1970년대 임금 급등, 오일쇼크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1980년대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대거 등장하면서 다시 활력을 찾았다. 1인당 GDP는 1974년 영국, 1980년 프랑스를 각각 제쳤다. 1982년 세계 5위 경제대국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1990년대 이후 무너졌다.” -왜 무너졌나. “거대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있었지만, 정치적·제도적 영역에서의 개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1992년 ‘마니 풀리테’라고 불리는 검찰의 대규모 정치권 수사는 기존 이탈리아의 정치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 결과 사회당, 공산당, 기민당이 몰락했다. 역사가 50년이 넘는 정당들이 단지 검찰수사로 일순간에 몰락한 게 아니다. 경제·사회적 구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수십 년간 낡은 정치구조를 유지해온 탓에 지지층의 이탈이 계속되면서 정당들은 이미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져 있는 상태였다. 공산당은 소련과 동유럽이 붕괴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했고, 기민당의 가톨릭 윤리나 코포라티즘(조합주의)은 새로운 시대에 통하지 않았다. 무너진 정치질서의 공백을 메운 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를 비롯해 ‘북부동맹’, ‘이탈리아사회운동’ 등 극우 또는 우파 포퓰리즘 정당이었다.” -지금 한국 정치가 이탈리아와 닮았다고 보나. “기존의 정치세력이 대중 소구력을 잃어가면서 포퓰리즘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했던 이탈리아의 상황이 한국의 미래처럼 보인다. 현재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의 모습에서 과거 민자당이나 민주당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이재명의 민주당과 김대중의 민주당이 같다고 볼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들이 과거의 보수 정당 정치인들과 같을까. 일례로 민정당 국회의원을 지낸 이종찬 광복회장을 보자. 이 회장은 2018년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 재임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정을 가장 싫어한 사람은 북한 김일성이었다. 김일성 집단을 제외한 모든 독립운동 세력을 임정을 중심으로 포용해 대한민국의 정당성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보수는 어떤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등 정체성 논쟁을 벌이면서 이종찬 광복회장과 싸우고 있다. 마치 미국에서 대표적인 보수정치인 존 매케인이 밀려나고 트럼프가 등장했듯이 말이다.” -한국 정치도 포퓰리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걸까. “정당이 ‘먹고사는 문제’에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내세울 수 있는 게 이데올로기 투쟁 같은 포퓰리즘적 요소뿐이다. 지금 보수가 정체성 논쟁을 벌이는 까닭은 그것밖에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는 재정, 사회, 복지, 노동시장, 이민 등 굵직한 과제를 해결할 역량도 의지도 없다. 대신 팟캐스트, 유튜브 등 인터넷 미디어에 기반한 포퓰리즘형 정치가 급격히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이전 정부에서 ‘토착왜구’ 등 역사 논쟁을 앞세웠던 것도 ‘먹고사는 문제’에서 내세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질서의 기원을 ‘노무현 질서’로 명명했다. ‘노무현 질서’란 무엇인가. “지금 한국의 정치질서, 정당·정치인들의 경쟁방식, 지지자 구성 등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 정당이 플랫폼 또는 장터 역할을 하고 유력 정치인이 정당에 의존하지 않고 대중을 끌어모으는 형태의 민주주의다. 결국은 노무현이라는 인물에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에 ‘노무현 질서’라고 이름붙였다. 노무현 질서의 또 다른 한 축은 수출지향 경제의 질적 고도화다. 2000년대 들어 삼성,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질적 성장전략을 쓰면서 이들의 독주가 시작됐다. 그 결과 대기업의 성공에 기반한 상위 중산층 그룹이 형성됐고, 이들에게 맞는 생활양식도 만들어졌다. 대표적으로 대단지 아파트 주민들의 집값 담합이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됐다. 황지수 서울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 초중반부터 대졸자 부모와 고졸자 부모의 자녀 양육시간에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1980~1990년생 자녀를 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상위 중산층들에게 나타났던 ‘집약적 양육’이 한국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조귀동 작가의 책 / 생각의 힘 -문재인 정부 시기, ‘노무현 질서’가 무너졌다고 했다. “한국이 선진국에 가까워질수록 ‘노무현 질서’가 안고 있는 모순은 첨예해진다. 한국사회가 선진국이 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 변화, 유권자들의 이해관계 변화와 그에 따른 정치적 지지의 변화 등이 기존 정당들의 기반을 허물어뜨렸다. 민주당을 예로 들면, 민주당은 대도시 상위 중산층과 호남 출신 저소득층이 핵심 지지층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불평등이 심화했고, 이에 따라 두 지지층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벌어지면서 이 결합은 유지될 수 없게 됐다. 단순히 불평등의 심화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분배·재분배 기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과거 민주당 정부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상급식’ 같은 복지 정치의 비전이 있었다. 복지 정치의 수혜층을 단순히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사회복지의 주된 수혜층은 중산층이다. ‘복지 정치’라는 기제를 바탕으로 지지연합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과거에는 중산층들이 수혜를 볼 만한 복지의 영역이 꽤 있었다면, 지금은 이 또한 점점 포화상태가 됐고, 중산층이 증세를 꺼리면서 복지 정치도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지지연합을 유지하지 못했다.” -지지연합이 점점 와해되면서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5~10년 단위로 지지정당을 바꾸는 ‘구조적 스윙보터’가 됐다고 했다. 2022년 6월 지방선거 결과를 단적인 예로 들었다. “경기도 시·군·구 기초의회의 민주당 의석 점유율은 2006년 28.3%에서 2018년 64.6%로 꾸준히 늘었으나 2022년 선거에선 51.2%로 줄었다. 호남 출신 이주민과 서울에 거주할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화이트칼라가 이탈했다. 경기도 선거 결과는 노무현 정부 시기 형성된 정치질서가 더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자산과 노동시장에서 확대된 불평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구조 변화, 즉 선진국 진입에 따른 결과다. 민주당의 핵심인 상위 중산층이 이전과 달리 다른 사회계층의 지지를 얻기 힘들어진 건 두 집단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사회계약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됐다고 진단했다. “구해근 교수는 ‘누구나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한국사회에 일종의 ‘사회계약’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중산층’은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서 굉장히 폭넓게 쓰였다. 본인이 노력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더 나은,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중산층’에 집약돼 있다. 이 사회계약이 무너졌다. 대표적 사례가 몇 년 전에 유행했던 ‘판교 신혼부부’다. 강남이 아니라 판교라는 것은 이제 부의 원천이 ‘IT 분야’라는 것을 의미하고, 부부 모두 전문직을 상정한다. 15억~20억의 아파트에 살 정도로 돈이 있고, 생활에 여유도 있어서 주말에는 골프를 치는 등 신체적·문화적 자본이 풍부하다. 굉장히 높은 기준인데 이게 바로 상위 중산층의 표준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되면서 결국 아무도 달성할 수 없게 돼버렸다. 이런 것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 중산층 사회가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조건이 나아질 수 있다는 어떤 희망, 물적인 토대를 더 이상 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치가 표류하면서 ‘체제 전환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다’고 했는데. “저출생이 대표적이다. 1960~1970년대 산업화한 국가들은 한 번씩 출산율 급락을 경험했다. 저출생 문제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선진국은 크게 세 가지 방법을 채택했다. 스웨덴같이 노사정이 대타협을 해서 노동시장 제도를 뜯어고치거나 미국같이 자유시장에 맡기면서 정부가 이를 보조하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이 있다. 또 프랑스처럼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재정을 투입하는 한편 동거, 한부모, 재혼 등 비전통적인 가족 구성을 실용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이 있다. 어떤 방식이든 바꾸긴 바꿨다. 가장 최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정책 분야에서 개념화한 ‘정책 표류’ 현상이 있다. 정책이 만들어진 여건이 변화하면서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압력이 높아지지만, 제도를 바꾸기 어렵다 보니 이를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 그 결과 정책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와해하거나 변질될 수 있다.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다. 가장 대표적인 게 재정 문제다. 한국은 소수의 대기업에 대부분의 세수입을 의존한다. 한 마디로 삼성전자 반도체가 잘 팔리면 재정 흑자가 나고 안 팔리면 적자가 나는 구조다. 이를 고쳐야 하는데 고치지 않는다. 지금 정부의 긴축재정은 대책이 있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으니 그냥 안 쓴다는 것이다. 어디에 안 쓰나? 결국 정치적 저항이 적은 데 안 써야 하니 R&D 예산을 줄였다. 의도적으로 R&D를 공격하는 게 아니다. 정치적인 저항이 가장 적은 일만 하겠다는 식으로 정부가 행동하면서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는 ‘부작위의 위기’다. 이 같은 문제들이 연금이든 건강보험이든 모든 영역에서 일어날 것이다. 안 좋은 전조라고 본다.” -새로운 정치질서가 필요한데 왜 등장하지 않고 있는 걸까. “대중에게 그들이 갖고 있는 삶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미국에서는 ‘정치질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뉴딜과 신자유주의를 든다. 두 가지 다 분명한 약속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번영할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뉴딜도 신자유주의도 통하지 않게 되면서 트럼프 같은 정치인이 등장하게 됐다. 결국 중요한 건 정치적인 구조체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다. 단순하게 슬로건만으로는 안 되고, 정치 엘리트만으로도 안 된다. 정치 고관여층에만 통하는 일부 정당 조직만으로도 불가능하다. 폭넓은 대중동원이 가능해야 하고, 지식인과 전문가들도 대규모로 동원할 수 있는 폭넓은 이데올로기적 복합 체계가 필요하다. 그러한 정치구조를 만들려면 결국 프로젝트를 제시해야 하는데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내가 전망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고 정치적 실천의 영역이다.”
- “기후변화 보상, 선진국이 나서라”(2022. 11. 11 15:05)
- 2022. 11. 11 15:05 문화/과학
- ㆍ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한국도 역할 다해야”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기후총회)가 지난 11월 6일 이집트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해 전체 일정의 중반을 맞았다. 유엔 기후총회 시작 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기후변화가 유발한 ‘손실과 피해’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했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은 가장 적지만, 피해는 가장 크게 보고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책임 있는 보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압박 속에 미국과 유럽의 일부 나라가 ‘공정한 에너지 전환’과 ‘손실과 피해’ 기금 등의 명목으로 적지 않은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필요한 자금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차관이 아닌 공여 형태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도 크다. 자금 지원 규모와 방식, 기후위기를 초래한 법적 책임 인정을 두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견해차가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11월 8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기후정의 외친 개도국 “지원 말고 보상” 기후정의는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자와 주된 피해를 받는 자가 일치하지 않으며,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사람들이 더 큰 책임을 지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선진국과 개도국 등 국가 간에는 물론, 한 국가 안에서도 빈부의 격차에 따라, 세대 간에도 기후변화의 책임이 달라야 함을 뜻한다. 온실가스의 국가별 누적 배출량을 보면 누가 큰 책임을 져야 하는지 뚜렷이 드러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과 그 원인을 정량화하는 연구기관인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에 따르면 1750년 이후 2020년까지 전 세계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누적배출량은 1조6965억t인데 미국이 1위(4167억t·24.6%), 중국이 2위(2355억t·13.9%), 러시아가 3위(1153억t·6.8%)이고 그 뒤를 독일, 영국, 일본 등이 따르고 있다. 글로벌 남반구(개도국)로도 불리는 아프리카와 남미의 누적배출량 비율은 각각 2.88%, 2.62%로 낮다. 이번 COP27의 주요 의제는 3가지다. 정의로운 전환 원칙이 반영된 탈화석연료 논의와 선진국들의 개도국 재정지원 및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보상 문제 등이다. 기후정의와 연관된 문제들이 전면에 나선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직접 겪기 시작한 국가들의 목소리가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중순 파키스탄은 대규모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 정도가 잠겼다. 올해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은 케냐에선 가축 250만마리가 폐사했다.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COP27 정상회의 이틀째였던 지난 11월 8일(현지시간)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다른 지구는 없다”며 신속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했다. 화석연료 가격 상승으로 떼돈을 번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물려 기후 대응 재원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의 개스턴 브라운 총리는 “그런 기업들의 이익에 탄소세를 부과해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기금의 원천으로 활용해야 할 때”라며 “화석연료 생산 기업은 인간 문명을 대가로 터무니없는 이득을 챙겼다”고 비판했다. 일부 모범을 보이는 선진국들도 있다. 덴마크는 지난 10월 ‘손실과 피해’ 기금으로 1300만달러(약 180억원)를 약속했다. 오스트리아도 11월 8일 기후변화로 손실과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을 위해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내놓기로 했다. 개도국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자신들이 피해자인데도 스스로 기후변화 대응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조리한 상황에 있다고 지적한다. 선진국의 지원이 대부분 차관 형식이라 개도국을 부채의 덫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미국과 영국, 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EU)은 지난 11월 7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85억달러(약 11조8000억원)를 지원하는 ‘공정한 에너지 전환 협력’(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s) 계획을 발표했는데 공여(3억3000만달러)는 전체 자금 중 4%에 불과하다. “평화 없인 효과적 기후정책 불가” 경제성장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역동적으로 달라진다는 점에서 책임을 누구에게 지울지는 늘 논쟁의 대상이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합의를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일례로 중국은 개도국이라고 해도 현재는 연간 배출량이 106억t(30.65%)에 이르는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이다. 반대로 영국은 1882년까지 세계 누적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2020년 연간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95%로 떨어졌다. 한국도 지금까진 개도국으로 분류돼 기후변화 대응에 무임승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젠 역사적 배출량과 경제 규모에서 기존 선진국 못지않은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가 됐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그래서 최근엔 유엔을 중심으로 기후협약 상의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면서 “선진국·개도국으로 분류하지 않고 주요 경제국과 나머지 국가들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탈화석연료 흐름에 제동이 걸린 것도 주요 의제가 됐다. 부국들이 에너지를 선점하는 사이, 빈국은 높은 에너지 가격을 감당해야 하고, 그나마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값싼 화석연료로 돌아가는 경향도 보인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러시아의 가스와 원유 수입을 제재하면서 유럽이 이를 대체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LNG(액화천연가스)를 사재기하고 있다. 저개발 국가들, 최빈국이 현물 LNG를 아예 사지 못하는 상황이 앞으로 4년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빈국은 가스 발전이 중단되면서 정전 피해를 겪거나 겨울철 난방을 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몇달째 정전 사태를 빈번하게 겪는 스리랑카가 대표적인 피해국이다. 석 전문위원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당장의 에너지난에서도 그 최대 피해자는 모두 최빈국”이라면서 “지정학적 문제는 기후변화랑 아무 상관 없어 보이나 앞으로 수년간 기후변화 정책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어서 전쟁을 종결시키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COP27 정상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평화 없인 효과적인 기후정책이 있을 수 없다”면서 “기후변화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전쟁으로 인한 산림파괴를 강조하기 위해 COP27 자국 전시관에 러시아제 포탄 파편이 박힌 통나무를 전시하기도 했다. 기후총회는 오는 11월 18일까지 이어진다. 기후변화에 책임이 가장 큰 10대 온실가스 배출국 지도자 중 9명이 불참했다. 회담의 성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주진 대표는 “선진국이 약속했던 기후대응 기금이 많이 모이지 않은 상태인데, 그 사이 개도국의 취약계층이 제일 먼저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이번 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보상체계를 정확히 짚고 가는 실질적 논의가 있어야 하고, 한국도 녹색기후기금을 유치한 국가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규열의 세계는 창업 중](3)덴마크, 실패가 두렵지 않은 창업 선진국(2021. 06. 11 14:41)
- 2021. 06. 11 14:41 경제
- 교육, 의료, 복지서비스가 무상인 든든한 복지제도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낳는 기반이 됐다. 실직해도 최소 2년간 실업급여를 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인어공주상 뒤로 항만시설들이 늘어서 있다. / 픽사베이 국제투명성기구 평가 청렴도 세계 1위, 포브스가 선정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2년 연속 1위, 5년 미만 신생기업 특허 출원 건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 위험을 감수하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분야인 ‘기회 추구형’ 창업비 중 세계 1위, 기업가 정신 세계 6위의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있는 인구 570만에 면적은 한국의 5분의 1 수준인 작은 나라. 창업 자본금 규제가 없어 3일이면 회사를 만들 수 있어 매년 1만4000개의 스타트업이 설립되며, 유럽시장 접근성이 좋아 서너시간 안에 유럽 모든 국가에 갈 수 있는, 비영어권 국가 중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고, 직업 간 소득 격차가 적어 기술직이 인정받으며,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든든한 복지제도를 가진 인어공주의 나라. 이는 덴마크 이야기다. 덴마크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인구 570만으로 내수시장이 작다.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해외 경제 동향에 민감한 나라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덴마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1년 사이 3500여곳이 넘는 기업이 문을 닫았다. 덴마크의 높은 임금은 수출국가인 덴마크 기업에 큰 타격을 줬다. 스타트업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덴마크 정부는 위기의 원인을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서 찾고 대책을 마련했다. 대기업보다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중소기업이 세계 경제 부침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 창업 생태계 조성을 선택했다. 특히 고용 창출 효과가 높다고 알려진 3년 이상 매출이나 근로자 수가 매년 20% 이상 성장하는 ‘성장형 기업’에 집중했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스타트업 육성 및 기업가 정신 확산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했다. 대학도 8곳 모두 국립대라는 점을 활용해 대학생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대학과 기업 사이에 다리를 놓는 프로그램이 성과를 냈다. 대학 연구 성과가 상품화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창업 생태계의 토양을 마련했다. 교육, 의료, 복지서비스가 무상인 든든한 복지제도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낳는 기반이 됐다. 실직해도 최소 2년간 실업급여를 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픽사베이 유연한 노동시장도 창업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 제도적으로 고용주가 노동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지만, 실직해도 최소 2년간 실업급여를 주는 든든한 복지제도가 있어 진로변경 등 자발적 실업도 많다. 1년에 노동자 4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옮길 만큼 이직이 잦은 이유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기업에는 시장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만들었고, 정부는 복지제도라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창업자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면서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올해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할 만큼 뛰어난 기업환경도 창업 활성화에 영향을 미쳤다. 개인 세금 부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국제투명성기구가 2014년 실시한 세계부패인식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청렴하다 보니 국민도 정부를 믿고 따른다. 이는 고비용 고복지의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외국인 유치를 위해 차별을 없애고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법인세율을 낮춘 것도 창업환경 개선에 도움이 됐다. 법인세율은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보다 낮다. 복지제도를 국가가 운영하기 때문에 기업이 인건비 외에 따로 부담하는 복지비용이 없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없는 것도 창업 활성화에 영향을 미쳤다. 교육제도도 창업 활성화의 기반이다. 소득이 높은 전문직은 그만큼 더 많은 세금을 내기 때문에 직업 간 소득 격차가 적고,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기술직이 보수는 물론 사회적으로 전문직 못지않게 인정받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대학진학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직업 간 소득 격차 적고 학력으로 차별을 받지 않는 문화는 학생들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충분한 대접을 받고 살 수 있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의사 등 전문직이 필요한 경우만 대학진학을 하다 보니 진학률도 40%로 낮다. 반면 기술을 원하는 학생은 교육과정이 실습으로만 진행되는 기술학교로 진학한다. 창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세계에서 가장 긍정적인 것도 창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스타트업, 매년 1만4000곳 새로 생겨 덴마크의 대표적인 스타트업인 ‘투굿투고’ / 투굿투고 홈페이지 덴마크 스타트업 성장에는 10년 동안 꾸준히 창업 육성 정책을 연구하고 평가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한 결과다. 매년 1만4000곳이 넘는 스타트업이 새로 생기고 이들 가운데 80% 이상이 1년 이상 살아남을 만큼 기업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5년 미만 스타트업이 낸 특허 출원 건수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다. 50여개의 벤처캐피털도 덴마크 스타트업에 마중물을 됐다. 고위험 창업에 도전하는 ‘기회형 창업’ 비중이 71%로 세계에서 가장 많고, 기업가 정신은 세계에서 6위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는 2016년 개발된 세계 최초의 식당 마감 플랫폼 ‘투굿투고(Too Good To Go)’가 있다. 팔고 남은 음식을 처리하고 싶은 음식점과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구매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주고객이다. 덴마크가 창업가가 대접받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든든한 복지제도와 직업 간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었던 높은 소득세율,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충분히 대접받는 기술직 우대 문화가 밑바탕이 됐다. 또 자본금 규제가 없어 쉽게 창업할 수 있고, 실패해도 최소 2년 이상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 경영자유가 보장되고 부정부패가 없으며 규제가 효율적이고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라는 점도 창업환경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여기에 서너시간에 유럽 모든 국가에 닿을 수 있는 접근성, 영어권 국가 중에서 가장 영어를 잘하고 기술직을 선호하는 문화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가 많은 점, 무엇보다 창업가를 보는 사회적 인식이 세계에서 가장 긍정적인 것이 주요했다.
- 전규열의 세계는 창업 중
-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한국이 ‘선진국형 결핵 국가’ 된 이유(2018. 03. 12 16:40)
- 2018. 03. 12 16:40 경제
- 한국전쟁 당시 피난하면서 집단활동 등으로 잠복결핵 환자가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면역력이 약해지는 노년 시기에 급격히 늘고, 대를 이어 감염되어 청소년들까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의료계의 분석이다. 2015년 ‘제5회 결핵예방의 날 기념행사’ 참석자들이 결핵 퇴치 메시지를 담은 손 모양의 팻말을 들고 있다. |서성일 기자 한국에 결핵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결핵 치료를 받기 위해 입국한 외국인의 수가 2007년 791명에서 2016년 2940명으로 늘었다. 무려 3배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인 결핵환자가 13만명대에서 8만명대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내 결핵 발생률 1위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결핵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결핵 치료비와 입원료의 본인부담 비율을 10%로 다른 질환의 20~60%보다 훨씬 낮게 유지해 왔다. 2016년부터는 아예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다. 환자 한 사람을 치료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일반 결핵이 700만원, 다제내성결핵은 3000만~5000만원 수준이다. 따라서 결핵으로 입원할 경우, 환자는 밥값의 50%만 부담하면 된다. 해외 결핵환자들이 한국으로 몰려드는 이유다. 해외의 결핵환자가 몰려온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치료 목적 입국자를 걸러내기 위해 2016년 3월부터 네팔이나 중국 등 ‘결핵 고위험국’ 19개 입국자를 대상으로 결핵균이 없음을 증명하는 진단서를 발급 받게 하고 있다. 문제는 91일 체류자만 대상이라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무료 치료혜택을 없애, 한국행을 결심하는 유인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이렇게 되면 차별문제와 동시에 이미 이런 틈새에서 혜택을 받는 해외동포들의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 등의 해외동포들은 값싼 한국 건강보험을 받고 있다. 둘째는 치료비를 건강보험이 아닌 공적개발원조(ODA) 재정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해외 공적개발원조에서 결핵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면 논리적으로 타당해진다. 이는 행정적으로 조정하면 된다. 나아가 10대 경제대국으로서의 역할에도 맞아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결핵 1위일까? 그것도 20년째 1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 이상의 결핵환자가 발생했고 179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 전체 결핵환자는 4만847명, 매년 3만명의 환자가 새로 생겨나고 사망자 수도 2000명으로 법정 감염병 중 가장 많다. 주목할 점은 한국인 3명 중 한 명은 잠복결핵 상태라는 사실이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의 잠복결핵 비율은 50%로 높아진다. 결핵은 면역력과 관계가 깊고 의도하지 않아도 균이 전파될 수 있다. 최근 결핵균이 산후조리원 영유아실, 유치원 문화센터 등에서 주로 전파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대한결핵협회에서 주민들을 진료하는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결핵, 한 세대 지나야 박멸할 수 있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이 몸속에 존재하지만 면역체계가 균 증식을 억제해 병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를 이야기한다. 결핵균 감염 여부는 잠복결핵 검진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다행히 잠복결핵 상태에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균이 다시 활동을 시작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되고 전염시킬 수 있다. 따라서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를 제외한 성인의 경우, 예방 및 치료체계가 미흡한 곳에서 결핵이 주로 발생한다. 가령 북한도 주민 사망자의 31%가 감염병이고, 결핵 사망자만 1만1000명이라고 한다. 2014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북한 이탈 주민의 5.4%가 결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핵을 ‘후진국형 질병’이라고 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후진국형 질환인 결핵이 많이 발병하는 이유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하면서 집단활동 등으로 잠복결핵 환자가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면역력이 약해지는 노년 시기에 급격히 늘고, 대를 이어 감염돼 청소년들까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의료계의 분석이다. 그래서 한국은 독특한 ‘선진국형 결핵 국가’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20∼30대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불규칙한 식생활과 과도한 스트레스가 주범으로 지목 받고 있다. 특히 고립된 생활을 하는 청년세대는 영양부족과 입시·취업, 그리고 불안정과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결핵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전 세대의 질병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고, 사회적인 문제가 더해지면서 확산되는 양상이다. 결핵은 한 세대가 지나야 감염률을 박멸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30여년 전 잠복결핵 검진을 실시해 결핵 감염률을 박멸 수준으로 낮췄다. 반면 우리는 발생한 환자를 치료하는 식의 대처만 해왔다. 그래서 못 입고 못 먹던 시절의 질병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 20년째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지게 된 것이다. 오는 24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35번째 ‘세계 결핵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2011년부터 ‘결핵 예방의 날’로 지정해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결핵 퇴치에 나선 것이 2010년이다, 2011년부터는 예산도 3배 이상 올려 4000여억원이 되었다. 그래서 2012년부터 결핵환자가 감소세로 들어섰다. 외국인의 결핵 원정치료 소란도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다. 따라서 한국의 결핵은 선진국에 존재하는 후진형 현상 중 하나로 보면 된다. 외국인 결핵환자에 대해서는 무조건 금지할 필요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한국의 국제적인 역할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급증하는 것은 통제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전염 확산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김에 박멸 수준이 되기 위한 국가적인 예방과 치료활동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형성된 역량으로 저개발국가에 공적개발원조를 지원한다면 일거양득이 아닌가. 일단 전국민적인 검진부터 실시하자. 예방이 우선이다. 개인적으로는 2주 이상 기침하는 사람들은 꼭 결핵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결핵 후진국의 오명을 씻을 수 있다.
-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
- [신간 탐색]선진국의 주택정책을 살펴보다(2017. 02. 13 18:22)
- 2017. 02. 13 18:22 문화/과학
-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 진미윤·김수현 지음·오월의 봄·1만8500원 한국은 세계에서 소득 대비 집값이 가장 높은 수준의 나라다. 이사 다니는 빈도도 잦다. 자연스럽게 궁금하다. 집과 관련해 낙원은 존재할까. 책은 영국, 미국,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등 ‘꿈의 나라’로 불렸던 주요국들의 주거사정과 주택정책 흐름을 살펴본다. 우선 공공의 형태로 공급되는 값싼 집들이 부럽다. 북유럽의 협동조합 주택은 150년 역사의 협동조합운동이 있어 가능했다. 신혼부부가 3년 일하면 살 수 있다는 싱가포르의 공공임대주택과 반값아파트는 독립 당시 확보한 다량의 국·공유지가 있어 가능했다. 해방 이후 정치적 격변 속에서 국·공유지를 헐값에 팔아치우고 급격한 도시화를 겪은 한국과 출발이 다르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역시 시민권을 소유한 인구의 4분의 3에게만 허용되는 곳이다. 1990년대 이후 대부분 국가들은 자가소유 주택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주거복지 선진국인 영국은 1980년대부터 공공임대주택 매각을 시작하면서 가장 시장화된 국가가 됐다. 미국은 80년 동안 자가 소유의 확대를 추진하는 정책에 매진했으나 저소득층이 주택정책에서 소외됐다. 그 결과는 2008년 금융위기에서 드러났다. 세계에서 가장 공공임대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 네덜란드 역시 시장 침체와 만성적 주택 부족으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사람들 대부분은 민간임대주택에 산다. 하지만 세입자들을 함부로 내쫓지 않아 안정적 거주가 가능하다. 이는 독일권 특유의 보수주의적 복지체제의 산물이다. 저성장과 고령화를 공유하는 세계에 주택에 있어 ‘꿈의 나라’는 없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주거정책은 수많은 사회적 논의와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그대로 베낄 만한 모범답안은 없지만 도시재생과 주택금융, 부동산 세제, 주거복지, 세대 통합을 아우르는 주택정책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신간 탐색
- 미래유망기술 경쟁력 선진국의 절반 수준(2015. 07. 27 17:33)
- 2015. 07. 27 17:33 경제
- ㆍ특허출원 규모는 세계 3위… 현장 활용 특허는 턱없이 부족 스마트자동차, 지능형 반도체 등 미래유망기술 부문에서 한국이 보유한 특허 경쟁력이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01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인 국가다. 국가와 민간을 합한 투자총액으로는 59조3009억원으로 세계 6위 규모였다. 지난해 국가 전체 R&D 투입 예산은 17조6395억원에 달했다. 전체 연구과제는 5만3493개로 집계돼 연구과제당 연구비는 3억3000만원으로 나타났다. 3만2881명의 연구자가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적잖은 투자비용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안 나오는 이유는 ‘질보다는 양’을 우선하는 연구풍토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허를 등록한 개수는 많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며 제구실을 하는 특허는 턱없이 적다는 게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올해보다 R&D 예산을 줄인 것을 놓고도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2015 국제 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선보인 스마트자동차 내부 시스템 모델 / 현대자동차 스마트자동차, 지능형 로봇 등 13대 분야 미래성장동력특별위원회는 지난 23일 ‘미래성장동력 13대 분야’에서 한국이 보유 중인 특허의 경쟁력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 위원회는 범부처 미래성장동력 발굴·육성을 관장하는 총괄 조정·심의기구다. 10개 부처 실장급 공무원들과 산·학·연 분야 민간전문가 10명 등 총 20명으로 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미래성장동력 13대 분야 핵심기술에 대한 최근 12년간 한·미·일·유럽 특허 10만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한국이 보유한 특허의 경쟁력은 선도국들과 큰 격차를 보였다. 특허 개수 자체는 남부럽지 않았다. 특허출원 규모면에서 미국(29.8%), 일본(28.8%)에 이어 세계 3위(22.4%)였다. 양적 규모면에서는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특히 ‘지능형 사물인터넷’ 분야는 한국이 낸 특허가 가장 많았다. 문제는 특허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특허 인용횟수’다. 해당 특허가 쓸모가 있을수록 인용이 많이 되는 법이다. 한국이 보유한 특허의 인용횟수는 평균 5.2회로, 미국(11.3회)의 절반 수준(46%)에 불과했다. 5G 이동통신 이미지 / 경향신문 자료사진 주요 시장이 되는 국가 내 특허 확보비율도 떨어졌다.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4대 주요국에서 한국 특허가 차지하는 비중은 10.6%에 불과해 미국(35.9%), 일본(31.4%)에 크게 못 미쳤다. 주요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특허는 그만큼 활용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문별로는 스마트자동차의 경우 한국의 특허출원(1876건)은 일본(3547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허 인용비율은 더 낮아 미국(14.5%)보다 크게 낮은 4.5%에 불과했다. 주요 시장 특허 비중도 미국이 47%로 절반을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4.9%에 머물렀다. 주요 시장에서 실제 활용될 만한 특허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비교적 선도 중이라고 자평하고 있는 5세대(G) 이동통신기술 부문 경쟁력도 낮았다. 특허 출원비율은 미국(35%)에 크게 뒤지지 않는 24.1%였지만, 인용비율은 6.3%로 미국(11.5%)의 절반 수준이었다. 주요국 특허비율 역시 13.7%로 미국(41.6%)보다 크게 낮았다. 지능형 반도체 이미지 /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능형 로봇 관련 특허는 출원도 적었고, 인용도 적었다. 출원비율에서는 24.5%로 일본(58.6%)의 절반에 못미쳤다. 인용에서도 4%로 12.4%인 미국보다 낮았다. 주요 시장 특허비율은 7.9%로 일본(64.3%)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았다. ‘질보다는 양’ 우선하는 연구풍토 때문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착용형 스마트기기 부문은 그나마 한국의 특허 경쟁력이 나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 출원은 22.7%로 미국(28.3%)에 근접했다. 그러나 여전히 인용비율(6.6%), 주요국 특허비율(12.7%) 등에서 미국(인용 17.2%, 주요국 34.9%)과 큰 격차를 보였다. 13대 분야를 종합할 경우 특허 출원 수량면에서는 1위인 미국의 75.2% 수준으로 근접했다. 그러나 특허 인용에서는 1위인 미국의 46% 수준에 그쳤고, 주요 시장 특허비율 역시 1위인 미국의 29.5% 수준에 머물렀다. 미래성장동력을 뒷받침할 원천 기술인 ‘뿌리기술’ 보유도 부족하다. 뿌리기술이란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주력산업과 의료·에너지신산업 등 신성장동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혁신적인 기술을 뜻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열처리 등 6대 뿌리산업에서 도출된 혁신적인 66개 첨단뿌리기술 중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은 19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47개 뿌리기술은 보유한 곳이 없었다. 정부는 R&D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최근 R&D 혁신방안을 확정해 공개했다. 눈에 띄는 혁신안 중 하나가 질보다 양을 우선하는 연구풍토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R&D 결과를 평가할 때 그간 논문 개수나 특허 출원 수 등 단순한 결과물 세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다. 혁신안 공개와 함께 정부는 내년도 미래창조과학부의 R&D 예산을 올해보다 2.3% 줄인 12조6380억원으로 편성했다. 일부 방만하게 운용되는 R&D 비용을 찾아내 줄이겠다는 의도다. 올 들어 잇달아 터져나온 연구자들의 연구비 횡령 등 비리사건들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주요 R&D 예산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20여년 만의 일이다. 과학기술계는 R&D 예산 감축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의 일탈사례와 R&D 집행 책임자인 정부 조직의 비효율성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모두 과학기술계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 전체 R&D 총액 대비 정부 투자 비중이 20%대로, 30~40%대인 선진국보다 여전히 크게 낮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편성된 것보다 R&D 예산을 반드시 더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 [IT 칼럼]진정한 IT 선진국, 속도가 다가 아니다(2015. 02. 10 15:21)
- 2015. 02. 10 15:21 문화/과학
- LA의 남가주대학에 논문 발표차 갔다가 잠시 여유를 내 아내와 함께 LA 카운티 미술관에 들렀다. 카운티 미술관이라서 한국 기준으로 보자면 서울시립 미술관 정도이고, LA 근교에 있는 게티 미술관보다는 명성이 낮지만, 동서양과 고금을 넘나드는 방대한 수집품을 갖고 있는 매우 뛰어난 미술관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건 이런 미술관에 청소년 이하 아이들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만큼 미술관 곳곳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미술을 관람하며 자기 생각을 말하고 적는 아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지방에서 성장하여 이런 미술관을 접하기도 어려웠던 필자로서는 부러운 풍경이었다. 생각해보면 선진국이란 게 별게 아니라 이런 작은 것에 있지 않나 싶다. 일본 오사카에 갔을 때는 인도에 턱이 낮거나 없다는 걸 느꼈다. 걸어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는 걸 생각하고 배려한 게 아닌가 싶었다. 2012년 신혼여행으로 파리에 가서 루브르, 오르세를 비롯한 그곳의 미술관들을 관람할 때도 비슷한 관점에서 훌륭한 예술작품 못지않게 휠체어를 타고 미술을 감상하는 분들이 감명 깊었다.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고, 그런 기회를 권리로 사회가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사소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쌓여 선진국을 만드는 것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열린 정보화 경진대회에 참가한 노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 검색을 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그런 점에서 한국이 진정한 IT 선진국이 되려면 인터넷 속도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의식 역시 향상되어야 한다. 이제 환갑이 가까우신 필자의 어머니는 결혼 이후 주부로 남편과 자녀를 뒷바라지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쏟으셔서 운전, 컴퓨터, 외국어 등 많은 걸 배우지 못하셨다. 개인용 컴퓨터를 배우는 법을 가르쳐 드리려고 서울시의 몇 개 구청 사이트를 살펴봤다. 이때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정보화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진행되는 정보화 교육이 온라인으로 구청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한 후, 온라인으로 수강신청이 가능한 곳이 많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평행 주차를 할 줄 알아야 운전교습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큼이나 역설적인 상황이었다. 이와 같이 온라인으로만 접근 가능한 정보들과 기회들이 늘어나는 건 관련 일 처리하는 사람들과 컴퓨터·인터넷으로 조작하는 것이 능숙한 젊은 사람들에게는 편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정보화의 물결에 뒤로 물러나 있는 사람들에겐 가혹한 일이다. 그들이 당하고 있는 불평등을 더욱 강화시키는 격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 시점에서 꼭 빠르다는 것이, 앞서간다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지, 모두에게 좋은 일일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신호등이 빨리 바뀌면 걸음이 빠른 사람은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노약자들은 애초에 신호등을 건널 엄두도 못 내게 된다. 서울 도심가에는 지하도로만 통행할 수 있는 지역도 있는데,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아예 돌아다닐 수도 없다. 인터넷도 통신 인프라도 비슷하다. 빠른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우리는 인터넷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 환경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쉽게 접근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는가. 때로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권리를 주기 위해서 일정 부분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더 느리더라도 그 길을 가는 것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한국 인터넷은 빠를 만큼 빠르다. 이젠 우리가 그동안 맹목적으로 추구해온 속도에 대한 집착만큼이나 잠시 멈춰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더 많은 배려를 우리의 통신 인프라에 담을 차례다.
- IT칼럼
- 선진국 시스템 ‘빈틈’ 파고든 에볼라(2014. 10. 21 14:39)
- 2014. 10. 21 14:39 국제
- 스페인과 미국에서 발생한 감염자들의 사례는 이들 사회의 무능과 비도덕, 경제정책 실패 등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서아프리카에서 역사상 최악의 참사를 만들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결국 아프리카 대륙 바깥으로 나왔다. 첫 번째는 미국이었다. 9월 30일 라이베리아인 토머스 에릭 던컨(42)이 미국에서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아프리카 대륙 바깥에서 처음으로 에볼라 확진 판정이 나왔다. 곧이어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뒤 스페인으로 이송된 선교사를 돌봤던 간호사도 에볼라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에서도 던컨을 치료했던 간호사들이 에볼라에 감염됐다. 서아프리카 바깥에서 에볼라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선진국의 의료시스템과 사회시스템조차도 전염병을 원천 차단하기에 부족하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스페인과 미국에서 발생한 감염자들의 사례는 이들 사회의 무능과 비도덕, 경제정책 실패 등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미국의 첫 에볼라 확진 환자인 던컨은 라이베리아 국적의 흑인이다. 그는 9월 20일 미국에 입국했고, 25일 텍사스주 댈러스의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 가서 자신이 서아프리카에서 왔다고 밝히며 고열과 복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병원은 항생제만 주고 그를 돌려보냈다. 초기 격리에 실패한 것이다. 그는 격리되지 않은 동안 여자친구와 이웃 등 수십명과 접촉했다. 던컨은 증상이 계속되자 28일 병원을 다시 찾았다. 그제야 병원은 던컨을 격리입원시키고 에볼라 검사를 했지만 그는 10월 8일 결국 사망했다. 미국의 세 번째 에볼라 감염자인 간호사 앰버 빈슨이 10월 15일 구급차를 타고 애틀랜타 에모리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애틀랜타/AP연합뉴스 미국은 비싼 병원비와 인종차별 때문 미국에서는 병원이 던컨을 돌려보낸 것이 병원비 때문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던컨은 가난한 흑인이었고, 의료보험이 없었다. 미국 병원은 종종 보험이 없거나 지불능력이 없어 보이는 환자를 접수 단계에서 돌려보낸다.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는 “서아프리카에서 왔고 에볼라 증세가 분명했는데도 가난하고 흑인인 데다 의료보험도 없는 사람을 대충 눈으로만 검사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던컨의 9일간 입원비와 검사비, 진료비용은 무려 50만 달러(약 5억3700만원)로 추산됐다. 유족들은 “던컨이 인종차별 때문에 수준 이하의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던컨의 어머니인 노와이 가르테이는 11일 시카고에서 기자들과 만나 “왜 에볼라 감염자 치료 경험이 있는 네브래스카 의료센터나 애틀랜타의 에모리대 병원으로 던컨을 이송하지 않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던컨은 에볼라를 이겨낸 환자들의 피를 수혈받는 치료법인 ‘혈청 주입 치료’도 받지 못했다. 반면 던컨과 비슷한 시기에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NBC 카메라기자 아쇼카 묵포는 전혀 다른 대우를 받았다. 그는 네브래스카 의료센터로 이송돼 혈청 주입 치료를 받고 있다. 던컨의 조카 조제퍼스 위크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난한 흑인인 내 삼촌은 미국에서 에볼라로 사망한 유일한 사람”이라며 “그가 만약 다른 피부색을 가졌다면 아직도 그는 살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던컨이 사망한 후 일주일 만에 던컨을 치료했던 간호사 2명이 에볼라에 감염된 사실이 차례로 확인되자 미국 의료시스템의 무능이 도마에 올랐다. 던컨을 초기에 격리하는 데 실패해 수십명을 바이러스에 노출시킨 데 이어, 의료진들의 감염조차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12일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 니나 팸(26)에 대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치료 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전규정을 위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DC의 안전규정이 사실상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미국간호사연합은 최근 간호사들의 85%가 에볼라 환자 치료와 관련해 실질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5일 두 번째로 에볼라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간호사 앰버 빈슨(29)의 경우는 CDC의 환자관리 허점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빈슨은 격리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 13일 클리블랜드에서 댈러스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다. 그는 비행기를 타기 전 CDC에 전화해 “열이 나는데 비행기를 타도 되느냐”고 문의했지만, CDC는 38도만 넘지 않으면 괜찮다며 탑승을 허용했다. 당시 빈슨의 체온은 37.3도였다. 비행기에는 빈슨과 함께 132명의 승객들이 탑승했다. 의료당국은 현재 이들 모두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토머스 프리든 CDC 국장은 16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10월 12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위험물질 처리요원이 미국 내 두 번째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인 간호사 니나 팸의 아파트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댈러스/AP연합뉴스 스페인은 보건예산 삭감의 여파 구속력을 갖춘 에볼라 치료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도 문제다. CDC는 가장 권위 있는 연방 의료기관이지만 각 지역병원을 지휘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뉴욕시 레녹스 힐 병원의 응급전문의인 로버트 글래터 박사는 USA투데이에 “CDC가 각 병원에 에볼라 대처 지침을 내리더라도 제대로 실행 중인지를 확인할 기관이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여성 간호사 테레사 로메로 라모스(44)는 지난 9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채 스페인으로 이송된 선교사의 치료를 맡은 뒤 에볼라에 감염됐다. 로메로가 감염된 것은 아프리카 대륙 바깥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 이동한 첫 사례였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보건의료예산 삭감이 스페인의 에볼라 감염 사태를 낳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파 성향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스페인 정부는 경제위기 탈출과 공공재정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보건예산을 삭감했다. 스페인의 국민건강 관련 정부 지출은 2009년 700억 유로에서 올해 530억 유로로 줄었다. 스페인 정부는 2012년 12월 일부 병원을 민영화하고 일부 공공병원은 문을 닫는 공공의료시스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보건노조가 격렬하게 반발하자 정부는 이 계획을 대부분 취소했다. 하지만 일부 병원의 조직을 축소하는 계획은 그대로 진행됐다. 이 중에는 로메로 간호사가 일했던 마드리드의 카를로스 3세 병원에 있던 전염병센터의 문을 닫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 이 병원에 있던 6층 규모의 격리시설은 폐쇄됐다가 에볼라 환자 수용을 위해 지난 8월 급히 다시 문을 열었다. 병원 조직이 줄어들자 이 병원 인력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12% 줄었다. 꼭 필요한 시설이 문을 닫은 데다 의료진 수가 줄어들어 안전 교육을 받을 여력도 없어진 것이 에볼라 감염 사태의 한 원인이라고 스페인 보건노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아나 마토 보건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는 보건노동자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스페인 공공의료 단체 대표이자 의사인 마치아노 산체스는 “에볼라 발병의 근본적인 원인은 재정지출 삭감”이라고 말했다.
- [경제]20-50 클럽, 선진국은 모르는 말?(2012. 07. 03 17:38)
- 2012. 07. 03 17:38 경제
- ㆍ이대통령 연설서 ‘세계 일곱번째 가입’ 자찬… 국내 정치용으로 사용 논란 요즘 ‘20-50 클럽’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20-50 클럽은 국내 경제연구소가 만든 단어로, 경제지표와 연관성이 거의 없는 신조어라는 비판이 많다. 6월 6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57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 말 한 일간지를 통해 ‘20-50 클럽’이라는 단어가 기사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 미국, 프랑스·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6개국에 이어 한국이 일곱 번째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20-50 클럽 가입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관문처럼 설명했다. 당시 기사에서 “20-50 클럽 진입은 대한민국이 국가의 절대규모와 수준에서 모두 강국 대열에 들어선 것을 의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20-50 클럽은 LG경제연구원과 일간지가 공동으로 기획한 시리즈 연구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통계청에서 6월 23일 인구가 5000만명을 넘어선다고 예고한 것을 계기로 5월 초부터 연구가 시작됐다. 원래 의도는 인구 5000만명이 넘으면 사회에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되는지를 알아보려는 기획이었다. LG경제연구원의 A 연구위원은 “인구 5000만명이 넘으면 사회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조사를 해보니 별다른 특징이 나오질 않아서 소득 2만 달러를 함께 대입해본 것”이라며 “경제학 개념은 아니고, 우리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좌표 정도”라고 설명했다. 인구 5000만명과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연관성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이다. 인구 5천만명과 1인당 국민소득 연관 낮아 정치권은 이를 적극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50 클럽 가입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6월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57회 현충일 추념식 추념사에서 “6·25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됐지만, 60년이 지난 오늘날 인구가 5000만이 넘고 1인당 GDP가 2만 달러가 넘는 ‘20-50 클럽’에 가입한 세계 일곱 번째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6월 24일 콜롬비아 국빈방문에서 현지 동포들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식민지를 당했던 나라로는 (20-50 클럽 가입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50 클럽 가입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논란이 커졌다. “20-50 클럽이라는 것이 존재하느냐” “국내 경제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강조를 하는 이유가 뭐냐” 등의 비판이 커졌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서울대 장덕진 교수(사회학과)는 “20-50 클럽이 해외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지 않다. 북유럽의 복지국가는 5000만 인구가 안 되는 나라도 있다”면서 “G20 개최로 어마어마한 이득을 볼 것같이 발표했던 것처럼, 20-50 클럽도 국내 정치적인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 같다”고 꼬집었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도 ‘노동시장의 불균형’ ‘신뢰·다양성·개방성과 같은 무형자산의 축적 불충분’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처음 넘은 것은 2007년이었다. 당시 2만1695 달러를 기록했지만, 2008년 고환율 정책과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1만9296 달러로 떨어졌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로 재진입한 것은 3년 후인 2010년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진입이 이명박 정부의 치적이라고 내세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구 5000만명의 상징성도 약하다. 내수시장과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기준으로 내세우는 인구 수는 보통 1억명이다. A 연구위원은 “통상적으로 인구가 1억명은 되어야 나라의 힘이 생긴다. 10여년 전부터 1억명의 구매력이 8000만명으로도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상황을 알아보는 좌표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신조어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논란만 일으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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