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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리포트]독일 성인방송 상상 초월(2004. 03. 11)
- 2004. 03. 11 국제
- 독일 TV의 고품격 성(性)문화 르포 〈바레리베〉. 독일어로 '바레'(Ware)는 '상품'이라는 뜻이다. 이와 발음이 같은 형용사 '바레'(wahre)는 '진실한'이라는 단어 '바르'(wahr)에 형용사 어미 e가 붙은 꼴이다. '사랑'을 뜻하는 단어인 '리베'(Liebe) 앞에 '바레'라는 말이 오면 '상품사랑'으로 들리기도 하고 '진실한 사랑'으로 들리기도 한다. 독일의 고품격 섹스르포 프로그램인 〈바레리베〉는 이렇게 중의적인 뉘앙스를 갖고 있다. '상품화된 사랑'이지만 '진실한 사랑'을 추구하겠다는 걸까? 그래서 표기도 Wa(h)reLiebe로 한다. 독일인들의 개방적인 성문화와 다양한 성상품들의 구석구석을 취재하여 만든 르포성 프로그램인 〈바레리베〉는 매주 목요일 저녁 11시에 독일의 민영방송 채널인 복스(VOX)에서 방영된다. 물론 이 프로그램 시작 직전에 '이 방송은 16세 이하의 청소년에게 적합하지 않습니다'라는 경고문이 뜨지만 우리처럼 방영중에 브라운관의 오른쪽 위에 16이라는 숫자가 내내 표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방송에서 담는 성에 대한 이야기들이나 신체 노출의 정도는 우리가 '19'라는 숫자를 붙이는 방송물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리얼리티를 담고 있다. 여성의 유두나 음모, 남성의 성기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담기고 때로는 클로즈업되기도 한다. 그것이 보이고 안 보이고는 이 방송의 주요한 관심이 아니다. 나체가 될 때까지, 옷 벗기 퀴즈 한 회분 방송에서는 대체로 6, 7가지 소주제가 펼쳐진다. 그 내용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래도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 포르노 배우들의 포르노물 촬영장면 취재이다. 꽤 이름있는 포르노 여배우인 '돌리 버스터'나 '드류 베리모어' 등은 이 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들이다. 이들이 어느 멋진 해변에서 스태프, 다른 배우들과 함께 포르노물을 찍을 때, 준비과정과 촬영과정, 그리고 촬영을 마치고 나서의 소감, 포르노 배우로서의 고충과 매력 등에 대한 피력 등이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복스(VOX)방송국은 독일 최대의 유흥도시이자 항구도시인 함부르크에 있다. 그래서 함부르크의 환락가인 소위 로데오거리도 이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이다. 로데오거리의 스트립쇼 카페들을 소개하며 랭킹을 매기기도 한다. 물론 남성을 위한 곳, 여성을 위한 곳, 그리고 동성애자를 위한 곳 모두 골고루 안배한다. 스트립댄서들의 춤솜씨, 카페의 분위기와 서비스 수준 모두 시청자와 함께 공유한다. 고정란인 섹서사이즈(Sexercise) 시간에는 성행위 중에 더 매력적인 파트너십을 만들고 성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운동들도 소개된다. 매주 일반인들의 접수를 받아 희망커플을 선발해서 이들의 성생활을 소개하기도 한다. 각자는 왜 상대방이 내게 만족을 주는 섹스파트너인지 자랑하며 둘이 평소에 주로 구사하는 체위를 스튜디오에서 마음껏 자랑하기도 한다. 성문화와 관련된 퀴즈에는 남녀 한 사람씩 나와서 문제 맞히기를 하고, 문제를 맞히면 100유로를 받고, 부저를 늦게 누르거나 맞히지 못한 사람은 옷을 하나씩 벗는다. 대체로 둘 중 한 사람이 완전히 나체가 되어서 더 벗을 옷이 없을 때까지 진행된다. 〈바레리베〉에서는 매우 자주 스윙어 숍(swinger shop)들을 소개한다. 스윙어 숍을 찾는 스윙어들은 약 100유로 가량의 돈을 내고 맛있는 뷔페음식도 즐기면서 그날 가게에 온 손님 모두와 다양한 성관계를 갖는다. 가면을 쓰기도 하고 다양한 분위기를 낸 방들을 옮겨가면서 여러 가지 방식의 행위가 벌어진다. 〈바레리베〉는 스윙어 숍의 주인, 고객들과 인터뷰를 하며 그들이 쾌락을 즐기는 모습도 여과없이 보여준다. 여행을 좋아하고 휴가에 목숨을 거는 독일인들.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중해 한가운데에 있는 섬인 마요카에서 휴가객들이 먹고 마시고 일광욕하고 밤의 쇼를 즐기는 모습도 〈바레리베〉가 단골로 보여주는 소재이다. 〈바레리베〉의 내용들은 매회 한국에서는 낯뜨거워서 도저히 입에 담기조차 힘든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이 TV에서 버젓이 방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성을 다루면서도 전혀 저질의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은 여성으로 성전환한 진행자 릴로 반델로스의 능청맞으면서도 교양이 풍부한 언어감각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터치 역시 매우 유머러스하고 다이내믹하다. 내레이션과 이미지 역시 적절하게 안배돼 조화를 이룬다. 간혹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장면이 3, 4초간 나왔다가도 이내 약 10초간은 인터뷰가 이어진다. 〈바레리베〉가 담는 성은 분명 미디어상품화한 자본주의의 성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출연자들의 이야기들은 모두 공개적이고 진솔한 경험담이다. 그렇기에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Ware'와 'wahre'는 모두 성공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모른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 프로그램에서는 단지 여성의 성만 상품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성의 육체도 여성의 그것 못지않게 적나라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그것에 열광하는 여성 소비자들도 그대로 드러낸다. 독일 사회가 지니고 있는 남녀평등의 관념과 성에 대한 개방화된 담론은 이 프로그램의 저변에 깔려 있다. 여기에다 성은 감추고 은밀히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드러내고 즐겨야 한다는 관념이 가미되어 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 쾰른/박명준 통신원 mejupa@hotmail.com
- 월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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