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경향(총 7 건 검색)
- [웹툰 작가 인터뷰] ① 가족 간 성폭력, 낙태, 미혼모 소재로 작품 그려낸 ‘아! 지갑 놓고 나왔다’의 미역의 효능
- 2015. 10. 01 17:00 화제
- 사촌 오빠들에게 당한 성폭력, 가족의 은폐, 소문 그리고 낙인, 남자친구와의 낙태 고민, 미혼모의 삶까지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독특한 그림과 스토리로 풀어내는 웹툰 ‘아! 지갑 놓고 나왔다’가 화제다. 작위적이지 않게 풀어낸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여성 혐오와 성차별이 그 어느 때보다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영문도 모른 채 ‘그게 다 여자 탓’이란 질타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각종 ‘○○녀’가 판치는 세상에 사촌 오빠들에게 당한 성폭력으로 인해 환각 증세를 보이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미성년자 미혼모를 여주인공으로 하는 웹툰을 겁도 없이 연재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미역의 효능(28, 이하 미역. 작가는 자신의 신상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작가다. 미역 작가는 자신의 웹툰 ‘아! 지갑 놓고 나왔다(webtoon.daum.net/webtoon/view/motherdaughter)’에서 심각하고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가지로 다룬다. 더욱이 동양화풍의 먹물과 붓을 이용한 그림은 소재와 주제의 무게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구상하게 됐을까. “미리 받은 인터뷰 질문지를 보고 저도 생각해봤어요. ‘내가 이걸 왜 시작했지?’ 하고요. 그런데 그 답이란 게… ‘그냥, 잘, 그리다 보니 나온 건데’뿐이더라고요(웃음). 가끔 실제 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의 쪽지를 받긴 해요. 저는 애도 없고 주인공이 겪은 일들 중 하나도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말이에요.” ‘그냥’이라 답하는 작가지만 작품은 그냥이 아니다. 미역 작가의 웹툰 ‘아! 지갑 놓고 나왔다’는 미성년자 미혼모 선희와 죽은 어린 딸 노루가 주인공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돼 나온다. 특히 선희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비둘기, 닭, 백조 등 조류로 보이는 환각 증세가 있다. 자신의 얼굴도 기괴하게 뒤틀려 있다. 유일하게 사람 얼굴로 보이는 이가 죽은 딸 노루였다. 하지만 딸 노루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선희는 다시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혼자가 된다. 사람이 없는 세상이라 함은 어린 시절 당한 성폭력의 상처, 가족의 책임 회피, 소문과 낙인, 무책임한 남자친구와 낙태 고민 등등에서 자신에게 가해진 상처의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날 갑자기 모두가 나를 걱정하면서 동시에 징그러워하고 있었습니다”라는 선희의 말은 이 땅의 많은 선희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잔인한 시선은 아닐는지. 무엇인가 들켜버린 기분을 지울 수가 없게 만든다. “애 아빠는 어디 있느냐”라는 신파 같은 질문을 했다. 미역 작가는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현실처럼”이라고 답한다. 듣는 귀가 아파온다. 1 딸 노루를 잃고 혼자가 돼 충격에 빠진 선희의 모습.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이다. 2 ‘미혼 여성의 낙태에 대하여.’ 작가가 연재를 통해 밝힌 견해다. 많은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공감을 얻었다. 왜 다 여자만의 탓이고 몫인가! 사실 미역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작품에 덧붙은 ‘미혼 여성의 낙태에 대하여’라는 작가의 말이 다양한 여성 커뮤니티 등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작가는 오로지 여성에게만 책임을 물으며 ‘낙태충’이라는 혐오 단어까지 사용하는 세태를 비판했다. 또 피임의 중요성과 미혼모 지원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까지 제시했다. 미역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낙태에 관한 견해를 밝힌 이유를 “낙태에 관한 사회의 분위기에 화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낙태충이라는 혐오 단어로 여성을 공격하는 것에 분노했다. 여성 자신의 몸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낙태를 할 수도 있다’라고 결정할 수도 있는 것이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최근 남자 지인과 여성 혐오 관련 이슈나 임금 혹은 승진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일화를 소개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저보다 다섯 살 많은 남자 지인은 제게 ‘너는 사회생활 안 해봤고 만화가니 몰라서 하는 소리다’라며 임금 덜 받고 하는 게 당연하다는 거예요. 회식이나 야근 안 하는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면서요.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제 경험을 가지고 말할 순 없었지만(웃음) 저보다 몇 번 더 경험한 걸 가지고 세상의 진리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틀린 거 아닌가요?” 미역 작가는 엄연히 사회적 통계로 여성 임금이 적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요즘 넘쳐나는 ○○녀부터 ○○충까지, 남성이 주체고 여성이 객체로 프레임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어린 시절 동네 골목의 주점을 지날 때면 아저씨들의 토사물을 종종 본 이야기를 했다. 당시 누구도 그 남성들을 향해 ‘토사남’이나 ‘토사충’으로 부른 적인 없지 않느냐며 ‘맘충’이란 단어의 등장에 놀랐다고 했다. 이 땅의 많은 선희들, 행복해졌으면 이 작품이 특히 화제가 되는 건 붓으로 휙휙 그려낸 그림이다. 선희의 이야기와 짙은 검은색 붓질의 하모니가 주인공의 감정을 잘 전달한다. 유일한 사람 얼굴이었던 딸을 잃고 처연하게 앉아 있는 선희의 모습은 백 마디 말을 무색게 한다. “잘할 수 있을지 스스로 자신이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큰언니를 따라 민화 전시에 갔는데… 막 그린 그림이 많더라고요(웃음). 조상님들이 그린 그림들, 잘 그린 것부터 해학적으로 그린 낙서까지 다양한 민화를 보면서 제게 필요한 건 자신감이란 걸 알았죠.” 서예를 하던 아버지 덕분에 집에 좋은 재료들이 많았다고 한다. 일부러 돈을 들여 재료를 사느니 집에 있는 걸로 그려보자 한 것이 지금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미역 작가에게 이번 작품은 데뷔작이다. 신인 작가가 데뷔작으로 이런 만만찮은 주제를 다뤘음에도 독자 입장에선 능수능란하다고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다. 특히 선희가 미혼모가 되는 과정이다. 작가는 대단한 모성 코드를 철저히 배제한다. 어쩌지? 하고 망설이다 낙태의 시기를 놓쳐버리고 만다. 여주인공 선희를 처음 진료한 산부인과 의사의 시점도 조금 나온다. 어린 여학생의 임신, 충분히 어른이자 전문가로 나설 수 있는 지점이 있지만 적당히 모른 척해버린다.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작가는 이 땅의 다른 많은 선희들에게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선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가 자신도 선희가 행복해지길 바라고 있다면서. 대학에서 심리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작가는 대학 시절 우연히 한 커뮤니티에 웹툰을 연재하면서 만화와 인연을 맺었다. 취업과 대학원 진학 사이에서 갈등하다 ‘사무실에서 앉아 있는 것은 잘하지 못할 것’ 같아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웹툰이라고 한다. 네티즌의 ‘좋아요’ 추천 숫자에 일희일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작품을 봐주는 팬들에게 고마워 늘 마음을 다잡는다는 미역 작가는 인터넷에 오이, 당근 같은 걸 검색하면 효능 등이 뜨는데, 미역을 검색하면 자신의 활동 닉네임이 더 먼저, 더 많이 뜰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하고 싶다고 했다. 그야말로 영리하고 똑똑한 작가라 그렇게 되고도 남을 것으로 보였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자료 제공 / 레진코믹스 단지, 다음 만화속 세상 미역의 효능>
- 그림책으로 이야기하는 아동 성폭력 문제
- 2013. 07. 04 16:46 육아/교육
- ㆍ시대의 육아 멘토, 서천석 원장에게 듣다 지난 6월 11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정독도서관에서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원장의 강연이 열렸다. 고전 그림책 「빨간 모자」를 재해석한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를 통해 서 원장은 현대사회의 성폭력 문제와 그 속에 감추어진 아이들의 심리를 들여다보고자 했다. 각각 처한 시대의 메시지가 녹아 있는‘빨간 모자’ 언제나 빨간 모자를 쓰고 있어 ‘빨간 모자’라 불리는 어린 소녀가 있다. 이 소녀는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할머니에게 음식을 가져다 드리던 중 늑대 한 마리를 만난다. 늑대는 소녀를 당장 잡아먹고 싶었지만 근처에 나무꾼들이 있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점잖게 빨간 모자에게 다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는다. 순진한 소녀는 할머니 댁으로 가는 중이며 그곳이 어딘지 이야기해준다. 늑대는 지름길을 이용해 소녀보다 먼저 할머니 댁에 도착한다. 그리고 빨간 모자 행세를 하며 할머니를 잡아먹고, 이번에는 할머니 행세를 하며 빨간 모자를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소녀가 오자 소녀마저 먹어 치운다. 프랑스의 동화작가 샤를 페로가 1697년에 발표한 동화집에 수록된 빨간 모자의 이야기다. 페로는 빨간 모자를 통해 ‘수상한 사람(늑대)과 이야기하는 것은 늑대에게 저녁을 제공해주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낯선 이에게 함부로 친절을 베풀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점잖고 예의 바르게 보여도 사실은 위험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경고도 함께 말이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유럽에서 교육용 동화로 오래전부터 사용돼왔다. 페로의 빨간 모자 이야기는 그림 형제에 의해서도 다시 쓰였고, 그 이후에도 많은 작가들이 시대에 맞게 새롭게 재해석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이탈리아의 작가가 쓴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사계절)다.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45)은 샤를 페로와 그림 형제의 「빨간 모자」를 통해 과거의 시대상과 그 속에 담겨진 경고의 메시지를 살펴보고, 또 한편으로는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를 통해서는 오늘날의 시대상과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샤를 페로의 「빨간 모자」는 낯선 남자를 조심하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강하죠. 이야기도 비극으로 끝나고요. 시간이 흘러 그림 형제는 이 이야기에 재치를 불어넣어요. 사냥꾼이 와서 소녀를 구하잖아요. 비극을 극복하는 거죠. 하지만 이것도 한계는 있어요. 실수는 여자가 하고 구해주는 것은 남자라는 인상을 받거든요.” 우리 시대의 빨간 모자 아이들 샤를 페로가 「빨간 모자」를 쓴 4백 년 전이나 그림 형제가 이야기를 다시 만든 2백 년 전이나 그리고 인노첸티에 의해 새롭게 쓰인 오늘날이나 이야기 자체가 변화한 부분은 거의 없다. 이는 여전히 우리 아이들이 빨간 모자로 상징되는 ‘두려움’을 갖고 많은 위험에 노출된 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은 그야말로 위험투성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고 있다. 아이들뿐 아니라 그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 또한 두렵다. 부모가 아이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3백65일, 24시간 지켜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흉악한 범죄들을 보면 과연 늑대만 피한다고 안전할까, 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아이들을 구해줄 사냥꾼은 여전히 존재하는 걸까. 우리 시대의 빨간 모자를 쓴 아이들은 대체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어린이 성폭력에 대해 바르게 전달할 이야기책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어요. 당대의 문제를 제대로 전달할 만한 내용을 가진 책 말이에요. 대부분의 이야기는 부모나 작가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공감을 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요. 현실이거나 아예 상상의 나라면 오히려 쉬울 텐데 말이죠. 그런 면에서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는 슬프지만 우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요.” 서 원장은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의 첫 장을 넘기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청자들이 아담한 집과 예쁜 들판 그리고 녹음이 짙은 숲이 나오리라 예상했다. 아무리 오늘의 현실을 담았다지만 아이들 그림책이고,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은 「빨간 모자」라는 고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장의 그림은 변두리의 낡은 아파트였다. 독거노인부터 실업자, 싱글 맘이나 부모가 일하러 가 아이들만 있는 집들이 나오는. 비록 외국 그림책이라고는 하나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복잡한 도시의 한쪽 구석 모습이었다. 책의 시작 부분에는 숲에서 일어난 이야기라고 명시되어 있었지만 그 숲은 분명 울창한 나무가 아닌 콘크리트 도시 숲이었다. 작가는 아파트가 있는 도시를 숲이라 했다. “사실 아이들은 숲에 들어갔을 때 어른들처럼 여러 생명체가 함께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요. 나무에 둘러싸인 자신이 갇혔다고 생각하죠. 지금의 아이들에겐 도시가 그래요. 어느 순간 버려지면 자신은 혼자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이 있어요.”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의 내용은 이렇다. 변두리 아파트에 사는 소피아라는 아이가 있다. 물론 빨간 모자를 썼다. 소피아는 다른 빨간 모자와 마찬가지로 할머니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드리라는 어머니의 심부름을 받고 집을 나선다. 엄마는 아이에게 사람들이 많은 ‘큰길’로만 갈 것을 당부하지만, 화려한 도시에 눈이 팔린 소피아는 이내 길을 잃고 만다. 후미진 뒷골목을 헤매던 소피아는 불량배, 즉 늑대를 만나지만 사냥꾼 아저씨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여기까지는 비록 도시의 콘크리트 숲이긴 하나 과거의 「빨간 모자」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냥꾼의 도움까지 받은 현재의 빨간 모자 소피아는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지 못한다. 소피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냥꾼은 믿어도 될까? “책을 보면 과거 빨간 모자가 헤매던 울창한 나무숲은 이제는 ‘더 우드’라는 이름을 가진 아주 거대한 복합 쇼핑몰이 됐죠. 하지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늑대와 사냥꾼일 거예요.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에 나오는 사냥꾼은 더 이상 샤를 페로나 그림 형제 이야기 속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아프지만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오늘의 현실인 거예요.” 빨간 모자는 분명 불량배라는 늑대를 만났다. 사냥꾼은 그 불량배로 인해 위험에 처한 빨간 모자를 구해주고, 심지어 자신의 오토바이를 이용해 할머니의 집까지 데려다주는 친절을 베푼다. 소녀를 도와준 ‘착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것은 가면이다. 사냥꾼이라는 선의 가면을 쓴 늑대인 것이다. 로베르토 인노첸티는 책을 통해 ‘늑대와 사냥꾼은 한패’라는 오늘의 현실을 에두르지 않고 전한다. 선의 가면을 쓰고 있어 위험을 알아채기 어려운 존재라는 것은 비단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무서운 사실이다. “이 책은 어린이에 대한 성폭력이 결코 처음 만나는 늑대에 의해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어요. 실제로 성폭력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가해자의 절반 이상은 피해 아동과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거든요. 친절을 베푸는 것처럼 아이들을 안심시키고 나서 자기 욕심의 희생양으로 삼는 거죠. 순진한 아이들은 살살 달래는 어른에게 속아 그냥 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무엇보다 서 원장은 혼자 있는 아이들이 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혼자 있는 아이들이란 부모가 한 명만 있거나 모두 없는 경우, 혹은 모두 일하러 가서 부재한 경우를 뜻하지만 큰 의미로는 아이가 혼자 있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경제 수준이나 교육 수준에 따라 아동 성폭력 발생 빈도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사실 수치 자체는 비슷하고 사건의 유형이 다르다. 흔히 우리가 접하는 우범지역의 저소득층에서 발생하는 아동 성폭력 사건은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형태고, 중산층 이상에서 벌어지는 아동 성폭력 피해는 가족이나 형제 혹은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며 쉬쉬하는 분위기로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가족과 친족에 의한 아동 성폭력이 무려 40%에 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림책 속의 친절한 사냥꾼처럼 아동 성폭력 가해자는 대부분 아이들에게 친근한 대상입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다정하게 다가가죠.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 아이의 방어를 흐트러뜨리고요. 아이 스스로 방어를 포기하게 만들고, 나중에는 죄책감을 자극해 아이 스스로 자신이 잘못된 짓을 했다고 믿도록 자책감을 갖게 해 이중고를 겪게 합니다.” 서 원장은 성범죄자의 접근 유형은 크게 애정 표현(예를 들어 의붓아버지), 도움 요청, 애완동물 관심, 선물 대가 요구, 부모 위급 상황 가장의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가해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을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 아이들을 골라 아이가 혼자 있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범행을 저지른다고 한다. 피해 아동에게 성적 행위를 가르치거나 신체에 대한 질문을 하고 성적인 그림이나 사진 등을 보여준다. 아동 성폭력이란 단순 노출에서 성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성폭력 가해자들은 피해 아동들에게 비밀을 유지할 것을 강요하는데, 이것은 가해자가 성폭력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성폭력을 지속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책 속에 그려진 오늘날의 숲을 한 번 보시겠어요? ‘더 우드’라는 쇼핑몰의 광고들을 보세요. 성이 욕구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소비문화에 완전히 편입돼 있어요. 아이들은 비용이 적게 소요되는 대상이 돼버렸고요. 아이들 역시 자신도 모르게 사랑받기 위해서 어른을 대상화하고 있어요.” 성인 성폭력은 갑자기 위협을 당하지만, 아동 성폭력은 아는 사람이 살살 달래며 시작된다. 서 원장은 우리 아이들 역시 ‘모르는 사람은 절대 따라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이후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라는 착한 가면을 쓰고 아이에게 다가온다면 더더욱. 아이와 함께 방법 찾는 게 현명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는 비극이다. 직접적으로 피해 상황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빨간 모자를 쓴 소피아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짐작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닫힌 결말은 아니다. 수상한 사냥꾼을 발견한 선량한 나무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소피아를 구출하기 때문이다. “로베르토 인노첸티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도시는 사람이 많지만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에 바빠 개개인은 매우 소외된 곳이라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것 같지만 실은 아무도 나를 보지 않죠.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은 누군가의 관심만이 희망이라는 거예요. 소피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요.” 아이들은 지금 행복하면 그 행복이 영원할 것이라 믿는다고 한다. 반대로 지금 불행하다면 그것 또한 영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빨간 모자처럼 부정적인 경험을 한 아이들은 어른들이 괴롭힌 것임에도 피해를 당한 자신이 영원히 괴로울 것이라 믿는다.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마음도 변한다고 이야기해준다 해도 아이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말이다. 아니, 이해할 수 없는 추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실제 외래진료에서 스토리 치료를 한다고 서 원장은 설명했다. 스토리, 즉 이야기는 작가에 의해 얼마든지 뒤의 상황이 변할 수 있다. 아이들 스스로 작가가 되어 절대 변하지 않을 듯한 현재의 괴로움을 바꾸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은 지금일 뿐이고, 내일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데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는 그 핵심적인 메시지를 요즘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잘 전해주고 있어요. 날씨가 바뀌듯 인생도 달라진다고요.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날씨가 변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잖아요. 따라서 힘든 상황에 놓인 아이들에게 계속 이야기해주시길 바라요. 변할 수 있다고.” 소피아가 위험에 처하자 그림책 속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이들은 운다. 하지만 작가는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눈물이 나는 건 비가 오는 것처럼 자연스럽다고 말해주면서 말이다. 날씨가 제멋대로 바뀌면 우리는 깜짝 놀란다. 하지만 모두 안다. 지금 비가 온다고 해서 영원히 흐리지는 않다는 것을. 하늘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비가 오는 상황을 슬픔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이 문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줄지 부모님들이 많이 어려워하세요. 아이를 도와준 사냥꾼이 사실은 늑대라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예외가 아니죠. 숨길 수 없는 현실이라면 문제를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아이와 함께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해요. 누구를 조심하라는 식의 사람보다는 ‘상황’에 초점을 두고 어떻게 대처할지를 말이에요.” 혹 아이가 성폭력 피해를 당했거나 의심 증후가 보인다면 부모의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서 원장은 강조했다. 부모의 첫 반응이 많은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절대 놀라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가해자의 발뺌을 들어주거나 현실을 회피하려는 자세도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된다.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가해자에게 책임이 있으며, 아이를 위해 행동할 것을 약속해준다. 그리고 무엇을 묻든지 답해주고 아이의 증상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창피해하지 않도록 한다. 정보를 수집한다며 꼬치꼬치 묻는 것은 좋은 해결 방법이 아니니 즉각 전문가나 신고 기관에 도움을 청하자. “우리 아이들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숲으로부터 완전히 격리시킬 수도, 보호할 수도 없는 게 현실임을 이제 받아들여야 해요. 어차피 맞닥뜨려야 하는 숲이라면 안전하게 지나가도록 하는 것이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나는 데 도움이 될 거고요. 또한 아이들을 지키는 진짜 방법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이 도시 숲 자체를 안전하게 바꾸는 길일 거예요.” 경찰의 구출로 무사히 엄마 품에 안긴 소피아의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동화책은 마무리된다. 이 시대의 빨간 모자 소피아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누군가의 관심이 소피아를 구했다는 것과 날씨가 변하듯 아픈 경험을 한 소피아도 다시 행복하게 변할 것이라는 걸 말이다. 서 원장이 다시금 「빨간 모자」를 편 이유다. 아동 성폭력, 당황하지 말고 전화하세요! 해바라기 아동센터 02-3274-1375 해바라기 아동센터는 19세 미만의 성폭력 피해 아동과 가족, 성폭력 피해를 입은 지적장애인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수사 증거 자료 확보와 피해 아동 응급처치, 소아정신청소년과와 임상심리 전문가 등 전문가 그룹에 의한 후유증 치료까지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종합 진료를 아동 중심의 통합 서비스로 제공한다. 이 밖에도 수사 및 재판을 지원하고 소송 안내와 변호사 자문 상담 등을 연계해주며 2차 피해 예방, 피해 가족 보호까지 지원한다. 24시간 아동 성폭력 신고·접수가 가능하며, 전화 및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상담도 할 수 있다. <■기획 / 이연우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이성원(프리랜서) ■사진 제공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사계절 출판사)>
- 충격! 고영욱 사건으로 본 연예계 성폭력 문제
- 2012. 06. 22 18:55 연예
-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그룹 ‘룰라’ 출신의 방송인 고영욱이 연예인 지망생 김 모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건이 보도된 후 두 명의 피해자가 추가로 고소장을 접수해 총 세 명의 여성에 대한 성폭행 혐의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연예계에 만연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유쾌한 작업남’에서 성폭력 피의자 되기까지 고영욱(36)은 자신이 출연 중인 한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연예인 지망생 김모씨(18)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영욱은 토크쇼 형식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던 연예인 지망생의 촬영분 모니터를 보고 프로그램 관계자를 통해 연락처를 알아낸 뒤 전화를 걸어 “연예인 할 생각 없느냐. 기획사에 다리를 놓아주겠다”라며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해 술을 마시게 하고 두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김씨는 “자신이 미성년자임을 밝혔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고영욱은 “스무 살인 줄 알았지 법적으로 미성년인 줄은 몰랐다“라며 강제성이 없었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상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인 경우, 합의하에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연령으로 판단해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실명이 공개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고영욱에게 10대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신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알려진 성폭행 피해자 외에 두 명의 여성이 피해를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데 이어 두 명의 피해자가 더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 모 대학에서 10대의 성폭행 실태 조사를 위해 심층면접을 하는 과정에서 고씨에게 성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의 진술이 나왔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여성은 세 명이지만 과연 몇 명의 피해자가 더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 평소 고영욱이 ‘바람둥이’, ‘작업남’ 이미지로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활약하던(?) 터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그가 방송을 통해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던 ‘작업’ 방식이나 연락처를 알아내는 노하우 같은 것들을 찾아내며 또 다른 폭로전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이번 고영욱 사건은 유명 연예인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나이 어린 여성들에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비정상적인 욕구를 지닌 어느 개인의 문제로 보기에는 많은 문제가 얽혀 있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연예인 소속사 내 성폭력 문제나 성상납 등 연예계 이면의 고질적인 병폐를 드러낸 사건으로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걸그룹이나 연예인을 지망하는 수많은 10대가 존재하는 이면에는 권력을 지닌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소녀들을 대상으로 육체적 관계를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득세해왔는지 모를 일이다. 미성년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는 것은 원칙적으로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라거나 장담할 수 없는 대가를 내걸면서 성관계를 종용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육체적인 폭력을 동원한 강간이 아니라고 해도 이를 순수한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사건과 관련된 쟁점 몇 가지를 살펴봤다. 성희롱이 권력 관계에 의해 성립하는 것처럼 성폭력 또한 본질적으로 권력에 의해 발생하는 범죄다. 10대인 여성이라면 분명 취약한 점이 있고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연예계 지망생이라면 더더욱 약자인 상황에서 자신의 성이라도 이용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과연 이럴 때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누구도 속 시원하게 말해준 적이 없고 그럴 수도 없는 문제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판명이 필요한 이유다. 그 과정에서 과도하게 가해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현재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최종 판단은 좀 더 기다려도 늦지 않을 것이다. 쟁점 1 강제성 없는 미성년자 성관계는 처벌받지 않는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 우리 실정법에서는 본인의 책임으로 상대방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만 13세로 규정하고 있다. 만 20세가 안 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더라도 강제성이 없고 술이나 약물을 먹이는 등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13세가 넘은 중학생이 자신이 동경하는 연예인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의 꼬드김에 넘어가 훗날 후회할 선택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성관계를 가진 어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외국에서는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나이 혹은 부모의 허락 없이 결혼할 수 있는 나이’를 통상 만 16세나 18세로 본다. 그 정도 나이가 되어야 행동에 따른 책임 의무를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동은 아니지만 미성년인 상대와 합의한 성관계에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형량을 부과하는 추세다. 쟁점 2 경찰은 왜 이례적으로 실명을 밝혔는가? 피의사실 공표의 문제 경찰이 언론을 통해 고영욱의 사건과 실명을 밝힌 것은 피의사실 공표죄 위반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 형법 126조에 따르면 ‘피의사실 공표죄’란 검찰, 경찰, 기타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나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직무를 행하며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 징역 혹은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 법에 의하면 고영욱의 경찰 조사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경찰관은 기소돼 피의사실 공표죄 혐의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피의사실 공표죄가 적용된 경우는 거의 없어 사실상 사문화된 법으로 볼 수 있다. 이를 공표한 경찰의 판단에 과연 문제가 없을까. 사건 초기 고영욱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도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범죄 혐의를 확정할 수 없다는 법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예인 관련 사건에 대해 경찰이 미리 피의사실을 알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추후 문제의 소지가 될 여지가 있다. 쟁점 3 문란한 사생활이 성폭력과 연관 있는가? 성폭력을 판단하는 기준 일부 법관이나 수사기관의 경우 피해자의 평소 행실을 문제 삼을 때가 있다. 이제는 “성폭행을 당할 때 흥분했는가”와 같은 질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전의 성경험을 묻거나 애인과의 성관계를 질문하는 등 과도한 심문 때문에 수치심을 갖거나 심지어 피해자가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가해자는 행실의 문란함이 판단 기준이 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는 주로 가해자의 입장에 서는 남성과 피해자인 여성에게 이중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적으로 자유로운 여성은 성폭력을 당해도 된다거나 성폭력이 성립할 수 없다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고영욱처럼 성적으로 분방한 남성은 (다소 긍정적이거나 부러움을 담은 의미로) ‘남자답다’라고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사건처럼 성폭력과 성관계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데다 가해자의 행실이 문제 되는 경우 더욱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글/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 아동 성폭력! 엄마들 가슴속에 쌓인 말 많다
- 2009. 11. 19 15:46 재테크
- 일명 ‘나영이 사건’으로 불거진 아동 성폭력의 심각성,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우리 아이도 예외는 아니다. 슬프지만 꼭 알아야 할 진실이 존재한다. 아동 성폭력에 대한 딸을 둔 엄마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 그리고 실질적으로 알아보는 아동 성폭력에 대한 대처법을 짚어본다. 부모들이 느끼는 아동 성폭력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일까? 실제 딸을 둔 엄마들의 모임을 주선했다. 불편한 주제인 만큼 나서기 꺼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오히려 엄마들은 그런 일이라면 적극 나서서 할 말은 해야겠다며 너도나도 자원했다. 그들이 말하는 아동 성폭력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모두 6명의 학부형들이 모였다. 우선 우리는 아동 성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 ‘나영이 사건(가칭)’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했다.‘나영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자리에 모인 엄마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기 시작했다. 합당한 욕조차도 찾지 못했다며 여기저기서 분통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전향희 술을 마셨다고 심신미약으로 판정하고 감형됐다는 사실에 분노가 끓어요. 다른 나라는 가중처벌이 되면 됐지 이런 경우는 없다고 하더군요. 만약 판사 당신네 자식들이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해도 12년을 줬을까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형시켰겠죠. 오영자 도대체 무슨 근거로 판결을 내리는지 모르겠어요. 아동 성폭력 소송은 특히 공개 재판이나 배심원 제도가 필요하고 생각해요. 법문 따위로 가늠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잖아요. 이영희 그러니까 범인이 반성의 기미도 없이 항소를 몇 번이나 했겠지요. 도무지 사람이라고 믿을 수가 없어요. 심정적으로 말하자면 차라리 사형시켰으면 좋겠어요. 전선자 게다가 4천만원 보험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안산시가 생활보호대상에서 나영이네를 제외했다잖아요. 이걸 나영이 아버지가 재판부에 탄원하니 6백만원의 피해보상 지원금도 다시 회수하겠다고 통보하고 사람들이 비난하니 다시 주고 사과하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요. 힘이 없으니까 당하는 거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오영자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나영이를 생각하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요. 제 남편은 자식이 그렇게 되면 자신도 살고 싶지 않을 거라며 같이 죽을 거라고 극단적으로 말하더군요. 나영이를 위해서 촛불 시위에 참여해야겠어요. 김선지 요즘 딸을 둔 엄마들은 직장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실정이에요. 일단 딸이 눈앞에서 안 보이면 불안함에 머리가 무거워지고 맘이 편치가 않아요. 나영이도 등굣길에 변을 당했다잖아요. 권영희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됐어요. 학교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를 예뻐해도 기분이 좋지 않으니 이걸 어쩌면 좋은지 모르겠어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됐어요. 학부모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다. ‘나영이 사건’으로 아동 성폭력이 공론화되면서 경각심이 생겼지만 결국 이번 일이 전대미문인 사건은 아니다. 크든 작든 우리 주변에서 왕왕 일어났던 일이고 여러 사정으로 암묵적으로 숨기는 경우도 많았다. 학부모들이 실제 주변에서 일어난 사례들을 이야기했다. 김선지 우리 아이의 학교 앞에 나이가 꽤 든 아저씨가 문구사를 운영하고 있었대요. 그런데 남자 애들만 골라 성추행을 했다나봐요. 그것이 아이들 입을 통해 결국 학부모들까지 알게 된 거예요. 경찰에 신고를 해서 아저씨가 조사받거나 잡혀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결국 “노인네가 애들이 귀여우면 그럴 수 있다”고 하고 훈방조치를 시킨 거예요. 전선자 그런 인식이 있죠. 남자 아이들 성추행은 비교적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죠. 김선지 두 번이나 신고했는데 경찰들이 수수방관하니까 학부형들이 모여서 학교 측에 항의하는 바람에 결국 그 아저씨가 동네에서 쫓겨난 모양이에요. 그러면 뭐 해요. 얼마 뒤에 다른 동네에서 또 문구사를 차렸다는 소문이 들리더라고요. 오영자 어머! 그렇게 문제가 있는 사람이면 또 그런 일을 벌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권영희 제가 들은 건 경비 아저씨에게 피해를 당한 경우였어요. 보호를 해줘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말이죠. 완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거죠. 피해를 당한 다섯 명의 엄마들이 모여 고발조치를 하자고 모였는데 두 집은 고발해봤자 아이들이 상처받는다고 다른 곳으로 조용히 이사를 갔대요. 전선자 안타깝네요. 아이들을 위해 그냥 덮어두는 그런 마음도 이해가 가요. 그만큼 우리가 법이나 경찰을 불신한다는 거죠. 아이들이 경찰서를 들락날락하며 받아야 되는 상처들이 너무 크잖아요. 권영희 맞아요. 남은 세 집은 모여서 신고를 했대요. 아이들이 힘겨운 진술 과정도 감수했는데 결국 경비 아저씨는 집행유예로 풀리고 아무 성과도 없이 끝났다고 하더군요. 전향희 일부 문제 어른들의 일이긴 하지만 종종 멋모르는 아이들끼리 그런 경우도 있어요. 제가 들은 건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남자아이가 여자아이 성기를 자꾸 만지고 다니는 바람에 여자아이가 방광염에 걸린 거예요. 오영자 어머 세상에! 요즘 아이들이 ‘야동’에 너무 쉽게 노출돼 있어서 그래요. 성이 뭔지 올바른 인식이 생기기도 전에 왜곡된 동영상들을 보니까. 쯧쯧. 전향희 문제는 유치원 원장의 태도였어요. 아이에게 주의를 주고 심리치료든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유난스럽다. 아이들이 장난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더래요. 자신의 유치원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났다고 소문이 날까봐 두려웠던 거죠. 이영희 그건 유치원뿐만이 아니에요. 동네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져 언론에 보도되면 주민들이 집값이 떨어질까봐 쉬쉬하는 경향이 있어요. 전선자 그나마 나영이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나 이렇게 공론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가까운 과거에만 해도 ‘귀여워하는 것’과 ‘성추행’의 경계가 모호했잖아요. 오영자 밤길이 무서워 방범순찰을 돌아달라고 부탁을 해도 차로 돌면 소용이 없어요. 나쁜 일은 순식간에 당하는 일이잖아요. 제 주변에는 세상이 흉흉하다며 직장에 사표를 낸 엄마도 있어요. 진짜 엄마가 아이만 졸졸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건가요? 학원이면 학원, 학교면 학교. 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뒤돌아서도 무섭다.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고 믿어선 안 된다. 딸을 둔 엄마들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근본적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가정에서는 성교육도 어떻게 시키고 있는지 물었다. 전향희 이젠 딸이라고 옷도 예쁘게 입히지 못해요. 항상 바지만 입혀요. 눈에 띄는 화려한 장신구도 되도록 피해요. 그렇지만 이렇게 한들 그저 심리적인 안정일 뿐이죠. 1%의 위험에도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인 것 같아요. 이영희 그리고 엄마들끼리 동네 어디서든 수상한 사람이 없나 서로 감시하자고 늘 이야기해요. 내 아이만 돌보지 않고 옆집 엄마가 혹여 사정이 있어 학교에 아이를 데리러 오지 못하면 대신 집까지 데려다주기도 하고요. 오영자 낯선 사람이 뭔가를 물어보면 아예 대답하지 말라고 가르쳐요. 얼굴을 아는 사람도 엄마 없이 따라가선 안 된다고 하고요. 어른의 말도 듣지 않는 인정 없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 서글퍼요. 김선지 맞아요. 너무 착해서 어른 말을 잘 듣는 아이는 쉽게 범죄 대상이 될 수 있으니까요. 범죄 수법도 파렴치하잖아요. 짐을 들어달라고 한다든지, 아이에게 일부러 지갑을 줍게 한 후에 잡혀간다고 협박해서 끌고 간다든지. 나쁜 놈들이 아이들의 취약점을 너무 잘 아는 거죠. 오영자 전 딸에게 지나가는 남자가 쳐다봐도 눈을 맞추지 말고 무조건 집으로 달려오라고 얘기해요. 전향희 저는 이웃집에 사는 분이 종합병원 간호사라 종종 그 집 아이들을 챙겨주곤 했거든요. 그날도 전화를 해서 “너희 배고프지 않니? 이모가 맛있는 거 사줄게 나와라”고 했는데 굳이 안 나오겠다는 거예요. “그럼 떡국 가져다줄까?”라고 했는데도 거절을 해요. 이상해서 나중에 그 집 엄마에게 물어봤더니 막 웃는 거예요. 가족이 아닌 사람은 아무도 따라가지 말라고 가르쳐서 그런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저는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그게 맞는다고 얘기했어요. 이영희 저도 엄마가 없을 때는 아는 사람의 차도 타지 말라고 얘기해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하면 아이들이 헷갈려 하니까 예방을 위해서는 일관성이 필요하더군요. 김선지 요즘은 보디가드를 두는 것이 유행이라고 해요. 엄마들 4명이 돈을 모아 한 사람을 고용하는 거예요. 제 아이도 일곱 살인데 내년에 학교 들어가면 알아보려고 해요. 권영희 전 아들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들에게 더욱 올바른 성교육과 인성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들이 혹시 어디 가서 함부로 그럴까봐 더 걱정이 돼요. 집에 가끔 여자아이가 놀러오면 전 절대 외출하지 않아요. 아직 어리다고 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이런 얘기를 하면 남들은 저보고 너무 한다고 하는데 아들 가진 엄마가 먼저 조심해야죠. 엄마들은 딸을 맘 놓고 키울 수 없는 나라에서는 세금을 내는 것도 아깝다며 성토한다. 그래도 최근 아동 성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알고 국회에서도 다양한 법안들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을 작은 위안으로 삼는다고 한다. 권영희 아동 성폭력범의 재범률이 높다는 통계가 무엇을 말해주나요. 그만큼 형량이 가볍고 짧다는 이야기 아닌가요? 이런 범죄는 앞으로 절대 못하도록 본보기를 보여줘야 해요. 오영자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범죄자를 관리해서 예방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미국은 그 지역 사람들이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신상 공개를 다 하고 지역 경찰들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잖아요. 정치인들은 이런 사안을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전선자 그래도 일단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치더라도 이 기회에 더 강한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술을 마셔서 감형이 된다면 음주운전 사고도 심신미약으로 감형시키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영희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에 대한 지원도 적극적으로 해줘야 해요. 우리 사회가 저지른 일이잖아요. 제도적으로 아이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일은 없어야 돼요. 전향희 맞아요. 그 아이가 사회에 고립되지 않도록 정신적·육체적인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해요. 정부 차원에서 관련 기관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일반 병원에서 증거자료 채취를 의뢰했다가 거절당한 사례도 있었잖아요. 6인의 엄마들이 바라는 것은 단지 한 가지였다. 자신의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곳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기본적인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 그들은 절망했다. 아동 성폭력범에 대한 엄중한 처벌, 재범 방지를 위한 관리체계의 확립, 그리고 피해 아동들의 치료를 위한 아낌없는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는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 우리의 미래, 아이들을 지키는 일이 그 어떤 정책보다 우선돼야 할 정책이 아닐까.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김소향(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 사회복지사)
- 전문가가 말하는 아동 성폭력에 대한 실질적인 대처법
- 2009. 11. 19 15:46 재테크
- 아동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보호자가 당황하면 피해를 당한 아이는 2배 이상의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사건이 발생한 후, 부모가 신속하게 취해야 할 것들과 아이를 위한 심리치료에 대해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소향 사회복지사에게 물었다. 1 자녀가 성폭력을 당했을 때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증거채취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사건 발생 72시간 이내라면 인근 병원에 가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 출동을 요청해 응급키트(피해자의 속옷이나 이물질을 보관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종이봉투, 멸균 면봉, 슬라이드, 혈액채취용 EDTA 튜브, 손톱깎이 등)를 사용하거나 산부인과나 외과 진료를 통해 상흔 진료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증거 사진이 있는 경우에는 얼굴이 같이 나와야 한다. 가해자의 정액이 묻은 옷이나 이불은 서류봉투에 넣어서 보관한다. 2 주로 의료기관을 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료지원을 받기 전에 주의할 사항이 있다면? 사건 발생 후 즉시 가야 하는데, 입은 옷이나 손·피해 부위를 씻지 않고 사건 발생시의 모습 그대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항문, 질, 손톱, 머리카락, 음모의 빗질을 통해 증거를 얻기 때문에 샤워나 목욕, 질 세척을 하지 말고 옷도 갈아입지 않고 가야 한다. 3 일련의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의료기관의 거부 등 의료기관에서 부당한 취급을 당했을 때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나요? 부당한 취급을 당했을 때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도화된 것이 없다. 대신 성폭력 피해자 치료 전담기관이나 여성 학교폭력 원스톱 지원센터, 해바라기아동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4 보통 성폭력 이후 어린이들이 입는 정신적 상해에 대한 통계가 있나요?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정신과 진단율은 많게는 69%까지 나타났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포함한 불안장애의 비율이 해마다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우울장애가 그 다음을 잇는다. 후유증의 심각도 역시 해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대체로 비슷한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함께 요하는 정도의 중증 후유증을 보이는 아동이 9~21%에 해당한다. 5 사건 이후 심리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데, 집 안에서 부모님들이 할 수 있는 심리치료가 있을까요? 사건 발생 이후 보호자가 당황하고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내가 겪은 일이 정말 나쁘고 심각한 일이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너무 놀라거나 당황하지 말고 아이를 안심시키고 야단치거나 캐물어서는 안 된다. 언급한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말 ● 엄마 아빠는 너를 믿어. ●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란다. ● 네가 나쁜 애라서 생긴 일이 아니란다. ● 큰일 날 뻔했구나, 그만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 다른 아이였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그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었겠구나. ● 거기만 아픈 거지, 온몸이 다 잘못된 것은 아니란다. ● 네가 화가 나는 건 당연해.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될 말 ● 그게 정말이니? 거짓말 아니니? ● 내가 반드시 복수하고 말 거야. ● 거기를 왜 갔니? ● 그 친구랑 놀지 말라고 그랬지? ● 내가 그런 사람을 조심하라고 그랬잖니? ● 아무나 따라가지 말라고 했잖니? ● 왜 진작 말하지 않았니? ● 그 얘기는 그만하자. 나중에 말하자.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김소향(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 사회복지사)
- 성폭력 ‘형사고소’와 ‘민사소송’ 절차와 방법에 대해
- 2009. 11. 19 15:45 재테크
- 성폭력을 당했을 때 마지막으로 결정할 문제는 범인을 어떻게 처벌할지에 관한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형사고소는 범죄의 피해자가 수사기관(경찰, 검찰)에 범죄 사실을 알리고 가해자의 처벌을 구하는 행위다. 민사소송은 가해자에게 단순히 금전적 배상을 받기 위해 재판을 신청하는 것으로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1. 형사적 방법 고소는 어떻게 하나? 고소는 고소장을 작성해 범죄 발생지 혹은 가해자의 주소지 관할 경찰서나 검찰에 제출하면 된다. 고소장은 특별한 형식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범죄 사실과 가해자의 인적사항을 기재하면 충분하다. 고소 이후의 수사절차는 어떻게 되나? 고소(신고)→경찰수사→검찰수사→기소→1심 재판(항소)→2심 재판(상고)→3심 재판 →불기소→항고→재항고 ① 경찰수사 경찰에서는 고소장을 접수받은 날로부터 대략 1, 2개월 안에 고소인을 소환해 고소 사실에 대해 조사하게 된다. 이를 ‘고소인 조사’라고 하는데 경찰관이 질문하고 고소인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사가 끝난 후 고소인은 문답 내용이 적혀 있는 ‘진술조서’라는 서류에 서명날인을 한다. 이 경우 반드시 조서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아야 하고 틀린 내용이나 자신이 진술한 것과는 다른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때에는 경찰관에게 정정해줄 것을 요구한다. 이 진술조서는 범죄에 대한 유력한 증거가 되므로 꼭 확인해야 한다. 이때 고소인은 필요한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데, 제출할 증거가 서류면 반드시 복사본을 받고 물건일 경우에는 수령증을 받아두어야 한다. 경찰은 이후 피의자(가해자)를 소환해 조사하고 필요한 증거를 수집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개월에서 3개월 걸린다. ② 검찰수사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으면 필요에 따라 보강수사를 한 다음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일정하진 않지만 3개월 정도 소요된다. ③ 기소의 경우 검사가 수사한 결과 피의자(가해자)에게 범죄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회부하는 절차를 말한다. ④ 불기소의 경우 경찰은 수사결과 죄가 없거나, 수사를 진행할 수 없을 때 무혐의, 기소중지, 불기소처분을 내린다. 고소를 결정하기 전에 주의해야 할 점 고소 이후 겪게 될 과정은 어떤 것인지, 그러한 과정을 겪어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일이 어떤 식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는지 등에 대해 점검해봐야 한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지금 당장은 고소할 생각이 없다 하더라도 나중을 위해 증거를 확보해놓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 세심히 점검하고 신중히 고소 여부를 결정하는 건 중요하지만 증거 확보는 시간을 다투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소하면서 겪게 될지도 모르는 어려움과 유의점 - 최근에는 비디오 진술 녹화를 채택하고 있긴 하지만, 나이 어린 아동이 경찰서나 법정에서 진술하고 증언하는 것이 힘에 겨울 수 있다. - 피해에 대해서 입증할 만한 증거를 철저히 확보해야 한다. 피해 사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증거가 불충분하면 기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 - 수사나 재판 기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고소를 한 후에는 이 과정을 다 겪어야 하므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칠 수도 있다. 2. 민사적 방법 민사소송시 주의점 민사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피해자는 가해자의 재산관계를 파악해 가압류 등 재산을 보전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놓아야 한다. 가해자에게 재산이 없어 집행하지 못하면 그 판결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재산이 없는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고 자발적으로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피해자는 금전적으로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가압류 절차 가압류의 대상이 되는 가해자(가해자의 부모나 형제 혹은 배우자의 재산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의 재산(부동산, 유체동산, 채권 등)을 파악한 다음, 가해자의 주소지나 피해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가압류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가급적이면 이러한 절차를 취하기 전에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합의시 주의할 점 성폭력 피해자 중에는 피해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꺼리거나 법적 과정을 모두 견뎌내는 것이 힘들어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를 하기 전이나 절차 진행 중에 합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 이후에는 더 이상의 배상 청구를 할 수 없게 된다. 합의시 손해액을 정할 때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래에 발생될 정신적 후유증에 관한 문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김소향(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 사회복지사)
- 납치, 유괴, 살인, 성폭력…위험으로부터 아이 지키는 방법
- 2008. 04. 24 재테크
- 지난 3월에는 유난히 강력 범죄가 판을 쳤다. 김씨 가족 모두를 살해한 전 야구선수, 우예슬, 이혜진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정씨, 중학생을 살해한 필리핀 노동자…. 낯선 사람들뿐 아니라 가까운 이웃이나 지인들도 안심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범죄를 피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급선무일 터. 「범죄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는 29가지 방법」 중 아이들에게 꼭 전해야 할 안전 상식을 정리했다.위험한 사람들, 어떻게 판단하지? 아이들은 상대방이 위험한 사람인지 간파하기 어렵다. 더욱이 아이들에게 다가서는 이들은 더없이 친절하고 좋은 사람으로 위장한다. 상대방이 아이들에게 아무리 친절하게 대해줘도 이상하게 같이 있을 때 약간이라도 불안하거나 무서움, 위험을 느꼈다면 그 자리를 뜨라고 가르치자. 특히 인적이 드물고 후미진 곳과 같이 위험한 곳을 지날 때는 어른이 불러도 그냥 모른체 해도 좋다고 가르쳐라. 끈질기게 말을 걸어올 경우에는 “죄송합니다. 지금 빨리 가야 해요”라고 말하고 지나치도록 하자. 불가피하게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할 경우 “맛있는 거 사줄게 같이 가자” 는 말로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피하기 쉽다. 그러나 “잠깐 길 좀 가르쳐주지 않을래?”와 같이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이라면 경계를 풀고 다가서기 쉽다. 그래서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반드시 ‘자기 팔 길이의 두 배쯤 상대방에게서 떨어져서’ 이야기하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이 흑심을 품고 갑작스럽게 아이의 몸을 만지려고 해도 재빨리 도망칠 수 있다.엄마, 아빠의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접근할 때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하셨어” “아빠가 아프셔서 너를 데리고 오래”와 같은 거짓말은 아이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특이 아이들은 ‘부모님이 한 말’을 잘 믿는 습성이 있다. 이때를 대비해서 평소 아이에게 “아빠와 엄마가 사고를 당해도 너를 다른 사람에게 데려와달라는 부탁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야”라고 약속하자. 또 부모의 휴대폰 번호나 직장 전화번호 등을 미리 알려줘 먼저 확인하게 해야 한다. 부모가 멀리 갈 일이 있을 때는 반드시 아이가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연락처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 놀이터나 공원도 범죄의 사각지대다.나쁜 사람이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할 때 나쁜 어른이 뒤에서 아이의 몸을 잡았다면 일단 크게 소리치게 만들자. 혹은 아이가 몸을 꿈틀꿈틀 비틀거나 발을 버둥거릴 수 있도록 연습을 하도록 하자. 만약 상대방이 팔을 잡았을 때는 한쪽 팔을 잡았더라도 두 팔을 동시에 힘껏 뿌리치면서 벗어나도록 애쓰자. 또 상대방이 등 뒤에서 입을 틀어막을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우선 손을 떼어내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의 손을 떼어내기 쉽지 않은데 이때 새끼손가락을 잡아서 떼면 아이 힘으로도 쉽게 손을 떼어낼 수 있다. 차량을 이용한 범죄, 의외로 많아 낯선 차량이 다가와 학교까지 데려다준다고 해도 절대 남의 차를 타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웃이나 회사 직원과 같은 사람들이 차에 타라고 하면 경계심 없이 쉽게 차에 오를 수 있다. 범죄는 이런 틈새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엄마, 아빠가 다른 사람 차는 함부로 타지 말래요”라고 거절하거나 “엄마한테 먼저 물어볼게요”라고 한 뒤 부모님께 전화로 허락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등·하굣길에 길가에 서 있던 차가 갑자기 접근해서 아이를 납치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 주차한 차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걷는 연습을 해야 한다. 차에서 갑자기 문이 열려도 도망칠 정도의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엘리베이터는 범죄의 사각지대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는 엘리베이터 반대 방향으로 등을 대고 서서 누군가 다가오는지 살펴야 한다. 엘리베이터에 탈 때는 층을 누르는 숫자판 옆에 서자. 같이 탄 사람이 조금 이상하다면 곧바로 다음 층에 내릴 수 있도록 버튼 옆에 서자. 절대 등을 보여서는 안 된다. 만일 신변의 위험을 느끼면 바로 다음 층에서 내리도록 하고, 여의치 않다면 당장 비상단추를 누르도록 한다.혼자 집에 들어가는 아이, 표적의 대상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가 열쇠로 문을 열고 혼자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열쇠를 열고 들어갈 때는 다른 사람이 그 모습을 보지 않도록 조심한다. 혹시 혼자 들어가는 모습을 들켰을 경우라도 집 안에 가족이 있는 것처럼 “학교 다녀왔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하도록 연습시킨다. 아이들이 열쇠를 잃어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목걸이로 걸어주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혼자 집을 지키는 아이라고 알리는 셈이다. 또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초인종이 울려도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도록 한다. 밖에서 묻는 말에 대답도 하지 말아야 한다. 택배나 우편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배달하는 척하면서 속이는 사람도 많다. 범행을 하기 위해 문을 따고 들어오는 건 쉬운 일일 수 있다. 반드시 현관 열쇠뿐 아니라 체인도 똑바로 걸도록 한다. 위험한 곳을 정확히 가르쳐라 위험한 장소는 아무나 출입할 수 있는 곳, 즉 공원이나 백화점, 주차장, 빈터, 공원 등과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 즉, 빈집이나 공사장, 건물 뒤편 등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위험한 곳’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럴 때는 집 근처를 부모가 아이와 함께 다니며 ‘이런 곳이 위험한 곳’이라고 구체적으로 지적해주면 좋다. 특히 음식점이나 백화점의 경우 뜻하지 않은 사각지대일 수 있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도 절대 혼자 보내지 말자. 화장실이나 계단 등은 범행이 일어나기 좋은 장소다.남들이 절대 만지지 말아야 할 곳을 알려줘야 아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신체의 특정 부분은 남이 절대로 만져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 만일 “혹시 여기를 만지면 도망가거라”라고 말하고, 그 부분을 만지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부모님에게 알리도록 해야 한다. 성범죄자의 경우 지인이 많다. 친하게 지내는 아저씨나 선생님, 친척 등이라도 갑자기 이상한 느낌으로 몸을 만질 때는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또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내게 기분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각인시키자. 나쁜 행동을 하고도 아이에게 엄마한테 비밀로 하자고 약속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나쁜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 무서운 일을 당하면 어디에 도움을 요청할까?1 곧바로 근처에 있는 가게 혹은 집으로 숨자. 통학로에 몸을 피할 수 있을 만한 가게나 집을 미리 파악해두면 좋다. 2 경찰서나 지구대로 도망간다. 집 근처 경찰서나 지구대의 위치를 파악하자. 3 공중전화로 112에 신고한다. 돈이나 공중전화 카드가 없어도 112에 신고할 수 있다. 공중전화의 비상용 빨간 단추를 누르고 112에 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자. ■글 / 두경아 기자 ■참고 서적 / 「범죄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는 29가지 방법」(고미야 노부오, 대교베텔스만) ■사진 / 서인순·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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