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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인사이드]선정적 광고로 뜨고 성폭행 오너로 지다(2021. 07. 19 10:37)
- 2021. 07. 19 10:37 경제
- 1989년 패션업계의 판도를 뒤흔들며 등장한 브랜드가 있었다. 티셔츠와 니트 같은 기본적인 캐주얼의류를 중심으로 기획·생산·유통을 통합적으로 운영해 오늘날의 SPA 브랜드 개념을 처음 적용했던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이다. 창업자 도브 차니는 자신이 다니던 대학 기숙사에서 ‘미국에서 제조한 티셔츠를 캐나다로 수출한다’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창업을 결심했다. 아메리칸 어패럴은 창업한 지 10년 만에 직원수는 5000명에 달했고, 매장수는 전 세계에서 250곳이 넘을 정도로 성장해 미국에서 가장 큰 티셔츠 제조업체가 됐다. 한국에도 2003년 서울 명동1호점을 필두로 전국 대도시에 매장을 내며 야심차게 진출해 이듬해엔 연간 매출이 57억원에 이르는 등 성공을 거뒀다. 아메리칸 어패럴 직원들이 공장에서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 American Apparel 노이즈 마케팅과 안티 패션 이미지로 주목 아메리칸 어패럴은 여러모로 독특했다. 당시 많은 기업이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릴 무렵, 이들은 ‘메이드 인 다운타운’을 표방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공장을 짓고 아시아나 라틴 아메리카에서 온 이민자를 고용해 업계 통상 임금의 2배를 지급했다. 이는 ‘옷을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비로소 옷을 입는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는 창업자 도브 차니의 사명감 때문이었다. 또한 옷을 제조하면서 나오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소재를 재활용했고,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태양열 설비를 구축하는 데도 앞장서는 등 친환경 기업의 면모도 선보였다. 무엇보다 이들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데는 파격적인 광고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이들의 광고는 전통적인 패션 광고보다는 마치 ‘플레이보이’ 잡지 광고처럼 보일 정도로 선정적으로 바뀌었다. 속옷도 채 입지 않은 여성 모델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미성년처럼 보이는 모델을 성적 대상으로 느낄 법하게 촬영한 노골적인 사진들이 등장했다.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선정적인 광고는 소비자의 입방아에 오르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아메리칸 어패럴에 대해 언급할 때 더 이상 옷의 품질이나 직원 복지, 친환경 제조 환경 등을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브랜드의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실패에 관한 이야기다. 실패의 정점을 찍은, 사회적으로 경악할 만한 수준의 ‘오너 리스크’가 브랜드의 내리막 경사를 더욱 가파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창업자 도브 차니는 2007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자사의 여성 직원에게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등의 혐의로 소송에 휘말렸다. 이전부터 수차례 성폭행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또 도브 차니는 속옷만 입은 채 공장을 돌아다니거나 회의를 주재한 사실도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선정적인 광고가 한편으로 심어줬던 대담한 브랜드 이미지는 창업자의 성폭행 사건 때문에 추악한 이미지로 급변했다.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이들의 패션은 고객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하기 시작했고, 자라(ZARA)나 H&M 같은 후발 SPA 브랜드의 파상공세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했다. 결국 도브 차니는 2014년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고, 아메리칸 어패럴은 2015년 10월 파산했다. 과감한 노이즈 마케팅 전략과 안티 패션 브랜드 이미지로 초기에 빠르게 주목을 받았던 이들이었지만, 결국 짧은 유행으로 끝나고 말았다. 사실 아메리칸 어패럴은 당시의 마케팅 성공 방정식을 과감히 탈피해 독자적인 행보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던 점에서는 주목할 만한 모습도 많이 보였다. 당시의 흐름은 업계를 선도하는 브랜드일수록 경쟁 브랜드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의 기억에 강한 인식을 오래도록 남길 수 있게 하려는 광고 전략이 주류였다. 1990년대 들어 ‘차별화’라는 개념이 새롭게 정립되면서 깊이 뿌리내린 전략이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 차별화를 내걸고 치열한 경쟁을 추구하면서 브랜드와 상품의 수를 크게 늘려 시장으로 쏟아냈다. 여기엔 실체가 모호한 ‘고객 서비스 만족’이라는 구호까지 더해졌다. 오너 리스크로 짧은 유행에 빠른 몰락 반대로 아메리칸 어패럴은 기업의 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면서 제품이나 서비스에서의 차별화 대신 소비자가 느끼는 감정, 나아가 소비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심리적 요소를 더욱 중요시했다. 다시 말해 브랜드가 소비자와 깊이 있는 상호작용을 추구하면서 소비자가 브랜드의 정체성까지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그러나 선정적인 광고를 통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급격하게 전략을 수정했고, 또 그만큼 예상을 넘어선 주목을 받자 브랜드 지속 여부를 가를 위기의 씨앗이 싹텄다. 창업자는 직원 채용 과정에서 외모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급여도 외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게 하며 이전까지의 브랜드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차별과 인권침해를 자행했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고용환경을 개선한다는 대외적 인식 역시 실상은 정반대였다. 2009년 미국 이민국은 아메리칸 어패럴 공장에서 취업 비자를 받지 않고 근무하던 불법체류 노동자 1500명을 적발해 해고했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창업자는 창업 초기부터 이민자를 고용해 직원 복지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인식을 심으려 애썼지만, 이 사건이 알려지며 기업의 도덕성은 크게 실추됐다. 급기야 전체 직원 중 절반가량이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발생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체인력 채용 및 교육 등 엄청난 추가비용을 들였음에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침체를 맞아 실적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현재 아메리칸 어패럴은 2015년에 이어 이듬해 11월 두 번째로 파산 보호 신청을 한 뒤 캐나다의 스포츠웨어업체인 길단 액티브웨어에 지적재산권과 일부 생산시설이 매각됐다.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의 매력을 부활시키진 못하는 상태다. 아메리칸 어패럴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브랜드를 표방할수록 그 구호와 실제가 부합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배신감도 더 커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반면교사였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보듯, 오너 리스크가 얼마나 빠른 몰락을 부채질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이번 호를 끝으로 시리즈를 마칩니다.
- 브랜드 인사이드
- 21세기에도 전시 성폭행 당하는 여성들(2021. 04. 30 11:28)
- 2021. 04. 30 11:28 국제
- 악베레트(34)는 ‘그날의 일’이 떠올라 불면에 시달리고 있다. 3월 8일, 그는 피란길에 나섰다. 반군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과 내전을 벌이고 있는 에티오피아군과 연합군이 악베레트가 살던 티그라이의 한 마을을 침공하면서다. 피란 중 악베레트에는 또 다른 재앙이 불어닥쳤다. 연합군인 암하라군은 악베레트를 외딴 폐가옥 안으로 끌고가 집단 강간을 저질렀다. 군인들은 “티그라이의 자손이 태어나선 안 된다”며 뜨거운 금속 막대를 악베레트의 몸 안에 집어넣었다. 지난 3월 1일(현지시간) 한 에티오피아 여성이 내전 중 포격당한 흔적이 남아 있는 자신의 집 앞에 서 있다. / 우크로|AFP연합뉴스 사라진 피해여성 피해를 당한 건 그만이 아니었다. 유엔은 4월 14일 티그라이 분쟁 지역에서 100건이 넘는 끔찍한 강간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에티오피아 메켈레 지역의 한 병원은 지난해 11월 내전이 일어난 이후 4월 말까지 티그라이 지역에서 병원을 찾은 성폭행 피해자가 800명이 넘는다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의료진은 피해 환자들의 몸 안에서 못, 돌, 플라스틱 조각 등을 꺼냈다. 전쟁은 자궁을 학살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은 아시아 등지에서 성착취를 당했다. 연합군은 독일 점령지의 여성을 전리품으로 여기며 성폭행을 저질렀다. 독일 역사학자 미리암 게바르트는 2015년 펴낸 저서 <군인들이 왔을 때>를 통해 당시 86만명이 피해를 당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군도 베트남전쟁 당시 일부 병사들이 현지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있다. 어느 나라에서, 무슨 이유로 전쟁이 일어났든 여성은 국가 혹은 조직이 일으킨 폭력의 희생양이 됐다. 전쟁 후 수많은 강간 피해자들은 사라졌다. 이들은 생존해 있음에도 전쟁이 자신에게 저지른 폭력의 역사를 숨겨야 했다. ‘여성의 정조’라는 가부장적 도그마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피해 사실을 말해봤자 손해를 입는 쪽은 피해 생존자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몸을 판 여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손가락질을 받고,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이나 이웃으로부터 내쫓겼다. 피해 생존자를 위한 국가의 역할은 국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 역시 피해를 당했던 시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지만, 고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최초 공개증언한 1991년에 이르러서야 진실을 말할 수 있었다. 고 김경순 할머니는 증언집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1993)에서 “자식이 있고 남편이 있어 내 원통한 세월을 마음껏 통곡도 못 한다. 내가 위안부로 갔다 온 사실을 사돈댁에서라도 알게 된다면 자식들 인생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고 김경순 할머니가 199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위안부 피해 사실을 등록한 뒤에야 그의 딸은 엄마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숨겨야 하는 현실은 옛이야기가 아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전시 성폭행 생존자들은 정조를 잃었다는 자책감과 수치심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019년 발표한 성명문에서 “신고되지 않은 전시 성폭행 사례가 많아 어떠한 통계나 수치도 실제 일어난 피해 사례 수를 정확히 나타낼 수 없다”며 “강간 사례 1건이 접수되면 실제로는 10~20건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지난해 5월 공개한 남수단 내전 성폭력 생존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 생존자의 남편은 아내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후 가정폭력을 행사했다. 다른 생존자는 “피해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특히 남편에게는”이라고 진술했다. 강간을 당했다는 소문이 퍼진 후 지인 모두가 자신을 피해 자살 충동이 들었다는 여성의 사연도 담겼다. 지난 4월 2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이 기각된 뒤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나온 원고 이용수 할머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피해 생존자들을 침묵시키는 사회는 가해자 처벌도 어렵게 만들었다. 현실적으로 가해자를 법정에 세우고, 처벌받게 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쟁이 터져 대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피해 사실을 증명하고, 가해자의 신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증언이 증거로 인정되기도 하지만, 피해자들은 증언마저 꺼리고 있다. 법정 증언 시 자신의 피해 사실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는 2017년 발간한 남수단 내전 관련 보고서에서 “피해자와 그의 가족이 강간을 수치로 받아들여 여성과 소녀에 대한 강력 범죄는 종종 법원 밖에서 해결된다”며 “가해자에 대한 기소도 드물다”고 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1998년부터 1년 넘게 일어난 코소보전쟁과 관련해 기소된 전시 강간사건은 3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하기도 했다. 당시 강간 피해자는 집계기관에 따라 1만~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4월 21일 서울중앙지법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국내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의 두 번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에 대한 한일 합의가 유효한 상황에서 주권면제 원칙(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을 인정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일청구권협정과 한일 위안부합의는 이번에도 또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일본도 피해자 배상은 한일청구권협정과 한일 위안부합의로 끝난 일이라며, 위안부 피해 생존자에 대한 더 이상의 배상과 공식 사과를 회피하고 있다. 시민단체를 넘어 국가가 진상조사 나서야 문제는 피해 생존자와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양국이 일방적으로 두 협상 내용을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한일청구권협정이 맺어진 1965년 당시 위안부 피해 생존자의 존재는 사회 전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으며, 당시 일본으로부터 받은 배상금은 이들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이는 국가가 전시 강간 피해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벌이지 않고, 피해자들과의 소통 없이 배상문제를 처리했을 때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밖에 없는 피해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피해 사례를 모으고 기록하는 일도 중요하다. 리비아 심리학자 세함 세르기와는 리비아 내전 중 난민캠프에 찾아가 손수 설문지 5만장을 돌려 강간 피해자 수를 집계했다. 세르기와가 모은 기록은 국제형사재판소에 리비아군의 전쟁범죄 혐의 증거로 제출됐다. 하지만 개인이나 시민단체가 조사를 벌일 수 있는 규모와 기간에는 한계가 있다. 전쟁을 일으킨 주체인 국가도 적극적인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
- 성폭행 혐의 의사 약처방도 ‘이상’(2019. 05. 10 17:18)
- 2019. 05. 10 17:18 사회
- ㆍ조울증 환자에 갑상선 호르몬 약 투여… “과도한 처방으로 약물 의존”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현철 원장(<주간경향> 1326호 보도)의 정신과 의원에서 무리한 약 처방으로 갑상선 호르몬 수치에 이상이 발생했고, 약물 의존에 이르게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원장은 ‘정상적인 의료행위’라고 반박했다. ㄱ씨는 2017년 9월 한 대학병원에서 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하던 중 당시 트위터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던 김 원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의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서울에 있는 병원을 추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김 원장은 ㄱ씨에게 ‘한 큐에 끝내죠’라며 대구에 있는 자신의 병원에 내원할 것을 권했다. 김 원장은 ㄱ씨가 조울증이 아닌 우울증이며 혈액검사 결과 ‘갑상선 호르몬 저하’ 상태라고 진단했다. ㄱ씨는 그때부터 갑상선 호르몬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한 큐에 끝내자’던 진료는 이후 6개월 동안 이어졌다. ㄱ씨는 초기에는 일주일, 이후에는 한 달, 이후에는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갔다. 갑상선 수치 정상에서 오히려 떨어져 초기에 김 원장이 처방해 준 약은 효과가 좋았다. 이전과 달리 집중이 잘 됐고 잠에 잘 들 수 있었다. ㄱ씨는 “하지만 3개월째부터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급기야 ㄱ씨는 우울증이 악화돼 2018년 1월 15일 처방받은 약을 모두 입에 털어넣고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로 실려갔다. 이후 한 차례 더 자살을 시도했다. 임신 가능성이 없는데도 젖이 나오기도 했다. 놀란 ㄱ씨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 정신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았다. 젖이 나오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애초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어서 약을 먹을 필요가 없었으며 오히려 그동안 복용한 호르몬 약 때문에 체내의 호르몬 기능이 떨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실제 병원 기록을 보면 ㄱ씨가 김 원장 병원을 찾을 당시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은 정상수치인 1.47이었으나 6개월 뒤 검사에서는 0.01로 나타났다.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거나(항진증) 호르몬이 잘 생성되지 않으면(저하증)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항진증은 음식을 많이 먹어도 체중이 감소하고 맥박이 빨라지며, 저하증은 몸이 붓고 둔해지면서 체중이 늘어난다. 종합병원 의사는 호르몬 약을 중단할 것을 권했다. 약을 중단하고 얼마 뒤 젖이 나오는 현상이 사라졌다. 하지만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오기까지 ㄱ씨가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꼬박꼬박 들어오던 호르몬이 공급되지 않자 몸이 급격하게 무기력해졌고 정상수치를 회복하기까지는 몇 개월이 걸렸다. ㄱ씨는 과도한 약물 처방으로 약물 의존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저녁에는 다양한 안정제와 진정제를 먹은 뒤 쓰러지다시피 잠에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니 다양한 각성제를 먹어야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ㄱ씨는 종합병원과 또 다른 정신과에서 ‘약물 의존’ 진단을 받았다. ㄱ씨가 김현철 원장의 정신과 의원에서 마지막 진료 당시 받은 처방전./ㄱ씨 제공 ㄱ씨가 처음부터 약물을 많이 복용했던 건 아니다. 김 원장을 만나기 전 ㄱ씨는 두 종류의 약을 최저용량으로 복용했다. 하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김 원장은 항우울제와 각성제의 종류를 점점 추가했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ㄱ씨 처방전을 보면 김 원장은 총 11종류의 약을 처방했다. 현재 ㄱ씨는 세 종류의 약을 복용한다. 특히 김 원장으로부터 받은 마지막 진료였던 지난해 4월에는 11종류의 약 6개월치를 한꺼번에 처방받았다. 아침과 점심에는 5종류의 약을 먹도록 했고, 자기 전에는 6종류의 약을 복용하도록 했다. 하루 16알, 이를 6개월로 계산하면 무려 2880알이라는 답이 나온다. ㄱ씨는 “자살을 시도한 지 두 달 만에 나온 처방전이라는 걸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종합병원 정신과 의사는 “종합병원은 워낙 환자가 많으니까 아주 오래 병원을 다니고 안정적인 환자에게는 두 달까지도 처방을 하지만 개인 병원에서는 보통 한 달 이상은 처방하지 않는다”며 “안정적인 환자라고 해도 상태가 바뀔 수 있고, 그럴 때마다 처방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인병원 정신과 의사는 “대학병원에서도 6개월치 처방은 하지 않는다. 장기로 약을 처방한다고 해서 의사가 얻는 이득도 없는데 왜 이런 처방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다만 두 달 전에 자살시도를 했다고 해서 무조건 장기처방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환자의 상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장 “약으로 갑상선 망가지지 않아” 문제는 김 원장의 정신과에서 이 같은 과도한 처방이 흔했다는 점이다. 해당 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조무사 ㄴ씨는 “약을 굉장히 세게 쓴다. 감기를 폐렴약으로 치료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초기에는 상태가 빨리 호전되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존, 중독, 혹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역시 해당 병원에서 근무한 직원 ㄷ씨는 “김 원장은 환자에게 두 달 또는 석 달, 길게는 여섯 달치 약을 처방해준다.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적게 드니 좋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자살의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그렇게 약을 주면 안 된다. 이전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원장과 직원들이 나눈 단체채팅방 대화를 보면 한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김 원장은 욕설을 하며 “이런 전화가 초초초 응급이다”라며 “대략 1억 뜯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직 직원들은 “약을 세게 처방하다보니 혹시나 사고가 생기면 김 원장은 환자들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모든 정신의학 교과서에는 갑상선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도 무기력한 우울증에는 갑상선 호르몬 약을 쓸 수 있다고 되어 있다. ㄱ씨는 첫 진료 당시에 호르몬 저하였다”며 “고작 6개월 호르몬 약을 먹었다고 갑상선 기능이 망가졌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정신과 의사도 “우울증이 심해지면 항우울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항정신병 약물이나 조울증 약을 사용한다”며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갑상선 호르몬 약도 우울증에 대한 추가 요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잘 낫지 않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자살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장기간 대량으로 약물을 처방한 것에 대해서는 “6개월치를 한꺼번에 처방해주는 건 병원이나 약국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손해다. 다른 의사들이 장기로 약을 처방하지 않는 건 돈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180일치를 다 먹어도 사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직원 성추행, 환자 성폭행 고발당한 정신과 의사(2019. 05. 03 15:25)
- 2019. 05. 03 15:25 사회
- ㆍ대구 유명 병원 원장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간음’으로 조사와 재판 중 그 병원은 이상했다. 간호조무사 ㄱ씨는 2013년 10월 대구에 있는 한 유명 정신과에 취업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식자리가 마련됐다. 2차로 노래방을 갔다. ㄱ씨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현철 원장은 춤을 추다가 팔을 ㄱ씨 등 뒤로 둘러 ㄱ씨의 왼쪽 겨드랑이와 가슴 부위를 손으로 만졌다. ㄱ씨는 그 자리에서 김 원장이 다른 직원의 뺨을 만지는 것도 목격했다. 다른 직원은 재빨리 얼굴을 돌렸다. ㄱ씨는 “그때만 해도 병원에서 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원장에 대해 잘 몰랐다”며 “술에 취해서 실수한 거라고 생각하고 넘겼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재판 중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ㄱ씨는 병원에서 일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당시 사건이 ‘실수’가 아니라고 확신하게 됐다. 병원 직원들이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단체대화방(단톡방)에서 김 원장이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ㄱ씨는 “원장은 ‘섹드립’이라고 했지만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고 말했다. 단체대화방에 성희롱 발언 일삼아 <주간경향>이 입수한 단체대화방 내용을 보면 김 원장은 2017년 3월께 환자 중 한 명이 마사지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제가 가는 데(마사지숍) 말고는 다 핸드잡까지 해준다”고 말했다. ‘핸드잡’은 손으로 하는 유사성행위를 의미한다. 앞서 2017년 2월에도 김 원장은 업무 이야기를 하던 중에 “전립선 마사지 받고 싶다”는 말을 단톡방에 올렸다. 그러자 부원장 강모씨는 “그런 게 있나요?”라며 “알아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해당 병원에서 5년 가까이 근무한 ㄴ간호조무사는 “그 이야기를 단체대화방에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본인은 의료 관련 이야기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불쾌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다른 단톡방에서는 한 직원의 사진을 올린 다음 “오○○쌤 플픽”(프로필 사진)이라며 “와 우야지? 오쌤 꼬시면 우야지?”라고 말하고 한 직원이 “넘어갈 것 같으셔용?”이라고 묻자 “사진만 보면 좀 ××”이라고 답한다. 이에 한 직원이 “ㅠㅠㅠ”라며 우는 듯한 표시를 하자 “아 농담인데”라고 말한다. ㄱ씨와 ㄴ씨는 김 원장의 발언과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해당 병원은 같은 노동조건의 다른 병원에 비해 ‘월등히’ 많은 월급을 지급했다. 간호조무사들은 300만원대, 일반 사무직 직원은 25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았다. 나아가 환자와 일부 직원은 김 원장을 ‘신봉’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ㄴ씨는 “부원장은 늘 직원들에게 ‘원장님 행동에 토를 달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부원장이 원장 성매매를 알아보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환자였다가 병원 직원으로 채용된 사람도 있었다. 이 경우 김 원장에게 더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건 환자 중 한 명이 김 원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고발하면서부터다. 김 원장은 지난해 우울증 치료를 받으러 온 30대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입건돼 ‘업무상 위력 등에 대한 간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김 원장이 환자의 감정을 이용하고 자유의사를 제압했다고 봤다. 김현철 원장과 직원들이 나눈 단체대화방 화면. / 전직 직원 제공 신경정신과의학회에서 제명 당해 김 원장과 환자 ㄷ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보면 ㄷ씨가 좋아하는 감정을 고백하자 김 원장은 “감당할 수 있으실까요? 저는 한 번 만나면 시시하게 안 만나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만나면 전 먼저 섹스를 하자고 얘기하지 싶습니다”라고 했다. ㄷ씨는 “김 원장에게 매우 의존적인 상태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이 8회에 걸쳐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지난 11월 해당 사건을 불기소처분했다. 환자가 36세 여성으로 직장생활을 했으며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올해 4월 김 원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환자가 나타났다. 또 다른 환자 ㄹ씨(24)는 2016년 공황발작으로 인한 불안장애, 우울증 등으로 김 원장을 찾았다. ㄹ씨에 따르면 김 원장이 시간이 지나면서 진료와 상관없는 “오늘 옷이 예쁘다. 클럽에 가느냐” “미인이다” 등의 발언을 했고, 이후 이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 원장은 ㄹ씨에게 화장품과 시계 등을 선물했다. 김 원장이 ㄹ씨에게 병원 외부에서의 만남과 성관계를 요구한 건 올해 1월부터다.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지 2개월 만이다. 김 원장과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했던 ㄹ씨는 김 원장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들이 나눈 문자메시지를 보면 서로 반말을 하고 있으며 김 원장이 호텔을 예약했다는 내용도 있다. 관계는 올해 3월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 원장은 성희롱, 직원 성추행, 환자 성폭행 등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김 원장은 단체대화방에서 성희롱 발언이 일상적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직원들이 야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혼자 고귀한 척하면 재미가 없을까봐 같이 맞장구를 쳐준 것”이라며 “언론에 제보된 것은 전체 대화 중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환자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환자 ㄷ씨와 성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ㄷ씨가 위력을 사용해 김 원장을 제압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런 입장을 지금까지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그 환자가 직장을 잃을 수도 있어서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저는 무조건 환자 편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 ㄹ씨에 대한 성폭행 의혹 역시 환자의 일방적인 스킨십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병원 앞에 자주 가는 호텔에서 쉬고 있는데 ㄹ씨가 갑자기 들이닥쳐 제가 샤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제게 키스를 했다”면서 “(환자에게) 완전히 능욕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직원들에 대한 성추행 혐의도 부인했다. 대한신경정신과의학회는 2018년 3월 김 원장을 학회에서 제명했다. 배우 유아인에 대해 ‘경조증’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과 환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 등이 이유다. 김 원장은 현재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며, 대한의사협회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포커스]미용실 대표 성폭행 수사 부실 의혹(2019. 04. 29 11:04)
- 2019. 04. 29 11:04 사회
- ㆍ헤어 디자이너 ㄱ씨의 신고 불기소결정… 경찰, 피해자 지인에 대한 조사 안 해 ㄱ씨는 2016년부터 경기도에 있는 A헤어 미용실에서 근무했다. A헤어는 경기 일대에 5호점까지 매장을 확장할 정도로 제법 규모가 있는 미용실이다. ㄱ씨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스태프(인턴)로 들어와 초급 디자이너로 승진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미용실 직원들이 대거 그만두기 시작했다. 퇴사한 직원들은 A헤어 대표 김씨(37)의 갑질과 최저임금법 위반문제 등을 들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그러자 대표는 재직 중인 디자이너와 스태프를 상대로 실제 휴식한 시간보다 더 많이 휴게시간을 보장받았다는 내용의 확인서 작성을 강요했다. ㄱ씨를 포함한 직원 3명이 대표의 요구를 거부했다. 대표는 작성을 거부한 직원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 피해자, 친구에게 알린 후 증거 채취 일러스트 김상민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대표의 집에 도착한 직원들은 “확인서를 작성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ㄱ씨는 그 자리에서 대표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대표는 두 남자직원을 돌려보내고, ㄱ씨만 남게 한 뒤 설득하기 시작했다. ㄱ씨는 “거실에 앉아 있는데 대표가 반쯤 먹다 남은 양주를 들고 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그동안 미용실에서 겪은 불만 등을 이야기하고 그만두겠다고 하자 계속 술을 권하며 그만두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양주를 다 마신 대표는 냉장고에서 또 다른 술을 들고와 ㄱ씨에게 마시도록 했다. ㄱ씨는 그 뒤로 기억을 잃었다고 했다. ㄱ씨가 눈을 떠보니 김씨의 침실이었다.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한 채 성폭행을 당했다. 대표는 “일정이 있다”며 집을 나갔다. ㄱ씨는 대표가 나간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집 밖으로 나왔다. ㄱ씨는 같은 미용실에서 근무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사실을 알렸다. 다음날 또 다른 친구를 만나서도 당시 상황을 얘기했다. 친구는 “지금 당장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ㄱ씨는 곧바로 117긴급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로부터 안내받은 병원에서 응급키트로 ㄱ씨의 몸 속에 남아있는 범행증거도 채취했다. ㄱ씨는 대표가 새로 가져온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은 사실을 알리고 채혈도 했다. 물뽕(GHB) 등의 성분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총 4차례의 경찰 조사가 이뤄졌다. 경찰은 피의자 김씨를 한 차례 불러 조사했다. 결과는 증거불충분에 따른 불기소처분이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지난 4월 23일 전화통화에서 “경찰로부터 4월 2일 사건을 송치받았고, 4월 3일 불기소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3월 27일에 사건을 송치했다고 했다. 두 기관 사이에는 약 일주일의 공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의 의견서를 그대로 붙이는 것 외에 별도의 수사는 없었나’라는 질문에 “경찰 의견 대부분이 수긍되는 것이어서 그대로 결정이유서를 작성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사건 처리를 하는 동안 수사 지휘를 한 적은 없다”고도 했다. 이어 “만약 검찰의 처분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항고기간 내에 항고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부터 부실수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ㄱ씨가 성폭행을 당하고 집을 나선 직후 전화통화를 한 지인에 대한 조사는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화성 동탄경찰서 관계자는 “사건 발생 후 지속적으로 최초 통화자인 ㄱ씨의 친구를 조사하려 했으나 계속 전화통화가 이뤄지지 않아 조사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의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경향>이 ㄱ씨 친구의 2018년 12월~2019년 4월 사이 통신기록을 확인한 결과 ㄱ씨의 지인은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총 4차례에 걸쳐 경찰서로 직접 전화 및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ㄱ씨의 친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친구가 사건이 벌어진 직후 전화를 걸어왔다. 피해상황을 알리길래 ‘당장 그 집에서 나오라’고 한 뒤 계속해서 전화통화를 했었다”면서 “친구가 성폭행 사실을 알린 내용부터 이후 과정에 대해 경찰에 진술하려 했지만 한 번은 해당 수사관이 휴가를 갔다고 했고, 한 번은 담당자가 누군지 모르겠다며 바꿔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서 공용휴대전화로도 통화를 시도했지만 경찰은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ㄱ씨의 친구는 3월 28일 마지막으로 ‘저 ○○○ 친구로 저번에 전화연결 원하셨는데 계속 연락이 안 돼서요. 가능하신 시간대에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남겼다. 이 역시 답은 오지 않았다. 성폭력 사건 발생 후 A헤어 대표가 직원들에게 돌린 사건담당 변호사와의 카카오톡 대화내용. / A헤어 전 직원 제공 지인의 주장과 경찰의 해명 서로 달라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주간경향>의 사실확인 요청에 대해 “ㄱ씨와 최초로 통화한 참고인 외에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조사는 충분히 벌였다”면서 “참고인이 경찰서로 전화를 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경찰은 또 범행 직후 대표로부터 “ㄱ씨에게 ‘우리 사귀는 거지’라는 문자를 보내 혐의를 무마하려 한다”는 말을 들었던 ㄱ씨의 지인(당시 A헤어 근무)에 대한 조사도 벌이지 않았다. 총체적인 부실수사인 셈이다. 그 사이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는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와 나눈 문자 내용을 캡처해 직원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삼성 변호사’라고 저장된 대화 상대방은 대표에게 ‘검사가 이사 중이라 수요일 이후에 통화하자고 하네요. 기록 아직 못봤대요’(4월 5일), ‘대표님 검사가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4.2. 경찰이 송치했는데 4.3. 불기소처분 내렸네요’(4월 9일)라는 내용이 담긴 캡처 화면이다. 2차 가해에 해당한다. 당시 미용실에 재직 중이던 한 스태프는 “대표가 이 캡처 화면을 카톡으로 돌리면서 ㄱ씨를 무고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가 억대의 삼성 변호사를 고용했다고 했다”면서 “대표가 수사기관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존재인 것처럼 위압감을 줬다”고 했다. <주간경향>은 김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4월 23~25일 10여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불기소결정문 역시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태도’에 초점을 맞춰 작성된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건 직후 피해자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에는 피해자가 휴대폰으로 전화연락만 계속할 뿐 특별한 모습이 확인되지 않은 점, 미용실에 도착해 직원들 앞에서 우는 모습은 있으나 피해자가 왜 울었는지 정확하게 진술하지 못한 점, 다른 참고인들과 사건 당일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에 대해 피해자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점 등이 성폭력이 없었다는 증거로 적시됐기 때문이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은 “해당 불기소의견서는 수사기관이 저지르는 가장 전형적인 실수인 ‘피해자다움’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이 개입된 것”이라며 “피해자는 성폭행 피해 다음날 증거를 채취하고 수사기관에 일관되게 진술하는 등 피해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침착하게 했음에도 피해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각종 증거들을 수사기관의 선입관에 따라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적용시켰다”고 설명했다. [반론보도][단독]성폭행 사건 뭉갠 경찰, 무능한 검사 관련 본지는 4월28일자 [단독]성폭행 사건 뭉갠 경찰, 무능한 검사 기사에서 A헤어 대표 김씨가 직원 ㄱ씨를 성폭행한 혐의에 무혐의처분을 받았는데, 이는 부실수사 때문이라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씨는 “ㄱ씨를 성폭행 한 사실이 없고, 국과수의 ㄱ씨에 대한 혈액분석 결과 수면마취제류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 특집
- [특집| 성범죄 최선의 대책은]“성폭행 가해자 처벌 강화 능사 아니다”(2012. 09. 11 15:05)
- 2012. 09. 11 15:05 사회
- ㆍ성폭력상담사들, 극단적 해결방법에 동의 안해…“현장 의견 반영 충분한 연구 필요” 성범죄자에 대해 보다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형량 증가,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에 이어 물리적 거세(외과적 치료법)와 사형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9월 4일 서울역 광장에서 아동 성폭력 추방을 위한 시민모임 ‘발자국’ 회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직접 성폭력 피해자들을 대하는 성폭력상담 활동가들은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가해자 처벌 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기자가 접촉해본 활동가들은 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이들은 극단적, 자극적인 ‘처벌 강화’에는 흔쾌히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현행 제도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성범죄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정남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는 “화학적 거세를 도입할 때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도입됐다. 충분한 연구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 상담소에서 일하는 ㄱ 활동가는 현재의 처벌 강화 움직임이 “획일적이고 단순하고 폭력적인 처방”이라고 진단하며, “현행 법에 나와 있는 만큼도 처벌하지 않는데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물리적 거세 법안에 대해서 “성기 삽입을 성폭력의 기준으로 보는 잘못된 인식이 반영된 법안”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랜 기간 성폭력 피해자들을 만나온 상담 활동가들은 여성을 성적 도구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신숙 인천여성단체협의회 성폭력상담소장은 1999년부터 성폭력 피해자 상담을 시작했다. 그는 “13년간 상담활동을 했지만 피해자에게도 일정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가해자 처벌 이야기가 많이 나온 데 비해 성범죄 예방교육에 관한 논의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청소년성문화센터 대표는 “아동 성범죄의 경우 제도가 잘못돼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활동가들과 아동 성범죄에 관련된 국내 법과 제도를 이야기해보면 하나같이 ‘한국의 제도가 놀랄 정도로 잘 되어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처벌강화 했지만 범죄 건수 되레 늘어 이 대표가 보기에 현재의 ‘가해자 처벌 강화’ 목소리는 성범죄 근절을 위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일례로 법원에서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명령할 수 있는 ‘300시간 치료 프로그램’을 들었다. 법원에서 치료를 명령해도 시설과 인력이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아 온전한 교정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인력이나 예산은 한정돼 있다. 전자발찌나 약물치료에 들어가는 예산을 피해자 지원대책에 쓸 수는 없는지 중장기적으로 입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정남 활동가는 상담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정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라고 설명을 해주지만, 막상 재판에 가보면 가해자에 대한 온정적 판결이 나올 때가 많다. 새로운 이슈가 나왔다고 급하게 제도를 도입하기보다 현행 제도에 존재하는 ‘처벌 공백’을 줄이는 노력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며 “현행 제도에 따른 처벌만 잘 이뤄져도 성범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폭력상담 활동가들은 자극적인 가해자 처벌대책이 실제 성범죄를 줄였는지 의문을 보였다. 지난 10년간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꾸준히 강화돼 왔다. 2008년 9월 전자발찌가 도입된 것을 시작으로, 가해자 신상 공개, 화학적 거세도 차례로 실시됐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성폭력범죄 발생건수는 오히려 2배 이상 늘었다. 소년원에서 성범죄 가해 청소년의 집단 교정프로그램을 지도한 바 있는 서울지역 성폭력상담소의 ㄱ 활동가는 가해자들의 교화 가능성을 보지 않고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려는 여론에 우려를 표했다. ㄱ 활동가는 “가해자들도 교정과 교화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 부분을 소홀히하면 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는 것을 방치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ㄱ 활동가는 “성인 성구매자들을 만나보면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지 않고 ‘재수없이 걸렸다’는 반응을 많이 보이는데, 어릴 때부터 올바른 성 인식 교육을 받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다. 가해자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오히려 소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상담 활동가들은 피해자로부터 “가해자를 사형시켜야 한다, 거세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이 대표는 “피해자들이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제 성범죄 문제는 감정적으로 풀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동 성범죄를 막으려면 가해자 처벌뿐만 아니라 아이가 혼자 집안에 남지 않도록 사회 보호망을 확충하는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처벌에만 초점 맞추면 근본 대책 소홀해져 또한 많은 상담소 활동가들은 현재 언론의 경쟁적 성폭력 보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김신숙 소장은 얼마 전 예전에 상담했던 한 피해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피해자는 김 소장에게 “끊임없이 나오는 성폭력 기사가 괴로워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피해자들은 상담이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많이 노력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성폭력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여기저기 보도가 되면 예전의 피해자들도 자신의 일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고 말했다. ㄱ 활동가는 “피해자의 일기장, 평소 생활뿐만 아니라 상처부위가 구체적으로 몇 cm 크기라는 것까지 세세하게 보도되고 있다”며 언론의 지나친 보도는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언론 보도에 순기능이 있었다고 말한 활동가도 있다. 경기지역의 ㄴ 활동가는 “아이러니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언론의 성폭력 보도 때문에 오히려 용기를 얻었다는 피해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성폭력을 ‘나 혼자만의 고통’으로 여겨왔던 피해자들이 언론 기사를 읽고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과 아픔을 나누고 싶다’며 성폭력 상담소를 돕는 활동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ㄴ 활동가는 성폭력상담 활동가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도 호소했다. ㄴ 활동가에 따르면, 상당수의 성폭력상담 활동가들은 월 100만원가량의 급여를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 활동가들이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하면서 안면을 익힌 가해자들이 이따금 활동가들에게 협박을 하기도 한다. ㄴ 활동가는 “자체적으로 호신술을 배우는 등 안전에 대해 나름 고민을 하지만, 어떨 땐 ‘목숨 내놓고 활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 특집
- [특집| 성범죄 최선의 대책은]성폭행범 얼굴 공개 왜, 언론사마다 다르지?(2012. 09. 11 15:05)
- 2012. 09. 11 15:05 사회
- ㆍ‘공익과 공공성’지침 있으나 기준 불명확…“피해자 입장 고려한 가이드라인 필요” 조선일보는 9월 1일자 신문에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 사건 피의자의 얼굴을 1면에 실었다. 대형 오보였다. 해당 지면에 게재된 사진의 주인공은 사건과 무관한 시민이었다. 2009년에는 중앙일보가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조선일보도 당시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을 이유로 강씨의 얼굴을 공개했다.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용의자 고모씨(24)가 8월 31일 오후 전남 나주경찰서에 압송돼 수건을 뒤집어쓴 채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경찰은 법적 요건이 충족될 경우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수 있지만,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고씨를 압송할 당시 경찰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다. | 정지윤 기자 경찰의 강력사건 피의자 얼굴 공개에 대해서는 법적 기준이 있다. 2010년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그것이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있을 경우, 피의자의 범행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범죄 예방 등 공공이익에 필요한 경우 경찰은 피의자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얼굴 공개는 피해자에 2차 심리적 충격 언론사의 경우에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준이 없다. 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2009년 신문윤리실천요강을 개정했다. 개정 이전 실천요강은 ‘현행범과 공인이 아닌 한 당사자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보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해당 조항은 개정을 통해 ‘(피의자) 사진 또는 영상을 보도할 때는 최대한 공익과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로 바뀌었다. ‘공익과 공공성’이라는 전제를 붙이긴 했지만 ‘공익과 공공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명시하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언론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긴 것이다. 이번에도 대다수 신문이 피의자 고씨의 사진을 게재한 반면, 몇몇 신문은 자체 판단에 따라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2009년 강호순 사건과 이번 나주 성폭행 사건에서 피의자 얼굴을 공개한 언론사들은 ‘공익’ ‘범죄예방’ ‘국민의 알권리’를 얼굴 공개의 근거로 내세웠다. 그렇다면 얼굴 공개는 ‘공익’ ‘범죄예방’ ‘국민의 알권리’에 정말 부합하는 것일까. 2009년 당시 신문윤리실천요강 개정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형기 조선일보 편집부국장은 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하는 2009년 3월호에서 “(강호순 사건 이후 벌어진 논란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흉악범 사진은 보도를 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지만, 얼굴 공개에 대해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만만치 않은 반론이 존재한다. 조선일보는 9월 1일자 신문 1면에 전남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이라며 한 남성의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고 게재했지만, 사진의 남성은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한 평범한 시민인 것으로 밝혀졌다. | 경향신문 성폭력 피해자 상담기관 관계자들은 얼굴 공개에 부정적이다. 피해자들에게 심리적 충격을 주고 성범죄 해결에도 실질적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조중신 소장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워 한다”며 얼굴 공개에 따른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우려했다. 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는 여성민우회에서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하는 이윤소 활동가는 “가해자 얼굴을 공개한다고 성폭력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이 사건 해결보다는 미디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얼굴 공개 자체가 절대선이거나 절대악은 아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공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피의자 사생활 침해보다 크다면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사회적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국민의 분노에 편승하는 상업적 고려가 더 많이 개입돼 있다”고 말했다. “호기심 충족시키는 것이 알권리인가?”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피의자의 얼굴이나 신상 공개에 느슨한 편이다. 김 교수는 그러나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공개하더라도 한국처럼 하지는 않는다. 사건을 차분하게 보도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공개하는 정도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공개하는 경우도 드물다. 대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공개된다. 우리 언론은 피의자가 잡히기만 하면 공개하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단순히 범인의 얼굴이 이렇게 생겼다고 알리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흥분한 상태에서 공개한다. 사건을 차분하게 전달하고 사건의 본질과 관련해 더 중요한 내용들을 제쳐두고 언론이 재판을 해버리는 격이다.”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에서 언론의 흥분은 피의자와 피해자 개인은 물론, 그 가족들의 신상까지 까발리는 보도로 드러났다. 피해 어린이 집의 약도와 사진, 피해자의 일기장 내용이 공개됐고, 피의자 고씨가 이복누나의 몸을 만졌다는 이야기까지 알려졌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두나 활동가는 “쓸데없거나 굳이 필요하지 않은 내용이 무분별하게 보도되고 있다. 가족이나 피해자들이 받을 고통에 대한 고려가 없다. 최근 성폭력 관련 보도를 보면 대책을 강구하고 사회적 책임을 나누자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공포만을 조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성범죄 보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얼굴 공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과정이 생략된 채 언론사들이 개별적으로 신상털기식 보도를 하는 게 문제다.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데서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까.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피해자의 입장이다. 피해자들은 얼굴 공개를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피해자의 동의를 얻는 방식이 신중해야 한다. 대중의 분노에 편승하는 방식보다는 훨씬 더 신중해야 한다.” 김서중 교수는 ‘국민의 알권리’라는 표현이 남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범죄가 발생한 데는 개인적 요인 이전에 사회적 조건들이 있는데 그런 조건을 따지는 대신 가십으로 지면을 낭비하는 데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알권리’란 민주사회의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것과 무관하게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이 알권리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알권리에 대한 모욕이다.”
- 특집
- [사회]성폭행·성매매 경찰 징계 ‘솜방망이’(2010. 04. 20 14:50)
- 2010. 04. 20 14:50 사회
- ㆍ성매수 연루 경관 4년 새 29명… 갈수록 증가 불구 절반만 중징계 최근 경찰서 지구대 간부가 지적장애 10대 청소년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관이 성매매 단속을 빙자해 10대 청소년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만에 유사 사건이 다시 벌어진 것이다. 이와같이 경찰이 성범죄의 가해자가 된 사건은 좀처럼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 연루 성범죄를 두고 경찰 기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서울 소재 집창촌을 상대로 불법 성매매 단속을 벌이는 모습. 장애청소년 성폭력 축소수사 물의 지난 4월 4일 오후 4시쯤 경기도 분당의 한 지구대 소속 김 모 경위는 동료에게 순찰을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지구대를 나섰다. 김 경위는 지적장애 3급인 ㄱ양에게 잠시 만나자며 집 앞으로 나오라고 전화를 걸었다. 김 경위는 지난 2월 관할 지역을 순찰하던 중 ㄱ양이 말을 걸어와 알게 됐으며, 그때 ㄱ양의 연락처를 받았다. 집 앞으로 나온 ㄱ양을 태운 김 경위는 분당선 야탑역 지하 환승주차장에 들어가 ㄱ양과 성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현금 3만원을 건넸다. 김 경위는 차를 몰고 주차장에서 나와 ㄱ양을 다시 집까지 바래다 주고 오후 4시 54분쯤 지구대로 복귀했다. 집으로 돌아온 ㄱ양은 오후 5시 47분쯤 112에 전화를 걸어 “경찰관 아저씨와 주차장에서 성관계를 가지고 돈까지 받았다”고 신고했다. 112지령실은 관할 지구대에 신고 내용을 전달해 사실관계 확인 처리를 지시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지시를 받은 것은 당사자인 김 경위였다. 그는 ㄱ양을 찾아가 “왜 신고했느냐”고 다그쳤다. 그리고 지구대로 돌아와 112지령실에 허위신고라고 보고했다. 사건 자체를 덮으려 한 것이다. 이렇게 묻힐 뻔 했던 사건은 발생 사흘 뒤인 7일 경찰에 의해 다시 포착됐다. 분당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이 ‘112 신고사건 적정처리 여부 점검’ 도중 ㄱ양의 신고 사실을 확인하고 사건을 재조사해 전말이 드러난 것이다. 처음 경찰은 김 경위의 진술대로 돈을 주고 성을 산 것으로 판단해 성매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일부 언론과 성남여성의 전화 등은 단순 성매수 사건이 아니라 지적장애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이라고 주장하며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를 비판했다. 결국 경찰은 ㄱ양과 ㄱ양의 부모를 상대로 피해자 진술을 받은 결과 김 경위의 주장대로 단순 성매수 혐의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13일 경찰은 김 경위에 대해 ‘심신미약자에 대한 간음’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성남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이은미 소장은 “경찰이 장애인 청소년 성폭력 범죄를 성매매와 결부시켜 사건을 종결하려 한 것은 잘못된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이 소장은 “경찰에 의한 성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법이 유독 그들에게만 관대하게 집행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국치안 주력… 민생치안 기강 해이 이 소장의 말대로 경찰이 가해자가 된 성범죄는 끊이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3월 서울 남대문경찰서 소속 나 모 경장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10대 김 모 양에게 성매수를 제안하고 모텔로 불러낸 뒤 경찰 신분증으로 보이며 성매매 현행범으로 처벌하겠다고 협박한 뒤 성폭행했다. 김양은 성폭행을 당한 직후 “경찰관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신고했고, 경찰은 김양의 통화기록 등을 확인한 뒤 이튿날 서울시내에서 근무 중이던 나 경장을 검거했다. 성폭행뿐만 아니라 경찰 관련 성매매 사건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무속인 일가족이 점을 보러 온 20대 여성에게 돈을 빌려준 뒤 6년 동안 성매매를 강요한 속칭 ‘대구 점집 성매매 사건’에서도 현직 경찰 간부가 성매수 혐의로 연루됐다. 성매매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이처럼 성범죄와 관련해 경찰의 기강이 흔들리고 있음은 통계자료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김태원 의원(한나라당)이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경찰관 성매매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06~2009년에 전국에서 29명의 경찰관이 성매매로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6년에 3명이던 성매매 적발 경찰관이 지난해에는 16명까지 늘어 증가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별로는 9명씩 적발된 서울과 인천이 최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성매매 경찰관에 대한 징계를 보면 적발된 경찰관 가운데 절반만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과 지난해에 성매매로 적발된 경찰관 21명의 징계 현황은 파면 6명, 해임 1명, 정직 3명, 감봉 5명, 견책 6명 등이다. 파면, 해임, 정직 등 중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10명으로 거의 50%만 중징계를 받았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김 의원은 “성매매를 비롯한 성범죄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누가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따르겠는가”라면서 “적절한 처발과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며 경찰청의 대책을 촉구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최근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한마디로 경찰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것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오 사무국장에 따르면 현재 경찰조직이 촛불집회 등 정부와 관련된 정치적 사안에 신경을 써야 하는 구조여서 민생치안과 관련해 경찰 기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경찰관의 개인적 문제를 넘어 경찰 조직 전반의 문제라는 의미다. 오 사무국장은 “내부 감사기구가 제 역할을 꾸준히 해야 하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라면서 “감사기구가 항시 경찰 내부에 긴장을 줄 수 있도록 외부 독립기관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시사와 문화]성폭행 당한 딸 ‘아버지의 응징’(2009. 12. 10 11:36)
- 2009. 12. 10 11:36 문화/과학
- 조두순 사건이 많은 사람을 분노케 한 것은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도덕적 규범을 상실한 파렴치한 피의자의 태도 때문이었다. 만취한 50대 남자가 9살 여자아이를 잔혹하게 성폭행한 결과는 불과 12년형이었다. 만취 상태였다는 것도 형이 감량된 결정적 이유였다. 죄는 밉지만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도 그 사건 앞에서는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피해 아동의 상태가 심각했고, 뉘우치지 않는 범인의 뻔뻔함은 과연 법이 보호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한나라당 아동성범죄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12월 2일 당정회의에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을 개정하기로 했다. 아동 성범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끝까지 죄를 묻겠다는 뜻이다. 또 아동 성범죄의 경우 음주감경과 선고유예를 적용하지 않고 범행 당시 정상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법관 재량으로 형을 줄여 주는 작량감경 대상에서도 배제키로 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을 감경하기보다 가중처벌 사례에 해당된다. 사회는 미성년자, 특히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 아동은 아직 한 사람의 독립된 개인으로서 이 세계를 살아갈 수 있다고 판단되는 성년이 되지 않았으며,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는 지금 성장하고 있는 어린 세대에게 달려 있다. 존 그리셤의 원작 소설을 조엘 슈마허 감독이 영화화 한 <타임 투 킬>을 보면 성폭행 당한 딸을 위해 아버지가 직접 범인을 응징한다.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의 작은 마을에서 대낮에 흑인 소녀가 술과 마약에 찌든 백인 남자들로부터 강간을 당한 뒤 강에 던져진다. 소녀는 구출되지만 영구 불임이 된다. 법정 청소부로 일하던 소녀의 아버지 칼(새뮤얼 L 잭슨)은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법정에 출두하는 범인들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한다. 신참내기 정의파 변호사 제이크(매슈 매커너히)와 법학도 엘렌(샌드라 불럭)은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칼의 변호를 맡는다. 이들은 KKK 및 백인들의 테러와 노련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버클리 검사(케빈 스페이시)에 맞서 싸운다. 변호사 제이크는 흑백 인종 차별이 너무나 심각한 남부 지역에서 백인 범죄자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한 칼이 무죄 판결을 받도록 한다. 변호사는 ‘당신의 딸이 그런 경우를 당했다면’이라는 가정으로 배심원들에게 인간적으로 호소한 결과 칼은 무죄로 석방될 수 있었다. 조두순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크다. 사회 구성원 전체가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대명제에 공감했고, 그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이미 늦었지만 그러나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다. 하재봉 <영화평론가>
- 시사와 문화
- [독자댓글]846호 “아동성폭행범을 법정에 다시 세워라” 外를 읽고(2009. 10. 22 14:23)
- 2009. 10. 22 14:23 사회
- “아동성폭행범을 법정에 다시 세워라”를 읽고 이래도 사법부는 정신 못 차리고 술 먹고 아동 강간한 것들을 감형해 줘야 한다고 한다. 정부는 출산장려 하지 말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 _ 네이버 greatzun 아동 성범죄는 왜 빈민층 자녀들에게만 일어날까. 이런 문제가 국회의원이나 부유층 자녀들에게도 있는 일이면 법이 이대로일까? _ 다음 난말대가리다 조두순을 끝으로 이런 법은 없어져야 합니다. 좀 더 강한 처벌을, 좀 더 확신한 처벌을 해야 합니다. 재범률을 0%로 낮출 수 있도록 화학적 거세든 공개처벌이든 이번과 같은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성범죄 미수만 저질러도 최소 10년으로 무겁게, 조두순 같은 최악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에 얼굴 공개, 사는 동네에 사진 부착 같은 무거운 형벌로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지금도 수없이 일어나는 미성년 범죄, 법을 빨리 통과시키고 성범죄자들을 하루라도 빨리 잡아들여야 합니다. 제2, 3의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제대로 클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 줘야 합니다. 지금 이렇게 세월 보내고 또 몇 명의 아이를 잡으려고 늦장입니까? 네? _ 다음 daymoss “나 홀로 죽음 ‘고독사’를 아십니까”를 읽고 자식을 낳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구나. 1명의 자식을 키우는 데 돈은 적게 잡아도 2억원이 넘고 대학학비와 결혼비용까지 보조하면 3억원에서 4억원까지 든다는데, 또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키우는데 자식을 낳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구나. 그리고 자식이 부양비를 내야지 자기 물건이나 사고, 애인 반지는 사 주면서 부양비는 내놓지 않으려 하고…. 이건 범죄다. 자식이 없으면 복지수당이라도 나오는데 자식이 있으면 복지수당도 나오지 않아서 폐지를 줍는 노인이 아주 많다. 그래서 옛말에 자식이 없으면 상팔자라고 하였던 것 같다. 엄청난 부자나 20명에서 30명 정도 낳으라고 그러고 다른 사람들은 자식이 없이 살아야 할 듯하다. _ 다음 텐스 “쌍용차 인수 나선 박윤배는 누구?”를 읽고 긍정적인 생각과 뚝심에 박수를 보낸다. 뭐든 부정적으로 보는 소인배들과는 대화가 안 된다. 적어도 정주영 회장 정도는 아니더라도 뚝심에 박수를 보낸다. 살려야 좋다면 살리는 게 좋은 것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현대, 기아차만 타고 다녀야 하나? 쌍용차 정도의 회사 하나 만들기는 어려워도 없애는 건 쉽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회생할 것 같다. 계산기만 두드리는 장사치나 인기만 생각하는 정치인과는 좀 다른 면도 보인다. _ 다음 sjaqjdnjswn
- 독자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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