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918 건 검색)
- 하나님의교회, 노벨사이언스상 세계평화봉사대상 수상(2025. 01. 14 10:31)
- 2025. 01. 14 10:31 사회
- 김주철 하나님의교회 총회장이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제8회 대한민국노벨사이언스 대상 시상식에서 세계평화봉사대상을 수상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님의교회 제공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이하 하나님의교회)가 제8회 대한민국 노벨사이언스상 대상 시상식에서 세계평화봉사대상을 수상했다. 한국노벨사이언스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제8회 대한민국 노벨사이언스 대상 시상식 및 노벨사이언스 포럼을 열었다. 한국노벨사이언스위원회는 ‘노벨과학상을 받을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과학계 원로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다. 이날 행사에서는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과학대상, 기업인에게 수여하는 과학기술대상, 과학기술공로상 등 다양한 부문에서 시상이 진행됐다. 하나님의교회는 이 중 세계평화봉사대상을 수상했다. 하나님의교회는 “지난 60년간 기후변화 대응, 빈곤과 기아해소, 교육지원 및 국제협력을 통해 전 세계에 생명 존중과 인류 평화를 실천하며 공동 연대로 지속할 수 있는 평화 확산에 기여했고 특히 세계 각국 청년들과 함께하며 화합과 연대를 실천해 세계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고 밝혔다. 이도수 노벨사이언스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노벨사이언스가 소통을 넘어 연대로 새로운 역사를 기록해 나갈 것”이라며 “함께라면 어떤 한계든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완규 한국노벨사이언스위원회 명예고문(전 서울대학교 총장)은 격려사에서 “노벨사이언스가 과학인들의 중지를 모으는 장으로서의 역할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나님의교회 총회장 김주철 목사는 “175개국 370만 성도들이 ‘어머니 사랑으로 지구촌 가족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하자’는 한마음으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한 결과로 받게 된 상이라 더욱더 값지게 느껴진다. 이웃들의 고단한 삶을 보듬고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2024년을 보내고, 새해를 시작하는 때 이번 상이 성도들에게 뜻깊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38) 팬덤으로 거듭난 세계 속 한국 뮤지컬(2024. 12. 20 15:00)
- 2024. 12. 20 15:00 문화/과학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위대한 개츠비> 등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한국적 민주주의의 새로운 실천양식으로 부상한 K팝 팬들의 ‘응원봉 시위’가 화제다. 정치학자인 한나 아렌트가 저서 <인간의 조건>에서 명시한, 진정한 자유를 위한 ‘정치적 행위’에서 ‘팬’들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는 나날이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중국 상하이 등에서 한국 뮤지컬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도 ‘덕후’(열성팬)들의 관심과 연대가 피워올린 나비효과다.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오픈런(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아 무기한 상연) 공연 중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과 <위대한 개츠비>, 상하이대극원(중국 최초의 오페라 전용극장)에서 매년 공연 중인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등은 초연부터 팬덤(특정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창작·제작진과 관객들의 열정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한국적 팬덤이 세계화의 뿌리 지난 10월 프리뷰 기간을 거쳐 11월부터 브로드웨이 벨라스코 극장에서 오픈런 공연 중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박천휴 작·작사, 윌 애런슨 작·작곡, 마이클 아덴 연출)은 발랄하면서도 애잔하다. 인간을 보좌하는 헬퍼봇이지만 수명이 다돼 덤덤하게 홀로 살아가던 올리버와 클레어의 따뜻한 인간애를 담았다. 브로드웨이 버전은 한국판의 상당 부분을 반영했다. 한국적인 배경과 서사, 영상에 사용되는 한국어 문구까지 그대로 장면화했다. 400석 미만 소극장의 3인극은 브로드웨이로 가면서 1000석 규모의 4인극으로 바뀌고 조명과 소품으로 구분한 올리버와 클레어의 공간은 두 개가 됐다. 라이브 재즈밴드는 6인 규모로 뒤에 자리를 잡아 등장인물과 소통한다. 아날로그 정서는 유지하되 사랑을 확인하기 전 망설이는 안타까움은 덜고 1960년대 재즈 음반과 화분, 반딧불이로 대변되는 낭만을 보탰다. 진입장벽 높은 브로드웨이에서 처음부터 1000석 규모에 오픈런으로 출범한 것도 특별하다.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이는 작품 중 10% 정도가 장기 공연에 들어가는 경향을 감안하면 큰 혜택이자 도전이다. 초연부터 꾸준했던 한국과 아시아 각국 라이선스 공연의 팬덤 덕이다. 티켓 사이트를 찾아보니 프리뷰 공연이 시작된 지난 10월부터 호평 일색으로 연말 몇몇 회차는 매진이었다. 1700석 규모의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주당 100만달러(약 14억4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20주 연속 달성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제임스 하울랜드 작곡·마크 브루니 연출·신춘수 총괄 프로듀서)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을 각색한 초호화 쇼뮤지컬이다. 19인의 재즈밴드 라이브 연주자들을 비롯해 1년 넘게 프리뷰 단계부터 함께해온 앙상블은 이 작품의 세계관으로 작동한다. 덕분에 프리뷰 기간 관객 반응을 보며 상당 부분 수정한 후 브로드웨이에 최적화한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문학작품으로 공감대 형성 첫사랑이지만 유부녀인 데이지를 잊지 못해 매일 파티를 여는 개츠비의 삶은 2막 중반까지 화려하다. 데이지 부부와 주변 인물로 대표되는 무기력한 상류층의 사건·사고와 개츠비의 정체가 드러나고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화려함은 공허함으로, 1920년대의 혼돈은 동시대의 혼돈으로 치환된다. 기존의 동명 영화나 뮤지컬과의 차이는 데이지를 비롯한 여성 캐릭터에게 목소리를 부여한 점이다. 데이지의 속내가 담긴 넘버들은 이 프로덕션만의 재해석이다. 빌보드 캐스트 앨범부문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OST가 인기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하이대극원에서 매년 상연하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공연 장면 / 상하이대극원 제공 호평과 흥행성적은 그대로 런던 웨스트엔드 진출로 이어졌다. 2025년 4월에는 2300석 규모 런던 콜리세움에서도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동시 상연될 예정이다. 단독 리드 프로듀서인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브로드웨이 현지에서 직접 섭외한 창작·출연진들은 대본 개발부터 프리뷰 공연까지 한 스텝씩 밟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신춘수 대표 혼자 리드하고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위험도가 높은 만큼 결정은 빨라 기획한 지 4년여 만에 지금의 반향을 끌어냈다. 십수 년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친 신춘수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된 도전이다.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상하이대극원에서 100회 기념 공연을 한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김경주 작·작사, 오세혁 각색·연출, 이진욱 작곡)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한국 창작 뮤지컬이다. 방대한 원작은 문체까지 압축한 대사와 넘버, 연기 등으로 시각화돼 원작보다 더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매개로 사용되는 흙, 물, 회칠 분장, 광기의 안무, 다채로운 조명 디자인은 이 작품의 정동(情動·신체 변화가 잇따르는 강렬한 감정 상태)이다. 아버지 표도르의 광기와 네 아들의 전혀 다른 경련이 대표 넘버인 ‘헛소리’로 시각화된 4분은 맹수 같은 다섯 남자의 노랫말 전투를 보는 듯하다. 2018년 국내 초연 이후 네 번째 시즌에 이른 이 작품은 2022년 중국 상하이대극원이 라이선스 계약 후 자체 제작하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거듭났다. 한국에서는 중소극장에서 2개월여 상연했으나 상하이대극원에서는 600석 중극장을 거쳐 1500석 대극장 공연으로 확장됐다. 여러 도시 순회공연을 통해 중국 내 팬덤이 커지면서 팬들의 2차 창작이 이어지고, 독서 토론 등으로 열기가 지속하고 있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오리지널 연출이자 중국에서 새로운 작품을 공동창작 중인 네버엔딩플레이 오세혁 대표는 필자와 지난 12월 13일 e메일 인터뷰에서 “상하이대극원과 대극장 뮤지컬 <세이킬로스>, 나오인과 중극장 뮤지컬 <위험한 연민> 등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는 현상에 대해선 “해외 뮤지컬 시장에서 한국 창작진과 제작진은 계약조건 이상으로 헌신하고 협력한다. 계약 관계를 넘어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며 “사람 대 사람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한국 뮤지컬의 저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모든 예술 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간극을 메우며 사람 대 사람의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다. 해외에서 장기공연에 들어간 한국 뮤지컬은 대부분 열정적인 창작진들과 관객의 연대가 활성화돼 있다. 미디어 학자 헨리 젠킨스는 연구자이면서 게임과 영화 등의 광팬인 자신의 정체성을 들여다보며 아카팬(Aca-Fan·아카데믹 팬의 줄임말) 개념을 도출했다. 그는 스스로 “두 세계 사이의 격차를 메우는 존재”이며 “소비자와 시민의 관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더 큰 공간을 여는 방법을 찾는 것을 도전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응원봉’을 들고 잘못된 것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광장에 모인 K팝 팬들과 좋은 작품을 알리고 함께 느끼고자 하는 뮤지컬 팬들은 ‘더 큰 공간을 함께 연다’는 점에서 같은 지향점을 가진 아카팬들이다. 이 글에서 언급한 작품들의 최신 공연 클립들은 모두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 이주영의 연뮤 덕질기
- 전 세계 ‘백일해’ 유행···한국에서도 생후 2개월 아기 사망(2024. 11. 12 14:50)
- 2024. 11. 12 14:50 사회
- 백일해를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질병관리청 포스터 전 세계적으로 ‘백일해’가 유행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생후 2개월 영아가 사망했다. 백일해로 인한 사망은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국내에서 처음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일해로 입원 치료를 받던 영아가 지난 11월 4일 증상 악화로 사망했다. 이 영아는 백일해 1차 예방접종 대상인 생후 2개월 미만으로 접종 전에 기침, 가래 등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가 지난 10월 31일 백일해 확진을 받았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균에 감염되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백일해란 이름은 100일 동안 기침(해·咳)을 할 정도로 증상이 오래 간다는 데서 유래했다. 잠복기는 4~21일(평균 7~10일)이며 발작적인 기침과 ‘웁’하는 숨소리를 보이는 것이 특징적인 증상이다. 백일해는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백일해 환자는 292명이었는데 올해 들어 11월 첫째 주까지는 누적 3만332명으로 지난해 대비 100배가 넘었다. 연령별로는 13∼19세가 1만3866명으로 전체의 45.7%, 7∼12세가 1만2725명으로 42.0%를 차지하는 등 7∼19세 소아·청소년이 전체의 87.7%다. 0∼6세도 3.3%(1008명)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백일해에 시달리는 중이다. 영국에선 올해 9월 말까지 1만3952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영아 10명이 사망했다. 프랑스에서도 13만명 이상의 환자가 나왔고 소아 22명, 성인 13명 등 35명이 숨졌다. 미국에선 올해 2만2273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지난해 2명, 2022년 1명의 1세 미만 영아가 각각 사망했다. 백일해 예방을 위해선 적기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생후 2개월과 4개월, 6개월 차에 각각 1∼3차 기초 접종을 하고 생후 15∼18개월과 4∼6세, 11∼12세 이후엔 10년마다 추가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생후 첫 접종 전 영아를 보호하기 위해선 임신 3기(27∼36주) 임신부가 예방접종을 해서 영아가 백일해에 면역을 갖고 태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 영유아의 부모와 조부모 등 돌보미, 의료종사자, 산후조리원 근무자 등도 백일해 고위험군과 접촉하기 최소 2주 전에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있다. 면역저하자나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이상 만성폐쇄성 폐 질환자도 백일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국내 첫 백일해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고위험군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정부에서는 최근 증가 추세인 0∼6세 백일해 발생 상황을 자세히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사 2판4판]‘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2024. 09. 16 06:00)
- 2024. 09. 16 06:00 정치
- 시사 2판4판
- [편집실에서] 여성이 겪는 세계(2024. 09. 11 06:00)
- 2024. 09. 11 06:00 오피니언
- 홍진수 편집장 몇 년 전 일입니다. 회사에서 새벽까지 일하고 택시를 탔습니다. 피곤했는지 목적지를 말하고 잠깐 졸았습니다. 당시 자주 야근을 했던 터라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창밖으로 낯선 풍경이 지나갔습니다. 어둡고 외진 길이었습니다.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택시기사의 뒤통수를 보면서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지나갔습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강도가 수많은 승객 중에 비교적 건장한 체구의 남성을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 역시나 기우였습니다. 택시기사가 길을 잘못 든 것뿐이었습니다. 다음날 제가 겪은 ‘촌극’을 제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비슷한 일을 겪은 여성들이 댓글을 달아줬습니다. 저는 잠깐 긴장하다 끝났지만, 여성들은 훨씬 더 극심한 공포를 겪는다고 했습니다. 택시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일상에서 더 힘이 센 존재, 그러니까 대체로 남성들에게 위협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저는 살면서 거의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여성과 남성은 물리적으로는 같을지언정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여성이 겪는 다른 세계’는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8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 시큐리티 히어로의 보고서 ‘2023 딥페이크 현황’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자의 99%는 여성입니다. 그리고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등장하는 개인은 한국인이 53%로 가장 많았는데 두 번째인 미국인(20%)의 2.5배 이상이었습니다.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이 공론화된 뒤 많은 여성은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의 사진을 삭제하고 부모들은 미성년자 딸이 소셜미디어의 사진을 내리거나 계정을 폐쇄하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성이 집 밖에서 범죄의 표적이 될까 걱정하는 사회도 모자라 이제는 온라인에 사진 한 장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사회가 됐습니다. 정부는 지난 8월 딥페이크 성범죄 범정부 대응 전담팀(TF)을 꾸렸습니다. 국회도 딥페이크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해 벌어지는 범죄라 근절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총력 대응을 한다니 다행입니다. 주간경향 이번 호도 딥페이크 문제를 심층적으로 짚어봅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을 앞장서 외치는 여성 활동가들을 만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여성들이 느끼는 분노와 불안, 정부와 사회에 관한 요구를 담았습니다. 규탄 목소리와 별도로 실질적인 딥페이크 규제 방안도 찾아봤습니다. 플랫폼 직접 규제부터 이를 통제하는 기술 연구 상황까지 전해드립니다.
- 편집실에서편집실에서
- [신간] 가상세계서 과소 보호되는 아이들(2024. 08. 14 06:00)
- 2024. 08. 14 06:00 문화/과학
- 불안세대 조너선 하이트 지음·이충호 옮김·웅진지식하우스·2만4800원 스마트폰 세계를 배회하며 비교와 주의 분산, 자극에 시달린 아이들 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여자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무너뜨리고 일상을 황폐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방대한 데이터와 연구 결과로 증명한다. 남자아이들이 온라인 포르노와 게임에 중독돼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발달하지 못하는 과정도 추적한다. 저자는 현실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세계의 과소 보호가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며 국제사회가 10대의 스마트폰·SNS 사용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규제가 능사가 아니며 위험이 과장됐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10대를 향한 온라인상의 성적 착취와 엽기 챌린지, 사이버불링 피해는 더 커지고 있다. 책은 병적 징후가 포착되는 지금, 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규제를 미루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아동기는 신체 놀이와 탐구를 추구하도록 진화했다. 놀이 기반 아동기를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 바꾼 것은 대참사”라며 “아이들을 지구로 되돌려 보내자”고 말한다. ‘위안부’, 더 많은 논쟁을 할 책임 권은선 외 지음·김은실 엮음·휴머니스트·2만2000원 위안부 문제를 탈식민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성찰하는 책이다. 위안부 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며, 지구적인 여성의 문제로 확장하는 길을 모색한다. 위안부 운동은 반일 감정과 민족주의에 의지하며, 강제로 끌려간 순결한 피해자라는 상에 집중해왔다. 망언의 정치는 ‘자발 대 강제’라는 이분법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왔고, 또다시 민족주의에 의지해 대응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책은 여성의 피해가 국적에 따라 다르다는 입장, 전시 성폭력과 평시 성 산업을 분리하는 것을 넘어 피해자를 보살피는 회복적 정의의 관점으로 위안부 문제를 보자고 제안한다. 내게 너무 낯선 나 레이첼 아비브 지음·김유경 옮김·타인의사유·2만2000원 거식증과 우울증, 조현병, 경계성 인격 장애 등 자신을 이해하는 정신의학적 해석 방식의 한계에 부딪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인간의 고유한 경험과 의학적 진단 사이에서 지워진 이야기를 통해 고통에 일상을 내어주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내는 여정을 보여준다. 조선, 시험지옥에 빠지다 이한 지음·위즈덤하우스·1만8000원 조선 최고의 국가고시인 ‘과거’의 모습을 풍속도처럼 그려냈다. 무모한 공부법과 입시 정보를 구하느라 발품을 팔던 부모의 노력, 기상천외한 부정행위 등이 얽힌 과거의 굴곡진 역사를 보여준다. 과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조선은 망했고, 그 망국의 과정이 입시 전쟁을 치르는 오늘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글쓰기의 감각 스티븐 핑커 지음·김명남 옮김·사이언스북스·3만원 영어 글쓰기 지침서지만, 언어와 관계없이 어떻게 하면 더 명료하고 적합한 문장을 쓸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어떤 글이 잘 쓴 글인지 보여 주고 사람들이 왜 나쁜 글을 쓰는지 분석하며, 글쓰기의 감각이 왜 중요한지 역설한다.
- 신간
- ‘사도광산’ 알리려 세계유산 동의?…얼빠진 외교부의 ‘원영적 사고’(2024. 08. 12 06:00)
- 2024. 08. 12 06:00 정치
- 2015년 군함도 이어 올 사도광산서도 똑같은 일 불확실한 약속 믿고 동의했다 사후 정당화에 급급 일본 니가타현 니가타항에 지난 7월 28일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알리는 신문이 게시돼 있다./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왜 동의했나”, “정부가 2015년 사례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가”, “기대와 결과가 다른 점은 어떻게 봐야 하나”, “후속 조치의 불완전성은 언제,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궁극적으로 “똑같은 방식에 계속 당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인가, 능력의 문제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지난 7월 27일 알려진 ‘사실’에 관한 것이다. 이날 일본 니가타현에 있는 외딴섬이 경사를 맞았다.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과거에는 ‘귀양지’로 활용됐던 곳이 세계문화유산을 배출했다. 빛나는 ‘금광’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숱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어두운 곳. 사도섬 내 ‘사도광산’이다. 일본이 맞이한 경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자타공인 ‘한국’이다. 과거에는 수탈 대상이었고, 현재는 일본이 국제사회로 나아가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한다. 피해자의 역설 때문이다. 식민지배를 당한 한국의 지지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보증서다. 출범 이후 지속해서 일본에 양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윤석열 정부는 해당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전범기업이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문제를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해결한 것이 시작이었다. 국민에 대한 설득이나 합의는 없었다. 이번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한국이 동의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2015년 하시마(군함도)에 이어 2024년에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 군함도와 사도광산은 일본인들만의 유적이 아니다. 이곳에서 죽은 조선인들의 역사도 담겨 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에 강제동원한 조선인 명부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정부는 사도광산에서 죽은 조선인 희생자는 밝히지도 못하면서 일본인이 과거 영광을 추억하는 곳에 ‘세계문화유산’이란 명패를 달아줬다. 게다가 이는 어떻게든 정치에 ‘애국심’이라는 미학적 요소를 섞으려고 하는 일본 극우세력 망상에 조력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상가 미시마 유키오, ‘아름다운 나라, 일본’이라는 수사를 앞세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살아 있었다면 윤석열 정부의 ‘통 큰 결정’에 감사했을 것이란 의미다. 그런데도 책임 있는 정부 인사 중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외교 실패’라고 인정하는 이는 없다. 오히려 외교부가 지난 7월 27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한국 정부가 굉장한 성과를 거둔 것처럼 설명한다.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무슨 대단한 것을 얻었든 조선인이 강제로 끌려가 죽은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적어도 한국 외교부가 이를 두고 “한·일관계 개선의 흐름을 계속 이어 나가길 기대한다”는 덕담을 할 상황은 아니었다. 불확실한 약속 사도광산은 세계유산위원회 21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됐다. 동의한 회원국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외교부의 공식 설명은 주요 논점을 교묘하게 비껴간다. 사도광산 논란의 핵심은 ‘왜 한국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에 동의했는가’이다. 그런데 외교부 설명은 ‘일본이 이런 약속을 했다’ 등에 집중된다. 이마저도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석한 카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의 ‘발언’이 근거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개발할 것이며,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 위원회 권고를 이행함에 있어 일본 정부는 그동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을 명심할(bearing in mind) 것이며, 앞으로도 한국과 긴밀한 협의하에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계속 개선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사도광산 내 한국인 노동자들의 가혹한 노동환경을 소개하는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전시장 전경 /외교부 제공 발언은 미래의 불확실한 약속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개발할 것, 명심할 것, 노력할 것’ 등이다. 9년 전 군함도 때와 똑 닮은 말의 향연이다. 한국 외교부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는 “일본은 약속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과 그들의 고난을 기리기 위한 새로운 전시물을 사도광산 현장에 설치했고, 향후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매년 사도섬에서 개최한다”고도 했다. 일본 정부가 설치했다는 자료는 사도광산에서 2㎞ 정도 떨어진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있다. 실제로 노동자들이 사도광산으로 오게 된 과정, 규모 등에 대한 설명이 전시돼 있다. 현재 공터인 한국인 노동자 기숙사 터에는 안내판을 설치하고, 안내자료 등을 통해 해당 장소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그런데 일본 대사의 발언으로 소개된 내용, 전시물 모두 문제투성이다. 우선, 카노 다케히로 대사의 발언으로 소개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이라는 부분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로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발언의 원문(국회 사무처 번역)은 “모든 노동자가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이었다. 외교부가 이 내용을 보도자료로 발표하면서 ‘모든’을 ‘한국인’으로 바꿨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인이라고 지칭한 것이 아닌)모든 노동자가 맞다”면서도 “해당 발언 이전에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 뒤에 나오는 문장 속 ‘모든 노동자’ 역시 이를 지칭하는 것으로 봤다. 그래서 해당 문장을 요약하며 ‘모든’ 대신 ‘한국인’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로 변형한 것처럼 지적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외교적 발언에 사용된 모든 단어는 의도를 갖는다. 특히 민감한 강제동원 문제를 두고 한 일본 대사의 발언을 요약하기 위해 ‘모든’을 ‘한국인’으로 특정했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는지 외교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말 그대로 요약을 했는데 글자수는 오히려 늘었다. 전시물은 더욱 문제다. 조선인 노동자가 사도광산에 오게 된 것은 조선총독부 관여하에 ‘모집’, ‘관 알선’이 있었고, 1944년 9월부터는 ‘징용’됐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강제동원’ 용어의 부재를 넘어 이는 사실관계 왜곡이다. 학계에서는 이미 1939년 2월부터 조선인 강제동원이 있었음을 증언 및 후속 연구로 밝히고 있다. 게다가 사도광산으로 강제동원 한 조선인 명부를 인정하지도, 내놓지 않는 일본 정부가 1944년 9월부터는 사도광산에 ‘징용’한 조선인이 있었다는 것을 어디서, 어떻게 확인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는 결국 해당 전시물 문구를 작성하며 참고한 자료가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전시물 문구를 감상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면밀히 따져봐야 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이 설명만으론 ‘그래서 왜 동의했다는 것인지’가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대로면 ‘강제동원’ 문구가 빠진 전시물 하나 얻자고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한 꼴이 된다. 외교부에 지난 8월 6일 연락했다. 정부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해보기 위해 미리 질문을 전달했다. 관계자의 답변이 왔다. 사후 정당화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지난 7월 28일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이 있는 새로운 전시 공간이 공개됐다. 조선인이 일본인보다 더욱 힘든 노동에 종사했음을 보여주는 전시물들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근원적 의문인 ‘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했는가’이다. 외교부 답변은 “한국이 동의한 이유는 7월 27일자 보도자료 1항에 분명하게 나와 있으니 참조해 달라”는 것이다. 해당 내용은 “우리 정부는 ‘전체 역사’를 사도광산 ‘현장에’ 반영하라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권고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일본이 성실히 이행할 것과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전제’로 등재 결정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덕지덕지 붙은 수사를 빼면, 일본을 믿고 동의했다는 것이다. 군함도 때와는 무엇이 다른지 물었다. 이에 대해 “2015년에 비해 나아진 점은 일본의 구체적인 이행조치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이미 이행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이는 앞서 지적한 전시물, 추모식을 일컫는다. 전시물의 경우 ‘강제동원’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전시된 내용을 보면 누구나 강제성을 인지할 수 있다고 본다”며 “특히, 탈출했다가 붙잡혀서 감금됐다는 부분도 있는데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카와 박물관 전시를 통해 이미 확보된 강제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한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강제동원 역사가 ‘전시물을 보고 각자 알아서 추론’할 일인지와는 별개로 이미 ‘확보된 강제성’이라는 발언은 한 번 짚어봐야 한다. 마치 한국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설계한 대전략(Grand Strategy)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유도하는 엉성한 추론을 따라가야 한다. 외교부는 2015년 군함도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당시 일본 대표의 발언을 통해 “(조선인이) 강제로 노역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본다. 이를 2024년 카노 다케히로 일본 대표의 “약속을 명심하겠다”는 발언과 연결했다. 직접적으로 강제동원이란 말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말한 것과 다름없다는 추론이다. “사도광산 관련해서는 일본이 강제동원을 인정한 표현이 어디에도 없지 않느냐”는 물음에 외교부는 “(2015년에) 1차로 확보하고, (2024년에) 2차로 또 부분적으로 확보한 것이지 이 과정에서 포기하거나 누락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확보된 강제성’의 의미를 이해해볼 수 있다. 즉 2015년 군함도로 ‘강제성’ 인정을 확보했으니 2024년에는 사도광산으로 ‘강제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게 했다’는 논리다. 군함도와 사도광산에는 모두 강제동원이 있었다. 그렇다면 ‘인정’과 ‘설명’은 별개의 유적 각각에 모두 필요하다. 이와 달리 외교부는 두 사례를 모아 보니 일본은 ‘강제성도 인정’하고(2015년 군함도), ‘후속 조치’도 한 것(2024년 사도광산)이란 논리다. 해당 방식 대로면 세상에 긍정하지 못할 것이 없다. 외교부식 ‘원영적 사고, 럭키비키’다. 외교부의 설명은 같은 날 공개된 정보로 곧 ‘사후 정당화’임이 드러났다. 지난 8월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전시 내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강제’라는 단어가 들어간 전시 문안을 일본 측에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일본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외교부 역시 사도광산 설명에 ‘강제노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길 원했으나 거절당하고, 어떻게든 수습을 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결국,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간다.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하고 명시하지도 않는데 대체 왜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했느냐”다. 지난 7월 3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부정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규탄 시위/연합뉴스 왜 동의했나 애초에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한국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과의 ‘충분한 대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등재가 연기 혹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해석도 있었다. 하지만 외교부는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답변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다면 표결을 했을 것이고 일본이 표결에서 승리하면 등재, 한국이 승리하면 금년(올해)은 보류되고 내년에 재상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한국 정부가 동의한 것과 관련해 묘한 설명을 하나 붙였다. “표결을 하면 승패와 관계없이 사도광산의 역사는 관심받지 못하고 묻힐 것이다. 일본이 투표에서 이겨서 등재했다면 전체역사 설명 조치를 지금 합의한 것과 같이 하지 않을 것이다. 즉 일본이 이러한 조치를 하는 것은 우리가 등재에 동의해 주었기 때문이고, 자력으로 투표에서 이겼으면 그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금년과 내년에 두 번 연속 표결에서 이긴다고 가정하면, 사도광산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게 되고 그 역사는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는 내용이다. 해당 답변을 차근차근 뜯어보면 윤석열 정부가 굉장히 독특한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표결을 했다면 승패와 관계없이 사도광산 역사가 관심받지 못하고 묻힐 것’이란 말이다. 국가 간 분쟁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부른다. 대표적 사례가 ‘독도 문제’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독도 영유권 문제를 제기하고, 한국은 일관되게 대응하지 않는다. 양국 간 인식 차이로 인한 분쟁은 곧바로 국제사회 쟁점이 되고 사안에 대한 유불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한·일이 사도광산 내 강제동원 문제를 두고 격돌하는 쪽과 전시관에 ‘강제동원’ 문구도 없는 설명판 하나를 걸어두는 쪽 중 어디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을지는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둘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부결되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고, 그 역사가 알려지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뒤집으면 ‘사도광산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했다’는 말이다. 이 논리대로면 일본 내 강제동원 관련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앞으로 한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세계문화유산은 ‘특정 소재지와 상관없이 모든 인류에게 속하는 보편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발굴 및 보호, 보존해야 할 대상’이다. 외교부 설명처럼 억울한 역사를 알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의미다. 지금껏 방문해 본 세계문화유산 중 노동착취로 건설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곳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해당 인식이 얼마나 독특한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 기대와 달리 사도광산 내 강제동원을 알리는 일본의 태도는 군함도 때를 연상케 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전과 후가 다르다. 외교부 역시 이를 알고 있다. “당장 이행이 미비한 설비 부분(임시로 설치된 전시 패널, 기숙사 안내판)은 조만간 개선돼야 하며, 일본에 촉구 중이다. 전시 내용과 문구는 이제 막 협의가 끝난 부분이니만큼 상당기간이 지나야 개선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내에서도 ‘전시 내용이 강제노동이나 다름없다’는 불만도 있는 만큼(8월 3일자 산케이 신문 사설), 섣불리 건드릴 문제는 아니다. 자칫 개선하려고 했다가 후퇴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즉 논란이 된 전시 내용과 문구는 당분간 개선이 없을 것이고, 일본 언론 중 내용에 불만을 제기하는 곳도 있는 만큼 일본에 개선 건의를 할지 말지도 모르겠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돌고 돌아 다시 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대체 이럴 거면 왜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했느냐’다.
- 특집
- [주간 舌전] “세계적 에너지 개발 기업들도 관심”(2024. 06. 10 06:00)
- 2024. 06. 10 06:00 정치
- 윤석열 대통령/대통령실사진기자단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3일 국정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이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목한 곳은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다. 석유 매장 가능성을 확인해준 전문 기업은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인 미국의 액트지오(ACT-GEO)다. 이날 윤 대통령은 “사전준비 작업을 거쳐서 올해 말에 첫 번째 시추공 작업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에너지 개발 기업들도 벌써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유전개발 발표를 두고 야당은 일제히 비판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뜬금없는 산유국론을 잘 챙겨봐야겠다”며 “막판 대역전을 외치며 수천억원을 쏟아붓고 결국 국민 절망시킨 부산엑스포가 자꾸 떠오른다”고 밝혔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석유야, 가스야, 좀 나와라 나와”라며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리 숫자로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제 대통령이 (유전 가능성을) 발표해버렸으니 정부는 꼼짝없이 시추를 통해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자그마치 5000억원이다”라며 “(유전 가능성을) 발표하고 잘 안 되면 또 없던 일로 할 건가? 아니면 시추 작업을 정권 지지율 상승의 작업 도구로 사용하려고 일단 질러본 건가”라고 말했다.
- 주간 舌전
- ‘피카소가 두려워’한 뷔페, 그 세계로 한 걸음 더 빠져들다(2024. 05. 15 06:00)
- 2024. 05. 15 06:00 문화/과학
- ‘베르나르 뷔페전’ 개막…광대를 사랑한 천재의 작품 한자리에 1958년 라르크 성에서 베르나르 뷔페와 아나벨 뷔페 / 한솔비비케이 제공 ‘피카소의 대항마’로 불렸던 천재 화가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1928~1999)가 5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뷔페의 두 번째 대규모 회고전 ‘베르나르 뷔페전’이 지난 4월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문을 열었다. 전시의 부제는 ‘베르나르 뷔페-천재의 빛: 광대의 그림자’다. 뷔페에게는 ‘비운’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곤 한다. 피카소와 비견될 만한 재능이라 평가받았고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미술계에서 추상 미술이 주류가 되면서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2019년에야 처음으로 회고전이 열렸다. 그러나 뷔페의 매력은 단숨에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당시 15만명이 첫 번째 회고전을 찾았다. 이번 전시에는 단테의 <신곡>을 캔버스에 재현한 폭 4m를 넘는 대형 유화 ‘단테의 지옥, 지옥에 떨어져 얼음에 갇힌 사람들’을 포함해 총 120여점이 소개된다. 5년 전 첫 회고전이 한국 관객들에게는 낯설었던 뷔페를 소개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주제별로 작품을 구분해 뷔페의 세계에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다. 유화뿐 아니라 수채화, 판화, 잉크 드로잉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뷔페의 작품들이 한국을 찾았다. 베르나르 뷔페의 ‘자화상 - Autoportrait 2)’(1981년, Huile sur toile, 116x81㎝) / (C) Bernard Buffet 날카로운 직선을 사용한 뷔페의 작품에서는 ‘어둠’이 먼저 감지된다. 뷔페의 삶이 그랬다. 뷔페는 제2차 세계대전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냈다. 불안한 공기가 조국 프랑스를 감싸고 있었고, 17세에는 어머니마저 잃었다. 그 후 뷔페는 몇 년간 세상과 담을 쌓고 그림만 그렸다. 뷔페는 19세에 첫 개인전을 열었고, 20세에 프랑스 최고 권위의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27세에는 매거진 ‘콘느상스 데 아츠(Connaissance des arts)’가 전후 최고의 예술가로 선정하고, 30세에 뉴욕타임스가 ‘프랑스의 멋진 젊은 5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비평가들에게는 찬사를, 대중에게는 사랑을 받으며 명성을 높였다. 이번 전시는 ‘천재의 빛’과 ‘광대의 그림자’ 두 부문으로 나눠 관객을 맞이한다. ‘천재의 빛’ 부문에서는 인물화를 주로 선보인다. 뷔페는 ‘나는 무엇이고 어떻게 존재하느냐’라는 실존적인 질문을 인물화로 그려냈다. 뷔페의 그림은 당대에 비슷한 그림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특했고, 대중도 곧 반응했다. 프랑스의 작가 장 콕토(1889~1963)는 “피카소가 두려워하는 것은 뷔페의 재능뿐이다”란 말을 남기기도 했다. 베르나르 뷔페의 ‘광대의 얼굴(Tete de clown)’(1955년, Huile sur toile, 73x60㎝) / (C) Bernard Buffet ‘광대의 그림자’ 부문에서는 제목 그대로 광대의 그림들이 주로 전시된다. 뷔페는 유독 광대란 주제를 사랑했는데, 그 속에는 전후의 공허와 불안, 분노 등이 다층적으로 스며들어 있다. 뷔페는 광대를 사랑하는 이유로 “온갖 변장과 희화화로 자신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르나르 뷔페의 ‘단테의 지옥, 지옥에 떨어져 얼음에 갇힌 사람들’(1976년, 캔버스에 유채, 250×430㎝) / 한솔비비케이 제공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단테의 지옥, 지옥에 떨어져 얼음에 갇힌 사람들’이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의 한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뷔페는 문학이나 종교, 신화 속 인물들도 즐겨 그렸는데 그중에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도 있다. 베르나르 뷔페의 ‘돈키호테-양 떼(Don Quichotte - Les troupeaux de moutons)’(1989년, Lithographie, 78x56㎝) / (C) Bernard Buffet 뷔페는 1997년 파킨슨병을 진단받자 작업실에 틀어박혀 그림만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1999년 10월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림은 뷔페가 평생을 천착한 주제였으며 존재 이유였다. 전시는 올해 9월 10일까지 이어진다.
- 세계평화연합, 2024 국제지도자회의 개최(2024. 05. 08 06:00)
- 2024. 05. 08 06:00 사회
- 종교지도자 등 참석 세계평화와 한반도 통일 논의 세계평화연합은 지난 4월 22일 경기도 가평 청심국제청소년수련원에서 ‘2024 국제지도자회의’를 열었다. 세계평화연합제공 세계평화연합(Universal Peace Federation)은 지난 4월 22일 경기도 가평군 청심국제청소년수련원에서 ‘종교화합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주제로 ‘2024 국제지도자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세계평화연합은 세계평화가정연합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2005년 창설한 비정부기구(NGO)다. 올해 국제지도자회의(International Leadership Conference)에서는 각국 종교 지도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세계평화, 한반도 통일 문제를 논의했다. 양창식 UPF 세계의장, 에드워드 바넷 미국 대은혜가정사역교회(Greater Grace Family Ministries Church) 주교, 요하네스 은당가 짐바브웨 사도기독교평의회(ACCZ) 대주교,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 문연아 선학학원 이사장, 송용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회장, 황선조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의장, 에크낫 다칼 네팔 연방의회 하원의원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문상필 UPF 신통일정책연구소장의 사회로 개회선언, 양창식 의장의 대회사, 바넷 주교·상진 스님·송용천 회장·데미안 던클리 가정연합 미국회장의 축사, 은당가 대주교·다칼 의원·황선조 의장의 기조연설, 통일의 노래 순으로 진행됐다. 양 의장은 대회사에서 “내년이면 한반도는 광복 80주년을 맞지만, 광복과 해방의 진정한 완성은 평화로운 통일을 이루는 그날”이라며 “과거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에 주요 종단 지도자들이 하나 돼 앞장섰던 것처럼 통일운동의 선두에도 초종교적으로 영적 지도자들이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이어 “항구적 평화 세계로서 신 통일세계의 출발점은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부터”라며 “한반도에서부터 제시된 상생과 공존, 화합과 번영의 참된 평화 비전이 사회통합과 한반도 통일은 물론 장차 평화 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넷 주교는 축사에서 “우리는 영적인 지도자로서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으며, 우리의 목표는 전 세계를 바꾸는 것이며, 바로 이 순간부터 함께 바꾸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진 스님은 “불교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모든 존재가 하나라는 깊은 교훈을 받아 결국 궁극으로 통하는 길은 한 길이고, 모든 종교가 나가는 길도 한 길”이라면서 “이 길은 어렵고 길지만, 우리 종교인들이 함께 걸어가며 한반도의 미래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천 회장은 “앞으로 더 나은 평화로운 미래와 한반도 평화를 열어 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경험과 통찰력과 깊이 있는 조언을 부탁드린다”라면서 “진심으로 본 대회가 전 세계 인류가 염원하는 평화 세계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는 빛과 소금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은당가 대주교는 기조연설에서 “비록 종교들이 신에 대한 다른 이름과 다른 방식으로 신을 섬긴다 해도 각 종교의 중심 존재는 오직 한 분 하나님이며, 하나님의 목적은 언제나 온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지 특정 인종, 국가, 교단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종교화합이 세계평화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임을 인정하고, 종교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의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하자”면서 “폭력과 가난, 부도덕, 가정의 붕괴를 끝내고, 모든 인류를 위해 지속적인 평화의 세계를 건설하자”라고 말했다. 황선조 의장은 “지속가능한 세계평화는 인간의 힘이 아닌 창조주 하나님을 의지한다면 가능하며, 지속가능한 평화의 비전은 세계시민 행복공동체”라면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전략으로는 하나님주의 가치관,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평화공존, 인공지능 AI와 사람의 공생공존 파트너십, 남북통일을 통한 신통일한국 건설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로서 세계시민이 하나님주의를 바탕으로 평화운동을 실천해 ‘세계시민 행복공동체’의 비전이 꿈이 아닌 현실로 이루어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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